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08-13 17:24:17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국내 OTT 시장
디즈니+ 상륙
8월 13일 진행된 글로벌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월트디즈니 컴퍼니가 디즈니+의 아시아 상륙 소식을 전했습니다.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호주, 뉴질랜드, 일본, 싱가포르,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서비스중인 세계 2위의 OTT 플랫폼 디즈니+는 디즈니는 물론, 마블, 픽사 등의 우저작권까지 소유한 거대 엔터테이닝 기업으로, 국내에서는 만나볼 수 없었던 다양한 디즈니+ 오리지널 작품들을 드디어 올 11월 만나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특히, 마블 스튜디오의 완다비전(Wanda Vision), 로키(Loki), 팔콘과 윈터솔져(The Falcon and The Winter Soldier), 스타워즈 시리즈 만달로리안 (The Mandalorian) 등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사실에 많은 국내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에 루크 강 월트디즈니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은 "디즈니+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구독자 수 성장과 현지 파트너십 구축 등 지역 내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뛰어난 스토리텔링, 우수한 창의성, 혁신적인 콘텐츠 제공을 통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전 지역의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맞서는 국내 OTT 플랫폼 또한 만만치 않은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지상파 3사와 SKT의 합작품인 웨이브 (wavve)는 드라마와 예능에서 강세를 보이는 국내 OTT 플랫폼입니다. <아내의 유혹>, <펜트하우스> 등을 통해 시청률 보증 수표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한 김순옥 작가의 명작관이 있을뿐 아니라, 2021년 7월 20일부터 1년간 HBO와 콘텐츠 계약을 체결하면서 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왔는데요. 웨이브에서도 첫 오리지널 영화 제작을 발표하여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2022년 개봉을 목표로 올 8월 크랭크인 예정인 영화 <젠틀맨>은 흥신소 사장 지현수가 살인 누명을 벗으려다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는 경쾌한 범죄 오락물로, 주지훈과 박성웅이 캐스팅을 확정지으며 기대를 끌어 올렸습니다. 일약 스타덤에 오른 한소희의 하차는 아쉬운 부분이지만, 400억원 규모의 펀드가 조성된 만큼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이에 맞서는 CJ의 '티빙' 역시 예능과 드라마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국내 OTT 플랫폼인데요. 최근,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은 물론, 한지민, 임윤아 주연의 영화 <해피 뉴 이어> 등의 공개를 앞두며 승승장구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올 하반기 오리지널 드라마 <내과 박원장>을 통해 또 한번 웃음 폭탄을 떨어트릴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코믹 연기로 파격 변신을 예고편 이서진과 코믹 연기의 달인 라미란이 만난 드라마는 1도 슬기롭지 못한 초짜 개원의의 '웃픈' 의사 생활을 그린 현실 밀착형 코미디입니다.
그리고, 아직 여타 플랫폼에 비해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어떤 플랫폼보다 많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쿠팡플레이 역시 첫 오리지널 코미디쇼 출시를 밝혔는데요. 거침없는 풍자와 패러디, 신선한 유머로 고품격 웃음을 선사할 쿠팡플레이의 첫 오리지널 코미디쇼 <SNL 코리아>는 9월 4일 첫 방송 확정과 함께, 역대급 호스트 이병헌의 출연 소식을 밝혀 화제를 모았습니다. <SNL 코리아>는 신동엽을 필두로 안영미, 정상훈, 김민교, 권혁수까지 오리지널 크루는 물론, 웬디, 김민수, 김상협 등 뉴페이스 크루의 합류로 더욱 업드레이드된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디즈니+가 상륙할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OTT 콘텐츠와 함께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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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인 1부 / Alienoid, 2022
<도둑들, 2012>과 <암살, 2015>의 연달은 천만에 관객들은 자연스레, "최동훈 감독"의 차기작에 관심이 쏠렸다. 그런 그가 무려, 7년 만에 선보이는 <외계+인>은 미래와 고려 시대의 만남만으로도 충분히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드는 데에 충분했다.
하지만, 걱정도 있다. <범죄의 재구성, 2004>을 시작으로 <타짜, 2006>와 <도둑들, 2012>까지 일명, "케이퍼 무비"는 흥행과 평가 모두 챙긴 것과 달리, <전우치. 2009>와 <암살, 2015>같은 시대극은 평가들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이를 염두 했는지, 회사 이름도 "케이퍼 필름"이다)영화는 2022년, 외계인 죄수를 지구의 인간 몸에 가두어 관리하는 "가드"는 어느 날, 서울 상공에 떠있는 우주선을 발견한다. 근데, 1391년 고려 말. 얼치기 도사 "무륵"과 번개를 쏘는 여인 "이안", 그리고 신선 ‘흑설’과 ‘청운’, "밀본"의 "자장"까지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부딪힌다.
630년을 거쳐 지난 두 시간대의 공통점을 찾자면, 그건 "신검"으로 과연 "신검"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1, 상당히, 단순한 영화
영화 <외계+인>의 제목 "1부"에도 보듯이 23년에 개봉할 2부와 동시 촬영한 기획된 작품으로 이야기가 늘어진다 해도, "1부"라는 부제에 관객들의 노한 마음은 한층 수그러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말선초"에 해당되는 고려 말과 2022년 현대의 이야기를 어떻게 소개하고, 접점을 가져갈지?'에 <외계+인>의 재미 또한 결정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영화 <외계+인 1부>의 전개는 상당히 정직하다. (다른 말로는 직선과 같다고 해야 할까?)분명히, 두 시간대의 이야기를 번갈아면서 보여줌에도 1부의 이야기 전달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게임으로 친다면, 같은 모양의 블록을 모아서 연쇄하는 "애니팡" 혹은 "뿌요뿌요"를 한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 혹자는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가리키는 모양을 누를 수 있겠지만, 이를 무시하고 연쇄를 노리는 플레이도 할 수 있다.
이에 빗대어 본다면, 전자에 속하는 1부는 눈앞의 당근을 걸어둔 말과 같이 달려나간다.2, 시원했다가 끝내 답답해지는...
좋은 말로 한다면 답답함이 없다.
극 중. ‘흑설’과 ‘청운’의 콤비를 비롯하여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김우빈, 그리고 "무륵"을 맡은 "류준열"의 코미디로 가벼운 톤을 유지하기에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마저 전달된다.
하지만, 나쁜 말로 풀어보자면 그만큼 쌓이는 설명들이 없기에 후반부 전개에 고초를 겪는데 대표적인 구간으로 "가드"의 부성애, 번개를 쏘는 여인 "이안"이 신검을 가져야 하는 동기와 함께 "무륵"의 정체이다.흔히,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 가장 염려하는 것은 지켜야 할 철칙들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외계+인>은 요즘 유명한 '버스'를 태우며, 과거를 꼭 바꿔야 할 동기를 세게 쥐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간대에 있어야 하는 정도?)
여기에 "무륵"의 정체에 있어서도 <해리 포터>시리즈의 "호크룩스"처럼 나름 충격적으로 다가오지만, 잦은 플래시백으로 그 쾌감이 오히려 덜해진다.
이외에도 "가드"와의 유사 부모 관계 또한 누적된 설명이 부족하니 "신파"로 느껴져 관객들의 불만을 사게 만든다.3. 아직, 2부가 남았으니 (하략)
이런 문제는 모든 캐릭터들이 똑같이 분량들을 가져올 수 없다는 것에 있다.
