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3-05-04 13:06:08
[JIFF 데일리] ‘올란도’로부터 시작되는 트랜스젠더 계보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Orlando, My Political Biography
폴 B. 프레시아도/France/2023/98min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올란도》*는 어느 날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이 바뀐 올란도가 수백 년의 시간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울프가 사랑했던 여성 비타 색빌 웨스트가 모델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즉 《올란도》의 설정과 작품이 쓰인 배경을 결합하면, 이 소설이 트랜스 여성을 향한 동성애적 욕망에 기반한 이야기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소설이 쓰인 게 1928년. 출간 100주년을 앞둔 지금, 폴 B. 프레시아도 감독은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에서 《올란도》를 다시 읽는다. 그럼으로써 올란도로부터 이어져오는 트랜스 계보를 써내려가고자 한다.
《올란도》는 프레시아도 감독에게 경외와 분노를 동시에 자아낸다. 트랜스 서사의 ‘원형’으로 삼을 만한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경외를, 모든 트랜스젠더의 자서전은 《올란도》를 능가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동시대의 수많은 트랜스가 귀족이자 시인이었던 올란도가 누린 특권에서 이질감을 느낀다는 데서는 분노를 느끼는 것이다. 즉,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은 《올란도》에 대한 헌사이자 이를 비판적으로 넘어서기 위한 시도다.

영화에는 동시대의 수많은 올란도‘들’이 등장한다. 젠더 이분법이 포섭하지 못하는 모든 존재는 ‘올란도’다. 영화에서는 8세부터 70세까지의 트랜스젠더/논바이너리(non-binary, 자신을 성별 이분법으로 분류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일컬음) 26명이 《올란도》와 자기 서사를 오가며 ‘원형’을 변주한다. 동시대의 올란도들은 현대의 젠더 이분법보다 버지니아 울프가 백여 년 전 그려낸 세계에 더 편안함을 느낀다. 물론 시간이 흐르는 동안 변한 것도 많기에 최초의 올란도와 그 후예는 완전히 같지 않다. 《올란도》의 시적 아름다움이 가능케 하는 자유를 노래하다가도 정신병원, ‘남성’과 ‘여성’뿐인 신분증이 야기하는 불안,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법의 문제 등을 수시로 소환하는 동시대 올란도들의 이야기를 보라. 요컨대, 이들은 ‘최초의 올란도’를 재연하는 동시에 이를 자기 나름대로 재구성한다. 어디까지가 ‘원형’이고 어디부터가 ‘변형(trans)’인지 모를 이야기는 우리를 성별 이분법의 기나긴 역사와 이 폭력적인 체제가 양산한 트랜스젠더의 경험, 감정의 궤적으로 인도한다. 패러디와 유머를 활용해 기어이 폭력적인 규범 속에서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어낸 올란도들의 이야기는 쾌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올란도 이후에도 수많은 트랜스젠더 아이콘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가 올란도와 마찬가지로 그 후예들이 동일시하는 대상이 되었다. 미국에서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것으로 유명한 크리스틴 조겐슨이 대표적이다. 수잔 스트라이커가 쓴 《트랜스젠더의 역사》를 보면, 조겐슨의 유명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 수 있다. 사람들이 그녀에게 편지를 하도 많이 보내서 미국 어디에서든 주소 없이 ‘크리스틴 조겐슨’이라고만 써서 편지를 붙여도 그녀의 집에 배송되었다고 한다. 올란도의 후예들이 동일시하는 건 대중에게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가시화한 인물뿐만이 아니다. 모든 특권에 반대하며 혁명을 주창한 급진적 트랜스젠더 활동가들도 동일시의 대상이다. 동시대의 올란도들은 여러 번의 동일시를 통해 젠더 이분법이 누더기로 만든 트랜스젠더 계보를 복원한다.
영화의 마지막, 인상적인 세 장면이 연달아 나온다. 첫 번째는 의사가 《올란도》를 수술대 위에 올려놓고 수술하는 장면이다. 의사는 “폭력뿐이었다(Violence was all)”는 구절을 오려내고, 책에 실린 올란도의 얼굴을 동시대 올란도들의 얼굴로 교체한다. ‘정신병자’로 낙인찍혀 의료 조치의 대상이 되어야 할 존재는 트랜스젠더가 아닌 그들을 주변화한 젠더 이분법이라는 점을 ‘수술’이라는 트랜스젠더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 의료 행위로 패러디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당당히 스스로가 트랜스젠더라고 말하는 어린이들의 ‘올란도 선언’이다. 아이의 이미지는 대개 이성애 규범적인 핵가족의 미래를 상징하는 보수적 상징으로 활용되지만,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에서는 그렇지 않다. 트랜스젠더임에도 우울하지 않은 아이들의 얼굴은 올란도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앞으로도 다채롭게 변주되어 이어질 것임을 분명하게 암시한다.
마지막은 《올란도》 출간 100주년인 2028년을 맞아, 《올란도》로부터 권위를 부여받은 판사가 체제의 폭력에 시달려온 존재들에게 논바이너리 국가의 시민권을 부여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최초의 올란도(그리고 버지니아 울프)가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식민주의‧제국주의의 관성을 거부하고 배제된 자들을 위한 국가와 권리를 선포하는 장면, 즉 권력을 전유하는 장면으로 독해할 수 있다.
이 진지하고 감동적이면서도 풍자 정신이 충만한 블랙/코미디가 최종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버지니아 울프의 시적 세계에서만 가능했던 트랜스젠더의 자유를 현실로 가져오라는 것.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은 퀴어가 나오는 작품의 문학성은 예찬하면서도 정작 현실의 문제에는 눈감는 사람, 독특한 상상력으로 우리를 속박하는 규범의 경계를 넘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독창적‧실험적 영화다.
*국내에는 ‘올랜도’로 번역된 것이 더 많으나 영화의 제목에 맞춰 편의상 ‘올란도’로 표기한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 초청으로 제24회전주국제영화제에 기자로 참석해 작성한 글입니다.
★이 영화는 제 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4월 30일 13시, 5월 3일 17시 30분, 5월 4일 16시 30분에 상영됩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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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TT신작 추천작 <너와 나의 경찰수업> <설국열차 시즌3> <프리 가이>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
매 주 월요일,
한 주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다양한 OTT 플랫폼의 신작 소개를 하는 시간!
