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엘2023-06-05 16:08:40
천방지축 얼렁뚤땅 혜수의 하루~
<익스트림 페스티벌> 시사회 영화 후기
시놉시스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스타트업 대행사 대표를 맡고 있는 혜수(김재화)는 충청남도 망진에서 정종 문화제가 연산군 문화제로 바뀌어버린 축제를 성공시키고자 고군분투한다. 무늬만 이사이면서 책으로 수입을 연명하고 있는 상민(조민재)과 해고당한 극작가인 래오(박강섭)를 불러 일을 시키지만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한편 새로 들어온 인턴인 은채(장세림)도 똑 부러져서 몸 둘 바를 모르는데...
이 영화에서 혜수(김재화)를 방해하는 건 극단의 보이콧과 초대 가수 펑크,논란이 있는 MC 섭외이다.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지만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끝까지 해내려는 혜수(김재화)의 모습을 보면서 중꺾마라는 표현이 여기에 잘 어울렸다. 망해가는 회사에서 상민(조민재)은 실수만 하는 역할이고 해고당했지만 알바생으로 다시 근무하는 래오(박강섭)도 혜수(김재화)의 일을 방해한다.
결국 망진의 군수에게도 버림받은 이 축제는 유야무야 끝나게 된다. 그리고 이 영화의 병맛 코믹 요소는 인물들의 갈등에서 빚어내는 찰진 욕과 맨손 싸움이다. 또한 인턴 은채(장세림)를 보면 지금의 MZ 세대와 많이 닮아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기 위해 인턴으로 경험하러 온 은채(장세림)는 혜수(김재화)에게 자신의 수상 경력과 학과 이야기를 하며 자신을 취업시켜달라고 한다. 허나 실상은 달랐고 만족하지 못하는 은채(장세림)는 다른 곳을 알아보기로 한다.
지금의 청춘과 많이 닮아 있다. 학력과 수상 경력은 갖췄는데 막상 입사해 보니 자신하고 안 맞는 회사여서 이직하거나 다른 회사에 취업하는 그런 안타까운 현실 말이다. 혜수(김재화)도 무리하게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군수의 비위에 맞춰야 했고 이 일을 책임지는 공무원들도 극단에게 임금을 제대로 주지 못해 보이콧까지 하게 되는 상황까지 벌이지는 걸 보면 아무리 영화라도 현실은 이보다 더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의 기자 간담회에서 배우들과 감독이 한 말은?
이 영화는 김홍기 감독의 장편 독립영화이다. 조민재(상민) 배우와는 예전 단편영화인 중성화에서 만나 호흡을 맞췄다. 박강섭(래오) 배우도 폭력의 씨앗에서 인상 깊은 역할을 보고 섭외한 배우라고 한다. 또한 신인 여배우인 장세림(은채)도 첫 기자 간담회에서 너무 떨리지만 이 영화를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리고 조민재(상민) 배우는 한국 영화 침체기에 한국 영화 매니아로서 범죄도시 3에 밀릴 수도 있지만 매진이 되었을 때 한 번 봐달라고 관객들과 기자들에게 당부했다.
중꺾마보단 그냥 하는 거야!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영화 리뷰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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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영화도 다시 보자> 1
새로운 영화를 찾다가도 다시 돌아오게 되는 영화들이 있다. 나에게 있어 그런 영화는 '엠마', '작은 아씨들' 등의 서양 시대극들이다. 그 중에 하나가 '오만과 편견'이다. '여자는 결혼으로서 완성되는 존재'라는 구시대적인 관념이 팽배해 있긴 하지만 그 지점을 비판만 하기에는 인물들의 감정 묘사가 굉장히 섬세하다. 유치한 사랑의 표현은 없지만 그런 표현이 없어서 오히려 더 설렌다. 오늘은 '오만과 편견'을 한 열 번은 보게 된 과정을 설명한다.
1. 책 오만과 편견을 읽은 중학생 나자신
당시 나는 15세였다. 그저 고전을 읽을 줄 아는 똑똑한 여학생이 되고 싶다는 지적 허영 아래 읽었을 뿐이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아, 고전은 어려워서 고전이구나' 했었다. 텍스트만 읽고서는 이들이 어떻게 연인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혐관 서사로 이어지다가 갑자기 사랑한다고 하고 끝나는 이게 왜 유명한 고전인 거지?'라고 생각했었다. 그 때 당시 나는 그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기에는 어렸고, 그 미묘한 감정을 텍스트로 표현한 책을 이해하기엔 어휘력도 부족했다. 그 이후 나는 한 동안 고전을 읽지 않을 정도로 '오만과 편견'은 나에게 편견을 심어준 책이었다.
2. 영화 '오만과 편견'을 접한 고등학생 나 자신
당시 나는 18세 언저리였을 것이다. 나이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때, OCN에서 방영하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때, 내 허벅지를 연신 치며 나는 과거 몰매했던 중학생 나자신을 떠올렸다. 그제서야 이게 왜 로맨스인지를 남자 배우의 눈빛으로 알 수 있었다. 텍스트로 읽을 때는 상상할 수 없었던 사랑에 빠진 눈빛을 다아시 역의 배우가 구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의 사랑의 시작점이 어디서부터였는지 이해할 순 없었다.
3. N차 관람을 했던 대학생 시절의 나 자신
대학생 시절에는 꽤나 여러번 봤었다. 관람 회차를 늘려갈수록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오만과 편견'에서 나쁜 역할은 엘리자베스였다는 것. 물론 다아시의 행동에 무심함과 오만이 담겨 있긴 했지만 그걸 천하의 나쁜 놈으로 둔갑시킨 것은 엘리자베스의 확신에 찬 시선이었다. 영화를 보면 볼수록 다아시의 행동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낯가림과 비슷해 보였다. 신중하게 내 사람만을 바라보는 그런 성격 말이다. 그 시절의 그 정도의 부자였기 때문에 소중한 내 사람만을 둘 수 있는 여건이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난한 집 딸인 엘리자베스 시각에서는 사교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결혼 시장에서 먹히려면 어느 정도 진심을 감추고 웃는 낯을 유지해야 했기에 그런 남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이들의 사랑에 방해가 되었던 것은 집안의 격차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 영화가 좋다. 결말은 제일 결혼 못할 것 같았던 엘리자베스가 가장 부자에게 시집가는 해피엔딩이라고만 단순히 평가하기엔 서사가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여자는 결혼으로 완성된다'는 관념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그 시대를 살아가던 여성들에게는 당연한 법칙 같은 것이었기에 현 시대의 관점에서 옭고 그름을 평가할 수 만은 없다. 집안의 환경 격차로 인해 서로를 이해할 수 없던 두 남녀가 사랑으로 합치되는 과정을 세밀한 심리 묘사로 표현해내었다. 몰이해가 이해가 되고 사랑으로 발전해 나가는 미묘한 서사가 이 영화를 꾸준히 보게 만드는 요인이고, 그 미묘한 서사를 표현해내는 배우들의 눈빛, 제스처가 관객을 미치게 한다.
