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2-14 18:39:06
2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2월 셋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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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 넘보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17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중인 가운데 3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뒀습니다. 1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32만 5129명을 동원해 누적 관객수 285만 6967명으로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며, 이번 주 중 300만 관객 돌파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지난 11일 '하울의 움직이는 성'(261만 명)을 제치고 국내 개봉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역대 흥행 순위 2위에 오른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역대 1위인 '너의 이름은(379만 명)'의 기록까지 뛰어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바타: 물의 길', 국내 누적 매출액 역대 2위 달성

지난달 '1천만 관객'을 돌파한 할리우드 대작 '아바타: 물의 길'의 국내 누적 매출액이 전체 개봉작 중 역대 2위에 올랐다고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가 13일 밝혔습니다. 이날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아바타: 물의 길'의 국내 누적 매출액은 1천361억여 원을 기록해 종전 2위였던 '명량'(1천357억여 원)을 넘어섰습니다. 전체 1위는 2019년 개봉한 '극한직업'으로, 누적 매출액은 1천396억여 원입니다. 글로벌 매출의 경우 22억 1430만 달러로 역대 글로벌 박스오피스 4위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현재 역대 글로벌 흥행 랭킹 1위는 '아바타', 2위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3위는 '타이타닉'입니다.
CGV 씨네라이브러리 재개장

CGV가 운영하는 국내 최초 영화 전문 도서관 '씨네 라이브러리'가 다시 관객 품으로 돌아옵니다. CGV는 한동안 운영을 중단했던 '씨네 라이브러리'를 일반 고객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개방했다고 14일 밝혔습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출입을 제한했던 것을 실내 마스크 해제 등 방역 지침 완화에 맞춰 일반 고객에게 재개방한 것입니다.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10층에 위치한 '씨네 라이브러리'는 영화 관련 전문 서적 1만 여권을 갖춘 국내 유일 영화 전문 도서관으로 2015년 5월에 처음 선보였습니다. 영화 원작, 영화 전문서, 국내외 시나리오를 비롯해 영화에 창의적인 영감을 안겼던 미술, 사진, 건축, 디자인, 세계 문학 고전 등 인문, 예술 분야 등의 엄선된 장서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넷플릭스 공개예정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하는 시대에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이라 더 섬뜩한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가 넷플릭스에서 17일 공개됩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평범한 회사원이 자신의 모든 개인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을 분실한 뒤 일상 전체를 위협받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져 스마트폰이라는 흔한 소재를 사용했지만 속도감 있는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신인인 김태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임시완, 천우희, 김희원 등 연기력이 보증된 배우들의 열연이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똑똑똑', 3월 8일 국내 개봉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한 화제작 '똑똑똑'이 3월 8일(수)로 국내에 개봉합니다. 영화 '똑똑똑'은 휴가를 즐기던 가족이 인류를 살리면 가족이 죽고, 가족을 살리면 인류가 멸망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북미 개봉과 동시에 '아바타: 물의 길'의 박스오피스 흥행 독주를 막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흥행 대이변을 일으킨 작품입니다. 데이브 파티스타, 루퍼트 그린트 등이 출연하며, 연출은 '식스 센스' '언브레이커블' '23 아이덴티티' '글래스' 등을 만든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영화 '30일' 크랭크업

배우 강하늘과 정소민이 주연을 맡은 영화 ‘30일’이 크랭크 업했습니다. 영화 ‘30일’(가제, 감독 남대중)은 로맨스로 시작했지만 스릴러가 되어버린 연애의 끝을 딱 30일 앞두고 뜻밖의 사고로 동반기억상실증에 걸린 연인의 이야기를 다룬 코믹 로맨스입니다. 강하늘과 정소민은 영화 ‘스물’에 이어 다시 한번 연인으로 만나 연애의 모든 과정을 새로운 스타일의 코믹 로맨스로 탄생시킬 준비를 마쳤습니다. 작품 촬영을 마친 강하늘은 “촬영하는 동안 매일매일 다음 날의 촬영이 기대됐을 정도로 즐겁고 행복했다. 관객 분들께도 기분 좋은 웃음을 선사할 영화가 될 것이라 믿는다”라고 크랭크업 소감을 전했습니다.
‘더 플래시’ 슈퍼볼에서 예고편 공개

6월 16일 개봉 예정인 '더 플래시'가 예고편을 공개하며 베일을 벗었습니다. 워너브라더스는 12일(현지시간) 미프로미식축구(NFL) 슈퍼볼 57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필라델피아 이글스 경기에서 '더 플래시'의 예고편을 공개하며 첫 선을 보였습니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다중우주'라는 소재상 두 명의 에즈라 밀러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으며, '맨 오브 스틸'에서 조드 장군 역을 맡았던 마이클 섀넌, '슈퍼걸' 사샤 칼레도 등장했습니다. 앞서 '더 플래시'는 주연인 에즈라 밀러의 수많은 법적 문제로 인해 난관에 부딪힌 바 있습니다. 에즈라 밀러는 지난해 한 주택에 무단 침입해 술을 훔치는가 하면 난동과 폭행, 그루밍 범죄 의혹 등에 휩싸이며 논란의 중심에 섰으며, 지난 8월 이 같은 논란에 대한 사과를 전했습니다. DC의 수장인 제임스 건은 '더 플래시'에 대해 "역대 최고의 DC 영화이자 역대 최고의 슈퍼 히어로 영화다. DCU를 재설정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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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은 이 길에 도착이란 건 없어'
멈춘다는 말이 뭔지 사실 잘 모르겠다. 내 인생에 있어 쉼이란 게 있긴 했을까? 자의인지 타의인지 휴대전화를 만지는 게 일상이 된 거 같다. 항상 하품하고. 공부할 생각하고. 언제는 메이플스토리릌 키고 싶기도 하고. 다 재밌어서 하는 일이라지만 이게 본질적으로 나를 채워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무기력감이 든다. 뭘까? 이 기분이. <소울>도, <루카>도, <드라이브 마이카>도 아닌 무언가가 나에게 있어 참으로 갑갑하다. 소중한 일상의 가치도, 든든히 나에게 어깨를 내어줄 누군가도, 일로 완성되는 행복의 실현도 나를 결국 완성시켜 주지 못할 거라는 막연함이 든다.
