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7-10 20:34:02
[BIFAN 데일리] 유예된 항해의 빛
영화 <열화청춘 감독판>
감독] 담가명Patrick TAM
출연] 장국영Leslie CHEUNG, 하문석Pat HA, 엽동Cecilia YIP, 탕진업Kent TONG
프로그램 노트] 홍콩의 영화평론가 스티븐 테오는 <명검>(1980)으로 데뷔한 담가명의 작품들을 두고 “홍콩 뉴웨이브 작가들 중 가장 덜 언급된 인물이지만, 서극이나 허안화 등과 비교해 가장 ‘성숙한’ 영화를 만든 감독”이라 말했다. 더불어 “그는 동료 감독들에 비해 가장 세련되고 모던한 영화를 만든 감독”이라고도 덧붙였다. 담가명의 색깔이 가장 짙게 담겼다고 할 수 있는 <열화청춘>(1982)은 ‘왕가위의 <아비정전>의 전편’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만큼, 우리가 기억하는 장국영의 상처받은 청춘의 이미지를 앞서 보여준 영화다. ‘장국영 비긴즈’라고 불러도 될 이 영화에서 그는 ‘노마드’라는 요트를 타고 언제나 먼 곳으로의 여행을 꿈꾸는, 흔들리는 청춘의 모습을 섬세하게 연기하고 있다. 또 하나, 당시 담가명 감독의 영화가 동료 뉴웨이브 감독들의 영화와 비교해 가장 남다른 점이 바로 탁월한 프로덕션 디자인이었는데, <열화청춘> 등 여러 작품을 함께한 장숙평 미술감독은 그가 직접 발굴한 인재나 다름없다. 1980년대 모던 홍콩 영화의 진면목이 <열화청춘>에 담겼다. (주성철)

*영화 <열화청춘>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홍콩의 여름은 덥고 습하다
영화는 덥고 습한 홍콩의 한 대금업자 집에서 시작한다. 대금업자를 찾아와 통 사정을 하는 빚쟁이에게 밉지 않게 퉁을 놓으면서도, 대금업자는 정작 ‘실무자’에게 모두 중국인이니 살살 하라고 하지 않았냐며 꾸짖는다. 우리 모두 중국인, 하다 못해 이 물건도 중국 물건… 이런 대사들은 홍콩 영화라서 의미심장하다.
같은 홍콩에,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저택도 있다. 호젓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 피아노를 치고 있는 여자의 뒷모습이 있는 집. 그가 결혼을 통해 이 집에 들어오기 전의 집 주인이었을 여성, 그러니까 앳된 얼굴의 장국영이 연기하는 루이의 어머니는 라디오 DJ였다. 루이는 그 시절의 소리를 녹음해 자꾸만 듣고 있다. 소리를 죽여 놓은 텔레비전 위로, 라디오에서 베토벤 교향곡이 흘러나온다. 더없이 동양적인 풍경 위로.
“동서양이 뒤섞인” 매력은 홍콩에 대한 교과서적인 표현이지만, 그 덥고 습한 여름은 단순히 동서양의 조화 뭐 그런 말로만 두루뭉술 담기지 않는다. 이 여름은 동양도 서양도 아닌, 그냥 홍콩만의 무드다. 비록 이 영화 속 청춘들은 쇼핑과 보석에 대한 구문을 익히며 일본어 회화를 열심히 배우고, 가부키 춤이나 액자 속 일본 가면 같은 문화를 즐기지만, 이들이 다른 장면에서 보여주는 홍콩 무드에 비하면 그 어설픈 흉내들은 어쩐지 조금 우스워 보인다. 홍콩만의 무드는 지켜져야 한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신스케를 대하는 아퐁의 입을 빌려 왜색에 일갈을 던지기도 한다.
이렇게 일본 문화에 매력을 느끼는 순간과 일본에 대한 적개심이 뒤섞이는 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하지만 홍콩 무드가 지켜져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꼭 그래서만은 아니다. 진짜로 홍콩 무드가 더 좋아서 그렇다. 일본의 여름도 덥고 습하지만, 일본 영화나 만화 속 모습은 언제나 맑고 청량한 연둣빛이라 좀 거짓말 같은 데 비해 홍콩의 여름은 벽면의 곰팡이까지 사실적이다. 강렬한 색감, 거기 놓인 물건들, 홍콩을 담은 여름 장면들이야말로 진짜 여름 같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면면들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왜 그 시절의 홍콩 영화는 이토록 매혹적인가?

#떠나기 전에 가장 빛난다
이 영화는 감각적이다. 당연하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홍콩 영화 대다수를 맡은 미술감독 장숙평의 손이 닿았다. 왕가위에 비해 덜 알려진 이름이지만, 담가명은 홍콩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이름이다. 왕가위도 그의 영향을 받았으므로, 왕가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담가명 영화는 아주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장국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장국영인데. 아직도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 얼굴의 앳되고 싱그러운 시절에, 그에게 유독 잘 받는 '유약하고 고독한 부자 청년' 역할이다. 소품과 옷의 색감들도 하나 같이 예뻐서 보는 즐거움이 있다.
음악과 여름, 젊음과 색깔이 사방천지에서 튀어나온다. 팍팍한 오늘날의 세상에서 보면 그것은 얼핏 여유로 비친다. 오늘날의 우리가 옛 홍콩 영화를 사랑하는 데에는 그 감각도 한 몫 할 것이다. 세상이 당장 끝난다 해도 오늘은 여름을 즐기겠다는 듯이, 마치 이 여름이 영원할 것처럼 향유하는 감각. 현실감은 조금 없어도 좋다. 실제로 토마토의 낡은 여행가방에는 화려하고 나풀나풀한 옷가지 몇과 조악한 봉제인형 정도만 들어있지만, 고작 그 정도 물건만 끌어안고도 토마토는 딱히 살아갈 걱정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생각해 본다. 왜 여름과 청춘이 유독 옛 홍콩에서 빛날까? 그 세 단어 모두 시한부의 감각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얼핏 <열화청춘>의 ‘청춘’들은 흘러 넘치는 정염을 어쩌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버스 안에서도 참지 못할 만큼 서로를 향한 사랑에 목이 마르지만, 부나방처럼 서로를 향해 자신을 온전히 던지지만, 그럴수록 스크린 밖에서는 유한을 실감할 뿐이다. 사실 그들의 사랑은 이미 가족과 이웃의 방문으로 계속 호흡이 끊기고 있었다. 그럼에도 쥐어 보려는 노력.
