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3-05-04 13:06:08
[JIFF 데일리] ‘올란도’로부터 시작되는 트랜스젠더 계보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Orlando, My Political Biography
폴 B. 프레시아도/France/2023/98min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올란도》*는 어느 날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이 바뀐 올란도가 수백 년의 시간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울프가 사랑했던 여성 비타 색빌 웨스트가 모델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즉 《올란도》의 설정과 작품이 쓰인 배경을 결합하면, 이 소설이 트랜스 여성을 향한 동성애적 욕망에 기반한 이야기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소설이 쓰인 게 1928년. 출간 100주년을 앞둔 지금, 폴 B. 프레시아도 감독은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에서 《올란도》를 다시 읽는다. 그럼으로써 올란도로부터 이어져오는 트랜스 계보를 써내려가고자 한다.
《올란도》는 프레시아도 감독에게 경외와 분노를 동시에 자아낸다. 트랜스 서사의 ‘원형’으로 삼을 만한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경외를, 모든 트랜스젠더의 자서전은 《올란도》를 능가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동시대의 수많은 트랜스가 귀족이자 시인이었던 올란도가 누린 특권에서 이질감을 느낀다는 데서는 분노를 느끼는 것이다. 즉,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은 《올란도》에 대한 헌사이자 이를 비판적으로 넘어서기 위한 시도다.

영화에는 동시대의 수많은 올란도‘들’이 등장한다. 젠더 이분법이 포섭하지 못하는 모든 존재는 ‘올란도’다. 영화에서는 8세부터 70세까지의 트랜스젠더/논바이너리(non-binary, 자신을 성별 이분법으로 분류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일컬음) 26명이 《올란도》와 자기 서사를 오가며 ‘원형’을 변주한다. 동시대의 올란도들은 현대의 젠더 이분법보다 버지니아 울프가 백여 년 전 그려낸 세계에 더 편안함을 느낀다. 물론 시간이 흐르는 동안 변한 것도 많기에 최초의 올란도와 그 후예는 완전히 같지 않다. 《올란도》의 시적 아름다움이 가능케 하는 자유를 노래하다가도 정신병원, ‘남성’과 ‘여성’뿐인 신분증이 야기하는 불안,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법의 문제 등을 수시로 소환하는 동시대 올란도들의 이야기를 보라. 요컨대, 이들은 ‘최초의 올란도’를 재연하는 동시에 이를 자기 나름대로 재구성한다. 어디까지가 ‘원형’이고 어디부터가 ‘변형(trans)’인지 모를 이야기는 우리를 성별 이분법의 기나긴 역사와 이 폭력적인 체제가 양산한 트랜스젠더의 경험, 감정의 궤적으로 인도한다. 패러디와 유머를 활용해 기어이 폭력적인 규범 속에서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어낸 올란도들의 이야기는 쾌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올란도 이후에도 수많은 트랜스젠더 아이콘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가 올란도와 마찬가지로 그 후예들이 동일시하는 대상이 되었다. 미국에서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것으로 유명한 크리스틴 조겐슨이 대표적이다. 수잔 스트라이커가 쓴 《트랜스젠더의 역사》를 보면, 조겐슨의 유명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 수 있다. 사람들이 그녀에게 편지를 하도 많이 보내서 미국 어디에서든 주소 없이 ‘크리스틴 조겐슨’이라고만 써서 편지를 붙여도 그녀의 집에 배송되었다고 한다. 올란도의 후예들이 동일시하는 건 대중에게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가시화한 인물뿐만이 아니다. 모든 특권에 반대하며 혁명을 주창한 급진적 트랜스젠더 활동가들도 동일시의 대상이다. 동시대의 올란도들은 여러 번의 동일시를 통해 젠더 이분법이 누더기로 만든 트랜스젠더 계보를 복원한다.