극 중. 중요한 배역을 맡은 "문도석"을 맡은 "소지섭"만 하더라도, 필요한 설정만을 배분한 채 시작한다.
철저히, 우연성에 기대니 이후 아우라를 뿜어내려 해도, 별다른 이야기가 없어 여타 캐릭터들과 동일하게 느껴지는 복·붙(복사 붙이기)의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영화 <외계+인 1부>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이기에 추후 2부에 따라 느낌은 달라질 수 있다. - 다만, 1부만의 느낌으로는 굳이 이렇게까지 판을 벌렸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tmi. 1 - 쿠키 영상 1개가 있는데, 여기에 나오는 배우 "이하늬"의 역할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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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블랙머니》, 같은 사건, 다른 선택... 인간은 언제나 선한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 누구도 나에게 영화 《블랙머니》를 영화관에서 보라고 추천하지 않았다. 나중에 VOD 서비스 나오면 봐도 상관없는 영화라 말들을 했었는데,,, 영화관에서 안 본 것을 후회한다. 영화 《블랙머니》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진 상태에서 봐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매력적이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블랙머니》 시놉시스
고발은 의무! 수사는 직진! 할말은 하고 깔 건 깐다!
일명 서울지검 ‘막프로’! 검찰 내에서 거침없이 막 나가는 문제적 검사로 이름을 날리는 ‘양민혁’은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가 자살하는 사건으로 인해 하루 아침에 벼랑 끝에 내몰린다.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내막을 파헤치던 그는 피의자가 대한은행 헐값 매각사건의 중요 증인이었음을 알게 된다.근거는 의문의 팩스 5장! 자산가치 70조 은행이 1조 7천억원에 넘어간 희대의 사건 앞에서 ‘양민혁’ 검사는 금융감독원, 대형 로펌, 해외펀드 회사가 뒤얽힌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대한민국 최대의 금융스캔들,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블랙머니》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동기가 개인적이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던 작품
영화 《블랙머니》가 만족스러웠던 이유는 조사를 시작한 이유가 지극히도 개인적인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숨기지도 않는다. 무언가 큰 사건을 조사하거나 중책을 맡을 경우 이러한 장치물들의 작품에서는 굉장히 사명감 높은 검사나 정치인이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며 사건을 파고드는 약간의 영웅적인 루트를 타기 마련이다.
하지만 영화 블랙머니 속 양민혁 검사는 자신이 성추행 검사라는 누명을 벗기 위해 그 원인이 스타펀드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검찰 내의 팀과는 별개로 동분서주하면서 증거를 찾으러 다닌다. 그래서 솔직히 공감을 더 할 수 있었다.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검사보다 나의 오명을 벗기 위해 열심히 파헤치는 저 오기가 더 현실성있게 다가왔달까? 그리고 사실 무슨 사회를 위해~ 이런 것보다 개인적인 이유를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더욱 진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서 마지막 장면에 양민혁 검사가 성추행 검사가 ‘나’고 그 오명을 벗기 위해서 이 사건을 수사해왔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선과 악의 경계에 있는 이하늬
어찌보면 영화 속에서 빌런으로 등장했다고 볼 수 있는 이하늬. 사실 초반부터 이하늬가 아이폰을 들고 나오길래 현재 스타펀드와 함께 있지만 결국에는 양민혁 검사화 같은 편에 서겠구나..! 싶었다. 아이폰은 악역에게 주어지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 양민혁 검사 입장에서는 엄청난 빌런짓을 해버리고 만다.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사안이 조작된 것이며 그 관련자가 자신이 그토록 믿었던 이광주 전 총리와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양민혁 검사를 도와주며 사건을 바로 잡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하늬는 마지막 순간 자신의 꿈을 위해서 양검사와 약속한 조작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
조작된 자료가 담겨져 있는 가방이 클로즈업 될 때 망설이면서도 끝내는 발표하겠지 했는데 아니었다. 이하늬 입장에서는 2000억이라는 아버지의 돈이 회수가 되어야 자신의 꿈이ᅟᅥᆻ던 한국의 영향려기 강해질 수 잇는 국제통상로펌을 세울 수 있다.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이하늬에게는 최선이었던 것이다. 정말 그 로펌이 세워지고 국제 통상 과정에서 한국이 강대국들에게 밀리지 않고 정당한 조건에서 교류가 이뤄질 수 lTek면 결과적으로 선이겠지만 스타펀드 매각 건에 대해서 악의 역할을 햇던 선악이 명확하게 구분될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 캐릭터가 아닌가 싶었다.
나라는 일제 강점기에만 팔아먹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현대에도 나라를 팔아먹는 사람들이 많지만 많은 사람들은 기억을 잘 못한다는 것이다. 뉴스가 터질 때마다 나라 팔아먹은 놈!! 이라고 욕을 하지만 그 다음날 되면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딱히 하지 않는다. 하지만 친일파는 제대로 기억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친일파와 함께 이런 사람들도 나라 팔아먹은 놈이라고 대대손손 기억에 남아야 할텐데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건드릴 수 없는, 현재에는 너무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뭔가 씁쓸하다. 블랙머니 마지막 장면에서 실제 있엇던 론스타 사건과 관련해서 형벌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하는 장면에서 이렇게 씁쓸할 수가 없었다.
거창한 사명감을 강조하지 않고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로 한 사건에 다가갔고, 옮음과 그름에 대한 판단을 다룬 영화 《블랙머니》.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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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한다고 XX! 「러브 라이즈 블리딩」
정신분석가 에리히 프롬에 따르면,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상대방을 지키겠다는 판단이자 결의'다. 사랑에 대한 그의 정의를 받아들인다면 사랑이란 일종의 자기 파괴다. '모든 이해란 오해'라는 니체의 말을 받아들였을 때도, 사랑은 일종의 자기 파괴다. 이해할 수 없는 필연적인 오해를 지키겠다는 결의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에서 '로맨틱'은 잠깐이고 지리멸렬한 갈등은 법칙이다. 성공하는 사랑 이야기는 로맨틱 '코미디'에 밖에 없다. 진짜 깊은 사랑은 서로를 파괴한다.
로즈 글래스가 연출한 「러브 라이즈 블리딩 Love Lies Bleeding」의 사랑은 어떤가. 헬스장 매니저로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던 ‘루’ 앞에 보디빌딩 대회 우승을 꿈꾸는 자유로운 영혼 ‘잭키’가 나타난다. 첫눈에 서로를 알아본 그들은 스테로이드(?)를 나눠 맞으며 사랑을 나누고, 잭키가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는 날에 함께 지겨운 도시를 떠나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시도 때도 없이 가정폭력을 당하는 언니를 도우려던 '루'의 시도가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결국 '잭키'는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폭력을 숨기기 위해선 더 큰 폭력이 필요한 법. 피비린내 나는 그들의 사랑은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진다.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단 주요 캐릭터들의 존재감이다. 여성 보디빌더 '잭키'를 연기한 케이티 오브라이언의 무게감은 말할 것 없고,'루'를 연기한 크리스틴 스튜어트 역시 지금껏 보여준 연기의 관성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지만 지겹게 느껴지진 않았다. 약간 우스꽝스러운(변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음에도 위엄을 잃지 않는 에드 헤리스는 명불허전이다. 저런 머리를 하고 있는데도 무서운 건지, 저런 머리를 하고 있어서 무서운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강렬한 캐릭터 뒤로는 미덕과 아쉬움이 동시에 있다.
