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12-31 11:33:39
2021_씨네픽_연말결산.zip
영화 앱테크 씨네픽
안녕하세요!
영화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
영화 정보도 얻고 상금도 받는 어플리케이션
'씨네픽' 입니다!
어느덧 2021년의 마지막 날이 찾아왔는데요.
정말 눈깜짝할 사이 지나가버린 2021년이지만,
씨네픽의 한 해를 살펴보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씨네픽 2021 총결산.zip
과연, 씨네픽에서 진행한 퀴즈는 총 몇 개일지!
총 상금은 얼마일지! 지금부터 같이 확인해볼까요??
잇츠 CINE PICK!
우와~~ 이렇게 보니 씨네픽 2021년 한 해를 정말 열심히 달려왔다는 게 느껴지는데요!
마지막으로!
씨네픽의 2022년은 올해보다 훨~씬 풍성해질 예정이니,
상반기 update 많이 기대해주시길 바라구요~
주변에 많~~~~은 홍보 부탁드리겠습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그럼! 씨네픽의 2022년을 확인할 수 있는 링크 놓고,
이만 총총 물러가보겠습니다.
씨네랩, 씨네픽 에디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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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늘 삼각형 안에."
*본 게시물은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받아 작성되었습니다.*
1월부터 그렇게 보고 싶었던 영화 <슬픔의 삼각형> ?
안그래도 높은 기대, 더욱 더 재밌게 보고 싶은 마음에 예고편과 줄거리도 모른 채 씨네랩 시사회에 갔다. 첫 시작부터 강렬했으며 결말을 보고선 이마 짚으면서 상영관을 나왔다는,, 이 영화를 개인적인 감상평과 함께 한 줄로 남기자면 "새롭진 않았지만 새롭다"!!
⭐삼각형, 슬픔의 삼각형
영화에서 "슬픔의 삼각형"이란 단어는 한 번밖에 안 나온다. 그러나 제목으로 대두되었을 만큼,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영화의 러닝타임은 2시간 30여분으로 1부~3부를 포함하므로 개인에 따라 '길게' 다가올 수도 있다. 이 짧고도 긴 시간 동안 영화는 관객에게 늘 외치고 있다, "우리의 삼각형은 여전히 그대로야."라고. 여성과 남성 / 부와 가난 그리고 끊임없이 딸려오는 '신분'이라는 고정된 꼬리표. 2023년이 된 지금, 피상적으론 '평등'을 표하지만 실질적으로 우리의 삼각형은 불변한다, 바뀌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아픔을 1부부터 3부까지 우스꽝스럽고도 잔인하게 표현한 이야기 아닐까 싶다.
우리는 슬픔의 삼각형 안에서 살고 있다. 위로 가든, 밑으로 가든 어쨌든 삼각형 안에 갇혀있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대체 무엇을 바라고 평등함을 표하는 동시에 서로를 이렇게 미워할까. 특정 인물들에 공감을 하기도, 혐오감을 가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새로운 익숙함
사실 드라마 <석세션>부터 시작해서 부와 가난 등의 차별 등을 비꼬는 미디어 콘텐츠들을 수없이도 많이 봐왔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새로웠다. 이목을 집중시켰던 1부, 보는 내가 아찔했던 2부 그리고 무한한 불안감으로 끝내었던 3부. 개인적으로 3부 결말로 본 영화를 n차 돌 생각이 충분하지만...! 영화가 다소 길었다. '그들만의' 다큐멘터리를 조용하게 지켜보고 있었던 기분. 한 마디로, 무서사가 만들어낸 서사였다. 피식거리던 웃음은 곧 슬픔으로 바뀌었던 그 마지막 10분의 아찔함을 잊지 못 한다.
눈 앞에선 형체 모를 불꽃들이 남발했던 영화였다.
그러나 기묘하게도, 내가 그걸 즐기고 있었다. 익숙한 새로움에 빠지고 싶은가?
당신 안의 슬픔의 삼각형을 다시금 지각하고 싶은가? 지금 당장 <슬픔의 삼각형>을 보러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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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피어날 것은 피어난다
SYNOPSIS.
대출과 빚에 허덕이는 ‘브루노’와 ‘알베르’ TV 중고거래에서 우연히 만난 둘은 공짜 맥주와 감자칩에 이끌려 얼떨결에 환경 운동에 동참하고,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블랙 프라이데이에 반대하는 ‘캑터스’를 만나 환경 운동에 점점 진심이 되어가는데… 살기는 어렵지만 사랑은 하고 싶은 두 남자와 환경 문제 외에는 모든 것이 무감각한 여자까지… 갓생을 꿈꾸는 파리지앵 3인의 동상이몽 라이프가 시작된다!
POINT.
✔️ 프랑스 영화는 난해하다는 인식을 깨고 한국에서도 흥행했던 <언터처블: 1%의 우정> 감독 작품이에요
✔️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사랑받은 <알로 슈티>처럼 가볍고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예요
✔️ 팬데믹과 기후위기 속에서 젊은 세대가 느끼는 감각을 전제로 한 작품이라서 흥미로워요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노에미 멜랑 주연! 마티유 아말릭 등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 얼굴들도 반가워요
계절을 따라 부지런히 옷장 정리를 하다가 한숨이 나온다. 아직 멀쩡하다 못해 새 옷에 가까운 상태이지만 여태까지 손이 잘 가지 않았고 앞으로도 입을 것 같지 않은 옷부터, 마르고 닳도록 입었긴 해도 버리긴 애매한 옷까지... 버릴 것이냐 말 것이냐, 늘 고민하는 동안에도 옷장에는 새 옷이 들어오고, 더 이상은 공간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결국 큰맘먹고 옷을 덜어냈다. 그리고 이제 당분간 옷을 사지 않기로 결심한다. 내 돈 주고 산 옷이 나에게 짐이 되는 게 싫다. 그러는 동안 밖에는 종일 그치지도 않고 장마 같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강원도 어디에는 눈이 왔다고 한다. 지금 5월인데요.