영화의 마지막, 인상적인 세 장면이 연달아 나온다. 첫 번째는 의사가 《올란도》를 수술대 위에 올려놓고 수술하는 장면이다. 의사는 “폭력뿐이었다(Violence was all)”는 구절을 오려내고, 책에 실린 올란도의 얼굴을 동시대 올란도들의 얼굴로 교체한다. ‘정신병자’로 낙인찍혀 의료 조치의 대상이 되어야 할 존재는 트랜스젠더가 아닌 그들을 주변화한 젠더 이분법이라는 점을 ‘수술’이라는 트랜스젠더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 의료 행위로 패러디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당당히 스스로가 트랜스젠더라고 말하는 어린이들의 ‘올란도 선언’이다. 아이의 이미지는 대개 이성애 규범적인 핵가족의 미래를 상징하는 보수적 상징으로 활용되지만,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에서는 그렇지 않다. 트랜스젠더임에도 우울하지 않은 아이들의 얼굴은 올란도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앞으로도 다채롭게 변주되어 이어질 것임을 분명하게 암시한다.
마지막은 《올란도》 출간 100주년인 2028년을 맞아, 《올란도》로부터 권위를 부여받은 판사가 체제의 폭력에 시달려온 존재들에게 논바이너리 국가의 시민권을 부여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최초의 올란도(그리고 버지니아 울프)가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식민주의‧제국주의의 관성을 거부하고 배제된 자들을 위한 국가와 권리를 선포하는 장면, 즉 권력을 전유하는 장면으로 독해할 수 있다.
이 진지하고 감동적이면서도 풍자 정신이 충만한 블랙/코미디가 최종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버지니아 울프의 시적 세계에서만 가능했던 트랜스젠더의 자유를 현실로 가져오라는 것.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은 퀴어가 나오는 작품의 문학성은 예찬하면서도 정작 현실의 문제에는 눈감는 사람, 독특한 상상력으로 우리를 속박하는 규범의 경계를 넘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독창적‧실험적 영화다.
*국내에는 ‘올랜도’로 번역된 것이 더 많으나 영화의 제목에 맞춰 편의상 ‘올란도’로 표기한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 초청으로 제24회전주국제영화제에 기자로 참석해 작성한 글입니다.
★이 영화는 제 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4월 30일 13시, 5월 3일 17시 30분, 5월 4일 16시 30분에 상영됩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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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 뜨거운 사랑영화 "오직 그대만"
여기 땀 냄새가 물씬 풍기지만 사랑스러운 멜로 영화가 있어요!
한때 잘 나갔던 복서 남자 주인공과 시력을 잃어가는 여자 주인공. 눈을 감으면 더욱더 선명해지는 오직 그대만. 오직 그대만 영화 리뷰 시작해 볼게요~
기본 정보
장르 : 멜로, 로맨스
감독 : 송일곤
각본 : 송일곤, 노홍진
출연진 : 소지섭, 한효주
개봉일 : 2011년 10월 20일
평점 : 9.14
스트리밍 : tvN , NETFLIX, 웨이브, 왓챠
기획 의도
잘나가던 복서였지만 어두운 상처 때문에 마음을 굳게 닫아버린 철민. 시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늘 밝고 씩씩한 정화. 좁은 주차박스에서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철민에게 꽃 같은 그녀, 정화가 나타났다.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해 주는 사람. 두 눈을 감으면 선명해지는 그 얼굴,
여담
영화 오직 그대만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시작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영화 오직 그대만은 각 나라별로 리메이크 되었다. (한국, 튀르키예, 일본, 인도)
후기 및 결말
영화 오직 그대만 결말을 살펴보자면.
철민(소지섭)은 정화(한효주)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불법 격투기 대회에 참가하게 됩니다. 한 때 잘나가던 철민은 싸움 끝에 우승하지만, 조폭들의 개입으로 우승상금은 잃어버리게 됩니다. 정화의 시력을 다시 되찾았지만, 철민의 몸은 망가져 버리게 됩니다. 결국 두 사람은 돌고 돌아 두 사람의 추억의 장소에서 재회하며 해피엔딩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영화는 정말 뻔한 이야기와 결말을 가지고 있지만 한효주와 소지섭의 캐릭터를 잘 살려서 더욱 더 알차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어요!
