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0932023-04-15 13:57:19
실화라서 더 놀라운 영화 | 추격자
"4885" 야 너지?!
혹시 "4885" 혹은 "슈퍼아줌마"를 아시나요?!
영화는 몰라도 아직까지 회자되는 4885와 슈퍼아줌마는 한번쯤은 들어보셨을텐데요.
이 키워드는 바로 영화 추격자에서 나온 단어로 대한민국을 뒤흔든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추격자 입니다.
추격자 영화감독은 우리가 지금은 흔히 아는 "나홍진감독"의 데뷔작품으로
이 작품을 계기로 나홍진, 김윤석, 하정우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감독과 배우로 자리매김 하였다고 합니다!
오늘은 다시보는 영화 추격자 결말까지 싹 살펴보겠습니다!
기본 정보
장르 : 범죄, 스릴러, 느와르, 액션, 공포, 서스펜서, 슬래셔, 고어
감독 / 각본 : 나홍진
출연진 : 김윤석, 하정우
개봉일 : 2008년 02월 14일
평점 : 9.09
스트리밍 : 티빙, 넷플, 왓챠, 쿠팡
기획 의도
그날 밤 놈을 쫓던 단 한 명의 추격자
"4885... 너지?"
출장안마소를 운영하는 전직 형사 '중호'
최근 데리고 있던 여자들이 잇달아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고,
조금 전 나간 미진을 불러낸 손님의 전화 번호와 사라진 여자들이 마지막으로
통화한 번호가 일치함을 알아낸다.
옷에 묻은 피를 보고 영민이 바로 그놈인 것을 직감하고 추격 끝에
그를 붙잡는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희대의 살인마, 그가 잡히던 그날밤... 놈을 쫓던 단한명의 추격자
여담
지금은 이름만 들어도 믿고 보는 감독으로 유명한 '나홍진'감독의 데뷔작품이다.
영화 추격자를 기점으로 범죄, 액션, 연쇄살인마 같은 영화의 판도가 확 바뀌면서
관람객의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영화의 눈을 만들어준 작품이다.
연쇄살인이라는 충격적인 소재와 범죄 액션의 클리셰를 다 무너트리면서 흥행에 성공하여 할리우드 리메이크 판권까지 팔았다고 한다.
후기 및 결말
영화 추격자 결말을 살펴보자면...
연쇄살인마 영민(하정우)를 피해 슈퍼마켓으로 간신히 도망친 미진(서영희).
하필 그때 슈퍼에 방문한 영민에 의해 슈퍼마켓아줌마와 미진은 죽고만다.
슈퍼마켓 아줌마 " 그 아가씨 여기 있다니까"의 대사 한마디로...
중호(김윤석)은 끝내 영민을 제압하고,
경찰들은 영민의 집 앞마당에 묻어둔 시신을 찾아내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 추격자는 2008년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가 되고 있는 충격과 공포의 영화이다.
"4885"가 궁금하다면 이 영화 꼭 한번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한줄평 : 충격과 공포의 "슈퍼아줌마"...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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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쾌한 건 옛말, 이제는 귀여워
'마요미' 마동석이 다시 돌아왔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마동석의 통쾌한 액션과 경찰 수사원들의 케미, 사악하지만 매력 있는 빌런의 존재 등으로 <범죄도시>, <범죄도시2>까지 이른바 '쌍 천만'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영화 시리즈다. 이번 영화도 천만 영화를 달성하기 위해 '각'잡고 만든 영화라고 단번에 느껴진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범죄도시3> 스틸컷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가장 좋아하는 걸 꼽는다고 한다면, 빌런의 매력도 일부일 것이다. <범죄도시>(2017) 장첸(윤계상), <범죄도시2>(2022) 강해상(손석구)이 등장한다. 돈이라면 사람의 목숨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판단하는 극악무도한 절대악을 표현하기에 관객은 마동석이 그들을 정의구현하는 스토리에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하지만, <범죄도시3>는 빌런의 매력이 전작들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마약 밀매 비리 경찰 주성철(이준혁)의 이중적인 생활이 약하게 작용한다. 충분히 매력적인 설정을 부여하고 있으나 절대악이라고 단언하기에 어딘가 아쉬운 빌런이다. 주성철의 마약을 회수하기 위해 찾아오는 또 다른 빌런 일본의 야쿠자 리키(아오키 무네타카)도 상당의 빌런 역할을 맡고 있지만 위협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절대악 2명의 파트 분배가 빌런의 매력을 떨어트리는 작용을 해버린다.
<범죄도시3>는 메인 빌런의 매력이 떨어지고, 서브 빌런의 매력이 올라간다. <범죄도시>, <범죄도시2>에서 서브 빌런이자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장이수(박지환)의 부재로 이번 영화에서는 서브 빌런의 매력도 분할한다. 마약 밀매 운반을 맡고 있는 김양호(전석호)와 중고차 딜러 초롱이(고규필)이다. 둘의 엄청난 매력은 <범죄도시3>의 유머를 확실하게 책임진다. 거기에 마석도(마동석)만 할 수 있는 유머까지 더하니 빌런 등장을 제외한 장면들은 라이트하고, 유머러스하게 흘러간다. 모텔 침대 회전 장면이나 자동차 3천 원 거래 장면은 서브 빌런과 마석도의 유머러스를 극치에 달해 보여주는 장면이다.
