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3-07 10:31:37
3월 2주 차 개봉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이번 주 개봉 예정 영화들을 소개해 드리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부터
12,000명의 여성을 구한 비밀단체 '제인스'의 실화를 다룬 영화 <콜 제인>까지.
특별한 감성과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스즈메의 문단속
Suzume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22분
감독: 신카이 마코토
출연: 하라 나노카, 마츠무라 호쿠토, 후카츠 에리 등
개봉: 2023.03.08.
배급: (주)쇼박스
시놉시스
“이 근처에 폐허 없니? 문을 찾고 있어” 규슈의 한적한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스즈메’는 문을 찾아 여행 중인 청년 ‘소타’를 만난다. 그의 뒤를 쫓아 산속 폐허에서 발견한 낡은 문. ‘스즈메’가 무언가에 이끌리듯 문을 열자 마을에 재난의 위기가 닥쳐오고 가문 대대로 문 너머의 재난을 봉인하는 ‘소타’를 도와 간신히 문을 닫는다. “닫아야만 하잖아요, 여기를!” 재난을 막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수수께끼의 고양이 ‘다이진’이 나타나 ‘소타’를 의자로 바꿔 버리고 일본 각지의 폐허에 재난을 부르는 문이 열리기 시작하자 ‘스즈메’는 의자가 된 ‘소타’와 함께 재난을 막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꿈이 아니었어” 규슈, 시코쿠, 고베, 도쿄 재난을 막기 위해 일본 전역을 돌며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던 중 어릴 적 고향에 닿은 ‘스즈메’는 잊고 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CINE PICK!
<스즈메의 문단속>은 2017년 영화 <너의 이름은>으로 국내에서만 38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입니다.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내용을 담았으며, 규슈, 시코쿠, 고베, 도쿄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재난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스즈메의 이야기를 몰입감 넘치게 펼쳐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후 21년 만에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전 세계적인 관심은 물론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터라 더욱더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일본 개봉 당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중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해 국내에서의 흥행 성적 또한 기대해 볼 만한 작품입니다.
똑똑똑
Knock at the Cabin

개요: 미스터리, 스릴러 | 미국 | 100분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데이브 바티스타, 루퍼트 그린트 등
개봉: 2023.03.08.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시놉시스
휴가를 떠난 한 가족은 별장에 무단침입한 낯선 방문자들과 대치하게 된다. ‘레너드’(데이브 바티스타)와 낯선 방문자들은 세상의 종말을 막으러 왔다며, 가족 중 한 명을 희생시켜야만 인류의 멸망을 막을 수 있다는 잔혹한 선택을 하게 하는데… 가족을 살리면 인류가 멸망하고, 인류를 살리면 가족이 죽는다!
CINE PICK!
영화 <똑똑똑>은 <식스센스>, <23 아이덴티티> 등을 연출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으로, 인기 공포 소설 <세상 끝의 오두막>을 원작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입니다. 휴가를 떠나 별장에서 단란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화목한 가족의 일상이 불청객의 방문으로 인해 무너지는 이야기를 담아 '인류를 구할 것인가, 당장 나의 가족을 구할 것인가'라는 쉽지 않은 질문을 통해 공포스러운 상황을 조성한 작품입니다.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단순하지만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시나리오와 이를 통해 전달하는 인생의 메시지가 돋보이며, <해리 포터> 시리즈의 '론' 역할로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루퍼트 그린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드랙스'로 알려진 데이브 바티스타 등이 출연해 완성도 높은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위기에 처한 가족은 게이 커플과 그들에게 입양된 동양인 여자아이로 구성되어 자신들을 혐오해 온 사람들이 포함된 인류, 혹은 자신들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준 가족을 택할 것인지 결정해야만 하는 잔인한 상황 속에 놓이며 갈등하는 모습을 그렸다고 합니다.
콜 제인
Call Jane

개요: 드라마 | 영국 | 122분
감독: 필리스 나지
출연: 엘리자베스 뱅크스, 시고니 위버, 케이트 마라 등
개봉: 2023.03.08.
배급: (주)누리픽쳐스, (주)영화특별시SMC
시놉시스
1968년 시카고. 임신으로 목숨이 위험해진 ‘조이’는 긴급 임신 중절 수술 위원회에 참석하지만 남성으로만 구성된 그곳에서 임신 당사자인 ‘조이’의 의사는 무시된다. 결국, 전원 ‘반대’라는 결과에 절망한 그녀는 “임신으로 불안하다면, 제인에게 전화하세요”라는 벽보 광고에 작은 희망을 걸어보는데…
CINE PICK!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에 개봉하는 영화 <콜 제인>은 <캐롤>의 각본을 맡아 여성 서사의 강자로 인정받은 필리스 나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로, 임신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조이'가 '제인스'를 만나 세상을 바꾼 변화의 불씨가 되어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인스'는 실제로 낙태가 금지되어 있었던 1960년대에 임신으로 고통받던 12,000명의 여성을 구한 비밀 단체인데요, 실화가 주는 힘을 바탕으로 할리우드 대표 우먼파워 시고니 위버, 엘리자베스 뱅크스, 운미 모사쿠, 케이트 마라가 출연해 진정성 있는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조건 없이 서로를 돕는 여성들의 연대의식과 주체적 인물로 성장해 가는 주인공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며, 적재적소에 배치된 팝 음악이 <콜 제인>만의 희망찬 무드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그대 어이가리
A Song for My Dear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20분
감독: 이창열
출연: 선동혁, 정아미, 김유미, 장태훈 등
개봉: 2023.03.08.
배급: (주)영화사 순수
시놉시스
30년 넘게 남편 ‘동혁’과 가족들을 위해 살아온 아내 ‘연희’. 국악인으로 전국을 떠돌던 ‘동혁’은 아내의 부탁에 고향에 정착하기로 한다. 행복한 전원생활도 잠시, ‘동혁’은 ‘연희’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걸 깨닫는다. “나한테는 당신밖에 없잖아. 약속해 줘” 평범한 일상이 무너지고, ‘동혁’은 모든 것이 자신의 탓만 같은데…
CINE PICK!
<그대 어이가리>는 30년 넘게 함께한 아내 '연희'가 불치의 병에 걸리며 일상이 무너진 남편 '동혁'의 애절한 러브 스토리를 그린 작품입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노부부의 이야기로 공감을 자극하는 <그대 어이가리>는 개봉에 앞서 해외 영화제에서 공개된 후 현재까지 전 세계 51관왕을 기록해 화제를 모은 바 있는데요, 특히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여우주연상, 촬영상 등 이야기와 연출, 음악 모든 면에서 수상한 만큼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입니다. 삶과 죽음, 부부관계에 대한 현실적이고 디테일한 스토리 속 '창(唱)'과 전통 장례 문화는 <그대 어이가리>에서만 볼 수 있는 한국적 미와 짙은 '한(恨)'의 정서를 담았으며, 약 3개월 동안 주 2회씩 빠짐없이 만나며 연기적인 디테일을 완성한 주연배우들의 열연이 관객들에게 더욱 깊은 울림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6번 칸
Compartment No.6

개요: 멜로/로맨스, 드라마 | 핀란드, 독일, 에스토니아, 러시아 연방 | 107분
감독: 유호 쿠오스마넨
출연: 세이디 하를라, 유리 보리소프 등
개봉: 2023.03.08.