우선, 테마적인 면에서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은 '힘'이다. 이 '힘'이라는 것이 가질 수 있는 양태를 다면적으로 다루었다는 것이 「러브 라이즈 블리딩」의 영화적 미덕이다. 사랑의 힘이라는 것이 발현되는 구체적인 형태와 성격은 세계의 인구수만큼 많다.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인 잭키를 보자.
잭키
이 영화에서 '힘'은 중요하다. 우선 '잭키'부터가 순수한 힘을 쫓는 보디빌더이다.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도망쳐 거리의 삶을 살았던 '잭키'에게 힘은 곧 생존이다. 순수한 힘을 향한 '잭키'의 집착은 영화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사격장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면접 자리에서 '잭키'는 총 같은 도구보다 육체 본연의 힘을 더 믿는다고 말한다. 체육관 앞에서 몇몇 남자들과 난투극을 벌인 후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루'에게 '잭키'는 "내가 그들을 이길 수 있어"라고 말하는데, 이는 '잭키'가 '루'에게 처음으로 정색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잭키'의 힘은 미숙하고 약하다. 그것은 버려진 두려움에서 비롯된 자기방어기제이기 때문이다. '잭키'가 격투기 선수나 역도 선수가 아닌 보디빌더인 점도 의미심장하다. 사실 보디빌딩은 '힘'을 쫓는 운동이 아니라, '미美'를 쫓는 운동이다. 실제로 보디빌딩의 번역어는 '육체미'다. 아름다운 몸(물론 여기서 '아름답다'의 기준은 근육의 크기, 강도, 균형 등이긴 하다)을 가꾸는 시합이지, 강력한 몸을 가꾸는 시합이 아닌 셈이다. 엄밀히 말해 보디빌딩은 스포츠로 분류되지도 않는다.
스스로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잭키'에게 원한 건 강한 게 아니라 강해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잭키'는 시도 때도 없이 거울을 보며 자신의 근육을 관찰하고 포즈를 취하고, 누군가에게 강해 보이기 위해 불필요하게 선을 넘기도 한다(사격장 면접 씬과 헬스장 앞 난투극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으면 자유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믿는 기대도 어리숙하고 헛되다. 영화 속에서 묘사된 보디빌딩 대회를 보면 그다지 큰 규모도 아님을 알 수 있는데, 그런 대회에서 상을 몇 개 받는다고 인생이 크게 변할 순 없다. 감독이 어디까지 현실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애초에 훈련만큼 휴식과 영양, 값비싼 불법 약물 등이 더 중요한 보디빌딩에서 '잭키' 같은 사람이 성공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작중에서 '루'가 '잭키'에게 스테로이드를 권유했을 때 '잭키'는 매우 당혹스러워하는데, 이를 보면 그녀는 한 번도 약물을 사용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을 알 수 있다(이때 '잭키'는 '루'에게 스스로를 내추럴*이라고 말하는데, 정말 신념이 있어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럴 기회가 없었던 것뿐이다. '루'가 스테로이드를 공짜로 제공하겠다고 말하자 '잭키'는 곧바로 중독에 빠진다).
결과적으로 '터프함', '강함'에 대한 잭키의 어리숙한 집착은 그녀를 살인자로 만든다. 사실 영화 속에서 '잭키'가 살인을 할 이유는 딱히 없다. 물론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폭력성 과다, 숨기고 싶은 과거(잭키가 처음 도시에 왔을 때 일자리 알선을 위해 '루'의 형부와 원나잇을 했었다) 등이 엮여있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살인을 설명하긴 무리다.
정작 당사자인 '루' 역시 '잭키'의 개입을 원치 않았음에도 굳이 그녀를 돕겠다고 나서 살인까지 저지른 건 순전히 '잭키'의 어리광이다. 물론 그 미숙한 집착이 개인의 개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 문화 탓에 자라났다는 사실도 분명하지만.
*불법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보디빌더. 흔히 피트니스 업계에서 내추럴과 로이더는 함께 경쟁하지 않는다.
랭스턴
그에 비해 '랭스턴'(루의 아빠)이 가진 힘에의 의지는 결이 좀 다르다. 대형 사격장의 주인이자 총기 밀매 업자인 '랭스턴'은 실질적인 힘을 추구하고, 실제로 힘을 가지고 있다. '랭스턴'은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의 유력자다. 사업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을 깔끔하게 '처리'할 능력도 가지고 있고, 막대한 부를 축적해 공권력까지 손에 넣고 주무른다.
'랭스턴'이 가진 힘에의 의지가 어디서 비롯된 건지는 영화 속에서 드러나지 않지만, 어쨌든 영화 속 시점에서 그것은 '잭키'의 자기방어기제 단계는 넘어선지 오래로 보인다. 총을 좋아하냐는 자신의 질문에 '잭키'가 총보단 스스로의 힘을 믿는다는 엉뚱한 대답(사격장 매니저를 뽑는 자리였으니까)을 했을 때도, '랭스턴'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잭키'를 채용한다. 아마도 그것은 '잭키'가 힘에 대한 미숙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아차리고 언젠가 자신을 위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었지 않았을까(실제로 그는 '잭키'를 '처리'의 도구로 이용한다). 거울을 보며 스스로의 근육을 구경하는 '잭키'에게 사격을 경험시키면서 "진짜 '힘'은 이런 것"이라고 위계(?)를 보여주는 장면 역시 '랭스턴'이 가진 지배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예다.
그러나 강력한 힘을 가진 '랭스턴'의 지배 욕구는 단순하지 않고, 그래서 그의 욕구 역시 불완전하다. '랭스턴'은 힘이나 돈으로 찍어누르는 1차원적인 지배를 원하지 않고, 좀 더 완결적이고 총체적인 지배, 그러니까 '완전한 장악'을 원한다. 그에게 인간이란 사무실에서 애지중지 기르는 애완용 벌레 같은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과거 '랭스턴'이 딸인 '루'를 자신의 사업(총기 밀매)에 끌어들이려고 한 것 같은 묘사를 생각해 보자. 보통 영화에서 성공한 갱이나 마피아들은 자식을 범죄로부터 멀리 떨어뜨려놓으려 하기 마련인데, '랭스턴'은 '루'에게 사업을 가르쳐 주고 일에 방해되는 사람을 '처리'하는 방법까지 가르친 것으로 보인다. 영화 속 '랭스턴'의 묘사로 볼 때 그에게 인력이 부족해서 '루'가 필요했던 건 아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랭스턴'은 '루'를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했다. 다만 그에게 사랑이란 '자아의 연장'이자 '힘의 확장'과 유사한 개념이었을 뿐이다.
'루'의 언니가 가정폭력으로 병원에 입원한 것을 계기로 '랭스턴'과 '루'는 불편한 재회를 하게 된다. 이때 '랭스턴'이 '루'를 대하는 방식은 결코 미움이나 혐오가 아니다. 미움보다는 '그냥 내 말 듣고 시키는 대로 했으면 편하게 잘 살았을 텐데 사서 고생이냐'는 전형적인 K-아버지식 태도에 가깝다. 나아가 '잭키'가 저지른 실수 탓에 '루'가 곤경에 빠졌을 때도 '랭스턴'은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루'를 돕는다.