한 여름에 땀내가 풀풀 풍기는 남자 주인공과 언제 어디서 봐도 사랑스러운 여자 주인공의 멜로 로맨스 영화 오직 그대만 추천드리고 싶어요!
한줄평 : 사랑은 돌고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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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인들만의 문제가 아닌, 범인류적인 문제를 다룬 코미디
영화 좋아한다고 하니 어떤 분이 내게 이 영화를 추천해 주셨다. 다만, 뇌를 빼고 봐야 한다는 조언과 함께. 이 영화는 코미디영화인데 내가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순간 나만 이상해지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좋은 인상은 아니었지만 끝까지 보게 되었던 이유는 여성 주연 4명의 개성이 각기 달랐고 미국에 거주하는 교포들에 대한 생각, 또한 그들 자신이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으로서의 자각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서도 인종적 비주류로 살아본 적 없어서 영화에서 그들을 묘사한 지점이 정확했는지는 알길이 없지만 말이다.
1. 핫한 키워드들의 집합
이 영화는 핫한 키워드들은 다모아놓았다. 인종차별, 특히 아시아인 차별, 바디 포지티브 운동, 미국 사회 속에서 받아들여지는 k-pop 등등. 그런데 모든 키워드에 깊이가 느껴지진 않는다. 뭔가 대단한 혁신적인 내용인 척 하는데, 사실 모든 내용이 클리셰이다. 백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동양인에 대한 클리셰가 가득 담겨 있다. 그리고 미국 사회에서 핫하게 떠올랐던 바 있는 '내 몸을 사랑하자' 운동에 심취한 롤로는 내 몸을 사랑하다 못해 욕망에 과도하게 솔직하다. 욕망에 솔직한 것은 좋지만 모든 대사가 그런 쪽으로만 이어지는 것은 캐릭터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모든 캐릭터가 다 가볍게 그려지지만 그 와중에 범생이로 나오는 오드리 마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아닌 척하지만 사실은 남자에 관심도 많고, 성공에 욕심도 많고, 뭐 하나 제대로 버리지도 못하면서 다 가지고 싶어하는 약간은 위선적인 캐릭터로 보인다. 이기적인 행동을 해도 이해가 되는 캐릭터들도 분명 있는데, 오드리는 표면적으로는 선해 보이지만 크게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엄마를 찾고 싶으면서 솔직하게 표현하지도 않고, 마치 롤로 때문에 엄마를 찾아야만 한다면서 남탓하는 모습에서, 그 솔직하지 못한 모습 때문에 오드리에게 이입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시아 여성 주연 4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면서, 각기 다른 개성을 뽐내야 하는 그녀들의 캐릭터를 코믹 그 이상의 어떤 매력으로 승화시키지 못한 지점이 이 영화의 인종차별적인 시선이 아닐까 싶었다. K팝을 사랑하는 한 캐릭터는 미국 사회에서 일종의 찐따로 분류되며 주류 문화에 편승하지 못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다.
2. 차별은 의도보다는 무지가 아닐지
성공한 변호사가 된 오드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배려의 말을 듣는다. 생김새는 아시안이지만 미국인의 사고방식을 가진 그녀에게 회사 사람들은 같은 미국인으로서 대우하지만은 않는 느낌이다. 오히려 차별하지 말아야 할 대상으로 낙인찍고 겉으로 티내지 않으면서도 은연 중에 더욱 심한 인종차별을 남발한다. 미국이 그녀에게 고향일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채 중국에 가게 된 그녀에게 모국에 가게 되어 기쁘겠다는 둥 소위 친절한 개소리를 시전한다.