배급: 싸이더스
시놉시스
고대 암각화를 보러 가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핀란드 유학생 '라우라'. 그녀는 무르만스크행 기차 ‘6번 칸’에서 낯설고 무례한 남자 '료하'와 만나게 된다. 거리를 두려는 여자와 가까워지려는 남자.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두 사람의 관계는 미묘한 변화를 겪게 되고… 이 여행의 끝에 불완전한 그들은 어떻게 될까?
CINE PICK!
영화 <6번 칸>은 핀란드 대표 작가 로사 릭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을 연출한 유호 쿠오스마넨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입니다. 영화는 90년대를 배경으로 무르만스크행 기차의 '6번 칸'에 우연히 함께 하게 된 두 남녀가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변해가는 감정과 관계를 그렸는데요, 제74회 칸영화제에서 10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해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하였습니다. 휴대폰, SNS, 구글 지도도 없는 90년대 아날로그 여행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디지털 형식이 아닌 필름 촬영 방식을 고수했고, 조명의 경우 오래된 조명이나 현재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옛 조명들을 활용했다고 하며, 주인공 '라우라'의 비디오카메라, 워크맨, 공중전화를 이용한 연인과의 전화 통화까지, 하나하나 90년대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색다른 감성의 볼거리가 있는 작품입니다.
이번 주는 특별한 감성을 간직한 작품들이 여럿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떤 영화를 봐야 할지 정말 고민이 되는데요, 고민조차 행복한 시간이 될 것 같아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랄게요 :)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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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의미에서든 절반의 성공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무기 ‘텐 링즈’의 힘을 이용해 수세기 동안 끊임없이 더 강한 권력을 쫓아온 '웬 우(양자 위)'. 만다린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아버지 웬 우 밑에서 어린 시절부터 암살자로 훈련을 받아온 '샹치(시무 리우)'는 어느 날 아버지의 통제를 벗어나 평범한 일상을 누리기 위해 도망치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둘도 없는 친구 '케이티(아콰피나)'를 만나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아버지의 테러 조직 텐 링즈의 습격을 받은 후 그의 야욕이 자신은 물론 동생 '샹리(장멍얼)'에게까지 미친 것을 눈치챈 샹치는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음을 깨닫고 어머니 '장 리(진법랍)'의 고향이자 신비의 마을인 탈로로 향한다. 가족의 비밀과 내면의 힘과 관련해 이모 '장 난(양자경)'의 도움을 받으면서 샹치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거이자 두려움인 아버지 웬 우와의 전투를 준비한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시작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4에서 <블랙 위도우> 다음으로 개봉한 두 번째 영화다. 현재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 중인 드라마를 포함하면 페이즈 4의 여섯 번째 작품이다. 다만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실질적인 의미에서 페이즈 4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앞서 나온 영화와 드라마들이 어디까지나 이른바 '인피니티 사가'의 부록이었던 것에 비해, <샹치>는 <캡틴 마블> 이후 2년 만에 마블이 선보인 새로운 히어로인 만큼 페이즈 4라는 새로운 시대의 막을 알리기에는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첫 선을 보인 샹치라는 캐릭터는 물론 그와 텐 링즈를 중심으로 암시되는 MCU의 미래 모두 불안감을 배제할 수 없는 절반의 성공에 그친다는 점이다.
우선 영화는 샹치라는 새로운 히어로를 두 가지 측면에서 소개한다. 첫 번째는 액션으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전반에는 <와호장룡>이나 <살파랑> 등의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해 보이는 중국 무협 영화의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정교하고 화려한 합을 맞춰서 마치 하나의 춤을 추는 것 같은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액션을 원테이크로 선보이는 것이다. 그 안에서 웬 우의 절도 있는 움직임과 장 난 혹은 장 리의 유려하고 부드러운 선이 이루는 대조, 즉 상이한 액션 스타일의 조화를 통해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표현해낸다. 일례로 웬우와 장 리의 대련은 사랑의 시작을, 웬우와 샹치의 대결은 부자의 갈등과 화합 등을 격한 춤에 싣는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단지 중국의 전통을 오마주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대적인 재해석도 보여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초반부 대마무 숲에서 펼쳐지는 웬 우와 장 리의 맞대결이 많은 이들의 뇌리에 박혀 있는 전형적인 중국 영화의 한 장면이라면, 마카오 고층 빌딩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가건물에서 샹치와 샤링이 텐 링즈를 상대로 격투를 벌이는 것은 대나무 숲이라는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이소룡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동양인 히어로를 21세기에 소개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 아닐까 싶다.
또한 그간 마블 영화들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신선한 스펙터클로 무장한 것도 흥미롭다. 새로운 무기인 텐 링즈의 활용은 시작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그 존재감은 토르의 묠니르 혹은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에 비견될만하다. 이에 더해 동양 판타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용과 그에 맞대응하는 존재인 서양의 악마적 존재가 펼치는 대결은 같은 디즈니 작품이자 동양 문화권을 배경으로 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을 연상시키면서 마치 괴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색다른 쾌감을 선사한다.
문제는 영화가 새로운 히어로를 소개하는 두 번째 방식에 있다. 영웅 서사의 구조적 측면에서 샹치라는 캐릭터는 결코 MCU에 안착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샹치는 다른 영화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아버지 죽이기 신화의 전형을 따른다. 주인공인 아들은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진정한 영웅이 되기 위해서 긍정적인 의미에서는 아버지의 뜻과 철학을 수용하고, 부정적인 의미에서는 아버지를 꺾어야 한다. 실제로 샹치에게 웬 우는 그의 모든 기술, 힘과 뜻을 전수하면서도 자신의 방식을 아들에게 강제하는 두려운 존재다. 이때 샹치는 아버지를 꺾는 대신 어머니가 아버지에게도 알려주었지만 그가 잠시 잊고 있었던 가르침으로 그를 설득하려 한다. 그래서 텐 링즈를 이용해 파괴적인 전투를 벌이는 웬 우 앞에서 샹치는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고 상대방까지 포용하는 어머니의 방식으로 대항한다.
