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8-28 16:09:43
[SIWFF 데일리] 계속하는 시원함으로
영화 <수궁>
SYNOPSIS
4대 국창 가문의 마지막 전수자인 정의진(79세)은 동편제 수궁가의 전수자를 찾고 있다. 서편제의 인기에 밀린 동편제 ‘수궁가’를 지키는 길은 2020년 국가중요무형문화재가 되는 길뿐이라고 믿는 정의진은 문화재 선정을 위해 4시간이 넘는 완창 공연을 준비한다. 정의진은 많은 제자 중에서도 마땅한 전수자를 찾지 못하지만, 제자들은 소리를 하며 행복하다고 말한다.
PROGRAM NOTE
판소리는 시간이 흘러야 한다. 시간이 흐르고 소리가 익어 삶을 응축했을 때, 그때야 비로소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올 수 있다. 〈수궁〉에서 소리를 하고, 배우고, 또 이어가려는 이들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시간의 예술, 판소리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악보도 없이 500여 년 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음표도 없어 전수자의 소리를 듣지 못하면 제대로 익힐 수 없는 판소리는 무엇보다 시간을 붙잡고 또 흘려보내는 일이 중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시간은 여성 소리꾼들에게서 소리를 앗아간 원인이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수궁〉은 4대 국창 가문의 마지막 전수자 정의진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소리를 한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에 대해 차분히 풀어 놓는다. ‘수궁가’를 전수하고자 제자들을 가르치는 그의 모습에는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를 알고 있는 자의 조심스러움이 묻어나고, ‘수궁가’를 배우는 이들에게선 앞으로의 고됨을 짐작하면서도 결코 놓을 수 없는 소리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그들의 분투를 먹먹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은 가문도 목청도 소리를 할 수밖에 없이 태어났지만, 마음가는 만큼 소리를 쫓을 수 없는 이들의 삶이 비단 과거의 것만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송아름]

이 영화는 자신의 목적을 분명하게 한 문장으로 말하고 시작한다. 사라져가는 판소리를 전승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라고. 수궁가라니 어쩐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노래를, 별주부전 애니메이션에 ‘범 내려온다’를 얹어 보여주어 사실 우리와 멀지 않은 노래임을 깨닫게 한다. 별주부전의 판소리가 수궁가였던 것이다.
이 영화에 담긴 인물, 정의진 선생님은 양암제 수궁가의 전승을 고민하며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쪽 찐 머리 아래 경량 패딩과 트레이닝복 바지. 어느새 판소리의 세계에도 이만큼이나 시간이 흘렀다. 그래도 89년생 제자에 01년생 제자까지, 계속 배우는 사람들이 있다. 정의진 선생님은 이 오랜 세월 내내 판소리계에 있던 사람은 아니다. 결혼과 육아로 '경력 단절'이 되어 있던 시간. 뭐, 이유와 양상은 조금씩 달라도 낯선 이야기는 아니다.
정의진이라는 이름의 역사를 훑는다. 국악을 무서워했다는데, 무서워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그 무게를 무의식 중에라도 가늠했기 때문이 아닐까. 정말 모르는 사람은 무서워도 않았을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끌려 결혼했고 육아를 하며 소리와 멀어졌지만, 그는 끝내 소리를 마주한다.
일순 무서워도 괜찮다. 때로는 숨기고 싶어도 괜찮다. 우리가 평생을 들여 마주해야만 하는 것들은, 언젠가 헷갈리지 않고 마주하게 된다. 이는 정의진 선생뿐 아니라 그 제자들의 삶에서도, 아직 살 날이 창창한 제자들의 삶에서도 어른어른 비춰지는 사실이다.

영화에서 훑는 정의진 선생님의 인생사도 기구하고 독특하지만, 무엇보다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그런 일이 있었어.” 라고만 말하고 마시는 순간이었다. 가끔 너무 거대해 말하기 어려운 것들, 아마 그렇게 말하는 게 최선일 만큼 수없이 많았을 일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후회가 없다. 다만 견뎌야 할 것이 많을 뿐이다.
나 같으면 그렇게 뒷걸음질치지 않겠다고 말하며 제자들을 가르치는 단호한 모습에서, 정의진 선생님의 그 마음이 묻어난다. 물론 그 선생님의 마음 못지 않게 제자들의 마음도 굳건하다. 정의진 선생님 못지 않게 그 제자들의 이야기 또한 흥미로웠다. 차라리 돈 벌 걸 그랬나 했다가도 쭉 가보기로 했다 말하는 다슬 씨, 소리는 타고 나야 한다는 말에 좌절했지만 스마트폰을 켜고 소리를 연습하는 01년생 은영 씨, 무대에 서는 일에 이미 익숙한 은서 씨, 그리고 배우는 사람인 동시에 가르치는 사람으로 20년 넘게 소리를 해온 지선 씨. 연습 장소로 쓰려고 노래방을 만들고, 가진 걸 다 내어서라도 전수자가 될 수 있다면 하는 소망을 품었다는 지선 씨의 이야기가 특히나 흥미로웠다.

소리를 전수할 사람을 고민하는 정의진 선생님 앞에서 제자들은 흔한 상상도처럼 서로를 시샘하거나 모함하지 않는다. 그저 각자의 길을 계속 간다. 간절히 바라는 것과 별개로 각자의 길을 계속. 선생님이 힘겹게 계속해 가듯, 제자들 또한 이어가고 있다. 그 모습을 세심히 비춤으로써, 이 영화는 정의진 선생님과 제자들을 딱딱한 수직선에 도열하는 대신 각자의 둥근 세계를 품은 예술가들의 풍성한 세계로 알알이 그려낸다.
