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9-04 11:28:39
9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8월 30일 개봉한 스릴러 영화 <타겟>이 주말 관객수 16만명을 동원하면서 2위에 올라섰습니다. <오펜하이머>는 3주째 1위를 지키고 있지만 관람 관객수가 급감하면서 300만을 돌파하는데 꽤 오랜시간이 걸릴것 같습니다. 8월 4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누적관객수와 분석까지 함께 하실까요?✍
[국내박스오피스]
<오펜하이머>가 3주 연속 정상을 지키며 27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전주와 비교했을 때 관객 수가 급감하면서 300만 돌파까지 시간이 걸릴것으로 보입니다. 또 8월 30일 개봉한 스릴러 영화 <타겟>이 1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2위에 올라섰습니다. 380만의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보이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3위, <달짝지근해:7510>는 100만 명을 넘기며 4위에 자리했습니다.
[북미박스오피스]
덴젤 워싱턴, 다코타 패닝 주연, 더 이퀄라이저 시리즈의 3번째 영화이자 최종장인 <더 이퀄라이저3>가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습니다. <바비>는 북미 박스오피스 2위를 지키고 전세계 매출 1조원을 넘기며 2023년 미국 내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작품이 되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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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불구하고 쟁취해야 할 어떤 사랑
*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 받아 참석한 영화 <우리, 둘>의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이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때때로 영화 같은 사랑을 꿈꾼다. 우리의 상상 속에서, 우리는 그 어떤 역경도 딛고 일어나 모두의 축복을 받는 행복한 미래를 그리곤 한다. 마침내 악당의 음모와 박해, 방해를 이겨내고 잘생긴 왕자 혹은 공주와 사랑에 빠져 함께 달콤한 신혼 여행을 떠나는 그 많은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처럼. 그러나 현실의 사랑은 그렇지 않다. 우리네 사랑은 언제나 행복을 담보하지는 않으며, 우리의 사랑을 방해하는 이들은 완전한 악당이기보다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우리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동화가 아닌 현실을 사는 우리의 사랑은 종종 고달프고, 때때로 행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사랑을 한다. 그것이 주는 찰나의 달콤함 때문이 아니라, 어떤 사랑은 그들의 인생 그 자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저항할 수 없는 어떤 운명과도 같다. 이때 사랑은 누군가가 일평생 사로잡혀 있던 족쇄로부터 그를 해방시키며, 폐허 속에서도 그의 삶을 빛낸다. 그러므로 어떤 사랑은 쟁취되어야만 한다. 그 어떤 고난과 역경이 있을지라도.
영화 <우리, 둘>은 이러한 '쟁취되어야만 했던, 그리고 마침내 쟁취된' 어떤 절실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1. 비밀의 연인
니나와 마도는 오랜 연인이다. 두 사람은 복도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 사촌이기도 하다. 니나는 마도를 사랑하기에 베를린에서 프랑스의 어느 작은 도시까지 날아왔다. 마도는 그녀의 전부이고, 니나 역시 마도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동반자이다. 두 사람은 함께 먹고, 함께 자고, 함께 취미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두 사람은 평범한 연인이다. 둘의 관계가 차마 남들에게 알려지지 못한 관계라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들이 레즈비언 커플이기 때문이다.
마도가 커밍아웃하지 않은 까닭은 둘 남은 자식들 때문이다. 그녀는 커밍아웃이 가족을 붕괴시킬 것을 두려워했고, 니나는 그런 그녀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건넛편 집의 문 너머에서.
그런 마도가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로마로 떠나 살자고 제안한 것은 어쩌면 그녀 또한 이 잔잔하고 숨겨진 일상에 변화가 있기를 바랐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로마로 떠나려면 적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필연적으로 니나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즉, 이 오랜 사랑에 대해 고백해야 한다는 뜻이고, 더 이상 숨기며 살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마도의 '로마 이주 선언'은 니나에게도 중요했다. 사랑하는 연인을 드디어 내 연인이라 밝힐 수 있는 기회니까!
2. 과부의 어떤 성역
그러나 마도는 끝내 자식들에게 니나의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다. 자식들은 오래 전에 죽은 마도의 남편이 그녀의 마지막 사랑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 독선적이고 이기적이던, 그리고 사랑한 바 없었던 남편은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어떤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 되어 있었고, 그런 까닭에 마도는 자식들이 제멋대로 세운 그 성역을 침범하기를 주저한다. 마도는 남편을 사랑하지 못했던 것과는 별개로 딸와 아들을 사랑했고, 손자를 사랑했으므로. 어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다른 사랑을 저버린다는 것은 너무나 무거운 선택이었으므로. 자식들은 '사실 남편이 아니라 니나라는 여인을 사랑했다'는 어머니의 고백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터였다.
그리고 마도는 차마 발설되지 못한 고백만을 안은 채 뇌졸중에 걸려 쓰러지고 만다. 그녀의 몸과 혀는 아픈 몸에 묶였고, 더는 자신이 오랫동안 숨겨왔던 사랑에 대해 말하지 못하게 되었다.
3. 몇 피트 너머의 사랑
가까스로 목숨은 부지했지만 몸이 불편해진 마도에게는 딸과 간병인이 간수처럼 붙는다. 비밀의 연인인 니나는 그 주변을 서성인다. 사랑하는 이가 아프다는데, 몇 피트 너머의 문을 그저 바라만 보아야 한다.
