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2022-12-18 22:24:11
관심과 욕심의 차이 - <놉>
영화 <놉> 리뷰
2022년의 개봉영화들 중, "영화"라는 단어에 가장 적합했던 <놉>
러닝 타임 내내 온전하게 영화 속에만 들어가있었다.
이 영화를 총 9회차를 뛰었기에 개인적으로 느끼고 깨달은 바가 많았다.
오늘은 <놉>에서 나에게 깊이 와닿은 요소들을 함께 말하고자 한다.
1. 당신에게 하늘이란?
영화 <날씨의 아이>에서 이러한 대사가 나온다, "하늘은 바다보다 훨씬 깊은, 미지의 세계". 이 말이 본 영화에서 굉장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기존 <죠스> <언더워터> 등처럼 바다 밑의 괴물(상어)과 싸움으로써 오는 공포감을 조성한 영화들에 익숙해져있다. 그러므로 보통 "바다"를 떠올릴 때 물론 시원하다는 긍정적 이미지도 존재하지만 '쓰나미, 미스테리한 죽음, 상어' 등의 두려움도 선사한다. 이러한 공포감은 우리가 바다를 늘 '미지'의 공간으로 여겼던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놉>은 그 "배경"을 정반대로 바꾸어 오히려 사람들이 아무 생각도 지니지 않았던 '하늘'에 대한 긴장감을 일으켰다.
알 수 없는 하늘을 늘 바라보며 서있던, 커다란 사막과도 같았던 들판.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인 '부드러운 거침'을 몸소 느끼게 해주었다.
2. 고디와 진 자켓: 주프의 꿈
UFO와 침팬지, 이들은 미디어 속 혹은 실제 우리의 삶에서 자주 접하는 존재들이다. 본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생명체는 바로 침팬지 '고디'와 하늘의 외계생명체인 '진 자켓'이었다. 먼저 침팬지 고디를 말하기 전에 우리는 '주프'라는 인물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주인공 남매인 오제이&에메랄드보다 주프가 본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주프(배우 스티븐 연)는 현재 테마파크 운영자로 과거 유명한 시트콤의 아역배우로 출연했지만 방송 중, 같이 출연했던 침팬지가 날뛰어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처참하게 살인해버린 사고를 겪게 된다. 신기하게도, 당시 침팬지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해를 가했지만 테이블 밑에 숨어있던 주프에게는 친근한 주먹인사를 하게 된다. 바로 주프의 안 좋은 어린 시절 기억은 아이러니하게 그 소년에겐 이 희망을 심어줬다, '친근함을 길들이기'.
'진 자켓'은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하늘의 괴생명체를 부르는 명칭이다. 우리는 각종 소셜 미디어에서 UFO라는 단어를 종종 접한다. 이 때문일까, 미확인 외계생명체에 대해 '원반 모양'이라는 고정관념을 지니면서 나름의 내적 친밀감을 형성해있을지도 모른다. 진 자켓은 물리적으론 사람들의 통념에 기반한 원반 모양이지만 사실은 안에 외계인도 없는, 심지어 인간을 흡입하는 '괴물'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단순히 '원반', 그 생김새에 반응하여 자신들이 기존에 알고 있었던 머릿속 알고리즘에 진 자켓을 넣어 해석한 것이다.
다시 주프의 꿈으로 돌아가보자, '친근함을 길들이기'. 본인이, 인간을 살해하는 침팬지와 친밀한 소통을 한 것으로부터 희망을 얻었던 소년 주프는 성인이 되어서 또 다른 타겟을 발견했다- 바로 '진 자켓'. 그는 본인이 지은 테마파크 내의 서프라이즈 쇼를 통해, 본인이 진 자켓을 조종할 수 있다는 우월감에서 돈과 명예를 얻으려는 것이었다. ((한편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진 자켓에 의해 죽는다)) 그러므로 나에겐 주프가 아픈 손가락 중 하나로 다가왔다. 다만, 이 아픈 손가락은 절대 널리 알리고 싶지 않은, 오히려 숨기고 싶은 애매함이다. 물리적으로 우리가 보기에 그는 멀끔한 성인 남성이다. 그러나 테마파크 / 진 자켓 / 어린 시절의 모습을 담은 전시회 등의 영화 요소로 비추어 봤을 때, 주프는 여전히 고디와 주먹 악수를 했을 순간에 머물러 있다. 그는 그의 꿈을 미처 다 이루지 못 한 채, 어쩌면 '정당한' '합리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그럼에도 주프의 꿈은 이루어졌다. 후반부에 에메랄드는 테마파크에 달려있던, 주프가 그려진 거대한 헬륨 인형으로 진 자켓을 죽이는 데에 성공한다. 진 자켓이 헬륨 인형을 흡입할 때 쉴새없이 일그러지던 주프의 표정, 그렇지만 그의 표정은 늘 평면적으로, 웃고 있었다.
3. 인간의 본능과 카메라
이 영화에서 주프 못지 않게 핵심 역할을 하는 건 바로 카메라다. 에메랄드와 오제이는 외계생명체(진 자켓)를 카메라로 찍어 방송에 송출함으로써 본인들의 이익을 취하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흥미'라는 본인들의 이익이자 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하늘을 바라본다. 이러한 면에서 인간의 관심은 곧 '돈'과도 직결되고, 이 더럽지만 고칠 수 없는 과정들을 잘 드러내는 요소가 바로 '카메라'라는 생각이다. (이 부분에서 사실 영화 <돈 룩 업>이 떠으로기도 했다)
그러나 본인의 탐욕을 카메라로,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순간- 다시 말해 땅의 눈동자와 하늘의 눈동자가 마주치는 순간 그들을 이끄는 것은 바로 죽음이었다. 눈과 눈이 마주쳐 일으켰던 바람, 욕심과 욕심이 맞물려 일으켰던 바람처럼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왔던 존재들이 일으키는 강렬함은 공포 그 이상이다.
여러모로 조던필 감독이 영화 내에 배치해놨던 은유, 우리가 이 영화를 더욱더 즐길 수 있는 이유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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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크라운> 시즌 6 | 유종의 미를 가린 문제 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찰스'(도미닉 웨스트)와의 이혼 후 왕실을 떠난 '다이애나'(엘리자베스 데비키). 그녀가 파리에서 이집트 억만장자의 아들 '도디 알파예드'(칼리드 압달라)와 휴가를 즐기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엘리자베스'(이멜다 스턴톤)와 왕실은 위기에 휩싸인다. 다이애나를 죽음으로 내몬 냉혈한이라는 비난 속에서 대중의 지지라는 왕실의 기반이 흔들렸기 때문.
