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7-10 20:34:02
[BIFAN 데일리] 유예된 항해의 빛
영화 <열화청춘 감독판>
감독] 담가명Patrick TAM
출연] 장국영Leslie CHEUNG, 하문석Pat HA, 엽동Cecilia YIP, 탕진업Kent TONG
프로그램 노트] 홍콩의 영화평론가 스티븐 테오는 <명검>(1980)으로 데뷔한 담가명의 작품들을 두고 “홍콩 뉴웨이브 작가들 중 가장 덜 언급된 인물이지만, 서극이나 허안화 등과 비교해 가장 ‘성숙한’ 영화를 만든 감독”이라 말했다. 더불어 “그는 동료 감독들에 비해 가장 세련되고 모던한 영화를 만든 감독”이라고도 덧붙였다. 담가명의 색깔이 가장 짙게 담겼다고 할 수 있는 <열화청춘>(1982)은 ‘왕가위의 <아비정전>의 전편’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만큼, 우리가 기억하는 장국영의 상처받은 청춘의 이미지를 앞서 보여준 영화다. ‘장국영 비긴즈’라고 불러도 될 이 영화에서 그는 ‘노마드’라는 요트를 타고 언제나 먼 곳으로의 여행을 꿈꾸는, 흔들리는 청춘의 모습을 섬세하게 연기하고 있다. 또 하나, 당시 담가명 감독의 영화가 동료 뉴웨이브 감독들의 영화와 비교해 가장 남다른 점이 바로 탁월한 프로덕션 디자인이었는데, <열화청춘> 등 여러 작품을 함께한 장숙평 미술감독은 그가 직접 발굴한 인재나 다름없다. 1980년대 모던 홍콩 영화의 진면목이 <열화청춘>에 담겼다. (주성철)

*영화 <열화청춘>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홍콩의 여름은 덥고 습하다
영화는 덥고 습한 홍콩의 한 대금업자 집에서 시작한다. 대금업자를 찾아와 통 사정을 하는 빚쟁이에게 밉지 않게 퉁을 놓으면서도, 대금업자는 정작 ‘실무자’에게 모두 중국인이니 살살 하라고 하지 않았냐며 꾸짖는다. 우리 모두 중국인, 하다 못해 이 물건도 중국 물건… 이런 대사들은 홍콩 영화라서 의미심장하다.
같은 홍콩에,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저택도 있다. 호젓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 피아노를 치고 있는 여자의 뒷모습이 있는 집. 그가 결혼을 통해 이 집에 들어오기 전의 집 주인이었을 여성, 그러니까 앳된 얼굴의 장국영이 연기하는 루이의 어머니는 라디오 DJ였다. 루이는 그 시절의 소리를 녹음해 자꾸만 듣고 있다. 소리를 죽여 놓은 텔레비전 위로, 라디오에서 베토벤 교향곡이 흘러나온다. 더없이 동양적인 풍경 위로.
“동서양이 뒤섞인” 매력은 홍콩에 대한 교과서적인 표현이지만, 그 덥고 습한 여름은 단순히 동서양의 조화 뭐 그런 말로만 두루뭉술 담기지 않는다. 이 여름은 동양도 서양도 아닌, 그냥 홍콩만의 무드다. 비록 이 영화 속 청춘들은 쇼핑과 보석에 대한 구문을 익히며 일본어 회화를 열심히 배우고, 가부키 춤이나 액자 속 일본 가면 같은 문화를 즐기지만, 이들이 다른 장면에서 보여주는 홍콩 무드에 비하면 그 어설픈 흉내들은 어쩐지 조금 우스워 보인다. 홍콩만의 무드는 지켜져야 한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신스케를 대하는 아퐁의 입을 빌려 왜색에 일갈을 던지기도 한다.
이렇게 일본 문화에 매력을 느끼는 순간과 일본에 대한 적개심이 뒤섞이는 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하지만 홍콩 무드가 지켜져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꼭 그래서만은 아니다. 진짜로 홍콩 무드가 더 좋아서 그렇다. 일본의 여름도 덥고 습하지만, 일본 영화나 만화 속 모습은 언제나 맑고 청량한 연둣빛이라 좀 거짓말 같은 데 비해 홍콩의 여름은 벽면의 곰팡이까지 사실적이다. 강렬한 색감, 거기 놓인 물건들, 홍콩을 담은 여름 장면들이야말로 진짜 여름 같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면면들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왜 그 시절의 홍콩 영화는 이토록 매혹적인가?

#떠나기 전에 가장 빛난다
이 영화는 감각적이다. 당연하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홍콩 영화 대다수를 맡은 미술감독 장숙평의 손이 닿았다. 왕가위에 비해 덜 알려진 이름이지만, 담가명은 홍콩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이름이다. 왕가위도 그의 영향을 받았으므로, 왕가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담가명 영화는 아주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장국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장국영인데. 아직도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 얼굴의 앳되고 싱그러운 시절에, 그에게 유독 잘 받는 '유약하고 고독한 부자 청년' 역할이다. 소품과 옷의 색감들도 하나 같이 예뻐서 보는 즐거움이 있다.
