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10-26 17:04:11
10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칸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과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을 휩쓸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기생충>의 이선균은 마약 투약 혐의로 경력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새 드라마 <노 웨이 아웃>에서 하차, 이어 다른 영화들의 개봉이 늦춰지면서 연예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예매 30만명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예매 관객수 30만명을 넘기면서 박스오피스 1위를 예약했습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11살 소년 마히토의 이야기를 그리며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의 고향에 간 마히토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왜가리 한 마리가 나타나고, 마히토는 왜가리와 함께 이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바비>, 11월 1일 아이맥스 재개봉
올해 글로벌 최고 흥행작 <바비>가 오는 11월 1일 아이맥스 재개봉을 확정했습니다.
2023년 글로벌 최고 흥행작 등극, 여성 감독 단독 연출 작품 중 최초로 10억 달러 흥행 수익 돌파 등 영화
<바비>는 수많은 기록을 세우며 영화 역사를 뒤바꾼 작품으로 손꼽힙니다.
이선균 <기생충> <잠> 승승장구 중 빛바랜 커리어
배우 이선균이 23일 마약 투약 혐의로 결국 형사입건되었습니다. 경력 최절정기에 스캔들에 휩싸인 그는
경찰이 이선균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고, 마약 사건에 강남 유흥업소 실장 여성이 연루되어 있어
연예계에서는 유아인보다 이선균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정재·이순재·조인성, '제13회 아름다운예술인상' 수상
스테이지28에서 열린 올해 시상식에서 이정재가 <제13회 아름다운예술인상>을 수상했습니다.
아름다운예술인상 시상식은 매년 영화 및 연극분야의 한해를 마감하면서 뛰어난 활동을 한 대표적인 예술인을 두고 5개 부문 수상자를 선정, 총 1억 원의 시상금과 상패를 수여합니다.
日 로맨스 대표 이와이 슌지 감독 7년만에 서울 온다
일본 로맨스 영화 대가 이와이 슌지 감독이 새 영화 <키리에의 노래>로 한국을 찾는다고 합니다.
길거리 뮤지션 키리에, 키리에의 친구 잇코, 사라진 연인을 찾는 남자 나츠히코 세 사람의 엇갈린 사랑을
음악으로 엮어가는 작품으로 감독은 <러브레터> <4월 이야기> <하나와 앨리스>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단단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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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한의 전투기 조종 체험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개인적인 능력과 욕심이 최대로 표출되길 바란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만드는 것이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목적이다. 실제로 그런 분위기는 조직을 발전시키고 다음 목표 달성을 쉽게 만든다. 좀 더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젊은 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다양한 조직에서 표출되고 있다. 그런데 그 능력을 발휘하는 데에는 하나의 전제 조건이 있다. 조직 내에서 그것을 행하는 것은 조직 구성원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자신의 능력과 개성을 조직의 어떤 규칙 안에서만 행해야 한다는 조금은 보수적인 조건하에서 그것들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현재 존재하는 조직 중에서 가장 보수적인 곳은 군대일 것이다. 군대 안에서는 개인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낼 수 없다. 아주 강한 규칙이 존재하고 상관들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문화 안에서 개인의 개성이 드러나는 것은 힘들다. 군대에서의 목표는 단번에 성과를 보이기는 어렵다. 실제 전투와 전쟁에 투입되는 인원들은 상대방을 물리치고 살아남는 것에 목표를 둔다. 최근에는 그것이 기술적인 무기들로 인해 결정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개성과 능력이 그것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
엘리트 전투기 조종사 매버릭의 이야기
영화 <탑건 매버릭>은 1986년에 개봉했던 <탑건>의 후속 편이다. 1편에는 매버릭 대위(톰 크루즈)가 전투기 조종사로서 겪는 일들을 보여준다. 엄청난 전투기 조종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좀 더 개성 넘치는 성향을 가지고 있던 그는 최정예 전투기 조종사를 만들어내는 탑건 훈련학교에서 자신의 능력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다른 인물들과 갈등을 겪는다. 친한 동료 구즈를 잃기도 하지만 결국 그 안에서 팀의 승리를 위해 자신이 능력을 적절히 이용하는 모습이 담겼었다.
이번 2편은 전편 이후 36년이 지난 시점이다. 매버릭은 여전히 군에서 전투기 조종을 하고 있지만 높은 지위로 올라가지 못했다. 그의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군에서 반항아나 아웃사이더로 인식되고 있다. 영화에서 아무 명확하게 제시하지는 않지만 매버릭에게는 좀 더 높은 지위를 얻으려는 야심은 보이지 않는다. 단지 전투기를 조종하고 테스트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 방식은 온전히 그만의 방식이다.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로 올리는 데에는 상부의 명령에 어느 정도는 반항을 해야 해낼 수 있다. 그건 과거에도 그랬듯 매버릭이라는 캐릭터가 어떤 인물인지를 온전히 드러내는데, 그는 36년 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보수적인 해군에서 버티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가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데에는 오랜 친구인 아이스맨(발 킬머)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매버릭은 다시 탑건으로 돌아가 교관이 되고, 젊은 파일럿들을 훈련시키는 일을 맡는다. 매버릭 자신은 전투기 조종을 계속하고 싶어 하지만 상부에서는 그의 마지막 임무로 그의 실력을 이어받은 뛰어난 파일럿이 만들어지길 원한다. 그리고 그렇게 교육을 받은 파일럿들은 실제 전투기가 투입되는 임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 수행을 성공해 내기 위해 매버릭이 파일럿들을 교육하는 과정이 영화 내내 이어지는데, 이 모든 과정은 사실 1편에서 봤던 것과 거의 비슷하다.
