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4-05-05 23:46:39
[JIFF 데일리]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공간
영화 <럭키, 아파트>
SYNOPSIS.
안정된 주거 환경을 꿈꾸던 레즈비언 커플 선우와 희서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작은 아파트를 마련한다. 하지만 선우가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고 다리까지 다치게 되면서 전적으로 희서가 대출금과 이자를 떠안게 되자, 둘 사이는 삐걱대기 시작한다. 집에서 쉬게 된 선우는 일자리를 찾지만 쉽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악취로 두 사람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PROGRAM NOTE.
한 동성 커플의 갈등이 한국 사회의 구조 안에서 발현되는 과정을 담은 <럭키, 아파트>는 한국 퀴어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작품이며, 소수자를 대하는 우리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뛰어난 사회 드라마다. 제약회사 직원인 희서와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직장을 잃은 선우는 9년 차 동성 커플이다. 객관적으로 경제적 차이가 나는 상황이지만 서로 크게 티를 내진 않는다. 하지만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면서, 아파트 구매 자금 대부분을 부담한 희서와 기여도가 거의 전무한 선우 사이 갈등은 점차 커지기 시작한다. 아래층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는 커플의 간극을 더욱 키운다. 냄새의 근원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선우가 아파트 가격 하락의 주범으로 찍히며 동 대표 등 주민들과 갈등을 겪는 반면, 직장에서 겪는 성차별로 스트레스를 받는 희서는 커플 관계가 주변에 알려질까 두려워하며 선우의 행동을 비판하고 둘의 관계는 악화일로에 처한다. <럭키, 아파트>의 또 다른 미덕은 갈등과 배제라는 이야기 속에 사랑과 연대라는 희망의 싹을 집어넣는 점이다. 아래층에 살던 할머니의 사진을 갖고 싶어 하는 친구분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 무단침입까지 감행하는 선우는 “왜 그랬냐”는 희서의 질문에 “남 일 같지 않아서”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감동적인 대사는 아름다운 마지막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태원>(2016), <시국페미>(2017), <우리는 매일매일>(2019) 같은 여성주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강유가람 감독은 첫 극영화에서도 놀라운 역량을 보여준다. (문석)

몇 년 전 <이태원>을 보고 받았던 충격이 생생하다. 나로서는 도저히 알 수도 들여다볼 수도 없는 세상의 이야기를, 이토록 섬세하게 연출하여 가져다 주는 영화라니. 강유가람 감독의 이름을 그렇게 알았고, 그 후 다큐멘터리 작품만 만나다가, 첫 극영화 연출작이라고 해서 고민 없이 선택했다. 그리고 역시나 이번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다.
공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영화는 희서와 선우가 나란히 앉아 있는 푸른빛 자동차에서 시작하여, 이내 푸른빛 침구와 소파가 놓인 두 사람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부동산 문제는 한국 사회의 머리 아픈 과제이자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기회여서 도무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 보이고, 이 영화 속에도 집값을 우려하는 사람들이나 대출이자에 한숨 짓는 희서를 통해 그런 문제의 면면이 드러난다.
그러나 이 영화 속 아파트에서 내게 가장 먼저, 가장 깊이 각인된 것은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집안일에 필요한 도구들은 정갈하고 생활감 있는 위치에 표현되고, 운동 기구도 깔끔히 놓여 있으며, 설거지하는 선우 뒤로 걸려 있는 와인잔 같은 것들은 두 사람이 각자의 삶과 함께하는 삶, 일과 관계의 낭만까지 허투루 하는 구석 하나 없이 열심히 사는 사람들임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집은 사는 사람을 드러내니까.
그런데 그 공간에 자꾸 퍼지는 냄새가 있다. 쓰레기를 비우고 박박 문질러 닦고 락스를 부어 봐도 사라지지 않는 냄새. 문제를 올곧게 직면하며 정공법으로 해결하려는 선우와, 적당한 불편함을 삼키면서 피할 수 있는 갈등은 최대한 피해 가려는 희서의 방법은 냄새를 두고도 계속 부딪게 된다. 시작부터 두 사람의 갈등은 진작 지나간 일, 이미 어쩔 수 없는 일들을 논하고 있고, 우리 모두 가까운 사람과 싸워 봐서 잘 알듯 그건 필연적으로 '탓'이 된다. 쌓이는 쓰레기를 내어 버리고 바닥을 박박 문대어 닦듯, 좋지 않은 감정도 주기적으로 그래 주어야 하는데, 두 사람에겐 그럴 여유가 없다.

자격: 더 필요한 자에게 더 문턱이 높은
아파트는 한국 사회에서 공간인 동시에 거의 어떤 정체성의 일부처럼 기능하고 있다. 어느 동네 산다는 것으로도 모자라 어느 아파트에 산다는 것을 꼬리표로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 중 일부는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를 심어주는 '부적절한' 입주자를 걸러내고 싶어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임대주택이 단지 내에 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차별하면서, 차별이 아니라 차이라고 말한다든지. 이들에게 아파트는 자본으로 거래한 재화보다는 오히려 봉건시대의 성직이나 성기사직처럼 거의 부여받은 자격에 가깝다.
