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3-31 11:03:08
겨울 추위에는 살이 시리지만 봄 추위에는 뼈가 시리다.
달콤 씁쓸, 현실적인 로맨스 영화_국내 편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거리에 만개한 벚꽃들 덕분에 마침내 봄이 왔음을 체감하는 요즘.
예쁘게 핀 꽃을 바라보면 마음이 붕 뜨다가도 여전히 매서운 칼바람에 몸이 움츠러들기도 하는데요,
부쩍 변덕스러워진 날씨지만 여러분 모두 건강 유의하시길 바랄게요.
그런데 혹시 '겨울 추위에는 살이 시리지만 봄 추위에는 뼈가 시리다'라는 속담을 아시나요?
봄에 찾아오는 꽃샘 추위도 겨울에 찾아오는 추위만큼이나 강력하단 뜻인데요,
씨네랩도 오늘은 마냥 따뜻하고 설레지만은 않은, 현실적인 국내 로맨스 영화를 추천해 드리려고 해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희대의 명대사를 남긴 <봄날은 간다>부터
아릿한 첫사랑 이야기의 정석과도 같은 <건축학개론>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8편의 로맨스 영화를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연애의 온도(2013)
Very Ordinary Couple

감독: 노덕
출연: 이민기, 김민희, 최무성, 라미란 등
장르: 멜로/로맨스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12분
애인과의 반복되는 싸움에 지쳐봤다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대사들의 향연.
3년의 비밀연애 끝네 헤어진 직장동료 '동희'와 '영'. 서로의 물건을 부숴 착불로 보내고, 커플 요금을 해지하기 전 인터넷 쇼핑으로 됴금 폭탄을 던지고. 심지어는 서로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는 말에 SNS 탐색부터 미행까지! 헤어지자고 말한 후에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었다. 사랑할 때보다 더 뜨거워진 두사람. 연애가 원래 이런 건가요?

너 그거 알아?
헤어졌던 사람들이 다시 만날 확률이 82%래.
근데 그렇게 다시 만나도
그중에서 다시 잘 되는 사람들은 3%밖에 안된대.
나머지 97%는 다시 헤어지는 거야,
처음에 헤어졌던 거랑 똑같은 이유로.

헤어지자고 네가 하면 되지, 왜 나한테 시키는데?
야, 넌 뭐 변한 줄 알아? 너야말로 그대로야.
나 만나서 힘들고 지친다, 너 혼자 애쓴다,
너 지금 옛날에 하던 그 짓 똑같이 하고 있잖아.
너만 숨 막히고 피 말라?
나야말로 너랑 있으면 뭘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겠어!
나 다시 만난 거 네가 후회하고 있을까봐
나 너랑 있으면 같이...
나 숨도 제대로 못 쉬어.
근데도 결국에 이렇게 너는 네 생각밖에 안 하잖아.
너 서운한 거, 너 힘든 거,
너 혼자 노력하고 발버둥 치고 있는 거.
네 눈에는 너밖에 안 보여? 너만 힘들어?
연애 빠진 로맨스(2021)
Nothing Serious

감독: 정가영
출연: 전종서, 손석구 등
장르: 멜로/로맨스, 코미디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5분
요즘 애들 자.만.추 는 내가 아는 그 뜻이 아니라고?
일도 연애도 뜻대로 되지 않는 스물아홉 '자영'. 참을 수 없는 외로움에 못 이겨 데이팅 어플로 상대를 검색화고, 19금 칼럼을 떠맡아 반강제로 데이팅 어플에 가입한 '우리'와 만난다. 서로에게 급속도로 빠져든 두 사람은 연애인 듯 아닌 듯 미묘한 관계 속에 누구 하나 쉽게 속마음을 터놓지 못하는데...

연애는 방구고,
결혼은 똥이야.
그냥 실컷 방꾸 뀌다가
똥 마려울 때 되면 결혼하는 거지, 뭐.

우리 센 척 작작하자.
여기 안 외로운 사람 있어?
사실 다들 외롭잖아.

야, 근데
우리가 하는 게 연애 아니야?
가장 보통의 연애(2019)
Crazy Romance

감독: 김한결
출연: 김래원, 공효진, 강기영, 정웅인 등
장르: 멜로/로맨스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09분
지긋지긋한 인연들에게 날릴 사이다가 필요하다면,
남친과의 뒤끝 있는 이별 중인 ‘선영’. 새로운 회사로 출근한 첫날, 할 말 못 할 말 쏟아내며 남친과 헤어지던 현장에서 하필이면! 같은 직장의 ‘재훈’을 마주친다. 만난 지 하루 만에 일보다 서로의 연애사를 더 잘 알게 된 두 사람. 하지만 미묘한 긴장과 어색함도 잠시, 사사건건 부딪히면서도 마음이 쓰이는 건 왜 그럴까?

남자랑 여자랑 같니?
- 같지 그럼! 너는 다르다고 배웠니?

나는 그냥 사랑에 환상 같은 게 없어요.
그냥 남잔 많이 만나볼수록 좋다.
그놈이 그놈이다.
몰랐어요?
여자 다 똑같아요, 남자 다 똑같은 것처럼.
그러니까 뭐 그냥 기대할 것도 실망할 필요도 없다 그런거지...
러브픽션(2012)
Love Fiction

감독: 전계수
출연: 하정우, 공효진, 지진희, 유인나 등
장르: 멜로/로맨스, 코미디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21분
하나만 물어보자. 도대체 내가 몇 번째야?
완벽한 여인을 찾아 헤매느라 31살 평생 제대로 된 연애 한번 해 보지 못한 '주월'. 그런 그의 앞에 모든 것이 완벽한 여인 '희진'이 나타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괴상한 취미, 남다른 식성, 인정하기 싫은 과거 등 완벽할 거라고만 생각했던 희진의 단점이 하나둘씩 마음에 거슬리기 시작하는데...

잘못했어. 겨드랑이 털 같은 거 상관없어.
진짜야, 내가 털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나는 모자도 털모자만 쓰고, 만두도 털보 만두만 먹고,
성격도 털털하다는 소리를 되게 많이 들어.
우리집 TV도 다 디지털이야.

우린 모두 연애라는 정글 속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가까스로 생존방식을 체득한 원숭이들일 뿐이야.
로맨틱 침팬지 말이야.
나의 사랑 나의 신부(2014)
My Love, My Bride

감독: 임찬상
출연: 조정석, 신민아, 윤정희, 배성우, 라미란 등
장르: 멜로/로맨스, 코미디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11분
결혼은 환상이 아니라 현실?
4년의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영민'과 '미영'. 마냥 행복할 줄만 알았던 달콤한 신혼생활도 잠시, 사소한 오해와 마찰들이 생기며 결혼의 꿈은 하나 둘씩 깨지기 시작하는데... 신민아와 조정석 주연으로 만든 90년대 레전드 로코영화 리메이크작.

여자한테 첫사랑은 하나가 아니래.
처음 만난 남자가 첫사랑이 아니고,
지금 사랑하는 사람의 처음 모습이 첫사랑이래.