액션은 전작들보다 섬세해졌다. 어렸을 때 권투를 배웠다는 설정이 더해져 마석도가 펼치는 권투 주먹 액션이 액션의 타격감을 강하게 만든다. 액션의 클리셰를 역이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도 흥미롭다. 마석도가 악당을 물리치고, 이후에 경찰이나 동료들이 찾아오는 장면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연출이 솔직하다. 그리고 액션 이전에 <범죄도시> 시리즈에 등장했던 대사들이 나온다. <범죄도시2>보다 다양한 장면에서 많이 드러내 재미를 더한다. <범죄도시3>는 피가 솟구치거나 신체 상해 장면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지난 시리즈에서 무섭거나 잔인하다고 말한 반응들이 있었기에 이번 영화는 그러한 요소를 상당히 뺀 티가 난다. 그리고 유머에 더 취중을 두었다. 역시 마찬가지로 개그나 유머가 재밌다는 반응이 많았기 때문이다. <범죄도시3>는 관객의 피드백을 수렴한 장점만을 가지고 만든 영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다간 빌런과의 액션보다 코미디에만 신경 쓰는 결과가 벌어지지 않게끔 조심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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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주보지 않아도 괜찮아
"영화 보자마자 감독님한테 전화를 했어요.
이게 대체 무슨 영화냐고. 영화 주제가 뭐냐고."
영화가 끝나고 한 시간가량의 GV 시간이 있었다. 박상옥 님이 마이크를 들고 가장 먼저 했던 말이다.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막상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니 '이거... 대체 무슨 영화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김보람 감독은 이 영화를 찍게 된 것이 '섭식장애'라는 키워드에 꽂혀서였다고 말한다. 섭식장애라는 것이 단순히 사회에서 여성의 몸에 주는 핍박 때문에 발병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에. 그래서 실제로 이 영화의 주인공인 박상옥 씨와 박채영 씨는 사실 처음 구상한 영화 내에선 짧은 단락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러나 모녀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섭식장애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병에 대해 자신이 영화에 온전히 담아낼 수는 없다고 판단, 두 사람의 이야기로 전환했다고.
엄마는 언젠가 핸드폰 주소록에 자신을 이름으로 저장해달라고 했다. 엄마라는 역할로서가 아닌, 이름이 불리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으로 존재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내 주소록에 엄마는 'OOO 여사님'이라고 저장되어 있다.
"자꾸 '아프지만 마'라고 하시는데, 그것 말고 딸에게 원하는 게 무엇이 있으신가요?"
"그건 어쩔 수 없어요. 본능적인 새끼에 대한 어미의 마음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엄마가 늘 그렇진 않아요. 딸이 안 보일 땐 내 나름의 삶을 살지요."
박상옥 님이 관객의 질문에 답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엄마도 딸이 안 보일 땐 나름의 삶을 산다. 그건, '엄마'라는 역할은 '딸'이라는 역할이 무대 위로 올라와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엄마 이전에 '나'라는 존재가 우선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엄마들이 몇이나 있을까. 그것을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실 나의 모녀관계도 이전과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딸'이라는 역할 수행자로서 살아가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썼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상실감에 무너져 내린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나의 지독한 'K-장녀병'은 독립과 함께 끝을 맺었다.
"저에게 요리란, 사람들과 만나기 위한 준비 같아요."
요리를 하고 음식점에서 일을 하는 채영은 즐거워 보인다. 엄마와 있을 때 짓는 웃음과는 다른 종류의 웃음이다. 홀로서기, 내 스스로의 존재 이유에 대해 찾아 나서는 긴 여정에 서 있는 채영은 활기차고 씩씩하다.
엄마라는 정서적 울타리가 가장 필요했던 시기에 '딸'이라는 역할로 생존의 이유를 찾아야 했던 채영이 내린 답은 '섭식장애'였다. 먹지 않거나, 마구 먹거나. 섭식 장애는 자신의 몸을 통제하는 일이었다. 그를 통해 엄마의 관심은 끌어냈지만, 거기서 그치면 '딸'이라는 역할로서만 살아남게 된다.
하지만 채영은 음식을 고르고 요리를 하며 사람들과 마주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다. 딸로 존재하기 위해 찾았던 방법이, 나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래서 채영은 섭식장애를 가진 자신의 모습도 삶의 일부임을 인정한다.
우리는 꼭 마주 보고 앉아야만 완벽한 식사의 구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향하다 보면, 자연스레 서로를 쳐다보기보단 각자의 앞에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기보단 내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싶은 욕심이, 때론 상대에게 상처를 주곤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만큼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노력과 배려의 모습이다.
그럼 꼭 마주 보지 않아도 괜찮다. 손을 잡고 같이 앞으로 걸어가면 그만이니까.
영화는 너무 작아서 발견조차 못했던 작은 문제들에 관하여 조명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상옥과 채영, 그리고 외할머니라는 주인공을 통해 완만하면서도 뾰족한 여성 서사에 대해 그려낸다.
"모녀 관계를 다룬 이야기는 많은데, 왜 부자관계를 다룬 이야기는 별로 없을까?"
함께 보았던 짝꿍은 그런 질문을 던졌다. 부딪히고 부서지지만 작은 파편들의 목소리를 듣고 인정하며 여성 서사를 이해하려는 아름다운 자리는 많은데, 남성 서사에 대해서만큼은 이토록 심도 있게 다루는 작품이 없다는 게 아쉽다고 했다.
듣고 보니 그렇다. 여성이라는 존재만이 공감할 수 있는 아픔과 슬픔이 있다면, 남성에게도 그런 서사가 존재하지 않겠나. 영화에서는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배제하고 여성 서사에 집중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카메라를 의도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물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분명 남성에게도 그들만의 그림자가 존재할 것이다. 사실 나는 '남성에게는 그런 서사가 없으니까 그런 거 아닐까?'라고 무심코 생각했는데, 짝꿍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게 얼마나 편협된 시각인지를 깨달았다. 언젠가는 그들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는 아름다운 자리도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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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포터가 가진 '진짜' 마법의 비밀
우리는 종종 '새로운 세계'로 나아간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고자 할 때, <구체적으로 바뀌는 것의 실체>는 무엇인가.