음악과 여름, 젊음과 색깔이 사방천지에서 튀어나온다. 팍팍한 오늘날의 세상에서 보면 그것은 얼핏 여유로 비친다. 오늘날의 우리가 옛 홍콩 영화를 사랑하는 데에는 그 감각도 한 몫 할 것이다. 세상이 당장 끝난다 해도 오늘은 여름을 즐기겠다는 듯이, 마치 이 여름이 영원할 것처럼 향유하는 감각. 현실감은 조금 없어도 좋다. 실제로 토마토의 낡은 여행가방에는 화려하고 나풀나풀한 옷가지 몇과 조악한 봉제인형 정도만 들어있지만, 고작 그 정도 물건만 끌어안고도 토마토는 딱히 살아갈 걱정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생각해 본다. 왜 여름과 청춘이 유독 옛 홍콩에서 빛날까? 그 세 단어 모두 시한부의 감각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얼핏 <열화청춘>의 ‘청춘’들은 흘러 넘치는 정염을 어쩌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버스 안에서도 참지 못할 만큼 서로를 향한 사랑에 목이 마르지만, 부나방처럼 서로를 향해 자신을 온전히 던지지만, 그럴수록 스크린 밖에서는 유한을 실감할 뿐이다. 사실 그들의 사랑은 이미 가족과 이웃의 방문으로 계속 호흡이 끊기고 있었다. 그럼에도 쥐어 보려는 노력.
1994년작 <중경삼림>을 필두로 한 왕가위의 영화들이 1997년의 홍콩 반환을 목전에 둔 시점의 스산하고 각자 외로우며 알 수 없는 감각들로 붕 뜬 마음을 보이고 있다면, 1982년작 <열화청춘>은 그와 다른 결의 묘한 불안, 유한하기에 더욱 빛나는 순간의 감각들을 담고 있다.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 전, 그러니까 1970년대의 홍콩이 그랬으니까. 1990년대와는 다른 결의 묘한 불안이 깔려 있던 시기였다. 1971년, 중국의 UN 가입은 중국이 ‘중국’임을 인정받는 순간, 그러니까 대만의 ‘주권’을 밀어내는 순간이기도 했다. 99년의 할양 기간을 마치면 홍콩은 반드시 중국에게 반환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1970년대 홍콩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다시 요동쳤다.
1970년대가 가고 이 영화가 개봉하는 1982년은 마거릿 대처가 중국을 찾아 홍콩을 테이블에 올린, 그러나 아무 성과가 없이 결렬된 회담이 있던 해이기도 하다. 끝이라는 감각은 서서히 가까워 오는데, 아직 그 감각이 목을 턱 조이기까지는 한참 남아있을 때. 그렇다고 존재가 소진되지 않겠지만, '끝'의 이후에는 결코 지금 같지 않을 거란 예감을 목도할 때. 오후 4시 쯤의 햇살을 움켜쥐어 밤을 막아 보고 싶은 마음 같은, 그런 정염이 이 영화에 있다.

#항해는 유예된다, 그러나
루이의 방은 어쩐지 바다 같고 배 같다. 벽도, 이불도, 침대 옆의 등과 그 옆의 연필까지도 모두 짙은 푸른색이다. 심지어 루이가 잠시 냄새를 탐닉하겠다고 가져온 기름 통마저도. 텔레비전 위에는 배 모형이 놓여 있다. 금방이라도 어디론가 떠나갈 것만 같은 무드의 방이다. 급기야 루이가 보트를 푸른색 페인트로 칠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정작 영화에 나오는 배 ‘노마드’ 호에는 어쩐지 ‘배’의 감각, 그 운동성과 생기가 없다. 분명 바다에 나가 있고, 정박하고 있던 배를 바다에 풀어놓은 것이건만, 루이의 방만큼도 운동성이 없다. 루이는 이 배를 타고 아라비아에 가고 싶다고 하지만, 여기서 아라비아라는 말은 과연 유토피아, 발할라, 샹그릴라와 얼마나 다른 이름일까 싶다. 이상향은 이상향일 뿐, 항해는 유예된 채였다. 유예된 항해는 성공할 수 없다. 배의 여정은 목적지에 다다를 때야 완성되므로.
청춘들이 노마드 호로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한때 사랑했던 인연을 숨겨 보는 정도다. 이를 계기로 떠날 궁리도 해보지만, 항해가 유예된 동안 이미 가까워진 존재가 있다. 불시에 도적처럼 덮쳐온 자객의 존재. 극과 극은 통한다고, 난징 대학살을 벌인 일본 제국주의는 중국과 역사적으로 척을 지고 있음에도, 전체주의적이라는 점에서 중국과 아주 다른 모양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에는 아름다운 장면이 참 많았지만, 가장 꿈처럼 보였던 장면은 마지막으로 식탁을 같이 차리는 네 사람의 모습이었다. “우리는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들 같”다는 말에, “사회가 뭔데?” 거칠게 되물으며 우리가 사회라고 대답하고, 바로 이어 네 사람이 같이 식탁을 차린다. 그 모습은 정말 ‘사회’ 같다. 누가 누구에게 군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역할을 나누어 각각의 할 일을 하며 그 결과를 함께 누리는.
어쩌면 이들이 ‘아라비아’에서 차리고 싶었던 식탁, 거기서 이루고 싶은 사회도 이런 모습이었을지 모른다. 살아남은 루이와 토마토가 이런 식탁을 차릴 수 있을까. 요원해 보여 더 꿈처럼 느껴지는 이 장면을, 언젠가 미래의 다른 영화에서 기시감으로 느끼고 싶다.
2023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6/29-7/9) 상영시간표
7월 2일 11:00-12:33 메가박스 부천스타필드시티 5관 (상영코드 412)
7월 5일 20:00-21:33 부천시청 판타스틱큐브 (상영코드 1111)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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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미한 존재감의 선을 느끼는 방법
성선설과 성악설은 인간의 심성이 본래 어떤 모습이었는지에 관한 대표적인 두 가지 학설입니다. 여러분은 성선설과 성악설 중 어느 것을 더 지지하시나요? 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강건한 성악설 지지자였습니다. 인간은 악하고 이기적으로 태어나지만, 사회화를 거쳐 선함을 익힌다고 믿었어요. 그러나 최근에 가치관이 바뀌었습니다. 선은 만들어질 수 없지만, 악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인간의 심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도, 이 주장들 속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인간에게는 선함과 악함이 모두 있다는 거죠. 어느 것이 먼저였든지 간에 말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세상엔 다양한 종류의 악만이 가득한 것 같습니다. 악에 비해 선은 너무나 사소하고 희미한 존재감을 가졌기 때문이겠지요.