1994년작 <중경삼림>을 필두로 한 왕가위의 영화들이 1997년의 홍콩 반환을 목전에 둔 시점의 스산하고 각자 외로우며 알 수 없는 감각들로 붕 뜬 마음을 보이고 있다면, 1982년작 <열화청춘>은 그와 다른 결의 묘한 불안, 유한하기에 더욱 빛나는 순간의 감각들을 담고 있다.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 전, 그러니까 1970년대의 홍콩이 그랬으니까. 1990년대와는 다른 결의 묘한 불안이 깔려 있던 시기였다. 1971년, 중국의 UN 가입은 중국이 ‘중국’임을 인정받는 순간, 그러니까 대만의 ‘주권’을 밀어내는 순간이기도 했다. 99년의 할양 기간을 마치면 홍콩은 반드시 중국에게 반환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1970년대 홍콩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다시 요동쳤다.
1970년대가 가고 이 영화가 개봉하는 1982년은 마거릿 대처가 중국을 찾아 홍콩을 테이블에 올린, 그러나 아무 성과가 없이 결렬된 회담이 있던 해이기도 하다. 끝이라는 감각은 서서히 가까워 오는데, 아직 그 감각이 목을 턱 조이기까지는 한참 남아있을 때. 그렇다고 존재가 소진되지 않겠지만, '끝'의 이후에는 결코 지금 같지 않을 거란 예감을 목도할 때. 오후 4시 쯤의 햇살을 움켜쥐어 밤을 막아 보고 싶은 마음 같은, 그런 정염이 이 영화에 있다.

#항해는 유예된다, 그러나
루이의 방은 어쩐지 바다 같고 배 같다. 벽도, 이불도, 침대 옆의 등과 그 옆의 연필까지도 모두 짙은 푸른색이다. 심지어 루이가 잠시 냄새를 탐닉하겠다고 가져온 기름 통마저도. 텔레비전 위에는 배 모형이 놓여 있다. 금방이라도 어디론가 떠나갈 것만 같은 무드의 방이다. 급기야 루이가 보트를 푸른색 페인트로 칠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정작 영화에 나오는 배 ‘노마드’ 호에는 어쩐지 ‘배’의 감각, 그 운동성과 생기가 없다. 분명 바다에 나가 있고, 정박하고 있던 배를 바다에 풀어놓은 것이건만, 루이의 방만큼도 운동성이 없다. 루이는 이 배를 타고 아라비아에 가고 싶다고 하지만, 여기서 아라비아라는 말은 과연 유토피아, 발할라, 샹그릴라와 얼마나 다른 이름일까 싶다. 이상향은 이상향일 뿐, 항해는 유예된 채였다. 유예된 항해는 성공할 수 없다. 배의 여정은 목적지에 다다를 때야 완성되므로.
청춘들이 노마드 호로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한때 사랑했던 인연을 숨겨 보는 정도다. 이를 계기로 떠날 궁리도 해보지만, 항해가 유예된 동안 이미 가까워진 존재가 있다. 불시에 도적처럼 덮쳐온 자객의 존재. 극과 극은 통한다고, 난징 대학살을 벌인 일본 제국주의는 중국과 역사적으로 척을 지고 있음에도, 전체주의적이라는 점에서 중국과 아주 다른 모양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에는 아름다운 장면이 참 많았지만, 가장 꿈처럼 보였던 장면은 마지막으로 식탁을 같이 차리는 네 사람의 모습이었다. “우리는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들 같”다는 말에, “사회가 뭔데?” 거칠게 되물으며 우리가 사회라고 대답하고, 바로 이어 네 사람이 같이 식탁을 차린다. 그 모습은 정말 ‘사회’ 같다. 누가 누구에게 군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역할을 나누어 각각의 할 일을 하며 그 결과를 함께 누리는.
어쩌면 이들이 ‘아라비아’에서 차리고 싶었던 식탁, 거기서 이루고 싶은 사회도 이런 모습이었을지 모른다. 살아남은 루이와 토마토가 이런 식탁을 차릴 수 있을까. 요원해 보여 더 꿈처럼 느껴지는 이 장면을, 언젠가 미래의 다른 영화에서 기시감으로 느끼고 싶다.
2023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6/29-7/9) 상영시간표
7월 2일 11:00-12:33 메가박스 부천스타필드시티 5관 (상영코드 412)
7월 5일 20:00-21:33 부천시청 판타스틱큐브 (상영코드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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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곳에 뿌리내리려는 한 가족의 이야기
먼 이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해외 이민의 길을 떠난다. 고국에서의 미래가 보이지 않거나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선택한 이민의 길은 사실 쉽지 않다.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언어를 배워가면서 조건이 좋지 않은 일부터 시작해야 새로움의 삶을 천천히 익숙한 삶으로 바꿀 수 있다. 그렇게 일을 해나가면서 조금씩 나은 일을 찾고 가족들과 삶을 이어나간다. 새로운 시작을 선택한 가족들은 서로를 의지하면서 그 힘든 이민의 삶을 받아들이고 점점 그곳의 일부분이 되어간다. 어떤 나라에서든 이민자들의 삶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여전히 그런 과정을 거친다.
사실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것이 꼭 이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살면서 전혀 새로운 곳에 이사 가게 되어 살게 되거나 다른 환경으로 가게 될 때 우리는 그런 경험들을 한 번쯤은 겪게 된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찾아 다시 삶을 만들어 나가는 장면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렇게 새로운 환경에서 앞으로 나아가려 노력할 때, 그 쉽지 않은 현실을 앞에 두고 가족들은 때론 서로 의견 대립을 하고 싸운다.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손을 잡고 서로를 의지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새로운 곳에 온전히 뿌리내리기 위해 의지할 곳은 바로바로 옆에 있는 가족뿐이다.
영화 <미나리>는 새로운 환경에서 삶의 뿌리를 내리려고 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제이콥(스티븐 연), 모니카(한예리), 딸 앤(노엘 케이트 조), 아들 데이빗(앨런 김) 가족이 알칸소의 새 집에 오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미국 이민자의 삶을 살고 있는 제이콥과 모니카의 가족이 다시 새로운 지역 알칸소로 이주해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제이콥은 바퀴가 달린 집과 그 주변의 땅에 농장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나가려고 한다. 모니카는 병아리 감별하는 일을 하며 같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미국 대도시의 삶에 잘 적응하지 못한 듯한 이들은 새로운 곳으로 옮겨 좀 더 나은 삶을 꿈꾼다. 거주 환경과 주변을 본 모니카가 실망감을 토로하지만 여기서 새롭게 시작하자는 남편 제이콥의 말에 일단 그곳에서의 삶을 준비한다.
