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9-18 08:57:44
9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잠>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올해 한국의 3번째 영화 흥행작으로 등극했습니다!
9월 9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누적관객수와 분석까지 함께 하실까요?
[국내 박스오피스]
영화 <잠>이 개봉 2주차에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고 손익분기점 100만명의 관객수를 돌파하며 올해 세번째 한국 영화 흥행작으로 등극했습니다
2위는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으로 주말동안 3만여명의 관객수를 기록했고 다음으로 오펜하이머가2만5천여명의 관객수를 동원하며 3위를 기록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더넌2>가 차지했습니다
더 넌2’는 루마니아 수녀원 사건 4년 후, 수녀 모습을 한 악마가 다시 나타나면서 드러나는 공포와 충격적인 진실을 그립니다. ‘컨저링 유니버스’의 8번째 작품으로 ‘컨저링 유니버스’ 사상 가장 강력한 악마로 꼽히는 발락의 등장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베니스유령살인사건>이 그 뒤를 이으며 2위에 올라섰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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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하고 무해한 로맨스를 그리려는 어설픈 강박
* <달짝지근해: 7510>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달짝지근해: 7510 (2023)
감독: 이한
출연: 유해진, 김희선, 차인표, 진선규, 한선화
각본: 이병헌
장르: 로맨틱 코미디
상영시간: 118분
제과회사 연구원 '치호(유해진)'는 집과 회사만을 오가는 규칙적인 일상 속에서 오로지 '과자' 하나만을 보고 살아간다. 회사에서는 가장 유능한 직원으로 통하지만 현실 감각은 제로에 가까워 얼핏 보면 바보처럼 비치기도 한다. 결정적으로 그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어려워 하고, 오직 혼자만의 삶을 추구한다.
그런 '치호' 앞에 나타난 대책 없이 밝은 여자 '일영(김희선)'은 매사에 직진일 정도로 적극적이고, 거침 없이 솔직하다. 어디로 튈 줄 모르는 통통 튀는 매력의 그녀는 매일이 똑같았던 '치호'의 삶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는다. 한번의 상처를 겪었던 '일영'은 순수함의 결정체와도 같은 '치호'에게 끌리고, 생애 처음으로 달짝지근한 감정에 빠진 '치호'의 심장도 조금씩 '일영'에게 반응하기 시작한다.
<달짝지근해: 7510>은 촌스럽지만 귀엽고, 올드하지만 친숙한 중년들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중년의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로맨스 작품들이 대개 불륜이나 치정을 밑바탕에 두고 있던 것과 달리 두 남녀 주인공의 순수한 멜로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약간의 새로움을 점하기도 했다. 사회비판적 이슈를 다룬 현실적이고 어두운 작품들이나 자극적인 범죄 액션물과 달리 가볍고 착한 이야기를 담았기에 현 영화 트렌드에 피로감을 느꼈을 관객들이라면 충분히 선호할 법한 작품이다.
귀엽고 어리숙한 '유해진', 사랑스러운 '김희선'의 매력은 평범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슬랩스틱 코미디와 로맨스를 오가는 두 사람의 케미도 훌륭하다. 특히 '유해진'은 카메오로 등장하는 '염혜란', '임시완', '현봉식' 등 짧은 분량의 배우들과도 맛깔 난 티키타카를 선보이며 짧게 치고 빠지는 장면에서의 웃음 타율 또한 나쁘지 않다.
다만 배우들의 연기력에 기댄 채 뻔하고 낡은 이야기를 답습하고 있다는 건 여전히 아쉽다. 중년 로맨스를 주제로 한 작품이라 의도적으로 올드한 요소를 배치한 것일까? 특유의 '말 맛'으로 정평난 '이병헌' 감독의 매력이 각본에서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아재개그랍시고 가미된 대사들은 고루할 지경이다. 어딘가 나사가 빠진 듯한 '치호'의 행동, '유해진'과 카메오 출연진들의 호흡 정도만이 제역할을 해낼 뿐 인물들의 대사가 가져다주는 재미는 부족하다. 특히 '차인표', '진선규', '한선화' 등 조연 캐릭터들은 철저히 주인공을 위한 도구로만 활용된다. '이병헌' 감독의 작품들에서는 조연 캐릭터의 쓰임이 한정적이지 않다고 느껴 왔는데, <달짝지근해>에서는 각본에만 참여한 탓인지 뛰어난 배우들을 한정적으로만 사용해 아쉬움이 컸다.
'유해진'이 연기하는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이라면 훨씬 더 재기발랄하고 유쾌한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착함'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한 강박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스토리를 제어하고 있는 듯한 안정감 때문에 각본의 매력이 반감된 듯하다. 그래도 계단에서 넘어지는 '일영'을 받아주지 않는 '치호'나 '일영'을 업고 가다 함께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는 신처럼 틀을 깨는 몇몇 장면들은 '이병헌'스러웠다.