바로 이럴 때, 선을 느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예리하고 뾰족한 통찰력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겁니다. 그 안에는 그들이 포착한 제각각의 선이 담겨 있거든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바로 그러한 이야기입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이처럼 사소한 것들>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2024년 12월 11일 국내 개봉작입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Small Things Like These
Summary
1985년 아일랜드의 소도시, '빌 펄롱'은 석탄을 팔며 아내, 다섯 딸과 함께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지역 수녀원에 석탄을 배달하러 간 '빌 펄롱'은 숨겨져 있던 어떤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출처: 씨네21)
Cast
감독: 팀 밀란츠
출연: 킬리언 머피, 아일린 윌시 외
선, 사소하지만 묵직한 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수녀원에 석탄을 납품하러 간 '빌'이 그곳의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되면서 시작합니다. 러닝타임의 대부분은 진실을 마주한 빌이 '방관'과 '행동' 사이에서 고뇌하는 과정이 채우고 있는데요. 영화 내내 깊은 고통, 불안과 불편 속에 있던 '빌'은 끝끝내 악에 저항하는 작은 행동 하나를 실천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바로 수녀원에 버려져 학대받던 소녀 '사라'를 구하는 일입니다.
'빌'이 '사라'를 데리고 나오는 과정에는 아무런 스펙터클이 없습니다. '사라'가 갇힌 곳에 접근하기 위한 잠입도, 악의 축인 수녀원장과의 대립도 없어요. 오히려 수녀원장과 대면하는 장면에서 그는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는 유약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가 행한 구원은 여느 때와 같이 수녀원의 석탄 창고 문을 열고, 그 안에 쪼그리고 있는 소녀를 부축해 나오는 것이 전부입니다. 러닝타임의 90% 이상을 할애한 고뇌에 비하면 무척이나 짧고 허무하지요.
하지만 영화의 길이가 길지 않다고 해서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약한 것은 아니듯이, 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구성이 관객에게 선의 형태를 고스란히 느끼게 하거든요. 기나긴 숙고 끝에 내린 사소한 결단 하나, 그것이 바로 선이지요. (마침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98분, 동명의 원작 소설은 쪽수가 132쪽으로 짧습니다. 이마저도 하나의 메시지처럼 느껴지네요.) 그가 한 행동은 그저 손을 내미는 것뿐이었지만, 우리는 그 안의 묵직한 힘을 느낍니다. <이토록 사소한 것들>은 선의를 과장하여 표현하지 않음으로써 그 힘을 더 강하게 전달합니다.
'빌'의 선의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의 삶에 켜켜이 쌓인 또 다른 선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구성을 통해 외로움과 결핍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빌'의 과거를 조금씩 보여주는데요. 그의 어린 시절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았지만, 그 속에도 분명한 선들이 있었습니다. 상주 고용인의 자식을 받아주고, 가난한 엄마 대신 갖고 싶었던 직소 퍼즐을 선물했던 집주인이 대표적이죠. '빌'이 아무리 고되어도 손에 묻은 재를 깨끗하게 닦아내고 아이들이 있는 식탁에 앉는 것, 부하 직원에게 노동 그 이상의 값을 지불하는 것, 그리고 '사라'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된 것은 유산처럼 남은 선의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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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에 빠진 '빌'이 아내 '아일린'에게 '사라'의 이야기를 꺼내며, "우리 아이들과 같은 아이일 수도 있지 않느냐"고 하던 말이 마음에 남습니다. 우리가 선을 베풀고 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대사에 담겨 있는 듯해요. 우리 인간은 모두 특별한 보편성을 가졌지요. 개개인은 모두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이나, 그 특별함 속에는 부정할 수 없는 보편들도 있습니다. 같은 종으로서의 보편, 같은 정체성으로서의 보편, 같은 문화권에서 비롯되는 보편, 같은 이념과 가치관이 만드는 보편... 우리는 모두 다르면서도, 모두 같습니다. 그러니 선을 베풀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모두가 나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니까요. 희미하지만 강한 선의 마음이 이야기 밖에서도 어렴풋이나마 느껴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One-Liner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용기 하나를 위한 9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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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애의 범위를 넓히다
인간의 선택: 박해와 공존
로봇이 인간 아이의 손을 잡고 천천히 보폭을 맞춰 걸어간다. 다른 로봇은 우는 아이를 품에 꼭 안고 달랜다. 승려복을 입은 로봇들은 반격 의사도 없이 미군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크리에이터>는 AI 로봇의 존재가 일상화되기를 넘어 정치적, 군사적 문제가 된 미래 사회를 그린다. LA에서 핵폭발 사건이 일어나고 미국은 이를 인간을 향한 AI 로봇의 공격으로 간주한다. 미국은 AI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거대한 미사일 함선을 지구 상공에 띄운 ‘노마드’라는 무기로 공격한다. 반면 뉴아시아는 AI와의 공존을 선택한다. 태국, 네팔과 같은 나라를 바탕으로 설정된 뉴아시아는 불교적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는 듯 보인다. 불교적인 형태의 석상을 돌리자 AI로봇 연구소의 입구가 드러난다. AI로봇들은 뉴아시아의 전통과 문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해 살아가고 있다. 로봇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뉴아시아는 오히려 인간들이 로봇의 보호 아래 살아가고 있다.