제이콥이 준비하는 농장은 그의 가족이 좀 더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제이콥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집 주변의 땅에서 물을 찾는 일이다. 물길을 찾는 외부인을 불러와 살펴보거나 자신이 직접 땅을 파서 땅속의 물을 찾아 농사에 활용한다. 제이콥이 늘 물에 신경 쓰는 것처럼, 영화 속에서 물은 꽤 중요하다. 물만 잘 공급된다면 농사를 짓기 수월하고 이들 가족이 큰 불편함 없이 뿌리내려 사는데 도움이 된다. 물이 원활하게 공급되었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물이 끊겼을 때 가족을 압박하는 것은 생활의 불편함 뿐 아니라 경제적인 압박도 포함된다. 그들이 목이 타는 것과 같이 마음속도 타들어가고 부부는 의견 대립으로 충돌한다.
제이콥은 자신의 농장에서 작물을 성공적으로 수확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그는 그것이 자신의 가족들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믿고 부단히 매달린다. 반면 모니카는 실패할 수도 있는 농장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좀 더 안정적인 병아리 감별을 지속적으로 하길 원한다. 그리고 조금은 더 큰 도시로 이주하여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가족과 함께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기를 원한다. 두 사람 모두 가족을 위하지만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조금 다르다. 제이콥은 농장의 성공이 가족에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부단히 매달린다. 당장은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환경이 좋지 않더라도 자신이 그리는 안정적인 상황이 그의 눈앞에 보인다. 그래서 그는 그 농장을 포기할 수 없다. 그 농장의 성공이 바로 가족의 안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모니카는 적은 돈을 벌더라도 바로 지금 안정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을 원한다. 그래서 당장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는 농장일에 매달리는 제이콥과 의견 대립을 하게 된다.
그런 작은 대립에도 불구하고 모니카와 제이콥은 서로의 그 마음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모니카는 제이콥이 할 수 있는 환경을 은연중에 만들어준다. 비록 제이콥의 의견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가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말리지는 않는다. 또한 자신의 엄마인 순자(윤여정)를 미국으로 불러와 자신과 남편이 일하는 동안 아이를 돌볼 수 있게 한다. 순자는 이 가족이 좀 더 안정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윤활유이자 물 같은 존재다. 그리고 가장 한국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미국으로 올 때 가져온 고춧가루, 멸치 등은 밥상에 올라올 음식이 되어 가족들에게 고국의 맛을 선사하고, 그가 가져온 화투는 아이들에게 한국의 놀이가 가진 재미를 알려준다. 비록 아이들은 처음 만나는 외할머니와 데면데면해 하지만 아이들은 곧 그것에 익숙해진다. 그렇게 조금씩 외할머니는 이 가족의 한 구성원이 되어간다.
그 익숙해진다는 것이 곧 친숙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 완전히 마음을 열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린다. 이 영화 속 데이빗과 앤 도 마찬가지다. 대화조차 잘 통하지 않는 외할머니에게 그들이 친숙함을 금방 느끼기는 어렵다. 처음 외할머니를 만난 데이빗은 연신 할머니 같지 않다며 혼자 중얼거리는데, 한국의 할머니를 처음 만났고 기대하던 할머니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님이 일하러 간 시간, 어쩔 수 없이 외할머니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데이빗과 앤은 외할머니와 함께 집에서 조금 떨어진 냇가에 산책을 나간다. 특히 데이빗은 그 산책의 시간을 보내며 순자와 교감하고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던 질병도 서서히 회복해나간다. 그렇게 모든 가족의 마음속에 익숙함이 자리해나갈 때 비로소 그들이 그곳에 정착할 수 있는 기운이 만들어진다.
<미나리> 속 특별한 장면들은 대부분 외할머니 순자와 데이빗이 만들어낸다. 서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두 사람은 짧은 한국어와 영어를 통해 이야기하는데 냇가 옆에서 데이빗과 부르는 원더풀 미나리 송에서도 정감이 느껴지고 티격태격 장난치는 듯한 두 사람의 행동도 웃음을 짓게 한다. 또한 순자는 데이빗이 눈에 보이는 위험을 보이는 곳에 놓고 관리하게 만드는데 이것은 심장병이 있어 늘 뛰기를 두려워하는 데이빗에게 그 위험을 직면하며 관리할 수 있게 만들기도 한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데이빗은 마음도 몸도 서서히 치유가 되어간다 이 영화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면 외할머니와 손주가 만들어낸 이런 앙상블 때문일 것이다.
순자는 고국에서 가져온 미나리 씨를 냇가에 뿌려 미나리를 키운다. 물만 있으면 잘 자라는 미나리는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니카와 데이빗 가족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가족에게 물만 있으면 농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큰 문제없이 정착할 기회가 만들어진다. 영화 후반 군집을 이루어 아주 잘 자라는 미나리의 모습은 어쩌면 이 가족의 미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에서는 이들 가족이 잘 정착하여 살게 되는지, 농장 운영은 성공하는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그곳에 정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어떤 마음인지는 잘 보여준다. 결국 다섯 명의 가족이 결코 떨어질 수는 없고 앞으로도 같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존재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타오르는 농장에 뛰어든 제이콥과 모니카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그들은 싸운 직후였고, 이별의 결심까지 한 후였다. 하지만 남편이 노력하여 얻은 결과물이 타오르자 그것의 일부라도 구하고자 이리저리 물건을 불 밖으로 빼는 모니카의 모습에서 남편의 노력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지고 그들이 결국 같이 그것을 해결해 나갈 것임을 보여준다.
