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yun2023-11-27 12:15:40
두 번 다시 봄이 빼앗기지 않기를
영화 '서울의 봄' 리뷰
영화 '서울의 봄'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오는가'가 떠올랐다. 일제강점기에 쓰인 저항시로 알려져 있긴 하나, 영화 속 내용에 대입해도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을 줬다. 시대만 다를 뿐 우리가 빼앗긴 것이 비슷해서였던 것 같다.
'서울의 봄'은 10.26 사태 이후 유신체제가 붕괴되고 찾아온 서울의 봄, 그리고 신군부세력이 일으킨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났던 1979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역사가 스포'이기에 이미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고 이 영화가 어떤 스토리인지는 조금만 찾아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궁금했다. 김성수 감독이 실화 바탕으로 제작한 '서울의 봄'을 통해 관객들에 보여주고 싶은 게 무엇일까.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서울의 봄' 안에서 실존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살린 건 박정희 전 대통령뿐이다. 하지만 당시 사건에 책임 있는 인물들은 이름만 살짝 바꿨을 뿐 그대로 박제한다. 모두가 다 아는 전두광(황정민)의 비주얼이나 육사 동기이자 친구인 노태건(박해준)과의 대화에서 묻어 나오는 대표 어록들이 강렬하게 박힌다.
특히 김성수 감독과 '서울의 봄' 제작진은 전두광을 필두로 한 조직 하나회를 전면에 부각시킨다. 당시 적과 아군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며 12월 12일 그날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또 엔딩에서 하나회의 단체사진을 박제해 서울의 겨울을 몰고 왔던 장본인이 전두광 한 명만이 아님을 강조한다. 그들은 쿠데타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자축하기 위해 남겼겠으나, 후세의 사람들은 이를 머그샷으로 기억한다.
하나회뿐만 아니라 1979년 12월 12일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또 다른 이들도 조명한다. '별들의 잔치'임에도 장성들의 뒷목 잡게 만드는 무능함, 악몽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싸우려고 했던 이들을 정치색을 넣지 않고 드라이하게 그려낸다.
리뷰 풀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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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우드 최고의 티켓파워, 배우 브래들리 쿠퍼 #톺아보기
안녕하세요!
영화/OTT 큐레이션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2015년 타임지가 선정한 영향력있는 100인 선정,
포브스 셀러브리티 100인에서 두 차례 이름을 올린 바 있으며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탑배우 중 한명인
배우 브래들리 쿠퍼에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또한 곧 개봉하는 기예르모 델 토로의 신작 <나이트메어 앨리>에 출연하는만큼
많은 영화팬들이 기다려왔을텐데요.
그 전에 앞서 '브래들리 쿠퍼'의 #톺아보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1. 프로필(Profile)
이름 : 브래들리 찰스 쿠퍼
(Bradley Charles Cooper)
출생 :1975년 1월 5일
국적 : 미국
직업 : 배우
2. 배우 '브래들리 쿠퍼'의 데뷔과정
<섹스 앤 더 시티 시즌2>(위) , <웻 핫 아메리칸 썸머>(아래)
필라델피아 출신으로 주식중개인이었던 아버지와 방송국 NBC에서 일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예술프로그램을 학습하면 많은 시간의 주말을 보냈고,
대학교에 졸업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연극을 배웠다고 하네요.
알 파치노, 알렉 볼드윈, 잭 니콜슨, 숀 펜 등이 졸업한 뉴욕배우 학교에 들어가
본격적인 배우의 길에 접어들기 시작합니다.
1988년 <섹스 앤 더 시티 시즌2>의 잘생긴 미청년 역할로 극 중 '사라 제시카 파커'의 마음을 훔치는 역할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고,
2001년 <웻 핫 아메리칸 썸머>로 영화에 공식적으로 데뷔합니다.
3. '브래들리 쿠퍼'의 주요 필모작
- 2006년 작 <웨딩 크래셔>, 로지 역
출연진 : 오웬 윌슨, 레이첼 맥아담스, 브래들리 쿠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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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잘난 척하는 가벼운 캐릭터로
브래들리 쿠퍼의 약간 재수없고 밉상인 연기를 볼 수 있다"
- 2009년 작 <행오버>, 필 역
출연진 : 브래들리 쿠퍼, 에드 헬름스, 자흐 갈리피아나키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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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들리 쿠퍼의 극 중 좌충우돌, 아수라장!
