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엘2023-04-08 23:32:34
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이 장기 이식을 한 사람의 성격까지 닮는다고 하는 무서운 이야기
<나는 여기에 있다> 영화 특별 시사회 후기
시놉시스
김규종(정진운)은 18살에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 이후로 성격이 이상해지면서 식당에서 알바를 하던 중에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는 자신의 친구들 중 한 명을 식칼로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다. 선두(조한선)는 후배 형사(정태우)와 함께 이번 살인 사건의 경위를 알아보다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그건 바로 자신이 과거에 검거하려 한 강철웅이라는 살인자가 죽기 직전에 김규종(정진운)에게 심장을 이식했다는 거다. 과연 강철웅과 김규종(정진운) 이 둘은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김규종(정진운)에겐 여자친구인 예리가 있었다. 살인 사건의 발단은 자신의 여자친구를 친구들이 성희롱을 하면서 강간을 계획하려고 하자 참지 못해 친구들 중 한 명을 죽이게 되고 나머지 두 명까지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하게 된다. 또한 석두(조한선)도 과거에 강철웅을 잡으려다 강철웅에게 칼에 찔려 중태에 빠졌고 폐 이식 수술을 받았는데 그 공여자가 강철웅이라는 걸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에게 듣고 충격에 빠진다. 그리고 공여자가 수혜자에게 장기를 이식하게 되면 성격까지도 닮게 된다는 걸 이 영화가 설명해 주고 있는데 사실인지 낭설인지는 필자는 잘 모르겠다.
사실 김규종(정진운)의 친구들은 폭행, 사기 전과 7범이었고 배달 일을 한다. 그중 한 명은 일하는 시간에 경마장을 갔다 왔고 불량한 태도로 일을 했으면서 사장에게 큰소리를 치며 월급을 주라는 말 때문에 해고를 당한다. 뻔뻔하면서 막장 인생인 이들에게 김규종(정진운)의 여자친구인 예리는 자신들의 타깃이 되었고 예리가 편의점 알바를 끝나는 틈을 타 범행을 계획하려고 한 것이 결국 살인이 되어 돌아왔다. 후배 형사(정태우)가 이들에게 한 번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말까지 했을 만큼 악독하고 거짓말까지 하는 걸 보면 정말 자업자득이고 인간의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영화 나는 여기에 있다는 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이 장기 이식을 한 사람의 성격까지 닮아가게 된다는 걸 다루고 있다. 공여자가 했던 습관들이나 행동들이 수혜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영화가 주는 메세지는
한 번의 장기 이식이 평생을
좌우한다.
하니엘의 주관적인 영화 명언(?)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영화 리뷰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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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하고, 더럽고, 수치스럽고, 아름다운 사랑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초청받은 시사회에서 감상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내게 일은 이미 일어났다, 그것은 금지된 무엇이었다. 특별하고, 더럽고, 수치스럽고, 아름다운.”
헤르타 뮐러의 소설 <숨그네>에서 본 이 구절에 오랫동안 매료되었다. 특별하고 아름답다는 말이 더럽고 수치스럽다는 말과 만나 빚어진 독특한 매력이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지만 너무 좋았다는 감정은 확실했다. 소설에서 저 말은 레오폴트라는 소년이 동네의 남자들과 몰래 한 ‘랑데부’를 가리키는 말이다. 세계대전이 뒤덮은 끔찍한 세상에서 소년에게 중요한 건 동성애라는 비밀이었다. 끔찍할 정도로 죄책감이 드는데도 ‘금지된 무엇’에 이끌릴 수밖에 없는 소년의 마음이 저 한 문장에 완벽하게 담겨있다.
좋아하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저 문장을 좋아하기만 했지, ‘특별하고, 더럽고, 수치스럽고, 아름다운’ 게 어떤 건지 제대로 이해한 적은 없었다. 어쩌면 나는 오히려 그 이해 불가능성 때문에 저 문장을 여태 좋아했을 것이다. 그렇게 몇 년 동안 내 마음에 간직되던 문장은 최근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 <퀴어>를 보고 갑자기 막연하게 예쁜 문장에서 처절한 문장으로 달라졌다. <퀴어>를 보고 생각했다. 원래 사랑은 특별하고, 더럽고, 수치스럽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내가 빠져든 건 네 찬란함일까, 젊음일까” 1950년대 멕시코시티. 미국에서 도망친 뒤 마약과 알코올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작가 리.
함께할 수 있는 상대라면 누구든 상관없었던 리는 태양이 마지막 열기를 태워내며 타오르는 오후에 아름다운 청년 유진을 만나 첫눈에 빠져든다.
노골적인 관심과 구애 끝에 유진과 특별한 밤을 보낸 리. 하지만 마음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유진의 태도에 리는 점점 더 그를 갈망하며 집착하게 되는데…
루카 구아다니노가 빚어내는 사랑
<퀴어>의 줄거리 정보와 예고편을 보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역시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대표작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일 것이다. 똑같이 두 남자의 사랑을 다뤘고, 뜨거운 여름을 배경으로 복고 감성의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인 점, 그리고 두 작품 모두 소설을 원작으로 다뤘다는 점이 그러하다. 나 역시 영화를 보기 전까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기대하고 있었다. 초반부는 예고편에서 느낀 감상과 비슷했지만, 비슷한 건 겉으로 드러나는 연출 분위기일 뿐 오히려 정반대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인상을 받았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여름 한 철에 피어오른 불꽃 같은 사랑 이야기다. 아빠의 연구 작업에 따라간 엘리오와 엘리오의 아빠와 연구를 함께하는 올리버. 두 사람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사랑을 찾았고, 열병을 채 끝내기도 전에 이별을 맞이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만이 기록된 사진과 같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이 영화의 여운을 즐기는 것도 찬란함만 남은 미완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퀴어>는 시작부터 다르다, 미국에서 도망쳐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주인공 '리'는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줄 남자를 찾느라 바쁘다. ‘예상치 못한 운명적 사랑’은 이 영화에서 처음부터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리는 사춘기 소년 엘리오처럼 젊고 아름답지도 않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앤드루 숀 그리어의 소설 <레스>가 떠올랐는데, 두 작품 모두 중년 게이의 자기연민을 다루기 때문이었다(직업도 모두 작가다). <레스>에서는 그 이유가 명확하게 나온다. 자신보다 먼저 태어난 선배 게이들은 모두 일찍이 에이즈에 걸려 죽었기 때문에 앞으로 이어질 삶의 레퍼런스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리에게도 똑같은 불안을 느꼈다. 1950년대에 리의 롤모델이 되어줄 선배 게이가 나타날 리가 없다(아예 없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위험천만한 삶을 지탱한 건 젊음이었는데, 이를 잃어버린 삶은 끔찍할 정도로 불안하고 지루했을 것이다.