니나의 집은 좀처럼 생활의 흔적이 없다. 그가 주로 생활한 곳은 마도의 집이었기 때문이다. 구색 맞추기용이었으므로 그녀의 집은 언제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단촐하다. 그 적막한 집에서, 니나는 작은 외시경 너머로 마도에게 다가갈 기회를 엿본다. 마도의 삶의 전부였던 니나는 이제 철저한 이방인이 되었다. 그 흔한 사랑의 말들도 이제 그녀에게는 너무나 어렵고 귀한 말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나는 마도에게로 전력을 다해 손을 뻗는다. 그를 위해서는 주거 침입, 간병인을 쫒기 위한 음모 따위도 불사한다. 니나가 있어야 할 곳은 마도의 옆이며, 바로 그 곳에 니나의 삶 또한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정은 마도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불편한 몸에 묶이고 나서 비로소 온몸으로 자신의 사랑을 위해 부딪힌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기어코 움직여 니나에게로 향한다. 자식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마침내 알아차리고 그녀를 호스피스에 가두었을 때도, 그 많은 약들이 그녀의 정신을 몽롱하게 할지라도, 그녀는 니나에게로 자꾸만 기울어진다. 사랑의 관성이란 그런것이기 때문이다.
4. 나는 당신과 함께 떠나요.
결국 니나와 마도는 재회한다.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마도의 곁으로 왔던 니나처럼 마도도 그의 자식과 집과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마도를 택한다.
비록 자식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반대하고, 모아둔 여행 자금은 도둑맞아 사라지고 없지만, 그 엉망인 폐허 속에서, 두 사람은 샹송에 발맞추어 춤을 춘다.
어쩌면 두 사람의 사랑은 끝내 인정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마도의 몸은 예전처럼 돌아가지 않을지도 모르고, 두 사람의 행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 무엇도 담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재회했고, 사랑을 확인했고, 비로소 그 무엇도 숨기지 않는 사랑을 만끽한다.
마침내 그들의 사랑을, 인생을 쟁취하고 만 것이다. 그 어느 동화 속의 사랑처럼.
이 영화는 아주 현실적이면서도 동화적인 매력이 있다. 우울한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면서도 틈틈이 재치있는 장면들도 잊지 않고 내보낸다. 영화 속에는 누군가의 인생이 담겨 있고, 그 여느 인생이 그러하듯 기쁨과 환희, 고뇌와 슬픔이 혼재되어 있다.
이 영화를 보며 차마 발설되지 못한 사랑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사랑이, 다른 어떤 이에게는 그렇지 못하다. 마도처럼 사회적 시선과 가족이라는 족쇄에 사로잡혀 사랑이되 사랑이라 말하지 못하고, 니나처럼 자신이 그의 연인이노라고 말하지 못하고 언제나 그 주변만을 떠도는 삶을 살기도 한다.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는데, 이제는 그들도 마음껏 사랑을 이야기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그들이 원하는대로 사랑을 부르짖어도 되지 않을까?
이 세상의 모든 이들이 자신의 사랑을 찾기를 바라며, 영화 속의 삽입곡 petula clark의 <chariot>의 링크를 남겨 본다.
나도 내 꿈의 마차를 타고 내가 사랑하는 것을 찾아 이만 떠나 봐야겠다.
https://youtu.be/RK--XOF3OUY
당신이 가고 싶다면
당신은 나와 함께 살 거예요.
환상적인 섬에서
저 위에서당신은 한 세상을 볼 거예요.
저 푸른 하늘에 숨겨진 세상을
당신에게 모든 게 새로울 거예요.
저 대지는 끝이 없을 거예요.
우리에게 행운을 안겨 줄거예요.
저 달은 우리의 미래가 될 거예요.
당신이 날 사랑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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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열 화백의 삶 속에 떠있는 물방울 그림들
감독:김오안,브리지트 부이오
출연진:김창열 화백
시놉시스
김창열 화백은 물방울을 다양하게 표현한 그림들로 유명하다. 50년간 물방울만 그려왔으며 달마대사와 노자의 도덕경을 자신의 신조로 삼아온 예술가이기도 하다. 1929년 맹산의 강가 근처에서 태어난 그는 6.25 전쟁의 참혹함을 경험하고 큰 트라우마가 생겼다. 전쟁에서 나뒹구는 시체들은 탱크로 짓밟히고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 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았기에 김창열 화백은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물방울들을 그리며 지금까지 버텨왔다. 사실 그도 고향을 떠나 고독함 속에 예술을 해온지라 자신만의 확고한 그림 철학이 있는 것이다. 물방울을 다양한 관점에서 표현한 김창열 화백의 작품들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제주도의 미술 전시관에 자신이 그린 200점의 작품들을 기부하는데...
