CINELAB2022-06-10 05:32:44
평범한 주부의 평범한 '스파이' 되기 프로젝트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리뷰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평범한 주부가 '평범하게 살기'라는 임무를 받아 스파이 활동을 하는
아주 재미난 소재의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입니다.
앞선 소개에서도 예상할 수 있듯이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는
굉장히 골 때리게 웃긴 영화입니다.
누가 출연하나요?
우에노 주리 | 스즈메
FILMOGRAPHY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2003)
스윙걸즈 (2004)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2005)
AWARDS
28회 일본 아카데미상, 2005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 2005
요코하마 필름 페스티벌, 2005
아오이 유우 | 쿠자쿠
FILMOGRAPHY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2005)
훌라 걸스 (2006)
스파이의 아내 (2020)
AWARDS
요코하마 필름 페스티벌, 2007
제 30회 일본 아카데미상, 20007
제 15회 아시안 필름 어워드, 2021
어떤 내용인가요?
반려 거북이에게 밥을 주며, 아주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스즈메.
손을 씻고 있는 스즈메는 한 아줌마에 의해 밀쳐지기도 하고,
버스도 스즈메를 그냥 지나치자
스즈메는 자신의 존재감이 점점 옅어져 자신이 사라질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문득, 아침에 넘어지면서 발견한 스파이 모집 공고가 떠오르는데...!!
Reviews
"평범함 속 특별함"
ⓒ 네이버 영화
영화를 보고 나면 평범한 것들, 특별하지 않은 것들이 특별하게 다가오기 시작할 것입니다.
독특한 소재로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이기는 하지만, 나름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이 영화 뭐지?'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이 영화를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정말 오묘하고 웃기고 신기한 영화입니다.
"일본 특유의 감성과 유머"
ⓒ 네이버 영화
일본 특유의 감성과 개그 코드가 가득한 영화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굉장히 갈릴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개그 코드가 얼마나 잘 맞냐에 따라 영화의 평점도 갈릴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딱 5분만 봐도 판단할 수 있으니 궁금하다면 일단 시청해보는 거 어떨까요?
지금까지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를 간단하게 살펴보았는데요.
어떠셨나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는 일본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 일상의 지루함을 느끼시는 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찾고 계시는 분에게 추천 드리고 싶은데요.
영화는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
- 영화 <행복을 찾아서(2007)> 리뷰
얼마 전 가브리엘 무치노 감독의 <행복을 찾아서(2007)>를 감상했다. 현재는 사업가이자 연설가로 부유한 삶을 누리는 크리스 가드너의 삶의 한 부분을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일까. <행복을 찾아서>는 러닝 타임의 대부분을 주인공의 고달픈 시절에 집중한 후, 영화 말미에 이르러 간신히 행복한 마무리를 보여준다. 이렇듯 끝이 보이지 않는 고난과 역경을 겪으면서도 희망을 놓친 적 없는 이의 이야기는 욥기에서도 찾을 수 있을 만큼 인류에게 오래되고 익숙한 플롯이다. 필립 모슬리의 삶을 기반으로 삼았다는 영화 <빌리 엘리어트(2000)>나 존 카니 감독 본인의 이야기가 기본 뼈대였다는 <싱 스트리트(2016)> 등을 비롯한 영상 매체와 다양한 문학은 물론, 신문 기사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전형적이라 해도 뻔하진 않고, 감동과 교훈을 한 번에 선물하는 소위 ‘안전한’ 서사이다 보니 많은 이들이 <행복을 찾아서>를 가족과 함께 봐도 좋은 영화로 추천하는 듯하다.
그러나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리뷰를 남기는 이유는 따로 있다. 굳이 사회 고발을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심지어 한 개인을 영광스럽게 그려내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할지라도, 이따금, 어떤 예술이 세상의 허점을 뚜렷하게 드러낼 수도 있다는 사실은 언제나 내 흥미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행복을 찾아서>를 보는 동안엔 여러 책이 머리를 스쳤다. 예컨대 대런 맥가비의 『가난 사파리』, 스테퍼니 랜드의 『조용한 희망』, 조문영의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 말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는 내게 누구나 노력만 하면 성공할 수 있는 장밋빛 아메리칸드림 홍보영화로 다가오지 않았다.
간단히 <행복을 찾아서>의 시놉시스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크리스 가드너(윌 스미스)는 구식 스캐너를 파는 세일즈맨이다. 당장 매일의 생계가 걱정되는 상황이지만 불안이라는 파도를 가족과 함께 견뎌왔다. 그런데 세금, 집세, 어린 아들 크리스토퍼 가드너(제이든 스미스)의 어린이집 비용을 부담하는 것조차 힘들어진 순간 아내 린다(탠디 뉴튼)는 떠나겠다고 한다. 아들을 임신한 순간부터 모든 게 괜찮을 거라고 자신했던 크리스의 말이 오래도록 실현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는 그의 얼굴은 참담하리만큼 무표정하다. 이렇게 아내와 헤어진 크리스 가드너는 딘 위터 레이놀즈의 주식 중개인 인턴십 프로그램을 택한다. 우연히 추천받은 이 프로그램은 6개월 동안 지속되지만, 합격률은 단 5%에 불과하고, 심지어 그 동안 봉급은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 린다는 그에게 묻는다. 그건 후퇴 아니야?
우리는 크리스 가드너가 결국 모든 기회를 쟁취하고 백만장자가 되었음을 알기에 린다를 향해 조금만 더 남편을 믿어주었으면 좋았으리라 말하기 쉽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자. 당신이 린다의 상황이었더라면 어땠을까? 당장 생존의 위협이 다가왔다면 합리적인 사람들은 대개 결과를 보장받을 수 없는 꿈을 추구하는 대신, 매일의 삶을 연장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린다가 아들 크리스토퍼를 데리고 뉴욕으로 떠나 가족의 식당 일을 도우려 했듯.
그러나 크리스는 이 미치도록 적은 확률의 ‘가능성’을 선택했다. 이것이야말로 그를 타인과 다르게 만든 지점이고,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모습이기도 하겠지만, 나는 생각한다. 개인을 저토록 궁지에 내모는 사회는 얼마나 취약하고 몰인정한가?
