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7-10 20:34:02
[BIFAN 데일리] 유예된 항해의 빛
영화 <열화청춘 감독판>
감독] 담가명Patrick TAM
출연] 장국영Leslie CHEUNG, 하문석Pat HA, 엽동Cecilia YIP, 탕진업Kent TONG
프로그램 노트] 홍콩의 영화평론가 스티븐 테오는 <명검>(1980)으로 데뷔한 담가명의 작품들을 두고 “홍콩 뉴웨이브 작가들 중 가장 덜 언급된 인물이지만, 서극이나 허안화 등과 비교해 가장 ‘성숙한’ 영화를 만든 감독”이라 말했다. 더불어 “그는 동료 감독들에 비해 가장 세련되고 모던한 영화를 만든 감독”이라고도 덧붙였다. 담가명의 색깔이 가장 짙게 담겼다고 할 수 있는 <열화청춘>(1982)은 ‘왕가위의 <아비정전>의 전편’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만큼, 우리가 기억하는 장국영의 상처받은 청춘의 이미지를 앞서 보여준 영화다. ‘장국영 비긴즈’라고 불러도 될 이 영화에서 그는 ‘노마드’라는 요트를 타고 언제나 먼 곳으로의 여행을 꿈꾸는, 흔들리는 청춘의 모습을 섬세하게 연기하고 있다. 또 하나, 당시 담가명 감독의 영화가 동료 뉴웨이브 감독들의 영화와 비교해 가장 남다른 점이 바로 탁월한 프로덕션 디자인이었는데, <열화청춘> 등 여러 작품을 함께한 장숙평 미술감독은 그가 직접 발굴한 인재나 다름없다. 1980년대 모던 홍콩 영화의 진면목이 <열화청춘>에 담겼다. (주성철)

*영화 <열화청춘>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홍콩의 여름은 덥고 습하다
영화는 덥고 습한 홍콩의 한 대금업자 집에서 시작한다. 대금업자를 찾아와 통 사정을 하는 빚쟁이에게 밉지 않게 퉁을 놓으면서도, 대금업자는 정작 ‘실무자’에게 모두 중국인이니 살살 하라고 하지 않았냐며 꾸짖는다. 우리 모두 중국인, 하다 못해 이 물건도 중국 물건… 이런 대사들은 홍콩 영화라서 의미심장하다.
같은 홍콩에,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저택도 있다. 호젓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 피아노를 치고 있는 여자의 뒷모습이 있는 집. 그가 결혼을 통해 이 집에 들어오기 전의 집 주인이었을 여성, 그러니까 앳된 얼굴의 장국영이 연기하는 루이의 어머니는 라디오 DJ였다. 루이는 그 시절의 소리를 녹음해 자꾸만 듣고 있다. 소리를 죽여 놓은 텔레비전 위로, 라디오에서 베토벤 교향곡이 흘러나온다. 더없이 동양적인 풍경 위로.
“동서양이 뒤섞인” 매력은 홍콩에 대한 교과서적인 표현이지만, 그 덥고 습한 여름은 단순히 동서양의 조화 뭐 그런 말로만 두루뭉술 담기지 않는다. 이 여름은 동양도 서양도 아닌, 그냥 홍콩만의 무드다. 비록 이 영화 속 청춘들은 쇼핑과 보석에 대한 구문을 익히며 일본어 회화를 열심히 배우고, 가부키 춤이나 액자 속 일본 가면 같은 문화를 즐기지만, 이들이 다른 장면에서 보여주는 홍콩 무드에 비하면 그 어설픈 흉내들은 어쩐지 조금 우스워 보인다. 홍콩만의 무드는 지켜져야 한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신스케를 대하는 아퐁의 입을 빌려 왜색에 일갈을 던지기도 한다.
이렇게 일본 문화에 매력을 느끼는 순간과 일본에 대한 적개심이 뒤섞이는 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하지만 홍콩 무드가 지켜져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꼭 그래서만은 아니다. 진짜로 홍콩 무드가 더 좋아서 그렇다. 일본의 여름도 덥고 습하지만, 일본 영화나 만화 속 모습은 언제나 맑고 청량한 연둣빛이라 좀 거짓말 같은 데 비해 홍콩의 여름은 벽면의 곰팡이까지 사실적이다. 강렬한 색감, 거기 놓인 물건들, 홍콩을 담은 여름 장면들이야말로 진짜 여름 같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면면들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왜 그 시절의 홍콩 영화는 이토록 매혹적인가?

