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4-10-05 17:11:14
[BIFF 데일리] 슬픔도, 분노도 가늠할 수 없는 방향 잃은 칼날.
영화 <전, 란> 리뷰 & 기자회견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전, 란>은 10월 1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하였고, 김상만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진선규, 장성일을 비롯한 배우들이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이례적인 OTT 영화 개막작 선정과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화제의 중심이 되었던 이 작품이 논란을 잠재우고 이 영화가 과연 그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종려는 양반가 외아들이고, 천영은 종려의 몸종이다. 하지만 유년시절부터 함께 했던 두 사람은 누구보다 가까운 동무이기도 하다. 천영은 노비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종려 또한 그를 돕는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데다가 일이 얽혀 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생기게 된다. 그로 인해 서로를 향해 칼날을 겨누게 되는데, 이들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조선 시대는 신분제가 엄격히 구분되었고, 그 체제가 당연시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정여립은 '천하는 모두의 것', '임금과 노비가 대등하다', '누구나 임금이 될 수 있다'는 천하공물론(天下公物論)을 주장하다 처형당했고, 이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졌다. 그만큼 조선의 신분제도는 누구도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굴레였다. 천영도 그러했다. 부모가 양민이었지만 어머니 빚으로 인해 노비가 되었고 노비종모법에 따라 노비가 됐다. 그 일로 인해 억울했던 천영은 늘 마음속으로 자유를 품고 있지만 쉽게 쟁취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목숨을 내어줄 만큼 소중했던 자유를 향한 열망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영화는 천영의 자유도 물론 중요하지만 천영과 종려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둘 사이의 오해가 생기고 서로를 향해 칼날을 겨누게 되는 그 부분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그들은 주종 관계를 넘어서 깊은 우정을 나누는 사이었으나 사회적 제약과 개인적 갈등이 얽혀 그들 사이의 신뢰가 흔들리게 된다. 이러한 갈등은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주며, 과연 이들의 갈등이 무사히 회복될 수 있을지 궁금하게 만든다.
왕은 백성들을 버리고 피난을 갔다. 그것을 지켜본 백성들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왜군을 맞이해야 했고, 전란 속에서 버림받은 백성들은 경복궁을 모조리 불태우고, 폭정에 시달리던 노비들은 반기를 들며 주인의 집을 불태웠다. 이는 자유를 향한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었다. 일어나지 않았을 '난'이 조선을 더욱 혼란에 빠트렸다. 임진왜란이 끝난 후, 황폐화된 조선은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자들이 생겨났으나 왕은 그것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전쟁에서 승리하여 조선에 큰 기여를 한 이들을 의심하고, 왕은 경복궁 재건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부분은 어떻게 해도 변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울분이 담긴 듯하다.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겪는 갈등과 오해를 통해 그들이 처한 불합리한 사회 구조를 드러내며, 관객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각 인물은 자신의 위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절박함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의 노력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도 함께 전해진다. 영화는 이처럼 혁명의 길로 인도하지는 않지만 중요시해야 할 어떤 문제에 대해 깊이 다루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바라본 조선의 모습에서 달라지지 않은 무언가를 바라보게 된다.
영화를 보자마자 이 작품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OTT 공개 예정작이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유가 충분히 드러나 있었다. 물론 이 영화는 극장에서 개봉했어도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러 찾아왔을 것이다. 압도적인 전개, 큰 스크린을 통해 마주하게 되는 웅장함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겠지만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우선, 화려한 액션과 직관적인 전개, 입체적인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영화에 다채로움을 더한다. 두 사람의 관계가 중심이지만 외부와 내부, 5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팽팽한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여러 등장인물의 서사가 뜬금없이 튀어나오지 않고 자연스레 연결되며 몰입감을 더한다.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오해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들이 묵직하게 다가오며, 영화의 전개는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다. 영화는 그 지점에 명확히 점을 찍어 저마다의 입장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풀어나가는 과정이 시원하고 과거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의식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이 인상 깊다. 다만, 영화의 주요 소재인 계급과 신분에 대한 이야기가 두 주인공의 서사보다 비중이 적어 아쉬움이 남는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


올해의 개막작은 김상만 감독님의 <전, 란>으로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박찬욱 감독이 제작 및 각본에 참여를 했고, 김상만 감독님을 비롯하여 출중한 실력의 한국 영화인들이 힘을 모아 완성해 낸 사극 대작이라고 소개했다. 박도신 대행 김상만 감독,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성규, 장성일 배우가 참석했다.