아, 동일한 이유로 좋아하게 된 또다른 시대극은 '엘리자베스 개스갤의 남과 북'이었다. 이런 시대극은 그 시대의 생활상을 자연스럽게 공부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이 장점이다.
쓰다보니 구구절절해졌는데, 안 보신 분들은 보시라는 뜻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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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펜하이머>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모든 것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독일에서 놀라운 소식이 전해진다. 독일 물리학자들이 우라늄의 원자핵을 쪼개 엄청난 에너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것. '로버트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를 비롯한 미국 물리학자들은 소식을 듣자마자 원자폭탄을 실제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미국 정부 역시 나치보다 먼저 원자폭탄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로브스 대령'(맷 데이먼)을 책임자로 삼고 신무기 개발을 위한 맨해튼 계획을 추진한다.
하지만 맨해튼 계획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그로브스 대령은 오펜하이머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에 오펜하이머는 뉴멕시코 사막 한가운데인 로스 앨러모스에 연구소를 짓고 가능한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는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냉전이 시작되면서 과거 공산주의에 경도됐던 오펜하이머 이력이 재조명되고, '원자폭탄의 아버지'는 '스트로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중심으로 한 반대파의 공격에 직면한다.
크리스포터 놀란 필모의 정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열두 번째 장편 영화 <오펜하이머>는 전기영화다. 카이 버드와 마틴 셔윈이 쓴 오펜하이머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스크린에 옮겨 미국 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일생을 다뤘다. 영화는 특히 그가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계획인 맨해튼 계획에 참여한 과정과 전후 수소폭탄 반대 운동을 펼친 뒷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오펜하이머>는 개봉 전부터 이야깃거리가 많았다. CG 없이 트리니티 실험의 핵폭발 장면을 재현했다고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1달 전에 개봉한 영화 <바비>와 '바벤하이머' 밈으로 얽혀 이슈였고, 해외에서는 <바비>와 함께 쌍끌이 흥행을 이끌었다. 워너 브라더스가 아닌 유니버설 픽처스가 처음으로 놀란 영화를 단독 배급한 점도 화제였다.
사실 천 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3시간짜리 영화로 압축하는 작업은 어렵다. 원작 평전은 심지어 오펜하이머의 삶만 다루지 않는다. 누구나 한 번은 들었을 사건과 정치인, 과학자의 이름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펜파이머>는 더욱 놀랍다. 놀란의 스타일, 기술, 직관, 통찰력이 한 데 모여 모순적인 물리학자의 일생을 긴장감 넘치게 재구성했기 때문. 달리 말해 <오펜하이머>는 영화감독 놀란의 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자폭탄 같은 영화
<오펜하이머>는 기본에 충실하다. 주인공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사실 그의 내면과 감정선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공산주의에 경도된 좌익 과학자.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 미국의 원자폭탄 프로젝트를 지휘한 유능한 행정가. 자기 손으로 만든 신무기를 경계하는 야심 찬 정치인. 모순적인 세 인물이 한 사람이니 당연히 어색하다.
하지만 그의 인생을 마치 원자폭탄처럼 재구성한 놀란의 각본은 그의 내면을 유려하게 보여준다. 핵분열물질의 원자핵에 중성자가 충돌하면 원자핵은 분열되고, 더 많은 중성자가 다른 원자핵과 충돌해 새 핵분열이 발생한다. 원자폭탄은 이 연쇄반응에서 생긴 에너지를 활용한다. <오펜하이머>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트리니티 핵실험이라는 목표까지 거침없이 질주한다. 관객의 시선을 원자폭탄 개발 과정에 헌신하는 오펜하이머에게 집중시킨다. 그러고 나서는 트리니티 실험이라는 클라이맥스가 유발한 연쇄적인 폭발로 시선을 돌린다.
미국 정치권과 과학계는 수소폭탄 개발을 두고 갈등을 빚는다. 오펜하이머의 주변인도 아군과 적군으로 갈라져 계속해서 충돌한다. 오펜하이머는 소련의 스파이로 의심받아 공격당한다. 놀란이 처음 1인칭으로 작성했다는 각본은 이 지점에서 빛난다. 트리니티 실험 전까지는 맨해튼 계획이 주인공이었다면, 이제는 오펜하이머의 내면이 주인공이 된다.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대한 양심의 가책, 매카시즘과 스트로스에게 시달리는 고통 등 오펜하이머의 감정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원자폭타과 같은 구조는 절제미 덕분에 더욱 돋보인다. 트리니티 실험이 성공한 직후, 영화는 순간적으로 완급을 조절한다. 원자폭탄이 터질 때 극장은 순간적으로 고요해진다. 단순히 전쟁에서 승리할 무기를 개발했다는 기쁨에 심취하지 않는다. 인류가 다룰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힘을 손에 넣은 두려움이 정적 속 독백을 통해 전해진다. 그 덕분에 관객은 오펜하이머에게 완전히 동화되어 다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
오펜하이머가 강당에서 연설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흥분한 사람들이 발을 구르는 소리는 폭탄 폭발음과 오버랩된다. 이 장면은 원자폭탄으로 인한 흥분과 열광이 얼마나 무서운지, 또 그가 받은 충격과 죄책감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를 단번에 납득시킨다. 원자폭탄 희생자 시신을 오펜하이머가 밟는 환상이 나오기도 전에, 관객은 그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영화가 끝날 때, 그의 선택 중 이해되지 않는 결정이 없을 정도다.
양자역학의 인문학
<오펜하이머>는 역사적 인물의 내면을 비추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오펜하이머는 논란의 인물이었다. 그가 소련의 스파이가 아니었다고 미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복권한 게 불과 반년 전 일이다. 영화는 이 모순적인 물리학자에게 스스로를 변론할 기회를 준다. 동시에 관객이 스스로 그를 판단할 공간도 열어준다.