#떠나기 전에 가장 빛난다
이 영화는 감각적이다. 당연하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홍콩 영화 대다수를 맡은 미술감독 장숙평의 손이 닿았다. 왕가위에 비해 덜 알려진 이름이지만, 담가명은 홍콩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이름이다. 왕가위도 그의 영향을 받았으므로, 왕가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담가명 영화는 아주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장국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장국영인데. 아직도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 얼굴의 앳되고 싱그러운 시절에, 그에게 유독 잘 받는 '유약하고 고독한 부자 청년' 역할이다. 소품과 옷의 색감들도 하나 같이 예뻐서 보는 즐거움이 있다.
음악과 여름, 젊음과 색깔이 사방천지에서 튀어나온다. 팍팍한 오늘날의 세상에서 보면 그것은 얼핏 여유로 비친다. 오늘날의 우리가 옛 홍콩 영화를 사랑하는 데에는 그 감각도 한 몫 할 것이다. 세상이 당장 끝난다 해도 오늘은 여름을 즐기겠다는 듯이, 마치 이 여름이 영원할 것처럼 향유하는 감각. 현실감은 조금 없어도 좋다. 실제로 토마토의 낡은 여행가방에는 화려하고 나풀나풀한 옷가지 몇과 조악한 봉제인형 정도만 들어있지만, 고작 그 정도 물건만 끌어안고도 토마토는 딱히 살아갈 걱정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생각해 본다. 왜 여름과 청춘이 유독 옛 홍콩에서 빛날까? 그 세 단어 모두 시한부의 감각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얼핏 <열화청춘>의 ‘청춘’들은 흘러 넘치는 정염을 어쩌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버스 안에서도 참지 못할 만큼 서로를 향한 사랑에 목이 마르지만, 부나방처럼 서로를 향해 자신을 온전히 던지지만, 그럴수록 스크린 밖에서는 유한을 실감할 뿐이다. 사실 그들의 사랑은 이미 가족과 이웃의 방문으로 계속 호흡이 끊기고 있었다. 그럼에도 쥐어 보려는 노력.
1994년작 <중경삼림>을 필두로 한 왕가위의 영화들이 1997년의 홍콩 반환을 목전에 둔 시점의 스산하고 각자 외로우며 알 수 없는 감각들로 붕 뜬 마음을 보이고 있다면, 1982년작 <열화청춘>은 그와 다른 결의 묘한 불안, 유한하기에 더욱 빛나는 순간의 감각들을 담고 있다.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 전, 그러니까 1970년대의 홍콩이 그랬으니까. 1990년대와는 다른 결의 묘한 불안이 깔려 있던 시기였다. 1971년, 중국의 UN 가입은 중국이 ‘중국’임을 인정받는 순간, 그러니까 대만의 ‘주권’을 밀어내는 순간이기도 했다. 99년의 할양 기간을 마치면 홍콩은 반드시 중국에게 반환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1970년대 홍콩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다시 요동쳤다.
1970년대가 가고 이 영화가 개봉하는 1982년은 마거릿 대처가 중국을 찾아 홍콩을 테이블에 올린, 그러나 아무 성과가 없이 결렬된 회담이 있던 해이기도 하다. 끝이라는 감각은 서서히 가까워 오는데, 아직 그 감각이 목을 턱 조이기까지는 한참 남아있을 때. 그렇다고 존재가 소진되지 않겠지만, '끝'의 이후에는 결코 지금 같지 않을 거란 예감을 목도할 때. 오후 4시 쯤의 햇살을 움켜쥐어 밤을 막아 보고 싶은 마음 같은, 그런 정염이 이 영화에 있다.

#항해는 유예된다, 그러나
루이의 방은 어쩐지 바다 같고 배 같다. 벽도, 이불도, 침대 옆의 등과 그 옆의 연필까지도 모두 짙은 푸른색이다. 심지어 루이가 잠시 냄새를 탐닉하겠다고 가져온 기름 통마저도. 텔레비전 위에는 배 모형이 놓여 있다. 금방이라도 어디론가 떠나갈 것만 같은 무드의 방이다. 급기야 루이가 보트를 푸른색 페인트로 칠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정작 영화에 나오는 배 ‘노마드’ 호에는 어쩐지 ‘배’의 감각, 그 운동성과 생기가 없다. 분명 바다에 나가 있고, 정박하고 있던 배를 바다에 풀어놓은 것이건만, 루이의 방만큼도 운동성이 없다. 루이는 이 배를 타고 아라비아에 가고 싶다고 하지만, 여기서 아라비아라는 말은 과연 유토피아, 발할라, 샹그릴라와 얼마나 다른 이름일까 싶다. 이상향은 이상향일 뿐, 항해는 유예된 채였다. 유예된 항해는 성공할 수 없다. 배의 여정은 목적지에 다다를 때야 완성되므로.
