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2024-11-26 00:48:40
사악한 마녀의 이미지가 허물어진 자리
영화 <위키드> 리뷰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사악한 마녀의 이미지가 허물어진 자리. 새롭게 시작되는 이야기
- 진실을 짓누르는 거짓을 깨는 엘파바
- 글린다가 엘파바에게 준 모자와 망토의 의미
- 엔딩 결말 해석
위키드 (Wicked, 2024)
사악한 마녀의 이미지가 허물어진 자리
개봉일 : 2024.11.20.
관람등급 : 전체 관람가
장르 : 판타지,뮤지컬
러닝타임 : 160분
감독 : 존 추
출연 : 신시아 에리보, 아리아나 그란데, 조나단 베일리, 에단 슬레이터, 양자경, 제프 골드브럼
개인적인 평점 : 4 / 5
쿠키 영상 : 없음
소설 [위키드]는 고전 명작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악당 서쪽 마녀의 어린 시절을 담은 이야기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영화, 뮤지컬, 연극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리메이크 되었다. 그리고 2024년. 몸집을 제대로 부풀린 실사 뮤지컬 영화 <위키드>가 세상에 나왔다.
6,00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 뮤지컬 원작, 1억 4,500만 달러의 제작비, <스텝 업>, <나우 유 씨미> 등의 영화로 환상적인 영상미를 보여준 존 추 감독의 신작, 아리아나 그란데, 양자경, 신시아 에리보 등 호화로운 오리지널 캐스트와 박혜나, 정선아, 고은성, 정승원 등 탄탄한 국내 더빙 캐스트까지.
말 그대로 소문난 잔칫집이었던 영화 <위키드>는 맛있는 음식을 한가득 차려놓고 뮤지컬 팬과 영화 팬 모두의 배를 든든히 불려주는 작품이었다. 물론 16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의 모든 순간, 모든 조건들이 만족스러웠다고 하긴 어렵지만 최대한 다양한 관객들의 기대에 응답하려는 마음이 한가득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사악함을 상징하는 초록색. 그 초록색의 피부를 타고난 엘파바와 누가 봐도 호감을 느낄 외모를 가진 핑크 공주 글린다. 양극에 위치한 두 사람은 얼떨결에 룸메이트가 된다. 엘파바와 글린다는 서로를 밥맛이라 생각하며 시도 때도 없이 다투지만, 그런 시간이 늘어갈수록 남들은 보지 못하는 상대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꿈꿔온 마법사 오즈의 도시, 에메랄드 시티로 가는 기차에 함께 몸을 싣는다. 그리고 환상적인 그 도시에서 새로운 운명을 맞이한다.
사악한 마녀의 이미지가 허물어진 자리. 새롭게 시작되는 이야기
자신이 사악하다고 외치는 사람도 물론 위험하지만 자신의 선함을 필요 이상으로 어필하는 사람 또한 완전히 믿을만한 이는 아니다. <위키드>는 나도 모르게 믿기 쉬운 완연한 선과 악의 경계에 숨겨져 있던 것들을 꺼내 보인다.
영화는 서쪽 마녀가 한 소녀(오즈)가 끼얹은 물에 녹았다는 뉴스와 함께 시작된다. 오즈민들은 “우리가 믿는 선이 악을 이겨냈다”라며 사악한 마녀의 죽음을 기뻐한다. 오즈의 조수인 착한 마녀 글린다는 오즈민들이 부르는 승리의 노래에 동참하면서도 사악한 이의 고독을 생각하는 가사를 흥얼거린다.
마녀의 죽음을 축하하는 의식과 노래가 끝나고 오즈민들은 글린다에게 묻는다. “사악함은 왜 생겨나는 걸까요?", “서쪽 마녀와 정말 친구였어요?". 글린다는 “좀 아는 사이였어요.”라고 대답한다. 이 대답과 함께 엘파바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시작된다. 서쪽 마녀의 그림이 땅으로 떨어지고 그를 따라 만든 거대한 인형이 불태워지는 등, 많은 오즈민들이 믿고 있던 ‘사악한 마녀’라는 이미지가 모두 소멸된 후 그 이미지 뒤에 가려져있던 엘파바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진실을 짓누르는 거짓을 깨는 엘파바
입학식 날 엘파바가 광장을 어지럽히는 장면의 의미
엘파바는 피부 때문에 이상한 오해들을 받으면서도 착하고 단단한 심성을 가진 어른으로 자란다. 동생 네사의 대학교 입학 날, 수많은 학생들의 시선을 받게 된 엘파바는 자신의 피부를 두고 온갖 생각을 하고 있을 그들 사이에서 "그래. 원래부터 난 초록색이었어.”라고 말한다. 엘파바는 ‘초록색 피부’라는 이미지에 주눅 들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을 믿으며 학교 생활을 이어간다. 하지만 엘파바는 여전히 학생들 사이에서 조롱과 폭탄 취급을 받고 그와 방을 나눠쓰는 글린다는 순교자로 취급받으며 더 큰 인기를 얻는다.
