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롬2023-03-13 18:54:03
아픔의 단절을 딛고 인연을 만들어가다
<스즈메의 문단속>(2023)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을 보는 이유는 ‘빛의 마술사’라는 그의 별명답게 신카이풍 작화를 보기 위해서다. 필자는 그렇다. 그가 항상 만든 애니메이션 작화는 왠지 모를 감동이 있다면, 스토리 면에서 그 감동을 저하시킨다. 영화는 분명 재밌었지만,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나 목적을 이해하기에는 힘든 면이 있었다. 하지만, <스즈메의 문단속>은 여타 필모그래피와 다르게 신카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뚜렷하다. 이제부터 그 의도를 파악할 예정이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문단속이라는 정의를 국어사전에 검색하면 ’ 사고가 없도록 문을 잘 닫아 잠그는 일‘이라고 나온다. <스즈메의 문단속> 스토리는 ‘소타’와 ‘스즈메’가 지진을 일으키는 ‘미미즈’를 막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여기서 문단속은 가시적인 면과 비가시적인 면으로 나뉜다. 스즈메가 가시적으로 보이는 문은 재해를 막고, 사람을 구하는 작용을 한다.
하지만, 스즈메 내면의 문은 대화의 단절과 인연을 만들어가는 작용을 한다. 스즈메는 어렸을 적 사고로 돌아간 엄마를 대신에 4살 때부터 자신을 돌봐준 이모 ‘타마키’와 단 둘이 살고 있었다. 둘 사이에 엄마와 언니라는 존재를 애써 잊어가며 살아가지만, 그 눈덩이는 커져가며 점차 둘의 대화는 붕 뜨게 된다. 하지만, 스즈메가 미미즈를 막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통해 둘은 과거를 인정하고, 관계가 회복 및 개선된다. 이뿐만 아니다. 스즈메는 어렸을 적 엄마를 찾겠다고 길을 헤매다 우연히 저승으로 향하는 문을 넘는다. 그리고 후반부 스즈메는 과거의 자신을 만나며 어릴 적 느꼈던 엄마를 잃었던 슬픔을 공감하고, 위로한다. 단순히 표면적인 스토리의 ‘문단속’이 아닌 스즈메라는 캐릭터가 갖는 외내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한층 더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든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인연의 연속성을 지닌다. 비록 단절된 인연이라도 그 인연이라도 말이다. ‘인연’이라는 명사는 다양한 의미가 있지만 몇 개를 꼽으며 해석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사람과의 관계다. 스즈메가 요석이었던 다이진을 쫓고, 미미즈를 막기 위해 일본 동부지역을 도는 여정을 시작하는데, 여정 중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각자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좋은 인연을 만들어가는 장면들은 인간 내면의 따뜻함과 함께 일상의 순간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는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이다. 영화는 인적이 드문 공간에 있는 문이 열리며 지진을 일으키는 미미즈가 등장한다. 이를 막기 위해 스즈메와 소타는 문을 닫기 위해 일종의 의식을 치르는데 과거에 있었던 장소의 분위기와 모습을 떠올리며 신의 가호를 외치며 문을 닫는다. 이때, 과거를 떠오르는 모습들은 단절되었던 인연을 잇게 만들어준다. 애초에 <스즈메의 문단속>이 12년 전 있었던 동일본 대지진을 스토리라인에 직접적으로 대입한다. 스즈메가 문을 닫는 지역들은 실제 당시 지진으로 피해를 입었던 곳들이었고, 미미즈의 형태도 잘 보면 지구 과학 시간에 봤던 지각판 선을 연상케 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그렇다면 신카이 감독은 이런 아픈 사건을 스토리라인에 왜 직접적으로 대입하여 만들었을까. 어쩌면 두 번째 인연은 ‘어떤 사물’을 넘어 과거와 관계되는 연줄을 극복해 나가는 인연일 수 있다. 스즈메가 과거의 사건을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처럼 영화를 본 이들도 각자가 가졌던 과거의 아픔을 딛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길 바라는 게 아닐까.
