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1-04 14:28:15
11월 둘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할리우드 스타 총출동! 크리스마스 액션영화 <레드 원> 개봉

이제야 쌀쌀해지기 시작한 가을이지만, 극장가에는 조금 이른 크리스마스 영화가 도착했습니다.
드웨인 존슨, 크리스 에반, 루시 리우 등 할리우드 총출동한 영화 <레드 원>이 그 주인공입니다. 산타클로스가 납치되어 크리스마스가 없어질 위기에 처해 이를 막기 위한 히어로들이 뭉친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 단위로 유쾌하게 즐기기 좋은 팝콘 무비로 예상됩니다.
국내 영화로는 홍경, 노윤서 등 청춘스타들을 앞세운 멜로영화 <청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동명의 대만 영화를 리메이크한 <청설> 역시 로맨스 영화를 기다려왔던 관객들에게 선물 같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요.
제77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션 베이커의 <아노라>와 봉준호, 박찬욱 감독이 열렬한 애정을 보내기도 했던 이마무라 쇼헤이의 <복수는 나의 것>도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11월을 맞아 풍성한 극장가가 준비된 만큼 많은 관객들이 찾아와주기를!
레드 원
RED ONE

개요: 액션 | 미국 | 123분
감독: 제이크 캐스단
주연: 드웨인 존슨, 크리스 에반스, 루시 리우, J.K. 시몬스
개봉: 2024.11.06.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줄거리
크리스마스 D-1, 철통같은 보안을 뚫고 코드명 '레드 원' 산타클로스가 납치되고 크리스마스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레드 원'을 찾기 위해 사령관 '칼럼 드리프트'(드웨인 존슨)는 산타클로스 따위는 없다고 믿는 현상금 사냥꾼 '잭 오말리'(크리스 에반스)와 협력하기로 한다. 시작부터 삐그덕 거리는 이들 앞에 크리스마스의 존재를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적들이 나타나는데… 크리스마스를 구하기 위한 액션 히어로들의 대환장 사투가 시작된다!
청설
Hear Me : Our Summer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09분
감독: 조선호
주연: 홍경, 노윤서, 김민주
개봉: 2024.11.06.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줄거리
손으로 설렘을 말하고 가슴으로 사랑을 느끼는, 청량한 설렘의 순간. 대학생활은 끝났지만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어 고민하던 ‘용준’(홍경). 엄마의 등쌀에 떠밀려 억지로 도시락 배달 알바를 간 ‘용준’은 완벽한 이상형 ‘여름’(노윤서)과 마주친다. 부끄러움은 뒷전, 첫눈에 반한 ‘여름’에게 ‘용준’은 서툴지만 솔직하게 다가가고 여름의 동생 ‘가을’(김민주)은 용준의 용기를 응원한다. 손으로 말하는 ‘여름’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더 잘 듣기보단 더 잘 보고 느끼려 노력하지만, 마침내 가까워졌다 생각하던 찰나 ‘여름’은 왜인지 자꾸 ‘용준’과 멀어지려 하는데…
아노라
Anora

개요: 드라마 | 미국 | 139분
감독: 션 베이커
주연: 미키 매디슨, 마크 아이델슈테인, 유리 보리소프
개봉: 2024.11.06.
배급: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결코 이 사랑을 놓지 않을 것. 뉴욕의 스트리퍼 ‘아노라’는 자신의 바를 찾은 철부지 러시아 재벌2세 ‘이반’을 만나게 되고 충동적인 사랑을 믿고 허황된 신분 상승을 꿈꾸며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그러나 신데렐라 스토리를 꿈꿨던 것도 잠시,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반’의 부모님이 아들의 결혼 사실을 알게 되자 길길이 날뛰며 미국에 있는 하수인 3인방에게 둘을 잡아 혼인무효소송을 진행할 것을 지시한다. 하수인 3인이 들이닥치자 부모님이 무서워 겁에 질린 남편 ‘이반’은 ‘아노라’를 버린 채 홀로 도망친다. ‘이반’을 찾아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싶은 ‘아노라’와 어떻게든 ‘이반’을 찾아 혼인무효소송을 시켜야만 하는 하수인 3인방의 대환장 발악이 시작된다.
복수는 나의 것
Vengeance Is Mine

개요: 범죄 | 일본 | 141분
감독: 이마무라 쇼헤이
주연: 오가타 켄, 오가와 마유미, 바이쇼 미츠코, 미쿠니 렌타로
개봉: 2024.11.06.
배급: (주)피터팬픽쳐스

줄거리
과거 두 명의 남자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돈을 훔친 적이 있는 ‘이와오’는 오랜 도주 끝에 경찰에 붙잡힌다. 구치소에 갇힌 그는 반성의 기색 없이 담담하게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자신을 쫓고 있는 경찰의 수사망을 따돌리기 위해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로 위장한 그는 이후 대학교수, 변호사 등으로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살인과 절도 등의 잔혹한 범죄를 대범하게 저지르며 도피생활을 이어가지만 사상 최대 인원의 경찰이 투입되었음에도 그를 체포하는데 실패한다. 그러던 중 이와오는 ‘하마마츠’의 하숙집에 머무르게 되고 어느새 그는 하숙집 여자주인의 정부가 되어있는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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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마침내 돌아온 영웅들
1. '슈퍼맨(헨리 카빌)'의 비명 소리가 온 세상에 울려 퍼진다. 지구의 모두가 슬픔에 잠긴 사이 '배트맨(벤 에플렉)'과 '원더우먼(갤 가돗)'은 앞으로 닥쳐올 위기를 직감한다. 지구의 수호자가 죽었음을, 자신을 저지할 최후의 보루가 사라졌음을 깨닫고 행성을 파괴할 무기 '마더 박스'를 차지하기 위해 지구를 침공할 '스테픈울프(키어런 하인즈)'와 그 흑막인 '다크사이드(레이 포터)'의 존재를 눈치챈 것이다. 이에 그들은 슈퍼맨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의 유지를 지켜내기 위해 새로운 영웅인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과 '사이보그(레이 피셔)', '플래시(에즈라 밀러)'를 찾아 나선다.