근데 이건 비단 나에게만 적용되는 말이 아닐 것이다. 왜, 노잼 시기라는 말이 있지 않아? 사람에게 무엇이든 재미가 없던 때가 올 수도 있는 거잖아. <인사이드 르윈>이나 비슷한 이름의 <인사이드 아웃>에도 마음이 속하지 않으면 이런 시기가 찾아오는 것 같다. 내가 살아갈 삶의 의미가 이제까지 겪어온 상처의 반복이라면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멈추거나 달리는 의미도 찾지 못할 것 같을 때 과연 어떤 것에 기대야 할지 의문이다. 다음이 있을까. 내가 그토록 돌고 돌아온 다음 순간이 있을까. 없을 것 같다. 지금 생이 지옥의 연속이었던 과거의 반복이라면 굳이 이 관문을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 나에게 좋은 갈림길이 된 작품에도 회의감이 든다면 그것은 꽤나 고역일 것이다. 누군가가 말해주면 좋을 텐데. 분명 이다음에 좋은 순간이 온다고.
1. 어떤 것에 대한 작품인가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넘어가야 할 여러 가지 순간이 있다. 나 역시 어느 순간에 놓여있는 것 같다. 나는 지금 행복하지 않다. 그런데 매일 똑같이 자유가 억압되는 일상을 살아야 하니 고역이다.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좋아서 나의 단면의 성장을 이끌어내긴 하지만 이게 딱히 내 인생에 도움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그렇게 삶을 지나가다 보면 어떤 지점에 도착할 거라고 믿는 것이다. 이 희망이 만약 내 인생에 아무 영향도 가지 않는다면 정말 질리도록 싫겠지. 근데 내가 살아본 바 사실 이걸 넘어간다고 해서 도착을 짠 하고 하는 게 아니었다. 계속해서 지루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이게 문제면 저게 오고. 저걸 끝내면 다른 문제가 찾아오고. 지긋지긋하게 계속해서 반복되는 게 나의 삶이지만 좋은 것도 있다. 잠깐잠깐 따라오는 즐거움이 하루를 버티게 도와주는 것 같다. 이 영화는 이 지점에 관한 영화다. 이렇게 반복되는 순간의 단면을 잘라서 보여준다. 인생은 이렇게 얻기만 하는 불편한 순간의 연속이 맞는 것 같다. 그러다가 가끔 행복해지는 순간이 오는 거지. 이 작품은 이런 인생의 반복되는 순간을 두 남자의 여행기로 축약해 보여준다.
2. 배우들의 연기 합은 어떤가요?
무난하다. 사실 이 영화에 나온 배우들의 이름을 이전부터 아는 경우야 있을 수야 있겠지만 극히 드물겠지? 1997년에 나온 영화고 독일 배우들을 잘 아는 분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전 지식이 없어도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뭐 누가 도드라지게 못하고 이럴 것도 없다.
3.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나요?
줄거리는 쉽다. 시한부의 인생을 살고 있는 두 남자가 각자 인생의 소원을 이뤄가는 내용이다. 둘은 사소한 소원을 이루기 위해 전진하다 결국 '바다를 본 적이 없다'라는 공통점을 찾게 되고, 이를 목적으로 잡고 모험을 떠난다. '두 남자의 버킷리스트 해결하기', 얼마나 쉬워? 코미디 장면도 있고 액션신도 있어서 무작정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작품이 큰 여운을 남김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장면에서 엥? 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게 나름 중요하다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지만 나는 이 영화의 메시지가 그 장면 이전의 플롯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극의 이해가 어렵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신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면 납득이 아예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4. 보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나요?