즉, 이야기의 구성 자체는 전편의 구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과거 1편의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장면과 내용으로 전개를 한다. 그래서 과거에 봤던 반복적인 이야기가 한 번 더 전개되는 것 같은 기시감을 준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 구성은 그렇게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다 새로운 인물들과 매버릭 간의 관계는 극의 긴장을 일으키는데 충분하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과거 1편의 장면이나 과거 인물들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면서 <탑건>의 올드팬들을 만족시킨다. 또한 처음 이 영화를 통해 <탑건>을 보는 관객들에게도 신구 갈등이나, 동료와의 경쟁 등 익숙한 구도를 흥미롭게 구성해 끝까지 영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조금 익숙한 이야기 구조를 반복하는 것을 택했지만, 대신에 이번 영화에서 힘을 기울여 집중하는 건 실감 나는 전투기 조종 장면이다. 아이맥스 카메라를 활용하고 배우들을 직접 전투기에 태워서 촬영한 비행 장면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굉장한 현실감을 느끼게 한다. 1인칭 시점으로 배우들의 표정을 담으면서 어떤 특정 상황이 벌어지고 그것에 대응하는 액션을 취할 때는 카메라가 바로 전투기 외부로 시선을 옮겨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현실감은 영화에 극적인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또한 영화의 말미, 실제 미션을 수행하는 장면에서는 긴박한 상황이 계속 전개되고 과거 1편에서 주 전투기로 등장했던 F14까지 재등장시켜 완벽한 전투 장면의 마무리를 보여준다.
관객에게 전투기 체험을 하는 듯, 실감 나는 전투기 조종 장면
<탑건 매버릭>에서 설정된 임무 자체가 마치 매버릭이 그간 걸어왔던 삶을 보여주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 불가능하게 보이는 임무는 전투기를 몰고 좁은 협곡을 낮은 고도로 통과하고 급경사를 올라갔다 내려오며 목표물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탈출하면서 마무리된다. 그 임무의 코스에서 전투기 조종사들은 엄청난 집중력으로 구불구불한 산골짜기를 지나야 하고 엄청난 속도에서 느껴지는 중력을 참아내야 한다. 그렇게 정신을 잃지 않고 목표물 앞에서는 정확성 있게 미사일을 조준하고 발사해야 한다. 매버릭은 보수적인 군대에서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왔지만 그 과정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구불구불하고 높은 중압감의 과정을 모두 견뎌내면서 여전히 최고의 자리에 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이번 영화에선 다음 세대의 파일럿들에게 전수하려 애쓴다.
영화에는 루스터(마일스 텔러)라는 인물이 나온다. <탑건>1편에서 죽은 구즈의 아들이다. 매버릭과 굉장히 친했던 구즈의 죽음은 매버릭에게도 트라우마를 안겼지만 아들인 루스터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매버릭과 루스터, 이 두 인물이 상대에게 가진 응어리와 감정이 이번 영화를 끌어가는 주요 감정선이 된다. 마치 유사 아버지처럼 느껴지는 매버릭은 루스터에게 미안함과 잘해주고 싶은 마음을 함께 느끼지만 선뜻 먼저 다가가지는 못한다. 그 응어리가 어떤 식으로 해소되는지를 영화는 화려한 전투와 더불어 보여주고 있다. 이 두 인물 이외에도 매버릭과 페니(제니퍼 코넬리)의 관계도 보여주는데, 사실 영화에서 가장 긴장을 만들어내는 관계는 루스터와 매버릭의 모습이다.
영화 <탑건 매버릭>은 인물들의 갈등 구도를 단순화하고 파일럿들이 훈련받는 모습과 마지막 실제 임무를 해결하는 모습에 집중한다. 그렇게 영화를 단순화시키고 집중해야 할 부분에 확실히 공을 들이면서 굉장히 사실적인 영화가 되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과거 <트론 새로운 시작>이나 <오블리비언> 같은 비주얼이 훌륭한 SF영화를 연출한 경험이 있다. 그가 가진 촬영 기술은 이번 영화에서도 굉장히 크게 발휘되고 있다. 1편에 비해서 좀 더 화려하고 사실적인 전투 활공 장면은 마치 관객이 실제 전투기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매버릭 역을 맡은 톰 크루즈는 그가 왜 프로페셔널인지를 이번 영화에서도 증명한다. 실제 전투기에 타면서 사실성을 극대화시키고 영화에 박진감을 높인 건 배우가 가진 사명감과 능력이 크게 작용했다. 이렇게 좋은 능력을 가진 이들이 모여 만든 영화 <탑건 매버릭>은 올여름 블럭버스터 영화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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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끔찍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평생 살면서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사실 완전히 똑같은 취향을 만나기는 힘들다. 하지만 비슷한 사람은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비슷한 취향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의 전제는 자신의 취향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아주 어린 나이에 자신의 취향을 알게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성인이 되고 나서도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취향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비슷한 취향과 습성을 가진 사람과 빨리 가까워지기 마련이다. 자신의 취향을 잘 이해해주는 사람과 금방 친해지는 건 당연한 것이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굳이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어느 정도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만나려 노력한다. 가지고 있는 취향이 보편적이지 않고 특별한 경우라면 더욱 그런 사람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끔찍한 습성과 취향을 가지고 있는 인물, 메런의 이야기
영화 <본즈 앤 올>은 기본적으로 사랑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에 인간이 가진 취향에 대한 이야기가 같이 포함되어 있다. 주인공 메런(테일러 러셀)은 아빠와 살고 있지만 특이한 습성이 있다. 그는 종종 사람을 먹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실제로 아기 때는 베이비 시터를 물어뜯은 적이 있고, 청소년기에도 친구의 손가락을 깨물어 먹은 적이 있다. 영화에 메런만 등장할 때는 그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이 가진 습성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메건은 그 습성 때문에 시종일관 혼란스럽고 괴로움을 느낀다. 메건이 완전히 혼자가 된 이후, 영화는 일명 ‘이터’라고 불리는 메런과 비슷한 습성을 가진 사람들을 등장시킨다.