팬들의 큰 기대 속에 마침내 공개된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에 대해 영화 리뷰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의 평론가들은 다음과 같은 총평을 내렸다.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감독의 비전에 맞게 확장되는 거대한 장면들로 제목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며, 이 영화가 존재할 수 있도록 노력한 팬들을 만족시킨다(Zack Snyder's Justice League lives up to its title with a sprawling cut that expands to fit the director's vision -- and should satisfy the fans who willed it into existence)."
평가대로 팬들이 만족할 장면, 확장된 거대한 장면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잭 스나이더 특유의 슬로 모션에 담긴 각 히어로의 능력과 역할을 최대한으로 부각하는 액션, <맨 오브 스틸>과 <배트맨 대 슈퍼맨>의 연장선상에 위치한 Junkie XL의 음악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1.33 대 1의 화면비율을 통해 전달되는 감독 특유의 다크한 영상에는 수많은 스펙터클과 상징들이 빼곡하다. 기존에 <어벤져스> 속 히어로들의 코스튬만 바꾼 듯 보였던 등장인물들도 커진 분량 안에서 각각의 개성과 매력을 보여주는 데 성공한다. 새롭게 디자인된 빌런들 역시 거대한 위압감을 선사하며 선과 악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유지한다.
2. 그렇다면 이 환상적인 볼거리들, 거대한 컷들이 성공적으로 구현해냈다는 잭 스나이더 감독의 비전은 과연 무엇일까? 이 답을 찾기 위해서는 잠시 시선을 전작인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영화가 슈퍼맨이 둠즈데이에게 찔려 사망하는 <배트맨 대 슈퍼맨>의 결말로부터 곧장 이어지는 만큼, <배트맨 대 슈퍼맨>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를 이해할 때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가 갖는 진짜 의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현대적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의 분노로 시작한다. 가장 사랑하는 친구 파트로클로스를 잃은 아킬레우스는 그 분노를 거름 삼아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를 죽인다. 그의 시체를 전차로 끌고 다니며 모욕한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자신의 막사를 찾아온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를 만난 그는 변한다. 프리아모스의 용기와 부성애에 감명받은 그는 역시 아들을 사지에 내보낸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낀다. 이에 아킬레우스는 그리스와 트로이의 휴전을 제안하고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주며, '일리아스'는 헥토르의 장례식으로 끝난다.
'일리아스'의 흐름을 <배트맨 대 슈퍼맨>은 정확히 따른다. 고담시의 수많은 범죄자와 맞서 싸우다가 가장 친한 친구인 로빈을 잃은 배트맨. 그는 어느 날 하늘에서 나타나 도시를 파괴하는 슈퍼맨을 보며 그동안 쌓아온 분노를 폭발시킨다. 이에 그는 슈퍼맨을 죽이기로 결심하고, 그의 발목에 줄을 묶어 온갖 고통을 준 끝에 그를 죽이려고 한다. 그러나 단지 죽여야 할 대상으로 보던 슈퍼맨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목격한 그는 먼저 세상을 떠난 자신의 부모님을 떠올리며 슈퍼맨과 휴전하고, 더 큰 위험인 둠즈데이에 맞서 싸운다. 그리고 전투에서 사망한 슈퍼맨의 장례식에서 저스티스 리그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3. 약간의 순서만 바뀐 채 일리아스의 서사를 반복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나면 <배트맨 대 슈퍼맨>이 <저스티스 리그>를 위해 남긴 두 개의 주춧돌을 알아볼 수 있다. 하나는 <배트맨 대 슈퍼맨>이 사실상 분노에 가득 찼던 배트맨이 아킬레우스처럼 인간성을 되찾아 가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배트맨의 대적자였던 슈퍼맨은 헥토르와 프리아모스가 보여줬던 것처럼 사랑, 희생, 용기와 같은 고결한 인간성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슈퍼맨의 죽음을 계기로 배트맨이 저스티스 리그를 만든다는 결론은 곧 인간다움을 잃게 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는 단독 영화에서 언제나 사랑의 힘을 강조했던 원더우먼이 배트맨과 함께 하기로 결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로 돌아와 보자. 새로운 <저스티스 리그>가 기존 버전으로부터 가장 차이를 보이는 대목은 세 명의 히어로, 아쿠아맨, 플래시, 사이보그의 서사가 보충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잭 스나이더 감독이 전작부터 만들어 온 큰 그림이 온전해진 결정적인 이유다. 왜냐하면 세 히어로는 비록 정도는 다를지언정 전작에서의 배트맨처럼 제각기 분노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아쿠아맨은 자신을 버리고, 신경을 쓰지 않은 어머니이자, 아틀란티스의 왕 아틀라나에게 분노해 아틀란티스의 일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억울하게 쓴 누명을 풀기 위해 범죄학을 공부하는 플래시는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지 못하는 그에게 크게 실망한다. 사이보그 역시 일하느라 바빠서 자신의 미식축구 경기에 오지 않고, 어머니와 자신의 교통사고도 막지 못한, 심지어 자신을 끔찍한 기계와 결합시킨 아버지를 향한 분노를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배트맨과 원더우먼을 만나며 그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간다. 분노와 실망감을 떨쳐내고 슈퍼맨이 상징하는 인간에 대한 희망, 그리고 그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아틀란티스가 스테픈 울프에게 공격당한 후 아틀란티스인들의 간청으로부터 그들의 절실함을 느낀 아쿠아맨은 슈퍼맨의 유지를 받들겠다던 배트맨을 떠올리고, 어미니의 오지창과 함께 그에게 합류한다. 플래시는 화만 유발하던 "너만의 미래를 만들어라"라는 아버지의 말로부터 세상을 구할 기회를 잡는다. 사이보그는 아버지의 희생을 눈앞에서 목격하며 그의 사랑을 깨닫고, 그가 기대대로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한 영웅의 길을 걷는다. 이처럼 새로운 <저스티스 리그>는 <배트맨 대 슈퍼맨>의 결말로부터 곧장 이어지면서 전작의 서사를 계승함과 동시에 더욱 확장시킨다.
