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11-21 09:59:34
11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11월 18일 ~ 11월 20일
11월 셋째 주도 잘 보내셨나요?
이번 주는 비 소식이 간간히 있으니 외출 시에는
우산을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11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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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
▶ 더욱 확장된 세계관을 선보인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1위를 차지했지만, 1편의 흥행
성적에 비해 아쉬운 성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의 절반도 되지 못한 관객을
동원했기에 1편과 비슷한 성적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주말 동안 (11월 18일 ~ 11월 20
일) 관객 수 37만 4,648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73만 1,098명을
돌파하였습니다.
2. <데시벨> (NEW)
▶ 압도적 스케일과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하는 <데시벨>은 1위를 차지한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와 4만 관객 수 차이를 보이며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주말 동안
(11월 18일 ~ 11월 20일) 관객 수 33만 6,31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48만 4,909명을 돌파하였습니다.
| 줄거리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으로 도심을 점거하려는 폭탄 설계자(이종석)와 그의
타깃이 된 전직 해군 부함장(김래원)이 벌이는 사운드 테러 액션 영화
3. <동감> (NEW)
▶ MZ세대 대표 배우들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은 <동감>은 청춘의 풋풋한 매력과 아련한
감성을 선사하며 관객들에게 설렘과 공감을 자극하며 호평을 받았다. 주말 동안 (11월 18일 ~
11월 20일) 관객 수 17만 7,459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30만 1,600명을
돌파하였습니다.
| 줄거리
1999년의 ‘용’과 2022년의 ‘무늬’가 우연히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소통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청춘 로맨스
▶씨네픽의 이번 주 127회 예측 이벤트는 11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씨네픽 유저 예측 결과
정답자 비율(%)
▶ 한 주 동안 많은 씨네픽 유저분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 주셨는데요.
11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에 대한 예측은 많은 분들이 예측에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반 이상이 넘는 71%를 보이며, 절대적 1위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128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 <폴: 600미터> (NEW)
▶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최초 고공 서바이벌로 전 세계에 흥행 신드롬을 일으키며, 해외 유력
매체의 극찬을 받은 <폴: 600미터>가 4위를 차지하였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스토리를 풀어낸
점과 반전의 반전을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주말 동안 (11월 18일 ~ 11월 20일) 관객 수 3만 8,202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만 7,014명을 돌파하였습니다.
| 줄거리
네려갈 길이 끊겨버린 600m TV 타워 위에서 두 명의 친구가 살아남기 위해 펼치는 사상
최초의 고공 서바이벌
5.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
▶ 개봉 6주차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며, 새로운 관객들이 계속해서 유입되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개봉 36일 만에 30만 관람객 돌파를 하며 박스오피스를
계속 지킬 것으로 보인다.
주말 동안 (11월 18일 ~ 11월 20일) 관객 수 2만 2,526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32만 8,107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Black Panther: Wakanda Forever>는 국내와 동일하게 개봉 2주차에도 역시 1위를
차지하였다. 2위부터는 신작이 등장하며 순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Lyle, Lyle,
Crocodile>과 <Smile>이 순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Black Panther: Wakanda Forever>는 주말 동안(11월 18일 ~ 11월 20일) 매출액은
67,300,000 (한화 약 908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총 누적 매출액은 287,992,647
달러 (한화 약 3,885억)를 달성하였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1.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 6,730만 달러 (누적 2억 8,799만 달러)
2. <더 메뉴> 900만 달러 (누적 900만 달러)
3. <더 초즌 시즌 3> 821만 달러 (누적 821만 달러)
4. <블랙 아담> 448만 달러 (누적 1억 5,696 달러)
5. <스마일> 320만 달러 (누적 6,155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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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11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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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전면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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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전쟁을 끝낼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
기회는 단 한번!
인류의 미래를 건 최후의 프로젝트가 가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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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 / 激突! ラクガキングダムと ほぼ四人の勇者, 2020
작년 현장실습이 끝나고, 극장에서 못 보던 영화들이 한 번에 몰아서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 영화들을 기대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영화는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이었습니다.
아무리, 전성기 시절만큼의 폼은 아니더라도 해왔던 것들이 있기에 차마 발길을 끊을 수는 없었고요.
그렇게 보게 된 <신혼여행 허리케인~ 사라진 아빠!>은 '사라진 제 짱구를 찾습니다!'라는 단말마와 같은 평가만을 남기게 되었습니다.그렇게 속았음에도 이번에 다시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다시, 극장에서 보게 된 이유는 이번 극장판이 기존 극장판과는 다르게 원작을 가져왔다는 점입니다.
물론, 최초는 아닙니다.
첫 번째부터 세 번째 극장판들은 원작이 있던 반면에 이후 극장판들은 오리지널 이야기를 가지고 만들었으니 일본 개봉 기준으로는 25년 만에 원작을 가지고 만든 극장판인 것이죠.
그러니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개봉하는 극장판으로 역시 기대를 품게 만들었는데, '과연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은 어땠는지?' - 감상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아이들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낙서로 에너지를 받는 '낙서 왕국'은 사라진 아이들의 낙서로 어느새 멸망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에 왕국은 기존 국왕에게 쿠데타를 일으키고, 공주는 자신의 부하에게 '미라클 크레용'을 건네며 '낙서 왕국'을 구해줄 용사를 찾을 것을 부탁하고 지상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에 낙점된 "짱구"는 먼저, '미라클 크레용'으로 자신을 도와줄 동료들을 그리는데...원작을 모르는데, 익숙하다?
1. 강도 높은 웃음을 어떻게 대체하나?
앞서 말했듯이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이를 눈치채고서 보는 관객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도 그럴 것이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저와 같은 성인 관객들이 보는 이유는 단, 하나 "얼마나 웃겨주는지?"일겁니다.
근데, 이 웃음의 기준이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전 극장판 <신혼여행 허리케인~ 사라진 아빠!>의 리뷰를 살펴보면, '"성기"가 노출되는 표면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헨더랜드의 대모험>에서 인형이 된 부모님을 향해 "아빠! 맘모스가 없어요.. 엄마! 가슴이 커졌어요!"는 대사가, <암흑 타마타마 대추적>은 구슬을 삼킨 짱아에게 짱구가 '하나만 더 삼키면, 남자가 된다'라는 대사, 그리고 <불고기 로드>에서는 유부남 상사를 좋아하는 여성의 상황'까지 이처럼 성인이 봐도 헉! 할 만큼이죠.이제는 'PG 등급'이니까!
그렇기에 한껏 순해진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의 '웃음을 어떻게 보고 받아들이냐?'에 해당 작품의 만족도를 달라질 겁니다.
물론, 해당 작품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은 그때만큼 높은 수위를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당연한 거지만...)
그럼에도, 해당 작품의 유머에 큰 불만이 없는 이유는 "낙서"라는 소재를 통해서, 어른과 아이을 대치하는 것도 있으나 이를 보여주는 캐릭터들의 매력이 다분한 작품입니다.2. 이걸 애들 보는 만화에서 보여줘도 되나요?
이번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국내에서 "국방장관"으로 나오는 캐릭터입니다.
어린아이들이 보기에는 "악당"으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지만, 저와 같은 성인들이 보기에는 그저 "악당"으로 바라볼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낙서로 에너지를 받는 '낙서 왕국'의 특성상 낙서를 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어른들이 곱게 보이지 않음과 동시에 손을 놓고 바라보는 국왕의 모습을 보자니 그가 "쿠데타"를 일으킨 동기는 확실하게 설득되었거든요.
이후 이야기에서 아이들을 어른들로부터 격리시켜, 재우지도 않고 낙서를 시키는 모습은 삐뚤어진 애국주의자의 모습과도 꽤 겹쳐 보였습니다.이렇게나 매력적인 캐릭터를...