메런이 처음 만나는 설리(마크 라이런스)는 메런이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이터다. 자신과 똑같이 종종 사람을 먹고 싶은 욕구를 느끼고 실제로 인육을 먹는다. 그리고 설리의 초대를 받은 메런은 본능에 이끌려 같이 인육을 먹게 된다. 그 첫 경험은 메런에게 자신과 같은 취향과 습성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일이고 자신에게만 있는 욕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만든다. 사실 화면에 등장하는 설리는 소름 끼치는 분위기를 가진 인물이다. 메런이 차량으로 이동할 때부터 한참을 멀리서 그를 쳐다보고 미행하면서 일부러 접근했다. 그가 쓰는 말투와 행동은 정신이상자나 스토커 같이 보이기도 한다.
설리라는 인물 때문에 메런은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것에 대해 공포심을 느낀다. 그 공포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메런 자신도 그런 무서운 존재가 아닐까라는 의심은 그를 더욱 심리적인 절벽으로 떨어뜨린다. 그때 만나는 것이 바로 리(티모시 샬라메)다. 리는 메런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고 메런이 마트에서 이상한 사람에게 공격받을 상황이 되자 그 상황을 모면하게 도와준다. 그리오 무엇보다 메런과 똑같이 인육을 먹어야 하는 습성이 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같이 인육을 나눠먹는다.
인육 먹는 습성을 가진 사람들의 로드무비
영화 <본즈 앤 올>은 전반적으로는 메런이 자신을 버린 엄마를 찾아가는 로드무비의 형식을 가지고 있다. 메런은 자신과 똑같은 취향을 가진 리를 만나게 되면서 조금은 의지할 존재를 만나게 된다. 이렇게 만난 두 사람 중 리는 자신이 왜 인육을 먹는 존재가 되었는지 질문하지 않는다. 반면 메건은 엄마를 찾아가서 자신이 이터가 된 이유에 대해 답을 얻으려고 한다. 갓난아기 시절에 그를 버리고 간 엄마의 존재가 자신이 왜 그런 취향을 가졌고 어떤 식으로 살아가면 될지를 알려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영화는 그 메건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이터라는 존재에 대해 답하지 않는다. 메건과 리도 그들의 여정 안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엄마라는 존재를 만나지만 그도 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영화가 보여주는 건, 답을 찾지 못한 두 사람이 서로를 발견해내고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이다. 같은 취향과 습성을 가졌고 비슷한 나이 또래인 그들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상대를 찾았다.
이 영화의 설정은 이상하고 끔찍해 보인다. 인육을 먹는다는 설정이 자칫 영화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리기 쉽다. 하지만 인육이라는 설정을 떼어놓고 본다면 자신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영화이고, 자신과 같은 취향이나 습성을 가진 존재를 처음 발견했을 때의 설레임을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 속 메건과 리는 온전히 자신의 습성을 이해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났다. 실제로 이들은 서로에게 첫사랑과 같은 관계로 발전한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습성 때문에 어린 시절 겪었던 불편함과 슬픔, 당황스러움 그리고 공포를 같이 내뱉으며 공유한다. 그들이 가는 여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터로서의 자신들에 대한 존재론적 물음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안착하게 된 건, 사랑과 좀 더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영화 인물들의 궁극적인 목적
조금은 끔찍한 습성이나 취향을 가지고 있더라도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을 언제든 만날 수 있다. 이 영화 속에서도 다양한 이터가 등장하듯,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조금씩 이해의 범위는 다르다. 삶은 나라는 존재가 왜 생겨났고, 어떤 존재인가라는 것을 알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 결국 누군가 나를 이해하고 아끼는 사람을 만나면서 현재의 나라는 존재를 제대로 만끽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일 것이다. 영화 속 메건과 리는 자신들의 취향과 습성을 가진 상대를 만났고 적당히 그것을 조정하며 자신들만의 삶을 이루어냈다. 이 영화의 설정이 끔찍할지언정, 이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관계와 삶의 모습은 아름답다.
영화를 연출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과거에 <버거 스플래쉬>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그리고 <서스페리아>를 연출한 감독이다. 훌륭한 미장센과 설정으로 자신만의 메시지를 영화에 담아 전달했던 그는 이번 <본즈 앤 올>에서도 독특한 설정 속의 인물들의 내면을 아름답게 전달한다.
메건 역을 맡은 배우 테일러 러셀은 <이스케이프 룸>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다. 이터라는 독특한 습성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인물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이름이 알려진 배우인 티모시 샬라메는 이 영화에서도 이터로서의 고통을 공감하고 결국 사랑에 빠지는 리 역할을 훌륭하게 연기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인육을 먹는다는 설정은 꽤 큰 걸림돌이다. 영화가 인육을 먹는 장면을 공포영화처럼 끔찍하게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어떤 관객들에게는 그 장벽을 넘기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인육을 먹는다는 설정을 떼어놓고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무척 아름답고 슬프다. 평생 자신의 취향과 습성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또 그것을 이해해 줄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이 영화에 숨어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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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킷> 로맨스, 액션, 정치 스릴러의 무색무취한 만남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리스에서 애인 '에이프릴(알리시아 비칸데르)'과 함께 휴가를 보내던 미국인 관광객 '베킷(존 데이비드 워싱턴)'. 그는 숙소로 이동하던 중 졸음운전으로 인해 차가 전복되어 추락하는 교통사고를 일으킨다. 애인과는 달리 간신히 살아남은 그는 비탄에 잠긴 채 사건 경위에 대한 조사를 받고, 그리스 경찰에게 차가 추락한 주택 안에서 한 남자아이를 봤다고 진술한다. 그러자 친절하던 그리스 경찰들은 사건 현장을 찾은 그를 향해 느닷없이 총격을 가하기 시작하고, 베킷은 공격을 피해 도망친다. 아테네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으로 가서 도움을 요청하기로 한 베킷은 나라를 가로지르기로 결심하고, 그렇게 그는 그리스를 둘러싼 정치적 음모의 거미줄에 빠져든다.