마음에 드는 남자만 보면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진’은 특별한 이끌림을 준다. 동성애자가 아닐 수도 있는 유진에게 시간을 할애하는 것부터 리가 그를 한순간의 쾌락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럼 유진과 비로소 아름다운 사랑을 펼치나? 아니다. 오히려 리는 유진과 가까워질수록 자신과 달리 젊고 찬란한 그를 보며 불안하고 조급해진다. 가닿았다고 느끼면 발을 빼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유진은 존재 자체로 리를 초라하게 만든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물론이고 아들의 친구를 사랑한 <아이 엠 러브>, 식인종의 사랑을 다룬 <본즈 앤 올>, 테니스를 소재로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한 두 친구의 팽팽한 긴장 관계를 보여준 <챌린저스>까지 그동안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빚어낸 사랑은 형태는 다양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진심이라는 것만은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퀴어>는 아니다. <퀴어>에서 유진은 철저히 타자화되고, 리의 감정만이 선명하게 전달된다.
유진을 사랑하고 난 뒤로 ‘방탕한 소설가’에 지나지 않았던 리는 한없이 찌질해지기도 하고 비굴해지기도 하고 불안해지기도 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이며 그에게 집착한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두 사람이 어떤 사랑을 했느냐’가 아니라 ‘사랑에 빠진 리가 어떻게 변하느냐’이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앞선 영화들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감각적으로 묘사했다면, <퀴어>는 더 깊이 들어가 사랑이라는 게 뭔지, 사랑에 빠진 인간의 내면이 얼마나 추잡해질 수 있는지, 우리는 왜 사랑에 빠지는지 질문한다.
리와 함께 이 질문을 파고들던 나는 영화를 다 보고 느꼈다. 사랑은 원래 추잡하구나. 사랑은, 특별하고, 더럽고, 아름답고, 수치스러운 것이구나.
내가 사랑하지 않는 이유
<퀴어>는 제목 그대로 정말 기묘한 작품이다. 사랑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괴로운 것도 처음이었다. 영화를 볼 때 주인공에게 공감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인데, 리는 매번 나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과 행동만 골라서 했다. 그가 중년 게이라서가 아니다. 사랑에 대한 태도가 나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난 사랑 앞에서 저렇게 처절해지고 싶지 않다.
멜로 영화는 대부분 사랑의 아름다운 점을 보여주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는 내가 사랑을 기피하는 포인트를 알게 되었다. 나는 리가 마음을 알 수 없는 유진에게 집착할 때, 유진의 곁에서 약물 부작용으로 추한 모습을 보일 때 제발 그만하라고 마음속으로 절규했다.
사람은 무언가를 좋아할 때보다 싫어할 때 진심이 드러난다. 리의 특정 행동이 괴로울 때마다 영화가 나를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그렇다. 나는 확신할 수 없는 상대에게 애정을 쏟아붓는 게, 타인에게 내 밑바닥을 보이는 게 너무 괴로워서 사랑이 두려웠다. 나는 사랑 때문에 그 무엇도 감수하고 싶지 않다. 영화를 보는 내내 리에게 묻고 싶었다. 정말로 사람은 외로운 것보다 괴로운 게 나은 걸까?
나의 지나간 사랑을 생각하면 방어적으로 군 기억밖에 없다. 나 자신이 너무 싫으니까 상대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며 함부로 그 마음을 과소평가하고, 나의 결핍은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숨기기에 급급했다. 괴로운 것보다 외로운 게 나은 나는 상대가 누가 되었든 내 결핍을 모를 수 있는, 안다고 해도 내가 개의치 않을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해야만 마음이 편했다. 그래서 유진과 함께할수록 오히려 더 처절해지고 외로워지는 리에게 그만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실 마음 한편으로는 그렇게까지 사랑에 자신을 내던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영화를 보고 반성했다거나 앞으로 열렬하게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하진 않았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은 다르고, 난 지금 내 삶의 방식이 마음에 든다. 다만, <퀴어>를 통해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사랑의 심연을 확인하고, 저런 형태의 사랑도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
루카 구아다니노 필모그래피 중에서 <퀴어>는 지난 작품에서의 사랑을 모두 종합해서 결론을 낸 느낌이 든다(물론 그는 이후로도 왕성하게 활동할 것이다. 그러기를 바란다). <아이 엠 러브>의 위태로운 금기의 사랑과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여름 한 철의 낭만적인 사랑, <본즈 앤 올>의 끔찍하고 절절한 사랑과 <챌린저스>의 자극적인 사랑을 지나 당도한 <퀴어>의 사랑이 내게 말한다.