<전, 란>은 임진왜란이라는 시대 배경과 창조된 인물을 통해 구성된 영화이며, 왕조 실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만큼 여러 나라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넷플릭스 영화뿐만 아니라 극장의 걸리는 영화들도 더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좋은 평과 관심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캐릭터 구축에 있어서 어떤 사회의 계급 시스템에 대한 생각을 반영한 인물들 즉, 대표되는 인물들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상영일정
10/02 18:00 영화의전당 야외극장
10/03 16:30 영화의전당 중극장
10/04 12:30 CGV센텀시티 6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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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도의 탈을 쓴 심리 체험 드라마!
다수의 스포츠인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싶다고. 권투, 태권도, 유도 등 눈앞에 있는 상대와 시합을 벌이는 선수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는 검도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색의 옷과 호구를 쓰고 상대에게 일격을 가하는 이 스포츠에서 상대 선수는 곧 자신처럼 보이기 마련. 검도를 소재로 한 <만분의 일초>는 이 점을 극대화하며 오롯이 체험하는 자신과의 대결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 <만분의 일초> 스틸 / 더쿱디스트리뷰션 제공
검도 국가대표 최종 선발대회에 참가한 재우(주종혁). 외딴 산속 내 합숙소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곳에서 과거 형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장본인 태수(문진승)를 만난다. 재우가 태수를 더욱더 증오하는 건 사고 이후 검도 사범인 아버지가 그를 애제자로 삼았기 때문. 악연이자 이제는 경쟁자로서 태수를 만나야 하는 재우는 훈련에만 매진한다. 하지만 선발대회 참가자 중 가장 좋은 실력을 갖춘 태수를 이기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어렸을 적부터 친분이 있었던 감독이 대회 참여 기회를 줬다는 오명도 그를 괴롭힌다. 매주 탈락자가 생기는 선발 시스템의 압박을 받는 재우는 마음의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며, 결국 다른 참가자에게 피해를 주고 만다.
영화 <만분의 일초> 스틸 / 더쿱디스트리뷰션 제공
<만분의 일초>는 검도라는 스포츠의 매력을 살리는 연출이 돋보인다. 고요한 가운데 들리는 선수들의 호흡과 음성, 죽도의 타격음, 구르는 발걸음 등 검도 이외의 것은 음소거 된다. 기존 스포츠 영화와 달리,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는 갖가지 요소는 일부러 배제한다. 이로 인해 오롯이 선수의 움직임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고 자신도 모르게 숨죽여 이들의 대결을 바라본다.
1:1 대결이라는 점에서 대련 시 죽도를 잡은 손이나 구르는 발의 리듬과 스텝 등을 통해 긴장감을 유발하는데, 마치 서부극에 나오는 총잡이들처럼 결전을 벌이기 전 눈과 손을 클로즈업하며 감정을 고조시키는 부분과 오버랩된다. 경기 과정에서 벌어지는 스펙터클한 면을 부각하지 않으며, 최대한 담백하고 건조한 카메라 워킹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영화 <만분의 일초> 스틸 / 더쿱디스트리뷰션 제공
영화는 오롯이 검도를 체험하는 동시에 주인공 재우의 심리를 체험하는 여정을 그린다. 풍경 소리로 시작해 풍경소리로 끝나는 형식은 마치 정신과 상담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듯한 소리처럼 들리는 것 같다. 그 소리로 빨려 들어가는 극 중 내용은 결국 검도를 소재로한 한 인간의 내면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송태섭이 농구로 형의 죽음과 관련된 트라우마를 이겨낸다면, 재우는 검도를 통해 자신을 옥죄는 미움과 증오의 늪에서 벗어난다. 재우에게 검도는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는 매개체로 비춰지는데, 이는 아버지라는 대상과 오버랩된다. 재우에게 아버지란 사랑하는 사람인 동시에, 가족을 버리고 형의 원수인 태수를 애제자로 받아들인 증오의 대상이기 때문. 이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은 태수도 마찬가지다. 태수를 향한 재우의 증오는 아버지를 향한 증오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만분의 일초> 스틸 / 더쿱디스트리뷰션 제공
극 중 재우가 태수를 이기지 못하는 건 일렁이는 마음의 동요다. 검도는 올바른 자세와 마음가짐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이글거리는 분노는 그의 몸과 마음을 흔들어 버린다. 죽도를 잡은 손의 떨림이 이를 잘 보여주는데, 결국 지난한 과정을 통해 그가 깨달은 건 최종 상대가 바로 유년 시절 상처를 간직한 자기 자신이라는 것. 마지막 대결에서 죽도의 끝을 향하는 건 태수이지만, 상대가 자기 자신으로 보이는 이유이다.