가족의 고난사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전반적으로 영화 <미나리>는 긍정적인 영화다. 잠깐씩 모습을 비추는 알칸소의 이웃과 교회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그들에게 호의적이다. 유일한 동양인이라는 점 때문에 다르게 받아들여지지만 조금은 신기하게 바라보고 친해지려 다가선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폴(윌 패튼)은 특이한 행동을 하는 이웃으로 등장하지만 결코 나쁜 인물이 아니다. 이해 못할 행동을 하지만 그는 진심으로 제이콥의 농사가 잘되길 빌면서 일손을 돕는다. 악의 없이 이 가족이 그 땅에 정착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어쩌면 영화 속 그의 주술이 실제로 가족의 마음이 안정되도록 심리적인 도움을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덕분에 농작물 수확도 잘할 수 있었고, 집안에 나쁜 일들도 좋은 방향으로 마무리가 되었으니까. 이민자들 주변에 있었던 좋은 이웃들의 모습을 폴이라는 인물이 대표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폴이 이민자인 그들을 이상하게 취급하지 않은 것처럼 가족도 폴을 하나의 이웃으로 대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각기 다른 포인트에서 공감하며 관람할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부부의 이야기, 어떤 사람은 외할머니와 손주들의 이야기 그리고 본인이 이민자라면 이민자 자체의 이야기에 더욱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분명 이민자들의 경험이 담겨 있지만 아주 보편적인 가족의 정서를 담고 있어 널리 공감될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미나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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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그냥 판타지만은 아니다
<모털 엔진>은 원작이 있는 영화다. '견인 도시 연대기'라는 소설이고 총 4부작으로 책이 나눠져 있다. 그중 네 권의 책 중 첫 번째 책의 제목이 '모털 엔진'이다. 각색하기는 했지만 1권의 책의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의 스토리가 너무 방대해서 네 권의 책의 중요 부분들을 추출해서 만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니 책을 빨리 읽어보아야 할 것 같다. 사실 영화를 보고 속편에 대한 기대가 사라져서 압축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모털 엔진>의 모털, 혹은 모탈(mortal)은 '영원히 살 수 없는',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이 제목은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아우른다. 60분 전쟁이라 일컬어지는 전쟁으로 인해(아마 핵전쟁일 것으로 보인다) 지구가 멸망한 후, 커다란 엔진으로 움직이는 견인 도시들이 서로 약탈을 일삼고, 땅에 고정해서 살기를 원하는 '반 견인 도시 주의자'들과 다시 전쟁하려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반지의 제왕>과 <호빗>의 감독인 '피터 잭슨'이 제작을 맡아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다. 나 역시 공개된 예고편이 눈길을 사로잡아 많은 기대를 하면서 영화를 보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영화의 영상미(CG)는 좋았으나 기대를 너무 한 것인지 스토리 면에서는 실망감이 컸다. 아마 방대한 스토리를 128분 안에 녹여내려다 보니 개연성도 떨어지고, 공감도 얻지 못했던 것 같다. 사건도 급하고, 러브라인도 급하고, 해결도 급했다. 이런 방식을 삼류라고 볼 수는 없지만 '아, 이렇게 되겠구나'라고 예상하면 그렇게 이뤄졌다. 역시 '왜'가 결여된 이야기는 공감을 얻기 힘든 것 같다. 아마 두 편 정도로 나눠서 제작했다면 더 탄탄한 영화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전반적인 세계관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60분 전쟁 이후 1천 년이 지난 시점에서의 현재는 과거 혹은 고대가 된다. 견인 도시 '런던'의 박물관에 미니언즈 대형 피규어가 '미국의 동상'이 되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었다. 정도의 미래에서 지금을 바라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사실 과거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가 탈핵과 방사능이다. 대학원 강의를 들으면서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우리가 방사능 폐기물을 어디에 묻는다고 기록으로 남겼을 때 미래의 후손들은 모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고대의 언어를 해석하지 못하는 것처럼요."
미니언즈뿐만 아니라 토스터가 귀중한 유물인 세상에 현재 쓰는 언어가 그대로 남아있을 가능성은 낮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핵심 포인트는 교수님의 저 말씀이다.
우리는 지금 과거의 언어를 모두 해석하지 못한다. 그래서 학자들이 '추정'한다. <모털 엔진>에서도 그렇다. 그렇게 과학이 발전했지만 TV 영상 같은 화면을 만들어내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전쟁으로 인해 황폐화가 되어 있음에도 그 안에는 여전히 60분 전쟁의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 부품을 구하러 다니는 존재들도 있다. 영화의 후반부에 고대의 무기로 불리는 메두사를 다시 사용하는데 정말 마구 쏘아댄다. 만약에 빔을 맞은 땅이나 건물, 그 안에 핵폐기물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영어로, 한글로, 다른 언어로 어디에 묻었다고 아무리 기록을 남긴다고 해도 짧으면 천년, 길면 몇만 년 뒤에나 반감기가 지나서 안정화가 되는 핵폐기물의 존재를 미래의 인간들이 알 수 있을까? 특히 걱정되는 것은 어디에 남겼다는 것은 해석했는데, 위험한 물질이라는 것을 해석하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하는 것이다. 만약에 핵폐기물이 보관된 위치의 표시를 보물이나 메두사 같은 무기의 위치라고 생각하고 파헤치면 그 피해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과거의 사람들도 벽화 등의 기록을 남길 때 그 기록이 후손들에게 남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남겼을 텐데 우리는 무슨 의미인지 해석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상상하면 정말 무서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핵으로 만든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쓰고 말면 그만이다. 하지만 미래의 사람들은 우리의 폐기물을 감당해야 한다. 이런 막무가내 조상들이 세상천지 어디에 있을까?
움직이는 견인 도시와 반대로 과거처럼 땅에 정착해서 살아야 한다는 반 견인 도시 주의자들은 어느 산맥에 자리를 잡고 '샨 구오'라는 방벽 뒤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장벽이라고 불리는 것은 댐과 닮아 있었다. 전쟁으로 인해 지각의 변동이 있었기 때문에 예전 지구의 4개의 대륙으로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이름도 그렇고 그 방벽은 '산샤댐'이 아닌가 싶었다. 거대한 세력을 피해서 숨은 곳이 댐 뒤라는 것은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그만큼 물을 가두기 위해 인간이 얼마나 큰 힘을 쏟았는지 볼 수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왜 그렇게까지 했어야만 했을까?
다른 관점으로 보자면 전 지구적으로, 역사적으로 전쟁은 '땅'을 차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것은 우리가 땅을 소유의 개념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고, 반 견인 도시 주의자들이 지향하는 것처럼 다시 한번 토지를 소유한다면 인간은 또다시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견인 도시가 있음에도 욕심을 내는 사람은 욕심을 내고 있지만 말이다. 과연 땅에 정착해서 사는 것이 정답일지는 우리 모두가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디스토피아를 소재로 하는 영상은 늘 고민을 던져준다. 정말 먼 미래일지, 아니면 이제 곧 다가올 미래일지, 아니면 그 미래조차 없는 것은 아닐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그래서 더욱 재미있다.