13일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베킷>은 평범한 미국인 베켓이 갑작스럽게 그리스 경찰에게 쫓기는 추격전을 크게 세 개의 플롯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다이아키>와 <안토니아>로 이름을 알린 페르디난도 시토 필로마리노 감독은 우선 베킷과 에이프릴의 로맨스로 문을 열고, 알프레드 히치콕의 <오명>처럼 갑작스럽게 베킷과 그리스 경찰 간의 추격전과 액션으로 노선을 선회한다. 이후 베킷이 자신을 둘러싼 음모에 대한 단서를 맞춰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두 개의 플롯을 포괄하는 그리스 경제위기와 관련된 국내외적 정치 스릴러의 면모를 선보이고, 영화는 윌 스미스 주연의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를 연상시키며 마무리된다.
문제는 <베킷>이 선보이는 세 개의 이야기가 전혀 화학작용을 일으키지 못하다는 점이다. 각각의 플롯은 그 자체의 매력이 부재하며, 상호 간의 연결고리도 느슨하다. 즉, <베킷>은 무엇을 보여주고 들려주려 했는지 의도는 어렴풋이 보일지언정, 손으로 만져지지는 않는 영화다.
먼저 도입부를 장식하는 베킷의 사랑 이야기를 보자. 상대적으로 보다 주관적 감상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두 배우 간의 호흡은 차치하더라도, 영화는 좀처럼 베킷의 심정에 빠져들어갈 계기나 동기를 제시하지 않는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이 커플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두 남녀가 그리스에 여행을 왔고, 시위로 혼란스러운 아테네를 떠나 비교적 한적한 관광지를 돌아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졸음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낸 베킷이 죄책감에 매우 고통스럽고, 스스로를 비난하고 있다는 것 정도다. 영화는 이들의 현재와 상황을 제시할 뿐, 그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피 흘리는 와중에도 베킷을 끊임없이 뛰고 구르도록 만드는 동기 중 하나인 죄책감 혹은 상실감은 마치 타인의 부고 기사를 읽는 듯 무미건조하게 느껴진다. 만약 둘이 어떻게 만났고, 어떤 추억을 공유했으며,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강한 지를 알려줄 장면이 짧게나마 있었다면 이러한 감상은 달라졌을 것이다. 물론 위의 내용만 있어도 베킷의 심정을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그러나 영화의 구조상 감정적으로 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가 베킷이 유일한만큼, 주인공에게 공감할 여지를 주지 않는 로맨스는 도입부로서 실패라고 볼 수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는 베킷과 그리스 경찰 간의 추격전 역시 기대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일단 긴장감이 없다. 사실 한 남자가 갑자기 표적이 되고, 정신없이 쫓기는 와중에 자신을 죄어오는 올가미를 하나둘씩 알아챈다는 전개는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클리셰다. 그렇기에 위기에 빠진 주인공이라는 상황만으로는 더 이상 서스펜스를 자아낼 수 없다.
따라서 <베킷>과 같은 영화는 주인공을 다양한 변칙적인 상황 속에 던져 놓아야 하는데, 바로 이 대목에서 <베킷>은 잘못된 선택을 한다. 경찰에 의해 곤경에 처한 베킷이 그리스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도주하고, 이에 경찰들은 현지인들을 위협해 얻은 정보에 기반해 그를 다시 추격하는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암석으로 가득한 그리스의 산을 비롯해 좁은 공간 그 자체로 서스펜스를 고조시키는 집 내부나 기차 칸 같은 다양한 환경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고도 이들을 베켓의 추격전에 유의미한 변수로 작용시키지는 못한다. 단지 그리스어 대사에 해당하는 자막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불안함과 초조함을 가중시키는 재치만이 잠시 빛날 뿐이다.
또한 중간중간 삽입되는 액션 역시 흥미를 돋우는 데 실패한다. 여러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액션 시퀀스는 신선하지 않다. 단적인 예로 주차장 건물에서 펼쳐지는 클라이맥스는 시간대만 낮으로 다를 뿐,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이 처음 등장하는 주차장 장면과 유사하다. 유사한 주제의식과 이야기를 공유하는 <본 얼티메이텀>을 연상시키도 한다. 액션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베킷의 능력 역시 몰입을 방해한다. 총탄이 복부를 관통하거나 건물 3층 높이에서 보어내려도 좀처럼 지치지 않고 고장 나지 않는, 슈퍼 히어로에 필적하는 그의 내구성과 신체적 능력은 영화의 개연성을 과하게 파괴한다. 특히 그리스의 현실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비현실적인 액션은 영화의 전반적인 톤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베킷>은 이 작품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와 유렵연합, 미국이 뒤얽힌 정치 스릴러를 설득력 있게 풀어내지 못했다. 영화는 그리스에서 급진좌파연합(시리자, SYRIZA)이 정권을 잡고 그리스 구제금융 국민투표를 시행한 2015년 전후를 배경으로 삼은 듯 보인다. 당시 그리스에서는 세 번째 구제금융의 대가로 유럽연합에서 제안한 긴축재정 시행을 두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었고, 급진좌파연합은 그리스의 경제 주권을 침탈한다는 이유로 긴축안을 거부하며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한편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를 경험한 후 러시아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미국은 그리스가 유럽 연합 대신 러시아 혹은 중국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나토의 방어체계에서 떨어져 나가는 불상사를 걱정 중이었다.
문제는 영화의 불친절함 때문에 이러한 그리스의 국내외 정치적 배경을 좀처럼 알아챌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영화는 철저히 베킷의 시점에서 진행되며, 그 결과 그리스의 정치 상황도 그저 외국인이자 관광객의 시점에서 묘사될 뿐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그리스, 유럽연합, 미국, 러시아가 얽히고설킨 국제정치적 상황에 대한 설명이 미국 대사관에 걸린 오바마 대통령의 사진에 모두 함축되어 암시되는 것이 그 예시다. 베킷이 그리스 정치와 관련된 정보를 미국 대사관과 좌익 활동가로부터 각각 입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베킷이 발견한 어린 남자아이의 중요성을 정반대의 입장에서 파악하고 해석한 정보는 필연적으로 상충될 수밖에 없고, 이는 베킷과 시청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그래서 그리스의 현실을 자세히 알지 못할 경우, 영화의 흐름과 전개를 쫓는 것도 녹록지 않다.