청춘들이 노마드 호로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한때 사랑했던 인연을 숨겨 보는 정도다. 이를 계기로 떠날 궁리도 해보지만, 항해가 유예된 동안 이미 가까워진 존재가 있다. 불시에 도적처럼 덮쳐온 자객의 존재. 극과 극은 통한다고, 난징 대학살을 벌인 일본 제국주의는 중국과 역사적으로 척을 지고 있음에도, 전체주의적이라는 점에서 중국과 아주 다른 모양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에는 아름다운 장면이 참 많았지만, 가장 꿈처럼 보였던 장면은 마지막으로 식탁을 같이 차리는 네 사람의 모습이었다. “우리는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들 같”다는 말에, “사회가 뭔데?” 거칠게 되물으며 우리가 사회라고 대답하고, 바로 이어 네 사람이 같이 식탁을 차린다. 그 모습은 정말 ‘사회’ 같다. 누가 누구에게 군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역할을 나누어 각각의 할 일을 하며 그 결과를 함께 누리는.
어쩌면 이들이 ‘아라비아’에서 차리고 싶었던 식탁, 거기서 이루고 싶은 사회도 이런 모습이었을지 모른다. 살아남은 루이와 토마토가 이런 식탁을 차릴 수 있을까. 요원해 보여 더 꿈처럼 느껴지는 이 장면을, 언젠가 미래의 다른 영화에서 기시감으로 느끼고 싶다.
2023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6/29-7/9) 상영시간표
7월 2일 11:00-12:33 메가박스 부천스타필드시티 5관 (상영코드 412)
7월 5일 20:00-21:33 부천시청 판타스틱큐브 (상영코드 1111)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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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 크루엘라
DDP 근처 극장에서 크루엘라를 보았다.
*주의 : 이 리뷰에는 스포가 첨가되있습니다!
디즈니의 실사영화 크루엘라이다.
디즈니가 만든 만큼 영화의 미장센에 관심을 기울이고 보게 되었다. 내가 가장 칭찬하고 싶었던 것은 배우의 느낌과 1970년대의 런던 모습을 세련되게 담은 점인데, 그렇게 조성한 분위기로 인해 캐릭터가 훨씬 돋보였다. OST또한 매우 좋았다. 인터뷰에서 노래 선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촬영 현장에서도 OST를 재생하는 등 영화 분위기에 신경을 많이 쓴 듯한 노력을 보여줬다. (디즈니라서 당연한 걸수도..)
전체적인 이야기의 전개도 좋았다. 세계관, 에스텔라/크루엘라의 자아 교체, 출생의 비밀 등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소재들이 많이 있는 시나리오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고 꼬이는 부분 없이 이해 가능한 것이 좋았다. 하지만 캐릭터의 단점도 보였다. 나쁜 짓을 엄청 하는데 일부러 착하게 연민을 유발하는 포인트가 다소 느껴졌다. 영화는 소설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의 실사 버전인데, 나무위키를 참조해 보니 영화 제작 과정에서 설정 변경이 존재했다고 한다. 실제로 크루엘라가 좀 착하게 된 면이 있다고 하고, 그래서 약간은 애매한 캐릭터성이 아쉬웠다. 물론 캐릭터는 칭찬할 점이 많다. 앞에서 언급했던 배경과의 조화, 자아분열등 중2병적인 요소를 자연스러우면서 헷갈리지 않게 만든 것이 좋았다.
결론은 1970년대 런던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 만으로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 많은 영감이 되었다~
파노라마_에디터 OREHF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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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때마다 아픈 이야기지만, 우리는 계속 해야만 한다.
누구에게나 처음이라는 것은 특별할 것이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방송국에 입사한 뒤, 처음으로 스텝스크롤에 내 이름이 나갔던 순간의 떨림과 기쁨 그리고 무엇보다 다큐멘터리의 무게감을 느꼈던 그 때의 마음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해 결과물을 만들어 조연출의 이름을 달고 공중파로 송출 되었던 나의 첫번째 작품은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에 관한 다큐멘터리였다.
