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3-28 11:35:05
3월 5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 <길복순> 외 3편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이번 주 개봉, 또는 공개 예정인 작품들을 소개해 드리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인기 게임을 영화화한 판타지 액션 기대작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부터
살인청부업자로 변신한 전도연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까지!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한 이번 주 개봉작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
Dungeons & Dragons: Honor Among Thieves

개요: 액션, 모험, 판타지 | 미국 | 134분
감독: 조나단 골드스타인, 존 프란시스 데일리
출연: 크리스 파인, 미셸 로드리게즈, 레게장 페이지, 저스티스 스미스 등
개봉: 2023.03.29.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한때는 명예로운 기사였지만, ‘어떤 사건’ 이후 ‘홀가’, ‘사이먼’, ‘포지’와 함께 도적질을 하게 된 ‘에드긴’. ‘소피나’의 제안으로 ‘부활의 서판’을 얻기 위해 ‘코린의 성’에 잠입하지만 ‘포지’와 ‘소피나’의 배신으로 실패하고 감옥에 갇힌다. 기발한 방법으로 탈옥에 성공한 ‘에드긴’과 ‘홀가’는 소중한 사람들과 다시 만나고, ‘부활의 서판’도 되찾기 위해 자신만의 팀을 꾸리기 시작하는데… 옛 동료인 소질 없는 소서러 ‘사이먼’과 새롭게 합류한 변신 천재 드루이드 ‘도릭’, 재미 빼고 다 가진 팔라딘 ‘젠크’까지 어딘가 2% 부족한 오합지졸로 가득한 이 팀, 과연 무사히 모험을 끝마칠 수 있을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제작진이 선보이는 매력만점 롤플레잉 액션 어드벤처 무비가 온다!
CINE PICK!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는 이유는 다르지만 하나의 목표로 모인 도적 '에드긴'과 팀원들이 각자의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며 고군분투하는 유쾌한 모험을 그린 롤플레잉 액션 어드벤처 무비입니다. 1974년 미국의 TSR사가 출시한 <던전 앤 드래곤>이라는 게임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만큼 영화화도 여러 차례 이루어졌었는데요, 전부 흥행 참패에 끔찍한 혹평을 받으며 대중에게 외면을 받은 과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제작된 영화는 이전 영화들과 달리 시사회 평가가 무척 좋은 편입니다. 미국의 영화 전문 매거진인 '인디와이어'의 한 평자는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를 "성공적으로 제작된 최고의 판타지 모험 영화"라고 평가하기도 했으며, 원작 게임으로부터 차별화된 매끄러운 스토리와 감독의 전작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 상사>(2011),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2013),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 등의 각본에서 볼 수 있었던 조나단 골드스타인 감독과 존 프란시스 데일리 감독 특유의 유머감각이 더해져 영화적 재미를 업그레이드시켰다고 합니다. 게다가 크리스 파인, 미셸 로드리게즈, 레게 장 페이지, 휴 그랜트, 저스티스 스미스 등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할리우드의 쟁쟁한 배우들의 출연으로 기대해 볼 만한 작품입니다.
오토라는 남자
A Man Called Otto

개요: 코미디, 드라마 | 스웨덴, 미국 | 126분
감독: 마크 포스터
출연: 톰 행크스, 마리아나 트레비노, 레이첼 켈러, 트루먼 행크스 등
개봉: 2023.03.29.
배급: 소니픽처스코리아
시놉시스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오토’(톰 행크스)는 죽고 싶을 타이밍마다 이를 방해하는 이웃들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인생 최악의 순간, 뜻하지 않은 이웃들과의 사건들로 인해 ‘오토’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으로 흘러가는데…
CINE PICK!
<오토라는 남자>는 삶의 의미를 잃은 노인이 천방지축 이웃 가족을 만나 웃음을 되찾는 미국의 코미디 드라마 영화입니다. 전 세계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스웨덴의 소설이자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던 <오베라는 남자>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작으로, 올해 67세를 맞이한 할리우드의 대체불가 명배우 톰 행크스의 출연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영화는 고집불통 원칙주의자인 데다가 까칠하기까지 해 소위 '꼰대'라는 단어로 불렸던 오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랬던 그가 이웃과의 교류를 통해 다시 마음을 열고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방식으로 그려냅니다. 삶이 버겁다고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다시 살아갈 힘과 희망을 심어주는 영화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길복순
Kill Boksoon

개요: 액션 | 대한민국 | 137분
감독: 변성현
출연: 전도연, 설경구, 김시아, 이솜, 구교환 등
개봉: 2023.03.31.
채널: NETFLIX
시놉시스
‘청부살인’이 본업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이벤트 회사인 MK ENT. 소속 킬러 ‘길복순’(전도연)은 ‘작품’은 반드시 완수해 내는 성공률 100%의 킬러이자, 10대 딸을 둔 엄마다. 업계에서는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에이스지만, 딸 ‘재영’(김시아)과의 관계는 서툴기만 한 싱글맘인 그는 자신과 딸 사이의 벽을 허물기 위해 퇴사까지 결심한다. MK ENT. 대표 ‘차민규’(설경구)의 재계약 제안의 답을 미룬 채, 마지막 작품에 들어간 ‘복순’은 임무에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된 후, 회사가 허가한 일은 반드시 시도해야 한다는 규칙을 어기게 된다. 그 소식을 들은 MK ENT.는 물론, 모든 킬러들의 타겟이 되고야 마는데… 죽거나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시작된다!