마지막에는 "제발, 낙서를 해달라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애결하는 모습까지 악당을 떠나서 완벽한 캐릭터의 기승전결을 지는 유일한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도 "가짜 이슬이 누나"라든지 "부리부리 자에몽"과 같은 캐릭터들도 관객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들의 경우. 극에서 눈물을 담당하는 역할들로 특히, "부리부리 자에몽"는 "오마주"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돼지발굽>을 연상시키는 장면은 저와 같은 관객들에게는 때아닌 향수를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3. 나의 가장 보편적인 악당들
앞서 말했듯이 이번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은 원작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이에 아는 사람들은 있을지'가 걱정일 정도로 그 어느 극장판처럼 낯설겠지만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은 그 어떤 극장판보다 가장 익숙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에는 앞에서 언급한 "부리부리 자에몽"의 마지막 모습에 <돼지발굽>을 연상시켰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이외에도 낙서를 그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원숭이"들과 대결했던 <정글>을, 초반 왕국의 추격전 구도와 "판타지"적인 요소는 <헨더랜드>의 장면들이 떠오르니 여러분들도 그 어떤 극장판보다 가장 익숙한 작품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나요?어찌 보면, 가장 현실적인 작품?
익숙한 것도 있지만, 이번 극장판에서 악당으로 출연하는 "국방장관"의 동기에 납득한 것처럼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현실적인 모습입니다.
극 중 후반부에 "낙서 왕국"이 떨어져 마을에 위험이 닥치자 사람들이 "미라클 크레용이 어딨냐고!"면서, 다그치는 장면은 불안과 이기심을 엿볼 수 있었거든요.
분명히, "낙서 왕국"을 다시 끌어올릴 방법을 인지했음에도 도망치는 모습과 애결하는 악당은 모습은 이번 극장판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절대적인 악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악이라는 것을 그것도 아동만화에서 보여주었으니까요.4. 새로운 원동력이 되어줄까?
그렇기에 마지막 엔딩에서 "아동 만화"스러운 급하게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짓는 모습과 극 중 쿠데타를 일으킨 "국방장관"외의 다른 캐릭터들의 설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활용되지 않는 것도 아쉬움으로 적용됩니다.
그토록 흔했던 "오카마", 여장 남자들도 사라지고 성인들이 헉! 할 만큼의 유머도 사라진 이 마당에 올드팬들에게 오늘날의 극장판들은 분명히 실망스러운 점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로 큰 만족감을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성인 관객들에게는 다음을 혹은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이어나갈 새로운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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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의 개봉전략이 통했나?
디즈니랜드의 테마파크 '어드벤처 랜드'의 어트랙션 '정글 크루즈'를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 <정글 크루즈>가 지난 주 극장과 OTT 플랫폼 '디즈니+'에서 동시 공개된 이후 3일 동안 총 6,42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였습니다.
이러한 동시 공개는, 지난 7월 전 세계 극장과 자사 OTT 동시 공개를 택한 디즈니의 <블랙 위도우>의 전례를 따른 것인데요. 디즈니-마블의 히어로물 <블랙 위도우>에는 못 미치는 기록이지만, <정글 크루즈> 역시 주말 3일 동안 북미에서만 $34,200,000 를 벌어들이며,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영화 <정글 크루즈>는 놀이기구를 바탕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인데요. 다만,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극장’에서 큰 스케일을 체험하기보다는 집 소파에서 옹기종기 모여 감상하는 것을 택한 것 같습니다.
극장과 OTT 플랫폼 ‘디즈니+’에서 동시 공개된 <정글 크루즈>는, 주말 3일동안 4,310개의 극장에서 3,42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림과 동시에 $30달러의 프리미엄과 함께 공개된 디즈니+에서는 3,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였는데요. OTT 매출은 정확한 ‘관객 수’ 추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극장보다 집 관람을 택한 관객이 많은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봉 전, 북미 관계사들이 <정글 크루즈>의 오프닝 스코어를 2,500만 달러 정도로 예측했던 것보다는 높은 수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정글 크루즈>의 오프닝 스코어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데요. 전 세계 47개국에서 개봉주 2,763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OTT 매출을 포함하여 총 수익 9,200만 달러를 기록하였음에도, 5억 달러에 달하는 ‘손익분기점’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기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글 크루즈>가 장기 레이스를 펼치기에는, 이미 OTT에 공개되었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 될 것 같은데요. 같은 루트를 탄 <블랙 위도우>가 개봉 4주차를 맞은 현재, 개봉 주말 3일동안 벌어들인 8,000만 달러의 2배인 1억 6,700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글 크루즈>가 제작비 그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측됩니다.
다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회복을 기다리는 극장 하에서의 매출이라는 점에서 <정글 크루즈>의 흥행 역시 매우 의미있는 기록인데요. 최근 <블랙 위도우>의 히로인 ‘스칼렛 요한슨’이 디즈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데에 이어, <크루엘라>의 ‘엠마 스톤’과 <정글 크루즈>의 ‘에밀리 블런트’ 역시 같은 내용으로 소송에 대해 논의 중인 것이 향후 디즈니를 비롯한 대형 제작사들의 극장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또한 귀추가 주목됩니다.
<정글 크루즈> 이후의 디즈니 영화는 극장에서 선공개될 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현재 델타 변이의 확산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디즈니가 어떤 전략을 택할지는 예측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만, 산업 전반이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도 디즈니가 <정글 크루즈>의 <캐러비안의 해적>과 같은 프랜차이즈화를 발표한 만큼, 결국 영화는 어떤 방식으로든 제자리를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극장 회복을 위해 힘쓰고 있는
많은 작품들을 위해,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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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생물을 만나 얻은 삶의 동력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은 한 사람에게 큰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그 상실감은 슬픔과 분노, 외로움 같은 다양한 감정들로 변형되어 퍼진다. 그런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며 삶을 살아내야 할 목적을 찾아 헤맨다. 대부분은 그런 의지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죽음을 택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은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살고자 하는 욕구를 조금씩 느끼게 된다. 그것이 바로 상실감 속에 숨겨진 삶의 의지이고 그것을 꺼내게 되는 계기는 바로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로부터 나온다.
상실감이라는 감정의 파고는 언젠가 잦아들지만, 그런 일련의 과정을 겪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그 시간에 누군가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기도 하고, 때론 모르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며 나의 감정을 이해받기도 한다. 상실감이 극에 달한 그 상황에서 결국 위로받는 건 주변에 다가오는 존재들로부터 온다. 그것이 바로 삶의 의지를 꺼내는 계기가 된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기생수 더 그레이>는 괴수 장르 혹은 외계인 크리쳐 장르에 속한다. 일본 원작 만화의 세계관을 따르고 있는 이 시리즈는 한국의 수인(전소니)이 중심인물이다. 여기에 건달 강우(구교환), 특수수사팀 그레이의 팀장 준경(이정현)이 등장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이 세 인물의 공통점은 모두 상실감 속에 있다는 것이다. 세 인물 모두 상실감을 느끼고 있지만 그것이 연결되어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은 무척 다르다.
첫 번째 감정 - 수인의 외로움
수인은 부모를 모두 잃었다. 어린 시절 직접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할 정도로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성장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집을 떠나 다른 가정을 꾸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어머니를 몰래 찾아가 봤지만, 어머니는 5만 원 몇 개를 쥐어주고는 절대 다시 오면 안 된다는 말을 건넬 뿐이었다. 그러니까 수인은 부모에게 완전히 버림받은 존재다. 한 명은 육체적으로 수인에게 폭력을 가했고, 다른 한 명은 정신적으로 수인에게 폭력을 가했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상실감 속에서도 그녀가 버틸 수 있었던 건, 형사 철민(권해효) 덕분이다. 철민은 무심한듯하지만 세심하게 수인이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도움을 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인은 상실감이 만들어낸 외로움 속에서 평생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어딜 가도 안 좋은 일만 생기는 듯한 그녀에게 우연하게 들어온 기생생물은 그녀의 뇌를 다 먹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지킬과 하이드처럼 수인의 몸속에서 다른 인격의 존재가 된다. 철저하게 외롭게 살아가야 할 수인에게 어쩔 수 없이 같이 살아가야 할 존재가 생긴 것이다.