엘파바, 글린다, 피예르와 몇 인물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보이고 들리는 것을 모두 그대로 믿고 그것을 기준 삼아 상대방을 정의한다. 엘파바의 초록색 피부, 네사의 불편한 몸, 보크의 작은 몸집, 글린다의 아름다운 외모 같은 일차원적인 이미지부터 시작해 사실 무능력하지만 전능하게 포장된 오즈의 모험기, 엘파바가 사악한 마녀고 그의 초록 피부가 사악함의 증거라는 오즈의 말, 학교 광장에 있던 오즈의 석판과 얼굴 동상, 위압감을 주는 오즈의 가면까지. 에메랄드 시티는 이런 수많은 이미지와 가면들로 가득 차 있다. 통치자인 오즈는 이러한 가면 뒤에 숨어 몰래 악한 일을 행하지만 오즈민들은 진실엔 크게 관심을 갖지 않고 그저 누군가의 외면을 평가하고 따돌리기 바쁘다.
엘파바는 다수와 다르게 어떤 가면과 외면이 아닌 진실과 내면을 보는 사람이다. 입학식 날, 네사를 마음대로 데려가려는 기숙사 사감을 말리려던 엘파바가 마법을 쓰며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는 장면. 의자가 하늘을 날아다니며 여러 구조물들을 부수는데, 그중엔 오즈의 모습이 새겨진 석판도 있다. 석판이 부서지자 원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동물들이 새겨진 석판이 드러난다. 엘파바는 진짜 석판을 짓누르고 있던 오즈의 석판을, 진실을 짓누르고 있던 오즈의 거짓말을 부수고 그에 대항한다.
또한 엘파바는 네사의 불편한 신체라는 외면에 집중하고 그의 휠체어를 밀어주는 것 대신, 네사가 혼자서도 잘할 거라는 그의 내면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보내는 선택을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네사의 외면만 보는 어른들은 엘파바에게 무조건 네사를 도와주라 말하거나 허락 없이 네사의 휠체어에 손을 얹는다.)
서로를 채워준 엘파바와 글린다
글린다가 엘파바에게 준 모자와 망토의 의미. 엔딩 결말 해석
하지만 이런 엘파바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하는 내면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자신의 내면이다. 주변인들은 엘파바를 ‘남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을 그렇지 않다. 엘파바도 상처를 받고 흔들리기도 한다. 특히 엄마의 죽음에 얽힌 상처와 죄책감은 그가 어른이 될 때까지 마음에 짙게 남아있었는데 이 상처를 보듬고 엘파바에게 용기를 준 건 바로 글린다다.
엘파바와 글린다는 처음엔 상징색인 연두색과 분홍색처럼 서로를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보색인 두 색은 (색상환에서) 거리 상으론 가장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가장 평행한 관계이기도 하다. 거리를 좁히기만 하면 그 어떤 색보다 맞닿기 쉬운 관계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서로에게 한 걸음 나아간 두 사람은 엘파바를 무시하는 동급생들 사이에서 마주 선 채 춤을 춘다. 이후 엘파바와 글린다는 각별한 친구가 되어 서로의 꿈을 이루도록 도움을 주는 사이가 된다.
엘파바는 에메랄드 시티행 기차가 떠날 때 글린다에게 손을 내밀어 글린다가 에메랄드 시티를 여행하고 오즈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글린다는 엘파바의 아픔을 위로하고 그가 새로운 세상에 나갈 용기를 준다. 글린다가 엘파바에게 준 모자는 엘파바가 ‘첫 파티’라는 새로운 경험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엘파바가 창문 너머로 떠나기 전에 둘러준 망토는 통치자에게 대항하는 험한 길을 선택한 그에게 전하는 용기와 온기를 선물한다. 엘파바와 글린다는 진한 우정을 등에 업고 착한 마녀와 나쁜 마녀, 명성을 가진 위대한 마법사와 동물들을 돕는 마법사라는 각자의 길로 날아오른다.
숨겨져 있던 두 마녀의 이야기는 새로운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쳐준다. 기세 좋게 시작된 이 환상의 나라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Part1의 성적표는 얼마큼의 상승 곡선을 그릴지 벌써부터 궁금하고 기대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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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베를린 국제 영화제 경쟁부문 한눈에 보기
독일의 국제 영화제이자 세계 3대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 국제 영화제가 지난 15일 베를린 국제영화제가 개최되었습니다
경쟁부문에서 선정되면 황금곰상, 은곰상의 영예를 안게 되는데요! 5년째 초청된 홍상수감독님의 작품도 올라가있다는 사실~! 에디터 AMY가 모아온 경쟁장 모음 쉽고 빠르게 확인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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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이번주 씨네 뉴스는 국내외 다양한 소식으로 알차게 준비 해 보았는데요!
그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11월 <오징어 게임> 리얼리티 쇼 공개
ⓒ넷플릭스
오는 11월 영국에서 제작된 <오징어 게임 : 더 챌린지 >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입니다.
‘오징어 게임’ 속 서바이벌 게임을 현실로 구현해 456명의 참가자가 상금을 두고 벌이는 생존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이며
11월 10개의 에피소드로 진행될 것으로 공식 날짜는 미정입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2> 는 제작 준비 과정에 있으며 공개일은 미정입니다.
▶ <더 존: 버텨야 산다 시즌 2> 디즈니+ 6월 14일 공개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유재석 & 이광수 & 권유리의 <더 존: 버텨야 산다 시즌 2>가 6월 14일 공개됩니다.