4. 그렇기에 잭 스나이더의 촬영본 중 4분의 1 가량만 활용된 조스 웨던 감독의 기존 <저스티스 리그>에서 각각의 플롯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고, 영화의 짜임새가 부족해 보였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잭 스나이더 감독이 가족사로 인해 중간에 하차했던 2017년의 <저스티스 리그>는 각 히어로의 서사가 부족하고, 6명의 히어로가 하나의 팀으로 묶이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으며, 슈퍼맨의 부활을 비롯해 중요한 에피소드들이 짜임새 있게 구성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에 5명의 히어로가 슈퍼맨을 바라보며 인간에 대한 분노와 실망, 그로 인한 비인간적인 면모로부터 벗어나는 서사로 연결된 이번 작품은 다르다. 그들만의 힘으로는 지구와 모든 인간을 말살하겠다는 스테판 울프를 막을 수 없었던 이유, 그들이 인간의 고결함과 희망의 상징인 슈퍼맨을 되살려야겠다고 결심한 계기, 히어로인 슈퍼맨보다 한 인간인 클라크 켄트를 잊지 않았던 로이스 레인이 부활한 그를 설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전개 등은 큰 그림 안에서 물 흐르듯 유려하게 이어진다.
이처럼 '일리아스'와 <배트맨 대 슈퍼맨>의 이야기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반복, 변형하는 각 인물의 서사와 플롯이 제자리를 찾아 가자 잭 스나이더의 비전은 화려한 액션과 Junkie XL의 웅장한 사운드트랙과 더불어 큰 전율을 선사한다. 이에 더해 로이스 레인을 잃고 분노로 타락해 지구를 파괴한 슈퍼맨에 맞서 조커를 비롯한 빌런과도 손잡은 배트맨이 등장하는 에필로그는 반복, 변형, 확장되던 히어로들의 이야기가 전복될 앞으로의 이야기를 기대케 하며 취소된 속편에 대한 아쉬움과 일말의 희망을 동시에 자아낸다.
5. 물론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에는 엄연히 한계가 있다. 우선 상술했듯이 전작인 <배트맨 대 슈퍼맨>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에 미리 관람하지 않은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2017년에 개봉한 저스티스 리그를 보지 않은 관객의 입장에서도 어떤 장면이 편집되었고, 어떠한 내용이 달라졌는지를 비교하는 재미가 하나 줄어든다.
슬로 모션이 남발되는 경향은 호불호가 갈릴 여지를 남기고, 개그 씬처럼 흐름을 끊는 장면들이 있다 보니 총 6개의 에피소드와 한 개의 에필로그로 구성된 4시간 2분의 분량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플래시가 아이리스 웨스트를 구하고, 사이보그가 자신의 능력을 하나씩 시험해보는 것과 같이 영화 전개에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은 장면들도 리듬을 잡아먹는다. 또한 배트맨의 악몽, 빌런들의 집합인 인저스티스 리그를 만들려는 렉스 루터의 음모, 새로운 캐릭터인 마션 맨헌터의 등장 등은 DC 영화와 코믹스 팬들이 아니라면 흥미를 느끼기 어려운 사족처럼 보일 수 있다.
6. 한편 영화 외적으로도 주목할 지점이 있다. 사실 제작 도중에 교체된 감독의 촬영본으로 완전히 재편집한 영화가 공개된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DVD나 블루레이를 출시할 때 감독판 혹은 확장판을 공개하는 것과는 또 다른 경우다. 이는 소비자인 팬덤의 강력한 요청과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며, 앞으로의 반응에 따라 소비자와 제작자의 역학 구도가 뒤바뀌는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수 있다.
특히 스티븐 스필버그, 크리스토퍼 놀란과 같은 스타 감독이 아니라면 편집권이 제한되어 감독의 구상이 온전히 발현되기 힘든 할리우드 시스템에 균열이 가해진 사례라는 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영화 팬들에게 상업적인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도 단지 트렌드를 쫓는 것 대신 다양한 색깔을 지닌 감독들의 비전이 온전히 빛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심어주는 것이다. 그 결과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몇몇 두드러진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탕자로서 수많은 팬들에게 축제나 다름없는 귀환을 알린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고대하던 잭 스나이더와 DC의 명예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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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액션도 미처 못 담은 회색지대의 삶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징역형을 감형하는 조건으로 CIA의 기밀 프로젝트인 '시에라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한 코드네임 '식스(라이언 고슬링)'. 일명 '그레이 맨'이라 불리는 첩보 요원이 된 그는 여느 때처럼 방콕에서 타깃을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하다가 죽기 직전 자신을 시에라 프로그램 참여자라고 밝힌 코드네임 '포(four)'로부터 메모리 카드를 건네받는다. 그 안에 CIA의 기밀 정보가 든 것을 알게 된 후 식스는 상관인 '카마이클(레게장 페이지)'에게 메모리 카드를 넘기는 대신 그 기밀을 파헤치기로 결정하고, 이에 카마이클은 전직 CIA 요원이자 소시오패스인 '로이드(크리스 에반스)'를 보내 그를 추적한다. 식스는 전직 상관인 '피츠(빌리 밥 손튼)'와 방콕에서 만난 요원 '대니(아나 데 아르마스)'의 도움을 받아 로이드의 추적을 따돌리면서 조금씩 숨겨진 진실에 가까워진다.
7월 13일에 극장에서 개봉했고, 22일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인 영화 <그레이 맨>은 베스트셀러 시리즈인 마크 그리니의 '그레이맨' 시리즈를 영상화한 작품이다. <레드 노티스>와 함께 넷플릭스 역사상 최다 제작비인 2억 달러가 투입된 <그레이 맨>은 라이언 고슬링, 크리스 에반스, 아나 데 아르마스, 레게장 페이지 등의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며 개봉과 공개 전부터 숱한 화제를 낳았다. 특히 <그레이 맨>은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통해 비평과 흥행을 모두 잡은 루소 형제의 연출작이었기에 더욱 큰 기대를 모았다. 다만 안타깝게도 <그레이 맨>은 그 기대를 온전히 충족시키지 못했다. 화려한 액션 시퀀스와 오락성은 액션 영화를 다룰 줄 아는 루소 형제의 장점을 제대로 선사한 반면, 상대적으로 평면적인 그들의 스토리텔링은 첩보영화로서의 독특함과 '그레이 맨'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온전히 살리지 못하는 단점을 고스란히 노출했기 때문이다.
일단 <그레이 맨>은 시작부터 인상적인 액션 시퀀스로 눈을 사로잡는다. 루소 형제가 만든 MCU 작품들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유달리 액션의 퀄리티가 높기로 소문나 있었는데, 이번에도 거액이 투자된 게 단숨에 느껴질 정도로 그 솜씨를 발휘한다. 방콕에서 타깃인 '시에라 포'를 제거하는 임무를 맡은 식스는 고층 빌딩 한가운데서 미션을 이행하는데, 신년을 기념하는 불꽃놀이는 그 시작을 더 화려하게 꾸며준다. 뒤이어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의 사투와 폭발하는 건물, 프라하 시내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트램을 배경으로 한 총격전까지 영화는 끊이지 않는 액션씬을 선보인다.