미군 장교는 말한다. 사피엔스보다 독한 종이 나타나면 인간도 네안데르탈인처럼 멸종할 것이라고. 미국은 사피엔스의 멸종을 걱정한다. 다르게 보자면 이는 AI로봇을 사피엔스와 대응되는 하나의 종으로 인식한다는 이야기이다. 다만 인간에게는 선택지가 있다. 지구의 다른 모든 종이 악이 아니듯 AI로봇이 절대적 악은 아니다. 무엇을 선택하는지는 인간에게 달려있다. 미국에게 있어 인간의 범위는 미국인에 한정되어 있다. 미국의 전쟁은 인류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닌 AI가 공존의 범주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싸움이다. 공존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선택의 의지다.
구원자의 등장
AI 로봇은 미국인들의 탄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원한다. 이들은 도구나 가축과 같은 노예 상태에서 벗어난 해방을 원한다. 혁명을 모의하고 구원의 메시지를 설파하는 로봇과 승려 로봇의 존재는 이들이 이미 만들어진 목적에 앞서 존재론적 의미를 탐구하는 주체로 우뚝 섰다는 의미다. AI 로봇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알파-오’는 만들어졌다. 자유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비폭력으로 전쟁을 끝내고자 세상에 왔다. 이름 그대로 로봇들의 구원자다. 아이의 외형을 가진 로봇 ‘알파-오’는 모든 기계들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기계를 끄고 킬 수 있는 힘은 로봇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이고 기계문명에 바탕을 둔 미래사회에서 절대적인 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니르마타의 소재에 접근했던 전직 군인 조슈아(존 데이비드 워싱턴)는 AI로봇의 창조자인 니르마타와 무기 알파-오를 제거하라는 명령에 따라 뉴아시아로 향한다. 하지만 조슈아는 AI 로봇과 미국의 전쟁보다 이전 작전에서 잃었던 아내 마야(젬마 찬)의 행방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AI연구소에서 발견한 알파-오는 마야의 행방을 알고 있었고, 조슈아는 알피라 부르며 마야의 흔적을 따라간다. 알피는 니르마타인 마야에 의해 만들어진 ‘노마드’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무기로 창조된 로봇이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감독은 인간과 AI의 공존을 이어주는 매개로 로봇의 창조자인 니르마타와 인간 배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중간자 알피를 내세운다. 니르마타가 인간으로서 로봇에 대한 사랑을 가진 존재라면 알피는 AI 로봇으로서 인간과 로봇에 대한 사랑이 입력된 존재다.
프로그래밍된 태도에 사랑이나 구원 같은 말을 붙여도 될까? 알피가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거나 손바닥을 갖다 대면 모든 로봇과 기계는 그의 통제 아래에 놓이는 기적이 행해진다. 인간의 증오와 그로 인한 공격은 기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 모든 공격을 멈추는 것이 니르마타의 뜻이라면 알피는 그 뜻을 행하는 자다. 알피의 의지는 인간이자 니르마타인 마야에 의해 계승되었다. 알피는 인간에 대한 증오가 아닌 사랑을 품고 만들어졌다. 그러므로 알피는 로봇과 인간 모두에 대한 사랑을 지닌 구원자다. 알피의 사랑은 로봇과 인간을 아울러 가장 넓은 범위를 감싸 안을 수 있다.
왜 아이일까?
마야와 조슈아 사이에서 잉태된 태아의 배아 스캔을 통해 창조된 것이 알피다. 인간과 로봇의 중간자인 아이가 주인공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로봇을 완전하지 않은 아이의 형태로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기술과 힘이 완전하지 않고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면 적절한 도구나 무기로 기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 아이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다. 알피의 힘은 어마어마한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성장은 불확실하다. 로봇은 쓰이기 위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알피는 어디에 쓰일 것인지 분명치가 않다. 평화와 자유라는 목적지에 닿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조슈아의 도움으로 노마드를 격퇴했지만 전쟁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는 일이다.
AI 로봇의 학습은 성장과 차이가 있다. 성장은 약하고 깨어지기 쉬운 시기를 지나야 한다. 알피의 성장은 원격 제어 영향력과 힘을 키우는 것뿐만이 아니다. 알피는 이미 미국의 자본과 기술의 집약체인 무기를 격파했다. 알피는 무기가 아닌 인격체로서 성장해야 한다. 인간과 로봇을 두루 경험하며 내면의 사랑을 키워야 한다. 절대적 힘을 가진 완전한 강자는 공동체를 규합하기 위해 힘을 내세우기 쉽다. 무력한 아이만이 오히려 공동체의 사랑과 보호의 필요성을 역설할 수 있다. 로봇의 보호 아래 유년시절을 보낸 마야는 알피 역시 이를 느끼기 바라지 않았을까. 알피가 어떻게 성장할지 확신할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정보가 프로그래밍되어 있기에 그 미래는 믿어볼 만하다. 바로 인간과 로봇에 대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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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칸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과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을 휩쓸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기생충>의 이선균은 마약 투약 혐의로 경력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새 드라마 <노 웨이 아웃>에서 하차, 이어 다른 영화들의 개봉이 늦춰지면서 연예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예매 30만명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예매 관객수 30만명을 넘기면서 박스오피스 1위를 예약했습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11살 소년 마히토의 이야기를 그리며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의 고향에 간 마히토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왜가리 한 마리가 나타나고, 마히토는 왜가리와 함께 이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바비>, 11월 1일 아이맥스 재개봉
올해 글로벌 최고 흥행작 <바비>가 오는 11월 1일 아이맥스 재개봉을 확정했습니다.
2023년 글로벌 최고 흥행작 등극, 여성 감독 단독 연출 작품 중 최초로 10억 달러 흥행 수익 돌파 등 영화
<바비>는 수많은 기록을 세우며 영화 역사를 뒤바꾼 작품으로 손꼽힙니다.