주거지의 위치나 입지뿐 아니라, 주거지를 획득하기 위한 과정 또한 마찬가지로 자격을 요한다. 고공행진이라는 말을 쓰기도 머쓱할 정도의 매매 비용으로 인해, 노동소득만으로 매매할 준비가 되는 사람이 거의 없이 사회에서, 빚도 재산으로 인지하는 이 사회에서, 대출 또한 일정한 자격을 필요로 한다.
사실 고정비를 줄일 필요성이 더 절실한 이들에게 이 문턱은 더 높다. 빈곤은 단순히 돈의 많고 적음 혹은 그 돈을 획득하기 위한 개인의 노력 정도로만 얄팍하게 재구성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에도, 이 사회의 천민 자본주의는 너무 쉽게 문턱 아래 있는 사람을 업신여긴다. 게다가 빈곤 문제만 엮여 있지도 않다. 번듯한 직장에서 돈 잘 버는 희서는 물론, 대출 자격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선우도 배우자의 존재를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어 이 문턱 앞에서 더욱 불리하다.

당연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은행이 공짜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니니, 일정한 자격이 필요하고 좋은 아파트 사는 게 잘못도 아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악의조차 없이, 타인에 의해 존재가 흐릿해지는 경험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모인 이 영화 속 인물 다수가 그렇다. 명백한 성차별 혹은 업무상 클라이언트라는 이유로 갑을 관계처럼 대우하는 의사 앞에서 표정을 마음껏 굳히기도 어려운 희서, 배우자가 있냐는 질문에 말문이 막혀야 하는 사람들.
가진 자가 나쁘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에서 숱하게 부정당하는 순간들을 마주했던 인물이지만, 모르는 척 개인정보 유출이라도 해달라는 선우까지도 타인의 존재를 흐릿하게 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사회 전체가 거대한 아파트처럼, 서열화되고 파편화되고 서로를 볼 수 없는 이 사회에서는, 우리 모두 알게 모르게 타인의 존재를 흐릿하게 만드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다만 유독 중첩되어 그런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도 떠오르게 만든다. 꼭 동성애 커플만 해당되는 이야기도 아니기 때문에 질문은 자연스레 확장된다. 원가족과 연결되어 있지 않거나(혹은 그렇지 못하거나), 원가족이 찬성하지 않는 결혼으로 새 가정을 이루어 인정받지 못했거나, 1인 가정을 이루어가는 사람... 이 모두가 사후 장례나 청소조차 이루어지기 어려운 얄팍한 세상을 밟고 살아야 한다니. 최대한 모두를 촘촘히 보호할 망을 짜야 하는 것이 아닌가? 자격을 부여받은 사람들만 보호하는 법으로 남겨두기엔, 그 자격 부여받지 못하거나 걷어차고 나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세상이니까. 1인 가구가 갈수록 증가하고, 가족의 형태와 개념과 사회적 합의가 많이 변해 가는데, 언제까지 저출생 염불만 외고 있을 것인가. 이런 고민들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

사랑: 남는 건 그저 소중하게 빛나는 마음뿐
사회의 자장에서 매우 투박하게 다뤄지며 변죽만 울리는 이 문제들을 영화는 섬세하게 담아낸다. 그리고 이 문제와, 그 안에서 심화되어 가는 인물들 간의 갈등이 뒤엉키며 영화는 점점 심란하게 흘러간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사람을 피로하게 혹은 절망하게 하지 않는다. 시의적절하게 작고 소소하게 기웃거리는 희망은 마지막에 뽀얀 빛을 발한다.

아무도 이 영화에서 법과 제도를 들어엎는 식의 해결을 기대하지는 않겠지만 (이 영화의 국적이 인도였다 해도, 요즘 인도 영화도 그 정도는 안 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사랑과 희망의 이름을 빌려 우리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마음을 가득 안겨준다.
희망이나 연대는 아주 거대한 단어 같지만 이 영화는 아주 사소한 순간에서 그것들을 보게 한다. 거드는 말 한 마디, 지키는 말 한 마디, 공감의 감탄 하나. 사소한 이웃의 대화. 그런 말이 놓인 자리라면 거기야말로 럭키, 가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랑. 언젠가는 우리 모두 죽고 스러져 결국 낡은 사진으로만 남을, 그러나 그 사진이 낡아가도록 바라보는 마음. 다친 데를 감싸 주며 사는 게 결국 사랑일 것이다.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말과 법도에 지치고 밀려 스스로 손톱을 뜯을 때, 손톱을 뜯은 사람을 타박하는 게 아니라 그 손톱을 뜯게 된 과정이 결국 타의에 의한 상처임을 함께 아파하며 감싸 주는 것.
상처는 언젠가 낫는다. 부상도 그렇다. 다만 남는 건 그저 사랑이다.