CINE PICK!
3월 31일 공개되는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이 사춘기 딸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회사와의 재계약 직전,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액션 영화입니다. 공개에 앞서 제73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 초청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는데요, <불한당>과 <킹메이커>의 변성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전도연, 설경구, 이솜, 구교환 등이 각각 킬러이자 엄마라는 복잡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 '길복순'과 살인청부회사 대표 '차민규', 차민규의 동생이자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차민희', 그리고 마지막으로 같은 회사의 소속 킬러인 '희성'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특히 배우생활 첫 액션 연기에 도전해 새로운 캐릭터로 돌아온 전도연의 모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그간 남성 중심 서사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액션영화의 새로운 장을 여는 작품일 것으로 기대돼 많은 팬들이 손꼽아 기다는 작품입니다.
방과 후 전쟁활동
Duty After School

개요: 밀리터리 SF, 액션, 스릴러, 학원 | 대한민국 | 10부작
연출: 성용일
출연: 김기해, 신현수, 안도규, 김수겸, 권은빈, 최문희 등
개봉: 2023.03.31.
채널: TVING
시놉시스
하늘을 뒤덮은 괴생명체의 공격에 맞서 싸우기 위해 입시 전쟁이 아닌 ‘진짜 전쟁’을 시작한 고3 학생들의 이야기.
CINE PICK!
<방과 후 전쟁활동>은 웹툰 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하일권 작가의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입니다. 하늘을 뒤덮은 괴생명체의 공격에 맞서 싸우기 위해 입시 전쟁이 아닌 '진짜 전쟁'을 시작한 고3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10부작 드라마로, 수능을 앞두고 미확인 구체의 침공이 만든 사상 최악의 사태에 펜 대신 총을 든 10대들의 다이내믹한 사투를 그렸습니다. 신인 배우들의 기용으로 신선한 시도가 돋보이며 괴생명체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설정과 시각적 디테일을 더해 드라마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강화했습니다. 또한 프랑스의 드라마 시리즈 선정 행사인 '시리즈 마니아'에 초청된 유일한 한국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는데요, 지난 20일 스페셜 스크리닝을 통해 전 세계 최초 공개되었으며 독창적인 세계관과 K-학원전쟁물이라는 색다른 소재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습니다.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Farewell My Concubine

개요: 드라마, 멜로/로맨스 | 중국, 홍콩 | 171분
연출: 천카이거
출연: 장국영, 공리, 장풍의 등
재개봉: 2023.04.01.
배급: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와이드 릴리즈㈜
시놉시스
어렸을 때부터 함께 경극을 해온 ‘두지’(장국영)와 ‘시투’(장풍의). 세상에 둘도 없는 절친한 아우와 형이지만, ‘두지’는 남몰래 ‘시투’에 대한 마음을 품고 있다. 하지만 ‘시투’는 여인 ‘주샨’(공리)에 마음을 빼앗기고, 그로 인해 ‘두지’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는데… 사랑과 운명, 아름다움을 뒤바꾼 화려한 막이 열린다!
CINE PICK!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은 경극학교에서 만난 단짝 '시투'와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상실감과 고통을 겪은 '두지'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영화인데요, 1993년 중국의 천카이거 감독이 연출했으며 홍콩의 작가 이벽화의 소설을 원작으로 해 그해 열린 제46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지난 2017년에 기존 156분의 분량에서 15분이 추가되고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화질도 보강된 완전판이 공개되었으며, 주연을 맡은 장국영 배우의 추모 20주기를 맞아 오는 4월 1일 그의 또 다른 대표작 <해피 투게더>와 함께 재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첸 카이거 감독이 선사하는 환상적인 미장센과 아름다운 스토리, 장국영의 삶과 닮은 혼신의 연기는 여전히 고인을 그리워하는 많은 팬들의 마음에 다시 한번 뜨거운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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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OTT 신작 등 총 다섯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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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 잘 입는 영화감독 모음 ZIP
옷 잘 입는 영화감독들은 영화 때깔도 다르더라구요. 올드머니룩의 원조 소피아 코폴라 감독부터 이미 너무도 유명한 웨스앤더슨 감독까지 남다른 센스로 영화는 물론 패션까지 섭렵한 영화감독들의 작품 같이 알아보아
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매혹당한 사람들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
토르: 러브 앤 썬더
졸라
스파이
라스트 크리스마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애스터 로이드 시티
패스트 라이브즈
남자 사용설명서
킬링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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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의 실체가 없는 진실게임
중요한 건 진실이 아니다. 그 진실을 뒤덮은 댓글과 소설가 뺨치는 이들의 음모론들이다. 진실이란 먹잇감을 발견한 동시에 득달같이 달려드는 하이에나처럼 음지의 작가들이 만들어낸 썰과 밈은 진실을 아예 덮어버린다. 그리고 댓글창 또는 커뮤니티는 그 자체로 그들만의 놀이동산이 된다. 24시간 동안 불빛이 꺼지지 않는 그 놀이동산. <댓글부대>는 허영심 짙은 기자의 눈으로 그곳을 들여다보는 영화인 동시에 이런 사회문제를 넌지시 보여주는 블랙코미디 영화다.