물론 코미디 장르만을 표방한 작품은 아니기에 결과적으로 더 중요한 건 두 주인공의 사랑이 결실을 맺어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달짝지근해>에 내재된 올드한 색깔은 '치호'와 '일영'의 로맨스에서도 유효하다. 마치 노골적으로 레트로를 지향한 것처럼 극에 등장하는 소품이나 배경들은 요즈음의 시내상과는 제법 거리가 있다. '치호'가 끌고 다니는 녹색 프라이드 자동차나 데이트 장소로 등장하는 '김밥천국', 어플로 송금을 하는 시대에 굳이 500원을 거슬러 주겠다는 행동까지. 그 흔한 SNS나 메신저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가 지금 2003년에 나온 영화를 보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로맨스 이야기의 구조도 클리셰를 그대로 따른다. 우연한 장소에서 만난 두 남녀가 예기치 못한 사건들로 계속 엮이고, 설렘이 몽글몽글한 썸을 타다가 연애에 골인. 그리고 가족을 비롯한 주변인물로 인해 눈물을 머금고 이별을 하지만, 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 재결합을 한다는 결말까지. 너무나 많이 보아 왔던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가장 감동적이어야 할 '치호'의 공개 고백 신은 기대만큼의 감정을 끌어올리지 못한다. '일영'은 그의 고백을 뒤늦게 접하게 되는데, 이때 발생한 시간 차가 감정선을 끊어버리는 역효과를 낳았다.
그리고 꼭 '치호'는 경계성 지능 장애에 가까운 인물로, '일영'은 미혼모로 설정해야만 했을까. 40대라는 나이는 이미 쓰디쓴 인생에 한참을 데여 풋사랑을 시작하기에 늦은 시기라는 데는 동의한다. 이 때문인지 중년 남녀가 순수하고 착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결함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처럼 비쳐져 씁쓸했다. 극중 '치호'는 형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고, '일영' 역시 치근덕거리는 직장 상사나 쉬운 여자 취급하는 사람들 때문에 괴로워한다. 따뜻하고 다정한 '치호'와 편견 없고 당찬 '일영'이 서로에게 끌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각자의 아픔을 가진 남녀가 서로를 보듬어줌으로써 사랑을 꽃피우는 따뜻한 이야기이지만, 이게 매력적이거나 세련된 소재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로맨스와 코미디에만 집중하면 좋았을 텐데, 사회적 약자에 관한 이야기로 주제의식을 확장하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스토리가 돼 버렸다.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자극할 정취가 깔려 있고, 올드한 유머 또한 특정 세대에게 먹힐 만한 여지가 있다. 스토리의 여러 흠결을 배제하더라도 '유해진'과 '김희선'의 캐릭터 소화력과 이름값이 충분히 드러나 영화의 단점이 일부 보완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영화는 지나칠 정도로 착하고 무해한 로맨스만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마치 짜 맞춰진 것처럼 움직이는 이야기와 캐릭터들은 그저 작위적으로 비친다. 새롭고 달짝지근한 맛의 영화라기엔 그저 오래되고 익숙한 맛일 뿐이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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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건너온, 귀엽지만 불편한 카나리아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는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와 저녁을 먹던 중 아들의 행동이 평상시와 다르다고 느낀다.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집에 늦게 들어오고 다치길 반복하는 미나토. 이에 학교에서 문제가 있음을 직감한 그녀는 담임교사 '호리'(나가야마 에이타) 및 교장 '후시미'(다나카 유코)'와의 상담을 신청한다. 그러나 학교 측은 사오리의 문제제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갈등의 골만 깊어진다.
그렇게 학교를 오가던 와중 사오리는 왕따를 당하는 '요리'(히이라기 히나타)를 만난다. 그녀는 요리와 대화를 나누면서 요리와 미나토 사이에 자기가 모르는 깊은 사연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엄마에게도 감춰야 했던 아들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괴물>, 일본에서 건너온 카나리아
어두운 탄광 속 어울리지 않는 색깔이 하나 있다. 환한 노란빛을 몸에 두른 새. 카나리아다. 광부들은 그 새의 존재를 잊은 듯 일한다. 상관없다. 카나리아의 역할은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카나리아는 존재하지 않을 때 진가가 드러난다. 공기 중 산소 농도에 민감한 작은 새가 울지 않는다는 말은 곧 갱에 산소가 없다는 뜻이니까. 사라져 버린 카나리아의 울음소리는 타나토스의 등장이나 다름없다.
사회적으로는 예술이 카나리아일 수 있다. 예술은 사람들이 질식사하기 직전까지 산소가 없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경고한다. 일례로 <오펜하이머>와 <잠>은 전혀 다른 영화다. 하지만 유사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편견에 눈이 멀고, 양극단에 갇혀 다양한 가능성을 인정 못하는 사회상을 보여줬다. 전자는 매카시즘의 희생양이 된 물리학자의 비극을, 후자는 서로 다른 세상에서 자기 말만 반복하는 부부의 파국을 통해.