신입인 내가 그 작품에 함께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었고, 또 행운이었다. 기획과 섭외가 모두 끝나고 이미 팀이 꾸려져 사전 촬영이 진행되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연출팀은 모두 남자였는데, 현장에서 할머니들의 생활을 영상에 담고, 그 어려운 이야기들을 인터뷰 할 때, 조금 더 부드럽고 다정하게 이끌어갈 여자PD가 있으면 좋겠다는 선배들의 의견이 있었지만, 여유없이 꽉차게 프로젝트가 돌아가던 터라 지원 나갈 사람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이제 막 입사한 신입인 내가 참여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방송의 ㅂ도 모르는 나였지만, 그 때의 나는 할머니께 어떤 이야기를 들어야 할지, 그래서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전해야 할지 마음을 많이 나누기로 했다. 다큐멘터리가 진행되는 동안 촬영이 없는 날에도 매일 안부 전화를 드리고, 살뜰히 살림을 돌보고, 컨디션이 좋지 않으시다 하면 집에 들렀다. 손녀처럼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인터뷰는 더 힘이 들었다. 아니, 할머니는 힘을 내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데, 그걸 듣고 있는 게 힘이 들었다. 온 몸의 힘을 다 끌어내 아픈 이야기를 하시는 할머니께, 더 깊게, 더 자세히 물어봐야 하는 내가 미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고통 스러운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모두가 어금니를 꽉 물고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인터뷰를 진행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 할머니와 얼굴과 마주보고 편집을 할 때 마다 울었다. 이야기를 할 때마다 상처가 나는 마음은 영원히 아물지 못할 것 처럼 아플 것 같은데… 듣기만 해도 괴로운 이 이야기를 이제껏 몇 천번을 해오신 걸까?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나의 인생을 모두 바치고 계신 할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어떻게 해야 나는 이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 까 고민했던것 같다.
위안부를 다룬 영화는 많다. <낮은 목소리> <귀향> <아이캔스피크> 그리고 <허스토리>까지 다큐멘터리부터, 가볍게 시작해서 무겁게 끝나는 드라마 타이즈의 영화들까지…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제작 되는 것은 한번이라도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라면, 그 때의 나와 같은 고민때문일거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알아야 할텐데.
영화<허스토리>는 1992년 12월 부터 1998년까지 6년이라는 시간동안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야마구치 지방재판소 시모노세키 지부레 조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3명과 근로정신대 피해가 할머니 7명 총 10명의 할머니들이 원고가 되어 약 6년동안 진행된 재판에 관한 이야기다.
김학순 할머니의 용감한 고백을 바탕으로, 부산 여성 경제인 연합회가 부산 내에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신고센터’를 설립하면서 시작한다. 연합회의 회장이었던 문정숙은 자신의 여행사에 신고센터를 열어 운영하면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게 된다. 특히 자신의 집에서 16년간 함께 햇던 할머니 마저 끔찍한 가해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문정숙은“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살아온 것이 부끄럽다.“는 말과 함께 할머니들을 위해 기나긴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재판 과정은 험난했다. 할머니의 존재를 알리고 일본 정부를 기소 하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자 같은 나라의 국민들 마저 할머니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모른다.’ ‘돈 받아 처물라꼬 저런다’며 비난 했다. 변론의 기회를 얻어 할머니들과 함께 도착한 일본에서는 차별적 시선에 상처를 입고, 숙박을 거부당하기도 한다. 이러한 차별은 재판에서도 이어져 일본은 아무 이유없이 4년이나 선고를 미루며 무대응 전략을 펼친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6년간 일본 재판부와 끈질긴 사투를 벌여 다시 재판을 열게 된다. 할머니들의 증언은 결국 일본 재판부의 양심을 흔들고, 결국 1998년 1심 재판에서 “종국 위안부 제도가 현재도 극복해야할 인권 문제로서 일본국 헌번 13조에서 인정하는 기본적인 권리의 침해임을 인정한다.” 며 정부의 책임을 인정 받는다. 하지만 배상에 대한 명령뿐, 사과는 할 수 없다는 일본 재판부의 말에 원고들은 모두 법정을 박차고 나간다.