한편 '윌리엄'(에드 맥베이)은 어머니의 죽음 이후 우울함을 떨치지 못한다. 다이애나의 인기와 언론의 관심이 자신에게 쏠리자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아버지와의 관계도 악화일로다. 그가 왕손으로서의 의무만을 강조하고, '카밀라'(올리비아 윌리엄스)와의 재혼을 추진하기 때문. 그런 그의 앞에 '케이트'(메그 벨아미)가 나타나고, 그녀와 시간을 보내면서 윌리엄은 숱한 풍파 속에서도 왕관을 지키는 할머니의 진면목을 발견한다.
리버스 <왕좌의 게임>, <더 크라운>의 끝
2019년 4월 14일. <왕좌의 게임> 시즌 8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공개됐다.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다.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이 쏠렸고, 첫 화 북미 시청자수는 1,176만 명에 달했다. 그로부터 약 1달 뒤, 팬들은 분노에 가득 찼다. 모든 캐릭터의 서사는 붕괴됐고, 암시와 복선도 회수하지도 못한 채 막을 내렸으니까.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가장 인기 있는 판타지 드라마였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왕좌의 게임>의 끝은 실망스러웠다.
넷플릭스 <더 크라운>의 끝은 정반대다. <왕좌의 게임>이 HBO의 핵심 콘텐츠였듯이, <더 크라운>도 넷플릭스의 핵심 시리즈 중 하나였다. 에피소드 하나에 제작비 140억 원을 투입할 정도로 공들인 작품이었고, 영국 왕실과 갈등을 빚어 이슈를 만들기도 했다. 다만 마지막 시즌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파트 1 공개 첫 주를 제외하면 넷플릭스 순위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심지어 국내에서는 TOP 10에 한 번도 이름을 못 올렸다.
그러나 성적만으로 <더 크라운>의 마지막을 평가할 수는 없다. 피날레 결과물로 팬들을 낙담시킨 <왕좌의 게임>과는 다르기 때문. <더 크라운> 시즌 6은 첫 시즌부터 이어진 질문에 충실히 답하며 막을 내린다. 왕관의 무게를 확실하게 보여주며 영국 왕실을 비롯해 현대 사회에서 쓸모없어 보이는 모든 것들의 존재 의의를 끝내 납득시킨다. 소재의 무게감만큼이나 품격 있는 퇴장이다.
모든 시즌을 관통한 미덕, 왕관의 무게
사실 영국 왕실은 수많은 미디어에 등장하는 슈퍼 스타다. 그런데도 <더 크라운>은 유달리 인기를 끌었다. 수많은 이유를 댈 수 있다. 우선 놀라운 싱크로율을 자랑한 영국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클레어 포이, 맷 스미스, 바네사 커비, 엠마 코린 등 신성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막대한 제작비 값을 한 뛰어난 고증, 왕실의 비밀을 엿본다는 쾌감까지 고려하면 관심을 못 받는 게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그뿐이었다면 <더 크라운>은 화려한 재현 다큐멘터리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대신 <더 크라운>은 드라마로서 자기만의 미덕을 보여줬다. 핵심은 정반합이다.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이어진 전통을 유지하려는 이들과 그 전통에 회의를 표하며 변화를 요구하는 이들의 충돌을 그려냈다. 자칫 화려한 포장지에 가려질 수 있는 영국 왕실의 헤겔적 행보를 제시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그 방식이 때로는 인간적이고, 때로는 진중했기에 <더 크라운>은 흥미로웠다. 왕실 구성원은 어느 때보다 인간적이었다. 언니에게 가려진 영원한 이인자 마거릿 공주. 아내가 여왕이라서 자기 경력과 꿈을 포기해야 했던 필립 마운트배튼. 후계 1순위라는 이유로 부모의 사랑과 인정 대신 의무부터 배운 찰스 3세까지.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왕실에서 태어나 의무를 다해야 하는 이들의 고충이 잘 느껴졌다.
제도와 정책의 문제도 건드렸다. 시민, 언론, 총리의 입을 빌려 질문을 던졌다.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왕실이 어떻게 변해야 할지. 쇠락한 영국과 영연방에서 여왕의 역할은 무엇인지. 수십 년 된 왕실 요트 브리타니아가 퇴역하고, 마지막 식민지 홍콩도 반환된 가운데, 여왕의 존재의의는 무엇인지. 이처럼 보존과 개혁 사이 필연적 긴장을 엘리자베스가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보는 재미가 이 시리즈의 본질이었다.
명예로운 피날레
<더 크라운>은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주제를 활용해 엘리자베스의 마지막 해결책을 들여다본다. 다이애나의 죽음으로 시작된 극은 찰스와 카밀라의 재혼으로 마무리된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는 자연스럽게 엘리자베스 2세의 양위 문제를 거론한다. 대체 왜 여왕은 왕위를 넘기지 않는가? 네덜란드를 비롯한 다른 왕실은 적당한 나이에 양위하는 일이 적지 않은데 왜 영국은 예외인가?
드라마는 마지막 시즌다운 방식으로 여왕의 고민을 드러낸다. 노년의 엘리자베스 앞에 중년 '엘리자베스'(올리비아 콜먼)가 나타난다. 그녀는 엄마로서 제 역할을 못했다는 여왕의 자책감을 상기시킨다. 나이 들고 지친 엘리자베스는 흔들리고, 이에 여왕은 양위를 결정한다. 하지만 곧이어 청년 '엘리자베스'(클레어 포이)가 여왕을 만류한다. 자기는 죽을 때까지 왕관에 봉사하기로 서약했으며, 따라서 양위는 곧 왕실의 붕괴를 뜻한다고.
이 과정에서 왕관의 무게가 비로소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낸다. 여왕은 인정한다. 왕관도, 군주도 무용하다고. 모두가 평등한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신으로부터 받은 권리를 주장하는 왕관은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고. 그렇기에 신성함은 역설적으로 왕관의 전부다. 시시각각 변하는 사회에서 왕관에 깃든 신성함이 없다면, 군주를 군주답게 만드는 어떤 권위도 찾을 수 없을 테니까.