이제는 일본 영화 차례다. 칸 영화제 각본상을 비롯해 여러 시상식을 휩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괴물>이 주인공이다. 영화는 계속해서 같은 질문을 던진다. "괴물은 누구인가?" <괴물>은 괴물의 정체를 보여줄 듯 말 듯 줄다리기를 펼치며 관객을 미궁 속으로 초대한다. 그러고는 돌연 역습을 가한다. 중요한 건 괴물의 정체가 아니라고. 사실 진짜 중요한 질문은 "너는 괴물이 아니니?"라고.
각본으로 쌓아 올린 미궁
<괴물>의 재미는 기본적으로 각본에서 나온다. 사카모토 유지의 각본은 관객을 미궁에 빠트린다. 서로 다른 세 주인공의 시점에서 같은 이야기를 풀어내며 괴물의 정체를 쉽사리 확신하지 못하게 만든다. 물론 같은 사건이 반복되다 보니 자칫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카모토 유지는 시점에 따라 정보를 공유하고 숨기기를 반복하면서 쉬어갈 틈을 주지 않는다.
영화는 미나토의 이상 행동을 비추며 시작한다. 평소와 다른 아들을 보며 학교폭력을 의심하는 엄마 사오리. 그녀는 아들과 대화를 난 후 담임교사 호리가 체벌을 했다는 확신을 갖고, 곧장 학교로 향한다. 그런데 학교 측 대응이 엉망이다. 호리는 잘못을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는다. 교장은 제대로 된 조사를 부탁하는 학부모의 탄원을 한 귀로 듣고 흘린다. 그러니 괴물의 정체는 확실하다. 학생을 보호하지 않는 학교가 괴물이다.
하지만 관객의 확신은 호리의 시점이 등장하자마자 바로 부서진다. 2막은 앞서 보인 호리의 부정적인 면모를 모두 반박한다. 그가 유흥업소에 출입했다는 소문, 미나토를 때렸다는 의심을 모두 제거한다. 오히려 미나토가 고양이를 죽이거나 같은 반 친구를 요리를 때렸다는 새 정황을 제시한다. 심지어 체벌 교사로 몰린 후 호리의 일상이 잔인하게 무너지는 모습도 비춘다. 그 결과 3분의 2 지점이 되도록 <괴물>은 여전히 미궁이다.
미궁 속 진짜 괴물의 정체
그러다 보니 <괴물>이 무슨 이야기인지도 좀처럼 파악하기 어렵다. 얼마 전까지 핫한 이슈였던 교권 문제를 떠올릴 수도 있고, 일본 못지않게 항상 문제인 학교 폭력 이슈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고레에다 히로카즈답게 아이들의 시점에서 세 번째 이야기가 펼쳐지면 비로소 괴물의 정체도 밝혀진다.
미나토와 요리의 시점에서 그들이 처음 만나게 된 계기, 함께 보낸 시간, 그들의 비밀장소와 비밀 놀이가 등장한다. 편지를 쓰는 그들만의 규칙, 마니토가 요리를 때린 이유 등 이전 시점에서 좀처럼 이유를 알 수 없던 사건의 전말도 비로소 드러난다. 우정이라기에는 깊고,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어린 그들의 미묘한 관계가 한 꺼풀씩 모습을 보인다.
이 지점에 이르면 괴물의 정체를 특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관용 없는 편협한 시선이 그 답이다. 두 소년은 그들의 관계를 떳떳이 드러내지 못한다. 부모와 교사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 그들을 어떻게 볼지 걱정하니까. 실제로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할 어른들은 미리 재단해 놓은 세상에 아이들을 끼워 맞추기 바쁘다. 그 결과 걱정이 낳은 사소한 오해, 오해가 쌓인 편견은 미나토와 요리를 막다른 길로 몰아간다.
누구든 괴물이 될 수 있다
흥미롭게도 <괴물>은 메타적인 질문을 던지며 관객에게도 책임을 지운다. 실제로 <괴물>은 구조적으로 관객을 거듭 시험한다. 앞서 봤듯이 <괴물>은 일부러 관객을 혼란스럽게 한다. 처음 엄마의 시점에서는 학교 관계자를 몰인정한 괴물로 보도록 유도한다. 호리의 이야기를 펼칠 때는 과도하게 간섭하는 학부모와 자기 보신에 급급한 학교 시스템을 괴물로 여기게 만든다.
마지막 순간에 도달하면 이 혼란이 의도대로 정교하게 설계된 미궁임을 알 수 있다.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자기 자신을 자각한다. 카메라가 보여주고 짜깁기한 현실에 동조하는 모습은 세상을 자기 시점에서 짜 맞추는 등장인물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 즉, <괴물>은 아이들을 비극으로 내몬 괴물이 누구에게나 있고, 모두가 괴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영화가 끝을 향할수록 두 아이의 비극은 더 무겁게 느껴진다. 그들의 낙원이 행복할수록, 그들이 해방에 가까워질수록 마냥 기쁘지 않고, 좋아할 수도 없다. 그 상황을 초래한 책임이 사오리, 호리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함께 지워지기 때문이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도 이 양가적인 감정이 커지는 데 한몫한다.