영화는 일부 승소 후 끝이 났지만, 안타깝게도 2001년, 2003년 열린 2심 및 3심 재판에서 선고가 뒤집혔고 결국 패소가 확정됐다.일본은 다시 할머니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 ‘문정숙’의 실제 인물인 ‘김문숙’은 200년 부산에 ‘민족과 여성 역사관’을 설립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해를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알리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니 하나 힘 보탠다고 세상이 바뀌드나?”라고 묻는 사람에게 문정숙은 말한다. “세상은 안 바뀌어도 우리는 바뀌겠지예”라고. 이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계속될 수 있도록 이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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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가족 이야기, 영화 <위국일기>
<위국일기(違国日記)>는 갑작스럽게 함께 살게 된 이모와 조카가 서로를 이해하며 서서히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일본 영화입니다. 소설가 마키오는 소식을 끊고 지내던 언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참석합니다. 그곳에서, 고아가 된 조카 아사를 두고 ‘버려진 대야 같은 신세’라고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모습을 본 마키오는 충동적으로 아사를 맡기로 결심합니다.
‘위국일기(違国日記)’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어긋난 나라의 일기’입니다. 이 제목은 이모와 조카의 태생적 거리감과 서로의 성격과 생활방식이 달라 불편함을 느끼는 상황을 상징합니다. 두 사람이 전부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같은 제목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가족과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차분하게 돌아보게 합니다. 주연을 맡은 아라가키 유이(이모 역)와 하야세 이코이(조카 역), 카호(이모 친구 역)의 섬세한 연기는 마치 그들의 삶을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몰입감을 줍니다. 감독의 서정적인 연출 역시 이들의 일상을 조용히 담아냅니다.
씨네랩의 영화 크리에이터로 영화의 시사회에 초대받아 좋은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위국일기>는 일상 속에서 각자가 품고 있는 외로움과 상처를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이모와 조카의 복잡한 감정선과 세대 간의 이해와 소통을 담아낸 이 영화는 관객에게 잔잔한 감동과 따뜻한 여운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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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4주차, 최신 씨네뉴스
<지구를 지켜라> 리메이크작 엠마스톤 X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재결합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오늘은 따끈따끈한 외신 뉴스들 같이 보아요
<마담 웹> 혹평 세례, 로튼 토마토 지수 13% 기록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의 4번째 영화 <마담 웹>이 관객들로부터 혹평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는 매우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으며, 이로 인해 소니 픽처스는 “향후 10년간 <마담 웹> 시리즈를 제작하지 않을 것이다. 소니 픽처스는 다른 유형의 슈퍼 히어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했다"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봉준호 <미키 17> 내년 1월 개봉확정
워너 브라더스는 봉준호와 로버트 패틴슨의 기대작 <미키17> 개봉일을 2025년 1월로 연기했다고 밝혔습니다. 고질라 x 콩: 새로운 제국>을 2주 앞당겨 그 자리를 대신하며 2025년 1월 31일에 개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기대를 불러모으고 있습니다.
비틀스 멤버들 그린 영화 4편 제작, 샘 멘더스 감독 메가폰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즈’ 네 멤버를 각각 주인공으로 한 전기 영화 4편이 제작된다고 합니다.
<아메리칸 뷰티> <1917>을 연출하며 오스카 수상에 빛나는 샘 멘데스가 2027년도를 개봉을 목표로 네 편의 작품을 모두 연출한다고 합니다. 또한 감독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록밴드의 이야기를 들려주게 돼 영광이다. 혁신적이고 획기적인 방식으로 개봉할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엠마스톤 X 요르고스 란티모스 <지구를 지켜라> 리메이크 협의중
영화 <가여운 것들>로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엠마스톤은 한국 판타지 코미디 <지구를 지켜라> 리메이크작을 욜고스 란티모스와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여름부터 영국과 뉴욕에서 촬영을 시작할 예정인 영화는 외계인으로 인해 지구가 곧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믿는 주인공이 사업가를 외계인으로 믿어 납치하고 고문하는 이야기를 담고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언젠가는 공포 영화를 만들고 싶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런던의 영국영화협회에서 열린 대담 행사장에서 공포 영화를 만들 생각이 있느냐는 관객의 질문에 “<오펜하이머>에는 그 주제와 걸맞다고 생각되는 공포 요소가 분명히 들어가 있습니다. 공포 영화는 매우 영화적 인 장치들에 의존하며, 사물에 대한 본능적인 반응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공포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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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추구미 과작 감독 모음
안녕하세요 씨네픽 입니다.