1월 넷째 주의 씨네랩의 추천 신작은 무엇이 있을지 다함께 알아보겠습니다!
1. 너와 나의 경찰수업, 디즈니 플러스 +
웹드라마 | 한국 | 16부작
감독 : 김병수 | 출연 : 강다니엘, 채수빈, 이신영, 박유나, 김상호, 박성준 등
디즈니플러스 공개일 : 2022년 1월 26일 (수요일)
"경찰대학을 배경으로 우리가 응원하고 싶은 청춘들의 사랑과 도전을 담은 청춘 성장 드라마"
*관전 포인트* : 아이돌 강다니엘의 데뷔작, 그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니만큼 많은 화제에 있습니다.
다양한 작품에서 찰떡같은 캐릭터 소화력으로 사랑받고 있는 배우 채수빈.
눈부시고 설레는 청춘 에너지를 발산하는 두 배우의 출연만으로도 최고의 기대포인트가 될 것 같은데요.뿐만 아니라 이신영, 박유나, 박성준, 민도희, 김우석 등 대세 청춘배우들의 화려한 라인업으로 청춘배우들의 앙상블, 티격태격 케미를 볼 수 있는 작품으로 기대됩니다. :)
2. 설국열차 시즌3, 넷플릭스
미국 드라마 | 미국 | 10부작
감독 : 그레임 맨슨 | 출연 : 제니퍼 코넬리, 다비드 디그스, 숀 빈 등
넷플릭스 공개일 : 2021년 1월 25일 (화요일)
"이 작품은 빙하기가 돌아온 지구, 마지막 생존자들을 태우고 끝없이 달리는 열차 안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한 남자가 모두의 생존이 걸린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
*관전 포인트* : 봉준호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작품.
<설국열차> 시즌 1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시즌2에 이어 시즌3까지 제작되어 방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명배우인 제니퍼 코넬리의 열연과 송강호 역할을 하는 다비드 디그스 배우의 모습까지..
원작과 비교하면서 보면 재밌을 하나하나의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는 재미와 서스펜스와 몰임감을 주는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원작 <설국열차>의 세계관을 시리즈화한 작품인만큼 원작 영화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서사의 전개와 장대한 스토리 라인을 감상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3. 프리 가이, 디즈니 플러스+
액션 | 미국 ㅣ115분
감독 : 숀 레비 | 출연 : 라이언 레이놀즈, 조디 코머, 타이카 와이티티 등
개봉일 : 2021년 8월 11일
디즈니플러스 공개일 : 2022년 1월 26일
"평범한 직장, 절친 그리고 한 잔의 커피. 평화로운 일상 속 때론 총격전과 날강도가 나타나는 버라이어티한 ‘프리 시티’에 살고 있는 ‘가이’.
그에겐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우연히 마주친 그녀에게 한눈에 반하기 전까지는…
갖은 노력 끝에 다시 만난 그녀는 ‘가이’가 비디오 게임 ‘프리 시티’에 사는 배경 캐릭터이고, 이 세상은 곧 파괴될 거라 경고한다.
혼란에 빠진 ‘가이’ 그러나 그는 ‘프리 시티’의 파괴를 막기 위해 더 이상 배경 캐릭터가 아닌, 히어로가 되기로 결심한다.
시원하게 터지는 상상초월 엔터테이닝 액션 블록버스터! 인생의 판을 바꿀 짜릿한 반란이 시작된다! "
*관전 포인트* : 역시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그의 유머와 재치, 그리고 액션능력까지 모든 걸 자~~알 소화하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공상과학 코미디 액션? 영화인만큼 그의 다양한 매력을 보실 수 있습니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특유의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잔망스러운 캐릭터는 관객들을 매우 즐겁게 해주는데요!거기에 플러스 <킬링 이브>,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등에서 카리스마 있고 특유의 분위기와 매력을 발산하여 많은 인기를 얻었던 배우 조디 코머까지..
모두 만나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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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시대의 무의식을 직설적으로 엮다
[DMZ Docs] 시대의 무의식을 직설적으로 엮다
영화 <코리안 드림 : 남아진흥 믹스테이프> 리뷰
감독] 이태웅
시놉시스] 지금은 사라진 영화사인 남아진흥이 196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 사이에 제작한 영화 60여편의 파편들을 이어 붙여, 영화의 장면장면에 반영된 냉전 시기이자 고도성장기를 살아내는 한국인의 내면 풍경을 한 편의 '영상 믹스테이프'로 만들어 감상한다. [출처 : 제16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https://www.youtube.com/watch?v=ouAh_75Oqi0
#스포일러 유의
은유의 미학을 직설적으로 섞어내다
사실 한국영화가 어떻게 발전해왔는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서 파편화되어 있는 코리안 드림 : 남아진흥 믹스테이프를 보며 과연 공감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부분이 있었다. 이미 알고있는 작품들이라면 파편화된 장면들을 보면서 그 작품의 내용이 떠오르기도 하고, 현재 모아진 장면들끼리 연결성을 생각하면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텐데 그러한 배경 지식 없이 보다보면 지루하거나 이해를 못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영화 코리안 드림 : 남아진흥 믹스테이프는 과거 영화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굉장히 소주제로 분류가 잘 되어 있어서 이해하기 편한 작품이었다.