“결과적으로” 크리스 가드너는 노력 끝에 자수성가에 성공한 사람이 되었다지만, 만일 그가 인턴직 기회를 몰랐더라면? 도둑맞은 스캐너를 찾지 못했거나, 교통사고를 더욱 크게 당했더라면 어땠을까? 대런 맥가비는 자신의 책 『가난 사파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가난은 일자리 부족도 문제지만, 끊임없는 스트레스와 예측 불가능성 속에서 살아가면서 실수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게 문제이기도 하다.” 그의 말은 영화 곳곳에서 증명된다. 크리스 가드너는 끊임없이, 쉼 없이 달려야 한다. 페인트칠하다 경찰서에서 밤을 보내고 달려가 면접을 보는 그의 모습, 부유한 이들 앞에서 자신의 서러운 상황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쓰는 장면, 당장 모텔을 전전할 돈조차 부족해 아들의 손을 잡고 교회의 자선사업에 의지하고 발을 구르거나 전철역의 화장실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던 삶의 편린은 너무도 절박하다. 일련의 상황과 조건이 크리스의 열정에 기름을 부었을 수 있겠지만, 이렇듯 성공하는 사람이 있으니 희박하기 짝이 없는 가능성에 기대어 살아야 한다고 보편적 대중에게 설파하는 건 지나치다. 복잡하기 짝이 없는 현대 사회는 단순히 한 개인의 열정과 노력, 희망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더욱 많다.
심지어 영화의 제목의 유래가 되었고, 크리스가 언급했던 문장조차 그다지 찬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토머스 재퍼슨이 미국의 헌법에 명시했다는 “생명, 자유, 그리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Life, Liberty and the pursuit of Happiness)”라는 구절에 대해, 한나 아렌트는 자신의 저서 『혁명론』을 통해 이렇게 주장한다. 재퍼슨이 뜻한 바는, 우리가 관습적으로 생각하는 개인적 차원의 행복이 아니라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에서 비롯되는 일종의 공적 행복이었다고. 실제로 재퍼슨이 어떤 생각을 하며 해당 문구를 헌법에 넣었는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간단히 미국이 영국 왕정의 핍박을 피해 온 이들이 세운 국가였다는 점, 당시 미국이 민주주의를 최초로 제도화한 근대적 국가인지라 많은 용어가 보편적이지 않았으리라는 점만이라도 고려한다면 아렌트의 주장은 퍽 설득력 있게 들린다. 진실로 재퍼슨이 헌법에 급작스레 철학적이고 예술적이기까지 한 ‘행복의 추구’를 포함한 이유가 개인의 사적 행복을 보장하기 위함이 아니었다면, 삶의 설움을 떨치기 위해 개인적으로 발버둥 친 크리스의 노력이 오해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에 가슴 한 켠이 허해지기까지 한다. 그가 가진 불굴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지만, 한 편으로는 그저 약간의 행운이 부족해 제2, 제3의 크리스 가드너가 되지 못했을 이들이 틀림없이 있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일방적으로 국가가 개인의 행복을 '일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그저 헬무트 슈미트(Helmut Schmidt)의 신념처럼, 자본주의라는 체제가 산 사람을 해치지 않을 방어 체제는 언제고 필요하며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필요하다면 인간의 기본 권리와 개인의 삶이 소외되지 않기를 고민했던 헤겔의 법철학을 가져와도 좋겠다. 현대에 오며 낡아버린 철학일지라도 그가 했던 고민의 뿌리는 작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루하루의 생존조차 살얼음판인 이에게 “행복은 환경을 비롯한 외부적 요소와 무관하며, 개인의 힘만으로 성취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건 공허하다 못해 잔인한데다가, 더 나은 사회를 고민할 수 없게 만들지 않는가.
잠시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의 내용을 인용해본다.
제도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썼더니,
한 친구가 이런 내용으로 답글을 달았어요.
"선생님 이야기처럼 제도를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은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바꿔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바꾸려고 하는 것이고,
우리가 그 당사자이기 때문에 그걸 바꿀 수 있는 힘은 우리에게 있다.
꼭 높은 사람이 되어야지만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두 명의 예외적인 성취를 칭송하고 지금의 시스템에 만족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여전히, 우리에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일인분의 행복을 위해선 당신과 세상이 필요하므로 이것은 나를 위한 일이자 당신을 위한 일이며 사회를 향한 발돋움이다. 사다리를 걷어차지 않는 세상, 개인의 능력에 맞는 사다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해보라. 점차 세계가 어려워진다는 이야기가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요즈음이지만, 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민사회에 대해 낙관을 가져본다.
* 참고 문헌
조문영.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
김누리 .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대런 맥가비. (김영선 옮김) 『가난 사파리』
소병일.(2018).헤겔의 행복한 인간.철학사상,(68),129-153.
이재정. (2015). 행복의 공공성: 한나 아렌트의 관점에서. 철학연구, 133, 263-282
정원규. (2020). 아렌트 공적 행복 개념의 발전적 재구성을 위한 보충적 논제들. 사회와 철학, 40, 43-68.
-
- 풋풋한 사랑에 판타지 한 스푼
! 이 글은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대만 영화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청춘’, ‘사랑’과 관련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많은 이들을 피아노 앞에 앉게 했던 그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2007)이 한국판 리메이크 작품으로 돌아왔다.
감독) 서유민
주연) 도경수, 원진아, 신예은
최근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대만 영화 리메이크’다. 작년에 개봉한 <청설>부터 <말할 수 없는 비밀>, 그리고 곧 개봉할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까지 청춘 로맨스 장르로 대표되는 대만의 작품들이 새롭게 재탄생되고 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피아노 천재 소년과 그의 앞에 나타난 한 소녀 사이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하면서도 감성적인 판타지 사랑 영화다.
주걸륜과 계륜미의 존재감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 리메이크 된다고 했을 때, 제작사는 양날의 검을 쥐게 된다. 원작의 인지도와 흥행성을 이어받을 수 있으면서도 그만큼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관객의 기대에 부응해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갖게 되는 것이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의 경우, 2007년 원작의 흥행에 있어 스토리 못지않게 캐릭터 또한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한국판 주연 배우들인 ‘도경수’, ‘원진아’, ‘신예은’의 어깨가 무거웠을 것이다. 특히 원작에서 ‘샤오위’를 연기한 계륜미의 존재감이 꽤나 컸기에 그 부담감을 효과적으로 이겨내야 했다.
