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3-10 14:21:09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 모음
<개들의 섬>, <퍼펙트 블루>, <돼지의 왕> 등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어느새 완연한 봄날씨가 찾아왔는데요, 주말에는 비도 오고 기온도 떨어진다고 하니 감기 들지 않게 조심하셔야겠습니다.
바쁜 한 주의 끄트머리, 오늘도 씨네랩은 여러분의 주말을 책임질 재미있는 영화추천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애들은 가라! 오늘은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 일곱 편을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색감천재로 불리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 <개들의 섬>부터
여러 할리우드 영화 연출에 영향을 끼친 콘 사토시 감독의 <퍼펙트 블루>까지!
다양한 소재와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국내외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개들의 섬(2018)
Isle of Dogs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브라이언 크랜스톤, 코유 랜킨, 에드워드 노튼, 빌 머레이, 틸다 스윈튼 등
장르: 모험, 코미디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01분
인류를 위협하는 개 독감이 퍼지자, 세상의 모든 개들은 쓰레기 섬으로 추방되고, 자신이 사랑하던 개를 잃은 소년은 개를 찾아 홀로 섬으로 떠난다. 소년은 그곳에서 다섯 마리의 특별한 개들을 만나게 되고, 함께 사라진 개를 찾아가는 그들 앞에 기상천외한 모험이 펼쳐지는데… 개를 사랑한 소년, 소년을 사랑한 개 남다른 개들의 색다른 어드벤처가 시작된다!
걘 겨우 12살이니까.
우린 애들을 좋아하잖아.

영화 <개들의 섬>은 할리우드 최고의 비주얼리스트인 웨스 앤더슨 감독의 두 번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견류 독감'의 영향으로 전국의 모든 개들을 쓰레기 섬으로 추방시킨 근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했으며, 2018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 개막작 및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은곰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폐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었는데요, 영화는 사랑하는 개 '스파츠'를 찾아 나선 소년 '아타리'와 그를 돕는 다섯 마리의 개들을 주인공으로 했으며 독창적인 컬러감과 구도로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던 웨스 앤더슨 감독이기에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답게 <개들의 섬>은 디테일에 있어서 엄청난 놀라움을 자아내는데요, 캐릭터들의 표정과 움직임, 배경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정교한 작업을 위해 3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러닝타임 101분을 위해 무려 144,000개의 스틸을 이어 붙였으며, 1초에 24 프레임을 구현하는 기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on ones' 기법과 달리 움직임이 다소 딱딱하고 불온전한 느낌의 'on twos' 기법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고 하네요. 초밥을 만드는 장면 하나에 15주가 소요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비주얼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입체적인 캐릭터, 따뜻하면서도 감독 특유의 블랙 유머가 적절히 섞여 들어간 스토리텔링 또한 이 영화의 큰 매력입니다. 인간과 개의 교감을 섬세하게 다뤄 애견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가슴 찡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웨스 앤더슨을 좋아하신다면 그의 또 다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인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또한 추천드립니다.
퍼펙트 블루(1997)
Perfect Blue

감독: 곤 사토시
출연: 이와오 준코, 마츠모토 리카, 치즈 신파치, 오쿠라 마사아키 등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81분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는 있지만 내리막길만 남아 있는 일본의 소녀 아이돌 그룹 ‘참’의 리더 격인 미마. 롱런을 위해 에이전시로부터 배우로의 전업을 권유받고 그룹을 탈퇴한다. 광적인 팬의 위협도 위협이지만 핑크빛 공주 의상을 입는 자신에 익숙했던 그녀에겐 갑자기 강간신을 찍는 성인 연기자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힘겨운 일. 시골에서 올라온 자연인으로서의 그녀가 진짜 그녀일까? 아니면 아이돌 스타로서의 그녀가 진짜 그녀일까? 혹은 누드사진을 찍는 그녀가 진짜일까?
1초 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어째서 동일인이란 걸 안다고 생각해?
단지 기억의 연속성. 그것 만에 기대어
우리들은 일관된 자기 동일성이라는 환상을 만들어 내고 있어.

영화 <퍼펙트 블루>는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곤 사토시 감독의 1997년작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곤 사토시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한데요, 아이돌 그룹 '참'의 멤버였던 '미마'가 아이돌 그룹을 탈퇴하고 배우로서 경력을 시작하며 벌어지는 사건들이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어차피 저예산 영화였기 때문에 동화(動畵)를 많이 쓸 수 없으니 움직임이 아닌 미술과 연출로 승부를 걸자고 생각했다고 하며, 결과적으로 작화와 연출 면에서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거론되는 작품이 되어 애니메이션에서 연출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감독은 '상상과 일상의 융합'이라는 테마를 반복적으로 사용, 다양한 명작을 많이 배출해 냈습니다.
최근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영화 <더 웨일>이 개봉을 했는데요, 애러노프스키가 일본 애니메이션의 팬인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만 그중에서도 특히 <퍼펙트 블루>를 종종 오마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영화들 중 <레퀴엠 포 어 드림>, <블랙 스완> 등에서 <퍼펙트 블루>와 거의 유사하게 연출된 장면들을 찾아볼 수 있으며, 2001년에는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이 <퍼펙트 블루>의 리메이크 판권을 사려다 결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답니다.
파프리카(2007)
Paprika

감독: 곤 사토시
출연: 하야시바라 메구미, 후루야 토루, 야마데라 코이치 등
장르: 미스터리, SF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0분
29살의 정신과 치료사 치바 아츠코에게는 또 하나의 자아가 있다. 바로 18살의 대담무쌍한 꿈 탐정 파프리카이다. 파프리카는 사람들의 꿈속에 들어가 그들의 무의식에 동조함으로써 환자의 불안과 신경증의 원인을 밝혀내고 치료한다. 어느 날, 치바의 연구소에서 개발 중이던 혁명적인 정신치료장치 DC-MINI의 프로토타입이 도난당하고 조수마저 실종된다. 장치를 찾아 나선 치바는 무서운 음모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 왜 내 말을 안 듣는 거지? 파프리카는 내 분신이잖아.