사실 이러한 믹스테이프 다큐멘터리 같은 경우에는 감독의 덕후적인 기질이 잘 드러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자신에게는 너무 쉬운 작품들이고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작품이어서 어쩔 때는 상당히 불친절하게 내용을 엮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영화 코리안 드림 : 남아진흥 믹스테이프는 감독의 덕후적인 뾰족함은 드러내면서도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꿈이라는 파트를 예로 들자면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가 상을 타는 장면을 넣어 그녀가 꿈을 이뤘고, 앞으로도 그 꿈을 지키며 살아가고 싶다는 다짐을 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어서 집을 가지고 싶은 꿈, 가정을 이루고 싶은 꿈 등 각각의 영화 속에서 캐릭터들이 가진 꿈들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장면들을 연속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과거 시대 속에서 가졌을 꿈에 대해서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영화는 은유의 미학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그 은유 덕분에 예술 영화가 대중에게서 멀어지고 좋은 작품들이 화제성 없이 사라지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영화 코리안 드림 : 남아진흥 믹스테이프는 과거 영화라는 장르 속에서 보여주었던 그 미학들을 직접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를 통해 현대의 사람들이 과거의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어준 좋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시대의 무의식을 엿보다
영화의 배경과 캐릭터가 현실을 담지 않고 있을 수 있다. SF영화이거나 이세계를 다룬 작품이거나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거나 등등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아닌 다른 것을 담은 영화는 굉장히 많다. 하지만 이런 작품들 중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작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들은 현실을 살아가면서 어쩔 때는 현실의 도피처로, 다른 때는 현실의 문제에 답을 구하러 등 결과적으로는 현실과 매개되어 영화를 볼 수밖에 없다. 단순히 즐거움을 위한 소비라고 하더라도 그 영화의 내용이 현실 속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수록 영화에 더욱 공감을 하게 되고, 여운이 짙게 남아 평이 좋게 나오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영화 코리안 드림 : 남아진흥 믹스테이프는 30년간의 대한민국의 시대를 엿볼 수 있었다. 장남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 이로인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가부장적인 분위기, 그로 인해 도구적인 장치로서 등장하는 여성, 이에 도전하는 급진적인 여성캐릭터가 등장하는 듯 하지만 결국 남성과 사회에 순응하게 되는 시퀀스 등 1960~90년대 사회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던 시대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특히, 신상옥 감독과 최은희 배우의 납북과 관련된 내용의 경우에는 당시 반공의식가 강했던 터라 그들이 돌아왔을 때는 환영의 분위기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8년간 북한에서 17편의 북한의 체제를 수호하는 영화를 만든 그들을 향해 굉장히 신랄한 비판이 이어지던 분위기였는데, 그들을 대하던 방식과 그들이 출연한 프로그램을 보면 반공의식이 남아있던 시대의 무의식 속에 그들은 납북을 당했다 도망쳐온 사람이 아닌 북한의 스파이일지도 모른다는 이미지가 더 강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현재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다를 것이라는 생각에 매체는 그 시대의 무의식을 어김없이 반영한다는 것을 잘 느끼게 해준 포인트 였다.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한국 영화의 과거 작품들에 대해서는 무지했던 사람으로서 영화 코리안 드림 : 남아진흥 믹스테이프는 한국 사회가 어떤 사회상을 가지고 발전해왔는지 살펴볼 수 있었던 좋은 스터디케이스가 되었다.
<상영시간표>
2024. 9. 28. (토) 17:00 메가박스 킨텍스 4관
2024. 10. 1. (화) 19:30 메가박스 킨텍스 7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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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입 베어 물어 보면
SYNOPSIS.
퇴근 후 뱀파이어 웹툰을 그리는 웹툰 작가이자 비정규직 웹디자이너 ‘정서’(나애진). 남자 친구 ‘경현’(강봉성)과의 결혼을 앞두고 서울의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지만 계약금 준비가 쉽지 않다. 이에 엄마 ‘미영’(박현숙)은 이혼할 때 ‘영주’(안석환)에게 받은 차용증이 붙은 색소폰을 건네주고, ‘정서’는 아버지 ‘영주’가 있는 강원도 동해시의 묵호항 벌교횟집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가깝지만 먼, 낯선 가족들의 욕망에 휘말리게 되는데…
POINT.
✔️ 다양한 배우들의 연기가 맛깔나는 작품. 주연 나애진 배우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시상헀으며, (대단한 거 알았지만 역시나 너무나도) 대단한 안석환/박현숙 배우의 호연도.
✔️ 그리고 이 호연은 촘촘하게 설정된 캐릭터와 미술이 있기에 가능. 저기 어디 사는 누구처럼 느껴지는 캐릭터들.
✔️ 묵호라는 공간을 훌륭하게 활용한, 좋은 로컬시네마
✔️ 음악감독 김사월. 상서롭고 신비롭게 퍼지는 음악과 중간중간 색소폰 소리, 엔딩크레딧에서 강렬하게 울려 퍼지는 사운드까지 모두 좋았습니다!
✔️ 어쩌면 우리가 '한국 독립영화'에 기대하는 건 바로 이런 영화 같기도!
✔️ 영화는 1월 15일 개봉합니다.
혈연이라는 말의 무게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현들 중에 '피가 당긴다'는 말이 있다. 대충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어감에 더해, 그래서 어쩔 수 없을 만큼 속절 없이 끌린다는 어감으로 쓴다. (비록 구글 검색 결과는 고혈압이 나왔지만... 종종 들어본 말이다. 나만 들은 건 아니겠지?) 그런가 하면 부모자식처럼 혈연으로 가까운 사이를 더러는 '피붙이'라고도 한다. 늘 그렇다. 피라는 단어는 끈끈한 단어들과 접착력이 좋다. 비록 실제 피는 매우 주의해서 섞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점에서 가족영화에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작게나마 붙이는 것은 생각보다 좋은 조합이다. 보통 뱀파이어물에 가족을 작게 붙이는 형태에 더 익숙한 우리에게 상당히 생소한데도 말이다. 가족은 사랑과 돌봄을 바탕으로 하는 공동체여야 하기에 많은 경우 간과되지만, 사랑 없이 돌봄의 역할만 부여하는 것은 결국 고혈을 빨아먹는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영화에서 뱀파이어는 정서가 업무 전후 시간에 틈틈이 그리는 웹툰에 등장한다. 포털에 웹툰을 연재하며 언젠가 웹툰 작가로 대박 날 꿈을 꾸는 동시에, 디자인 회사에서 비정규직 자리를 간당간당 유지하고 있다. 익숙한 사회 초년생의 모습이다. 청약을 발판 삼아 결혼을 준비하고, 지금 하는 일과 양립 가능한 파이프라인을 찾고... 그러나 무엇 하나 녹록하지 않은 모습이.
어찌저찌 피붙이라는 말에 걸치기는 하지만, 혈연 관계가 애매한 새 가족이 섞여 있고, 그나마 그들을 보지 않은 시간도 꽤나 길었다. 그 어색한 관계 위에, 영화는 가족 구성원들이 가진 각자의 욕망과 각자의 계산을 촘촘하게 보여준다. 이들은 아무튼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고, 그걸 거부하지는 않지만, 동시에 자기 속내를 언제 드러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래서 어쩐지 이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은 조금 촌극처럼 보인다. 이는 정서의 예비 남편인 경현까지 등장하면서 극에 달한다.