뭔가 묘하게 기분 나쁜데 상대의 표면적 의도가 나름의 친절이라서 앞에서 쌍욕도 박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뭐랄까 나는 중국 음식 좋아한다고 외치면서도 그 중에서 덴뿌라를 제일 좋아한다고 하는 격인데 그걸 듣고 있는 나는 어떤 대처를 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분명 의도가 있는 차별도 있겠지만 그냥 몰라서 하는 소리일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나는 인종차별을 하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난 비주류들에게도 친절하게 대하는 인격자'라는 자부심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 영화는 비단 백인들의 차별만 그리지 않는다. 아시안들 사이의 편견도 있음을 보여준다. 저기 시끄럽고 똑같이 생긴 사람들은 한국 사람이라는 둥 말하는 롤로를 보면 인종차별은 백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단일민족이라고 주장하는 한국인들 조차 한 사람을 바라볼 때 더이상 인종적 잣대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여전히 우리나라 방송가에서는 외양은 외국인이지만 한국에서 오래 살아 한국인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종종 등장하곤 한다. 그리고 진행자는 그들에게 '한국인 다 됐네' 이런 멘트를 날리곤 한다. 이제 이런 멘트도 한국에서도 더 이상 칭찬이 되지만은 않을 것이다. 국제 결혼이 많아진 한국에서 정체성이 외모가 아닌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체감하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은연 중에 대한외국인들에게 '김치 잘 먹네요'라고 칭찬하는 것이 의도치 않은 무지이자 차별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상대는 무슨 말은 할 수 있겠냐고 되묻겠지만 오랜기간 폐쇄적인 단일민족으로 살아왔기에 의도가 좋은 말을일지언정 그 말이 배려가 될지는 알 수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차별의 반은 열등감이고, 그 남은 반은 무지에서 오는 것이라는데 열등감은 개인이 알아서 극복할 일이지만 무지는 가르치면 조금 나아지기 때문이기에 국제 결혼이 늘어나는 현 시점에서 한국인들도 외양이 다르면 무조건 외국인으로 분류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건 나도 실천해야 하는 지점이니 사실은 이것은 내가 하는 반성이다.
영화에 대한 감상보다 사족이 더 길었던 거 같은데, 하나의 영화를 보고 이런 생각을 들게 한다는 것만으로도 한 번정도는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은 든다. 그저 잡생각을 날리고 싶다거나 나는 웃기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가볍게 볼 코미디 영화를 찾고 있다면, 킬링타임용으로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한 번만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예상하건대 두 번 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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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낮에 경험하는 보험사기 스릴러
예상치 못한 반전이 많아서 희열을 느끼며 봤던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 뻔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가 한 방을 날리는 작품이었고, 환한 낮에 경험하는 스릴러다 보니 스릴러를 무서워하면서도 좋아하는 나에게 제격이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 시놉시스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간단한 부탁에서 시작된 간단하지 않은 사건. 멋진 커리어우먼, 매력적인 아내, 아름다운 엄마, 모든 걸 다 갖춘 완벽한 여자 ‘에밀리’가 어느 날 사라진다. 그리고 시체가 발견되는데요. 모든 것이 내 것이 됐다고 생각한 순간, 사라진 에밀 리가 돌아온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인플루언서를 보여주다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 속 스테파니는 브이로그 컨텐츠를 만드는 인플루언서로 나온다. 인플루언서가 나오는 작품을 보면 필자가 블로그를 운영하다보니 애정어린 시선으로 보게 되는 것 같다. 영화 속에서는 인플루언서인 스테파니가 자신의 친구인 에밀리의 실종 사건을 파헤치는데 자신의 브이로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SNS가 이렇게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못했고, 물론 부산경찰SNS가 사람들을 찾는데 많이 활용된다고는 익히 들었지만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브이로그로 찾고 경찰 관계자가 아닌 개인이 수사를 하는 모습에, SNS가 참 여러 가지고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 파급력이 굉장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귀신은 없는데 소름돋은 1인
영화 속 장면 중 가장 소름이 돋았던 것은 에밀리의 옷장을 다 치우고 스테파니의 옷들로 다 채워넣었는데 그 다음날 다시 애밀리의 옷들이 옷장 속에 다 채워져 있어서 진짜 주스 먹다가 뿜을 뻔했다. 극중 스테파니와 함께 소리를 질렀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곳에서 에밀리의 흔적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서 깜짝깜짝 놀랐고, 갑자기 에밀 리가 쌍둥이라고 해서 작가... 천재인가? 하는 생각과 서로를 속고 속이는 계략 속에서 결국 스테파니가 에밀리를 경찰에 넘기는 장면들을 보며 진이 빠질 정도였다. 반전이 적재적소에 있어서 지루하지 않았고 텐션감이 높아 다른 생각할 틈 없이 영화에 빠져서 볼 수 있었다.