사랑은 원래 특별하고, 더럽고, 수치스럽고, 아름답다고. 그건 너라는 존재도 마찬가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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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음표처럼 날아가
DIRECTOR. 장-클리스토페 로저, 줄리엔 청
CAST. 랑베르 윌슨, 폴린 브뤼너 외
SYNOPSIS. 세상의 편견을 뛰어넘은 절친, 음악가 곰 ‘어네스트’와 꼬마 생쥐 ‘셀레스틴’! 둘은 ‘어네스트’의 망가진 바이올린을 고치러 그의 고향 ‘샤라비’로 향한다. 오랜만에 찾은 거리에는 음악이 금지되어 침묵만이 흐르고 ‘어네스트’의 숨겨진 과거가 드러나는데… 사라진 멜로디를 되찾기 위한 ‘곰’과 ‘생쥐’의 특별한 우정이 다시 시작된다!
POINT.
✔️ 벨기에 삽화가 가브리엘 뱅상의 동화책을 원작으로 한 2012년 영화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의 후속작이지만, 원작도 영화도 아무 것도 모르고 봐도 즐겁게 이해하기 충분합니다.
✔️ 귀여운 걸 보고 싶은 사람, 가벼운 마음으로 마음을 환기할 수 있는 산뜻한 영화 보고 싶은 사람에게 딱!
✔️...인 동시에, 묵직하고 유의미한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딱!
✔️ 부드러운 색감의 그림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이 학계 정설...
✔️ 그림체만큼이나 부드러운 재즈 음악이 기분을 수직 상승 시켜줍니다. 이 글은 OST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썼어요.
✔️ 이 모든 것을 80분이라는 산뜻한 러닝타임 안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영화관을 나설 수밖에 없는 영화!
✔️ 6월 11일 롯데시네마에서 개봉했어요.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멜로디 소동>은 둥글둥글 부드러운 그림체로 관객을 끌어안으며 시작한다. 음악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장면은, 처음 보는 사이에도 전차 하나에 다 같이 올라타고 같은 방향으로 즐거이 나아가게 만드는 음악의 힘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단죄의 손가락에 괴로워하다 어네스트가 잠에서 깨면, 초입부터 지향하는 바를 명확하게 한 영화가 비로소 시작된다.
망가진 바이올린을 고치려면 어네스트의 고향 샤라비로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면한 셀레스틴과, 그런 셀레스틴을 따라갈 수밖에 없던 어네스트. 두 사람을 담은 부드러운 색감의 그림도, 캐릭터의 관계성도 귀엽기만 한데 보고 있으면 그 귀여운 세계 안에 현실의 묵직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원래 그런 거...는 없지
어네스트로서도 딱히 가고 싶어한 곳은 아니었지만, 샤라비는 어네스트의 기억 속 과거에서 더 착잡한 변화를 겪고 있다. 샤라비에 도착한 두 사람 앞에는 계속해서 "원래 그런 거야, 다른 식은 없어!(C'est comme ça et pas autrement!)"이라는 말이 떨어진다. 이 도시에서 음악은 계이름 '도' 외의 어떤 음정도 연주할 수 없는, 새 소리조차도 물대포를 쏴서 쫓아내야 하는 것이다. 샤라비에서는 "원래 그런" 것들이, "다른 식은 없"는 것들이 가득하다.
원래 그렇게 정해져 있다는 말은 본질적으로 자가당착일 수밖에 없기에, 가스라이팅이다. 원래 그런 게 어디 있어? 다 누군가가 언젠가 정한 거지. 권위주의의 모순은 여기서 발생한다. 원래 그런 것이어야 하는, 이해가 아니라 복종을 요하는 명제들 또한 한때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 원래 그런 건 없다는 사실. 다시 말해, 지금 그 권위 또한 영원할 수 없다는 사실.
샤라비에서조차 그렇다. 한때는 샤라비에서 "원래 그런" 것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음악이 존재했다. '원래 그런' 것이 변하기도 한다. 이혼한 부부의 집이 문자 그대로 갈라서듯이. 처음부터 그랬을 리 없는 것들에 어설프게 권위를 덧씌우기 위해 존재하는 문장 앞에, 셀레스틴은 순수하게 의문을 표하고 어네스트는 분노한다.
금지는 반사판밖에 되지 못한다
그런 세상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말을 하는 것만으로 저항이 된다고 생각했다. <미생>에 나온 말처럼, 상대가 역류를 일으킬 때 순류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상대의 입장에서 보면 역류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깨달았다. 상대가 역류를 일으킬 때 나는 비로소 순류가 되는구나.
다시 말해 금지만큼 정체성을 공고히 해주는 것은 없다. 음악을 금지한다는 건 음악가들의 정체성이 음악임을 그 누구보다 굳건히 인정하는 일이다. 마치 자유 없는 나라에서 자유의 의미가 더욱 선명히 아로새겨지듯이. 민주주의를 '타는 목마름으로' 부르는 곳은 독재와 권위주의에 짓눌린 사회이듯이.
음악가들을 가두는 경찰의 열쇠는 높은음자리표 모양이고, 쫓고 쫓기는 경찰과 '음악 레지스탕스'들의 모양은 멀리서 보면 음표가 된다. 음악만이 돋보이고 있다. 아무리 강해 보이는 권위주의의 '금지'라도, 멀리서 보면 결국 자신이 금지하는 것을 선명히 강조하는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반사판이 되어 더 밝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주는, 그뿐이다.
권위주의의 허약함에 대하여
"원래 그런 거야, 다른 식은 없어!"라는 문장의 또 다른 특징, 자기 실현적인 특성이 여기에 있다. 이 말을 받아들이고 살려면 절대 사유해서는 안된다. 사유하는 순간 다른 방법이 발견되고, 정해지지 않은 길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유하지 않는 이들만이 이 문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데, 그때 비로소 이 문장은 자기 실현적 예언이 된다. 그리고 그 굴레에 빠진 순간 이 문장은 갈수록 허약해진다. 검고 커다랗게 사람을 덮쳐 오지만,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되찾기 위해 싸우는 힘은 강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 보아도 도저히 안되어서, 치열한 사유 끝에 불거져 나오는 힘이니까.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그리고 음악을 구하는 저항 세력은 이미 자신 안에서 휘몰아치는 그림자와 싸워 본 이들이다.