자신을 제자로 받아들여 달라는 사람의 요구를 달마대사는 거절하자 그 사람은 자신의 한쪽 팔을 자르면서까지 달마대사의 제자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달마대사의 철학이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그림에 녹아들었다
김창열 화백은 달마대사에 대해 공부하며 많은 것을 깨우치고 자연스레 자신의 물방울 그림에 스며들게 했다. 비록 고단한 삶을 살아온 그에게 물방울은 희로애락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적합한 작품들이었고 삶의 전부였다. 비록 전쟁을 몸소 겪었고 고향도 떠났지만 철학적인 물방울 그림을 탄생 시키는데 좋은 원료가 된 만큼 그 자체가 예술이다. 또한 자신이 힘든 삶을 살아오며 지금의 화백이 된 것처럼 만약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맹산의 강가에서 살았을 것이고 미국으로 건너가거나 프랑스로 예술을 하러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김창열 화백은 지금의 거장이 되기까지 많은 시련을 겪었고 끔찍한 기억들도 있었지만 그런 경험들이 자신을 위해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게 된 게 아니었을까?
김창열 화백의 작품들은 앞으로도
그의 삶 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의 주관적인 영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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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소재주의와 신파를 넘어 ‘서사’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퀴어 영화
photo by 민드레
3670
박준호/Korea/2025/124min/DCP/Color/Fiction/15세 이상 관람가/Asian Premiere/‘한국경쟁’ 섹션
시놉시스
친형제 같은 탈북자 친구들이 있지만 게이 정체성을 꽁꽁 숨기고 사느라 외로움을 느끼던 탈북청년 철준, 난생 처음으로 용기를 내 남한 게이 커뮤니티에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술번개에서 만난 동네 친구 영준의 도움으로 빠르게 게이 커뮤니티에 적응하게 되는 철준. 하지만 작은 사소한 오해 하나가 관계망에 균열을 일으키며, 철준이 애정을 쏟아온 공동체를 뒤흔든다.
탈북민 게이 철준은 양쪽 모두에서 외롭다. 탈북민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의 성적 지향을 밝히지 못하고, 게이 커뮤니티에서는 그의 탈북민 정체성이 자극적으로만 소비되기 일쑤다. 탈북민, 게이 커뮤니티 모두 규범적 사회 바깥에서 소수자들끼리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끼기 위한 곳이지만, 정작 두 정체성 모두를 가진 철준은 그 어디에서도 오롯이 편안하지는 못하다.
그러나 〈3670〉은 두 커뮤니티의 거리감 혹은 중첩을 다루는 영화인 동시에, 소수자의 자기 서사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두 커뮤니티 사이를 오가는 철준의 발걸음을 통속적 드라마의 문법으로 그려내지 않는다. 그 대신 소수자와 서사의 문제를 파고들어 소수자가 자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의 의미를 질문한다.
탈북민 철준이 말하길 장려받는 서사가 있다. 교회에서 장학금을 받는 그는 자신이 얼마나 간절하게 ‘자유’를 갈망해왔는지, 그 자유를 위해 어떤 고비를 넘겼는지, 마침내 남한테 도달했을 때 얼마나 큰 환희를 느꼈는지, 이 모든 걸 가능케 한 하나님께 얼마나 크게 감사하는지를 말한다. 이 서사를 말하면 철준은 박수를 받고, 돈을 받는다. 철준이 북한에서 다른 남자와 섹스한 이야기, 남한에서 성소수자로서 누리는 ‘자유’에 관해 말했더라도 박수와 돈을 받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남한 사회는 특정한 종류의 탈북민 서사만 허용하고 그것만을 온정주의의 대상으로 삼는다. 남한을 불편하게 하는 탈북민의 서사는 이야기될 수 없다.
그러나 자기 서사를 박탈당한 철준은 게이 서사를 통해 빼앗긴 서사의 주권을 되찾는다. 철준은 대학 입학을 위한 자기소개서를 써야 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아무것도 써내지 못한다. 철준은 자신이 만들어온 고유한 삶의 서사를 갖고 있지만, 남한 사회가 요구하는 방식을 벗어나는 자기 이야기를 할 줄은 모른다. 철준의 게이 친구 영준은 ‘비어 있는’ 철준의 서사를 채워주는 존재다. 우정과 사랑을 오가는 두 사람 사이의 높은 감정 밀도, 그리고 영준의 직접적인 도움을 통해 철준은 빈칸이던 자기소개서를 채우고 대학에 합격한다. 영화가 탈북민과 게이라는 소재주의적 혐의, 신파 드라마의 혐의를 벗고 관계성에 토대를 둔 소수자의 자기/집단 서사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퀴어 영화로 거듭나는 건 바로 이 대목이다.
아이러니한 건, 철준에게 ‘자기 서사’의 가능성을 일깨워준 영준이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취업 전선에 뛰어든 영준은 매번 서류 단계에서 탈락한다. 어느 날 철준이 도움을 주겠다며 들여다본 그의 노트북 자기소개서 파일은 텅 비어 있다. 영준은 사랑스러운 매력을 가졌다. 하지만 자신이 못생기고 매력이 없다는 깊은 자기혐오 때문에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철준이 남한 사회, 게이 커뮤니티에 안착하도록 도움을 준 영준이었으나 그 자신 역시 남한 사회(취업), 게이 커뮤니티(인기 없음)에 제대로 발 디디고 서 있지 못하는 것이다. 이젠 철준이 영준의 서사를 채워 개인의 서사를 두 사람의 서사로, 나아가 집단의 서사로 만들어줄 차례다.