미노스로 남을 것인가, 테세우스가 될 것인가
그렇지만 <괴물>은 희망을 놓지 않는다. 괴물을 만들 수도 있고,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태풍이 몰아치는 미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미나토와 요리의 낙원을 보는 이의 심정은 불편할지 몰라도, 낙원 자체는 여전히 아름다운 이유다.
결국 <괴물>은 테세우스가 될지, 미노스가 될지 묻는 영화인 셈이다. 다양한 가능성을 인정 못하는 편협한 괴물을 악용하는 폭군이 될지, 아니면 미궁에 들어가 그 괴물을 죽이는 영웅이 될지. 만약 답이 후자라면, 일본에서 건너온 카나리아는 죽더라도 마지막 숨을 기쁘게 내뱉지 않을까.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영화가 끝나고도 떳떳할 수 있는 사람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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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2
천만영화 <파묘>로 돌풍을 일으켰던 배우 최민식의 차기작이 정해졌습니다.
후안 마요르 작가가 집필한 스페인 희곡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맨 끝줄 소년>의 출연 제의를 받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연극으로 소개되었던 <맨 끝줄 소년>은 소설가로 실패하고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문오와 그의 제자 이강의 이야기를 다룹니다.프랑스 영화 감독 프랑수아 오종의 <인 더 하우스> 역시 같은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알려져 과연 국내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제작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한편, 드라마 <맨 끝줄 소년>은 영화 <인어공주>를 각색한 장명우 작가가 대본을 맡고,<우리들의 블루스>의 김규태 감독이 연출을 맡아 올해 촬영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총 6부작으로 방영될 예정이며, 편성 플랫폼은 현재 미정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내 생중계로 만난다
LA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리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국내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3월 3일(월) 오전 9시 채널 OCN에서 국내 TV 독점 생중계되며,
TVING 내 OCN 채널 라이브로도 실시간 시청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생중계는 통역사 안현모,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이 진행할 예정이며 영화감독 이경미가 새롭게 합류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브루탈리스트> 감독, 브래디 코베 차기작 공개
<브루탈리스트>으로 브래디 코베 감독이 최근 팟캐스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차기작에 대해 전했습니다.
주로 1970년대에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150년에 걸친 내용을 다룬다고 설명하며“오랫동안 준비해 온 작품이며, 매우 다른 것을 시도하게 되어 기대된다.
이 영화는 미국의 신비주의와 제가 매료된 여러 가지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라 말했습니다.
한편, 브래디 코베 감독은 <브루탈리스트>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곽선영X권유리X이설X기소유, 심리 파괴 스릴러 <침범> 개봉일 확정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해 완성도 높은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로 호평받은 심리 파괴 스릴러 <침범>이
오는 3월 12일 극장 개봉을 확정하고 스페셜 포스터와 메인 예고편을 공개했습니다.
<침범>은 기이한 행동을 하는 딸 소현으로 인해 일상이 붕괴되고 있는 영은(곽선영)과그로부터 20년 뒤 과거의 기억을 잃은 민(권유리)이 해영(이설)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균열을 그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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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제14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본 영화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으로 참석했습니다.
제14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가 11월 7일부터 13일까지 7일 동안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개최하였다.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국내 최대 성소수자 국제영화제로서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의 구분 없이 영화를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영화제다. 본 영화제는 영화를 통해 세계 각국의 다채로운 성소수자의 삶을 담아내는 다양한 작품들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이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개봉한 영화들 중에서 <국내단편 비경쟁 4>와 이후 GV까지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국내단편 비경쟁 4> GV
<푸시업>
감독: 류호철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6분
푸시업을 못하는 신우는 같은 반 은희를 좋아하고 있다. 하지만 신우는 푸시업을 알려주겠다는 은희를 밀어내고, 피하고 싶었던 기억을 마주친다.
여름내 나는 푸른 색감과 함께 10대의 청춘과 사랑을 담고 있다. 머리끈을 통해 둘의 관계를 암시하는 장치는 여학생들이 공유할 수 있는 도구다. GV에서 류호철 감독은 학생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소지품 중 머리끈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하고 싶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이는 영화에서 둘의 관계를 표현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심장 소리와 매미 소리가 둘의 사랑을 숨기는 듯 드러내듯 한다.
푸시업은 팔을 밀어서 일어서지만, 팔을 구부리며 다시금 중력에 몸을 맡겨야 한다. <푸시업>도 은희가 신우를 억지로 밀었지만, 다시금 자신의 진심에 몸을 맡긴다.