이 영화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찾아본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에서 둘은 이미 자기 사회의 아웃사이더로서 자기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경험이 있다. 게다가 혼자가 아니다. 서로에게 서로가 꿈 속의 괴물이 아님을 명확히 밝힌다.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알아보고 공명할 수 있는, 나아가 서로를 돌볼 수 있는 사이가 된다. 이때도 그들은 스스로의 편견이 만든 공포에 사로잡힌 이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함께이길 택한다. 이들은 또 한 번 그 자리에 선다.
우리는 음표처럼 날아가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처럼 공통의 언어를 찾아 다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이도 있지만, 미파솔로 대변되는 '레지스탕스'의 얼굴을 하고 순류를 꼿꼿하게 유지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그렇지 못한 소시민적 날들이 부지기수다. 손끝에 높은음자리표를 들고서도 음악가를 가둘 수 있는 것이 삶이다. 일상을 맨밥처럼 꾸역꾸역 먹고 사는 날들이 너무 손쉽게 우리를 찾아온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우리를 음악으로 부드럽게 감싸안는다. 이 영화의 오프닝과 수미상관을 이루는 듯한 엔딩은 모두를 주인공으로 보이게 만든다. 음악으로 어우러진 무리 안에는 차별이 없다. 모두가 다르고, 그래서 모두가 풍성하다.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이나 미파솔이 아니어도 우리는 함께 음악을 즐기며 걸어갈 수 있다. 그거면 되지.
그 날을 위해, 지팡이를 짚고 덜덜 떨리는 다리로 걷는 날이 온대도 지팡이 안에 악기 하나쯤은 감춰 두고 살아야지. 그걸 나는 인생의 기세라고 부른다. 나의 기세와 타인의 기세가, 전혀 다른 악기들이 어우러져 음표처럼 날아가는 꿈을 꾼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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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브리 정주행 특집 ③] 코쿠리코 언덕에서 (From Up on Poppy Hill, 2011)
- 지브리 정주행 특집 세번째 영화 -
"오래 됐다고 없애는 건 과거의 기억을 버리는 거야
사람이 세상에 태어났다 죽는 걸 무시하는 거라고!"
코쿠리코 언덕에서, 2011
과거에 남겨져있는 우리들의 낭만을 위하여!
시간이 지나면 지금 이 순간도 낭만으로 기억되는 걸까?
<코쿠리코 언덕에서>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Synopsis
바닷가 마을, 코쿠리코 언덕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는 '우미'는 바다로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매일 깃발을 올린다.
그리고 '슌'은 매일 아침 등교하는 배에서 언덕 위 깃발을 바라보며 답신을 하듯 따라 깃발을 올린다.
한편,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앞둔 일본에서는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다.
학교에서는 낡은 동아리 건물의 철거 명령이 내려오고, 우미와 슌 그리고 학생들은 역사와 추억이 담긴 동아리 건물을 보존하기 위해 운동을 벌이고 청소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우미와 슌은 서로에 대한 호감을 키워가던 중, 우연히 우미의 사진첩을 보다가 서로의 아버지가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좋아하는 감정을 이대로 계속 키워가도 좋을지, 고민하고 혼란에 빠진다.
▶ Review
1. 우리들이 사랑했던 그때 그 선배...?
개인적으로는 <귀를 기울이면>의 세이지보다 이 작품 속 슌이 첫사랑의 이미지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인기 많은 선배 st...
학교 동아리 건물에서 필사를 하다가 우미를 돌아보는 장면이랑 롤러로 드사판을 밀어 신문을 복사하는 장면은 첫사랑 기억을 조작하기 충분했다.
2. 과거를 기억하며 미래를 꿈꾸는 우리들
극 중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낡고 오래된 동아리 건물!
학교 이사장은 낡은 건물을 부수고 새 건물을 짓겠다고 하는데,
깨어있는 학생들은 과거가 있어야 현재도 미래도 있다며 철거 반대 운동을 한다.
나는 일상에서 등장하는 판타지적 요소를 좋아하는 편이다.
다시 말해, 배경도 인물도 전부 현실적인데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일이 일어나는 것들.
예를 들면 아주 운명적인 인연이라던가... 아주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고 사는 집이라던가...
이 작품에서는 이 동아리 건물과 동아리부 학생들이 그랬다.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열정적으로 동아리 활동에 임하지 않았고
그저 하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또는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 정도에 불과했다.
이 작품에 나오는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에 아주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동아리 건물도 다닥다닥 상점마냥 붙어서는 각각의 특성을 자랑하는 게 꽤 매력적이었다.
철거를 반대하기 위해 다같이 애정을 가지고 힘을 모아 동아리 건물을 청소하는 것도 그렇고...
그런 것들이 나에게는 꽤 판타지스럽게 다가왔다.
어떤 일이든 어떤 분야든 열정을 가지고 빠져드는 건 너무나 매력적인 것 같다.
그리고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좋았다.
겉으로 보기 좋은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가치가 변한다.
변하지 않는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으며, 우리는 항상 그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할 때 각각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
3. 막장 아닌 막장? 그때라서 그럴 수 있었던 오해들
이 작품에서는 막장 아닌 막장 요소가 나오는데, 바로 막장드라마의 단골 요소인 '이복남매' 설정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이복남매가 아니었는데
항해를 하다 죽은 친구를 위해 친구의 아이를 대신 키워주게 된 데에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일부러 그렇게 그린건지는 몰라도 우미와 슌 두 사람 굉장히 닮았다...!!)