<스즈메의 문단속>은 평범한 일상과 인연의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는 동일본 지진과 같이 가슴 아픈 사건으로 없어질 뻔한 일상의 행복을 상기해 주고, 개인주의로 변화하고 있는 사회에 보여주는 인연의 감사를 보여주며, 과거를 딛고 미래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Relative contents
-
- 6개월 뒤, 인류는 멸망합니다. <돈룩업(Don't Look Up)>
<돈룩업 포스터>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넷플릭스
돈 룩 업 (Don't Look Up, 2021)
장르 : 미국, 코미디 │ 감독 : 아담 맥케이 │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민디), 제니퍼 로렌스 (디비아스키),
메릴 스트립(대통령), 케이트 블란쳇(브리), 티모시 샬라메(율) 외 다수 │러닝타임 : 139분│등급 : 15세 관람가<돈룩업 스틸컷> 사진출처 : 넷플릭스
"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한다면? "
인간이 지금처럼 지구의 실질적 주인이 되기 전, 지구의 주인은 공룡이었다. 현생 인류로 추정되는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가 고작 15만 년인 데에 반해 공룡은 약 1억 6천만 년 동안이나 지구에 위세를 떨친 존재였다. 그런 공룡은 별안간 멸종했다. 이에 대한 몇 가지 설들이 존재하지만, 그중 가장 유력한 설은 소행성 충돌로 인한 재앙이다. 영화 <돈룩업>은 바로 이 소행성이 현시점의 지구에 충돌한다면?이라는 SF적 설정에 기반한 영화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소행성 충돌로 인재난 영화보다는, 이에 반응하고 대처하는 인류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린 정치 블랙코미디라고 할 수 있겠다.
<돈룩업 스틸컷>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 6개월 뒤, 지구의 인류는 멸망합니다 "
미시간 주립대학의 천문학과 교수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대학원생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는, 어느 날 거대한 혜성의 존재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발견의 기쁨도 잠시, 6개월 뒤 이 혜성이 지구와 충돌해 인류가 멸망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과학적 사실을 직면하게 되는데. 두방망이질 하는 가슴을 부여잡고 백악관으로 달려간 그들. 그러나 당장 대책을 세워줄 것으로 여겼던 예상과는 다르게 대통령은 이 문제를 장난처럼 여긴다. 외면받다시피 쫓겨난 민디와 디비아스키는 이번엔 이 사실을 언론에 알리기로 한다.
<돈룩업 스틸컷>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 혜성? 멸망? 그게 뭐죠, 먹는 건가요 "
그러나 언론 역시 그들의 생각과 다르기는 마찬가지. 불과 몇 달 뒤에 벌어질 소행성 충돌이 유명 슈퍼스타의 이별보다도 세간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가 하면, 모두 죽을 거라는 디비아스키의 경고는 편집증 환자의 망언이 되어 국민적 놀림거리가 되고 만다. 정부와 언론이 귀 기울이지 않는 이들의 뉴스에 여론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그 누구도 이 거대한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그러나 ‘어떻게 저러지?’ 싶은 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을 닮아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몇 년째 기승을 부리는 이 시대. 이 세계적 재앙을 두고도 정치적 음모와 분열, 통제불능의 사건들이 반복됐던걸 보면 비단 영화적 전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까 말이다.
<돈룩업 스틸컷>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 Look up! 과 Don’t look up! 사이에서 "
<빅쇼트>, <바이스>등의 블랙코미디로 유명한 감독 ‘아담 맥케이’식의 신랄한 풍자는, 포복절도할 만큼 웃기지만, 그만큼 우리의 허를 찌르며 어리석은 인류의 현실을 거울처럼 비춘다. 영화 속 대통령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위험성을 여러 차례 무시한 미국의 전 대통령을 꼭 닮았고, 황색 저널리즘으로 물든 언론의 태도 역시 영화 속이나 여기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뿐만인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미디어의 가볍고 얕은 정보들에 정치적으로 양분화되는 여론의 모습도 현실과 꼭 닮아있었다. 혜성이 충돌해 인류가 멸망한다는데도 “돈룩업(Don’t look up : 혜성을 쳐다보지 마)”을 외치는 세력은, “백신 안에 인류를 통제하려는 칩이 들어있다”라고 믿으며 실제 국회의사당에 난입했던 이들과 다르지 않아 보였으니.
<돈룩업 스틸컷>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 똑똑해서 망할 슬픈 생명체여 "
인류는 과연, 지구의 전 역사를 통틀어 가장 지능적이고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종족일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통틀어 치명적인 약점도 있는 것 같다. 오만, 아집, 분열과 같은 특성들. 날아오는 혜성을 어쩌지 못해 공룡이 속수무책으로 멸종했다면, 우리네 인류는 어쩌면 너무 오만해서 또는 너무 이기적이어서 멸망을 막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혜성의 궤도를 바꿀 수 있는 지능도, 이를 받쳐 줄거대 자본이 있음에도, 자충수에 빠져서 말이다.