출처: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안녕의 세계>
감독: 정연지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20분
학년 말의 어느 날, 단짝 친구 준희가 오래 결석을 하는 가운데 영신은 준희와의 시간을 회상한다. 학교는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듯해도, 자살자에 관한 이야기, 사실을 알 길 없는 추문으로 혼란하고 이는 영신을 불안하게 만든다.
영신의 과거가 플래시백 한다. 준희와 영신이 방과 후에 함께 놀았던 기억과 그렇지 않은 현실의 대립은 영신에게 혼란과 불안을 준다. 심지어, 준희의 안 좋은 소문까지 생긴다. 영신은 준희에게 의지하고, 그녀를 항상 생각한다. 하지만, 3학년 학생들이 창밖으로 날리는 종이비행기 속 쪽지를 읽은 영신은 다시 마음을 잡는다. 학창 시절 우정만큼 중요한 요소가 있을까. 영화는 친구의 부재로 인한 불안과 그리움의 정서를 잘 표현한다. 그리고 마치 준희가 영신에게 주는 종이비행기 쪽지는 그녀에게 자유를 주는 희망을 선사한다.
출처: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나의 우상>
감독: 이준희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20분
우상은 아버지를 잃고 교내 육상부마저 해체된다는 소식을 듣는다. 모두가 현실을 받아들이라며 우상을 걱정하는 가운데, 재민만이 조용히 그의 곁에 다가온다.
우상과 재민의 관계는 퀴어보다 과분한 응원에 가깝다. 아버지의 부재와 설상가상으로 교내 육상부마저 해체된다. 정신적으로 힘든 우상에게 재민은 그를 응원하고 챙겨준다. 재민은 우상을 남몰래 동경하고, 좋아한다. 그러나 우상은 재민을 사랑한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우상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조력자 그 이상으로 보인다. GV때 이준희 감독도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응원과 관심을 받는 사람은 행운이라고 말했고, 영화에 잘 녹여낸다. 한편, 우상이 대회를 뛸 수 있는 기준인 22초를 엔딩크레디트에 보이는 연출은 과연 우상이 합격할 수 있는지 끝까지 관객들에게 집중감을 준다.
출처: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아무도 모른다>
감독: 허하연
장르: 애니메이션
러닝타임: 8분
두 할머니는 평생을 함께 한 부부이다. 하지만 사회는 그들을 부부로 허락하지 않았다. 그들은 어느 노부부와 다르지 않지만 다른 일상을 살아간다. 소박하고 따듯한 일상을 보내는가 하면 밖에서는 손을 잡는 일도 쉽지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쓰러지게 된다. 법적인 제도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두 할머니에 삶에는 균열이 생긴다.
관람한 단편작 중 유일한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동그란 작화는 따스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남의 눈치를 챙겨볼 수밖에 없는 동성애 노부부는 죄지은 일상처럼 갑갑하다. 법적인 제도와 사회적 시선으로 상처를 받는 부부의 모습은 관객에게 연민을 준다. 할머니가 쓰러지며 보호자의 관계를 적는 장면에서 할머니는 배우자라고 적는다. 법적인 제도에 소극적이나마 개인의 저항이자 둘의 진정한 관계를 드러낸다.
출처: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탄신>
감독: 최범석
장르: 스릴러
러닝타임: 20분
고등학생 초은은 친구 온과 함께 있던 아지트에서 빛을 본다. 알 수 없는 소리와 함께 배가 불러오고 초은은 이상증세를 보인다. 의사는 초은이 임신을 했다고 하고 초은은 사라진 온을 찾아 나선다. 초은은 온이 기다리라고 한 아지트에서 신의 아이를 낳으러 가야 한다는 남자에게 쫓긴다. 지수의 도움을 받아 피하지만 곧 지수는 칼을 꺼내 뱃속에 있는 괴물을 죽여야 한다고 말한다.
GV에서 감독은 난생설화를 영화에 접목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공포나 오컬트 요소와 융합하여 영화에 담아낸다. 고등학생인 초은이 급식실 구석에서 반찬을 주워 먹는 장면이나 출산의 과정은 공포감을 조성한다. 한편, 초은이 나은 신의 아이는 태아가 아닌 알이다. 온은 알과 함께 문 밖으로 나가면 된다고 말하지만, 초은은 알을 바닥에 내팽개친다. 알의 정체는 보여주지 않으며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 감독은 깨진 알의 정체를 담은 컷도 있었지만, 영화 흐름에 맞는 지금의 방향으로 선택했다. 만약 깨진 알의 정체를 영화에 담아냈다면, 날개가 돋아있는 흉터 모습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화에서 태아는 중요하지 않다. 출산, 임신에서 생기는 불안한 과정과 신성시 여기는 장면들이 중요하게 보여준다. 한편, 집으로 도망간 초은에게 생긴 마크가 여동생에게 새겨지는 결말은 임신과 출산의 되물림과 끝나지 않은 저주의 연속을 표현한다.
출처: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몽마르뜨 공원에서>
감독: 손모아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9분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창 세 명이 몽마르뜨 공원에 간다.