동시에 영화 자체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감독’이자 ‘주연 배우’인 주걸륜의 파급력 또한 서유민 감독과 도경수 배우가 의논하며 풀어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였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원작이 ‘샹륜(주걸륜)’과 ‘샤오위(계륜미)’ 두 인물에 집중했다면, 한국판은 다른 인물들의 비중을 늘렸다. ‘인희(신예은)’는 ‘유준(도경수)’의 곁을 맴돌며 원작 캐릭터의 역할을 이어받으면서도, 보다 많은 장면에 등장하며 매끄러운 서사 진행에 도움을 주었다. 동시에 ‘정아(원진아)’가 갖는 캐릭터로서의 부담감을 양분해준다. ‘유준의 아버지(배성우)’ 또한 코믹한 성격으로 등장해 극의 긴장감을 환기시켜주면서도 유준의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존재는 관객들이 영화를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러나 반대로 두 메인 캐릭터의 ‘케미’가 약해졌다. 두 사람만의 장면이 잘 그려지는 원작의 샹륜과 샤오위에 비하면 한국판의 유준과 정아는 이렇다 할 장면이 떠오르지 않는다. 원작과 동일하게 자전거도 함께 타고, 피아노도 함께 치지만 원작에 충실한 느낌을 줄 뿐, 그것이 감정의 이입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 이는 배우들의 연기력 문제라기보다는 앞서 말한 구조적 변형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
충실함과 변형 사이에서
원작이 있는 작품의 경우, 충실함과 변형 사이에서의 고민에 놓이게 된다. <말할 수 없는 비밀>(2025)의 경우는 전자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 아무래도 원작이 다른 매체(ex. 책, 드라마)가 아닌 같은 영화이기 때문에 내용을 크게 바꾸는 것에 대해 위험부담이 컸을 것이다. 물론 배경이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바뀐 것, 남주의 피아노에 대한 시선, 여주의 비밀이 가진 반전 등등 변형이 된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원작 팬들을 위한 장면이 많이 들어갔다.
예를 들어, 원작을 대표하는 ‘피아노 배틀’ 씬과 여주가 수정액을 사용해 고백을 하는 씬, 후반부의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 등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이는 원작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작품의 정체성을 명확히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조금은 더 도전적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시간을 다룬 판타지의 개연성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고, 원작이 지닌 약간의 촌스러움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원작의 감성을 최대한 유지하고자 했던 선택이 틀린 것은 아니다. 무엇이든 장단은 존재한다.
매일 그대와
아마 호불호가 많이 갈릴 LP샵에서 헤드셋을 끼고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를 함께 듣는 장면이다. 영화 <라붐>이 떠오르는 이 씬은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다만 꼭 필요한 장면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다. 이 노래에 얽힌 사연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정아가 살고 있는 1999년의 배경이 많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실제 이 노래는 1985년에 발매되었기에 시간적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 영화에서의 ‘레트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 결국 두 인물 사이의 사랑을 강조하기 위한 도구로서 사용된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고 나면 이 노래가 머릿속에 맴돈다. 노래가 좋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결국 ‘사랑’이 라는 감정이 주는 보편성이 관객의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품고 있는 ‘그대’가 음악을 통해, 유준과 정아를 통해 마음속에 되살아난다. 결국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모두가 놀란 ‘비밀’보다도 ‘말할 수 없는’이 중요한 영화다. 왜 말할 수 없었는지를 곱씹으며 한 모금 들이켜는, ‘풋풋한 사랑에 판타지를 한 스푼 첨가한’ 클래식한 다방 커피같은 영화다.
매일 그대와 아침 햇살을 받으며
매일 그대와 눈을 뜨고파
매일 그대와 도란도란 둘이서
매일 그대와 얘기 하고파
- 들국화 ‘매일 그대와’ 중
-
- 토익만 잘하면 진급시켜주는 회사가 있다? |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혹시 영어 잘하시나요?! I can do it, You can do ti 을 외치며 토익 600점을 넘기면 대리로 진급 시켜주는 회사가 있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90년대의 여성 노동의 가치를 가벼이 여기던 시대에 세 주인공은 영어 공부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풀어내고 있어요
흔한 로맨스, 가족사가 없이 재미있게 볼만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리뷰 시작해 볼게요!
기본 정보
장르 : 드라마, 코미디, 미스터리
감독 : 이종필
각본 : 홍수영, 손미
출연진 : 고아성, 이솜, 박혜수
개봉일 : 2020년 10월 21일
평점 : 9.01
스트리밍 : 티빙, 넷플, 웨이브, 쿠팡
기획 의도
"마이 드림 이즈 커리어 우먼"
1995년, 토익 600점만 넘기면 대리가 될 수 있다!
입사 8년차 동기인 말단 직원들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 모인다!
실무 능력 퍼펙트, 현실은 커피 타기 달인인 생산관리 3부 오지랖 '이자영'(고아성)
추리소설 마니아로 뼈 때리는 멘트의 달인 마케팅부 돌직구 '정유나'(이솜)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 출신, 실체는 가짜 영수증 메꾸기 달인 회계부 수학왕 '심보람'(박혜수)
대리가 되면 진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부푼다.
여담
영화는 실제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합니다.
주연 배우였던 고아성, 이솜, 박혜수의 연기한 캐릭터들의 개성만점 각 개개인마다의 개성과 케미를 잘 짜이면서 뻔한 스토리임에도 귀엽게 잘짜여져있다.
후기 및 결말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결말을 살펴보자면.
회사의 페놀 방류를 목격하게 된 세 사람은 심각한 사건을 쉽게 덮어버리고 주민과의 자체적인 합의로 묻어가려고 하는 회사를 의심하며 세 친구가 중심으로 사건을 다시 조사하여 하나씩 진실에 다가가게 됩니다. 기업의 세계화를 시키겠다는 사장의 검은 속내가 밝혀지게 되며 회사의 회장이 등장과 함께 빌런을 퇴치하며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세 사람은 여사원들의 잘못된 사회적인 개념을 바꾸는데 일조하며 대리로 승진하게 되면서 해피엔딩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영화를 리뷰해 주는 유튜버들 사이에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호불호가 굉장히 심하게 나눠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영화 결말 부분에서 판타지스러운 결말이 호불호가 나눠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오히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판타지를 살짝 가미하여 재미있게 영화를 잘 만들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저는 재미있게 봤던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리뷰였습니다!
한줄평 : 토익 600점만 넘기면 대리?, 나도 할래!
-
- <블랙 아담>은 사라지고 드웨인 존슨만 남았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기원전 번성했던 고대 국가 칸다크는 현재 국제 군사 조직 인터갱의 독재 국가로 전락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갱의 눈을 피해 고대 유물을 찾던 '아드리아나(세라 샤히)'는 50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전설 속의 구세주이자 챔피언인 '블랙 아담(드웨인 존슨)'을 우연히 깨우고 만다. 마법사 샤잠으로부터 받은 엄청난 괴력과 신체 능력, 마법을 다루는 블랙 아담은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인터갱 조직원들을 거침없이 사살하고, 아드리아나의 아들 '아몬(보디 사봉기)'을 포함해 영웅을 기다려 왔던 칸다크 국민들은 그에게 열광한다. 그러나 그가 신적인 능력을 악용할 것을 우려한 '아만다 월러(비올라 데이비스)'와 '호크맨(알디스 호지)'은 '닥터 페이트(피어스 브로스넌)', '아톰 스매셔(노아 센티네오)', '사이클론(퀸테사 스윈델)'과 함께 '저스티스 소사이어티'를 결성해 칸다크로 향하고, 블랙 아담과의 한판 승부를 대비한다.