밥 딜런의 동명의 노래 <Knocking on heaven's door>를 한번 듣고 가는 것도 좋을 듯. 곡 자체가 원체 유명해서 안 들어본 분들이 극히 드물 것 같기도 하다. 아, 굳이 더 말해준다면, 영화에서 두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그에 따른 결과를 염두하며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난 그게 감독이 관객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메시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5.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음.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일상이 재미가 없는 사람들. 이런 분들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영화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다 보면 두 상황이 같이 제시되며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나는 이런 걸 보며 생이 그렇게 아름답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삶은 근사한 게 맞지 않을까? 이렇게 개 같은 순간이 전부 인 게 사람의 일생인데 가끔, 아니 자주 사람이 행복할 순간을 주기 때문이다. 또, 지옥 같은 현실에 시달리거나 그런 기억이 있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왕따. 괴롭힘. 가정폭력. 내가 글로 쓸 수 없는 비극은 모두의 삶에 일어날 수 있다. 나는 그 순간이 2년이나 반복돼서 세상이 날 미워하는 것 같고 생각했다. 내가 이 영화를 볼 때는 그 상처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할 때였다. 이 모든 순간을 벗어날 수 있겠지. 그렇게 탈출할 때가 오겠지. 막연한 긍정을 조금이라도 품게 됐던 때가 이 작품을 보고 난 후였던 것 같다. 또, 꿈이라는 것에 고민하는 분들에게도 추천한다. 오래 걸려도 상관없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앞으로 전진한다면 언젠가 이상향에 닿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좋은 순간과 우울한 순간의 연속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 <드라이브 마이카>에 감동을 느낀 분들이라면 (물론 작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다른 궤의 걸작이다.) 시간을 두고 나서 이 작품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영화와 비슷한 점이 조금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작품의 엔딩이 생각난다. 그렇게 좋고 싫은 순간의 연속으로 살다가, 고통받았다는 걸 언젠가 위에 계신 분에게 말한다면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 순간이 오지 않을까. 천국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눈 뜨고 있는 이 현재에서는 닿을 수 없을 것이다. 근데, 우리는 언젠가 맞이할 천국의 문을 두드릴 순간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계속되는 불행과 지루함이 반복되도라도 말이다. 이 <노킹온 헤븐즈 도어>는 이런 작품이다. 어느 날 우리에게 말할, 그동안 노력해왔다는 말을 하게 도와주는 영화다. 또 이 모든 순간을 어느 정도는 긍정하게 도와주는 작품이다. 다들 포기하지 말자. 현실이 그렇게 개 같아도 우직하게 달려나가자. 언젠가 맞이할 천국의 문 앞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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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주행하기 딱 좋은!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추천 모음_zip
1. 종이의 집 - 알렉스 피나
[시즌 4개]
" 1명의 천재, 8명의 공범. 철저히 준비한 세기의 강도. 스페인 조폐국에서 인질극까지 벌인 이들은 과연 포위 경찰을 따돌리고 거액의 돈과 함께 달아날 수 있을까?"
● 역대급 스케일의 범죄극, 종이의 집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스페인 작품입니다. 최근, 한국에서 리메이크되어 더욱 화제가 된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유지태,김윤진,전종서,박해수,이주빈,장윤주,김성오,김지훈 등 캐릭터마다 그야말로 찰떡 캐스팅을 이루어서 더욱 기대가 되는 작품인데요, 리메이크작을 보기 전에 원조 종이의 집 정주행 어떠세요?
2. 킹덤 - 김은희, 김성훈, 박인제
[시즌 2개]
"병든 왕을 둘러싸고 흉흉한 소문이 떠돈다. 어둠에 뒤덮인 조선, 기이한 역병에 신음하는 산하. 정체 모를 악에 맞서 백성을 구원할 희망은 오직 세자뿐이다."
● K-좀비 하면 어떤 작품을 떠올리시나요? 부산행, 반도 등 여러 작품들이 있지만 저는 킹덤 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싸인, 시그널을 쓴 김은희 작가님의 좀비물 킹덤은 시즌 1,2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 덕에 '전지현 출연'으로 화제가 된, 킹덤 : 아신전 이 7월 23일 공개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아직 킹덤 1,2를 보지 못한 분이 있다면 강.력.추.천 드립니다!
3.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 - 김성호,윤지련
[시즌 1개]
"유품에는 생전의 삶이 깃들어 있다. 작은 흔적도 세심히 챙기는 유품정리사. 그에게 있는 줄도 몰랐던 삼촌이 나타난다. 함께 일하기 시작하는 두 사람. 고인이 못다 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 '유품 정리사'의 이야기를 다룬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는 김새별 작가의 에세이 집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자세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이제훈, 탕준상 배우들의 연기력이 더 돋보여 작품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고 하는데요. 지친 하루를 보내셨다면,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로 위로를 받는 건 어떨까요?
4. 브리저튼 - 크리스 밴듀즌
[시즌 1개]
"진실한 애정과 끈끈한 유대로 맺어진 브리저튼 가문의 8남매. 그들이 런던의 상류사회에서 사랑과 행복을 향한 여정을 떠난다. 줄리아 퀸의 베스트셀러 소설 시리즈 원작."● 줄리아 퀸의 소설 시리즈 중 <공작의 여인>을 각색한 <브리저튼> 은 런던의 상류사회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극을 이끌어나가는 나레이션의 주인공은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인공 '줄리 앤드류스'로, 영상미와 연출력 그리고 나레이션이 주는 힘까지 세 박자가 어울려 영상을 보는 내내 마치 그 시대 런던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요, 이번에 시즌 2가 나온다고 하니, 아직 시즌 1을 보지 못한 분들이 있으시다면, 추천드립니다!