가짜처럼 뻣뻣한 법적 '진짜'와
어떻게 보면 정해진 듯 자연스러울 수도 있는 광경이다. 청약이 당첨된 아파트를 위해 계약금을 마련해야 하고, 부모님께 손을 벌리고 싶은데, 그러려면 부모님이 각자의 자리에서 쌓아 온 역사를 관망하게 되고, 다소 현타가 오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친구들 앞에서는 또 자랑처럼 이야기하고. 아무튼 돈은 필요하니까 예비 신부를 달래 가며, 한우와 과일을 사서 재빨리 달려오는 남자친구의 모습까지.
그러나 이러한 장면들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자꾸 불화한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혈연을 기반으로 한 아빠-정서의 관계 혹은 엄마-정서의 관계, 혼인이라는 법적 안정성을 기반으로 하는(혹은 했던) 아빠-엄마의 관계, 아빠-새엄마의 관계, 경현-정서의 관계가 각각 뱀파이어 이미지와 맞물리면서 다소 차갑게 느껴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서로가 서로에게 차용증을 보내는 게 자연스러운 엄마와 아빠도 그렇다. 아빠와 헤어지고 열심히 일하면서 정서를 키운 엄마의 역할은 누가 보아도 톡톡했을 것이고, 아빠 또한 나름대로 용돈이나 다른 방법들로 정서와의 혈연을 자연스럽게 연장해 나간다. 이들은 딸에 대해 의무가 있음을 알고 있고 또 가끔은 권리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세 사람 사이의 관계는 차용증 때문인지 다소 역할극처럼 뻣뻣하다.
경현과 정서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마루와 강아지 같은 부드럽고 희망적인 일상어들을 사용해 미래를 설계하지만, 아파트 하나만 빠지면 훅 위태로워질 관계를 간신히 지탱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규직-비정규직의 차이, 안정적 삶을 위해 회사를 버티고는 있지만 사실 그 안에서 포기한 각자의 꿈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는 점 등이 하중을 보탠다.
진정성 있는 '가짜'와
애초에 별로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는 관계로 시작했고, 서운하면 "가짜 언니"를 운운하고, 멀리 산 시간이 있어 서로 신뢰가 깊지 않음에도, 오히려 정서-정해 자매의 관계 쪽이 좀더 가족의 바이브를 풍긴다. 이들을 가족으로 묶어낸 것은 공간을 공유했다는 것 하나 뿐이다. 심지어 같은 시간에 존재하지도 않았는데도 이들은 공간을 공유한 상대의 시간을 미루어 보며 친근감을 느낀다.
정서가 고향 집에 두고 간 것들을 정해도 먹고 자랐다. 정서가 본 영화 제목에서 거북이 이름을 따 오고, 오래된 만화책을 쌓아 놓던 언니가 그린 웹툰에 좋아요를 꼬박꼬박 누른다. 담배나 남자친구처럼 아직은 부모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언니의 그림자를 느끼며 살았다. 정서 또한 자신이 거쳐 온 시간과 중간중간 닮아 있는 정해가 아주 먼 존재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얼핏 대조적인 것 같지만 사실 둘 다 각자의 삶에 매여 있는 속내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도움을 구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동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오르는 모습을 보면, 제법 괜찮은 자매의 모습처럼 보인다. 가족을 가족으로 만드는 건 무엇일까. 혈연은 중요한 요소지만 혈연이 다는 아니라는 문장은 이제 진부하지만, 여기서도 명확히 느껴진다.
내 안의 '진짜'와 '가짜'
사실 피를 빼앗기기도 하고 내어주기도 하는 뱀파이어는, 피의 이동 방향만 놓고 보면 절대선도 절대악도 아니다. 가족 또한 마찬가지다. 촌극처럼 뻣뻣한 장면을 연출하는 관계가 있고,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녹아든 면을 보여주는 관계가 있지만, 전자가 절대악이고 후자만이 진짜인 것은 아니다. 가족은 그냥.... 그런 것이다. 늘 진심이기만 한 관계는 없다.
여기에는 우선 정서의 내부에도 '진짜'와 '가짜'가 오가고 있는 존재라는 것, 이 사회에서 사는 우리 모두 실은 진정성을 품을 때와 적당히 뻣뻣할 때가 있는 존재라는 이유도 있다. 자본이 사람을 얽어매고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이 첨단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가 진짜 원하는 모습도 아니라 그냥 '남들 다 그러고 사니까' 정도의 감각을 갖기 위해서 자아의 어떤 부분을 버려야만 충족될 수 있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정서의 가족에서는 차용증이라는 형태로 매우 명백히 드러났고, 그만큼 아빠의 욕망이 유난히 두드러지지만... 사실 그 감정 자체는 낯선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 합리적이라고 받아들일 만한 것들이다. 오랜 친구, 결혼을 약속한 연인, 가족의 관계에서도 이는 온전히 예외가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자아는 영영 버려지지 않는다. 지금은 환멸밖에 남지 않은 정서의 아빠와 엄마 사이 같지만, 어렸던 정서에게 아빠가 남긴 색소폰 연주 CD에 얽힌 추억을 말하는 엄마는 분명 빛바랜 사랑과 오랜 상처까지 스산하게 끌어안고 사는 사람이었다. 오래 전에는 사랑만을 가득 끌어안고 있었을 사람. 지금은 욕망의 폭주 기관차처럼 살고 있는 아빠는 뿌리 없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또한 생선 머리를 단숨에 잘라 피가 배지 않도록 회를 치는 기백을 정서에게 물려준 사람으로서, 그 열정을 사랑으로 승화했던 시간이 있었으리라.
자본주의 사회의 차가운 은빛 단면이 우리의 살갗에 끊임없이 느껴지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은빛 살구라고 하지만, 은행에는 고소한 속살이 있듯이. 그래서 나는 이 영화의 결말과, 이어지는 엔딩 크레딧에 강렬하게 깔리는 사운드가 마음에 들었다. 그게 마치 정서의 은행 속살 같아서. 김치찌개에 먹는 밥 두 그릇 같아서.