'무엇이 바뀌어야'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인가
해리포터 시리즈의 완결편, <해리포터 : 죽음의 성물>에서, 해리포터는 볼드모트를 무찌르고 드디어 '새로운 세계'를 여는데 성공한다.
해리는 어떻게 볼드모트를 무찌를 수 있었을까. 해리가 가진 그 어마어마한 힘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이었나.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해리포터의 '진짜 마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부활의 돌'을 어떻게 깨웠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부활의 돌'이 담긴 '스니치'
부활의 돌은 세 가지 죽음의 성물 가운데 하나이다.
1) 천하무적 지팡이, 2) 투명망토, 그리고 3) 부활의 돌,
이 세가지 성물을 가진 자가 가장 막강한 마법의 힘을 갖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지팡이나 투명망토는 일단 얻기만 하면 사용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지팡이는 휘두르면 되고, 망토는 뒤집어 쓰면 된다.
그런데 부활의 돌은 다르다.
부활의 돌이 '작동'이 되려면, '나는 끝에서 열린다(I open at the close)'라는 말을 이해해야만 한다.
나름 작동설명서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작동설명서를 이해하지 못해 해리포터는 오랫동안 부활의 돌을 작동시키지 못하고 스니치 안에 보관만 하고 있었다.
해리포터 힘이 완성되는 핵심 키는 바로 이 부활의 돌을 깨우는 것이다.
세 가지 성물의 진정한 주인이 되어야 가장 강력한 마법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지팡이, 투명망토의 사용은 쉽지만, 부활의 돌의 사용은 가장 까다롭게 되어 있다.
그래서 부활의 돌을 깨우는 것이 해리포터 마법의 완성에 가장 핵심 열쇠가 되는 것이다!!
절대절명의 위기의 순간, 해리포터는 드디어 부활의 돌을 작동시킨다!
해리가 '나는 끝에서 열린다'라는 말의 의미를 깨닫기 직전, 무슨 일이 있었나.
해리포터는 어느 지점에서 이 까다로운 부활의 돌 작동 설명서를 이해하게 되었나.
죽기 직전 해리포터에게 자신의 '눈물'을 담아가게 하는 '스네이프'
해리포터는 스네이프와 오랜 원수지간이었다. 해리포터는 스네이프를 진심으로 증오하고 있었다.
볼드모트에 의해 스네이프가 죽게 되는 장면을 지켜보던 해리포터는, 스네이프의 소원대로 죽어가는 스네이프의 눈에서 눈물을 담아간다.
스네이프의 '눈물'을 '펜시브'에 넣어 스네이프의 '기억'을 보게 되는 해리포터
해리포터는 원수같은 스네이프지만, 죽어가는 스네이프의 마지막 부탁을 모른척 하지 않는다.
해리포터는 스네이프의 눈물을 펜시브에 넣어, <스네이프 관점의 이야기>를 오롯이 체험하게 된다.
(*펜시브 : 특정 사람의 기억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마법 도구, 그 사람의 머릿속에서 직접 추출한 기억이나 눈물 등을 넣으면, 그 사람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된다)
해리포터의 엄마 릴리를 진심으로 사랑한 스네이프
해리포터는 '스네이프의 이야기'를 체험하게 되면서,
스네이프가 자신의 엄마 릴리를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했는지,
자신이 절대 선이라고 믿고 있던 아빠 제임스가 스네이프와의 관계에서는 악당이었다는 것,
스네이프가 자신의 엄마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걸고 가장 어려운 임무를 맡고 있었다는 것,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리포터를 항상 지켜주고 있었다는 것 등을 알게 된다.
해리는 자신이 지금까지 진실을 왜곡해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보이는 것만을 전부라고 믿으며 그 속에 감춰진 또 다른 진실에 대해서는 외면해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지금껏 스네이프와의 관계에서 고수하고 있던 '관계에 대한 이해 체계'를 완전히 바꾸게 된다.
스네이프와의 관계를 새롭게 이해하게 된 것이다.
상대방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 체계에 '왜곡'이 일어났음을 알아차리고, 그 왜곡을 '수정'했을때, 비로소 자신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 있는 길에 대한 '확신'이 서게 된다.
부활의 돌을 깨우고, 볼드모트에게 자발적으로 '죽임'을 당하러 가는 해리포터
해리포터의 죽으려는 결심, 스스로 볼드모트 앞에 나아가겠다는 결심은 ‘좌절'이나 ‘절망'이 아니었다.
그 길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고,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죽음이 아닌 새로운 삶임을 증명하는 일인 것이다.
해리포터는 스네이프의 기억을 통해, 스네이프의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이 볼드모트를 무찌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신이 서게 된다.
해리포터가 그토록 미워하고 증오하던 '스네이프'의 이야기를 통해,
볼드모트를 무찌르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진짜 힘을 얻게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면서도 의미심장하다!
'진실'을 알아볼 수 있는 힘,
더이상 진실을 왜곡하지 않을 힘,
진실을 감당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어디로부터 기인하는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해리포터가 가진 진짜 힘의 비밀, 바로 '원수라 여기는 사람의 이야기를 왜곡없이 온전히 이해하고,
그 관계에 대한 부정적 측면을 넘어서 새로운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던, "진짜 사랑"이다.
해리포터와 덤블도어
언젠가 덤블도어는 해리포터에게 말했었다.
너의 가장 큰 힘은 바로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그것이 너와 볼드모트의 결정적 차이라고.
해리포터는 실망했었다. '무슨 사랑이 나의 가장 큰 힘이란 말인가'. 어떻게 사랑으로 볼드모트를 무찌른단 말인가.