기생생물이 들어온 이후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저주 같아 보였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수인과 기생생물 하이디는 동화되어 간다. 각자의 상황을 이해하게 되고, 서로의 감정을 알게 된다. 이야기의 후반부로 갈수록 수인은 좀 더 큰 용기를 내어 과감한 행동을 하는데, 그런 수인의 변화는 평생 같이 함께 하게 된 하이디의 존재가 무척 큰 동기가 된다. 수인의 외로움이 점점 약해지고 그녀의 주변에 그를 돕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길수록, 수인의 삶의 의지는 조금씩 커져간다. 그리고 수인이 가지고 있던 외로움과 상실감도 그녀가 가지게 된 삶의 의지를 꺾지 못한다.
두 번째 감정 - 강우의 슬픔
사실 강우와 슬픔이라는 감정은 잘 어울리는 감정은 아니다. 그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이야기 내내 그는 무척 가벼워 보이고 철없는 인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일을 즉흥적으로 결정하거나, 대충 마무리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그는 도통 중요한 인물처럼 보이지 않는다. 감독이 이 인물을 넣은 이유는 아마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회사원 같은 모범생 타입의 인물은 아니지만, 조금 철없지만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기생생물에 감염된 누나에게 이상함을 느끼고 실종된 여동생을 찾으려 애쓴다. 그 과정에서 그는 어떤 상황을 맞이하고 큰 슬픔을 느낀다. 실제로 극 중에서 그는 꽤 많은 눈물을 흘리는데 그건 그의 주변에 그를 이해할 사람이 없어졌다는 의미이고, 실제로 이야기 속에서 그의 주변에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인물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간다. 그래서 겉으로는 무척이나 밝고 별 걱정 없어 보이는 강우지만, 그의 내면에 박혀있는 상실감은 더욱더 커져간다.
그렇게 그는 자신이 무너지기 직전에 수인과 하이디를 만난다. 전혀 연결점이 없을 것 같은 세 존재가 만나게 되면서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상실감의 무게를 조금씩 나누어 가진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완전히 잡아먹은 기생생물들을 퇴치하고자 하는 공통 목표를 가지게 된 그들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된다. 결국 강우의 슬픔은 두 존재와 나누면서 이겨낼 수 있는 감정이 되고, 강우에게도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의지가 만들어진다.
세 번째 감정 - 준경의 분노
준경은 <기생수 더 그레이> 안에서 가장 이성적으로 보이는 인물이다. 프로파일러 출신 경찰인 그녀는 약간 상대방에게 비아냥대는듯한 말투를 가지고 있지만, 기생생물을 찾아내고 처치하는 작전 수행능력은 무척 뛰어나다. 프로파일러가 가진 특유의 감은 그가 좀 더 옳은 판단을 할 수 있게 돕는다. 그녀는 기생생물을 잘 이용할 줄 알지만, 과도하게 기생생물 퇴치에 목을 매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준경을 움직이는 힘은 바로 그녀가 가진 분노다. 그녀는 기생생물 등장 이후, 그것에 감염되어 버린 남편을 잃었다. 바로 눈앞에서 기생생물에 전염된 남편은 준경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죽이려고 시도하고 실제로 많은 사람을 죽인다. 비록 준경은 가까스로 자신의 목숨을 지켰지만, 손이 잘리고 심한 부상을 입었다.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은 그 상황은 그녀를 슬픔에 가두기보다는 분노를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야기 내내 그는 무척 차가 워 보이고 기생수 퇴치가 전부인듯한 말을 내뱉는다.
그녀의 앞에 나타난 세 존재, 수인과 하이디 그리고 강우는 준경에게 그렇게 중요한 존재로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그들, 그리고 그들이 제시하는 여러 가지 정황들을 보면서 서서히 변해가기 시작한다.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는 마음, 그 마음은 수인과 강우도 똑같이 경험한 감정이며, 기생생물인 하이디도 동일하게 느낀 감정이다. 그러니까 이들은 갑작스럽게 상실감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에 놓은 존재들이고, 우연히 만나 상실감으로부터 발현된 외로움과 슬픔 그리고 분노를 느끼게 된 존재들이다. 이들이 만나 세상에 흩어져버린 기생생물들과 벌이는 대결은 감정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며 끝까지 집중하게 만든다.
연상호 감독은 <기생수 더 그레이>를 짧은 호흡으로 구성했다. 총 6회로 구성되어 있는 이 시리즈는 다른 시리즈보다 짧은 호흡으로 전개되면서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본론으로 진입한다. 또한 각 인물들의 감정을 단순하게 표현하면서 좀 더 직관적으로 그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들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들은 꽤나 흥미롭다.
이 시리즈는 수인의 이야기다. 기생생물 하이디와 공생하게 된 수인은 끔찍하게만 느껴졌던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큰 용기를 내어 기생생물들과 대결을 벌인다. 비록 그녀의 가족은 그녀를 버렸지만, 수인은 혼자가 아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상실감과 외로움으로 시작하지만, 모두가 함께인 따뜻함으로 마무리된다. 무엇보다 시리즈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비밀스런 새로운 인물은 원작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더욱 반길 것이다. 그는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영화의 스틸컷은 [왓챠]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https://youtube.com/shorts/HRDUH5A0Jbs?si=cIaXY3LwMKKkD36N
https://www.notion.so/Rabbitgumi-s-links-abbcc49e7c484d2aa727b6f4ccdb9e03?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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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종착지는 불행이 아니야
정해진 대로 사는 것이 과연 정말 ‘나’의 행복에 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네스트는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꿈인 음악가로 살기 위해 좋은 직업을 가진 부모와 집안을 뒤로한 채 고향인 샤라비를 떠난 것이다. 망가진 바이올린을 고치기 위해 다시 돌아간 샤라비는 여전히 법을 정확하게 지키며 어네스트로 인해 음악이 금지되어 오로지 ‘도’만 소리 낼 수 있는 곳으로 변해 있다. 음악이 금지된 이유 역시 쉬이 납득할 수 없는데, 판사가 되기로 했던 어네스트가 도망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샤라비에 거주하는 모든 곰들의 멜로디를 앗아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이라는 이유로 체제에 순응하는 곰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미파솔과 음악 부흥회는 사라진 멜로디를 되찾기 위해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음악회를 통해 음악을 간직하고 있다. 법을 어기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법이, 현실이 잘못되었다고 계속해서 알리는 역할을 한다. 셀레스틴은 이러한 샤라비의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계속해서 어네스트의 바이올린을 고치고, 음악을 되찾아 주기 위해 노력한다. 미파솔 다음으로 샤라비에 균열을 가하는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판사라는 직업은 이미 좋다고 평가된 대상이다. 어네스트의 아버지 역시 그렇게 믿어왔기에 어네스트에게 계속해서 판사라는 직업을 강요한다. 자신 역시 음악을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샤라비에 거주하는 모든 곰들은 자신의 미래의 직업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오로지 법에 따라 직업이 ‘결정되는’ 것인데 이것이 과연 행복에 가까워지는 길이라고 할 수 있을까. 행복은 나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정해진 대본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가는 것은 곧 자신을 잃어가는 것인데도 말이다.
모든 직업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사회가 정한 ‘좋은 직업’에서 이탈하면 불행해질 것이라는 위협을 받는다. 이러한 방식으로 어네스트 역시 판사라는 직업에서 이탈했기에 어네스트가 사랑하는 음악이 금지되어 모두가 불행해졌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마치 그 결과를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우리가 그런 결과를 피하도록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한 자리에 머무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나아가기 위해 현실을 거부하고 불합리한 체제에 불응하는 이러한 선회를 해야 하지 않을까.