어린 시절을 묵호에서 보낸 정서의 그림에는 곰치를 비롯한 물고기들이 등장한다. 졸업 작품을 큰 돈 들여 구매하는 아빠나 물고기 위에 기어이 매직펜으로 정서의 이름을 적게 만드는 엄마나, 둘 다 정서의 마음 가까이에 있지 않은 건 매한가지지만, 정서의 물고기들은 붉은 피를 넘어서 푸르게 생동할 것이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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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편 러닝타임 다 합쳐 '이 선생'만 찾으시렵니까
처절한 마약전쟁
이 영화의 첫 장면은 전작 <독전> 1편의 후반부에서 시작한다. 총격전이 일어난다. 아수라장이 된 현장. 브라이언(차승원)이 어딘가로 잡혀간다. 정신을 차린 브라이언. 상의를 탈의한 채로 의자에 묶여 있었고, 반대편에는 팔이 잘린 채로 죽어있는 박선창이 있다. 불안에 떠는 브라이언. 자신을 납치한 인간이 누구일까 하는 생각에 겁에 질린다. 브라이언 눈앞에 등장한 사람은 서영락(류준열/오승훈)이었다. 충격적인 말을 듣는 브라이언. 브라이언의 등에 뜨거운 열을 지진다. 다시 정신을 잃은 브라이언. 기력을 찾고 난 다음부터는 의자가 있어아먄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 마음이 불편한 건 원호(조진웅)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도 서양락이 이선생이었을 거라고 확신하는 원호. 서영락이 종적을 감추고 사라졌기 때문에 이선생을 잡을 방법이 오리무중 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 마약 전쟁. 중국에서 섭소천(한효주)이 개입하며 더 추접한 싸움이 벌어진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줄거리 파악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인물의 감정선에 구멍이 있다. 이야기를 이끄는 원동력 중 하나는 원호가 서영락 내지는 이선생을 쫓는다는 설정이다. 그렇다면 원호와 락(서영락) 사이의 물고 물리는 관계가 중요하다. 1편은 류준열, 조진웅 두 배우의 카리스마로 이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작이 다져놓은 토대를 활용하지 못한다. <독전 2>에서는 1편의 서영락이었던 류준열과 얼굴부터 목소리까지 전혀 딴판인 배우를 캐스팅했다. 그래서 원호가 1편과 2편에서 같은 인물을 잡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에 별로 몰입이 안 된다. 오승훈 배우 개인 역량이 문제인 것은 아니지만 일단 시각적으로 괴리감이 눈에 보이는 건 치명적이다. 만약 이 두 괴리감을 '그래도 같은 인물이니까'라고 이해하고 넘어간다 하더라도 이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캐릭터들의 등/퇴장마저 모호하다는 것은 아쉽다. 대표적으로 원호의 주위의 동료 형사들을 묘사하는 방법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여러 영화에서 봐왔던 클리셰를 그대로 답습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리즈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진하림 캐릭터가 들어가는 방식도 괜히 플롯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다. 이 인물과 관련된 장면들은 이야기에서 장애물처럼 느껴졌다.
두 번째. 이야기의 핵심이 전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영화를 식상하게 만든다. 드라마처럼 전시즌 공개 후 1~2년 정도 뒤에 나온 영화라면 연속성이란 것이 생겨서 흥미롭게 볼 수 있다. 하지만 2편이 개봉하기까지 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렇다면 당연히 1편과 2편의 개성이 분명한 영화를 바라지 않을까? 하지만 번작이 미드퀄이라는 말 아래에 1편과 공통점이 많다는 점은 이야기를 진부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래서 이 <독전 2>의 이야기 내실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 영화가 섬세함이 부족했기 때문은 아닐까라고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핵심을 본작(<독전 2>)처럼 ‘이선생을 찾아라’와 ‘1편의 엔딩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로 설정해도 이야기를 다른 쪽으로 변주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가령 원호가 경찰 조직 내부에서 알력다툼을 펼칠 수도 있다. 원호가 집착이 굉장히 강한 인물이기 때문에 ‘이선생을 잡으려고 저렇게 애쓰는 게 맞냐’라는 논의가 나오는 것도 이상하진 않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원호는 혼자 이선생을 잡을 수 있다는 듯이 독박 쓴다. 섭소천의 존재 역시 이야기에서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나름 마약조직의 간부이고 서영략의 상대역이다. 그럼 이 인물이 주도적으로 판을 이끄는 모습도 어느 정도는 필요했다. 하지만 이 인물은 ‘이선생이 누구야’라는 전제 하에 휩쓸린다. 왜? 이 섭소천마저 이선생에게 큰 영향을 받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인물까지 굳이 이선생과 관련이 있는 캐릭터로 설정할 이유가 있었을까? 서영락을 제지하는 인물로만 나와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카리스마 없는 인물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을 기획하는 방식에서도 아쉬운 것이 많다. 기본적으로 몰입해서 볼 만한 캐릭터가 없다. 서영락, 조원호, 섭소천을 비롯한 그 어떤 캐릭터도 관심을 집중시키는 무언가가 없다. 그중 카리스마가 가장 부족한 인물은 섭소천이다. 섭소천은 영화에서 핵심 조연이다. 서영락 입장에서 섭소천이 제일 큰 빌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 인물의 강함과 무서움의 정도가 관객 입장에서 서영락에 이입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인물은 초반부터 카리스마를 뽐내고 시작하지 않는다. 단지 이상한 자세로 누워있는 것이 전부다. 그래서 이 인물이 뭘 원하고 어떤 행동을 할 것 같은지가 파악이 잘 되지 않는다. 청순함의 대명사인 한효주 배우가 이미지변신을 했다는 것 외의 무언가를 느끼기는 어려운 것이다(그리고 왜 거지꼴로 나오는지도 의문이다. 그냥 평범한 30대 중반 여성으로 나와도 이 이야기 전개에 아무 지장이 없다). 한효주 배우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 역시 마찬가지다. 이 영화에서 변요한 배우는 우리가 아는 변요한 같지 않다. 일본인 장수 역할을 해도 어울리는 배우가 이 영화에서는 자막이 없으면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렵다. 차승원 배우도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전형적인 매드 사이언티스트처럼 연기한다. 조진웅 배우가 맡은 조원호도 글쓴이 입장에선 의문투성이인 인물이었다. 1편의 캐릭터성을 떠올리기 이전에 지나치게 1차원적으로 행동한다. 이런 문제들은 캐릭터를 쉽게 틀에 찍어냈기 때문에 벌어진다.