해리포터는 아직 몰랐었다. '진짜 사랑'이 얼마나 하기 어려운 것인지! 그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근본 힘이 된다는 것을!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 호감가는 사람, 나와 문제가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 사람에 대해서는 나는 얼마든지 그 사람의 사정, 그 사람 관점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문제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다. 내가 비호감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 이야기는 듣기 싫다. 관심도 가지 않는다. 궁금하지 않다. 입을 떼기도 전에 비하하고 싶다. 의심하고 싶다. 평가절하하고 싶다.
왜곡시키고 싶다. 어떻게든 나쁜놈으로 몰고가고 싶다.
보이는 것만 보아서는 '진짜 사랑'할 수 없다.
내 눈에 보고 싶은 것만 보아서는 '진짜 사랑'할 수 없다.
내 눈에 보이지 않던 것, 내가 보고 싶지 않던 것, 내가 외면하던 것,
그것을 볼 수 있는 용기가 있을 때, '진짜 사랑'도 가능해 진다.
부정적인 측면을 넘어서 새로운 경지를 볼 수 있을 때,
관계 속 '부활의 돌'을 작동시킬 수 있을 때,
'진짜 사랑'을 할 수 있을 때, 새로운 세계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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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이번 주 개봉, 공개 예정인 작품들을 소개해드릴 예정인데요.
배우 김선호의 1년만의 복귀작 <귀공자>부터, 더 넓은 세계관을 가지고온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까지, 다채로운 이번주 개봉작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귀공자
The Childe
ⓒ 네이버영화
개요: 액션 | 한국 | 118분
감독: 박훈정
출연: 김성호, 강태주, 김강우, 고아라 등
개봉: 2023.06.21.
배급: (주)NEW
시놉시스
“난 단 한번도 타겟을 놓쳐 본 적이 없거든” 필리핀에서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며 병든 어머니와 살아가는 복싱 선수 ‘마르코’. 어머니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평생 본 적 없는 아버지를 만나러 한국으로 향하던 그의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가 나타나 그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마르코’ 주위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숨통을 조여오는 ‘귀공자’를 필두로, ‘마르코’를 집요하게 추격하는 재벌 2세 ‘한이사’, 필리핀에 이어 한국에서 우연히 ‘마르코’와 재회한 미스터리한 인물 ‘윤주’까지.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은 단 하나의 타겟을 쫓아 모여들고, 그 무엇도 예측할 수 없는 혼란과 광기 속 ‘마르코’는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단 하나의 타겟, 광기의 추격이 시작된다!
CINE PICK!
배우 김선호의 영화 첫 도전기인데요, '신세계' '낙원의 밤' '마녀'시리즈 등 누아르 장르 액션 히트작들을 내놓은 박훈정감독님의 새로운 신작에 참여하게 되면서 많은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김선호 배우는 기존 드라마에서 많이 보여졌던 다정한 로맨스 남자주인공의 이미지를 벗고 선악의 경계가 불분명한 독한 캐릭터로 연기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대본상에서도 김선호가 연기한 "마르코"라는 인물이 전개 내내 베일에 가려져 있으며, 주인공이 악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피카레스크' 장르를 구사하는 박훈정 감독의 신작 '귀공자'는 더운 여름에 서늘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Spider-Man: Across the Spider-Verse
ⓒ 네이버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액션, 모험 | 미국 | 140분
감독: 조아킴 도스 샌토스, 켐프 파워, 저스틴 톰슨
출연: 샤메익 무어, 헤일리 스테인펠드 등
개봉: 2023.06.21.
배급: 소니픽처스코리아
시놉시스
스파이더맨 VS 스파이더맨?! 여러 성장통을 겪으며 새로운 스파이더맨이 된 ‘마일스 모랄레스’. 그 앞에 다른 평행세계의 스파이더우먼 ‘그웬’이 다시 나타난다. 모든 차원의 멀티버스 속 스파이더맨들을 만나게 되지만, 질서에 대한 신념이 부딪히며 예상치 못한 균열이 생기는데… 상상 그 이상을 넘어서는 멀티버스의 세계가 열린다!
CINE PICK!
정식 개봉 직후, 전작에 이어서 압도적 호평을 받으며,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의 또다른 예시가 될거라는 평들이 나왔습니다. 전편의 가장 큰 특징이었던 코믹스 스타일의 영상미는 이번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멀티버스 소재를 확장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현란해졌으며 동시에 엄청난 양의 각종 스파이더맨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소수 평론가들은 전편에 비해 과도한 현란함을 지적했지만 대다수의 관객과 평론가는 전편을 넘어선 실험적 시도에 높은 평가를 주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달에 개봉하는 <플래시>도 멀티버스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어 두 영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 오브 러브
Book of Love
개요: 코미디, 멜로 | 미국 | 106분
감독: 아날레인 칼 y 메이어
출연: 샘 클라프린, 베로니카 에체귀 등
개봉: 2023.06.21.
배급: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시놉시스
“내 책이 19금 야설이 됐다고?”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던 영국의 로맨스 소설가 ‘헨리’ 어느 날 바다 건너 멕시코에서 자신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부푼 꿈을 안고 도착한 멕시코, ‘헨리’는 가이드를 자처한 번역가 ‘마리아’와 함께 북 콘서트에 나서는데, 이거, 제대로 통역하는 거 맞나요? 무언가 이상한 관객들의 반응! ‘헨리’는 그의 로맨스 소설이 ‘마리아’로 인해 19금 야설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사건건 으르렁, 하나부터 열까지 안 맞는 두 사람! 당장 영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와중, ‘헨리’는 출판사로부터 ‘마리아’와 함께 신작을 써보라는 황당한 제안을 받게 되는데… ISTJ 영국 남자 X ENFP 멕시코 여자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의 소설은 과연 어떤 장르가 될지? 예측불가! 소통불가! 로맨스
CINE PICK!