이선균 <기생충> <잠> 승승장구 중 빛바랜 커리어
배우 이선균이 23일 마약 투약 혐의로 결국 형사입건되었습니다. 경력 최절정기에 스캔들에 휩싸인 그는
경찰이 이선균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고, 마약 사건에 강남 유흥업소 실장 여성이 연루되어 있어
연예계에서는 유아인보다 이선균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정재·이순재·조인성, '제13회 아름다운예술인상' 수상
스테이지28에서 열린 올해 시상식에서 이정재가 <제13회 아름다운예술인상>을 수상했습니다.
아름다운예술인상 시상식은 매년 영화 및 연극분야의 한해를 마감하면서 뛰어난 활동을 한 대표적인 예술인을 두고 5개 부문 수상자를 선정, 총 1억 원의 시상금과 상패를 수여합니다.
日 로맨스 대표 이와이 슌지 감독 7년만에 서울 온다
일본 로맨스 영화 대가 이와이 슌지 감독이 새 영화 <키리에의 노래>로 한국을 찾는다고 합니다.
길거리 뮤지션 키리에, 키리에의 친구 잇코, 사라진 연인을 찾는 남자 나츠히코 세 사람의 엇갈린 사랑을
음악으로 엮어가는 작품으로 감독은 <러브레터> <4월 이야기> <하나와 앨리스>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단단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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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네트> 영화의 화려함이 가린 진실을 찾아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페라 가수 '안(마리옹 꼬띠아르)'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아담 드라이버)'는 첫눈에 서로에게 이끌린다. 행복한 만남을 이어가고 결혼을 약속하며 함께 인생을 노래하는 두 사람. 그러나 이미 쇼비즈니스의 스타가 되어버린 둘을 언론은 가만히 두지 않고, 끊임없이 가십으로 그들을 소비한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한 헨리는 자신의 콘서트를 망치는 등 조금씩 커리어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반면에 안은 커리어는 성공적으로 이어가지만, 헨리로 인해 결혼생활과 딸 아네트의 양육에 조금씩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고 부부 사이에는 어둠이 늘어난다. 그리고 이 어둠이 가장 짙어지는 순간 부부의 삶은 조용한 바다가 폭풍우를 만나듯 전혀 다른 국면에 진입한다.
<아네트>는 '프랑스 천재 감독'으로 불리는 레오 카락스 감독이 <홀리 모터스> 이후 9년 만에 선보인 작품으로,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처음 시도된 영어 영화이자 뮤지컬 영화다. 이 작품으로 2021년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그는 아내와 사별한 후 딸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진 자신의 개인사를 반영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었고, 실제로 <아네트>는 그러한 바람이 적극 반영된 작품으로 보인다. 감독이 딸과 함께 직접 등장하는 영화의 오프닝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아네트>는 헨리와 안 부부의 연애와 결혼생활과 남겨진 부녀 관계에 대한 이야기에서 한 발도 벗어나지 않으면서 그들이 심연 깊은 곳으로부터 마주해야 했던 정과 진실을 담아낸다.
그렇지만 <아네트>는 단지 한 가족의 일상을 춤과 노래로 담아낸 작품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작가주의적 경향이 뚜렷한 갑독답게, 뮤지컬 영화의 익숙한 외양과 형식을 변형시키기 때문이다. 쉽고 대중적인 길을 선택하는 대신 카락스의 뮤지컬은 간단한 이야기를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과 일상을 반추하게 만드는 거울로 탈바꿈시킨다. 더 나아가 영화 그 자체의 본질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게 한다. 이러한 영화의 의도, 메시지, 수단에 대한 힌트는 작중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바로 카메라의 존재다.
예를 들어 무대 위에서 멋지게 공연을 마무리하고 극장 밖에서 만난 헨리와 안 커플은 수많은 기자들의 카메라에게 둘러싸인다. 뒤이어 카메라에 일거수일투족 포착되는 그들의 연애와 결혼은 그 자체가 하나의 해프닝, 가십이 되어 엔터테인먼트로 소비된다. 그리고 영화는 이러한 구성을 반복한다.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에 대해서도, 그들의 결혼 생활에 대해서도, 코미디언으로서의 입지가 나날이 줄어드는 헨리와 나날이 명성이 높아지는 안의 대비되는 커리어도, 그리고 그들의 휴가와 그곳에서 벌어진 사고와 어린 아네트의 놀라운 노래 실력까지도. 이 모든 것은 진실과는 무관하게 가장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카메라에 의해 제시되고, 소비된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가 작중 등장한 뉴스를 시청하는 사람들과 자신의 관객을 일치시키는 연출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카메라로 인해 관객이 외면적인 것만 보고 평가하고 관찰하는 입장에 놓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연극과 달리 영화를 보는 관객은 일방향적이다. 무대 위의 배우와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는 연극의 관객과 달리 영화 관객은 철저히 카메라에 찍히고 보이는 것만 볼뿐이다. 즉, 작중 카메라는 사실을 자극적으로 변형시키는 뉴스와 그것을 소비하는 대중이나, 영화를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관객이나 본질적으로 겉모습 뒤에 숨은 진실을 보지 않거나 못한다는 공통점을 보여주는 장치로 활용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네트>는 간단한 이야기와 달리 독특한 형식적 특징을 살려 카메라로 인해 보지 못하는 진실을 밝혀내려고 한다. 깔끔하게 완성된 세련된 뮤지컬 영화의 모습이 아닌, 거칠고 모난 모습을 통해 보기 좋은 것 너머의 진실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이다. 이는 <아네트>를 볼 때 유독 의아하고 실망스러운 대목이 눈에 띄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송스루(song-through) 뮤지컬답게 영화 속 넘버는 대부분 주인공들의 심리를 노래하는데, LA 글램락의 전설이라고도 칭해지는 밴드 ‘스파크스’가 참여한 음악이 귀를 즐겁게 하는 것에 비하면 노래 가사는 지나치게 일차원적이다. 수영장에서 노래하는 안이나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노래처럼 '나는 괴롭다, 슬프다, 후회한다, 기쁘다, 억울하다'와 같은 직접적인 가사만이 되풀이된다. 또한 노래를 감싸는 배경도 조악하다. 파도치는 바다를 표현한 CG나 아네트가 인형으로 등장하는 것은 한눈에 봐도 어색하다.