<돈룩업 스틸컷>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 영웅은 없었고, 독선만이 가득했다 "
이 영화 속에서 인류가 맞이하는 결말은 안타깝지만 매우 디스토피아적이다. 그리고 마지막까지도 인류의 모습은 아름답지 않았다. 자본가들은 저들만 살겠다고 냉동인간이 되어 다른 행성에 갈 채비를 하고, 그렇지 않은 다수의 사람들은 지구에서 맨 몸으로 종말을 맞이하기에. 인정하긴 싫지만 그것은 어쩌면, 난세의 영웅이 나타나 결국 지구를 구했더라는 달콤한 이야기보다 더 우리의 현실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돈룩업 스틸컷>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 최강 라인업에 눈 돌릴 데 없는 러닝타임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메릴 스트립, 케이트 블란쳇, 티모시 샬라메 등등. 화려한 출연진들의 등장은 이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무기이다. 너무 화려한 배우가 많은 캐스팅 아닌가 싶었지만, 신기하게도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디카프리오와 제니퍼는 혜성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뛰어다니는 과학자를, 메릴 스트립은 경박하고 우매한 대통령을, 케이트 블란쳇은 조연급에 그치지만 시청률에만 열을 올리는 가볍기 그지없는 언론인을 너무도 완벽하게 연기했으며, 티모시는 아주 적은 분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시민을 임팩트 있게 소화했다. 지구의 위기에 대응하는 다양한 모습의 캐릭터를, 명배우들을 통해 볼 수 있어 즐거웠다.
<돈룩업 스틸컷>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 이미 우리에게 닥쳐있는 멸망의 길 "
영화 저널리스트 ‘정시우’는 이 영화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혜성 충돌’을 지우고 ‘기후변화’를 넣어도 무방한 이야기라고. 맞다. 그녀의 말처럼 굳이 혜성이 아니더라도 인류의 멸망은 이미 껑충 가까이 와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먹고사니즘 속에 잊고 있는 이 순간에도 빙하는 녹고, 산은 불에 타고, 무분별한 어류 남획과 쓰레기 투척으로 지구는 죽어가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보존의 속도보다 늘 파괴의 속도가 큰 우리니까. 근거 없는 희망찬 미래를 믿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다가오는 종말을 기적처럼 막지는 못할지언정 조금이나마 유예할 수 있다면, 마지막 남은 지혜를 쥐어짜서라도 조금 아름답고 겸허한 끝을 맞이하는 인류이기를, 염원해보는 바다. 이 아름다운 행성에 살았음을 잠시라도 감사히 여기면서 말이다.
글쓰는 우두미
인스타그램 @woodumi
-
- 결국 ‘미안해’, '고마워'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연인들
넷플릭스 영화 〈맬컴과 마리〉는 영화와 비평, 남성 창작자와 여성 뮤즈, 흑인 영화가 의미를 획득하는 방식 등을 이성애 커플의 드라마와 결합한 수작이다. 그리하여 때로는 영화보다 영화 이면의 이야기가 더 재밌다고 말해 준다.
흑인 이성애 커플인 맬컴과 마리는 성공적인 파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맬컴의 영화감독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마리의 표정이 어딘가 뾰로통하다. 맬컴의 영화는 약물 중독으로 괴로워하던 어린 여성의 이야기다. 마리는 영화가 자신의 이야기임을 안다. 그런데 맬컴은 연설에서 자신에 대한 감사를 빼먹었다. 영화는 온전히 맬컴만의 것이 되었다. 마리는 상실감을 느낀다.
마리의 소외감은 쉬이 달래지지 않는다. 마리는 맬컴의 사랑이 자신의 삶을 영화화하려는 이기적 예술 욕망에 불과한 건 아닌지 의심한다. 왜 자신이 배우를 꿈꿨던 걸 알면서도 영화에 캐스팅하지 않았냐고 따진다. 여성 감독이라면 영화 속 주인공의 상처를 다르게 접근했을 거라고 비난한다.
영화 〈맬컴과 마리〉 스틸컷 ⓒ넷플릭스
맬컴이 반격한다. 최초 영감자는 마리가 맞지만 영화가 전부 마리의 이야기인 것은 아니다. 마리의 항의가 마리의 이야기를 각색한 자신의 노력을 삭제해 버린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왜 자의식 과잉으로 자신을 공격하냐고 마리를 몰아붙인다. 맬컴은 마리가 온전하고 독립적인 존재로 거듭나지 못하고 항상 불안에 시달리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남성 감독이라 여성의 고통을 폭력적으로 재현했다는 비평가의 의견에 공감하는 마리에게는 자신이 흑인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성급히 단정 짓지 말라고 반박한다. 나아가 왜 흑인이 만든 영화는 그 자체로 즐기지 않고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지를 질문한다. 정치적이기만 한 흑인 감독에 대한 찬사 혹은 비난이 흑인이 만든 영화를 더 숨 막히게 한다고 불평한다.