스릴러 보험사기
그렇게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 결론적으로는 보험사기구나! 하는 생각에 허탈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보험사기를 소재로 코미디나 범죄물은 만들어도 이렇게 스릴러물로 만들어진 경우는 별로 없어서 색달랐다. 그리고 영화 장면들이 대부분 대낮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환한 빛 속에서 공포감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한국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조금 색다른 스릴러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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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도시가 비극을 기억하는 방법
과거는 과거로 묻어두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주 가깝게 세월호 사건은 벌써 7주기가 되었다. 한국 사람이라면 그때 세월호의 모습은 잊기 힘든 장면이다. 하지만 여전히 진상규명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망자를 완전히 보내지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 어떤 사람들은 이제 이만 그 일을 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그 일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누구의 잘못으로 이렇게 많은 희생자가 나오게 되었는지를 알지 못한다. 원인을 파악하고 희생자들을 기억하려는 일련의 노력들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그렇게 한 다음에야 비로소 그것이 다음 한 발자국을 떼어 걸어갈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조금 먼 과거를 보면 광주 민주화 항쟁을 떠올릴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그저 일 년에 한 번씩 맞이하는 추모일에만 그 일을 한 번씩 생각한다. 하지만 유족들은 1년 365일 여전히 그 일을 생각하고 잃은 가족을 마음속에서 꺼내어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희생자들을 위해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 일을 잊지 않는 것이다. 여전히 어딘가에서 희생자들을 폭도라고 이야기하는 몇몇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과거는 과거로 묻고 아픈 것을 그만 들추자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결국 이제는 과거를 묻어두고 앞으로 가자고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 말은 과거에 대한 반성과 원인도 같이 묻어두자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과거에 대한 반성과 원인에 대한 명확한 것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이렇게 중요한 과거의 기억인 광주에서의 아픔을 찾고 기록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군부 독재의 비극적 역사를 똑같이 경험한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는 한국의 광주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벌어진 비슷한 사건 이후 남은 유족과 과거를 기억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그 당시 상황을 자세히 파헤치는 것보다는 그때 희생당한 사람들의 가족들이 느끼는 감정적인 부분과 그들이 지금 해나가고 있는 일들을 천천히 보여준다. 두 도시는 모두 독재 군부에 의해 자행된 학살로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 벌어진 행태도 비슷하다. 갑자기 길거리나 학교에서 사람들을 잡아가 폭도 세력으로 몬다. 그리고 죽이거나 특정 장소에 가두고 고민했다. 잡은 민간인들을 고문하는 일도 많았다. 마치 거울처럼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벌어진 이 슬픈 역사는 굉장히 비슷해 보인다.
영화는 두 도시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 첫 번째가 실종자들의 유골을 찾는 일이다. 그 당시 두 도시에서는 희생된 사람들의 숫자가 많았다. 하지만 실종자도 굉장히 많았고 그렇게 갑자기 연락이 끊긴 사람들은 유골조차 찾지 못한 경우가 많다. 몇십 년이 지난 현재까지 여전히 실종된 가족을 찾는 사람들이 있고, 특정 기관 주도로 땅속 어딘가 묻혀있는 유골을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 작업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된다는 것 자체가 남은 가족들에게는 작은 희망을 선사한다.