우리는 천년이 지나고 썩지 않는 과자를 먹으며 살고 있다. 우리의 현재의 삶의 행동들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자기 전에 한 번씩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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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블릭 도메인의 활용 가능성이 기대될 뿐
스크림, 할로윈 시리즈와 같이 시리즈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개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슬래셔 영화라하면, <곰돌이 푸: 피와 꿀>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A. A 밀른의 곰돌이 푸의 저작권 만료로 퍼블릭 도메인이 되었기에 등장한 슬래셔 영화 <곰돌이 푸: 피와 꿀>.
크리스토퍼 로빈에게 버림받은 곰돌이 푸와 피글렛이 잔혹한 학살로 복수를 벌인다는 무시무시한 재해석으로 개봉전부터 대중들에게 많은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런 곰돌이 푸의 슬래셔 장르 컨셉은 아이디어가 좋지만, 아이디어'만' 칭찬하고 싶다.
영화는 84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깊이없는 캐릭터들의 단순 사살만이 반복될 뿐이다.
게다가 슬래셔물의 꽃인 사살까지 이르기까지의 예열이 길고 따분하다는 것도 큰 흠이다.
그리고 그 사살마저도 곰돌이 푸와 피글렛만이 보여줄 수 있는 사살이었냐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답할 수 있다.
흔하게 보는 슬래셔식 사살 장면이지만, 거기에 곰돌이 푸와 피글렛을 얹은것 뿐이다.
저예산 영화임을 감안하더라도 연출이 상당히 낙제점이라는 것이 아쉬웠고, 아이디어만 빛난 영화였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흥행은 대박을 쳐서 이미 후속편도 확정되었다던데, 후속작에서는 이 좋은 아이디어를 살릴 좋은 연출을 보길 바래본다.
여담으로 올해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와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의 "선라이즈"도 퍼블릭 도메인이 되었다고 한다.
곰돌이 푸: 피와 꿀이 이런 고전들이 퍼블릭 도메인이 되면서 새롭게 재해석해 재탄생하는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든다.
*이 글은 원글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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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SICFF)를 알아보자
출처 :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가 어린이날 100주년과 더불어 개막 소식을 알렸습니다.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SICFF)는 오는 6월 15일부터 22일까지 총 8일간 진행됩니다.
영화제 규모는 국제영화제 명성에 걸맞게 47개국 157편으로 진행되며, 해외 80편, 국내 77편입니다.
영화제는 온라인 중계(SICFF 유튜브 공식 계정), 씨네Q 신도림, 신도림 오페라하우스, 온피프엔(온라인), 문화철도 959(야외상영), 서울생활문화센터 신도림 다목적홀A(예스키즈존), 서울생활문화센터 신도림 다목적홀B(키즈포스터 전시), 신도림 테크노마트 11층(폐막식)에서 진행됩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SICFF)의 시작을 알릴 개막작은 '울야는 못말려'가 선정되었습니다.
영화는 울야가 관측한 소행성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로 그리지만, 동시에 종교나 전통을 빙자하여 권위로 어린이들의 생각을 억압하고 존중하지 않는 부모와 동네 어른들의 모습을 코믹하게 꼬집고 있습니다. '가족'과 '마을' 단위로 어린이와 어른이 공존해야 할 때 어떻게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또 들려주며 존중 할 수 있을지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영화 '울야는 못말려'는 6월 15일 18:30에 씨네Q 신도림 2관에서 상영됩니다.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SICFF)는 10회를 맞이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프로글매은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SICFF)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며, 그 중에서 씨네랩이 기대하고 있는 영화제 프로그램을 몇 가지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액터스 토크 '안녕하세요'
출처 :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홈페이지
프로그램 노트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의 크로스 아이콘 '김환희' 배우가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영화에 한 발 더 다가갑니다. 어린이 배우에서 성인 배우로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김환희 배우의 영화 세계를 이야기합니다.
06월 18일(토) 15:00 영화 <안녕하세요> 상영 후 액터스 토크가 진행되며, 게스트로는 '김환희' 배우가, 모더레이터는 '이화정' 영화전문기자가 초대되어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안녕하세요> 시놉시스
: 보육원에서 자란 고3 학생 수미. 어느 한 곳 기댈 데 없는 수미가 희망을 등지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순간, 호스피스 간호사 서진이 이를 극적으로 막아선다. 이후 갈 곳 없는 수미는 죽는 법을 찾으려 서진이 일하는 호스피스 병원을 찾아가고, 삶의 마지막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곳 사람들에게서 처음으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위로를 받는데..2. 우리가 외치는 '아동권리선언'
출처 :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홈페이지
프로그램 노트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는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이해 아동 권리를 외칩니다. 영화 <태일이>를 본 뒤 '아동권리'를 배워보고, 오늘날 필요한 아동권리를 외치는 '아동권리선언 행진'에도 함께 참여해보아요. 2022년을 살아가는 어린이와 어른들이 말하는 어린이 인권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 행동 - 영화 <태일이> 속 아동권리
6월 18일 토요일 14:00 <태일이> 상영 후 진행되며, 씨네Q 신도림 2관에서 상영합니다. <태일이> 무료 관람 뿐만아니라 세이브더칠드런 기념 뱃지도 받아가실수 있습니다.
두 번째 행동 - 아동권리선언 행진(with 어린이 권리 탐험단)
6월18일 토요일 16:00 도담도담극장(신도림 오페라하우스 지하소극장)에서 진행되며, 첫 번째 행동 프로그램 '아동권리 교육'을 진행한 뒤 도담도담극장으로 함께 이동하여 진행합니다.3. 키즈 도슨트
출처 :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홈페이지
프로그램 노트
"어린이영화는 어린이가 제일 잘 알죠!" 키즈 도슨트는 어린이의 시각으로 어린이영화를 해설합니다. 영화를 관람하기 전 키즈 도슨트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영화 내용을 상상해 볼까요?