눈은 좋은데, 허영심이 높은 사회부 기자 임상진(손석구)는 대차게 미끄러진다. 한 중소기업 사장의 폭로를 통해 대기업 비리를 고발하는 기사가 오보로 판명 났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취재원은 극단적 선택을 하고, 그 즉시 임상진은 기레기로 낙인찍히며 정직당한다. 6개월 후 복직은커녕 1년 넘게 죽은 듯이 사는 그는 다시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만, 어디 세상이 뜻대로 되나.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SNS로 메신저 하나가 도착한다. 그동안 자신이 온라인 여론조작을 해온 팀알렙의 멤버고, 그 문제의 기사가 오보가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그 즉시 만남을 가진 상진은 뜻밖의 진실을 듣게 된다.
<댓글부대>는 황정민 주연의 <모비딕>, 박해일 주연의 <제보자>처럼 사건을 향한 집념과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이 중요한 작품은 아니다. 앞서 소개했듯, 영화 속 진실은 이야기의 얼개를 여는 역할로만 작용한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건 음모론. 임상진 기자의 추리와 온라인 여론조작을 했다는 찻탓캇(김동휘)은 물론, 찡뻤킹(김성철), 팹택(홍경)의 이야기다. 실제 있을법한 온라인 여론전을 수면위로 올린 영화는 이들이 벌이는 작업 과정을 지켜본다. 마치 살아 숨 쉬는 생명체처럼 탄생과 성장, 행동, 그리고 그 결과까지 여론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퍼지며 소멸하는지를 관객 스스로 살펴보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름 모를 다방에서 만는 찻탓캇의 이야기는 임상진을 통해 관객에게 전해지는데, 그 자체로 있을 법한 일이라고 판단할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하다. 그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로 받아들여진다는 것.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탑 랭크된 글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인데, 임상진 또한 기자이지만 점점 찻탓캇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이를 방증하는 증거를 수집하면서 그를 믿게 된다. 감독은 이런 임상진의 모습을 통해 100% 진실보다 거짓이 섞인 사실이 더욱 진짜처럼 여겨지는 세상, 그리고 진실을 탐문하는 기자들도 그 덫에 빠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오롯이 보여준다.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은 무엇인 진실인지 거짓인지 가릴 수 없는 현실을 영화로 가져온 것에 있다. 극초반 임상진 기자가 취재한 기사가 진실인지 오보인지, 찻탓캇이 말한 팀알렙이 한 여론 작전들, 그리고 이들의 배후에 대기업 ‘만전’이 있다는 게 믿을 수 있는 것인지 그 모호함을 유지한다. 한 번쯤은 삐끗할 수도 있는 이 줄타기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유지되는데, 이로 인해 극의 긴장감은 계속해서 유지되고, 더 나아가 무엇을 믿고 걸러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한다.
이는 영화가 끝까지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부분을 우직하게 밀고 나가 후반부 모호한 결말로 끝맺음을 내는 것에 호불호가 갈리지만, 영화 자체가 진실과 거짓, 선과 악을 극명하게 가르는 작품이 아니기에 충분히 이해되고, 장점으로까지 읽힌다.
이런 고도의 줄타기를 가능하게 한 건 손석구는 물론, 김동휘, 김성철, 홍경 등 주요 인물들의 연기 덕분이다. 손석구는 영화의 안내자인 동시에 댓글부대가 판치는 세상에 점점 빨려 들어가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김동휘, 김성철, 홍경은 한 팀인 동시에 서로를 견제하는 인물처럼 보이지 않는 선과 거리를 두며 연기하는데, 그 자체로서 긴장감을 유발하며 멋진 앙상블을 이뤄낸다. 손석구는 말해 뭐하나. 김동휘, 김성철, 홍경은 앞날이 더 기대된다. 여기에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각색하며 영상화한 안국진 감독은 영화가 가진 아무말 대잔치 격인 이야기를 정립하고 흥미롭게 잘 엮어내며 멋진 연출력을 선사한다. 억지로 매듭짓지 않고 열린 결말을 제시하며 판단을 관객에게 내미는 그 솜씨도 탁월하다.“댓글부대를 절대 악으로 다루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어떻게 그들을 소비하고 있는지, 어떤 식으로 불가피한 공생관계가 형성되는지 기자의 시선에서 조망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
인터뷰를 통해 안국진 감독은 현시대의 세태를 오롯이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처럼, <댓글부대>는 뭐든 이슈가 되면 최고라는 탈진실 시대를 보여주는 것에 있다. 가짜 뉴스가 판치는 세상 속 누군가는 그것에 좌지우지되고, 누군가는 그것을 엔터테인먼트적으로 받아쳐 내는 요지경 같은 세상 속에서 영화는 시의성 있게 이 부분을 잘 담았다. 그리고 과연 우리는 무엇을 믿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런 점에서 임상진 기자의 마지막 행동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사진제공: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평점: 3.5 / 5.0
한줄평: 진실의 실체가 없는 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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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쥬라기 월드 4 | 미래로의 쇄신 대신 전통의 되풀이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공룡들이 '쥬라기 월드'를 탈출한 뒤 5년이 지나자, 공룡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빠르게 식는다. 달라진 환경과 공기로 인해 공룡들이 적도 인근에만 정착했기 때문. 그러나 '파커-제닉스 제약회사'는 여전히 공룡에게 주목한다. 육지, 하늘, 바다를 지배하는 가장 거대한 공룡들의 DNA를 이용하면 심장병을 치료할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이에 파커-제닉스 소속의 '마틴 크렙스'(루퍼트 프렌드)는 미 해병대 특수작전부대 출신 용병 ‘조라‘(스칼렛 요한슨)에게 공룡들이 남아있는 적도 인근의 세인트 휴버트 섬으로 가는 원정대를 이끌어달라고 부탁한다. 고민 끝에 제의를 수락한 조라는 옛 동료이자 선장인 '킨케이드'(마허샬라 알리), 고생물학자 ‘헨리 박사’(조나단 베일리) 등과 함께 모험을 떠난다. 폐쇄된 쥬라기 공원의 연구소와 함께 그 섬에 감춰진 진실은 모르는 채로.