<헝거게임> <미 비포유>에 출연했던 샘 클라프린, '내 이름은 후아니'로 고야상 최우수 신인여배우상, 밀라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여러 상을 휩쓴 베로니카 에체귀가 만난 로맨틱 코메디 영화!
멕시코 거리에서 선남선녀의 로맨틱 코미디가 기대되는 영화입니다.
굿바이
Departures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일본 | 130분
감독: 타키타 요지로
출연: 모토키 마사히로, 히로스에 료코
개봉: 2023.06.21. 재개봉
배급: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주)팝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도쿄에서 첼리스트로 활동하던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는 갑작스런 악단 해체로 아내 ‘미카’(히로스에 료코)와 고향으로 돌아간다. “연령, 경험 무관! 정규직 보장!” 여행사 구인 광고로 면접을 보고 바로 합격! 그러나 여행사는 국내도, 해외도 아닌 인생에서의 마지막 여행인 죽음을 배웅하는 장례지도회사! ‘다이고’는 ‘이쿠에이’(야마자키 츠토무)에게 일을 배우며 사명감을 갖게 되지만, ‘미카’와 주변 친구들은 그를 피할 만큼 새 출발을 반대하는데… 모두에게 전하는 사랑의 인사, “다녀오세요. 다시 만나요, 우리”
CINE PICK!
<굿바이>는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쥐었던 작품으로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아 이미 해외 유수 영화제와 평단을 사로잡은 작품입니다. <굿바이>는 장례지도사라는 신선한 소재를 바탕으로 인생의 끝이라고 여겨지는 ‘죽음’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이야기를 잔잔하고 따뜻하게 풀어낸 웰메이드 힐링 무비입니다. 일본 특유의 장례 문화가 깃든 신선한 소재를 가장 보편적인 감성으로 전한 따뜻한 이야기에 세계 각국의 언론과 평단이 열광했습니다. 올 한 해, 힘들고 지친 일이 많아 그 무엇보다도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만큼 11년 만에 다시 극장을 찾은 <굿바이>는 우리 모두에게 진한 감동의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명탐정코난: 하이바라 아이 이야기 ~흑철의 미스터리 트레인
Detective Conan: The Story of Ai Haibara: Black Iron Mystery Train
ⓒ 네이버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액션, 스릴러, 미스터리 | 일본 | 89분
감독: 미야시타준이치
출연: -
개봉: 2023.06.23.
배급: CJ ENM
시놉시스
운행 중에 추리 게임이 진행되는 미스터리 트레인에 소년 탐정단과 함께 탑승하게 된 하이바라 아이와 에도가와 코난. 미스터리 트레인에서 시작될 추리 게임에 대한 기대도 잠시, 소년 탐정단에게 의문의 미션이 담긴 봉투가 도착하고 곧이어 열차 내 밀실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한편, 사라진 조직원인 셰리를 추적하고 있는 검은 조직의 진은 미스터리 트레인에 그녀가 탔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베르무트, 버번까지 합세해 하이바라 아이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게 된다! 미스터리 트레인, 그 안에서 발생된 밀실 살인 사건의 진실은!? 하이바라 아이는 검은 조직의 눈을 피해 무사히 도망칠 수 있을 것인가?
CINE PICK!
누적 발행부수 2.7억 권을 돌파한 최고의 추리 만화 [명탐정 코난] 원작의 '명탐정 코난: 하이바라 아이 이야기 ~흑철의 미스터리 트레인'이 7년만에 등장한 검은 조직에 대한 스토리를 공개해 눈길을 끌고있는데요.
'명탐정 코난: 하이바라 아이 이야기 ~흑철의 미스터리 트레인'은 신이치를 위기에 빠지게 했던 독약 APTX4869(아포톡신4869)를 개발한 검은 조직의 코드명 '셰리'에서, 정체를 숨기고 코난과 함께 지내고 있는 '하이바라 아이'의 최대 위기 상황을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애니의 극장판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다시 재개봉한 명탐정 코난도 많은 사랑을 받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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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틀'해져버린 가이 리치의 ‘언젠틀 오퍼레이션’
신사답지 못한 작전(‘언젠틀 오퍼레이션’, 원제는 ‘The Ministry of Ungentlemanly Warfare’)은 어쩌면 가이 리치를 위한 최고의 영화였을지도 모른다. 가이 리치의 이전 영화는 종종 감독 특유의 인장과도 같은, 영화의 전체적인 질감과 어울리지 않는 튀는 연출로 비판을 받았다. 이를테면, 〈맨 프롬 UNCLE〉과 〈킹 아서: 제왕의 검〉 같은 영화에서 가이 리치는 각각 진지한 스파이물, 시대물에 게임 액션처럼 보이는 과장된 장면을 넣어 영화의 톤을 깨뜨리곤 했다. 그러나 점차 원숙해지면서는 〈알라딘〉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능숙하게 성공해내는 감독의 면모도 보였고, 무엇보다 〈젠틀맨〉, 〈캐시트럭〉과 같은 범죄 영화에서는 자신이 남성성과 남성성이 순환하는 세계를 장르 영화로 만들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을 입증해 보였다. 심지어 〈젠틀맨〉의 성취에 힘입어 감독 자신이 이를 시리즈화해 넷플릭스에서 〈젠틀맨: 더 시리즈〉를 선보이기도 했다(아쉽게도 완성도는 영화에 한참 못 미친다.) 그래서 기대가 됐다. 영화의 제목이 감독의 스타일, 재능과 잘 어우러질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아쉬웠다.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가이 리치가 만든 좋은 영화가 보여준 덕목 중 제대로 갖춘 것이 거의 없어 보인다. 실화에 바탕을 둔 ‘신사답지 못한’ 작전의 내용은 이렇다. 나치의 유보트가 바다를 장악해 해로가 막힌 상황. 처칠은 불리한 전세를 뒤집기 위해 유보트에 꼭 필요한 보급품을 실은 배와 그 배가 정박한 항구, 독일군을 소탕할 계획을 세운다. 불가능에 가까운 난이도였기에 작전은 거칠 수밖에 없었고, 이 작전이 국내의 화친파를 자극할 수 있기에 극비여야만 했다. 이에 목숨을 버려서라도 나치에 대항할 만한 사연이 있는 사람들과 자기만의 특기가 있는 ‘문제 있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문제는 메인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의 작전보다 이들이 수월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항구에서 사전 정지 작업을 하는 자들, 즉 보조 작업을 하는 요원들의 임무가 더 매력적이라는 점이다. 이들의 역할은 전통적인 스파이가 할 법한 일이라는 점에서는 ‘젠틀’하다. 또 나치에게 보급품을 대는 흑인 사업가와 팜므파탈로 분한 비밀 요원의 캐릭터 완성도, 이를 소화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언젠틀 오퍼레이션’에서 이들의 역할은 어쨌든 ‘보조적’이다.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은 요원들은 카리스마도, 긴장감도, 선사하는 액션의 재미도 그럭저럭인 데 반해, 영화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맡은 자들, 그러니까 ‘신사다운’ 자들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부수적 작전이 주요 작전을 잡아먹어버리는 것이다.