- 아츠코가 내 분신이라는 발상은 못 하나 봐?

영화 <파프리카>는 위에서 소개해드린 <퍼펙트 블루>를 만들기도 했던 곤 사토시 감독의 유작입니다. 이 작품의 제작 이후 감독은 췌장암이 발병해 투병 생활을 하다 2010년 사망해 많은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는데요, <파프리카> 역시 <퍼펙트 블루>와 마찬가지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파프리카>의 원작자이자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원작자이기도 한 츠츠이 야스타카 본인이 해당 작품을 사토시가 영화화해 주길 원했으며, 원작 소설보다 더 확장된 상상력과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력이 더해져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이중인격의 인물, 악몽에 시달리는 현대인, 꿈의 영역까지 도달한 과학, 현실과 꿈의 뒤섞임 등 많은 것을 다루고 있는데요, SF와 미스터리, 스릴러와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믹스에 여느 영화 못지않은 탄탄한 구조와 감독 특유의 탁월한 작화가 돋보이는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물리적 경계가 없는 매체인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영화로,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화면구성이 관객의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합니다. 앞서 <퍼펙트 블루>를 오마주한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영화들을 언급드렸었데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과 <파프리카>의 기초 설정 및 장면들의 유사성 또한 영화팬들 사이에 꾸준히 회자되는 이야기랍니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2022)
Pinocchio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이완 맥그리거, 크리스토프 왈츠, 틸다 스윈튼, 케이트 블란쳇 등
장르: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17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목각 인형 피노키오의 마법 같은 모험. 오스카 수상 감독 기예르모 델토로의 손에서 고전 동화가 새롭게 재탄생했다. 생명을 얻은 목각 인형의 이야기가 놀라운 스톱모션 뮤지컬로 스크린에 펼쳐진다.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 생명을 불어넣는 강력한 사랑의 힘이 펼쳐진다.
삶이 귀하고 의미 있는 건
그 삶이 짧기 때문이야.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판의 미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등을 연출했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으며, 스트리밍에 앞서 사전 공개되었던 평론가들을 대상으로 압도적인 호평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원작 동화 피노키오의 맥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인 '전쟁'과의 연결고리가 자연스러워 감독만의 새로운 버전의 피노키오가 탄생했다는 점이 큰 호응을 얻었는데요, 영화 곳곳에 심어 둔 사회적인 풍자와 은유적인 메시지, 원작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생의 교훈과 소중함이 버무려져 마냥 아름답지만 않으면서도 따뜻한 작품이라는 평입니다.
감독의 전작들을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기예르모 델 토로는 본래 몽환적이고 기괴한 분위기가 판타지적 세계관에 녹아들어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이는 감독입니다. 피노키오를 만들면서도 행복한 분위기보다는 기괴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는데요, 원작 소설의 무서운 면에 더 이끌렸으며 자신만의 피노키오를 만들고자 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기예르모 델 토로만의 피노키오가 완성되어 아이와 어른 모두의 마음을 울리는 걸작이 탄생할 수 있었으며, 올해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치코와 리타(2010)
Chico & Rita

감독: 하비에르 마리스칼, 페르난도 트루에바, 토노 에란도
출연: 에만 소르 오냐, 리마라 메니시스, 마리오 구에라 등
장르: 멜로/로맨스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3분
1948년 쿠바의 하바나, 야망에 찬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치코는 어느 날 밤 클럽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가수 리타와 만난다. 젊음과 재능으로 빛나는 그들은 곧 사랑에 빠지지만 열정과 욕망, 질투와 오해가 뒤엉키며 안타까운 이별을 맞이한다. 그리고 네온사인 화려한 기회의 도시 뉴욕, 이제 막 그곳에 발을 디딘 치코는 스타로서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리타와 재회하게 되는데… 하바나에서 뉴욕 그리고 파리, 할리우드, 라스베이거스까지, 사랑과 꿈을 좇는 그들의 뜨거운 여정이 펼쳐진다.
나도 당신을 모르지만 내 평생
당신을 기다려 온 것 같은 느낌이야.

영화 <치코와 리타>는 2012년에 개봉한 스페인 애니메이션 영화로, 1992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페르난도 트루에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인 하비에르 마리스칼, 토노 에란도가 공동 연출했으며 쿠바의 재즈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가 음악을 맡은 작품입니다. 국내에서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소개되어 대상을 받기도 했는데요, 1950년대의 쿠바, 뉴욕, 라스베이거스 등의 장소를 오가며 펼쳐지는 아름다운 재즈 선율이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작화를 맡은 하비에르 마리스칼은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마스코트 '코비'를 디자인한 천재 아티스트로, 투박하면서도 리드미컬한 일러스트에서 스페인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쿠바의 전설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재즈 선율이 영화 내 흘러 귀를 즐겁게 하며 찰리 파커, 디지 길레스피, 벤 웹스터, 냇 킹 콜 같은 재즈 명장들이 영화 속 캐릭터로 등장해 영화의 재미를 더했습니다. 재즈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음악을 사랑하는 어른의 연애를 감상하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해 드립니다!
돼지의 왕(2011)
The King of Pigs

감독: 연상호
출연: 양익준, 오정세, 김혜나, 박희본 등
장르: 스릴러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96분
회사 부도 후 충동적으로 아내를 살인한 ‘경민(목소리 오정세)’은 자신의 분노를 감추고 중학교 동창이었던 ‘종석(목소리 양익준)’을 찾아 나선다. 소설가가 되지 못해 자서전 대필작가로 근근이 먹고사는 종석은 15년 만에 찾아온 경민의 방문에 당황한다. 경민은 무시당하고 짓밟혀 지우고 싶었던 중학교 시절과 자신들의 우상이었던 '철이(목소리 김혜나)' 이야기를 종석에게 꺼낸다. 그리고 경민은 학창 시절의 교정으로 종석을 이끌어, 15년 전 그날의 충격적인 진실을 밝히려 하는데...
이곳은 얼음처럼 차가운 아스팔트와
그보다 더 차가운 육신이 나뒹구는...
세상이다.