어른들의 편협한 행복 대본에 아이들을 가두고 있었던 것이다. 대본의 약속에서 벗어났기에 어네스트는 셀레스틴이라는 소중한 우정도 만날 수 있었다. 셀레스틴과 어네스트는 서로가 원하는 행복에 가까워지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어네스트는 셀레스틴에게 가족을 만들어 줬으며, 셀레스틴은 어네스트가 사랑하는 음악을 다시 되찾아 주었다. 이렇듯 사회가 정해 둔 약속에서 벗어나는 경험은 늘 우리를 어딘가로, 어쩌면 더 넓은 세상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내가 원하던 행복에 가까워지는 길인 것이다. 누군가가 정해 준 목표를 현실로 만드는 것이 아닌, 자신의 목표를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음표라는 취향을 찾다 보면 결국 멜로디라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 틀림없기에.
<해당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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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위스터스 | 미국의 희망을 품은 재난 영화의 정석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대학 시절 토네이도를 소멸시키는 기술을 실험하다가 애인과 친구가 사망하는 사고를 초래한 ‘케이트’(데이지 에드가-존스).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한 그녀는 기상청 직원이 되어 뉴욕으로 떠난다.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난 옛 친구 ‘하비’(안소니 라모스). 그는 군용 장비를 활용하면 토네이도를 3차원으로 분석할 수 있고, 예측 방법과 위험 경보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면서 연구팀 합류를 제안한다.
고민 끝에 고향인 오클라호마로 돌아가 하비의 팀 '스톰 파'에 합류한 케이트. 오랜만에 토네이도를 직접 쫓던 중 그녀는 '토네이도 카우보이'라 불리는 인플루언서 ‘타일러’(글렌 파월)를 만난다. 무모할 정도로 토네이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타일러와 매사 부딪히는 케이트. 그러나 케이트는 타일러의 전문성과 열정을 확인한 후 점차 그와 친분을 쌓기 시작하고, 그렇게 그들은 토네이도를 소멸시킬 기술을 다시 연구하기 시작한다.
지극히 미국스러운 재난 블록버스터
정이삭 감독을 스타덤에 올린 <미나리>. 이 작품은 일견 한국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연 배우는 한국인 혹은 한국계였고, 대사도 한국어가 영어보다 더 많았다. 제목인 '미나리'를 필두로 한 소품 등도 한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그렇지만 <미나리>는 의문의 여지없는 미국 영화다. 미국 영화사 Plan B에서 제작했고, 정이삭 감독도 미국인이며, 촬영지도 미국 오클라호마 털사였다.
작품 내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외견상 한국적 요소가 아무리 많아도 <미나리>의 정서는 철저히 미국의 것이었다. 나라 자체가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 이민자 이야기는 보편성을 지닐 수밖에 없으니까. 아무리 한국적인 장치가 많아도 이민자가 겪는 어려움과 고향에 대한 향수는 미국인 특유의 정서인 셈이다. <미나리>가 감독 본인 경험에 기반했음을 고려하면 (당연하지만) 정이삭 감독 또한 미국적인 작가라고 볼 수도 있다.
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재난 영화 <트위스터스>도 마찬가지다. <트위스터> 이후 28년 만의 속편인 <트위스터스>는 철저히 미국적인 정서로 무장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오락 영화의 기본에 충실한 쾌감을 선사하는 <트위스터스>는 의외로 <마냥 식상하지 않다. 세밀한 연출과 영리한 상황 설정을 통해 가장 미국적인 이야기로 미국의 현재를 꼬집는 스토리텔링이 나름대로 깊이 있는 맛을 내기 때문이다.
프런티어 정신과 청교도주의
미국인의 정서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프런티어 정신'이다. 미국인들은 언제나 개척하는 사람들이었다. 고향을 떠나 새로운 대륙에 정착했고, 나라를 세운 후에는 서부로 나아갔다. 미국인의 팽창주의는 북아메리카 대륙에 한정되지 않았다. 북미를 넘어서서 전 세계로 뻗어 나갔고, 심지어 우주에도 성조기를 꽂았다.
그 과정이 꽃길만은 아니었다. 서부 개척에 나선 이들은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웠지만, 누구한테도 의지할 수 없었다. 창의적이면서 개인주의적인 미국인의 전형은 프런티어 정신을 체화한 결과물인 셈이다. 또 개척 과정에서는 전통, 관습, 혈통이 아니라 오로지 개인의 능력만이 중시됐다. 자연히 프런티어 정신은 모든 개개인이 평등하다는 민국 민주주의의 이상을 뒷받침할 수밖에 없었다.
흥미롭게도 이 프런티어 정신을 뒷받침하는 정신적 기둥은 또 따로 있다. 바로 청교도주의다. 청교도는 본래 17세기 잉글랜드에서 시작된 개신교 분파로, 북미 대륙으로 건너온 영국인들이 대부분 청교도 신자였다. 자유의지를 강조한 이들은 성경 중심의 개인적 신앙을 추구하며 개인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엄격하게 물었다.
또 자유의지를 바탕으로 창의력을 발휘해 현실에서 성공하는 것이 신이 부여한 인간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믿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면과 인내를 강조하는 도덕적 정신과 실용적 규범을 필요로 했다. 즉, 새로운 개척지를 찾아내고, 정복하고, 발전하려는 프런티어 정신이 뿌리내리기에 청교도주의의 철학은 완벽한 토양이었다.
미국스러운 도전과 사랑
<트위스터스> 속 주인공은 이 특유의 정서를 온몸으로 뿜어낸다. 케이트와 타일러, 그리고 하비까지. 그들은 모두 프런티어 정신으로 가득하다. 일견 무모해 보이는 모험과 도전에 온몸을 내던지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의 서부는 토네이도다. 수단은 다르지만 각자의 방법으로 토네이도에게 도전장을 던지면서 자연을 길들이려고 한다.
타일러는 토네이도 속으로 돌진해서 불꽃놀이를 하며 토네이도 자체를 즐긴다. 하비는 조금 더 생산적인 시도를 한다. 3차원으로 토네이도를 스캔해 토네이도 예측 경보 시스템의 정확도를 높이려고 한다. 케이트는 가장 무모하다. 그녀는 아예 토네이도 자체를 소멸시킬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한다. 이처럼 토네이도 속으로 돌진하는 모습은 미지의 땅이었던 서부로 나아가던 과거 미국인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와 동시에 이들은 철저한 청교도주의자다. 케이트는 자기 욕심 때문에 애인과 친구들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죄책감에 빠져 있다. 그토록 좋아한 토네이도에 접근하는 것조차 두려워할 정도로. 하지만 그녀는 기어코 자기 힘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한다. 타일러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과거에 포기했던 연구를 다시 시작해서 토네이도를 없앨 방법을 자기 힘으로 찾아낸다. 지극히 미국인다운 성장 서사라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트위스터스>는 할리우드 영화답게 미국스러움을 표현한다. 프런티어 정신을 로맨스와 오버랩한다. 케이트와 타일러가 토네이도라는 관심사와 토네이도를 길들이겠다는 욕심이라는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호감을 키워 나가는 식이다. 둘 사이의 기류를 대놓고 보여주지 않아서 더 인상적이다. 중심에 두지는 않되, 마지막까지 동료와 연인 사이에서 줄을 탄다. 이러한 완급조절 덕분에 영화는 뻔하지만, 세련되게 느껴진다.