자꾸 외적인 요소로 요원들이 펼치는 작전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화친을 목적으로 비밀 작전을 방해하려 드는 장군과 처칠의 명에 따라 작전을 성공적‧비공식적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자들 사이의 갈등이 나오는 장면이 ‘언젠틀 오퍼레이션’의 긴장감과 중요성을 환기할 뿐, 정작 작전의 주인공들이 그 위험성을 입증해 보이지는 못한다.
그러니까, 역설적이게도 실화 배경, 매력적인 서브 플롯을 비롯한 극의 구성 등의 요소가 빛날수록 정작 영화에서 가장 빛나야 할 것들의 평범함이 폭로되고 만다. 이왕 실화라는 알리바이를 획득한 이상, 조금 더 가이 리치의 솜씨를 듬뿍 발휘해 스펙터클을 극대화하거나 독특한 캐릭터의 케미를 극화하는 방식으로 과감하게 나아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반대로 실화라는 무게감에 눌렸기 때문이었을까. 가이 리치가 어울리지 않게 다소 ‘젠틀’했다는 느낌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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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다리 안쪽에서
-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빛을 품게 되는 단어들이 있다. 의미가 크게 변하지 않아도 사회 흐름 속에서 그 농도나 채도 어딘가가 달라지는 것이다. '자수성가'도 그렇다. 70년대와 지금의 느낌이 많이 달라져 있고, 앞으로도 더 달라질 단어가 아닐까 싶다. '자自'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조차 점차 불분명해지고 있다.
<화이트 타이거>의 발람을 보며 함께 떠오른 인물은 <힐빌리의 노래> 주인공 JD였다.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인데, 소설 <힐빌리의 노래>는 개인의 지극히 자전적인 소설임에도 트럼프 시대를 이해하는 실마리가 되어준다고 언론의 주목을 받던 책이다. 그 이유를 찾아 JD의 회고를 따라가 본다.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인턴 면접을 앞둔 시점, JD는 갑작스럽게 누나 린지의 전화를 받는다.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있다고 항변해 보아도 어쩔 수 없어, 그는 먼 길을 달려 다시 고향으로 향한다. 영화는 그의 여정을 따라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비추어 보이며 가족 전체를 훑어내린다. 정장을 차려입고 고고하게 앉아있는 변호사 무리가 대놓고 무시하는, 켄터키 지역 노동자 계층이 그의 뿌리다.
다소 거친 이웃들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고성 오가는 싸움을 벌이는 이웃들. 그래도 영구차 앞에서 모자를 벗어 예를 갖추고, 문제가 있으면 인맥을 동원해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다. 힘내라고 다정한 말을 건네지는 않지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툭 건네거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평범한 이웃들이다. 단지 사회의 어떤 시스템에 훌륭하게 안착하지 못했을 뿐이다. JD의 엄마 베브도 예외는 아니어서 민들레 홀씨처럼 붕붕 떠다니며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생활한다. 아들에게 자기 실수를 미안하다 인정하며 찡긋 웃는 모습은 분명 사랑스럽지만, 아이들보다 훨씬 불안정한 상태다.
오늘의 JD는 분명 이들과 다른 곳에 서 있다. 세상이 말하는 "좋은" 일에 더없이 다가서서, 고상하고 가진 것 많은 사람들과 자신의 뿌리 사이에 중간자 같은 자리에 서 있다. 소위 개천에서 난 용이지만 실은 불안한 자리다.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 옆의 자신이 황새 옆의 뱁새처럼 느껴지는 자리. 거기서 미끄러질까 불안한 자리. 자신이 뿌리 내리고 살아온 토양이 남들 눈엔 약점으로 비칠 거라는 사실을 깨달아버린 당혹스러운 자리.
거기서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다. 자기 뿌리를 끊어낼 수도 없고 답습할 수도 없는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성장을 다하는 것. 어떤 출발점에서든 한 번에 한 발짝씩만 멀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나아가는 것. 김애란의 단편에 밑줄을 그으며 생각한 적 있다. 그런 작은 한 걸음들이 이어져 우리를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는 걸.
아무리 바빠도 음식을 플라스틱 용기가 아닌 접시에 담으려고 노력하는 건 내가 부모 세대와 반 발작 다르게 사는 법이다. 말은 반보라지만 실은 결정적으로 다르게 사는 방식. (...) 평소 재이에게도 음료를 병째 마시지 말고 컵에 따라 먹으라고 잔소리한다. 그렇게 작은 것들이 나중에 큰 걸 지켜주기도 한다고.
