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하늘2023-10-07 23:37:05
친구가있습니까?
- 그가 나에게 묻는 질문-
친구.
내 인생애 있어서 너무 커다란 가치.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차츰 잊고 있던 단어.
돌이켜보면 "나" 라는 존재를 이루어지게 했던 단어. 바로 친구다.
지란지교라는 말을 좋아한다.
《명심보감(明心寶鑑)》〈교우(交友)〉편에 나오는 말로 선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지초와 난초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향기를 맡지 못하니, 그 향기에 동화되기 때문이고, 선하지 선하지 못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마치 절인 생선가게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악취를 맡지 못하니, 또한 그 냄새에 동화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란지교는 여기서 유래한 성어이다.
우리의 인생은 지초와 난초가 있는 곳의 향이 가득할 때가 있고, 때로는 절인 생선 가게에의 비린내에 절여져 있을 때가 있다. 철이 없을 때 내가 만나고, 어울리는 친구들의 무리의 향을 분별하기 어렵다. 그것이 내게서 나는지 그들에게서 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의 무게가 버거워지고, 작고 커다란 어려움을 통해 조금씩 성숙해지며 어렴풋이 알아간다. 지초와 난초 같은 친구와 절인 생선의 비린내가 가득한 인간들을 조금씩 알게 되고, 조금 더 성숙하다 보면 나에게 풍기는 냄새가 향기인지, 비린내 인지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냄새나는 사람과의 만남이 편한 이 세상에서 조금 더 맑고 깊은 향기가 나는 이들과의 만남을 선호하는 것이 한 인간의 보편적 욕구다.
<영화 내친구 정일우> 중에서..
그런 면에서 내 친구 정일우라고 불렀던 그들이 부러워졌다. 피부색도 다르고, 쓰던 언어도 다르고, 삶과 종교도 달랐지만 영화 <내 친구 정일우>에서 보여준 그의 삶은 지란지교를 바라는 내 삶에 경종을 울렸다. 영화 속에서 정일우 신부님을 보고 이렇게 표현한다.
“사람들은 신부님을 보고 예수를 닮았다 했죠. 하지만 예수의 삶을 몸소 사셨다는 표현이 더 가깝습니다. 당신이 사신 예수는 근엄한 존재가 아니라 고민과 갈등이 많던, 피와 살이 있고 술도 잘 먹고 아무 데서나 잘 주무시던 그런 예수님을 사셨죠”
<내친구 정일우> 중에서...
영화는 정일우 신부님의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와 담배를 찾고, 언제나 동네를 돌아다니며 잔치가 있는 날에는 ‘노란 샤스 입은 사나이’를 부르며 술을 즐기던 분. 이 같은 외형적 모습도 독특하지만 그의 삶은 더욱이 특별하다.
대학에서 교수로 살아가며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일부로 찾아간 청계천에서의 가난. 그곳에서 이 땅을 변화시키지 않는 지식인들과 부자들을 향해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이 있다며 그들을 일깨우는 삶을 사셨던 분. 직접 가난에 처해 있으며 그들과의 우정을 위해 일생을 쏟아붓고, 그렇게 살면서 우정의 공동체를 이루어가는데 자신의 소명이라 여겼던 인생.
그는 우정을 위해 애썼다기보다 실제로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우정을 만들던 삶의 족적을 바라보며 한 신학자의 말이 생각났다.
“우정에는 시간이 들지. 서로를 알게 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거든.
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다고 믿는 세상에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친구가 되는 데 필요한 모든 시간을 주셨단다.
서로 친구가 될 때 우리는 하나님과 친구가 되는 법을 배우게 돼.
- 스텐리 하우어워스 "덕과 성품". 49.
이 영화는 지금도 지란지교를 기다리는 우리에게 우정이란 단어의 가치를 소생시킨다, 그리고 사람다운 삶이 무엇인가를 묻는 이들에게 생각해볼 여백을 제공해준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친구가 있습니까?
없다면
누군가에게 친구가 되어주지 않겠습니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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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미간 펴고 웃을 순 없을까
영화 관람 전 봉투를 하나 받았고
적혀 있는 문구는 다음과 같았다.
※주의※ 이 봉투는 구토용이 아닙니다. 웃음만 담을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봉투 속에 웃음을 담아야 할 지 구토를 담아야 할지 헷갈렸고
동시에 저 봉투는 완벽하도록 재치있게, 그 어떤 포스터보다 영화를 더 잘 설명하고 있음을 느꼈다.
영화의 초반부터, 우리는 영화 제목으로 쓰이는 ' triangle of sadness' , 즉 슬픔의 삼각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다. 이는 바로 얼굴을 찌푸리면 생기는 미간의 주름을 의미한다는 것을 말이다. 주인공 칼은 슬픔의 삼각형을 핀 채 포즈를 취하라고 요구 받는 모델이고, 시키는 대로 걷고, 또 표정을 지어야만 한다. 또한 그는 잘 나가는 모델인 야야의 연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요트에서 만나게 되는 애비게일이라는 존재와 함께 완벽한 삼각형을 이루게 된다.