영화는 철준과 영준의 이야기를 완결하여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일단은 멀리 떨어져 있게 되었지만, 두 사람이 지속적으로 서로의 서사에 관여하며 자기/집단 서사를 써나갈 것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3670〉은 ‘행복’으로 향하는 두 사람의 서사 만들기의 정치적 가능성과 그곳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감정의 잔상이 매우 인상적인 영화다. 종로‘3’가역 ‘6’번 출구에서 ‘7’시에 만난/만날 친구들의 얼굴이 가만히 생각나는, 그런 영화 말이다.
상영 스케줄
2025.05.01.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17:00(상영코드: 153)
2025.05.04.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10:00(상영코드: 413)
2025.05.06.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17:00(상영코드: 649)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 2025.04.30 ~ 05.09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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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해 학생 부모, 그들의 비열한 본능
모든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 많은 것을 한다. 좋은 음식을 먹이고, 좋은 옷을 입히고,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발휘한다. 그것은 돈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본능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모습의 아이를 챙기면서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려 노력한다. 자식과의 관계가 좋든 나쁘든 기본적으로는 자식에게 문제가 가해자 발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런 부모의 보호와 챙김 아래서 아이는 큰 걱정 없이 자신이 해야 할 공부와 기본적인 생활을 이어나간다.
아이들은 학교 생활을 시작하며 여러 관계를 맺어간다. 그 관계는 대부분 크게 문제가 없지만, 어떤 아이들에게는 왕따나 학교 폭력 같은 시련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학교나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고 더 나아가 삶의 의지마저 상실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학교 폭력에 희생당하는 아이가 있다는 건, 반대로 가해자 그룹에 속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들이 가해자의 위치에 가게 되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들이 맺는 관계는 실패한 관계이고, 그 실패를 메꾸는 것 역시 부모의 몫이 되어버린다. 가해자든 피해자든 그건 본인들의 고통뿐 아니라 부모의 고통이 된다.
가해 학생의 부모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영화
우리는 과거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피해자의 위치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를 접해왔다. 하지만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가해자, 특히 그 부모들의 위치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다. 한음 국제중학교의 같은 반 친구들의 이야기인데 그중에서도 한결(성유빈)이 그 중심에 있다. 영화 초반에 건우라는 학생이 호숫가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다. 그리고 그는 임시 담임 선생님인 정욱(천우희)에게 죽기 전 편지를 보내고 그 편지에는 병원 이사장 아들 윤재, 전 경찰청장 손자 규범, 학교 중학교 교사 아들 이든, 그리고 변호사 아들 한결의 이름이 적혀있다. 시체가 발견된 이후 영화가 집중하는 건 학생 당사자들의 모습이 아니라 그 소식을 접한 부모들의 얼굴이다.
병원 이사장 지열(오달수), 전 경찰청장 무택(김홍파), 한음 국제 중학교 교사 정선생(고창석) 그리고 변호사 호창(설경구)가 맨 처음 학교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꽤 인상적이다. 가해 학생들의 부모인 이들은 피해자가 자살 시도를 했고, 미리 쓴 편지에서 가해자로 지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부인한다. 가해자의 부모로서 그들이 가장 먼저 택한 행동이 바로 그 이야기가 ‘거짓’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자신의 자식을 믿어야 하는 입장에서 가장 본능적인 반응이 먼저 나타나는 것이다.
영화 중반 이후 이 가해 학생들이 피해자에게 행했던 가혹행위와 폭력이 동영상의 모습으로 이들 앞에 나타난다. 그때 가해 학생 부모들이 선택한 건, 증거인멸 시도와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는 방법으로 외부에 그 사실을 은폐하는 것이다. 그들은 진실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있기보다 그들의 자식에게 올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할 뿐이다. 그들에게 피해자의 안위나 그 행위에 대한 죄책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제시되는 가해 부모들의 모습은 왜 그들이 반성이나 사과를 먼저 하지 않는가에 대한 일종의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반성을 하지 않는 가해 학생 그리고 그들의 부모
영화에는 피해 학생의 시선은 최소화되어있다. 피해 학생인 건우의 엄마(문소리)가 진실을 접하는 모습은 우리가 이미 일반적으로 많이 보아온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특히 이 이야기에서 유일하게 피해 학생의 편에서 있는 인물은 임시 담임 정욱뿐이다. 그만큼 현실에서 그들의 편이 되어 목소리를 내는 사람 자체가 없다는 의미다. 매스컴이 피해자 편에 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진실은 왜곡되어 버리고 결국 완전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영화는 마지막까지 보여주고 있다.
가해 학생 중 하나인 한 결과 그의 아빠는 특이한 위치에 있다.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가해자로 보이는 한결의 특성 때문에 아빠 호창은 최대한 그의 죄를 덜어보려고 노력하는데 그 과정에서 한결이 정말 가해자인지 아니면 건우와 같은 피해자인지 헷갈리게 된다. 이건 영화의 극적 긴장을 높이는 요소로 활용되지만 현실에서도 이렇게 피해자와 가해자의 중간 위치에 있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다. 모든 가해자가 똑같은 비중으로 나쁜 행동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경중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이 영화가 말하고 있기도 하다.