제대로 된 끝판왕의 코믹 연기를 볼 수 있다”
- 2013년 작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에이버리 크로스 역
출연진 : 브래들리 쿠퍼, 라이언 고슬링, 에바 멘데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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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경찰관 '에이버리 크로스 역으로
극 중 '루크'를 과잉진압하여 죽이게 된다. 그 죄책감으로 매일매일 힘들어하며
고뇌하는 섬세한 감정선의 연기를 볼 수 있다'
"
- 2013년 작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팻 솔리타노 역
출연진 : 제니퍼 로렌스,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니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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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에서 퇴원했지만 여전히 조울증을 앓고있는
'펫 솔리타노'역
브래들리 쿠퍼의 웃기고 울리는 최고 내공의 연기의 진가를 볼수 있는 작품 "
- 2014년 작 <아메리칸 허슬>, 리치 디마소 역
출연진 : 크리스찬 베일, 에이미 아담스, 브래들리 쿠퍼, 제레미 레너, 제니퍼 로렌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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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들리 쿠퍼의 헤어부터 의상까지 파격적인 변신을 볼 수 있는 작품
극 중 사기범을 잡는 FBI요원 '리치 디마소'역으로
진지하면서도 뭔가 우스꽝스러운 브래들리 쿠퍼의 연기를 볼 수있다"
- 2014년 작 <아메리칸 스나이퍼>, 크리스 카일 역
출연진 : 브래들리 쿠퍼, 시에나 밀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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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미군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스나이퍼로 평가받는 '크리스 카일' 역
전쟁에 참전하는 한 군인(인간)의 복잡한 내면연기를 놀랍게 표현해내 평단의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 2016년 작 <조이>, 닐 워커 역
출연진 : 제니퍼 로렌스,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니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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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채널 'QVC'의 경영 이사인 '닐 워커'역으로
브래들피 쿠퍼만의 젠틀하고 스마트한 연기와 모습을 볼 수 있다 "
- 2018년 작 <스타 이즈 본>, 잭슨 역
출연진 : 레이디 가가, 브래들리 쿠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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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컨트리 음악스타 '잭슨' 역으로
브래들리 쿠퍼의 상남자같은 매력의 연기는 물론
수준급의 노래 실력을 볼 수 있는 귀한 작품이다 "
- 2022년 작 <리코리쉬 피자>, 존 피터스 역
출연진 : 알라나 하임, 쿠퍼 호프만, 숀 펜, 톰 웨이츠, 브래들리 쿠퍼, 베니 사프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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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1970년대의 유명 영화 제작자 '존 피터스'역으로
브래들리 쿠퍼는 극 중의 짧은 분량이지만 엄청난 파급력의 연기를 볼 수 있다
헤어부터 의상까지 엄청난 싱크로율을 표현해냈다"
- 2022년 작 <나이트메어 앨리>, 스탠턴 역
출연진 : 브래들리 쿠퍼, 케이트 블란쳇, 토니 콜렛, 윌렘 대포, 루니 마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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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유랑단의 멤버 '스탠턴' 역으로
잘생기고 영리한 야심찬 청년의 모습을 연기한다.
극 중 많은 여성 캐릭터들의 인기를 얻는만큼
치명적인 옴므파탈의 매력의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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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배우 '브래들리 쿠퍼' #톺아보기 시간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배우 뿐만 아니라 영화제작자로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브래들리 쿠퍼'
앞으로도 배우로서 제작자로서 다양한 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씨네랩은
다음 주 수요일에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안녕~~
P.S 혹시 #톺아보기 배우로 추천하고 싶거나 관심있으신 배우들이 있으면
주저말고 편안하게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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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정수
줄거리
'라이프(Life)' 잡지사에서 필름 원화 관리자로 근무하는 월터 마티는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을 다이내믹한 공상으로 이겨내는 습관이 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공상을 하며 출근하는데,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그는 동료에게서 회사가 팔리는 바람에 인터넷 잡지사로 구조조정이 이뤄질 거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핸드릭스라는 구조조정 담당자에게 최악의 첫인상을 선사하고 원판 관리실로 출근한 월터.
마지막 라이프 잡지의 표지를 장식할 사진작가 숀 오코넬이 필름과 선물을 보냈다. 선물은 다름아닌 회사의 모토를 새겨놓은 지갑. 감동에 젖은 것도 잠시, 필름을 인화하는데 중요한 25번 필름이 없다. 설상가상 숀이 25번 필름을 꼭 표지로 써달라고 간부에게 전보까지 보낸 상황. 사진을 꼭 찾아야만 한다. 월터는 직접 숀을 만나러 가기로 한다.
떠돌이처럼 세상을 누비는 숀은 어디에 있을까? 월터는 그를 찾을 수 있을까?
감상 포인트
1. 파워 N이라면 한 번쯤은 해봤을 상상들이 펼쳐진다.
2. 사진 속 장소와 사람들을 찾아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추리형 전개라서 지루하지 않고 재밌다.
3. 반전이라면 반전인 마지막 장면은 '라이프'라는 잡지사의 이름을 곱씹게 만든다.
감상평
그린란드에서 아이슬란드, 상어와의 싸움부터 화산 폭발까지. 결코 현실이라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의 연속이다. 하지만 인생은 그 어떤 영화보다도 영화 같다고 했던가. 어쩌면 말도 안 된다고 코웃음 치는 그런 일들이야말로 인생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예측 불허의 영역일지도 모른다. 당장 뒤를 돌아봤을 때,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을 거라고 1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있었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이 영화도 인셉션처럼 소설에 참고하려고 본 영화인데 인생 영화로 등극했다. 마지막 장면은 반쯤 예상하고 있었는데도, 그 뻔하디 뻔한 장면에 왈칵 눈물이 차올랐다. 돌려서 다시 보고 다시 볼 만큼 짙은 여운이 남는 영화였다. 그렇다고 미련을 갖게 하는 결말이 아니라, 용기를 얻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반복되는 삶에 지쳤을 때,
자신이 한심해 보일 때 보면 좋은 영화.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월터의 가족이 피아노를 버리지 못했던 이유는, 어머니가 아닌 월터가 애지중지하는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 핑계를 대며 이사를 다닐 때마다 피아노를 가지고 다녔지만, 막상 어머니는 피아노 뚜껑도 열어보지 않는다. 다만 그 상처 난 피아노의 사진을 찍을 뿐이다.
피아노는 월터의 미련을 뜻한다. 이리저리 떠돌다가 생긴 피아노의 상처는 월터가 아버지를 잃고 아파했던 것에 대한 상징이다. 어머니는 아버지 대신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에 시달리는 아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그래서 늘 말없이 믿고 바라보는 편을 택한다. 이미 옆에 없는 남편이 선물해 준 피아노를 치는 대신, 언젠가는 유럽 여행을 떠날 아들을 위해 '월터 박스' 속에 차곡차곡 옛 물건들을 보관한다.
월터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그리워하면서도 막상 모히칸 머리를 하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던 그 시절처럼 과감하게 살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심하게 여긴다. 그가 현실의 늪에 더 깊게 빠져들어 삶에 소극적이게 될수록 그의 공상도 심해진다. 그가 그린란드로 떠나는 순간부터, 그는 단 한 번도 공상을 하지 않는다. 오직 그를 응원하고 힘을 주는 셰릴의 모습만을 발견할 뿐이다.
"언제 찍을 거예요?"