미드퀄의 함정
또 이 영화가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의문점이 있다. 애초부터 미드퀄이라는 기획 자체가 이 <독전 2>에 좋아 보이지 않는다. 우선 ‘미드퀄’이라고 함은 이야기 중간에 삽입되어 원작을 더 풍성하게 전달한다는 뜻이다. <독전 2>가 아닌 선에서, 미드퀄에 해당하는 영화는 마블의 <블랙 위도우>가 있다. <블랙 위도우>와 <독전 2>가 시간을 다루는 방식은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마블이 <어벤저스 : 엔드게임> 이후 전사한 블랙 위도우를 다시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이유는 분명하다. 영화 내적으로는 엘레나의 블랙 위도우(2대 블랙위도우)를 추대시켜서 <썬더볼트>나 <호크아이>에서의 대결구도를 만들기 위함이다. 외적으로는 마블의 언성 히어로였던 스칼렛 요한슨에게 헌정하는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둘을 목표로 잡고 각자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영화만의 줄거리가 필요했다. 이를 반영하듯 <블랙 위도우>의 줄거리에서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의 흔적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윈터솔저니 뭐니 이런 건 다 과감히 생략한다. 나타샤/엘레나 자매가 억류되어 있는 블랙 위도우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블랙 위도우>의 핵심이었다. <독전 2>가 미드퀄을 활용한 방식은 이와 반대다. 영화가 가진 고유의 매력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그냥 단지 1편에 편승한 것이다. 단순히 ‘이선생이 누구냐’만 네 시간을 다루기 때문에 이 영화의 대부분은 동어반복이다. 이 동어반복이 가치가 있으려면 나머지 10분에서 긴박감이나 전율이 느껴지면 된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정말 전달하고자 했던 바는 삶의 허무함이다. 간절하게 기다려왔다고 해서 인생의 모든 순간이 아름답지 않다는 걸 영화는 내내 묘사하고 있다(그래서 부제가 '믿는 사람(Beliver)'다.). 이 둘은 이미 상충된다. 상충되는 두 가치를 동시에 표현할 만큼 영화가 정교하지도 못한다. 미드퀄을 표방하지만 1편과는 충돌되는 몇 설정이 이를 암시하는 듯하다.
끊기는 이야기
영화의 기술적인 측면도 아쉽다. 이 영화에서 편집은 균일하지 못하다. 어떤 장면에선 이야기를 길게 늘였고 또 다른 신에서는 컷을 짧게 구성한 것이다. 이런 엇박이 일관성이 있다면 나름의 리듬이란 것이 생겨 보기 편한 영화가 됐겠지만 이 작품은 이야기들이 내내 부딪히기만 한다. 심지어 액션 장면에서도 CG를 쓴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다 드러난다. 중간에 차를 이용하는 액션 신이 있다. 이 장면은 특히 날것의 편집 흐름이 두드러진다.
이렇게 내내 따로 노는 이야기를 본 탓에 이 영화의 기획의도가 궁금해진다. 전작의 팬들이 좋아하기엔 너무 큰 설정들을 바꿔버렸고 장르적으로 신선하지도 못했으며 배우의 개인팬들에게 추천하고 싶지도 않다. 이야기의 모든 요소가 다 따로 노는 아쉬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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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개봉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비> !마고로비, 라이언 고슬링 가수 두아리파까지 핫한 라인업들로 기대는 점점 올라가고 있는데요 그럼 이번주 개봉작 같이 시작해볼까요~?
바비
Barbie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14분
감독: 그레타 거윅
출연: 마고로비, 라이언고슬링, 두아 리파등
개봉: 2023.07.19.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시놉시스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던 '바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과 예기치 못한 여정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CINE PICK!
그레타거윅 감독은 첫 작품 <레이디 버드>에서 제 75회 골든 글로브 작품상을 수상했고 <작은 아씨들>로 제 92회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세계에서 주목받는 여성감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연기력과 스타성을 모두에게 인정받아 현채 할리우드에서 활발이 활동중인 마고로비는 <바비>의 제작자이자 주인공을 맡아 놀라운 활약을 펼칠 예정입니다.
인시디어스: 빨간문
nsidious: The Red Door
ⓒ 네이버영화
개요: 공포 | 미국 | 107분
감독: 패트릭 윌슨
출연: 타이시민스, 로즈 번, 패트릭 윌슨 등
개봉: 2023.07.12.
배급: 소니픽처스코리아
시놉시스
<인시디어스: 두번째 집> 이후 램버트 가족이 다시 겪게 되는 끔찍한 악몽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조쉬'는 수상한 존재가 주변을 맴돌고 있음을 느끼고, 집을 떠나 대학에 입학한 ‘달튼'은 봉인된 기억 속 빨간 문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램버트 가족에게 연달아 기괴한 사건들이 일어나고과거의 비밀이 끔찍한 악몽으로 되살아나는데…
CINE PICK!
인시디어스’가 5년 만에 다섯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바로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램버트 가족과 함께 서늘한 악몽으로 초대합니다. 영화 ‘인시디어스: 빨간 문’(감독 패트릭 윌슨)은 ‘인시디어스: 두 번째 집’ 이후 램버트 가족이 다시 겪게 되는 끔찍한 악몽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인시디어스> 시리즈를 처음부터 함께한 배우 패트릭 윌슨은ㅇ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았습니다 그는 "관객들에게 트라우마를 잊으려고 최면을 받은 가족들에게 10년 뒤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라고 의도를 밝혔습니다.
더 썬
The Son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영국 | 122분
감독: 플로리안 젤러
출연: 휴 잭맨, 로라 던, 바네사 커비 등
개봉: 2023.07.19.
배급: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시놉시스
“그 무엇보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어…” 성공한 변호사로 뉴욕에서 행복한 새 가정을 이룬 피터는 어느 날, 전처에게 아들 니콜라스가 학교를 나가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는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피터는 아들을 집으로 데려오지만 애를 쓸수록 두 사람의 사이는 어긋나기만 하는데…
CINE PICK!