히어로 영화 첫 편의 핵심은 정체성 확립이다. 그(녀)가 히어로가 된 이유, 가지고 있는 능력, 히어로로 성장하는 과정과 마주한 숙명을 압축적으로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한다. 데뷔작이 이 과제를 잘 수행해낼 경우 박쥐나 가슴팍의 S 문양, 방패, 망치, 슈트 등의 상징에는 한 히어로의 모든 정체성이 집약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새로운 마법사 히어로의 기원을 다룬 <블랙 아담>은 성공적인 상업 영화, 오락 영화, 킬링타임 영화일지는 몰라도 성공적인 히어로 영화는 아니다. 실제로 <블랙 아담>을 보고 나면 잭 스나이더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화려한 액션씬, 거대한 벽과도 같은 드웨인 존슨의 이미지, 그리고 속편을 기대케 하는 쿠키영상만이 뇌리에 남는다. 달리 말해 블랙 아담의 영웅성을 각인시키는 데 실패한 것이다. 그 결과 슬로 모션과 액션의 홍수, 신화적 이미지로 중무장한 비주얼을 빼면 <블랙 아담>은 수많은 히어로 영화 중 하나에 불과한, 무색무취한 작품에 불과하다.
블랙 아담의 정체성은 크게 세 가지다. 칸다크에 자유를 가져올 구세주,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규정할 수 없는 안티히어로, 슈퍼맨에 비견되는 초인. 영화는 세 정체성을 블랙 아담과 다른 캐릭터 간의 상호 작용 속에서 풀어내고자 한다. 칸다크의 메시아라는 정체성은 칸다크의 국민인 아드리아나와 아몬과의 관계, 그리고 블랙 아담의 가족사로 설명된다. 독특한 역사와 정치적 상황에 놓인 칸다크의 상황도 블랙 아담이 챔피언이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를 더해준다. 한편 안티히어로로서의 정체성은 저스티스 소사이어티라는 히어로 팀과의 만남을 통해 두드러진다. 마지막으로 지구를 위협할 초인으로서의 능력은 빌런인 사박을 비롯해 다양한 적들과의 액션씬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블랙 아담>은 세 번째를 제외한 나머지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우선 블랙 아담의 가장 큰 특징은 그가 한 국가의 영웅이라는 사실이다. 블랙 팬서가 와칸다의 수호자인 것처럼, 블랙 아담은 칸다크를 구원할 챔피언이다. 이 대목에서 블랙 아담의 캐릭터성은 두 가지 방면으로 풍부해질 수 있다. 우선 익숙한 구세주 내러티브를 역이용해 블랙 아담만의 차별화된 개성을 확립하는 길이 있다. 블랙 아담은 여러모로 히브리족과 유대인을 구하고자 했던 모세나 예수와 닮아있지만, 동시에 결정적인 차이점을 지니기 때문이다. 일례로 칸다크가 지중해 연안 중동 국가처럼 묘사되는 것이나 블랙 아담이 노예 생활 중인 이들에게 자유를 가져다줄 거라는 믿음이 있는 것은 대표적인 공통점이다.
반면에 블랙 아담은 신과 모세, 성부와 성자 중 아들이 구원자가 되는 기존 신화적 내러티브를 따르지 않는다. 구원자가 되어야 하는 아들이 자기희생 하는 이야기를 답습하지 않는다. 대신 아버지-아들의 관계를 역전시킨다. 아들을 잃고 분노한 아버지가 복수를 위해 메시아가 되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특히 영화의 쿠키 영상은 블랙 아담의 정체성을 더 강조한다. 외계인 아버지인 조엘과 지구인 아버지 조나단 켄트의 밑에서 희망의 상징으로 거듭난 슈퍼맨은 야훼와 요셉 밑에서 자란 예수의 DC 버전이나 다름없다. 영화는 그런 슈퍼맨과 블랙 아담을 대조하면서 DC 유니버스 내에 블랙 아담을 위한 자리를 확실히 마련하려 한다.
한편 정치적 맥락에서 블랙 아담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길도 있다. 칸다크의 외관이나 위치, 묘사 등은 칸다크가 중동 국가들에 대한 알레고리라는 근거가 된다. 칸다크를 지배하는 인터갱의 존재도 알카에다, 탈레반, ISIS 등 여러 테러 조직을 연상시킨다. 이 경우 칸다크의 자유는 단지 무장조직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라 더 근본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현재 중동 지역의 여러 갈등은 영국, 프랑스, 러시아 그리고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의 개입에 의한 경우가 많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독립을 약속했던 영국이 무책임하게 중동에서 철수했던 것처럼. 그렇기에 칸다크의 자유는 곧 서구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뜻한다. 미국 정부와 협력하는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에게 칸다크 시민들이 야유하는 것, 그들이 칸다크 문제에 개입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것, 결국 칸다크 출신의 블랙 아담만이 빌런인 사박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것 모두 역사적, 정치적 메타포다.
하지만 이 모든 가능성은 무위에 그친다. 블랙 아담은 단순히 강력한 초인으로 거듭날 뿐, 그와 칸다크의 직접적 관계는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그가 현대 칸다크의 자유 지도자로 거듭나는 과정을 묘사할 때 설득력이 현저하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단 칸다크와 관련된 배경이나 상징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다. 예를 들어 자유를 상징하는 삼각형의 의미와 중요성이 분명하지 않다. 삼각형 표시 하나가 어떻게 오랜 기간 통치자에게 굴복하고 있던 칸다크 사람들을 즉각적으로 각성시킬 수 있는지가 설명되지 않는다. 이는 <헝거게임> 속 세 손가락 경례와 대조를 이룬다. 작중에서 그 의미가 반복적으로, 또 점진적으로 확장되어 제시된 세 손가락 경계는 스크린 너머의 현실 세계에서도 자유와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 감안하면 <블랙 아담>의 표현 방식은 피상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작중 인터갱의 위상 역시 명확하지 않다. 도로를 검문하는 모습 외에 그들의 강압적 통치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 결과 인터갱에 저항하는 칸다크 시민들의 모습은 갑작스럽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아크-톤 왕의 왕관을 노리는 구체적인 이유나 음모가 제시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인터갱은 그저 주인공들의 보물찾기를 방해하는 전형적인 악역 집단에 불과해 보인다. 결국 인터갱과 대립하며, 자유의 상징인 블랙 아담의 존재감과 지위에도 악영향이 간다. 이 단점은 <블랙 팬서>와 비교할 때 더욱 눈에 띈다. <블랙 팬서>는 와칸다라는 가상의 국가를 배경으로 블랙 팬서와 킬몽거 간의 대립을 통해 미국 내 흑인의 정체성과 문화, 흑인에 대한 차별과 동포 의식에 대한 성찰을 담아내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가상의 배경에서 현실적 메시지를 내포한다는 공통점에 비해 스토리텔링의 디테일이 아쉬운 지점이다.