야야에게 주어진 협찬으로 요트에 타게 된 두 사람은, 그 속에서 많은 부자들을 만난다. 비료 사업을 하는 남자, 무기사업을 하는 부부, 사진 속의 모습으로 돈을 버는 인플루언서 야야와 칼 커플까지,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던 상관없이 결국엔 돈이 많은 부자들이 요트 위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비료 사업을 하는 부자 부부의 아내는, 샴페인을 따라주던 여자 직원과 역할 놀이를 하자며 요구를 한다. 그리고 이 막무가내의 요구는 요트 안의 모든 직원들이 모두 수영을 해야한다는 말도 안되는 명령으로 이어지게 된다. 부자의 선한 의도이건 말도 안되는 억지이건 상관없이, 요트 속 본래의 규칙과 벗어나는 상황이 이어질수록 요트는 더욱 심하게 흔들린다.
요트의 흔들림은, 수 많은 승객들의 구토 증상으로 이어지고, 곧 요트는 아비규환 그 자체가 된다.
수많은 토사물과 배설물로 인해 전복되어버린 승객들의 위엄과 우아함은 곧, 요트의 전복으로 이어진다.
요트가 전복되는 순간, 모든 것은 함께 전복된다.
요트 청소부였던 애비게일은 무인도라는 새로운 요트의 선장이 되고,
태초의 원시시대로 돌아가듯 모계사회가 형성된다.
초호화 요트의 승객이었던 사람들은 애비게일의 명령 아래 몸을 움직이고, 애비게일만이 그들의 추위와 허기를 달랠 수 있다.
또한
칼과 야야, 애비게일 이 세 사람의 관계는 완벽한 삼각형 모양을 이루며
그들의 관계적 우위는 완전히 달라진다.
영화는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장면을 곳곳에 배치하고 있지만,
마냥 미간펴고 웃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통해, 우리는 슬픔의 삼각형이
과연 어떤 모양으로 남을지 고민해 보게 된다.
결국 슬프게도,
한번 생겨버린 삼각형 모양의 피라미드는
쉽게 바뀔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하며.
※해당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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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시끄러운 폭탄은 러닝타임 안에서 터진 듯
단란한 한 때
잘 지내고 있었다. 강도영은 어느 곳에서 강연하고 있다. 왜 강연을 하고 있을까? 탁월한 리더십으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부하 군인들을 살린 공이 있던 남자 강도영. 강도영은 전직 해군 부함장으로서 역할을 다했기에 높은 덕망을 쌓고 있었다. 어디론가 향하는 강도영. 강도영에겐 옛 전우들이 있다. 사실 전우들이 그렇게 잘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전우는 술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또 다른 전우는 가족들이 있지만 옛 기억의 트라우마 속에서 살고 있다. 그렇게 속이 편하지는 않은 강도영.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한다. 남아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일상 속에서 갑자기 사건이 터졌다. 갑자기 떠들썩한 뉴스. 뉴스에서는 한 가정집이 폭탄 테러를 당했다고 전한다. 뭔 일이지? 갑자기 걸려오는 전화.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차가운 목소리로 하고자 하는 말을 전한다. 저기 강도영 씨. 전우 중에 누구 알지? 그 사람 집에 폭탄 넣어놨어. 다음은 놀이터니까 그런 줄 알아. 뭔 소리야? '전화를 건 누군가'가 뉴스를 확인하라는 말을 했기 때문에 바로 찾아보기로 한다. 옛 전우가 있는 집 쪽에 폭탄테러가 터졌다는 말이 어렵지 않게 들린다. 금세 테러범은 뭔가 한이라도 맺힌 듯 다음 타깃을 지정한다. 그 타깃은 놀이터와 축구장이다. 두 장소에 폭탄이 설치됐다고 한다. 그리고 그 놀이터에 강도영의 부인인 장유정이 폭발물 제거 팀으로 참여하고, 축구장에는 그 어떤 지원도 없다. 선택의 딜레마에 놓인 상황. 강도영은 폭탄 테러 앞에서 사람들과 가족을 구할 수 있을까?
제목이 '데시벨'인 이유
일단 영화 제목은 '데시벨'이다. 이 제목을 설정한 이유는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왜? 당연히 소음의 정도에 따라서 폭탄이 발포되는 설정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건 신선했다. 보통 폭탄테러라는 설정이면 그냥 폭탄만 펑 터지는 것만 있지 여기에다가 부차적으로 뭔가를 붙인 경우는 거의 못 봤다. 그래서 이 소재가 영화에 가져다 줄 신선함은 분명한 이점이다. 아니 소리를 활용해서 폭탄이 터진다면 신선하잖아? 초반부는 이 설정에 힘을 얻고 질주한다. 아직 흑막이 왜 소리를 활용해서 폭발물을 설치할지 이유가 제시될 때도 아니다. 오케이. 강도영이 축구장이랑 놀이터 사이에서 고민하는 설정 자체도 좋았다. 이렇게 서사가 앞으로 전개될 일만 남았는데? 데시벨이라는 키워드 안에 숨어있는 인물들 간의 속사정을 알 수 있겠지?