_<가리는 손>, 김애란.가끔 개천에서 나는 용의 소식들이 어디선가 들려오지만, 더러 누구에겐가 잭팟이 터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오지만, 그 또한 실은 모든 한 걸음의 총합이리라는 것을. 하물며 이무기도 아니고 카지노에 앉아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보통 날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한 발짝 두 발짝은 대단한 진전이라는 것을.
JD와 린지 또한 그렇게 한 발짝씩 엄마의 자리에서 걸어나왔다. 베브의 전철을 밟지는 않은 건 분명 그들의 노력이었다. 베브는 자신이 누리지 못한 것, 받지 못한 것들에 대한 회한을 쏟아내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다. 그 회한도 부모 세대에게서 온 것이지만. 린지는 그런 엄마에게 품었던 모든 회환까지 끌어안으며 자기 삶을 받아들인다. JD도 마찬가지다. 끝내 가족을 놓치지 않으면서 가족의 회한에서는 한 발짝 멀어진다. 그 뒤에는 할머니의 존재가 있었다.
할머니는 어린 시절부터 그를 강단 있게 가르친다. 먼저 싸우지 말되, 누군가 싸움을 걸어오면 꼭 그 싸움을 끝내라고. 어떻게든 가족이 도와줄 거라고 안정감을 전해주는 동시에, JD가 이 자리에 만족하고 멈추지도 않게 만든다. 계속 공부하고 노력하게 손주를 독려하고, 삐뚤어질 틈을 주지 않는다. 힘든 상황에서도 기준을 잃지 않게 가르치면서 동시에 엄마와의 끈이 끊어지지도 않게 하는 존재다.
할머니는 노력해도 안되는 일 투성이인 세상에서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고 JD를 호되게 가르친다. 그런 할머니의 가르침 덕분에 JD는 '한 발짝'의 차이를 가질 수 있었다. 등딱지에 상처 입은 거북을 보고 떼어버리자는 친구와 달리, 곧 나을 거라고 제대로 된 곳에 놓아주는 마음을. 힐빌리의 남성들에게서 흘러내리는 폭력이 불량한 십대들에게서도 터쳐 나올 때 그들과 끝까지 함께하지 않는 선택을. 훗날 성인이 된 JD가 아이들과 여자의 목소리 앞에서 감정 분출을 멈추었을 때, 실은 문 뒤에 숨어있던 더 큰 폭력도 함께 멈춘 것처럼. 아주 작은 것에서 작은 것으로, 그렇게 변해가고 나아지는 것이다.
때문에 이 영화는 입지전을 이뤄낸 인물의 '감동 실화'로 많이 평가받는다. 노력의 힘을 가르치는 할머니와 그 말을 따른 끝에 성공한 손주라는, 그럭저럭 좋은 그림을 만들어냈으니까.
자기 자신이 싫어지고, 다 남 탓을 하고 싶어지고, 그래도 조금씩 계속 성장하기를 선택하는 것. 물론 중요하다. 옛날 같으면 모두에게 '감동 실화'였을 이런 이야기는 이제 반쪽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이는 공허한 울림이 되어 버렸다.
이 영화에는 노력의 뿌듯한 성과 못지않게,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면들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깨닫게 하는 면면이 담겨 있다. 이는 불평등과 역차별을 외치는 백인 남성들에게는 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없는, 이를테면 <화이트 타이거>의 발람 같은 이들에게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꿔볼 것들이다.
JD가 사는 세계에는 아동보호에 민감한 시스템이 있다. 도움을 요청하며 이웃집에 뛰어들어가면 상대가 아이의 부모라 해도 곧장 신고를 하고, 경찰이 금방 온다. "너에겐 일상일지 몰라도 이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주는 어른이 사회에 있다. 물론 그런 어른들조차 닿을 수 없는 세계가 가족이지만, 최소선의 유무는 누군가의 생명을 가르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어렵기는 해도 JD가 노력으로 뭔가 바꿔볼 여지가 있었다는 점, 노력이 성과로 이어질 거란 믿음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는 것 또한 큰 차이다. 노력과 성과에 일정한 비례 관계가 있다고 믿는 사회에서 JD의 할머니는 무료 음식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그 모습을 보며 JD는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일을 돕는다. 지원이라곤 없는 나라, 노력의 의미가 내팽개쳐지기 십상인 나라에서라면 다른 모습을 보였을지 모른다. 발람의 할머니가 발람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절로 떠올리게 된다.
노력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JD과 린지가 한 발짝씩 나아간 것도 결국은 그들의 노력이었다. 용서하겠다는, 나아가겠다는 노력. 그러나 노력이란 단어의 빛이 점차 바래가는 느낌을 부정할 수 없다. JD는 분명 선량한 인물이고 <힐빌리의 노래>는 그만하면 제법 아름다운 이야기지만, <힐빌리의 노래>를 위시하는 자들에게서 느껴지는 불편함은 그 때문이다. 특권의 존재를 감춘 채 노력만 언급하는 자들의 방패막이로 휘둘렀다는 점.
세상에서 더 이상 정공법은 성공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가끔 불안과 함께 불쑥불쑥 올라온다. 불로소득이 노동소득을 이긴 지 오래되었으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층이 생겨 서로 볼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극도의 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해져 버렸고, 어딘가 뒤틀려 있고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뿐이다.