5. 루머의 루머의 루머 - 브라이언 요키
[시즌 4개]
"친구의 비극적인 자살 후, 미스터리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가슴 아픈 사건들의 중심에 서는 클레이 젠슨. 고등학생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 이어온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10대 청소년들이 겪는 폭력들을 다룬 드라마로 팬덤이 두터운 작품입니다. 시즌 4를 마지막으로 드라마는 막을 내려 정주행 하기 딱! 좋은 드라마입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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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 감정과 양말 한 짝은 잃어버리는 것
첫 번째 키스 스틸컷. ⓒ 네이버 영화
결혼에도 해피엔딩이 있을까. 사랑해서 한 결혼은 늘 각기 다른 이유로 장애물에 부딪힌다. TV 프로그램 속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들을 볼 때면 저들은 저렇게 안 맞는데, 어떻게 함께 살게 됐을까 궁금해진다. 같이 사는 것이 그토록 괴롭다면 일찌감치 갈라서는 게 낫다라는 미혼다운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첫 번째 키스>에는 대화가 없는 부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서로에게 궁금한 것이 없고 숨 막히도록 무미건조한 부부. 그런데 이혼 서류를 들고 나간 날 남편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생을 마감하고 만다. 남편 카게루를 하루아침에 잃은 아내 칸나는 혼자가 된 채 자신의 삶에 집중해 나간다. 그리고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터널을 지나게 되고, 거짓말처럼 15년 전 남편을 처음 만났던 시절에 당도한다.
미우나 고우나 남편이었기에 칸나는 싱숭생숭한 와중에도 어떻게 해야 미래의 카게루를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한다. 몇 번씩 터널을 오가면서 서로의 첫 만남을 리셋하고 감정을 쌓아간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가 사고를 당하지 않게 하려고 애쓴다. 갖은 수를 써도 소용이 없자 칸나는 자신과의 인연 자체가 시작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에 이른다. 그래서 15년이나 어린, 과거 속 남편에게 모진 말을 쏟아내지만 결국 카게루는 칸나가 미래에서 왔고 둘이 불행한 결혼 생활을 했음을 알게 된다.
결혼은 희생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카케루와 칸나 사이에 대화가 끊기기 시작한 것은 그가 꿈을 포기하고 아내와의 안정적인 삶을 이루기 위해 현실과 타협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러한 경위를 깨달은 칸나는 더더욱 그가 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좀 달랐을까라고 삶을 돌아본다.
가까울수록 정작 필요한 대화가 오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고 생각하거나, 모든 건 다 우리를 위한 거라 치부하며 참고 견디는 나날의 연속이다. 쌓이는 오해와 깊어지는 감정의 골은 시간이 지날수록 손쓸 겨를이 없다. 서로가 너무 달라서 도통 이해하지 못하는 구석만 발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다수의 부부는 왜 수건을 구겨서 걸어 놓을까, 치약을 왜 중간에서부터 짤까 등 사소한 단점을 발견하며 살아간다.
사랑하면 눈이 먼다는 말이 있다. 영화 속 칸나의 말처럼 결혼하면 해상도가 올라간다. 콩깍지는 벗겨지고 4K로 안 좋은 점을 보게 된다. 카게루는 둘의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았고,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 역시 알게 되지만 두 선택지 모두 동일하게 택한다. 달라진 것은 오직 하나, 칸나와의 결혼 생활이다. 대화 없이 차가운 공기만 오가던 부부가 아니라 각각 빵과 밥 다른 메뉴를 먹으면서도 시답잖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웃고 떠든다.
그렇게 영화의 엔딩에서는 건조함 대신 사람 냄새 나는 밝은 분위기가 가득한 집안이 스크린을 채운다. 다시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톡톡히 잘 활용해 낸 것이다. 이따금 지나간 연인이 그립고 놓친 기회에 애달파하며 밤을 지새울 때가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그건 과연 득이 될까, 독이 될까 스스로 가늠해 본다. 그렇게 혼자 내린 결론은 이렇다. 다시 사는 것이 너무 힘이 드는 일이라 원하지 않는다 싶다가도 놓친 인연, 설렜던 감정을 되찾을 수 있다면 속는 셈치고 한번쯤 뛰어들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반했던 순간은 생각보다 더 강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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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 공개!
드니 빌뇌브는 지난 3일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가진 기자 회견에서 "결국은 모두에게 힘든 시기이다. 안전이 우선이다. 만약 관객들이 편안함을 느낀다면 우리 영화를 큰 스크린에서 보도록 추천한다"라고 말했다.
“대형 스크린에서 이 영화를 보면 육체적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영화적 체험에 최대한 몰입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12월에 워너 브라더스는 COVID-19 상황 속 상영관의 폐쇄 여파로 극장 및 HBO Max에서 동시에 개봉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출처 : 네이버영화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역사적인 살라 그랜드 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듄"은 큰 스크린에서 많은 사람의 관심 속에서 상영되었다.
‘듄’에 출연한 티모시 살라메는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인 1965년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인물인 폴 아트레이드 역으로 출연했다. 그는 촬영 두 달 전에 1984년 오리지널 "듄"에서 카일 맥라클란의 연기를 봤지만, 이 캐릭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찰리와 초콜릿 공장’ 프리퀄 ‘윌리 웡카’에 관한 영화를 찍고 있는 티모시 샬라메는 "듄"을 만드는 것이 "인생의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속편으로 계속 전해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티모시 샬라메는 영화에서 안무가 벤자민 밀레피드와 함께 “Sandwalk’을 연습했지만 동작을 재연하는 것은 거부했다. "바라건대 사람들이 틱톡에서 동작을 재연하는 모습을 보게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출처: 네이버영화
드니 빌뇌브는 또한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소설이 1960년대에 쓰여졌지만, 종교와 정치의 혼합, 식민주의의 영향, 그리고 오늘날 세계가 환경에 가지고 있는 현재 진행 중인 문제에 대해 말하는 것이 오늘날에 대한 예지력이 있다고 말했다.