이 궁금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인물들 간의 속사정은 있다. 흑막이 왜 폭탄 테러를 벌였는지. 목표를 뒀던 대상들을 왜 그렇게 설정했는지. 강도영은 과거에 어떤 과오를 저질렀는지. 감독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딜레마는 무엇인지. 이 인물이 폭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었는지. 폭탄을 제거할 수 있나 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해 서스펜스 묘사까지 나름 잘 담았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게 없다. 왜 소음을 활용한 폭탄을 사용했는가? 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에 대한 설명이 아무것도 없다. 그냥 폭탄이 터지고 수습하고 이 내용의 반복이다. 그래서 이 '데시벨'과 관련한 소음 폭탄이라는 세팅이 사실 시한폭탄과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게 키워드로 작동하는 주요한 소재를 설명하는 것을 공란으로 쳤기 때문에 빈자리에 들어가는 것이 더 불필요하게 느껴진다. 적당히 불필요만 하면 좋았을 텐데 이것들이 어떤 것으로 구성됐는가?를 본다면 더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불필요한 것들
일단 초반부다. 놀이터와 축구장 두 장소에 폭탄이 설치된다. 당황하는 강도영. 강도영은 축구장으로 향한다. 축구장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카메라는 축구장 안에 있는 다른 손님으로 향한다. 축구장 안에는 한 부자가 있다. 축구장 구경에 여념이 없는 부자. 아버지가 어떤 일인지 좌석 밖으로 나오려고 한다. 아버지는 전직 해군 부함장 강도영을 만난다. 어? 유명인이네? 아버지의 직업은 기자다. 대박! 기자라는 직업적인 특성이 영화 안에서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강도영은 아버지 오대오를 보자마자 말한다. '축구장에 폭탄이 있어요' 당황하는 오대오. 오대오는 갑자기 마음을 먹고 어떤 행동을 한다.
이 장면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생각해보면 뭔가 이상하다. 일단 첫 번째. 강도영과 오대오는 처음 보는 사이다. 처음 보는 사이에 '축구장에서 폭탄테러가 있으니 뭔가를 해보세요'라고 말한다라. 그리고 이 행동을 한다. 그런데 이 행동이 영화 서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나? 그것도 아니다. 흑막이 폭탄을 터트리는 것과 이 행동은 아무 관계가 없다. 또 이 상황 바로 직전에 흑막이 주인공에게 '남에게 알리면 폭탄이 터진다'라고 말한다. 그럼 이 상황이 굳이 필요가 있는 것일까? 싶다. 영화 초반부에 제시되는 어떤 상황이 정리되고 난 후, 대오와 도영은 같이 차를 탄다. 단순히 정상훈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를 활용한 코미디로 장면을 사용한 것이다. 이것은 사실 우리가 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SNL>를 위시로 한 여러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봐왔던 것이다. 그래서 코미디가 웃기지도 않거니와 식상하게까지 느껴진다. 아. 이 인물의 부부로 나오는 캐릭터도 왠지 익숙한 느낌이다. 부인이 맡은 캐릭터는 김슬기 배우가 맡았다. 김슬기 배우가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알린 계기가 뭘까? 역시 <SNL>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봤던 김슬기 배우의 모습이 그대로 나온다. 이렇게 기존의 이미지와 중복되는 설정을 두 번이나 보기 때문에 이 두 인물에 관한 내용이 불필요하게 느껴진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대오의 직업과도 관련이 있다. 대오는 기자다. 대오가 기자이니 만큼 이 이야기에 주요하게 작동할 수 있다. 이건 당연하다. 서울 한복판에서 테러가 벌어지는데. 그런데 사람이 직업적 특성을 발휘해야 할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다. 폭탄테러와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게 생긴 피해자한테 그 와중에도 녹음을 하려고 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도 코미디를 위해 넣은 것 같았는데, 이 장면이 들어간 것이 이야기 전개에 있어 좀 걸리적거리는 느낌이 든다. 뿐만 아니라 기자로서의 직업적 특성이 이 외에 작동하는 부분이 있나? 없다. 딱 한 번 있다. 극후반부 이 모든 이야기가 정리되고 누군가와 질의를 한다. 이때 한 번 직업적인 특성을 보여준다. 이 장면은 영화의 주제적인 측면과도 연관이 있다.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서 인물을 기능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와 관련한 것은 흑막과도 이어진다. 흑막이 어떤 것에 불만을 가지고 복수극을 계획한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굳이? 싶은 부분이 있다. 이는 흑막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다는 말도 되겠지만 결정적으로 대오라는 인물에 대한 성찰 부족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극에 주어지는 몇몇 설정만 잘 활용해도 흑막의 복수극은 성공하고도 남았다.
무리수
그리고 흑막의 범죄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 첫 번째. 폭탄을 설치하는 위치다. 축구장부터 시작해서 후반부까지 폭탄을 설치하는 위치를 보면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은가? 에 대해 의문이 든다. 뭐 모든 영화에 현실성을 따지는 일이 이상하게 드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를 보다 보면 이 부분이 '어떻게 물리적으로 가능했나' 싶다. 장기간에 걸쳐 준비했다는 말이 나오지만 글쎄? 과연 시간을 오래 들인다고 해서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했을까? 아무도 없는 어떤 공간에 가서 천장에 쥐도 새도 모르게 카메라를 달고, 지하로 내려가 폭탄을 설치하는 일이 저렇게 쉬울 수 있을까?