2024. 05. 02. 21:30 CGV전주고사 3관 (상영코드 157)
2024. 05. 04. 13:30 CGV전주고사 3관 (상영코드 323)
2024. 05. 09. 20:30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상영코드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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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녀와 야수(1991) VS 미녀와 야수(2017)
정직한 실사화, 그리고 설득력을 주는 세세한 곁가지들
원작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실사화된 영화의 대부분은 원작과는 다소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진부하다는 비평을 피하기 위해, 또는 현시대의 사회 통념에 부합하는 주제를 담기 위함 등이 그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언제나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관객들은 시대상을 반영한 변질된 이야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 그저 과거의 아름다운 동화를 실사화했을 때의 결과물을 보고 싶을 뿐입니다. 이때 <미녀와 야수>는 의외로 애니메이션의 이야기를 변형하지 않고, 원본의 그것을 거의 그대로 사용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가진 큰 줄기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영화를 더 풍부하게 해 주는 곁가지들을 붙여나가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예를 들어, 초반부에서는 세금을 낭비한다는 추가적인 설명과 이를 뒷받침하는 화려한 연회는 요정의 저주를 더 설득력 있게 만들어 줍니다. 또한 책을 좋아하는 벨이 책을 읽을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주는, 세탁기를 발명해 사용하는 실사 영화만의 오리지널을 추가해 그녀의 직업과 성격을 훌륭하게 설명해 줍니다. 다만, 그 추가된 곁가지로 인해 영화의 러닝타임이 다소 증가하여 2시간 10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애니메이션이 실사 영화에 비해 부족한 건 절대 아닙니다. 실사화를 진행함에 있어 관객들이 시나리오에 어떠한 변경이 가해지기를 원하지 않는 데에는 그 기본이 되는 스토리에 아쉬운 점은 있을지언정 부족한 부분은 없기 때문입니다. 진취적인 마인드를 가진 능동적인 여성의 이야기, 감초와 같은 시종들이 만들어 낸 여러 재밌는 이야기, 그리고 궁극적으로 괴물과 여성의 사랑에 빠진 이야기까지, 많은 이들이 재밌게 감상할 수 있고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진 영화입니다. 이러한 애니메이션의 완성도 높은 이야기는 1시간 30분이란 짧은 시간 안에 담겨 있어 가볍게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괜히 디즈니 르네상스의 대표작 중 하나로 수없이 거론되는 애니메이션이 아닙니다!
관객들은 훌륭한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실사화한 영화를 원할 뿐, 그리고 <미녀와 야수>는 그 요구를 충족시켰다
당찬 디즈니 프린세스의 시초, 그리고 캐릭터의 재해석은 이렇게 해야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근육질의 남성미 가득한 마초 개스톤은 벨을 제외한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하지만 작중의 행적을 보면 허세꾼에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는 데다가 비열하기까지 한, 뇌까지 근육으로 가득 찬 꼴통마초입니다. 야수의 안티 테제로서 인간의 모습을 한 야수를 상징하는 캐릭터성은 잘 살렸을지언정 관객들의 호감은 사기 어려운 빌런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주인공 벨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항상 구원받아왔던 수동적인 존재에 벗어나 처음으로 상대방을 구원하는 최초의 여성입니다. 거기에 당차기까지 한, 디즈니의 여성 캐릭터가 적극적인 여성상으로 변하게 된 시조 격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등장인물입니다. 그리고 야수의 시종들, 르미에•콕스워스•미세스 팟과 같은 등장인물들은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과장된 표현을 무기로 가지고 있는 재치 있는 캐릭터성을 부여받았습니다. 거기에 각 캐릭터들이 변한 사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적극 활용한 동작은 애니메이터들의 장인 정신을 느끼게끔 해 줍니다.
실사 영화는 애니메이션의 여러 등장인물들을 재해석하였습니다. 이때 원작의 노선을 그대로 따라간 실사 영화의 방향성에 알맞게 재해석된 캐릭터들은 과하게 변경되지 않았습니다. 과장된 표현들은 실사 영화에 알맞도록 적절하게 정적인 표현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또한 캐릭터의 성격과, 어떠한 행동을 하게 된 데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데에 시간을 적절히 할애함으로써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재해석된 캐릭터들 중에서, 개스톤에 가해진 변화가 가장 인상 깊습니다. 루크 에반스가 연기한 개스톤은 마초적인 인상을 덜어내었고, 현실적인 잔인성을 추가하여 더 입체감 있는 빌런으로 재탄생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찌질함과 비호감 덩어리였던 르푸의 상당히 정상적인 인물로의 변화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지 않는 새롭고 비중이 크지 않은 캐릭터에 PC를 적용하는 등의 변화를 시도하여 나쁘지 않은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애니메이션만이 표현 가능한 독특한 캐릭터들, 그리고 진정한 빌런으로 재탄생한 실사 영화의 개스톤
볼거리와 들을 거리, CG와 뮤지컬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으로 야수와 벨이 무도회장에서 춤을 추는 씬이 있습니다. 크고 복잡한 샹들리에와 촛불의 빛들, 그리고 바닥에 반사되는 캐릭터들의 모습과 자연스러운 카메라 워킹까지, CG를 활용해 만들어 낸 명장면입니다. <미녀와 야수>는 CG의 역사에 족적을 남겼을뿐더러 이후 제작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적극적으로 CG를 도입하는 계기가 된 영화입니다. 그리고 뮤지컬 맛집인 디즈니답게, 수많은 명곡들을 탄생시킨 작품이기도 합니다. 'Belle', 'Gaston'과 같이 주인공들의 성격을 가사와 뮤지컬로 훌륭하게 그려낸 곡부터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를 관통하는 곡인 'Beauty and the Beast'까지 좋은 곡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들은 64회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였으며, 더 나아가 'Beauty and the Beast'로 그 해 주제가상까지 수상하는 등 비평적으로도 인정을 받았습니다!