위기의 미국에 건네는 희망
그렇다고 <트위스터스>를 프로파간다로만 볼 수는 없다. 미국 사회의 위기를 지적하고, 미국인답게 문제를 돌파하려고 노력하기 때문. 하비가 대표적이다. 그는 연구비를 받기 위해 한 기업가의 손을 잡는다. 하비는 토네이도 경로를 빠르게 예측해 알려주고, 그의 파트너는 토네이도 피해지역에서 피해자들의 집과 땅을 헐값에 사들인다. 이는 자본의 영역이 아니었던 사회적 공간까지 자본화되는 세태를 지적하는 장치라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하비의 연구를 위한 필요악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트위스터스>는 타일러를 내세워 다른 가능성을 모색한다. 토네이도를 향해 돌진하는 그는 얼핏 보기에 조회수에만 혈안인 유투버다. 수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한다는 점은 하비의 파트너와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가 유튜브를 하는 이유가 밝혀지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그와 그의 팀은 토네이도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서 유튜버 활동을 했기 때문.
타일러의 선행은 자기 계발을 중시하면서도 험지를 같이 살아가는 공동체를 향한 사랑과 자비 역시 강조한 청교도주의의 발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케이트가 타일러에게 감화되는 플롯 역시 의미심장하다. 토네이도에 겁을 먹고 뉴욕으로 도망쳤던 케이트. 그녀는 하비의 권유로 고향인 오클라호마에 되돌아왔지만, 타일러를 만나고 그의 열정과 선행을 지켜보며 본래 자기 모습을 되찾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케이트의 변심은 고도로 자본주의화된 미국 사회가 본래의 정신과 이상을 되찾기를 바라는 희망이 깃든 비유처럼도 보인다. 영화의 배경이 하필이면 서부 그 자체인 오클라호마이기에 더욱 그렇다. 따라서 <트위스터스> 속 토네이도는 자연재해 그 이상의 의미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토네이도는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이상기후 현상이자 그와 동시에 미국 사회의 현실과 위기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한 셈이다.
경계를 넘나드는 오락
마지막으로 <트위스터스>는 재난 영화의 정석을 충실히 따르며 메시지와 함의에 힘을 더한다. 재난 영화의 본질은 관객이 안전한 상태에서 재난을 스펙터클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롯한다. 다만 이는 한계이기도 하다. 관객이 재난과 유리된 이상, 아무리 크고 급박한 상황을 조성해도 기준선 이상의 쾌감을 자극할 수가 없다. 나날이 CG가 발달하고 스케일이 커져도 재난 영화의 재미가 비례해서 커지지는 않는 이유다.
<트위스터스>는 재난 상황을 세밀하게 설정해 본연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우선 토네이도의 위험성을 관객에게 명확히 각인시킨다. 시작하자마자 케이트의 애인과 친구 둘은 토네이도 때문에 죽는다. 재난 영화의 클리셰지만, 빠른 타이밍에 충격을 극대화한다. 그 후로는 양가적 감정을 차곡차곡 쌓는다. 타일러가 불꽃놀이를 할 때 토네이도는 스펙터클이지만, 로데오 경기장에서 토네이도는 감히 예측할 수 없는 재앙이다.
양가적 감정은 클라이맥스인 극장 시퀀스에서 폭발한다. 거대한 토네이도를 피해 극장으로 대피한 주인공들. 그들은 극장 의자를 붙든 채로 토네이도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토네이도 때문에 벽이 갈라지고, 지붕이 날아가고, 스크린마저 뜯겨 나가자 그들은 스크린이 있어야 할 공간을 차지한 토네이도를 바라보기만 해야 한다. 그간 케이트가 연구한 기술이 토네이도를 소멸시킬 수 있기를 꼼짝없이 기다릴 뿐이다.
이 시퀀스는 관객에게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주인공들이 스크린을 대신한 토네이도를 보며 공포에 떨 때, 관객은 마치 본인이 주인공의 상황에 처한 것 같은 착각을 하기 쉽다. 주인공의 상황과 관객의 위치가 절묘하게 겹치기 때문. 재난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다는 전제와 경계선을 무너뜨리는 상황을 설정해 재난 영화로서의 쾌감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트위스터스>가 유달리 특수관과 궁합이 맞는 이유도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처럼 관객이 토네이도의 위력을 체감할 수 있기에 <트위스터스>의 메시지는 그 어떤 블록버스터 영화보다도 더욱 실감 나게 전해진다. 자본주의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은 사회 영역이 없는 가운데, 미국적인 품성을 회복할 때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그렇기에 <트위스터스>를 단순한 재난 영화나 오락 영화로만 치부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물론 재난 영화의 정석에 충실한 한계는 명확하다. 작품의 메시지가 근본적이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도 가능하고, 블록버스터이다 보니 소재나 주제를 수박 겉핥기로 다룬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약 30년 만에 돌아온 속편이 북미에서만 2억 달러가 넘는 흥행을 기록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이것이 미국이고, 할리우드라고 온몸으로 소리치는 토네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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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둘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이제야 쌀쌀해지기 시작한 가을이지만, 극장가에는 조금 이른 크리스마스 영화가 도착했습니다.
드웨인 존슨, 크리스 에반, 루시 리우 등 할리우드 총출동한 영화 <레드 원>이 그 주인공입니다. 산타클로스가 납치되어 크리스마스가 없어질 위기에 처해 이를 막기 위한 히어로들이 뭉친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 단위로 유쾌하게 즐기기 좋은 팝콘 무비로 예상됩니다.
국내 영화로는 홍경, 노윤서 등 청춘스타들을 앞세운 멜로영화 <청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동명의 대만 영화를 리메이크한 <청설> 역시 로맨스 영화를 기다려왔던 관객들에게 선물 같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요.
제77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션 베이커의 <아노라>와 봉준호, 박찬욱 감독이 열렬한 애정을 보내기도 했던 이마무라 쇼헤이의 <복수는 나의 것>도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11월을 맞아 풍성한 극장가가 준비된 만큼 많은 관객들이 찾아와주기를!
레드 원
RED ONE
개요: 액션 | 미국 | 123분
감독: 제이크 캐스단
주연: 드웨인 존슨, 크리스 에반스, 루시 리우, J.K. 시몬스
개봉: 2024.11.06.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줄거리
크리스마스 D-1, 철통같은 보안을 뚫고 코드명 '레드 원' 산타클로스가 납치되고 크리스마스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레드 원'을 찾기 위해 사령관 '칼럼 드리프트'(드웨인 존슨)는 산타클로스 따위는 없다고 믿는 현상금 사냥꾼 '잭 오말리'(크리스 에반스)와 협력하기로 한다. 시작부터 삐그덕 거리는 이들 앞에 크리스마스의 존재를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적들이 나타나는데… 크리스마스를 구하기 위한 액션 히어로들의 대환장 사투가 시작된다!
청설
Hear Me : Our Summer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09분
감독: 조선호
주연: 홍경, 노윤서, 김민주
개봉: 2024.11.06.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줄거리
손으로 설렘을 말하고 가슴으로 사랑을 느끼는, 청량한 설렘의 순간. 대학생활은 끝났지만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어 고민하던 ‘용준’(홍경). 엄마의 등쌀에 떠밀려 억지로 도시락 배달 알바를 간 ‘용준’은 완벽한 이상형 ‘여름’(노윤서)과 마주친다. 부끄러움은 뒷전, 첫눈에 반한 ‘여름’에게 ‘용준’은 서툴지만 솔직하게 다가가고 여름의 동생 ‘가을’(김민주)은 용준의 용기를 응원한다. 손으로 말하는 ‘여름’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더 잘 듣기보단 더 잘 보고 느끼려 노력하지만, 마침내 가까워졌다 생각하던 찰나 ‘여름’은 왜인지 자꾸 ‘용준’과 멀어지려 하는데…
아노라
Anora
개요: 드라마 | 미국 | 139분
감독: 션 베이커
주연: 미키 매디슨, 마크 아이델슈테인, 유리 보리소프
개봉: 2024.11.06.