또 흑막이 폭탄 테러를 벌일 때 인질로 삼는 대상에 대해 말할 수 있다. 흑막은 폭탄 테러를 다섯 번 정도 했다. 한 번은 영화의 어떤 사건을 겪고 거동이 힘들어진 약자다. 나머지 세 번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다. 아이들이 과연 무슨 잘못을 해서 테러의 희생자가 되는 걸까? 영화에서 지배계층의 아둔한 선택에 대해 비판하는 듯한 톤과 이 피해자 세팅은 뭔가 이질감이 느껴진다.
이 무리수인 설정은 영화의 쿠키 영상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에도 통한다. 쿠키영상은 과거 시점이다. 영화의 가장 첫 번째 시퀀스에서 제시되는 한 에피소드의 끝마무리쯤으로 보이는 영화. 이 쿠키영상은 영화에서 제일 불필요한 사족같이 느껴진다. 사실 내용은 별거 없다. 이 영화의 주요 인물들끼리 '형이라고 불러!'라고 부르는 부분이다. 다만 문제는 영화의 흐름과 좀 안 맞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영화의 핵심 인물을 더 입체적으로 그렸다면 이에 이입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좀 피상적으로만 이야기를 보여준 감이 있어 이에 대한 내용이 그 전 장면에서 보여준 뭉클한 하이라이트와 안 맞는 것이다.
볼만할지도 몰라
뭐 그렇게 단점만 늘어놓은 영화지만 나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일단 흑막 연기를 맡았던 이종석 배우의 연기가 좋았다. 뭔가 파리한데 그 안에 광기가 서려있는 내면 연기를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 인물의 광기로 설명하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다. 이를 위해서 액션부터 시작해 눈빛 하나하나까지 극의 분위기를 설정하는 좋은 연기였다. 또 이상희 배우의 연기도 굉장히 안정적이었다. 장유정이라는 캐릭터는 강도영보다 더 강단 있고 씩씩한 인물이다. 이를 위해 두려운 것도 없이 당당하게 맞서는 연기를 보여줬다. 후술 하겠지만 인물 간의 전체적인 대사 톤이 잘 안 들린다. 그래서 그런지 이상희 배우의 뚜렷한 발성이 들릴 때마다 기대가 되는 느낌이 있다. 또 차은우 배우도 연기를 잘했다. 솔직히 차은우 배우 캐스팅에 이름 뜰 때만 해도 별로 기대를 안 했다. 그런데 예상외로 주제적인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본인을 활용하는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세팅이 차은우, 이종석 두 배우가 맡은 캐릭터가 형제라는 것이었다는 왓챠피디아의 누군가가 생각난다.
또 폭탄을 활용한 사운드 연출도 좋았다. 쾅! 소리에 현실감도 있고 크기 조절도 잘했다. <늑대사냥>이 영화 내내 귀 따가운 사운드 연출을 들려준 것에 비하면 이 부분은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극에서 사소한 서스펜스를 유지할 수 있던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영화에서 사운드가 단점으로 작용하는 부분도 있다. 바로 대사가 잘 안 들린다는 것이다. 이는 김래원, 이종석, 이상희 같은 베테랑이 아닌 배우들이 아니면 대사 전달이 떨어진다는 치명적인 단점과도 이어진다. 여러모로 아쉬운 퀄리티에 아주 큰 구멍이 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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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남겨지는 사진과 사라지는 기억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초청받아 시사회 참석해 관람한 작품입니다.
[토마스 회프커와의 사진여행 스틸컷 / 출처: 씨네랩 제공]
토마스 회프커 작가님의 커리어와 시대의 흐름까지사진에 문외한인 나로써는 처음 들어봤지만 “매그넘 포토스”라는 유명 사진 스튜디오에 소속되신 역사적인 사진작가분의 다큐멘터리었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과거 사진들을 보여주는데, 무하마드 알리 옆에서 동행하며 사진을 찍으셨던 일화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대단한 위치에 계셨던 분인지 실감했다. 또한 영화의 스토리가 작가님의 마지막 사진 여행임과 동시에 작가님의 일생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다보니 중간중간 작가님이 지금까지 찍어오신 많은 사진들이 나온다. 그래서 마치 영화를 보는 것과 동시에 사진전을 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이전에 비비안 마이어 전시를 보러간 적이 있었는데, 당시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라는 다큐멘터리는 보지 않고 갔다가 전시회 먼저 보고 영화는 나중에 봐야지 하고 미뤄둔 적이 있었다.이번 다큐멘터리를 보다보니 작가님이 전시회를 하신다면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참에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영화 속에서는 작가님의 지금까지 커리어에 대해서 차근히 말해주곤 하는데, 처음 포토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당시 찍었던 사진들이 보여진다. 아무래도 저널리즘의 특성상 미국 내에서 이뤄졌던 다양한 사건과 역사가 등장하고 현 시점의 미국이 대비되면서 나타난다. 이러한 영화 흐름은 마치 작가님의 커리어를 비춤과 동시에 미국의 역사를 함께 보여주면서 시대적인 흐름과 변화도 보여주었다.사진 작가라는 직업이 사진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그 이야기까지 함께 그려내는 직업이라는 점이 영화에서도 보여지는 것이다.이후 그의 사진이 변하는 과정을 보여진다. 처음에는 사건에 집중하던 모습에서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모습과 분위기를 담아내는 것으로 넘어가고 마지막에는 자연을 찍은 사진까지 등장하면서 마치 나이를 먹어감과 비슷한 커리어를 보인다. 