핵심은 컬러와 흑백의 전환이다. 오펜하이머의 시점에서 흘러가는 'Fission(핵분열)'이라는 제목의 파트는 컬러로, 스트로스가 중심이 되는 'Fusion(핵융합)'이라는 이름의 장면은 흑백으로 묘사된다. 원자폭탄의 원리인 '핵분열'은 오펜하이머가 '원자폭탄의 아버지'가 된 과정을 보여준다. 수소 폭탄의 원리인 '핵융합'은 그가 수소폭탄 개발에 반대하다가 매카시즘의 광풍 속에서 몰락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시각적 연출은 마치 양자역학의 인문학적 해석 같아 보인다. 양자 역학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관측이다. 양자 세계에서는 전자나 빛이 파동의 성질과 입자의 성질을 모두 가질 수 있다. 이처럼 중첩되어 있는 두 가지 상태는 관측을 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한 가지 성질로 표현이 된다. <오펜하이머>는 이러한 관점에서 주인공을 관측한다.
애국심이 투철한 미국인이지만 동시에 공산주의자이고, 원자폭탄의 아버지이지만 반핵 운동의 중심에 선 정치인이 있다. 그는 자신이 위치한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비친다. 영화는 그의 시점에서 그 모순점을 이해시키고, 타인의 시점에서 그 역설과 중첩을 받아들이지 않는 세상의 모습을 비춘다. 인간이 그 자체로 얼마나 복잡하고 모순적인 존재인지, 그렇기에 한 사람을 재단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상기시킨다. 이는 제목에 걸맞은 접근법이다. 오펜하이머는 본래 양자 역학 연구자였으니까.
놀란의 <소셜 네트워크>
그래서일까? <오펜하이머>는 마치 놀란의 <소셜 네트워크> 같다. <소셜 네트워크> 역시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모아놨기 때문. 저커버그의 시점과 동업자였던 윙클보스 형제 및 왈도 세브린의 시점을 충돌시킨다. 두 영화가 시각의 차이를 보여주는 방법도 흡사하다. <소셜 네트워크>는 법원 조정 과정으로, <오펜하이머>는 청문회로 서로 다른 시점의 충돌을 보여준다.
<소셜 네트워크>가 받은 찬사를 생각하면, <오펜하이머>는 작가 크리스토퍼 놀란의 역량을 재증명하는 장이기도 한다. 인간 본성에 대한 놀란의 통찰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으므로. 그간 놀란은 캐릭터를 플롯의 장치와 도구로만 사용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오펜하이머>는 다르다.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인 모순을 통찰했고, 그 어느 때보다도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비록 조연 캐릭터가 여전히 수단처럼 느껴지기는 해도 이번만큼은 놀란이 한 발짝 더 나아갔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놀란의 트레이드 마크
그러면서도 놀란은 자기만의 스타일과 색채를 잃지 않았다. <덩케르크>처럼 <오펜하이머>도 시간대가 세 개다. 오펜하이머의 젊은 시절에서 맨해튼 계획까지, 또 그 이후로 이어지는 시간대가 주 재료다. 1954년 원자력 협회의 오펜하이머 청문회와 1959년 루이스 스트로스 청문회는 양념이다. 특히 두 시간대는 철저히 조각난 상태로 삽입된다. 주요 사건에 따라 플래시백과 플래시포워드 형태로 등장한다.
흥미롭게도 시간을 비트는 연출과 구조는 주제의식과 긴밀히 연관된다. 오펜하이머의 현재와 미래를 이어 붙임으로써 과학자의 책임을 논할 공론장을 연다. 통상적으로 과학자는 신기술의 개발자로만 인식된다. 그들의 역할은 기술을 만드는 데서 그친다고 여겨진다. 오펜하이머도 그랬다. 그는 원자폭탄의 오남용과 악영향을 걱정하는 동료들에게 말한다.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는 건 과학자의 몫이 아니라고.
하지만 자기가 바꾼 새로운 세상을 목도한 뒤로 그는 달라진다. 과학자에서 행정가, 정치인으로 변한다. 새 기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앞장서야 한다고 확신한다. 기술사학자 토머스 휴즈(Thomas P. Hughes)의 표현대로 이제 그는 '시스템 건설자'(system builder)가 되려 한다. 그는 사회 구조와 관계망 안에서 신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나 그의 변화는 충분하지 못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원자력을 평화롭게 이용할 체계를 만들지 못했고, 수소폭탄의 개발도 막지 못했으며, 자기 자신의 삶도 지키지 못했다. 대통령을 설득할 만큼 신중하지 못했고, 앙심을 품은 정치인을 꺾을 만큼 영리하지 못했다. 마치 인간에게 불을 선물했지만, 정작 자기 미래는 지키지 못한 그리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처럼. 이렇게 <오펜하이머>는 과학자로서, 기술자로서 성공했지만, 시스템 건설자가 되지 못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의 빛과 그림자를 가감 없이 들춘다.
SF의 정수를 보여주는 전기 영화
이러한 맥락에서 <오펜하이머>는 외관과 달리 SF 영화 같은 면도 있다. 많은 SF 영화는 과학의 발달이 초래할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대한 우려로 가득하다. 달리 말해 SF 영화는 과학에 근간을 둔 스펙터클을 통해 오히려 인간들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드러내는 통로나 다름없다.
<오펜하이머>는 이러한 SF 영화의 본질을 품고 있다. 영화는 만약 오펜하이머의 고뇌를 잊는다면, 그의 업적과 과오에서 현명한 길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우리 손으로 전 세계를 초토시킬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설령 0에 가까운 확률이라 해도 인류가 세상의 파괴자가 되는 날이 멀지 않을 거라고.
그렇기에 이 영화의 정점은 멕시코에서 핵폭탄이 폭발한 순간이 아니다.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킬리언 머피의 표정과 지구를 불바다로 만드는 핵 미사일이 교차되는 결말이 정점이다. 오펜하이머와 놀란이 입을 모아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경고를 가득 담고 있으니 뇌리에 각인될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오펜하이머>는 테넷의 정신적 속편이자 프리퀄인 셈이다. <테넷>의 주된 플롯은 핵폭탄을 막는 미션이었고, 인류의 존속을 위한 현재와 미래의 전쟁이 시대적 배경이었으니까. 이는 SF 영화에 대한 관심을 <인셉션>, <인터스텔라>, <테넷>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여준 놀란스러운 착상이기도 하다.
모두가 좋아할 영화는 아니다
물론 <오펜하이머>는 호불호가 심하게 나뉠 영화다. 천 페이지 분량의 책을 영화화한 만큼 밀도가 높다. 책을 읽은 독자라면 놀란의 꼼꼼한 각본이 반갑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맨해튼 계획 이전의 오펜하이머의 개인사나 초기 생애에 관련한 내용이 결코 짧지 않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도 낯선 영화다. 일반적인 기승전결 구조 대신 트리니티 실험을 기점으로 영화가 다시 시작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 친절한 영화도 아니다. 1930~50년대 미국 사회를 강타한 정치적, 국제적 이슈에 대한 배경 지식을 요한다. 갈 길이 바쁜 만큼 상세한 설명은 제공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트리니티 실험 장면은 기대에 비해 시각적 임팩트가 약하다. 블록버스터 영화다운 쾌감을 기대한다면 실망이 클 것이다.