<더 존: 버텨야 산다 시즌 2>는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각종 재난 속 더 리얼하고 강력해진 극강의 8개 재난 시뮬레이션에서 다시 뭉친 ‘수.유.리’ 인류대표 3인방의 상상 초월 생존기를 그린 리얼 존버라이어티로 오는 6월 14일 디즈니+에서 전격 공개될 예정입니다.
▶ 넷플릭스 시리즈 <셀러브리티> 6월 30일 공개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새 시리즈 ‘셀러브리티’가 오는 6월 30일 공개를 확정했습니다. 셀럽들의 화려하고도 치열한 민낯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로 박규영, 이청아, 강민혁, 이동건, 전효성 출연, 6월 30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 메가박스 6월 클래식 라이브 여름음악회 진행
ⓒ메가박스
메가박스의 ‘클래식 소사이어티’가 세계 3대 교향악단에 속하는 빈 필하모닉과 베를린 필하모닉 클래식 공연을 중계 상영합니다. 올해 빈 필하모닉 여름음악회는 6월 9일, 베를린 필하모닉 발트뷔네 콘서트는 25일 전 세계 80개 이상의 국가에서 중계 상영하며 국내에서는 특별관 돌비 시네마, MX 상영관을 포함한 메가박스 23개 지점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및 예매는 메가박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바랍니다.
▶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6월 29일 개막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판타스틱영화제가 올해 산업프로그램(B.I.G)의 아시아 판타스틱영화 제작네트워크(NAFF) 프로젝트 마켓 선정작 18개국 29편을 31일 발표가 했습니다. BIFAN은 6월 29일부터 7월9일까지 부천시청·한국만화박물관·CGV소풍·메가박스 부천스타필드시티 등과 온라인 상영관 웨이브(wavve)에서 만날 수 있으며 B.I.G NAFF 프로젝트 마켓은 6월30부터 7월3일까지 4일간 온·오프라인 개최됩니다.
▶ <아바타: 물의 길> 디즈니+ 6월 7일 공개
2022년 12월 개봉한 <아바타: 물의 길>이 6월 7일 디즈니+를 통해 공개됩니다.
팬데믹 이후 외화로서는 첫 천만 관객 돌파, 국내 전체 개봉작 중 역대 매출액 2위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역대 박스오피스 TOP3에 진입하며 전 세계적으로 흥행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아바타' 시리즈는 5부작으로 제작될 예정이며 시즌3는 2024년 12월 개봉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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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이 들려드리는 오늘의 씨네뉴스는 여기까지 입니다.
추후 더 유익한 소식으로 찾아 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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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국내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이 제작 참여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아수라처럼>의 포스터와 예고편이 공개되었습니다. 본 시리즈는 2025년 1월 9일에 공개 예정이며, 7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수라처럼>은 이전에 방영되었던 일본 공영방송 NHK에서 1979년에 방영된 가족 드라마 시리즈의 현대판으로, 무코다 구니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해당 소설은 지난 2003년 장편 영화로 각색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수라처럼>에는 미야자와 리에, 오노 마치고, 아오이 유우, 히로세 스즈가 출연하며 19979년 도쿄, 서로 다른 삶을 사는 네 자매가 노년인 아버지의 불륜을 알게 된 후 겪게 되는 사건들을 그립니다.
데이지 리들리, <스타워즈> 시리즈 복귀 예정
데이지 리들리가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에 복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향후 제작될 스타워즈 시리즈 중, 에피소드 X, XI, XII로 구성 예정인 사이먼 킨버그의 3부작과 샤민 오바이드 차노이가 연출하는 프로젝트에 핵심적인 역할로 등장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THR은 루카스필름이 레이를 “프랜차이즈의 다음 단계를 위한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사이먼 킨버그와 샤르민 오바이드-치노이의 프로젝트 외에도, 루카스필름은 제임스 맨골드, 데이브 필로니, 도널드 글로버, 타이카 와이티티, 라이언 존슨, 션 레비, 패티 젠킨스 감독이 참여하는 최소 7편의 스타워즈 영화를 개발 중입니다.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상영 시간표 공개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가 상영 시간표 공개 일정을 알렸습니다.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오는 15일 금요일 18시에 상영 시간표가 공개됩니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서울독립영화제는 풍성한 라인업을 자랑합니다. 부산국제영화상 4관왕을 휩쓴 이란희 감독의 <3학년 2학기>, 다큐멘터리 관객상을 차지한 조세영 감독의 <K-Number> 등 현재 주목받는 감독의 영화들이 상영됩니다. 또한 16mm 프린트가 유실되어 필름 디지털화 포맷으로 상영하지 못하고 있던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 -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가 디지털화 버전으로 최초 공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홍경, 오경화, 노재원 등 이제는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들이 거쳐 간 ‘배우프로젝트’, 독립영화 감독과 배급사를 연결해 주는 ‘넥스트 링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미션 임파서블 8> 첫 예고편 공개
미션 임파서블 8의 첫 번째 예고편이 공개되었습니다. 이번 신작의 제목은 <Mission: Impossible — The Final Reckoning>으로 2025년 5월 23일에 북미 개봉 예정입니다.