그런데 이 부자 관계는 사실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와 루크 스카이워커, <아이언 맨> 속 토니 스타크와 하워드 스타크, <토르> 시리즈 속 오딘과 로키의 관계를 연상시킬 정도로 익숙하다. 그래서 영화는 샹치-웬 우의 관계에 역사, 사회적 맥락을 덧붙이며 단순한 이야기를 확장시키고 다채롭게 변주한다. 그 중심에는 샹치의 조력자인 샹리와 케이티가 있다. 예를 들어 샹치의 동생이지만 아버지에게는 거의 없는 존재로 취급받고 오빠가 받는 교육도 공식적으로 허락받지 못했던 샹리는 전통적 가부장제를 전복하는 여성을 상징한다. 웬 우-샹치의 부자 관계 그 자체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아버지 죽이기 신화를 변주하는 셈이다. 이 상징성은 마카오에서 거대한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는 그녀가 아버지의 제국을 차지할 수 없다면 자신의 것을 세워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만 봐도 알 수 있으며, 두 번째 쿠키영상까지 보고 나면 더욱 확실해진다.
한편 샹치의 절친인 케이티는 중국계 미국인(넓게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현재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초반부에 카메라는 중국말을 쓰고 중국 전통대로 생활하는 할머니, 미국인이고 영어를 사용하지만 사고방식은 중국인인 어머니, 그리고 외관만 동양인일 뿐 보통의 미국 사람인 케이티 간의 갈등을 비춘다. 웬 우 - 샹치의 부자 관계를 성공을 위해 이민을 선택한 부모 세대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겠다는 자녀 세대의 대립, 가정과 사회 사이의 문화적 차이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아시아계 이민자 2세의 이야기로 간략하게나마 확장시키는 것이다. 이는 영화의 초반부 배경인 샌프란시스코가 골드러시와 미국 대륙 횡단 철도 공사의 영향 때문에 중국인들이 대규모로 이주한 첫 번째 도시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샹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역사와 아픔을 다룬 <블랙 팬서>와 궤를 같이 하는 면이 있다.
문제는 샹치, 샹리, 케이티가 각각 뜻하는 아버지 죽이기 이야기가 하나로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케이티의 이야기를 다른 주인공들과 하나로 연결시키기에는 감정적 유대가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주인공 일행의 가족도 아니고, 연인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서사를 굳이 함께 붙여 놓을 공통분모가 부족하고, 케이티의 이야기는 중반부부터 클라이맥스에 이르기까지 유달리 겉도는 경향을 보인다.
두 번째 이유는 웬 우의 가족사나 텐 링즈의 역사에 관한 정보가 굉장히 단편적으로 제시된다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필요한 순간에만 플래시 백의 형태로 이들의 과거사가 등장하다 보니 샹치나 샹리가 아버지를 기필코 막아 세우려고 하는 동기나 각오는 머리로 이해되는 선에서만 머무를 뿐, 별다른 감흥을 주지 않는다. 이는 마블이라는 프랜차이즈 차원에서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만다린의 존재와 텐 링즈라는 테러집단은 <아이언 맨> 시리즈에서 10년 전부터 꾸준히 등장하고 암시가 되었던 존재이기에 이처럼 빈약한 묘사는 팬들의 호기심과 갈증을 모두 해결해주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는 곧 양조위의 웬 우, 만다린이라는 빌런의 존재감이 히어로인 샹치를 넘어설 정도로 뛰어나게 느껴지는 이유로 이어진다. 부족한 감정적 유대와 가족사를 대신해 배우의 존재, 그의 카리스마와 여유로운 분위기만이 영화에 통일감을 부여하기 때문에 샹치에게 향해야 할 삼중의 서사로 쌓아 올린 스포트라이트마저 자연히 빌런에게 쏠리는 것이다. 그 결과 샹치의 데뷔전은 데뷔 자체로만 만족해야 하는 애매한 성공에 머무른다.
이에 더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확장되는 MCU의 세계관 역시 절반만 성공적이다. 물론 MCU만의 매력이 돋보이는 장면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아이언맨 3>에서 가짜 만다린으로 등장했던 '트레버 슬래터리(벤 킹슬리)'의 재등장이 대표적이다. 반쯤 정신이 이상한 것으로 이미 각인된 이 캐릭터는 전개 상의 구멍을 피해 가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곤경에 처한 샹치 일행에게 결정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적재적소에 제공한다거나, 자칫 작위적이나 편의적인 전개로 보일 수 있는 대목에서도 그는 모든 것을 말이 되게 만드는 엄청난 활약을 보여준다. 이번에도 빠지지 않은 MCU 특유의 유머 역시 예상외로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자칫 가벼울 수 있는 일부 캐릭터들의 변심에 최소한의 개연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앞으로 이어질 페이즈 4의 기반을 놓아야 한다는 과제를 수행하다 보니 영화의 전반적인 완성도는 내려갈 수밖에 없다. 출처를 알 수 없는 텐 링즈라는 무기가 수천 년 간 존재했고 만다린이 천 년간 늙지 않았다는 점, 또 만다린의 존재를 누구도 알지 못했다는 본작의 의문점들을 일부러 해결하지 않는 게 대표적인 예시다. 마블의 다음 영화인 <이터널스>가 수천 년 전부터 존재했던 인류 문명의 숨은 전파자이자 수호자들의 이야기를 다룰 것이기에 이에 대한 복선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후반부에 장르가 히어로 영화에서 괴수물로 급격히 변하면서 히어로와 빌런의 존재감을 약화시키고 괴리감을 안기는 것도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급전개는 최근에 큰 화제를 모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예고편에서도 볼 수 있는 멀티버스와 우주로의 세계관 확장을 염두에 둔 전개로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10여 년 전 복선 뿌리기에 급급하던 마블처럼 텐 링즈를 인피니티 스톤처럼 활용한 결과 이번에도 단독 영화의 완성도에 큰 부담을 안기는 셈이다. 이렇게 한 편의 영화로서도, 시리즈의 한 부속으로서도 뚜렷한 명암을 보여준 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데뷔전을 마무리한다.
A(Acceptable, 무난함)
아직은 안갯속에 쌓여 있는 샹치와 마블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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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칙한 얼간이와 지독한 소음기
줄거리
천재들만 모인다는 명문대 ICE에 이상한 녀석이 떴다! 그의 이름은 란초.
권위적인 아버지에게 찍소리 하지 못하고 끌려오다시피 학교에 온 파르한과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부담스러운 타이틀을 단 라주. 두 사람은 란초와 함께 방을 쓰며 친한 친구가 되고, 과하게 자유분방한 그의 방식에 점점 빠져드는데...
감상 포인트
1. 노래 많다, 잊지 마라, 이 영화, 인도 영화.
2. 설마 아직까지 결말 모르는 사람... 없죠?
3. 나는 얼간이인가, 소음기인가?