가해 학생들의 영화답게, 부모뿐만 아니라 학교도 가해의 위치에 선다. 교장 선생님(강신일)은 이 일을 무마하기 바쁘고, 피해 학생의 편에 서있는 교사 정욱을 회유하기 위해 무던히 애쓴다. 또한 피해 학생 부모의 학교 방문을 막아서는 학교 관리자와 경비들 모두 의도하지 않았지만 가해자의 위치에 선다. 그러니까 피해 학생을 대변해주고 편들어줘야 할 시스템도 자신의 피해를 막기 위해 가해 학생의 편에 서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힘을 더해주는 건 자신의 지위를 활용할 수 있는 부모의 존재들이다. 큰 병원 이사장, 전 경찰청장 등 높은 지위를 이용해서 피해 학생을 두 번 짓밟는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를 제시하는 영화
이 영화의 이야기에서 또 눈에 띄는 건, 가해 학생들의 부모는 무척 이성적이고 침착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감정에 흔들리기보다 이성적으로 자신의 자식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동원한다. 하지만 피해 학생의 부모는 감정적이다. 울음을 터뜨리고 화를 낸다. 그리고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호창은 이성적인 판단을 하다가도 감정적으로 바뀌기도 한다. 영화의 훌륭한 점은 현실을 잘 반영하면서도 그들이 가진 특성을 훌륭하게 구분 짓기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영화의 반전 때문이 아니라 이야기에 등장하는 각 인물들의 위치와 행동에 더욱 씁쓸함이 느껴진다.
호창 역을 맡은 배우 설경구는 이 영화에서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연기를 보여준다. 자신의 아들의 생각과 감정을 알기 어려워하고 진짜 일어났던 일들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하는 아버지의 얼굴을 잘 표현해냈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인물로 등장하는 임시 교사 정욱을 연기한 배우 천우희도 정규직과 피해자의 입장에 서는 것을 고민하고 결국 자신의 의지대로 결정해내는 역할을 잘 소화했다. 나머지 가해 학생의 부모로 등장하는 배우 오달수, 고창성, 김홍파 등도 아주 이성적으로 진실을 은폐하려는 부모를 실감 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지훈 감독은 과거 <싱크홀>이나 <타워>, <7광구> 같은 오락영화를 많이 연출했던 감독이다. 하지만 그런 오락영화 이외에도 <화려한 휴가>나 <코리아>같이 탄탄한 드라마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연출한 경험이 있다. 사실 이번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이미 5년 전에 촬영과 편집을 마친 작품이다. 출연 배우의 안 좋은 일 때문에 개봉일을 잡지 못해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개봉을 하게 되었다. 5년이 지나 개봉하게 되었지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묵직한 메시지는 여전히 현재 시점에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담고 있는 현실은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Rabbitgumi의 영화이야기 유료 뉴스레터에도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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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사라서 아쉽지만 화려한 SF 애니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우주선의 추락으로 인해 지구로부터 4.2백만 광년 거리 떨어진 외딴 행성에 고립된 우주비행사 '버즈(크리스 에반스)', 그의 동료 '엘리샤 호손(우조 아두바)', 그리고 천 명이 넘는 일행들. 행성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고장 난 우주선의 광속 비행 장치를 개발해야 했고, 추락 당시 조종간을 잡고 있던 버즈는 죄책감을 떨치기 위해 시험 비행의 파일럿으로 나선다. 그러나 시험 비행은 실패로 돌아가고, 설상가상으로 광속의 비행으로 인한 시간 지연을 발생하면서 단 몇 분간 비행한 버즈는 수십 년의 지난 행성에 도착한다. 그가 떠난 사이 행성은 '저그 황제(제임스 브롤린)'의 공격으로 인해 황폐해졌고, 버즈는 저그 황제에게 대항하는 동료 엘리샤의 손녀 '이지(키키 파머)'와 그녀의 팀원들을 만나 새로운 임무에 나선다.앤거스 맥클레인 감독의 <버즈 라이트이어>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새로운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버즈 라이트이어의 모험을 그린 SF 애니메이션이자 <토이 스토리> 시리즈에서 파생된 스핀오프 격 영화다. 다만 <토이 스토리>에 등장한 장난감 '버즈 라이트이어'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장난감 '버즈 라이트이어'는 본 작의 주인공인 우주 비행사 버즈 라이트이어를 모델로 만들어졌고, <토이 스토리> 1편 당시 앤디가 이 영화를 관람한 후 버즈 라이트이어라는 캐릭터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언급된다.
그래서인지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분위기를 기대하고 <버즈 라이트이어>를 본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개봉 전 아이맥스 버전 상영을 강조한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스페이스 오페라 분위기가 강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또 <버즈 라이트이어>에게 이전까지의 픽사 애니메이션을 기대하더라도 당황스러울 수 있다. 영화의 지향점이 다르다 보니 직관적인 재미로 무장한 오락성과 대중성은 확실하나, 기존 픽사 영화에서 맛볼 수 있었던 감동과 메시지가 설 자리는 줄어든 까닭이다.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 <버즈 라이트이어>의 매력
<버즈 라이트이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명백히 SF, 스페이스 오페라의 장르적 쾌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엄연히 <토이 스토리>의 극중극이라고 밝힌 것이나, 버즈의 성우를 본래 담당이었던 팀 앨런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본체인 크리스 에반스로 변경한 것은 그 방증이나 다름없다. 그래서인지 <버즈 라이트이어>는 매 장면마다 뇌리에 강렬하게 각인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수많은 영화들의 오마주로 빼곡히 채워 넣고 있다. 우선 냉동 수면 상태로 미지의 행성으로 향하는 장면은 <프로메테우스>나 <아바타>처럼 행성 간 여행을 다룬 영화들과 유사하다. 외계 행성에 착륙하여 식민지를 만드는 것도 <아바타> 시리즈와 닮았다. 광년(光年)이라는 의미의 제목인 '라이트이어(Lightyear)'가 암시하는 상대성 이론에 의한 시간 지연이라는 소재는 <인터스텔라>를 연상케 한다.