칸다크 시민들을 대변하는 아몬의 행적도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아몬은 블랙 아담과 현대 칸다크 간의 가교로서 블랙 아담이 칸다크의 수호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블랙 아담의 과거사를 제외하면 그들이 유달리 특별한 감정적 유대감을 갖게 되는 이유는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다. 한국인이 이순신을 만나는 것처럼 아몬이 흥분했다는 점은 유추할 수 있으나, 칸다크에 대한 부실한 묘사는 그의 감정선을 온전히 전해주지 않는다. 그들의 직접적 상호작용이 드웨인 존슨의 반어적 유머로 점철되어 비교적 가볍게 느껴지는 것도 이유다. 또 아크-톤 왕의 왕관을 찾는 아드리아나의 당위나 동기가 제시되지 않다 보니 왕관을 매개로 블랙 아담과 얽힌 이후 이들의 행적은 적잖은 비중에 비해 개연성이 부족하며 어색하다. 그로 인해 챔피언으로서의 블랙 아담의 캐릭터성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는다.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와의 대립을 통해 선 또는 악으로 규정할 수 없는 안티히어로 블랙 아담을 보여주려는 시도도 불완전하다. 히어로 영화에서 선과 악의 구분은 결국 수단과 목적 사이의 딜레마에서 비롯된다. 히어로는 대의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초월적 능력이라는 수단을 어디까지 활용할지, 목적을 달성할 수만 있다면 윤리적, 도덕적 제한 없이 초월적인 힘을 써도 될지 고뇌한다. 이때 살인은 가장 상징적인 기준선이다. 즉 불살은 최소한의 선으로 히어로의 수단과 목적 모두를 정당화하는 최후의 기제로 여겨진다.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와 블랙 아담의 대립도 마찬가지다.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의 히어로의 능력에는 엄연히 한계가 있으며 살인하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정의라고 말한다. 반대로 블랙 아담은 강한 능력이 주어진 데에는 이유가 있고, 그 힘을 온전히 활용해 주어진 소명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살인 행위를 옹호한다.
그러나 <블랙 아담>은 호크맨과 블랙 아담 충돌 같은 정의관의 차이를 드웨인 존슨 스타일의 비꼬는 유머 안에서 다소 가볍고 피상적으로 그려낸다. 그 결과 그들의 대립 그 자체가 갖는 무게감이나 상징성은 관객들에게 충분히 전달될 수 없다. 칸다크의 자유가 갖는 의미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결과 블랙 아담이 마법사에게 받은 능력을 사용하는 정당성도 와닿지 않는다. 저스티스 소사이어티가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도 문제를 키운다. 저스티스 소사이어티도 이번에 처음 등장한 관계로 영화는 블랙 아담의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벅찬 와중에 멤버 4인 간의 서사도 다루어야 한다. 호크맨과 닥터 페이트의 깊은 우정, 사이클론과 아톰 스매셔의 하이틴 로맨스 등이 삽입되면서 스토리라인은 더 복잡해진다. 그러니 블랙 아담과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의 대립은 필요한 만큼의 비중과 분량을 받지 못하고, 추상 수준 역시 자연히 얕아진다.
닥터 페이트의 존재감이 주인공인 블랙 아담 이상으로 느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의 문제다. 인물 간의 대립에서 근본적 의미가 느껴지지 않기에 갈등 구도에 무게감을 더하거나 상황을 전환할 수 있는 캐릭터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그래서 정의관의 차이를 잠시나마 일단락하고 블랙 아담을 각성시킬 수 있는 닥터 페이트의 능력과 현자로서의 품격은 더욱 두드러진다. 동시에 슈퍼맨과의 대결을 암시하는 쿠키 영상이 선악의 대결보다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두 초인의 대결을 암시하는 듯한 표면적인 의미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블랙 아담의 데뷔작이라는 면에서 이는 결코 긍정적인 요소가 아니다. 결국 블랙 아담은 안티히어로로서의 정체성도 미처 확립하지 못한 채 강력한 초인이라는 이미지에 갇히고 만다.
결과적으로 블랙 아담의 정체성을 다른 인물들과의 접점을 통해 설명하고자 한 노력은 성공에 다다르지 못했다. 상호작용이 작위적이거나, 설명이 부족하거나, 이야기를 심도 있게 풀어내지 못한 까닭이다. 그러다 보니 괴력의 마법사라는, 드웨인 존슨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차용한 듯한 정체성만이 스크린을 지배한다. 달리 말해 화려한 액션만이 서로 다른 이야기에 비주얼적으로 통일성을 더하며 일관적인 톤을 유지하는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물론 이 매력 덕분에 <블랙 아담>이 나름 볼만한 상업 영화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시금 세계관을 살려보려는 DC 유니버스의 새로운 초석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히어로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블랙 아담>의 의의는 관심의 불씨를 그저 유지하는 데에 국한되고 만다.
A(Acceptable, 무난함)
화려한 출발 혹은 불안한 기초 공사
-
- 우리를 다시 보듬어보는 소중한 순간
쁘띠마망 (Petite Maman, 2021)
개봉일 : 2021.10.07 (한국 기준)
감독 : 셀린 시아마
출연 : 조세핀 산스, 가브리엘 산스
우리를 다시 보듬어보는 소중한 순간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성공적인 개봉 이후, <워터 릴리스>, <톰보이>, <걸후드>까지. 일명 성장 3부작을 통해 따스하고 섬세한 감성을 가진 감독으로 인정받은 셀린 시아마 감독의 새로운 영화 <쁘띠마망>.
다양성과 성장을 중심으로 한 이전 작품들보다 한층 더 깊어진 감성을 담은 <쁘띠마망>은 어린아이의 작은 손처럼 아주 부드럽고 순수하게 보는 이의 마음을 토닥인다.
영화의 주인공은 맑은 눈을 가진 어린 소녀 녤리다. 녤리는 엄마 아빠와 함께 외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엄마와 외할머니의 추억이 담긴 시골집에 가게된다. 그리고 엄마의 소중한 오두막과 추억이 남아있는 숲에서 엄마와 이름이 같은 소녀 ‘마리옹’을 만난다.