둘의 복잡한 역사와 감정에 관한 싸움은 새벽이 되도록 끝나지 않는다. 웃고 키스하며 함께 음식을 먹다가도 다시 싸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끝내 ‘미안해’, ‘고마워’라고 말해 버린다. 그렇게 앞으로도 서로를 사랑할 수밖에 없음을 확인한다.
둘 사이에는 영원히 해소되지 않을, 영원히 이해되지 않을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둘은 서로에게서 떨어질 수 없다. 영화감독과 그 애인의 사랑싸움이 강렬한 영화적 순간을 선사하는 건 이 때문이다. 끝내 가 닿지 못함에도 서로를 사랑하는 걸 멈출 수 없는 맬컴과 마리에게서 근원적 소통 불가능성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슬픈 의지를 읽는다.
-
- 군대 얘기 <D.P>는 왜 재밌는가
군대 얘기가 재미 없는 게 아니라
흔히들 생각한다. 여자들은 남자 군대 이야기를 안 좋아한다고.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 군대에서 마티즈만 한 멧돼지를 본 얘기, 군대에서 자면서 야간행군을 한 얘기 등등. 하지만 군대의 '군'자만 들어가면 여자들이 미간을 찌푸린다는 건 어쩌면 옛날 얘기일지도 모른다.
최근 군대 이야기를 다루며 넷플릭스에서 입소문을 탄 웹 드라마 <D.P.>가 장안의 화제다. D.P. 란, Deserter(탈영병) Pursuit(뒤쫓음)의 약자로, 즉 군대 내 탈영병들을 쫓는 '군무 이탈 체포조'를 일컫는다. 군대에서 일어나 군대에서 마무리되는 이 뼛속까지 군대 얘기인 드라마를 이토록 열광하며 보는 게 남자들 뿐일까? 여자인 나도 3일 만에 이 드라마를 정주행 했으니 그런 것 같진 않다. 군대 경험과 지식이 전무한 여자들에게도 이 드라마는 미치게 재밌었다는 얘기다.
드라마는 안준호(정해인)가 육군 헌병대 D.P. 에 차출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낱개의 이야기처럼 다루되 하나로 서사로 연결하는 꼼꼼한 짜임새를 담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짜임이 좋은 이야기였다면 이 드라마는 이렇게 지금의 '난리'를 겪지 않았을 것이다. 짜임새보다 이 드라마가 더 대단한 건 바로 군대에 대한 화자의 시선 때문이다.
병역의 의무를 지녔고 신체 건강한 남성이라면 누구나 다녀오는 곳으로 여겨지는 군대. 하지만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채 하나의 다른 세계처럼 여겨지는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외부인들은 잘 알지 못한다. 드라마는 그런 시청자들을 끌고 군대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어떤 문제가 존재하고 그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당연시되고 있는지를 까발리고, 이해시키고, 설득한다. 단순히 군대에 적응하지 못한 사회부적응자쯤으로 여겨지던 탈영병들도, 이 드라마에 의하면 피해자에 가깝다. '얼마나 덜떨어지면 탈영하냐'가 아니라, '왜 탈영했는가'의 시선으로 그들을 쫓기 때문이다. 그렇게 드라마는 탈영병들이 겪은 군대 내 폭력과 부조리들을 하나하나 짚어내고, 이에 시청자들은 군대라는 조직이 아닌 군 병역자, 즉 '사람'을 들여다보게 된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주인공인 줄 알았던 준호(정해인)와 호열(구교환)은 서서히 제삼자가 되고, 탈영병들이 극의 주인공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D.P. 가 성공적으로 탈영병을 잡는 이야기인가? 싶었다가, 정신 차려보면 탈영병의 안타까운 삶에 마음 아파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니까. 준호(정해인)에게 유달리 친절한 선임으로 등장한 석봉(조현철)이, 에피소드 5-6화에서 극을 끌고 가는 주인공으로 바뀌었을 때에는 안타까움에 애가 탈 정도였다. 결국 이 드라마는 '잡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잡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던 것. 그들이 왜 근무지를 이탈했고, 왜 조금만 견디면 끝나는 세상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선택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그 이해를 돕기 위해 철저히 제삼자의 시선으로 시작해 탈영병의 시선으로 끝나는 드라마가 바로 <D.P>였던 셈이다.
단연 정주행을 마쳤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은 '이 시발노무 군대'였다. 상명하복이라는 미명 하에 선임이 후임을 구타하고 괴롭히고 인격적인 모독을 가해도 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이 대한민국 군대의 부패한 성질에 심장이 터질 것처럼 화가 났다.