우리가 이런 시대를 산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텀블러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이 단톡방에서 대놓고 부정 당하던 시절이 있었다. 천 번을 써야 한다는둥 그건 의미가 없다는둥... 나는 더 이상 그 단톡방에서 말을 하지 않는다. 텀블러에 대한 의견 차이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예의 차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기후위기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이제 몇 남지 않은 것 같지만, 그럼에도 개인의 민감도 차이는 분명 존재하고, 거기에 타인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엔 너무 바쁘고 지치고 화가 나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가 이런 시대를 산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그런 우리 삶과 닮은 현실을 산다. 그래서 이 영화는 흥미롭다. 기후위기라는 단어를 몰랐던 시절의 로맨스처럼 부요한 재정 상태나 환경 상황을 자랑할 수 없는, 낭비할 거라곤 없고 그래서 휘청거려도 기댈 데 없는 세대를 담고 있어서.
심지어 이 영화의 주축을 이루는 브루노와 알베르는 소액 대출을 계속하다가 파산에 이르른 사람들이다. 공짜 맥주를 따라가다 보니 환경 단체 사람들을 만났고, 지금껏 그래왔듯 어영부영 돌려막기 하는 태도로 이들의 활동에 합류한다. 닉네임제로 운영되는 환경 단체 규칙에 따라 '캑터스(Cactus, 선인장)'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여자를 보며 점차로 환경 운동에 진심이 되어가는데, 앞날은 여전히 캄캄하다. 브루노도 알베르도 각자의 행복을 찾아갈 수 있을지 궁금해 하며 이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캄캄하고 답답한 상황임에도 어쩐지 실 없이 웃게 된다.
올해도 힘든 한 해가 될 거예요
사실 이 영화의 원제는 '힘든 한 해 une année difficile'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우리가 익히 아는 프랑스의 대통령과 고위 정치인들이 나와서 "올해도 힘든 한 해가 될 것입니다" 같은 문장들을 말하는 장면들이 모여 나오는데 이 오프닝 시퀀스가 상당히 인상 깊었다. 모든 시대에는 그 시기의 어려움이 있고, 모든 세대는 각자의 어려움을 돌파하며 살아가야 한다. 캑터스와 친구들은 그 문제를 환경 문제로 정의했고, 그에 따라 스크럼을 짜고 구호를 외치며 시대에 맞선다.
이들에게는 낭비할 자원도, 기댈 환경도 없다. 그렇기에 과격해진다. 환경 문제보다 부동산과 주식이 더 중요한 한국의 기성세대에게는 믿고 싶지 않겠지만, 전세계적으로 청년과 청소년들은 이 불만을 말하고 있다. 신자유구의 구조에서 빈부격차는 점점 빅토리아 시대의 그것에 가까워지고 있어 청년 세대는 점차 가난해지고 있으며 (이 부분은 한국 사회에서도 대체로 동의하는 것 같지만), 환경적으로도 기댈 곳 없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소리만 듣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앞에서 목소리를 냈지만 들리지 않아 더 이상 말할 수 없다며 입을 꿰매고, 환경 문제의 시급성을 가장 큰 소리로 외치기 위해 미술품을 파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영화 속 환경단체 사람들도 가게를 막고, 차량 통행을 막고, 심지어는 비행기 출발까지도 막는다.
이들에 대한 관객의 반응 차이가 흥미로운데, 현실에서의 환경 단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폭도처럼 묘사하거나 오히려 이들 때문에 반감이 생긴다며 어깃장을 놓는 사람들이 있다. 너희 때문에 더더욱 채식하기 싫어. 식물은 안 불쌍하니? 같은 사람들 말이다. 골프장의 환경 오염을 지적 당하기는 싫어하면서, 환경 단체 사람들의 행동은 하나씩 문제 삼는 사람들.
하지만 이 영화 속 마티유 아말릭이 분한 캐릭터를 보라. 그는 은행에서 일하는 기성세대이자, 파산 위기에 놓인 젊은이들을 위해 봉사활동까지 하는 훌륭한 어른이지만, 동시에 카지노 출입에 미련을 못 버리는 사람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다 조금씩 모자란 채로 산다. 그것을 청년 세대만의 문제로 취급하거나,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만의 유난으로 치부하는 자세는 별로 어른스럽지 못하다. 물론... 이 영화 속 청년들도 무분별한 소비를 그만두고 좀 미래 지향적인 재정 계획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그게 꼭 골프장 부동산 주식으로만 귀결되는 모양새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차피 우리 모두가 동일한 가치를 지향할 수는 없으니 그렇다면 조롱이라도 하지 않았으면. 바로 그런 자세들이 가뜩이나 힘든 올 한 해를 더 힘들게 해요...