녤리와 마리옹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뒤를 따르고, 손을 잡고 함께 오두막을 쌓아간다. 눈을 맞추자마자 느껴졌던 친밀감과 애정. 이 마법 같은 만남과 며칠간의 시간은 녤리와 마리옹의 마음을 조심스레 감싸 안는다.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울리고, 녤리와 마리옹이 서로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부르는 순간, 나의 마음도 자연스레 활짝 열려버렸다. 이름을 부르는 것, 사랑을 속삭이는 것, 서로의 고민을 말하는 것이, 괜찮다고 조용히 안아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새삼스레 다시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픈 마음을 숨기고 살아가는 엄마 마리옹과 엄마의 마음을 토닥여주지 못해 속상해했던 딸 넬리. 그리고 녤리의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 마리옹.
녤리와 마리옹의 우정과 세 사람 사이에 숨겨진 비밀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면, 마음속에 담아둔 소중한 사람을 향한 사랑에서 피어난 아픔을 위로받고 싶다면 <쁘띠마망>을 꼭 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작은 위로가 꽁꽁 숨겨둔 고민을 해결해 줄 수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어 고민했던 위로를 전할 용기를 줄지도 모르니까.
쁘띠마망 시놉시스
외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엄마 ‘마리옹’과 함께 시골집으로 내려온 ‘넬리’.
어린 시절 엄마의 추억이 깃든 그곳에서 ‘넬리’는 엄마와 이름이 같은 동갑내기 ‘마리옹’을 만나게 된다.
단숨에 서로에게 친밀함을 느끼는 ‘넬리’와 ‘마리옹’! 하지만 ‘넬리’는 이 우연한 만남 속에서 반짝이는 비밀을 알게 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마음이 아픈 엄마 마리옹
녤리의 엄마 마리옹은 마음이 아픈 사람이다. 어린 나이에 마리옹을 낳아 사랑으로 키워온 엄마. 엄마로서의 책임감으로도 벅찰 텐데, 사랑하는 엄마(외할머니)까지 마리옹의 곁을 떠난다. 언젠가 이별할거란 걸 알고 있었겠지만, 이별을 예감했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니까.
녤리는 마리옹이 많이 아파하고 있다는 걸 안다. 외할머니의 집으로 향하는 차 안, 녤리는 마리옹에게 과자와 음료를 건네고, 이어서 목을 감싸 안는다. 마리옹은 녤리 덕분에 잠시나마 웃음을 짓는다. 엄마의 아픈 마음을 위로하고 싶어 하는 아이의 작은 행동이 안타깝고 사랑스럽다.
엄마의 추억이 담긴 곳에서 만난, 궁금했던 시절의 엄마
외할머니와 엄마는 이 집에서 어떤 추억을 쌓았을까, 엄마는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을까? 녤리는 엄마와 할머니의 사이가 어땠을지, 나와 같은 나이의 엄마는 무얼 했는지 궁금해한다. 하지만 마리옹은 오두막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만 해줄 뿐, 추억을 자세히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마리옹은 아픈 마음도, 아프지 않았던 순간들도 모두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 숨긴 채 넬리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녤리는 마리옹이 어릴 때 만들었다고 했던 오두막이, 추억이 그 자리에 남아있을지 궁금해지기라도 한 건지 마리옹이 담아준 시리얼을 비우고 혼자 숲으로 향한다. 그리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오두막 앞에서 엄마와 이름이 같은 소녀 마리옹을, 자신과 같은 나이의 엄마를 만난다.
궁금해하기만 했던 그 시절의 엄마 마리옹. 녤리는 마리옹의 뒤를 따라 외할머니와 마리옹이 함께 살았던, 지금은 비어버린 외할머니의 집으로 향한다. 흰색으로 칠해진 벽이 아닌 연녹색의 벽이 그대로 남아있는, 외할머니가 앉아 있는 따뜻한 집으로.
말할 곳이 없었던 비밀
녤리는 마리옹의 마음이 아픈 이유가 궁금했지만 답해주지 않는 마리옹을 바라보며 그저 묵묵히 기다린다. 그리고 어린 마리옹을 만났을 때,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었던 마음을 털어놓는다.
“가끔은 나 때문에 엄마가 슬픈 게 아닐까 해.”라고.
가만히 녤리를 쳐다보던 마리옹은 답한다. “너 때문에 슬픈 건 아냐.”라고.
녤리는 어린 마리옹을 만나 홀로 고민했던 마리옹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위로받고, 어린 마리옹이 털어놓은 꿈과 미래를 알게 된다. 마지막 날 아침, 서로 마음을 나눈 두 아이가 팔을 활짝 벌려 모습이 찡하게 다가온다. 언제든 엄마가 떠나지 않을까, 내가 엄마를 힘들게 하는 원인이 아닐까 걱정하고 있던 녤리의 마음이 스르르 풀리는 순간이다.
엄마도 나도 누군가의 딸이니까
마리옹은 이른 나이에 녤리를 낳고, 어릴 적 꿈꿨던 배우의 삶이 아닌 엄마로서의 삶을 산다. 그녀에게 삶은 조금 벅찬 존재일지도 모른다. 엄마이면서 누군가의 딸이기도 해야 하는 삶. 마리옹은 자신의 고민을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고 홀로 아파한다.
마리옹은 엄마(외할머니)와 이별하고 다시 엄마의 집을 마주할 수 없다며 집을 떠난다. 그리고 며칠의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돌아온다. 마리옹은 내가 엄마를 잃은 슬픔을 겪는 것처럼, 내가 없다면 녤리 또한 그 슬픔을 겪게 된다는 걸 깨닫기라도 한 듯 녤리에게 “먼저 떠나서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녤리는 “미안해하지 마.”라고 답한다. 녤리는 어린 마리옹을 만난 후, 마리옹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엄마도 힘들 수 있고, 엄마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딸이자 엄마와의 이별 앞에서 큰 아픔을 겪고 있는 딸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마리옹과 녤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그리고 눈을 맞추며 서로의 눈빛 안에 담긴 마음을 확인한다. 조금 뜬금없을 지도 모르지만 어찌 됐든 엄마와 딸은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소중한 친구라는 말이 떠오르는 엔딩이었다.
-
- 판타스틱 4 | 지나치게 반듯한 히어로 가족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잘 만든 MCU 영화'의 조건
'잘 만든 슈퍼 히어로 영화'는 공통점이 있다. 싸움을 잘 붙인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센티넬',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속 '그린 고블린'과 '닥터 옥토퍼스' 같은 빌런들이 꾸준히 회자되는 이유라고 할 수도 있다. 히어로와 빌런의 갈등과 대립이 주목받을수록 빌런 고유의 서사와 특성도 덩달아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합의 범위를 '잘 만든 MCU 영화'로 줄이면 다른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여전히 싸움은 잘 붙이지만, 히어로와 빌런 대신 히어로와 히어로가 싸움의 주체가 된다는 사실이다. <어벤져스>에서는 뉴욕 전투가 시작되기 전까지 6명의 영웅과 닉 퓨리가 뒤엉켜 말다툼을 벌였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는 아예 어벤져스가 둘로 나뉘어 전투를 치렀으며, 토리와 로키는 시리즈 내내 싸웠다. <썬더볼츠*>도 다르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이는 MCU가 여러 시네마틱 유니버스 중 가장 성공적인 팀업 무비를 만들 수 있는 비결이었다. 히어로들끼리 싸우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드는 동안, 관객들도 그들의 신념과 철학, 한계와 약점을 목격하고, 그들에게 인간적으로 유대감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었으니까. 그 덕분에 수많은 캐릭터가 한 작품에 등장해도 각각의 개성과 존재감은 묻히지 않을 수 있었다.