오늘의 큐레이션은 1,2년에 한편씩 영화를 선보이는 다작 감독이 있는 반면
5년 넘게 한작품도 나오지 않은 과작 감독도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영화감독들을 모셔왔습니다. 아마 여러분 마음속에 한 작품은 마음에 드실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수년간의 공백을 깨고 마침 개봉을 한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존 오브 인터레스트>,
김태용 감독의 <원더랜드>와 과작 감독님을 만나보아요.
*다큐,단편, 옴니버스영화 제외 과작 시기 위주의 영화들을 선정했습니다.
김태용 감독
20년이 훨씬 넘는 감독 인생에 비해 내놓은 작품은 단편영화를 제외하고 3편밖에 안됩니다.
거의 7년에 한번 꼴로 영화를 내놓는 셈.
나홍진 감독
단 세편 만으로도 굵직한 족적을 남긴 감독이지만 비슷한 작가주의 감독들이 2,3년 마다
꾸준히 신작을 만드는 것과 달리 텀이 깁니다. 감독 본인의 완벽주의 성향이 점차 강해지는듯
영화를 내놓기까지 공백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창동 감독
초록물고기부터 오아시스때 까지는 과작이 아니었으나 5년여의 공백을 거친 뒤 밀양을 내게 되었고, 시 이후 버닝까지 8년, 버닝 이후로도 현재까지 5년 이상 차기작 소식이 없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충무로 3대 거짓말'이라는 농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는데 이창동이
'나 시나리오 다 썼다'라고 말하면 거짓말이라고.
베넷 밀러 감독
2005년작 카포티를 선보이며 장편 영화에 입봉했지만 아직까지 장편 연출작이 3편 밖에 없습니다. 머니볼과 폭스캐처의 작품 텀은 3년으로 평범한 편이지만 마지막 작품인 폭스캐처 이후로
10년 넘게 신작 소식이 없습니다.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명성을 올리며 섹시비스트로 영화 감독에 데뷔한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
섹시비스트와 탄생은 공백 기간이 4년이라 평범한 편이였지만 그 이후 20여 년 동안 언더 더 스킨, 존 오브 인터레스트 두 작품만 연출했습니다.
레오스 카락스 감독
퐁네프의 연인들이 망한 이후 빚쟁이들에게 쫓기며 폴라 X를 빼면 창작활동을 못하고 있다가
13년만에 홀리 모터스로 복귀, 이후 8년만에 아네트로 복귀했습니다.
로이 앤더슨 감독
1967년부터 시작하여 57년의 커리어 동안 장편 영화를 6편 내놓은 과작 감독입니다. 2000년에 <2층에서 들려오는 노래>를 내놓기까지 무려 25년이 걸렸습니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
공백 사이사이 연기에 도전하고 있는 스파이크 존즈 감독
독특한 영상미와 심리를 강하게 파고드는 연출로 유명하지만 영화의 텀이 매우 긴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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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링 이브> 작가인 에머랄드 페넬의 첫 장편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에머랄드 페넬 감독의 첫 장편 <프라미싱 영 우먼>은 주인공 카산드라(이하 ‘캐시’/캐리 멀리건 분)의 끔찍한 일을 당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친구 니나를 위한 ‘대리’ 복수극이다. 최근 여성 서사 복수극으로 유명한 왓챠의 드라마 <킬링 이브>의 각본가인 에머랄드 페넬은 악랄한 세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 블랙 코미디 <Careful How You Go>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그런 탄탄한 각본 실력으로 <프라미싱 영 우먼>은 4월 개최되는 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에 노미네이트 된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각본이 얼마나 잘 짜여졌는지 문학의 본질 및 내용, 형식, 종류, 작법의 원칙, 조건 등을 가장 잘 다루어 인정받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비추어 어떤 부분이 부합하며, 어떤 부분이 부합하지 않는지, 또 그로 인해 어떤 효과가 발생하였는지 살펴보려 한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로그라인(한 문장으로 요약된 줄거리)’부터 보면, 영화에서의 로그라인은 ‘성폭행으로 자살한 친구의 복수를 하던 중, 옛 친구이자 본인을 짝사랑하던 남자 라이언이 등장한다’가 된다. 여기서 벌써 하나 짚어보아야 하는 부분은 잘 만든 로그라인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소인 아이러니이다. 주인공의 목표 달성을 방해하기 위해 캐시의 삶에 변화를 주는 ‘장애물’로 등장하는 라이언은 두 가지로 작용한다. 첫 번째, 캐시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며 자신의 삶을 다시 찾으려 하게 되는 도구, 두 번째, 복수를 그만두려던 캐시에게 가해자 알 먼로를 찾아가 복수를 마치게 되는 계기로 작용한다. 즉, 자아를 되찾도록 도와주는 대상이자 결말을 비극으로 이끄는 복수심을 터트리는 대상이 되는 셈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주인공의 운명의 변화에서 그 원인은 악행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대한 과실(착오나 실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추어볼 때, 캐시가 라이언을 만나는 것은 캐시의 착오나 실수로 볼 수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유감이었던 점이기도 하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가 분류한 극적인 이야기의 네 가지 중 (반전/발견이 있는) 복합 비극에 해당한다. 