그러나 이 작품의 기저에 진실과 본질을 왜곡하고 가리는 카메라, 곧 영화를 비판하는 메시지가 있다고 보면 위의 단점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겉치레를 버리고 영화의 본질과 이야기의 원형에 집중시키려는 의도된 연출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아네트>의 형식과 구성 전반에서 영화의 가장 원형적 형태인 고대 그리스의 연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주인공의 직업인 스탠드업 코미디언과 오페라 가수는 그리스 연극의 두 축인 희극과 비극의 조합을 연상시킨다. 영화의 시작과 끝이 마치 그리스 비극의 코러스와 같은 형식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대한 영화에 집중하길 바란다는 도입부 코러스의 가사 역시 쇼비즈니스의 대명사가 된 뮤지컬 영화에서 화려한 춤과 노래 대신 설령 보잘것없어 보이더라도 소중한 이야기에 주목해달라고 부탁하는 것과 다름없다. 더 나아가 이는 작중 헨리나 안이 무대 위에서 펼쳐 보이는 퍼포먼스를 가능한 실황 라이브를 보듯 현장감을 살리는 방식으로, 그리고 관객석에서 무대를 보는 구도로 연출한 이유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측면에서 아네트라는 인형의 인형극은 헨리가 아네트를 대하던 태도처럼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이야기를 보고 듣지 못하고 인물의 심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세테를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어색한 CG나 과도하게 편의적인 노래 가사들도 비록 덜 다듬어지고 거칠고 화려하거나 세련되지는 않아도 가장 본질에 가깝고 원형적인 것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 그 결과 <아네트>는 영화가 진정으로 말하려는 이야기와 감정 그 자체보다는 단지 화려한 시각효과와 같은 기법처럼 영화 속 엔터테인먼트 영역이 점점 커지는 세태에 대한 비판으로 확장될 여지도 남긴다.
물론 뮤지컬 안에 수많은 극형식을 혼합시키고 영화에 한 편의 통일성을 불어넣지 않는 시도는 굉장히 실험적인 인상을 주며, 실제로도 상당히 난해하고 어렵다. 그래서 초현실적인 이미지, 배우의 연극적 제스처, 화려함과 어두움을 오가는 색채, 희극과 비극이 한 데 어우러지는 서사의 만남은 영화의 메시지와 의도에 공감하거나 동의하지 못할 경우 그저 괴상한 조합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러한 시도는 분명 단순해 보였던 <아네트>의 이야기가 삼중의 진실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인상적이다. 우선 영화는 희극을 통해 관객을 죽이게 웃기려 하고 비극을 연기해 관객의 죽음을 대신 맛보게 하는 두 배우의 연애 과정과 결혼 이후의 삶을 통해서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깨닫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다음으로는 이들의 삶을 보여주는 과도한 형식적 특징을 살려 그들의 삶 자체가 하나의 쇼로 만들고, 이를 통해 그들의 삶을 영화를 통해 훔쳐보고 있는 관객에게 혼란을 안기면서 영화의 본질과 현실을 곱씹을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엇보다도 <아네트>는 자신을 보는 모든 이에게 인생의 진실을 일러준다. 헨리와 안 부부처럼 우리 역시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지내던 자신의 바람과 감정, 그리고 진실을 항상 유념하고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결과 감독이 딸과 함께 직접 영화 서사에 등장하고, 주인공의 공연을 보는 관객이 뮤지컬에 함께 참여하여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는 난해하고 어려운 만큼 다양한 측면에서 깊은 여운과 생각거리를 남긴다.
A(Acceptable, 무난함)
영화의 상징과 기원의 도움을 받아 삼중의 진실을 찾아 나서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영화 <아네트>의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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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등을 외치는 사회의 모순
평등을 외치는 사회의 모순
영화 <슬픔의 삼각형>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
출연] 해리스 디킨슨, 팔비 딘, 우디 해럴슨, 돌리 드 레온, 즐라트코 버릭, 비키 베를린
시놉시스] 호화 크루즈에 협찬으로 승선한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 야야와 칼. 각양각색의 부자들과 휴가를 즐긴다. 하지만 뜻밖의 사건으로 배가 전복되고 8명만이 간신히 무인도에 도착한다. 할줄 아는 것이라곤 구조 대기 뿐인 부자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전직 크루즈 화장실 청소부 에비게일. "여기선 내가 캡틴입니다. 자, 내가 누구라고요?"
#스포일러 주의#과연 공평한가?
영화 슬픔의 삼각형에서는 계속해서 공평하지 않음을 비꼬고 있다. 3부 무인도 정착 이전까지는 화려한 부자들의 삶을 보여주는데, 이들은 현재의 세계가 굉장히 공평하고 평등하며,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사회라고 주장한다. 화려한 패션쇼가 시작하기 전 유명한 인플루언서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앞 줄에 앉아있던 관객들을 뒤로 이동시키는 상황에 이른다. 그리고 곧바로 시작한 패션쇼에서 등장한 캐치프라이즈는 "우리는 모두 평등합니다" 라는 문구였다. 이 얼마나 모순적인 상황인가. 현실에서는 인플루언서와 영향력 있는 관계자를 전면에 배치하고, 그저 관객에 불과한 사람들은 기존에 안내된 자리에서도 비켜줘야하는 불평등한 상황이 놓인다.