결국 엘리자베스는 양위하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신의 대리자가 되겠다고 서약한 군주가, 스스로 서약을 포기하면 왕관은 더 이상 신성하지 않을 테니. 그렇게 유일한 존재 의의를 잃으면, 더 이상 왕실을 지탱할 수 없으므로. 그래서 그녀는 인간적인 한계를 숨긴 채 왕관의 무게를 견뎌낸다. 자기를 향한 모든 요구와 불평을 감내하며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다. 이 해답은 실제 역사와 오버랩되면서 아름다운 퇴장으로 이어진다.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하다
품격 있는 퇴장은 의문을 더 키운다. 여섯 시즌을 관통하는 질문에 품격 있는 답을 내놓은 드라마인데 왜 흥행 성적은 명성과 인기에 비해 부족한 걸까? 이 질문에도 여러 이유를 떠올릴 수 있다. 드라마 시간대가 현재에 가까워질수록 궁금한 사건이 없을 수도 있고, 드라마에 너무 익숙해졌을 수도 있다. 다만 특히 두 개의 이유가 중요해 보인다. 하나는 각본이고, 다른 하나는 공개 방식이다.
<더 크라운> 시즌 6은 중반부터 새로운 인물에게 초점을 맞춘다. 다이애나의 죽음 이후 방황하던 윌리엄 왕세자가 왕실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런데 이 전개가 단조롭고, 표면적이다. 윌리엄의 성장은 동생 해리와의 갈등 속에서 드러난다. 다이애나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와 아버지를 이해하는 윌리엄과 그런 형에게 실망한 해리. 이들의 관계는 엘리자베스와 마거릿의 갈등을 다시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윌리엄의 서사도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드라마는 윌리엄과 캐서린의 로맨스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한다. 정작 윌리엄과 찰스 부자의 갈등, 윌리엄과 엘리자베스의 관계는 형식적으로 몇 번 등장한다. 엘리자베스 2세와 찰스 3세가 서너 시즌에 걸쳐 대립한 것에 비하면 상당한 급전개다. 그러다 보니 왕실에 불만을 품었다가 조금씩 왕관의 의무를 깨닫는 윌리엄의 내적 변화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각본 문제는 전반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에피소드 4까지는 다이애나의 멜로드라마가 다시 한번 펼쳐진다. 그런데 같은 내용은 이전 두 시즌에도 나왔고, <스펜서>를 비롯한 다른 미디어에서도 숱하게 다뤄진 바 있다. 설령 첫 화에서 다이애나가 죽어도 이해 못 할 시청자가 없을 정도로. 이처럼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반복하다 보니 초반부는 루즈하고, 후반부는 정작 하고 싶은 말에 힘을 줄 시간을 잃어버린다.
넷플릭스의 전략적 실패
이에 더해 넷플릭스도 공개 방식을 잘못 판단한 듯 보인다. 넷플릭스는 최근 한 드라마를 두 파트로 나눠서 공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파트 1이 파트 2에 대한 기대감을 키울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 크라운> 시즌 6도 마찬가지다. 파트 1은 다이애나가 사망한 4회까지를 보여줬다. 나머지 에피소드 6개는 파트 2로 공개됐다.
문제는 상술했듯 파트 1의 내용이 지난 시즌과 비교해도 새롭지 않고, 다른 작품과 비교해서도 신선하지 않다는 것. 달리 말해 시청자 입장에서는 파트 1을 본 뒤 파트 2를 기다릴 이유를 찾기 어렵다. 파트 1 공개 후와는 달리, 파트 2가 공개 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1위를 차지하지 못한 점이 그 방증이다.
<더 크라운> 시즌 6은 일종의 헌정작이다. 사실 왜곡 문제 때문에 왕실과 줄곧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더 크라운>이기에 쉽사리 가늠할 수 없는 여왕의 심경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왕실에 대한 대중적인 이해와 지지가 높아질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품격 있는 마무리가 작품 내적 문제와 잘못된 전략으로 인해 온전히 조명받지 못하는 게 옥에 티일 뿐이다. 리버스 <왕좌의 게임>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Acceptable 무난함
온전히 조명받지 못해 아쉬운 품격 있는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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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호러영화에는 재미도 있고 슬픈 전설까지 있어
여러분은 어떤 것에 무서워하는가?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이 실제로 이뤄지는 걸 무서워하는 것 같다. '이렇게 될지도 몰라'라고 생각했던 게 현실화되면 무섭다. 거의 대부분 현실로 이뤄지는 게 함정이지만 이 공포에 무덤덤함이란 없다. '혹시 누가 화장실 물을 안 내렸으면 어떡하지' 싶으면 간혹 그 더러운 광경을 보게 된다. 비단 시각적인 것으로만 국한 지을 필요는 없다. '이 쯤되면 뭐 하나 잃어버릴 것 같은데' 싶으면 잃어버린다. '돈 다 쓸 것 같아'라면 생각지도 못한 것에서 돈이 빠진다.
당연히 우리 모두 다 재미없는 삶을 싫어하기 때문에 혹시 나를 두려워할 것이다. 이게 심해지면 불안장애라는 병으로 발현되기도 하지 않나. 이런 걸 보면 내가 생각하는 것 외로 내 운명이 바뀔까 하는 두려움은 거의 클래식에 가까운 것 같다. 그래서 각자가 믿는 신에 다들 기대곤 하는 거 아니겠어? 그 점을 활용한 예술 장르가 공포영화고. 한국과 그렇게 멀지 않은 곳 대만에서 호러영화 한 편이 공개됐다. 이 영화, 무섭다, 기괴하다. 당신의 110분을 사라지게 만들기 충분하다. 저주 걸린 여자의 삶 가까이에 다가가 보자.
건드리지 말아야 했던 것
저주가 있다고 한다. 여자는 저주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백하는 여자. 자기를 리궈난이라고 소개한 주인공은 과거에 있던 일을 털어놓는다. 끔찍한 금기를 건드렸다는 여자. 금기를 건드린 탓에 리궈난의 주변에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부모님은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카메라를 들고 간 경찰서에는 의문의 자살사고가 벌어진다. 계속되는 불행에 삶에 벌어지는 일들을 체념하기로 한 것 같다. 리궈난은 자기의 처지를 고백하고 금세 이 영상을 찍고 있는 이유를 말한다. “우리 딸의 불행을 극복하고 싶어서에요”
카메라는 리궈난의 일상으로 옮겨간다. 리궈난에겐 딸 한 명이 있다. 어두운 낯빛이지만 그래도 환하게 웃어 보이는 어머니 리궈난. 리궈난은 양육권을 뺏길 위기에 처한 것 같다. 평가 기준에 충족하지 못하면 친모로서의 권리가 박탈될지도 모른다. 카메라와 리궈난은 한 남자와 만난다. 아마 공동으로 양육권을 가질 아버지가 되는 분인 것 같다. 촬영하고 있는 영상의 목적 ‘영상일기’를 설명한다.