이러한 플롯은 발견이나 인식에 바탕을 두고 주인공의 운명이 ‘지극히 행복한 순간’에서 ‘불행한 상태’로 바뀌는 순간까지의 이야기를 말한다. 여기서 인식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는 상태로 바뀌는 것을 뜻하며, 가장 바람직한 유형의 플롯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점에서 라이언의 등장과 역할은 캐시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아는 상태’로 바꾸어주는 아이러니한 인물이 되는 동시에 바람직한 로그라인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할리우드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보편적인 복수극의 형태는 대부분 가족에게 가해진 위해에 대한 복수가 주를 이룬다. 이유는 보편적으로 복수를 하게 된 이유가 쉽게 이해되면서 심정적으로도 절절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비극적 행위란 가족 사이에 일어나지 않더라도 최소한 혈연관계나 ‘유사 가족’ 사이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렇기에 캐시의 가족이 아닌 가장 가까웠던 친구라는 설정은 그 절절한 심정을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연대’까지의 확대된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설정된 관계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영화와 현실을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른 살이 넘어서도 부모와 같이 살고, 의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던 재능에도 카페 아르바이트생 신분을 유지함을 통해 캐시가 잃은 것은 한 사람으로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인 자아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캐시의 엉망진창인 삶을 통해 당사자인 니나가 살아있다한들 온전한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투영시킨다. 그런 반면, 가해자들의 삶은 어떠한가. 알 먼로는 ‘촉망받는 청년’으로 대학을 무사히 졸업해 성공한 의사가 되어 누군가의 좋은 남편이 될 준비를 한다. 또한 알 먼로가 벌인 범죄의 자리에 있던 라이언 또한 소아과 의사가 되어 아픈 아이들에겐 구원자가, 자신이 좋아하던 여성에겐 안정적으로 보이는 애인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캐시의 실종 사건에 거짓된 증언으로 일조하고 알 먼로와 라이언과 비슷하게 그 자리에 올랐을 법한 남자 형사는 그런 행태의 여성은 그럴만하다는 태도로 그의 증언을 그러려니 하며 믿는다. 캐시 또한 ‘촉망받는 학생’으로 의대를 무사히 졸업하여 사회의 한 역할을 하며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가해자들은 이러한 기회를 니나와 캐시로부터 박탈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위치를 유지하여 권력을 얻고 또다시 카르텔을 만들어낸다. 영화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남성은 두 가지 부류로 나온다. 클럽 앞, 라이언이 캐시를 알아보자 캐시는 술 취한 연기를 그만둔다. 이때 여성이 술에 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도망가는 검정 베레모를 쓴 남성. 캐시에게 차이고 ‘너는 루저야’라고 부족한 점을 후려치는 라이언. 약한 사람 옆에 서서 본인이 우위에 있다고 느끼는 부류와 상대방을 깎아내림으로써 본인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부류이다. 이쯤 되면 영화에서 ‘좋은 남자’라고 말하는 남자들의 좋은 남자의 정의와 보통의 ‘일반적인’ 남자들에 기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영화에서 술에 취한 듯한 캐시에게 도와주겠다며 접근하는 남자들. 술에 취한 줄 알았던 캐시가 멀쩡한 상태가 되자 ‘나는 좋은 남자야, 나의 호의를 의심하지 말라’라며 황급히 자리를 뜨는 남자들. 과거에 성폭행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쳤지만 본인은 무사히 졸업하고 결혼을 앞둔 채 새 신부가 좋아하지 않을 거라며 스트립 걸을 거부하는 알 먼로와 캐시 앞에 넉살 좋게 등장한 라이언은 ‘좋은 남자’일까. 라이언의 등장으로 캐시는 움직이게 되지만 복수극이라는 장르를 고려했을 때 완벽한 복수극은 되지 못한다. 캐시는 같이 일하던 친구 게일에게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목걸이 남긴다. 그리고 카메라 앵글은 그 목걸이를 받은 게일의 리액션이 아닌 목걸이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담아낸다. 감독은 이 장면을 영화의 엔딩으로 채택함으로써 또 다른 복수극을 만들지, 원인을 개선할지, 중립이라는 명목 하에 침묵으로 가해자 편에 설 것인지 관객에게 묻는다. 알 먼로를 비롯한 가해자들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남을 짓밟는 류의 행위로 니나와 캐시의 자아를 파괴한 것이 아니다.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위해 타인의 존엄성을 박탈을 하였던 것일까라는 의문과 그 와중에 라이언에게서 새 삶을 찾으려는 캐시의 노력에 또한번 역겨운 눈물이 난다.