우리나라만 해도 예전에는 아이가 바뀌는 일이 흔하게 일어났고,
친구들이나 이웃끼리 교류가 많은 시절이었기 때문에
시대적 상황을 생각했을 때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특히)한국인에게는 굉장히 익숙하고 진부한 설정인지라 보면서 읭?? 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물론 그럼에도 아버지 세대의 세 사람의 우정은 보기 좋았다.
p.s 사실 보면서 읭??하게 되는 요소는 하나 더 있는데 바로 한국전쟁에 대한 언급이 잠깐 등장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우미의 아버지가 한국전쟁 때문에 죽은 피해자로 나오는데
사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무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내용이 나오는 게 불편한 건 사실이다.
단 한 마디 대사일 뿐이고 그 이상의 언급이 없긴 했지만 보면서 이미 찝찝해진 기분은 지울 수 없었다.
▶ Best Quotes
1.
오래됐다고 없애는 건 과거의 기억을 버리는 거야.
사람이 세상에 태어났다 죽는 걸 무시하는 거라고!
새로운 것에 매달려 역사를 무시하는 너희들에게 무슨 미래가 있지?
소수자 의견을 듣지 않는 너희들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어!
2.
내가 매일 깃발을 올리면서 아빠를 불렀기 때문에
아빠가, 아빠 대신...
선배님을 보내주셨다고 생각해요.
3.
- 자네들은 여기서 뭐하고 있나?
- 네! 10년간 태양의 흑점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 오호, 10년이라... 그래서 뭐 좀 알아냈나?
- 태양의 수명은 길고! 인간의 인생은 짧고! 아직 아무것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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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5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이번 주 개봉, 또는 공개 예정인 작품들을 소개해 드리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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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청부업자로 변신한 전도연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까지!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한 이번 주 개봉작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
Dungeons & Dragons: Honor Among Thieves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모험, 판타지 | 미국 | 134분
감독: 조나단 골드스타인, 존 프란시스 데일리
출연: 크리스 파인, 미셸 로드리게즈, 레게장 페이지, 저스티스 스미스 등
개봉: 2023.03.29.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한때는 명예로운 기사였지만, ‘어떤 사건’ 이후 ‘홀가’, ‘사이먼’, ‘포지’와 함께 도적질을 하게 된 ‘에드긴’. ‘소피나’의 제안으로 ‘부활의 서판’을 얻기 위해 ‘코린의 성’에 잠입하지만 ‘포지’와 ‘소피나’의 배신으로 실패하고 감옥에 갇힌다. 기발한 방법으로 탈옥에 성공한 ‘에드긴’과 ‘홀가’는 소중한 사람들과 다시 만나고, ‘부활의 서판’도 되찾기 위해 자신만의 팀을 꾸리기 시작하는데… 옛 동료인 소질 없는 소서러 ‘사이먼’과 새롭게 합류한 변신 천재 드루이드 ‘도릭’, 재미 빼고 다 가진 팔라딘 ‘젠크’까지 어딘가 2% 부족한 오합지졸로 가득한 이 팀, 과연 무사히 모험을 끝마칠 수 있을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제작진이 선보이는 매력만점 롤플레잉 액션 어드벤처 무비가 온다!
CINE PICK!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는 이유는 다르지만 하나의 목표로 모인 도적 '에드긴'과 팀원들이 각자의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며 고군분투하는 유쾌한 모험을 그린 롤플레잉 액션 어드벤처 무비입니다. 1974년 미국의 TSR사가 출시한 <던전 앤 드래곤>이라는 게임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만큼 영화화도 여러 차례 이루어졌었는데요, 전부 흥행 참패에 끔찍한 혹평을 받으며 대중에게 외면을 받은 과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제작된 영화는 이전 영화들과 달리 시사회 평가가 무척 좋은 편입니다. 미국의 영화 전문 매거진인 '인디와이어'의 한 평자는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를 "성공적으로 제작된 최고의 판타지 모험 영화"라고 평가하기도 했으며, 원작 게임으로부터 차별화된 매끄러운 스토리와 감독의 전작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 상사>(2011),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2013),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 등의 각본에서 볼 수 있었던 조나단 골드스타인 감독과 존 프란시스 데일리 감독 특유의 유머감각이 더해져 영화적 재미를 업그레이드시켰다고 합니다. 게다가 크리스 파인, 미셸 로드리게즈, 레게 장 페이지, 휴 그랜트, 저스티스 스미스 등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할리우드의 쟁쟁한 배우들의 출연으로 기대해 볼 만한 작품입니다.
오토라는 남자
A Man Called Otto
ⓒ 네이버 영화
개요: 코미디, 드라마 | 스웨덴, 미국 | 126분
감독: 마크 포스터
출연: 톰 행크스, 마리아나 트레비노, 레이첼 켈러, 트루먼 행크스 등
개봉: 2023.03.29.
배급: 소니픽처스코리아
시놉시스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오토’(톰 행크스)는 죽고 싶을 타이밍마다 이를 방해하는 이웃들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인생 최악의 순간, 뜻하지 않은 이웃들과의 사건들로 인해 ‘오토’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으로 흘러가는데…
CINE PICK!
<오토라는 남자>는 삶의 의미를 잃은 노인이 천방지축 이웃 가족을 만나 웃음을 되찾는 미국의 코미디 드라마 영화입니다. 전 세계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스웨덴의 소설이자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던 <오베라는 남자>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작으로, 올해 67세를 맞이한 할리우드의 대체불가 명배우 톰 행크스의 출연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영화는 고집불통 원칙주의자인 데다가 까칠하기까지 해 소위 '꼰대'라는 단어로 불렸던 오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랬던 그가 이웃과의 교류를 통해 다시 마음을 열고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방식으로 그려냅니다. 삶이 버겁다고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다시 살아갈 힘과 희망을 심어주는 영화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길복순
Kill Boksoon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대한민국 | 137분
감독: 변성현
출연: 전도연, 설경구, 김시아, 이솜, 구교환 등
개봉: 2023.03.31.