퇴보해 버린 새로운 시작
<쥬라기 공원> 삼부작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역사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작품이다. 특히 <쥬라기 공원>이 보여준 충격적인 시각효과는 그 자체로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눈만 즐거운 작품도 아니었다. 유전 공학과 생명 과학 기술의 가능성을 조명하면서도 자본주의와 결합한 비윤리적 과학기술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시각효과로 구현해 내며 SF 영화의 정수를 보여줬다.
하지만 공룡들도 이제는 서서히 생명력을 잃고 있다. 후속 시리즈인 <쥬라기 월드> 삼부작만 해도 개봉할 때마다 흥행 성적이 3억 달러씩 우하향했다. "사람들이 더 이상 공룡에 열광하지 않는다"라는 대사가 영화 안팎을 모두 대변하는 셈이다. 더 화려한 블록버스터에 비해 매력을 잃은 공룡 영화는 결국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이하 <쥬라기 월드 3>)이 <쥬라기 공원>의 주역들을 복귀시켰듯이 과거의 영광에 의존해야 했다.
따라서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이하 <쥬라기 월드 4>)은 부제에 걸맞게 시리즈가 앞으로도 존속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제시해야 했다. 이는 <고질라>(2014)로 할리우드 괴수물을 되살려냈던 가렛 에드워즈 감독에게 메가폰을 맡긴 이유이자, 기대한 바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조차도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지는 했다. 퇴보한 주제 의식과 편의적인 서사로 채워진 각본 앞에서는 백약이 무효하기 때문이다.
선지가 두 개뿐인 시험
유전공학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거대 기업들에 대한 비판. 돈과 명예를 좇아 경쟁적으로 발전할 뿐 자기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현대 과학에 대한 경고. 인간이 자연을 제어한다는 것은 카오스 효과에 의해 불가능하다는 통찰.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관통하는 이 모든 메시지는 결국 한 가지 딜레마로 귀결된다. “복원된 공룡은 하나의 생명인가, 아니면 거대 자본이 투입된 자산인가?”
<쥬라기 월드 4>도 마찬가지다.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한 조라 일행이 모사사우스를 눈앞에 둔 순간, 영화는 그들을 선택의 기로에 세운다. 대서양 횡단 중 배가 뒤집힌 '델가도 가족'의 조난 메시지가 세인트 휴버트 섬 정반대 방향에서 잡힌 것. 즉, 섬은 시험장이고, 조난한 가족은 출제 문제이며, 출제 의도는 조라 일행의 양심과 윤리관을 시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결정해야 한다. 돈과 생명 중 무엇을 먼저 챙길 것인가?
세 주인공은 제각기 답을 내놓는다. 그중 두 명의 입장은 확고하다. 헨리 박사는 사람을 먼저 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채취한 공룡 혈액도 파커-제닉스 제약회사에 넘길 게 아니라 연구 및 공익 목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고생물학자다운 선택이다. 크렙스도 망설이지 않고 답을 찍는다. 파커-제닉스 제약회사의 대리자인 그는 거액이 걸린 공룡 혈액을 채취하는 임무가 우선이니 다에 조난자들을 태워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시리즈의 전통을 잇는 정답
그에 반해 조라는 그 둘 사이에서 표류한다. 그녀의 본래 가치관은 크렙스와 비슷하다. 약속된 돈만 주면, 도덕과 법을 신경 쓰지 않고 일을 처리하는 용병답다. 그러나 새로운 임무 도중에 조라는 내적으로 깊이 갈등한다. 그녀는 돈만을 쫓다가 다른 가치를 수없이 놓쳤고, 그로 인해 PTSD에 시달리니까. 바로 직전 임무 도중에 동료를 눈앞에서 잃었고, 다른 작전에 투입된 사이에는 투병 중이던 어머니의 장례식도 놓다.
바로 이 지점에서 조라가 이 작품의 주인공인 이유를 알 수 있다. <쥬라기 월드 4>는 돈만을 쫓던 그녀가 어떤 이유로 생명 존중이라는 정답을 찾게 되는지 그 과정을 는 작품이나 다름없다. 그 중심에는 옛 동료 킨케이드와 헨리 박사가 있다. 돈을 아 용병 생활을 했지만, 아들도 잃고 아내와도 이혼한 킨케이드는 자기 경험을 살려 그녀에게 충고한다. 돈이 아닌 가치를 추구할 때 비로소 삶은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헨리는 돈만으로 그녀의 트라우마를 고칠 수는 없다면서 아픔을 승화할 다른 길을 제시한다. 파커-제닉스 제약회사에 혈액 샘플을 넘기면 소수의 사람만 이득을 보는 고가의 치료제가 개발되겠지만, 그녀가 샘플을 오픈 소스로 공개하면 그녀의 어머니처럼 고통받던 더 많은 이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옛 동료와 새 동료의 조언과 설득 끝엔 조라는 <쥬라기 공원> 시리즈에서 기대하는 답, 돈보다 중요한 생명이라는 정답을 찍는다.