키즈 도슨트 1 :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마주하는 가족 이야기
6월 17일 금요일 16:00에 씨네Q 신도림 9관에서 진행되며, 씨네키즈 5플러스 1 <건전지 아빠>, <나쁜 친구>가 상영됩니다. 키즈 도슨트로는 김한나(개웅초 4학년), 정민규(개봉초 4학년)이 맡아 진행될 예정입니다.
키즈 도슨트 2 : <비스트 오브 아시아>로 보는 신화이야기
6월 18일 토요일 12:00에 씨네Q 신도림 10관에서 진행되며, <비스트 오브 아시아 1,2,4부>가 상영됩니다. 키즈 도슨트는 지은률(천왕초 6학년), 최홍원(구일초4학년)이 맡아 진행될 예정입니다.소개해드린 프로그램 외에도 씩씩한 토크 : 경계 존중하기, 비중러 리터러시 : 영화&그림수업, 기찻길 옆 극장 (야외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으니 자세한 사항은 아래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 부탁드립니다.
https://www.sicff.kr/kor/default.asp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는 오는 6월 15일(수) ~ 6월 22일(수) 총 8일간 개최됩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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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에서 미웠을 법한 인물을 조금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영화'의 힘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로스트 도터> 시사회를 관람한 후 작성한 리뷰글입니다.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
그런 영화가 있다.
영화를 보면서 극중 인물에 이입하며 느낀 복잡한 감정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이어지는.
영화를 보며, 그리고 보고 난 후 느낀 감정이 마구 요동쳐서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이 복잡한 감정이 오래 지속되어 극장을 떠난 후에도 내 머릿속과 마음 속을 사로잡고 있는.
<로스트 도터>가 내겐 그런 영화였다.
영화관을 떠난 뒤에도 영화 속 주인공인 레다와 니나라는 인물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다.
<로스트 도터>는 참 복잡한 영화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며 관객들이 각자 얻어가는, 생각하게 되는, 깊이 고민하게 되는 것들이 다를 것이다.
본 리뷰에서는 내가 유독 깊이 생각하고 집중했던 점들에 주력해볼 예정이다.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레다(올리비아 콜먼)'의 그리스 휴가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레다는 이전에 결혼을 하고, 두 딸을 낳고 키우다가 '엄마'로서 요구되는 모성애가 깃든 역할들을 견디기 어려워서(혹은 견뎌내지 못하고) 도망쳤다.
그녀는 남편과 어린 두 딸을 두고 몇 년 간 집을 떠나 있었고, 그리고 바람도 폈다.
시간이 흘러 중년이 된 레다는 휴가로 온 그리스에서 어린 딸을 가진 젊은 여자 '니나(다코타 존슨)'를 보고 자신의 옛 기억을 떠올린다.
레다는 자신의 과거(제시 버클리)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그리고 닮은 모습을 보이는 니나를 보고 휴가 내내 자유롭지만 어딘가 불안하고 죄책감에 쌓여 있는 모습을 보인다.
- 자식들은 끔찍한 부담이에요.
영화의 초반부에 그녀가 자신의 딸들을 소개하는 장면이 있다.
첫째 딸은 자신을 흡수해버리고, 둘째 딸은 자신이 예쁜 것을 모른다고.
하지만 두 딸을 소개하는 레다의 모습에서는 왜인지 모를 슬픔이 느껴지곤 한다.
그리고 레다는 '나는 내 자식들이 나와 다른 모습을 보일 때가 예쁘다. 왜냐하면 그것은 내 책임이 아니니까.' 라는 말을 남긴다.
나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나를 안 닮은 것이니까, 즉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내 책임이 아니니까.
영화 속에서 꾸준히 교차되어 보여지는 어린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젊은 레다는 가족보다 '나 자신의 삶'을 더 중요시여겼던 사람이다.
한 가정의 구성원이자 한 남자의 아내,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 요구되는 역할에 대한 책임감보다는 '나의 꿈', '나의 일'을 더 중요하게 여겼던 사람이다.
그래서 '엄마'로서 요구되는 희생을 견뎌내지 못한다. 혹은, 그 희생을 견뎌내는 것을 포기한다.
영화의 주요 사건은 레다가 니나가 잃어버린 딸을 찾으면서, 그리고 니나의 딸의 인형을 훔치면서 시작된다.
레다는 니나의 딸의 인형을 보고 젊은 시절, 첫째 딸 비앙카에게 건넨 자신이 아끼던 인형을 떠올린다.
젊은 시절의 레다는 자신이 아끼던 인형에 비앙카가 낙서를 하자 욱해서 그 인형을 창문 바깥으로 던져버렸다.
젊은 시절의 레다는 딸에게 종종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였고, 그녀에게 자꾸 말을 걸고 장난을 치는 딸의 행동이 거슬린다고 느끼곤 했다.
과거에 욱해서 딸이 보는 앞에서 인형을 냅다 던져버린 행동에 대한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아끼던 인형에 대한 미련에서 비롯된 것인지, 정신을 차린 순간 레다는 자신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니나의 딸의 인형을 가져왔음을 깨달았다.
니나는 레다의 젊은 시절과 참 많이 닮아 있다.
자식의 보챔을 거슬려 하고, 아이를 사랑하지만 종종 우울해 보이고, 그리고 바람을 피고.
자유와 사랑을 찾아 3년간 자식과 남편을 떠나 있던 레다가 잠시 집에 돌아오자 첫째 딸 비앙카는 이전처럼 그녀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장난을 치거나 하지 않는다.
그리고 조심스레 그녀에게 과일껍질로 뱀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과일껍질을 끊기지 않게 길게 잘라서 뱀 모양을 만드는 것은 예전부터 레다가 자주 해주던 것이었다.
레다는 과일껍질을 다 자르고 슬픈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황급히 떠난다.
아마도 비앙카가 조심스레 건넨 이 말은 과일껍질로 뱀을 만드는 그 긴 시간 동안 엄마가 떠나지 않았음 싶어서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아직 어리지만 또 엄마가 떠날 것을 알아버렸기에 최대한 그 시간을 늦추기 위해서.
니나와 니나의 딸, 그리고 그녀의 남편, 그녀의 지인들은 영화 내내 (레다가 가져간) 니나의 딸의 인형을 찾는데 온 신경을 쓴다.
레다는 그 인형을 돌려주려다가도 자꾸 타이밍을 놓치고, 선반에 넣어둔 인형이 잠시 없어져서 혼자 전전긍긍하곤 한다.