18개월간의 긴 제작 기간과 여러 차례 지연되어 제작비가 4억 달러에 가까워졌다는 소식으로 시리즈의 위기가 거론되었던 가운데, 마지막 ‘무비 스타’라고 불리는 톰 크루즈가 과연 이번에도 큰 성공을 거둘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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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성크리처> 파트 1 | 경성은 있는데 크리처는 없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경성에서 제일가는 전당포 주인 '장태상'(박서준). 경성 최고 셀럽으로 화려한 삶을 누리던 그는 1945년 봄, 느닷없이 역경에 빠진다. 경무국장 '이시카와'(김도현)가 그의 목숨과 재산을 뺏어버리겠다고 협박한 것. 그의 아내 '마에다 유키코'(수현)가 숨긴 자기 애첩 '명자'(지우)를 벚꽃이 질 때까지 찾아내지 못한다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장태상은 모든 연락망을 동원해 명자의 행방을 수소문하지만, 좀처럼 그녀에 대한 정보를 찾지 못한다. 결국 도움을 받기로 결정한 그는 만주에서 제일가는 토두꾼 '윤채옥'(한소희)과 '윤중원'(조한철) 부녀와 계약을 맺는다. 그들의 도움 덕분에 일본군 병원인 옹성병원에 명자가 갇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태상은 직접 그녀를 빼내오려 한다. 병원 지하실에 일본군이 만든 괴물이 있다는 사실은 미처 알지 못한 채.
크리처물의 딜레마
괴수물, 넓게는 크리처물은 언제나 딜레마에 직면한다. 장르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과 일반 관객이 기대하는 바가 엇갈리기 때문. 전자는 괴물이 얼마나 강하고 독특한지, 괴물 혹은 인간과의 싸움이 얼마나 스릴 넘치는지를 따진다. 등장인물의 서사, 인간 캐릭터의 완성도는 뛰어나면 플러스 알파이지만, 필요조건은 아니다.
반면에 일반 관객은 크리처물이나 괴수물을 볼 때 당황하기 쉽다. 일반적 작법을 자주 벗어나니까. 서사의 개연성과 핍진성이 과하게 부족하거나, 인간 캐릭터가 단지 괴물을 소개하기 위한 도구로 소비되는 식이다. 일례로 괴수들의 액션에 집중한 <고질라 VS. 콩>은 일반적 관점에서 완성도를 등한시한 범작이다. 반면에 장르 팬이 보기에는 더 바랄 것 없는 선물이다.
시즌 1과 2를 통틀어 제작비 700억을 투입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도 딜레마를 피하지는 못했다. 이 드라마는 <미스터 션샤인>과 <스위트홈>을 섞으려 했다. 1945년 봄 경성을 살아가는 조선인의 애환과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괴물과의 싸움을 그려냈다. 하지만 파트 1만 놓고 보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는 실패에 가깝다. '경성'은 살렸지만, '크리처'물로서의 정체성은 약해졌기 때문이다.
1945년 경성 사람을 그려내다
<경성크리처>의 기초공사는 일견 착실하다. 참신하다고는 못해도, 시기의 특수성을 나름 적절히 활용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은 일제의 침입이 본격화된 1900년대 초나 일제의 수탈이 한창인 1920년대나 30년대를 배경으로 삼았다. 항일운동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기에 용이하므로.
<경성크리처>는 다르다. 1945년의 봄을 보여준다. 일본의 패망이 임박한 시기가 배경이다. 물론 화려한 금옥당을 비롯한 거리 모습은 물자 배급이 시행되던 실제 역사와는 차이가 있다. 다만 그 시대의 사람들을 그려내려고 애쓴다. 옹성병원에서 붙잡힌 장태상과 거래하는 일본군 장교가 대표적이다. 그는 경성에서의 삶이 이미 익숙하다며, 태상을 풀어주는 대신 일제의 패망 이후 조선 정착을 도와달라고 제안한다.
이에 더해 <미스터 션샤인>처럼 독립운동을 묘사하는 방식도 눈에 띈다. <미스터 션샤인>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캐릭터가 당연히 조선 독립을 원하는 뻔한 이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진 초이, 구동매, 김희성처럼 조선을 증오하거나 방관하던 이들이 고애신의 조선을 지키기 위해 마음을 돌리는 이야기였기에 흥미로웠다.
<경성크리처>의 주인공 장태상도 마찬가지다. 그는 같이 독립운동을 하자는 '권준택'(위하준)의 제안을 항상 거절한다. 일본의 일부인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난 그에게 독립운동은 설령 옳더라도, 자기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의열단의 조력자였던 어머니의 생전 마지막 말이 "살아남아라"이기에 더더욱. 이처럼 <경성크리처>에서는 선과 악을 딱 잘라 말할 수 없게 된 일제 치하의 세월을 녹여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역사를 붙잡은 괴물
그 덕분에 시대극과 크리처물의 조합도 어색하지 않다. 패망 직전이기 때문에 괴물을 만들겠다는 일본군의 발악에는 설득력이 깃든다. 단순히 한 과학자의 욕심 때문이 아니라, 분명한 목적 하에서 이뤄지는 실험이기 때문. 병원장이 괴물을 길들이거나 대량 생산이 가능한지 묻고, 결과를 천황에게 보고할 것이라는 장면만 봐도 일본군이 이 괴물을 태평양 전쟁 전황을 바꿀 신무기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성크리처>의 상상력은 역사와도 부합한다. 하얼빈에 위치한 731 부대는 생화학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조선인 대상 생체실험을 자행했다. 전쟁 말기에는 실험 기록과 시설을 없앤 후 일본으로 도주했다. <경성크리처>는 이 역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반영했다. 만주를 떠나 경성에서 실험을 이어가거나, 웅성병원 건물 디자인이 731 부대 건물을 닮은 점이 대표적이다.