영화 <돼지의 왕>은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잔혹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 성인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부산행>, <정이> 등으로 국내를 넘어서 해외에서도 연출력을 인정받은 연상호 감독의 작품으로, 본격적으로 그를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다소 거칠고 현실적인 삽화체 그림이 특징이며 불편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애니메이션이기에 일부러 불편함을 느끼게끔 디자인한 그림체라고 합니다. 매우 잔혹하고 진지한 분위기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어린 학생들 간의 학교폭력과 독재권력에 대한 풍자, 사회적 부조리함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돼지의 왕>은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받았고, 에든버러 국제 영화제, 시드니 영화제, 파리 시네마 영화제, 몬트리올 판타지아 장르 영화제 등에 초청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2022년에는 해당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가 제작되었는데요, 김동욱, 김성규, 채정안 등이 출연하였으며 원작 이상의 잔혹한 수위와 묘사 때문에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린 학생들 간에 일어나는 잔인한 학교폭력과 이로 인해 상처받는 아이들, 모르쇠로 일관하는 어른들은 영화가 개봉한 지 1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보다 강력한 규제와 관심이 필요한 상황, 학교폭력으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파닥파닥(2012)
Padak

감독: 이대희
출연: 시영준, 김현지, 안영미, 현경수 등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78분
자유롭게 바닷속을 가르던 바다 출신 고등어 '파닥파닥'. 어느 날, 그물에 잡혀 횟집 수족관에 들어가게 된다. 죽음이 예정된 그곳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올드 넙치'. 그는 자신만의 생존비법(?)으로 양어장 출신의 다른 물고기들의 신망을 받는 권력자다. 바다로 돌아갈 꿈을 버리지 않고 탈출을 시도하는 '파닥파닥'으로 인해 수족관의 평화는 깨지고, '올드 넙치'와의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만 가는데... 바다를 향한 고등어 '파닥파닥'의 꿈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너희들은 이미 죽은 거야.
여기 들어온 이상 이미 죽은 거라고!

마지막으로 추천드릴 작품 역시 국내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 영화인데요, 개봉 전부터 각종 영화제로부터 작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국제경쟁 부문에 진출한 유일한 한국 작품으로 주목받았던 영화 <파닥파닥>입니다. <파닥파닥>은 드라마와 뮤지컬이 결합된 일종의 뮤직드라마의 형식을 갖춘 애니메이션 영화로, 횟집 수족관에 갇혀버린 바다 출신 고등어 '파닥파닥'이 자유를 갈망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연예인이 아닌 전문 성우들이 더빙을 한 것이 특징인데요, 극 중 뮤지컬 부문에서도 성우들이 모든 노래를 직접 불렀으며 한국 독립 영화의 애니메이션에서 배우가 아닌 성우들이 캐스팅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하네요.
영화의 배경이 되는 횟집 수족관은 마치 계급화와 서열화가 만연한 관료주의 인간사회를 축소해 놓은 듯한 공간으로 표현되며, 기회주의자, 냉소주의자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군상들이 물고기의 얼굴을 하고 등장합니다. 수족관의 보이지 않는 벽에 스스로를 가둬두고 현실에 안주하는 물고기들의 모습을 통해서는 꿈을 잊고 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영화로, 꽤나 그로테스크하고 잔인한 연출과 음침한 분위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작품입니다. 12세 관람가로 책정되어 있으나 15세 이상 관람, 나아가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로 개봉했어도 납득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수준이라 발랄한 콘셉트의 마케팅에 낚인 것을 후회한 가족 관람객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총 일곱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즐겁고 평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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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강제당하는 노인들
노인이 주인공인 두 영화가 같은 날(2월 7일) 개봉했다. 한국 영화 〈소풍〉과 일본 영화 〈플랜 75〉. 플롯, 캐릭터, 감성, 질감 등 많은 것이 다른 영화지만 두 영화에는 공통점도 있다. 우리 사회가 ‘노인’이라는 기표의 내용을 어떻게 채우고 있는가? 노인은 그 앞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두 영화가 공유하는 질문이다. 지금껏 살아온 삶의 맥락이 소거된 채 가족과 사회에 ‘부담’을 주는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다는 자괴감만 남은 현실. 이것이 과연 노인에 대한 온당한 대우일까? 두 영화가 이 질문에 어떻게 답변하는지를 따라가보자.
먼저 〈소풍〉이다. 여성 노인 은심의 집에 갑자기 아들네 가족이 들이닥친다. 사업상 어려움을 겪는 아들은 은심의 보험이나 집을 처분해 목돈을 마련하고 싶어 하는 눈치다. 파킨슨병이 시작되어 몸에 불편을 느끼면서도 아들이 이때다 싶어 요양원 이야기부터 꺼낼까 봐 이를 전하지 않은 은심은 때마침 찾아온 고향 친구 금순을 따라 60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고향에서는 금순과 우정을 더 단단히 다지고, 고향을 야반도주하듯 떠날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마주하며, 자신을 짝사랑했던 태호와 재회해 지금껏 누리지 못한 행복한 시간을 만끽한다. 그러나 행복 속으로 불쑥불쑥 끼어드는 노환과 질병은 이들에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일깨운다. 은심과 금순은 얼마 남지 않은 생애 동안 자신이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다는 데 공감하고 그 일을 매듭 지은 후 소풍을 떠난다.