이에 더해 스페이스 오페라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스타트렉>과 <스타워즈> 시리즈의 요소들도 빼놓을 수 없다. 낯선 행성에서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착륙하거나 사고로 인해 외계 행성에 불시착하는 것은 <스타트렉> 시리즈를 닮았다. 한편 <토이 스토리> 2편에서 버즈와 대결한 바 있는 저그 황제의 존재나 거대한 우주선의 디자인, 그에 맞서 저항하는 세력의 존재, 그리고 안드로이드 로봇들의 등장은 <스타워즈> 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이처럼 다양한 오마주의 조합은 <쥬라기 공원>, <스타워즈> 등 80년대 초 다양한 영화에 대한 찬사를 담고, 또 일부 SF 장르를 오마주했다는 맥클레인 감독의 인터뷰가 전한 그대로다.
그렇다고 해서 <버즈 라이트이어>가 그저 오마주의 집합체인 것은 아니다. 러닝타임을 가득 메우고 있는 액션 시퀀스들은 버즈의 매력으로 가득하고, 그 덕분에 영화는 고유의 개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 실제로 포기를 모르는 캐릭터인 버즈는 다양한 상황에서 온갖 종류의 액션을 선보인다. 손을 쥐게 만드는 광속 비행 시퀀스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 생명체 및 로봇들과의 사투, 그리고 버즈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비행 팩을 이용한 활공까지 활극에 어울리는 시원한 장면들로 가득하다. 또 이러한 장면은 영화 프로모션에서 줄곧 강조된 아이맥스의 역할도 강조해준다. <버즈 라이트이어>는 픽사가 최초로 개발한 3D 애니메이션 IMAX 카메라로 제작되었는데, 이는 액션 시퀀스의 역동성을 강조해주며 빛을 발한다.
픽사 애니메이션 <버즈 라이트이어>의 매력
또한 버즈와 버즈의 팀이 만들어가는 따뜻한 드라마에서는 픽사에게 기대할 수 있는 매력도 느껴진다. 비록 배경은 우주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실수와 협력이 있다. 우주 특공대 대위인 버즈는 좋게 말하면 책임감이 크고, 나쁘게 말하면 독불장군인 캐릭터다. 거추장스럽다면서 신입 장교의 존재를 마뜩잖아하는 그는 모든 위기 상황을 혼자 돌파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의 독선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불시착한 행성에서 외계 생명체의 공격을 받은 버즈는 급하게 우주선을 이륙시키다가 실수를 저지르고, 천 명이 넘는 일행을 고립시키고 만다. 이에 자신의 실수를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그는 몇 번이고 탈출을 위한 광속 비행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의 비행은 뜻대로 진행되지 않고, 그렇게 완벽주의자이자 영웅인 그는 세상을 구하는 데 실패한다. 수십 년이 지난 낯선 행성에서 그의 곁에는 로봇 고양이 '식스(피터 손)'만이 남는다.
우주 특공대의 영웅에서 외톨이가 되고, 죄책감과 좌절감에 빠져들었던 버즈. 그러나 인생의 가장 어두운 지점에서 그는 앞으로의 삶을 바꿀 경험을 한다. 다 함께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외계 행성에 침공한 저그 황제의 로봇 군대와 싸워야 하는 버즈. 그는 뛰어난 실력자들로 구성되었다고 생각했던 이지의 팀이 훈련조차 받아보지 않은 오합지졸이었음을 알게 된 후 실망감을 숨기지 못한다. 그러나 숱한 고비를 넘기고, 로봇들의 추격을 따돌리면서 버즈는 조금씩 팀원들의 진가를 깨닫고 그들의 능력을 인정하며, 그렇게 하나의 팀으로 거듭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듯이, 모든 부담을 혼자 떠맡을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협력이야말로 정말로 큰일을 이룰 수 있는 힘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이처럼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해야만 헤쳐나갈 수 있는 위기가 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개인주의적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픽사다운 교훈을 전하는 듯 보인다.