영화 <만분의 일초> 스틸 / 더쿱디스트리뷰션 제공
재우의 내면 밑바닥까지 끌고 가는 영화 특성상 보는 이의 감정 소모가 심한 편이다. 점차 강박에 시달리는 재우의 트라우마 극복기는 보는 이들에게도 그 힘겨움이 느껴지고, 때로는 피로감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재우의 심리 여정을 끝까지 따라가게 하는 건 배우들의 연기 덕분이다. 드라마 <이상한 나라의 우영우>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주종혁은 대사 보단 표정과 움직임으로 인물이 가진 감정을 표출하고 토해낸다. 특히 애증의 관계인 아버지와의 마지막 만남(?)에서 놓지 않은 손, 마지막 태수와의 대결 때 비로소 놓는 손 등 손 연기도 탁월하다. 맞상대인 태수 역의 문진승 또한 과거의 일에 죄책감을 가진 상황에서도 스스로 채찍질하고 연마하며 비워내는 구도자의 모습을 멋지게 보여준다.
영화 <만분의 일초> 스틸 / 더쿱디스트리뷰션 제공
“관객이 체험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김성환 감독의 말처럼, <만분의 일초>는 검도의 세계, 인간 심리의 세계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그 강도를 높이기 위해 두리번거리지 않고 쭉 뻗어 나가는 이야기, 재우의 마음을 대변하듯 어둠으로 시작해서 끝내 자신을 이기고 새하얀 세상을 바라보는 마무리가 깔끔하다. 오랜만에 만끽하는 영화적 체험, 극장에서 느껴보길 바란다.
평점: 3.0 /5.0
한줄평: 검도의 탈을 쓴 심리 체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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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TI_INFJ 영화인들 모아보기
내일 놀래? / infj : 생각해볼게 (놀 의향 / 생각해볼의향 없음)
웃으면서 거절 잘하는 인프제. 친한 지인들은 안다는 인프제의 영혼리스 리액션.. 하지만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마음은 정말 따숩답니다(?) 친구들의 고민 들어주기 장인, 도어슬램 장인, 혼자있기 장인.
알다가도 모를 인프제! mbti infj라고 밝혀진 영화인들 같이 만나보아요
✅ 친구들에게 내 성격 알려주기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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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영우와 탑건이 대박을 친 이 여름에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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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여름, 대박을 친 두 작품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영화 <탑건:매버릭>을 빼놓을 수 없다.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블록버스터는 대박행 티켓이겠으나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주인공이 나오는 드라마는 생소하다.
우영우의 등장 이후로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진 듯하다. 얼마 전까지 자폐 스펙트럼, 자폐증이 관심을 끌 때는 자폐증을 가진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길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많은가, 하고 묻는다면 나는 한 번도 없다고 대답하겠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무척 흔하다. 국내 발병율은 2% 정도라는데, 50명 중에 1명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말이다. 우리가 무작위로 만나는 50명의 사람 중 1명은 자폐증인데, 왜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을까. 그 사람들은 세상 밖에 안 나오기 때문이라는 걸 암묵적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거리에 장애인이 없는 나라이다. 심지어 장애인들이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시위를 해야 하고, 그 시위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나라이다. 이동권 보장을 위해 시위하는 전장연 소속 장애인들은 비난받고, 드라마에 나오는 우영우는 신드롬을 일으키는 것이 제법 모순적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우리나라에는 나의 이동동선을 방해하지 않고, 내 눈에 띄지 않으면서 착하고 불쌍한 장애인만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대상화되고 물화되어 집밖에 나오지 말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 존재. 드라마 속 권민우는 우영우 때문에 자기가 피해를 본다 생각하니 우영우를 공격한다.