"듄"은 10월 22일 미국 HBO 맥스를 통해 극장 동시 개봉될 것이다.
국내에도 10월 개봉 예정 중이며 출연배우로는 티모시 샬라메는 물론 레베카 퍼거슨, 오스카 아이삭, 조슈 브롤린, 제이슨 모모아, 하비에르 바르뎀, 젠데이아 콜먼 그리고 장첸까지. 정말 초호~~화 캐스팅인데요.
하루빨리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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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카로운 조각별처럼
PROGRAM NOTE.
<시티즌포>(2014)의 로라 포이트러스 감독의 최신작이자 2022년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이 다큐멘터리는 두 줄기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하나는 세계적인 사진작가 낸 골딘의 지난 삶과 예술 작업에 관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골딘이 오피오이드 진통제 옥시콘틴 중독에서 벗어난 뒤 이 약의 제약사 퍼듀와 그 배후에 있는 새클러 가문을 상대로 벌인 투쟁 과정이다. 영화는 골딘이 비극적인 가정사를 넘어 1960년대와 70년대 혁명적 시대와 결합하면서 예술가로 성공하는 과정을 그의 대표적인 슬라이드 쇼들을 덧붙여 보여준다. 또한 그가 ‘에이즈 시대’에 벌였던 격렬한 투쟁이 골딘 예술의 본질 중 하나임을 드러낸다. 결국 포이트러스 감독은 골딘이 옥시콘틴 피해자 단체인 P.A.I.N과 함께 세계 곳곳의 미술관과 대학을 돌면서 벌였던 시위 투쟁도 그의 또 다른 예술 작업이라는 사실을 알게 한다. (문석,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POINT.
✔️ 예술가들의 예술가 낸 골딘. 사진작가 낸 골딘을 잘 몰라도, 자비에 돌란이나 왕가위가 언급했음을 들으면 궁금해지실 거예요
✔️ 내부자이자 당사자로서 기록한 예술 세계의 아름다움. 사진과 음악이 동시에 펼쳐지면서 '아 이래서 영화가 종합 예술이지' 하고 만족스러워지는 영화입니다 (그러므로 꼭 영화관에서 보셔야 좋아요!)
✔️ 예술가인 동시에 투쟁하는 사람이라고? 예술가가 예술하는 이야기만은 아닌 영화랍니다. 보고 나면 우리 삶에 대해서도 생각거리들이 많아지는 영화
✔️ 근데 일단, 예술과 투쟁과... 이런 걸 다 떠나서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는 다큐멘터리
✔️ 전세계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52번 노미네이트되고 35관왕이 되었다는데...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이라는데... 이유가 있다!
날카로운 조각별처럼 터져나가는
사진작가 낸 골딘은 1970년대 미국의 "하위 문화"를 사진으로 담아 슬라이드쇼 형태로 클럽이나 공연장에서 선보이며 등장했다. 자신과 친구들의 세계를, 내부자의 시선으로 담아낸 그 세계는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 예술가, 마약과 섹스가 혼재되어 있었고, 세상으로부터 배제되었던(marginalized) 동시에 세상을 배제하는 당대의 아웃사이더들의 세상이었다.
카메라를 여자가 들다니, 심지어 이런 "타락과 방종"을 담아내다니, 미술계에서는 낸 골딘을 거부하기도 했지만, 내부자이자 당사자의 시선은 강력하다. 낸 골딘의 예술세계는 깃발을 하나씩 꽂듯 '개저씨'들에 밀리지 않고 '맞다이' 뜨면서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 했다. 낸 골딘의 사진 속 친구들은, 70-80년대 사진에서 각자의 잰으과 상처로 날카로운 조각별처럼 반짝반짝 터져 나가던 그 빛은, 이내 90년대에 전혀 다른 빛 안에 담기게 된다.
에이즈. 후천적면역결핍증후군. 항레트로바이러스제요법이 알려지고 널리 퍼질 때까지 마치 "신의 저주"처럼 여겨졌던 그 질병 앞에 친구들은 말라 가고 스러지고 죽어간다. 세상은 그들의 "타락과 방종"의 결과라고 손가락질하지만, 낸 골딘의 눈빛은 그 앞에서 더욱 단호해져 간다. 단호한 눈으로 친구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친구들의 예술을 전시로 구성한다. 여기에 던져지는 눈총에는 "이것은 매카시즘이자 예술가들을 블랙리스트하는 것"이라고 명확히 말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손목수술 후 처방 받은 약이 마약성이었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닫게 된다. 그래도 중독에서 금방 벗어날 수 있어 "운이 좋았다"는 낸 골딘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같은 고통을 겪고 회복된 사람들 혹은 같은 고통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 고통과 상처를 아는 사람들은 모여서 투쟁한다. 마약성 진통제를 아무렇게나 처방하여 사람들을 중독되게 하고 막대한 부를 쌓은 제약 회사와 그 오너 일가를 규탄한다. 영화는 낸 골딘의 삶을 선형적으로 담지 않으면서, 다른 축에서 이 투쟁을 담는다. 영화는 그렇게 명확히 보여준다. 삶과 투쟁이, 예술과 정치가, 그들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이 모든 것들은 한 줄기에서 태피스트리처럼 뒤얽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것임을.