픽사이기에 아쉬운 <버즈 라이트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즈 라이트이어>는 끝끝내 한끗이 아쉽다는 인상을 지우지는 못한다. 화려한 볼거리와 감동적인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2%가 부족하다. 메시지가 지나치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열정과 협력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버즈의 이야기는 분명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살 수 있다. 버즈와 버즈의 동료들이 원팀으로 거듭나는 과정도 뿌듯하다. 그러나 그 임팩트가 강렬하지는 않다. 과거 픽사 애니메이션이 선사했던, 환상적이면서도 매우 현실적인 깨달음이나 배움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버즈와 그의 동료들이 진정한 팀으로 거듭나는 과정에 담긴 의미를 온전히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공과 실패에 매몰되기보다는 삶의 매 순간을 즐기는 게 우선이라고 노래하던 <소울>과 같은 특별함을 <버즈 라이트이어>는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작중 버즈는 자신의 실패 덕분에 협력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저 실패가 아니다. 그보다는 완벽주의자이자 엘리트인 버즈가 실패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우주 특공대원으로서 버즈는 철저한 능력주의자로 묘사된다. 그의 자부심과 명예는 그가 사관학교에서 고난을 겪으며 쌓아 올린 능력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그는 처음 만난 팀원들을 계속해서 시험하고 또 불신한다. 그들에게 충분한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하며,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자 팀으로서 움직이기를 거절한다. 과거 상관이자 동료였던 엘리샤의 손녀인 이지마저도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한다. 다른 팀원들이 특공대원 옷을 입는 것조차 불만스러워하며, 엘리샤와 공유하던 시그니처 대사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를 그들과 나누지도 않는다. 또 그는 다른 팀원들의 상처도 보지 못한다. '모(타이카 와이티티)'가 자신의 실수 때문에 모두를 위험하게 했다고 자책할 때, 그를 위로하는 다른 팀원들과 달리 버즈는 그의 책임을 재확인하는 말을 내뱉고 만다.
이러한 버즈의 모습은 현대 사회 속 엘리트의 부정적인 면모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역사학자인 토마스 프랭크는 <민주당의 착각과 오만>에서 엘리트들은 서로를 존중하지만 그들의 범주 밖에 있는 이들에게는 연대 의식을 갖지 못하며 연민도 느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일정 수준에 이르지 못한 이들은 자신들과 동일한 수준의 능력을 지니지 못했기에 동등한 대우를 누릴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작중 버즈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부정적 면모 덕분에, 버즈의 변화에서는 깊이 있는 사회적 메시지가 느껴진다. 버즈의 실패는 능력주의 사회와 엘리트들 역할과 기능에 한계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변화는 단순히 팀워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어려움과 부담감을 털어놓으며 마음의 문을 여는 버즈의 변화는 한계를 노출한 능력주의 사회를 개선할 방법인 협력과 연대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최정예 요원들 대신 이지와 다른 팀원들을 우주 특공대로 받아들이는 버즈의 마지막 선택이 인상적인 이유이고, 픽사다운 메시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처럼 한 차원 깊고 넓은 메시지는 러닝타임 내내 잘 전해지지 않는다. 일반적인 이야기 밑에 숨어 있는 메시지와 감동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그들이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는 특정한 모멘텀이 필요한데, 전반적으로 평탄하게 전개되는 영화에는 그런 대목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버즈 라이트이어>는 미션에 실패한 영웅이 원인을 깨닫고, 능력적으로나 인격적으로나 한 단계 성숙해진 다음 기어코 임무를 다해낸다는 왕도적인 스토리라인을 착실히 따른다. 그래서 픽사 애니메이션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예상을 빗겨나가는 반전도 없다. 그나마 저그 황제의 목적과 정체가 반전이라면 반전이지만, 주요 소재인 광속 여행, 상대성 이론, 시간 지연의 개념을 토대로 이를 유추하는 데 어려움이 크지 않기에 그 충격은 반감된다. 시선을 강탈하는 고양이 로봇 삭스의 활약도 혼자서 변수를 만들어내는 수준은 아니다. 그 결과, 일반적인 이야기를 뛰어넘는 픽사만의 날카로운 통찰력은 끝내 빛을 보지는 못한다.
버즈 라이트이어는 픽사를 상징하는 캐릭터 중 하나다. 1995년에 개봉한 세계 최초의 장편 CG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는 픽사의 성공 신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작품이었고, 그 중심에는 투톱 주인공인 우디와 버즈가 있었다. 이처럼 픽사의 아이덴티티나 다름없는 캐릭터를 화려하고도 도전적인 영상으로 되살려냈다는 점에서 분명 <버즈 라이트이어>에게는 박수가 아깝지 않다. 다만 버즈와 함께 30여 년 간 발전해 온 픽사의 스토리텔링 역량을 고려하면 기대에 살짝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어쩔 수는 없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세 개의 쿠키 영상에서 그 아쉬움을 달랠 실마리가 찾을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A(Acceptable, 무난함)
버즈의 다음 비행을 기대케 하는, 화려하거나 평범할 픽사의 스페이스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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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립 투 그리스> 개봉기념 ! 넷플릭스로 떠나는 방구석 여행 5
여러분 ! <트립 투> 시리즈를 아시나요?
<트립 투 이탈리아>로 시작해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트립 투> 시리즈가
이번 <트립 투 그리스> 2021.07.08 개봉을 마지막으로 시리즈 막을 내린다고 해요.
약 10년간의 대장정 끝에 막을 내린다니, 아쉬움이 가득한데요.