전통을 반복할 뿐인 정답
문제는 조라의 정답이 반복일 뿐, 쇄신은 될 수 없다는 것. 30여 년간 이어진 전통은 유지해도 시리즈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주제 의식이나 소재, 방향성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전편인 <쥬라기 월드 3>보다도 퇴보했기 때문이다. 그간 <쥬라기 공원> 시리즈는 인간 중심적 관점을 견지했다. 다른 생명을 조작하고 생태계에 개입한 대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언제나 인간만의 몫이었다.
<쥬라기 월드 3>는 달랐다. 벨로시랩터 '블루'는 제약회사 바이오신에게 납치당한 새끼 '베타'를 구하기 위해 친구인 '오웬'(크리스 프랫)을 이용한다. 그는 상처를 입히면서까지 베타를 되찾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블루에게 그러겠다고 약속한다. 이 장면은 공룡들이 전 세계에 퍼진 이상, 인간이 지구의 유일한 주체는 아니며 비인간 존재도 인간처럼 세계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관점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쥬라기 월드 3>의 시도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그 일환으로 등장시켰던 메뚜기의 존재감이 공룡을 압도한 나머지 '메뚜기 월드'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으니까. 그렇지만 <쥬라기 월드 3>라는 실험은 시리즈의 근본적 변화를 추동할 수도 있었다. 공룡을 공포의 존재나 테마파크의 볼거리로만 소비하지 않고, 공룡에게 인간과 동등한 지위를 선사하거나 그들을 이야기의 주체로 끌고 오는 식으로.
하지만 <쥬라기 월드 4>는 전작의 변화를 계승하거나 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시도를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생태적으로 우월하다고 착각하는 인간들의 믿음을 비판하는 헨리 박사의 대사 몇 줄이 전부일 뿐이다. 그보다는 시리즈의 일원으로서 최소한의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선에서 만족한다. 이처럼 30여 년 전의 담론에만 의존하는 이상, <쥬라기 월드 4>로부터 시리즈의 활력이나 미래를 낙관할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편의적이고 얄팍한 도구의 향연
안정적이고 검증된 흥행 공식만 찾는 태도는 각본의 구조에서 비롯된다. <쥬라기 월드 4>는 메시지와 볼거리를 구분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조라 일행이 전자를 맡는다면, 델가도 가족은 후자를 담당하는 식이다. 델가도 가족은 티라노사우루스나 뮤타돈 같은 공룡의 위용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일 뿐이고, 조라 일행은 특정한 윤리적 입장과 가치를 평면적으로 대변하는 졸일 뿐이다.
그 결과 인상적인 캐릭터를 찾아보기 어렵다. 섬에 도착한 이후로 델가도 가족은 없어도 전개에 문제가 없고, 헨리 박사와 크렙스도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내적 갈등을 겪는 조라, 동료들을 하나씩 잃으며 애통해하는 킨케이드가 그나마 예외일 뿐이다. 공룡도 철저히 도구적으로 활용된다. 티라노사우스와 새로운 돌연변이 공룡 모두 블록버스터다운 스케일의 볼거리를 선사하는 역할만 맡고 퇴장한다.
공룡들로부터 메시지나 이야기를 풀어가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쥬라기 공원에 제공될 예정이었던 기괴한 모습의 돌연변이 공룡도 단지 '이중 교배 실험의 실패작'이라고만 언급될 뿐, 과학 기술 윤리와 관련된 담론으로 나아가는 계기는 되지 못한다. 이에 더해 공룡과 인간 주인공 간의 유대도 없고, 공룡들에게 특별히 서사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전반적으로 휘발성이 강하다. 중간중간 놀라운 순간은 있다. 조라 일행이 티타노사우루스를 마주했을 때는 주인공도 관객도 모두 경탄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공룡들이 한순간의 볼거리로 소비되는 이상, 이 감정에는 말초적인 자극 그 이상의 의미가 없다. 자연히 이를 계기로 돈보다 공룡이나 생명의 가치를 더 무겁게 여기게 된 조라의 변화도 다소 얄팍해 보여서 이해는 하나 공감하기는 어려워진다.
눈은 즐겁다
한 번 허점을 노출한 각본은 연쇄적으로 문제를 드러낸다. 우선 작위적인 장면이 많다. 위기를 만들려고 등장인물들의 실수를 일부러 유도하기 때문이다. 굳이 디스토르투스 렉스의 실험실 출입구 앞에서 버려진 초코바 포장지가 연구소를 마비시키고, 그 틈에 공룡이 탈출하는 오프닝이 대표적이다. <쥬라기 월드>에서 사람들의 심리까지 역이용해서 우리에서 탈출한 인도미누스 렉스에 비하면 지나치게 허술해 보인다.
억지로 위기를 만들었다 해도 긴장감이 고조되지 않는다. 등장인물의 구성 때문이다. 배우의 명성, 인물의 나이와 역할 등을 고려하면 생존 여부가 너무 명확하고, 실제로 영화는 예상으로부터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다. 그 와중에 더 다양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는 상황도 살리지 못한다. 수심이 깊은 강이나 사람 키보다 수풀 속에서 공룡이나 다른 생명체를 갑자기 등장시키는 식의 기회가 있지만, 전혀 활용하지 않는다.