실사 영화도 애니메이션 못지않게 기술적인 측면에 적지 않은 노력과 힘을 기울였습니다. 벨과 야수가 무도회장에서 춤을 추는 씬은 그동안의 기술 발전을 뽐내는 듯 더욱 화려하게 변경되어 시각적 쾌감을 극대화하였습니다. 그리고 가구로 변해버린 야수의 시종들은 현실적인 모양새로 변하였으며, 이 때문에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그 현실성을 살리기 위한 섬세한 표현과 연출은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그 외에 실사 영화의 뮤지컬과 관련하여, 애니메이션의 뮤지컬에서 실사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하였습니다. 그 대신 실사가 가진 장점을 살린 대규모 뮤지컬로 변환하는 등 적절한 각색을 통해 익숙한 맛과 새로운 맛을 동시에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CG를 통한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그림과 아카데미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동시에 수상한 명곡 대잔치, 그 뒤를 잇는 <미녀와 야수>의 볼거리와 들을 거리
<미녀와 야수>는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함에 있어 왕도를 걸어간 느낌입니다. 무리수를 던지지 않는 재해석, 쓸데없는 사족 없이 영화를 풍부하게 해 주는 부가적인 이야기들, 실사화를 통해 관객들이 원하는 시각적•청각적 쾌감의 선사 등등. 완벽한 영화라고는 할 수는 없을지라도 나쁘지 않은, 아름다운 영화라고 하기에는 손색없습니다. 실사화를 함에 있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미녀와 야수>만 따라가더라도 원작의 명성을 깎아먹지는 않을 텐데, 이후의 실사화 영화들의 만듦새를 보면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이후에 실사화된 영화들은 제발 새로운 이야기를 추가하려 하지 말고, 원작의 이야기에만 충실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새로운 이야기는 새로운 포대에 담아야 하는 법, 굳이 낡은 포대에 담으려다가 포대를 찢어먹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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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멸망해도 마동석표 액션은 생존
넷플릭스 영화 '황야'를 보며 느끼는 건,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마동석표 액션만큼은 어떤 식으로든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겠다는 점이다. 확실히 검증된 액션이긴 하나, 액션만으로 끌고 가기엔 어딘가 허전하다.
'황야'는 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다. 마동석이 주연 이외 제작, 각색에 참여했고, '범죄도시' 시리즈를 비롯해 다수 작품에서 무술감독을 해온 허명행 감독의 입봉작이다.
지난해 여름에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처럼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그리 있긴 하나, 전반적인 느낌은 '범죄도시' 멸망편을 보는 듯하다. 마동석이 연기하는 남산 캐릭터는 '범죄도시' 마석도와 닮아있고, 유머 코드나 갈등 해결 구조 또한 그렇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서 만드는 '범죄도시 4'의 스핀오프로 착각해도 무방할 수준이다.
무술감독으로 이름 날렸던 명성에 걸맞게, 허명행 감독은 '황야'에서 자신이 갈고닦았던 노하우를 쏟아낸다. 맨몸, 총기, 단검 액션 등 다양한 액션으로 디자인해 보는 이들의 도파민을 자극시킨다. 액션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황야'를 가볍게 즐기기 좋은 반면, 마동석표 액션을 자주 접했다면 기시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황야'의 문제점은 영화의 서사가 매우 빈약하다는 것. '물을 점유한 이가 권력을 누린다'는 단순한 세계관을 설명하는 데 필요 이상으로 할애하고, 전개 속도가 매우 느려 흥미를 유발하지 않는다.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한 것에 비해 관계성이나 계급 등 생각만큼 다채롭지 않고 어떤 지점에서는 유치하게 다가온다. 예를 들면, 과학자 양기수(이희준)의 욕심과 이와 관련해 갈등을 빚는 순간 등은 손발이 오그라든다.
대사나 말맛도 평이하다. 마동석 스타일의 농담을 제외하고 귀에 꽂히거나 기억나는 게 거의 없다. 절정 부분에서 직접 메시지를 꽂는 수나(노정의)의 대사는 촌스럽게 비칠 수도 있다. 서사의 레이어가 촘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묻어난다.
스토리텔링의 약점을 배우들이 연기로 커버한다. 주인공인 마동석은 자신의 전매특허인 원펀치와 무기를 활용한 액션 시퀀스, 특유의 개그를 뽐내며 존재감을 자랑한다. 남산의 파트너인 지완 역의 이준영이나 수나를 맡은 노정의 또한 제 몫을 해낸다.
'황야'에서 단연코 돋보인 인물은 이희준이다.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며 연구에 집중하는 의사라는 정체성의 이면엔 삐뚤어진 부성애가 숨겨져 있었고, 이를 광기로 폭발시키는 그의 연기는 리스펙트다. 또 특수부대 소속 중사 은호를 연기한 안지혜는 기대 이상이었다. 다른 작품에서 액션으로 시선강탈한 적이 있지만, '황야'에서도 번뜩인다. 액션 못지않게 대사나 감정 연기도 안정적으로 소화해 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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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둘> - ‘우리를 지키기 위한 느리고 아름다운 몸짓’
우리, 둘 (Deux, Two of Us)
개봉일 : 2021.07.28 (한국 기준)
감독 : 필리포 메네게티
출연 :바바라 수코바, 마틴 슈발리에, 레아 드루케, 제롬 바랑프랭, 허브 소근
‘우리를 지키기 위한 느리고 아름다운 몸짓’
젊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늦었다고는 할 수 없는 인생의 한순간, 우리, 둘이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그 순간. 니나와 마도는 당신을, 나를, 우리를 사랑한다.