이처럼 스트리밍 작품이지만 극장에서 볼 충분한 이유가 되는 <그레이 맨>의 액션은 특히 두 가지 측면에서 흥미롭다. 하나는 아날로그적이고 육체적 쾌감이 돋보이는 액션들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클리셰를 역이용 한다는 점이다. 타깃을 원거리에서 저격하는 대신 나이프와 주먹으로 직접 제압하면서 시작된 <그레이 맨>의 액션씬들은 가급적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맞부딪히는 형태의 액션을 고수하며, 마지막 대결도 주먹싸움으로 귀결된다. 이는 도시나 배경이 바뀔 때마다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스타일리시한 도입 샷과 대비를 이루며 더욱 강렬하게 느껴진다. 일전에 루소 형제가 메가폰을 잡은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는 MCU 내에서도 가장 현실적인 액션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히어로 대신 첩보 요원을 내세우면서 그 특징을 극대화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어떤 면에서는 루소 형제가 제작하고 그들과 협업했던 무술 감독 샘 하그레이브가 연출한 넷플릭스 작품인 <익스트랙션>이 국제적으로 확장된 듯한 느낌도 든다.
한편 대놓고 007을 언급하는 <그레이 맨>은 여러 클리셰의 방향성을 살짝 역이용하는 영리함으로 무장한다. 우선 카 체이싱이나 추격전처럼 액션 영화의 감초나 다름없는 액션 시퀀스는 배제시킨다. 대신 원거리 저격 대신 육탄전을 벌이는 초반부 방콕에서의 장면처럼 예상을 조금씩 벗어나는 길을 걷는다. 서로의 위치를 확인할 수 없는 미로 속에서도 오히려 식스와 로이드를 정면으로 대결시켜 버리면서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낸다. 물론 한계점이 없지는 않다. 프라하 시내에서 펼쳐지는 액션이나 다수의 적이 기다리고 있는 적군의 본부에 소수 인원이 침투하는 장면 등은 루소 형제의 전작인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를 연상시킨다. 즉, 액션 시퀀스의 전반적인 흐름이나 구성이 매우 유사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다. 그러나 액션을 통해 감정과 드라마까지도 전달하면서 기시감을 잊게 만드는 점에서 이들의 탁월함은 다시금 빛난다. 수류탄을 이용한 속임수를 한 번은 유머스럽게, 다른 한 번은 뭉클하게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첩보 영화로서의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도 클리셰의 역이용이라는 특징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냉전 시대에 전성기를 맞이했던 에스피오나지 장르는 냉전이 저물며 활력을 잃은 후 다양한 변주를 해 왔고, 새로운 클리셰들을 만들어 냈다. 소련으로 대변되는 외부의 적을 대신하기 위해 첩보 조직 내부에 적이 있다는 방식으로 새로운 적을 상정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이슨 본처럼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주인공의 등장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왜 첩보 요원으로서 활동하는지, 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면서까지 국가의 목적을 위해 헌신하는지, 왜 국가의 이익이 다른 가치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 더 나아가 자신의 행동이 왜 옳은지 혹은 잘못된 것인지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는다. 첩보 영화의 대표주자인 제임스 본드 시리즈도 최신작인 <노 타임 투 다이>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질문들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심지어 복잡한 이론적 배경을 제치고 나면 <테넷> 역시 싸워야 하는 이유를 갈구하는 첩보영화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레이 맨>은 지금까지 많은 첩보물들이 던지는 질문에 대해 뻔뻔해 보일 정도로 간단히 답하면서 클리셰를 반바퀴 비튼다. 영화는 스파이의 존재 의의와 목적, 그리고 정당성에 대해 깊이 고찰하지 않는다. 대신 손에 이미 피를 묻힌 이상 위의 질문들에 대한 답이 무의미하다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식스는 감옥에서 꺼내 주는 조건으로 합류한 시에라 프로젝트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는 피츠의 말에 분노하지 않는다. 그저 현실에 수긍하고, 지금의 삶이라도 지속하기 위해 최선의 방법을 모색한다. 사실 재소자 중에 가능성 있는 이들을 스파이로 활용한다는 콘셉트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한 클리셰다. 그런데 스파이가 될 재소자가 자신의 상황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그레이 맨>은 다른 첩보물과 이질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대신 <그레이 맨> 속 인물들은 '어떻게?'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방콕에서의 첫 번째 임무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식스는 코드네임 시에라 포를 죽여야 하는 이유를 전혀 묻지 않는다. 그가 CIA에 위협이라는 최소한의 정보만 들은 채 미션을 수행한다. 하지만 그는 타깃 제거 방식을 두고서는 책임자인 카마이클과 충돌한다. 민간인과 어린아이의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임무를 수행하라는 카마이클의 명령을 식스는 거부한다. 이 장면은 영화에서 핵심적인 문제가 '어떻게'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그레이 맨'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재고될 수 있다. 영화 속 그레이 맨은 피츠가 만든 비밀 첩보 요원을 뜻한다. 그러나 회색은 흑과 백 사이에서 경계가 불분명하기에, '그레이 맨'은 선과 악, 옳고 그름의 선이 불분명하고 이를 구분하려 하지도 않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로도 들린다. 이는 식스가 포에게서 건네받은 메모리 카드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자료에는 카마이클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로이드를 고용했고, 다수의 민간인 희생자를 내면서까지 첩보 임무를 진행했다는 증거가 담겨 있다. 그런데 이 정보를 접한 인물들 중 CIA의 존재 이유나 임무의 근본적 문제를 지적하는 이는 없다. 그들은 그저 임무를 진행할 때 어느 수준까지 윤리적 기준을 지킬 것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이는 작중 식스와 로이드의 관계가 가장 두드러지는 대립 구도인 이유다. 매사에 침착하고 냉정한 첩보 요원 식스와 기분파이고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민간 청부업자 로이드는 얼핏 보기에 상극이다. 그러나 그들은 공통점이 있다. 선악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아버지의 학대에 인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아버지를 총으로 죽인 자신의 행동이 칭찬받을 일이었다고 회고하는 식스의 모습에서는 왜 그가 '그레이 맨'인지가 명확히 드러난다. 애초에 도덕적 기준을 준수한 적이 없는 사이코패스인 로이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그들의 마지막 대결은 선과 악의 싸움이 아니라, 그저 살아남기 위한 사투다. 아버지에게 받은 학대의 경험을 동력 삼아 식스가 로이드를 제압할 수 있었던 것만 보더라도 그 의미는 더욱 명확해진다.