"어떤 때는 안 찍어.
아름다운 순간을 보면 난 개인적으론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지."
"순간 속에 머문다고요?"
"그래. 바로 저기. 그리고 여기."
숀은 월터만큼 자신의 사진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그 의미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말을 줄곧 한다. 정작 월터가 숀의 사진을 그토록 섬세하고 정성스럽게 담아냈던 이유는 그의 사진을 통해 자신이 가보지 못했던 곳들, 이루지 못한 꿈들을 찍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숀의 사진을 통해 대리만족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숀이 말하는 '인생의 정수'는 월터의 지갑 속에 있었다. 뒷주머니에 손을 쑥 넣기만 하면 잡을 수 있었던 인생의 소중한 순간들을 월터는 종종 과거에 대한 미련 때문에 공상을 하느라 놓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고 월터는 사진을 확인조차 하지 않고 담당자에게 넘겨준다. 그 사진 속에 무엇이 담겼든, 더 이상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 앞으로는 자신의 인생을 공상하느라 허비하지 않고 직접 발로 뛰고 움직이며 경험할 것이니까.
To see the world, Things dangerous to come to,
To see behind walls, To draw closer, To find each other and To feel.
That is the purpose of LIFE.
세상을 보고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
마지막 '라이프' 잡지의 표지는 사진을 검토하고 있는 필름 원화 관리자, 즉 월터 자신의 모습이었다. 인생의 본질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 치열한 삶을 응원하고 격려하며 매 순간순간을 살아내는 것. 그 아름다운 결과물이 바로 '라이프' 잡지라는 것을 증명해낸 것이다.
숀은 단순히 사진기 버튼을 눌러 사진기 속에 담아낸다고 해서 사진 속에 우리의 삶의 온전히 담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쳐 지나가는 모든 순간들을 잡을 수는 없기에, 신중에 신중을 가해서 방해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셔터를 누르는 것이다. 그는 월터를 두고 '유령 표범처럼 아름다운 것'이라고 표현한다. 과연 숀은 월터의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몇 날 며칠 동안 그와 함께 출근하고 퇴근했을까.
우리는 때로 너무나 쉽게 현재를 잊어버린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들과 소망들에 얽매여 과거에 집착하거나, 자신의 모습이 불만족스러워 가혹하게 미래로 내달린다. 하지만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나다. 사진기의 셔터를 누를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소중한 순간들은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공기 속에 담겨 있는 현재를 느끼는 행복이야말로, '인생의 정수'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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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갑자기 친한 척 하지 맙시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그저 그런 부친들에게.
자식과 친해지고 싶나요? 물론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필요하니까 아이들에게 손 많이 가던 때는 친구도 만나고 술도 마시고 낚시도 하고 여행도 가고, 직장도 쭉 다니며(혹은 때려치우기도 하며) 커리어를 쌓고, 도전도 해보고 실패도 해보며, 내가 번 돈을 놀고 먹는 부인과 자식에게 쓰는 게 때로는 좀 아깝기도 했지만.
자식이 아버지를 존경하거나 다정하게 대하지 않아서 기분이 나쁜가요? 옛날이고 지금이고 돈을 벌어다 주면 된 거 아니냐고 화를 내기는 했지만. 다른 집 자식들은 주말마다 찾아오고 전화도 자주하고 용돈도 주고 여행도 보내주는데, 왜 아버지에게는 늘 데면데면할까요.
이제 자신이 가정 내에서 쓸모 없는 것 같나요? 정답입니다. 아이들의 발달과정에서 애착형성이 아주 중요하던 시기에나 당신이 필요했지, 말 좀 통하고, 이제 손도 안 가는 자식들에게 당신과 지나가는 아저씨의 차이점은 외형이 닮았다는 것뿐이랍니다.
왜 여러 부친들이 맥락도 없이 갑자기 친한 척을 할까요? 이제와 가족애 같은 말로 친한 척을 하면 당하는 입장에서는 얼마나 난감할까요. ATM이 된 아버지, 외로운 아버지, 실컷 키워놓았더니 제 엄마만 아는 자식들, 그런 이야기는 너무 흔해서, 영화든 소설이든 만화든 어떤 작품에서도 보고 싶지도 않답니다. <가시고기>에서 끝냈어야 하는 아버지.
아아 진절머리나는 아버지의 외로움. 한 번도 친한 적 없었는데 왜 뜬금없이 자식과 당신이 친한 사이라고 상정하는 걸까요. 친하지도 않은데 왜 갑자기 당신의 외로운 영혼, 혹은 아픈 몸을 가족들이 구원해야 할까요.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하나도 안 친했던 아빠랑 친해지고 싶은 사람?
구원, 영화는 '구원'을 말한다. 나는 찰리를 신경쓰지 않겠다. 세상이 찰리를 연민할 것이다. 300kg에 육박하는 초고도비만이라 문 밖으로 한 발자국도 걸어나오지 못하는 몸뚱이를 가진 남자, 가족도 없이 혼자 사는 남자, 시간강사 일을 하며 자식을 위해 돈을 저축하고 있지만 자식으로부터 외면받는 아버지이니까.
대신, 오직 찰리를 구원하고자 했던 세 명의 여성만을 신경쓰겠다.
리즈
간호사인 리즈는 찰리의 거의 유일한 친구다.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우기는 찰리를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지난 겨울에는 차가 고장나서 춥고 먼 길을 걸어 찰리에게 와 줄 정도로 지극정성이다.
찰리는 리즈에게 미안해,라고 계속 말하지만 말뿐이다. 리즈는 찰리가 울혈성심부전을 앓고 있고, 머지 않아 죽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찰리의 끼니를 챙기는 사람은 리즈뿐이다.