그것이 실제로 작가님이 나이를 들어가심에 따라 가지게 된 변화인지 단순한 우연인지, 편집에 의한 연출인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마지막 사진 여행을 떠나는 지금의 모습에 너무 어울리는 서사로 다가왔다.마지막 여행과 사진작가의 삶작가님은 알츠하이머를 3년 간 앓으면서 많은 기억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마지막 여행을 떠나신다. 이전에 알고 지냈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제는 떠나버린 사람들을 추모하지만 대부분은 기억하지 못하시는 장면들이 나온다.특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이제는 떠나간 이전에 친했던 동료 “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다. 작가님은 아내와 함께 폴을 추모하지만 끝내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사실 그가 찍은 사진은 기억이 나지만, 그에 누군지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이 대화는 이전에 아침을 먹으면서 했던 대화와 묘하게 연결되는데, 사진이라는 것은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기억을 잃어가면서 사람은 잊혀지기도 하지만 그가 찍은 사진만은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처럼 작가님이 지금 알츠하이머로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많은 것들을 기억 못하겠지만 찍으신 사진만큼은 우리에게 남아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또한 사진작가라는 직업조차도 사진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그 사진을 찍은 작가님들은 기억에 남지 못한다는 점이 이 다큐멘터리가 그러한 인물을 그리고 있음과 동시에 그 인물의 기억도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 남은 것과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 반복되는 이야기를 남기는 것만 같았다.<토마스 회프커와의 사진여행> 상영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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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본 ‘있는’ 드라마, 1승하는 법을 아르켜줄게~
오합지졸 팀을 이끌고 단 1승을 위해 노력하는 언더독 이야기. 배구라는 스포츠를 선택해 영화로 옮긴 <1승>은 새로움보단 익숙한 스포츠 소재 영화의 서사를 밟는다. 성공보단 실패가 더 많았던 이들이 모여, 서로 부딪히고, 싸우고,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다 마침내 한계를 넘어 승리를 거둔다는 이야기는 엎치락뒤치락하는 배구 풀세트 접전보다는 세트스코어 3:0으로 마무리 짓는 셧아웃 승리처럼 보인다. 마치 깔끔하게 스포츠 전작들이 닦아 놓은 루트대로 가겠다는 의지처럼, 영화는 후반부 보장된 감동의 스파이크를 날린다.
이런 전형적인 서사에 변주를 가하는 건 인물들이다. 특히 선수가 아닌 감독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펼치는 건 새롭다. <슈퍼스타 감사용> <국가대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 유명한 국내 스포츠 영화는 모두 선수들의 성장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1승>은 김우진의 성장을 중심축으로 가져간다. 그는 자신이 겪었던 실패를 팀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담아 과거 자신의 장점을 남들이 알아봐 주지 않았던 것을 반복하지 않고, 선수들의 강점을 칭찬하고 단점을 장점화 시킨다. 이런 노력은 경기력 상승으로 이어지고, 그 자체로 성장 서사의 원동력이 된다. 여기에 좋은 말로 하면 전형적이지 않고, 나쁜 말로 하면 지가 하고 싶은 대로 마케팅을 하는 구단주 또한 감독과 팀을 자기 방식대로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이렇듯 선수들에 포커싱을 맞추지 않은 영화는 기존 스포츠 영화에서 자주 사용했던 카타르시스, 자칫 신파로 비칠 수 있는 눈물 젖은 감동은 과감하게 컷한다. 마치 <1승>이 추구하는 성장 서사는 이런 게 아니라는 것처럼 신파로 매몰되려는 순간을 아예 만들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장단이 있는데, 신파로 인한 감정의 질척거림은 덜한 대신, 가슴을 울리는 여운의 시간은 짧다. 쉴 새 없이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가며 세트를 가져가야 이기는 배구 특성을 오롯이 옮긴 듯한 영화는 단점을 장점화 시키며 1승을 향한 담금질을 계속한다. 이게 우리 영화의 성격이라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기대했던 코미디 부분은 절묘한 티키타카가 이뤄져 웃음을 전하기 보다는 주전 공격수인 송강호, 박정민에게 의존하는 패턴을 고수한다. 역시 에이스라 말할 수 있는 송강호의 능청스러움, 여기에 틀을 마구마구 깨버리는 박정민의 돌파 능력은 웃음을 전하기는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패턴이 읽혀 새로움은 덜하다. 여기에 감독 중심으로 돌아가는 영화임에도 선수들의 고른 서사 소개가 나오지 않는 건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순간이 있는데, 바로 1승이 가진 진정한 의미를 전하는 부분이다. 극중 강정원은 영화 <록키>를 예로 들며, 모두들 록키가 챔피언 아폴로를 이기고 챔피언이 되는 줄 아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관객들은 승리가 목적이 아닌 성장 서사를 더 좋아한다고, 우리는 그 단 1승을 하는 서사를 만들거라고 덧붙인다.