채널: NETFLIX
시놉시스
‘청부살인’이 본업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이벤트 회사인 MK ENT. 소속 킬러 ‘길복순’(전도연)은 ‘작품’은 반드시 완수해 내는 성공률 100%의 킬러이자, 10대 딸을 둔 엄마다. 업계에서는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에이스지만, 딸 ‘재영’(김시아)과의 관계는 서툴기만 한 싱글맘인 그는 자신과 딸 사이의 벽을 허물기 위해 퇴사까지 결심한다. MK ENT. 대표 ‘차민규’(설경구)의 재계약 제안의 답을 미룬 채, 마지막 작품에 들어간 ‘복순’은 임무에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된 후, 회사가 허가한 일은 반드시 시도해야 한다는 규칙을 어기게 된다. 그 소식을 들은 MK ENT.는 물론, 모든 킬러들의 타겟이 되고야 마는데… 죽거나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시작된다!
CINE PICK!
3월 31일 공개되는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이 사춘기 딸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회사와의 재계약 직전,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액션 영화입니다. 공개에 앞서 제73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 초청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는데요, <불한당>과 <킹메이커>의 변성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전도연, 설경구, 이솜, 구교환 등이 각각 킬러이자 엄마라는 복잡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 '길복순'과 살인청부회사 대표 '차민규', 차민규의 동생이자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차민희', 그리고 마지막으로 같은 회사의 소속 킬러인 '희성'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특히 배우생활 첫 액션 연기에 도전해 새로운 캐릭터로 돌아온 전도연의 모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그간 남성 중심 서사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액션영화의 새로운 장을 여는 작품일 것으로 기대돼 많은 팬들이 손꼽아 기다는 작품입니다.
방과 후 전쟁활동
Duty After School
ⓒ TVING
개요: 밀리터리 SF, 액션, 스릴러, 학원 | 대한민국 | 10부작
연출: 성용일
출연: 김기해, 신현수, 안도규, 김수겸, 권은빈, 최문희 등
개봉: 2023.03.31.
채널: TVING
시놉시스
하늘을 뒤덮은 괴생명체의 공격에 맞서 싸우기 위해 입시 전쟁이 아닌 ‘진짜 전쟁’을 시작한 고3 학생들의 이야기.
CINE PICK!
<방과 후 전쟁활동>은 웹툰 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하일권 작가의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입니다. 하늘을 뒤덮은 괴생명체의 공격에 맞서 싸우기 위해 입시 전쟁이 아닌 '진짜 전쟁'을 시작한 고3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10부작 드라마로, 수능을 앞두고 미확인 구체의 침공이 만든 사상 최악의 사태에 펜 대신 총을 든 10대들의 다이내믹한 사투를 그렸습니다. 신인 배우들의 기용으로 신선한 시도가 돋보이며 괴생명체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설정과 시각적 디테일을 더해 드라마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강화했습니다. 또한 프랑스의 드라마 시리즈 선정 행사인 '시리즈 마니아'에 초청된 유일한 한국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는데요, 지난 20일 스페셜 스크리닝을 통해 전 세계 최초 공개되었으며 독창적인 세계관과 K-학원전쟁물이라는 색다른 소재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습니다.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Farewell My Concubine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멜로/로맨스 | 중국, 홍콩 | 171분
연출: 천카이거
출연: 장국영, 공리, 장풍의 등
재개봉: 2023.04.01.
배급: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와이드 릴리즈㈜
시놉시스
어렸을 때부터 함께 경극을 해온 ‘두지’(장국영)와 ‘시투’(장풍의). 세상에 둘도 없는 절친한 아우와 형이지만, ‘두지’는 남몰래 ‘시투’에 대한 마음을 품고 있다. 하지만 ‘시투’는 여인 ‘주샨’(공리)에 마음을 빼앗기고, 그로 인해 ‘두지’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는데… 사랑과 운명, 아름다움을 뒤바꾼 화려한 막이 열린다!
CINE PICK!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은 경극학교에서 만난 단짝 '시투'와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상실감과 고통을 겪은 '두지'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영화인데요, 1993년 중국의 천카이거 감독이 연출했으며 홍콩의 작가 이벽화의 소설을 원작으로 해 그해 열린 제46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지난 2017년에 기존 156분의 분량에서 15분이 추가되고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화질도 보강된 완전판이 공개되었으며, 주연을 맡은 장국영 배우의 추모 20주기를 맞아 오는 4월 1일 그의 또 다른 대표작 <해피 투게더>와 함께 재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첸 카이거 감독이 선사하는 환상적인 미장센과 아름다운 스토리, 장국영의 삶과 닮은 혼신의 연기는 여전히 고인을 그리워하는 많은 팬들의 마음에 다시 한번 뜨거운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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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OTT 신작 등 총 다섯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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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주>, 지난한 합일의 과정
<동주>, 지난한 합일의 과정
윤동주가 원래 계획했던 첫 시집의 제목은 ‘병원’이었다. 실제 윤동주의 작품 제목이기도 한 이 시에서 화자는 병원 뒤뜰에 누운 한 여자의 슬픔에 다가가기 위해 그녀가 누웠던 자리에 똑같이 누워본다. 두 명의 인물과 하나의 자리, 그리고 동일한 행위. 이는 독립된 두 인물이 단일한 상태와 감정으로 합일되는 초월적인 과정을 의미한다. 윤동주가 보기에 인간이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최선의 길은 사력을 다해 타인의 마음에 가닿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동주>는 언뜻 보기에 모든 영역에서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두 인물―윤동주와 송몽규의 전기를 대조적으로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 인물이 하나로 포개지는 합일의 과정을 드러내는 쪽에 가깝다. 이러한 방식은 인물 설정에만 국한되지 않고 영화 전반의 형식과 결부되어 나타난다. 예컨대, 내레이션과 이미지가 결합하는 방식, 그리고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는 화법은 두 가지 개별적 요소가 하나의 형식으로 모이는 양태를 띤다. 말하자면 영화가, <병원>에서 여자의 자리에 다가가 그녀와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윤동주 특유의 공감의 방식에 철저히 복무하도록 구조화되어 있는 것이다. 요컨대 <동주>는 윤동주의 인간관계론을 영화라는 예술 매체를 통해 직접 이행하려는 시도다.