올해도 힘든 한 해가 될 거라는 오프닝 시퀀스는, 역시나 2024년에도 들어맞는다. 우리 시대가 유독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지금 세대이기 때문이다. 지나고 나서 보면 과거의 '힘든 한 해'는 다 지나간 것들이기에 단순해 보인다. 1920년대는 독립운동이었겠지. 1970년대에는 민주화였겠지. 하지만 당대에도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았을 것이다. 독립운동 하에 치열하게 갈라졌을 생각을, 민주화와 경제화 앞에서 각양각색으로 펼쳐진 담론들과 그 안의 우선순위 다툼들. 지금도 마찬가지다. 환경이 먼저냐, 경제가 먼저냐. 어려움조차 각자의 몫으로 흩어져 버린 것 같은 절망적인 한 해, 역시나 올해도 힘든 한 해다.
하지만 유쾌하게 해나갈 수 있지
세상 모든 단체처럼 이들이 활동하는 환경 단체 안에서도 다양한 다이나믹이 펼쳐진다. 물론 환경을 위한 활동을 펼친다는 점은 다름이 없지만, 환경 외의 모든 것에 무감한 채 앞만 보고 달려나가는 캑터스와 달리, 브루노와 알베르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 안에서 다른 감정들이 동기로 작용하기도 하고 결정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건 지극히 자연스럽다. "OO에서 만나서 결혼하게 됐어요"라고 말하며 웃는 커플들 모두 그런 시간을 거쳤을 것이다.
이들이 주고받는 사랑 또한 여느 영화와는 다르다. 장미꽃과 안개꽃 뒤섞인 90년대 테이블 위의 로맨틱한 식사도 없는, 고급스러운 명품 선물도 없는 만남. 단지 스스로가 살기 위한 구호를 외치며 만나고, 스스로가 좀더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선물 하나를 고르거나 받을 때에도 신중하다. 자연스럽게 삶에 녹아든 구호들은, 가끔은 아주 비장하지만 또 매일 묵직하지만은 않다. 이들의 사랑도 이들이 외치는 구호도 삶에 그렇게 녹아든다. 투쟁과 경각심, 기후 우울의 세대이자 가난과 채무의 세대인 이들은, 그렇게 삶에 유쾌한 순간들을 녹여낸다.
동시에 이 영화는 사랑의 작대기에만 집중하지도 않는다. 동병상련 브루노와 알베르의 적당하고 느슨한 협력, 얼레벌레 상황을 타개해 나가는 모습. 전형적인 끈끈한 우정과는 거리가 있지만, 원래 우정이라는 게 그렇게 얼레벌레 쌓이는 경우가 더 많지 않나. 이따금 알지 못했던 서로의 모습을 보고 시원하게 깔깔 웃어버리기도 하고, 영웅 서사 같은 일을 겪기도 하면서, 이들은 하루씩 나아간다. 남들과 다른 감각으로, 그러나 각자의 방식으로 아름답게.
그 즐거운 모습을 보다 보면 짙은 기후우울이 조금 달아나는 기분이다. 그치. 내일이 없는 삶 같은 기분이 들지만, 오늘을 차곡차곡 이어가는 거지. 비록 낭비할 낭만도 기댈 환경도 없이, 혼란스럽게 흔들리는 빈곤한 세대이지만. 이들의 투쟁이 아무리 불안하게 휘청거리는 것처럼 보여도, 이들의 선택이 아무리 빈곤한 것처럼 보여도, 화낼 필요 없다. 아무튼 피어날 것들은 피어난다. 마음도, 사랑도 우정도, 그 안에서 내일도.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하여 시사회에 참석해 감상한 후 작성하였습니다. 영화 개봉은 5월 15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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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락의 해부 / Anatomie d'une chute
추락의 해부 / Anatomie d'une ch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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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봐야지 봐야지하면서 결국 못보고, 드디어 한국에서 보게 된 영화.
/ 영화 소개 /
남편의 추락사로 한순간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명 작가 ‘산드라’. 유일한 목격자는 시각장애가 있는 아들과 안내견뿐. 단순한 사고였을까? 아니면 우발적 자살 혹은 의도된 살인? 사건의 전말을 해부해 가는 제7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네이버 영화-
/ 간략 줄거리 /
갑작스러운 남편 '사무엘'의 죽음이 불러온 법정공방.
개를 산책시키던 아들 '다니엘'이 땅에 추락하여 숨진 아버지를 발견하고 엄마 '산드라'를 부른다. 사망 경위를 조사하던 경찰들은 의심스러운 정황들을 발견하고 사고사가 아닌 타살의 가능성을 논하게 된다.
이후, 사무엘이 사망할 당시 유일하게 같은 집에 있던 부인 산드라가 피의자로서 조사를 받게 된다.
그런 산드라를 도와주는 변호사 뱅상은 산드라와 오래전부터 알고지낸 사이인듯 보인다.
뱅상과 산드라 그리고 아들 사무엘은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지고 결백함을 주장하기위해 고군분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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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
나는 영화를 보러가기 전, 트레일러나 별다른 홍보용 미디어들을 찾아보지 않는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도 그랬다.
나의 영화에 대한 '관람 전' 평가는 오직 영화의 포스터에 달려있다.
이 영화의 포스터는 나에게 조엘 코엔 감독의 영화 '파고 Fargo'를 연상시켰다. 그리고 당연히 이 영화를 파고와 연결시켜 줄거리를 예상해 보았다.
'인적이 드문 산골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살인사건을 덮기위한 여정이겠구나' 하는 단순한 생각.
그러나, '추락의 해부'는 나의 예상과는 반대되는 행보를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은 시작일뿐이다.
이후의 기나긴 법정공방이 영화의 중심을 차지한다.
영화 제목 '추락의 해부'.
이들은 왜 '해부'라는 단어를 썼을까?