"아니, 우리는 누군가를 따라잡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항상 앞으로 나아가는 것. 밤이나 낮이나, 동료 인간들과 함께, 모든 인간들과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그 행렬이 앞뒤로 너무 길어지면 안된다. 그렇게 되면 뒤에 선 사람들이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즉 인간이 더 이상 서로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점점 더 드물게 만나고, 점점 더 드물게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위의 구절을 외웠던 기억이 난다. 두리토에게 누구의 말이냐고 물었더니, 아마 파농인 것 같다고 했다.
_<A가 X에게>, 존 버거.그러나 이 또한 오늘날의 인류에게 떨어진 과제일 뿐이다. 우리는 화평과 고통을, 미와 추를 함께 물려받는다. 힐빌리뿐 아니라, 화이트 타이거뿐 아니라 우리 모두. 누군가에겐 기회가 적게 열려 있고, 누군가에겐 그나마도 차단되어 있는 이 세상을 우리는 계속 인지하고 고민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끌어안으면서. 바톤 터치를 하면서. 눈 부릅뜨고 반 발짝씩 어제의 우리와 멀어지면서. 좁은 문을 열어가면서. 다음 사람을 위해 그 문을 잡아주면서. 서로를 위해 기꺼이 밤을 새우는 이들과 이야기하면서. 마음 아파하면서. 포기하지도 않되 누군가를 경멸하지도 않으려고 애쓰면서.
그렇게 서로 만나면서.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선이정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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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2021)' 예고편 분석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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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제임스 건
제작: 찰스 로븐, 피터 새프런, 월터 하마다 (기획), 잭 스나이더 (기획), 데보라 스나이더 (기획)
각본: 제임스 건
출연: 마고 로비, 이드리스 엘바, 존 시나, 조엘 킨나만 외
장르: 슈퍼히어로 영화, 액션
음악: 존 머피
촬영 기간: 2019년 9월 23일 ~ 2020년 2월 28일
제작사: DC Films logo, 사프란 컴퍼니, 아틀라스 엔터테인먼트, 트롤 코트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개봉일: 2021년 8월 6일영화정보
감독: 데이비드 에이어
각본: 데이비드 에이어
제작: 리처드 서클, 찰스 로븐, 콜린 윌슨 (기획), 잭 스나이더 (기획), 데보라 스나이더 (기획), 제프 존스 (기획)
출연: 윌 스미스, 마고 로비, 비올라 데이비스, 자레드 레토, 조엘 킨나만, 자이 코트니 등
촬영: 로만 바시야노프
장르: 슈퍼히어로 영화, 액션
음악: 스티븐 프라이스
촬영 기간: 2015년 4월 13일 ~ 2015년 8월 24일[1]
제작사: DC 엔터테인먼트, 랫팩-듄 엔터테인먼트, 애틀러스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개봉일: 2016년 8월 3일
상영 시간: 123분
제작비: 1억 7,500만 달러
마케팅비: 1억 5,6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325,100,054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746,846,894 (최종)
국내 총 관객수: 1,898,121명 (최종)등장인물/캐릭터
할린 퀸젤 / 할리 퀸 - 마고 로비
로버트 듀보이스 / 블러드스포트 - 이드리스 엘바
크리스토퍼 스미스 / 피스메이커 - 존 시나
릭 플래그 - 조엘 킨나만
조지 하크니스 / 캡틴 부메랑 - 자이 코트니
싱커 - 피터 카팔디
폴카도트맨 - 데이비드 더스트몰치언
랫캐처 - 다니엘라 멜키오르
사반트 - 마이클 루커
술 소리아 - 앨리스 브라가
블랙가드 - 피트 데이비슨
마테오 수아레스 - 호아킨 코시오
실비오 루나 - 후안 디에고 보토
틸라 - 스톰 리드
T.D.K. - 네이선 필리언
? - 타이카 와이티티
존 이코노모스 - 스티브 에이지
위즐 - 네이선 필리언
? - 타이카 와이티티
존 이코노모스 - 스티브 에이지
위즐 - 숀 건
자벨린- 플룰라 보르크
플로 크로울리 - 티나시 카제세볼덴
에밀리아 하코트 - 제니퍼 홀랜드
루이스 - 훌리오 세자르 루이즈
킹 샤크 - 실베스터 스탤론 (목소리)
아만다 월러 - 비올라 데이비스
스타로 - ?#더수어사이드스쿼드 #수어사이드스쿼드 #수어사이드스쿼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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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인사이드 60초 예고편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텐 링즈’의 힘으로 수세기 동안 어둠의 세상을 지배해 온 ‘웬우’
'샹치’는 아버지 ‘웬우’ 밑에서 암살자로 훈련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평범함 삶을 선택한다.
그러나 ‘샹치’는 목숨을 노리는 자들의 습격으로 더 이상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하고,
어머니가 남긴 가족의 비밀과 내면의 신비한 힘을 일깨우게 된다
벗어나고 싶은 과거이자, 그 누구보다 두려운 아버지 ‘웬우’를 마주해야 하는 ‘샹치’
악이 될 것인가? 구원이 될 것인가?
마블의 새로운 시대,
세상에 없던 힘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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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고스팅 글로리아> 메인 예고편
책에 대해선 모르는 게 없는 서점 직원 글로리아.
30살이 되는 올해에도 연애에는 시큰둥하기만 한 모태솔로 그녀는
사랑 충만한 윗집 커플의 야릇한 층간 소음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다 결국 이사를 결심한다.
새집에서의 첫날밤, 정체불명의 존재로 인해 생애 첫 오르가즘을 느낀 글로리아는
하루하루 새로운 경험을 통해 사랑의 즐거움에 눈뜨게 되고.
그러던 어느 날, 서점 고객으로 만난 앙헬에게 호감을 느끼고 데이트를 시작하자
매일 밤 글로리아를 찾던 ‘그’ 존재는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고 마는데…
일도, 사랑도 성공하고 싶은 글로리아의 앞날은 과연?!TRANSLATE with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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