흔히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들 하지만 신연식 감독은 강정원을 통해 ‘각본 있는 드라마’를 만들려고 한다. 영화는 강정원의 각본대로 감독과 선수들이 각자 자신의 한계를 깨뜨리고 성장해 1승을 향해 뛴다. 한 번도 인생이란 게임에서 승리를 해보지 못한 실패자들이 의기투합해 승리를 거머쥐는 모습은 담담하게 그렸음에도 울림은 크다. 록키의 승리처럼 이들의 1승을 자축하듯 <록키>의 OST ‘고잉 더 디스턴스(Going the Distance)’가 흐르는데, 이 장면은 그 자체로 빛을 낸다.
스포츠 영화, 특히 배구 영화라는 지점에서 팬이든 팬이 아니던 간에 얼마나 리얼하게 배구 경기 장면을 구현했는지 궁금해질터. CG의 도움을 받았지만 생각보다 배구 경기의 특성과 재미를 잘 살린다. 전 배구선수인 한유미, 시은미는 물론, 이민지, 차수민, 신윤주, 장수임 등 배우들의 놀라운 실력도 리얼리티를 살린다. 특히 다양한 카메라 기술로 구현한 랠리 장면은 그 자체로 볼거리를 장식한다. 여기에 몸보다 말로 승부하는 조정석은 물론, 상대 팀 감독으로 나오는 신진식, 김세진, 해설자로 등장하는 이숙자,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김연경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배구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연말 선물이다.
“나만의 1승을 위해 투쟁하는 영화다” <1승>의 기자간담회에서 송강호가 한 말이다. 딱 한 번 승리의 쾌감을 얻기까지 힘겨움을 겪었거나 그 과정을 겪고 있다면, 이 영화는 올해를 버틴 이들에게 큰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다. 저마다 각본 없는 인생 경기를 찍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작은 힘을 얻길 바란다. 누구나 1승은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인생이란 코트로 달려가자!사진 제공: ㈜아티스트유나이티드
평점: 3.0 / 5.0
한줄평: 역시 스포츠영화는 눈물이 필요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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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 / 激突! ラクガキングダムと ほぼ四人の勇者, 2020
작년 현장실습이 끝나고, 극장에서 못 보던 영화들이 한 번에 몰아서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 영화들을 기대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영화는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이었습니다.
아무리, 전성기 시절만큼의 폼은 아니더라도 해왔던 것들이 있기에 차마 발길을 끊을 수는 없었고요.
그렇게 보게 된 <신혼여행 허리케인~ 사라진 아빠!>은 '사라진 제 짱구를 찾습니다!'라는 단말마와 같은 평가만을 남기게 되었습니다.그렇게 속았음에도 이번에 다시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다시, 극장에서 보게 된 이유는 이번 극장판이 기존 극장판과는 다르게 원작을 가져왔다는 점입니다.
물론, 최초는 아닙니다.
첫 번째부터 세 번째 극장판들은 원작이 있던 반면에 이후 극장판들은 오리지널 이야기를 가지고 만들었으니 일본 개봉 기준으로는 25년 만에 원작을 가지고 만든 극장판인 것이죠.
그러니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개봉하는 극장판으로 역시 기대를 품게 만들었는데, '과연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은 어땠는지?' - 감상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아이들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낙서로 에너지를 받는 '낙서 왕국'은 사라진 아이들의 낙서로 어느새 멸망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에 왕국은 기존 국왕에게 쿠데타를 일으키고, 공주는 자신의 부하에게 '미라클 크레용'을 건네며 '낙서 왕국'을 구해줄 용사를 찾을 것을 부탁하고 지상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에 낙점된 "짱구"는 먼저, '미라클 크레용'으로 자신을 도와줄 동료들을 그리는데...원작을 모르는데, 익숙하다?
1. 강도 높은 웃음을 어떻게 대체하나?
앞서 말했듯이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이를 눈치채고서 보는 관객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도 그럴 것이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저와 같은 성인 관객들이 보는 이유는 단, 하나 "얼마나 웃겨주는지?"일겁니다.
근데, 이 웃음의 기준이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전 극장판 <신혼여행 허리케인~ 사라진 아빠!>의 리뷰를 살펴보면, '"성기"가 노출되는 표면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헨더랜드의 대모험>에서 인형이 된 부모님을 향해 "아빠! 맘모스가 없어요.. 엄마! 가슴이 커졌어요!"는 대사가, <암흑 타마타마 대추적>은 구슬을 삼킨 짱아에게 짱구가 '하나만 더 삼키면, 남자가 된다'라는 대사, 그리고 <불고기 로드>에서는 유부남 상사를 좋아하는 여성의 상황'까지 이처럼 성인이 봐도 헉! 할 만큼이죠.이제는 'PG 등급'이니까!
그렇기에 한껏 순해진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의 '웃음을 어떻게 보고 받아들이냐?'에 해당 작품의 만족도를 달라질 겁니다.
물론, 해당 작품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은 그때만큼 높은 수위를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당연한 거지만...)
그럼에도, 해당 작품의 유머에 큰 불만이 없는 이유는 "낙서"라는 소재를 통해서, 어른과 아이을 대치하는 것도 있으나 이를 보여주는 캐릭터들의 매력이 다분한 작품입니다.2. 이걸 애들 보는 만화에서 보여줘도 되나요?
이번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국내에서 "국방장관"으로 나오는 캐릭터입니다.