갑작스러운 추락사를 해부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나는 이 '해부'를 '관계의 해부'로 해석했다.
아내 산드라와 남편 사무엘의 관계의 해부.
법정에서 검사는 집요하게 그들의 관계를 해부한다.
그들의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그들이 그린,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남편 사무엘이 그린 미래까지.
사람의 신체를 해부하는 것보다 더 적나라하게, 그들의 정신상태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관계를 해부한다.
그리고 어쩌면 사무엘의 사망이 사고가 아니었을수도 있다는 사실까지 도달한다.
판사, 변호사, 검사, 배심원, 수많은 언론사 그리고 자기 아들 앞에서 자신의 치부와 관계를 낱낱히 해부당한 산드라의 모습과 감정이 인상깊다.
산드라의 정신적 피폐,
이것이야 말로 사무엘이 원하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겪어온 정신적 고통을 산드라도 느껴보았으면, 한번만이라도 역지사지를 당해보았으면 어땠을까하는 그의 간절함이 영화의 후반부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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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당연 아들 다니엘이다.
고작 11살 밖에 안된 다니엘이 겪은 신체적, 정신적 충격 그리고 이 고통 속에서 점점 성숙해져가는 그의 모습은 당연 인상적일수 밖에 없다.
자신의 엄마가 자신의 아빠를 죽인 살인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을 먹음과 동시에 우리 엄마가 그럴 이유가 없다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녀의 결백을 증명해내려고 한다.
마지막 재판에서 한 그의 마지막 증언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그 카오스에서 그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가히 중요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아버지 말씀의 뜻을 마침내 깨달은 아들의 표정과 감정은 보는이로 하여금 눈물을 자아낸다.
그리고 이 증언이 재판의 판을 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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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관점으로 보여주는 카메라 샷은 이 영화의 핵심 연출이다.
또한, 음악을 사용하여 긴장감을 주는 것도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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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쉬운 점은,
모든 사람이 의문을 품었던 사무엘의 머리에 있던 흉터에 대한 명백한 결론 없이 넘어간 것과 애매하게 보여준 산드라와 뱅상의 관계.
사실, 그 흉터뿐만아니라 이 추락사와 관련한 물리적인 부분들 모두 깔끔하게 해결되지 못한채 무죄판결이 내려진다.
따라서,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과연 사무엘의 죽음이 과연 명명백백하게 그의 자살일까 싶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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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몇가지의 의문을 남겨준 '추락의 해부'에
나는 5점만점에 4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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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딩씬이 인상적.
이 엔딩씬이 없었다면 과연 나는 이 영화에 이러한 평가와 감상을 남길수 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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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유불급(過猶不及)
영화를 모두 관람한 후 우선적으로 들었던 생각은 '본 작품에 대한 다양한 평들이 나오겠구나.'였다. 개인의 성향, 개인의 신념, 생각 등에 의해 판단이 모두 갈릴 수 있을 법한 작품이라고 생각되었다.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가 지금과 같이 뜨거운 감자로 여겨지는 데에는 영화가 이처럼 객관적인 영화의 뚜렷한 잣대로 평가받기 보단 주관적 개인의 판단에 의해 평가받는 것이 영화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뮤지컬 영화라는 특성을 지닌다. 대사를 하는 중 뮤지컬 넘버로 이어져 군무와 각종 안무들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넘버의 리듬과 가사의 주제를 통해 해당 씬에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가 개봉하기 전 본 작품의 OST와 넘버에 관해서도 큰 이슈가 되었고, 칸 영화제에서 이에 관해 찬사가 이어졌다고 들은 바 있다. 필자의 관점에서도 굉장히 인상적인 넘버가 많았으며, 그 안에서의 주제나 군무를 통해 인물의 변화나 상황의 변혁으로 인해 인물이 위치가 변했을 때 행할 수 있는 행동의 변화를 알아가는 점이 영화의 큰 매력이었다.
그럼에도 필자의 생각에 다만 아쉬운 점은 물론 모든 넘버를 끝낼 때에 있어서 무조건 화려히 끝내거나 넘버의 엔딩을 깔끔히 마무리시킬 필요는 없지만 좀처럼 모든 많은 넘버들이 마무리된지도 모를만큼 순식간에 다음 씬으로 넘어가 종료되거나 디졸빙을 통해 화면을 암전시킨 후 다음 씬으로 넘어가는데, 이런 부분만큼은 영화를 진심으로 즐기는 데엔 지장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몇몇 넘버의 등장 또한 다소 무리가 되었다고 생각될 만큼 예상치 못한 구석이 있는데, 이 또한 그런 뮤지컬의 문법적인 것들을 영화가 100% 따라줄 필요는 없지만 이 점 또한 필자에게 있어 영화를 충분히 즐기기엔 제한되었다.