딸 엘리를 만나는 것도 만류한다. 현재 찰리의 상태에 악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찰리의 집에 새생명교회 전도사라는 놈(토마스)이 찾아오는데, 리즈는 토마스를 쫓아낸다. 토마스는 고장난 라디오마냥 똑같은 소리만 반복한다. '주님이 저를 보내신 이유가 있다' '이 육신을 버리고 빛으로 다시 태어나' 같은. 토마스가 다니는 새생명교회에서 '종말', '144,000명이 구원받고' 같은 말을 하는 걸로 보아, 미국의 신천지교회인가 보다(신천지에서도 요한계시록의 최후의 심판, 종말, 144,000명 구원 등을 말한다. 대충 신천지라 보면 되겠다).
토마스는 자꾸 찰리 주변을 찝적거린다. 마치 신천지처럼... 그러다 리즈에게 한 소리를 듣게 된다. 리즈는 새생명교회 소속의 가정에 입양되었다. 아마 가족 모두가 신천지교도마냥 종교에 빠져있었던 듯하다. 아버지는 리즈의 오빠 앨런을 같은 교회 여자와 결혼시키려 했으나 그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가족을 버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면 되는데 앨런은 결국 가족과 종교를 등졌다는 고통으로 거식증을 앓다 강물에 투신하여 죽는다. 이런 얘기까지 해도 토마스는 고장난 라디오처럼 신이 자신을 보낸 이유가 있다느니, 빛으로 만든 육신을 받고, 어쩌고 저쩌고를 반복한다.
리즈가 찰리를 돌보는 행위는 죽은 앨런에 대한 애도다. 앨런에게 음식을 먹이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구하지 못했기에, 찰리만큼은 구하고 싶다. 그렇기에 찰리에게 줄 치킨과 샌드위치와 도넛과... 먹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사다 준다. 리즈는 머지않아 또 다시 실패하게 될 것이다. 또 다시 오빠의 죽음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리즈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찰리를 구하기 위하여.
엘리
찰리의 딸, 질풍노도의 시기를 통과하는 중인 16세. 세상 모든 것을 싫어하며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불량학생.
찰리가 떠날 때 엘리는 고작 8살이었다. 아버지는 떠났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제자였던 남자를 사랑하게 된 아버지는 가족을 버렸다. 매달 양육비를 부쳐주었으나 엘리는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다 쓰레기다.
그런 엘리는 학교에서 정학을 먹고, 뜬금없이 아버지를 찾아간다. 개연성은 없지만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엘리가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기 위해서는 에세이를 잘 써서 내야 한다.
찰리는 엘리와 가까워지고 싶어 딜을 한다. 에세이를 대신 써 주는 걸로, 그리고 그동안 모은 12만 달러(현재 환율 1,300원으로 계산했을 때 약 1억 5천만 원)도 엄마 몰래 엘리에게 주겠다고 한다. 정말 달콤한 제안이다. 엘리의 입장에서는 어떤 아저씨가 갑자기 나타나 숙제도 해주고 돈도 준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아버지라는 존재를 평생 그리워했고, 또 앞으로도 그리워 할 테지만.
죽음을 앞두고 엘리와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은 폭력적이다. 엘리에게 아버지가 필요한 시기에는 사랑에 빠져 외면하다가 이제서야 자식과 가까워져야 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게다가 죽음을 앞두고 있기까지 한데.
이런 점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그레이스 앤 프랭키>의 두 남자가 더 신사적이라고 해야 할까. 최소한 자식은 다 키워놓고 커밍아웃을 했으니 말이다.
찰리는 엘리에게 끝없이 넌 완벽하고, 멋지고, 똑똑하다고 세뇌를 시킨다. 과연 엘리를 위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엘리의 취향, 엘리의 교우관계, 엘리의 관심사, 엘리의 장래희망, 엘리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지 않는가. 자기가 한 선택이 다 틀리지는 않았다는 믿음을 얻기 위해, 오직 자기 자신만을 구원하기 위한 발화에 불과하다.
엘리는 집에 자꾸 찾아오는 토마스의 뒷조사를 하여 그의 정체를 밝혀낸다. 구원 타령 하는 토마스도 사실은 교회 활동비 횡령으로 도망다니는 신세에 불과했다(니 팔자나 구원해라).
토마스에게 마리화나를 권하고 토마스의 사진을 찍고 음성을 녹음한 결과는 결국 토마스 가족과 교회가 토마스를 받아들이게 하는 결과가 되었다. 그래서 찰리는 엘리가 나빠 보이지만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 하는 좋은 사람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자기자신도 엘리에게 고해성사를 한다. 내가 그렇게 하면 안 됐는데(이거 <애프터 썬>의 아버지도 했던 대사다) 미안하다.
어쨌거나 찰리는 엘리에게 사과를 했으니 마음은 좀 편해졌겠다.
메리
이 이야기의 가장 큰 피해자 메리의 비중이 적다는 것이 안타깝다. 사실 세 여자 모두 비중이라 할 게 없다. 찰리 때문에 인생이 꼬인 세 여자라는 것뿐. 메리는 어린 자식을 두고 남제자와 바람이 난 남편의 소문을 혼자 감당하며 어린 딸을 키웠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은 변심했고(1콤보) 심지어 그 대상은 남자고(2콤보) 떠났으면 잘 살기라도 하지 초고도비만이 되어 죽음을 앞두고 딸 앞에 나타났고(3콤보) 심지어 모아둔 돈은 자신에게 한 푼도 안 주고 딸만 준다고(4콤보) 하니, 도대체 몇 대를 얻어맞은 것인가.
그래도 메리는 찰리를 용서한다. 찰리의 심장에서 나는 소리에 마음 아파 한다. 나라면 배신자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을까. 난 못한다. 남편은 동성 제자와 바람났고, 자식은 엇나가고, 기댈 데는 술뿐이다.
찰리에게는 엘리의 좋은 점만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메리는 엄마로서도 실패한 것이 될 테니까. 그러니 찰리는 엘리에게 "넌 완벽하고, 똑똑하고, 멋진 아이"라는 말밖에 할 게 없다.