<우리, 둘>은 노년에 접어든 한 레즈비언 커플의 이야기다. 이 영화를 보며 올해 5월 개봉했던 <슈퍼노바>가 함께 떠올랐다. 모두가 찬란하다고 말하기엔 어색한 느낌이 드는 노년의 사랑. 모두가 아름답다고 말하기엔 어려운 동성 간의 사랑.
우리가 사랑하고, 너와 내가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하지만 완전하게 무시하기엔 우리 앞에 놓인 것이 너무도 많기에, 우리를 가릴 수 있는 그늘막 밑으로 숨어들게 되는 사랑. ‘아름다운 우리’가 있지만 당당할 수 없었던 사랑. 늦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충분히 행복한 사랑. 자주 다뤄지지 않는 색을 띤 사랑이지만 이 또한 충분히 아름다운 사랑임은 틀림없다.
조금 방심한 채 상영관에 입장했는데, 영화를 보고 난후엔 꽤나 긴 여운에 사로잡혀 니나와 마도의 사랑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다. 니나와 마도에겐 전부인 사랑이지만 누군가는 받아들일 수 없는 그 사랑에 대해. 이제 세상은 변했고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사랑에 큰 불만을 갖지 않는다!고 외치지만 여전히 짊어지기엔 버거운 사랑과 인생의 무게를 느끼며 니나와 마도의 눈빛에 스며드는 시간이었다.
흔들림 없이 행복하다기보단 불안하게만 느껴지는 순간들의 연속이지만 사랑하기에 지켜내야만 하는 우리, 둘. 천천히, 끊임없이 이어지는 니나와 마도의 사랑을 지키기 위한 몸짓이 그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니나와 마도의 사랑이 무한하다 한들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기에, 이들이 사랑을 나누는 순간이 더욱 숭고하고 뭉클하게 다가온다.
우리, 둘 시놉시스
아파트 복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맞은편에 살고 있는 니나와 마도. 마냥 가까운 이웃처럼 보이지만 사실 둘은 20년째 사랑을 이어온 연인이다. 은퇴도 했으니 여생은 로마에 가서 편하게 살자는 니나의 제안에 마도는 가족들에게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놓기로 한다.
마도의 생일, 쉽지 않은 고백 과정에서 그녀는 결국 충격으로 쓰러진다. 그리고 니나는 가족으로부터 마도를 되찾을 플랜을 짜기 시작하는데…
온 세상을 떠나보내도 함께하고 싶은 두 여인이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랑 이야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니나와 마도는 서로를, 함께하는 우리를 사랑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며 20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 하지만 니나와 마도를 제외한 세상은 둘을 ‘오래된 이웃’으로만 알고 있다. 마도는 가족들에게도 자신의 사랑을 숨겼고 프레드릭과 앤은 엄마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알지 못한다. 삶이 충분하다고 느껴질 만큼 사랑하는 우리, 둘.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말할 수 없는 우리, 둘의 사랑. 두 사람은 짧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집을 드나들며 사랑을 속삭인다.
니나와 마도는 점점 빠르게 느껴지는 인생을 실감하며 이제 은퇴를 했으니 둘이 처음 만났던 로마로 떠날 계획을 세운다. 자녀를 두지 않은 니나는 다른 고민 없이 빠르게 집을 팔고 떠날 기대에 부풀어 있었고, 마도는 프레드릭과 앤에게 이사 계획을 밝히려고 하지만 결국 용기를 내지 못한다.
“할머니 정말 괜찮아요?”
마도의 생일날, 마도는 비밀을 털어놓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져있다. 할머니의 미묘한 불안감을 느낀 손자 테오가 이렇게 묻는다. “할머니 정말 괜찮아요?”
이 사랑은 불안하다. 사실 이 사랑은 언제 끝을 맞이할지 알 수 없다. 두 사람의 나이와 사회적 시선을 생각해 보면 두 사람은 내일 당장 갑자기 이별을 맞이해도 이상하지 않다.
똑딱똑딱 움직이는 마도 남편의 시계 소리, 브레몬트와 니나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점점 빠르게 들려오던 세탁기 소리, 프라이팬이 타들어가는 소리, 니나가 찻잔을 톡톡 때리는 소리, 마도가 없어진 날 주위에 들려오던 어지러운 사람들 소리가 주던 불안감. 행복하고 부드럽게 흐르기보단 긴장되고 초조하게 흐르던 순간들. 마도가 쓰러지던 날, 평온했던 두 사람의 시간은 잠시 멈췄다 이내 경직된 상태로 가쁘게 흐른다.
“미안해. 내가 한 말, 진심이 아니었어.”
마도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날, 니나는 마도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하지만 다른 사람들 눈엔 친한 이웃일 뿐인 니나는 마도의 옆을 지키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니나의 집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다. 오래 쓰지 않은 느낌의 침대, 텅 비어버린 냉장고, 깔끔하다 못해 허전한 느낌의 거실.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냈던 마도의 방과는 사뭇 다른 공기가 흐르는 방 안에서 니나는 여느 날보다 더 길고 느린 밤을 보낸다. 그렇게 긴 밤이 지나고 마도가 돌아왔음에도 니나는 마도를 가까이서 만나지 못한다. 니나는 현관문 구멍으로 간병인 뮤리엘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몰래 들어가 겨우 마도의 손을 잡아본다. 마음을 무겁게 누르던 사과와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여봐도 마도는 반응이 없다.