내레이션과 플래시백의 쓸모
윤동주와 송몽규에게 닥친 가장 큰 시련 중 하나는 창씨개명을 하는 것이다. 윤동주가 자신의 이름이 ‘히라누마 도주’로 바뀌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그에 대한 참담한 심경을 담은 시 ‘참회록’이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온다. 이때 흥미로운 것은 윤동주가 자기 내면을 반성하며 깊은 부끄러움을 고백하는 사이 화면에서는 윤동주와 같은 지분으로 송몽규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두 인물이 일본으로 가는 길을 담고 있는 참회록 장면에서 화자는 윤동주임에도 불구하고 송몽규는 그의 곁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심지어 송몽규에게 윤동주와 똑같이 단독 쇼트가 배분되기까지 한다. 이는 윤동주가 자신의 치욕스러운 내면뿐 아니라 송몽규의 혼곤한 내면까지 대리적으로 전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영화적 전술의 극단은 동주가 자신의 첫 번째 시집의 일본어 번역을 마쳤다는 쿠미의 전화를 받는 사이 송몽규가 혁명을 위해 친구들과 회의를 하러 집을 떠나는 장면에서 벌어진다. 이때 윤동주는 송몽규의 부름을 받지 못해 홀로 집에 남게 되고, 그 심란한 마음을 대변하듯 ‘쉽게 쓰여진 시’를 쓰기 시작한다. 내레이션으로 시가 낭독되는 사이, 화면에서는 시를 쓰는 윤동주의 모습과 혁명을 도모하는 송몽규의 모습이 교차된다. 조국을 사랑하는 두 사람의 마음을 동일시하는 작업이 이뤄지는 것이다. 여기에 또 한 번의 합일의 과정이 더해진다. 송몽규가 일본 경찰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어 윤동주에게 같이 떠나자고 제안할 때, 윤동주는 쿠미가 번역한 시집을 받기 위해 그 제안을 한시적으로 거절한다. 그때 쓸쓸히 길거리를 걷다 일본 경찰에게 체포되는 송몽규의 모습과 윤동주의 처절한 자기 고백에 해당하는 ‘자화상’의 낭독이 아름답게 결부된다. 이때 내레이션으로 들려오는 자화상의 주체는 오히려 윤동주보다 더 많은 시간 화면에 등장하는 송몽규처럼 보인다. 이 대목부터 윤동주와 송몽규는 더 이상 구분하기 어려운 하나의 인물처럼 비친다.
윤동주와 송몽규 사이의 동일시 작업은 과거 회상의 서사가 현재의 신문 장면으로 모일 때 비로소 완성된다. 여기서 윤동주와 송몽규는 ‘병원’에서 화자와 여자의 관계처럼 서로 같은 공간, 같은 위치에서 동일한 인물에게 신문을 받는 처지에 놓인다. 그러니까 영화는 그 지난한 합일의 과정을 통과하며 마침내 신문 장면에 이르러 두 인물을 하나의 인물로 포개어 놓는 것이다. 윤동주의 저항시를 사랑한 송몽규와 일제에 맞선 송몽규의 용맹한 행동력을 존경한 윤동주의 마음은 이 장면에서 확실히 겹쳐진다. 그렇게 두 인물은 정반대의 맥락에서 조국을 걱정하는 애국자라는 동일한 정체성으로 수렴된다. 어쩌면 둘은 애초에 하나의 인물에 잠재된 두 가지 자아를 표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본다면 윤동주의 것으로 독점된 듯 보였던 과거 회상 장면들이 실제 윤동주의 것인지 모호해진다. 이 모호함은 영화 전반에 걸친 과거 회상 장면들이 특정인의 시점으로 전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강화된다. 여기에는 윤동주의 경험과 그가 경험하지 못한 것이 혼재되어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윤동주만의 경험과 송몽규만의 경험이 뒤섞여 있다. 이를 두고 윤동주가 송몽규에 대한 부재한 기억을 상상을 통해 보충했다고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 의문은 위에 언급한 바 있는, 같은 공간에서 두 인물이 신문 당하는 현재 장면에 이르러 해소된다. 영화는 윤동주의 기억처럼 보였던 과거 회상 장면이 비단 그만의 것이 아니라 같은 곳에서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송몽규의 것이기도 하다는 점을 넌지시 암시한다. 그러니까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서사 구조는 윤동주와 송몽규 각자의 기억을 하나의 유연한 서사로 통합시키며 그들의 합일을 기리는 영화적 장치인 셈이다. 한마디로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윤동주와 송몽규는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심정으로 같은 기억을 떠올리며 일제에 저항하는 유사 동일인이라고.