외부와 단절된 곳에서 그들이 어떤 세상을 구축하고 유지하는지는, 누군가 고발하지 않으면 알 수없다. 사회에서는 마냥 순했던 석봉(조현철)이 선임의 오랜 괴롭힘으로 군을 이탈한 위험한 인물이 되기까지, 정말 그 체계에 적응하지 못한 석봉의 잘못만이 있을까? 드라마를 정주행 한 자라면, 아마도 모두가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석봉을 괴롭힌 개차반 선임들, 그리고 더 오래전 그들을 괴롭혔을 과거의 선임들, 수많은 방관자들, 그리고 여긴 원래 그런 곳이라는 오랜 문화. 그것들이 결국엔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지점이라는 걸 모두가 공감했을 것이다.
오랜 시간 견고히 다져진 세계를 무너뜨리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고인 물은 썩으므로, 언젠가는 물을 순환하기 위해 댐을 무너뜨려야만 한다. 끊임없이 누군가가 탈영을 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이제는 정말이지 돌아볼 때가 아닐는지. 상명하복이라는 이름 아래 짓밟히고 있는 인권에 대해서. 진정한 수직체계와 선임이 후임을 개처럼 여겨도 되는 것이 동일시되는 한 세상에 대해서 말이다.
<D.P.>가 휩쓸고 간 난리통에는 그리하여 사회적 숙제가 남았다. 총기난사와 자살, 탈영, 구타, 괴롭힘이라는 불명예를 끌어안은 군대가 이제는 정말 바뀌어나가기를, <D.P.>의 열혈 시청자로서 바라보는 바다.
정해인의 재발견
앗. 그리고 배우 정해인에 대해서도 짧게 이야기하고 싶다.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로 인기남에 등극해, 진득한 연기보다는 광고를 많이 찍는 스타의 전철을 밟는 듯했던 그가, 이 드라마를 선택했다는 것에 두 번 세 번 놀랐다. 그리고 다시 보였다. 배우 정해인이 추구하는 노선이 어떤 것인지가 보였기 때문이다. 얼굴만 말간 한 배우가 아니라, 빡빡머리로 흙바닥을 뒹굴며 연기하는 배우임을 보여준 그에게 정말이지 감동받았다. 무엇보다 그는 연기를 참 잘했다. 어린 나이에 그림자가 가득한 안준호를 연기한 정해인은,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의 그저 훈훈했던 연하남과는 정말 전혀 다른 인물이었으니까. <D.P.>는, 내게 정해인을 다시 보게 해 준 작품이기도 했다. 그가 오래오래 다양하고 좋은 연기를 보여주면 좋겠다.
오랜만에 정말 여러모로 훌륭한 드라마를 만나 반가웠다. 여자들은 더 이상 군대 얘기를 싫어하지 않는다. 적어도 <D.P.>를 본 여자들이라면.
woodumi
INSTAGRAM @woodumi
BRUNCH brunch.co.kr/@deumji
-
- 다시 부활한 코스믹 호러
세상에 태어나 삶을 살아가는 것은 그 누구도 선택할 수 없다. 우리는 부모의 DNA를 이어받아 작은 존재로 태어나,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한 길을 걷게 된다. 태어난 순간부터 먹고, 자라며, 배우고,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는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는다. 이 과정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게 적용된다. 학자들은 이것을 종족 유지라는 학문적 개념으로 설명하지만, 사실 삶을 살아가는 이유는 그 누구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단지 살아가는 본능에 의해 우리는 존재하며, 계속해서 그 본능을 이어갈 뿐이다.
이러한 생명체의 본능적인 삶은 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에서 더욱 극적으로 묘사된다. 이 영화는 단순한 SF 호러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과 인조인간, 그리고 에이리언이라는 세 가지 다른 존재가 자신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명확한 본능을 지닌 존재는 바로 에이리언이다. 그들은 태어나자마자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 폭력적인 행동을 하며, 다른 이들을 해치고 자신을 지키려 한다. 이 점에서 그들의 삶은 극도로 본능적이며,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이들이 그저 생존을 위해 태어났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영화의 주인공은 10대 인간들이다. 그들은 새로운 식민 행성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환경은 무척 열악하다. 부모들은 일하다 죽거나 병에 걸리며, 아이들은 희망 없는 삶 속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는다. 그 중심에는 레인(케일리 스패니)이 있다. 레인은 부모를 잃고 나서, 이 우울한 행성에서 벗어나 태양이 떠오르는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기를 꿈꾼다. 이 여정에서 레인과 인조인간 동생 앤디(데이비드 존슨),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은 버려진 회사의 함선을 타고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 함선에 숨어있던 에이리언들이 그들의 여정에 큰 위협으로 등장하면서 상황은 급격히 변화한다.