더불어 영화 2부에서 시작되는 호화로운 크루즈 선상에서 역시 부자들만이 공감하는 자유로운 선택과 평등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다. 부자들은 자유롭게 수영을 하면서 한가로운 생활을 보내고 있지만 이들을 옆에서 보좌하는 크루즈 스탭들은 일로써 크루즈에 탑승했기에 본인의 선택대로 수영을 할 수도 마음껏 술을 마실 수도 없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한 러시아 고객은 우리는 모두 자유롭게 선택을 할 수 있다며 왜 수영을 하면 안되냐며 고집을 부리고 결국 모든 크루즈 인원을 강제로 바다에서 수영을 하게끔 만든다. 그녀는 자유롭게 수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고 생각하겠지만 과연 크루즈 스탭의 입장에서 수영을 한 것은 그들의 자유의지였을까? 그들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권리 조차 박탈 당한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무겁지 않아영화 슬픔의 삼각형에서는 모순적이고 긴장적인 요소들이 계속해서 드러난다. 하지만 이러한 장면들을 어둡고 무겁게 풀어낸 것이 아니라 풍자적으로 풀어내면서 극 전반의 분위기를 코믹스럽게 가져간다. 그 방법은 바로 '배설'이었다. 목요일에는 풍랑주의보가 예견되어 있었지만 선장의 독단으로 인해 목요일에 선장초대파티가 열리게 된다. 결국 폭풍우를 만난 크루즈는 엄청나게 흔들리면서 저녁을 먹는 이들은 멀미를 시작하고,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구토를 하기 시작한다.
말그대로 크루즈 스탭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손님들은 멀미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온갖 배설을 하면서 크루즈 이곳저곳을 더럽히며 정신을 못차린다. 정말 더러운 장면들이 10분 내내 지속되면서 결국 우리에게 공통적이고 평등한 것은 이러한 생리적인 작용 뿐인가 하는 생각과 이들의 배설장면을 코믹하게 풀어내면서 기저에 깔린 주제 의식을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만들고 있었다.
결국 바뀌지 않는 생각3부에서는 해적의 등장으로 인해 크루즈가 침몰하고 거기서 살아남은 8명의 생존자가 무인도에 도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손님 6명과 총괄 매니저, 그리고 화장실 청소부가있는 곳에서의 실권자는 화장실 청소부 에비게일이었다. 나머지는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먹고 구조를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다. 에비게일은 식량을 만들고 불을 짚히면서 점차 권력을 잡아가고, 자신에게 충성을 맹새하는 이들 위주로 챙기면서 강력한 실권을 잡아간다.
그렇게 에비게일이 캡틴인 상황에 모두가 적응해 나갈 무렵 음식을 찾으러 야야과 에비게일은 산을 오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산 뒷편에 있던 리조트를 발견한다. 야야는 에비게일과 이젠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고 이곳에서 나가면 에비게일이 자신의 매니저를 하면 되겠다고 말을 건넨다. 결국 야야는 무인도라는 공간에서 살기 위해 에비게일의 능력이 필요했을 뿐 실제로 그녀와 평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분노한 에비게일은 결국 뒤에서 돌덩이를 들고 그녀를 공격하려는 듯한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과연 에비게일은 야야를 공격했을까? 영화는 답을 주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바뀌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에 허탈함을 느낀 에비게일이 야야를 공격했다고 생각한다.
영화 슬픔의 삼각형은 평등하지 않은 현실 사회의 모습을 관계를 계속 역전시키면서 그 모순과 긴장 관계를 코믹적으로 잘 풀어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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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4주 차, OTT 종료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OTT를 구독해도 항상 어떤 영화를 볼 지 고르는 데만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시는 분들 있으신가요?
그럴 때 저는 종료예정작 중에 마음에 드는 영화를 보고 하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이번 주에 꼭 봐야만 하는 종료 예정작을 추천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6월 4주 차 종료예정작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내 이름은 아닌아
06.22
왓챠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내 이름으로 놀리는 친구 때문에 싸움이 벌어졌다.
하필 교장 선생님이 나타나 우릴 데려갔고, 신비한 봉투를 나눠주며 절대 열어보지 말고
일주일 후에 그대로 가져오라는 벌을 주는데...
cine pick!
동화가 원작인 이 영화는 동화책 속 나올법한 캐릭터 디자인으로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나의 어머니
06.24
왓챠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엄마와의 이별을 앞두고 가족도, 일도, 사랑도 마음처럼 쉽지 않은 영화감독 마르게리타와
그녀의 곁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 겪는 이야기를 우아한 유머와 담담한 슬픔으로 담아낸 드라마
cine pick!
제 68회 칸영화제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이며, 수상 후 15분 간의 기립 박수를 받은 작품.
난니 모레티 감독의 어머니와의 추억에서 출발한 영화 <나의 어미니>는
어머니를 향한 애틋한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더 테이블
06.24
넷플릭스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에 하루 동안 머물다 간 네 개의 인연을 통해 동시대의
사랑과 관계의 다양한 모습을 비추는 작품
cine pick!
매력적인 연기를 펼치는 정유미, 한예리, 정은채, 임수정 배우와
감성 비주얼리스트 김종관 감독이 만나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전석 매진이 됐으며,
제 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5초만에 매진이 되었다.
몬스터 헌터
06.23
넷플릭스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사라진 부대원을 찾기 위해 파견된 지상 최고의 군인 아르테미스 대위가 목숨을 위협하는
강력한 거대 몬스터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펼치는 사투를 그린 생존 액션
cine pick!
영화는 전 세계 6,000만 장 이상 판매된 게임 [몬스터 헌] 시리즈를 영화한 작품이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폴 앤더슨 감독 X 배우 밀라 요보비치 X MCU 참여 시각 효과팀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은 영화이다.