가족을 잃는 슬픔은 어떤 것으로도 위로할 수 없다. 가족을 잃은 이후, 남은 가족들은 망자를 편안히, 그리고 곱게 보내려 애쓴다. 장례절차를 통해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면서 가족의 모습을 마음에 꾹꾹 넣어둔다. 그 마지막 인사는 작별을 의미하지만 남은 가족들이 그 슬픔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다짐이기도 하다. 이렇게 시신을 찾고 마지막 작별인사를 한 유족들은 그나마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지만 그런 작별의 기회 조차 가질 수 없는 가족들은 삶을 이어가면서 잃어버린 가족과의 마지막 인사를 꿈꾼다.
과거를 보존하고 실종자를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
<좋은 빛, 좋은 공기>에서는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희생자들의 가족 인터뷰를 담았다. 남은 가족들의 소원은 이미 나이 든 자신이 죽기 전에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 땅에 편안히 묻어주는 것이다. 그들은 군부 학살 당시 겪었던 일들을 마치 어제처럼 묘사한다. 가족이 실종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그들을 찾아 여기저기 다니다가 어떤 사람은 죽은 자식의 시체를 발견하거나 아니면 단서가 끊겨 더 이상 소식을 듣지 못한 경우가 모두 나온다. 그들이 가족의 마지막 모습을 묘사할 때 그들의 눈엔 눈물이 가득 고인다. 그 눈물을 아는 사람들은 남은 유골을 찾으려 무던히 애쓰고 하나하나의 유골을 찾고 분석해 나간다. 이것이 두 도시가 과거를 기억하고 정리해나가는 하나의 방법이다.
두 번째로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려는 노력이다. 이 역시 양쪽의 의견이 있다. 그 당시의 건물이나 물건을 옛날 그대로 보존하여 그때의 비극의 역사를 그대로 현재의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의견과 아픈 과거를 새롭고 더 밝은 모습으로 덮어쓰자는 의견이다. 이 영화는 그 아픈 과거를 그대로 복원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그 당시의 역사가 있는 그대로 기록된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 당시 군의관이었던 한 의사가 그 당시 군 병원 건물을 걸어가면서 내뱉는 말들이 인상적이다. 왜냐하면 그는 40년이나 더 지난 일을 아주 세세하게 기억하고 묘사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그가 느끼는 감정과 주변 인물들이 느끼던 감정이 전달됨과 동시에 그 당시의 처참함이 그의 말에서 느껴진다. 그 당시의 병원이나 옛 전남도청 건물을 있는 그대로 복원함으로써 과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기억과 아픔을 조금이나마 전달할 수 있다고 영화는 말한다. 이 역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벌어지는 그 당시 실종자들이 갇혀있던 건물에 대한 묘사도 굉장히 비슷한 느낌으로 전달된다. 결국 잘 보존된 역사적 현장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시 반복되지 않아야 하는 역사가 무엇인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이런 과거에 대한 복원과 보존 노력 역시 남은 유가족들이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그 당시 희생자들이 지키고자 했던 자신들의 권리인 자유와 민주주의가 이들의 희생으로 조금이나마 지켜지길 바라는 것, 그리고 국가 권력이 가면 안 되는 길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 영화는 두 도시에 남은 유가족의 그 당시 기억에 대한 발언을 함께 보여주며 이러한 노력이 중단되면 안 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기록과 복원에 대한 노력에서 조금 벗어나 과거 어머니들의 이야기도 덧붙이고 있다. 그 당시 자녀들을 잃었던 어머니들이 비슷한 처지의 다른 어머니들과 하나둘 모여 투쟁을 하게 된다. 광주뿐만 아니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자녀를 잃은 어머니들이 거리로 나와 투쟁을 시작했다. 대부분 여자인 그들을 무시했지만 그들은 조금씩 세력을 키워 큰 투쟁의 불씨로 키웠다. 또한 그들은 나이가 든 현재 시점까지도 진상규명과 실종자 유골에 대한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현재까지 두 도시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실상과 아픔이 전달될 수 있었던 건, 이렇게 연약하게만 보였던 어머니들이 끝까지 투쟁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 그들은 얼굴에 슬픔이 가득하지만 여전히 그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들은 미래에 다시는 그런 아픈 일이 일어나면 안 되고 그것에 자신들이 할 일을 끝까지 하겠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어머니들의 투쟁
영화 속에는 현재 두 도시의 10대 학생들이 그 당시의 모습을 바탕으로 영상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이 간간히 나온다. 아주 먼 거리지만 영상으로 인사하고 그들이 느끼는 과거의 슬픔을 작품으로 담아내려는 그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임흥순 감독은 과거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에서 은사자상을 타기도 한 미술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의 영상 속에 담긴 과거의 여러 모습들은 하나의 미술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좋은 빛이란 뜻을 가진 도시 광주와 좋은 공기라는 뜻을 가진 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벌어진 군부 학살은 굉장히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이때 나온 희생자, 그리고 유가족들의 모습은 거울을 보는 것처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대부분 흑백으로 구성된 화면은 광주와 브에노스아이레스스를 교차로 비추는데, 언뜻 보다 보면 이곳이 광주인지 부에노스아이레스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만큼 두 도시가 겪은 상황이 비슷하고 남은 과거의 건물이나 잔재들도 같은 모습이다. 