그래도 배우 덕분에 진입장벽이 낮아지기는 한다. 우선 킬리언 머피는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놀란 사단 중 하나로만 알려졌던 그는 이제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걸 증명했다. 명배우들의 향연도 인상적이다. 맷 데이먼, 에밀리 블런트, 데인 드한, 라미 말렉, 플로네스 퓨는 앙상블을 이루며 머피 뒤를 단단히 받쳐준다. 특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니었다면 후반부는 힘이 빠져 지루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이 몇몇 단점은 취향의 문제이지, 완성도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놀란이 의도한 방향성만 정확히 짚어 쫓아간다면 <오펜하이머>는 <인셉션>, <다크 나이트>, <덩케르크> 보다도 강한 흡입력을 자랑한다. 놀란이 그간 자기 필모그래피에서 보여준 스타일과 장점, 통찰력을 한데 모아 만든 폭탄 같은 영화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종합하면, 단언컨대, <오펜파이머>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마스터피스다.
Outstanding 특출함
원자폭탄 섬광과 굉음으로 빚어낸 프로메테우스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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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 감흥 없는 번역본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광풍에도 불구하고 농구와 복싱을 좋아하는 고등학교 2학년 '구진우'(진영). 어느 날, 그는 수업 시간에 장난을 치다가 걸린 나머지 벌을 받게 된다. 모범생 '오선아'(다현) 앞자리에 앉아서 특별 감시를 받으라는 것. 선아를 짝사랑하는 친구들은 진우를 부러워하지만, 그녀에게 별 관심이 없었던 진우는 그저 벌을 받아야 해서 불만스러워한다. 선아 역시 시끄럽기만 한 그의 존재를 불편해한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둘은 점차 가까워진다. 선아가 교과서를 가져오지 않자, 진우가 자기 책을 선뜻 빌려주고 대신 벌을 받은 것. 이 사건을 시작으로 서서히 서로를 알아가는 선아와 진우. 선아는 진우에게 공부를 알려주고, 진우는 특유의 멋모를 자신감으로 선아를 웃게 만들면서 감정을 쌓아 나간다. 하지만 서로에게 끌리는 속마음과 달리 그들은 자기 마음을 좀처럼 속 시원하게 표현하지 못한 채 대학생이 된다.
리메이크 대신 번역을 선택하다
국내 영화 시장에서 중화권의 청춘 로맨스 영화는 스테디셀러라고 할 수 있다. 비록 100만 이상의 흥행을 기록하지는 못해도, 수십만 명의 관객을 꾸준히 동원하는 흥행력은 보장되는 장르니까. 2010년대에 개봉한 <장난스런 키스>, <나의 소녀시대> 모두 4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은 바 있다. 2023년 여름에 재개봉한 <여름날 우리> 역시 40만 명을 돌파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팬데믹 이후 침체기가 길어지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서는 이처럼 꾸준한 흥행력을 과시하는 중화권 청춘 로맨스가 돌파구로 여겨졌던 모양새다. 비슷한 시기에 과거 인기를 끌었던 대만 청춘 로맨스 영화 세 편이 일제히 리메이크됐기 때문. 작년에 개봉한 <청설>과 설날 연휴에 공개된 <말할 수 없는 비밀>은 각각 8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하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기록했다.
문제는 3번 타자인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이하 <그 시절>)다. 대만 영화 리메이크 열풍을 이어갈 매력이 안 느껴진다. 이유는 분명하다. <그 시절>은 리메이크 대신 번역을 선택했기 때문. 앞선 두 영화는 원작의 스토리라인을 따르되 플롯이나 감성을 차별화했다. 그에 반해 <그 시절>은 배경만 한국으로 바꾸는 데서 그쳤다. 그러다 보니 원작을 이미 본 관객으로서는 굳이 번역본을 읽을 필요성을 못 느낄 법하다.
그 시절의 소녀가 뇌리에 각인될 두 가지 조건
<그 시절> 원작을 본 관객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다.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결혼식에서 커징텅이 션자이의 남편에게 키스할 때 스쳐 지나가는 평행 세계 시퀀스다. 그들이 연애할 때 마주한 몇 차례 분기점이 등장하고, 그때마다 다른 선택을 내리면 달라졌을 현재와 미래를 파노라마로 펼쳐 보여주는 순간의 임팩트가 핵심이다. <라라랜드>에서 남남이 된 세바스찬과 미아가 과거의 가능성을 상상하는 결말과 유사하다.
이처럼 클라이맥스가 관객 뇌리에 각인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남녀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예뻐야 한다. 예쁜 대상은 다를 수 있다. 고등학생 시절의 풋사랑이 귀여울 수도 있고, 연기와 재즈에 몰입하는 두 주인공의 열정이 아름다울 수도 있다. 10년이 지난 후에도 두 주인공이 그 시기를 회상하면 다시 사랑에 빠질 정도로 강렬하게 예쁜 게 중요하다.
그다음으로는 이별에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다르게 말하면 명백한 이유가 제시되어야 한다. 함께 시간을 보낸 과거가 너무나도 찬란하고 아름다운 나머지, 그 시절로 돌아가거나 사랑을 다시 시작하고 싶더라도 그럴 수 없는 결정적인 분기점이 제시되어야 한다. 과거는 과거에 묻어두어야만 할 때, 즉 가능성이 현실로 될 수 없는 한계와 제약이 있을 때 평행 세계는 간절한 만큼 강렬하니까.
예쁘지만, 충분하지는 않은
하지만 <그 시절> 리메이크가 두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했다. 첫 번째 조건은 절반 정도만 갖췄다. 진우와 선아의 사랑이 시작되는 배경과 분위기는 예쁘다. 2000년대 배경의 고등학교 풍경은 관객에게 자기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교실이나 운동장처럼 한국적 배경에 맞게 바뀐 장소는 필연적으로 대만 원작보다 흡입력이 뛰어나다. 별다른 노력이 없어도 당시의 향취가 주는 아련함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작 그 안에서 피어나는 풋사랑이 부자연스럽다는 것. 두 주인공의 톤이 묘하게 어긋나 있다. 진우는 너무 가볍고 동적이며, 선아는 지나치게 정적이다. 그 결과 진우에게 '그 시절의 소녀'여야 할 선아의 매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공부할 생각이 아예 없는 진우와 모범생 선아가 처음부터 잘 어울릴 수는 없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두 주인공의 톤이 같은 층에서 만나지 못하니까 문제다.