최근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트렌스젠더와 LGBTQ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되었고, 최근 그래미 시상식에서의 레이디 가가의 트렌스젠더 지지 수상소감 또한 또다른 논쟁의 중심지가 되었다.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는 기본적으로 이 지점을 가리켜 주제를 형성하였고, 그 주제를 통해 인간의 인생에 관해서 질문을 던지며 동시에 트렌스젠더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를 촉구하는 듯한 영화적 자세를 취한다.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 속 '에밀리아 페레즈'는 과거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수장이었지만 여자가 되고 싶어 "리타"를 만나 여자가 되었을 때 만든 이름이다. "에밀리아"로서의 인생을 스스로 꿈꿔왔고, 온갖 역경을 헤쳐나가며 이루어냈지만 남자였을 때 낳은 아이들과는 함께 하고 싶지만 아빠나 엄마의 칭호가 아닌 고모의 칭호로만 지낼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현실과 전 아내에게도 죽음을 위장하였기에 스스로의 변화된 모습을 그녀에게 말할 수도, 더 가까이할 수도 없는 복잡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트렌스젠더인 인물이 처한 상황, 뭐든 할 수 있는 동시에 뭐든 하기 애매해져버린 한 인간을 보여주게 되는데 굉장히 현실적이면서 처연하게 보여준다.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가 흥미로운 점은 트렌스젠더이면서 레즈비언인 "에밀리아"라는 인물의 이야기에 무작정 두 가지 소재를 이용한 돌림노래를 구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에밀리아"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삶을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맞이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을 행하고자 스스로 멕시코의 시신을 수습하는 협회를 만들어낸다. 협회 활동을 하면서 과거의 어두웠던 삶을 청산하려 했지만, 남아있던 지난 삶의 흔적들은 작품이 종료될 때까지 그녀의 발목을 잡고, 그녀가 바라고 행하고자 하는 것들에 제약을 걸고자 했다. 작품 속 "에밀리아"를 성전환시키기 위해 "리타"가 찾은 의사가 "리타"와의 대화를 통해 전한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의사는 "리타"에게 단순히 몸을 변화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이 맞지 않겠냐는 말을 전한다. 영화는 이 지점을 기점으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드러내는데, 작품은 과거 삶을 청산하고자 몸과 신체를 변화시킨 그 인물이 과연 그 삶을 청산할 수 있는지, 그 삶의 흔적들과 발자취들에게서 벗어나 용서를 빌 수 있는가를 이야기한다.
"리타"의 존재와 역할이 또한 굉장히 작품 내에서 인상적이다. 멕시코인이면서 동시에 여자라는 이유로 내려진 사회의 수갑은 변호사가 되었지만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고, 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일에 깊은 회의감을 가졌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에밀리아"의 과거 삶의 이름인 "마니타스"의 의뢰는 그녀를 멕시코시티에서의 동네 변호사에서 런던 상류층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성공한 변호사로 변신시켜주었다. 어쩌면 "에밀리아"만큼이나 영화는 "리타"에게도 2번째 삶을 제시하고, 그렇게 바뀐 상황 속 그녀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는 식의 이야기를 펼친다. 이후 장면 속 과거 삶 속 사람들을 다시 만난 "리타"는 그녀에게 잘 보이고자 알랑방귀 뀌는 그들에게서 인간혐오심을 느끼며 본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넘버를 선보인다.
결국 영화는 인간에게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인간이 과연 달라질지, 그 말로는 어떻게 될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마무리로 던진다. "에밀리아"의 전처인 "제시"는 "에밀리아"가 남편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그녀에게서 벗어나 새 살림을 차리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야반도주를 하다 그녀가 모든 계좌를 동결시키자 "에밀리아"를 납치하여 협박한다. 그러자 "리타"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무장한 이들을 동반해 협상 장소로 찾아가지만 총격전이 벌어지고 말았고, 어지러운 상황 속 정신을 차린 "에밀리아"는 "제시"에게 사실을 고한다.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제시"는 결혼 예정자가 "에밀리아"를 차량에 싣고 운전을 해 함께 도망치려 할 때 차를 세우기 위해 실랑이를 벌이게 되고, 차량은 결국 전복되어 모든 이들이 사망하게 된다. 결국 모든 이들이 사망하고, "에밀리아"의 자식들은 "리타"에게로 향했고, 멕시코 시티의 많은 사람들이 멕시코 시신 수습 협회를 이끌었던 "에밀리아"의 비고를 함께 추모하며 영화가 막을 내린다.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이전 삶의 흔적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갱생받은 삶을 통해 결국 그 사람은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일까? 영화는 이런 질문에 인물들의 말로를 보여주면서 관객 스스로 그 선택지들을 통해 답을 내리게끔 유도한다. 영화적으로 한번쯤 다루었으면 했던 것들, 다룸으로써 전세계 관객들이 한번쯤 이 문제들에 대해 고민해봤으면 하는 것들에 대해 영화는 거침없이 달려나가 임무를 수행한다.
다만 필자가 본 작품에 대해 심히 고민이 되고, 생각이 많아졌던 이유는 바로 영화의 복잡성 때문이다. 마치 몸에 좋고, 맛에 좋은 수 만가지의 식재료를 모두 긁어모아 음식을 만들려했지만 결과적으론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거 같은 느낌을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잊을 수 없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좋은 영화, 명작의 반열에 들어설 영화가 만들어지기 위해선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메시지와 주제를 관객에게 내던지고, 그저 제시함으로써 그만일 것이 아닌 관객의 손을 꼭 잡고 주제를 안내하고, 메시지까지 관객이 지치지 않고 도달할 수 있게끔 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본 작품의 경우 전자에 속한다고 생각되었다. 물론 너무 좋은 소재이고, 파격적인 소재였으며, 그 안의 OST나 넘버들이나 배우들의 연기 또한 매우 흥미로웠다고 생각되었지만 그럼에도 이 모든 장점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하나의 작품으로 소화시키는 과정이 굉장히 어색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위의 언급과 같이 호불호의 영역이고, 개인적 견해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필자의 기대가 컸던 것인지 다소 아쉽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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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베놈>의 주인공! 톰 하디의 필모가 궁금하다면?
연휴가 끝난 지금, 극장가에서도 재밌는 영화들을 잔~뜩 가지고 왔는데요.