[첫 번째 감정] 인간 레인의 희망
레인은 직접 태양이 떠오르고 지는걸 보고 싶어한다. 종일 비가 내리는 식민행성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장면이다. 부모의 죽음이후 열심히 일하는 시간을 채워 다른 행성 이주를 꿈꿨지만, 정부에서 그것조차 허가하지 않는다. 레인의 희망은 태양이다. 태양을 볼 수 있는 어딘가로 가는 것이 그에게 남아있는 작은 희망의 조각이다. 레인은 자신이 왜 태어나서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야하는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모든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일 것이다. 왜 살아가야하는가.
그 의문이 레인을 움직이게 만든다. 레인 뿐 아니라 그녀의 친구들도 그 암울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버려진 함선에 가려고 한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지만 태어난 삶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만드는 방법은 조금 위험한 일이라도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레인 역시 고민하지만 그 일을 해보려고 한다. 태양을 꿈꾸는 그녀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고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레인에겐 동생이 있다. 기능 오류로 버려져있었던 인조인간 앤디다. 레인에겐 정말 동생같이 챙겨줘야하는 존재이고, 레인이 힘들어보이면 시덥잖은 농담을 던지며 레인에게 위로를 준다. 인조인간 앤디 역시 자신이 왜 세상에 존재하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에겐 명확한 목표가 있다. 바로 레인을 위한 선택과 행동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감정] 인조인간 앤디의 미안함
앤디는 스스로를 인간과는 다른 존재로 인식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안함을 자주 느낀다. 그의 몸이 고장나고, 움직이지 못할 때마다 레인이 그를 리부트해 주는 장면이 반복되는데, 이는 앤디가 자신의 한계에 대해 느끼는 미안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중반부에서 앤디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더 강력한 인조인간이 되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적인 감정은 점차 사라진다. 앤디는 점차 기계적인 존재로 변해가지만, 그의 본질적인 존재 의미는 변하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레인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며, 그 목적이 그를 움직이게 만든다.
앤디의 이러한 존재는 <프로메테우스>와 <에이리언 커버넌트>에서 등장했던 인조인간 데이빗(마이클 패스벤더)의 철학적인 고민과도 닮아 있다. 데이빗은 자신이 왜 존재하는지, 그리고 인간과 인조인간의 경계가 어디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던 존재다. 앤디 역시 인간적인 감정과 기계적인 존재 사이에서 갈등하며, 자신이 왜 존재하는지를 탐구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의 미안함과 혼란은 단지 기계적 오류를 넘어서, 그가 가지는 존재의 이유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앤디가 다시 원래의 고장난 앤디로 돌아왔을 때, 우리가 좀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건 거기서 발견할 수 있는 인간적인 느낌 때문일 것이다. 마치 가족처럼 레인을 생각하고 챙기는 그의 모습은 자신의 존재가 무엇이든, 자신이 태어난 그 자체가 바로 가족을 위해서라는 아주 단순한 결론에 도달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비록 인조인간이지만, 이 영화 안에서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존재다.
[세 번째 감정] 에이리언의 본능
이 영화에서 가장 순수한 본능을 가진 존재는 에이리언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단지 태어나자마자 본능적으로 다른 생명체를 공격하고,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싸운다. 에이리언들은 자신들이 왜 태어났는지,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그들의 목적은 단순하다. 살아남고, 더 많은 생명을 빼앗아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는 것. 그들은 극도로 폭력적이고 잔인한 존재지만, 그것은 그들의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가 이 에이리언들을 바라볼 때, 그들의 폭력성에 경악할 수 있지만, 사실 그들 역시 생명체로서 자신을 지키고, 생존하기 위해 싸우는 존재다. 이 점에서 에이리언들의 존재는 인간과도 일맥상통한다. 인간 역시 생존을 위해 싸우고, 때로는 폭력을 행사하며,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이러한 본능적인 생존에 대해 인간과 에이리언의 경계를 허물며, 우리가 그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에이리언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지만, 그들이 가진 본능은 그 자체로 생존의 이유를 설명한다. 반면 인간은 그 존재를 넘어 더 위대한 존재가 되고자 하며, 때로는 자신의 한계를 초월하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 역시 결국에는 에이리언의 본능과 다를 바가 없을지도 모른다. 인간이 진화하고자 하는 욕망, 더 강력한 존재가 되려는 욕구는 결국 더 큰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시도에 불과할 수 있다.