그 덕분에 이 여성 예술가들의 대화와 노래는 더없이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퓨전’을 하면 소리를 버린다는 선생님과 그 이유를 묻는 제자 사이에 감도는 것은 아옹다옹 감정 싸움이 아니라, 두 예술인의 진지한 고찰과 주관이다. 각자의 길을 쭉 가보는 여성들이, 그 길에서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통감하며 체득한 각자의 예술 세계다.
오랜 하대와 괄시의 역사에서도 계속해갈 방법을 찾고, 아무튼 이어갈 길을 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풍성하게 담겨 있어 좋았다. 서로 고마워하는 30년대생부터 50년대생까지의 어르신들 모습도 보기 좋았다. 서로 옷 매무새를 다듬어 주고, 꼬맹이 많이 늘었다며 칭찬도 해주는 모습이 좋았다. 망가져도, 예쁜 분장 아니어도, 예술이라는 자부심으로 가득하여 자기 일을 사랑하는 직업인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목 상태부터 결혼이나 출산까지 무수한 각자의 현실 앞에서 고민하며 계속하는 예술가들의 모습이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 '계속한다'는 것이 단순히 일직선을 그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따금 끊어지고 떨어져도 다시 시작하기를 계속한다는 의미이다. 정의진 선생님의 생애부터가 그렇다. 선생님의 시간은 회피하고 싶었던 과거, 여전히 숨기고 있는 현재, 소리가 사라질까 두려운 미래로 깜빡깜빡 불안하게 빛나며 여기까지 왔다. 거기에는 선생님이 처한 사회의 상황과 사람들의 시선 같은 것들이 작용했다.
여전히 정의진 선생님의 이름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다. (유명세를 위해 소리를 하는 건 아니지만, 청청한 마음으로 무대에 오르는 사람으로서 여러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니까.) 얼핏 보면 세간에 널리 알려진 소리꾼들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하는 시선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게는 깜빡깜빡 점멸과 반짝임을 이어간 선생님의 시간이, 전 생을 다해 보내온 모스 부호처럼 느껴졌다. 순간순간 보면 불안하게 깜빡이는 것 같아도, 이어 보면 의미를 갖는. 정의진 선생님의 소리 생애는 미래에 어떤 의미로 가 닿을 것이다. 살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기도 할, 더러는 그만두기도 할, 그러나 끝내 소리를 향한 애정을 품을 제자들의 삶에 이미 가 닿았듯, 이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도 다가오고 있다.
시대가 변하여 이제는 청바지를 입고 연습실을 대여해서 소리 연습을 하거나 스마트폰으로 녹음을 하지만, 그 애정은 표표히 살아남아 몸에서 몸으로 전파된다.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각자의 벽 앞에 앉아 각자의 소리, 각자의 고독, 각자의 싸움을 계속하는 작업이다. 영영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세계에 손을 뻗는 마음이다. 방에서 시작하여 산에서 폭포 소리를 이겨내고 동굴과 바다로.

그러나 소리가 단지 외로움만 먹고 크는 예술은 아니다. 소리는 어디까지나 공명이니까. 같이 울리는, 감정을 전하는 것이니까. 정의진 선생님이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우고 나서 ‘소리를 계속했으면 어땠을까’ 싶었을 때쯤, 할 수 있다 해준 다른 소리꾼의 존재가 있었으니까. 무대를 함께 멋지게 빛낸 동료들이 있었으니까. 할 사람은 해야 한다는 걸 잘 아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어려웠던 시절, 예술이 예술 되지 못하게 했던 세상의 차가운 시선, 복잡다단한 상황 속에서도 그는 다시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가치를 지키는 사람 못지 않게 그를 알아보고 심사하여 기록하는 사람 또한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평가는 절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가 얼마나 귀한지를 알아보고 기록하는 작업이니까.
장소를 가득 메우고 울리는 소리처럼, 저들이 지키는 꿈과 사랑도 앞으로 쭉 가득가득 울려 퍼지길. 원대한 유명세나 큰 무대만이 성취라서 그런 걸 바라는 게 아니라, 자기 사랑에 최선을 다하는 저들이니 그 아름다운 모습이 계속되길 바라니까. 그냥 좋아서 한 사람들, 앞으로도 그냥 좋아서 계속 할 수 있길 바라니까.

마지막으로 꼭 언급하고 싶은 것.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풍성한 면면 중에는 우리 소리 자체의 재미와 의의도 있다. 저잣거리에서 왕을 까내리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대사 하나하나에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 녹아 있는 게 너무나 우리답고 좋았다. 자진모리와 휘모리, 어쩌면 그보다 더 빠른 세상의 속도에 설설 깎여 나가는 우리의 소리들이 즐겁게 지켜지면 좋겠다. 그리고 좋아서 계속하는 사람들이 외롭지 않을 만큼의 관객, 이들의 가치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감상과 해석이 뒤따라 주었으면 좋겠다.
2023.08.27. 16:00-17:32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4관 (상영코드 322)
2023.08.29. 19:30-21:09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5관 (상영코드 521)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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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폴아웃(The Fallout, 2021) 리뷰
영화 <폴아웃(The fallout)이다.
메건 파크 감독의 2021년작 작품이며, 넷플릭스 드라마의 웬즈데이로 각광받았던 제나 오르테가와 매디 지글러 주연의 영화이다. 국내 OTT로는 웨이브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영화 더 폴아웃(The Fallout)/ 줄거리
"고교 총기난사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소녀들과 소년들의 이야기"
주인공 베이다는 첫 월경이 시작된 동생과 연락하기 위해 수업 중 화장실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우연히 교내 인기스타이자 인플루언서인 미아를 만나게 된다.
내심 동경하던 대상을 만난 베이다는 그녀에게 말을 건다.
하지만 복도에서 울린 한발의 총성에 둘은 대화는 멎는다.
곧이어 비명소리가 사방으로 퍼지고, 베이다는 미아의 손을 잡고 화장실 칸에 숨는다.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두 주인공은 입을 틀어막고 두려워 하지만, 다행히도 총기난사범은 아니었다.
