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7-06 20:35:07
[BIFAN 데일리] 진실과 진심 사이에
영화 <다우렌의 결혼>

감독] 임찬익
출연] 이주승, 아디나 바잔(Adina BAZHAN), 구성환, 조하석 등
프로그램 노트] 다큐멘터리 조연출 승주는 자신의 작품을 연출하는 것이 꿈이지만 그 꿈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이번에도 역시 조연출 신세로 고려인 결혼식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카자흐스탄으로 떠나는 승주. 그러나 감독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인해 예정된 촬영을 하지 못하고 제작비만 날리고 만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다큐멘터리를 완성하면 승주의 연출 입봉작을 제작하겠다는 대표의 말에 승주는 가짜 결혼식 촬영을 계획한다.
목표가 간절할수록 처해 있는 현실은 더욱 괴롭다. 그렇기에 목표를 이루기 위한 유혹에 쉽게 빠지기 마련이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이룬 목표는 달콤하기보다는 쓰디쓸 뿐이다. 자명한 인생의 진리를 전하는 이 작품은 카자흐스탄의 아름다운 풍광과 이에 어우러진 배우들의 따뜻한 연기로 그 메시지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승주가 가짜 결혼을 위해 선택한 카자흐스탄 이름 ‘다우렌’의 진정한 의미가 빛을 발하는 결말에 이르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이정엽)
선혈이 낭자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스크린 중에도 이따금, 부드러운 초록빛이 스크린을 메울 때가 있다. 좀비를 비롯한 이생명체의 공격, 디스토피아의 살벌한 세계관, 고어나 호러 영화를 전혀 보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자주 찾는 이유다. 나와 비슷한 누군가라면 <다우렌의 결혼>이 꽤나 반가울 것이다. 이 영화는 처참한 장면 대신 말갛고 순한 장면으로 마음을 두드리니까.
일상을 군더더기 없이 연기하며 감탄을 자아내는 배우 이주승은 여기서도 적당한 피로와 타협으로 점철한 현대인의 얼굴로 포문을 연다. 난민촌을 담은 다큐멘터리라면 취약한 상황에 처한 사람 보호 차원에서 이름을 적당히 가명 처리하고 가명임을 밝혀도 될 것 같은데...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조연출 승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책상 앞에서 쪽잠을 자고 있는 대로 고민하며, 열심히 일상을 채운다.
꿈은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분명 입봉이라는 꿈을 위해 나아가고 있는데, 어쩐지 자꾸 꼬이고 박살나고 멀어지기만 하는 느낌으로 승주는 카자흐스탄의 작은 마을을 걷는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이방인에게 기꺼이 자리와 음식을 내어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의 얼굴만은 펴지지 않는다. 이 영화는 사실 고려음식 열전이었던가 싶어질 만큼 멋진 식탁 장면들에 정신이 혼미해질 때에도, 승주만큼은 뚱한 표정이다.

마을 잔치를 결혼식처럼 둔갑시키는 것도, 거짓 결혼식을 만드는 것도, 그는 내켜 하지 않는다. 진짜가 아니니까. 다큐는 진짜를 찍는 작업이니까. 그러나 도저히 물러설 길이 없다 싶자, 그는 결국 가짜 결혼식을 결정한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결혼식이라고 믿는다면, 그럼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말에 적당히 물러선다. 어쩌면 승주가 이 영화에서 처하는 갈등은 "다큐멘터리가 추구하는(더 정확히 '추구할 수 있는') 것은 진실인가 사실인가" 하는 질문과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진짜'라는 말의 범위를 가늠하며 영화를 보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진짜'는 때로는 진실, 때로는 사실의 의미로 통용되니까. 그러나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에 대한, 혹은 진실과 사실에 대한 깊은 고뇌로 우리를 데려가지 않는다. 대신 진짜라는 말의 경계를 슬며시 녹이고 넓힌다.

순한 마음은 진짜다
샤슬릭을 굽는, 그러니까 음식을 만드는 연기와 냄새를 피우면서 결혼식 소식을 알린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서로 결혼식 소식을 전하고, 어쩌다 마주친 승주의 카자흐스탄 이름 '다우렌'을 연신 부르며 환한 미소로 축하를 건넨다. 그 입소문과 축하의 장면들은 하나 같이 순하기만 해서, 보는 내내 참 좋았다. GV에서 들으니 실제 마을 이장님도 그 중 한 명으로 등장했다던데, 촬영에 열려 있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그렇게 드러난 모양이다.
상대와 나의 관계성이나 거기서 얻게 될 손익을 계산하지 않고, 그냥 누군가의 행복에 마냥 기뻐하는 마음. 물론 거기에는 아디나가 그 동안 마을에서 쌓아 온 덕망이라는 배경도 있겠지만, 그냥 젊은이들의 사랑과 결합을 어여삐 여겨 주는 마음이 표정에서 묻어났다. 그 순한 마음은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힘이고,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장면이다.

같이 옮긴 걸음은 진짜다
가짜 결혼으로 시작했지만 아디나와 승주 일행은 점차로 가까워진다. 기분 좋은 날, 바람 좋은 날 함께 둘러앉아 좋은 음식을 같이 먹고, 같이 걸어다니고, 같이 웃는다. 이러한 과정이 단순히 연인으로서의 과정으로 그려졌다면 이 영화를 굳이 볼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이 영화는 그런 진부한 멜로 서사 쪽으로는 힘을 주지 않았다.
가짜 연인 행세를 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애정이 꽃피는 드라마를 우리는 숱하게 보아 왔으며, 심지어 가짜 결혼이라니 얼마나 올드한 틀인가. 이 영화에서 결혼이라는 틀은, 서로를 종속하는 폐쇄적 로맨스가 아닌 순한 동화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기능한다. 멜로 드라마라기엔 개연성이 흐릿하다는, 바로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아디나와 승주 각자의 걸음이 모였다 흩어지는 또 모이는 과정으로 의미가 있으니까. 다소 거짓말 같은 엔딩도 그럭저럭 납득하게 되는 건, 그래 세상에 이런 이야기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지기 때문이다.