결국은 두 도시가 하고자 하는 앞으로의 방향성도 같아서 두 도시가 과거를 담고 그리는 모습이 마치 하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상이나 매체를 통한 연대로 이 두 도시가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영화에 담겼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미얀마에서 다시 반복되고 있는 군부에 의한 비극에 대한 안타까움과 항쟁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에 대한 지지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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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들만 간다는 무주산골영화제
🏕 진짜 들만 간다는 무주산골영화제 🎬
6.6-6.8 3일간 진행되는 무주산골영화제!너무 좋아서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데요!
산 속에서 영화 보고, 밤엔 별빛 아래 음악 듣는 경험✨
진짜 영화 덕후들의 진정한 여름 피서지
오늘부터 단 이틀 남았으니 한번 떠나볼까요?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도 메인 스팟인
📍등나무운동장에서의 프로그램을 모아봤어요.무주 go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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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5주차 <대사 한 줄, 영화 한 입>
한 주의 시작을 여는
대사 한 줄🎞️, 영화 한 입🥠
안녕하세요, 씨네픽지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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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행복하길 바란다.”
혹시 썸네일만 보고 아셨나요?
바로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동경 이야기(1953)>입니다.
움직임 없이 정면으로 담아낸,
카메라를 응시하며 건네는 이 말 한마디가
괜히 마음 한켠을 건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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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후 남편을 잃은 며느리 노리코에게
시아버지가 새 출발을 권하며
고마움을 전하는 장면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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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동경 이야기》(1953)는
패전 직후 일본을 배경으로
부모와 자식, 도시와 시골 사이의
조용한 거리감을 섬세하게 담아낸 영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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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시선의 다다미 쇼트,
흑백 화면 속 인물들의 조용한 표정들이
말보다 더 많은 감정을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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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6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이번 주도, 작은 위로와 함께
내 마음을 잘 챙기는 한 주 보내시길 바랄게요 🌿
영화 속 인상 깊은 대사 있으시면
댓글로 같이 나눠주세요 💬
다음 주엔 영화의 한 줄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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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 힘드시다구요? 나보다 더할까ㅠㅠ[영화리뷰/결말포함]
#매즈미켈슨#조난영화#영화추천
이 영화는 조난 영화이며 '매즈 미켈슨'의 주연의 영화입니다. 전성기를 맞은 중년 배우 '매즈 미켈슨'의 내면 연기가 100만 점인 영화입니다
이 분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시청하시기 바랍니다구독?부탁드려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Nqd...영화'아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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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니언즈2> 메인 예고편
7월 20일, 극장가를 점령할 Ml니언즈 C네마틱 U니버스 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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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원피스> 공식 티저 예고편
오다 에이이치로가 그린 사상 최고 인기 만화를 실사로 옮긴 작품, 그 대망의 첫 영상을 지금 공개한다. 《원피스》, 8월 31일 출항.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