10월 20일 개봉인 <듄>,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개봉에 앞서,
10월 13일! <베놈 2 : 렛 데어 비 카니지>가 개봉을 앞두었는데요.
베놈하면? 톰 하디!
그래서 씨네랩이 준비했습니다.
넷플릭스,왓챠,티빙에서 볼 수 있는 톰 하디 필모그래피 작품을 보며
곧 개봉 할 베놈을 기다리는건 어떨까요?
넷플릭스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자 -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모험,드라마 ㅣ미국 ㅣ156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서부 개척시대 이전인 19세기 아메리카 대륙,
사냥꾼인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아들 호크를 데리고
동료들과 함께 사냥하던 중 회색곰에게 습격 당해 사지가 찢긴다.
비정한 동료 존 피츠 제럴드(톰 하디)는 아직 살아 있는 휴를 죽이려 하고,
아들 호크가 이에 저항하자 호크 마저 죽인 채 숨이 붙어 있는 휴를 땅에 묻고 떠난다.
눈 앞에서 하나뿐인 아들의 죽음을 목격한 휴는
처절한 복수를 위해 부상 입은 몸으로 존의 뒤를 쫓기 시작하는데….
넷플릭스/티빙
레전드 - 브라이언 헬겔랜드
액션, 범죄, 드라마 ㅣ영국 ㅣ132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런던의 촌구석 이스트엔드에서 주먹 꽤나 쓰는
쌍둥이 형제로 이름을 날리던 레지 크레이 X 로니 크레이.
한날 한시에 태어났지만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진 크레이 형제는
서로를 생각하는 우애만큼은 끈끈하다.
타고난 주먹과 뛰어난 사업 수완으로 마피아와 손잡고
법과 경찰을 피해 세력을 키워나가던 크레이 형제는
어느덧 런던의 밤을 장악하며 유명인사가 되어가지만,
곧 이들 형제에게 위기가 닥친다.
이성적인 형 레지는 연인 프랜시스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갱스터 생활을 청산하고
능력 있는 사업가로 변신해 세력을 확장해 나가려 한다.
하지만 엉뚱하고 무모하기 짝이 없는
통제불능 동생 로니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며 사건 사고를 일으킨다.
매번 조직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로니에게 점점 인내심을 잃어가는 레지.
자신의 방식을 인정하지 않는 형을 향한 불만을 쌓아가던 로니
두 형제는 사사건건 부딪히기 시작하고,
급기야 로니는 수습 불가능의 대형 사고를 치고 마는데…
넷플릭스/왓챠
인셉션 - 크리스토퍼 놀란
액션, 모험, SF, 스릴러 ㅣ영국,미국 ㅣ147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타인의 꿈에 들어가 생각을 훔치는 특수 보안요원 코브.
그를 이용해 라이벌 기업의 정보를 빼내고자 하는 사이토는
코브에게 생각을 훔치는 것이 아닌,
생각을 심는 ‘인셉션’ 작전을 제안한다.
성공 조건으로 국제적인 수배자가 되어있는 코브의 신분을 바꿔주겠다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고,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최강의 팀을 구성, 표적인 피셔에게 접근해서 ‘인셉션’ 작전을 실행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왓챠/티빙
폰조 - 토쉬 트랭크
범죄, 드라마ㅣ미국 ㅣ103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역사상 가장 악랄한 전설의 갱스터 ‘알폰소 카포네’
오랜 감옥 생활 끝에 드디어 숨겨둔 거액의 재산을 꺼낼 때가 왔지만,
주변에 대한 의심과 FBI의 계속되는 압박은 그를 옥죄어 온다.
대체 누구를 믿고 누구를 믿지 말아야 하는가.
숨겨진 돈을 향한 숨막히는 공방이 시작된다!
왓챠
베놈 - 루벤 플레셔
액션, SF, 스릴러ㅣ미국 ㅣ107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진실을 위해서라면 몸을 사리지 않는 정의로운 열혈 기자 '에디 브록'
거대 기업 라이프 파운데이션의 뒤를 쫓던 그는
이들의 사무실에 잠입했다가 실험실에서
외계 생물체 '심비오트'의 기습 공격을 받게 된다.
'심비오트'와 공생하게 된 '에디 브록'은
마침내 한층 강력한 '베놈'으로 거듭나고,
악한 존재만을 상대하려는 '에디 브록'의 의지와 달리
'베놈'은 난폭한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데…!
지배할 것인가, 지배당할 것인가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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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한 행복"의 도시
PROGRAM NOTE.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온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최신작 〈폴른 리브스〉는 감독의 프롤레타리아 3부작[〈천국의 그림자〉(1986) 〈아리엘〉(1988) 〈성냥공장 소녀〉(1989)]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을 전해주는 라디오 외에는 세상과 단절된 여자와 우울한 일상을 알코올로 달래는 자칭 터프가이 남자는 헬싱키의 밤 거리에서 만나 호감을 느낀다. 이들의 조심스러운 로맨스는 몇 번의 우연과 몇 번의 불운을 거치며 한 걸음씩 나아간다. 무미건조한 유머를 쉬이 납득하기 어렵더라도 간간이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순간이 있고, 삶에서 무수한 실패를 거듭해 온 주인공들의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을 조용히 응원하게 된다. 색다른 별미는 아니지만 진하게 끓여낸 김치찌개가 당기는 것처럼, 지난 40년간 인간의 외로움에 천착한 아키 카우리스마키 필모그래피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시네필이라면 브레송, 고다르, 자무쉬, 채플린 등 거장들에 대한 헌사를 발견하는 재미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박가언/2023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POINT.