마주본 눈은 진짜다
누군가의 방을 들여다본다는 건, 그의 꿈과 소원을 보는 것과 같다. 거기까지 보았다는 것은 상당히 가까운 관계일 때만 가능한 일이다. 순한 마음에 둘러싸인 환경에서, 같이 걷고, 그의 마음 한 자락을 엿보고, 그의 눈 속에서 자신과 같은 면까지 보고 나면, 이제 그 두 사람은 먼 사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다 보면 가끔은 자기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상대에게 턱 튀어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상대를 바라본다는 것은, 어느 정도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한 것 같다. '다우렌' 승주와 아디나가 서로를 보고 자신을 본 것처럼, 이 영화를 본 나도 다시 나를 본다. 푸른 갈치를 생각하면서. 나의 '진짜'는 어디에 있는지, 혹시 어디 그물에 걸려 빠르게 썩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이 영화에서 '진짜'를 느끼게 한 것들은 모두 그저 진심이었다. 다큐멘터리가 사실을 담아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라 하지만, 연출자 따로 감독 따로인 상황에, 아예 가짜 상황을 연출해 담는 상황조차 "다큐도 연출이라니까!" 하는 말에 어영부영 묻히는 상황에서, 그 말은 자꾸 삐그덕거리고 어긋나기만 한다. 대신 이 영화 내내 오롯이 빛나는 것은 진심이다. 백석의 시에 나오는, "욕심이 없어 희여졌"고 "착하디착해서 세괃은 가시 하나 손아귀 하나 없"으며, "너무나 정갈해서 이렇게 파리"한 존재들처럼 조용히 새하얀 진심.
백석을 생각하니 더더욱, 이 영화의 배경에서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된다. 1937년 척박하게 얼어붙은 땅에 대뜸 던져졌으나, 숱한 죽음을 목격하고도 살아남은 사람들. 거기서도 국수를 말고 김치를 담그는 사람들. 이 세월 다 가고도 그 마음은 그대로여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풍성한 식탁을 차려주는 사람들. 어쩌면 이 영화에 묻어난 진심은 그들에게서 흘러나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푸른 산과 너른 초원에 곱게 펼쳐진 이들의 톡톡한 존재감을 극장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한다.
2023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6/29-7/9) 상영시간표
7월 2일 17:00-18:23 CGV소풍 8관 (상영코드 431)
7월 5일 16:30-17:53 CGV소풍 4관 (상영코드 724)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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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후의 돈키호테, 귀도
이 글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긴 한데 워낙 유명한 영화가 재개봉한 거니까 스포일러라고 하지 맙시다(?).
사진출처:다음 영화귀도(로베르토 베니니)를 향한 나의 감정은, 영화를 볼 때마다 변해간다. 사실은 '변해간다.'라는 말보다는 더해진다.라는 말이 더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그의 인생은 남루하다거나 볼품없다는 말 외에는 수식할 말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가는 곳마다 달걀 몇 알 만으로도 적을 만들기 딱 쉬운 성향을 가졌기에 오늘만 살겠구나라는 한심함도 그 위에 한 겹. 그걸 돈과 시간을 들여 지켜만 봐야 하는 내가 느끼는 아슬아슬한 위기감도 한 겹. 항상 실없고, 때로는 사기꾼처럼 보였으며 임기응변이라 부르기엔 하찮아 보이는 잔기술에서 오는 어이없음도 한 꼬집.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다 쌓아 올리고 나면. 이상하게도 그를 향한 내 마음은 항상 연민과 쓰라림, 안타까움을 합친 그 무언가로 가득 차서 한동안 영화관 의자에 깊게 파묻힌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압도되곤 한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분명 아들인 조슈에(조르지오 칸타리니)에게 하는 모든 말이 거짓말인데도 불구하고. 그가 풍자하고 있는 이 현실이 아비인 자신은 겪어 나가야만 한다는 상황의 아이러니가 늘 나를 울린다. 이 거대한 연극이 사실은 아들만을 위한 것임이 아닌, 자신 또한 인생을 살면서 겪어와야 했지만 외면할 수 없어 다른 것으로 치환해야만 버틸 수 있을 만큼 절실했을 삶을 향한 그의 태도에 언제나 난 패배한다.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속속들이 다 보여주지 않는, 그가 겪고 있는 아픔들을 보는 나의 마음마저도 핏기를 잃는다. 목숨의 연명이라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처절함을 한낱 수수께끼와 동급으로 취급하는 무심함에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가 단 한마디의 불평도, 불만도 소리 내지 않는 의연함에 어쩐 일인지 힘이 빠진다.
분명 귀도라는 사람의 마음속으로 돌을 던졌을 때 마치 오백 마리 쯤의 개구리가 튀어 다니는 것 마냥 파닥파닥 거리는 자잘하고 얕은 파문으로 가득할 것만 같았거늘. 어쩐 일인지 내가 던진 돌은 한참이나 군소리 없이 떨어진 후에야 툭. 하고 이미 누군가 너무도 많이 던져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자리 잡은 다른 수많은 돌들 사이에 파묻혀 버린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그제야. 아니 또 한 번 귀도를 오해하고 있었음을 인정해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작품의 제목부터 그의 인생에 이르기까지 거짓말로 점철된 채 변명만 하는 삶이 아닌. 인생의 무게에서 도망치느라 수세에 몰린 궁지속의 삶을 사는 것 마저도 아닌. 겁도 없이 탱크에게 몇 번이고 달려들 삶을 살 준비가 되어 있는 돈키호테의 삶을 바라보며 나는 또 눈물짓고 반성하며 그에게 용서를 빈다.