문제는 삶의 근본적인 의미와 이유 대신 삶의 방식에 주목하는 <그레이 맨>의 스토리가 지닌 깊이를 루소 형제가 온전히 살려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정작 어떤 방식의 삶이 바람직한 지에 대해 고민한 바가 드러나지 않은 데서 기인한다. 작중 식스와 대니를 로이드와 카마이클로부터 구분 짓는 유일한 차이는 보편타당한 윤리적 선을 준수하는지 아닌지에 불과하다. 민간인과 어린 아이를 죽이지 않는 것,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지 않는 것, 그리고 사랑과 신뢰의 의미를 아는 것. 누구나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전제 위에서 행동하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영화는 그 선을 넘는 사람은 부적절하고, 그렇지 않은 이는 적절하다며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그 결과 평면적인 '그레이 맨'들의 이야기는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다. 굳이 인물들의 과거사나 심리적 변화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아도 그들의 손쉽게 편 가르고 대립시켜 이야기를 전개할 최소한의 동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캐릭터들의 과거사는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식스의 과거사는 운을 띄우는 감옥에서의 초반부, 중반부의 플래시 백 장면, 그리고 대니와의 대화에서 드러나는 진상까지 딱 세 대목에 불과하다. 로이드 역시 카마이클과 하버드 동창이었고, 소시오패스라서 CIA에서 퇴출되었다는 것 외에는 과거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빈 공간은 끝없는 액션과 익숙한 관계성이 대신한다. 식스가 자신과 같은 처지인 포를 제거하는 것은 <블레이드 러너 2049>를, 유사 가족인 식스와 클레어의 관계는 <레옹>을, 식스와 대니가 수십 명이 지키는 성을 공략하는 모습에서는 <존 윅>과 <윈터 솔져>가 보인다. 그래서 결코 간단할 수 없는 식스의 복잡한 내면, 다른 첩보 영화들과 비교되는 차별점은 깊은 우물 속으로 가라앉고,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이는 대중성과 오락성을 위해 <그레이 맨>의 잠재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듯한 선택처럼 보인다. 주어진 상황과 현실을 깊이 고찰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보다는 순응하고, 대신 그 안에서 최선의 방식을 찾으려는 삶의 태도. 이러한 태도는 나날이 퍽퍽해지는 현실의 삶을 사는 많은 관객 혹은 시청자들이 불가피하게 선택한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모순된 사회 구조와 권력 관계의 본질적인 원인을 찾고 개선할 수단이 개개인에게는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주요 인물들의 서사를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었다면, 시청자들의 동병상련을 유도하고, 극의 몰입도를 더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이 흔히 보여주는 단점의 연장선이다. 창작자들의 자유와 재량을 최대한 보장하는 넷플릭스의 원칙은 창작자들의 단점을 극대화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하는데, <그레이 맨>이 정확히 그 사례에 해당한다. 루소 형제는 이미 전작들에서 오락성과 대중성을 위해 드라마적인 측면을 희생시킨 전적이 있다. <윈터 솔져>는 안전을 위한 자유의 통제라는 사회비판적 주제를 전형적인 권선징악 구도로 풀어낸다는 비판을 받았다. <시빌 워>는 자유와 통제 사이에서 벌어진 상이한 정의관의 충돌을 두 주인공의 개인사와 감정적 충돌에 국한시키는 측면이 있다.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도 하나의 이어지는 작품으로 본다면, 생명을 수단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어벤져스의 철학과 극단적 공리주의자인 타노스의 신념 간의 논쟁에 대한 결론을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는 대중성과 오락성에 집중하는 루소 형제의 작품이 세련되지만 항상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 이유이고, <그레이 맨>도 다르지 않다.
그나마 단순해질 수 있는 흐름에 화려한 액션만큼이나 변주를 주는 대목을 꼽자면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캐릭터들의 매력이다. 우선 크리스 에반스는 <나이브스 아웃>에서 보여준 양아치 캐릭터를 다시 한 번 선보인다. 감정을 전혀 숨기기 못하고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광기 어린 인물인 로이드를 영화의 톤에 알맞게 표현해낸다. 그가 보여준 로이드의 매력은 정반대의 매력을 뽐내는 식스와의 조화 속에서 더욱 빛나기도 한다. 라이언 고슬링은 정적이고 여유로우면서도 한 끗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고, 또 상당한 지략과 언변을 자랑하는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잠깐 동안 <드라이브>에 등장한 라이언 고슬링을 보는 듯한 인상도 준다. 이에 더해 <노타임 투 다이>에서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바 있는 아나 데 아르마스가 또 한 번 조력자로 등장한 점 역시 눈길을 끈다. 그러나 이조차도 단순한 오락 영화 그 이상일 수 있었던 <그레이 맨>의 잠재력을 살리지는 못하며, 영화를 압축한 엔딩 크레디트를 보면서 남는 아쉬움도 끝끝내 달래지 못한다.
A(Acceptable, 무난함)
넷플릭스를 만나 극한으로 발현된 루소 형제의 장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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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남편의 죽은 전 부인... 그녀의 망령이 깃든 저택
내 남편의 죽은 전 부인... 그녀의 망령이 깃든 저택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베카'
최근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전 세계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수가 2억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저도 그중의 한 명이 되었는데요. 앞으로는 종종 넷플릭스 작품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이 첫 번째가 되겠네요. 미스터리, 멜로가 뒤섞여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베카' 입니다.
극 중 화자이자 맥심 드 윈터의 두 번째 부인으로 등장하는 배우 릴리 제임스.
밴 호퍼 부인의 비서 격으로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저녁에 잠드는 것까지 일일이 챙기는 ‘그녀’. 일찍부터 부모님을 여의고 여행 겸 돈을 벌 목적으로 호퍼 부인을 따라다니고 있죠. 이번엔 몬테카를로로 떠나 온 그녀는 그곳에서 한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맥심 드 윈터, 잉글랜드의 제일가는 맨덜리가의 주인이자 작년에 안타깝게도 부인 레베카를 잃은 그 남자를 말이죠.