그래도 기술적인 탁월함은 인상적이다. 특히 공룡들에게 쫓기다가 안전해졌다고 생각한 캐릭터가 한숨 쉬고 공룡에게 잡아먹히는 연출과 편집 덕분에 서스펜스는 비교적 꾸준히 유지된다. 그 덕분에 해변가에서는 스피노사우루스에게, 절벽에서는 케찰코아틀루스에게, 강가에서는 티라노사우스에게 습격당하는 장면 모두 상당한 긴장감과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묘사도 적나라해서 잡아먹히는 순간의 충격과 공포도 극대화된다.
다른 영화들을 오마주한 액션 장면도 인상적이다. 모사사우스의 신체 일부만 보여주면서 긴장감을 쌓다가 기습적으로 그 전모를 드러내는 연출은 <고질라>가 고질라의 전체 모습을 마지막 순간에야 보여주면서 시각적 충격을 극대화한 연출과 유사하다. <쥬라기 공원>의 명장면이라 할 수 있는 랩터와의 주방 추격전도 장소만 편의점으로 바꿔서 오마주 한다.
최소한의 블록버스터
그렇기에 <쥬라기 월드 4>는 최소한의 블록버스터라고 할 수 있다. 각본의 짜임새는 실망스럽다. 매력적인 캐릭터도 없고,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공룡의 활약도 많지 않다. 그 와중에도 가렛 에드워즈는 관객들을 쫄깃하게 애태우면서 꼭 필요한 재미만큼은 가까스로 지켜냈다.
하지만 그렇기에 <쥬라기 월드 4>는 실패한 작품이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부제에 걸맞은 메시지도, 다음 이야기를 기대할 수 있는 비전도 보여주지 못했다. '쥬라기 월드'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4번째 작품인데도 길을 못 찾은 채 헤매고 전작으로부터도 퇴보하고 있으니, 문제가 더 크다.
그러다 보니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 시리즈처럼 한순간 관객의 외면을 받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설령 당장의 흥행 성적은 기대 이상이더라도, 만듦새를 봤을 때 그 추세가 다음 시리즈에도 지속될 거라고 생각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Acceptable 무난함
최소한의 재미로도 못 가리는 매캐한 진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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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상실과 기억, 담담하게 아로새긴 그리움의 초상
감독 이가은(Lee Ga-eun)
Korea/2024/21min/DCP/Color/Documentary/전체관람가/World Premiere
시놉시스
바닷가 앞에 아이들이 보인다. 혜선이 광화에게 편지를 보낸다. 사랑을 전하고 자신이 먹었던 음식들과 몸 상태를 말한다. 광화가 그 편지를 받고 답신한다. 두 사람이 각자 다른 시간에 발신한 편지를 동시에 펼친다. 그리고 그들은 같은 곳으로 향하고 있다.
리뷰
2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깊은 슬픔과 따뜻한 추억을 섬세하게 직조해낸 단편 다큐멘터리 "K에게"는 관객의 마음에 잔잔하지만 선명한 파문을 일으킨다. 영화는 바다 소리와 함께 빛바랜 가족사진들을 차례로 비추며 시작한다. 젊은 날의 부모님, 해맑은 어린 자식들의 모습은 행복했던 지난날의 기억을 소환하며, 동시에 그 기억의 주체인 'K'의 부재를 암시한다.
마치 오래된 홈 비디오를 보는 듯한 레코더 형식의 아날로그적 화면은 과거 시점을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여기에 1인칭 시점의 내레이션, 마치 일기를 읊조리는 듯한 딸의 목소리가 더해져 쓸쓸하면서도 사적인 감성을 극대화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엄마의 부재로 인한 깊은 그리움을 담담하게 토로하며, 관객들을 2012년의 어느 시간으로 이끈다. 그곳에는 엄마가 먹던 식단, 그리고 죽음을 앞둔 그녀의 심정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K'로 호명되는 존재, 즉 엄마이자 아내를 향한 가족들의 애틋한 그리움을 따라간다.
과거의 기억을 매개하는 것은 다름 아닌 '바다'이다. 과거의 아날로그적 질감과 대비되는 현재의 바다는 깔끔하고 정제된 화면으로 제시되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상징적 공간으로 기능한다. 아버지의 내레이션이 이어지면서 아내를 잃은 상실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삶의 무게가 묵직하게 전달된다. 그의 목소리 역시 딸의 그것처럼 격정적이지 않지만, 그 담담함 속에 배어있는 아픔은 더욱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K에게"는 가족 다큐멘터리로서, 한 사람의 부재가 남은 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자리하는지를 내밀하게 포착한다.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연출 없이, 오롯이 인물들의 기억과 감정에 집중함으로써 오히려 더 큰 감동을 자아낸다. 필름 카메라의 질감을 닮은 화면과 절제된 내레이션은 마치 한 편의 서정시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며, 슬픔을 애써 미화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응시한다.
결국 이 작품은 'K'라는 한 사람을 중심으로 엮인 가족의 시간을 통해 상실의 아픔과 그것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고요하지만 마음을 할퀴는 슬픔, 그리고 그 슬픔을 보듬는 따뜻한 기억의 힘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던 20분이었다.