외롭다는 말이었어.
사람이 집에 혼자 있고 그런 게 외로운 게 아니야.
같이 있는데 진짜 외로운 게..
그게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건축학개론(2012)
Architecture 101

감독: 이용주
출연: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등
장르: 멜로/로맨스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18분
첫사랑은 왜 이루어질 수 없다고들 하나
서른다섯살의 건축가 '승민'의 앞에 15년 전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던 음대생 '서연'이 나타난다. 서연은 승민에게 자신을 위한 집을 설계해달라고 하고,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작품으로 서연의 집을 짓게 된 승민은 옛 기억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첫사랑이 원래 잘 안되라고 첫사랑이지.
잘되면 그게 첫사랑이니?
마지막 사랑이지.

손목 때리기는 보통 사이에선 하지 않지 않냐?
막 손 잡고 그래야 하는데.

너도 멀리 가 있어.
그렇다고 너무 멀리 가진 말고.
그 겨울, 나는(2022)
Through My Midwinter

감독: 오성호
출연: 권다함, 권소현, 오지혜, 계영호 등
장르: 멜로/로맨스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00분
사랑이 가장 피곤했던 것 같아
스물아홉 동갑내기 커플 ‘경학’과 ‘혜진’은 내일을 위해 뜨겁게 공부하고, 오늘을 위해 열심히 사랑한다. 하지만 혜진이 먼저 취업을 하게 되자 점점 서로의 내일과 오늘이 변하기 시작한다. 설상가상 경학이 엄마의 빚을 떠안으며 공부도 사랑도 위기를 맞게 되는데… 사랑조차 피곤했던 그 겨울, 우리는 서로에게 얼마나 솔직했을까?

사랑이라는 거,
그거 되게 간사한 감정이야.