배급: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결코 이 사랑을 놓지 않을 것. 뉴욕의 스트리퍼 ‘아노라’는 자신의 바를 찾은 철부지 러시아 재벌2세 ‘이반’을 만나게 되고 충동적인 사랑을 믿고 허황된 신분 상승을 꿈꾸며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그러나 신데렐라 스토리를 꿈꿨던 것도 잠시,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반’의 부모님이 아들의 결혼 사실을 알게 되자 길길이 날뛰며 미국에 있는 하수인 3인방에게 둘을 잡아 혼인무효소송을 진행할 것을 지시한다. 하수인 3인이 들이닥치자 부모님이 무서워 겁에 질린 남편 ‘이반’은 ‘아노라’를 버린 채 홀로 도망친다. ‘이반’을 찾아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싶은 ‘아노라’와 어떻게든 ‘이반’을 찾아 혼인무효소송을 시켜야만 하는 하수인 3인방의 대환장 발악이 시작된다.
복수는 나의 것
Vengeance Is Mine
개요: 범죄 | 일본 | 141분
감독: 이마무라 쇼헤이
주연: 오가타 켄, 오가와 마유미, 바이쇼 미츠코, 미쿠니 렌타로
개봉: 2024.11.06.
배급: (주)피터팬픽쳐스
줄거리
과거 두 명의 남자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돈을 훔친 적이 있는 ‘이와오’는 오랜 도주 끝에 경찰에 붙잡힌다. 구치소에 갇힌 그는 반성의 기색 없이 담담하게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자신을 쫓고 있는 경찰의 수사망을 따돌리기 위해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로 위장한 그는 이후 대학교수, 변호사 등으로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살인과 절도 등의 잔혹한 범죄를 대범하게 저지르며 도피생활을 이어가지만 사상 최대 인원의 경찰이 투입되었음에도 그를 체포하는데 실패한다. 그러던 중 이와오는 ‘하마마츠’의 하숙집에 머무르게 되고 어느새 그는 하숙집 여자주인의 정부가 되어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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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야노 고라는 강렬함 / 무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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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den Project - Crazy In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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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 리뷰] 그 누구도 아닌 우리의 이야기, 인간관계에 대한 따뜻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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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들 리뷰입니다. 윤가은 감독의 팬으로서 8월 22일 개봉예정인 [우리집]의 개봉 소식을 알리고자 감독의 데뷔작 리뷰&소개영상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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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2차 예고편
IMAX로 펼쳐질 압도적인 스케일 #드래곤길들이기 6월 진짜 모험이 시작된다! #6월대개봉 #드림웍스 #메이슨테임즈 #제라드버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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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큐페이션 2 레인폴> 메인 예고편
드디어 전면전이 시작된다!
외계의 침공으로 지구가 점령된 지 2년
살아남은 저항군들은 반격을 준비한다.
한편, 평화를 원하는 동맹군들로 인해
외계 세력 내부의 분열이 일어나고
전쟁의 종식을 위해 손을 잡은 인류와 외계 동맹군은
거대한 전쟁을 끝낼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
기회는 단 한번!
인류의 미래를 건 최후의 프로젝트가 가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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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 / 激突! ラクガキングダムと ほぼ四人の勇者, 2020
작년 현장실습이 끝나고, 극장에서 못 보던 영화들이 한 번에 몰아서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 영화들을 기대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영화는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이었습니다.
아무리, 전성기 시절만큼의 폼은 아니더라도 해왔던 것들이 있기에 차마 발길을 끊을 수는 없었고요.
그렇게 보게 된 <신혼여행 허리케인~ 사라진 아빠!>은 '사라진 제 짱구를 찾습니다!'라는 단말마와 같은 평가만을 남기게 되었습니다.그렇게 속았음에도 이번에 다시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다시, 극장에서 보게 된 이유는 이번 극장판이 기존 극장판과는 다르게 원작을 가져왔다는 점입니다.
물론, 최초는 아닙니다.
첫 번째부터 세 번째 극장판들은 원작이 있던 반면에 이후 극장판들은 오리지널 이야기를 가지고 만들었으니 일본 개봉 기준으로는 25년 만에 원작을 가지고 만든 극장판인 것이죠.
그러니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개봉하는 극장판으로 역시 기대를 품게 만들었는데, '과연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은 어땠는지?' - 감상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아이들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낙서로 에너지를 받는 '낙서 왕국'은 사라진 아이들의 낙서로 어느새 멸망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에 왕국은 기존 국왕에게 쿠데타를 일으키고, 공주는 자신의 부하에게 '미라클 크레용'을 건네며 '낙서 왕국'을 구해줄 용사를 찾을 것을 부탁하고 지상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에 낙점된 "짱구"는 먼저, '미라클 크레용'으로 자신을 도와줄 동료들을 그리는데...원작을 모르는데, 익숙하다?
1. 강도 높은 웃음을 어떻게 대체하나?
앞서 말했듯이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이를 눈치채고서 보는 관객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도 그럴 것이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저와 같은 성인 관객들이 보는 이유는 단, 하나 "얼마나 웃겨주는지?"일겁니다.
근데, 이 웃음의 기준이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전 극장판 <신혼여행 허리케인~ 사라진 아빠!>의 리뷰를 살펴보면, '"성기"가 노출되는 표면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헨더랜드의 대모험>에서 인형이 된 부모님을 향해 "아빠! 맘모스가 없어요.. 엄마! 가슴이 커졌어요!"는 대사가, <암흑 타마타마 대추적>은 구슬을 삼킨 짱아에게 짱구가 '하나만 더 삼키면, 남자가 된다'라는 대사, 그리고 <불고기 로드>에서는 유부남 상사를 좋아하는 여성의 상황'까지 이처럼 성인이 봐도 헉! 할 만큼이죠.이제는 'PG 등급'이니까!
그렇기에 한껏 순해진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의 '웃음을 어떻게 보고 받아들이냐?'에 해당 작품의 만족도를 달라질 겁니다.
물론, 해당 작품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은 그때만큼 높은 수위를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당연한 거지만...)
그럼에도, 해당 작품의 유머에 큰 불만이 없는 이유는 "낙서"라는 소재를 통해서, 어른과 아이을 대치하는 것도 있으나 이를 보여주는 캐릭터들의 매력이 다분한 작품입니다.2. 이걸 애들 보는 만화에서 보여줘도 되나요?
이번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국내에서 "국방장관"으로 나오는 캐릭터입니다.
어린아이들이 보기에는 "악당"으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지만, 저와 같은 성인들이 보기에는 그저 "악당"으로 바라볼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낙서로 에너지를 받는 '낙서 왕국'의 특성상 낙서를 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어른들이 곱게 보이지 않음과 동시에 손을 놓고 바라보는 국왕의 모습을 보자니 그가 "쿠데타"를 일으킨 동기는 확실하게 설득되었거든요.
이후 이야기에서 아이들을 어른들로부터 격리시켜, 재우지도 않고 낙서를 시키는 모습은 삐뚤어진 애국주의자의 모습과도 꽤 겹쳐 보였습니다.이렇게나 매력적인 캐릭터를...
마지막에는 "제발, 낙서를 해달라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애결하는 모습까지 악당을 떠나서 완벽한 캐릭터의 기승전결을 지는 유일한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도 "가짜 이슬이 누나"라든지 "부리부리 자에몽"과 같은 캐릭터들도 관객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들의 경우. 극에서 눈물을 담당하는 역할들로 특히, "부리부리 자에몽"는 "오마주"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돼지발굽>을 연상시키는 장면은 저와 같은 관객들에게는 때아닌 향수를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3. 나의 가장 보편적인 악당들
앞서 말했듯이 이번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은 원작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이에 아는 사람들은 있을지'가 걱정일 정도로 그 어느 극장판처럼 낯설겠지만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은 그 어떤 극장판보다 가장 익숙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에는 앞에서 언급한 "부리부리 자에몽"의 마지막 모습에 <돼지발굽>을 연상시켰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이외에도 낙서를 그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원숭이"들과 대결했던 <정글>을, 초반 왕국의 추격전 구도와 "판타지"적인 요소는 <헨더랜드>의 장면들이 떠오르니 여러분들도 그 어떤 극장판보다 가장 익숙한 작품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나요?어찌 보면, 가장 현실적인 작품?