그러므로 우영우는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존재의 등장이 아니라 어딘가에 숨어있는 50명 중 1명이 수면 위로 나온 것일 테다. 모두가 우영우에게 봄날의 햇살 같은 최수연 또는 회전문을 통과하기 위해 왈츠 스텝을 맞춰주는 이준호가 되면 좋겠지만, 나도 내가 '권모술수 권민우'가 아니라고 보장하지 못하겠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레인맨>의 주인공 찰리 배빗 역시 비슷했던 것 같다. 평소 사이가 안 좋을 뿐만 아니라 교류도 전혀 하지 않았던 아버지가 죽으면서 남긴 3백만 달러의 유산을 하나도 물려받지 못하게 되자, 3백만 달러를 물려받은 사람을 찾게 된다. 바로 정신병원에서.
존재조차 몰랐던 형이, 아버지의 유산 3백만 달러를 몽땅 받게 되었는데 심지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기까지 하다니. 형 레이먼은 같은 말을 반복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형이 하는 말은 대부분 '1루수가 누구야'라는 콩트의 대사인데, 두 명이서 하는 말을 혼자서 끝없이 중얼거린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찰리는 형 몫으로 남겨진 유산을 반 나눠가질 생각으로 형을 데리고 LA로 간다. 형의 담당의에게 알리긴 했지만 몰래 데리고 나가는 것이니 납치에 가깝겠다. 찰리는 자동차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사정이 영 좋지 못하다. 3백만 달러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쉬운대로 반이라도 있으면 숨통이 좀 트이는 상황이다. 그러니 형을 데려가 유산 상속에 대한 법정 다툼으로 자기 몫을 찾겠다는 생각이다.
찰리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자폐증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 거의 유일하게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재산인 뷰익을 타고(정원의 장미도 유산으로 받긴 했다), 찰리와 레이먼드는 긴 여정을 떠난다. 비행기를 탔더라면 좋았겠지만 모든 비행기 사건사고를 외우는 레이 때문에 비행기도 타지 못한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좁은 차와 모텔 안에서 레이먼드는 끝없이 '1루수가 누구야'를 중얼거리고, 규칙에 너무나 민감하고, 소리에도 너무너무 예민하다. 그렇다고 찰리와 소통이 되는 것도 아니다. 몇 시에는 TV쇼를 봐야 하고 몇 시에는 불을 끄고 무슨 요일에는 무엇을 먹고. 모든 게 정해져 있다. 팬케이크를 먹을 때 메이플 시럽이 미리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지 않으면 레이는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찰리도 속이 터져 죽을 지경이다. 말이 통하지도 않고 대화도 안 된다. 하지 말라고 아무리 말해도 아무것도 바뀌지도 않고 사람들은 레이를 보며 수군거린다.
구박데기 같지만, 사실 레이에게는 비범한 능력이 있다. 우영우가 법전을 통째로 외우는 것과 같이, 숫자를 외우고 계산하는 데는 천재인 것이다. 바닥에 떨어진 이쑤시개가 246개라는 것을 단번에 알고, 복잡한 곱셈도 바로바로 출력된다.
돈 때문에 자폐증 형을 납치할 정도로 돈에 환장한 찰리의 머릿속에 전광석화 같은 생각이 떠오른다. 그길로 찰리는 레이를 데리고 라스베이거스로 간다. 라스베이거스는 해가 지지 않는 곳이다. 도박장의 화려한 불빛들은 사람들에게 최면을 거는 것만 같다. 그럼에도 레이의 눈은 손바닥만한 이동식 TV에 고정되어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차 안에서도, 레이는 레이만의 세계에서 산다.
레이는 6벌의 카드를 모두 외워 찰리에게 큰 돈을 안겨준다. 마음에 드는 여자도 만난다. 권민우가 우영우에게 "우영우 변호사는 그런 거 모르나?"라고 물으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을 무성(無性)의 존재로 보는 것처럼, 찰리를 비롯한 사람들은 레이가 여자에게 호감을 느낄 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그러나 레이도 똑같은 사람이기에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기도 한다.