밴 호퍼 부인은 맥심을 자신의 조카에게 소개하려 그녀에게 레스토랑에 자리를 마련하라고 지시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맥심과 그녀는 첫 만남을 갖게 됩니다. 이후 맥심은 그녀에게 ‘드라이브하러 가자', ‘정원을 걷자'는 쪽지를 통해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요. 밴 호퍼 부인을 속이며 매일 같이 비밀 데이트를 즐기게 되죠.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건 순식간이었습니다.
이를 밴 호퍼 부인이 눈치채지 않을 리가 없겠죠. 사실을 알고 바로 뉴욕으로 떠나자고 하는데요. 이대로 떠날 수 없던 그녀는 맥심의 객실로 찾아가 마지막 인사를 전합니다. 이에 맥심은 그녀에게 자신과 결혼해 맨덜리 저택으로 가자 하죠.
결국 그를 선택한 그녀는 드 윈터 부인의 자격으로 맨덜리 저택에 입성하게 됩니다. 그곳에는 맨덜리가의 집사 댄버스 부인이 기다리고 있었죠. 첫날부터 왠지 모르게 거리감을 두는 듯한 댄버스 부인과 죽은 아내 이야기만 나오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남편 맥심. 그리고 집안 곳곳 레베카의 흔적이 남겨져 있는 으리으리한 맨덜리 저택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이곳에서 사랑하는 남편 맥심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맥심 드 윈터 역의 아미 해머(왼쪽). 여행지에서 만난 그들은 끝내 결혼까지 하게 된다.
‘레베카’라는 이름은 이미 익숙하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영국의 소설가 대프니 듀 모리에 여사가 1938년에 발표한 소설책 레베카가 그 시작이었죠. 이후 연극, 영화, 뮤지컬의 형태로 다양하게 변형되었는데요. 잉글랜드 출신이자 서스펜스의 대가라 불리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이 1940년 처음 미국에 진출해 만든 영화가 이 작품입니다. 그의 영화 중 유일하게 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기도 했죠.
저는 이 작품을 오래전 뮤지컬로 처음 접하게 됐는데요. 소설도, 영화도, 뮤지컬도 모두 보지 못한 분이라 하더라도 이 뮤지컬 넘버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극 중 드 윈터 부인과 댄버스 부인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장면인데요. 레베카를 어렸을 적부터 키우다시피 했던 댄버스 부인이 드 윈터 부인에게 ‘당신은 절대 레베카와 맨덜리 저택의 주인을 대신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하고 있죠.
영화에서는 이 장면을 맨덜리 저택의 ‘거울의 방', 레베카의 침실에서 대화하는 장면으로 처리했는데요. 사면이 다 거울인 방에서 감정이 격해져 울먹이며 말하는 드 윈터 부인과 다르게 조용하지만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하는 댄버스 부인은 뮤지컬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맨덜리가의 집사로 등장한 댄버스 부인 역의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위).
주의 깊게 본 분이라면 눈치채셨겠지만 영화에 단 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으면서 가장 많이 불리는 ‘레베카'는 영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면서 이름으로는 불리지 않는 ‘그녀’와 묘하게 대비되기도 하는데요.
이 영화의 화자이며 ‘막심 드 윈터 부인’이라 불리는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짜 이름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반 호퍼 부인의 비서였을 땐 그저 ‘얘' 아니면 ‘저기'로 불렸고, 맥심과 결혼한 후에는 ‘드 윈터 부인'이라 불렸죠. 자신보다 남을 위해 살아왔던, 어쩌면 끌리면 끌리는 대로 살아왔던 그녀가 레베카와 댄버스 부인, 맥심 사이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면서 점점 강인한 여성으로 성장해나갑니다.
이런 그녀의 심리 변화와 함께 원작 또는 동명의 영화, 뮤지컬 등을 먼저 접하신 분들이라면 그와 비교하면서 감상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수리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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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이리시맨' 리뷰
총(銃)은 칼보다 평등하다. 칼을 무기로 잘 사용하려면 완력이 좋아야 하지만, 총은 방아쇠를 당길 정도의 힘만 있다면 누구나 격발할 수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자신보다 훨씬 거대한 상대를 총으로 제압할 수 있다. 총이 개입하는 순간 육체적 우위는 드라이아이스처럼 순식간에 기화(氣化)된다. 총싸움에서는 근육의 무게보다 아무 거리낌 없이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배짱의 무게가 중요하다. 누구나 총을 쏘려면 쏠 수 있겠지만, 무심하게 총을 갈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방아쇠를 당기는 상상과 실행 사이에는 총신(銃身)의 수억 배에 달하는 까마득한 거리가 있다. 갱스터 무비의 주인공들은 누군가에게 발포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죄책감과 양심에 발포한다. 그들의 사격은 늘 두 번씩 이루어진다. 그 태연한 반복 동작을 보며 관객은 길티 플레져(guilty pleasure)를 느끼게 된다.
영화 <아이리시맨(The Irishman, 2019)>을 연출한 마틴 스콜세지는 누구나 인정하는 갱스터 무비의 대가다. <아이리시맨>은 <디파티드(The Departed, 2006)>, <좋은 친구들(Goodfellas, 1990)>, <비열한 거리(Mean Streets, 1973)> 등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이름을 영화사에 아로새겼던 그의 대표적 갱스터 무비들과 같은 듯 다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이전 그의 페르소나였던 로버트 드니로(프랭크 시런 역)가 조 페시(러셀 버팔리노 역)와 함께 예전처럼 극의 중심을 든든하게 지켜준다. 여기에 <대부> 시리즈와 <스카페이스(Scarface, 1983)> 등 여러 갱스터 무비에서 활화산처럼 폭발하는 연기로 관객들을 겁박했던 알 파치노(지미 호파 역)까지 가세했다. 이처럼 갱스터 무비의 전설들이 힘을 합쳐 범죄, 우정, 배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사실은 일견 <아이리시맨>이 갱스터 무비의 성공 방정식을 재현(再現)하는 영화일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아이리시맨>은 이러한 단편적인 해석을 배반하는 영화다. 1942년생, 한국 나이 79세로 소위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마틴 스콜세지 감독, 로버트 드니로(1943년 생), 알 파치노(1940년 생), 조 페시(1943년 생)는 동년배다.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풍화작용은 그들의 얼굴에도 깊은 주름의 지류를 형성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금언(金言)을 비웃으면서 살인을 비롯한 온갖 범죄를 저지르며 밤의 세계에서 군림했던 갱스터도, 늙는다. 사실은 법이 아니라 '시간 앞에 만인이 평등'하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말처럼 늙은 갱스터를 위한 밤거리는 없다. 시간의 절대적인 힘에 저항해 보려는 걸까. <아이리시맨>은 최첨단 영화 기술 중 하나인 'de-aging'을 활용해 세 주연 배우의 얼굴 주름을 펴서, 마치 초혼(招魂)하듯, 그들의 더 젊었던 시절을 스크린에 소환한다. 그렇게 과거의 영광을 복기해 본들 밤거리를 휘젓던 갱스터의 두 다리는 속절없이 좌표를 휠체어로 옮길 수밖에 없다.