성공적으로 돌아온 코스믹 호러
영화를 연출한 페데 알바레즈는 <맨 인더 다크>와 같은 작품을 통해 관객의 심리를 자극하는 스릴러와 호러 장르에서 뛰어난 감각을 보여준 감독이다. 이번 <에이리언 로물루스>에서도 그는 긴장감 넘치는 연출과 강렬한 비주얼로 에이리언 시리즈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알바레즈는 공포의 본질을 깊이 탐구하며, 단순한 시각적 충격을 넘어 심리적인 공포를 강조하는 연출을 통해 관객을 몰입시킨다. 그의 연출 스타일은 이번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로, 단순한 공포 영화에서 벗어나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깊이를 담고 있다.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알바레즈가 기존의 에이리언 시리즈에 대한 존경을 담아, 그 설정들을 재구성하면서도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는 점이 돋보인다. 그는 에이리언의 원초적인 공포를 유지하면서도, 우주적 공포와 인간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성공적으로 표현해냈다. 기존 시리즈의 코스믹 호러 요소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관객에게 새로움과 익숙함을 동시에 전달했다.
케일리 스패니가 연기한 레인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서, 자신의 삶의 의미와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그녀의 연기는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을 감성적으로 표현하며, 관객이 그녀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도록 만든다. 인조인간 앤디를 연기한 데이비드 존슨 역시 기계적인 존재와 인간적인 감정을 동시에 표현하며, 그의 캐릭터에 깊이를 더했다. 이들의 연기는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단순한 생존 영화가 아니다. 인간과 인조인간, 그리고 에이리언의 대립을 통해 생존의 본질과 그 이상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이 영화는 인간이 결코 에이리언의 위협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극악의 존재로부터 오는 공포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
- 누구를 위한 피날레인가
길고 길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 시리즈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마지막 시즌까지 정주행 완료하면 '스위트홈'이 달라 보일 것이라고 이응복 감독이 큰소리쳤는데, 틀린 말은 아니었다. 혹평 세례를 면치 못했던 시즌 1이 제일 괜찮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스위트홈'은 시즌 3까지 이어오면서 굵직한 이야기를 담아왔다. 시즌 1이 욕망의 씨앗에서 탄생하는 괴물을 선보이며 'K-크리처물'의 시작을 알렸다면, 시즌 2는 장기화된 괴물화 사태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리며 세계관을 확장시켰다. 이 바통을 이어받은 시즌 3은 신인류의 탄생까지 다루며 최종장을 향해 달려 나간다.
동시에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도 있었다. 이전 시즌에서 무리하게 확장시킨 세계관과 빌드업이 망가진 캐릭터들, 회수 없이 떡밥 뿌리기에만 치중에 둔 스토리 전개 등으로 혹평받았던 부분을 만회해야 하는 미션이 있었다.
시즌 3은 시즌 2에 심어뒀던 복선 회수를 하는 데에 집중했으나, 회수 방식이 마구잡이였다. 회수에만 포커싱 했는지 개연성 또한 없고, 막상 복선이 공개됐을 때에는 기대했던 것과 달리 놀라운 반전 등은 없었다.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 복선들을 잔뜩 깔아 뒀는지 제작진의 의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무리하게 확장시킨 세계관 매듭짓기 또한 허술했다. 괴물화와 다른 MH(몬스터휴먼)라고 부르는 특수감염인에 모자라서 신인류라는 새로운 개념까지 등장했으나, 막상 '스위트홈 3'에서 비중이 크진 않았다. 신인류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이은혁(이도현)의 컴백을 위한 도구였을 뿐이고, MH는 편상욱(이진욱)과 서이수(김시아) 부녀 간 관계성에 묻혀버렸다.
이와 함께 등장인물들을 무분별하게 죽여나가며 급하게 마무리하는 느낌도 지을 수 없었다. 개연성 없이 캐릭터들이 퇴장하는 과정을 봐야 하는 시청자들에 대한 배려 따윈 없었다.
시즌 3까지 다 보고 나면 '과연 이 작품은 무슨 말을 전하고 싶었을까?', '왜 스위트홈이라는 제목을 사용하게 된 것일까?' 등 물음표도 붙는다. 새 시즌이 등장하면서 드라마의 결이 너무나도 달라져 같은 작품인지도 혼란스럽고, 시즌 1에서 조명했던 주요 메시지 '욕망과 인간성에 대한 고민' 또한 희석되어 간다.
아, 장점도 있다. 시즌 2에서 차현수(송강)의 적은 분량이 불만이었던 시청자들에겐 이번 시즌에선 100% 만족할 것이다. 첫 장면부터 마지막까지 원 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갈망했던 이은혁, 이은유(고민시) 남매의 재회도 이번 시즌에서 그려진다. 다만, 깊이감은 없으니 이 점 참고해 주시길.
★★
-
- '스타워즈'의 위대함만 다시 깨닫고
디즈니에는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더불어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 콘텐츠 '스타워즈' 시리즈가 있다. 1970년대 3부작을 시작으로 반 세기 가량 명맥을 이어오고 있으며, '스타워즈' 시리즈가 가진 거대한 세계관은 영화와 드라마를 넘어 계속해서 뻗어나가는 중이다.