찰리는 레이와 여행(?)을 하며, 레이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고 알아간다. 사실 찰리는 자기 속얘기를 타인에게 털어놓는 사람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아버지의 장례식 때, 에피소드 하나를 얘기하며 애인이 무서울 때 어떻게 했냐고 묻자 '무서울 때는 레인맨이 와서 노래를 불러줬다'고 했다. 레인맨은 찰리의 상상 친구.
어느 날, 찰리가 목욕을 하려고 욕조에 물을 받자 레이는 발작을 일으킨다. 아기가 뜨거운 물에 덴다는 이유였다. 찰리는 물에 안 데였다며 레이를 안심시키다 깨닫는다. 모두가 형의 존재를 비밀에 부친 게 아니라, 레이와 함께 살았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무서울 때마다 노래를 불러준 사람은 상상 친구 레인맨이 아니라 형이었다. 레이는 찰리를 위험하게 할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월브룩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돈에만 환장하고 사람들과 대화도 못하는, 사람들을 이용할 생각뿐인 찰리는 괜찮은 이웃인가. 레이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만이 위험한가.
형제는 함께 지내며 서로를(정확히는 찰리가 레이를. 레이는 찰리에게 관심이 없다) 알아간다. 찰리는 이제 돈보다는 형과 같이 지내고 싶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가 않다. 형은 치료가 필요하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니까.
케이마트에서 파는 팬티를 입어야 한다고 몇날며칠 난리 브루스를 추는 레이에게 찰리는 "케이마트는 구려"라고 화를 냈다. 의사와 함께 월브룩으로 돌아가게 된 레이에게 의사가 케이마트에 가자고 하니, 레이는 대답한다. "케이마트는 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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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는 헤어진다. 이제 약간의 소통이 되는 것만 같던 마법같은 순간에 헤어진다. 농담도 하고 같이 웃기도 하고, 레이가 책에서 보고 외워버린 "1루수가 누구야" 콩트도 비디오테이프로 준비했는데, 형제는 헤어져야 한다.
기차를 탄 레이는 단 한 번도 찰리를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다. 결코 무지한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찰리는 외로워지고 상처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의 가족은 외롭다는 우영우 아빠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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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틴 호프만의 연기와 톰 크루즈의 미모가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한스 짐머의 음악과 1980년대 미국의 레트로한 영상미는 덤이다.
<레인맨>은 특수아상담을 연구하고 책도 쓰신 모 교수님 강의에서 추천받았던 영화이다. 교수님은 영화 속 레이의 모습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과 꽤 비슷하다고 했다. <탑건>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대박을 친 이 여름에, <레인맨>을 조심스럽게 영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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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과속스캔들 결말 줄거리 살펴보기
여기 정말 재미있는 코디 영화가 있어요! 박보영의 리즈시절과 차태현의 조합으로 코미디 가족 드라마로 만든 영화 과속스캔들. 이 영화를 본 사람에게 자동으로 BGM이 깔리는 마법 같은 영화, 보면서 배 아플 수 있는 영화가 여기 있어요~ 잘나가는 연예인에서 갑작스러운 딸이 생겼다?!
영화 과속스캔들 리뷰 시작해 볼게요!
기본 정보
장르 : 코미디, 드라마, 가족
감독 : 강형철
각본 : 강형철, 이병원
출연진 : 차태현, 박보영, 왕석현
개봉일 : 2008년 12월 03일
평점 : 9.20
스트리밍 : tvN , 웨이브, 쿠팡 플레이, 왓챠
기획 의도
한때 아이돌스타로 10대 소녀 팬들의 영원한 우상이었던 남현수(차태현). 지금은 36살 나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잘나가는 연예인이자, 청취율 1위의 인기 라디오 DJ. 어느 날 애청자를 자처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오던 황정남(박보영)이 느닷없이 찾아와 자신이 현수가 과속해서 낳은 딸이라며 바득바득 우겨대기 시작하는데 그것도 애까지 달고 나타나서...