그러나 극의 후반부 결국 그의 사랑은 힘을 갖지 못한 채 막을 내리게 된다. 그의 사랑은 끝없는 자기 확장 욕구의 발현 방식이었을 뿐, '자기 파괴의 감수'까지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루'가 '랭스턴'의 입지를 흔들만한 비밀을 폭로하려 하자, '랭스턴'은 곧바로 돌변했다.
데이지와 베스
작중 양아치 남편 JJ로부터 끊임없이 폭행을 당하면서도 그를 떠나지 못하는 '베스(루의 언니)'와 '루'를 짝사랑하는 '데이지'가 가진 힘의 욕구는 수동적이고 퇴행적이다. 그러나 분명히 그들에게도 욕구가 있다.
'베스'는 양아치 남편에게 가정폭력 피해를 당하지만, 그럼에도 그를 떠나지 못한다. 일반적인 가정 폭력 피해자들의 경우와는 다르게 '베스'는 강력한 무력과 재력을 가진 아버지가 있음에도 JJ를 떠나지 못하는데, 이는 '베스'가 가진 왜곡된 사랑 탓이다. (작중 '베스'의 이야기가 많이 다뤄지지 않지만) 심각한 폭행으로 병원에 입원한 자신을 타이르는 '루'에게 '베스'는 "너는 (자기 파괴적인) 사랑을 몰라"라며 JJ를 옹호한다. 이에 더해 '베스'는 '루'와는 달리 아버지 '랭스턴'과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왔던 듯 묘사되는데, '베스'는 사랑이 가진 자기 파괴적인 속성을 온몸으로 수용하지만(JJ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악행 역시 감내했다) 그 의미를 오해하고 있다. 나와 근본적으로 다른, 그래서 이해될 수 없는 타인을 지키겠다는 결의로서 사랑은 무비판적인 수동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힘을 가질 수 있는 사랑은 상대를 향한 적극적인 행동 양식이다. 베스가 진정 JJ를 사랑했다면, JJ의 인격적인 성장을 위해 힘썼을 것이다. 그게 JJ를 떠나는 방식이 된다고 하더라도.
데이지의 경우는 전형적인 '왜곡된 사랑' 그 자체다. 우선 영화는 데이지의 미성숙을 도드라진 방식으로 보여준다. 다 큰 어른이지만 우유와 사탕을 입에 달고 살고, 유아적인 표정과 말투를 가졌다. 다 빠져버린 치아의 상태를 봤을 때 아마도 그녀는 마약을 남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그녀는 '루'에게 대마초를 권유하기도 한다).
'데이지'는 '루'를 향한 집착에 가까운 짝사랑을 가지고, 이에 대한 '루'의 반응으로 봤을 때 그 세월도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항상 기름진 머리로 슬리퍼를 끌고 다니는 데이지는 '루'를 자신의 답답한 인생에서 탈출시켜줄 구원자처럼 여긴다. 그들이 체육관 화장실에서 처음 마주치는 장면을 보면, '데이지'를 귀찮아하는 '루'는 마치 어린아이 어르듯 돈을 건넨다. 그러자 '데이지'는 상처받은 듯 실망하지만 이윽고 돈을 보고 웃는 낯을 보이는데, 이와 같은 '데이지'의 양가적인 모습은 영화 내내 계속 반복된다. 특히 시체를 싣고 가던 '잭키'를 목격한 이후, '데이지'는 '루'의 약점을 가지고 선을 넘을 듯 말 듯 교묘하게 그것을 활용하는 태도를 보인다. '데이지'는 순수하게 '루'를 사랑하는 순애보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데이지'는 '루'를 목적으로 대하지 않는다(계속해서 '잭키'와 JJ의 자동차와의 연결고리를 묻는 것은 질문이 아니라 협박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영화의 후반부 삶에서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던 힘(목격자의 지위)을 가지게 된 '데이지'의 행동을 보았을 때, '데이지'의 사랑은 어린아이와 같은 형태의 퇴행적인 자기애에 가까운 셈이다.
루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힘을 가지는데 성공하는 인물은 '루'다. 오직 '루'만이 주체적으로 '자기 파괴'의 결단을 내리는데 성공하기 때문이다. 우선 '루'는 영화가 시작하는 시점에 이미 '랭스턴'의 악행을 스스로 거부하고 독립에 (반쯤?) 성공한 상태다. '잭키'를 먼저 발견하고, 관계를 리드하는 것도 '루'다. '잭키'를 위해 매일 계란 노른자를 분리해 주고, 스테로이드를 제공한다(비록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긴 하지만).
「러브 라이즈 블리딩」 속 주요 캐릭터들은 모두 파괴를 겪는다. '잭키'는 평생을 꿈꿨던 무대를 망치고 살인자가 됐고, '랭스턴'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군 왕국을 잃었으며, '베스'는 엉망이 된 채 JJ를 잃고 '데이지'는 배신당한 채 생명을 잃었다.
그러나 이 중에 타인을 위해 스스로의 선택으로 자아를 희생한 것은 '루'가 유일하다.
'루'는 평생 아버지의 악행을 혐오하며 그와 닮지 않기 위해 우악스럽게 살아왔지만, 결국 '잭키'를 위해 피를 두 번 묻힌다(엉망이 된 JJ의 시체를 숨기며 첫 번째 죄를 저지른 후 영화의 결말에 또 한 번 결정적인 죄악을 저지른다). '잭키'를 위한 '루'의 자기 파괴적 희생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요소는 바로 담배다. 작중에서 '루'는 금연에 대한 언급을 여러 번 하면서도 계속 담배를 끊지 못하는데(금연 교육 테이프를 들으면서도 담배를 피운다), '잭키'가 떠나고 난 후 금연을 선언하고 실제로 금연에 성공한다.
그러나 '잭키'와 함께 사막을 떠나던 중 반쯤 죽었던 '데이지'가 다시 꿈틀거리고 '루'가 이를 다시 처리(?) 하는데, 이때 결국 '루'는 '데이지'가 가지고 있던 담배를 꺼내 물어버린다. 이 장면에서 '잭키'는 세상모르고 낮잠을 자고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루'는 타자를 지키기 위해 (아무도 모르게) 도덕적인 자기 파괴를 감행했고, 결국 (담배처럼) 자기 자신을 갉아먹을 것이 분명한 '잭키'와의 사랑을 스스로 선택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또 '랭스턴'의 저택에서 '루'와 '잭키'가 힘을 합치는 장면을 생각해 보자. '랭스턴'을 물리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물론 '잭키'의 거대화(?)다. 그러나 이 거대화를 가능하게 했던 것, 다시 말해 '잭키'가 그토록 갈망하던 '커 보이는 것 / 강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진짜 '힘(거대화)'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목숨을 걸고 '랭스턴'의 저택으로 돌아온 '루'의 용기 덕이었다.
'잭키'는 모든 것을 잃고 친동생에게 전화해 "(너무 힘드니까) 넌 사랑하지 말라"고 얘기하지만, '루'는 (베스와) 소리를 지르며 싸우다 가다도 "언니 사랑해!!"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힘에 대한 갈망이 가장이 없었던 '루' 만이 진짜 사랑에 도달해 '힘'을 얻었다.