그는 또 언제든 내게 다가와서, 그가 늘 그랬던 것처럼. 눈 한번 질끈 감고 맞서봐야 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마치 최후의 돈키호테인 마냥 돌진할 것이다. 알고 보니 진실과 진심으로 가득 찬 그의 인생이 실제로도 아름다웠음을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그 능글맞은 얼굴을 하고서.
[이 글의 TMI]
1. 이젠 귀도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나서 배가 고플 지경이었음.
2. 상 받을 때 모습 마저도 귀도 그 자체였던 감독님.ㅠㅠ
3. 델리만쥬 들고 영화관 오지 말랬지!! 하나 주던가!!
#인생은아름다워 #로베르토베니니 #니콜레타브라스키 #조르지오칸타리니 #귀스티노두라노 #이탈리아영화 #코미디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리뷰어 #영화해석 #결말해석 #영화감상평 #개봉영화 #영화보고글쓰기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메가박스 #CGV #롯데시네마 #영화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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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끊을 수 없는 운명일까
이 글은 넷플릭스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구글 Chan's Note/
한때 넷플릭스와 후발주자였던 왓챠를 죽어라 비교해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같은, 혹은 비슷한 돈을 내고서 가장 효율적으로 이 OTT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방법이 공식처럼 나돌던 시절도 있었죠. 각각의 서비스가 가진 장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그 어떤 것이 좋다.라고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넷플릭스가 가진 오리지널 시리즈의 힘 덕분에 아주 약간 더 넷플릭스에 손을 들어주고 싶은 심정이긴 합니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날 때마다 저는 넷플릭스에서 가장 먼저 오리지널 시리즈를 훑어보곤 합니다. 위시 리스트는 늘어만 가고 지워갈 수 없음이 조금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그 위시 리스트를 보면 휴가를 받았을 때 심심하지는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오늘처럼 찰나의 시간이 날 때도 그 작품들 중 하나를 택하면 성공할 확률도 많고요.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보는 내내 마치 불교의 윤회 사상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돌고 도는 같은 운명의 굴레에 갇힌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죠. 그 어떤 주제 의식도 없어 보일 수 있을 만큼 처음엔 이게 뭐야. 싶지만. 다 보고 나니 명작이었구나.를 깨달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좋은 기분으로 리스트 중 하나를 지워낼 수 있어서 기분 좋은 토요일입니다.
주인공이 없어 보이는데 다 주인공이네
적절한 균형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진짜 이 캐스팅 실화냐.
이 영화에는 이미 익숙한 이름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처음에 캐스팅을 흘깃 보고는 와... 피 튀기겠는데?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경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이 영화에 대한 내용을 상상했을 땐, 미친 연기력의 향연 같은 영화일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조금 다른 방향을 선택합니다. 마을 자체에서 반복되는 운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그리고 그 안에서 인물들은 알 수 없는 힘에 등 떠밀려 자신은 알지 못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운명을 살아야 하는 부속품처럼 느껴집니다.
바꿔 말하면 인물들은 이 영화 안에서 큰 조명을 받지 못합니다. 이 쟁쟁한 스타들 중 누구 하나 톡 튀게 하이라이트를 받는 일은 없다는 것이죠. 두드러진 주인공이 없어 보이는데, 다 주인공인 셈인 영화랄까요.
이야기는 정말 큰 틀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 인물들을 가지고 뜨개질을 해 갑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인물을 엮어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표현일 것 같네요.
뜨개질을 해 가는 속도 역시 정말 일품입니다. 이게 이렇게 연결된다고?라는 생각이 적절한 타이밍에 들 수 있게끔 너무 느슨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빠르지도 않습니다. 그저 그 속도대로 따라만 가면 됩니다. 그러면 어느새 이 영화는 우리에게 끝매듭을 마무리하고 있는 시간으로 데려갑니다.
얼굴만 잘 생긴 줄 알았더니. 이것들이.
연기도 잘하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진짜.. 나쁜 역할도 이렇게 잘 어울리는구나.
우리의 마음속에는 덕질을 하게 만드는 많은 배우들이 들어차 있을 겁니다. 그들은 신체적인 뛰어남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죠. 소위 말하는 것처럼 키가 크고 잘 생긴 경우를 여기서는 말합니다.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보면 스타들의 "미덕"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배우들의 경우 자신의 이미지가 잘 생겼다.라는 것으로 국한되어버리면. 그걸 오히려 깨기가 정말 힘들다고 합니다. 비슷한 역할만 들어오거나. 혹은 자신의 외모가 보이지 않는 쪽으로 오히려 힘을 더 많이 써야 된다고 하죠. (참고 1)
그랬기에 저 역시 엘리오가 더 킹 헨리 5세에서 연기자가 되었을 때 기뻐했습니다. 그의 포효 안에는 스스로의 힘으로 우뚝 서겠다는 열망이 담겨있는 듯했죠. 그것을 지켜보며 저 또한 희열을 느꼈던 이유 역시 또 다른 연기자 탄생의 순간에 내가 함께 했다.라는 기분을 느꼈기 때문일 테니까요.
이 영화에서는 거의 모든 배우들이 자신의 굴레를 벗어던지기 위해 서로 자기주장을 하느라 바쁩니다.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대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대표적인 영국 배우들은 자신의 악센트를 너무도 감쪽같이 버렸고. 세바스찬 스텐은 처음엔 못 알아볼 정도로 살을 찌운 채 영화에 등장했습니다. 어디서 봤는데 봤는데 하다가 출연 배우 리스트를 보고 그제서야 알아볼 정도로 말입니다.