이는 영화가 진우 시점에서 전개되는 데서 기인한다. 진우 관점에서의 사랑 이야기이다 보니 영화 분위기는 자연히 그의 감정선에 따라 달라진다. 그 대가로 선아의 심리 묘사가 부족할 수밖에 없고, 그 공백으로 인해 선아와 진우의 연결점도 약화다. 그렇다고 <그 시절>이 데뷔작인 다현 개인의 역량으로 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 결과 두 주인공의 로맨스는 두고두고 그리울 만큼 강렬한 이미지를 끝내 못 보여준다.
명백한 이유 없는 이별
두 주인공의 이별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유치함을 못 견디겠다는 선아의 말에 내포된 본 이유를 못 보여줬기 때문. 선아는 진우에게 꿈이 뭐냐고 묻고, 진우는 대단한 사람이 될 거라고 답한다. 실제로도 그는 학생들을 함부로 다니는 교사에게 맞서는 용기를 보여주고, 2년만 공부해서 인서울 대학교에 입학하며 자기 포부를 증명해 낸다. 이에 선아는 진우에게 반한다. 그녀에게 꿈이란 삶의 지향점이었고, 그에게는 꿈이 있었으니까.
그다음이 문제다. 대학에 들어간 진우는 선아가 말리는 일만 골라 한다. 격투기 대회에 출전하고, 취객과도 싸운다. 이에 선아는 진우에게 유치하다며 이별을 고한다. 그녀에게 유치함이란 꿈이 없거나, 자신과 맞지 않는 꿈을 꾼다는 표현이었던 것. 하지만 상술했듯이 극 중 선아의 감정선이 잘 드러나지 않다 보니 유치함의 속뜻은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그 결과 이별은 가슴 아프지만, 돌이킬 수 없는 분기점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이에 더해 갈림길의 순간도 인상적이지 않다. 이별로 인한 진우의 흉터가 진할수록 클라이맥스에서 '그때 그랬을걸'이라는 회한의 파도가 더 강하게 밀려올 수 있는데, 정작 갈림길마다 분위기를 가볍게 전환하기 때문. 남산 데이트 직후 격투기 동아리 장면, 이별 후 입대로 이어지는 흐름이 대표적이다. 진우의 불안함과 아픔이 전해지기도 전에 유머로 상황을 무마한다. 그 대가로 파노라마 장면의 임팩트가 좀처럼 살지 못한다.
리메이크는 번역이 아닌데
사실 리메이크는 원작을 뛰어넘기 힘들다. 특히 추억이라는 최고의 아군이 함께하는 이상, 원작의 첫인상에 범접하기가 특히 어렵다. 오래전 작품일수록 관객은 그 영화의 장단점, 완성도보다는 그 영화가 남긴 추억을 간직하기 때문. 따라서 리메이크는 원작이 남긴 추억을 존중하되, 원작과는 또 다른 메시지나 의도가 담긴 포인트를 선보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작 대신 리메이크를 보게 하는 소구력을 갖출 수 없다.
이 대목에 있어서 <그 시절>은 다소 안일해 보인다. 공간, 시대, 설정만 한국적으로 바꿨을 뿐, 알맹이는 원작 영화의 것을 고스란히 따왔다. 재구성 대신 번역만 한 셈이다. 원작을 재구성한 다른 리메이크 작품들과 비교하면 방향성 문제가 더 도드라진다. 일례로 <청설>만 하더라도 원작의 소재나 인물 관계는 유지하면서도 여름이라는 계절감을 강조하는 각색을 통해 원작과의 비교를 영리하게 피할 수 있는 작품이 됐다.
하지만 <그 시절>은 추억을 되살리고, 그 추억에 흠뻑 빠지게 만드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 외에는 굳이 리메이크 영화를 보면서 예전 감성을 찾아야 하는 차별화된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 결과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한국판 특별히 모난 구석이 없지만, 되려 그래서 특별한 것 없는 하이틴 로맨스로 귀결됐다.
Poor 형편없음
원작을 읽은 이상 사족인 번역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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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첫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완연한 봄이 되어가고 있는 4월의 첫 개봉 소식입니다.
로맨틱 코미디의 대명사였던 휴 그랜트가 섬뜩한 악역으로 돌아온 A24표 호러영화 <헤레틱>부터
배우 하정우와 감독 하정우를 한번에 만날 수 있는 <로비>, 칸 영화제 수상 다큐멘터리 <올파의 딸들>,
프랑스 SF 애니메이션 <화성특급>까지!
금주에도 각양각색 영화들을 극장에서 만나보세요.
헤레틱
Heretic
개요: 스릴러 | 미국 | 111분
감독: 스콧 벡, 브라이언 우즈
주연: 휴 그랜트, 소피 대처, 클로이 이스트
개봉: 2025.04.02.
배급: (주)이놀미디어
줄거리
외딴 집을 찾은 신앙심 깊은 두 소녀에게 집주인은 믿음을 뒤흔드는 이야기를 꺼낸다.
무언가 의심스럽다고 느끼는 순간, 두 소녀는 꼼짝없이 집안에 갇히게 된다.
친절했던 남자는 돌변하고, 그녀들은 살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는데…
로비
LOBBY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06분
감독: 하정우
주연: 하정우, 김의성, 강해림, 이동휘, 박병은, 강말금, 시원, 차주영, 박해수
개봉: 2025.04.02.
배급: ㈜쇼박스
줄거리
"더럽게 싸움을 걸면, 어떻게 더럽게 싸우죠?" 연구밖에 모르는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은
라이벌 회사 대표 광우(박병은)의 뒷거래 때문에 기회도, 기술도 번번히 빼앗긴다.
그의 회사의 유일한 탈출구는 4조 원에 달하는 국책사업을 따내어, 한방에 자본을 확보하는 것! 하
지만 로비에 있어선 한수 위인 광우는 조장관(강말금)을 일찌감치 포섭한 상황, 창욱은 눈을 돌려 조장관의 최측근이자
실무를 쥐고 있는 남편 최실장(김의성)에게 접근해 더러운 싸움에 참전하게 되는데...
마침내 뒷거래가 이뤄지는 골프장에 한날 한시 각자의 목적을 위해 모인 로비팀들, 이들의 진흙탕 로비가 펼쳐진다!