카메라
「러브 라이즈 블리딩」에서 힘을 갈망하는 마지막 주체는 카메라다. 이 영화에서 '형식'은 끊임없이 저 자신을 드러낸다. '루'가 손으로 직접 막힌 체육관 변기를 뚫고 있는 매우 부담스러운 클로즈업으로 시작한 영화는 이후 땀에 젖은 육체와 의미심장한 문구들을 접사한다. 영화 중간중간에 종교화의 색채를 띤 사막 위의 생명체와 기물들을 '몽타주'하는가 하면, 폭력을 전시하듯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연극적인(극단적인) 조명 연출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다가, 종국에는 (약간?) 당혹스러운 CG까지 나아간다. 저 자신의 영화적인 스타일리시를 백분 활용하는 「러브 라이즈 블리딩」의 카메라 역시 힘에 대한 욕구(사랑)가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카메라는 사랑은 어디를 향하며, 또 성공했을까?
그에 대한 가치 판단은 (어느 영화나 다 그렇듯) 영화를 본 관객마다 다를 것인데, 나의 경우 개인적으로 반쯤은 성공했고 반쯤은 실패한 것으로 보였다. 우선 개인적으로 카메라가 [내러티브 - 인물]보다 앞섰다고 보았다(앞서 언급한 클로즈업/조명/인서트들이 내러티브를 돋보이게 한다기보단 저 자신의 스타일에 더 집중한다). 이를테면 '잭키'가 스테로이드 취해 '루'를 토해내는 환상을 보는 장면 같은 겨우, '잭키'가 겪고 있는 어떤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잭키'가 자신 속에 있는 '루'를 토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이야기의 맥락('루'가 '잭키'의 살인을 수습하고 있을 때다)으로 봤을 때 만약 토해내야 한다면 '루'가 '잭키'를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이와 같은 스타일리시의 과잉은 캐릭터와 내러티브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카메라라는 저 자신의 형식에 더 취하는 것으로 보여 아쉬웠다. 그러나 이는 A24 영화의 정체성이기도 하고, 로즈 글래스 감독의 성향이기도 해서, 사실 미덕의 문제라기보단 취향의 문제에 가까울 것이다.
다만 종횡무진 활보하는 '스타일'의 수위를 조금만 더 낮췄다면 '80년대 미국 시골'이라는 배경과 '가부장제를 부시는 아웃사이더'라는 소재와 현대적인 스타일, 이 세 가지 부조화스러운 영화적 요소들이 조금 더 매력 있는 간극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인서트 컷들만 남기도 눈에 튀는 연출들을 배제했다가 영화의 후반부 거인화 장면이 갑자기 툭하고 튀어나왔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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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착오적인 스타워즈의 현주소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제다이들이 몰살당하고 은하 제국이 설립되자 타투인 행성의 외딴 동굴에 잠적한 제다이 마스터 '오비완 케노비(이완 맥그리거)'. 제자였던 '아나킨 스카이워커(헤이든 크리스텐슨)'가 악의 세력인 시스의 유혹에 빠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그는 새로운 희망이 될 '루크 스카이워커(그랜트 필리)'를 남몰래 보호하며 숨죽여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비완은 생존한 제다이들을 사냥하는 빌런 '세 번째 자매(모제스 잉그램)'를 대면하고, 그녀가 루크의 쌍둥이 남매인 '레아 오르가나(비비안 리라 블레어)'를 납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레아를 구출하러 간 오비완의 앞에는 다스 베이더가 되어버린 옛 제자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등장하고, 오비완은 오래전 펼쳤던 다스 베이더와의 운명적인 대결의 순간이 다시 찾아왔음을 깨닫는다.
디즈니+에서 공개된 <스타워즈> 시리즈의 실사 드라마인 <오비완 케노비>는 2005년에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로부터 10년 후 시점을 다루고 있다. 드라마는 악의 세력인 시스를 막지 못한 채 은둔한 제다이 마스터 오비완 케노비가 1977년도 작품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에서 알렉 기네스 경이 연기한 현자 오비완 케노비로 거듭나는 계기를 보여준다.
<오비완 케노비>를 향한 기대는 상당했다. 오비완 케노비라는 캐릭터도 인기가 적지 않은 데다가 애증의 제자인 아나킨 스카이워커도 20여 년만에 같이 실사 시리즈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실사영화였던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혹평과 흥행 실패를 맛본 이후, 근래 <스타워즈> 시리즈가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도 기대감을 증폭했다. 디즈니+ 드라마 <더 만달로리안>이 흥행과 비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고, 이후 <더 북 오브 보바 펫>도 소기의 성과를 이룬 만큼 <오비완 케노비>가 그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6부작으로 구성된 <오비완 케노비>는 거품처럼 부풀어 오른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고, 작금의 스타워즈 시리즈가 얼마나 큰 위기에 처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데 그친다.
물론 프리퀄이자 스핀오프라는 정체성에 충실하기에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 없지는 않다. 우선 이미 모두가 알고 있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보다 풍성하고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 중심에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진주인공인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그의 스승인 오비완 케노비의 애증이 뒤섞인 관계가 위치한다. 특히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에피소드가 인상적이다. <시스의 복수>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후로 자신을 배신, 포기한 오비완에게 원한을 갖고 있던 아나킨은 두 손으로 직접 오비완을 제거하고자 하며, 타락한 제자를 직접 베어야 했던 오비완은 죄책감에 시달린다. 다섯 번째 에피소드는 이러한 아나킨의 집착과 오비완의 회한을 과거 스승과 제자로서 광선검 대련을 하던 오비완과 아나킨의 모습과 대조한다. 이러한 연출은 두 인물의 감정선을 절정으로 고조시킴과 동시에 한 편의 에피소드 내에서는 짜릿한 반전까지 이끌어낸다.
또 여섯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오비완과 아나킨이 쌓아 올린 서사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운명적인 재대결이 등장하고, 이는 <스타워즈> 1, 2, 3편인 프리퀄 시리즈와 4, 5, 6편인 오리지널 시리즈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 중심에는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정체성이 소멸되고, 그 유명한 다스 베이더로 완전히 각성하는 장면이 있다. 제다이였지만 악의 유혹에 넘어가 타락하여 다스 베이더가 된 아나킨. 드라마는 결투 도중 다스 베이더의 헬멧 안에 여전히 아나킨의 얼굴과 음성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며 다스 베이더라는 악인의 내면에 제다이인 아나킨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또 정확히 어느 시점을 계기로 아나킨의 정체성이 사라졌는지를 짚어주면서 프리퀄에서 묘사된 아나킨과 오리지널 삼부작에 등장한 다스 베이더 사이의 괴리감을 줄이고 그의 서사를 보충한다. 여기에 아나킨에게 용서를 구하던 오비완이 다스 베이더가 된 그를 완전히 포기하는 장면까지 더해지면 기존 시리즈에 비해 이들의 비극적인 관계는 더욱 깊어진다.