나도 힘들다...
너만 힘든 거 아니야.
봄날은 간다(2001)
One Fine Spring Day

감독: 허진호
출연: 유지태, 이영애, 백성희, 박인환, 신신애 등
장르: 멜로/로맨스, 드라마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06분
사랑이 이만큼 다가왔다고 느끼는 순간 봄날은 간다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는 어느 겨울 자연의 소리를 채집해 틀어주는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지방 방송국 라디오 PD '은수'와 만나게 된다. 녹음 여행을 떠나며 자연스레 가까워진 두 사람은 곧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되지만 봄을 지나 여름이 찾아오자 둘의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하는데...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사랑은 변하지 않아.
단지 사람의 마음이 변했을 뿐이지.
오늘 추천드릴 영화는 여기까지 인데요, 어떠셨나요?
즐겁고 평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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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스탄틴이 되고 싶었던 동은이
이 글은 영화 [검은 수녀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퍼 갈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경고했다.
예전에 영화 파묘에 대해 리뷰를 썼다가 악플(?)에 시달린 적이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개소리 중 하나는 살다 살다 오컬트 장르를 분석하는 인간을 다 본다.라는 뉘앙스를 담은 욕이었다.(보통 그런 사람은 브런치 계정만 있지 글이 없는 경우가 99.9%라서 그런 악플은 남겨둘 가치도 없어서 그냥 지움) 물론 그 말이 이해가 가기도 하고, 그러면서 하도 욕이 하찮아서 웃기기도 했다. 그래서 다음 오컬트 영화를 리뷰하는 날엔 그 사람이 반드시 내 리뷰를 보고 아 오컬트에 이런 매력이 있구나. 혹은 아 모든 장르마다 공식이 있다더니 오컬트도 예외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가지는 날이 오기를 바랐다.
반드시 좋은 영화여야만 했다. 덜컥 상이라도 하나 받게 되는 영화라면 어쨌거나 작품성 면에서는 무시는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알량한 생각도 있었다. 대중적이라면 오히려 더 좋을지도 몰랐다. 천만명이 봤다고 반드시 괜찮은 영화는 아닐지 몰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다면 그래도 그 악플러에겐 대중적이라는 말로 밀어붙이기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으니까.
그러나 그 ”다음 리뷰“가 하필 이 영화일 거라고는 나조차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순수하게(?) 영화에 대한 투덜거림만 늘어놓을 수 있게 되어 버렸다. 이쯤 되면 누가 악플러인지 나조차도 구분을 못 할 지경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피식하고 웃음이 나온다.
이 영화가 글러먹은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닌데 애초에 잘못된 것은 의도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감독은 10년 전 영화인 [검은 사제들]의 세계관을 따르는 스핀오프 작품이라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누군가가 구마자가 되고 그런 사람을 퇴마 하는 신도들이라는 이야기의 구조는 [엑소시스트] 때부터 고유하게 내려온 오컬트 장르의 특성일 뿐. 세계관을 따른다는 말은 과하다 못해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아마도 영화의 말미에 최부제(강동원)가 등장하기 때문에 검은 사제들과 연결되어 있다, 혹은 앞으로 그가 미카엘라(전여빈)와 함께 다음 편에서 고스트 버스터(?)를 할 거라는 예상을 하게 해서 스핀오프라는 말을 붙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모든 시도들은 뻔뻔하기 짝이 없게 느껴진다.
또한 모든 것이 완벽하게 반대인 등장인물들의 성별도 나를 화나게 한다. PC적인 의도는 아니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여성 서사 어쩌고를 언급하려는 의도도 아니었어야 할 것이다. 반드시 “표절”을 피하려는 의도였어야만 그래도 화가 덜 날 것이기 때문이다.
첫 등장에서 담배를 물고 있는 유니아(송혜교)를 본 순간 깨달았다. 감독은 이 캐릭터의 설정을 앞 구르기를 하면서 봐도 영화 [콘스탄틴]에서 따왔다는 것을. 이 한 장면으로 감독은 매우 많은 면을 설명하려 했을 것이고. 또한 매우 많은 시간을 절약하려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얄팍한 의도를 숨기려면 표절을 피하기 위해 성별을 남자가 아닌 여자 캐릭터로 반드시 바꾸어야 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매우 대차게 실패해 버렸다.
송혜교라는 배우가 전작인 글로리를 통해서 어느 정도 연기력을 인정받았음에는 이견이 없지만. 감독이 원했던 비딱하면서 종교와 교리, 그리고 이단의 줄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역할에는 완벽하게 스며들 만큼의 내공은 아직 없었다. 특히 욕설을 내뱉는 연기는 마치 영화 [아수라]에서 세상 어색하게 욕을 하던 정우성이 생각날 만큼 너무도 경건하고 타격이 하나도 없어서. 저걸 진짜 오케이를 준 컷이란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 만큼 영화에 몰입하기 힘들었다.
캐릭터 기용에 있어서도 어설프기 짝이 없다.
영화 자체를 통틀어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를 담당하고 있는 인물은 허준호 배우이다. 성직자의 몸에 깃든 악령이라니!! 그러나 영화는 구마자가 된 이후의 허준호를 그 어떤 설명이나 쓰임 없이 아주 간단하게 서사에서 아웃시켜버린다. 더 어이없는 것은 이진욱의 출연이다. 그다지 역할이 크지도 않고. 이성적인 역할, 혹은 여주인공들에게 반대하는 역할로서의 설득도 크게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마지막의 장면까지도 야무지게 출연을 하는 것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구마(퇴마)라는 것을 진행하고 실행하기 위해 일어나는 수많은 반대들과 위험성에 대해 말하려 하는 의도는 알겠지만. 문제는 이 모든 캐릭터들을 데리고 그 어떤 설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와리가리만 하다 시간만 채우는 불상사가 일어나기 때문에. 초반부뿐만 아니라 후반부로 치닫는 이 모든 시간들에서 위험성은커녕 지금 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구마를 한다고?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렇다면 과연 오컬트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도 있는 구마 의식 자체에 대한 문제가 없는가.라고 묻는다면 영화가 나를 가장 화나게 한 부분도 그 부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두 주인공이 가진 특별함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합리적(이어야만 한다 진짜)인 의심을 할 수 밖엔 없지만. 타로카드 세 장 믿고 진행하는 템빨 크로스오버 굿판이라니. 그것도 수녀가.
진정한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는 있지만. 하지만 이런 방법은 피했어야만 한다. 차라리 구마 의식 자체에 대해 반감이 있었던 미카엘라에 대해 좀 더 많이 설명했더라면 이런 이질감은 많이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시도와 의도들이 어긋나서 보는 내내 불쾌함을 감출 수 없는 영화였다.
[마치면서]
보통 좋은 영화든 안 좋은 영화든.
영화라는 것을 보고 나면 나는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줄이고 또 줄여서 리뷰를 쓰는 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번 영화는 쓸 말조차 없어서 한참이고 빈 페이지를 띄운 채 다리를 달달 떨며 문장을 잡아내야 했다. 한동안은 오컬트 영화에 첫 출연하는 주연배우들의 덕을 보긴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그다지 유쾌한 결과로 기억되지는 않을 영화라는 예상을 해본다.
[이 글의 TMI]
1. 부산에서 서울로 오는 표를 못 구해 강제로 연휴를 서울에서 보내게 된 1인
2. 그릭요거트 이제 지겹다. 아침으로 뭐 먹지.
3. 백오십 년 만에 우동 먹었는데 정제 탄수 최고!!!
4. 장갑 잃어버림
#영화리뷰 #검은수녀들 #오컬트 #최신영화 #영화리뷰어 #munalogi #네이버인플루언서 #브런치작가 #송혜교 #전여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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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수학으로 바라본다면