둬둬는 리궈난 인생의 전부다. 그녀가 신경정신과 상담을 받는 것도, 유일하게 웃는 것도 딸을 만날 때가 아니면 볼 수 없다. 그런데 마음대로 편하게 굴러가진 않는다. 같은 차에 탔는데도 흐르는 어색한 기류. 차에 타서 새로운 집에 도착했다. 그래도 둬둬와 리궈난은 행복할 자격이 있다. 간단한 놀이로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녀. 둬둬는 어머니 리궈난에게 살짝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 갑자기, 돌이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시작됐다. 리궈난은 정해져 있던 저주를 맞이하기 시작한다.
그럴 수도 있긴 하지만
사실 뻔하다. 이 영화는 호러영화의 클리셰를 따라가고 있다. 호러 영화에서 주인공이 저주에 걸리는 설정은 가지각색으로 다양하다.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 아무 이유도 계기도 모른 채로 맞이한 비극, 식인종 연쇄살인마와의 대담, 내재되어있는 분노 폭발 등 기존에 있는 호러 영화 수작들처럼 창의성 있는 도입부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심지어 이 금기를 건드리게 된 계기는 허무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뻔하다. 당장 떠오르는 <텍사스 전기톱 2022>부터 <이블데드>까지 전통과 근본의 주요 소재를 기시감이 들 정도로 답습하고 있다. -후술하겠지만- 이 영화의 강점은 저주의 시각화다. 이 저주를 시각화한 방식은 다른 영화와는 다른 차이점을 부여한다. 이 저주에 힘을 빡 줘서인지 인트로에 힘이 영 없는 건 분명한 단점이다.
이 단점이 영화 초반부에 제시되면 무엇이 문제일까. 바로 초반부가 지루하다는 점이다. 이야기 전개가 예상대로 이어진다. 눈길을 잡아끄는 건 자극적인 저주뿐이다. 단점이 이런 선에서 끝나면 다행인데 편집이 좀 산만한 감이 있다. 파운드 푸티지 장르(영화의 등장인물이 직접 카메라를 찍어 이야기를 전개하는 형식)의 특성이 어느 정도는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근데 이 장르의 특성을 감안했다고 하더라도 불필요한 내용이 좀 있다. 구체적으로 초입부의 저주의 증상(?)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령 첫 번째로 저주가 시각화되는 장면이 있다. 이 신은 아쉬움이 있다. 전체적으로 후반부의 폭주하는 이야기와 무슨 관련이 있는가? 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다음 장면에 '어떻게 주인공들이 저주에 걸리게 됐는가'를 정작 영화에서 힘을 주고 싶은 부분이 너무 대놓고 드러나는지라 전반부는 기능적으로 단지 분위기만 제시하기 위해 쓰인 느낌이 강하다. 냉장고에 물건들이 다 엎어지고, 느닷없이 꼽등이가 날아들며 불이 깜박깜박하는 것이 후반부까지 통일성 있게 나타나는 부분이 아니다. 그래서 전반부는 그냥 잊힌다. 이 장면에서 둬둬가 저주가 걸린 부분을 1/3으로 줄이고 중반부로 이야기를 전개했어도 큰 무리는 없다. 이런 식으로 초반부는 단지 무서운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서만 쓰인다. 이때 이 영화의 미술팀이 열일을 해서 무서운 느낌을 내는 건 충분하다. 그런 측면에서는 영화의 성취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자극적으로 높은 템포를 단지 유지하기 위해서 러닝타임을 썼다는 점은 사람에 따라서 지루하다가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이디어가 너무 재치 있고 흥미로워서 영화의 서사가 희생된 느낌?
이 단점은 이야기 전개 방식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앞에서 쓴 현재 시퀀스 바로 다음은 과거 회상이다. 어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던 주인공. 친구들과 함께 한 마을의 전통을 취재하려고 한다. 이 취재는 리궈난이 저주에 걸린 계기가 된다. 그니까 둬둬가 걸려있는 저주의 증상을 보여주고 리궈난이 이 위기에 봉착한 원인을 엇갈려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 방식은 중반부 터닝포인트가 있기 전까지 지속된다. 근데 이건 사실 좀 더 쉽게 전개했어도 되지 않았을까? 초반부에 주인공이 이렇게 말한다. '이 저주를 알면 알수록 더 큰 위험에 빠져들어요'라고. 그러면 이 저주가 대체 뭐하는 것이길래 인물들을 이렇게 끔찍한 비극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걸까? 의문점이 든다. 난 이 저주의 숙주에 대해 알고 싶다. 그런데 계속 저주가 얼마나 무섭고 끔찍한지를 보여준다. 그게 불필요한 건 아닌데 주인공이 어겼던 종교적인 금기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것을 방해할 정도로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영화는 초반부터 중반까지 끊기는 느낌인 것이다. 과거와 현재를 엇갈려 배치할 필요가 없는 느낌이었다. 이게 현재 시점에서 겪는 저주 연출이 현실적으로 기괴해서 그렇지 미술팀의 열일이 아니었으면 이 영화는 굉장히 큰 실수를 저지를 뻔했다. 다행히 중반부가 넘어가면서 저주와 싸우는 인물들을 보여줘 이야기에 집중이 되지만 천천히 쌓아 올린 빌드업이 불친절한 것은 영화의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현재의 관점에서 저주에 걸린 모녀의 모습 - 과거에 어떻게 저주에 걸렸는가 - 현재 관점에서 저주와 싸우는 인물들 - 하이라이트 신(과거 회상) - 엔딩으로 이어져도 극이 훨씬 깔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영화의 다른 단점 중 하나는 엔딩이다. 아마 "..?" 싶을 것이다. 중후반부까지 쌓아 올린 압도적인 이미지에 무색하게 좀 허무하게 끝난다. 근데 이 영화는 후반부까지 이어지는 무섭고 기괴한 에너지가 강점인 영화다. 그래서 엔딩이 그렇게까지 페널티는 아니다. 좀 어이없을 뿐. 아무 인상도 주지 못하는 엔딩이었다. 이 부분은 직접 확인하시길!