찰리가 사랑을 선택한 것에 후회가 없을지는 몰라도, 대가는 너무도 컸다. 모두를 희생하게 하는 사랑도 사랑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애인에 대한 애도도 틀려먹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한 자신을 혐오하며 끝없이 폭식이라는 자해를 하는 것은 실패한 애도다.
찰리는 심장에 통증이 있을 때나 곧 죽겠다 싶을 때 누군가가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을 읽고 쓴 에세이를 읽으며 안정을 취한다. 신경안정제 같은 이 에세이는 자기가 읽은 에세이 중 최고라고 한다. 그리고 엘리가 집에서 낙서하듯 쓴 몇 문장도 운율이 맞다는 이유로 전율한다. 자기 손으로 키우지도 않은 자식이지만 재능이 있으니 감동적인가. 웃기는 소리다.
모든 이상한 지점들에도 불구하고 찰리에게 마음이 가는 것은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된다는 걸,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애도고 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때로는 목숨 걸고 한 선택이 다 틀려먹었고 돌이킬 수도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때 가장 원망스러운 건 내 뜨거운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세상도 아니고 먼저 떠난 애인도 아니고 자기 자신이다. 찰리는 스스로가 혐오스러워 가장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자신을 괴롭혀왔다는 것을, 찰리를 보고 있는 세 여자뿐 아니라 영화 밖의 사람들도 다 알고 있다. 삼키지 못하는 애인에게 음식을 먹이지 못했던 통탄을 자신의 입에 욱여넣음으로 애도를 선택한 마음까지도.
<더 웨일>은 자신의 모든 선택이 틀렸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운 한 남자를 구원하기로 한 영화다. 우리는 누구나 조금씩 어리석고 이름값 못하는 호모 사피엔스이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찰리와 다를 바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를 구원해야 한다.
구원은 셀프. 남을 구원하겠다는 주제 넘는 생각과 타인으로부터 구원받겠다는 나약한 마음가짐을 멀리하자. 그저 방을 청소하고 건강하게 식사하자. 운동을 하고 잠을 푹 자자. 인정하기 너무 싫지만 내가 했던 정신나간 선택들이 그때는 최선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이자. 그리고 리즈와 엘리와 메리처럼 모든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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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라3> 이후 그렇다할 인상을 남기지 않았던 브렌든 프레이저의 연기는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의료보험은 매우 중요하다. 의료민영화는 절대 안 된다.
더 웨일(The Whale)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주연: 브렌든 프레이저, 세이디 싱크, 홍 차우
상영시간: 117분
개봉일: 2023. 03. 01.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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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21년의 마지막 날이 찾아왔는데요.
정말 눈깜짝할 사이 지나가버린 2021년이지만,
씨네픽의 한 해를 살펴보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씨네픽 2021 총결산.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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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씨네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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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길이라는 도시는 현실과 비현실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느낌을 주는 곳이었어요.” <브레이킹 아이스> 안소니 첸 감독 인터뷰 (1)
오늘(6/4), 영화 <브레이킹 아이스>가 개봉했습니다. 추운 겨울 중국 국경 도시 연길을 배경으로 흔들리는 청춘의 모습을 담아낸 이 작품은 그 시절을 지나오고 있는, 이미 지나 온 모든 청춘의 얼어붙은 마음을 따듯하게 녹이며 공감과 위로를 전합니다. 지난 5월의 끝자락에, 영화에 담긴 마음만큼이나 따듯했던 안소니 첸 감독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씨네랩 | 긴 여정에 앞서 우선 가벼운 질문부터 드리겠습니다.
주요 로케이션인 백두산의 도시, 연길은 매우 추운 도시인데요. 특히, 싱가포르 출신인 감독님께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혹시, 추운 날씨로 인해, 촬영에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안소니 첸 | 그곳(연길) 사람들은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전혀 없어 보이더라고요. 뭔가 시작부터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연길에서의 촬영은, 특히 야외에서의 촬영은 정말 빠르게 진행되었던 것 같아요. 정말 추웠기 때문이죠. 촬영 현장에는 항상 제 모니터와 텐트가 따로 설치되었고, 그 주변에 난방기도 많이 있었지만, 현장에 있는 스태프들은 그런 게 없잖아요.
그래서 “테이크!” 하면 다들 바로 제 텐트로 달려와서 “으아아아~” 하면서 몸을 녹였죠. 사실 생각만큼 그렇게 힘든 환경은 아니었지만, 제가 그 상황에 완전한 준비가 안 되어 있었죠. 눈길을 대비한 부츠도 없었고, 적절한 방한 장비도 전혀 없었거든요. 제 인생에서 그렇게 온라인 쇼핑을 많이 해본 건 처음이었어요. 방한 부츠, 두꺼운 양말, 내복 같은 걸 다 새로 샀죠.