그러다 보니 <베킷>의 주제의식은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다. 영화는 미국 대사관의 도움에 실낱같은 희망을 거는 베킷과 자국민 보호라는 의무를 저버린 대사관 직원을 대비시키면서 국민의 보호라는 국가의 윤리적 의무와 현실적 이익의 충돌을 담아내고자 한다. 그리스의 정치적 배경이 작중 가상의 그리스 우익 정권을 미국 정부가 돕고, 미국 대사관 측에서 교통사고로부터 그리스 정치계를 뒤흔들 단서를 발견한 평범한 미국 시민을 제거하려는 동기로 작용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맥락에서 보면 자국의 이익과 반대로 행동하며 미국을 공격하는 캐릭터인 베킷, 평범한 시민이었던 그의 변화는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않고 신뢰를 저버릴 때 초래할 나비효과를 상징한다. 잘못된 경제정책과 복지정책으로 인해 국가가 국민을 지켜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그리스를 배경으로 하기에 이 메시지는 분명 의미심장하다. 단지 명료하게 전해지지 않을 뿐이다.
<베킷>의 실패는 영화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주연 배우 존 데이비드 워싱턴의 모습에서 직관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에서 존 데이비드 워싱턴은 베킷보다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의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물론 두 작품 모두 전반적으로 건조하고 침착한 톤을 유지하며, 주인공을 본인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 빠트린다는 흐름 상의 유사점이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킷이 <테넷> 속 '주도자'로 보인다는 사실은 결과적으로 영화가 자신만의 개성을 보여주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베킷이라는 인물을 생동감 있게 묘사할 수 있을 만큼 극의 완성도가 높지 못했기에 영화의 얼굴인 주연 배우에게 다른 얼굴이 온전히 덧입혀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베킷 혼자 나오면 무색무취하던 영화가 에이프릴과 레나가 등장할 때 잠시 생동감을 되찾는 것만 보더라도 <베킷>이 자신의 이야기를 온전히 펼치지 못했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P(Poor, 형편없음)
설렘 없는 로맨스, 지루한 추격전, 이해가 되지 않는 정치극이 빚어낸 총체적 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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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씨왕후 | 특별하고 각별하고 유별난 사극의 등장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나라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고구려의 위신을 높인 '고국천왕'(지창욱). 하지만 전투 중 부상을 입은 그는 궁에 돌아와 치료를 받던 중 갑작스레 사망한다. 왕의 독살을 의심한 '우씨왕후'(전종서)는 국상 '을파소'(김무열)와의 상의 끝에 왕의 죽음을 비밀로 하기로 결정하고, 궁 밖으로 나선다. 왕의 동생과 혼인하여 왕을 독살한 이들로부터 자기 자신과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
하지만 왕의 넷째 동생 '고연우'(강영석)의 영지로 향하는 그녀의 여정은 순탄치 않다. 왕좌와 왕비족의 지위를 노리는 다섯 부족의 귀족 가문은 물론, 그녀의 언니이자 태시녀인 '우순'(정유미)마저 그녀를 노리기 때문. 이에 더해 왕의 셋째 동생 '고발기'(이수혁)마저 형의 자리를 탐내며 우씨왕후를 위협해 온다.
<우씨왕후>가 만족스러운 이유
TVING 오리지널 드라마 <우씨왕후>를 향한 기대는 컸다. 여러 이유가 있었다. 우선 배경이 신선했다. 한국 사극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시대는 단연코 여말선초다. 그 외에는 임진왜란, 병자호란, 그리고 숙종부터 정조까지의 시기 정도가 자주 등장한다. 삼국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가운데, 고구려 초기의 사건을 다룬 드라마라 하니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도 눈길을 끌었다. 왕후 우씨는 한국사에 흔적을 남긴 몇 안 되는 여성 중에서도 독특한 인물이다. 어찌 보면 성골이라서 왕이 된 선덕여왕, 진덕여왕보다도 주체적인 여성이다. 그녀는 남편인 고국천왕이 죽자, 자기 의지대로 상산왕과 혼인해 그를 왕좌에 올려 왕후 자리를 유지했다. 반란과 내전도 이겨냈고, 상산왕의 후계를 결정하는 데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시도했다. 이제야 영상화된 게 의아할 정도로 파란만장한 이야기다.
공개된 결과물은 위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고구려를 배경으로 삼은 사극으로서는 각별하고,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사극으로서는 특별하며, 더 나아가 한 편의 사극으로서도 유별나기 때문. 특히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실험과 도전을 꺼리던 한국 사극에 여러 충격파를 던져주기에 <우씨왕후>는 더욱 만족스럽다.
사극 속 고구려
한국 사극 속 고구려 묘사는 언제나 비슷했다. 고구려라는 나라가 지닌 대중적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과 나라의 명운을 두고 펼친 수 차례의 전면전도 거뜬히 이겨낸 한민족의 강국. 일제강점기, 분단, 전쟁을 겪으며 생겨난 민족적 콤플렉스를 치유하는 수단으로써, 민족주의 충족을 위한 도구로써 고구려만 한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구려 사극이 인기를 끌었던 시기도 2000년대 중후반이었다.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인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주몽>, <연개소문>, <대조영>, <태왕사신기>, <바람의 나라> 같은 작품이 우후죽순 제작됐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만 다를 뿐, 중국이라는 거대 제국에 맞서 민족의 기상을 드높이는 천편일률적 전개가 되풀이는 됐다. 10여 년 후에 개봉한 영화 <안시성>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이어졌다.
고구려의 실체에 근접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씨왕후>는 특별하다. 민족주의 관점이 없지는 않다. 고국천왕이 한나라와 펼치는 전쟁 시퀀스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한나라와 손 잡은 셋째 왕자 고발기에 맞서는 우씨왕후와 을파소의 선택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전개도 두드러진다. 그러나 드라마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고구려 내부의 정쟁이다. 대중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고구려 초기의 역사를 구체화하려는 노력으로 가득하다.