자신들의 연기 리즈를 갱신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그 노력이 빛을 뿜다 못해 섬광처럼 쏟아져내리는 그 자리에서 저는 그들의 진정성에 또 한 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과 악은 과연 무엇인가.
과연 답이 있을까?
사진 출처:다음 영화/ 빌 스카스가드조차 여기서 이런 역할이라니.
전설의 영화 타짜에서. (1편임. 2편도 3편도 아니고 1편임) 평경장은 고니에게 세상이 아름답다고 평등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을 던집니다. 고니는 마치 녹음한 것처럼 그래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평경장은 그런 세상에선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사느냐며 면박을 주죠. (참고 2)
우리가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쁜"것과 "착한"것이 부딪치고, 끝에는 선한 것이 이긴다.를 원하죠. 물론 저 역시도 만약 어벤저스 마지막에 벌크업한 보라돌이 농사꾼이 이겼다면 루소 형제 나오라고 소리쳤을 테니까요. 그렇기에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이 어느 편에 서 있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그 어떤 사람도 나쁘다. 혹은 착하다.로 구분할 수 없습니다. 단지 이해한다.는 말 외에는요. 그나마 이 뜨개질에서 가장 굵고 독특한 색을 가진 실에 가까운 톰 홀랜드 역시도 그러합니다. 복수 혹은 죽어 마땅한 놈이라는 이유로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데. 속이 마냥 시원하지만은 않더군요. 분명 그는 감옥에서 생의 일부분을 보낼 것이고. 그 일부분 역시 순탄치만은 않을 테니까요. 이 복잡한 우리의 마음을, 마지막 부분의 내레이션이 대변한다고나 할까요.
그만 말해. 이제.
토요일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냐.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를 보면서 최근에 썼던 다크 히어로 관련한 글이 다시 한번 떠올랐습니다. 아주 근소하게나마 시대를 앞서간 것일까.라는 생각도 들고. 선과 악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 수 있었죠. 소비하는 책이나 영화마다 요새 제게 많은 생각을 안겨줘서 감사함과 동시에 여태 대체 어떤 우물 안에서 살았던 것일까.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러닝 타임이 두 시간이 훌쩍 넘지만. 정말 시간 순삭 하게 만드는 영화이니. 꼭 한 보셨으면 합니다.!!
참고 1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그랬다고 함. 연기를 안 봐주고 자꾸 얼굴만 봐서 교정기를 끼고 연기했다고 하는데. 아니 그래봐야 교정기 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잖아.
참고 2
진짜.. 거짓말 아니라 타짜 대사 거의 다 외움.
[ 이 글의 TMI]
1.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타이밍이 왔다.
2. 이제 왜 주중에 휴일 없죠?ㅠ 추석까지 존버인가ㅠ
3. 선풍기를 꺼내야 할까.
4. 과일 먹고 싶다. (요새 과일 끊음)
5. 나중에 잠시 회사 가야 하는데. 너무 가기 싫다.
6. 요새 무가당 두유 먹고 있는데(당류 1%, 진짜 그냥 콩물) 그거 먹고 2주일 만에 식욕을 잃음.
7. 그러나 그러기엔 너는 아직도 너무 많이 먹고 있지.
함께 읽으면 좋을까?
https://blog.naver.com/virgonmalta/222244860880
엘리오, 헨리 5세로 왕위에 스스로 앉다;넷플릭스 더 킹 헨리 5세 리뷰
#악마는사라지지않는다 #로버트패틴슨 #세바스찬스탠 #톰홀랜드 #빌스카스가드 #넷플릭스 #넷플릭스추천
* 본 콘텐츠는 블로거 Rigo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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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후보작 발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드디어 2022년도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작이 발표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예상하신대로 수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 많이 보이고 있는데요!
많은 분들의 예상을 빗나간 수상 후보작 선정도 여럿 눈에 띕니다.
시대 흐름을 반영한 OTT작품들의 작품상 후보 선정, <돈 룩 업>이 대표적이구요,
인디영화 <코다>의 작품상 후보 선정도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드라이브 마이 카>의 약진입니다. 작품상은 물론 감독상, 각색상, 그리고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에 올랐습니다.
<기생충> 이후 또 한번 아시아 영화 감독의 놀라운 성과를 기대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국제영화상은 <드라이브 마이 카> 수상이 유력하지 않을까 많~~이 예상해봅니다.
그럼 주요 부문 수상 후보작은 톺아보도록 할게요! :)
작품상
1. <파워 오브 도그>
2. <드라이브 마이 카>
3.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4. <듄>
5. <코다>
6. <킹 리처드>
7. <리코리쉬 피자>
8. <나이트메어 앨리>
9. <벨파스트>
10. <돈 룩 업>
▶너무 쟁쟁한 후보군들이 많지만 조심스레 <파워 오브 도그>의 수상을 예상해봅니다.
감독상
1. <벨파스트> (케네스 브래너)
2. <드라이브 마이 카> (하마구치 류스케)
3. <리코리쉬 피자> (폴 토마스 앤더슨)
4. <파워 오브 도그> (제인 캠피온)
5.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티븐 스필버그)
▶ 작품상과 마찬가지로 올해 너무나 많은 극찬을 받은 작품 <파워 오브 도그>의 제인 캠피온 감독의 수상을 예측해봅니다.
남우주연상
1. <비잉 더 리카르도> (하비에르 바르뎀)
2. <파워 오브 도그> (배네딕트 컴버배치)
3. <틱, 틱!...붐!> (앤드류 가필드)
4. <맥베스의 비극> (덴젤 워싱턴)
5. <킹 리처드> (윌 스미스)
▶ 앤드류 가필드와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대결로 보입니다. 하지만 올해 <파워 오브 도그>의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가 역대급 인생연기로 극찬 받으면서,
조금 더 수상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여우주연상
1. <타미 페이의 눈> (제시카 차스테인)
2. <잃어버린 딸> (올리비아 콜먼)
3. <페러렐 마더스> (페넬로페 크루즈)
4. <빙 더 리카르도> (니콜 키드먼)
5. <스펜서> (크리스틴 스튜어트)
▶ 가장 수상의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부문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가장 각축을 벌이는 부문으로 많은 분들의 관심이 클 것으로 예상되네요.