다행이란 말이 무색한 피해자의 형이었다.
동생을 잃고 온통 피투성이가 된 퀸튼과 베이다, 미아 셋은 화장실 한 칸을 공유하며 숨죽인다.
피할 수 없는 운명
영화의 도입부는 일반적인 청소년 영화와 같게 시작하지만 얼마 있지 않아 오케스트라 같은 비명소리와 총성이 울려퍼진다. 속수무책의 난사와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겹쳐진다. 운 좋게 도망친 학생들과 그러지 못한 학생들로 나뉘어진다.
영화 초반부터 강렬하게 관객들을 끌어들인 교내 총기난사.
이는 예상치 못한 일이 아니다.
사실은 이미 예고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총기 소지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와 뉴스는 끊임없이 나오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은 없다.
총기 소지가 가능 국가에선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가혹하다고 느끼겠지만, 현실이다.
가장 유명한 교내 총기난사 사건은 아마도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일 것이다.
1999년 4월 20일에 일어난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로도 수많은 총기사고들이 있었다.
2021년도 이후 언론에 등장한 학내 총기난사 사건은 대략 10번으로 꾸준하게 일어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고교 총기난사 사건은 얼마 전 2025년 1월 22일에 일어나, 범인 포함 2명이 세상을 떠났다.
사건 발생, 혼란 그리고 치유
사건 발생으로 같은 아픔, 공포를 공유한 주인공들은 따로 그리고 함께 경험한 충격을 회복해나간다.
외로움을 채우고 사랑을 채우며 각자의 방식으로 스스로 안고 치유한다. 하지만 쉽게 안도할 수는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
한창 혼란스러운 아이들은 회복 과정에서도 상처를 받는다. 점차 스며들듯 일상으로의 한걸음과 뒷걸음질을 반복한다.
영화 <폴아웃>은 총기난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그 안에서 웃음 포인트들도 많은 유쾌하고, 간질거리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사건 발생 이후 꾸준히 미아와 연락하는 베이다. 그 옆에서 sns에 업로드할 영상을 찍는 동생.
청소년들의 sns 중독과 너무나도 쉽게 구할 수 있는 Drugs 등 너무 당연하게 넘어가서 물 흐르는대로 볼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맞닥뜨린 환경들을 보여줘 아이러니하게도 웃음을 자아냈다.
비슷한 류의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인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이라는 애니메이션도 있다. 짧지만 큰 울림을 주는 애니메이션이니 꼭 함께 시청해보길 바란다.
사진 출처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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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툰 원작 드라마 '마스크걸' (feat. 잔인 넷플릭스 나나 고현정)
마스크걸
Netflix, 23.08.18 오픈
스릴러, 청소년 관람불가
한국, 7부작
원작: 네이버 웹툰 <마스크걸>
출연: 이한별, 나나, 고현정, 염혜란 등
무서운 거 못 보는 인간이
살인을 5~6번은 하는 '마스크걸'을 왜 보게 되었느냐...
이거 제가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웹툰이거든요 ㅠㅠ
물론 오래돼서 웹툰 내용을 거의 잊어버렸지만
드라마로 나온다고 했을 때부터 너무 기대 중이었어요!
근데 역시나,, 생각보다 더한 잔인함에
약 3~4일간 끊어서 본 것 같아요 후
미리 잔인함의 강도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별 다섯 개 중 별 다섯 개입니다......
칼 총 유리 뭐 무기로 안 쓰는 게 없을 만큼,,,,,,
심지어 살인도 그냥 살인이 아닌 토막 살인일 만큼
굉장히 무섭고 끔찍해요
모두가 아시겠지만
성형 전 모미, 성형 후 모미, 중년 모미 배우가 모두 다르십니다
배우가 바뀐다고 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없었고요
다만 7부작이라 그런가 전개가 훅훅 진행되더라구요
성형 전 2회, 성형 후 2~3회, 중년 2~3회 이렇게 꾸려져 있어서
모미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알긴 어려웠어요
마스크걸 모미 외에 다양한 캐릭터가 많이 나와요
마스크걸의 팬이자 모미의 정체를 아는 주오남,
주오남의 엄마 김경자, 모미의 딸 김미모,
모미의 첫 살인이 되었던 핸섬스님,
모미 회사 사람인 유상순, 이아름, 박기훈,
술집에서 일하다 만난 김춘애, 미모 딸 친구인 김예춘까지
웹툰은 150부작이었으니
다양한 캐릭터가 나와 전개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건데
7부작으로 꾸리려면 인물을 좀 줄였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ㅠㅠ
회사 사람들, 주오남, 핸섬스님과 동시에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그 회차를 볼 때는 굉장히 짜임새가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뒤로 갈수록 그 캐릭터들은 거기에만 묶여 있고
모미 혼자 빠져나와 다른 에피소드를 진행하다 보니까
그들은 꼭 필요한 역할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부분의 캐릭터가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김경자와 김미모만 빼고요
마지막 에피소드를 담당하는 인물들이라 그런지
가장 파급력이 강한 캐릭터 둘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래서인지 중년의 모미는 주인공이란 생각도 안 들었어요
마지막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김미모라는 생각이......