이처럼 과거의 전설들을 재소환하고, 그들의 서사에 추가적인 내용을 덧붙이는 선택의 효과는 수많은 오마주들 덕분에 극대화된다. 자신이 아나킨을 죽였다는 다스 베이더에게 오비완은 "그럼 내 친구는 정말 죽어버렸군"이라고 일갈하는데, 이는 시리즈 6편인 <제다이의 귀환>에서 "그렇다면 제 아버지는 정말 죽었군요"라고 말하는 루크의 대사와 판박이다. 또한 제다이 마스터로 다시금 거듭난 후 수련을 떠나는 오비완이 어린 루크에게 "안녕(hello there)?"이라고 인사를 건네는데, 이 대사는 <새로운 희망>에서 오비완이 루크에게 건넨 첫 대사 이기도 하다. 오비완에게 포스의 영이 되는 법을 알려주려는 그의 스승 '콰이곤 진(리암 니슨)'과 시스 군주인 팰퍼틴 황제의 재등장 역시 <스타워즈> 팬들이라면 쉬이 흘려보낼 수 없는 순간들이다.
문제는 애매모호한 드라마의 방향성 때문에 위의 장점이 퇴색된다는 점이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오비완 케노비의 드라마여야 했다. 젊고 이상주의적이었던 제다이 오비완 케노비 대신 아끼던 제자의 배신, 동료들의 죽음과 수호하던 국가의 파멸로 인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오비완을 묘사해야 했다. 이와 동시에 미처 끝나지 않은 아나킨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오리지널 삼부작에 등장했던 현자 오비완 케노비로의 변화도 보여주어야 했다.
그러나 막상 공개된 드라마의 초점은 계속해서 흔들린다. 오비완에 대적하는 새로운 빌런인 세 번째 자매의 서사가 겉돌기 때문이다. 사실 세 번째 자매는 드라마의 진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다스 베이더에게 복수심과 혐오감을 품었지만, 그러면서도 그녀는 조금씩 다스 베이더를 닮아간다. 오비완에게 복수하기 위해 악행을 거듭하는 다스 베이더처럼 그녀도 복수심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며 타락한다. 그런 그녀가 스스로의 악행을 반성하고 갱생하는 전개는 완전히 악에 물드는 다스 베이더와 제다이의 정체성을 되찾는 오비완과는 또 다른 맥락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작중 그녀와 오비완의 접점이 거의 묘사되지 않다 보니, 두 주인공은 각자의 성장과 변화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 결과 세 번째 자매는 좀처럼 오비완과 다스 베이더 사이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심지어 다른 캐릭터의 분량을 빼앗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에 더해 전반적인 구성이나 연출이 세밀하지 않다 보니 방향성을 잃은 드라마의 표류도 끝나지 않는다. 6부작으로 구성된 분량 내에서 다루기에는 전체 내용이 과한 것인지 몰라도, 등장인물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식의 작위적인 전개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불완전한 액션씬 역시 아쉬움을 키운다. 세 명의 성인이 어린 레아를 눈앞에서 놓치는 장면은 억지스럽고, 스톰트루퍼들은 이번에도 주인공들의 활약을 보여주기 위한 밋밋한 뒷배경으로 소비된다. <스타워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광선검 대결도 흔들리는 카메라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거나, 완전하지 않은 CG로 인해 어색한 문제를 노출한다. 이는 시리즈의 중추적 인물인 오비완과 아나킨이 복귀한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큰 결과물이다.
무엇보다도 드라마가 새로운 이야기와 앞으로의 비전을 보여주기보다는 인기 있는 캐릭터들의 이름값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 때문에 본 작의 장점마저도 퇴색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화라고도 불리는 <스타워즈>는 본질적으로 선과 악의 운명적인 대결을 그려낸 거대한 서사시였고, 신화 속 영웅들의 초인적인 활약을 즐기는 시리즈였다. 그런데 1970년대에 등장한 <스타워즈> 속 이야기는 현시점에서 사실 더 이상 소구력이 없다. 선악의 구분이 확실했던 냉전 시기와 달리 현대 사회의 많은 주체들은 선악의 이분법으로 손쉽게 나뉘지 않으며, 현대인들은 거대한 악보다도 모습을 감추고 있어서 예상할 수 없는 테러와 같은 악을 더 위협적으로 여긴다. 그래서 악을 처단하는 선한 영웅보다는, 쉽사리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정글과도 같은 현실에서 영웅은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해 매 순간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공감을 자아내기에 더 용이하다.
이는 21세기의 <스타워즈>라 불리는 MCU의 '인피니티 사가'가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다. 물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나 <엔드게임>도 비극적 서사시로 보이는 측면이 있으며, 선악의 장엄한 대결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다스 베이더에 비하면 타노스는 현대적 테러리스트에 더 가까운 빌런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철저한 준비와 계획을 통해 전략적 목표를 완벽하게 달성한 후 손 쓸 틈 없이 달아난다. 기습을 당한 어벤져스도 제다이들과는 다르다. 그들은 시스를 완전히 제거하여 우주의 균형을 되찾고 평화를 수복하는 제다이와 달리, 시간을 되돌리는 게 아니라면 결코 완전하다고 볼 수 없는 복수를 하는 데 그친다. 이는 9.11 테러 이후 복수를 꿈꾼 미국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전히 복수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현실과 오버랩된다.
물론 그간 <스타워즈>도 시대상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녹여내 왔다. 당장 프리퀄 삼부작은 은하 의회의 의장이었던 팰퍼틴이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수단을 활용해 은하 제국의 황제가 되는 이야기를 통해 테러와 같은 위협에 맞서기 위해 스스로 자유와 권리를 포기하던 21세기 초반의 세태를 꼬집었다. 근래 스타워즈 시리즈 중 성공을 맛본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만달로리안>의 주인공인 현상금 사냥꾼 딘 자린은 전형적인 영웅이 아니다. 항상 기습과 배신을 경계하면서도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나름의 사랑과 믿음이 있는 그는 보다 현대적인 영웅상에 가깝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역시 제다이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전쟁을 그려내어 호평받았다. 하지만 <오비완 케노비>는 수십 년 전의 인물들을 재소환하여 오래전에 끝맺은 선과 악의 대립으로 회귀한다. 그 결과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 오비완 케노비가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알렉 기네스 경이 연기한 현자 오비완이 되어갈수록 그는 더 평면적인 캐릭터로 변하고, 그와 아나킨의 대립은 흥미가 덜해진다.
<오비완 케노비>를 포함해 현재 디즈니+가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의 작품을 유독 한국에서만 늦게 공개하는 일련의 상황도 결코 작지 않은 문제로 보인다. 이는 한국에서 스타워즈 시리즈의 인기가 적다는 자본주의적 논리에 따른 결정이겠지만, 동시에 디즈니가 스타워즈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긴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자신만의 낭만이 있었기에 지난 수십 년간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절대다수가 악의 세력인 시스와 제국의 편으로 넘어갔고, 몇몇 되지 않는 소수이자 약자인 제다이와 저항군만이 악에 대항하는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한 이들이 기적적으로 승리하는, 대세를 거스르는 용기와 낭만이 숨 쉬는 이야기. 이것이 스타워즈의 매력이었다. 그렇기에 시대의 흐름인 자본주의적 분석을 차별적 대우의 이유로 대는 것이 과연 적절한 지는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 디즈니+는 끊임없이 스타워즈 드라마들을 준비 중이다. 이미 계획 중인 것만 해도 <만달로리안> 시즌 3, <아소카>, <안도르> 등이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들이 전부 과거의 이야기를 확장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게 문제다. <만달로리안>과 <아소카>는 프리퀄과 오리지널 시리즈 사이의 시간대를 다루는 작품이고, <안도르>는 2017년에 개봉한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외전 겸 프리퀄이다. 즉, 이들 역시 본질적으로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대신 이미 정해진 결말로 귀결되는 작품들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또 <오비완 케노비>의 완성도를 보면 <스타워즈> 시리즈의 완전한 부활은 아직까지 요원해 보인다.