(CG로 도배된 마블 영화는 '시네마'가 아니라고 비판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de-aging' 활용했다는 것은 영화가 당대 최첨단 기술과 친구일 수밖에 없음을 새삼 상기시켜준다.)
<아이리시맨>은 갱스터에게도 봄날은 가기 마련이라고, 덤덤하게 말한다. 인생의 황혼을 지나 밤을 향해 걷고 있는 갱스터 무비의 전설들이, 밤의 고요 속에서, 누구나 '평등한 덧없음'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고 나직하게 읊조린다. 총성으로 밤의 고요를 깨는 장면들로 점철되기 일쑤인 갱스터 무비가 오히려 밤의 고요를 느끼게 해 준다는 아이러니야말로 <아이리시맨>의 핵심이 아닐까. <아이리시맨>의 엔딩 크레디트를 채우는 'The Five Satins'의 'In the Still of the Night(밤의 고요 속에서)'를 들으며 나는 침묵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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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무료한 목요일에 활기를 더해줄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한눈에 정리해 드릴게요 :)
그럼, 3월 넷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존 윅' 촬영 중 실수로 사람 머리를 벤 키아누 리브스
ⓒ Esquire
키아누 리브스가 <존 윅> 시리즈의 액션 씬을 촬영하던 중 실수로 누군가의 머리를 베어 버린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액션이 많은 <존 윅> 촬영장에서 어떤 종류의 사고가 발생했는지 묻자 키아누 리브스는 "실수를 한 적이 한 번 있는데요, 어떤 남성분의 머리를 제가 그만 칼로 잘라 버렸어요. 정말 끔찍했죠... 그리고 또 차에 치인 사람도 있었어요. 바로 병원에 갔고, 다행히도 괜찮았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또한, <존 윅 4>와 관련해서는 그가 그동안 찍었던 영화들 중 가장 육체적으로 힘든 촬영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12주 간의 훈련 과정을 거친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액션이었다고 말하며 특히 쌍절곤을 활용한 액션이 매우 어려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키아누 리브스가 출연한 <존 윅 4>는 4월 12일 국내 개봉 예정에 있습니다.
박성웅 주연의 '웅남이', 평론가 혹평 논란 속에 박스오피스 2위 등극
ⓒ 네이버 영화
지난 수요일 개봉한 한국 영화 <웅남이>가 23일 목요일 기준 누적 관객 수 5만 4783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습니다. 개봉 이후 이틀 연속 2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좌석판매율과 좌석점유율이 현재 상영작 가운데 1위로 실 관람객 수치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해당 현상에 대해서 이용철 평론가가 씨네21을 통해 공개한 20자평 '여기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을까'가 낳은 개그맨 폄하 논란에 의한 반사이익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아닌 연출자인 개그맨 박성광을 직접적으로 저격한 평가란 점에서 해당 평가가 뭇매를 맞았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관객들 사이에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라는 분위기가 퍼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11편 공개
ⓒ 나인아토엔터테인먼트, 바로엔터테인먼트
올해 4월 27일에 시작되는 전주국제영화제가 한국경쟁 부분 선정작 11편을 공개했습니다. 한국경쟁 부문은 연출자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을 선보이는 섹션으로 국내 신인 창작자들의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데요, 전주국제영화제 측은 올해 총 111편의 작품이 출품되었으며 이 가운데 심사를 거쳐 극영화 8편, 다큐멘터리 2편, 실험 다큐멘터리 1편이 각각 선정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심사를 맡았던 관계자는 다양한 색채의 영화들이 출품된 와중에 퀴어 장르가 특히 대세로 떠올랐으며 SF 장르의 영화, 영화 또는 예술 제작 과정을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선정된 작품으로는 박수연, 이유미 주연의 청춘 퀴어 드라마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어른이 되어가는 두 소녀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한소희 주연의 <폭설>, 여성 소리꾼 정의진의 이야기를 다룬 <수궁>, 탈북민 여성의 삶을 연대기 순으로 묘사한 <믿을 수 있는 사람>, 뇌졸중으로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사시회에 참석할 수 없게 된 여배우의 이야기를 다룬 <우리와 상관없이> 등이 있습니다.