+) 주오남을 죽인 김모미를 죽이려다 실패한 김경자가
그녀의 딸 김미모를 죽이려고 하는데요
가해자와 피해자로 엮인 관계라
안쓰럽기도 하면서 또 맞말이다 싶고......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아니다 어찌 보면 주인공은 김경자일지도 몰라요
아들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약 20년간,, 모미를 쫓아다니는 인물이거든요
죽을 위기가 4번은 있었던 것 같은데 불사신마냥 계속 살아돌아와요
아무리 픽션이라고 해도 ;;
한두 번 살아오는 건 와 대박이다 싶은데
그게 4~5번 반복되면 그냥 어이없고 웃겨지거든요
'마스크걸'은 시간 구성을 특이하게 만들었어요
2009년이었다가 2023년이었다가
회차마다 2~3번은 왔다갔다 하는 것 같아요
매번 자막에 적어 주니까 불편한 점은 없었는데
성형 후 모미의 감옥 생활은 왜 흑백 처리 했나 궁금해요
캐릭터의 감정선을 따라 흑백 처리한 거였다면
핸섬스님을 죽였을 때부터 흑백이었어야 하지 않나 싶고
과거 얘기를 하느라 흑백 처리를 하는 거였으면
2009년은 더 과거 아닌가 싶고... 설정 오류일까요
반전 요소가 많은 것도 좋았습니다
김경자에게 걸린 김춘애가
김모미는 X년이다, 내 인생의 걸림돌이다 얘기하지만
사실은 김모미와 친한 친구 관계였다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김경자가 10년이 넘도록 미모에게 가스라이팅 했다는 것도
신선하고 신박한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수많은 캐릭터들의 서사를 모두 보여 주지 못하니까
나레이션 처리하는 것도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았어요
암튼 뭐,, 연기 잘하는 배우들 많이 나와서 좋았습니다
고현정 염혜란 안재홍 님은 말할 것도 없고
나나 님도 연기를 이렇게 잘하셨나 싶을 만큼 대단했고
신인인 이한별 님과 신예서 님도 완전 연기 천재시더라고요
특히 나나 님 춤추는 장면에서 반한 사람 한둘 아닐 거라 생각하는데
역시... 애프터스쿨....................
저 사람이 까탈레나를 추던 사람 맞나 싶을 정도로 개예쁨
*스토리: 4/5점
*연출: 5/5점
*영상미: 4/5점
*연기: 5/5점
*OST: 1/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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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누적관객수 500만을 돌파하며 국내 역대 디즈니, 픽사영화 누적관객수 1위로 올라선 <엘리멘탈>
과 시리즈 최고 오프닝 스코어 기록을 6년 만에 경신한 <명탐정 코난: 흑철의 어영>까지 넷째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시작해볼까요?
[1]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7월 넷째 주, 1위를 차지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그 뒤를 잇는 <엘리멘탈>은 총관객수 500만명을 넘어서면서 역대 디즈니,픽사의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개봉한지 4주가 넘어가는 시점에서 아직도 2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20일 개봉한 <명탐정코난: 흑청의 어영>이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1. <미션 임파서블: 데드레코닝 PART ONE>
주말관객수 300만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은 개봉 이후 두 번째 주말에도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7'은 완성도 높은 액션으로 호평받고 있지만 만 팬데믹 여파를 고려해도 개봉 11일째 500만명을 넘어섰던 '미션 임파서블:폴아웃과 비교하면 저조한 수치입니다.
2. <엘리멘탈>
<엘리멘탈>이 <인사이드 아웃>을 넘어 역대 픽사1위 영화로 등극했습니다.
현재까지 500만명의 관객수를 기록하고있으며 6월 14일 개봉후 역주행하며 6주차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2위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전 세대의 호응과 입소문으로 n차 관람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의 흥행 기록에도 이목이 쏠릴 예정입니다.
3. <명탐정 코난: 흑철의 어영>
<명탐정 코난: 흑철의 어영>이 개봉당일 톰 크루즈 주연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을 꺾고 개봉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고, 시리즈 최고 오프닝 스코어 기록을 6년 만에 경신했습니다.좌석 판매율 개봉당일 34% 관객수 11만명을 동원하며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인기를 다시한번 입증했습니다. 극장판으로는 26번째이며 지난 4월 일본 개봉 당시 900만 명 관객 동원을 하며 시리즈 최강 흥행을 한 작품입니다.
4.<바비>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미션 임파서블: 데드레코닝 PART ONE>을 꺾고 1위를 유지한 반면 한국 박스오피스에서는 좀처럼 기세를 못펼치고 있는 형태입니다. <레이디 버드>, <작은 아씨들>로 커리어를 쌓은 그레타 거윅은 새로운 여성상의 '바비'를 그려내면서 개봉이전에도 전세계의 관심을 받게 되었는데요. 다음주 입소문을 타고 역주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
5.<인시디어스: 빨간 문>
공포마니아라면 꼭 본다는 <인시디어스>시리즈의 세번째 이야기 <인시디어스: 빨간 문>은 북미를 제외한 21개국에서 3170만 달러를 기록하고, 북미를 포함해 6400만 달러랄는 글로벌 오프닝 수익을 기록하며 2019년 이후 역대 공포영화 글로벌 오프닝 스코어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지게 되었습니다.
[2]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7월 넷째주 <바비>가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북미에서 같은 날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를 꺾고 개봉 첫날 약 900억이 넘는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2023년 북미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경신하는 한편 <오펜하이머>는 관람등급이 높아 관객층이 제한되는데도 기대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 올해 개봉한 같은 등급의 영화 <존 윅4>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바비>와 <오펜하이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 둘이 합쳐 만든 <바벤하이머>라는 애칭이 붙으면서 흥행에 시너지를 내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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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작은 행동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
얼마전 일하는 엄마들과 밥을 먹다가 육아와 일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돌아보면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엄마들이 사회생활을 한참 하던 때, 그러니까 불과 10년전만 해도 육아휴직이라는게 일반적인 단어가 아니었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나는 ‘어디 여자애가 서울로 학교를 가냐는’ 외할머니의 반대에 부딪혀 외할머니집에서 걸어서 10분거리의 대학교를 가야 했다. 불과 25년전이었는데 외할머니는 아들이 아닌 ‘가시나’를 대학에 보내는 것도 못마땅해 하셨다. 아주아주 보수적인 지역의 보수적인 어른이었지만, 엄마와 아빠가 강력히 주장해서 대학을 보낸 것이다.