명문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가장 인정받는 수학 천재 ‘마거리트’는 세계 난제 ‘골드바흐의 추측’에 관한 연구를 증명하는 세미나에서 오류를 범하고 만다. 그날 이후 충격에 빠져 학교를 그만둔 ‘마거리트’는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며 변화하기 시작하는데... “내가 증명하고 싶은 건 나일지도 몰라”
<마거리트의 정리> 줄거리
마거리트의 실패로 영화는 시작된다. 사실 '실패'라는 단어는 맞지 않다. 난제뿐만 아니라 모든 상황에서 무언가를 풀어나가다 보면 당연히 오류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거리트는 이 일을 돌이킬 수 없는 '실패'로 여기고 인생의 전부였던 수학을 그만두게 된다.
반강제로 외골수 인생에서 벗어난 마거리트는 이제 수학만 보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이렇게 마거리트가 보는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지만 마거리트는 변하지 않는다. 수학을 대하던 모습을 그대로 사람에게 적용시킨다. 예전과는 다른 삶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걱정만 가득할 것 같은데 마거리트는 덤덤하게 새로운 삶을 꾸려 나간다. 모르는 사람을 덥석 믿고,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표출하고, 돈을 당장 구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에도 불법적인 도박에서 능력을 발휘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등 수학 문제를 풀듯이 덤덤하게 삶을 헤쳐나가는 마거리트의 모습은 불안정한 그의 삶이 유쾌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무슨 문제던지 그것에만 골몰해 있다 보면 오히려 미궁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 외의 바깥들을 탐구하고 문제로 가득 찬 종이가 아닌 백지에 새로 시작한다면 도리어 더 나은 답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불법적이기도 하지만 유쾌하게 살아가던 마거리트의 삶에는 더이상 수학과 '골드바흐의 추측'은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수학에만 쓰던 천재적인 머리를 마작에 쓰던 마거리트는 결국 마작을 하면서도 자신의 목표, '골드바흐의 추측'에 대해 생각한다. A4용지 한 무더기도 마거리트에게는 작다. 벽까지 칠해가며 다시 혼자만의 풀이를 해나가는 마거리트. 새로운 삶을 배운 마거리트가 써 내려가는 수학식들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이다. 그리고 마거리트 역시 이전과는 다르다.
룸메이트와 함께 새로운 세계를 탐구하며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방식을 배운 마거리트는 자신의 새로운 연구를 함께해 줄 사람을 구한다. 바로 자신의 연구에 오류를 지적한 루카이다. 둘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맞지 않는다. 하지만 수학에 대한 열정, '골드바흐의 추측'을 풀지도 모른다는 기대 등으로 서로를 맞추어가며 연구해 나간다.
자신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마거리트의 말에 지금의 모습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네가 관심을 기울이면 지금의 너에게 호감을 가질 사람들은 분명 있을 거라는 룸메이트의 말이 맞았나 보다. 수학에게만 쏟을 것 같은 그들의 관심은 점차 서로에게 향한다.
수학을 풀다 보면 수많은 미지수들을 만나게 된다. 다 풀었다고 생각한 문제에서 생각지 못한 오류를 발견하여 무용지물이 되기도 하고 중간에 막혀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기도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새로운 사람, 새로운 상황들과 마주하게 된다. 생각했던 대로 술술 풀리는가 하면 예기치 않은 문제로 모든 게 엉망이 되기도 한다. 오류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그의 연구는 세미나 이전의 마거리트의 삶 그 자체이다. 180도 달라진 그의 삶에서 마거리트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미지수들을 만나며 삶이라는 문제를 풀어나간다. 마거리트의 정리는 단순히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마거리트 자신의 삶을 풀어나가는 과정이다. 세상을 수학처럼 바라봐보자. 어쩌면 마거리트가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수학에 적용하여 풀어나간 것처럼 우리는 삶을 수학 문제를 풀듯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마거리트의 정리>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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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4주 최신 개봉영화!
12월의 마지막! 4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12월 4주 개봉영화 5편!
해피 뉴 이어 A YEAR-END MEDLEY , 2021
한지민, 이동욱, 강하늘, 임윤아, 원진아, 이혜영, 정진영, 김영광, 서강준, 이광수, 고성희, 이진욱, 조준영, 원지안
영화 "해피 뉴 이어"는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호텔 엠로스를 찾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인연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입니다.
세대 불문 각기 다른 개성과 매력으로 무장한 배우들이 총 출동합니다.
14인 14색 조화로운 연기 앙상블이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비 오는 날 수채화','엽기적인 그녀', '클래식'까지. 탄탄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
아름다운 영상미로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선사하며 한국 로맨스 영화에 한 획을 그은 곽재용 감독이 로맨스 영화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공감백배 풋풋한 첫사랑부터 가슴 아픈 짝사랑, 아련한 옛사랑까지!
첫번째 추천영화 "해피뉴이어"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노웨어스페셜 Nowhere Special , 2020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감동 드라마
영화 '노웨어 스페셜'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창문 청소부 ‘존’이 혼자 세상에 남겨질 4살짜리 아들 ‘마이클’을 위해
특별한 부모를 찾는 여정을 그린 드라마 입니다.
'스틸 라이프'로 베니스국제영화제 4관왕의 영예를 안은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의 신작으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아내는 마이클 생후 6개월 무렵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떠났고.
존은 친부모 없이 살아야 할 아들에게 가장 완벽한 위탁 가정을 찾는 데 혼신을 다합니다.
두 사람은 담담하게 추억을 만들어가죠 죽음과
입양에 대해 깊은 감동을 선사할
두번째 추천영화 "노웨어 스페셜"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램 Nowhere Special , 2020
제94회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예비후보
영화 '램'은 양 목장에서 태어난 신비한 아이를 얻은 '마리아' 부부에게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는 호러 영화입니다.
아이슬란드 외진 시골 마을에 사는 마리아와 잉그바르는 유산의 아픔을 지닌 부부입니다.
양떼를 치고, 감자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두 사람은 외부와 단절을 선택하고 무거운 침묵이 이어지는 일상에서 신비한 존재가 다가옵니다.
다름 아닌 키우던 양이 낳은 반인반수의 아이죠
과연 부부에게 축복의 존재일지 비극의 존재일지 반전이 있는 영화
세번째 추천영화 "램"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메모리: 조작살인 Nowhere Special , 2020
제94회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예비후보
영화 "메모리: 조작살인"은 남편의 실종 사건 후, 계속해서 이상한 사건이 일어나는 여자 ‘수연’과
그런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수연’의 기억 속 진짜 사실을 보기위해 노력하는 의사 ‘정우’사이의 진실게임을 그린 미스터리 추적극입니다.
김현우 감독이 2020년 단편으로 제작해 ‘제12회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에서 후보에 오르는 등 큰 호응을 받은 소재로 만든 영화 인데요
배우 ‘김윤서’와 정은우의 연기 호흡으로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두 남녀의 숨막히는 진실게임!