특히 <우씨왕후>는 사료 너머에 숨은 실체적 진실을 불러내려 애쓴 티가 역력하다. 각본 곳곳에서 여러 가설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본래 해씨와 고씨가 왕위를 나눠 가졌으나 태조왕부터 고씨가 왕좌를 차지했다는 내용의 '해씨 고구려 설'을 차용해 건국 초기 고구려 내부 사정을 현실감 있게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왕께서 하늘로 돌아가셨다"와 같은 대사를 통해 고구려만의 세계관과 종교관을 생생히 보여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삼국사기>의 기록을 토대로 우 씨, 어 씨, 좌 씨, 명림 씨 등 고구려의 여러 귀족 가문의 세력 구도를 그려냈다. 을파소처럼 생애의 일부만 알려진 인물의 과거사를 당대 시대상에 맞게 채워 넣은 상상력도 인상적이다. 다만 과욕이 넘친 대목도 여럿 있다. 고국천왕의 형제가 5명이 아닌 4명이라는 통설을 부정하거나, 고국천왕 시절에도 졸본이 독자 세력으로 남아 고구려의 멸망을 기도한다는 설정이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대중적으로 인식된 이미지를 깨고, 고구려가 부족연합체에서 고대 왕국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려는 시도는 의미가 크다. 그 자체로 한국 사극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확장하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설령 실제 역사와는 상이한 모습일지 몰라도, 상상력을 살려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려고 한 <우씨왕후>의 결과물에 박수가 필요한 이유다.
드디어 일보전진한 여성 서사
여성 서사로서도 <우씨왕후>의 성과는 남다르다. 솔직히 말하자. 한국 사극의 여성 활용법은 <선덕여왕>(2009) 이후로 크게 달라진 바 없다. 여성 주인공의 주체성을 억지로 강조하려는 시도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하 사극을 표방한 <고려거란전쟁>만 해도 왕후들을 그저 질투에 눈이 먼 일차원적 캐릭터나 판에 박힌 교과서적 캐릭터로 묘사하면서 '고려궐안전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그뿐만 아니라 역사 속 여성을 재발견하려는 시도도 많지 않았다. 일례로 <육룡이 나르샤>의 경우 이방원의 아내로서 남편을 왕위에 올리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운 원경왕후를 단순한 조연으로 삼았다. 대신 가상 인물인 '분이'에게 활약상을 몰아줬다가 역사 왜곡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우씨왕후>는 분명 진일보한 작품이다. 누구보다도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여성 정치인을 소환하는 데 성공했으니까. 특히 Part 2의 전개가 인상적이다. Part 1까지만 해도 가문의 생존을 위해 아버지와 을파소에게 떠밀리는 듯 보였던 우씨왕후가 알고 보니 본인 의지대로 정국을 이끌어 나갔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때문. <선덕여왕>의 미실과 덕만 이후로 보기 드물었던 묘사이기에 더욱 가치가 크다.
다만 <우씨왕후>의 여성 서사에서는 약간의 불협화음이 들린다. 극 중 우씨왕후는 정치인이다. 그녀에게 여성이라는 사실은 취수혼처럼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활용하할 수 있는 무기 중 하나다. 평범한 여인으로서 그저 고국천왕을 사모한 우순과의 갈등을 보면 그녀의 정치적인 면모가 더욱 부각된다. 그런데 드라마 말미에 우씨왕후는 돌연 여성으로서의 한을 토로하며 자기 욕망을 드러낸다. 그 결과 결말은 이전까지의 분위기와도 조화를 못 이루고, 지나치게 현대적으로 느껴지면서 위화감을 자아낸다.
사극의 다양성과 잠재력
마지막으로 <우씨왕후>는 사극으로서도 색다른 작품이다. 일단 장르적으로 신선한 시도가 돋보인다. 24시간이라는 한계를 두면서 추격전의 박진감과 긴장감을 극대화한 선택은 영리했다. 또 추격전을 가급적 다양한 그림으로 구성하려는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숲과 평야를 오가는 추격전, 산속에서의 전투, 산사태를 이용하는 지략과 강변에서의 전투 등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우씨왕후의 여정을 다채롭게 꾸며냈다.
전쟁 시퀀스도 인상적이다. 한국 사극에게 전쟁 시퀀스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영화와 달리 드라마 속 전투 장면은 실망의 연속이었으니까. <고려거란전쟁>처럼 아예 전쟁이 배경인데도 그럴싸한 전투 시퀀스를 보여주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우씨왕후>는 다르다. 고국천왕의 전쟁 시퀀스, 우씨왕후와 고발기의 군대가 대치하는 장면의 스케일, 묘사의 완성도, CG의 완성도를 보면 본격적인 내전을 다룰 시즌 2를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플랫폼의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한 지점도 인상적이다. OTT에서 19세 관람가로 제작, 공개한 사극이다 보니 기존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사의 사극보다도 더 자극적인 묘사가 가능했다. 이는 여러 측면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잔혹한 묘사로써 전쟁이나 액션을 더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었고, 우씨왕후가 넷째 왕자를 고연우를 성적으로 유혹하는 장면에도 설득력을 더할 수 있었기 때문.
물론 전개와 무관하게 선정적인 장면으로 인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고국천왕의 부상을 치료하는 장면은 아무런 맥락이 없어서 충격적이다. 하지만 그 외의 장면은 비판보다는 호불호의 영역처럼 보인다. 우순과 고발기의 동기와 욕망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서 분명한 맥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우씨왕후>는 애초에 <스파르타쿠스>, <왕좌의 게임> 같은 해외 드라마처럼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창작물이기도 하다.