<판타스틱 4: 새로운 시작>(이하 <판타스틱 4)은 정반대다. '잘 만든 가족 드라마'이지만, '잘 만든 MCU 영화'는 아닌 듯하다. 가족애, 특히 모성애에 집중한 드라마는 인상적이다. 윤리적 딜레마의 활용도, '가족'의 중요성을 시의적절하게 환기하는 메시지도 영리하다. 하지만 정작 관객들과 상호작용을 해야 할 네 명의 주인공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MCU 팀업 무비답지 않게, 싸울 줄 모르나 싶을 정도로 반듯했기 때문이다.
판타스틱 4가 딜레마를 푸는 법
지구-828의 수호자인 '판타스틱 4'. '수 스톰/인비저블 우먼'(바네사 커비)의 임신을 축하하며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준비를 하던 그들은 돌연 위기에 빠진다. '실버 서퍼'(줄리아 가너)가 나타나 행성 파괴자 '갤럭투스'(랠프 아인슨)의 공격을 경고했기 때문. 자신을 막으려 우주로 향했 판타스틱 4에게 갤럭투스는 제안한다. '리드 리처즈/미스터 판타스틱'(페드로 파스칼)과 수의 아들이자 우주적 능력을 지닌 '프랭클린'을 넘기면 지구와 인류를 살려주겠다고.
그 순간 판타스틱 4는 '트롤리 딜레마'라고도 불리는 공리주의적 딜레마에 직면한다. 이 딜레마는 고장 난 기차가 다섯 명의 작업자가 있는 선로로 달려가고 있을 때, 레버를 당겨서 한 명의 작업자가 있는 선로로 변경할 수 있다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판타스틱 4의 입장에서는 작업자 다섯 명의 목숨이 온 인류와 지구의 운명이고, 한 명의 작업자가 그들의 가족이라는 게 차이점일 뿐이다.
이때 판타스틱 4는 철저히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선택을 내린다. 어렵게 임신한 아들인 만큼 리드와 수는 절대 프랭클린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다섯 명의 작업자가 기다리는 선로, 곧 지구와 인류가 기다리고 있는 선로를 선택한다. 이에 시민들은 판타스틱 4를 의심하고, 그들에게 분노를 표출한다. 그들이 보기에 판타스틱 4의 결정은 특별한 힘에 따르는 책임을 포기하고 도망친 꼴이니까.
흥미롭게도 그들의 사적인 선택 덕분에 딜레마는 해결된다. 시민 앞에서 수는 연설한다.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두려워하는 그들의 심정에 공감을 표한다. 판타스틱 4가 본인들의 가족뿐만 아니라 지구의 모든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하며 시민들을 설득한다. 그 덕분에 판타스틱 4의 신뢰도가 다시 높아지고, 리드는 갤럭투스와의 전면전을 피할 전 지구적 프로젝트를 실행할 기회를 잡는다.
수의 연설이 특별한 이유
혹자는 이러한 전개를 작위적이라고 비판할 수 있고, 분명 일리 있는 지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극 중 판타스틱 4에 대한 이중적인 묘사를 유심히 살펴보면 수의 연설 이후 편의적인 전개가 의도된 것임을 눈치챌 수 있다. 지구-828에서 판타스틱 4는 그 어떤 MCU 히어로보다도 독특한 지위를 누린다. 그들은 토니 스타크만큼 유명하고, 캡틴 아메리카만큼 존경받고, 토르만큼 고결하며 브루스 배너보다 영민하다고 여겨진다.
실제로 '조니 스톰/휴먼 토치'(조셉 퀸)와 '벤 그림/씽'(에번 모스배크랙)은 모든 아이와 시민들의 완벽한 우상이자 친구다. 수는 '닥터 둠'의 라트베리아를 제외한 모든 국가의 협력을 끌어내는 범지구적 정치적 리더다.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과학자인 리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살아 숨 쉬는 영감 그 자체다. 영화는 이들의 업적과 위대함을 중간에 삽입된 방송 인터뷰 화면, 과거 자료 등을 통해 계속해서 강조한다.
그와 동시에 정작 관객들에게는 그들의 일상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예상치 못한 임신 때문에 걱정이 많은 부모와 그저 신난 삼촌들의 모습은 바로 옆집, 옆 동 아파트에서 볼 수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반면에 초인적인 활약상은 그들의 능력을 확인하는 수준으로만 묘사된다. 영화 자체가 초능력자들의 영웅담보다는 조금 독특한 사람의 일상을 엿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처럼 소소한 히어로의 일상에 초점을 맞춘 덕분에 수의 연설은 특별해질 기회를 얻는다. 모두가 바라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상적인 지도자의 모습을 그녀에게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새로운 <판타스틱 4>는 정치, 사회, 경제적 지도층과 그 외 계층 간의 심리적 거리감이 그 어느 때보다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일종의 영화적 위로처럼 기능한다.
지금, 필요한 가족 드라마
근래에 많은 사람들은 의심한다. 과연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 사회적 문제를 모두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진지하게 걱정하고 있는지를. 더 나아가 그들이 우리와 같은 세계에서 같은 걱정거리를 공유하며 살고 있는지, 같은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지 문을 표한다. 지도자들이 공익보다는 그저 사익만 추구한다고 의심하는 시민들이 늘어남에 따라 포퓰리즘에 기반한 극단적 정치 세력도 나날이 발흥하는 중이다.