익숙한 것도 있지만, 이번 극장판에서 악당으로 출연하는 "국방장관"의 동기에 납득한 것처럼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현실적인 모습입니다.
극 중 후반부에 "낙서 왕국"이 떨어져 마을에 위험이 닥치자 사람들이 "미라클 크레용이 어딨냐고!"면서, 다그치는 장면은 불안과 이기심을 엿볼 수 있었거든요.
분명히, "낙서 왕국"을 다시 끌어올릴 방법을 인지했음에도 도망치는 모습과 애결하는 악당은 모습은 이번 극장판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절대적인 악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악이라는 것을 그것도 아동만화에서 보여주었으니까요.4. 새로운 원동력이 되어줄까?
그렇기에 마지막 엔딩에서 "아동 만화"스러운 급하게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짓는 모습과 극 중 쿠데타를 일으킨 "국방장관"외의 다른 캐릭터들의 설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활용되지 않는 것도 아쉬움으로 적용됩니다.
그토록 흔했던 "오카마", 여장 남자들도 사라지고 성인들이 헉! 할 만큼의 유머도 사라진 이 마당에 올드팬들에게 오늘날의 극장판들은 분명히 실망스러운 점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로 큰 만족감을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성인 관객들에게는 다음을 혹은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이어나갈 새로운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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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의 개봉전략이 통했나?
디즈니랜드의 테마파크 '어드벤처 랜드'의 어트랙션 '정글 크루즈'를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 <정글 크루즈>가 지난 주 극장과 OTT 플랫폼 '디즈니+'에서 동시 공개된 이후 3일 동안 총 6,42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였습니다.
이러한 동시 공개는, 지난 7월 전 세계 극장과 자사 OTT 동시 공개를 택한 디즈니의 <블랙 위도우>의 전례를 따른 것인데요. 디즈니-마블의 히어로물 <블랙 위도우>에는 못 미치는 기록이지만, <정글 크루즈> 역시 주말 3일 동안 북미에서만 $34,200,000 를 벌어들이며,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영화 <정글 크루즈>는 놀이기구를 바탕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인데요. 다만,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극장’에서 큰 스케일을 체험하기보다는 집 소파에서 옹기종기 모여 감상하는 것을 택한 것 같습니다.
극장과 OTT 플랫폼 ‘디즈니+’에서 동시 공개된 <정글 크루즈>는, 주말 3일동안 4,310개의 극장에서 3,42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림과 동시에 $30달러의 프리미엄과 함께 공개된 디즈니+에서는 3,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였는데요. OTT 매출은 정확한 ‘관객 수’ 추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극장보다 집 관람을 택한 관객이 많은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봉 전, 북미 관계사들이 <정글 크루즈>의 오프닝 스코어를 2,500만 달러 정도로 예측했던 것보다는 높은 수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정글 크루즈>의 오프닝 스코어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데요. 전 세계 47개국에서 개봉주 2,763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OTT 매출을 포함하여 총 수익 9,200만 달러를 기록하였음에도, 5억 달러에 달하는 ‘손익분기점’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기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글 크루즈>가 장기 레이스를 펼치기에는, 이미 OTT에 공개되었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 될 것 같은데요. 같은 루트를 탄 <블랙 위도우>가 개봉 4주차를 맞은 현재, 개봉 주말 3일동안 벌어들인 8,000만 달러의 2배인 1억 6,700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글 크루즈>가 제작비 그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측됩니다.
다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회복을 기다리는 극장 하에서의 매출이라는 점에서 <정글 크루즈>의 흥행 역시 매우 의미있는 기록인데요. 최근 <블랙 위도우>의 히로인 ‘스칼렛 요한슨’이 디즈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데에 이어, <크루엘라>의 ‘엠마 스톤’과 <정글 크루즈>의 ‘에밀리 블런트’ 역시 같은 내용으로 소송에 대해 논의 중인 것이 향후 디즈니를 비롯한 대형 제작사들의 극장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또한 귀추가 주목됩니다.
<정글 크루즈> 이후의 디즈니 영화는 극장에서 선공개될 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현재 델타 변이의 확산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디즈니가 어떤 전략을 택할지는 예측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만, 산업 전반이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도 디즈니가 <정글 크루즈>의 <캐러비안의 해적>과 같은 프랜차이즈화를 발표한 만큼, 결국 영화는 어떤 방식으로든 제자리를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극장 회복을 위해 힘쓰고 있는
많은 작품들을 위해,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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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생물을 만나 얻은 삶의 동력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은 한 사람에게 큰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그 상실감은 슬픔과 분노, 외로움 같은 다양한 감정들로 변형되어 퍼진다. 그런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며 삶을 살아내야 할 목적을 찾아 헤맨다. 대부분은 그런 의지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죽음을 택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은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살고자 하는 욕구를 조금씩 느끼게 된다. 그것이 바로 상실감 속에 숨겨진 삶의 의지이고 그것을 꺼내게 되는 계기는 바로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로부터 나온다.
상실감이라는 감정의 파고는 언젠가 잦아들지만, 그런 일련의 과정을 겪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그 시간에 누군가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기도 하고, 때론 모르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며 나의 감정을 이해받기도 한다. 상실감이 극에 달한 그 상황에서 결국 위로받는 건 주변에 다가오는 존재들로부터 온다. 그것이 바로 삶의 의지를 꺼내는 계기가 된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기생수 더 그레이>는 괴수 장르 혹은 외계인 크리쳐 장르에 속한다. 일본 원작 만화의 세계관을 따르고 있는 이 시리즈는 한국의 수인(전소니)이 중심인물이다. 여기에 건달 강우(구교환), 특수수사팀 그레이의 팀장 준경(이정현)이 등장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이 세 인물의 공통점은 모두 상실감 속에 있다는 것이다. 세 인물 모두 상실감을 느끼고 있지만 그것이 연결되어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은 무척 다르다.
첫 번째 감정 - 수인의 외로움
수인은 부모를 모두 잃었다. 어린 시절 직접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할 정도로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성장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집을 떠나 다른 가정을 꾸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어머니를 몰래 찾아가 봤지만, 어머니는 5만 원 몇 개를 쥐어주고는 절대 다시 오면 안 된다는 말을 건넬 뿐이었다. 그러니까 수인은 부모에게 완전히 버림받은 존재다. 한 명은 육체적으로 수인에게 폭력을 가했고, 다른 한 명은 정신적으로 수인에게 폭력을 가했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상실감 속에서도 그녀가 버틸 수 있었던 건, 형사 철민(권해효) 덕분이다. 철민은 무심한듯하지만 세심하게 수인이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도움을 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인은 상실감이 만들어낸 외로움 속에서 평생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어딜 가도 안 좋은 일만 생기는 듯한 그녀에게 우연하게 들어온 기생생물은 그녀의 뇌를 다 먹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지킬과 하이드처럼 수인의 몸속에서 다른 인격의 존재가 된다. 철저하게 외롭게 살아가야 할 수인에게 어쩔 수 없이 같이 살아가야 할 존재가 생긴 것이다.
기생생물이 들어온 이후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저주 같아 보였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수인과 기생생물 하이디는 동화되어 간다. 각자의 상황을 이해하게 되고, 서로의 감정을 알게 된다. 이야기의 후반부로 갈수록 수인은 좀 더 큰 용기를 내어 과감한 행동을 하는데, 그런 수인의 변화는 평생 같이 함께 하게 된 하이디의 존재가 무척 큰 동기가 된다. 수인의 외로움이 점점 약해지고 그녀의 주변에 그를 돕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길수록, 수인의 삶의 의지는 조금씩 커져간다. 그리고 수인이 가지고 있던 외로움과 상실감도 그녀가 가지게 된 삶의 의지를 꺾지 못한다.