물론 국내 드라마 기준으로는 클리셰에 가까운 대목일 수 있다. 다만 거시적으로는 인상적인 시도일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다. 그간 할리우드 영화는 비밀무기를 개발하거나 찾아내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꿈꾸는 나치 독일을 자주 등장시켰다. <인디아나 존스 5>에서는 나치 잔당이 시간을 되돌리는 기계로 역사를 바꾸려 했다. <캡틴 아메리카> 1편에서도 나치 소속인 레드 스컬과 하이드라가 테서렉트를 이용해 승전을 꿈꿨다.
반면에 같은 추축국이었는데도 일제가 주체인 경우는 많지 않았다. 종전 직후 냉전에서 미국이 일본을 우방국으로 두기 위해 전쟁 범죄를 눈감아 준 역사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은 731 부대의 연구 성과를 이용하려고 731 부대원의 전범 재판 기소를 면제하거나 거액의 돈을 주기도 했다. 그저 괴물만 괴물은 아닌 셈이다. 그렇기에 <경성크리처>는 승전국이 아닌 과거 식민지의 콘텐츠라서 가능한, 분명 흥미로운 시도다.
문제는 괴물 활용법
하지만 <경성크리처>는 '경성'을 살려낸 것에 비해 '크리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괴물의 등장부터 호불호의 여지가 크다. <경성크리처>는 2014년도 <고질라> 같다. 이 영화는 고질라가 파괴한 도시, 공항, 함선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 위용을 간접적으로 강조했다. 클라이맥스가 돼서야 고질라를 전면에 등장시켜 방점을 찍었다.
<경성크리처>도 마찬가지다. 괴물의 전체 모습을 보여주는 대신 참혹하게 살해되는 일본군과 조선인 희생자들의 리액션을 비춘다. 괴물은 중후반부에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일장일단이 있다. 극의 속도를 조절하며 서스펜스를 강화할 수 있지만, 괴물의 활약을 기대하는 입장에서는 감질날 수밖에 없다.
주인공 일행과 일본군의 비중도 감점 요소다. 괴물이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 빈 분량을 드라마는 장태상, 윤채옥과 일본군의 병원 내 추격전으로 대신한다. 크리처물을 기대하는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울 만하다. 마치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싸움 대신 미군과 디셉티콘이 싸우는 장면만 나오는 <트랜스포머>를 보는 심정과 비슷하다.
괴물 묘사도 일관적이지 않다. 초반부에 괴물은 수많은 일본군을 손쉽게 제압한다. 초인적인 속도와 먼 거리를 넘나드는 촉수 앞에서는 어떤 무기도 속수무책이다. 그런데 정작 두 주인공을 마주한 순간부터 괴물은 속도도, 촉수도 활용하지 않는다. 그들이 무기를 쓰거나 몸을 숨기기에 충분한 시간을 준다. 자연히 긴장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괴물과 윤채옥의 신파가 더해지면 극의 전개는 더욱 억지스러워진다.
경성은 있는데 크리처는 없다
주요 플롯 중 하나인 장태상과 윤채옥의 로맨스도 덩달아 부자연스럽다. 극 중 로맨스는 우연적 요소에 기대 급하게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장태상이 윤채옥의 외모 때문에 첫눈에 반했다거나, 운명적인 사랑임을 깨달았다는 식으로. 이는 경성 배경 시대극과 크리처물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한 방증이다. 드라마가 크리처물 플롯을 살리기 위해 로맨스에 할애할 분량을 줄였기 때문.
결국 <경성크리처>는 무엇을 기대했는지에 따라 첫인상이 갈릴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경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역사를 활용하는 방식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군상을 보는 나름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반대로 '크리처'를 기대했다면 속 시원하지 못한 전개와 억지스러운 묘사 때문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과연 <경성크리처> 첫 시즌의 남은 에피소드 3개는 첫인상을 바꾸고, 시즌 2의 기대감을 키울 수 있을까?
Poor 형편없음
'경성'크리처냐, 경성'크리처'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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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을 이야기
SYNOPSIS.
2001년 인도의 어느 시골을 배경으로 한 <뒤바뀐 신부들>은 같은 기차에서 길을 잃은 두 어린 신부의 모험을 그린다.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사건들과 예상치 못한 일들을 통해 두 사람은 자신과 여성성, 인생 자체에 대해 엄청난 발견을 한다.
PROGRAM NOTE.