✔️ 꼭 운명적으로 로맨틱하지 않아도 아기자기 귀엽고 러블리할 수 있지. 인생 뭐 있나! 보고 나면 기분이 산뜻해지는 로맨스 영화
✔️ 북유럽이랑 우리 정서 잘 안 맞지 않았나? 그런 줄 알았는데... 자꾸 피식피식 웃음이 나와요
✔️ 80년대부터 쭉 영화 작업을 해온 감독이 은퇴 선언을 뒤엎으며 들고 온 작품. 꾸준히 해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노련한 힘이 엿보여요
✔️ '영화'라는 세계에 대한 애정이 반짝반짝 묻어나는 작품
✔️ 2023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
✔️ 엄청 귀여운 연기천재 강아지가 나옵니다. 실제 감독이 키우는 개인데, 칸 영화제 출품작 중에서 가장 연기력이 훌륭한 개에게 수여되는 "팜 도그Palm Dog 상" 부문에서 심사위원상 수상작
✔️ 12월 20일 개봉! 연말에 따뜻하고 싱그러운 로맨스를 찾으신다면 추천해요
#"조용한 행복"의 도시
도시의 삶은 치열하다. 이 문장을 쓰고 나서 지울까 말까 많이 고민했다. 이런 당연한 말 쓸 필요 있나? 이제는 용어조차 좀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N포 세대" 같은 단어들까지 굳이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도시에서 삶을 헤엄치는 건 갈수록 녹록하지 않은 일이 되어 가고 있다. 어쩌면 "N포 세대"라는 용어에서 시의성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전에는 "N포"라는 표현 안에서 "포기"의 대상이었던 것들이 더 이상 포기할 대상조차 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K-드라마의 자장 안에서 유구하게 사랑받은 로맨스라는 장르 또한, 이 치열한 도시의 삶 속에서 빛깔을 달리해 왔다. 물론 변화는 다면적이고 그 기저에도 수많은 것들이 깔려 있으므로 지나치게 단순화할 수는 없고, 동일한 장르의 동일한 변화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감정이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예전에 나왔다면 "너무 현실성이 없다"고 평가 받았을 설정들이 로맨스와 쏙쏙 접목되는 게 너무나 익숙해진 지금, 빙의/회귀/환생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현실을 떠나서만 가능한 로맨스도 분명 존재한다. 지치고 초라한 현실을 잠시 떠났을 때 화려하게 열리는 세상이, 거기서만 로맨스에 이입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 도시에는 분명히 있다.
이 영화는 그런 우리에게 쑥 다가온다. 헬싱키의 "조용한 행복"을 담아서. 영화 속 두 인물의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렸다면 한국 인터넷 세상의 선생님들께 한소리 들었을 것이다. 너네가 지금 연애할 때니? 직업도 마땅치 않고, 그나마도 불안정하게 오락가락하는데. 심지어 상대는 이런 상황인데!
그러나 왜일까? 고요한 도시에서 그저 불을 켜고 끄면서 적당적당히 스쳐가는 하루하루 속, 크게 애틋하지도 대단하게 로맨틱하지도 않게 흘러가는 두 사람의 로맨스를 보고 있노라면, 일을 하고 집에 와서 쉬고 공과금 낼 돈을 헤아려 보고 라디오에서는 전쟁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이런 일상의 편린까지 함께 보고 있노라면, 그래 인생 뭐 별 거 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 끝에 어쩐지 산뜻한 로맨스를 목격했다는 싱그러운 기분이 남는 것은 왜일까?
#정물, 음악, 그리고... 영화
영화가 보여주는 두 주인공의 현실은 역시나 녹록하지 않다. 어쩌면 당신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답답한 기분을 느낄지도 모른다. 마트 계산대에서 바코드 찍히는 소리와 함께 물건이 하나하나 빠져나가고, 바로 이어서 우리의 주인공 안사(알마 포위스티)가 매대에 물건을 채워넣는 장면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도시는 어쩌면 거대한 물건의 컨베이어 벨트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두 사람의 첫 일자리부터가 두 사람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안사가 일하는 마트에서는 폐기 물품 관련 원칙을 이유로 모욕적인 언사를 퍼붓는다. "오래된 건 치워야 한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관리자에게 "저도 오래됐다"고 응수하며, 당당하게 손 잡고 걸어나오는 안사와 동료들은 지혜로운 일꾼이자, 마트라는 공간을 굴러가게끔 하는 실질적 힘이었다. 노동자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곳들이 주제를 모르고, 의미를 상실한 원칙과 불합리한 조건을 들이댄다. 남자 주인공 훌라파(주시 바타넨)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흡연 구역인 가스통 바로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업무 시간에 술을 훌훌 들이켜는 이쪽의 잘못도 있지만... 노동법전을 펼쳐보고 싶게 만드는 상황이 계속 펼쳐진다.
많은 사람들이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영화를 "프롤레탈리아적"이라고 말한다. 엄밀히 따져서 주인공이 노동자인 것은 한국의 오피스 로맨스 드라마들도 마찬가지다. <꽃보다 남자> 혹은 <상속자들>처럼 주인공이 재벌급이거나 학교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아니라면 어지간해서는 다 매한가지라는 소리다. 그런데 왜 유독 "프롤레탈리아적"이라고 평가를 받을까? 노동자로서 주인공의 위치가 흔들려서? 그렇다 한들 켄 로치 영화 같은 작품과도 분명 결이 다르다.