네번째 추천영화 "메모리: 조작살인"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긴 하루 Nowhere Special , 2020
국내 영화 최초로 NFT 접목
영화 "긴 하루" 는 문득 기억 하나가 마음을 흐트러뜨리는 어느 날,
꿈 같은 하루를 우연히 떠돌게 되며 만나고 헤어지는 남녀의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입니다.
'내가 고백을 하면', '두 개의 연애', '늦여름' 등 독특한 감성 드라마를 선보였던 조성규 감독의 신작이죠
남녀가 만나서, 헤어지고, 그리워하고, 다시 재회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하루 동안 그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담아냈습니다
김동완,남보라,신소율,정연주,서준영 등 배우들의 연기앙상블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NFT가 블록체인의 산업적용 사례로 손꼽히며 게임, 패션, 미술 등 다양한 산업계에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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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듄 (Dune) [2021]
* 본 리뷰는 <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듄 (2021)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티모시 샬라메, 레베카 페르구손, 오스카 아이작, 제이슨 모모아, 조시 브롤린, 젠데이아, 장첸, 하비에르 바르뎀, 스텔란 스카스가드 등
장르: SF, 판타지, 스페이스 오페라
러닝타임: 155분
개봉일: 2021.10.20
장대한 운명의 서막, 시련에 맞서다
10191년,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인 '폴 아트레이드(티모시 샬라메)'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베네 게세리트' 출신인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페르구손)'의 피를 물려받아 꿈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고, 미래의 구원자로 점지되어 태어난 인물이다. 아트레이드 가문은 황제로부터 우주에서 가장 비싼 물질인 '스파이스'가 생산되는 '아라키스'를 다스리라는 명을 받고, 낙원과도 같은 본거지를 떠나 새 터전에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이는 세력이 커지는 아트레이드 가문을 시기한 황제의 함정이었다. 아라키스를 오랜 기간 억압했던 하코넨 가문과 사다우카 연합군이 아트레이데스 가문을 기습하고, '레토 아트레이드(오스카 아이작)' 공작은 물론 성 안의 모든 인물들이 몰살당한다.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 '레이디 제시카'와 '폴'은 그들을 지키는 소드마스터 '던칸 아이다호(제이슨 모모아)'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하고, 적에게 맞서기 위해 아라키스의 '프레멘' 부족을 찾아간다.
복잡하고 심오한 세계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시놉시스나 줄거리를 텍스트로만 접한다면, <듄>의 복잡하고 장대한 세계관에 대해 알 길이 없다. 따라서 <듄>을 단순히 킬링타임용으로 관람하는 것이 아닌 웅장한 스토리에 담긴 깊은 매력을 탐미하고 싶다면, 유튜브를 통해 세계관 정보와 관련된 짤막한 영상을 우선적으로 시청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듄>은 가상의 거대한 제국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부족들의 권력 투쟁이 등장하고, 현실 세계의 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SF영화 특유의 미래 기술과 소품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스타워즈>, <블레이드 러너>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물을 표방한다. <스타워즈>가 어느 정도 오락성과 스펙터클함을 가져간 시리즈라면, <듄>은 좀 더 심오하고 황량한 느낌이 강하다. 따라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작품에 익숙한 10-20대 관객들에게는 다소 지루한 영화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듄>에 대한 사전 정보를 조금만 인지한 상태에서 관람한다면 마냥 따분한 작품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의 상상력을 통해 구현된 세계의 다양한 인간 군상과 판타지적 존재들, 그리고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이들의 관계성을 하나씩 짚어보며 전개를 따라간다면, <듄>이라는 발상 자체에 대한 놀라움과 어릴 적 한번쯤 머릿속으로라도 해보았을 법한 비현실적 시공간에 대한 공상을 떠올리게 한다. 십 년간 지속되어온 마블 세계관에 이제는 익숙해졌을 대중에게 새로운 신비감을 자극할 만한 드넓은 무대가 펼쳐진 셈.
광활한 우주와 행성, 영상미에 취하다
<듄>은 러닝타임이 2시간 30분에 달할 정도로 작품의 길이가 길고, 생소한 세계에 대한 설명적인 내용의 등장, 그리고 알 수 없는 시공간이 뒤섞인 '폴'의 꿈에 관한 이야기 등 때문에 상당한 집중력을 요한다. 작품의 이러한 심오함은 집중을 통해 몰입감을 끌어낼 수도 있지만, 몰입과 흐트러짐은 한 끗 차이이기 때문에 본편의 서막과도 같은 내용에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스토리를 제쳐두고라도 <듄>은 봐야할 가치가 있다. '드니 빌뇌브' 작품답게 영상미에 상당한 공을 들였는데, 대표적으로 광활함과 잔혹함이 공존하는 '아라키스'의 사막 배경은 작품의 장대한 세계관을 머금은 듯 엄청난 위압감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뿐만 아니라 <테넷>을 뒤로 하고 <듄>을 택한 '한스 짐머'의 묵직하고 웅장한 음악이 더해져 언제 어디서든 주인공들을 향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듯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만든다. 줄거리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어렵더라도, 영상의 압도적인 비주얼만큼은 우리 두 눈에 최대한의 만족도를 선사한다. IMAX로 촬영하여 화면 비율을 무려 1.43:1까지 확장한 스크린은 드넓은 우주의 시공간을 폭넓게 탐험하는 기분을 자아내는데, 이 때문에 꼭 IMAX로 관람하기를 추천하고 싶다.
초호화 캐스팅, 제몫 다한 배우들
<듄>은 명감독인 '드니 빌뇌브' 감독, 그리고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원작 소설만으로도 감상의 가치가 있는 작품이지만, 초호화 캐스팅을 실현시키며 작품의 스케일을 극대화시켰다. 주인공 '폴'을 연기한 '티모시 샬라메'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0대 배우 중 한 명이며 그의 부모님을 연기한 '레베카 퍼거슨'과 '오스카 아이작', 전투 장면에서의 카리스마를 보여준 '조시 브롤린'과 '제이슨 모모아', 섬뜩한 악역 '데이브 바티스타'와 '스텔란 스카스가드', 후속작에서의 기대를 남긴 '젠데이아'와 '하비에르 바르뎀'까지. 주인공급 인물들이 대거 출연하며 짧은 등장에도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개인적으로 가장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한 배우는 '레이디 제시카'를 연기한 '레베카 퍼거슨'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형적인 어머니상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서 강인한 눈빛과 카리스마로 작품의 중심을 무게감 있게 잡아준다. 보통 부녀가 함께 등장하는 SF 장르 영화에서는 아들이 어머니를 지키는데, 레이디 제시카는 작중 가장 강한 인물 중 하나로 그려지며 각성을 앞두고 혼란을 겪는 폴의 멘탈을 케어해주는 것은 물론 모진 시련에도 아들보다 앞장 서서 상황에 맞서는 모습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특히 두려움과 기개가 공존하는 '레베카 퍼거슨'의 표정과 눈빛 연기, 그리고 적을 공격할 때 발산하는 파워는 작중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티모시 샬라메' 때문에 본 작품이지만, 의외로 가장 눈길이 가는 배우는 '레베카 퍼거슨'이었다.
운명을 받아들인 유약한 소년의 성장
<듄>의 원작 소설은 6부작으로 된 대작이지만, 영화는 해당 소설을 2편에 걸쳐 모두 담는다고 한다. 따라서 극에 등장하는 여러 세력의 특징 혹은 '레토 공작'과 '하코넨'의 대립 관계 등 극에 미처 담지 못한 에피소드들이 많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HBO Max 드라마 <듄: 자매들>을 추가로 기획했다고는 하지만, 원작을 보지 못한 관객들은 여전히 이 세계관을 이해하기에 갈 길이 멀다.