“기억 안 나? 우리야.”
가족들은 마도에게 간병인을 붙이지만 마도의 상태는 쉽게 좋아지지 않는다. 니나는 마도를 만나기 위해 매일 문을 두드린다. 마도가 산책 나가는 날, 타이밍 좋게 함께 집안에 들어간 니나는 뮤리엘에게 신발을 건네받아 마도에게 신겨준다. 애정이 가득한 정성스러운 손길에 신발은 부드럽게 마도의 발에 맞아들어간다.
뮤리엘에게 마도는 돌봐야 하는 환자고, 니나에게 마도는 사랑하는 연인이다. 뮤리엘이 아무리 오랜 경력의 간병인이라 해도 뮤리엘과 니나의 행동과 눈빛엔 각자 다른 마음이 담겨있다. 그 차이 때문일까, 마도는 니나의 보살핌을 받으며 조금씩 회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제 스스로 걸음을 걸을 수 있을 만큼 회복된 마도. 두 사람에게도 어슴푸레 희망이 보이는듯했다.
“내가 마도의 유일한 사랑이죠”
앤은 엄마(마도)의 유일한 사랑이 오래전에 떠난 아빠일 것이라 생각했다. 아빠와 결혼을 했고, 아빠가 세상을 떠난 후 아무도 만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0년 만에 밝혀진 엄마의 비밀은 앤을 혼란스럽게 했고, 충격을 받아들이지 못한 앤은 마도를 호스피스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니나는 한순간에 마도를 빼앗긴다. 마도의 ‘진짜 유일한 사랑’은 니나인데.. 마도의 남편이 책장에 장식되어 있는 오래된 장식용 시계와 같은 인연이라면 니나는 그 시계를 대신할 모든 것인데, 앤과 프레드릭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다.
노년의 나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거나, 사랑에 목숨을 걸고 영원을 맹세하기엔 늦은 순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니나와 마도는 여전히 서로를 아끼고 사랑한다. 둘은 어떻게든 이 사랑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호스피스에 들어간 마도는 빙고판을 보며 니나의 번호를 정확히 떠올리고 전화를 건다. 겨우 호스피스 탈출에 성공한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문안엔 희망이 아닌 허망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박스 안에 들어있던 돈은 뮤리엘이 훔쳐 갔고 집안은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로마로 떠나기는커녕 당장 내일도 명확히 보이지 않는 상황. 니나와 마도는 절망적인 현실을 뒤로하고 서로의 손을 잡고 춤을 춘다. 20년 전과 같은 음악, 그때처럼 마주 잡은 손. 20년이란 시간에 맞춰 늙어버린 몸은 전보다 무거워졌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우리.
마도는 느린 걸음으로 현관으로 다가가 문을 닫는다. 앤이 선물했던 고양이가 복도로 쫓겨나고, 두 사람을 방해하는 현실의 흔적들이 모두 사라진다. 니나의 집안엔 이제 마도와 니나뿐이다. 희망도 탈출구도 보이지 않지만, 니나와 마도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있는 한 그저 서로를, 우리를 사랑할 것이다. 나의 유일한 사랑인 그녀가 내 남은 인생의 모든 것이자 의미니까.
우리는 연애를 하며 현실적 문제를 맞이했을 때 현실을 따라 사랑을 포기할 것인지, 조금 힘들어도 사랑을 붙잡을 것인지 수없이 고민한다. 내가 지금껏 보아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장 먼저 ‘사랑’을 포기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변명을 늘어놓은 끝에 결국엔 후회에 도달했다. 사랑을 지키는 힘은 젊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상대와 우리에 대한 사랑에서 나오는 것임을 <우리, 둘>을 보며 한 번 더 느꼈다.
나를 둘러싼 모든 세상을 내던져도 아깝지 않은 소중한 사랑,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도 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랑. 서로의 등을 감싸 안은 팔을 절대로 풀지 않을 사랑. 유한함을 마주한다 해도 포기하지 않을 무한한 사랑. 물리적 한계를 마주하기 전까진 이 아프고 아름다운 사랑이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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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만남 - 밀회
짧은 만남 - 밀회
데이비드 린 감독 작품. 1945년 작품. 원작 희곡인 Still Life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영어 제목은 Brief Encounter로 '짧은 만남'이라는 뜻이지만, 한국에서 개봉할 때는 '밀회'라는 제목이었다. 희곡 제목인 '스틸 라이프'나 영어 제목인 '짧은 만남'은 담백하고 중립적인 느낌인데, '밀회'는 불륜을 연상케 하는 자극적 제목이라는 점에서, 배급사에서 흥행을 노리고 지은 제목임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1946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으니, 당시 유럽 관객이나 평론가들이 영화의 완성도를 인정했음을 알 수 있다. 시나리오는 감독 데이비드 린과 원작 희곡 작가인 노엘 코워드가 함께 썼는데, 그래서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훌륭하다.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너무 점잖고, 결말도 윤리적, 도덕적 선을 넘지 않는 일탈에 불과하지만, 당시의 관객이 볼 때는 남녀 주인공의 애절한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영화였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평범한 가정주부 로라(셀리아 존슨)은 매주 목요일이면 혼자 외출해서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차도 마시며 하루를 보낸다. 어느 날, 기차역 대합실에서 한 남성을 보게 되고, 역 플랫폼에 나갔다가 눈에 티끌이 들어가서 괴로워한다. 이때 그 남성이 다가와 자신을 의사라고 소개하고, 로라의 눈에 들어간 티끌을 닦아준다. 이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함께 차를 마시고, 서로 인사를 나눈다.