영화는 실제 2016년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촉망받는 젊은 남성(promising young man)’의 이야기를 비틀며 시작했다. 영화에서 끔찍한 일을 당한 건 캐시가 아니라 니나이다. 그럼에도 캐시가 복수극을 펼친다. 이를 통해 피해자의 삶, 그런 세상을 아슬한 벽을 두고 서 있는 남겨진 이로 살아가는 것을 보여준다. 라이언은 캐시가 자아를 잃어버린 채,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비극을 끝내는 트리거가 된다. 지금까지 영화의 역사에서 수없이 보여준 남성 성장물의 성장 도구이자 장애물이었던 여성의 역할 전환을 보여주는 동시에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마친다. 영화 속 놓여진 상황에서 여성과 남성에게 ‘사랑’이라는 것과 그들을 ‘규정’하는 맥락의 차이엔 폭이 크게 느껴진다. 니나의 희생으로 캐시가 복수를 계획하듯, 캐시의 희생을 위해 누군가는 복수극을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촉망받는 젊은 남성’은 졸업 준비에만 몰두하면 되겠지만 유망한 여성들은 어디로 갔을까, 지금을 살고 있는 여성들이 더 이상은 누군가에게 복수를 계획하는 ‘프라미싱 영 우먼’이 아닌 자신의 길을 온전히 걷는 ‘프라미싱 영 우먼’이 되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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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싱타는 여자들 리뷰 - 열둘, 열세 살 여공들의 울분에 대하여
*해당 영상은 씨네 랩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2022년 1월 개봉예정인 작품 [미싱타는 여자들]의 시사회를 다녀온 뒤 제작한 영상입니다. 1970년대 평화시장에는 가난해서 혹은 여자라서 공부 대신 미싱을 타며 `시다` 또는 `공순이`로 불린 소녀들이 있었다 저마다 가슴에 부푼 꿈을 품고 향했던 노동교실 그곳에서 소녀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노래를 하고, 희망을 키웠다 다른 시대를 살았던 청춘이 오늘의 청춘에게 보내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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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발신제한 후기 / 조우진 원톱 / 부산을 배경으로 펼치는 추격전 / 로드무비 / 한국에도 폭발물 처리반이?! / 김창주 감독님 데뷔작 축하합니다!!!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발신제한”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스릴러, #드라마, #로드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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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당신얼굴 앞에서> 메인 예고편
그녀는 고층 아파트에 있어 본 적이 없다.
여동생은 어떻게 이런 높은 곳에 살면서 괜찮은 걸까, 란 의문이 든다.
며칠 전부터 동생 집에 불쑥 들어와 살면서 한국에 다시 사는 걸 경험하고 있다.
숨기는 비밀이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하루하루에 집중하며 살게 하는 맘 챙김을 잘하고 있다.
한 그녀보다 나이 어린 영화감독이 그녀를 영화에 쓰고 싶다고 연락이 왔고,
한두 번의 사양을 거쳐 오늘 그 감독을 만나러 간다.
서울 도심 어느 골목에 있는 작고 오래된 술집에서 낮술을 마시는데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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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다음 소희> 티저 예고편
묵직한 울림, 강렬한 여운! 배두나, 김시은 주연의 새해 가장 뜨거운 화제작! [다음 소희] 티저 예고편 전격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