따라서 시리즈 1편에 해당하는 본작은 주인공이 각성해나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며 본편의 인트로인 것처럼 그려진다. '폴'의 강인함이나 구원자적 존재로서의 용맹함보다는 유약함과 두려움이 부각되는 것 역시 운명을 거부하고 싶지만, 받아들여야만 하는 삶에 놓인 인물이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담기 위해서일 것이다. <듄>은 SF 판타지 영화임에도 그 흔한 주인공의 전투신조차 없다. '폴'의 활약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극이 끝나고 도대체 무슨 내용이 전개된 것인지 납득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무작정 주인공 혹은 히어로의 능력을 강조하여 주인공 보정을 입히고, '데우스 엑스 마키나'급 활약을 하는 틀에 박힌 구조를 탈피했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 된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듄>은 이제 시작일 뿐이며 '폴'이 이끌어갈 후속작에 대한 완벽한 빌드업을 마쳤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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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마주하고 환하게 웃는 우리들
첫사랑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내 첫사랑이 무엇인지 나 자신에게 묻기 시작한다. 글쎄. 누구였을까. 막연하게 생각이 안 난다. 이 글을 쓰며 몇 명의 얼굴이 지나간다. 가장 가까운 시기인 넌 아니고. 걔는 그런 마음이 있었을까. 지금 2022년에 뒤돌아 봤을 때 '걔는 사랑이었어!'라고 생각하면 첫사랑이 될 것이다. 어렵지 않게 한 도착점으로 향한다. 일단 이성 이전에 인간관계도 똑바로 만들지 못했던 나였기에 손가락과 혓바닥을 뽑아버리고 싶은 이불 펑펑 흑역사를 만들어 첫사랑을 떠나보냈다. 첫사랑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아마 겁나 창피해서 자기 전에 생각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 이 글을 읽는 분들 역시 다 똑같을 거라 생각한다. 첫사랑은 창피한 게 매력이지.
다른 첫사랑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아니지. 그 '다른 첫사랑'은 어쩌면 지금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두운 내면을 드러내는 게 재밌었던 나. 내가 하는 위로가 사람들에게 닿을 때마다 짜릿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이 이유로 이 글쓰기가 오랫동안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울컥하는 노래 가사처럼 마음에 들어가는 문장을 쓰고 싶었던 나. 난 아직도 그것에 낭만이 생겨서 이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뭐 지치기도 지치지만 난 이런 시간이 즐겁다.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글을 쓰는 재미는 엄청 크다. 또 작가님이라고 불러주는 호칭도 포기하기 싫기도 하고. 어렸을 때 순수하게 쓰는 거에 집중해서 문예부 동아리 편집장까지 했던 다. 이상한 인간관계법이 있긴 했지만 여러 사람을 감동하는 글을 쓰는 순수한 재미는 그때가 20대인 지금보다 더 반짝반짝 빛났다. '왜 항상 대비해도 창피한 흑역사가 생기는가'라는 내 삶의 과제가 있어도 이 동기부여를 포기하기는 너무나도 싫다. 역시 이 마음이 나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들 무언가에 진심일 것이다. 그래서 즐거움과 꿈에 투신하는 사람들을 보면 흐뭇하고 뿌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2021년, 일본의 여름에 영화 제작에 진심인 여학생들이 있다. 이 학생들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근데 좀 특별하다. 사무라이 액션 영화다. 이 친구들과 영화를 만들어보자. <썸머 필름을 타고!>다.
시대극에 진심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뭔데?" "널 좋아한다고!" 모니터 안의 남녀는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다. 선남선녀가 달달한 사랑이야기를 보여주는 걸 보니 지켜보는 우리까지 뿌듯해진다. 카메라는 모니터 밖으로 옮겨간다. 결과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감독과 배우. '이 장면은 어떻게 찍었어야 했는데-'라고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여고생 영화감독 카린은 로맨스 장르를 만드는 데 특별한 재능이 있다. 곧잘 영화를 잘 만들어서 학교 내에 인기가 있는 카린. 대중적인 장르에 사랑스러운 연출 방식까지 과연 인기가 있을 만하다. 그런데 그런 카린을 이글이글 바라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 맨발이었다. 저게 영화야? 까르르 웃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뭔가 착잡한 표정으로 속상해하고 있다. 가방을 챙기고 교실을 나서는 맨발. 이런 맨발을 망원경으로 쳐다보던 킥보드. 맨발에게 '(영화 제작) 동아리 끝났어?'라고 묻는다. 맨발과 킥보드는 어디 놀러 가기로 한 것 같다. 시골의 어느 외진 곳에 가는 두 사람. 폐차가 머지않은 트럭에 도착해서 DVD를 연다. 재생한 것은 사무라이를 소재로 한 시대극이었다. 영화사에 전설적으로 남은 <7인의 사무라이>부터 갖가지 시대극을 죄다 꿰뚫고 있다. 맨발은 시대극이라는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영화 제작에 나선다. 우리의 감독 맨발은 친구 '블루 하와이', '킥보드'와 함께 길이 남을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더 상큼발랄하게
일본의 틴에이저물이다. 주인공 3인방 이토 마리카, 카와이 유미, 이노리 키라라의 통통 튀는 연기는 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영화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카와이 유미가 인상 깊다. 단발 헤어스타일에 동그란 안경을 끼고 등장하는 '킥보드'. 극에서 주인공 3인방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시대극, 액션 영화를 그렇게까지 선호하지 않는 킥보드. 이 킥보드는 두 사람과 적당히 잘 어울리면서도 중후반부까지 이어지는 인물의 성격을 잘 유지해야 한다. 이 두 사람과 킥보드의 차이점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데다가 이 작품의 사랑스러움을 견지하기 때문이다. 이 인물의 기본적인 캐릭터 설정부터 시각적인 구현 방식까지 초중반부 극이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이 배우의 분위기가 아주 큰 몫을 했다.
다른 인물인 '맨발' 역시 과하지 않게 적절한 선을 잘 탔다. 사실 또래들에게 대중적인 취향으로 꼽히기엔 거리가 아~주 멀다. 지금 20대인 나 주변에도 <7인의 사무라이> 같은 작품을 본 사람은 몇 없으니까. 이걸 10대로 범위를 넓히면 더 비중이 줄어들 것이다.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 인물 설정에 왠지 모르게 진심이 느껴지는 뛰어난 캐릭터성을 선보였다. 왠지 류수영 배우 닮은 외모에 귀여운 사랑이야기를 구현할 수 있었던 건 이 사람이 태어나면서 가꿨던 매력이 큰 덕을 봤다고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배우들과 감독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랑스러움을 영화로 잘 구현해냈다. 여러분도 10대 때가 그리울지도 모르겠다. 난 가끔 그립기도 하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학교 도서관에서 한국 단편 소설 읽던 때가 정말 순수하게 재밌었던 때다. 그렇게 20대 중반이 된 나. 가끔은 뭐가 재밌는지 생각에 빠질 때 있다. 단순히 나만 그럴까? 아닐 것이다. 순수하게 무언가에 부딪히고 싶은 사람들이나 그런 게 이미 있는 분들에게 이 영화는 흐뭇한 미소가 되어줄 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첫사랑
누구든 어떤 사람을 몰래 짝사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왜 짝사랑을 할까? 사실 사랑에 빠지는데 이유 같은 건 없다. 좋으면 그냥 좋은 것이다. 영화는 이 '좋으면 좋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쭉쭉 전개한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덕질에 관한 이야기다.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아닌 사랑 중인 인물들이 영화의 소재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영화 전체적으로 '이러저러해서 너는 무언가에 푹 빠져야 함'을 중요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전반적인 영화의 목표는 그냥 사랑스러운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려울 수도 있는 부분을 절묘하게 빗겨나가서 할 말에 잘 집중한 감독의 수가 돋보인 부분이다.