상영 스케줄
2025.05.04. CGV 전주고사 6관 17:30 (상영코드 443)
2025.05.06. CGV 전주고사 4관 10:00 (상영코드 506)
2025.05.06. 메가박스 전주객사 9관 17:00 (상영코드 655)
2025. 05.08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10:30 (상영코드 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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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창의 서리로 표현된 두 여자의 사랑 이야기
유리창의 서리로 표현된 두 여자의 사랑 이야기
영화 <캐롤> 리뷰
감독] 토드 헤인즈
출연]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시놉시스] 당신의 마지막, 나의 처음.. 모든 걸 내던질 수 있는 사랑
1950년대 뉴욕, 맨해튼 백화점 점원인 테레즈(루니 마라)와 손님으로 찾아온 캐롤(케이트 블란쳇)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거부할 수 없는 강한 끌림을 느낀다. 하나뿐인 딸을 두고 이혼 소송 중인 캐롤과 헌신적인 남자친구가 있지만 확신이 없던 테레즈, 각자의 상황을 잊을 만큼 통제할 수 없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감정의 혼란 속에서 둘은 확신하게 된다. 인생의 마지막에, 그리고 처음으로 찾아온 진짜 사랑임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볼까해서 제목만 보고 시작한 영화 <캐롤>. 겨울옷을 입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과 캐롤이라는 영화 제목이 크리스마스 이야기라고 넘겨 짚고 보기 시작했지만 캐롤은,,, 내가 생각한 캐롤 음악이 아닌 주인공의 이름이었다. 그래도 계절적 배경은 눈내리는 겨울, 크리스마스이긴 했다. 영화 <캐롤>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195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두 여자, 캐롤와 테레즈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강한 끌림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다영화 캐롤은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강하게 끌리고 있다는 것을 굉장히 시각적으로 잘 표현한 작품이다. 테레즈와 캐롤의 첫만남에서 굳이 이렇게 오랫동안 대사도 없이 서로의 모습을 찍어야 했을까 할 정도로 굉장히 긴 시간을 테레즈의 시각에서 캐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할애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왜 저렇게 빤히 고객을 쳐다보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당연히 들 수밖에 없게 만들고, 캐롤과 테레즈의 평범한 대화 속에 오묘한 감정들이 전달되면서 이 둘이 서로에게 강한 끌림이 있음을 설명해준다.
더불어 클로즈업을 많이 활용하면서 상대에게 빠진 사람이 상대의 이목구비를 하나씩 뜯어보듯이 특정 부위만을 클로즈업 해서 보여주고, 다른 곳으로 넘어가는 등 한 사람이 사랑에 빠졌을 때 사랑하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카메라 워킹을 통해 구체적으로 구현하고 있어서 테레즈와 캐롤의 관계가 점차 깊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리창에 낀 서리로 관계의 거리감을 표현하다
영화 캐롤에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유리창에 낀 서리 연출이었다. 캐롤과 테레즈가 아직 친해지기 전, 호감만 있었을 때 함께 탄 차에서는 서리가 껴서 창문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하지만 함께 여행을 시작하고, 서로에 대한 마음이 진심임이 드러나고나서는 불투명한 장막을 사이로 그들을 비추지 않는다. 하지만 남편과의 이혼과정에서 양육권을 빼앗길 위기가 닥치자 캐롤은 테레즈를 떠나고 마는데, 테레즈가 다시 뉴욕으로 돌아오는 길의 창문에서 다시 서리가 낀 모습을 볼 수 있고, 시간이 흘러 테레즈를 길가에서 본 캐롤 역시 서리가 낀 창문을 통해서 바라본다. 그리고 캐롤이 자신의 감정을 다시 깨닫고 테레즈에게 고백을 하지만 그 현장에서는 거절은 한 테레즈가 친구들과 함께 파티장에 가는 장면에서도 고민하는 그녀의 모습을 서리 낀 창문을 통해 비춰준다.
이렇게 서로가 소원해졌을 때에는 불투명하고 잘 보이지 않는 매체를 통해 이들을 보여주고 있고, 서로를 향해 진심을 표현하고 사랑을 할 때는 서로를 가리는 매체가 없게끔 표현한 것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영화 캐롤은 두 여자의 진정한 사랑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캐롤은 남편과 딸이 있는 여성이었고, 테레즈는 자신에게 헌신적인 남자친구가 있는 여성이었다. 하지만 서로를 만난 이후 본능적으로 끌리는 마음때문에 테레즈는 혼란스러워하고, 캐롤은 이를 남편에게 숨기고자 한다.
캐롤은 아마 자신이 여성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듯 싶다. 하지만 남편과의 이혼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이 알려질 경우 양육권을 지킬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를 숨기려고 했고, 테레즈는 이렇게 강한 끌림은 처음이어서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에 혼란을 겪는다. 하지만 테레즈는 캐롤과 함께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을 버리고 양육권을 찾기 위해 떠난 캐롤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 사랑을 복합적으로 느낀다.