인도의 국민 배우이자 감독으로도 활동하는 아미르 칸이 제작하여 화제를 모은 <뒤바뀐 신부들>은 2001년, 인도의 시골 어딘가를 배경으로 한 유쾌한 가족 코미디이다. 자야와 풀, 두 여인은 신부가 된 날 밤, 빨간 결혼 베일로 얼굴을 가린 채, 남편을 따라 같은 기차에 몸을 싣고 각자의 시댁으로 향한다. 풀의 남편 디팍은 한밤중의 혼잡한 기차에서 실수로 자야를 깨워 자신의 마을로 데려가지만, 집에 도착해서야 실수를 알게 되고, 반대로 자야의 남편은 풀과 기차에서 내리지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풀을 기차역에 버려둔 채 사라진다. 이제 두 여인은 자신의 자리를 찾아 긴 여정을 떠나야 한다. 좌충우돌 신부를 찾아 나서는 디팍과 덩달아 애가 타는 그의 가족을 오히려 위로하는, 자아실현을 위해 나아가려는 지혜로운 현대 인도 여성의 모습인 자야와, 수줍은 성격이지만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향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 풀의 성격을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다. (전진수)
돌이켜보면 나의 영화제 도장 깨기는 "인도 영화 찾아 삼만리"로 시작되었다. 넷플릭스에 있는 것도 여러 차례 시도해 봤지만 별로인 게 너무 많았다. 춤과 노래가 반복되는 거야 뮤지컬 영화라 생각하면 된다 쳐도, 개연성을 버리면서까지 흥겨우면 그만인 식의 전개 혹은 맥락을 끊고 들어오는 힌두 신 찬양 장면이 너무 재미없었다. 그런 내 눈이 들어온 것이 바로... <세 얼간이> 배우 아미르 칸이다.
그는 우리에게 <세 얼간이>의 주연배우로 가장 잘 알려졌지만, 자기 이름 내건 프로덕션을 운영하는 영화 제작자이기도 하고, 토크쇼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 모든 작업의 공통점은, 맥락 없고 개연성 없는 양산형 엔터테인먼트를 하지 않는다는 것. 아미르 칸 프로뎍션 작품들은 모두 여성 인권이나 아동 보호 등 인도 사회에 묵직하게 드리워진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상업영화들이다. <당갈> 과 <시크릿 슈퍼스타>는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흥행도 해냈고, 국내에도 개봉했다.
<뒤바뀐 신부들>은 <당갈>과 <시크릿 슈퍼스타>를 연출한 키란 라오 감독의 신작이며, 여기에도 아미르 칸은 제작자로 참여했다. <당갈>과 <시크릿 슈퍼스타>도 좋아했지만, 이번 작품을 보고는 더욱 만족스러웠다. 전작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편하게 어필하는 영화다. 웃으면서 유쾌하고 편하게 볼 수 있고, 실제로 전주국제영화제 현장 반응도 너무 좋았다. 인도 향신료 '마살라' 맛이 이렇게 김치처럼 입에 착 붙어도 돼요?
참고로 이 작품은 해외 넷플릭스에는 오픈되었는데, 국내 계정으로 접속하면 나오지 않는다. 향후 개봉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인지, 넷플릭스에 서서히 오픈될지 모르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면 좋겠다. <세 얼간이>의 뒤를 이을 만한 인도 영화로 기억될 만한 작품이므로. 그 날이 어서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은 이 영화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하기보다는 감상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써 보기로 한다.
결혼: 연애vs중매 너머 더 다양한 이야기로
인도에서 결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연애결혼(love marriage)와 중매결혼(arranged marriage)이다. 그건 만국 공통 아니냐고? 그렇긴 하지. 하지만 중매 혹은 선자리라는 말이 소개팅이라는 단어로 대체되어 가는 우리 나라만 보아도, 타인의 역할은 '소개' 선으로 축소된다. 결혼을 전제하고 만나더라도, 실제 그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게 일반적이다. 그 시간을 아주 빠르게 마치는 커플도 있기야 하겠지만, 아무튼 사진 한 장 받고 결혼하는 시대는 아니다.
인도에서는 여전히 가능하다. 특히 이 영화의 배경처럼 시골인 경우, 상대를 제대로 만나보지도 못한 채로 맺어지는 결혼이 가능하다. 비슷비슷한 아웃핏의 붉은색 웨딩 사리를 입고 두꺼운 베일로 얼굴을 가린 신부가 뒤바뀐다는 이 영화의 시놉시스 또한, 이러한 배경 위에서 성립 가능하다.
애초에 인도에서 결혼이란 두 사람의 연애 감정 그 이상의 것들이 많이 작용한다. 이 또한 만국 공통이겠지만 인도는 더더욱 그렇다. 워낙 다이나믹한 국가다 보니, 다양한 언어와 종교와 '가문' 수준으로 세분화된 카스트 등 다수의 역학 관계가 존재한다. 도시에서는 차라리 '돈'을 위시해 심플해진 현대의 '계급'이 작용하지만, 마찬가지로 이러한 조건들 또한 시골에서 더욱 강력하게 기능한다.
참고로 그 심플해진 현대의 기준들 또한 새로운 형태로 세분화되는데, 넷플릭스의 <매치메이킹 인디아: 중매를 부탁해>를 보면 흥미로운 면면을 발견할 수 있다. 현대 도시의 부자들은 저런 식으로 중매 결혼을 하는군, 이라는 한 줄로 요약될 수 있는 이 시리즈는 '밥 친구'로 좋으니 추천한다.