남우조연상
1. <벨파스트> (키어런 하인즈)
2. <코다> (트로이 코처)
3. <파워 오브 도그> (제시 플레먼스)
4. <비잉 더 리카르도> (J.K 시몬스)
5. <파워 오브 도그> (코디 스밋 맥피)
▶ <파워 오브 도그>의 코디 스밋 맥피과 제시 플레먼스가 같은 작품에서 가장 큰 수상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래도 역시 흐름이 코디 스밋 맥피의 수상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습니다.
여우조연상
1. <잃어버린 딸> (제시 버클리)
2.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아리아나 드보스)
3. <벨파스트> (주디 덴치)
4. <파워 오브 도그> (커스틴 던스트)
5. <킹 리처드> (안저뉴 엘리스)
▶ 여우조연상은 <파워 오브 도그>의 커스틴 던스트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아리아나 드보스 배우의 대결로 보입니다.
다만 할리우드에서는 보통 떠오르는 신예 배우를 선호한다는(?) 면에서 아리아나 드보스 배우의 수상이 예상되네요.
각색상
1. <코다>
2. <드라이브 마이 카>
3. <듄>
4. <잃어버린 딸>
5. <파워 오브 도그>
▶ <드라이브 마이 카>의 원작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서구권에서 인지도가 높은 작가인데요.
그래서 충분히 <드라이브 마이 카>의 수상 가능성도 크다고 짐작됩니다. <듄> VS <파워 오브 도그> VS <드라이브 마이 카>의 대결로 보입니다.
각본상
1. <벨파스트>
2. <돈 룩 업>
3. <킹 리차드>
4. <리코리쉬 피자>
5.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 < 돈 룩 업>과 <리코리쉬 피자>의 대결로 예상됩니다. 각본상도 수상의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부문인 것 같습니다.
촬영상
1. <듄>
2. <나이트메어 앨리>
3. <파워 오브 도그>
4. <맥베스의 비극>
5.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 프로덕션의 힘, 촬영상 부문인데요. 아무래도 2021년 엄청난 스케일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던 <듄>의 수상 가능성을 예상해봅니다.
의상상
1. <듄>
2. <나이트메어 앨리>
3. <크루엘라>
4. <시라노>
5.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편집상
1. <듄>
2. <킹 리처드>
3. <파워 오브 도그>
4. <돈 룩 업>
5. <틱, 틱...붐!>
분장상
1. <크루엘라>
2. <듄>
3. <타미 페이의 눈>
4. <커밍 투 아메리카>
5. <하우스 오브 구찌>
미술상
1. <나이트메어 앨리>
2. <듄>
3. <파워 오브 도그>
4.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5. <맥베스의 비극>
음향상
1. <벨파스트>
2. <듄>
3. <파워 오브 도그>
4. <007 노 타임 투 다이>
5.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음악상
1. <돈 룩 업>
2. <듄>
3. <엔칸토: 마법의 세계>
4. <페러렐 마더스>
5. <파워 오브 도그>
주제가상
1. <킹 리처드>
2. <엔칸토: 마법의 세계>
3. <벨파스트>
4. <007 노 타임 투 다이>
5. <포 굿 데이즈>
시각효과상
1. <듄>
2. <프리 가이>
3.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4. <007 노 타임 투 다이>
5.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장편 애니메이션상
1. <엔칸토: 마법의 세계>
2. <나의 집은 어디인가>
3. <루카>
4.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5.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장편 다큐멘터리상
1. <중국몽>
2. <아티카>
3. <나의 집은 어디인가>
4. <소울, 영혼, 그리고 여름>
5.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쏘다>
국제영화상
1. <드라이브 마이 카> (일본)
2. <나의 집은 어디인가> (덴마크)
3. <신의 손> (이탈리아)
4. <교실 안의 야크> (부탄)
5.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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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씨네랩의 전신인 하이,스트레인저의 공동배급 작품인데요.
각본상과 국제영화상, 2관왕에 올랐습니다. :)
올해 상반기 개봉 예정 중에 있으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오늘 2022년 미국 아카데미 수상 후보작 발표 콘텐츠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다음 주, 더욱 유익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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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스온탑>, "그냥 곁에만 있어주면 되는 거 아니야?"
개인적으로 이옥섭&구교환(2X9) 감독님의 작품 중에서 특히 더 좋아하는 영화이다.
짧지만 정말 많은 위로가 되고, 다양한 생각을 하게끔 만든 영화이다.
주인공 '우희'는 좁은 6평의 집에서 자꾸 자라나는 선인장을 놓아주려고 한다.
더 넓은 곳에서 자라라고.
선인장의 가시 때문에 잔뜩 상처가 난 손도 신경쓰여서 선인장을 더 이상 자신의 집에서 안 키우려고 한다.
외발자전거를 열심히 연습하던 친구 '주영'에게 이 사실을 얘기하니까 선인장이 포옹해달라고 했냐면서, 그냥 선인장 곁에만 있어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한다.
끝으로, 둘은 함께 외발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나아간다.
"좋은 데 가는 거야.
나 없을 때 집에서 너 혼자 기다리는 것보다 친구들이랑 지내면 좋잖아, 보러 오는 사람들도 많고.
거긴 천장도 높고, 보일러도 따뜻해."
나는 선인장을 '내가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혹은 열렬히 응원하는 무언가'라고 해석하였다.