압도적인 시각 디자인
이 영화는 이렇게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사실 장점이 훨씬 더 크다. 일단 앞에서도 쓴 시각 디자인은 정말 노력의 대가가 그대로 나타났다. 일단 기괴한 이미지를 너무 잘 짰다. 어쩜 그렇게 무서운 짓만 골라서 하는지 모르겠다. 초반부에 어떤 할머니가 차 밖에서 인물을 관찰하는 신이 있다. 그냥 슥 지켜보는 게 아니라 딱 달라붙어서 구경한다. 그리고 창문을 열어서 하는 행동들, 몸의 각도들, 대사들까지 경제적인 활용법이 돋보인다. 이 감독은 어떻게 해야 그냥 지켜보는 행위로 사람들을 기겁하게 만들 수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기괴한 짓만 골라서 러닝타임을 끌고 가기 때문에 호러 영화의 제1원칙 '일단 무서워야 함'을 아주 충실히 충족한다. 그래서 이 영화 자체가 재미있는 영화다!라고 말할 수 있다. 아니 계속 생각난다. 하이라이트 신에서 만든 세트장은 진짜 실제로 그런 게 있을 법하다.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뭐라 뭐라 보여주지 않아도 디자인의 현실감 하나로 모든 설득력을 갖는다.
이 시각 디자인의 강점은 신체를 활용하는 것에서도 나타난다. 분명 여러분들이 다 익숙한 맛일 것이다. 근데 그 익숙한 맛에서 살짝 비켜나가서 무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초반부에 입 안을 열었는데 치아가 많은 장면이 있다. 이 때 치아가 좀 누리끼리하지 않다. 정말 새하얗다. 근데 입 안이 또 완전 새빨간색은 아니다. 적당히 빨갛다. 적당히 빨갛고 아예 새하얀 치아를 탁한 조명으로 묘사한다. 이 이미지에서 오는 기괴함은 아직도 생각날 정도다. 그리고 무슨 피부에 발진이 나는 형태도 현실감 있게 잘 그렸다. 단순히 끔찍하게만 그려서 무서운 게 아니다. 진짜 일어날 법한 상처라서 더 무섭다. 이 상처를 비추는 조명이나 촬영 방식도 잘 골랐다. 연출자의 섬세함이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믿음이 가는 이 느낌
<랑종>이 생각난다. <랑종>과 이 영화는 어느 정도 비슷한 감이 있다. 아시아권의 영화감독이 동양적인 소재로 호러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궤를 공유한다. 그러나 다른 부분에서도 장점을 공유한다. 바로 신뢰를 팍 주는 중심인물들이다. <랑종>에서는 님 역을 맡은 배우가 실제 다큐를 보는 듯한 든든한 연기를 보여줬다. 반대로 이 영화에서는 유사 아버지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가 좋았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 인물의 특성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인물의 표정연기와 대사 치는 톤으로 신뢰감을 형성한다. 이 사람은 진짜 그럴 것 같다. 그리고 후반부로 이어지는 폭발하는 연기 역시 생동감 있게 잘 소화했다. 이 인물의 행보, 등장과 퇴장을 유심하게 지켜보면 극의 배경이 되는 연기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하다.
또 모녀의 연기 역시 좋았다. 특히 아역 배우 둬둬를 맡은 배우는 고생깨나 했을 것이다. 이 호러를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했을까? 90년대-00년대 아마 태어나지도 않았을 텐데 귀신 들린 연기를 깔끔하게 잘 소화했다. 또 리둬난 역을 맡은 배우도 리액션 연기가 좋았다. 기괴한 현실을 받아들이지만 어딘가 불안한 내면을 탄탄하게 소화했다. 어쩌면 불안한 각본을 이끌 수 있었던 건 이 세 배우의 호연 덕이다.
그냥 보기 좋아
영화를 왜 볼까? 난 그냥 본다.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본다. 책을 읽을 수도 있겠지만 영화라는 매개체가 주는 특성은 남다르다. 가끔은 장점이고 단점이고 나발이고 순수하게 무서운 영화가 끌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이 장점을 충실히 구현하는 좋은 영화다. 일정한 톤으로 기괴한 이미지를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것 역시 극에 빠져드는 장점이 될 것이다. 시각 디자인팀이 만든 영화의 에너지를 잘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2시간이 후딱 지나가 있을 것이다. 작년 <랑종> 역시 무서운 영화였다. 이 영화는 <랑종>의 장점과 단점을 어느 정도는 갖고 와 나름의 방식으로 변용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맥주 깐 상태로 보기 좋은 공포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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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탁 하나를 마주한 두 개의 선
삶의 본질은 무엇일까. 묵직한 물음처럼 보이지만, 사실 삶만큼 단순한 게 있나 싶다. 우리 인간은 태어나 자라면서 자아를 만들어간다. '나'의 개념이 생긴다는 건 곧 '남'을 인지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종래엔 다른 이들이 모인 세상을 지각하게 된다. 성장하는 과정은 얼마나 바쁘던가? 보고 듣고 경험하는 일들의 투성이. 외부의 모든 일들에 자극하고 반응하다 보면 어느샌가 길을 잃기 십상이다.
어렴풋이 나는 나를 모른다는 사실을 느꼈다가 문득, 거대한 깨달음처럼 다가오는 때를 맞닥뜨린다. 나는 언제나 나였는데, 나는 나를 모르겠다. 내가 누구인지. 무얼 좋아하고, 어떤 걸 원하는 건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인데 내 삶은 나의 것이고, 그래서 내가 책임져야 하고, 내가 나를 끌어안아야 한다.
본래 중심이 반듯하게 잡힌 사람이라면, 혹은 '그래도 해야지 뭐' 같은 담담함으로 고민을 가벼이 넘길 수 있다면, 삶이 괴롭다 못해 무서운 느낌은 낯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글을 적고 있는 나는, 중심이 제대로 잡히지도 내가 나를 끌어안는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지도 못했다. 다만 느꼈을 뿐이다.
무겁다.
나는 나를 견디기가 너무 무거웠다.
얘가 너무 까탈스럽고 딱히 잘난 것도 없는데 어떻게 나는 나로 살아가면서 생을 견디라는 걸까. 두려움에 내몰린 존재가 가장 흔히 반응하는 건 분노를 표출하는 행위이다. 세상 모든 게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고쳐야 할 것들밖에 없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 그건 내가 바라보는 나의 표상이었다.
우리 각자는 평생 자기 스스로를 볼 수 없다지만, 거울처럼 간접적으로 인지할 방법은 많다. 나를 제외한 모든 것에 대한 나의 태도와 생각, 선입견, 느낌. 그 모든 게 나였다. 타인을 바라보는 태도, 유난히 거슬리는 상황이나 사람, 추구하는 방향, 원하는 세상.