두 번째 감정 - 강우의 슬픔
사실 강우와 슬픔이라는 감정은 잘 어울리는 감정은 아니다. 그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이야기 내내 그는 무척 가벼워 보이고 철없는 인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일을 즉흥적으로 결정하거나, 대충 마무리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그는 도통 중요한 인물처럼 보이지 않는다. 감독이 이 인물을 넣은 이유는 아마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회사원 같은 모범생 타입의 인물은 아니지만, 조금 철없지만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기생생물에 감염된 누나에게 이상함을 느끼고 실종된 여동생을 찾으려 애쓴다. 그 과정에서 그는 어떤 상황을 맞이하고 큰 슬픔을 느낀다. 실제로 극 중에서 그는 꽤 많은 눈물을 흘리는데 그건 그의 주변에 그를 이해할 사람이 없어졌다는 의미이고, 실제로 이야기 속에서 그의 주변에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인물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간다. 그래서 겉으로는 무척이나 밝고 별 걱정 없어 보이는 강우지만, 그의 내면에 박혀있는 상실감은 더욱더 커져간다.
그렇게 그는 자신이 무너지기 직전에 수인과 하이디를 만난다. 전혀 연결점이 없을 것 같은 세 존재가 만나게 되면서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상실감의 무게를 조금씩 나누어 가진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완전히 잡아먹은 기생생물들을 퇴치하고자 하는 공통 목표를 가지게 된 그들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된다. 결국 강우의 슬픔은 두 존재와 나누면서 이겨낼 수 있는 감정이 되고, 강우에게도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의지가 만들어진다.
세 번째 감정 - 준경의 분노
준경은 <기생수 더 그레이> 안에서 가장 이성적으로 보이는 인물이다. 프로파일러 출신 경찰인 그녀는 약간 상대방에게 비아냥대는듯한 말투를 가지고 있지만, 기생생물을 찾아내고 처치하는 작전 수행능력은 무척 뛰어나다. 프로파일러가 가진 특유의 감은 그가 좀 더 옳은 판단을 할 수 있게 돕는다. 그녀는 기생생물을 잘 이용할 줄 알지만, 과도하게 기생생물 퇴치에 목을 매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준경을 움직이는 힘은 바로 그녀가 가진 분노다. 그녀는 기생생물 등장 이후, 그것에 감염되어 버린 남편을 잃었다. 바로 눈앞에서 기생생물에 전염된 남편은 준경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죽이려고 시도하고 실제로 많은 사람을 죽인다. 비록 준경은 가까스로 자신의 목숨을 지켰지만, 손이 잘리고 심한 부상을 입었다.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은 그 상황은 그녀를 슬픔에 가두기보다는 분노를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야기 내내 그는 무척 차가 워 보이고 기생수 퇴치가 전부인듯한 말을 내뱉는다.
그녀의 앞에 나타난 세 존재, 수인과 하이디 그리고 강우는 준경에게 그렇게 중요한 존재로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그들, 그리고 그들이 제시하는 여러 가지 정황들을 보면서 서서히 변해가기 시작한다.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는 마음, 그 마음은 수인과 강우도 똑같이 경험한 감정이며, 기생생물인 하이디도 동일하게 느낀 감정이다. 그러니까 이들은 갑작스럽게 상실감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에 놓은 존재들이고, 우연히 만나 상실감으로부터 발현된 외로움과 슬픔 그리고 분노를 느끼게 된 존재들이다. 이들이 만나 세상에 흩어져버린 기생생물들과 벌이는 대결은 감정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며 끝까지 집중하게 만든다.
연상호 감독은 <기생수 더 그레이>를 짧은 호흡으로 구성했다. 총 6회로 구성되어 있는 이 시리즈는 다른 시리즈보다 짧은 호흡으로 전개되면서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본론으로 진입한다. 또한 각 인물들의 감정을 단순하게 표현하면서 좀 더 직관적으로 그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들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들은 꽤나 흥미롭다.
이 시리즈는 수인의 이야기다. 기생생물 하이디와 공생하게 된 수인은 끔찍하게만 느껴졌던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큰 용기를 내어 기생생물들과 대결을 벌인다. 비록 그녀의 가족은 그녀를 버렸지만, 수인은 혼자가 아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상실감과 외로움으로 시작하지만, 모두가 함께인 따뜻함으로 마무리된다. 무엇보다 시리즈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비밀스런 새로운 인물은 원작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더욱 반길 것이다. 그는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영화의 스틸컷은 [왓챠]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https://youtube.com/shorts/HRDUH5A0Jbs?si=cIaXY3LwMKKkD36N
https://www.notion.so/Rabbitgumi-s-links-abbcc49e7c484d2aa727b6f4ccdb9e03?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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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종착지는 불행이 아니야
정해진 대로 사는 것이 과연 정말 ‘나’의 행복에 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네스트는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꿈인 음악가로 살기 위해 좋은 직업을 가진 부모와 집안을 뒤로한 채 고향인 샤라비를 떠난 것이다. 망가진 바이올린을 고치기 위해 다시 돌아간 샤라비는 여전히 법을 정확하게 지키며 어네스트로 인해 음악이 금지되어 오로지 ‘도’만 소리 낼 수 있는 곳으로 변해 있다. 음악이 금지된 이유 역시 쉬이 납득할 수 없는데, 판사가 되기로 했던 어네스트가 도망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샤라비에 거주하는 모든 곰들의 멜로디를 앗아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이라는 이유로 체제에 순응하는 곰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미파솔과 음악 부흥회는 사라진 멜로디를 되찾기 위해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음악회를 통해 음악을 간직하고 있다. 법을 어기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법이, 현실이 잘못되었다고 계속해서 알리는 역할을 한다. 셀레스틴은 이러한 샤라비의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계속해서 어네스트의 바이올린을 고치고, 음악을 되찾아 주기 위해 노력한다. 미파솔 다음으로 샤라비에 균열을 가하는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판사라는 직업은 이미 좋다고 평가된 대상이다. 어네스트의 아버지 역시 그렇게 믿어왔기에 어네스트에게 계속해서 판사라는 직업을 강요한다. 자신 역시 음악을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샤라비에 거주하는 모든 곰들은 자신의 미래의 직업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오로지 법에 따라 직업이 ‘결정되는’ 것인데 이것이 과연 행복에 가까워지는 길이라고 할 수 있을까. 행복은 나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정해진 대본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가는 것은 곧 자신을 잃어가는 것인데도 말이다.
모든 직업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사회가 정한 ‘좋은 직업’에서 이탈하면 불행해질 것이라는 위협을 받는다. 이러한 방식으로 어네스트 역시 판사라는 직업에서 이탈했기에 어네스트가 사랑하는 음악이 금지되어 모두가 불행해졌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마치 그 결과를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우리가 그런 결과를 피하도록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한 자리에 머무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나아가기 위해 현실을 거부하고 불합리한 체제에 불응하는 이러한 선회를 해야 하지 않을까.
어른들의 편협한 행복 대본에 아이들을 가두고 있었던 것이다. 대본의 약속에서 벗어났기에 어네스트는 셀레스틴이라는 소중한 우정도 만날 수 있었다. 셀레스틴과 어네스트는 서로가 원하는 행복에 가까워지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어네스트는 셀레스틴에게 가족을 만들어 줬으며, 셀레스틴은 어네스트가 사랑하는 음악을 다시 되찾아 주었다. 이렇듯 사회가 정해 둔 약속에서 벗어나는 경험은 늘 우리를 어딘가로, 어쩌면 더 넓은 세상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내가 원하던 행복에 가까워지는 길인 것이다. 누군가가 정해 준 목표를 현실로 만드는 것이 아닌, 자신의 목표를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음표라는 취향을 찾다 보면 결국 멜로디라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 틀림없기에.
<해당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