올파의 딸들
Four Daughters
개요: 다큐멘터리 | 프랑스 | 108분
감독: 카우타르 벤하니야
주연: 올파 함루니, 에야 치카우이, 타이시르 치카우이, 핸드 사브리, 누르 카루이, 이흐락 마타르
개봉: 2025.04.02.
배급: ㈜쇼박스
줄거리
튀니지에 사는 올파에겐 네 딸이 있다.
어느 날 첫째 딸과 둘째 딸이 IS에 가담하기 위해 가출하고,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은 올파 가족의 이 비극을 허구와 실제 사이에서 재현하고자 한다.
화성특급
Mars Express
개요: 애니메이션 | 프랑스 | 89분
감독: 제레미 펜
주연: 레아 드루케, 마티유 아말릭, 다니엘 니호로베
개봉: 2025.04.02.
배급:킨 스튜디오
줄거리
23세기, 일상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과 안드로이드가 뒤섞여 살아가는 화성의 수도 녹티스.
사립 탐정 ‘알린 루비’와 그녀의 안드로이드 파트너 ‘카를로스 리베라’는 부유한 사업가 ‘크리스 로이 데커’에게 실종 사건 의뢰를 받게 된다.
사라진 이는 명문 사립대학에서 인공 두뇌학을 공부하던 여학생 준 초우. 화성을 가로질러 실종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녹티스의 배면
깊숙이 내려가 두뇌 농장, 부패, 로봇에 대한 비밀 그리고 실종된 소녀에 대한 어두운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
화성의 잔혹한 비밀 속에서 그들은 무사히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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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벨 문 2 | 잭 스나이더의 퇴보는 현재진행형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마더월드의 '노블'(에드 스크레인) 제독을 죽이고 벨트 행성으로 귀환한 '코라'(소피아 부텔라)와 '군나르'(미힐 하위스만), 그리고 다른 전사들. 축하 파티를 시작하려는 바로 그 순간, 그들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온다. 죽은 줄 알았던 노블이 모종의 방법으로 되살아났고, 복수를 위해 벨트로 달려오고 있다는 것. 이에 마더월드 장군 출신인 '타이투스'(자이먼 혼수), 몰락한 왕자 '타라크'(스타즈 네어), 갓을 쓴 검사 '네메시스'(배두나)의 지휘 하에서 벨트의 농부들은 목숨을 건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1보 전진하고 2보 후퇴한 <레벨 문>
솔직히 말하자. <레벨 문 - 파트 2: 스카기버>(이하 <레벨 문 2>)는 기대가 크지 않았다. 파트 1이 잭 스나이더 작품 중에서도 유독 실망스러웠고, 파트 1과 2가 동시에 촬영됐으니 반등 요소도 거의 없었기 때문. 파트 1은 문제가 많았다. 넷플릭스의 <스타워즈>를 표방했지만, <스타워즈> 세계관을 모방했을 뿐이었다. <스타워즈> 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고전인 <7인의 사무라이>의 서사도 더하면서 기시감이 극대화됐다.
플롯도 허점투성이였다. 주인공 코라를 제외한 그 어떤 인물의 서사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화려한 비주얼과 액션이라는 본연의 장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몇몇 장면은 그린 스크린에서 촬영한 티를 숨기지 못했고, 잭 스나이더의 연출 특징인 슬로 모션도 남발됐다. 이에 더해 배우끼리 합을 맞춘 티가 팍팍 나는 액션씬도 기대 이하였다.
<레벨 문 2>는 파트 1의 연장선상에 있다. 기시감 느껴지는 세계관은 여전하다. 액션 시퀀스 역시 스케일만 커졌을 뿐, 완성도는 실망스럽다. 그나마 스토리텔링은 개선된 듯 보인다. 하지만 질적으로는 여전히 기대 이하다.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레벨 문> 시리즈의 방향성과 미래도 어둡다. 잭 스나이더의 과욕과 퇴보를 한눈에 보여주며 그나마 남아있던 팬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기 때문이다.
액션도, 볼거리도 수준 이하
만약 <레벨 문 2>를 기다렸다면 이유는 하나다. 파트 1보다 진일보하고, 스케일도 더 커지고, 잭 스나이더 다운 박력 넘치는 액션을 원할 따름이다. 하지만 <레벨 문 2>는 마지막 희망마저 배신한다. <레벨 문 2>는 코라의 일행과 벨트 행성의 농민들이 노블의 군대에 맞서는 이야기에 집중한다. 그런데도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로서도, 액션 블록버스터로서도 실망스러운 장면이 끊이지 않는다.
우선 파트 1에 이어서 <스타워즈>의 영향력을 지우려는 시도가 전무하다. 일례로 전투 전개는 지극히 <스타워즈>스럽다. 전투가 벌어지자 주인공들은 상대 기함에 잠입해서 가장 위력적인 무기를 무력화하고, 적군의 우두머리를 제압해서 승기를 잡는다. 루크 스카이워커가 데스 스타에, 레이가 스타킬러 베이스에 침투한 전개를 빼닮았다. 마지막 순간 등장한 전투기 편대도 X-윙의 공습을 연상케 한다.
구체적인 액션 연출은 파트 1의 문제점을 공유한다. 슬로 모션 때문에 합을 맞추는 대목이 눈에 띄거나, 박력이나 생동감 대신 허우적대는 느낌을 주는 식이다. 일례로 네메시스는 일 대 다 상황으로 결투를 벌이는데, 이때 상대가 일부러 네메시스의 검을 기다리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이에 더해 클라이맥스인 코라와 노블의 결투씬 역시 예상가능한 클리셰를 그대로 차용하면서 맥없이 끝나 버린다.
개선점 같지 않은 개선점
물론 예상외의 개선점도 있다. 바로 캐릭터다. 파트 1은 불친절했다. 코라가 모은 전사들이 왜 그 신세로 떠도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다행히도 <레벨 문 2>는 각 캐릭터의 서사를 보충해 최소한의 개연성을 확보했다. 타이투스는 부하를 몰살한 마더월드에 환멸을 느껴 반기를 들었다. 타라크와 네메시스는 마더월드 때문에 죽은 가족들의 복수를 꿈꾼다. 이에 더해 코라가 수배자가 된 구체적인 이유도 마침내 제시된다.
그러나 완성도를 극적으로 향상하지는 못했다. 캐릭터의 서사를 보여주는 방식이 안일하기 때문이다. 결전 전날 모든 캐릭터는 한 탁자에 둘러앉아서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들의 사연은 짧은 플래시백과 내레이션으로 제시된다. 여기까지다. 이를 바탕으로 드라마를 더 풍성하게 만들려는 노력은 없다.