최근에 아시아로 돌아왔지만, 학창시절부터 런던에서 16년이나 살았거든요. 싱가포르에 비할 건 아니지만, 영국은 그렇게까지 춥지 않아요. 어떤 해는 눈도 전혀 안 오기도 하고요. 그런데 연길의 추위는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덕분에 제가 배운 건, 여러 겹을 껴입으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촬영이 아예 불가능하진 않았어요. 다만 백두산이나 장백산에서 촬영할 때는 눈이 너무 깊어서, 빨리 움직이려면 걷는 것보다 기어가는 게 낫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냥 네 발로 기어다니거나 넘어져서 굴러가는 게 훨씬 빠르더라고요.씨네랩 | 감독님께선 ‘불안한 청춘’, ‘이방인의 정서’를 전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의 문화가 어우러진 국경 도시 ‘연길’을 선택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고려하셨던 후보 지역들이 있었는지, 연길이 더 특별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안소니 첸 | 이전에 가본 중국 도시 중 가장 북쪽이 베이징이었고, 그 이상은 가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중국에서 가장 추운 곳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당시 떠올랐던 유일한 도시는 하얼빈이었죠. 그래서 처음에는 "하얼빈에서 촬영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연길이라는 도시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런 느낌의 중국 도시는 처음이었어요. 분명히 중국에 있는 도시인데도, 마치 중국 같지 않게 느껴지더라고요. 거리 곳곳의 간판이 모두 한국어로 되어 있기도 했고, 그 공간에는 뭔가 몽환적인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마치 낯선 나라에 와 있는 것 같지만, 정확히 여기가 어딘지 감이 잘 안 오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저는 그런 국경 도시라는 개념이, 삶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정말 완벽하다고 생각했어요. 인생의 경계에 서 있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와 물리적인 ‘국경 도시’라는 설정이 아주 잘 어우러졌죠.씨네랩 | <브레이킹 아이스>는 특히 저희에게 익숙한 한국어가 들리는데도, 굉장히 낯설게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문득, 한국에서는 조선족이 미디어에서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드물어서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때문에, 한국인으로서 매우 의미 있는 설정이었지만, 감독님께는 무척 새로웠을 것 같은데요. 해당 설정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이유와, 촬영 당시 어떤 점을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안소니 첸 | 저는 연길이라는 도시에 정말 매료됐어요. 그 도시가 주는 색채가 굉장히 강렬하다고 느꼈거든요. 그 색채의 상당 부분은 한국 문화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정말 옷을 잘 입고, 굉장히 세련된 패션을 하고 있었고, 다양한 즐길 거리와 먹거리가 가득했어요.씨네랩 | 익조틱(이국적)한 느낌이었나요?
음, “이국적”이라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사실 중국 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연길에 대해 약간 부정적이거나 편견 어린 시선을 가지고 있거든요. “가난한 도시”, “낙후된 도시”라는 인식이 있어요. 연길은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한 도시도 아니고, 상하이나 베이징 같은 대도시도 아니니까요.
제가 친구들에게 “연길에 간다”고 말하면 대부분 “어휴, 난 거기 안 가고 싶어”라고 해요. 그런데 막상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와, 정말 색다르더라”라고 말하죠.연길에는 조선족 인구가 많잖아요. 그분들이 한국에 나가서 일을 하고, 다시 돌아오면서 음악, 패션, 커피, 음식 등 한국의 문화 요소들을 많이 가져와요. 그래서 연길은 동북지방의 다른 도시들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죠.
중국 동북 지역은 대체로 회색빛이고, 낙후되고, 산업화만 되어 있고,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드는데요. 연길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굉장히 다채롭고 활기찬 에너지가 느껴지는 도시였어요.씨네랩 | 한국어가 많이 등장하다 보니 현장에서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습니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소니 첸 | 현지인들과 한국 분들을 통해 배운 것 중 하나는, 연길에서 쓰이는 한국어가 우리가 아는 한국의 표준어와는 조금 다르다는 점이었어요. 글자도 말투도 좀 더 옛 한글에 가깝더라고요. 그래서 그분들이 “만약 이게 한국 드라마였다면 이렇게 말하지는 않을 거예요”라고 말해주곤 했어요.
그래서 현장에는 항상 한국어 대사를 도와줄 사람이 있었어요. 배우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언어니까요. 그 과정에서 한국어가 가지는 미묘한 특성을 알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게 어렵거나 힘들게 느껴지진 않았어요. 오히려 재미있었죠.
그리고 이 도시(연길)에선 길거리 어디서든 한국어가 들려요. 조선족 인구가 많기 때문에, 거리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기저기서 한국어가 흘러나오거든요. 저는 한국어를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한 경험이 있고, 또 요즘엔 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가 대중문화의 중심이 되어 있잖아요. 그래서인지, 언어는 잘 몰라도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하지만 동시에 또 낯설게 느껴지기도 해요. 분명히 한국어가 들리는데, 여기는 한국이 아닌 공간이고, 뭔가 “여기에 속한 듯하지만 완전히 속하지는 않은” 그런 이상하고 몽환적인 느낌이었어요. 제 말이 좀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연길이라는 도시는 현실과 비현실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느낌을 주는 그런 도시였어요.
씨네랩 | 관련하여, 통번역가 분을 온전히 믿고 가는 작업 방식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불안 요소는 없었을까요?
안소니 첸 | 아,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요. 주동우 배우가 대사 두 줄 정도를 정확하게 말하지 못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부분은 나중에 ADR(후시 녹음)을 해야 했죠.
그리고 이건 중국 영화 시장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한데요. 아시다시피 중국에는 검열 시스템이 있잖아요. 그래서 영화가 검열을 통과하려면 특정 기준을 충족해야 해요. 특히 영화가 조선족 문화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문가가 따로 들어오기도 했어요.
되게 흥미롭죠. 영화 속에 묘사된 요소들이 정확한지를 검증하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런 절차가 꽤 인상 깊었어요. 그런데 이게 중국에선 일반적인 과정이에요.중국은 워낙 넓은 나라이고 다양한 민족과 방언이 존재하다 보니, 소수민족 문제에 굉장히 민감하다고 알고 있어요. 그래서 항상 ‘오해의 소지’나 ‘왜곡된 묘사’가 없도록 철저히 점검하더라고요. 민족 문제에 대해서는 아주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 같아요.
씨네랩 | 감독님께서는 다문화가 공존하는 싱가포르에서 성장하신 만큼, 중화권 문화에도 익숙하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중화권 배우들과 함께 협업을 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 일 것 같은데요. 협업 과정은 어땠는지, 새로운 문화적 경험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안소니 첸 | 저는 중국어를 읽고 쓰고 말할 줄 알기 때문에, 협업 자체는 수월했어요. 실제로 배우들이 끊임없이 저한테 물어보더라고요. “중국어를 왜 이렇게 잘하세요?”라고요. 왜냐하면 대부분의 싱가포르 사람들은 중국어 실력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거든요. 그래서 배우들이 “외국인 아니셨어요? 근데 왜 이렇게 중국어를 잘하세요?”라고 자주 묻곤 했죠.