합일의 불가능성
‘병원’에서 윤동주는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것을 완벽하게 성취했는지에 대해선 쓰지 않았다. 과연 온전한 합일이란 가능한 걸까. 사실상 하나의 인물로 비치는 윤동주와 송몽규는 신문 장면의 막바지에 결정적인 차이를 남긴다. 둘은 독립운동에 개입한 사실을 인정하라는 일본 경찰의 요구를 두고 해당 서류에 서명해야 하는 처지에 직면한다. 이때 윤동주는 행동하는 독립운동가가 아니라 시인이 되고자 한 과거가 부끄러워 서명하지 않고, 송몽규는 독립 투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지 못한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서류에 서명한다. 상영 시간의 대부분을 두 인물 사이의 합일 과정을 묘사하는 데 힘썼던 영화는 이 대목에 이르러 완벽한 합일이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다만, 이 불가능이 그저 합일의 비극적 해체에 머물지 않고 유독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타인의 고통에 온전히 공감할 수 없는 인간 본연의 무력감 앞에서 그 고통에 가닿기 위해 영화가 최선의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요컨대 <동주>의 아름다움은 단순히 흑백 화면의 정교함과 절절한 시의 낭독, 배우들의 호연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합일의 불가능을 알고서도 기어이 그것에 도달하고자 했던 영화의 숭고함에서 비롯된다. <동주>는 아름다운 실패를 통해 인간 정신의 긍정적 가치를 역설하는 숭고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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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르다는 게 틀린 건 아니니까, <위국일기>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절연한 언니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한 소설가 ‘마키오’는
홀로 남은 조카 ‘아사’의 존재를 알게 된다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혼자가 된
‘아사’를 향해 수군거리고
이를 참지 못한 ‘마키오’는 홧김에
‘아사’를 집으로 데려오는데…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살 수 있을까?
🔖평범하지만 특별한 동거
누적 판매 180만 부를 기록한 야마시타 작가의 동명 인기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 <위국일기>. 베스트셀러 작가 '마키오'가 절연한 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언니의 딸이자 자신의 조카인 '아사'를 본인 집으로 들이게 된다. '버려진 대야 같은 신세'라고 사람들로부터 낙인이 찍힌 '아사'를 보고 충동적으로 보호자를 하기로 결정한다. '마키오'는 자신의 언니한테는 장례식 때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만큼 나름의 악감정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의 화살이 '아사'한테까지 갈 이유는 없으니까 말이다.
'다른 나라에서 쓰는 일기', '어긋난 나라의 일기' 라는 제목이 나타내는 것처럼 '마키오'와 '아사'는 서로 다른 생활방식, 성격으로 함께 사는 데에 불편함을 느낀다. 그리고 '엄마' 혹은 '언니' 라는 인물을 향한 감정 자체가 다르기에, 그 갈등은 더 심해져갈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나라에 사는 듯하며 끊길 듯 안 끊기는 이 관계를 지속하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한다.
😭귀엽고 예쁜 여자 캐릭터의 축복이 끝이 없다..
만화 원작을 안 봐도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영화를 보고나니 개인적으로 만화를 꼭 보고싶은 마음이다. 물론 러닝타임이 130분이 넘어 꽤 길었음에도 평온하고 따뜻한 방법으로 관객을 집중시켰다. 어른이 되어도, 나이가 여전히 들어가도 '성장'이라는 건 누구나 다 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한편으론 아라가키 유이 배우가 맡은 '마키오' 배우의 감정선이 다소 갑작스럽게 보였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다시 말해 인물의 심경 변화 서술이 쪼금 평이하게 다가왔다. 그치만 원작의 전부를 다루지 않았으며 '아사'가 밴드에 들어가 노래하는 부분에서 결말이 맺어진다는 점이 더욱 좋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깔끔하게 끝났다는 느낌이다. 실제 다른 후기들을 찾아보니까, 원작에 비해 분위기가 밝다는 평이 꽤 보이던데 맞는듯하다.
사실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연출, 원작 비교 등등 다 괜찮고 보통이었지만!!! 어쩜 등장하는 여자 캐릭터들마다 다 귀엽고 예뻐서.. 원작 만화도 이런가?? 싶은 생각이었다. (이 부분 때문에 더더욱 만화를 찾아보고 싶음..) 만화찢고나온 여자 배우들이 계속 해서 나오는데 그래서 몰입이 더 잘 되었던 기분이었다.
별점 3.5 / 5 일본 작품의 훈훈한 분위기를 가볍게 느끼고 싶다면!! 보는 걸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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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끝장리뷰 | 인간탐구 | 홍상수의 인간들 해석 | 자연이란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2025)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그 자연
Chapter 2 인간탐구
00:00 홍상수 신작
01:05 그자연이란
06:02 인간탐구
11:17 별점 및 한 줄 평
11:36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자연이네게뭐라고하니 #그자연이네게뭐라고하니리뷰 #그자연이네게뭐라고하니해석 #그자연이네게뭐라고하니영화 #영화그자연이네게뭐라고하니 #홍상수 #권해효 #WHATDOESTHATNATURESAYTOYOU #하성국 #강소이 #박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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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팜 스프링스> 메인 예고편
인생 최고의 날로 기억될 멋진 결혼식이 열리는 팜스프링스의 리조트
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힌 남자 나일스에게 오늘은 100만 번째(?) 결혼식일 뿐이다.
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세라가 나일스의 세상에 개입하면서
똑같았던 하루는 늘 특별한 오늘(!)이 되는데…
진짜 내일 없이 사는, 두 남녀의 썸머 코믹 로맨스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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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점보> 메인 예고편
당신을 뒤흔들 강렬한 사랑의 움직임
“내가 널 느껴. 그게 진짜 사랑이야”수줍음 많은 소녀 ‘잔’은 또래와 어울리지 못한 채
놀이공원 야간 청소부로 일하며 자신만의 세계에서 외롭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 잔이 유일하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존재는 환한 불빛을 밝히며 돌아가는 거대한 놀이기구.
잔은 ‘점보’라는 이름을 붙여 사랑을 속삭이고, 점보 역시 그런 잔에게 반응하기 시작한다.
점보와의 교감으로 잔은 행복을 찾기 시작하지만
잔의 엄마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설상가상 놀이공원에서는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점보를 철거할 계획을 세우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