‘여자도 전문직을 해야해.’ 결혼해서도 원가족인 외할머니의 투병생활을 돌보고, 남동생들을 케어하며 평생을 전업주부로 살아온 엄마는 내가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했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지만, 내 딸만은 그렇게 살게 하지 않겠다는 엄마의 결연한 의지 덕에 나는 외할머니가 그렇게 싫어 하셨던 이리 저리 떠돌아다니는 직업인 PD가 될 수 있었다. 꽤나 진취적인 직업군에 속하지만, 그래도 여자 PD가 육아휴직을 하고 다시 복직하는 게 일반적인 일이 된 것은 10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2000년 초에 결혼 한 여자선배들을 떠올려 보면 결혼과 출산으로 일을 그만 둔 선배가 더 많다. 회사에서 처음으로 육아휴직을 쓰고 돌아온 선배가 나보다 한살 많은 선배였던 것을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가 엄청난 변화 속에 놓여 있는 중이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은 미국의 여성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마지막 씬에 직접 출연한다 )1950년대 하버드 로스쿨엔 전체 학생의 2%에 해당하는 9명의 여학생 밖에 없었고, 심지어 여자 화장실도 없었다고 한다. 수석졸업을 하고 두아이 까지 키웠지만, 로펌에서는 그녀를 받아주지 않았고 (거절하는 이유도 가지 가지다. 애나 돌봐야지 일은 언제 할거냐. 이미 작년에 여자를 뽑았다. 회사의 다른 여자들이 질투할거다? 등등 )그녀는 로펌 대신 결국 대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게 된다. 그리고 1970년대에 남성보육자와 관련된 한 사건을 접하고 이것이 남성의 역차별 사건이며, 성차별의 근원을 무너뜨릴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하게 된다. 모두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고 할때. 긴즈버그는 남편과 딸의 지지에 힘입어, 성별을 근거로 한 (On The basis of Sex (원제)) 178건의 합법적 차별을 무너뜨릴 재판을 시작하게 된다.
“백 년 동안 계속 져 왔다고 해도 이기려고 노력하는 걸 멈출 이유는 없죠.”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에서 딸 제인이 엄마 루스에게 하는 말이다. 이 대사는 <앵무새 죽이기>의 애티커스 핀치의 말을 인용한 것인데, 그러고 보면 인종차별만큼이나, 성별에 근거한 차별은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일인지… 의의도 정당하고, 의뢰인도 정당하지만, 여성들을 한세기 넘게 같은 논쟁에서 져왔다는 루스에게 딸 제인이 하는 저 말이 이 영화를 다 말해주는 것 같았다.
둘이 함께 택시를 기다릴 때 성추행 발언을 하는 남자들을 향해
“엄마, 남자들이 여자에게 저런식으로 말하게 두면 안돼.” 라고 시원하게 욕을 하는 딸을 보며,
“넌 자유롭고 두려움을 모르는 젊은 여성이야. 20년 전엔 이렇게 행동하지도 못했어.시대가 이미 변했어.“ 하고 말하는 엄마 루스.
차별이 차별인 줄도 모르고 지나왔던 시대를 지나, 우리 자녀들의 열망을 가로 막는 장애물이 되는 조항을 다시 검토하여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 달라고 주장했던 법정씬에서는 여지 없이 또 울컥했다. 실패하고 절망하더라도 결국엔 변화한다는 희망에 대해 말하고 있는 영화.나는 어쩌면 이런 변화의 역사에 살아있는 증인일지도 모른다. 보수적인 지역에서 자라며 차별을 받았지만, 그걸 깨려는 엄마, 이모와 같은 어른들의 도움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고, 이제 딸을 낳고 엄마가 되고 또 나의 일을 하는 이 시간 속에서, 내 딸을 위해 나 역시 매일 매일 크고 작은 싸움을 계속 해오고 있는 중이니까.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작은 행동이 모여 세상을 바꾼 다는 것을 이미 겪었으니까. 승리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나아가야할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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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erter Pursuit
D.P를 보게 된 이유는 단 하나 구교환 배우였다. 독립영화계에서 활동하는 배우 겸 감독으로 알고 있었는데 2020년 연상호 감독의 <반도>로 상업영화에 출연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반도>를 시작으로 <킹덤:아신전>, <모가디슈>에도 출연했는데 항상 무언가 아쉬웠다. 아니 신경 쓰였다는 표현이 더 맞다. 나만 느끼는 건 아니었다. 인터넷에서 "자꾸 신경 쓰이는 남자 - 구교환"이라는 글도 봤다. 더 엄청난 매력과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자꾸 입맛만 다시게 했다. <모가디슈>를 본 이유도 구교환 배우였는데 다 보고 나서 집에 가는 길에 화도 났다. "아 쫌만 더 나오게 해 주지!" <킹덤:아신전>은 더욱 그랬다. 그런데 이번에 넷플릭스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를 잔뜩 했다. 예고편을 보니 내가 처음 구교환 배우가 나오는 영화 <4학년 보경이>를 봤을 때 느꼈던 '이 남자 뭐지..?' 했던 모습이었다. 능청스럽고 잔망기가 다분한 모습. 내가 보고 싶었던 구교환 배우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8월 27일 개봉하자마자 바로 시청했다.
드라마는 탈영병을 잡는 군인들인 D.P조 이야기다. 그에 맞게 드라마는 처음부터 군대의 가혹행위를 보여준다. 상급자들이 하급자들에게 군기를 잡으려는 건지 그냥 괴롭히는 건지 모를 얼차려를 시킨다. 못이 길게 박혀 있는 벽에 머리를 박게 하고 로열젤리를 준다면서 하급자 입 안에 가래침을 뱉으려고 한다. 병장 황장수(신승호)가 이병 안준호(정해인)에게 언어폭력을 내뱉을 때, 부대 내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박 중사(김성균)가 등장한다. 하지만 박 중사는 그런 상황을 아무렇지 않아 한다. 이후에도 쭉 부대 내 상급자들은 가혹행위를 보고도 말리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안준호 이병과 한호열 상병(구교환)은 한 팀이 되어 박 중사(김성균)의 지시 아래 탈영병을 잡으러 다닌다.