레다가 인형을 가져간 것을 들킬 것 같은 마음에 스크린 너머의 관객인 나도 계속 불안하곤 했다.
그러던 중 마침내, 그리스를 떠나기 전 레다는 니나에게 인형을 건넨다. 그리고 자신이 인형을 가져갔다고 말한다.
왜 인형을 가져갔냐는 니나의 질문에
나는 버릇없는 엄마니까.
라고 대답한다.
이전까지는 계속 자신이 인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자꾸 상황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이던 레다는 이 순간만큼은 달랐다.
변명을 하지 않았다.
휴가 내내 자신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행동들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고, 공허해보였던 그녀는 자신의 잘못을 완전히 인지했다.
그리스를 떠나던 중, 해변에서 깜빡 잠이 들었던 레다는 잠에서 깬 뒤 비앙카에게 전화를 건다.
동생과 함께 있던 비앙카는 그녀의 엄마에게 이런저런 일상을 이야기한다.
레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오렌지 껍질로 뱀을 만들며 전화기 너머에서 두 딸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 레다를 비추며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레다'를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은 비난적이지 않다.
100%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행동을 무작정 비난하지 않는다.
이러한 카메라의 시선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도드라진다.
레다에게 그저 담담하고 심심한 위로 한 마디를 전하는 것 같다.
그럴 수 있다, 라고.
레다를 바라보는 주된 시선이 비난적이지 않아서 관객들도, 나도 마냥 그녀를 질책하지 않을 수 있던 것 같다.
참 많은 생각이 복합적으로 드는 영화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엄마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남편과 두 아이에게 상처를 준 레다는 이기적이다.
그녀에게는 자신의 자유와 사랑을 찾아 떠난 것이라는 자신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런 그녀를 마냥 칭찬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또 마냥 질책할 수도 없었다.
나는 그런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내가 부모라면, 부모로서 주어지는 그 역할들을 성실히 이행해낼 수 있을까?
희생을 감수하면서 꾹 참고 그 책임을 견뎌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직까지는 '아니오'이다.
나 자신을 향하지 않는 맹목적인 희생이란 마냥 쉬운 것이 아니다.
한 가족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다. 특히 나의 역할이 '부모'라는 것은 더더욱.
그래서 아직 나는 자신이 없다.
그래서 레다를 더 질책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래서, 자신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죄책감과 아픔을 뒤늦게 절실히 느낀 레다를 향한 이 영화의 위로 어린, 담담한 시선이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마치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서.
영화에는 그런 힘이 있다.
현실에서 마주했다면 마냥 미웠을 인물도 영화 속의 주인공이라면 조금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영화 속 주인공을 마냥 비난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 영화가 그런 힘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기적인 그녀의 행동을, 그리고 그녀가 느낀 죄책감과 고통을 이 영화는 보듬어준다. 그녀를 토닥여준다.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나도 그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로스트 도터>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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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움과 쓸쓸함이 있어 혼자가 아닌 우리
어. 그래. 그럴 때 있지.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었다. 에이. 그래서 영원한게 있나. 생각은 다 바뀌는거 아냐? 당연하지. 너무 걱정하지마. 나도 그게 그렇게 될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어찌됐건 다 이뤄지더라. 다 잘될테니까 신경 쓰지 마. 수화기 반대편으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밝아서 다행이었다. 너 예전에 어디 아프다고 하지 않았나? 아. 지금은 괜찮다고? 다행이네. 아무튼 생각 많이 하는게 그렇게 좋아보이진 않더라. 난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예전에 했던 전애인 이야기. 내 20대동안 바뀌었던 처지에 관한 이야기. 별의 별 소재로 대화가 이뤄졌다. 그래도 너 많이 발전했다. 너만한 사람이 없긴 하지. 과분한 칭찬에 멋쩍게 웃었다. 그럼 다음에 봐. 전화를 끊었다. 발전한 사람이라. 휴대전화 전원을 아예 끄고 책을 손에 잡았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이었다. 소설 안엔 여자주인공이 나온다. 제발. 선생이 저를 서울로 데려다 주세요. 여주인공은 남주인공에게 애원하고 있었다. 남자는 이 부탁을 거절한다. 아내가 있었기 때문에 여자의 말을 들어줄 수 없었다. 그렇게 부탁을 거절하고 남주인공은 안개 가득한 도시 무진을 떠난다. 소설은 안개가 가득한 도시의 모습을 묘사한다. 주인공이 떠나고 난 후는 보여주지 않는다. 소설을 끝마치며 문득 궁금해졌다. 이게 만약에 내 주변의 이야기로 치자. 여자주인공은 어떻게 될까? 남은 시간동안 남자주인공의 빈자리만 느끼다가 시간을 보내게 될까? 남자는 선택을 후회하진 않을까? 책 읽고 나면 늘상 하는 잡생각이었다. 사실 지방에서 살다가 서울로 올라온다고 해서 원하는 인생이 짠하고 이뤄질리는 없어. 그럼에도 여주인공은 사람이기 때문에 혹시나에 기댔을거야. 여주인공이 어떻게 될 것 같느냐고? 난 책이 던지는 질문에 안개같이 막연하게 답했다. 그냥 그렇게 살다 가지 않을까. 어차피 남자주인공같은 사람은 이 소설책에서 한 사람밖에 없을테니까. 비슷한 상황이 떠오르면 계속 생각나겠지? 그럼 남자들에게 비슷한 말을 계속 하거나 직접 서울로 올라가거나 둘중 하나를 택할거야. 어떤 존재가 있다 없어지는 건 상대를 내 일상속에서 지워버리는게 익숙해진다는 점에서 씁쓸한 일이었다. 무진의 안개같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토니 티키타니>는 부재에 관한 영화다. 러닝타임이 짧다. 1시간 30분이었다. 적당한 길이의 단편소설을 읽으면 이정도 시간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는 이를 반영하듯 영화라기 보다 책을 읽는것처럼 진행된다. 책을 읽다보면 3인칭 전지적 작가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 전반에 걸쳐 들리는 나레이션은 이를 연상시키며 영상을 한장한장 넘기는 것 같은 느낌을 더해준다. 촬영한 카메라의 시선이 일반적인 영화와는 다르다는 것도 특이점이다.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영화를 연출해서 얻는 이점은 하나 더 있다. 주인공 토니의 일생을 표현하는데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토니는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 만든 이름이다. 일본이름도 영어이름도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이름의 처지와 비슷하게 어느곳에도 속해있지 못해 외로웠던 주인공은 어렸을때부터 또래 애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였다. 이렇기 때문에 그는 혼자인 것에 그렇게 불만이 없었다. 타인이 보면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었으며 매사가 혼자였던 삶에 한줄기 희망이 들어온다. 완벽한 이상향의 여인 에이코를 만나 사랑에 빠진 것이다. 에이코와 함께라면 늘 행복했던 토니. 외로움덕에 쓸쓸하지 않았던 인생에 처음으로 고독이란걸 느끼게 된다. 에이코가 날 떠나면 어떡하지. 이런 잡다한 고민에 속이 썩던 그는 에이코에게 청혼한다. 결국 결혼에 골인한 둘은 그렇게 행복하게 살 거라고 생각했다. 그 뿐이었다. 너무 많은 의류를 사들인다는 생각에 아내에게 소비를 줄이자고 했던 조언이 예상치 못한 비극이 됐다. 토니는 새로운 삶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선택할 겨를도 없이.