이 무언가는 사람일 수도, 물건일 수도, 혹은 특정 행위일 수도 있다.
난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어떤 것을 너무 좋아해서 나중에 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
감정적으로 힘들든, 현실의 벽에 부딪혀서 힘들든, 주변에서 날카로운 말을 해서 힘들든.
"이제는 외발자전거의 시대야."
내 친구는 이제 외발자전거의 시대가 왔다며, 자꾸 넘어져도 계속 도전한다.
계속 외발자전거를 연습한다.
자꾸 실패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걸 계속 좇는 사람이다.
"눕힐 수도 없고, 천장을 뚫을 수도 없고."
속이 타들어가는 내 마음도 모르는지, 선인장은 자꾸만 커져간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 내 마음이 자꾸만 커져간다.
아직 현실은 준비가 안 되었는데, 이상은 자꾸만 커져간다.
"좋은 데 가는 거야.
나 없을 때 너 집에서 혼자 기다리는 것보다 친구들이랑 지내면 좋잖아, 보러 오는 사람들도 많고.
집에 너 혼자 있을 때마다 내가 얼마나 밖에서 마음 불편한지 알아?
거긴 천장도 높고, 보일러도 따뜻해.
가시 땜에 내가 안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결국 선인장을 버리기로 한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 마음을 버리기로 한다.
나를 위해, 그리고 어떤 것을 위해.
이상과 현실은 다름을 깨달았다.
선인장을 버리면 속이 후련할 줄 알았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눈물만 나고, 여전히 손이 쓰리다.
선인장을 만지며 얻은 상처가 아직 아프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며 감수했던 상처들이 눈에 자꾸 걸린다.
상처가 나는 것도 괜찮을 정도로 좋아했는데.
그만큼 진심으로 좋아했는데.
"찾아오자!
야, 선인장이 뭐 너한테 포옹이 필요하대?
걔가 너한테 그랬어?
아니, 선인장은 맨날 태양이랑 포옹하는데 네 포옹이 무슨 소용있어.
그냥 곁에만 있어주면 되는 거 아니야?
야, 타!"
이 때 자꾸 넘어지면서도 외발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계속 시도하는 친구가 내게 말한다.
선인장이 너한테 포옹이 필요하더냐고. 그냥 곁에만 있어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맞다. 실은 간단한 사실이었다.
상처가 나는 것도 괜찮을만큼 내가 좋아하는 어떤 것을 굳이 앞으로의 현실이 두려워 미리 포기해야 할 이유는 없다.
어차피 이 어떤 것을 포기한다 하더라도 내가 계속 속상할 거니까.
계속 선인장이 아른아른거릴테니까.
그게 더 괴로울 것이다.
계속 좋아하면 된다.
계속 좋아하고, 사랑을 주고, 응원하고.
내가 상처를 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영화의 색감, 분위기, 배경음악, 배우들의 목소리에서 토닥토닥-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참 포근하고 따뜻한 영화이다.
선인장이 연인, 사랑, 꿈, 반려동물, 식물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되는 게 너무 매력적이었다.
한 영화가 이렇게 다양한 생각의 길을 마련해준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좋았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공통적으로 전하고 싶다.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소중한 '선인장'에게 상처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여 섣불리 결정짓지 말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선인장'은 곁에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할 수도 있으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좋아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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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음악 비트 속에 담긴 모녀의 이야기
전자음악 비트 속에 담긴 모녀의 이야기
영화 <둠둠> 리뷰
감독] 정원희
출연 ] 김용지, 윤유선, 박종환, 김진엽
시놉시스 ] 자신에게 집착하는 엄마 때문에 전부였던 음악을 놓아버린 DJ이나. 길을 걷다 우연히 들려온 비트에 디제잉을 다시 하기로 결심하고 베를린에 갈 수 있는 오디션에 참가한다.
제 26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에 공식 초청되어 관객들과 먼저 만났던 영화 <둠둠>. 세계 영화제를 휩쓴 단편 <벨빌> 정원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 이번 9월 15일에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어 그 전에 시사회를 다녀왔다.
패션소품으로 인아의 목표를 표현하다
영화 둠둠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엄마의 바람대로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며 생활하는 이나와 자신의 꿈을 쫓아 DJ를 하는 이나. 엄마의 집착으로 인해 DJ에서 촉망받던 이나는 자신의 꿈을 져버리고 평범하게 콜센터 직원이 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미혼모였던 이나는 자신의 딸과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지만 아이가 있다는 것을 회사에 말하지 않은 것을 결국 들키게 되고, 재계약 연장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그 길로 회사를 박차고 나온다. 그러던 중 집 근처에서 DJ 공연을 보게 되고, 잊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다. 이나는 회사에 다니면서 정장플랫 신발을 항상 신고 다닌다. 그런 이나가 엄마와 함께 언덕을 올라가는 장면에서 "엄마 나 발 아파"라고 하면서 엄마가 신던 슬리퍼와 플랫슈즈를 바꿔 신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마 이 장면이 이나가 더이상 자신에게 맞지 않는 회사원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의 세계로 향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딱딱한 회사생활을 상징하는 플랫슈즈와 가죽가방 대신 이나는 이제 편한 운동화와 백팩을 메고 집을 나선다. 즉, 자신이 편하고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을 이렇게 패션 소품들을 활용해 암시하고 있어서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도망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DJ와 음악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인아는 회사를 그만두고 허름한 DJ바에서 디제잉을 다시 할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인아의 상황은 인아에게 행복감을 충분히 느낄 시간을 주지 않는다. 인아의 딸을 잠시 맡아서 키워주던 아주머니는 귀농을 결정하면서 더이상 인아의 딸을 돌보기 힘든 상황이 되었고, 입양처를 알아보기 시작한다. 인아 엄마의 불안증세는 날이 갈수록 더욱 심해지면서 하루에도 수십번씩 인아에게 전화를 하고, 오지도 않은 재난 상황에 대비하며 집 지하에 방공호와 같은 시설을 만들기에 이른다. 그 과정에서 인아는 절친이 인아의 노래를 자신이 만든 것이라고 말하며 외국 공연에서 사용했다는 말을 듣고 배신감에 휩싸인다. 음악을 다시 시작한 행복을 만끽할 새도 없이 인아에게는 계속 안좋은 상황이 들이닥친다.