그들이 탈영병이 된 이유는 그냥 군대가 싫어서, 치매 걸린 할머니를 보호하기 위해도 있었지만 보통은 군대 내 괴롭힘이었다. 그중에서 제일 마음이 아팠던 탈영병은 조석봉 일병(조현철)이었다. 유도를 배운 조석봉 일병은 사람을 때리는 게 어려워서 유도를 그만두었다. 상급자들에 괴롭힘에도 묵묵히 참고 자신보다 하급자들에게 한없이 친절하다. 하지만 끝이 없는 상급자들의 괴롭힘에 조석봉은 야위어간다.
결국 조석봉은 폭발해 상급자를 때리고 탈영한다. 그리고 자신을 지독히도 괴롭혔던 황장수 병장을 찾아가 납치한다.
그를 막기 위해 박 중사를 비롯한 D.P조들 뿐만 아니라 같은 부대였던 군인들이 무장해 쫓는다. 먼저 조석봉 일병을 발견한 D.P조들은 그에게 온갖 회유의 말을 한다. 한호열은 군대를 믿지 못하는 주석봉에게 우리가 함께 군대를 바꾸자고 말한다. 하지만 주석봉은 그 말에 냉소를 짓는다.
"저희 부대에 있는 수통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 아십니까? 1953...
6.25 때 쓰던 거라고.. 수통도 안 바뀌는데 무슨.."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
무장한 군인들에 둘러싸인 주석봉은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 말하고는 황장수가 아닌 자신에 머리에 총을 쏜다.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고 '왜 네가 죽어'라는 말이 나왔다. 왜 주석봉이 죽어야 했을까. 옆에 있던 황장수는 죽은 주석봉을 보고 죄책감을 느끼긴 했을까. 아니면 살아서 다행이다 안도했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선 마음이 무거웠다. 답답하고 회의감이 들었다. 그리고 나라면 방관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깨달은 것이 있다. 군대뿐만 아니라 어느 곳에서든 이같은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건 우리보다 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안준호, 한호열, 주석봉보다 더 쉽게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들은 방관한다. 아니 무시한다. 그리고 피해자들에게 또 방관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준다.
"뭐라도 했어야지. 그들을 그렇게 둬서는 안 됐지."
드라마는 시작 전에 대한민국 병역법 제3조 문장을 띄운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난 후에는 저 문장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D.P조들은 살고 싶어서 도망쳐 나온 탈영병들을 다시 군대로 돌려보낸다. 그들을 ‘살리겠다는’ 이유로.
D.P조들은 그들을 살린 걸까 죽인 걸까..
스토리도 스토리였지만 드라마를 보는 내내 음악이 너무 좋았다. 음악감독이 누군지 찾아보니 학창 시절, 닳도록 들었던 프라이머리였다. '자니', '물음표', '시스루', '러버', 'Island' 좋은 노래가 너무 많아 손에 꼽기도 어렵다. D.P가 첫 음악 감독 데뷔작이라고 하셨다. 감각적이고 영한, 한마디로 인스타그램 감성이 느껴지는 음악들이었는데 드라마랑 참 잘 어울렸다. 구교환 배우로 시작했지만 음악뿐만 아니라 구멍 없는 연기들에, 연출에 오랜만에 깊이 여운이 감도는 드라마를 만났다.
사진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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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한 집필까지 5% 덜 쓴 것 같은 추리소설 하나
습격당한 기억
"도와주세요!" 문 밖에서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뭐지? 문 밖에서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 때마침 문 밖에는 경찰들이 있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사람들. 경찰은 방 안에 있던 남자를 체포했다. 죄목은 살인. 남자가 있던 방에는 여자 한 명이 사체가 되어 쓰러져 있었다. 객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완벽한 밀실이었던 범행 장소 514호. 밖에서도, 안에서도 문을 열 수 없다. 경찰로 연행되는 남자. 남자의 이름은 유민호였다. 잘 나가는 IT기업의 CEO였던 유민호. 그의 사회적 성공에 필요한 준비물은 여러 가지였다. 그중 하나는 허울뿐인 결혼생활이었다. 피살당한 여자 김세희는 유민호의 불륜녀였던 것. 유민호가 유력한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그의 불륜사실까지 세상에 드러났다.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재판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 유민호는 변호사를 선임하려 했다. 원래 회사에 법률 자문 담당 변호사가 있지만 무슨 사정이 있어 다른 사람에게 턴이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어느 카페에서 문서를 다듬고 있는 중년의 여성은 양신애다. 양신애 변호사는 카페 안에서 유민호가 유력한 용의자로 몰린 그 살인사건의 문서를 보고 있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받는 양신애. 양신애는 전화통화를 마치고 차를 타고 어느 외진 곳에 있는 별장에 도착했다. 인사를 나누는 양신애와 유민호. 양신애 변호사는 유민호와 대화를 나눈다. 사건의 진상을 천천히 되짚어 보는 둘. 둘은 그렇게 사건의 진상에 도달한다.
이런 장르 좋아해요
후더닛 무비라고 했던가. 범인이 누군지 찾는 영화는 나의 취향 저격이다. 어렸을 때 집 어딘가에 꽂아놓은 <셜록 홈스> 시리즈를 기억한다. 2편에서 셜록이 죽었다가 어느 편에서 다시 살아나고. 그 살아나는 배경에는 팬들의 원성이 있었고.. <셜록 홈스>가 나올 때나 지금 21세기나 어쨌든 사람 사는 것은 별 다를 바 없다고 느낀다. <명탐정 코난> 시리즈부터 시작해 미드 <셜록>까지 재탕에 삼탕까지 나왔던 드라마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바스커빌 가의 개>다. 이상한 동물이 기어 다니는 한 가문의 정원. 마치 해치를 연상케 하는 동물이 뛰어다녀 사람을 죽이고 다녔지만 의외로 흑막의 정체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이 <바스커빌 가의 개>는 인간이 아닌 초자연적인 상황처럼 보이는 현상이 돌고 돌아 결국 사람의 행동으로 결론이 나는 그런 소설이었다.