모든 예술은 정치적이다
그러므로 모든 예술은 정치적이다. 매끄럽고 티 없는 느낌으로만 아름다운 그런 것은 아니다. 매끄럽게 어떤 '규칙'에 따라 밟은 창작물에서 우리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그래서 그것을 엔터테인먼트라 부를 수 있고, 그것도 우리에게 필요하고 정말 좋은 것이지만, 예술은 다르다. 예술은 작가의 속을 파먹고 태어난다. 어딘가 거칠고, 피인지 땀인지 눈물인지 그 모든 것인지 모를 무언가가 축축하게 얽혀 있고, 스크래치가 나 있고, 툭툭 걸거치는 무언가가 이따금 박혀 있고, 그래서 내가 그 결과 정확히 일치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매끄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래도 그게 예술이다.
그러므로 모든 예술은 정치적이다. 예술은 결코 당의(sugarcoat)를 입을 수 없다. 존경스럽고 그들의 존재에 감사하게 되면서도, 그의 운명을 내가 지고 살고 싶은가 묻는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라. 김애란의 소설에 매번 감탄하지만 그가 눅눅하게 표현한 슬픔의 농도를 내 마음에 지고 살고 싶지는 않다. <토지>를 비롯한 박경리 소설을 읽을 때마다 대문호의 높이를 느끼지만, 이 대문호가 대작을 쓰면서 느꼈을 마음 속의 소용돌이를 내 것으로 지고 살 자신은 없다. 오래 소설가 황정은 인터뷰에서 "문학 작품 주인공이라니, 그런 것이 되고 싶을 리가 있냐"고 응답한 것과 마찬가지다. 낸 골딘의 작품 또한 내게 그렇다. 슈가코트를 걸치고 매끄러워질 수 없는, 툭 불거지고,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예술이다.
그러므로 모든 예술은 정치적이다. 정치적인 것들은 필연적으로 투쟁하며, 그 투쟁에는 절대 피상적인 구호가 끼어들 수 없다. 영화 속 제약회사와 오너 일가는 "기업 홍보 리스크"로만 이들의 싸움에 접근하지만, 낸 골딘과 단체의 목적은 "피해를 줄이는 것"이다. 싸움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예술은 언제나 어떻게든 삶의 본질에 가 닿는다. 심지어 작가 스스로 알든 알지 못하든. 70년대 친구들을 담던 낸 골딘의 사진에 담긴 예술성도, 오너 일가에 맞서 투쟁하는 순간의 예술성도 결국 같은 본질에 맞닿아 있듯이.
오명과 낙인에 맞서는 아름다움
이 영화에는 스티그마(stigma)라는 말이 많이 등장한다. 때로는 '오명'으로도, 때로는 '낙인'으로도 번역되는 이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가 아니지만 자주 보이는 현상이다. 에이즈 환자라서, 성소수자라서, 여자라서, 고양이를 예뻐해서, 머리가 짧아서, 참사 피해자의 유가족이라서... 각양각색의 이유들로 우리는 손쉽게 '낙인'을 찍고 그것으로 상대에 대한 평가를 끝내 버린다.
70-80년대 미국 "하위 문화"에 속한 사람들은 분명 스스로의 몸을 도구화하고 있었다. 섬광처럼 터져 나가는 젊음을, 마약이든 섹스든 예술이든 어떤 형태로든. 그러나 이는 타인의 몸을 도구화하는 것과는 다르다. 낸 골딘이 성매매에 대해서 "ugly"한 시절이었다고 말하는 이유도 아마 거기에 있을 것 같다. 스스로의 몸을 도구화하는 것에 나는 개인적으로 동의할 수 없지만, 자신의 주장을 위해 이들의 삶과 몸을 도구화하는 시각에는 더더욱 동의할 수 없다. "타락과 방종"의 결과로 죽어가는 너희를 다 죽이면 이 병이 사라질 것이라고, 이 병은 신의 저주라고 말하는 마음. 그 마음에 깃든 생각들은 과연 "타락과 방종"이 아닌가? 그 심보를 그냥 두는 것이야말로 신의 저주가 아닌가?
그 모든 오명과 낙인에 맞서 깃발을 꽂은, 어떤 삶은 그 자체로 예술이다. 그래서일까, 낸 골딘이 참여한 시위들이 담긴 이 영화 속 장면들은 무척 아름답다. 이런 중대한 이야기를 목 놓아 외치는데 내가 여기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앉아 있어도 되나, 싶으면서도... 전단이 나부끼고 사람들이 박수를 치는 순간 아름다워서 울컥하게 되고, 라임이 잘 들어맞는 투쟁의 구호에 감탄하고 있고, 체포되는 순간까지 우아한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또 아름다움을 느낀다.
나는 왜 그들의 투쟁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그 느낌 자체에 착잡해졌는가. 고민하다 보니 결국 그건 시민사회의 아름다움에 닿는다. 돌고 돌아 나에게까지 이어질 공공선에 대한 투쟁이더라도 (예를 들어 장애인 이동권이 보다 보장되는 사회는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며, 참사에 맞서 사회적 안전을 말하는 투쟁은 결국 우리 모두를 보호한다), 차가운 시선을 보내며 "정치적"이라는 (부정적으로 쓰이는) 비난을 던지는 사람들, 그들로 인해 더욱 그악스러워져야만 가까스로 기능하게 되는 한국의 투쟁들을 생각할 때, 그 아름다움 앞에 착잡해졌던 것이다.