나는 어쩐지 이 영화에 "프롤레탈리아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지 않은데, 주인공의 직업이야 필요에 따라 교사가 될 수도 있고 수영선수가 될 수도 있고... 이 직업 저 직업을 전전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은 '프롤레탈리아'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남다른 투쟁의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그냥 돈이 필요하니 일을 하고, 일하다 부당한 일을 당하면 화도 내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을 뿐이다.
내겐 오히려 두 사람의 삶에서 풍기는 냄새가 예술의 냄새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물론 일상은 쉬이 남루해지고, 노동은 너무 쉽게 소도구 취급을 받으며, 세상의 분쟁 소식은 여기저기 쏟아진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에도 전쟁과 닮은 것들이 있다. 그안에서 아직은 사랑이라 부르기 어려운 마음조차 여러 차례 어긋나고 불발되기도 한다. 어쩌면 마음 편할 날 하루 없는 치열하고 차가운 도시의 삶이, 우리 현실의 전부인지 모른다. 그러나 작은 기대, 눈빛, 그리움, 기다림, 사랑... 그런 말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동안, 일상에는 예술이 더해지고 분쟁의 소리는 아득하게 멀어진다.
정물 같은 방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 분쟁 소식을 피해 음악으로 채널을 돌리는 여자. 꽁트 같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술잔을 계속 비우는 남자. 누군가의 선곡 속에서 주고받은 눈빛에서,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시간은 차츰 영화가 된다. 고전 영화처럼 음악이 대신 두 사람의 정서를 말하고, 그저 걷고 일하고 마시고 눕고 하는 일상의 행위들을 더없이 "영화스러운" 음악들이 감싼다. 그렇게 영화가 된다.
#시간이 가르치는 마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식은 분명히 우리와 시간의 궤를 같이 하고 있는 전쟁 소식이고, 안사가 일하러 간 공간에서는 급기야 2024년 달력까지 등장하지만, 영화의 소품이나 주인공들이 소통하는 방식은 넉넉하게 쳐도 80년대 이전의 것들처럼 보인다. 낡은 라디오와 레터나이프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마치 아이폰과 갤럭시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이다. 두 사람은 옛날옛적 핸드폰이나 집 전화를 갖고 있으며, 그나마도 엇갈린다.
아날로그적인 기다림을 통해, 두 사람의 로맨스에는 아릿한 감정이 더해진다. 수북하게 쌓인 담배 꽁초 같은 것, 도시에서 실제로 마주했다면 그저 치워야 할 쓰레기(이자 도시를 침수하게 만드는 악의 축)에 지나지 않을 것들조차 아련한 감각을 부여받는다. 마치 반죽을 숙성시키듯 감정 또한 재워 놓는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시간이 가르치는 마음이 있다. 81분이라는 산뜻한 러닝타임 동안 이 영화와 함께 도시를 걸으며 영화에 푹 잠기다 보면, 영화라는 장르가 오랜 세월 우리 안에 어떻게 스며 있었는지 향기로운 찻물처럼 배어 나온다. 고전 영화의 아름다운 감각이 일상의 편린을 자박자박 밟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고다르처럼, 브레송처럼, 채플린처럼.
81분 동안 내가 걸은 도시는 <라라랜드>의 대척점에 놓인 것 같은 건조한 도시였다. 꿈과 춤으로 황홀한 사랑과 유쾌한 사람들의 도시가 아닌, 일과 술로 건조한 사람들의 고요한 도시. 그러나 여기에도 사랑스러운 색채와 귀여운 대사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영화가 있다. 정물처럼 놓이고 꽁트처럼 가볍게 흘러가는 일상 위에도. 때로는 그런 일상에 과하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건조함이 생을 긍정하게 만들기도 한다. 오늘만큼은 치열한 도시를 잊고, 다 아무렴 어때 하고 무던하게 하루를 맺고 싶어진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의 초대를 받아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한 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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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2] 주체적 삶을 택한 소녀의 성장 영화 걸후드를 관람하고 왔어요!
셀린 시아마 감독의 영화 걸후드를 시사회로 관람하고 왔습니다.
워터릴리스, 톰보이 이후 세 번째 장편 영화로 2014년에 제작된 영화인데요.
한국에서 이제 개봉을 합니다.
시사회 참석 후 간단히 이야기해 보았습니다.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리고,
자세한 리뷰가 궁금하신 분들은 브런치에 오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https://brunch.co.kr/@movie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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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우리, 둘> LOVE 예고편
아파트 복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맞은편에 살고 있는 니나와 마도.
마냥 가까운 이웃처럼 보이지만 사실 둘은 20년째 사랑을 이어온 연인이다.
은퇴도 했으니 여생은 로마에 가서 편하게 살자는 니나의 제안에
마도는 가족들에게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놓기로 한다.
마도의 생일, 쉽지 않은 고백 과정에서 그녀는 결국 충격으로 쓰러진다.
그리고 니나는 가족으로부터 그녀를 되찾을 플랜을 짜기 시작하는데…
온 세상을 떠나보내도 함께하고 싶은
두 여인이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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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르코 서브> 메인 예고편
마약단속국에서 인정받는 요원으로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는 ‘스트라이커’.
여대생 납치 사건이 발생하고 비밀 작전에 투입된 그는
그동안 쫓아온 거대한 마약 카르텔과 이 사건이 연관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스트라이커’의 딸과 아내가 사라지는데...
납치된 가족 구출 VS 마지막 임무 완수
지상 최악의 범죄 카르텔과 전쟁을 시작한 그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