이 <자백> 역시 '어떻게 가능할까?'의 기원을 좇는 후더닛 무비다. '후더닛 '이라는 단어는 'Who done it?'이란 말의 줄임말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가며 추론하는 재미가 이 장르의 특성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상응하게 영화의 끝을 따라가다 보면 반전이 있다. 이 반전이 들어가는 쾌감은 영화를 보는데 아주 큰 재미가 된다. 몇 년 전에 개봉했던 <나이브스 아웃>이 불현듯 생각난다. 누가 범인인지를 찾다가 결국 누가 진범인지 알려주는 영화. 영화는 섹시하게 딱딱 달라붙으며 마지막 엔딩을 위한 카타르시스를 준비한다. 이 <자백>도 이 후더닛 무비의 장르 특성을 그대로 따라간다. 주인공 유민호가 밀실에 갇혀어서 인간이 했을 거라고는 쉽게 믿을 수 없고. 겉으로 보이는 사건 이면에 무언가가 있고. 영화 이야기를 전복시키는 반전이 있고. 내 기억이 맞다면 최근에 이런 종류의 한국영화로 <헤어질 결심>이 있었다. 그런데 후더닛 향 첨가일 뿐이지 이 <헤어질 결심>의 메인 장르는 로맨스물이다. 한국에 이런 영화가 생소했던 만큼 이런 장르적인 시도는 분명히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 영화는 이 스릴러물의 긴장감과 반전 쾌감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강점을 갖는 영화다. 이 덕에 극장에서 무난하게 보기는 안성맞춤이다.
든든하다 든든해
이에 힘입어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우선 주인공 소지섭, 나나 두 배우의 좋은 연기가 돋보인다. 특히 김세희 역을 맡은 나나 배우가 반짝반짝 빛났다. 나와 같은 20대 중반의 관객들이라면 이 배우를 '오렌지캬라멜'로 기억하고 있을 텐데, 그 가수 활동의 희미해질 때쯤 배우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내내 김세희는 안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내면을 묘사한다. 이 '인물 안에 숨겨져 있는 무언가'는 극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초중반부까지 극이 유지하고 있는 긴장감이 있다. 이 긴장감 중 하나에 이 김세희라는 사람이 가진 비밀이 들어가 있다. 이야기가 적절한 편집과 시, 청각적인 연출로 관객의 몰입도를 유지시킨다. 이에 몰입하다 보면 이야기 전개가 묘하게 안 맞는 부분이 있다. 이를 김세희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비밀과 겹치게 연출하며 '그래서 그랬구나' 싶은 쾌감이 느껴진다. 이를 위해 약간 불안해 보이는 눈빛을 갖고 있지만 이면에는 냉정한 사람의 성격을 잘 소화한다. 또 이 인물의 헤어스타일을 통해 입장 처지가 대비되는 느낌이 있다. 이 나나 배우는 어떤 헤어스타일도 잘 소화할 만큼 엄청난 미인이라 감독의 연출 의도도 어렵지 않게 내비치는데 도움을 준다. 소지섭 배우는 연출의 희생양이라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좀 불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몇 군데 있음에도 이 영화에서 이 캐릭터의 개성을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배우의 호연이 빛났기 때문이다.
이 두 배우만큼이나 김윤진 배우도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어떻게 보면 늘 보는 김윤진 배우 연기 같지만 뭐랄까 저렇게 사자 들어가는 직업군의 또래 여자분들 특성을 묘사했다고 생각한다. 이 양신애 배우는 첫마디부터가 이 사람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또 유민호가 어떤 입장에 처해있는지를 간단하게 제시한다. 이 두 가지를 살릴 수 있을 만큼 김윤진 배우는 높은 일관성으로 시종일관 내내 유민호를 압박한다. 이 인물이 왜 당당할 수밖에 없는가? 는 인물을 가로지르는 굉장히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직업적 특성을 꼼꼼하게 살리는 섬세한 감정연기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반전 설계까지 좋았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작동하는 연출 소재는 반전이다. 뭐 이 영화를 보려고 하는 많은 분들이 이 작품에 반전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또 이 영화의 반전은 하나가 아니다. 사람에 따라 개수가 특정될 수 있는 것 같은데 글쓴이는 꽤나 다수라고 봤다. 그러므로 반전이 들어간다는 말은 스포일러가 아니다. 아무튼 영화의 반전이 흐름 적재적소에 잘 배치됐다. 강박적으로 이 반전이 들어가야 해! 의 느낌이 없다. 이 반전은 인물의 성격에서 찾을 수 있고. 어떤 상황은 그전에 제시된 한 장면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고. 엥? 이거 말이 안 되는데? 싶으면 그 부분을 반박하는 후반부의 어떤 것이 제시된다. 이런 식으로 영화의 소재를 맞물려서 설계한 반전은 극에서 크게 작동하는 쾌감이 된다.