인비저블 사인
06.24
왓챠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아빠가 삶의 의욕을 잃는 이름 모를 병에 걸리자 딸 모나도 그를 따라 삶의 의욕을 버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유일하게 수학만큼은 흥미를 버리지 못한 모나는 초등학교 수학 선생님이 된다.
cine pick!
LA 타임즈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보이지 않는 사인]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성장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따듯한 영화이며, 긍정적인 기운을 샘솟게 만든다.
다윈으로 가는 마지막 택시
06.24
왓챠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친밀한 인간관계를 피하며 살아온 호주 시골 마을의 택시운전사 렉스는
어느 날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존엄사 허용법이 통과된 다윈까지
3,000km의 여정을 떠난다.
cine pick!
여운이 오래 남으며, 인생에 대한 고찰을 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영화를 보고 나며 유수의 영화제에서 왜 호평을 받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화장실의 피에타
06.25
왓챠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화가에 대한 꿈을 포기한 히로시는 고층 건물의 창문을 닦으며 생계를 유지한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삶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인생의 마지막 여름에 고등학생 마이를 만난다.
cine pick!
제 39회 일본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연기와 함께 마츠나가 다이시 감독의 연출이 만나 시너지를 일으켰다.
마지막 엔딩곡까지 울림을 남기는 영화이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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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동석 형네집? 안젤리나 졸리의 로멘스? 이터널스 모든 사건의 중심, 바빌론을 알아보자!
#이터널스 #길가메쉬 #마동석
2021. 06. 02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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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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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모두가 놓친 장소
00:40 역사의 시작, 바빌론
02:00 길가메쉬 & 바빌론
02:55 안젤리나 졸리의 사랑
03:50 이터널스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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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링 허 백] 끝장리뷰 | 엄마와 딸 | 물, 원(Circle), 눈(eye), 칼 해석 | [톡 투 미]와 연결성 | 아쉬운 지점
#브링허백 #샐리호킨스 #bringherbackmovie
[브링 허 백](2025)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상황정리, 엄마와 딸
Chapter 2 물, 원(circle), 눈(eye) 그리고 칼, 아쉬운 지점
00:00 톡투미 감독 신작
00:45 상황정리
01:47 엄마의 힘
04:32 상징들
06:48 아쉬운 지점
08:10 별점 및 한 줄 평
08:29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링허백 #브링허백해석 #브링허백리뷰 #브링허백영화 #영화브링허백 #bringherbackmovie #bringherbackreview #필리푸형제 #샐리호킨스 #브링허백후기 #Philippou #SallyHawk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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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30초 예고편
일도 연애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스물아홉 ‘자영’(전종서).
전 남친과의 격한 이별 후 호기롭게 연애 은퇴를 선언했지만
참을 수 없는 외로움에 못 이겨 최후의 보루인 데이팅 어플로 상대를 검색한다.
일도 연애도 호구 잡히기 일쑤인 서른셋 ‘우리’(손석구).
뒤통수 제대로 맞은 연애의 아픔도 잠시
편집장으로부터 19금 칼럼을 떠맡게 되고 데이팅 어플에 반강제로 가입하게 된다.
그렇게 설 명절 아침!
이름, 이유, 마음 다 감추고 만난 ‘자영’과 ‘우리’.
1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1일 차부터 둘은 서로에게 급속도로 빠져들게 되고
연애인 듯 아닌 듯 미묘한 관계 속에 누구 하나 속마음을 쉽게 터놓지 못하는데...
이게 연애가 아니면 도대체 뭔데?
발 빼려다 푹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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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턴트맨> 장르 풀코스 예고편
턴트맨인 그는, 다른 모든 스턴트맨처럼 영화를 위해 폭발에 터지고, 총에 맞고, 충돌하며, 창문을 통과하고, 가장 높은 곳에서 떨어지기도 합니다. 커리어가 끝날 정도의 심각한 사고를 겪고 돌아온 이 근로 영웅은 스턴트 일을 계속 하면서 실종된 영화배우를 추적하여 음모를 해결하고 평생의 사랑을 되찾으려고 노력합니다. 과연 잘 될 수 있을까요? 실제 스턴트맨 출신이며 [불릿 트레인], [데드풀2], [아토믹 블론드], [분노의 질주: 홉스&쇼] 블록버스터 감독이자 [존 윅], [바이올런트 나잇] 프로듀서 데이비드 리치의 가장 사적이고 개인적인 영화가 탄생했습니다. [스턴트맨]은 새롭고 유쾌하고 박진감 넘치는 올스타 액션 스릴러이며 액션 영화 자체와 이를 제작하기 위해 영화 비하인드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제작진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입니다. 콜트(라이언 고슬링; 오스카상 후보자/ 바비, 라라랜드, 드라이브)는 1년 전 스턴트 일을 하면서 부상을 입고 정신적 & 신체적 건강에 집중하기 위해 업계를 떠났지만, X인 조디(에밀리 블런트; 골든 글로브상 수상자/ 오펜하이머,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카리오)가 감독을 맡은 블록버스터 영화 촬영 현장에 복귀하게 되고 주연 배우가 실종되는 상황에 휘말리게 됩니다. 영화의 무자비한 프로듀서(한나 웨딩햄; 에미상 수상자/ 테드 라소)가 스타배우 톰 라이더(에런 존슨; 골든 글로브 수상자/ 불릿 트레인)가 사라진 사실을 스튜디오와 언론에 비밀로 유지하기 위해 작전을 펼치는 동안 콜트는 조디를 다시 매료시키고자 노력하며 영화의 가장 화려한 스턴트 액션을 수행합니다. 그러나 실종된 스타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깊어지면서 콜트는 그 어떤 스턴트보다 더 위험하고 악랄한 범죄 음모에 휘말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