그런데 여기서 한 겹 더 벗겨야 한다. 단순히 어떠한 태도, 물건, 상태 따위는 가지고 싶은 게 아니다. 그걸 가짐으로써 얻게 될 감정이나 시선, 느낌들을 얻고 싶은 거다. 무언가를 원한다는 건 결국 결핍에서 비롯된 행위이다. 없다고 생각하니까 갈망한다.
그러니까, 삶의 본질은 단순하다. 이 세상은 내가 보는 나의 투영이기에 내가 오늘 세상과 교류하며 반응한 모든 것들에 '왜?'를 묻다 보면 꽁꽁 숨겨둔 나의 갈망, 나의 결핍을 마주한다. 그걸 바꾸려고 애쓸 것도 없이, 그저 관망하면 된다. 그렇구나, 하면서. 무언가를 얻고 싶어 하는 건 부족함을 채우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이를 자연스럽게, 가능하다면 사랑스럽게 바라보다 보면 또 다른 것이 보이고. 그렇게 나를 들여다보는 게 삶이다.
새삼스럽게도 삶을 되돌아본 건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을 보고 온 후였다. 특정 갈래로 압축할 수 없는, 쉽게 말해 주제가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는 영화.
'섭식장애'와 '모녀', '다큐'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는 이 영화를 표현할 순 있어도 정의할 수 없기 때문 아닐까. 사람을, 특히 사람 둘의 관계에 집중한 영화-그것도 실제인물이 주인공인-는 필연적으로 중구난방이다.
원래 그렇지 않은가. 삶은 계획하지 않은 일들로 가득하다. 대개 뜻밖의 일은 터닝포인트가 될 만큼 커다란 영향을 끼치므로, 굉장한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런데 그 변화는 나 자신만 알 수 있고, 이를 언어로 발화하기란 쉽지 않다.
픽션이었다면 얘기가 달랐겠다. 캐릭터에게 서사를 부여하고, 그 서사의 논리구조가 맞게끔 보여줄 수 있다. 오히려 납득 가능한 말과 행동, 태도 따위를 보며 사람들은 공감하며 응원한다. 하지만 우리도 알지 않는가. 어떤 일은 아주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바람에 계기를 콕 집어 말할 수 없다. 그저 일이 벌어졌고, 그 안에서 변화했고, 결과로써 지금을, 동시에 과정으로써 앞으로의 삶을 이어간다.
그러니 영화에 관해서는 할 말이 없어진다. 내가 써오던 리뷰는 영화의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그와 타인과의 관계를 풀어내고 해석하고 의미를 덧대어 매듭짓는 행위였기에. 지금은 무엇도 설명하고 싶지 않다.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그저 바라게 된다. 칠흑 같은 영화관에 들어서, 앉고.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과거의 연이 떠올랐다면 그때에 잠시 잠겨있다가 다시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왠지 모를 감정이 올라오면 흘려내고, 그렇게 90분을 머물러 보기를. 그 마음을 담아 끝으로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을 시와 산문을 오가는 짤막한 글로 정리해 본다.
두 사람을 위한 식탁
두 사람을 위한 식탁에는 각자의 그릇과 숟가락, 젓가락이 놓였다. 혼자서는 너무 심심하거나 혹은 헛헛할까 봐 함께 나눌 반찬거리도 준비해 뒀다.
나란히 마주 앉은 두 사람. 영원히 하나가 될 일 없는 평행선. 이 얼마나 다행인가. 공유할 수 있는 것과 온전한 나만의 것 모두를 지녔다는 게. 원하는 만큼 원하는 때에, 원하는 대로 맞닿으면 된다. 가끔은 서로의 타이밍이 맞지 않아 삐걱대겠지. 어설프게도. 서로를 할퀴며 만든 생채기가 도리어 서로를 존중할 선을 만들어낸다.
완벽히 겹쳐지는 때. 거기엔 나도 너도 없다.
그러나 이건 다 지나간 이야기.
닿았던 순간도, 맞잡은 순간도, 떨어진 순간도, 결국 찰나의 일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알고 있던 걸까? 가까웠다가도 금세 멀어져 각자의 길을 걷는 걸 보면. 그렇게 평행선은 계속된다. 손 뻗으면 닿을 거리였다가 서로의 존재가 콩알만큼 보였다가 아예 보이지 않았다가 다시 눈앞에, 빼꼼.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청받아 관람 후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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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4주차 신작 개봉 영화
2022년 5월 4주 개봉영화!
안녕하세요 Good morning , 2021
국민 배우 이순재와 신들린 아역배우 김환희의 만남
영화 "안녕하세요"는 세상에 혼자 남겨져 의지할 곳 없는 열아홉 수미가 죽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호스피스 병동 수간호사 서진을 만나
세상의 온기를 배워가는 애틋한 성장통을 휴먼 드라마 입니다.
사는 게 죽는 것보다 힘든 서진에게 죽음을 앞두고도 누구보다 활기차고 열심히 사는 호스피스 병원 사람들과 생활하며 마음이 점차 바뀌는 내용인데요
성년이 된 ‘천재 아역’ 출신 김환희와 ‘국민 배우’ 이순재가 만났습니다
'곡성'에서 '뭣이 중헌디'라고 악을 쓰며 신들린 연기를 선보인 김환희의 성인연기자 모습을 볼수 있는 첫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행복에 대해 말하기 위해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같이 풀었다는 차봉주 감독의 신작!
이번주 추천영화 "안녕하세요" 입니다.
첫번째 추천영화 "안녕하세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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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물보다 진하다 The Goblin , 2022
K-하드보일드 느와르 액션!
영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조직의 전설적인 해결사, 일명 도깨비였던 두현과 그런 두현을 동경했던 후배 영민의 지독한 악연을 담은 하드보일드 느와르 액션영화 입니다.
제1회 아산충무공 국제액션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김희성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드라마 '나쁜 녀석들' 제작진들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조동현, 이완 그리고 임정은, 윤철형, 이천은, 최기섭, 최왕순 등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출동하며 영화의 완성도를 더했습니다.
거친 액션과 섬세한 감정으로 철저히 무장한 하드보일드 느와르 액션!
두번째 추천영화 "피는 물보다 진하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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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 Hommage , 2021
1962~2022 시네마 시간여행
영화 "오마주"는 한국 1세대 여성영화감독의 작품 필름을 복원하게 된 중년 여성감독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시네마 여행을 그리는데요
1962년과 2022년을 잇는 아트판타지버스터로 일상과 환상을 오가는 위트 있고 판타스틱한 여정을 담았습니다.