로라가 나들이를 하는 목요일이면 두 사람은 편하게 만나 차를 마시거나 영화를 보거나 산책을 한다. 그렇게 친구처럼 만나면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끌린다. 하지만 로라는 남편이 아닌 외갓남성에게 끌리는 자기의 마음에 죄의식을 갖고, 남편을 둔 아내로서, 아이들의 엄마로서, 가정주부가 가져야 할 현숙함에 대해 갈등한다. 머리로는 당연히 가정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의사 알렉(트레버 하워드)에게 깊이 빠져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알렉 역시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음에도 로라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한다는 마음을 확인하지만, 마지막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갈등과 번민을 계속한다. 그러다 알렉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떠난다고 말하고, 로라는 처음 알렉을 만났던 기차역 대합실에서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떠나보낸다.
로라의 나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영화는 처음과 끝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영화의 극적 반전을 보여준다. 짧은 만남, 긴 여운, 식지 않은 사랑의 감정과 이별의 아픔, 가정이 있는 유부남, 유부녀의 불륜의 경계에서 팽팽한 긴장을 느끼는 날카로운 감정 등 이 영화는 '불륜영화(?)'의 클래식으로 불릴만 하다.
1984년에 개봉한 영화 '폴링 인 러브' 역시 많은 부분에서 '밀회'와 비슷하다. 무대는 뉴욕,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이 영화는 마치 '밀회'를 리메이크한 느낌이다. 두 사람이 만나는 과정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바뀐 것이 계기인데, 기차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서 서로에게 호감을 갖는다.
몰리(메릴 스트립)은 디자이너지만 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일을 쉬고 있는 가정주부로, 남편은 의사지만 부부의 애정은 깊지 않다. 프랭크(로버트 드 니로)는 건축기사로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하는 좋은 남편이자 아빠다. 몰리는 프랭크를 만나면서 남편에게서 느끼지 못한 감정을 느낀다. 두 사람은 기차에서 만나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지만, 몰리의 아버지가 사망하고, 몰리가 더 이상 기차를 탈 기회가 없어지면서 두 사람은 다시 남남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몰리는 애정 없는 결혼생활, 아버지의 죽음 등으로 마음이 변하고, 프랭크 역시 몰리를 만난 이후 결혼생활이 흔들리게 된다. 서로 만나지 못할 것 같은 두 사람은 1년 뒤 크리스마스에 운명적으로 다시 만난다. 이미 서로의 배우자에게 새로 만나는 이성이 있다고 밝힌 뒤여서 두 사람이 결합할 가능성을 보이며 영화는 끝난다.
1995년 개봉한 영화 '매디스 카운티의 다리'도 비슷하다. 같은 제목의 소설이 베스트셀러였고, 이 소설을 바탕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주인공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 프리랜서 사진작가인 로버트(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매디슨 카운티에 도착해 로즈만과 할리웰 다리를 찍으러 돌아다니다 길을 잃는다. 그러다 우연히 한 농가주택에 멈춰 길을 묻는데, 나온 사람이 프란체스카(메릴 스트립)이었다. 우연히도 프란체스카의 남편과 아이들은 일리노이주 박람회 구경을 하느라 나흘 동안 프란체스카 혼자 있게 된 것이다. 길을 알려주게 된 인연으로 두 사람은 나흘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로버트가 비가 오는 날, 차를 몰고 다시 프란체스카의 집에 도착해 함께 떠나자고 했을 때, 차의 문을 열려는 떨리는 손과 남편과 아이를 떠나서는 안 된다는 이성 사이에서의 갈등으로 흐느끼는 프란체스카의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은 불륜이지만 아름답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창작은 많은 경우 작가의 상상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예술 분야마다 창작의 결과물이 다르게 드러나지만, 작가의 상상력이 물질화, 구체화, 현재화한다는 것은 같다. 소설은 문자를 통해, 영화는 영상을 통해 창작자의 상상을 구체화한다. 이때 창작과 현실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지만, 개연성은 충분하다. 추상 작품의 난해함을 해석하는 방식이 저마다 다른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듯, 문학이나 영화에서 창작을 해석하는 방식 역시 그것을 받아들이는 독자, 관객마다 다른 것은 당연하다.
창작에서 불륜을 소재로 작품을 만드는 건, 현실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도덕적, 윤리적 딜레마를 의도적으로 건드리는 행위다. 이런 작품을 보면서 누군가는 몹시 불편한 마음이 되고, 누군가는 주인공의 처지를 안타까와 하며, 누군가는 주인공들을 비난한다. 같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도 저마다 윤리, 도덕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소재의 창작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다르게 드러나는 것이다.
어느 시대를 불문하고 모든 창작물은 시대의 경계를 걷는다. 예술과 외설, 도덕과 비도덕, 윤리와 비윤리의 경계를 드러내는 것이 창작자의 역할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윤리의식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듯, 창작물도 시대의 인식보다 한 걸음 앞서 나간다. 소설 '롤리타'나 '차탈레이 부인의 사랑' 같은 작품은 당대에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작품으로, 지금도 문제 작품으로 이름을 남긴 작품이다.