감상평
인도 영화하면 바로 떠오르는 대표적인 작품, 세 얼간이. 나도 몇 번이나 봤지만, 인생이 지치고 무료할 때 보면 나름대로 힐링도 되고 동기부여도 된다. 몇 번이나 보고 나니 학생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바이러스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고나 할까. 둘리를 보면서 고길동이 불쌍하면 어른이 된 거라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를 보며 바이러스의 말이 이해된다면 어른이 된 걸까. 조금 슬프네.
"너는 틀렸어!
네가 항상 옳을 수는 없어!"
바이러스 총장은 입학 첫날 란초가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며 이렇게 말한다. 교육방식에 대한 의문과 수동적인 태도를 거부하는 란초는 학교를 4년간 바이러스의 눈엣가시였다. 그렇지만 그는 결국 발전기를 만들어내 무사히 출산을 도운 란초를 인정한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이 장면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기성세대와 신 세대는 영화 내내 앙숙처럼 대립하다가 결국 손을 맞잡고 서로를 인정한다. 바이러스는 자신의 쌓아온 것들이 무가치하지 않음을, 이것 역시 삶에 있어 필요한 요소라는 것을 우주 펜을 통해 입증한다. 그렇다면 그가 이제 해야 할 일은, 신 세대가 나아갈 수 있게 길을 비켜주는 것이다.
이 영화는 오로지 젊은 청춘들만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도 한 걸음 나아가 그들을 이해하려 애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머리로는 알지만 실제로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는 어른은 드물기 때문이다.
"두 다리를 잃고 나서야 제대로 서는 법을 배웠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 영화를 두고 말도 안 되는 판타지라고 할 수도 있다. 인정한다. 이 영화는 과장되어 있고, 무책임할 정도로 긍정적이다. 평생 반항 한 번 못했던 파르한이 아버지를 그렇게 단시간에 설득시킨다는 것도, 면접관에게 필요 이상의 TMI를 방출한 라주가 합격한다는 것도, 무엇보다 란초 같은 사람이 실제 한다는 것도. 영화는 그냥 모두 거짓말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가 주기적으로 이 영화를 보는 이유는, 밝고 호탕한 웃음 뒤로 슬픈 젊음의 그림자가 어려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 앞에서 세 친구들처럼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건 너무 어렵고 힘겨운 길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파르한과 라주가 자기 내면을 마주하고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간 것처럼. 그래서 청춘은 짠맛이 난다, 이 영화처럼.
"너의 재능을 따라가 봐.
그럼 성공은 뒤따라 올 거야."
인생에 회의적일 때는 이 대사를 듣다가 울컥 울화가 치밀 때도 있다. 아니, 너는 성공했다고 그렇게 말하기냐? 나는 잘 하는 것, 좋아하는 것 따라가는데도 이 모양 이 꼴로 살잖아. 그런데 이번에는 영화를 보며 란초가 말하는 '성공'의 기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차투르는 커다란 집, 최신형 차, 고연봉의 직장까지 자신이 모든 걸 완벽하게 갖춘 성공인이라고 자부한다. 그것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성공의 기준이니까. 하지만 란초는 400개가 넘는 특허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도심 속 높은 빌딩에 살기보다는 시골 마을에서 작은 학교를 차려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렇지만 그는 행복해 보인다.
"돈은 덜 벌겠죠. 차도 더 작을 거고 집도 더 작겠죠.
하지만 전 행복할 거예요, 아빠."
그럼 란초가 성공을 못한 걸까? 파르한은 사진작가로 유명해졌으니까 성공한 걸까? 라주는 이제 집이 넉넉하게 사니까 성공한 걸까? 란초가 말한 '성공'이란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돈 많이 벌어서 경제적으로 풍족한 걸 넘어서, 자신의 삶을 원하는 방식으로 만족하며 꾸려나갈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란초가 말하는 성공인 셈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단순히 '성공하기 위해' 집착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발칙한 얼간이, 지독한 소음기,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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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난히 짧은 2월, 러닝타임 짧은 영화 -9-
❣️[Cinelab Curation]❣️
이번 주 씨네랩 뉴스레터 씨네-뉴스에서는 짧은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들을 소개해 드릴 예정인데요!
2월.. 너무 짧아 아쉽진 않나요?
그런 여러분들께 짧지만 마음에 오래 남을 영화 몇 편 소개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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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에서 본] 태워 재가 될지, 숯이 될지?
흥행을 떠나 현재, 국내 극장가에서 <킬링 로맨스>의 화제성이 뜨겁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사용설명서, 2013>와 <상의원, 2014>을 연출한 "이원석"감독의 신작 <킬링 로맨스>는 자신의 취향을 꾹꾹 담아낸 작품이다!
태워서 버티면 숯이 되는 것이고, 못 버티면 잿가루가 되듯이 <킬링 로맨스>는 극과 극의 반응들을 만들고 있다.
'나는 숯인지 아니면, 재가 될지?', 그게 궁금해 비싼 돈을 들여가며 극장으로 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 보았다!대한민국의 톱스타 "여래"는 단, 한 번의 발연기로 잠적하고 그 사이에 "콸라섬"에 "조나단 나(aka. 존나)"를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된다.
그리고, 온 가족이 "서울대" 출신의 4수생 "범우"는 자신의 최애 "여래"가 옆집에 이사를 온 것을 알게 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여래"가 "조나단 나(aka. 존나)"과의 결혼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범우"는 "여래"와 위험한 계획을 짜는데...1. 숯 같은 내 취향!
앞서 말했듯이 영화 <킬링 로맨스>는 취향이 갈릴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캐릭터의 이름부터 "존나"라는 것에서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지만 이야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동화책"이라는 소재에서부터 배우들의 비현실적인 외모, 그리고 "뮤지컬"은 "디즈니 프린세스"가 겹쳐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조나단 나(aka. 존나)"의 모습은 <라푼젤, 2011>를 비롯해 주인공을 가두려는 "계모"가 보이며, "범우"는 그런 "여래"를 구하는 왕자가 보인다!하지만, <겨울왕국, 2014> 이후 "디즈니 프린세스"의 이야기는 많이 달라졌다.
그 이전에는 "왕자"와 같은 구원자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위치였다면, 이제는 직접 움직이는 능동적인 위치로 바뀌었다. - <겨울왕국2014>만 본다면, "한스(왕자)"는 악당으로 역할이 바뀐다!
그런 점에서 이후 "범우"를 주도하는 "여래"의 변화는 예상 가능하나 그 범주가 "살인"이라는 점에서 파격적으로 느껴진다.관건은 이런 과정에서 보여주는 장면들의 연출 방식이다.