세 명의 일상 대화를 옆에서 듣는 듯하다.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창답게 친했던 시간과 떨어졌던 시간의 격차와 함께 대화가 이루어진다. 친하지만 어색한 기류 속에서 뜸해지는 시간을 커피 마시는 시간으로 할애하는 카페 장면에서 몽마르뜨 공원으로 나아가는 장면은 자연스럽다. 몽마르뜨 공원으로 가는 길과 공원 속 정취와 잔잔한 일상을 관객과 함께 공유하며 우정과 추억을 상기한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몽마르뜨 공원 배경과 잘 어울린다.
출처: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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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키는 사람들이 있어 끊어질 듯 이어지는 여성국극
- 다큐멘터리 영화 <여성국극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 리뷰
작은 캐리어를 끌고 일본에 도착한 두 여성은 다카라즈카시의 한 대극장으로 향한다. 모두 여성 배우로 이루어져있는 다카라즈카 가극단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이다. 2층까지 있는 극장에는 공연을 보러 온 이들로 가득하다. 공연이 끝난 후, 두 사람은 빠져나가는 인파 사이에서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한참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서러움과 부러움이 뒤섞인 대화를 나누는 두 여성. 그들은 여성국극 3세대 배우 박수빈과 황지영이다.
얼마 전 방영된 드라마 <정년이> 를 통해서 여성국극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다르게 말하면 그 이전까지는 여성국극이라는 것의 존재조차 몰랐다는 말이다. 여성국극 안의 모든 배역은 여성 배우가 맡는다. 춘향이도, 이몽룡도, 변사또와 방자도 모두 여성이 노래하고 연기한다. 여성국극의 전성기 시절, 남자 캐릭터를 연기하는 남역배우들의 인기는 지금 아이돌을 그것을 방불케했다.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여성국극이라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듯 하다. 여성국극을 위한 제대로 된 무대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큐멘터리 속에서 박수빈과 황지영 배우가 열명 남짓도 안되는 사람들 앞에서 최선을 다해 공연하는 모습을 보면 어딘가 짠하고 안타갑게 느껴진다. 공연을 끝내고는 캠핑카를 끌고 이동하며 무대에 대한 고민와 평가를 나눈다. 그들의 일상은 여성국극이 전부인 듯 보인다.
박수빈과 황지영은 여성국극을 통해 만났다. 함께 노래를 배우며 자란 그들의 스승은 여성국극의 전성기 시절 한획을 그었던 인간문화재 조영숙 선생. 그는 1939년생이지만 여전히 현역으로 공연을 한다. 상투를 틀고 남자 한복을 입고, 인간문화재라고 불리는 만큼의 소리를 내는 조영숙 선생님의 모습은 머릿속에 강렬히 각인되었다. 여성국극을 사랑하는 스승과 그 스승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여성국극을 지키려는 제자들. 세 사람의 모습은 스승과 제자를 넘어서 가족의 모습과 닮아있다. 스승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멱살 잡고 끌고 가보자던 제자들은 그렇게 소원하던 대극장 공연을 기획해보기로 한다. 당신들이 사랑하는 스승님, 그리고 여성국극을 이끌었던 선배님들과 함께. 과연 두 사람은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을 것인가.
이 영화의 매력적인 부분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면 첫 번째, 여성국극 그 자체이다. 낯설지만 매력적인 문화인 여성국극. 국악을 베이스로 노래를 하는 최초의 뮤지컬, 여성국극이라는 문화를 알고 배움이 흥미롭다. 드라마 <정년이>의 실제 모델이라고 불리는 배우들의 면밀한 이야기와 예술과 상업 사이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또한 그렇다.
두 번째는 고군분투하는 젊은 여성국극 배우 박수빈과 황지영 모습이다. 박수빈은 자신과 여성국극이 닮아있다고 말한다. 끊임없이 증명하는 삶을 살아왔다는 말에 보이지 않는 시간들이 다가온다. 그렇지만 때로는 쓴소리로 때로는 목표를 위해 자존심을 내려놓는 모습으로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귀감을 준다.
그리고 세 번째, 조영숙 선생과 두 제자들의 관계성이다. 이들의 모습은 영화에 숨을 불어넣는 듯하다. 이들을 통해 단순한 이야기가 입체적이고 특별하게 바뀐다. 스승님을 위해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제자들이라니. 실제로 영화의 연출을 맡은 유수연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처음에는 조영숙 선생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했는데, 조 선생을 만나러 갈 때마다 수빈과 지영이 함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의 방향이 바뀌게 된 것 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이들의 관계가 몹시 소중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나중에는 조영숙 선생님이 등장하기만 해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었다.
영화의 촬영 배경은 2023년. 드라마 <정년이>의 영향으로 여성국극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가기 이전이다. 지금 이들의 모습은 어떨까?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100번 이상의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기분 좋은 소식이다. 국악을 토대로 한 우리 문화인만큼,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할 여성국극을 응원하게 되는 영화였다.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청받아 관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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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집 남편 괜찮다!