그러나 모든 예술은 정치적이기에, 정치적인 것들 안에서 우리는 예술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어쩐지 이 영화 끝에서 나는 <아무튼, 데모>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영화의 한 축을 이루는 이 투쟁기로 인해 중간중간 탐사 보도처럼 느껴지는 이 영화 속 장면들은, 우리에게 더 많은 대화거리와 고민을 안겨준다.
우리의 목소리는 어디까지
이따금 탐사 보도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낸 골딘이라는 인물의 개인사를 선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드러내는 인물 다큐멘터리이면서, 슬라이드쇼 형태로 많이 '공연'되었던 그의 작업물을 넉넉하게 보여주는 종합 예술이기도 한 이 영화는, 아주 재미있는 작품인 동시에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인상을 남긴다.
시작부터 천명하고 시작한다. 삶을 이야기로 만들기는 쉽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고. 그 말은 낸 골딘이라는 인물에게서 사진작가, 예술가의 아우라를 일견 걷어낸다. 그의 예술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큐멘터리에 담길 정도의 고고한 인물의 일대기가 아님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그냥 단순명쾌하지도 깔끔하지도 않은 현실을 사는 사람의 이야기임을,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구성된 이야기가 낸 골딘의 전부일 수도 없음을.
또한 아예 내레이션을 맡을 만큼 감독이 적극적으로 등장하지도 않으며, 아예 카메라 뒤에만 존재하며 표면에 등장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중간중간 아주 작은 순간에만 등장함으로 그 장면들을 주목하게 한다. 낸 골딘의 목소리도, 감독의 목소리도, 우리의 목소리는 어디까지 이야기로 정리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이야기 뒤에 펼쳐진 삶을, 현실을 놓치지 않게 한다.
이 영화를 보고 나와, 수많은 주제로 가닥가닥 이어지는 생각거리들을 자분자분 펼쳐 보면서 생각한다. 영화에서 보여준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고민하고 논의하는 데에서만 감상이 끝날 수 없다고. 이 감상은 결국 삶으로 이어질 것이다. 살아있는 영화들은 이렇게 우리를, 살아있게 한다. 살아가게 한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의 초청으로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영화는 5월 15일에 개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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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한 죽음일까, 강요된 죽음일까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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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에서 안락사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점이다. '안락사' 자체는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부터 토론 주제로 도마에 올라 왔다. 안락사의 역사가 오래된 스위스를 필두로 북미와 유럽 국가들이 안락사를 허용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고 있다. 이 보편적 흐름에서 특이하게도 아시아만 동떨어져 있는데, 아마도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인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할 것이다.
<플랜75>는 집단주의 그 자체인 일본 감독의 영화이다. 북미나 유럽에서 제작되었다면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을지도 모르겠으나 아시아 국가에서 안락사를 주제로 하니 디스토피아적 판타지처럼 다가온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 때야 내가 영원히 늙지 않을 것 같지만, 이제는 거울을 보면서도 깜짝 놀랄 때가 있다.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갈 것이고, 언젠가는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희한하다. 내 마음과 정신상태는 20대 초반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육체가 늙고 사회적으로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 나는 사회가 규정한 정상 궤도의 삶을 살지도 않는데 이따금 나이를 생각해 보면 당황스러워지곤 한다. 누구라도 그럴 것 같다. 20대도, 30대도, 40대, 50대…. 90대인 우리 할머니도 그럴 것이다.
안락사 허용에 대한 관점은 지금도 첨예하게 대립한다. '죽을 권리'가 있다는 찬성과 윤리적인 측면의 반대다. 윤리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건 너무 추상적이라, 나는 그보다 '죽음을 강요'하므로 반대한다는 쪽에 힘을 싣는다. 안락사가 허용되면 아마도 죽고 싶지 않은데 죽어야 할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지금도 노인복지가 개판인 우리나라에서, 왜 안 죽느냐는 핍박이 없을 리 없다. 나는 살고 싶은데 누가 죽으라고 한다면, 그보다 더 큰 비극이 있을까.
그럼에도 죽을 때 죽더라도 곱게 죽고 싶다. 겨우 연명만 하며 살고 싶지 않다. 치매에 걸린다거나 의료기기를 주렁주렁 매달고 살아야 한다면 그 또한 끔찍하다. 적당히 살고 죽을래, 라는 말을 죽어가면서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반대로, 75살에 고통없이 죽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바로 오케이 하고 죽을 준비를 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플랜75>는 초고령사회에 접어 들면서, 청년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75세 이상의 노인에게 안락사를 권하는 국가정책사업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몇 분간의 장면은 후에 이어지는 장면들과 매우 이질적인데, 한 청년이 집단주의적 선언을 하며 자결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일본인들의 정서를 살짝 내비치는 것이다. 국가를 위해 죽음을 선택한다는, 가미가제식 자결을 보여 주는 건 감독이 일본인이어서일까? 썩 좋지 않았다.