경쟁사의 스페이스 오페라 콘텐츠가 내심 부러웠는지 넷플릭스 또한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 시리즈를 크리스마스 연휴 앞두고 선보였으니 바로 '레벨 문 파트 1: 불의 아이'다. 특히나 영화 '300', '맨 오브 스틸', '배트맨 대 슈퍼맨' 등으로 관객들에게 눈도장받은 잭 스나이더가 연출을 맡았으니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는 오랜 세월 권력을 유지해 오던 왕국이었으나 권력 다툼으로 왕권의 혈통까지 끊어진 마더월드와 혁명을 꿈꾸는 주변 식민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평화로운 변방 행성에 지배 세력의 군단이 위협을 가하자, 신분을 숨기고 마을에서 조용히 살던 이방인 코라(소피아 부텔라)와 여러 행성의 아웃사이더 전사들이 모여 은하계의 운명을 건 전투에 나서게 되는 내용이다.
'레벨 문 파트1'인 만큼 영화가 담고 있는 엄청난 세계관과 그 속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 및 인물들의 서사를 쌓아가는 데 집중했다. 주인공 코라의 알려지지 않은 과거를 시작으로 코라와 함께 뜻을 모으는 전사들 카이(찰리 허냄), 타이투스 장군(자이먼 운수), 네메시스(배두나), 타라크(스태즈 네어) 등 인물들의 과거 및 현재 능력을 보여준다.
문제는 코라를 중심축으로 하는 전사들을 차례대로 소개하는 데 지나치게 할애하다 보니 생각보다 전개 속도가 느리다. 관객들이 기대하는 스페이스 오페라의 진정한 맛인 SF 요소의 신비함이나 전투 신에서 오는 쾌감은 너무나도 싱겁다.
'압제에 저항해 싸운다'는 익숙한 주제 의식을 풀어내는 방식 또한 '레벨 문'의 신선함을 떨어뜨린다. 거대한 제국에 대항하고자 아웃사이더들이 굳센 신념으로 부딪쳐 마더월드 군단들에게 한 방 먹이긴 하나, 생각보다 밋밋하다는 점이다. 새삼 '스타워즈' 시리즈의 대단함을 깨닫게 만든다.
잭 스나이더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지목되는 슬로 모션 기법이 '레벨 문 파트1'을 관람하는 이들에게 방지턱 역할을 해버린다. 주인공 코라가 제국군을 상대로 홀로 거침없는 전투력을 발산하는데 지나치게 슬로 모션을 걸어 속도감을 떨어뜨린다. 해당 액션 연기들을 곱씹어보면 그리 대단하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이는 영화의 클라이맥스까지 이어지고 있어 한숨만 나오게 한다.
국내 관객들이라면 여성 검객 네메시스 역으로 분한 배두나를 향한 기대감 또한 클 것이다. 두루마기를 연상시키는 의복에 갓을 쓰고 기계 의수로 검술을 선보이긴 하나, 파트1에서 그의 분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의 활약을 기대하려면 내년 4월 19일에 공개되는 '파트2 스카기버'까지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
-
- 비상선언, 좋았는데 아쉬운 영화
?Rabbitgumi 입니다!
기대를 많이 모았던 작품이죠.
비상선언이 개봉했습니다.
관상, 더 킹, 연애의 목적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신작이죠.
배우진도 화려합니다.
송강호, 전도연, 이병헌, 김남길, 임시완 같은 탑 배우들이 출연합니다.
개봉 후 첫 주의 반응은 호불호가 갈리는데요.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는 아래 링크에서! :)
https://rabbitgumi.stibee.com/
브런치는 아래 링크에서!!
-
-
- 영화 <데이 앤 나잇> 메인 예고편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고향에 내려오게 된 ‘코지’.
대기업을 상대로 내부 고발을 했던 아버지가
억울한 오명을 썼다는 사실에 분노한 ‘코지’는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몬 사람들에게 복수를 꿈꾼다.
그러다 아버지와 함께 일을 했다는 ‘켄이치’를 만난 그는
아버지가 생전에 ‘켄이치’의 보육원 일을 도운 것처럼
자신도 그 일을 도와주기로 하지만
그가 데려간 곳은 어두운 폐차장인데…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숨겨진 진실!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 영화 <괴짜들의 로맨스> 메인 예고편
강박증을 앓고 있는 두 사람은 우연한 만남으로 거울처럼 닮은 서로를 알아본다. 썸에서 사랑 마침내 소울메이트가 된 이들, 우리, 평범하게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의 세상 안에서 우리는 모두 괴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