결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그 이미지들은 아마도 성장과정에 가정에서 보고 배운 바를 떠올릴 가능성이 크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 첫문장은 아직까지도 명문장으로 손꼽힌다.
톨스토이가 이 책을 쓰던 1800년대에도, 지금까지도 수많은 가정이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기 때문이다.
현세대의 결혼기피현상을 집값으로 뭉뚱그려 보는 사람이 많다. 정말 돈 때문에 결혼하지 않는 걸까?
남성의 입장은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동물들도 수컷이 둥지도 없이 암컷에게 구애하지는 않을 테니까.
반면 여성의 경우에서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오늘날 결혼적령기 여성들은 부조리한 가정 상황을 목도하며 자라왔고, 그것이 내 일이 되기를 거부하는 이들이 비혼을 말한다.
나도 그런 쪽이다.
이를테면 맞벌이를 하지만 요리청소빨래 집안대소사 모든 것을 감당하는 엄마와, 새벽 5시에 엄마가 일어나서 차려준 밥을 먹고 출근하고, 퇴근 후에는 엄마가 차린 저녁 먹고 TV에 나오는 외화를 보다가 술 한잔 하고 자는 아빠. 그걸 다 치우고 녹초가 되어 잠든 엄마.
친구들과 술 마시고 노느라 집에 안 오는 아빠. 친구도 없는 엄마. 그리하여 온몸의 관절에 관절염이 왔으나 아직도 일하는 엄마와 단지 술로 인해 병든 것 외엔 건강한 아빠.
나는 결코 엄마의 삶을 답습하고 싶지 않다.
요즘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무구한 차별의 역사쯤이야 일이 년만에도 손바닥 뒤집듯 바뀔 수 있다고 믿을 만큼 순진한 건가 싶을 때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 악습이 바뀌기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전복시켜버린 여자가 있다. 이름은 박강아름.
#역할전복
박강아름은 진보당 활동을 하던 정성만을 만나 먼저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먼저 결혼하자고 하고, 공부를 해야겠으니 프랑스로 가자고 제안한다.
이미 결혼을 해버렸으니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이다.
비혼주의자였던 정성만은 한국에서 요리보조로 일하며 소설을 쓰던 사람이었다.
박강아름과 달리 프랑스어는 한 마디도 할 줄 몰랐다.
박강아름은 아이를 낳고 싶었다. 그래서 결혼했고, 자신의 선택에 따라 아이를 낳았다.
프랑스에서의 출산과정은 지난했다.
커뮤니티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고, 도와줄 친구도 가족도 없었다.
본인의 선택이었기에 박강아름은 모든 걸 감내한다. 어차피 아이를 낳는 건 본인 몫이니까.
그렇다. 아이를 낳는 건 여자의 몫이다.
토하고, 쓰러지고, 입원하고, 뼈와 근육이 제멋대로 놀고, 출산 후 손목 통증이 가시질 않고. 젖을 물리는 내내 젖꼭지에 피가 난다.
그러므로 출산에 관한 선택은 여자의 것이어야 한다.
정성만은 무엇을 하는가 하니, 살림을 한다.
박강아름의 표현에 따르면 '독박살림 독박육아'다.
밥을 짓고, 청소를 하고,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고, 아이를 돌보고, 놀아주는 모든 역할을 정성만이 한다.
박강아름이 학교에 다니고 작업을 하는 동안 정성만은 박강아름의 보조, 정성만의 표현에 따르면 '식모'다.
어디서 많이 본 시나리오가 아닌가.
남편을 따라 연고도 없는 곳에 가서 아이를 낳고, 밥을 짓고, 청소하고, 아이를 돌보고, 놀아주고, '식모' 같다고 느끼는 삶.
가부장제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다. 요새 맞벌이 안 하는 여자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돈도 벌고, 애도 키우고, 집안일도 하고. 결혼 전과 돈 버는 건 같은데 노동의 양은 몇 배로 증가한다.
또는 수 년간 쌓아온 커리어를 포기하고 아내, 엄마로서 기능해야만 한다.
그러려고 공부하고 일한 건 아니었을 텐데.
그런데 사람들은 웃는다.
성만이 살림할 때, 본인을 '식모'라고 부를 때, 살림의 고달픔을 토로할 때, 혼자 김장을 하면서 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에게 말을 걸 때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과연 그 반대였더라면 웃음 포인트가 되었을까?
그저 일상적인 풍경을 보면서 웃기는 쉽지 않다.
나는 재능있는 여자들이 예술가 남편을 뒷바라지 하느라 재능을 갖다 버리는 걸 수도 없이 보고 듣고 겪었다.
#외길식당
이들 부부는 프랑스에 와서 자아가 없어진 성만을 위해 가정집 원테이블 식당을 열기로 한다.