문제 해결: 되는 일도 안되는 일도 없다
많은 인도 영화가 보이는 특징 중 하나는 "보장된 해피 엔딩"이다. 춤추고 노래하며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문제가 뚝딱 해결되고 또 다 같이 춤추고 노래하며 끝나는 것이 전통적인 발리우드 영화의 인상이다. 발리우드 컬러를 걷어낸 작품들도 국내에 조금씩 더 소개되고 있지만, 그게 꼭 인도 영화의 '발전'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물론 인도 영화도 다른 모든 산업과 마찬가지로 점점 발전하고 있지만 그 발전이 꼭 국제적 통용의 동의어는 아니라는 뜻이다. '마살라'만의 맛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 영화는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보장된 해피 엔딩의 맛 안에서, 인도 사회의 이러저러한 면면을 밉지 않게 담는다. 인맥에 좌지우지되지만 그나마도 좀 어설픈 정치인의 모습은, 그 나름대로 또 좀 든든하다. 많은 문제에 뇌물과 주먹을 개입시키는 인도 경찰의 모습 사이사이 또 그 나름대로 훌륭한 역량들이 돋보인다. 정석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는데 어찌저찌 에둘러 가다 보면 뭐가 된다.
그래서 인도에서는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고들 한다. 유능하고 발빠른 행정 처리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대체 왜 공공기관의 정한 프로세스를 안내받지 못하는지, 혹은 안내 받은 대로 다 했는데 왜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지만... 인도는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도가 게으르고 무능한 나라인 것은 아니다. 그냥 인도에는 인도식 방법이 있는 것이다. 수천 년째 얽히고설킨 이 뿌리를 현대 합리주의가 손쉽게 걷어낼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그냥 거기에 몸을 맡기는 수밖에. (그리고 적절히 따박따박 따지며 화낼 타이밍과, 여성이라면 전략적으로 눈물을 뿌릴 타이밍을 파악하여 이 도전에 응전하는 수밖에.)
여성: 우리는 늘 선을 넘지
이 영화가 가진 특별한 장점 중 하나는 아주 다양한 여성들이 나오며, 이 중 어느 한쪽만 옳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자기 집 주소도 남편의 이름도 입밖에 내지 못할 사람으로, 단지 집안일만 하고 아이만 낳는 사람으로 여성을 기르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교육도 받고 일해서 돈도 벌고 아이도 낳고 아무튼 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두는 것이다. <시크릿 슈퍼스타>에서 눈물 뚝뚝 흘리는 어린 신부의 입으로 재현되었던 이 메시지는, 영화를 통틀어 등장하는 다양한 여성들의 삶과 선택으로 더 은은하지만 강하게 발산된다.
특히 이 영화에서 농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영화는 2001년 마디아프라데쉬(Madhya Pradesh)의 한 시골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아직 '유기농 농법(organic farming)'이 널리 알려지기 전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때부터 이미 화학 살충제를 사용하는 대신 보다 안전하고 환경에 영향을 덜 주는 방법들을 고민하고자 하는 여성이 등장한다. 이 여성이 향하는 데라둔이라는 도시는 반다나 시바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반다나 시바는 국내에도 <오늘부터의 세계> 같은 책이나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시리즈 등을 통해 소개된 바 있는 환경운동가이다. 오래 전 삼림파괴에 맞서 나무를 끌어안고 버티는 '칩코 운동'을 조직하였고, (주로 서구권의) 거대 농업회사들이 종자를 통해 식량주권을 침해하는 상황 속에서 지역의 토종을 잘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전개했다.
그의 주장은 단지 세계화에 맞선 지역 주권의 측면만 바라보지 않는다. 이는 여성에 대한 착취와 궤를 같이 한다. 발전의 비용을 선진국이 개도국에게 전가하는 동시에, 여성에게도 착취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여성이 농촌에서 로컬한 종자를 가지고 농사를 짓는 삶을 긍정한다. 이러한 마음은 나브다니야(Navdanya)라는 단체 설립으로 이어졌는데, 영화 속 인물이 훗날 이 단체에서 일하게 된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 같다. 아무튼 에코페미니즘, 지구 민주주의, 다양성 강조 등으로 정리될 수 있는 그의 사상은 지금 같은 시대에 귀를 기울여봄직하다.
그냥 봐도 재미있는 영화지만, 인도의 현실과 접목하여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이다. 흥겨운 마살라 맛 너머 인도라는 나라의 변화상도, 그 사회를 담은 영화도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2024. 05. 04. 16:30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상영코드 339)
2024. 05. 05. 20:00 메가박스 전주객사 1관 (상영코드 462)
2024. 05. 09. 11:00 CGV전주고사 1관 (상영코드 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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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 속에서 감출 수 없는 실망감
해리포터 세계관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를 꼽아보자면 하면 뉴트 스캐맨더! 그 이유는 해리포터 기숙사 테스트에서 후플푸프로 나왔고, 이 세계관에서 가장 유명한 후플푸프 출신은 뉴트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갖 기대를 하고 보러 갔으나 그 기대 때문인지 실망을 금치 못했던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재미는 있었지만 작품에 대한 안타까움이 너무 컸던 작품이었다.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시놉시스가장 위험한 마법에 맞선, 세상을 구할 전쟁이 시작된다!