사실 <우씨왕후>는 몇몇 기술적인 문제를 노출한다. 야간 장면이 많다 보니 잘 보이지 않는 구간도 있고, 배경 음악의 활용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며, 주연을 비롯한 몇몇 배우의 경우 사극 연기나 발성이 익숙하지 않은 티를 숨기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단점은 눈감아 줄 만한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우씨왕후>의 결과물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시대를 배경으로 시대상과 인물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애쓴 노력이 가득 느껴지기 때문. 공개 전까지는 의상 및 소품과 관련해, 공개 후에는 선정성과 관련해 논란이 있었던 것도 달리 말하면 그만큼 새로운 시도였음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우씨왕후>는 8부작이라서 아쉽고, <우씨왕후>의 다음 시즌을 기대할 이유도 충분해 보인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찰이나 소재의 다양성처럼 '사극'으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한 작품이 늘어나는 가운데, <우씨왕후>는 한국 사극계에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는 작품 같기 때문이다.
Acceptable 무난함
디테일의 문제는 눈감아줄 수 있을 정도로 별난 사극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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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전태일 혹은 제1의 신순애, 이숙희, 임미경…
1977년 9월 9일. 청계피복노조는 건물 사무실에서 노동교실을 사수하기 위한 집단 농성을 벌였다. 청계피복노조는 전태일이 분신한 후 결성된 노조로 전태일의 뜻을 이어 다양한 노동환경 개선 운동과 노동자 교육을 진행하던 단체다. 이들이 농성을 벌인 이유는 건물주가 9월 10일까지 노조 사무실과 노동교실을 비우라고 통보했기 때문이었다. 계약기간이 남았음에도 퇴거 통보를 받은 건 배후가 있는 정치적 탄압이었다. 당시 위정자들에게 전태일과 그의 어머니 이소선의 이름은 노동운동‧민주화운동 세력을 상징하는 위협적인 이름이었는데, 청계피복노조가 이 둘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워 피복노동자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의욕적으로 전개해나가는 게 영 못마땅했던 것이다.
〈미싱타는 여자들〉은 청계피복노조 투쟁의 중심에 있었던 활동가들이 1977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들에게 노조는 무슨 의미였는지, 그날을 다시 기억한다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질문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에 나오는 인물은 대부분 여성이다. 여자는 배울 필요가 없다는 편견, 찢어지게 가난해 가족의 생계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절박함 등 미싱을 돌리는 노동자들이 대부분 여성이었던 이유는 많다. 그녀들은 평화시장에서 일을 시작한 계기, 학생이 아닌 노동자라서 겪어야 했던 설움, 열악한 노동환경, 노조를 만나 변화한 삶, 동료들과 맺은 우애, 투쟁을 결심한 계기 등에 관해 말한다. 깔깔거리는 웃음소리, 몸이 부르르 떨리는 분노,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슬픔을 담은 그녀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전태일의 수혜자가 아닌 동지였음을 분명하게 증언한다.
청계피복노조의 노동교실 사수 투쟁은 그녀들의 삶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었다. 노조와 노동교실이 없었다면 평화시장의 노동자들은 살인적인 노동 강도, 형편없는 노동환경에 내내 시달렸을 것이고,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투쟁 과정에서 투신, 자해 등의 다소 과격한 결의가 나온 건 이 때문이다. 전태일을 계기로 빼앗긴 삶을 조금씩 되찾아오던 그녀들에게 노조를 그만두라는 건 다시 전태일 이전, 즉 지옥으로 돌아가라는 의미였던 것이다.
하지만 과정, 맥락은 사라지고 법적 처벌과 빨갱이라는 낙인만 남았다. 재판은 주먹구구식이었다. 1962년생 노동자를 성인 교도소로 보내기 위해 1960년생이라 조작한 것은 재판이 노조 와해를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음을 보인다. 청계피복노조가 농성을 시작한 9월 9일이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인 ‘구구절’과 겹친다며 그들을 빨갱이라 부른 것도 마찬가지다. 청계피복노조의 투쟁에 정말 ‘빨갱이’가 개입했다면, 차라리 피복노동자에게 9월 10일까지 사무실을 비워달라고 통보한 건물주가 그랬다고 주장하는 게 합리적이다. 예나 지금이나 법은 약자 앞에서 더 가혹하고 우스워진다.
법적 처벌과 빨갱이는 모두 핑곗거리다. 그들은 여성 노동자가 자기 목소리를 갖고, 자기 삶을 기획하는 존재로 거듭나는 게 두려웠던 것이다. ‘고도성장’을 위해서는 기계처럼 수동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모범'이기에 자유, 권리를 요구하는 자들은 눈엣가시다. 청계피복노조에 대한 탄압은 '뒷바라지하는 아내'와 '수동적 노동자' 말고는 여성에게 아무것도 허락할 수 없다는 체제‧위정자의 추악한 폭력성을 까발린다.
청계피복노조의 투쟁을 이끌었던 피복노동자들은 징역을 살았다. 함께했던 친구‧동지들은 흩어졌고, 이들은 누구에게도 자신의 과거를 말하지 않았다. 세상이 자유롭고자 하는 여성 노동자를 어떻게 취급하는지를 뼈저리게 배웠기 때문이었다. 50년이 흘렀지만 그녀들은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무대인사에 오른 피복노동자들은 기억 속에 묻어 두었던 일을 꺼내 영화 촬영에 응한 이유로 자신들의 싸움이 기록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했음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오랜 침묵을 거스르는 말하기의 사회적 의의를 믿은 것이다. 영화에 나타나듯, 1977년에 이어 이번에도 그녀들의 선택은 옳았다.