캐롤은 딸 린디와의 관계를 지속하고자 테레즈와의 관계를 정리했지만, 결국 이는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결정임을 깨닫고 본인에게 불리할 수 있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자신의 이러한 정체성으로 양육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양육권을 포기하겠지만 린디를 한달에 한 두번 볼 수 있는 권리는 나아게 달라고 요청한다. 린디에게 떳떳한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영화 <캐롤>은 서로를 향해 빠져들어가는 연출이 인상적이었고, 그래서 결국에는 이들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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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이리시맨' 리뷰
총(銃)은 칼보다 평등하다. 칼을 무기로 잘 사용하려면 완력이 좋아야 하지만, 총은 방아쇠를 당길 정도의 힘만 있다면 누구나 격발할 수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자신보다 훨씬 거대한 상대를 총으로 제압할 수 있다. 총이 개입하는 순간 육체적 우위는 드라이아이스처럼 순식간에 기화(氣化)된다. 총싸움에서는 근육의 무게보다 아무 거리낌 없이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배짱의 무게가 중요하다. 누구나 총을 쏘려면 쏠 수 있겠지만, 무심하게 총을 갈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방아쇠를 당기는 상상과 실행 사이에는 총신(銃身)의 수억 배에 달하는 까마득한 거리가 있다. 갱스터 무비의 주인공들은 누군가에게 발포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죄책감과 양심에 발포한다. 그들의 사격은 늘 두 번씩 이루어진다. 그 태연한 반복 동작을 보며 관객은 길티 플레져(guilty pleasure)를 느끼게 된다.
영화 <아이리시맨(The Irishman, 2019)>을 연출한 마틴 스콜세지는 누구나 인정하는 갱스터 무비의 대가다. <아이리시맨>은 <디파티드(The Departed, 2006)>, <좋은 친구들(Goodfellas, 1990)>, <비열한 거리(Mean Streets, 1973)> 등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이름을 영화사에 아로새겼던 그의 대표적 갱스터 무비들과 같은 듯 다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이전 그의 페르소나였던 로버트 드니로(프랭크 시런 역)가 조 페시(러셀 버팔리노 역)와 함께 예전처럼 극의 중심을 든든하게 지켜준다. 여기에 <대부> 시리즈와 <스카페이스(Scarface, 1983)> 등 여러 갱스터 무비에서 활화산처럼 폭발하는 연기로 관객들을 겁박했던 알 파치노(지미 호파 역)까지 가세했다. 이처럼 갱스터 무비의 전설들이 힘을 합쳐 범죄, 우정, 배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사실은 일견 <아이리시맨>이 갱스터 무비의 성공 방정식을 재현(再現)하는 영화일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아이리시맨>은 이러한 단편적인 해석을 배반하는 영화다. 1942년생, 한국 나이 79세로 소위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마틴 스콜세지 감독, 로버트 드니로(1943년 생), 알 파치노(1940년 생), 조 페시(1943년 생)는 동년배다.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풍화작용은 그들의 얼굴에도 깊은 주름의 지류를 형성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금언(金言)을 비웃으면서 살인을 비롯한 온갖 범죄를 저지르며 밤의 세계에서 군림했던 갱스터도, 늙는다. 사실은 법이 아니라 '시간 앞에 만인이 평등'하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말처럼 늙은 갱스터를 위한 밤거리는 없다. 시간의 절대적인 힘에 저항해 보려는 걸까. <아이리시맨>은 최첨단 영화 기술 중 하나인 'de-aging'을 활용해 세 주연 배우의 얼굴 주름을 펴서, 마치 초혼(招魂)하듯, 그들의 더 젊었던 시절을 스크린에 소환한다. 그렇게 과거의 영광을 복기해 본들 밤거리를 휘젓던 갱스터의 두 다리는 속절없이 좌표를 휠체어로 옮길 수밖에 없다.
(CG로 도배된 마블 영화는 '시네마'가 아니라고 비판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de-aging' 활용했다는 것은 영화가 당대 최첨단 기술과 친구일 수밖에 없음을 새삼 상기시켜준다.)
<아이리시맨>은 갱스터에게도 봄날은 가기 마련이라고, 덤덤하게 말한다. 인생의 황혼을 지나 밤을 향해 걷고 있는 갱스터 무비의 전설들이, 밤의 고요 속에서, 누구나 '평등한 덧없음'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고 나직하게 읊조린다. 총성으로 밤의 고요를 깨는 장면들로 점철되기 일쑤인 갱스터 무비가 오히려 밤의 고요를 느끼게 해 준다는 아이러니야말로 <아이리시맨>의 핵심이 아닐까. <아이리시맨>의 엔딩 크레디트를 채우는 'The Five Satins'의 'In the Still of the Night(밤의 고요 속에서)'를 들으며 나는 침묵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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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큐!! 극장판 / 쓰레기장의 결전 / 많이 보는 데는 이유가 있구나 / 쇼요와 켄마의 매력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엔드크레딧 끝나고 제대로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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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백설공주> 메인 예고편
"우리 왕국을 되돌려 놔야죠." 2025년 3월, 마법같은 스토리가 펼쳐진다! [백설공주] 메인 예고편 대공개 [백설공주] 2025년 3월 극장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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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멜리에> 재개봉 예고편
이름: 아멜리 풀랑
직업: 몽마르트르 두 개의 풍차 카페 직원
특징: 취미 부자
금요일 저녁, 혼자서 영화 보는 것을 즐기는 아멜리는
크렘 브륄레의 캐러멜을 티스푼으로 깨트리거나
생 마르탱 운하에서 하는 물수제비뜨기를 좋아한다.
현재 남자친구는 없으며
그녀의 주변은 늘 독특한 성격의 사람들로 북적인다.
세월이 흘러도 혼자만의 시간과 여유를 즐기던
아멜리에게 어느 날, 운명의 사건이 찾아왔다.
8월 29일, 48시간 뒤
그녀의 삶은 완전히 바뀔 것이다!
물론 그녀는 아직 이 사실을 알지 못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