어린아이들이 보기에는 "악당"으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지만, 저와 같은 성인들이 보기에는 그저 "악당"으로 바라볼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낙서로 에너지를 받는 '낙서 왕국'의 특성상 낙서를 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어른들이 곱게 보이지 않음과 동시에 손을 놓고 바라보는 국왕의 모습을 보자니 그가 "쿠데타"를 일으킨 동기는 확실하게 설득되었거든요.
이후 이야기에서 아이들을 어른들로부터 격리시켜, 재우지도 않고 낙서를 시키는 모습은 삐뚤어진 애국주의자의 모습과도 꽤 겹쳐 보였습니다.이렇게나 매력적인 캐릭터를...
마지막에는 "제발, 낙서를 해달라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애결하는 모습까지 악당을 떠나서 완벽한 캐릭터의 기승전결을 지는 유일한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도 "가짜 이슬이 누나"라든지 "부리부리 자에몽"과 같은 캐릭터들도 관객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들의 경우. 극에서 눈물을 담당하는 역할들로 특히, "부리부리 자에몽"는 "오마주"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돼지발굽>을 연상시키는 장면은 저와 같은 관객들에게는 때아닌 향수를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3. 나의 가장 보편적인 악당들
앞서 말했듯이 이번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은 원작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이에 아는 사람들은 있을지'가 걱정일 정도로 그 어느 극장판처럼 낯설겠지만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은 그 어떤 극장판보다 가장 익숙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에는 앞에서 언급한 "부리부리 자에몽"의 마지막 모습에 <돼지발굽>을 연상시켰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이외에도 낙서를 그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원숭이"들과 대결했던 <정글>을, 초반 왕국의 추격전 구도와 "판타지"적인 요소는 <헨더랜드>의 장면들이 떠오르니 여러분들도 그 어떤 극장판보다 가장 익숙한 작품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나요?어찌 보면, 가장 현실적인 작품?
익숙한 것도 있지만, 이번 극장판에서 악당으로 출연하는 "국방장관"의 동기에 납득한 것처럼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현실적인 모습입니다.
극 중 후반부에 "낙서 왕국"이 떨어져 마을에 위험이 닥치자 사람들이 "미라클 크레용이 어딨냐고!"면서, 다그치는 장면은 불안과 이기심을 엿볼 수 있었거든요.
분명히, "낙서 왕국"을 다시 끌어올릴 방법을 인지했음에도 도망치는 모습과 애결하는 악당은 모습은 이번 극장판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절대적인 악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악이라는 것을 그것도 아동만화에서 보여주었으니까요.4. 새로운 원동력이 되어줄까?
그렇기에 마지막 엔딩에서 "아동 만화"스러운 급하게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짓는 모습과 극 중 쿠데타를 일으킨 "국방장관"외의 다른 캐릭터들의 설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활용되지 않는 것도 아쉬움으로 적용됩니다.
그토록 흔했던 "오카마", 여장 남자들도 사라지고 성인들이 헉! 할 만큼의 유머도 사라진 이 마당에 올드팬들에게 오늘날의 극장판들은 분명히 실망스러운 점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로 큰 만족감을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성인 관객들에게는 다음을 혹은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이어나갈 새로운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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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기심이 만들어낸 파장
인간은 늘 새로운 세상을 탐험해 왔다.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하고 탐험하면서 주변에서 잘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전파한다. 인간의 무한한 호기심은 지구의 모든 지역을 구석구석 탐험하게 만들었다. 이제 지구상에 더 이상 미개척 지역이 남아있지 않으니 깊은 바다 속이나 지구 밖 같은 물리적으로 한계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곳을 탐험하려 한다. 지금까지 인류가 이렇게 발전한 기술과 환경 속에 살 수 있었던 것도 이런 탐험심 때문이다. 아주 작은 호기심에서 발현된 탐험심은 어떤 열악한 조건에서도 계속 발휘되어 왔다.
애플티비+에 업데이트된 시리즈 <지하창고 사일로의 비밀>은 인간의 호기심이 공동체에 주는 파장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시리즈가 전하는 메시지나 이야기 전개는 무척 흥미진진하다. 이 시리즈는 휴 하위 작가의 책인 <울>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를 택하고 있는 이 시리즈의 지구는 황폐화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알려져 있다고 쓴 것은 이 시리즈 안에서는 지구 외부의 모습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호기심이 공동체에 주는 파장
그러니까 지금 현재 지구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없다. 등장하는 사일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과거에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지하 벙커인 사일로에서 생활하고 있다. 꽤 깊숙한 지하까지 만들어져 있는 사일로에는 각 층마다 꽤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저층일수록 조금 더 낮은 계급이 살아가는 듯한 분위기여서 마치 설국열차를 세로로 세워 땅에다 심어 놓은듯한 느낌도 준다. 각 층의 사람들은 정해져 있는 일을 하고 설국열차만큼의 심각한 계급 차별은 없지만 그래도 저층에는 노동을 많이 하는 노동자 층이 살고 있다.