위의 문단의 예를 들어보자면, 우선 영화 제작 과정이 소상히 잘 들어갔다. 주인공은 10대 학생들이다. 핸드헬드 카메라 큰 걸 들고 다닐 리가 없다. 당연하다. 그래서 아이폰과 거치대 하나만으로 배우들의 모습을 담는다. 뭐 이 정도는 그럴 수 있다. 우리 주변에 영상을 전공으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건 쉽게 볼 수 있으니까. 그런데 그 외에 배우들을 섭외하거나 스태프를 고용하는 방식은 유쾌하고 사랑스럽다. 가령 음향 스태프를 설득할 때 한 야구부원과 이야기한다. 왜? 야구공 던지는 소리만으로도 부원 누가 야구공을 던졌는지 알 수 있으니까. 많은 영화를 봤지만 이런 건 처음 들어본다. 이런 식으로 고등학교 야구부원과 영화 제작이 관련 있는 방식은 다른 영화와 차별점이 있으면서도 유지하고 싶었던 귀여움을 잘 소화해낸 좋은 예시가 될 것이다. 또 영화를 본 분들에게 기억에 남을만한 것이 조명 감독을 섭외한 방식이다. 진짜 있을법한 사람에게 엉뚱한 특성을 끄집어내서 영화에 조합시킨다. 이런 영화 제작기가 소재인 작품에 스태프를 섭외하는 것은 사실 극의 배경이 될 만큼 중요하다. 근데 이 작품은 이를 괜찮게 잘 전개하니 사려 깊었던 각본의 힘이 느껴진다.
그리고 각본에서 부분 부분 섬세한 느낌이 잘 느껴진다. 일단 라이벌로 설정된 카린과 '맨발'의 관계다. 일단 '맨발'이 이 영화를 만든 이유는 카린을 라이벌로 생각해서다. 일본, 10대 소재 영화. 뭔가 예상한 줄거리가 쭉- 나타날 것 같다. 그런데 후반부를 보면 단순히 그 뻔한 방식으로 인물들을 소비하지 않았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 영화가 단순히 사춘기 때 학생들이 부렸던 객기가 아니라 순수한 열정을 소재로 삼았다는 건 카린과 '맨발'의 관계 변화가 후반부에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카린과 '맨발'의 행동 근거 역시 이 영화의 배경이 학교 동아리라는 것에서도 시너지가 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을 경제적으로 잘 쓴 감독의 수가 돋보인다. 이 덕분에 후반부의 장르 급변에 더 힘을 준 느낌이다. 뻔할 수도 있는 극의 이야기가 되짚어 봤을 때 살짝 신선해지기까지 하는 좋은 설정의 힘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 전반적으로 인물들의 이유와 계기에 힘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 주요하게 작동한다. 극에 나오는 방식처럼 '난 널 좋아해!'를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이 영화는 사랑에 관한 영화구나' 느낄 수 있었던 건 짧든 길든 사랑의 모티프가 구석구석 사용됐기 때문이다. 킥보드는 무얼 더 좋아하는지. 블루하와이는 어떤 걸 좋아하는지. 맨발이 좋아하는 건 무엇인지. 카린은 어떤 걸 이해하고 있는지. 그런 것들이 각본 내에서 나름의 이유를 보여주며 잘 전개된다. 계기와 원인, 이유에 물리적인 비중을 많이 할당하면 영화가 번잡해질 수밖에 없다. 왜? 10대 시절 소중한 친구관계와 꿈,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던 게 이 영화이니까. 그런데 정말 기본적인 설정과 '친구관계'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하고 싶은 말에 포커싱을 잘 뒀다. 이 선택과 집중이 '원래 사랑에 빠지면 그런 거지!'라는 걸 생각하게 만드니 아이디어 기획이 좋았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건 근데 너무 갑자기야
글쓴이는 영화를 보다 중반부에서 응? 하는 지점이 있었다. 이 소재가 후반부까지 이어지고 나니 '아~'싶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중반부의 갑작스러운 전개와 엔딩의 장르 변화가 장점이었다는 건 아니다. 현실적으로, 또 사랑스러웠던 이야기가 휙 바뀌는 전개는 살짝 아쉽다. 이게 영화를 보고 나서 씨네21의 인터뷰를 찾아보면 감독이 이 부분을 찍기 위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영화의 터닝포인트 두 지점이 극의 핵심이 되는 셈이다. 뭐 끝까지 다 보고 나서 뭉클해진 것도 사실이고 이것들을 위해 그렇게 설정했다는 게 납득이 안 가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 주인공의 인물 특성을 그렇게 하는 게 능사였는가? 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인물들의 개성이 살짝 퇴색되는 느낌이었다. 금세 우리가 알던 일본의 로맨스 영화가 겹쳐 보인다. 보자마자 생각나는 일본 영화가 있을 것이다. 이런 설정이 시대극을 소재로 했다는 참신함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또 엔딩에서 장르가 급변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다. 쓸데없이 잘 찍어서 더 아쉽다. 어떤 인물들이 하이라이트 신에서 어떤 행동을 한다. 이 인물 중 한 인물이 이쪽에 능력이 있다는 묘사가 없다. 그래서 갑자기? 왜 이렇게 잘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또 일반적으로 고등학교 동아리 시절에 만든 영화를 유튜브 같은 공개적인 플랫폼이 올리는 게 아닌 한 그 부분까지 신경 쓰는 사람이 지인 외에 몇 명이나 있을까?라는 의문점이 있다. 그냥 남자 주인공이 단지 그렇다고 해서 그런 설정 전부를 퉁 친 것이 된 셈이다. 또 사람이 다시 태어나는 게 아닌 한 남자 주인공의 목표가 정말 성공할 수 있는지도 각본에 의문점이 든 부분이었다.
빛나는 청춘
뭐 이건 영화 팬으로서 나의 소견을 담은 것이다. 이 영화는 반짝반짝 빛나는 생기로 가득 차 있다. 이토 마리카와 카와이 유미, 이노리 키라라 셋의 빛나는 귀여움은 러닝타임 후반부까지 관객을 이끈다. 또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재기 발랄함만으로도 극은 후반부까지 충분히 재미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랑받는 인생도 중요하지만 무언가에 깊게 빠진 삶이야 말로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일 일어나서 개봉 뭐하지 찾아보고. 내가 좋아하는 장르 중 전설적인 영화(<7인의 사무라이>)같은 영화를 되짚어보고. 리뷰를 써보기도 하고. 실질적으로 영화 제작에도 참여하고. 그런 생기가 사람에게 상처도 되지만 누군가의 동기부여로 작동하는 건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랑에 빠진 인물로 우리 삶의 열정을 되짚어볼 수 있다는 건 영화의 큰 장점이자 재미다. 다들 이 영화로 여러분의 청춘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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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어데블 | 자경단이냐, 변호사냐, 그것이 문제로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슈퍼히어로의 도덕적 딜레마
독일의 법학자 엘리네크는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말했다. 법은 외적인 행위에 대한 강제적 규범이다. 따라서 개인의 자율적이고 내면적 동기에서 기인하는 도덕의 영역 중 일부만 제한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법과 도덕은 딜레마를 낳는다. 도덕적으로는 옳아도 법적으로는 규제돼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개개인의 판단에 따라 답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이 딜레마는 슈퍼히어로 영화의 철학적 바탕을 이룬다. 영화 속 슈퍼히어로는 기본적으로 현행법을 위반하고 폭력을 저지르는 범죄자다. 그렇기에 일부 시민, 경찰, 검사나 정치인은 그를 경계하고 통제하고자 한다. 그러나 적지 않은 시민들은 슈퍼히어로의 선한 의도를 믿기에 그가 옳은 일을 할 거라고 기대한다. 그들의 희망은 슈퍼히어로가 의심받고 공격당하는 와중에도 영웅다운 일을 해내는 원동력이 된다.
그렇기에 슈퍼히어로는 부상당하거나 강력한 적이 등장했을 때 위기에 빠지지 않는다. 자신의 도덕적 동기를 의심하고, 주어진 법에 순응하려 할 때 그는 약해진다. <스파이더맨 2> 속 피터 파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브루스 웨인, <어벤져스: 엔드게임> 속 토르,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젊은 찰스 자비에까지. 그들은 자기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순간 정체성을 잃고, 위기에 처한다.
디즈니+로 공개된 MCU의 새로운 드라마 <데어데블: 본 어게인>(이하 <데어데블>)도 마찬가지다. <데어데블>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넷플릭스에서 시즌 3까지 공개되었던 <마블 데어데블>의 후속작으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변호사 쉬헐크>에서 먼저 카메오로 등장한 '맷 머독/데어데블'(찰리 콕스)의 MCU 복귀작 역시 역시 슈퍼히어로의 도덕적 딜레마를 다룬다.
익숙한 고뇌
<데어데블>은 데어데블로서의 활동을 포기하는 맷 머독을 비추며 시작한다. 친구인 '포기 넬슨'(엘든 헨슨), '캐런 페이지'(데보라 앤 월)와 평온한 저녁을 보내던 와중에 맷은 '포인덱스터/불스아이'(윌슨 베델)의 기습을 받는다. 맷은 포인덱스터를 제압하는 데 성공하지만, 총에 맞은 포기가 사망하자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포인덱스터를 옥상에서 떨어트려 죽이려 한다. 데어데블만의 불살주의를 지키지 못한 것.