집은 물론 현수의 나와바리인 방송국까지. 어디든 물불 안 가리고 쫓아다니는 스토커 정남으로 인해 완벽했던 인생에 태클 한방 제대로 걸린 현수. 설상가상 안 그래도 머리 복잡한 그에게 정남과 스캔들까지 휩싸이게 되는데...
나 이제 이거 한방 터지면 정말 끝이다 끝!
여담
영화 과속스캔들은 2008년 개봉 당시 초 대박을 터트리며 2008년 흥행 성적 1위를 달성했다.
원래 영화 제목은 '과속 삼대'였으나, 흥행에 성공하지 못할 것 같아 '과속 스캔들'로 바꿔서 흥행에 성공했다.
차태현은 <엽기적인 그녀>이후에 오랫동안 히트작이 없었고, 박보영 역시 무명 신인에서 벗어나 어엿한 배우로 성공하였다.
후기 및 결말
영화 과속스캔들 결말을 살펴보자면...
현수(차태현)는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봉필구 연예부 기자로 다른 사건을 통해 한 명의 연예인을 나락 가게 만든 그 연예인이 현수의 기자회견으로 들어와 봉필구를 마구 두들겨 패면서 현수의 기자회견은 난장판이 난다. 결국 한때 잘 나갔던 연예인이지만, 연예인이 인기가 없어서 아저씨 콘셉트로 바꾸면서 인기 없던 연예인에서 재기에 성공하게 된다.
영화 과속스캔들은 결말까지 진짜 완벽하게 웃기는 정말 재미있는 영화였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재미있게 봤었고, 아역 배우였던 왕석현이 어엿한 어른이라니.. 새삼 세월이 빠르다는 걸 다시 한번 일깨워준 영화랄까?..
한줄평 : "아마도~ 이건 사랑이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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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4월의 마지막 한 주만이 남았습니다.요즘, 다시 날이 따뜻해지고 있는데요.오늘 낮 기온이 뜨겁다고 하니 이 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콘텐츠'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 '신비한 동물' 시리즈 중 세 번째 시리즈인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은 전 편에 비해 성적이 잘 안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박스오피스에서는 여전히 1위르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4월 22일~24일) 관객 수 18만 684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76만 9002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저번 주와 비교했을 때 누적 관객 수가 약 30만 증가하였습니다. 이번 주에도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이 1위를 유지할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2. <공기살인> (NEW)▶ 실제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다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영화 <공기살인>. 주말 동안 (4월 22일~24일) 관객 수 6만 4841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7만 181명을 돌파하였습니다.
| 줄거리봄이 되면 나타났다 여름이 되면 사라지는 죽음의 병. 공기를 타고 대한민국에 죽음을 몰고 온 살인무기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그들의 사투. 증발된 범인, 피해자는 증발되지 않았다!3. <엥커> (NEW)▶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 천우희가 타이틀롤을 맡은 영화인 <앵커>가 3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 영화 두 작품이 나란히 순위권에 올라간 게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은데요. 앵커는 주말 동안 (4월 22일~24일) 관객 수 6만 1436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0만 3038명을 돌파하였습니다.
| 줄거리생방송 5분 전, 방송국 간판 앵커 ‘세라’(천우희)에게 자신이 살해될 것이라며 죽음을 예고하는 제보전화가 걸려온다. 장난전화로 치부하기에는 찝찝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세라’. 진짜 앵커가 될 기회라는 엄마 ‘소정’(이혜영)의 말에 ‘세라’는 제보자의 집으로 향하고 제보자인 ‘미소’와 그녀의 딸의 시체를 목격한다.