"훅쉿팍쿵"은 물론이고, 노래방, 그리고 케이블 TV에서 볼법한 광고까지 난데없이 나오는 "뮤지컬"까지 호불호를 떠나 '대다수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생각이 앞설 따름이다.
이를 감독 본인도 이를 알았는지 마지막 "여래"의 영화를 보는 관객들 장면에서 극과 극의 반응으로 갈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좋게 보인다면 한없이 이뻐 보이겠지만 나쁘게 보인다면 그만큼 미워할 수밖에 없는 영화가 <킬링 로맨스>이다.· tmi. 1 - 당초 "워너브라더스 코리아"에서 제작된 영화였으나 투자 철회로 상영이 보류되었던 작품이었다.
· tmi. 2 - 극 중. "여래이즘"은 아시다시피, "비"의 "레이니즘"을 개사한 곡인데 실제로, 무보수로 불러주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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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이 돈으로 엮일 때
극장에서 <멋진 하루>(2008)를 봤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돈으로 엮이는 사랑 이야기가 많이 나오겠구나.’ 헤어진 남자 친구 병운(하정우)에게 떼인 350만 원을 받기 위해 그와 오롯이 하루를 함께 하는 희수(전도연)를 마주했을 때 (영화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현실 속 사랑은 그리 순수하지만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이 과정을 통해 비로소 과거의 자신에서 벗어나는 희수의 해방을 보기는 했지만, 그 연결고리가 ‘돈’이라는 건 한편으로 씁쓸했다. <은빛살구>를 봤을 때, 17년 전 느꼈던 이유 모를 씁쓸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청약이 당첨되어도 걱정이다. 일생일대 결혼을 앞두고 최고의 행운을 얻은 정서(나애진)는 계약금 마련을 위해 엄마 미영(박현숙)을 찾아가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대신 미영은 과거 이혼한 아빠 영주(안석환)가 직접 쓴 차용증이 붙어 있는 색소폰을 건넨다. 하는 수 없이 떼인 돈을 받기 위해 고향 동해에 간 정서는 아빠와 아빠의 가족과 조우한다. 그곳에서 떼인 돈을 받기 위해 노력하던 중 이복동생 정해(김진영)와 유대하고, 예비 신랑인 봉성(박경현)을 동해로 불러들인다.
<은빛살구>는 보통의 가족영화와는 다르다. 콩가루 집안을 그리거나(<고령화 가족>) 누구나 알고 있지만, 외면했던 가족의 내홍을 들춰내거나(<장손>) 하는 다수의 가족 영화와 그 궤를 달리한다. 이 작품은 온전히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의 신세를 져야 하는 청년 세대의 현 상황을 소개하면서 혈연이 아닌 돈으로 엮인 가족이란 공동체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정서가 부모의 이혼 후 고향인 동해를 찾아간 건 오로지 아버지에게 떼인 돈을 받기 위해서다. 이 낯선 조우에 딸도 아빠도 그리고 아빠의 새 식구도 불편하기 짝이 없을 터. 오랜만에 딸을 본 아빠는 혈육임에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애증의 관계에 놓은 이들이라도 가족이라 하기엔 냉기가 철철 흐른다.딸은 돈을 받아내기 위해, 아버지는 그 돈을 맨 입으로 주지 않기 위해 본의 아니게 날을 세운다. 정서를 괴롭히는 건 아버지만이 아니다. 정해 또한 이복 언니인 정서를 통해 자신의 대학 등록금을 미리 받아내려 하고, 봉성도 청약 아파트를 얻기 위해 알게 모르게 정서를 압박한다. 정서의 엄마 또한 딸을 시켜 돈을 받아오게 시켰으니, 뭐 이 집안은 피가 아닌 돈으로 엮인 게 맞다.
물론, 정해와 친자매처럼 지내고, 봉성이 동해로 내려와 아버지에게 눈도장을 찍으려 노력하고, 가까운 관광지로 가족 여행을 가는 등 가족이란 테두리 안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일을 겪는 정서는 잠시나마 아버지로 인해 겪어야 했던 고통스러운 과거의 순간을 잊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가족들의 안위보다 자신의 욕망에만 한없이 투명한 아버지의 냄새를 맡는다. 가까이하기도 싫은 그 냄새를 말이다.
극 중 떼인 돈 받아내기 프로젝트는 결국, 아버지, 가족 관계에서 자신의 뿌리를 찾고, 아직도 옭아매진 그 혈연이란 족쇄를 끊으려는 시도로 이어진다. 특히 이 부분에서 영화는 가족을 뛰어넘어 사회 제도로서 그 영역을 확장, 정서를 통해 돈과 평온한 삶을 위해 불온한 일을 넘길 것인지, 아니면 힘든 상황에 놓일지언정 떳떳한 삶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결단을 내린다. 매번 아버지(또는 가족)에게 흡혈 당한 정서가 도리어 흡혈하는 대상으로 역전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통쾌함과 시원함을 안긴다. 후반부 자신은 아버지처럼 냄새를 풍겨가며 안온한 삶을 살아가기 싫다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정서의 모습은 임팩트 있게 다가온다.
가족이란 보편적인 주제를 ‘돈’이란 소재와 결부시켜 표현하려는 의도는 새로움을 전한다. 하지만 그 새로움이 도리어 영화를 낯설게 받아들이는 요인으로도 작용하는데, 특히 가족이나 사회에서 정해진 제도를 타파하는 것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상쇄하는 건 배우들의 힘이다. 극을 이끌어 가는 나애진은 불안함으로 점철된 정서를 입체감 있게 그려내는데, 아버지와 가족, 세상을 모두 못마땅하게 여기는 반골 기질과 서늘한 표정이 압권이다. 왜 이 작품으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배우상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이에 버금가는 안석환의 연기는 극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묘한 매력으로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호러 영화를 방불케 하는 싸늘한 시선으로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착하게 살면 맛이 없지. 건강해라” 정서와 기차역에서 헤어질 때 내뱉는 이 대사는 꼭 눈여겨보길 바란다.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으로 첫 장편을 내놓은 장만민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서울에서 바쁘게 살아가던 정서가 우연히 꺼낸 가족사진에 묻은 먼지를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보는 마음에 대해 관객분들도 같이 상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영화를 설명했다. 사랑보다 돈으로 엮인 이 가족사, 그리고 이 관계를 타파해 가며 진정한 해방일지를 적어 내려간 정서를 보면서 다시 한번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길 바란다. 그 먼지의 맛이 볼품없어도.