P(Poor, 형편없음)
프랜차이즈의 마지막 남은 이름값까지 고갈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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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백요리사>가 흥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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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흑백요리사>를 밤새워가며 봤다. 가장 결정적인 부분에서 끊어버리는 미친 편집력, 한 회 한 회 새롭고 다채로운 미션들로 채워진 기획력. 정말이지 1화부터 12화까지 ‘뭐야 왜 벌써 끝나’를 외치며 정주행 할 수밖에 없었다.
그간 요리사들을 경쟁시키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정말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흑백요리사>는 이토록 사람들을 열광하게 했을까. 물론 앞서 말한 쫄깃한 기획과 편집이 한몫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결정적 트리거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있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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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 편의 영화를 볼 때, 또는 소설책을 볼 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취약하고 가진 것 없는 주인공이 상대적으로 더 잘나고 누가 봐도 힘센 경쟁자와 붙을 때가 아닌가. 이 프로그램은 다윗과 골리앗이 붙었을 때 다윗을 더 응원할 수밖에 없는 관객의 마음을 정확히 저격한 것이다. 심지어 제 이름 석 자조차 밝힐 수 없는 흑수저 셰프들은, 관객의 응원 본능에 더 활활 불씨를 지폈더랬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의 흥미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흑수저를 응원하려면 골리앗이 미워야 하는데, 잘나고 다 가진 백수저 셰프들이 무조건 밉고 싫으냐 하면 그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은 백수저들이 단순히 덩치만 큰 게 아니라 그 지위를 얻기까지 십수 년을 노력하고 땀 흘린 인간적인 존재들임을 심도 있게 조명한다. 역시 진정한 스토리텔링은 악역에게도 감정이입을 하게 만드는 법. 거기에 2차적 열광 포인트가 있었다.
백수저, 괜히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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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을 이룬 사람이 다시 심판대에 서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많게는 50년부터 적게는 19년의 요리 경력을 가진 백수저 셰프들은 소위 말해 돈과 명성 모두를 거머쥔 성공한 직업인이다. 다들 서너 개씩 레스토랑을 소유하고 있거나 누구나 아는 굵직한 레스토랑의 총괄 셰프니까. 다시 말해 그들은 이미 요리 실력 최강자이며,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셀럽인 상태였다.
그런 그들이 까마득한 후배들과 겨뤄서 자칫 지기라도 하면 망신살일 뿐인데도 ‘굳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이다. 그건 가진 걸 잃고 싶지 않은 방어의 마음보다, 자신의 한계와 매너리즘을 깨고 싶은 용기가 더 크다는 뜻일 테다. 나는 거기서 이미 그들이 평범한 백수저가 아니며, 매력적인 골리앗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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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들은 서로 의견이 달라 싸우는 일은 있었지만, 하나같이 겸손했다. 그 점이 너무도 놀라워 보는 내내 인간적으로 감탄했을 정도였다.
세계대회를 심사하는 50년 경력의 ‘여경래’ 셰프는 학벌도 화려한 이력도 없는 흑수저 ‘철가방 요리사’에게 지고도 분개하기는커녕, “저보다 그 후배가 잘했으니까 이긴 거죠”라며 인자한 미소를 보였고, ‘최현석’ 셰프는 자신보다 후배 격인 안성재 셰프의 다소 날카로운 피드백에도 오히려 자신의 오만함을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셰프들의 셰프로 꼽힐 만큼 대단한 입지의 인물이다)
다른 셰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린 후배들의 요리 실력을 인정하고, 칭찬하고, 그들의 모습에서 퇴색됐던 초심을 되찾아 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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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들은 멋있지만, 그보다 더 멋진 사람은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자세를 낮춰 더 배우려는 사람임을, 백수저 셰프들을 보며 새삼 깨달았다.
흑수저, 이름은 없어도 실력은 있는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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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흑수저 셰프들을 바라보는 재미는 그들의 열정과 순수성, 그리고 참신한 요리실력이 아니었나 싶다. 경력으로 치자면 백셰프들에 비해 하염없이 아래지만, 흑수저 셰프들의 실력은 정말 대단했다. 그저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 한 흑수저 참가자의 말처럼 전혀 ‘짜치지 않는’ 요리 실력의 소유자들이었던 것.
너무 많은 참가자들이 눈부셨고, 다재다능했지만 그중 특히 기억에 남는 세 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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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나의 원픽이기도 했던 ‘트리플스타’. 그는 거의 기계나 다름없는 칼질에서부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야채 하나하나 일정한 크기로 써는 그 정확함은 그가 완성도 있는 음식을 위해 몇천 번 몇만 번을 노력했는지 느끼게 했다. 맛은 말해 뭐할까. 요리사의 재능과 노력이 만나면 어떤 음식을 꽃피우는지 매회 감탄하며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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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이모카세’. 파인 다이닝 참가자들이 우세한 프로그램에서 한식, 그것도 누구나 아는 집밥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최종 8인에까지 들었던 그녀는 엄마의 손맛 그 자체였다. 부모님의 병세로 인해 음식장사의 길로 접어들어야 했던 이모카세는 하루에 천 그릇씩 안동국수를 말았단다. 그 시간만큼 쌓인 손맛은 얼마나 견고하고 단단했을지. 잘 구운 김 한 장으로 시식단을 홀려버리는 연륜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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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우승자인 ‘나폴리 맛피아(권성준)’ 역시 당연히 기억에 남는다. 그는 우승 소감에서 “10년간 집과 주방만 왔다 갔다 하면서 이렇게 답답하게 사는 게 맞나 싶었는데, 그게 틀리지 않은 것 같다”라고 밝혔는데, 그 한마디 안에 그가 흘렸을 피땀눈물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참가자들 중 유독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았던 것도, 그렇게 10년간 매일매일 단련한 내공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를 보면 요리사에게 중요한 자질이 비단 흘러넘치는 열정뿐 아니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묵묵히 실력을 다져나가는 지구력이란 걸 여실히 느낀다.
그리고, 안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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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의 수많은 눈부신 참가자들만큼 못지않게 매력적이었던 인물이 있다면 그건 바로 심사위원 ‘안성재’가 아닐까 싶다. 그로 말하자면, ‘채소의 익힘 정도’를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븐하게 익지 않은 고기’는 가차 없이 탈락시키는, 엄청나게 엄격하고 정확한 셰프다. 오죽 칼 같았으면 대한민국에 딱 하나 있다는 미슐랭 3스타가 그의 레스토랑 ‘모수’일까.
방송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기에 대중들에게는 그간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번 방송을 통해 그의 매력은 가히 초신성처럼 폭발했다. 너무도 멋진 셰프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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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재미난 유행어가 되었지만, 그가 프로그램에서 남긴 여러 말을 곱씹다 보면 대한민국 유일 3스타 셰프로서 지닌 단단한 철학과 신념이 느껴진다. 음식의 본질과 멀어진 난해한 요리를 지양하며, 비비지 않은 밥에 ‘비빔밥’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고, 아무 맛도 나지 않는 꽃잎을 단순히 예뻐 보이기 위해 디시에 올리지 않는 그 마인드.