그날 이후, ‘세라’의 눈앞에 죽은 ‘미소’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르기 시작한다. 사건 현장에서 미소의 주치의였던 정신과 의사 ‘인호’(신하균)를 마주하게 되며 그에 대한 ‘세라’의 의심 또한 깊어진다.▶ 씨네픽의 이번 주 95회 예측 이벤트는 4월 2주 차 박스오피스(순위) 예측입니다. 한 주동안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는데요.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4월 2주 차 박스오피스 순위의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씨네픽 유저 예측 결과
정답자 비율(%)
▶ 한 주 동안 많은 씨네픽 유저분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 주셨는데요. 박스오피스 1위 순위를 가장 많은 분들이 맞혀주셨고,
그다음으로 3위, 2위 순으로 많이 맞춰주셨습니다. 이번 예측 수치를 보면 절반 이상의 사람이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의 순위를 맞추셨습니다. 이에 비해 2위와 3위를 맞춘 비율이 굉장히 적었는데요.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98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 <로스트 시티> (▲13)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해 기대를 모았던 영화 <로스트 시티>. 주말 동안 (4월 22일~24일) 관객 수 3만 969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6만 4216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수퍼 소닉2> (▼3)
▶ <수퍼 소닉2> 개봉한지 벌써 약 3 주가 지났는데, 여전히 TOP 5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4월 22일~24일) 관객 수 3만 969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6만 4216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The bad guys>, <The Northman>, <The Unberable Weight of Massive Talent> 가 주말 박스오피스에 새롭게 등극했습니다.
주말 동안(22일~24일) <The Bad guys> 북미 기준 주말 매출액 $24,000,000 (한화 약 298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누적 매출액은 동일합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4월 22일 ~ 2022년 4월 24일)1. <배드 가이즈> 2400만 달러 (누적 2400만 달러)2. <수퍼 소닉2> 1522만 달러 (누적 1억 4582만 달러)3.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1401만 달러 (누적 6712만 달러)4. <노스맨> 1200만 달러 (누적 1200만 달러)5. <The Unbearable Weight of Massive Talent> 717만 달러 (누적 717만 달러)...씨네픽의 4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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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 행위를 통해 서늘한 질문을 던지는 '클럽 제로'
새로운 선생님
이 영화의 주인공은 미스 노백(미아 바시코브스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 미스 오백. 엘리트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다. 학생들에게 건강한 식습관을 전달하는 것이 그녀의 목표다. 다방면으로 채운 수많은 수업 도구들. 이 미스 노백의 풍부한 준비성은 학생들의 주목을 끌었다. 노백의 수업을 듣는 아이들. 수업을 듣는 이유는 각기 다양했다. 누구는 장학금을 받고 싶었고, 어떤 아이는 다이어트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소한 이유에서 학생들이 청강하게 된 시작한 이 수업은 점점 더 광기를 표출하기 시작한다. 아연실색하는 부모님과 선생님들. 하지만 이 광기에 브레이크는 없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 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고(씨네랩 감사합니다!) 가장 먼저 떠올린 작품은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한국인에게 서려있는 집에 대한 강박을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러면서 집에 대한 이야기와 어떤 영화로서의 맥락이 서로 겹쳐 보인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이 <클럽 제로>는 먹는다라는 소재와 ‘그 어떤 영화’로서의 맥락을 겹치고 있다. 특히 여주인공 미스 노백이 아이들에게 갖는 이미지가 그런데, 인물들이 갖고 있는 결함을 노백이 채우는 듯한 묘사가 이 맥락으로서의 이미지를 더 한층 강화시킨다.
이런 비유가 그냥 단지 있어 보이려고 넣은 건 아니다. 물론 엄태화, 제시카 하우스너 감독님에게 진짜 ‘그냥 넣으셨나요’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글쓴이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지적하는 것이 집이 그만큼 한국인들에게 필수적이라는 비유를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클럽 제로> 역시 마찬가지다. 먹는다는 행위를 인간의 어떤 모습과 대비하고 싶었는지를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비유는 인류의 필수조건을 충족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현대인들에게 '먹는 것'에만 한정 짓는 것이 아닌 맹신과 불신을 다뤘다는 점에서 중요한 설정이 되는 것이다.
이 다른 텍스트(맥락)를 가져온 감독의 의도는 시각적인 측면과도 이어진다. 이 영화는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잘 짜인 미장센으로 이루어져 있다. 웨스 앤더슨이 이런 동화 같은 이야기를 짜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야기의 근거에 미장센을 두는 것이다. 이 이유는 웨스 앤더슨이 관점에 대해 다룬 영화들을 만들었기 때문에, 아름답게 묘사하는 것도 중요한 연출 방식이었다. 이런 식의 비유가 1대1로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미장센이 이야기의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는 유사한 점이 있다고 느껴진다. 이 영화를 우화같이 연출해야 이 맥락과 닿는 부분이 있는데, 이 맥락으로 읽는 것의 토대가 되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어떤 책 몇 권이 떠오른다.