상황이 안좋아질수록 인아의 신경은 오로지 베를린 컴피티션에 쏠린다. 이 대회에서 1등을 하면 베를린으로 가 새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맹목적으로 이 대회에 1등을 하기 위해 몰두하다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깨닫는다. 그동안 디제잉을 하며 행복했던 자신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인아는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도망치는 수단으로써 음악을 택했고, 그 기회가 베를린 컴피티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진정한 화해의 시작영화 둠둠은 이렇게 현실에서 도망치려는 인아의 혼란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엄마의 사고로 인해 정리가 된다. 그토록 엄마의 집착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했지만 자신 역시 엄마를 너무나도 걱정하고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엄마 역시 마음만큼은 세상에 단 둘밖에 남지 않았기에 더욱 지키고 싶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엄마와의 관계가 재정립되지 않는 이상 베를린에 가더라도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인아는 과거 엄마가 불러줬던 노래를 녹음해서 자신의 디제잉에 녹이고, 이 음악을 통해 반목하던 모녀는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한다. 어찌보면 굉장히 클리셰적이긴 했지만 현대적인 디제잉 속에서 그 클리셰는 나름 새롭게 다가올 수 있었다.
영화 둠둠은 시작과 끝이 모두 전화를 받지 않는 장면이다. 시작에서는 전화하는 인물이 엄마라고 뜨지만 끝에서는 발신인이 누구인지 표현하지 않는다.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한 영화의 말미에서 인아에게 전화를 건 인물은 누구였을까?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이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건네면서 여운있게 마무리된 작품이었다.그간 영화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디제잉이라는 요소를 너무나도 감각적으로 잘 풀어낸 영화 <둠둠>. 전자음악의 비트 속에서 한 모녀가 어떻게 화해를 해 나가는지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를 담어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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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결국 타인에게 이해를 구하는 것
난 두드러기가 있다. 자세히 말해보자면 '콜린성 두드러기'라고 한다. 다들 아우터 입는 4월에 나만 반팔에 얇은 겉옷을 입는다. 이 간지러움은 시도 때도 없이 겹친다. 가령 버스를 타고 갈 때나 매운 짬뽕을 먹을 때도 몸이 불편하다. 안그래도 잘 타는 더위 두드러기까지 겹치면 두배로 고통스럽다. 겨울에는 더울 일이 없어서 괜찮냐고 한다면 그것도 아니다. 히터를 빵빵하게 틀면 꼼짝 없이 몸이 간지러워진다. 그럼 한 3분동안 밖에 나가있어야 한다. 얼핏보면 일 땡땡이에 가까운 모습이겠지만 이건 어쩔 수 없다. 근데 이건 나만 그러지는 않을거다. 사람마다 말 못할 일상생활의 애로사항은 다들 있다.
이게 성격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도 두드러기때문에 운동하는게 한동안 싫을 때가 있었다. 이건 내 소심했던 모습과 관련이 있다. 몸이 간지러워도 남들이 보면 아무것도 아닐 것 같아서 병원에 안 갔다. 콜린성 두드러기 자체가 약이 없어서 병원에 가는게 큰 의미는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만큼의 찜찜함은 남아있다. 그 때 미리 잡았다면 뭐가 달라졌을까? 미리 내가 겪는 불편함에 말하고 다니던 사람이었으면 20대 중반의 내가 살기가 편했을까. 지금이야 이 문제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말하고 다닌다. 인터넷에 '온도 알레르기'라고만 검색해도 관련정보가 쉽게 나오기 때문에도 있지만 이게 남에게 피해주는 피부질환이 아닌게 큰 이유다. 따지고 보면 키가 작은것보다 훨씬 더 내 삶에 지장을 주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나를 이해하고 사는 수밖에. 나름 살다보며 느낀건 나를 이해해야 남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병이야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지는 오래 됐으니 이제 타인을 이해하며 살면 될 것 같다. 별거 아니라면 별게 아니고 심각하면 심각한 이 애로사항에 일상생활에 난감함이 많다. 에잉. 이 리뷰를 쓰면서도 두드러기가 올라오는 것 같다. 왼쪽 팔로 오른쪽 팔꿈치 쪽을 벅벅 긁었다. 이건 어쩔 수 없다. 이게 그냥 나인가보다. 안그래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못하는 나는 이런 사소함 하나때문에 점점 겁대가리를 상실하고 있다. 인정해야 한다. 나는 많은 이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란걸.