원래도 요리를 잘했던 터라, 성만은 내심 기뻐 보인다.
부부의 식당에는 가난한 유학생, 집밥을 그리워 하는 유학생들이 찾아온다.
그릇을 사고, 좋은 재료를 고르는 성만의 표정이 밝다.
누구와도 교류할 수 없는 사람은 고립되기 마련이다.
성만이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아름 뿐.
뜨겁게 사랑하다 보면 세상에 너랑 나 말고는 아무것도 필요없을 거라고 말하게 되지만, 실제로 세상에 단둘이 남겨지면 미쳐버릴지 모른다.
고립되어 가던 성만은 외길식당을 차린 후에, 한식부터 일식, 중식, 양식까지 뚝딱 만들어내며 자신의 쓸모를 다 한다.
하지만 집안 살림에 식당 영업까지, 아름은 작업에다 손님 대응까지 하려니 힘에 부친다.
결국 외길식당은 문을 닫고, 이사를 몇 번 다닌 후에야 다시 문을 연다.
이유는 역시나 그들의 고립 때문이다. 고립된 채 서로에게만 의지하는 부부에게는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넌 이런 부분이 이기적이야, 너는 늘 이기적이야. 그래서 아름은 다른 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한다.
외길식당2에 다녀간 여러 형태의 커플들 역시 비슷하면서도 다른 고민들을 안고 산다.
결국 아름은 외길식당2에서도 답을 얻지 못한다.
#덩케르크
누릴 수 있는 사치라고는 커피 한 잔 사 마시는 것이 전부인 그들.
아름은 영화제작 기금을 받으러 다니느라 바쁘다.
그런 그들도 여행이라는 걸 떠난다.
덩케르크 해변으로 가는 길에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성만은 왜 비오는 날 바다에 가야 하느냐고 묻는다.
아름은 바다에서 찍고 싶기 때문에 가는 거라고 한다.
이들 부부의 주도권은 대부분 아름에게 있다.
성만은 투덜대지만 어쨌든 간다.
해변에 도착하자 비는 더욱 거세게 내리고, 날은 잔뜩 흐려 옥빛 바다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다.
모래사장으로 유모차가 들어가지도 않는다. 결국 성만이 앞에서 지고, 아름이 뒤에서 들고 바다 앞까지 간다.
덩케르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에서는 전쟁 상황과 대비하여 바다가 너무 예뻤다.
영화관에 앉아서도 그 대사를 떠올렸다.
"무엇이 보이십니까?"
"조국(Home)."
<덩케르크>를 볼 때도 그 부분에서 속으로 으악... 하면서 입술을 꽉 깨물었던 기억이 난다.
덩케르크 씬은 마치 조국 그 자체, 프랑스에 있어도 부부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구나.
남편과 아내의 역할이 바뀌었을 뿐이다.
성만 같은 남편이 있다면 한번쯤 결혼을 해봄직도 하다.
어쩌면, 행복한 가정의 서로 닮았은 모습이 박강아름과 정성만, 정보리강 가족에게서 보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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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아름 결혼하다>는 박강아름 감독의 자전적 다큐멘터리다.
자전적 다큐멘터리다 보니, 한편으로는 홈비디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중간중간에 삽입된 애니메이션과 가수 이랑의 노래가 아니었더라면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영화 서두에서 박강아름 감독은 개인의 이야기가 전체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왔음을 확신한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옥랑문화상 수상 및 국내외의 여러 영화제에 초청받는 성과를 거두었다.
실로 개인의 이야기가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 때가 온 것이다.
2020년 한 작가의 오토픽션(자전적 소설)이 문단에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당사자의 동의 없이 카톡으로 나눈 대화의 전문을 작품에 그대로 인용했기 때문이다.
문학이든 영화든 자전적일 수밖에 없다.
조근식 감독이 <품행제로>를 촬영할 때 1980년대 본인이 살았던 동네의 풍경을 재현한 것처럼.
그러나 그것이 작품이 되느냐, 한 개인의 일기장이 되느냐는 개인적 관점이 전체를 관통할 때가 아닐까.
처음에는 '도대체 이건 뭘까' 싶다가, 영화를 다 보고 나왔을 때는 이런 관점과 용기와 행동력을 가진 여성들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작에서도 이미 여성의 몸에 관해 할 수 있는 말들을 다 했던 감독이다.
이 영화는 그동안 우리가 보고 듣기 쉽지 않았던 여성의 자궁과 질, 출산과 모유수유, 예쁘게 꾸미지 않은 여성의 몸을 여성이 주체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직면한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아직 와닿지 않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분명한 건, 현 시점에서 박강아름 감독은 응당 해야 할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는 남자 주인공 다미앵은 어느날 전봇대에 머리를 부딪히고 정신을 차려 보니 여성중심사회로 간 이야기다.
물론 이 영화는 픽션이다.
그러나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리얼리티다.
이제 때가 된 것 같다.
* 시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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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4. 21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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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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