MCU의 판타스틱 4는 시민들이 품은 의심과 느끼는 거리감을 해소하는 존재다. 그들은 시민들 앞에서 솔직하다. 가족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렇기에 다시는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을 누리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것을 안다는 수의 공감에는 진심이 느껴진다. 아무리 우월하고 특별한 능력을 지닌 존재라 해도 같은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는 솔직함이 사람들에게 믿음과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즉, 수의 연설은 철저히 개인적이라서 오히려 공동체적이다. 가족애라는 공통점을 확인하면서 시민들은 판타스틱 4, 곧 사회적 지도층과 자신들이 같은 목표와 걱정, 미래를 공유하는 한 공동체이자 가족임을 실감하고 거리감을 좁힌다. 이는 단지 자기 가족뿐만 아니라 모든 가족을 자기 가족처럼 보호하기 위해 갤럭투스와 싸울 것이라는 판타스틱 4의 다소 뻔해 보이는 다짐에 전 지구적 차원의 신뢰가 모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판타스틱 4를 영웅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하나의 가족을 그려내는 데 주력한 선택이 서사적으로 영리한 이유다. 하나의 공동체나 하나의 가족과도 같다는 연대 의식보다는 개인과 집단 간의 차이가 주목받고 갈등과 분열이 확산는 현시점에 꼭 필요한 영화로 <판타스틱 4>를 포장해 냈으니까. 설령 그 희망이 비현실적인 꿈과도 같을지라도, 지금 누구나 바라는 정치적, 사회적 희망을 선사하는 영화가 바로 <판타스틱 4>인 셈이다.
가족은 보이는데, 히어로는 안 보인다
하지만 그렇기에 히어로 영화로서, 특히 MCU 영화로서 <판타스틱 4>는 한계가 명확하다. 프랭클린을 지켜야 한다는 수의 모성애가 갤럭투스와 갈등을 빚는 핵심적인 동기인 이상 그녀를 제외한 세 히어로의 존재감이나 역할이 눈에 띌 수가 없는 상황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리드의 천재성도, 조니의 유쾌함도, 벤의 내적인 고뇌는 돋보이지 않을뿐더러, 캐릭터의 매력으로도 기능하지 못한다.
만약 판타스틱 4 내에서의 갈등이 강조되었다면 다른 캐릭터들에게도 기회가 있었을지 모른다. 예를 들어 갤럭투스의 요구를 두고 수와 리드는 다툰다.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수와 달리 리드는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두어야 한다며 비교적 이성적으로 문제 상황에 대처한다. 이때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갈등을 부각한다면 리드만의 신념, 개성, 존재감이 돋보일 수도 있었다. 아이언맨과 대립각을 세운 캡틴 아메리카가 그랬듯이.
하지만 이들의 갈등은 단순한 견해 차이 정도로 비치고, 화해도 신속하게 이뤄지다 보니 기대한 효과는 찾아볼 수 없다. 도리어 극을 평면적으로, 모범적으로 느껴지게 할 뿐이다. 마치 판타스틱 4라는 이상적인 가족상을 통해 가족애와 모성애의 위대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정작 그 구성원들이 완벽한 가족이라는 이데아에 눌려버린 꼴이다. 심지어 수도 예외는 아니다. 헌신적인 어머니라는 이미지 외에는 드러난 바가 없으니까.
조니와 씽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조니는 실버 서퍼와의 접점 덕분에 비중을 챙겼지만, 씽은 그조차도 없다. 변하기 전 외모를 의식하거나 대중들의 반응에 싫증을 내고, 연애처럼 평범한 일상을 누려 보려는 모습은 있지만 수의 모성애에 비하면 깊이가 충분치 않다. 이 불균형은 액션씬에서도 유지된다. 나머지 멤버들이 별다른 상황을 못 만들어낼 때, 수는 모성애로 증폭된 능력을 살려 압도적인 활약상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장점으로도 못 가리는 한계
다행이라면 시각적 요소가 단점을 일정 부분 상쇄한다는 것. 갤럭투스의 첫 등장 장면은 셀레스티얼 '아리솀'의 <이터널스> 등장씬에 비견될 수준의 위압감을 선보인다. 막상 지구에 도착한 후에는 기대에 비해 압도적이지 않지만, MCU에서 드물게 접할 수 있었던 우주적 공포감이 오랜만에 느껴지는 장면임에는 분명하다. 이에 더해 중성자별을 배경으로 펼쳐진 실버 서퍼와의 추격전도 MCU에서 기대하지 못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무엇보다도 1960년대의 시대상을 반영한 세계관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임신 테스트기, 주방 도구, TV 같은 일상적인 소품뿐만 아니라 뉴욕의 스카이라인에 이르기까지 복고적인 문화와 혁신적인 기술력이 결합 풍경이 눈을 사로잡는다. 레트로퓨처리즘의 정수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이는 우주 개발을 비롯한 과학 기술의 발전에 대한 낙관적인 분위기, 더 나아가 판타스틱 4를 향한 존경과 선망 어린 시선과도 조화를 이룬다.
그렇다고 해도 <판타스틱 4>의 한계를 완전히 숨기지는 못한다. 스토리텔링에 집중한 나머지 히어로 영화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쾌감 중 일부가 지워진 듯한 인상을 남겼다는 것. 또 공들인 가족 서사도 지나치게 모범적이라서 도리어 매력이 반감된다는 것. 이는 설령 MCU에 편입되기 이전에 제작된 과거 '판타스틱 4'에 비해서는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호불호가 나뉠 법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MCU의 새 방향성으로 인한 문제 같기도 하다. 양보다는 질에 집중하겠다는 케빈 파이기의 발표 이후 공개된 <썬더볼츠*>와 <판타스틱 4>의 장단점이 같기 때문. 현대인의 정신 건강, 현대 사회의 정치적 갈등이라는 현실적 이슈를 반영한 서사가 전자라면, 기대에 못 미치는 액션은 후자다. 이러한 시도가 MCU의 진짜 부활로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쿠키 영상이 예고한 <어벤져스: 둠스데이>를 기다리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Acceptable 그럭저럭
MCU 답지 않게 너무 반듯한 팀업 무비
-
- 끝없는 사랑의 표현 / 파도가 지나간 자리
-bgm Sad Emotional Piano - AShamaluevMusic
-
- 비상선언, 좋았는데 아쉬운 영화
?Rabbitgumi 입니다!
기대를 많이 모았던 작품이죠.
비상선언이 개봉했습니다.
관상, 더 킹, 연애의 목적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신작이죠.
배우진도 화려합니다.
송강호, 전도연, 이병헌, 김남길, 임시완 같은 탑 배우들이 출연합니다.
개봉 후 첫 주의 반응은 호불호가 갈리는데요.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는 아래 링크에서! :)
https://rabbitgumi.stibee.com/
브런치는 아래 링크에서!!
-
- 영화 <몬스터: 어둠 속의 살인> 예고편
빅풋이 나타나는 화이트 홀 마을에서는 많은 여성 실종 사건이 일어난다.
실비아와 제이미의 친구 데이나도 실종하고, 빅풋이 여성 실종 사건의 범인이라 생각한다.
그러던 중 실비아와 제이미는 데이나를 찾기 위해 알렉스와 만나게 된다.
실비아는 알렉스의 집에서 머무르며 실종사건의 실마리를 찾게 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