그들이 마무리해야 하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자식에게 부담 주지 않기다. 영화는 계속 부모에게 무언가를 바라기만 하는 자식들을 부정적으로 재현한다. 노인들이 기댈 데 없이 홀로 건강을 돌봐야만 하는 현실의 문제를 담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두 노인은 결국에는 자식들에게 가진 것을 모두 넘겨준다. 사업이 망해 고꾸라지는 아들(은심), 평생 한 번이라도 가족과 아파트에서 살아보고 싶은 장애인 아들(금순)은 두 노인이 자식들에게 모든 재산을 넘기는 근거가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간 소풍의 장소. 바다 옆, 아름답지만 날카롭게 깎인 절벽에서 은심과 금순은 손을 잡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그들의 발걸음이 자식에 대한 ‘책무’를 다했다는 뿌듯함을 만끽하기 위함인지, 해야 할 일을 다 했으니 친구와 함께 세상을 등지겠다는 뜻인지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고 영화는 마무리된다. 자녀의 문제를 ‘해결’했으니 노환과 질병이라는 자기 문제에서는 자식에게도, 국가에서도 받아낼 것이 없다는 듯 홀가분한 얼굴이다. 그러나 노인이 가족과 사회 모두에게 ‘부담’이기만 한 사회에서 이들의 삶이 ‘소풍’일 수 있을까? 노인에게 행복한 삶이 가능함을, 그들의 고난이 사적인 영역에 방치되었음을 보여준 영화는 두 노인의 강요된 퇴장을 ‘아름답게’ 포장하여 자신이 제기한 비판적 함의를 재빠르게 회수한다. 모든 걸 퍼주고도 ‘부담’이 되길 거부하는 노인의 삶을 아름다운 ‘소풍’에 비유함으로써 말이다.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을 더한 〈플랜 75〉에서도 노인이 사회의 ‘부담’인 건 마찬가지다. 영화는 울분에 찬 청년이 노인을 살해하는 범죄 현장과 범인이 자살하며 스스로를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노인 돌봄에 필요한 ‘비용’에 청년 세대가 극단적 반감을 가지는 것은 미래의 일도, 일본만의 일도 아니라는 점에서 섬뜩한 오프닝이다. 사회 갈등이 증폭되자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발표한다. 정책 이름은 ‘플랜 75’. 75세 이상 노인 중 신청자에 한해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내용이다. 기묘한 정책이다. 정책은 공공성을 담보해야 하는데 플랜 75는 공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을 사적으로 책임지라는 일에 공적 권력을 동원한다.
78살의 미치는 고민이 깊다. 혼자 사는 그는 호텔에서 청소하며 생계를 이어왔는데 최근 고령의 노동자가 작업 중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비슷한 일이 재발할까 두려운 호텔에 의해 해고당한다. 고령이라는 이유로 재취업은 쉽지 않다. 게다가 미치의 집은 철거를 앞두고 있다. 그러던 와중 정부는 플랜 75가 큰 정책적 효과를 거두었다는 데 고무되어 신청자 연령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발표한다. 결국 미치는 플랜 75를 신청한다. 여기서 우리는 〈소풍〉과 같은 질문을 마주한다. 자식에게 모든 걸 넘겨주고 아무런 공적 부조를 받지 못하는 삶을 ‘소풍’으로 포장하는 일은 자발적인가? 플랜 75, 즉 죽음을 선택하는 미치의 결정은 자발적인가?
두 영화에서 세 노인이 내린 선택은 강제된 자율이다. ‘노인을 부양하는 데는 비용이 들고, 그건 우리 모두에게 부담이야’라고 말하는 사회에서 ‘존경받는 노인’으로 ‘아름답게’ 삶을 마무리하려면 내려야만 하는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다. 왜 국가가 노인을 방치하냐고 항의하는 자는 미래 세대를 걱정하지 않는 ‘이기적’ 노인이 되도록 이미 담론 지형이 구축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존엄’하고 ‘품위’ 있는 마무리는 강제된 역할 기대 혹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소풍〉과는 달리 〈플랜 75〉에서는 미치가 마지막 순간에 결정을 철회하고 삶을 이어가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리고 이 장면의 배경을 은은하게 빛나는 햇빛으로 하여 노인을 ‘비용’, ‘부담’이 아닌 ‘인간’으로 대하는 사회의 모습을 상상케 한다. 같은 주제를 다루어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는 두 영화는 노인이 ‘비용’이자 ‘부담’인 시대의 분위기를 공통적으로 포착해낸다. 〈플랜 75〉의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이 실제로 도래하기 전에 〈소풍〉이 그려내는 현실을 다르게 해석하고 풀어낼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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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묘한 심리전 이 후, 진정한 목표에 도달하다.
바라보는 눈빛만으로 마음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눈빛에서 오는 사소한 오해에 놓인 관계는 섣부른 판단과 엇갈린 마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 행동이 아닌 말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우린 수많은 관계를 경험하면서도 쉬이 지나친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어떤 마음을 잘 풀어놓은 영화 ‘저 ㄴ을 어떻게 죽이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ㄴ이 누구인지 추리 해보면서 보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대 저택에서 사용인으로 일하고 있는 하윤은 새로 들어온 지영과 사장님 사이의 묘한 기류를 감지한다. 그것도 잠시 사장님의 사냥 제안에 모두가 숲으로 들어가게 되고 다수의 목표가 되어버린 ㄴ을 잡기 위한 사냥이 아무도 모르게 시작되고 있었다. 어떤 단어가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은 ‘ㄴ‘이라는 단어 선택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다수의 목표인 ’ㄴ’에 대해서 집중할 수 있게 한다. ㄴ은 누구일까.한 사람을 사랑할 때 그 마음이 드러나는 순간은 어떤 행동이 아니라 말이다. 대화가 이루어지고 눈빛과 행동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미숙함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괴롭히는 행동을 통해서 전달하곤 했다. 그것은 폭력의 일부임에도 사랑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이렇게 당연한 것들은 우리가 표현하는 모든 것에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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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틴 스튜어트 버젼의 다이애나는? 영화 <스펜서>
- 스펜서 (SPENCER, 2021)
장르 : 영국·미국, 드라마 │ 감독 : 파블로 라라인
출연 : 크리스틴 스튜어트(다이애나), 잭 파딩(찰스왕세자), 샐리 호킨스(매기) 외
등급 12세 관람가 │ 러닝타임 : 116분
이 영화의 제목은 왜 스펜서인가
금발에 파란 눈, 훤칠한 키에 감각적인 패션, 수많은 파파라치. 엄숙함이 지배하는 영국 왕실에서 헐리웃 스타처럼 반짝이던 인물이 있었다. 바로 비운의 왕세자비, 다이애나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훌쩍 지났지만, 사람들의 입에는 지금도 다이애나가 오르내린다. 패션의 아이콘으로, 영국 왕실의 이단아로, 그리고 만인이 사랑해마지않을 친숙하고 소탈한 성격의 한 여인으로. 그런 다이애나를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연기했다기에, 한 걸음에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다이애나의 일대기를 다룰 줄 알았던 영화는, 뜬금없이 크리스마스이브에서 시작한다. 이미 두 아들을 낳아 길렀고, 남편의 오랜 외도를 알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인하는 시댁 식구들을 견디며 행복을 연기해야 하는 시점의 다이애나다. 동화 같았던 세기의 결혼식으로부터 너무나 멀찌감치 떨어진 시점을 다루고 있는 것에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몰입할 수 있었다. 이 영화의 제목은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아니라 ‘스펜서’니까. 왕실의 며느리이기 이전에 고유한 인간이었을 다이애나 스펜서를 우선적으로 조명해준 덕에, 그녀가 겪었을 고통을 더 깊이 헤아릴 수 있었다.