네메시스 캐릭터 활용법에서 이는 단적으로 드러난다. 네메시스는 전투 중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다. 그 순간, 한 어린아이가 그녀를 구해준다. 전투 전 곡식을 추수할 때 그녀에게 먼저 관심을 표하고 장난을 걸던 그 아이다. 그런데 이 장면은 감정적인 동요를 일으키기보다는 실망감이 크다. 그녀와 아이가 유독 특별히 유대감을 쌓는 과정은 없기 때문. 다른 캐릭터와 마을 사람들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기회는 있었다. 전투 전 벨트 농부들은 곡식을 추수하고, 전투를 대비한다. 이 시퀀스를 적절히 활용했다면 각 캐릭터의 아픔을 새로운 이야기로 전환시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잭 스나이더는 그 순간에도 곡식 한 알 한 알이 떨어지는 모습을 특유의 슬로 모션으로 잡을 뿐이다. 그렇게 건설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줄 유일한 기회는 기능적으로 흘러 지나갔다. <레벨 문>의 1보 전진이 전진 같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반대로 터진 잭 스나이더의 고질병
심지어 <레벨 문 2>의 1보 전진은 오히려 2보 후퇴에 가까워 보인다. 파트 1과 파트 2가 공유하는 문제가 비단 한 작품만의 이슈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전반적인 기획의 부족함을 방증한다고 볼 여지가 더 크다.
파트 1에서는 일언반구 없었던 각 캐릭터 서사가 파트 2에서 등장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1편의 내용은 기승, 2편은 전결로 완벽히 이어지기 때문. 즉, 한 편으로도 충분히 풀 수 있는 이야기를 잭 스나이더가 과욕을 부려 2편으로 나눈 셈이다. 슬로 모션만 줄여도 파트 1과 파트 2는 한 편의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분량 조절 문제는 잭 스나이더의 꼬리표였다. 넷플릭스에서 작업하기 전에도 분량 조절을 잘 못하는 감독으로 유명했으니까. 다만 과거에는 영화 한 편에 이야기를 무리하게 밀어 넣는 문제가 컸다. 그러다 보니 그의 작품은 <왓치맨>, <배트맨 대 슈퍼맨>처럼 감독판으로 재평가받기로 유명했다. 심지어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무려 러닝타임이 4시간에 달할 정도였다.
이렇게 보면 <레벤 문> 시리즈는 잭 스나이더의 고질병이 정반대 방향으로 터져 버린 결과물이다. 넷플릭스의 <스타워즈>를 꿈꾸는 IP를 양적으로 늘리려는 잘못된 판단이 낳은 참사라 할 수 있다. 과욕으로 인해 필모그래피가 오히려 퇴보해 버린 셈이다.
어두운 미래
또 그렇다고 2편의 영화로 <레벨 문>의 세계관이 확장할 초석을 제대로 다진 것도 아니다. 시리즈를 더 길게 끌고 갈 계획이라면 그에 걸맞은 내용이 있어야 한다. 비록 몰입도를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더라도 <어벤져스> 관련 이스터에그를 적극 삽입한 <아이언맨 2>처럼.
그런데 <레벨 문 2>는 다음 시리즈에 대한 내용이 거의 없다. 작은 농촌 마을을 지키는 이야기가 행성과 우주를 넘나드는 거대한 전쟁으로,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저항으로 스케일이 확장되어야 할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그 도구가 되어야 할 섭정 '발리사리우스'(프라 피), 이사 공주, 로봇 '지미'(안소니 홉킨스)의 이야기나 암시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내용과 별개로 속편을 암시하는 결말이 뜬금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레벨 문> 시리즈는 6편까지 계획되어 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넷플릭스와 잭 스나이더가 심혈을 기울인 IP다. 더 나아가 둘이 이전에 협업한 <아미 오브 데드> 시리즈와 연계되어 더 큰 세계관을 보여줄 예정이라는 소식도 들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지만, <레벨 문> 시리즈는 벌써 그 끝이, 어두운 미래가 보이는 듯하다.
Dreadful 끔찍한
다음을 기대할 팬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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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구찌가 될 상인가.
이 글은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수선화"와 "나르시시즘"이란 단어 사이에는 매우 큰 간격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 두 단어가 이야기로 엮이게 되면 우리는 이들이 얼마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지를 알게 된다.
알쓸 신잡에서 김영하 작가님이 말씀하셨듯, 이야기는 그 무언가를 기억하게 하고, 잘 전달하게끔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이토록 다른 카테고리에 있는 무작위로 뽑은 단어들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살을 붙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얼핏 보면 "구찌"와 "살인"도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는 이 둘 사이의 거리도 좁혀질 수 있을 만큼의 접점이 존재한다고 속삭인다.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전해주는 이야기이니, 믿고 시간과 우리의 마음을 맡겨도 손해는 없을 것이다.
두 번째, 그 애매함을 넘어서기.;두 주연이 이뤄내는 반란.
사진 출처:다음 영화
숫자 2는 참 이상하다.
소수(Prime number, 참고 1) 중 유일한 짝수인 점도 그러하지만. 성공적인 영화의 2편(혹은 후속편)의 제작은 가장 많은 욕을 먹을 각오로 제작해야 하는 리스크를 암시하기도 한다. 그뿐인가. 형만 한 아우 없다는 속담만 들어봐도 이 2라는 숫자가 가진 위치와 애매함은 불완전함, 혹은 사족을 뜻하기도 한다.
두 주연 배우에게도 이 2라는 숫자는 여러모로 많은 부담을 안게 하는 숫자였을 것이다.
한 번 일한 배우와는 일을 안 한다는 말이 돌 만큼 캐스팅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는 리들리 스콧과 전작인 [라스트 듀얼]에 이어 두 편의 영화를 찍는 영광 아닌 영광을 가진 아담 드라이버에게도.
[스타 이즈 본]에서 성공적인 연기를 보였지만, 소포모어 신드롬(Sophomore syndrome, 참고 2)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는 두 번째 작품으로 이 영화에 참여한 레이디 가가에게도 말이다.
두 번째.
하지만 자신의 진가를 확실히 보여줘야만 하는 단 한 번의 기회.
이 상황에서 두 배우는 서로의 손을 잡아 불안한 하나 보다 온전한 둘이 되는 것을 택했다. 숫자 2에 숨은 또 다른 의미를 슬며시 끌어온 것이다.
덕분에 영화는 걱정했던 불완전함이 묻어나 껄끄럽거나 삐걱거리지 않는다. 안정적이고 세련된 연기로 영화 내내 관객의 마음을 오롯이 구찌 가문의 안위만을 걱정하는데 쏟게 한다.