1930년대, 제2차 세계대전에 마법사들이 개입하게 되면서 강력한 어둠의 마법사 그린델왈드의 힘이 급속도로 커진다. 덤블도어는 뉴트 스캐맨더에게 위대한 마법사 가문 후손, 마법학교의 유능한 교사, 머글 등으로 이루어진 팀에게 임무를 맡긴다. 이에 뉴트와 친구들은 머글과의 전쟁을 선포한 그린델왈드와 추종자들, 그의 위험한 신비한 동물들에 맞서 세상을 구할 거대한 전쟁에 나선다. 한편 전쟁의 위기가 최고조로 달한 상황 속에서 덤블도어는 더 이상 방관자로 머물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하고, 서서히 숨겨진 비밀이 드러난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그렇다, 그들은 귀여웠다
사실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를 보는 이유는 귀여운 동물들을 구경하는 일 아닐까? 실제 존재하지 않고 마법 세계에만 존재하는 동물들을 연구하고 찾아나서는 동물학자 뉴트와 동물들의 케미 기대하며 보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이번 신비한 동물과 덤블도어의 비밀에서도 그 귀여운 장면이 등장한다. 바로 지하 감옥에 있는 테시우스를 구하려 가는 장면에서 말이다. 도대체 그 빨간 아이들은 누구일까? 꽃게..? 랍스터? 어쨌든 수백마리의 꽃게들이 요새와 같은 지하감옥을 돌아다니며 죽은 사람들의 사체를 먹고 있었다. 테시우스를 구하러 간 뉴트는 이 아이들의 모방심리를 활용해서 이상한 포즈로 다같이 테시우스가 있는 곳까지 엉덩이를 씰룩씰룩 흔들며 찾아간다. 심지어 테시우스를 구하고 돌아갈 때도 다같이 씰룩이면서 가는데 정말 영화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빵 터졌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피켓과 태디가 뉴트의 지팡이와 함께 간수에게 맡겨진다. 뉴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피켓과 테디는 열심히 나름대로 간수를 속이려고 하던 찰나 졸던 간수가 깨어나면서 동망치는 그 장면 역시 굉장히 귀여웠다. 중간중간 귀여운 동물 친구들이 많이 나와서 어두웠던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도대체 신비한 동물이 왜 필요했을까?
사실 이번 작품이 차라리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에 초점을 맞추는 아예 별도의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것이 훨씬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억지로 신비한 동물드로가 덤블도어의 이야기를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 사이가 틀어지고 그린델왈드가 마법동물들을 악용하기 시작하면서 덤블도어는 이를 막고 마법세계과 머글세계를 동시에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컨셉으로 가야 이야기 자체도 심도 있고, 캐릭터 간의 서사도 더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비한 동물이 주가 되고 덤블도어가 끼어든 느낌이라 어떤 캐릭터도 그리 영화 속에서 인상적으로 잘 살리지 못했다. 그리고 크레덴스가 덤블도어의 가문이라는 사실까지 밝혀내면서 도통 동물들이 왜 등장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동물이라는 신비함과 그린델왈드의 음모가 전혀 어울리지 않아서 잘 섞이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보는 내내 안타까웠다.
캐릭터 간의 합은 어디 있을까?
이번 작품의 문제점이라고 하자면 캐릭터 간의 합이 없다. 각자 각개전투를 한다. 분명히 머글, 동물학자, 위대한 마법사 집안, 오러 국장, 교술, 뉴능한 조수 이렇게 다양한 존재들이 모여 있고 그린델왈드와의 전쟁을 준비하는데 사태의 심각성이 와닿지 않는다. 모두가 비밀을 감춘 채 장막 뒤에 있는 느낌이었고, 심지어 그렇다면 결말에서 그간의 비밀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퍼즐이 맞춰지는 카타르시스라도 전해져야 할텐데 그렇지 않다. 밍숭맹숭 끝난 느낌에다가 전략이 "무계획이 계획이다. 다중계획이다."였는데 그래도 이게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되는데 도대체 뭘 하려는지 알 수가 없으니 집중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무언가를 자꾸 감추려고만 하고 이에 한 서사도 제대로 풀어내지 않아서 밀도감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은 작품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이 돈 아까울 정도 못 만든 작품은 아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실망스러웠을 뿐 재밌는 작품이긴 하다. 그저 더 잘 만들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보니 쓴소리를 더 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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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신세경, 왜 서촌으로 갔을까 (with 아름다움)
Ott 앱인 Seezn 오리지널 영화인 어나더 레코드가 공개되었어요.
다큐멘터리인 이번 영화는 배우 신세경의 고민과 함께
조용하고 아름다운 서촌의 모습이 담겨 있어요.
서촌의 사람들과 대화하는 모습도 볼 수 있죠.
마치 그들 옆에 앉아서 같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체 리뷰를 봐주세요!!
제 Rabbitgumi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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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코스믹 씬> 메인 예고편
인류가 우주를 식민지로 지배하고 있는 서기 2524년,
연맹의 장군 ‘제임스 포드’는 무리한 작전으로
행성 하나를 파괴하고 불명예 제대를 하게 된다.
인류를 지배하려는 외계 함대의 공격이 발생하자
‘제임스 포드’ 장군은 정예 부대와 함께
이들을 제압하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하지만 외계 함대와 접촉하며 이미 조종된 인류는
연맹 군대를 공격하기 시작하는데...
외계 종족의 인간 재배를 피해 맞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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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테넷>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인버전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세상을 파괴하려는 사토르(케네스 브래너)를 막기 위해 투입된 작전의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 인버전에 대한 정보를 가진 닐(로버트 패틴슨)과 미술품 감정사이자 사토르에 대한 복수심이 가득한 그의 아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과 협력해 미래의 공격에 맞서 제3차 세계대전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