젤레르 감독이 직접 쓴 연극을 바탕으로 연출한 이 영화는 제목과는 달리 아들이 아닌 아버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우울증을 앓는 아들을 예전 모습으로 돌리려 애쓰는 피터를 보여주면서 과연 좋은 부모는 어떤 것인지, 자식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부모는 자기 행복은 기꺼이 포기해야만 하는 전지, 이 간극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것이냐고 영화는 관객들에게 질문합니다.
보통의 카스미
I Am What I Am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일본 | 104분
감독: 다마다 신야
출연: 미우라 토코, 마에다 아츠코, 이토 마리카
개봉: 2023.07.19.
배급: (주)비싸이드 픽쳐스
시놉시스
카스미 said “난 연애도 안 하고 싶고 애초에 그런 감정도 없고 혼자서 살 수 있고 그게 쓸쓸하다고 생각한 적 없어 불행하게 느낀 적도 없어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이게 나인 걸 어떡해?” 나는 나일 뿐! LOVE MYSELF! 혼자인 게 가장 행복한 보통의 ‘카스미’가 온다!
CINE PICK!
30대에 접어든 카스미는 점점 또래에서 멀어져 가는 것만 같습니다. 카스미는 평생 연애 감정도 성욕도 느껴본 적 없고 그에게 호감을 보이는 이성도 여럿 있지만, 혼자가 편하고 지금 이대로의 삶에 만족해 합니다.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통상적인 기준을 벗어난 카스미를 보며 MZ 세대들이 공감할 만한 영화입니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She Likes That
ⓒ 네이버영화
개요: 멜로 | 일본 | 122분
감독: 구사노 쇼고
출연: 카미오 후주, 야마다 안나 등
개봉: 2023.07.19.
배급: 홀리가든
시놉시스
“…를 좋아해, 너만 아는 비밀이야” 그날, ‘그 코너’에서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각자 좋아하는 것을 숨기고 살아가는 고등학생 ‘안도’와 ‘미우라’. 같은 반 친구 정도로만 거리를 유지하고 있던 두 사람은 어느 날 우연히 서점의 한 코너에서 부딪히게 되고, 뜻밖에 ‘미우라’의 비밀을 공유하게 되며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사적인 시간들을 함께 보내는 나날들이 많아진 두 사람. 어느새 ‘미우라’는 ‘안도’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그에게 조심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데….
CINE PICK!
웹소설로 인기를 끈 뒤 드라마에 이어 극영화로 제작된 작품입니다.「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호모이지 내가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국내 출간되기도 했습니다. 장르는 멜로 로맨스이지만 평범한 로맨스가 아닌 세상의 편견에 부딪히며 우정과 사랑을 아우르는 둘의 관계를 그릴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다섯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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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펜서(2021)> 리뷰
- 현대 영국 왕실에 관심이 있는 인물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이가 있으니, 바로 다이애나 왕세자비다. 그는 귀족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를 중퇴했고, 유치원 보모와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다 왕세자와 결혼식을 올렸다. 그랬기에 다이애나에겐 '현대판 신데렐라'라는 수식어가 심심치 않게 따라다녔고, 자연스레 가십의 대상이 되었다. 이 이야기가 아름답게 들리거나, 부러운가? 다이애나는 전 세계가 내연녀의 존재를 아는 왕세자의 부인으로 살았다. 제 마음을 추스르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텐데 그는 봉사를 지속하며 영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적지 않은 사랑을 받았다. 어떠한가, 왕세자가 내연녀를 결국 정리하고 다이애나에게 돌아왔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가? 안타깝지만 20세기 후반의 영국은 낭만으로 가득한 동화와는 질적으로 다른 공간이었다. 그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 대신, 프랑스 파리에서 교통사고라는 마지막을 맞이한다. 서른여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 '비운의 왕세자비'라는 별칭까지 획득한 다이애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영감의 원천이 되어 창작물 속에서 영생을 획득했다.*스포일러주의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그렇다면 다이애나를 기억하는 창작물이 그토록 많은데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어째서 <스펜서>를 2020년대에 꺼냈을까. 감독의 전작 중 하나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인 재클린 케네디를 주인공으로 삼은 <재키(2016)>라는 것을 떠올려보면, 그가 다이애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싶은지, 아니 어떻게 복원하고 싶은 지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관객에게 재클린 케네디가 '재키'라는 별칭을 가진 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기억하게끔 해준 전적이 있는 이 감독은 영화를 통해 다이애나에게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같은 왕실의 이름 대신 '스펜서'라는 가문의 이름을 돌려준다. 그가 조명하는 시점은 운명의 물살이 급격히 빨라졌던 결혼의 시작, 혹은 결혼의 끝이 아니다. 왕세자와의 별거가 시작되기 1년 전, 1991년의 12월 24일~26일, 단 사흘에 집중하며, 다이애나와 찰스와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대신 다이애나가 겪었을 심리적 아픔을 세밀하게 묘사한다(그렇기에 이 영화는 한 개인의 전기적 영화라기보다는, 실제 비극을 기반으로 한 창작 심리극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그 과정은 고통스럽고 결코 가볍지 않지만 끝내 다이애나에게 자유를 선물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영화는 원거리에서 출발한다. 밝지 않은 하늘 아래서 군용 수송 차량이 식재료를 옮기고, 요리사들조차 군인과 다를 바 없이 걷는다. 우울한 색감으로 가득 채우기까지 하여 심리적으로 관객과 영화의 차이를 급격하게 벌린 후 다이애나(크리스틴 스튜어트)가 화면에 잡힌다. 그는 경호원 없이 홀로 운전하고 길을 잃은 상태다. 지도를 꺼내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어디 그뿐인가? 샌드링엄 별장에 도착한 후에도 다이애나는 시종일관 지각하고, 지정된 옷을 잘못 입으며, 복도와 정원을 방황한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다이애나가 향하는/도착한 곳은 미래가 없는, '잘못된' 시공간이므로.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다이애나는 극 중에서 왕실에서의 삶은 '미래 시제'가 없는 삶이며, 과거와 현재엔 시제 상의 차이가 없는 삶이라고 말한다. 