동시에 이들의 말하기는 젊은 시절의 '과거의 나'에게 건네는 치유와 화해의 시도이기도 하다. 삶에 깊이 새겨졌음에도 그렇지 않은 듯, 없었던 일인 듯 살아온 시절을 건너 환한 얼굴로 과거의 나와 대면하는 그녀들의 모습은 감동을 자아낸다. “그분들이 전태일이었어요”라는 한 남성 동료의 말처럼, 청계천피복노조의 여성 노동자들이 이제는 웃는 얼굴로 당당히 과거를 회상하고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기를 계속해 나갔으면 좋겠다. 그들이 제2의 전태일을 넘어 제1의 신순애, 이숙희, 임미경…으로 거듭날 때 한국의 노동운동사는 더 풍부해질 것이고, 소리 내지 못했던 더 많은 삶에 다시 목소리를 부여할 것이며, 흩어진 동료들의 삶을 더 크게 모아낼 수 있을 것이다. 미싱타는 여자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뜨거운 응원과 연대의 박수를 보낸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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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함이라는 어려운 세계
<멋진 세계>(감독 니시카와 미와)는 살인 후 13년간의 복역을 마친 한 인간이 평범한 일상에 진입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이번에는 진짜 평범하게 살아야지"라며 막 교도소를 나온 미카미 마사오(야쿠쇼 코지)는 다짐한다. 신원보증인 변호사의 도움을 받고 생활보호대상자가 된 덕분에 그는 도쿄의 작은 집을 구하지만 생활은 넉넉지 않다. 일자리를 구하려 하지만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자신이 잘하던 운전 실력을 발휘해 트럭 운전수가 되려 하지만 면허증을 갱신하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따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자존심은 무너지고 돈마저 넉넉하지 않은 미카미는 자주 욱한다. 이 욱하는 성격 때문에 그는 자주 목소리를 높이고 날카롭게 타인에게 반응한다. 오랜 기간 사회와 단절되었다고 그 사람의 본능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길거리에서 누군가 괴롭힘을 당하는 걸 목격한 그가 폭력만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 역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그가 착실하게 살려고 노력해도 어느 순간 그가 다시 경찰에 잡혀갈까 봐 나는 조마조마했다. 일상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미카미를 보며 나는 문득 그의 입장에서 영화에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물론 울분에 찬 표정을 짓다가도 아침에 일어나 조용히 간장계란밥을 해 먹고 정장을 입고 거울을 보는 해맑은 미소를 짓는 야쿠쇼 코지의 안정된 연기가 돋보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왜 나는 살인을 저질렀던 그가 웃으면 마음이 포근해지고 사람들에게 뾰족한 말을 들으면 슬픈 감정이 스며들었던 것일까. 그건 일종의 동정심이었을까, 아니면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삶의 긍지가 느껴졌기 때문일까.
아마 그건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미카미는 태어나서 얼마 안 돼 부모의 버림을 받고 보육원에서 자랐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비뚤어진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어린 시절 어른들의 버팀목 아래에서 성장하고 안 하고의 차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방황해 14살부터 소년원을 드나들고 이후 야쿠자 조직을 거친 미카미가, 사실은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줄 곳을 찾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한창 칭찬받고 싶은 나이. 어린 나이에 당연히 할 줄 아는 게 많지 않은 미카미가 갈 수 있는 곳이란 몸과 힘만 잘 쓰면, 조금은 단순해도 환영받을 수 있는 곳이었을 테니까. 어쩌면 그곳에서는 누가 더 크게 욱하느냐에 따라서 서열이 정해졌을지도 모른다.그런 세계에서 환대받던 한 인간이 이제 평범한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화를 절제하고 부당한 상황에서도 인내해야 하는지 영화는 그려낸다. 역시 쉽지 않다. 미카미가 병원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친절하던 의사가, 미카미가 성실히 생활하다 아파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는 날카롭게 말을 건네며 태도가 돌변하는 것처럼. 이를 바라보는 미카미의 당황한 눈빛처럼, 어쩌면 이 세계는 당황스럽고 이상한 것 투성일지도 모른다. 이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서 이 평범하지 않은 세계에서 참을성을 길러야 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 때문에 영화 중간 중간 미카미가 인상을 찌푸리고 입을 벌리는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혈압이 올랐을 때 나오는 반응인데 화를 많이 내면 낼수록 몸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욱하는 성질을 가진 데다 이 세상은 참아야 할 것투성이인데 '너 정말 인내하지 않으면 큰일 날 수 있다'는 차가운 경고 메시지처럼 느껴졌다.다행히 미카미 주변에는 그를 달래줄 좋은 사람들이 있다. "인간은 강하지 않다" "도망치는 건 실패가 아니야" "자기 자신을 잘 다스리세요"라며 미카미의 주변인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미카미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어르고 달래줄 사람들. 외로운 미카미를 진심으로 보살펴 줄 사람들이 근처에 있다. 어쩌면 이 세계는 따뜻할 수도 있겠구나, 라며 안도할 수 있는 장면이 펼쳐진다. 미카미 주변에는 이미 그를 도와줄 따뜻한 사람들이 있었다. 모든 게 다 잘 되고 해결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알게 됐다. 평범한 삶을 산다는 건 어쩌면 냉혹하고 차가운 세계와 정겹고 따뜻한 세계를 왔다 갔다 하는 연속이 아닐까 하는 사실을. 미카미가 평범함이라는 제일 어려운 세계에 진입하려고 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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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팔콘앤윈터솔져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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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
2021. 04. 16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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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타임라인*
00:00 클라이막스로 향해중
00:49 예상했던 짭틴아메리카
02:26 캡틴의 향수를 뿌린 샘
04:16 5화 카메오?
06:12 새로운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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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먹보와 털보> 공식 예고편
의외의 찐친 먹보(비) X 털보(노홍철) 전국을 누비며 릴랙스! 좌충우돌 찐우정 로드트립 버라이어티 《먹보와 털보》 12월 11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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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2차 예고편 - 연애 편
“시작은 막차였다”
집으로 가는 막차를 놓친 스물한 살 대학생 ’무기’와 ‘키누’는
첫차를 기다리며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좋아하는 책부터 영화, 신고 있는 신발까지 모든 게 꼭 닮은 두 사람은
수줍은 고백과 함께 연애를 시작하고 매일매일 행복한 시간을 쌓아간다.
“내 인생의 목표는 너와의 현상 유지야!”
하지만 대학 졸업과 함께 취업 준비에 나선 두 사람은 점점 서로에게 소원해지고
꿈과 현실 사이의 거리 만큼 마음의 거리도 멀어지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