그 차이는 아마도 ‘남방’과 ‘북방’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제 조상들은 남중국 출신이에요. 아버지 쪽은 푸젠성, 어머니 쪽은 광저우 출신이죠. 실제로 싱가포르로 이주한 중국인 대부분이 남방 출신이에요.
하지만 이번 촬영은 북방에서 진행됐잖아요. 그래서 말투나 억양, 단어 선택 같은 게 많이 달랐죠.기억나는 게 있는데, 몇몇 배우들이 “감독님이 쓰신 대사나 문장이 대만스럽다”고 했어요. 남방식 표현이니까요. 북방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친구들이 직접 몇몇 문장을 다듬어주며, 좀 더 자연스럽게 들릴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씨네랩 | 더불어, 이후 영국에서도 학업을 이어가신 만큼 다양한 국가의 배우들과 일하는 것이 자연스러우실 것 같은데요. 각본 집필하실 때, 혹은 실제 현장에서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과, 그 차이를 줄여 나가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안소니 첸 | 지난 몇 년 동안 저는 고향이 아닌 곳에서 두 편의 영화를 만들었어요. 하나는 중국 본토에서 만든 첫 중국어 영화인 <브레이킹 아이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유럽에서 만든 첫 영어 영화 <Drift>입니다.
제가 싱가포르에서 자란 것의 특별함은, 다양한 언어와 문화 속에서 성장했다는 점이에요. 싱가포르는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저는 기본적으로 영어를 쓰며 자랐고, 동시에 학교에서는 중국어도 배우고 사용했어요.
다언어, 다문화가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살아와서 적응력이 강해질수 있었죠. 덕분에 저는 어느 나라에서든 일할 수 있고, 음식도 전혀 문제가 안 돼요. 맵고 자극적인 음식도 잘 먹고, 유럽이든 중국 북쪽이든 어디서든 문제 없어요.저는 싱가포르라는 ‘문화적 용광로’에서 자란 덕분에, 낯선 환경에서도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촬영 과정에서 특별히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다만 중국에서 일할 때는 한 가지 확연히 다른 점이 있었죠. 바로 ‘검열’에 대한 민감성이에요. 중국 스태프들은 어떤 장면이 검열을 통과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아주 잘 알고 있고, 그 기준에 굉장히 익숙해 있어요.
그래서 촬영 도중에도 계속 “이 장면 진짜 촬영해도 괜찮은 거 맞아요?”라고 확인하더라고요.예를 들어, 배우들과 은밀한(감정적, 신체적) 장면을 촬영할 때 그 차이를 실감했어요. 주동우와 류호연 두 배우 모두 17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한 베테랑들이지만, 그런 장면에서는 굉장히 수줍어하고 긴장하더라고요.
저는 “당신들이 찍은 영화가 제가 만든 영화보다 훨씬 많잖아요. 이 정도는 익숙하지 않나요?”라고 물었죠. 그런데 그들은 “중국에선 실제로 이런 장면을 거의 안 찍어요. 키스하면 바로 장면이 전환돼요. 베드신 같은 건 거의 안 찍어요”라고 하더라고요.그래서 그들도 한편으로는 흥미로워 했어요. 미국 영화나 유럽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이 아주 감각적으로 보이니까요. 그런데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까 “이거 완전 지루하잖아요?” 하는 반응이었어요. 왜냐하면 실제로는 굉장히 기술적인 작업이거든요.
“몸을 이렇게 움직여야 카메라에 이 부분이 안 보이고, 이쪽으로 틀어야 조명이 맞고…” 이런 식으로 아주 세세하게 조정해야 하니까요.
결국, 그렇게 경험 많은 배우들도 그 장면에서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수줍어했고, 땀을 뻘뻘 흘려가며 여러 번 다시 찍어야 했죠. 저에게도 정말 흥미로운 경험이었죠. 결국, 문화적으로 ‘은밀함’이라는 것에 대한 접근 방식이 굉장히 다르다는 걸 실감했어요. 중국에서는 그런 장면이 거의 연출되지 않으니까요.(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에필로그)
안소니 첸 감독님과의 대화 중 연길에서의 한국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들으며, 한국 음식에 대한 에피소드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연길의 ‘황우(노란 소)’에 대한 극찬이 이어졌는데요. 과연 어떤 맛일지 궁금해집니다. (웃음)
저는 정말 다양한 음식을 시도해봤어요. 특히 떡을 정말 많이 먹어봤죠. 아마 제가 평생 먹어본 떡보다 이번 촬영을 하며 더 많이 먹었을 거예요. 떡은 정말 어디에나 있었고, 그래서 저는 떡이 얼마나 한국적인지를 실감했어요. 그리고 국수도 많이 먹었는데, 보통 소고기가 들어간 국물이었어요. 사실, 연길에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소고기가 있어요. 그걸 황우라고 부르는데, 한국어로는 '노란 소'라는 뜻이에요. 연변 황우라고도 부르죠. 이 지역에서 나는 소고기인데, 정말 훌륭한 품질의 고기예요.
이 소고기 중 많은 양이 한국이나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어요. 외관은 갈색을 띠는 소인데, 고기가 아주 맛있어요. 하지만 이 고기는 가격이 꽤 비싸요. 왜냐하면 고품질의 고기는 항상 비싸잖아요. 그리고 가장 좋은 고기들은 대부분 수출되기 때문에 현지에서도 쉽게 접하기 어렵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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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EO'의 삶은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다.
어렵다. 쉽지 않은 영화다.
동물의 삶을 이해 한다는 게 쉬울 리가 없다는 것은 짐작했지만, 당나귀 EO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극은 불친절 하기 그지 없다. 큰 설명없이 함축적인 장면을 보여주고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는 일이 빈번하다. 게다가 EO가 계속해서 만나는 상황들 또한 마음 편하게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영화다. 몇몇 장면은 몸서리 치도록 슬펐고, EO의 여정들은 오랫동안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나는 생각이 많아 졌다.