공주는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그 고통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날이 크리스마스였던 걸까. 영화는, 모두가 행복한 크리스마스 날조차 살얼음 같은 불행을 걷고 있는 다이애나를 비춘다. 남편과 싸우고, 자해를 하고, 변기에 몸을 구부려 음식물을 토해낸다. 그리고는 온 가족이 모여 행복해 ‘보이는’ 사진을 찍는다. 국민들에게 따뜻한 왕실의 크리스마스를 보여줘야 하니 그에 걸맞게 몸무게도 1.4kg 찌워야 한단다. 왕세자비의 삶은 그런 것이었다. ‘왕자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반복의 일상. 정해진 옷을 입고, 몸무게를 통제받고, 마음대로 궁전 밖을 나가거나 개인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되는 삶. 그 억압에 짓눌린 다이애나의 크리스마스는 당연히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녀는 ‘앤 불린’의 귀신과도 마주한다. 오명을 뒤집어쓰고 목이 잘려 처형당한 헨리 8세의 두 번째 왕비, 그 앤 불린 말이다. 그녀는 왕실의 일부이면서도 영원히 왕실의 사람이 될 수 없는 자신과, 왕과 결혼했지만 결국 왕에 의해 처형된 앤 불린을 동일시했던 모양이다. 앤 불린의 환영을 보기도, 자기 자신이 앤 불린이 되기도 하면서 영화는 그야말로 미치기 일보 직전의 다이애나를 보여준다. 불안이 극에 달했던 고작 3일간의 시간을 비추고 있기 때문에 마땅히 촘촘한 줄거리가 있지도 않다. 하지만 이 두서없고 심란한 내면 상태를 편집증적으로 나열하는 방식 덕분에, 관객은 다이애나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었다.
진정한 자유와 행복은 궁전 밖에 있음을
많은 이들이 생각한다. 왕자랑 결혼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재벌가에 시집가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누릴까. 하지만 매일매일 값비싼 의상에 둘러싸여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그야말로 단편적인 이미지에 불과할 것이다. 영화 말미, 다이애나는 자신을 옥죄던 비싸고 아름다운 옷 대신 야구모자를 뒤집어쓰고 아이들을 차에 태워 KFC로 향했다. 궁전에는 일반 서민들은 맛보지도 못할 오케스트라와 최고급 요리가 즐비하지만, 굳이 다이애나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건 귀가 터지도록 떼창하는 대중가요나 KFC 치킨 같은 것들이었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는 것. 언제든 원하는 복장으로 원하는 음식을 먹으며 마음껏 넷플릭스를 봐도 되는 우리들의 이 삶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이고 행복이라는 것 아닐까.
우리가 사랑했던 건 스펜서
왕족들은, 언제나 왕실의 위엄을 드높이며 그 성벽을 굳건히 유지해왔다. 다이애나를 며느리로 들였던 영국의 윈저 가문 역시 자신들의 이미지를 엄격히 통제하며 그 위엄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그건 더는 왕이 필요치 않은 이 자유평등의 시대에 걸맞는 방식이 아니었다. 다이애나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사랑받는 이유는, 단연 다이애나가 그 틀을 깨고 불행한 왕세자비에서 걸어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럼없이 국민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고, 에이즈 환자들의 손을 잡거나 노숙인을 찾는 등 친근하고 자주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일 테다.
<실제 다이애나와 두 왕자들>
그리고 이는 다이애나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두 왕자를 통해 묻어나는 중이다. 어머니의 발취를 따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운동을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는 왕자들의 발자취를 보노라면, 다이애나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두 왕자에게도 아마, 경호원도 대동하지 않고 켄터키 치킨을 먹던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한 기억이 아니었을지.
스펜서의, 스펜서에 의한, 스펜서를 위한
그녀가 원하던 방식대로 기억해주고 싶은 바람을 담아서인지, 영화는 샤넬백에 펌프스를 신고 있던 불안한 다이애나에서 시작해, 야구모자에 점퍼를 입은 채 웃는 다이애나로 마무리된다. 그녀는 너무나 고고해서 깨질 것 같은 존재가 아니라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친숙한 존재였다. 또, 행복해 보이고 수동적인 동화 속 여성상을 벗어나 자유를 향해 소신 있게 살아간 한 여성이기도 했다. 우리가 사랑했던 건 왕세자비 타이틀과는 무관한 그녀의 인품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바람대로 그녀를 영원히 ‘스펜서’로 기억해주고 싶다.
글쓰는 우두미
인스타그램 @woodumi
브런치 https://brunch.co.kr/@deum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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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 花束みたいな恋をした, 2021
'코로나19'가 있었지만, 일본은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자국 영화 흥행을 갈아치울 만큼 호황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등장한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을 박스오피스 1위 자리에서 내렸다는 것만으로도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재밌는 건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의 정체성입니다.
아시다시피, 일본 영화에서 실제 배우들이 나오는 건 만화의 실사화 혹은 리메이크인데 이 영화는 "오리지널 각본"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평가와 흥행(6주 연속 1위) 마저 좋았으니 이 영화를 보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아리무라 카스미"의 팬이기에 그녀를 큰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것을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었고요.
이런 긍정적인 요소들만 모아둔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어땠는지? -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집으로 갈 막차를 놓친 21살의 대학생 "무기"와 "키누"는 우연한 만남을 가집니다.