<펀치 드렁크 러브>는 이해와 사랑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배리는 여자 형제가 7명이나 있다. 직업은 그냥 사업장을 운영하는 중소기업의 사장님이다. 얼핏 보면 그냥 평범한 20, 30대 남자 중 한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크게 틀린건 아니다. 가족이 많긴 하지만 또래 남자들과 유별나게 다른 건 없다. 그에겐 문제가 있다. 인생의 재미를 못 찾고 영 기를 못피면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첫 장면에서도 부하 직원이 주인공 배리를 쪼는 모습이 나온다. 한 20분쯤 지나면 배리가 여자 형제들의 집들이에 가는 장면이 있다. 다 큰 베리지만 누이들은 베리를 그렇게 생각 안하는 것 같다. 여자 형제 중 한명이 배리를 보자마자 느닷없이 '너 게이니?'라고 묻는다. 이 뿐일까? 비듬 많다는 지적부터 뜬금없는 망치 이야기까지 배리는 누이들에게 사람이 아니라 장난감 완구같은 느낌이다.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이런 말을 들으면 엄청 화가 나겠지? 배리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주인공은 느닷없이 유리창을 깨부순다. 배리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그냥 소심한 남자처럼 보였지만 사실 많이 다른 사람이었다. 주인공은 분노조절이 서툰 사람이었고 이 덕에 자기 자신을 싫어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해 외로운 주인공은 말동무를 찾는다. 신문을 보다 찾은 말동무 프로그램(?)에 전화를 건다. 처음엔 사는 곳도 속이고 이름도 속이지만 결국 다 들통난다. 말동무 프로그램의 사장 트럼벨은 겉으로는 가구점을 운영하는 아저씨지만 사실 조폭 사장님이다. 트럼벨은 배리와의 통화내용을 바탕으로 조금씩 조금씩 배리의 신상정보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 트럼벨의 추적기가 영화의 클라이맥스로 이어지기 전까지 영화는 남, 녀 주인공의 러브스토리를 중심으로 이어진다. 주인공은 서로를 알아가며 점점 변해간다. 레스토랑에서 대화만 했을 뿐인데 서로의 벽을 넘어 키스한다거나, 푸딩 마일리지로 비행기를 산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보여주며 '이 사람들은 제정신인가' 싶은 영화를 보여준다. 이런 클리셰를 비튼 플롯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감이다. 공감을 위해 캐릭터를 뒤집고 연출이 그걸 뒷받침하게 도와줬다.
우리라고 다를까? 거의 대부분의 우리는 사랑에 빠지면 제정신이 아니다. PTA는 연출법으로 플롯과 장면 연출이 절묘한 영화를 만들어 냈다. 핵심 주제 '사랑에 빠지면 제정신이 아닌 우리들'을 연출하기 위해 폴 토마스 앤더슨이 만든(내가 생각하는) 중요 포인트 몇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주인공 배리에 대한 성격 제시다. 배리는 집들이 장면 처음에 이상한 말을 듣고 바로 화를 내지 않는다. 그 대신 감독은 배리가 무언가를 참고있고, 분노조절이 서툴러 사고를 치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준다. 집들이 모임에서 배리를 비추는 카메라가 고정되어있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는 감독이 배리가 지금 불안정한 상태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이런 연출을 짰다고 생각한다. 또 화면 구도상에서 주인공이 딱 정가운데에 있다. 여자주인공이 함께 있는 경우나 트렘벨과의 대면같이 영화의 주요인물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면 보통 혼자서만 장면에 나온다. 나는 이것이 영화가 배리가 정신적으로 불안함에 처할 때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뭐 이뿐만 아니라 두 주인공의 의상도 그렇다. 파란색 수트를 입는 주인공과 빨간색 옷을 입은 여자주인공은 빨간색과 파란색처럼 별개의 존재처럼 보이지만 서로에게 솔직해지며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상징에 의한 내용전개는 하나 더 있다. 도입부부터 와장창 보여주는 피아노는 사랑에 대한 간접적인 은유라고 생각한다. 어느날 갑자기 주운 사랑이지만 아무 음이든 눌러도, 그러니까 함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한게 사랑이라는 감독의 의도가 담겨있는 셈이다. 영화는 보편적인 로맨스코미디 장르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있다. 그리고, 이런 연출법과 플롯전개를 통해 우리의 삶과 아주 가까이에 있는 사랑이야기를 보여준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이 문단을 쓰면서 느꼈다. 단어 몇글자만 바꾸면 배리의 이야기가 내가 된다는 것 말이다.
영화는 이런 방식으로 나의 공감를 샀다. 이건 내 웃어 넘길만한 짝사랑 흑역사와 어떤 목표를 향한 전진 둘 다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전자의 경우를 보자. 10대 때 나는 단순히 누군가를 예뻐서 좋아했던 적이 있다. 사진과 실물이 차이가 나는 여학생이었지만 아무튼 나는 사진을 보면서 '쟤 귀엽다'라고 생각해 본 적 있다. 고3때는 걸그룹 마마무의 팬이었다. 내가 이 사람들을 실제로 본 적이 있는것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이 마마무를 위해 음원 플랫폼을 처음으로 정식 결제했다. 유투브로 마마무 나오는 영상은 다 찾아볼 정도로 덕후였다. 마찬가지로 굳이 이성을 좋아한다는 관점이 아니어도 된다. 누군가를 존경하게 될 때, '이 사람이 이래서 멋있어' '이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나'라고 생각하게 되면 나만 손해다. 그 사람은 그 사람 자체고 나에게 잘 보일 이유가 단 조금도 없다. 멋지면 그냥 그 사람이 멋있으니까 따르게 된다. 이는 내 삶의 많은 순간들과 비슷했다. 누군가를 멋있다고 따르게 될 때도 아니면 발로 이불 뻥뻥 차는 흑역사를 만들때도 나에겐 이유가 필요 없었다. 무언가에 사랑에 빠지면 나는 거진 대부분 미친놈이 됐다. 나는 이래서 이 영화를 통해서 이런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더 나아가서 PTA는 이 영화에 나 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의 보편적인 공감을 받을거라는 확신이 있었을 것 같다. 누구나 자기 기를 죽이는 요소가 있을 것이고 또 둘이 함께이기 때문에 강해졌던 지점이 있었을 테니까.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명제를 아주 쉽게 받아들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각본과 영화라고 생각한다. 나도 언젠가 사랑이 찾아오겠지? 꿈꾸게 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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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전대미문의 사건? 사라진 사람들... 그리고 충격적인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