<당나귀 EO>는 단 한 순간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 회색 당나귀 EO 의 인간 세상 여행기다. 세상의 전부였던 서커스단으로부터 구조된 뒤 폴란드와 이탈리아를 가로지르는 긴 여정에서 평화로운 농장, 훌리건으로 가득한 축구장 공포의 소시지 공장, 쇠락 직전의 저택. 다양한 공간으로 이어지는 여정에 관한 이야기다.
유럽 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의 19 번째 장편영화 <당나귀 EO>는 영화 역사상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인 로베르 브레송의 걸작 <당나귀 발타자르>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거장다운 면모가 돋보이는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비주얼과 사운드, 그리고 환경과 동물권 문제에 대한 날카롭고 진중한 메시지로 제75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과 사운드트랙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제 70 회 멜버른국제영화제, 제 46 회 홍콩국제영화제, 제 47 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 66 회 BFI 런던영화제, 제 60 회 뉴욕영화제 등 내로라하는 영화제에서 무려 21 관왕 및 55 회 노미네이션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뉴욕타임스, 카이에 뒤 시네마, BBC, 타임, 사이트 앤 사운드, 인디와이어 등 저명한 매체로부터 연달아 올해의 영화로 선정되어 “잊을 수 없을 기이한 대서사시”(NPR), “미래에 고전으로 기록될 작품”(Cinemacy), “84 세 거장 감독의 최고작”(Ty Burr's Watch List) 등 극찬을 받으며 단숨에 놓쳐서는 안 될 걸작의 반열에 올랐다.
이 영화는 동물권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영화. 동물보호단체의 시위로 서커스단의 동물은 자유를 찾는 것 같지만, 곧 다른 인간의 보호 혹은 쓸모로 옮겨질 뿐이다. 가학적인 ‘서커스단’에서 유일하게 EO에게 애정어린 손길을 건넸던 ‘카산드라’와의 헤어짐 이 후, 모델로 활동하며 아름답게 꾸미고 보살핌을 받는 말들 사이에서 짐을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해야하는 당나귀는 차별 받는 대상이 된다. EO는 곧 우당당탕 사고를 치고 또 ‘누군가’에 의해 옮겨지며 호감을 가졌던 말과 또 다시 헤어지게 된다. 이 후 옮겨가게 된 농장에서는 EO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사육장안에서 밖만 보고 서 있다. 감정을 주고 받는 누군가와의 헤어짐으로 상실감을 느끼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EO의 생일 날 밤, 작은 당근머핀에 초를 붙여 “네 모든 꿈이 이러지길 바라. 행복해야 해.” 하고 말하며 찾아온 카산드라가 떠나가는 순간. EO는 서글픈 울음을 길게 내 뱉고, 마침내 농장문을 박차고 스스로 나아간다. 인간의 세상에 홀로 걸어 나와 EO가 만나는 세상은 잔혹하다.
숲에서 늑대가 총에 맞아 죽고, 물고기들은 어항에 갇혀 있다. 여우는 모피를 위해 작은 케이지에 갇혀 있다가 죽임을 당한다. EO를 살라미용이라며 차에 실어 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축구팀의 마스코트가 되어 원치 않은 추앙을 받기도 하고, 반대편에 의해 울분을 토해 낼 도구로 쓰여 폭력을 당하기도 한다. 저렇게 힘든데 안락사를 하는게 낫지 않냐는 사람과 치료하는 곳이니 치료를 할 뿐이라는 수의사도 있다.
스스로 울타리를 넘어 세상을 나온 EO는 동물이기에 그냥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일과, 동물이니까 저질러 버릴 수 있는 행동의 작은 간극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며 나아간다. EO의 행동과 그리하여 마침내 결정하는 선택의 과정은 처연하고 슬프다. EO가 내내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은 '사랑'이 아니었을까?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진정한 사랑' 마음을 기댈 곳이 없는 EO는 살아갈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할 지 몰랐던 것은 아닐까.
내가 옳다고 하는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큰 시련을 줄 수 있고, 사랑을 준다고 하는 행동이 사랑을 받는 상대에겐 폭력이 될 수도 있음을 EO의 삶을 보며 생각한다. 타인에 의해 주어진 삶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며 나아가는 삶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속에서 누군가에 의해 착취 당한다고 말하는 그 삶엔 안온함과 사랑이 있고, 자유로워진 삶에는 불특정다수에 의한 폭력과 불안과 외로움만 있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것이 맞다 단정 지어 말할 수 있을까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동물과 자신의 삶은 관계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모두 보았으면 좋겠다. 당나귀 EO의 삶은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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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터널스가 풀어줄 숙제들
#이터널스 #이터널스예고편 #마동석
2021. 05. 28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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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https://www.epidemicsound.com/*영상 타임라인*
00:00 이터널스 궁금하지?
00:45 어벤져스와의 관계
02:42 아이언맨 in 인도
03:32 타노스급 뉴 빌런
04:47 타노스와의 관계
05:16 왕좌의 게임 삼각관계
06:14 이터널스가 가장 기대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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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날씨의 아이> 4K UHD 예고편
비가 그치지 않던 어느 여름날,
가출 소년 ‘호다카’는 수상한 잡지사에 취직하게 되고
비밀스러운 소녀 ‘히나’를 우연히 만난다.
“지금부터 하늘이 맑아질 거야”
그녀의 기도에 거짓말 같이 빗줄기는 멈추고,
사람들의 얼굴에 환한 빛이 내려온다.
“신기해, 날씨 하나에 사람들의 감정이 이렇게나 움직이다니”
하지만, 맑음 뒤 흐림이 찾아오듯
두 사람은 엄청난 세계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데…
흐리기만 했던 세상이 빛나기 시작했고, 그 끝에는 네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