시간은 집으로 갈 아침 첫 차까지 였지만, 의외로 취미가 맞았고 말하는 것도 통하며 그들은 어느새 연인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렇게 서로가 행복한 미래를 꿈꾸지만, 어느새 그들은 서로에게 모진 말만을 내뱉는 남들만도 못하는 사이가 되는데...극장에서 꽃다발들 받을 준비하세요.
1. 아무런 선입견 없는 일본 로맨스
앞서 언급했듯이 일본 영화에서 실제 배우들이 나오는 건 만화의 실사화 혹은 리메이크로 원작을 먼저, 살펴보게 만듭니다.
이런 이유에는 해당 영화들이 원작과 이야기를 크게 바꾸지 않으려는 것도 있지만, 분위기가 어떤지를 살펴보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본 로맨스"가 오그라든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보려는 관객들과 안 보려는 관객층을 갈라두는데요.
그런 점에서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어려운 입지에 서있는 영화입니다.
앞전부터 쌓아온 "일본 로맨스"의 부정적인 선입견과 원작이 없으니 사전적으로 파악할 수 없으니까요.그러니 내 맘대로 해도 되는 거죠?
앞서 부정적인 요소들이 존재했지만, 이를 모르는 관객들은 해당 영화만으로 즐길 수 있으니 오히려 좋은 게 아닐까요?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을 즐길 수 있는 요소는 필자만 겪어보지 못한 현실적인 로맨스입니다.
일본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순정만화체의 로맨스만 선보이다 현실적인 로맨스로 그동안의 "클리셰"가 깨지는 신선함을 다가왔을 것이고, 국내에서는 이런 유의 로맨스가 드라마로 많이 선보였던 만큼 익숙할 겁니다.
그런 점에서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앞서 언급한 부정적인 요소들이 없는 "제로(0)"에서 볼 수 있습니다.2. 국가를 막론하고, 가장 보편적인 로맨스
그래서인지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은 낯선 일본 영화임에도 익숙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뜨거웠던 연애 초기와 다르게, 서서히 식어가는 과정은 제목의 "꽃다발"이 서서히 시들어가는 것을 이들의 연기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이를 연기만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연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꺾어 신어도 편안한 "운동화"가 이제는 뒤꿈치가 까질 정도로 아픈 "구두"로 변하는 것처럼 이들의 관계에도 변화가 있다는 것을 장면으로 보여주거든요.
그렇기에 영화는 '똑같다는 것이 축복인지 불행인지?'를 관객들에게 건네옵니다.사랑? 에라 모르겠다
흔히, "사랑은 잔인한 감정"이라고 일컫는데 이는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행복으로 느끼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사람에게 있어 "변화"는 괴로우나 이게 정착되면, "적응한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사랑"은 나보다는 너를 생각하고 내가 겪는 고통을 너의 행복함을 나의 행복함으로 받아들이는데요.
그렇기에 너의 결점도 좋게 받아들이는 "콩깍지가 씌었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죠.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에서는 이런 과정이 없을 정도로 "무기"와 "키누"의 달달함을 뽐내며 이를 축복으로 받아들이게 하지만, 이내 식어가는 과정에서 불행임을 자각하게 만듭니다.3. 우리는 빙빙 돌기만 한 건 아니었어
앞서 "사랑을 잔인한 감정"으로 설명한 만큼 타인의 결점도 좋게 받아들이는 "콩깍지가 씌었다"라는 말은 너의 그런 모습도 받아들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극 중 한 선배의 죽음에 "무기"는 공감해 주길 바라지만, "키누"는 그렇게 하지 않는데, 이런 이유에는 이들에게 그 선배의 기억은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미, 콩깍지가 벗겨진 이들에게 이를 버티기에는 사랑은 또 하나의 잔인함으로 다가서니 영화는 앞서 말한 '똑같다는 것이 축복인지 불행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꼭 제자리걸음이 아니야!
그렇게, 서로의 이별을 암묵적으로 결정한 그들은 "관람차를 타본 적이 없다"라는 말로 이를 탑니다.
영화는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그리고 낮은 곳으로 되돌아가는 "관람차"로 들이 사귄 4년을 말하려 합니다.
이에 내린 "무기"와 "키누"는 처음 만났던 식당과 그 자리로 가려 하지만, 이미 누군가 앉아있어 부득이하게 다른 곳으로 갑니다.
그리고 몇 년 전, 자신들과 똑같은 입장의 남녀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이 장면만 본다면, '이들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지?'라는 회한의 눈물로 보이겠지만 이 장면은 그 이상의 감정을 토로합니다.4. 끝내 다시 올라타지 못한 이들...
영화에서 "무기"는 그림을 그리는 취미가 존재하는데, 그림은 자신의 손으로 나오는 것으로 통제성이 강합니다.
관계가 깊을 때와 다르게, 관계가 틀어지는 순간부터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이들의 관계가 이들의 의지에 떠난 것을 빗대어 말하면 "관람차"에 타는 것은 이들의 의도이고 올라가고 내려가는 건 온전히, "관람차"의 역할일 겁니다.
관람차가 이들을 높은 곳과 낮은 곳으로 데리고 그만큼 좋은 시간과 나쁜 시간도 있었을 테니 결코, 제자리걸음만 걸어간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런 무수한 순간들을 반복하고 같이 겪었지만, 관람차를 다시 같이 탈 힘이 없다는 것에 눈물을 보인 게 아닐까요?나도 꽃다발 같은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만...
그렇게, 맞이한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의 엔딩은 끝끝내 지워지지 않았던 일본 영화스러움이 살짝이나마 나옵니다.
마치, <라라랜드>에서의 "미아"와 "세바스찬"의 재회처럼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이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분명히 아쉬운 점으로 보일만도 하지만, 이미 이 영화에게 콩깍지가 제대로 씌워진 이 마당에 이는 큰 결점으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이미,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것부터가 큰 꽃다발을 받은 거랑 똑같거든요.※ "무기"역의 "스다 마사키"분에게서 왠지, "박정민"배우분의 모습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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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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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헤어질 결심>,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6관왕
ⓒ 네이버 영화
제9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에서 <헤어질 결심>은 작품상 외에 각본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조명상, 음악상을 받으며 6개의 상을 휩쓸었다.