여기까지의 이야기가 영화의 2/3쯤 된다. 난 영화가 말하려는 메세지가 남은 1/3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이 지점을 넘긴 영화는 아내 에이코의 부재를 채우기 위해 무언가 행동하는 토니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아내와 옷핏이 비슷한(실제 배우가 1인 2역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가사도우미를 고용해서 부인이 샀던 의류를 입게 한다. 부인과 이미지가 비슷한 사람을 통해 처음 느낀 외로움을 채우고 싶었던 주인공. 이걸로는 택도 없음을 느낀다. 늘 혼자였을 땐 외로움을 몰랐는데 그녀가 떠나고 난 후에야 고독을 느낀 것이다. 이 이후에도 주인공과 까운 사람이 간암으로 상을 떠난다. 이 덕에 토니는 세상 아무도 찾지 않는 외톨이가 됐다. 영화는 아내의 옷장에 멍하니 있는 주인공을 보여준다. 안그래도 혼자인데, 아버지가 상하이의 어떤 감옥에서 누워있는 모습과 오버랩되어 처연하기까지 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아내와 닮은 가사도우미에게 전화를 하는 주인공 모습이 나온다. 따르릉 전화벨이 울릴 때 그녀는 옆집 아줌마와 얘기를 하고 있었다. 다른 일을 하느라 부재중이었기 때문에 통화는 실패한다. 영화는 그냥 그러고 끝난다. 완벽히 지운것도, 지우려고 노력하는 것도 없이 그냥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짓는다. 이 사람이 이 사건으로 성격이 이렇게 변했다는 식의 서술도 없다. 사실 이 영화의 이런 화법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그 사람같은 인연은 온 지구를 다 뒤져 찾아봐도 하나밖에 없다. 이 작품과 무슨 관련이냐? 부재로 인한 외로움에 해결책같은건 없단 걸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내 모습이 보였으니까.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빈자리는 무엇일까 돌이켜보면 토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영화는 이런 나에게 또 우리에게 손을 내어준다. 우리를 일으켜세우기 위함이 아니다. 같이 쪼그려 앉아서 손을 잡아준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다. 난 이 이상의 인간이 아니구나. 나도 토니와 그렇게 별다를 바 없는 삶을 보냈구나. 몇년도 지난 일에 대해 후회하는 날이 많았다. 세상이 유달리 혹독할때도 하지 않았던 생각을 머릿속에 품고 사는거다. 누군가가 떠난 빈자리를 느끼면서 말이다. 난 지금 그걸 이겨내고 있을까?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날 떠난다고 해서 난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둘 다 아닌것 같다. 이젠 세상 눈치 안보고 산다지만 몇명은 솔직히 멀어진다는 게 상상조차 하기 싫다. 그게 강박이 될때마다 나에게 되뇌인다. 감사하며 살아라. 내가 누군가에게 무언갈 받는건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상대가 깊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를 잃을 필욘 없지만 그렇다고 이것들을 잊어버리고 살다간 세상에 혼자만 남는다. 이게 지금의 나에게 답에 가까운 솔루션인걸 뻔히 알면서도 어쩔때는 지나간 날에 아쉬워했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기에 이 영화가 좋았다. 이거 우리 모습인거 알아. 이런 메세지를 주고 싶었을 것이다. 감독은 공감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의도했다고 생각한다. 원작자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장을 그대로 살린듯한 덤덤한 나레이션부터 앞서 언급한 '바로 옆에서 보는 듯한 카메라 구도'까지. 이 영화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외로움과 쓸쓸함이란 그렇게 큰 감정이 아니라 우리 일생에서 친구처럼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삶의 어느 한 부분을 도려내어 지극히 일반적인 이야기를 했던 것도 우리 삶 속의 외로움을 돌이켜보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한다. 맞아. 외로움이라고 하는거 사실 별 것 아니다. 그 사람 사정은 그 혼자만 알고 있다. 나도 그랬다. 아직도 한참 멀었고 지나치게 어린 인생이지만 내가 느꼈던 일상이란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기준을 남에게 둘때도, 여유가 생겼을때도 나는 목적지 없이 달리기만 했던 것 같다. 이건 특히 누가 나를 떠날때 심했다. 뭔가가 없다는 걸 느낄때마다 일을 벌였다. 바쁘게 살면 잊을 수 있을테지. 방구석에 앉아 누구를 만나는게 아니라면 난 이 생각에 빠져 무언가를 후회하고 있었다. 안그래도 강박증이 있는 머릿속은 지독하게 나를 붙잡아 놓아주질 않았다. 찌질한 모습 다 버렸고 내가 아니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되려고 노력도 많이 했지만 몇가지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럴때마다 매순간 드는 생각이 있다. 아. 있을때 잘할걸. 이 빈자리는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채울 수 없는거구나. 어른이 된다는건 이 회한을 받아들이는 것이구나. 내 노력만으로 인간관계가 유지되지는 않는다. 뻔히 알면서도 가끔은 나는 나를 혼냈다. 괜찮아. 이 영화를 보고 드는 첫번째 생각은 그것이었다. 이 영화처럼 누군가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수 있다면 그걸로도 좋은게 아닐까.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던 이유도 작품이 주는 쓸쓸한 카타르시스가 우리가 일상을 버티는 괜찮은 이유가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다. 이 세상은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앞으로 예정된게 분명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게 25살의 내가 느낀 세상에 관한 모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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