과거와 현재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은 곧 현재가 과거에 먹혔다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현재 없는 현재가 빚어내는 마찰은 영화 곳곳에 등장한다. 어린아이들이 춥다고 불평한들 난방을 허락하지 않는 전통은 개선이라는 이름의 변화를 수용하지 않고 고집스럽다. 총이 위험하다는 것을, 아이가 총을 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냥을 할 나이가 됐다는 말만 반복하는 찰스 왕세자(잭 파딩)의 교육 방침이나, 정부/내연녀가 있는 남성 왕족의 사생활을 모른 척 견뎌야 하는 귀부인으로서의 삶은 현대와 맞지 않는다.유령 같은 과거/전통에 대한 숭배는 개인에 대한 억압으로 귀결된다. 정해진 옷을 입지 않으면 보고가 올라가고, 휴가 기간 개인이 할 수 있는 활동은 정해진 스케줄 하에서만 허락된다. 크리스마스 담화를 통해 여왕은 영국은 자유주의 국가라고 연설하지만 정작 왕실 내부는 온갖 규율로 가득하다. 외부의 파파라치를 차단했다 한들 작은 속삭임조차 모두가 아는 소문으로 변질되고, 밤늦게 디저트를 먹는 것조차 감시당하는 등 숨 쉴 틈이 주어지지 않는다. 찰스 왕세자는 이러한 일상에 대해 최소한 두 개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 명의 인생을 무수한 방향으로 조각내어 거부하고 싶은 시스템조차 몸이 기억하게끔 해야 하는 삶은, 진정 삶이라 부를 수 있을까? 남편을 잃은 슬픔에 40여 년간 검은 상복만을 입었다는 빅토리아 여왕의 방을 사용하는 다이애나는, 커튼을 닫지 않고 옷을 갈아이은 다음 날 모든 커튼이 꿰매져 창 밖을 내다볼 수 없게 된 다이애나는 참을 수 없는 갑갑함을 느낀다. 그러하므로 다이애나에겐 가족과 함께하는 현재 이 순간의 별장보다 썩은 계단의 생가가 더욱 생생하다. 생쥐가 오가고 자칫하면 사고가 날 것만 같은 위험한 공간임에도 그곳엔 삶이, 삶이 존재했었던 흔적이 있으므로.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잘못된 시공간에 도착한 다이애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영화 홍보를 위해 사용된 문구인 "다이애나, 당신의 무기는 당신 자신이에요."라는 말은 다이애나가 본 매기(샐리 호킨스)의 환상이 전한 말이다. 기실, 이 말은 다이애나에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미래 없는 거대한 과거를 상대하기에 한 개인은 너무도 작고 연약하다. 그저 아름답게 외면을 유지하며 인내하기만 하는 것이 과연 한 인간을 샬레 위에 올려두고 찢어발기는 세상에 대해 진정 올바른 대항법일지 나는 묻고 싶다. 당신의 무기는 당신 자신 뿐이라는 말은 다이애나의 외로운 처지를 부각하기만 한다. 거대한 세상에 편입되었음에도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오로지 자신 뿐인, 왕족임에도 자신을 섬기는 드레서 한 명을 자유로이 부를 수 없어 허상에 매달려야만 하는 다이애나의 고립을.과거와 현재가 동일한 공간에 고여 있음으로써 그가 끊임없이 마주하게 되는 앤 불린(에이미 맨슨)의 환영은 마치 다이애나의 미래를 예언하는 것 같다. 온갖 죄목을 뒤집어쓰고 단두대에서 처형된 헨리 8세의 두 번째 부인. 다이애나는 품위 있게 목숨을 내어놓을 수도 없는 운명이기에 계단 위에서 갈등한다. 그러나 깨닫는다. 그를 둘러싼 시제는 과거일지라도,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은 16세기가 아니라는 것을. 그는 계단을 내려온다. 그리고 매기에게서 사랑스러운 고백을, 치유의 말을 듣는다. "전하께 필요한 건 사랑이에요."다이애나 스펜서가 도달했어야 하는 시공간은 아마 허상이 존재하지 않는 실재의 세계였을 것이다. 타인에게 비치는 모습으로 남아야 한다는 의무감 없는 세계. 자신이 개척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자유가 존재하는 장소. 인간이 한 명의 독단자로서 숨 쉴 수 있는 곳. 사랑에 단서를 붙이는 결혼식이 없는, 그런 곳.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두 시간이 끝나갈 즈음, 다이애나는 자신의 옷을 허수아비에게 입히고 이름을 묻는 익명의 직원에게 스펜서라고 답함으로써 자신의 길을 선택한다. 그곳에서조차 다이애나라는 이름을 말할 수 없었던 까닭은 10년 전 왕실에 편입된 이의 아름다움만을 간직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다이애나' 대신 '스펜서'를 입에 담는 다이애나가 안타깝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가 결혼으로 잃었던 성/가문/시간을 깨웠기 때문일 것이다.그렇다. 우리가 가십으로 소비하는 환상 이면엔 조개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생성한 진주조차 부수고 삼키려는 개인 또한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았던 것은 무엇이며, 복원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파블로 라라인은 영화를 통해 답한다.* 참고: 네이버 캐스트 '다이애나 스펜서', https://terms.naver.com/entry.naver?cid=59014&docId=3567750&categoryId=59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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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Z세대의 솔직한 연애이야기 ❤ 근데 이제 거기다 영화 얘기를 곁들인...(500일의 썸머, 건축학개론) ?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씨네마사지 비주얼 특집!?
YG 케이플러스의 비주얼 모델들이 떴다!
모델돌 ATO6의 현우와 용국, 모델 출신 배우 고이진 그리고 여연희 까지~
훈훈한 남녀들을 모아놓고 달달한 연애영화를 주물러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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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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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겠어? 사랑이잖나, 사랑.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명대사 모음
:: BGM
My Life (feat HiTydes) by Broken Elegancehttps://www.youtube.com/user/BrokenEl...
Creative Commons — Attribution 3.0 Unported — CC BY 3.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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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몬스터 헌터>
UN합동 보안 작전부 아르테미스 대위(밀라 요보비치)는 행방불명된 팀원들을 찾기 위해 나서지만 실종된 그들과 같은 이상 현상으로 거대 몬스터의 세계로 빠진다. 하지만 눈앞에 닥친 강력한 몬스터들의 습격으로 유일한 생존자가 된 그녀는 몬스터 헌터(토니 자)와 마주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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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캐롤> 메인 예고편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은 나의 첫사랑, 마지막 사랑 올겨울을 아름다운 사랑으로 물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