<더 패뷸러스>, 12월 23일 공개
ⓒ 넷플릭스
패션계에 인생을 바친 청춘들의 꿈과 사랑, 우정을 그린 로맨스 시리즈 <더 패뷸러스>가
오는 12월 23일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드라마에는 채수빈, 최민호 등이 출연한다.
이소룡 전기 영화, 이안 감독 연출
ⓒ 네이버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연출한 이안 감독이 이소룡 전기 영화 연출을 맡는다고 밝혔다.
이안 감독의 아들 메이슨 리가 주연을 맡는다고 한다.
<웬즈데이>, 공개 첫 주 만에 전 세계 83개국 1위
ⓒ 넷플릭스
팀 버튼 감독이 연출해 공개 전부터 국내외 적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넷플릭스의
<웬즈데이>가 공개 첫 주 만에 전 세계 83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을 포함한
93개국에서 TOP 10에 진입하기도 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2023년 5월 개봉 확정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전 세계적으로 흥행을 일으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가 6년 만에 오는 2023년
5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로 관객을 찾아온다.
<드라이브 마이 카>, 개봉 1주년 기념 재개봉
ⓒ 네이버 영화
제74회 칸영화제 각본상을 시작으로 ,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 장편영화상,
제79회 골든글로브시상식 외국어영화상 등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 받은
<드라이브 마이 카>가 개봉 1주년을 기념하여 22일부터 극장에서 재개봉한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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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틀 포레스트>
<리틀 포레스트>
" 심심한데 맛있는 영화 한 편 보고 싶을 때 "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리틀 포레스트>. 사실 일본에서 먼저 만들어진 영화를 봤지만 크게 마음에 와 닿지 않아 끝까지 보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리메이크된다고 했을 때 보러 가려고 표까지 끊어놨건만 밀려드는 일이 바빠 보지 못했다. 그렇게 마음속에서 차차 잊혀 간 작품으로 남을 줄 알았는데 ... 이런저런 영화를 보다 보니 자극적인 맛에 질린 때가 오고야 말았다. 액션은 너무 정신없고, 드라마는 너무 마음 아프고, 로맨스는 너무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아껴두었던 이 영화가 떠올랐다. 주저 없이 영화를 틀고 조용한 공간에서 혼자 보았다. 103분이라는 적당한 러닝타임 동안 숨소리만 내고 영화를 즐겼다. 평화롭고 단조로운 아주 진한 여행을 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그런 영화였다. 이 영화를 특별하다고 정의해야 할까, 잘 모르겠다. 다만, 기존에 있던 것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는 영화였다. 정말 <리틀 포레스트>만의 색깔을 담고 있다고 해야 할까.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꽤 슬픈 일이다. 꿈을 위해 도시로 나선 사람들이 각박함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온다는 건 그리 현대사회가 가진 슬픈 이면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현대사회 속 미디어는 귀농에 대한 모습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장면들로 가득 채워 도시와 대비되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마치 그곳을 현실처럼 꾸며놓는다. 하나, 20년간 시골에서 자란 내가 생각하기에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꿈꾸는 시골에서의 삶이란 영화만큼 완벽할 수 없다. 그렇기에 <리틀 포레스트> 완벽한 대리만족의 영화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어보지 않았기에 공감할 수 없다는 점은 이럴 때 이점이 된다. 그저 낭만을 편집해 붙여놓은 장면들은 간접적으로 겪어 보기에는 행복한 꿈이지만, 현실은 이상적인 판타지가 아니다. 감독이 이런 부분에 대해서 조금 언질을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조금 아쉽긴 하다.
그러니까, 현실성은 많이 떨어진다. 많은 평론가들이 지적한 부분이기도 하고 몇몇 관람객들도 이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틀 포레스트>가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아마 '힐링'이 가득 담겨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따듯한 난로를 켜고, 좋아하는 음식을 직접 요리해먹고, 친구들을 만나 그저 수다나 떠들 수 있는 그런 환경은 현대인들이 가장 꿈꾸는 이상 중 하나일 것이다. 사람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도시로 모여든다. 도시에서의 삶은 다친 마음과 허무한 나날뿐이다. 도시를 떠나올 때 혜원(김태리 분)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시험에서 떨어지고, 아르바이트로 연명해가는 삶이란 결국 죽은 것과 다름없는 삶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돌아온 고향에서 누구에게도 재촉받지 않고 오로지 먹고살기 위한 것에만 집중한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괜찮은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것, 이 단순한 문장으로 영화는 진짜 소중한 삶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무작정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선택해서 살아가는 삶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요리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야' 맞는 말이다. <리틀 포레스트>는 음식으로 유명한 영화이다. 음식을 담아내는 컷들이 세련되고 감각적이다. 감독이 마치 어떻게 찍어야 예쁘게 나오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음식의 조리과정이나 맛이 궁금하다는 이유로 영화를 찾는 관객은 없을 것이다. 음식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정성을 다한다는 것, 온 마음을 전부 내비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리틀 포레스트> 속 음식에 관한 의미는 깊다. 편의점 도시락이나 길거리에 파는 컵밥 같은 게 아니라 직접 수확한 재료로 시간을 들여 음식을 해 먹는다는 것은 그동안 잃어버렸던 삶의 본질적인 의미에 관한 '채움'이었을지도 모른다. 허무하고 공허하기만 한 도심 속 삶에서 내 손으로 만들어본 적 없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어보는 것. 음식은 사계절의 시간을 따라가며 마음속 엄마(문소리 분)를 불러일으키고, 때를 기다려 하루를 보내도록 유도한다. 영화 속 음식은 곧 혜원의 내적 감정을 좀 더 활성화하는 장치였을 것이다.