사진 제공: ㈜마노엔터테인먼트
평점: 3.5 / 5.0
한줄평: 가족의 목덜미를 물어야 비로소 가능한 홀로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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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치의 투명함
<힘찬이는 자라서>(2022, 김은희)
<윤시내가 사라졌다>(2020, 김진화)
<세기말의 사랑>(2023, 임선애)
<살인자ㅇ난감>(2024)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2023)
* 위 작품들의 장면과 결말 포함
손수현을 보기 위해 재생한 단편 <힘찬이는 자라서>, 노재원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주인공 정희의 친구의 남편 강석, 적당히 내향적이고 친절한 남자인 그는 대화의 주제가 달랐다면 예의바른 미소로 일관하다 퇴장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영화가 만들어질 까닭도 없었겠지.) 정희가 쓰는 시나리오가 테이블에 올라오며 두 사람은 부딪힌다. ‘이퀄리스트’적 논리를 따박따박 나열하는 강석의 언행에 딱히 악의는 없다. 그는 모르고 또 알려 하지 않으므로 ‘억울’해 하는 게다. 강석은 현실을 반영해 구성된, 특정적인 동시에 보편적인 인물이었다. 배우는 역할에 충실했고, 나는 강석이 밉고 갑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의 직설이 차라리 반가웠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저리도 솔직한 표정을 짓는 저 배우는, 주어진 대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저이가 정희의 시나리오를 이해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왠지 그럴 것 같다. 그건 노재원의 연기를 앞으로도 지켜보고 싶어졌다는 신호였다.
첫 만남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서서히 스며들게 되는 이도 있다. 노재원은 말하자면 후자였으나, 어느 정도 전자이기도 했다. 타 배우를 염두에 두고 관람한 작품들에서 그를 목격할 때마다, 매번 새로이 놀랐다.
자주 길을 잘못 들거나 가다 멈추곤 하는 로드무비 <윤시내가 사라졌다>. 운시내=준옥은 완벽한 두 번째 만남이었다. 반짝이는 재킷을 걸친 그가 카메라에 잡힌 순간, 노재원의 이름을 기억했고, 좋아하게 되리란 것을 예감했다. “원조 가수랑 똑같기만 하면 매력이 있나, 저는 그냥 저 마음가는 대로 부르거든요. 그래서 일이 안 들어와요.” 그 자조 섞인 담백한 대사에 준옥의 태도가 담겨 있었다. 그의 공연은 본인의 설명대로다. 힘주지 않아도 깊이가 느껴지는, 차분한 ‘엣지’를 품은 목소리. 섬세한 선을 그리는 움직임. 노재원은 단지 노래를 할 줄 아는 것을 넘어- 음으로 관객의 심장을 울릴 줄 아는 공연자였다, 꼭 운시내처럼. 무대 위의 옅은 웃음기는 후에 화장을 지우고 거울을 보며 짓는 미소와 닮아 있다. 미묘한 카타르시스. 겸손함, 당당함, 자만하지 않는 자신감. 삶의 지혜를 터득한 사람 특유의 아우라가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운시내’가 노래하는 자세는 ‘정준옥’이 살아가는 자세와 닮았다. 식탁 밑에 있는 하다(=처음 보는 사람)를 동그란 눈으로 응시하다 한쪽 이어폰을 슥 빼 제 귀에 끼우는 그 독특한 붙임성. 당황한 하다가 식탁에 머리를 박자 튀어나오는 진심어린 감탄사 “아이고.” 그 마주침부터 줄곧, 하다는 무례하고 준옥은 스스럼없다. 준옥의 친절은 형식적 예의 이상이다. 어머니 뻘인 순이를 ‘친구’라 부르며 벽없이 훅 다가가는 그는 하다의 말처럼 “선을 넘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보단 ‘선을 잘 넘는 법을 아는’ 이였다. 꿍꿍이가 없는, 있는 그대로의 인간, 내면의 깊이마저 갖춘. 그 넓은 마음 씀씀이는 절로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다. 스스로 투명하므로 타인의 속도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걸까. 그는 하다의 셈과 위악을 어느 정도 간파하면서도 섣불리 평가해버리지 않고 조용히 지켜본다. 은근히 끼고 싶어하는 속내를 눈치채고 보내는 눈웃음, 삐딱한 행동을 관찰하는 진지한 눈길. 준옥이 아무것도 모르는 척 인형과 함께 모녀의 갈등을 터트린 것은 글쎄, 아마도 의도적이다. 가운데 끼어 욕을 먹고 눈치를 보며 기어이, 중요한 이야기를 던지고야 만다. 하다의 케케묵은 감정을 자꾸만 건드린다. 일부러 걸림돌이 되고 기꺼이 거슬린다. 노재원의 자잘하고 천연덕스러운 제스처들은, 준옥의 신묘한 중재자(!)적 능력을 의심케 했다.
그런 그가 살짝이라도 차가워지면 이쪽에서 눈치를 보게 되고, 단호해지면 더욱 귀기울이게 된다. 준옥의 위로는 빈말이 아니고 그의 조언은 불쾌한 맨스플레인이 아니다. 그가 ‘실패한’ 과거를 꺼내 보여주지 않았더라도 와닿았을 것이다. 군더더기 없는 진심을 체화한 노재원, 그가 간직한 아름다움은 드문 종류의 것이었다.
<윤시내가 사라졌다>는 굳이 말하자면 하다와 순이의 영화이기에, 준옥은 도중 하다에게 버려지며 화면을 빠져나간다. 화내거나 패닉하는 대신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고 마는 것마저 그답다 싶었다. 그렇게 흐지부지 퇴장하는 그를 ‘메시지의 의인화처럼 보이는 존재’라고 해버리면 편했을지도 모른다. 허나 그리 갈무리하기엔 너무나 아쉬웠다. 노재원을 만나 생명력을 얻은 준옥, 그의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 평안 정도는 빌고 싶어진다. 한편으로는 안위를 걱정하지 않아도 그는 잘 살아가리라 짐작하게 된다. 법 없이도 살 듯한 남자. ‘관종’과 ‘짝퉁’들의 언더월드에서 운시내=준옥은, 우아한 미스핏, 골목길의 귀인, 사랑하지 아니할 수 없는 도인이었다.
<윤시내가 사라졌다>(2020)
여기 ‘법 없이도 살 듯한 남자’가 또 있다. <세기말의 사랑> 속 도영이다. 모순된 묘사로 들릴 것이다, 그는 회사 돈을 횡령한 범죄자이니. 가출한 조카가 위장결혼한 와이프 명의를 도용해 만든 카드값을 혼자 메꾸려다 그렇게 되었다. 앞 두 문장의 설명은 틀리지 않았으나 완전히 맞는 것도 아니다. ‘위장결혼’의 자간에는 사랑과 배려가 묵음처리돼 있다.