사일로에는 규칙이 있다. 밖으로 나갈 수 없고,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큰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인지되어 사일로의 외부로 추방당한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을 살고 지상과 가장 가까운 층에서 외부 카메라로 보이는 지상의 모습을 간간히 보면서 호기심을 달랠 뿐이다. 하지만 그중에는 사일로의 비밀과 외부의 환경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이 시리즈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건 상부층의 보안관들이다. 사일로 전체의 치안과 보안을 담당하는 보안관은 총 2명이다. 초반에는 이 두 사람이 극을 이끌어가는데 특히 흑인 보안관인 홀스턴(데이비드 오예로워)이 초반 중심인물이 된다. 홀스턴과 아내 앨리슨(라시다 존스)과 아이를 낳기 위해 앨리슨 몸에 넣은 피임기구를 제거하고 임신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
비밀이 쌓여있는 지하창고 사일로와 외부 환경
몇 개월이 지난 후 앨리슨은 우연히 한 프로그래머를 만나게 되고 그 이후 사일로라는 시스템에 대한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결국에 앨리슨은 사일로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고 사일로 운영국에 의해 추방을 당하게 된다. 앨리슨이 밖으로 나가는 과정은 최상층 외부 카메라를 볼 수 있는 화면으로 사일로 구성원이 모두 볼 수 있으며, 외부로 나간 인물이 쓰러질 때까지 상황은 그대로 중계된다.
이 시리즈가 흥미로운 건 이렇게 앨리슨으로부터 시작된 호기심이 사라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앨리슨의 호기심은 남편 홀스턴에게 옮겨가 그 역시 앨리슨이 어떤 것을 보고 들었는지를 수사하게 되고 최하층의 줄리엣(레베카 퍼거슨)을 만나게 만든다. 줄리엣도 처음엔 사일로에 대해서 궁금해하지 않았지만 호기심은 줄리엣도 가만히 두지 않는다.
두 번째로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홀스턴은 아내가 나갔던 것처럼 사일로를 나가기로 결정하고 결국 아내와 동일한 과정을 거쳐 사일로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홀스턴은 자신의 보안관 후임으로 최하층의 줄리엣을 지목한다. 그렇게 시리즈의 중심축은 줄리엣으로 완전히 넘어간다. 줄리엣의 전 남자친구도 사일로의 비밀과 근원에 대한 질문을 던지던 인물이었고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그래서 줄리엣은 홀스턴의 후임역할을 하기로 결정한다.
최하층이 최상층으로 올라와 사일로의 비밀을 파헤치는 줄리엣의 뒤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보는 관객들도 사일로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게 된다. 줄리엣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에 꽤 많은 중심인물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줄리엣이 최상층으로 올라오면서부터는 그를 감시하고 통제하려고 하는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홀랜드(팀 로빈스)나 심스(커먼) 같은 인물들은 사일로 전반을 통제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하려고 한다. 이들은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사일로의 역사에 대한 질문을 하지 못하게 하고, 사람들을 감시하면서까지 극도로 안정적으로 통제하려고 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줄리엣의 등장으로 그 모든 것이 흔들리게 된다.
지극히 안정적인 사회 시스템을 흔들어놓는 줄리엣의 질문
이 시리즈는 계급갈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다. 가장 중요한 건, '사일로는 왜 만들어졌는가'와 '밖은 어떤 모습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다. 궁극적으로 중심인물인 줄리엣이 찾아가는 진실이 바로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다.
사실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 어떤 시스템의 비밀을 파헤친다고 했을 때,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그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 마치 내부 고발자처럼 줄리엣은 모든 진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시스템을 관리하는 홀랜드와 심스의 입장에서는 그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회 시스템을 크게 혼란스럽게 하는 범죄와 같이 느껴진다.
그러니까 줄리엣은 진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진보주의자 성향이라고 한다면, 홀랜드와 심스는 안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수주의자 성향으로 볼 수 있다. 이 영화 속 진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시리즈 내내 시종일관 안정과 진실은 서로 밀고 밀리는 대결을 벌이게 된다. 시리즈는 줄리엣의 뒤를 주로 따라가기 때문에 관객들은 진실을 더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시리즈를 다 보고 난 뒤에는 생각이 바뀔 여지가 충분히 있다.
그 진실이 과연 사일로 속에 구성된 사회 시스템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여전히 지상이 살지 못할 공간이라면 그것을 밝힌다고 했을 때 시스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반대로 지상이 살 수 있는 공간이라면 사일로에 구축된 시스템 속 사람들은 외부로 나갈 수 있을 것인가.
많은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시리즈
<지하창고 사일로의 비밀>은 이렇게 끝없이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그야말로 인간이 가진 호기심에서 파생된 일들이 과연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미스터리가 깔려있다. 사일로를 만들어 놓은 조상은 사일로의 역사가 구조, 설계나 외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기록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 그렇게 텅 비어있는 과거 때문에 그 빈 공간을 채우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를 잘 발현시킨다. 이야기 속 줄리엣이 그 중심에 있으며 관객이 그 바로 뒤에 서있다.
총 10편으로 구성된 시즌1을 모두 보고 나면 더 큰 궁금증을 가지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레베카 퍼거슨을 비롯해 팀 로빈스, 커먼 같은 배우들의 열연이 이 이야기에 더 호기심을 가지게 만든다. 이 시리즈는 시즌2 제작이 이미 확정되었다. 주연인 레베카 퍼거슨이 직접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는 <지하창고 사일로의 비밀>이 시즌 2에서 어떤 비밀을 더 풀어놓게 될지 궁금해진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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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따윈 없는 세상 퓨리오사는 반드시 돌아간다 미친 복수를 마친 후☠️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2차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