먹는 것으로 시작해 먹는 것으로 끝을 낸다면, 먹방과 다를 것 없는 한 편의 영상으로밖에 남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의 본질은 이야기에 있다.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영화의 수준을 판가름하는 척도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리틀 포레스트>는 스토리면에서도 타 영화들과 비교되지 않는 탄탄한 구성을 선보인다. 서울살이에 지쳐버린 딸은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오래전에 떠난 엄마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감독은 영화 초반에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그랬다' 식으로 이야기를 군데군데 던져두고 사건에 대해서 구체적인 언급도 하지 않는다. 관객은 백 스토리를 통해 '그랬겠구나'하고 암묵적인 내용만을 파악할 뿐이다. 하나, 놀랍게도 이러한 전개가 큰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읊조리는 주인공을 따라 천천히 가다 보면 어느새 결말에 당도해있다. 삶 속 여유에 대한 메시지를 이야기해주기 위해 비교적 느리게 스토리를 전개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마치 지루한 전개에 답답해하는 관객들에게도 여유를 가져라 하고 말하듯이 말이다. 유년시절의 주인공과 현재의 주인공, 시간의 순서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던 것도 아마 이 이유에서 나온 게 아니었을까.
여백이 많은 영화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극의 호흡을 느리게 다듬어 관객에게 쉴 시간을 주는 그 순간은 극 자체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이러한 여백을 만드는 데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당연하게도 여유가 있어야 하고, 둘째는 아름다워야 하며, 셋째는 흐름을 끊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나가야 한다. <리틀 포레스트>는 이러한 여백의 공간을 천천히 메워나간다. 계절이 되었다가, 재료가 되었다가, 마음이 되었다가 말이다. 겨울을 시작으로 이어가는 계절 컷은 시간의 진도를 맞출뿐더러 각 계절이 가진 색과 향을 그대로 담아냈다.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과 초록색으로 도배된 봄, 찐한 햇빛을 머금은 여름과 갈색빛의 가을까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이해시키는 여백들은 영상미와 더불어 영화의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주위 인물인 재하(류준열 분)나 은숙(진기주 분)의 모습을 보면 혜원을 만날 수 있다. 재하는 자존감을 갉아먹는 회사에서 뛰쳐나와 농사라는 자신의 삶으로 돌아갔고, 서울의 삶을 꿈꾸는 은숙은 현실과 타협하고 고향에서 살아간다. 영화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현실의 모든 삶을 포기하고 농촌으로 돌아와 그럭저럭 살아라가 아닐 것이다. 혜원이 선택해야 할 삶의 방향을 친구들을 통해 이야기한다. 적당히 괜찮게 타협하고 살 것인지, 아니면 벗어나고 진짜 자신의 삶 근본으로 돌아올 것인지 말이다. 혼란스러운 혜원의 마음이 남 일 같지 않은 건, 20대라는 배경과 인물 설정이 현대 사회 취업준비생인 20대들과 지나치게 닮아있기 때문이다.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고 그냥 휘둘리는 대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비극적인지 혜원의 모습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고한다. 때문에, 감독은 재하의 입을 통해 이야기한다. 혜원은 지금 아주심기를 준비중일 거라고. 아주 쓸쓸한 겨울 될 테지만 좀 더 단단해지고 견고해지는 시기가 오게 될 거라고 말이다. 당신도 아주심기를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
앞서 말했듯 영화가 단순히 귀농의 판타지를 이야기하고 싶은 건 아닐 것이다. 영화와 현실의 경계는 다소 머니까 말이다. 임순례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은 '당신만의 공간에서 당신만의 휴식'이 아닐까. 어린시절에 살았던 고향이 혜원에게 하나의 '공간'이 되었듯이 당신 또한 그러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집이 될수도 있고, 카페가 될수도 있고, 취미가 될 수도 있다. 오로지 당신의 공간에서 당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을 통해 성장하고 바뀌어나가는 것. 이러한 성장을 통해 자신 안에 있는 근본을 찾아낼 것을 강조한다. 또한 감독은 20대 혜원의 모습을 통해 당신의 휴식을 권고한다. 바쁜 도시생활에서 벗어난 혜원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삶은 늘 뜻대로 되지 않고 버겁기만 하다. 주위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가는데, 나만 제자리에 서서 똑같은 위치에 맴돌고 있다면 그것만큼 비극적인 청춘이 없을 것이다. 영화는 말한다. 사회적 성공이나 명예에 집착하기보다, 혜원의 '배가 고프다'는 말처럼 인간의 기본 욕구에 좀 더 충실하라고.
무작정 좋은 영화라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고, 너무 영상미에만 치우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 사회 영화는 너무 맵고 짠맛에 길들여져 있다. 이것이 꼭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고 그냥 자극적인 것들로는 마음을 채우기 어렵다고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흥미롭지 않으면 관객들이 봐주지 않으니까, 소비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8년의 <리틀 포레스트> 열풍은 반가우면서도 낯설었다. 맵고 짠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순한 맛을 찾아왔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컷들의 연속, 영상미가 돋보이고, 카메라를 통해 완성되는 요리와 맛까지 ... 현대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는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서 방영되었던 영화처럼 부작으로 나누어 상영했다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으면서도, 동시에 한 편으로 끝났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만한 여지를 주었구나 라는 만족감이 든다.
출처 : <리틀 포레스트> In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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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종」리뷰ㅣ쫄보기자들과 바이럴에 낚였습니다...ㅣ랑종 후기ㅣ
? "랑종" 리뷰(*스포없음)
- 랑종 정보
장르: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페이크 다큐멘터리, 오컬트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
각본: 나홍진, 반종 피산다나쿤
제작: 나홍진, 반종 피산다나쿤
원안: 최차원, 나홍진
- 랑종 스토리 시놉시스
태국 북동부 ‘이산’ 지역 낯선 시골 마을.
집 안, 숲, 산, 나무, 논밭까지,
이 곳의 사람들은
모든 것에 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가문의 대를 이어 조상신 ‘바얀 신’을 모시는 랑종(무당) ‘님’은
조카 ‘밍’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날이 갈수록 이상 증세가 점점 심각해지는 ‘밍’.
무당을 취재하기 위해 ‘님’과 동행했던 촬영팀은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밍’과 ‘님’, 그리고 가족에게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
#랑종 #랑종리뷰 #랑종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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