껍데기의 싸움.;결국 껍데기는 알맹이를 이길 수 없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화투.
꽃을 가지고 하는 싸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정마담이 영화 타짜 1편의 시초가 된 화투를 그렇게 정의했다면, 구찌 가문의 또 다른 축이었던 알도 구찌(알 파치노)는 이 모든 가족 싸움을 마치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구찌 가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껍데기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브랜드 구찌가 만들어낸 상품들이 보이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기도 했겠지만, 실제로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은 자신들이 원하고 탐하다 못해 선택해서는 안 되는 방법까지 기꺼이 행하게 하는 "Gucci"라는 껍데기를 차지하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혹자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혹자는 자신에겐 허락되지 않은 이름을 결혼을 통해서라도 갖기 위해.
또 누군가는 아들에게 이름을 물려주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독을 바른 손톱을 잔뜩 세워 희생양이 사정권 안에 들어오기를 몸을 낮춰 기다리며 상대를 찔러보는 싸움을 하고 있지만. 마우리치오 구찌(아담 드라이버) 만큼은 이 껍데기가 죽도록 싫어 벗어나려고 애쓰는, 혹은 사업을 위해 매진하는 인물처럼 보인다. 자신은 이런 싸움은 관심이 없는 듯한 독야 청청한 자세로 목을 꼿꼿하게 세우고서. 나는 "당신들 같은 사람"이 아니라고 몸으로 소리치듯이.
하지만 그는 단 한순간도 구찌라는 이름을 버린 적이 없었다. 소극적인 태도, 정면으로 나서지 않으려는 뉘앙스로 구찌를 원하지 않는 척했을 뿐. 그는 항상 그 안전한 테두리 안에서 "새로운 것"이라는 껍데기를 찾아 익숙한 것에서 도망치려 했다.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을 늘 가지려 애썼다는 점에서는, 어쩌면 그 역시도 같은 인물일 뿐이었던 것처럼 느껴질 뿐이다.
그러나 언제나 결말이 그러하듯.
아무리 화려한 껍데기라도 알맹이를 이길 순 없었다.
구찌는 가짜들의 싸움이 아닌, 진정으로 구찌의 가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품으로 돌아간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만 했던 "껍데기"구찌와 알맹이 구찌가 모두 같은 고귀한 모습을 지니기를 바란 사람들이 이긴 셈이다.
명감독은 명감독이다.;이걸 누가 이기니.
사진출처:다음 영화
가끔 캐릭터가 가진 모든 이야기의 끝까지 다 박박 긁어 쓰는 영화를 만날 때가 있다. 애석하게도 그런 캐릭터는 배우의 연기에 상관없이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때가 많다. 영화가 나눠 가져야 할 처절함이나 진중함을 캐릭터 하나 몽땅 갈아 넣는 것으로 됐지?라며 선심 썼다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가 조금은 다르다고 느껴지는 지점은 아마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그의 전작들도, 그리고 이번 영화에도 처절한 인물들은 늘 등장하지만, 어쩐지 그가 만들어낸(혹은 실존한) 인물들은 소모된다는 인상보다는 함께 숨 쉬고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 한다.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귀를 기울이며 영화에 참여하다 보면, 감독이 만들어낸 영화에는 그 어떤 캐릭터도 소모되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게 된다. 덕분에 인물들의 몸짓과 말 하나하나에 마치 폐부를 찔린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영화에서 나오지 못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감독은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는다.
레이디 가가, 아니 파트리치아 구찌가 마지막 대사를 내뱉을 때, 그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지저분한 가족사를 관음증 환자처럼 끝까지 들여다본 관객은 어떤 껍데기에 집착하고 있느냐고 말이다.
참고 1
소수는 1을 제외하고 자신만이 약수가 되는 수를 말함. 즉 3은 1과 3. 5는 1과 5. 이런 식의 숫자를 말함. 2는 유일한 짝수인 소수임.
참고 2
소포모어 신드롬(Sophomore syndrome), 혹은 슈퍼 루키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첫해에 정말 엄청난 활약을 보인 선수가 두 번째 해에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는 것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국 평균으로 회귀한다는 쪽으로 해석한다는 사람도 있으며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뭐 어떻게 매년 잘하냐.
[이 글의 TMI]
아직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한 2022의 새해 스케줄의 소용돌이에서 정신을 놓기 직전에 마치 휴식처럼 이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조금 빨리 입장한 영화관에서 내 자리를 찾던 도중, 어둑어둑한 상영관 안에서 작은 노트를 펼쳐놓고 글(이라고 추정함)을 쓰시는 분을 발견했다.
순간 아주 많은 생각과 감정이 머릿속을 스쳤다. 보통 기억력이 좋지 않고 타인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어서 대충 잊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며칠이 지나도 계속 잔상처럼 그분의 글 쓰시던 자세나 분위기가 마음에 남아 맴돌았다.
마치 알게 모르게 계속 글이 쓰고 싶었는데 그런 내 마음의 응어리가 모여 현실로 쨘 하고 나타난 것처럼.
결국 나는 글 쓸 시간을 짜내기 위해 앞으로 회사에서 대충 샐러드를 저녁으로 퍼먹고 집으로 오기로 했고, 덕분에 이번 주말에나 겨우 쓸 수 있을까 말까 점쳐야 했을지도 모를 영화 리뷰글을 쓰고 있다.
혹시라도 뭐 그럴 리 없겠지만.
그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그것도 여기까지 읽으시는 불상사(?)가 생긴다면.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롯데월드타워 금요일(1/14) 19시에 하우스 오브 구찌를 보시던 그분. 덕분에 약간 정신 차릴 수 있었습니다.
진짜 감사합니다.
#리들리스콧 #하우스오브구찌 #레이디가가 #아담드라이버 #자레드레토 #구찌는커녕팔찌도없음 #영화인플루언서 #네이버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브런치작가 #영화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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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쳤다! 그 시대 야만족을 그냥 진짜같이 표현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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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달이 충돌한다!! ☄ [2012] [투모로우]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역대급 재난 블록버스터 [문폴] 티저 예고편 대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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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은 죽지 않는다, 단지 늙을 뿐이다?
사부와 형제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며 무술을 연마했던 전설의 타이거 삼총사는 30년의 시간이 흐르고 이젠 별 볼일 없는 아저씨들이 되었다. 어느 날 사부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재회한 그들은 진실을 밝히고 복수를 하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짠내 폭발 아재들의 쿵후 본능이 깨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