영미와 도영은 조금은 동족이다. 사랑하는 이의 범죄를 덮으려 밤새 부업을 하고 형까지 산 영미, 기다려달라는 영미 말을 따르다 그런 건지 뭔지 자수도 못하고 체포된 도영. 뒤늦게 꼬박꼬박 돈을 갚는 그를 미워할 수 있는 관객은 별로 없었으리라. 캐릭터의 사연도 성격도, 껍질을 하나씩 벗겨내는 방식으로 풀어가는 <세기말의 사랑>, 도영의 껍질은 투명했다. 스쳐 지나갈 법한 소재를 클로즈업해 인물을 표현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런 순간은 도영과 만나 유독 빛났다. 비엔나 소시지에는 타인에게 일말의 불편함도 남기지 않으려 애쓰는 배려심이 묻어 있었다. 모기 물린 자국에 찍은 십자가에는 살짝 엉뚱한 유머감각과 순수한 설렘이 눌려 있었다. 도영의 스크린 타임은 짧았으나, 그의 됨됨이를 파악하기엔 충분했다. 유진과 도영이 마주하는 시퀀스는 겨우 둘이었고 개중 하나는 화상면회 씬이었으나, ‘위장 결혼 상대’를 향한 도영의 사랑을 짐작하기엔 충분했다. “좋아해요”를 뱉어버리고는 웃음기가 사라지는 입가에, 호텔 창문 너머 반짝이는 관람차를 보며 (혹은 보지 못하며) 섬세하게 일그러지는 뺨에, 작품이 생략한 이야기들이 함축되어 있었다.
도영은 그럴듯하게 멋져 보이는 법을 모르는 듯한 사람이었다. 어쩐지 노재원도 그런 사람일 것만 같았다. 수줍은 손끝과 내리깔린 눈꺼풀, 자주 흐리는 말끝에 가득 담긴 진심이 그대로 전해졌다. 도영에겐 그런 드문 자질이 있었다. 그는 이상한 사람이고, 노재원은 이상한 배우다.
<세기말의 사랑>(2023)
최근 노재원은 넷플릭스를 누비며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D.P> 시즌2에 군복을 입은 실루엣을 비추었고, 최근에는 <살인자ㅇ난감>에 출연하며 ‘범위’를 증명했다. ‘하상민 역에 노재원’이라니, 뜻밖의 캐스팅이었다. <힘찬이는 자라서>까지를 포함해도, 앞뒤가 다른 하상민은 그가 이제껏 보여준 이미지와는 한참 먼 캐릭터로 느껴졌다. 허나 곧 (정이서와 더불어) 꽤나 영리한 캐스팅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노재원은 어떤 전형을 따라하는 대신 저만의 스타일로 보통의 악인을 소화했고, 결과적으로 시청자가 극에 더욱 몰입하도록 도왔다.
움츠러든 어깨, 차마 피하지 못하는 눈, 머뭇거리는 말투, 하상민은 매혹적인 젠틀맨이 되기보단 유약함과 무해함을 가장해 상대의 경계심을 해제한다. “혹시 연락을… 해도 되나?” 수락을 해도 반대로 거절을 해도 괜찮을 듯한 톤이다. 그 탁월하게 균형잡힌 딜리버리에 감탄했다. 경아에게 ‘너는 나와 동류’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건, 꾸며낸 피해 서사 자체보다는 그것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배우의) 태도이고 마스크다. 악의라곤 없어 보이는 노재원의 눈빛에, 원작의 전개를 알고 있음에도 속아넘어갔다. 거울 앞에서 비실비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하상민에게 이유있는 싸함을 느끼면서도, 거기 속셈은 없다고 믿고 싶었다. ‘이번엔 믿어봐도’ 될 법한 분위기를 풍기는, 최우식과는 또다른 방향으로 ‘위협적이지 않은 남성성’을 두른 배우. 그렇게 노재원은 성공적으로 경아와 시청자의 의심을 풀었고, 배신감을 극대화했고, 최후의 순간에는 이희준과 만나 더없이 보잘것없어졌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평범하여 더 유해한 비겁자 하상민. 송촌 앞에서 벌벌 떨고, 울며 애원하고, 먹어 들어가는 발성으로 죄를 고백할 때보다- 경아에게 욕하고, 소리지르고, 이내 이성을 잃고 목을 조를 때, 그는 가장 약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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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다행이었다, 그 직후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시청한 것은. 노재원의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이 작품을 최근에야 보게 됐는데, 이미 목격한 매력과 범위를 놀라운 형태로 재확인하는 경험이었다. 서완은 일단, 조심스럽고 순하고 해맑다. 날카로운 눈매와 맑은 눈동자가 안경과 만나 완전한 조화를 이룬다. 쭈뼛거리는 눈가와 입가, 어깨. 말투는 정중하고, 발걸음은 자유롭다. 스토리텔링을 장황하게 늘이다 끝을 흐리는 점, 몸을 슬며시 뒤트는 점, 시선을 허공이나 바닥에 두는 점, 그러한 디테일은 대사와 맞물려 서완의 ‘컨디션’을 암시한다. 허나 캐릭터성 또한 나타낸다. 그 흐름에는 개성이 있다. 다은이 떠온 “암브로시아”를 공손히 받아드는 제스처에 뱃속이 간질간질해 진 이는 (이미 배우를 좋아하는) 나뿐이 아니었으리라.
작품은 서완의 스크린 타임을 영리하게 조절했다. 은은한 잔상을 남기고 박보영과 연우진에게 포커스를 넘기며 슬금슬금 퇴장했다가, 동네 주민처럼 가끔 얼굴을 비추며 독보적인 그림자를 흘리는 서완. 인자하고 어색하게 유유자적하던 그는, 자신의 견고한 세계가 외부 자극에 의해 깨질 위기를 감지하자 공격적으로 돌변한다. 노재원은 그 간극을 설득하고, 인물의 사연을 더 궁금하게 만든다. 4화에선 조심스러운 선의로 주위를 밝히고, 5화에선 시청자의 심장을 잔뜩 졸인 끝에 허탈한 웃음을 선사한다. 그 다음 화에서, 우리는 서완의 이야기를 들은 직후 그를 떠나보내게 된다.
자신이 구성한 판타지 월드 안 서완은 지쳐 있지만 단단하다. 발음과 말씨도 분명한 편이다. 그 세계가 스스로 해체되는 것을 지켜보는 서늘한 눈동자엔 공허가 있다. 고요하고 무기력한 수긍이 이어진다. 유하고 공손한 그의 언어가 날카롭게 꽂히는 유일한 대상은 자기 자신. 입원 전, 속상할 만큼 이성적인 자각을 털어놓는 상태와, 병 인지 후 조바심과 자책감에 어쩔 줄 몰라하는 상태는 닿아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다은의 멍든 손을 보고 제가 더 아파하는 이다.) 노재원은 누르고 파고들고 덜어냄으로써, 공시를 준비하던 서완의 마음을 드러냈다. 참고 참아 무뎌져 괜찮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 성마른 입술을 통해 뱉어내는 자조에 여러 해에 걸쳐 어마어마한 밀도로 압축된 응어리가 언뜻 비쳤다. 노재원은 쌓이고 뒤엉켜 본래의 색을 잃은 인물의 내면을 신중하게 내보이는 법을 아는 배우였다.