코로나 19로 인하여 여행을 못가 몸이 근질근질 하실 여러분들을 위해서
씨네랩이 여행 쿨타임 잔뜩 채워줄 방구석 랜선 여행 영화를 가지고 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1. 트립 투 잉글랜드 The Trip - 마이클 윈터바텀
2021.07.15 공개 예정
코미디 / 영국 / 112분
영국 여행
" <트립 투 이탈리아>를 즐긴 당신, 이번엔 잉글랜드다! 막 중년에 접어든 두 남자 스티븐 쿠건과 롭 브라이든은
'옵저버' 매거진의 제안으로 영국 북부 최고의 레스토랑을 도는 여행을 떠난다.
6일동안 6개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흔적을 따라가며
예술과 사랑, 인생을 논하는 두 남자.
여전히 인텔리전트한 잉글리쉬 듀오의 먹고 마시고 웃는 여행이 시작된다.
Trip Maketh Man! "
2.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at Pray Love - 라이언 머피
드라마, 멜로로맨스 / 미국 / 139
이탈리아, 인도, 발리 여행
" 안정적인 직장, 번듯한 남편, 맨해튼의 아파트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지만,
언제가부터 이게 정말 자신이 원했던 삶인지 의문이 생긴 서른 한 살의 저널리스트 리즈.
결국 진짜 자신을 되찾고 싶어진 그녀는 용기를 내어 정해진 인생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보기로 결심한다.
일,가족,사랑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무작정 일년 간의 긴 여행을 떠난 리즈.
이탈리아에서 신나게 먹고 인도에서 뜨겁게 기도하고 발리에서 자유롭게 사랑하는 동안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
이제 인생도 사랑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
3. 맘마미아 ! Mamma Mia! - 필리다 로이드
코미디, 뮤지컬, 멜로로맨스 / 영국, 미국, 독일 / 108분
그리스 여행
" 그리스의 작은 섬에서 엄마 도나와 살고 있는 소피는 행복한 결혼을 앞둔 신부.
그러나 완벽한 결혼을 꿈꾸는 그녀의 계획에 흠이 있다면
결혼식에 입장할 손을 잡고 갈 아빠가 없다는 것!
우연히 엄마의 일기장을 발견한 소피는 아빠로 추정되는
세 남자의 이름을 찾게 되고, 엄마의 이름으로 그들을 초대한다.
결혼식 전날, 소피가 초대한 세 남자가 그리스 섬에 도착하면서 도나는 당황하게 되는데 ...
과연 소피의 아빠는 누구일까? 그리고 이들의 결혼식은 무사히 끝날 수 있을까? "
4.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To All The Boys : Always and Forever - 마이클 피모그나리
멜로로맨스, 드라마, 코미디 / 미국 / 115분
한국여행
" 한국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대학 입시는 결과만 기다리면 된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라라 진. 하지만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다.
나의 미래, 거기에도 피터가 있을까? "
5.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 벤 스틸러
모험,드라마,판타지 / 미국 / 114분
아이슬란드 여행
" '라이프' 잡지사에서 16년째 근무 중인 월터 미티.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상상'을 통해 특별한 순간을 꿈꾸는 그에게
폐간을 앞둔 '라이프'지의 마지막 호 표지 사진을 찾아오는 미션이 생긴다.
평생 국내를 벗어나 본 적 없는 월터는 문제의 사진을 찾아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등을 넘나들며
평소 자신의 상상과는 비교 할 수 없는 거대한 어드벤처를 시작한다.
누구보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월터,
그 누구도 겪은 적 없는 특별한 생에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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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헐크버스터가 온다!
#왓이프 #아이언맨 #마블레고
2021. 06. 08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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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https://www.epidemicsound.com/*영상 타임라인*
00:00 왓이프 아이언맨!
00:41 유출된 레고
02:32 왜 사카르에?
03:06 레고가 페이크라면?
03:55 접점이 없는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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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리타니안 영화 후기 / 911테러 혐의자들에 대한 충격적인 대우 / 관타나모 다이어리 원작 / 실화바탕 /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 수상작 /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언제나 멋있다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모리타니안” 후기입니다.
엔드크레딧과 병행하는 실제 인물들의 감동적인 쿠키영상이 있습니다.#911테러, #관타나모수용소, #실화바탕, #베네딕트컴버배치, #조디포스터, #골든글로브여우조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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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건 기다리는 게 아니야, 찾으러 떠나는 거야! 새로운 세상을 알려준 루가 봄과 함께 떠났다 사야카는 처음 겪는 이별이 낯설기만 하다 오래전 아들을 잃은 할아버지 후세와 함께 헤어진 이들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려 하는데… 그곳에서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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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척살소설가> 메인 예고편
6년 전 실종된 딸을 찾고 있는 관닝.
어느 날 그의 앞에 묘령의 여인 투링이 나타나
소설의 작가인 루쿵원을 죽이면 딸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는 거래를 제안한다.
이에 관닝은 그녀의 위험한 제안을 수락하고 루쿵원을 죽이기 위해 접근한다.
한편 루쿵원은 자신의 팬이라 밝힌 관닝을 그의 소설에 등장시키고
관닝은 곧 소설이 현실을 바꿀 수 있음을 깨닫게 되는데...
현실을 바꿔 딸을 구할 것인가? 소설을 바꿔 딸을 구할 것인가?
소설과 현실이 이어진 평행이론의 세계관!
펜 끝에서 창조되는 새로운 세계의 문이 지금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