이는 앞에서도 쓴 이야기를 연출한 시청각적 특성과도 이어진다. 이야기 구석구석에 서스펜스가 배어있는 영화의 템포는 칭찬하지 않을 수가 있다. 영화의 초반부라고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양신애가 긴 운전을 마치고 유민호의 별장에 도착한다. 이때 양신애는 마치 모든 것을 알았던 것처럼 유민호에게 접근하다. 여기서 묘하게 느껴지는 눈치싸움은 영화의 후반부에 대한 암시이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이야기의 첫 시작을 끊는 좋은 시작점이 된다. 이 눈치싸움은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했던 키워드 '미스터리'와도 관련이 있다. 영화는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았던 순간이 모여 모여 분명한 사실이 되는 역설을 기초로 두고 있다. 이 연출법을 살짝씩만 다르게 변주하며 전하는 서스펜스가 많은 분들의 마음에 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여 모여 사실이 된다'라는 말은 러닝타임에서 어느 정도 극 전개가 예상되는 부분이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전을 느껴도 이야기가 맞아떨어질 때의 쾌감을 생각해보면 마냥 뻔한 맛으로만 밀어붙히지만 않았다는 뜻이 된다고 생각한다. 글쓴이는 가장 극에서 딱 두 개 반전만 못 맞추고 거의 다 적중한 듯하다.
큰 그림은 알차지만 디테일은 약해
그렇게 영화는 본질적인 것을 다 채운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아쉬운 부분이 몇 개 크다. 일단 첫 번째. 원작 <인비저블 게스트>를 지금 왓챠 피디아에서 검색하면 좋은 평이 많이 보인다. 원작 전개를 이 영화가 그대로 따라왔다는 리뷰가 몇몇 보인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는 데 있어 원작의 유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때마침 글쓴이가 원작을 아직 안 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을 쓰는 입장에서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에서 주요하게 작동했던 소재가 있다. 바로 의무기록사본과 전화다. 전자 의무기록 사본은 영화에서 반전의 핵심 요소로 작동한다. 인물의 어떤 행동에 개연성을 덧붙이는 셈이다. 직업이 경찰이 아닌 어떤 인물이 다른 사람의 의무기록 사본을 떼서 사본으로 갖고 있는 거 불법이다. 글쓴이는 강박장애를 꽤나 길게 앓고 있다. 이 강박장애 진단을 받기 전에 병원 가서 상담을 받을지 안 받을지 고민했다. '이거 다른 사람들이 알면 창피한 것 아닌가?' 싶어서 이리저리 수소문도 해보고 주치의 선생님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확실하다. 그냥 불법이다. 그런데 극에서 어떤 인물은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진다. 이게 적지 않은 분들이 신경정신과를 찾을 일이 없어서 어물쩡 넘기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근데 이 부분은 그냥 말이 안 된다. 또 극에서 어떤 인물이 전화통화를 하는 부분이 있다. 이 전화통화는 한두 번이 아니라서 스포일러가 아닐 것이다. 이 통화 중 한 부분에서 영화를 보고 나서 '이걸 이렇게 쉽게 한다고?' 싶은 부분이 있을 것이다. 앞서 의무기록 사본에 대한 내용이나 이 지점이 영화의 단점으로 작동하는 부분은 아쉽다.
또한 가장 큰 영화의 단점은 캐릭터 중 한 명이다. 후반부까지 이 영화에서 연기를 가장 잘했다고 볼 수 있는 인물이 있다. 이 영화에서 이 인물은 굉장히 주도면밀하다. 영화 전반적으로 관통하는 사건의 설계자이자 관련 인물로서 강력한 동기부여가 캐릭터를 지배한다. 오케이. 이 사람이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 동기부여가 어떻게 생겼어? 에 대한 원인도 조각이 맞춰질 때의 쾌감이 어마 무시하다. 이 아이디어도 좋았다. 그런데 이 자체만 좋았다. 이를 위해 그 인물이 어떤 행동들을 해야 한다. 극에서 이 사람이 이런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한 캐릭터의 대사로 암시되긴 한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지나치게 비약이 이뤄진 부분이 있다. 분명히 감독이 의도한 바가 아닐 텐데, 이렇게 과한 능력치가 후반부에서 작동하는 반전 요소로 기능한다. 오히려 설득력이 생기는 셈이다.
그리고 흑막이 최종적으로 밝혀지는 후반부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어떤 사람이 영화 초반부에 '근처에 경찰들이 있다'라고 말한다. 이 대사는 러닝타임을 돌아 어떤 상황과 장소에 도착한다. 그런데 그 대사가 영화에서 없어도 사실 큰 관련이 없다. 단순히 후반부 특정 인물들의 어떤 상황을 관객에게 말해주기 위해 뜬금없는 소리를 집어넣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건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후반부에서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가 왜 적법한지를 바로 전 시퀀스에서 설명한다. 이 시퀀스가 지나면서 바로 직후에 제시되니 설정 오류를 영화가 직접 보여준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뭐 이 영화고 끝나고 난 후의 세계관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만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감독님의 의견이 궁금하다.
그래도 볼만해
영화의 역할이 뭐야?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오락이지!'라고 대답할 수 있다. 영화 재밌으려고 보는 거다. 그리고 영화는 이를 충분히 구실 한다. 위에서 상기하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극장 분기마다 가는 분들이라면 사실 잘 모르고 넘어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그게 누군가의 수준을 가로지르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나와 소지섭의 재발견. 김윤진이라는 베테랑이 이끄는 영화까지. 시청각적인 연출도 잘 들어갔고 군데군데 보이는 영화의 미장센도 돋보인다. 지금 극장가는 살짝 소강상태다. <공조 : 인터내셔날>이 휩쓸고 난 후 살짝 비수기 축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딱히 할 일 없는 분들이라면 괜찮은 추리소설 읽는 겸 극장을 찾으시는 것을 추천한다. 친구, 연인,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10월 29일,
12시에 극장을 나오고 나서 본 뉴스들은
차마 믿을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가족 분들에게 더한 고통이 찾아가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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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작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한 글래디에이터 2 / 넘기 힘든 막시무스의 카리스마 / 덴젤 워싱턴의 팔색조 연기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글래디에이터 2"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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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메인 예고편
유산으로 받은 시골농장으로 이사를 가게 된 남매가
우연히 발견한 유품으로 할아버지가 전설의 고스트버스터즈였다는 걸 알게 되면서 시작되는 새로운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