저마다 개성있고 훌륭한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로 가득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노재원은… 조금 달랐다. 무엇이 더 낫다고 비교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조금 달랐’다. 엉망으로 울게 했고, 기습적으로 웃게 했고,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 그리고 서완의 마지막 순간, 노재원은 모조리 비워냈다. ‘차 한 잔’을 청하던 떨리는 목소리가, 허탈하고 자유로워 보이던 미소가,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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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세기말의 사랑>을 관람하며, <힘찬이는 자라서>를 돌이켰다. 노재원에게 받은 첫인상과, 현재 머릿속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의 이미지를 번갈아 떠올렸다. 각이 예리하게 두드러지는 얼굴은 일관성을 유지하며 다채롭게 변했다. 그는 부드러운 피부를 입고 단단한 중심을 잡을 수 있었고,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면서도 한없이 약해질 수 있었다(하상민). 전부 내려놓거나 무너뜨리는 것도 가능했다. 무던한 듯 통통 튀는 손수현, 예민함과 유함이 공존하는 노재원. 두 배우의 에너지가 보다 친밀하게 엮이는 작품을 보고 싶다는 욕심이 났다. 이주영, 이유영, 스치듯 화면을 공유했던 최우식까지- 관심을 보다 먼저 두었던 배우들과 노재원이 다른 세계에서 다르게 얽히는 모습을 은근히 그려보게 되었다.
(특히 한국에서) 남자 배우가 선뜻 내보이기 어려울 수도 있는 이미지를 노재원은 스스럼없이 둘렀다. 힘주지 않고 깊이를 담는 연기자. 노재원의 인터뷰들을 읽으며, 자주 준옥이 겹쳤다. 일에 대한 사랑과 겸손한 자신감이 진중하고 솔직한 언어에 실려 있었다. “이 정도면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스포츠경향]는 그는 현명한 걸음을 저답게 내딛고 있다.
“당신의 다정함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일본 TV 시리즈 <그래도, 살아간다> 속 대사다. <세기말의 사랑>, 도영을 보며 그 문장이 떠올랐다. 도영만이 아니었다. <윤시내가 사라졌다>의 준옥,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서완, 그들은 웃는데 이쪽은 자꾸 울먹이게 됐다. 이들의 살갗에 안착한 배우가 노재원이 아니었다면 내 눈물샘이 이토록 왕성하게 활동할 일은 없었으리라 확신한다. 노재원은 이상하고 소중한 배우다. 그가 수줍게 뿜어내는 무해한 아우라에 속수무책으로 감염되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영제는 “Daily Dose of Sunshine하루치의 햇빛(멋대로 의역. 배경이 병원이니 ‘복용량’을 살려 번역하는 게 더 맞을 테다.)”. 스크린 위 노재원을 보면, 하루치의 투명함을 보충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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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무조건 알아야 되는 6가지 사실들ㅣ수어사이드 스쿼드 예고편ㅣ수어사이드 스쿼드2ㅣ수어사이드 수쿼드 캐릭터 설명ㅣ영화리뷰ㅣ할리퀸
?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2021)' 예고편 분석 영상
- 수어사이드 스쿼드(제임스 건) 멤버 설명
- 상어인간(킹 샤크), 불가사리(스타로) 설명스태프
감독: 제임스 건
제작: 찰스 로븐, 피터 새프런, 월터 하마다 (기획), 잭 스나이더 (기획), 데보라 스나이더 (기획)
각본: 제임스 건
출연: 마고 로비, 이드리스 엘바, 존 시나, 조엘 킨나만 외
장르: 슈퍼히어로 영화, 액션
음악: 존 머피
촬영 기간: 2019년 9월 23일 ~ 2020년 2월 28일
제작사: DC Films logo, 사프란 컴퍼니, 아틀라스 엔터테인먼트, 트롤 코트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개봉일: 2021년 8월 6일영화정보
감독: 데이비드 에이어
각본: 데이비드 에이어
제작: 리처드 서클, 찰스 로븐, 콜린 윌슨 (기획), 잭 스나이더 (기획), 데보라 스나이더 (기획), 제프 존스 (기획)
출연: 윌 스미스, 마고 로비, 비올라 데이비스, 자레드 레토, 조엘 킨나만, 자이 코트니 등
촬영: 로만 바시야노프
장르: 슈퍼히어로 영화, 액션
음악: 스티븐 프라이스
촬영 기간: 2015년 4월 13일 ~ 2015년 8월 24일[1]
제작사: DC 엔터테인먼트, 랫팩-듄 엔터테인먼트, 애틀러스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개봉일: 2016년 8월 3일
상영 시간: 123분
제작비: 1억 7,500만 달러
마케팅비: 1억 5,6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325,100,054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746,846,894 (최종)
국내 총 관객수: 1,898,121명 (최종)등장인물/캐릭터
할린 퀸젤 / 할리 퀸 - 마고 로비
로버트 듀보이스 / 블러드스포트 - 이드리스 엘바
크리스토퍼 스미스 / 피스메이커 - 존 시나
릭 플래그 - 조엘 킨나만
조지 하크니스 / 캡틴 부메랑 - 자이 코트니
싱커 - 피터 카팔디
폴카도트맨 - 데이비드 더스트몰치언
랫캐처 - 다니엘라 멜키오르
사반트 - 마이클 루커
술 소리아 - 앨리스 브라가
블랙가드 - 피트 데이비슨
마테오 수아레스 - 호아킨 코시오
실비오 루나 - 후안 디에고 보토
틸라 - 스톰 리드
T.D.K. - 네이선 필리언
? - 타이카 와이티티
존 이코노모스 - 스티브 에이지
위즐 - 네이선 필리언
? - 타이카 와이티티
존 이코노모스 - 스티브 에이지
위즐 - 숀 건
자벨린- 플룰라 보르크
플로 크로울리 - 티나시 카제세볼덴
에밀리아 하코트 - 제니퍼 홀랜드
루이스 - 훌리오 세자르 루이즈
킹 샤크 - 실베스터 스탤론 (목소리)
아만다 월러 - 비올라 데이비스
스타로 - ?#더수어사이드스쿼드 #수어사이드스쿼드 #수어사이드스쿼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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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을 때 봐야하는 영화들" : 명품영화 고품격 영화리뷰 시리즈각본: 아론 소킨
감독: 롭 라이너
출연: 톰 크루즈, 잭 니콜슨, 데미 무어, 케빈 베이컨#결말포함 #영화리뷰 #결말포함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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