셰프란 자신의 창작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존재하는 예술가가 아니라, 오롯이 고객에게 공감과 만족을 줄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서버라는 것을 그를 통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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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가 더 맛있게 요리하나. 그 대결 현장만을 비췄던 게 기존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면, 이 프로그램에서는 셰프가 보였다. 이름이 있든 없든, 몇 개의 레스토랑을 가지고 있건 아니건, 그저 맛있는 음식을 정교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진정한 셰프들의 모습.
간절히 우승하길 바랐던 나의 원픽 트리플스타가 떨어져 아쉬웠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고 난 후 한동안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한 접시에 담긴 노력과 재능이 이토록 사람의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그리고 이제 와 보니, 백수저와 흑수저로 치사하게 나눈 듯했던 것도, 사실은 계급장 떼고 누가 요리를 잘하나 보여준 가장 공평한 시스템이 아니었나 싶다.
아, 시즌2는 언제 나오지?
■ BOOK 연애 결혼 힐링 에세이 『사연 없음』 현실 직장 생활 에세이 『어쩌다 백화점』 PDF 인간관계 비법서 『오늘보다 내일 나은 인간관계』 ■ CONTACT 인스타그램 @woodumi 유튜브 『따수운 독설』 작업 문의 deumj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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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등을 외치는 사회의 모순
평등을 외치는 사회의 모순
영화 <슬픔의 삼각형>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
출연] 해리스 디킨슨, 팔비 딘, 우디 해럴슨, 돌리 드 레온, 즐라트코 버릭, 비키 베를린
시놉시스] 호화 크루즈에 협찬으로 승선한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 야야와 칼. 각양각색의 부자들과 휴가를 즐긴다. 하지만 뜻밖의 사건으로 배가 전복되고 8명만이 간신히 무인도에 도착한다. 할줄 아는 것이라곤 구조 대기 뿐인 부자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전직 크루즈 화장실 청소부 에비게일. "여기선 내가 캡틴입니다. 자, 내가 누구라고요?"
#스포일러 주의#과연 공평한가?
영화 슬픔의 삼각형에서는 계속해서 공평하지 않음을 비꼬고 있다. 3부 무인도 정착 이전까지는 화려한 부자들의 삶을 보여주는데, 이들은 현재의 세계가 굉장히 공평하고 평등하며,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사회라고 주장한다. 화려한 패션쇼가 시작하기 전 유명한 인플루언서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앞 줄에 앉아있던 관객들을 뒤로 이동시키는 상황에 이른다. 그리고 곧바로 시작한 패션쇼에서 등장한 캐치프라이즈는 "우리는 모두 평등합니다" 라는 문구였다. 이 얼마나 모순적인 상황인가. 현실에서는 인플루언서와 영향력 있는 관계자를 전면에 배치하고, 그저 관객에 불과한 사람들은 기존에 안내된 자리에서도 비켜줘야하는 불평등한 상황이 놓인다.
더불어 영화 2부에서 시작되는 호화로운 크루즈 선상에서 역시 부자들만이 공감하는 자유로운 선택과 평등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다. 부자들은 자유롭게 수영을 하면서 한가로운 생활을 보내고 있지만 이들을 옆에서 보좌하는 크루즈 스탭들은 일로써 크루즈에 탑승했기에 본인의 선택대로 수영을 할 수도 마음껏 술을 마실 수도 없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한 러시아 고객은 우리는 모두 자유롭게 선택을 할 수 있다며 왜 수영을 하면 안되냐며 고집을 부리고 결국 모든 크루즈 인원을 강제로 바다에서 수영을 하게끔 만든다. 그녀는 자유롭게 수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고 생각하겠지만 과연 크루즈 스탭의 입장에서 수영을 한 것은 그들의 자유의지였을까? 그들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권리 조차 박탈 당한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무겁지 않아영화 슬픔의 삼각형에서는 모순적이고 긴장적인 요소들이 계속해서 드러난다. 하지만 이러한 장면들을 어둡고 무겁게 풀어낸 것이 아니라 풍자적으로 풀어내면서 극 전반의 분위기를 코믹스럽게 가져간다. 그 방법은 바로 '배설'이었다. 목요일에는 풍랑주의보가 예견되어 있었지만 선장의 독단으로 인해 목요일에 선장초대파티가 열리게 된다. 결국 폭풍우를 만난 크루즈는 엄청나게 흔들리면서 저녁을 먹는 이들은 멀미를 시작하고,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구토를 하기 시작한다.
말그대로 크루즈 스탭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손님들은 멀미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온갖 배설을 하면서 크루즈 이곳저곳을 더럽히며 정신을 못차린다. 정말 더러운 장면들이 10분 내내 지속되면서 결국 우리에게 공통적이고 평등한 것은 이러한 생리적인 작용 뿐인가 하는 생각과 이들의 배설장면을 코믹하게 풀어내면서 기저에 깔린 주제 의식을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만들고 있었다.
결국 바뀌지 않는 생각3부에서는 해적의 등장으로 인해 크루즈가 침몰하고 거기서 살아남은 8명의 생존자가 무인도에 도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손님 6명과 총괄 매니저, 그리고 화장실 청소부가있는 곳에서의 실권자는 화장실 청소부 에비게일이었다. 나머지는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먹고 구조를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다. 에비게일은 식량을 만들고 불을 짚히면서 점차 권력을 잡아가고, 자신에게 충성을 맹새하는 이들 위주로 챙기면서 강력한 실권을 잡아간다.
그렇게 에비게일이 캡틴인 상황에 모두가 적응해 나갈 무렵 음식을 찾으러 야야과 에비게일은 산을 오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산 뒷편에 있던 리조트를 발견한다. 야야는 에비게일과 이젠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고 이곳에서 나가면 에비게일이 자신의 매니저를 하면 되겠다고 말을 건넨다. 결국 야야는 무인도라는 공간에서 살기 위해 에비게일의 능력이 필요했을 뿐 실제로 그녀와 평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분노한 에비게일은 결국 뒤에서 돌덩이를 들고 그녀를 공격하려는 듯한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과연 에비게일은 야야를 공격했을까? 영화는 답을 주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바뀌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에 허탈함을 느낀 에비게일이 야야를 공격했다고 생각한다.
영화 슬픔의 삼각형은 평등하지 않은 현실 사회의 모습을 관계를 계속 역전시키면서 그 모순과 긴장 관계를 코믹적으로 잘 풀어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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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캐시트럭”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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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CHOICE MOVIE] 2022년 1월 2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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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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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허드 앤 씬>
[2021년 4월 29일, 넷플릭스 공개]
맨해튼을 떠나 허드슨밸리의 작은 마을로 이사한 부부. 그들이 선택한 오래된 집에는 불길한 어둠의 사연이 숨어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결혼 생활에 드리운 그림자도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높은 평가를 받은 엘리자베스 브런디지의 소설 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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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뜨거운 피> 캐릭터 예고편
세상의 밑바닥 '구암'의 건달들, 살아남기 위해선 끝을 봐야한다! #뜨거운피 느와르 감성 폭발하는 캐릭터 예고편 대공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