포기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캐런마저 뉴욕을 떠나자 맷은 깊이 고뇌한다. 불살주의마저 지키지 못한 이상 데어데블이 과연 공익에 기여할 수 있는지, 폭력으로써 범죄에 맞서는 자경단이 선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회의한다. 고민 끝에 그는 자기 내면의 규범이 아니라 외적 규범, 곧 법을 따르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데어데블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한 엘리트 맹인 변호사 맷 머독은 합법적으로 세상을 바꿀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한다.
그 일환으로 맷은 경찰을 죽였다는 혐의로 체포된 '헥터 아얄라'(카마레 데 로스 레예스)의 변호를 맡는다. 그는 헥터가 부패 경찰에 의해 누명을 썼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헥터가 사실 '화이트 타이거'라는 자경단으로 활동하며 사회적 약자를 도왔다는 전력을 강조한 끝에 무죄를 받아낸다.
하지만 헥터가 무죄 판결을 받은 바로 그날 밤에 살해당하자 맷은 다시 한번 좌절한다. 합법적인 방식으로 선을 추구하고 실천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마저 배신당하자 그는 데어데블 마스크를 다시 만지작거린다. 법이 무용하다면, 불법이라 해도 데어데블의 힘과 능력을 이용하는 게 도덕적으로 옳은 게 아닐까 자문하면서.
시의적절한 빌런의 등장
여기까지만 보면 <데어데블>의 서사나 메시지는 특별하지 않다. 다른 히어로들이 경험한 도덕적 딜레마, 정체성의 위기를 맷 머독도 똑같이 경험한다. 그러나 <데어데블>에는 두 가지 특이점이 있다. 첫 번째는 <호크아이>와 <에코>에 얼굴을 비추며 MCU에 복귀한 빌런, '윌슨 피스크/킹핀'(빈센트 도노프리오)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악역으로 묘사된 킹핀 덕분에 데어데블의 고뇌는 다른 히어로들과 다른 결을 갖추는 데 성공한다.
인구의 절반이 사라졌다가 돌아온 MCU의 '블립' 사건 이후 치안이 극도로 불안해진 뉴욕. 킹핀은 이를 데어데블, 화이트 타이거, 스파이더맨 같은 자경단의 탓으로 돌리면서 대중들의 불안함과 기대감을 공략한다. '레드 후크 부두'와 같은 우범지대를 재개발하고, 영장을 팔요로 하지 않는 초법적 권한을 가진 자경단 특별 수사대 출범과 같은 사이다 공약을 내세운 끝에 킹핀은 뉴욕 시장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다.
킹핀의 정치적 성공은 극우 정치인의 등장을 MCU에 맞게 각색한 묘사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대중의 사회적 불만과 불안함을 해소하겠다고 약속하고, 그들의 지지에 힘입어 민주적으로 집권한다. 그러나 권력을 잡은 후에는 합법적인 척 불법적인 행위를 일삼는다. 일례로 백악관에 재입성한 트럼프는 당선인 신분일 때 사적으로 발행한 밈코인을 위해 대통령이라는 직위와 백악관을 동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부두 재개발 사업을 사업 확장과 탈세에 악용하려는 킹핀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특히 킹핀이 자기가 사주한 테러를 명분 삼아 뉴욕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순간, 맷 머독의 고뇌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선다. 불법적인 내용을 형식적 정당성으로 가리려는 킹핀의 독재를 합법적 수단은 막지 못한다. 이에 법과 도덕 사이에서 길을 잃었던 맷은 데어데블의 길을 다시 걷기로 결심한다. 설령 위법하더라도 도덕적으로는 옳은 길을 선택해야 비로소 킹핀에게 맞설 수 있을 테니까. 이처럼 히어로의 정체성 회복 서사를 사회 정의를 바로잡는 공동체 차원의 이야기로 확장하면서 <데어데블>은 차별화에 성공한다.
보여주지 않아서 부각되는 갈등
두 번째는 <데어데블>의 구조와 연출이다. <데어데블>에서는 히어로와 빌런이 좀처럼 만나지 않는다. 데어데블과 킹핀은 1화와 8화에서 각각 한 번씩 만나는 것을 제외하면 접점이 없다. 둘이 한 액션 시퀀스에 함께 등장하는 장면도 없다. 그 대신 드라마는 그들을 편집으로 이어 붙여서 킹핀과 데어데블이 서로를 의식하고,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다음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가시적 충돌을 보여주지 않는 연출은 오히려 그들의 신념을 부각하는 데 효과적이다. 윌슨 피스크가 뉴욕 시장과 킹핀 중 후자로 거듭나고, 맷이 변호사가 아닌 데어데블의 정체성을 재확립하는 구체적인 과정을 점진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폭력과 흥분으로 물드는 뉴욕의 밤거리를 만족스럽게 내려다보는 킹핀과 혼란스러운 거리의 소음을 들으며 데어데블의 필요성을 깨닫는 맷 머독을 교차해서 보여주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더 나아가 드라마의 메시지도 구체화한다. <데어데블>은 다음 시즌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질 킹핀과 데어데블의 싸움을 예고하며 막을 내린다. 이때 카메라는 킹핀이나 맷 머독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바텐더, 전직 경찰, 변호사, 상담사, 기자와 같은 일반 시민들의 얼굴을 한 명씩 비추고, 그들이 킹핀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길과 맷을 도와 킹핀에게 맞서는 길 중 어떤 선택지를 골랐는지 암시한다.
이는 시민의 역할, 곧 시민적 덕성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마무리라고 할 수 있다. 설령 법을 위반할지언정 도덕적으로 옳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실질적인 위법에 저항할 수 있는 용기가 시민에게 주어져 있음을 강조하고 있으니까. 즉, 만약 히어로와 빌런의 대결에만 포커스를 맞췄다면 상대적으로 희미해졌을 사회적, 공동체적 차원의 메시지를 결말을 통해 다시 한번 환기하는 셈이다.
과정을 잊게 만드는 결과물
다만 킹핀과 맷 머독을 일부러 조우시키지 않은 선택은 일장일단이 있다. 서사적으로는 영리하지만, 장르적으로는 아쉬움을 남긴다. 히어로와 빌런이 좀처럼 만나지 않으니 절대적인 액션 분량이 줄어들고, 클라이맥스라고 할 만한 장면도 찾기 어려워지기 때문. 데어데블의 초인적 감각을 살린 고유의 액션 스타일은 건재하지만, 슈퍼히어로 장르의 쾌감을 살리지는 못한 것. 결국 다음 시즌을 위한 빌드업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액션씬의 부재는 잡음이 많았던 제작 과정의 여파처럼도 보인다. <데어데블>은 본래 <마블 데어데블>과는 달리 법정물로 기획됐지만, 내부 시사회 평가가 좋지 않자 촬영 도중 작가와 감독들을 해고한 뒤 방향성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새롭게 추가된 에피소드인 1, 8, 9화에만 액션 시퀀스가 집중된 것은 그 방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데어데블의 MCU의 복귀는 아쉽더라도 충분히 성공적인 듯하다. 제작 과정의 난맥상을 고려했을 때 데어데블과 킹핀의 첫 발걸음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서사와 시의적절한 메시지로 꽉 차 있으니까. 이에 더해 '카말라 칸/미스 마블'의 아버지인 '유수프 칸' 같은 캐릭터를 활용해 MCU와의 연계도 있지 않았으니 <데어데블: 본 어게인>은 기존 팬들도, MCU 팬들도 모두 만족할 후속작 겸 복귀작처럼 보인다.
Exceeds Exectations 기대 이상
캐릭터 서사도, 현실적 맥락도 놓치지 않고 MCU에 안착한 헬스키친의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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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넘는 동심파괴(?)의 현대적 해석 / 내가 알던 백설공주가 아니야 / 새로운 캐릭터의 매력 / 단순한 스토리의 영화화 한계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백설공주"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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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제목: 보더랜드(Borderlands) 감독: 일라이 로스 주연: 케이트 블란쳇, 케빈 하트, 잭 블랙, 제이미 리 커티스, 아리나 그린블랫, 플로리안 문테아누 장르: 판타지, 액션, 코미디 수입/배급: ㈜누리픽쳐스 러닝타임: 101분 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 개봉: 2025년 3월 5일 시놉시스) 악명 높은 현상금 사냥꾼 ‘릴리스’(케이트 블란쳇)는 은하계를 이끄는 굵직한 기업가 ‘아틀라스’의 실종된 딸 ‘티나’(아리나 그린블랫)를 찾기 위해 은하계에서 가장 정신없는 행성이자 자신의 고향인 판도라로 향한다. 그곳에서 투 머치 토커 로봇 ‘클랩트랩’(잭 블랙)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티나’를 만나지만 엘리트 용병 ‘롤랜드’(케빈 하트)와 사이코 ‘크리그’와 함께 이리디안 종족이 숨겨놓은 보물 ‘볼트’를 찾으러 가게 되고 괴짜 과학자 ‘태니스’(제이미 리 커티스)까지 합류하면서 아주 요란하고 ‘킹’받는 여정에 오르게 되는데… 똘X 충만한 놈들의 대환장 팀플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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