윤리나 도덕적 기준을 넘나드는 작품은 자칫 선정적, 포르노적 이미지로 남기도 하는데, 예술작품과 외설의 경계 역시 미학의 경계에서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판가름난다. 당대의 윤리를 뛰어넘는 작품이라도 미학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예술'의 영역으로 들어온다. 그렇다면 미학적 기준은 변하지 않는 걸까. 당연히 변하지만, 인류의 문명이 본격 시작된 2천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가치관, 철학적 질문, 세계관, 사상의 흐름은 본질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며, 외부의 영향에 쉽게 흔들리고, 자신의 생각 조차도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면서 지극히 개별적 존재이며, 선함과 악함을 동시에 지닌 양면적 존재이고, 프로이트와 융의 해석처럼 개인의 무의식과 집단 무의식을 동시에 지닌 존재이기도 하다. 이런 인간들이 동물적 충동과 이성적 판단을 동시에 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이는 것은 당연하고, 동시에 두 사람 이상을 사랑하거나, 사랑하는 감정과 증오하는 감정을 동시에 갖게 되는 것 역시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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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인이 밥 먹여 줘? 네!
케이팝 제너레이션
(TVING, (목) 16:00 공개)
크리에이터: 정형진, 임홍재, 차우진
지난 1월 26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예능 '케이팝 제너레이션'! 보셨나요? 1세대 아이돌 강타부터 4세대 아이돌 엔시티까지 다양한 보이그룹, 걸그룹이 나와 화제가 되었는데요. <케이팝 제너레이션>은 단순히 아이돌을 관찰하는 예능이 아니라 그들을 사랑하는 팬의 이야기이자, K-POP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소위 '머글'도 다가가기 쉬운 프로그램이었답니다!
저도 케이팝 음악을 사랑하고 다양한 아이돌을 찾아보며 좋아하는 입장이지만 찐팬(??) 같이 앨범을 사고... 이런 적은 없거든요. 저에게는 생소한 문화지만 저렇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그리고 나에게 그런 사랑을 주는 이가 있다면 그건 정말 이상적인 관계다라고 생각하게 된 거 같아요
그와 반대로 '탈덕'한 팬의 입장도 나와요
오세연 감독님의 '성덕'이란 영화 아시나요
10대 시절을 바쳤지만 스타에서 범죄자로 추락한 오빠
좋아해서 행복했고 좋아해서 고통받는
실패한 덕후들을 을찾아 나선 X성덕의
덕심 덕질기를 담은, 2022년 실패 없을 올해의 최애작!
영화 '성덕' 줄거리
말 그대로 내가 좋아하던 나의 연예인이 한순간에 범죄자가 되어... 팬을 그만두어야 했던 현실 자각 타임(?!)을 그린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비슷한 예로 모 보이그룹의 멤버의 불미스러운 사생활이 터지자 '좋아해서 죄송합니다'라는 영상을 찍은 유튜버 '유덕모' 님의 영상도 있죠 ㅎㅎ 유덕모 님들도 케이팝 제너레이션에 출연하셨어요 ㅋㅋ
또한 케이팝 산업의 다양한 전문가 분들은 물론 실제 일본의 앨범 가게에서도 인터뷰를 따 왔고, LA 에이티즈 생일 카페에도 다녀오셨더라구요! 제작진분들이 정말 케이팝의 위상을 알리기 위해서 이 나라 저 나라 다녀오신 흔적이 차고 넘쳐 . . . !! 고로 단순히 즐기기 좋은 예능 프로그램임과 동시에 K-POP 업계에 관심 있는 분들이 보기 좋은 현장감 생생한 다큐 같기도 하다는 점!
시청은 TVING에서 하실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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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 액션은 줄고 좀비도 줄고 지루함은 늘어난 리부트!
콘솔 게임을 원작으로한 영화 레지던트 이블의 새로운 리부트 영화죠.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가 개봉했습니다.
사실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영화인데요.
주인공 클레어 역할로 카야 스코델라리오가 주연을 맡았어요.
아직까지는 레지던트 이블 하면,
과거 밀라 요보비치가 앨리스로 출연했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더 먼저 떠오르게 됩니다.
스타일리쉬한 액션이 중심이되었던 이전 시리즈와는 달리 이번 리부트된 영화는 액션이 줄었는데요.
그럼 어떤 부분이 달라졌고, 영화는 어떨까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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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질라 VS. 콩 영화 후기 / 몬스터 세계의 통합 / 새로운 몬스터버스의 탄생 / 고질라와 콩의 역대급 맞짱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고질라 VS. 콩”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있을법한데, 쿠키영상이 없더라구요~#고질라, #콩, #몬스터버스, #블록버스터, #액션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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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매직 아치> 메인 예고편
깊은 바닷 속 소심한 돌고래 ‘델피’는
오래 전 모험을 떠난 아버지에게 들은 숨겨진 도시를 찾기 위한 탐험 중
원하는 것으로 변신시켜주는 ‘매직아치’를 발견하게 된다.
한편, 시시탐탐 피쉬타운을 노리던 곰치들은 ‘매직아치’의 존재를 알게 되자
‘매직아치’를 이용해 피쉬타운을 차지하려 하는데…
과연 델피는 피쉬타운의 평화를 지키고 용감한 돌고래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