사운드의 힘
이 영화에서 강박적인 미장센도 인상 깊지만 그거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사운드다. 이 영화는 시/청각적으로 관객을 압박한다. 감독의 연출력이 빛을 발한 경우가 되는 것이다. 특히 '험~'하는 소리는 여러 관객에게 인상 깊을 것이다. 왜 이 장면들이 기괴할까? 이는 감독이 영화의 소리들을 전부 장악했고, 그 나름대로 통제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청각적인 측면에서는 감독이 섬세한 분인 걸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소리를 넣어야 관객이 기괴하게 느끼고 영화의 생동감도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한 섬세한 연출력 덕분이기도 하다.
또 위에서 쓴 바와 같이 청각적인 것만큼이나 시각적인 요소에 집중하기도 했다. 이는 웨스 앤더슨 같은 강박적인 미장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먹는 행위를 어떻게 묘사했는지도 주의 깊게 볼 만하다. 이 역시 영화의 모든 언어를 통제한 감독의 연출력이 강점이 되는 부분이다. 반대 측면에서 약간 역겹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인데 <더 웨일>을 생각하면 쉽게 머릿속에 이 모습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서늘한 질문
이 영화에서 약간 현실성이 없다고 느낄만한 부분이 있다. 바로 아이들이 아-무 의심 없이 미스 노백에게 현혹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부분이야 말로 영화의 핵심이다. 이 영화는 앞에서도 적었듯 하나의 우화처럼 연출했다. 우화처럼 연출했다는 점은 이야기에서 우리 인류의 모습을 일반화하겠다는 의미다(<별주부전>에서 게으른 인간상에 대해 이야기했던 바와 유사하게). 아이들이 가진 각기 다른 결핍과 이를 주체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모습이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시면서 '이건 핍진성/개연성의 문제 아닌가?'라고 생각하시는 것보다 '감독이 왜 이런 장면을 넣었을까'라고 생각하시는 걸 추천한다.
문과생에게 미적분 같은 느낌
이렇게 <클럽 제로>는 우화 같은 이야기로 라이프스타일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는 예술영화가 우리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단적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이 영화가 가진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영화 분명 쉽다. <애스터로이드 시티>나 <보 이즈 어프레이드>처럼 고난도의 예술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그 두 영화만큼이나 굉장히 심오하고 난해하게 느낄 부분도 몇 있다. 이 장면에서 그냥 일반적인 예술영화를 기대하고 간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글쓴이는 영화를 좀 보는 사람에게 오히려 추천하고 싶다. 사실 이 영화는 예술영화가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예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난해할 수 있어도 꼭 보면 좋을 영화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의 힘에 강세를 뒀기 때문에 뭔가 다른 구멍도 느껴진다. 이 영화의 기술적인 부분이, 특히 촬영과 관련된 부분이 깔끔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먹는 행위와 우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방식은 감독의 의도가 느껴진다. 그런데 촬영에서 시각적으로 보기가 편하지는 않았다. 이 역시 기괴한 시청각적인 요소의 일부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굳이 이 부분에서까지 이런 표현법이 들어갔어야 했는가? 는 의문점이다. 영화에서 날것의 흔적이 난다는 것이, 미장센의 완성도가 뛰어나지는 않았다는 관점에서 비판하고 싶은 부분이다. 감독님에게 '의도가 있었나요'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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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청춘선거> 메인 예고편
제주 최초 여성 도지사에 출마한 만 32세 고은영.
바꾸고 싶어서, 바뀌고 싶어서 선거에 뛰어든 사람들.
맨땅에 헤딩하면 어떤가. 맨날 후달리면 어떤가.
‘청춘’을 유일한 ‘선거전략’으로 삼았다?
무모하지만 판타스틱했던 청춘들이 온다
판타스틱 청.춘.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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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더 서펀트>
[2021년 4월 2일 넷플릭스 공개]
- 살인자를 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실제 사건에 기반한 <더 서펀트>는 끊임없이 사기를 치며 살아가는 찰스 소브라즈(골든글로브 후보 타하르 라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를 법정에 세우고자 전력을 다한 이들의 분투 또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