아무튼 이후로는 호텔 청소부로 일하는 '미치'와 그의 친구들 이야기이다. 미치는 78세의 노인이지만 아직 경제활동을 한다. 젊은이들보다야 손이 느리기는 해도 아주 못할 만큼 늙지는 않았다고 믿는다. 플랜75 정책이 발표되고 나서 시청 직원인 '히로무'는 정신없이 바쁘다. 노인들에게 플랜75가 얼마나 좋은 정책인지 설명하고 신청을 받느라 여념없다. 일시금으로 지원금도 받고, 고통없이 죽을 수도 있으니 천국 아닌가.
그저 공무원으로서 나라에서 하는 일을 성실하게 하던 히로무는 삼촌의 등장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제 친척이 안락사를 신청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삼촌은 히로무의 부친과 사이가 좋지 않아 장례식에도 참여하지 않을 정도였다. 몇 년 만에 만난 삼촌은 늙고 비루하기만 하다.
각종 교량이나 도로 공사에 참여하며 지역에서 수도 없이 헌혈을 했던 헌혈증을 발견하면서, 삼촌에게도 젊고 반짝이던 시절이 있었음을 안다. 그 삼촌과 지금의 비루한 삼촌이 동일 인물일까. 개인의 연속성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미치도 마찬가지, 젊은 시절의 미치와 지금의 미치는 동일한 인물일까. 플랜75에 관심이 없었으나 아파트 퇴거 명령이 떨어지고, 직장을 잃으면서 미치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오직 안락사뿐이다. 문자 그대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떠밀리듯 플랜75를 신청하고, 미치는 전담 콜센터 직원인 '요코'와 정기적으로 통화를 한다. 통화를 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대하여, 지금의 감정에 대하여 털어 놓는다. 미치에게 결국 요코를 만나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는데, 요코도 회사 몰래 미치를 만나기로 한다.
같이 볼링을 치는 순간들, 크림소다의 맛, 친구들과 모여 앉아 사과를 깎아 먹는 것, 해가 지는 노을이나 비가 오는 풍경. 그런 사소한 것들이 사람을 살게 만든다. <플랜75>에서는 일상적인 풍경들을 천천히 카메라에 담는다. 미치가 빨래를 걷고, 친구의 집에 놀러 가고, 삼촌이 조카에게 요리를 해 주고, 조카가 삼촌을 모시고 짧은 여행을 떠나는, 어쩌면 지극히도 평범한 일상의 풍경.
플랜75에 참가하는 노인들에게는 지원금이 지급되는데, 초반의 히로무는 그들에게 그 돈으로 여행이라도 다녀 오라고 권한다. 그러나 삼촌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히로무의 감정이 서서히 변한다. 미치를 만난 이후 요코의 감정도 요동친다. 그들이 낡으면 폐기되는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기가 막히도록 당연한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미치가 플랜75에 사인한 것은 자발적 선택일까, 강요된 선택일까. 바꿔 말해 죽기로 선택했을까, 죽으라고 강요받았을까. 미치는 죽고 싶지 않았다. 옆 침대에서 약물을 투입받으며 죽어가는 남자를 보며 두려워했다.
인간에게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본능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죽어야 할 만큼 삶이 더 두렵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나에게 안락사를 선택하라고 하면 나는 할 수 있을까.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들, 예컨대 영원히 맑은 하늘을 서서히 붉게 물들이는 일몰을 볼 수 없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영원히 못 듣는다는 것. 그런 사소한 것들이 마음에 걸린다. 하루만 더, 한 번만 더, 이런 미련이 질질 샐 것만 같다.
그런데 또 늙을 만큼 늙었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노인이 되었을 때 나에게 곱게 죽을 기회가 생긴다면 그 기회를 놓칠까 싶기도 하다.
영화 <미 비포 유>를 함께 보는 것도 좋겠다. 설정도 분위기도 완전히 다르지만 비슷한 주제를 이야기한다. <미 비포 유>에서 촉망받았던 젊은 사업가 윌에 대한 마음과, <플랜75>의 미치에 대한 마음이 완전히 달랐다. 어이없게도 나는 무엇을 응원했나 싶다. 내가 좀 쓰레기 같다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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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75(Plan 75)
감독: 하야카와 치에
출연: 바이쇼 치에코, 이소무라 하야토
러닝타임: 113분
개봉: 2024. 0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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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에서 시사회에 초대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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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의 기대에 못미친 오컬트 블록버스터 / 퇴마록 애니메이션 / 원조 퇴마소설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퇴마록"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엔드크레딧 전에 하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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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TV+ <링컨의 딜레마> 공식 예고편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에이브러햄 링컨의 또 다른 모습. 데이비드 S. 레이놀즈의 원작에서 영감을 얻은 '링컨의 딜레마' - Lincoln's Dilemma가 2월 18일 Apple TV+에서 공개됩니다. apple.co/_LincolnsDilemma 4부작 다큐멘터리 시리즈 '링컨의 딜레마' - Lincoln's Dilemma는 다양한 역사학자들의 견해와 희귀한 자료를 바탕으로 '위대한 해방자'라고 불리는 링컨을 미묘하게 다른 시각으로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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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네트> 파이널 예고편
“?? ??? ?? ??????” 다양성 영화 예매율 압도적 1위! 아담 드라이버 X 마리옹 꼬띠아르 주연 온몸을 전율시킬 시네마틱 뮤지컬 '아네트'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