신뢰의 연기자인 이정은 배우가 첫 단독 주연을 맡아 밝고 희망적인 분위기의 색다른 연기로,
과거에도 현재에도 삶과 예술을 사랑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는 열연으로 보여주는데요
도쿄국제영화제, 트라이베카영화제, 호주시드니영화제, 영국글래스고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워싱턴한국영화제 초청과 함께 피렌체한국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습니다.
중년의 여성감독이 '여판사'를 복원하는 액자식 구성과 시간여행이 흥미를 자아내는 ‘오마주’는
한국영화 역사상 두 번째 여성감독인 홍은원에 관한 이야기이며 한국의 모든 여성 영화감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신수원감독은 우리가 모르는 여성감독들이 존재했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그렇게 모험적으로 살아온 분들의 기운을 ‘오마주’에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는데요
여성영화인뿐만 아니라 영화인과 예술인, 그리고 세상의 모든 꿈꾸는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격려가 될
세번째 추천영화 "오마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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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조국 The Red Herring , 2022
내 주변의 누군가가 조국이 될수있다
영화 "그대가 조국"은 조국이 법무부장관에 지명된 2019년 8월 9일부터 장관직을 사퇴한 10월 14일까지 67일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정의를 잃어버린 검찰이 무참한 사냥을 벌이던 그때, 우리는 무엇을 보았는지를 다루는데요
그대가 조국은 언젠가는 ‘내’가 ‘내 주변의 누군가’가 ‘조국’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달팽이의 별’로 아시아 최초이자 한국 최초로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장편경쟁부문 대상 수상과
‘부재의 기억’으로 한국 최초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다큐멘터리상 노미네이트와 뉴욕국제다큐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이승준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조국사태의 비밀!
네번째 추천영화 "그대가 조국"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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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그라운드 UN MONDE , PLAYGROUND , 2021
전 세계 영화제 30개 트로피 휩쓴, 올해의 무비
영화 "플레이그라운드"는 일곱 살 ‘노라’와 오빠 ‘아벨’이 맞닥뜨리게 된 ‘학교’라는 세상을
아이의 눈높이와 심리 상태에 초밀착해 놀랍도록 사실적으로 담은 영화입니다.
2021년 제74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어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상을 수상한 이래
현재까지 전 세계 영화제 30개의 트로피를 휩쓸었고, 지난 3월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벨기에 출품작으로 다시 한번 주목받았습니다.
국가와 시대를 막론하고 ‘학교’라는 집단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근원적이고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데요
플레이그라운드는 오빠가 당하는 괴롭힘을 통해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동생 ‘노라’의 시선과 감정을 통해 폭력의 내밀한 전이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다섯번째 추천영화 "플레이그라운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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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랄한 풍자의 뒷맛은 언제나 씁쓸하다
노골적인 사회 풍자를 다루는 블랙 코미디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이 2017년 예술계의 위선과 모순을 폭로한 ‘더 스퀘어’에 이어 2번째 칸 황금종려상을 영화 슬픔의 삼각형을 시사회로 미리 감상하고 왔습니다. 호화 크루즈에 탄 부자들을 통해 자본주의의 그늘과 산만한 조롱을 섞은 작품으로,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부터 비료업계 거물, 무기 제조업자 등 다양한 부자들이 예기치 못한 폭풍우와 사고에 휘말려 무인도에 살아남지만, 단절된 문명과 생존이란 문제 앞에 그들이 맞이하는 변화된 위계 관계를 통해 추악한 현실 자본주의와 얄팍한 지성주의를 조롱합니다. 기존 칸 수상작들의 장르적 어려움보다는 흔히 봐왔던 유럽식 풍자극에 가까워서 관점에 따라 가볍게, 혹은 무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뒤바뀐 계층을 현대 사회를 파고드는 냉소적인 코미디, 여러 생각에 잠기게 하는 감독이 생각한 ‘Triangle of Sadness’를 눈여겨 감상하시면 좋은 한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고급 크루즈의 성패는 여러분에게 달렸어요”
호화 크루즈에 # 협찬 으로 승선한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 각양각색의 부자들과 휴가를 즐기던 사이, 뜻밖의 사건으로 배가 전복되고 8명만이 간신히 무인도에 도착한다. 할 줄 아는 거라곤 구조 대기뿐인 사람들... 이때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여기선 내가 캡틴입니다. 자, 내가 누구라고요?”
예고편│Trailer
영제: Triangle of Sadness│감독·각본: 루벤 외스틀룬드
출연진: 찰비 딘 크릭, 해리스 딕킨슨, 돌리 드 레옹, 즐라트코 버릭, 비키 베를린, 우디 해럴슨 외 多
장르: 코미디, 드라마│상영 시간: 147분
국가: 스웨덴, 미국│등급: 15세 관람가
수입: 그린나래미디어│배급: 그린나래미디어, 플레이그램, 메가박스 중앙│제공: 플레이그램, 하이스트레인저
평점: 평론가 7.17, 로튼토마토 신선도 72% 팝콘 68%, IMDB 7.3, 메타 스코어 63점
수상 내역: 48회 LA 비평가 협회상(여우조연상), 35회 유럽영화상(유러피안 작품상, 유러피안 감독상, 유러피안 남우주연상, 유러피안 각본상), 75회 칸영화제(황금종려상, CST 아티스트 테크니션상)
개봉일: 2023년 5월 17일
“세상을 향한 악랄한 풍자의 씁쓸한 뒷맛”
총 3부로 구성된 흥미로운 구성은 1부에서 성적 차별은 물론, 얼굴과 몸매라는 외적 이미지에 상품화 등급을 매긴 모델 집단을 통해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계층 간의 폐부를 들출 것임으로 언급합니다. 위선과 허세로 가득한 세상에서 대중에게 각인된 브랜드의 가치는 단순히 평가의 잣대로서 활용되며 아이러니하게도 그들 스스로 계급 구조를 비유한 슬픔의 미간을 짓게 됩니다. 이어 그 중심에 있던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 야야와 칼이 호화 크루즈에 탑승해 다양한 부자들을 관찰하듯 접근하며 서서히 자본주의 사회의 덧없음을 거침없이 해부합니다. 탈세와 불법이 정의이고 사람들의 죽음으로 쌓아 올린 철저히 돈의 논리에 치부된 그들의 세상은 결국 휘청거리는 크루즈를 따라 구역질 나는 위선에 분노한 듯 역류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만인은 평등하다’는 모델 선발 문구를 관통시키려는 듯 극단적인 침몰을 통해 원시적인 시스템으로 국면의 전복을 맞이합니다.
1부에서 칼의 지질한 사랑싸움, 2부에서 똥통으로 비유된 가식적인 사회로 계급 구조의 시스템을 비웃는 코미디는 절정의 3부 생존기에 다다라 허무주의에 이릅니다. 계급이 무너지고 만인이 평등할 것처럼 여겨지던 섬이 곧 애비게일이라는 뜻밖의 인물이 생존을 무기로 기존 문명사회와 완전히 반대된 모계 중심 사회를 형성하면서 말입니다. 새로운 변화는 그들에게 불안정을 일으키고 단순히 기존 세계가 뒤집히기만 노골적인 묘사를 통해 더욱더 선명한 또 다른 삼각형의 계층 구조를 만듭니다. 그렇게 모래시계처럼 반복되는 과정들은 어렵기보단 작위적 구성에 가깝지만 물질이 우선시되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드러내는데 부족함이 없고 혐오스러움을 감추지 않고 드러냈다는 점에서 흥미와 매력을 갖춥니다. 적어도 보여주고자 하는 상황들로 동반되는 매우 뚜렷한 메시지는 웃지 않을 수 없으니 말입니다.
엔딩으로 이르러 그들의 무지함을 비웃듯 야야와 애비게일은 무인도가 아닌 고급 리조트 근처에 난파되었음을 확인하며 자신들이 속해있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음을 비추지만, 감독은 여기에 멈추지 않습니다. 인플루언서이자 모델로서 자리를 되찾는 희망에 찬 야야와 달리 절망스러운 밑바닥 외국인 노동자 계급의 회귀에 분노한 애비게일을 통해 긴장감을 드리우고, 그녀들을 찾아 뛰는 것인지 구조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칼의 질주로 막을 내립니다. 가진 것 하나 없이 상위 계층의 동반자에게 기생하며 살았던 그는 이제 어디에도 빌붙어 살 수 없을 것 같단 불안감을 남기면서 말입니다. 속을 다 게워내도 바뀌지 않는 세상을 향한 신랄하고 씁쓸한 풍자, 다른 분들은 이걸 보고 무슨 생각이 들지 궁금하네요.
한 줄 평 : 뒤집혀도 바뀌지 않는 추악한 세상을 향한 토악질의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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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스스로 화산에 걸어간 부부 이야기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불 속의 연인: 카티아와 모리스 크래프트를 위한 진혼곡
(The Fire Within: A Requiem for Katia and Maurice Krafft)
France, UK, Switzerland, US/2022/86min/베르너 헤어조크 감독 작품
프랑스 출신의 화산학자 부부 카티아 크래프트와 모리스 크래프트. 그들은 1991년 화산 폭발을 연구하러 방문한 일본에서 사망했다. 대피하라는 당국의 지침을 따르지 않고 폭발을 앞둔 산에 너무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망하기 전까지 부부는 세계 곳곳의 폭발 중인 화산을 찾아 200시간 분량의 영상을 남겼는데, 〈불 속의 연인〉은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이 부부에게 바치는 헌사를 담아 이를 편집한 영화다.
폭발 중인 화산재는 내부 온도가 500도 이상이고 시속 600킬로미터로 이동한다. 극도로 위험하다. 하지만 부부는 화산 폭발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매혹을 느낀다. “화산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카티아의 말에서 알 수 있듯 화산은 부부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화산에 대한 부부의 매혹은 곧 죽음에 대한 매혹이다. 웅장하고 경건한 음악과 함께 나오는 화산 폭발 장면은 극장이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부부가 촬영한 영상을 감상하는 관객에게 숭고함을 선사한다. 말을 잃게 하는 압도적 경관 앞에서 한없이 위축되고 겸손해지는 성찰적 감정인 숭고 말이다.
화산 폭발의 장엄한 이미지는 우리가 현실에서 애착을 느끼는 모든 것의 의미를 지극히 하찮게 만든다. 강렬한 죽음의 이미지를 대면하는 순간에야, 우리는 삶의 본질적 소탈함을 자각하고 모든 번잡스러운 욕망에서 초탈한다. 부부가 화산에 느끼는 순수한 매혹은 아마 여기서 생겨나는 것일 테다.
그러나 죽음에의 매혹은 생명에 대한 애착으로 재탄생한다. 부부는 화산 폭발을 그저 숭고한 스펙터클로만 다루지 않는다. 붉고 검은 용암과 하늘 높이 솟은 화산재를 향하던 부부의 카메라는 이내 재난의 현장으로 방향을 튼다. 수많은 사람과 동물의 삶 터전이 화산 앞에서 모두 회색빛으로 변했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과 자연에 존재하던 것은 잿빛 죽음 아래서 비로소 평등해진다. 화산재에 뒤덮여 헐떡이는 소와 천천히 감기는 새의 눈 그리고 또다시 이어가야만 하는 살아남은 자의 삶. 아이들은 화산재를 모아 빨대를 꽂고 바람을 불며 논다. 마치 그 화산재가 자기 삶의 터전을 초토화시켰다는 사실을 잊은 듯이 말이다. 부부의 관심이 학술 연구에서 인도주의적 관점으로 확장된 것은 필연이었다.
요컨대 부부는 화산 폭발에서 죽음과 삶을 동시에 봤다. 적어도 화산 폭발의 현장에서는 죽음과 삶이 대립하지 않는다. 모두를 일깨우는 둘 만의 현장. 〈불 속의 연인〉은 이 놀라운 확장의 계기를 선사한다.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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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감정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긴 영화! 스펜서!
다이애나 황태자비에 대한 영화 스펜서가 개봉했습니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재구성한 영화라기보다는 실제 그녀가 이혼 전 느꼈을 감정을 압축해서 담은 영화라고 할 수 있어요.
고독과 외로움이 영화 전반에 강하게 묻어나고 있죠.
그 외로움이 이렇게 제대로 표현된 건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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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링 허 백] 끝장리뷰 | 엄마와 딸 | 물, 원(Circle), 눈(eye), 칼 해석 | [톡 투 미]와 연결성 | 아쉬운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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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 허 백](2025)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상황정리, 엄마와 딸
Chapter 2 물, 원(circle), 눈(eye) 그리고 칼, 아쉬운 지점
00:00 톡투미 감독 신작
00:45 상황정리
01:47 엄마의 힘
04:32 상징들
06:48 아쉬운 지점
08:10 별점 및 한 줄 평
08:29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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