'듄', '닥터 스트레인지' 각본가 넷플릭스 영화 '기어즈 오브 워' 합류
ⓒ The Coalition
영화 <프로메테우스>, <닥터 스트레인지>, <듄>의 각본을 집필한 것으로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 존 스페이츠가 넷플릭스 영화 <기어즈 오브 워>에 합류했다는 소식입니다. 영화 <기어즈 오브 워>는 무려 4천만 장이 팔렸던 동명의 유명한 비디오 게임을 실사화한 작품으로, 존 스페이츠는 해당 게임에 대해 역대 최고의 액션 게임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자신이 이번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어 무척 기쁘고 흥분된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홍콩에서 돌연 상영 취소된 '곰돌이 푸: 피와 꿀'
ⓒ BloodDisgusting
ⓒ CNN
23일 홍콩에서 개봉 예정이었던 영국의 공포영화 <곰돌이 푸: 피와 꿀>이 돌연 상영 취소되는 사태가 발발했습니다. 기술상의 이유로 상영이 취소되었다고 보도되었지만 배급사 측은 당혹감을 표하며 자신들 역시 취소 사유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의식한 검열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그간 중국 정부는 시진핑 주석이 '곰돌이 푸'와 닮았다는 이유로 관련 콘텐츠를 제한해 왔으며 2021년 홍콩에서는 '국가 안보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영화의 상영을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례 개정안이 통과돼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한편, <곰돌이 푸: 피와 꿀>은 4월 중에 국내에서도 개봉될 예정이며, 일각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친근하고 귀여웠던 이미지의 곰돌이 푸를 저작권이 만료되자마자 일순간에 잔혹하고 끔찍한 캐릭터로 변모시켰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폴 메스칼 주연 '글래디에이터2'에 배리 키오건 합류 논의 중
ⓒ Metro UK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을 맡은 <글래디에이터 2>에 배리 키오건이 출연할 수도 있다는 소식입니다. <글래디에이터 2>는 12개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며 작품상을 비롯해 총 5개의 상을 수상했던 200년 블록버스터 히트작 <글래디에이터>의 속편인데요, 앞서 영화 <애프터썬>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폴 메스칼이 전작에서 사망한 주인공 '막시무스'의 연인 '루실라'의 아들이자 이번 작품의 주인공인 '루시우스'를 맡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었습니다. 한편 <킬링 디어>, <덩케르크>, <체르노빌>, <그린 나이트>로 유명한 배리 키오건은 최근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에서의 연기로 올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으며, 트레이 에드워드 슐츠 감독의 신작 영화에 제나 오르테가, 위켄드와 함께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 영화팬들의 기대감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현기증> 리메이크작 출연 논의 중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 Looper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걸작 <현기증>이 리메이크된다는 소식과 함께 주연 배우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맡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영화는 BBC 드라마 <피키 블라인더스>의 작가 스티븐 나이트가 대본을 쓰고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그의 아내이자 영화 제작자인 수잔 다우니가 함께 제작을 준비 중에 있다고 합니다. 한편, 원작인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은 고소공포증을 앓는 형사와 미스터리한 여인을 주인공으로 한 스릴러 영화로 2012년 영화 전문지 '사이트 앤드 사운드'에서 <시민 케인>을 제치고 역대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올해 7월 개봉 예정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로 먼저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며, 박찬욱 감독의 HBO 드라마 <동조자>의 주연 배우로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년 크리스마스에 개봉하는 조던 필 감독의 4번째 영화
ⓒ NPR
<겟 아웃>, <어스>, <놉>으로 연달아 호평을 받고 있는 조던 필 감독의 신작 영화가 내년 크리스마스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에 있다고 합니다. 이는 <아바타 3>와 <소닉 3>가 개봉하는 2024년 12월 20일보다 일주일 늦은 날짜인데요, 조던 필 감독은 그가 앞서 발표했던 세 편의 영화 때와 마찬가지로 영화에 대해서는 그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덕분에 작품의 제목도, 장르도, 출연 배우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인데요, 그가 과연 어떤 작품으로 다시 관객들을 찾아올지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씨네랩이 들려드리는 오늘의 씨네뉴스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느덧 휴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네요! 따뜻한 봄날씨와 함께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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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같은 우주를 떠도는 우주비행사
원작 소설을 읽었던 터라 영화가 꼭 한 번 보고 싶었다. 소설과 영화의 내용이 다른 점 없이 거의 똑같아서 취향 따라 선택하라고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책 먼저 읽고 영화를 보는 것이 울림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글자가 주는 의미를 곱씹으며 인물들의 대사를 들으면 더욱 가슴에 와닿기 때문이다.
"어거스트는 태양이다.
엄마와 아빠와 나는 태양을 도는 행성이지만
난 동생을 사랑하고 이 우주에 익숙하다."
어기의 누나, 올리비아가 영화 초반에 곱씹는 이 말은 그저 관심을 빼앗겨 쓸쓸한 사춘기 여학생의 투정처럼 들리겠지만, 이 대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주인공인 어기가 좋아하는 영화는 '스타워즈'고 어기가 가장 좋아하는 물건은 우주비행사 헬멧이다. 즉, 영화는 이 세상을 하나의 우주라고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비아의 대사 때문에 어기를 태양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 다른 인물들은 물론 영화를 보고 있는 자기 자신마저 행성이 되어 어기 주변을 맴돌기만 할 뿐이다. 태양은 밝은 빛으로 다른 행성에게 에너지를 전달해 주지만, 결코 다른 행성과 맞닿을 수는 없다. 자신이 움직일 수도 없거니와, 다른 행성도 쉽사리 다가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가까이 가면 뜨거운 열에 타서 녹아버릴 거라는 두려움이 도사린다.
"과학 공부 필요하면 우리 집에 놀러 와."
어기는 시험 시간에 문제를 풀지 못하는 잭에게 답을 알려주는 나름의 친절을 베푼다. 그 덕분에 잭과 어기는 가까워진다.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태양이, 가까이 다가오지 않을 것 같던 행성이, 서로를 슬그머니 잡아당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집에도 놀러 가고, 점심시간에 함께 밥을 먹으며 친해진다. 하지만 어기가 가장 좋아하는 핼러윈 날에, 둘의 관계는 처참히 깨져 버린다. 잭이 자신을 흉보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된 어기. 침대에 드러누워서 모든 게 싫다고 소리를 지르는 어기에게 비아는 말한다.
"왜냐하면 학교는 거지 같으니까.
그리고 사람은 변하니까.
평범한 애가 되고 싶으면 그걸 알고 있어야 해."
원래 그런 거라고. 인간관계라는 것은, 삶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이라고. 어기에게만 특별히 가혹한 것 같지만, 사실 누구에게나 그렇다고. 이 말을 통해 비아는 어기가 태양이 아님을 상기시킨다. 어기를 위해 늘 같은 자리에서 변함없이 같은 모습으로 돌아주는 행성은 없다. 평생 자신을 위해 같은 위치를 지켰던 가족들과 달리, 사회는 냉정하리만큼 빨리 변해버린다. 어기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한다.
"진정한 친구는 찾기 힘들다."
자신을 아무런 이유도 조건도 없이 사랑해 주었던 개, 데이지가 죽고 난 후 어기는 말 한다. 한 번에 눈에 탁, 띄어서 내 운명의 상대를 알아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편하고 좋을까. 하지만 인간은 여러 사고를 거치고 나서야 그 사람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기는 잭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그와 화해하기로 한다.
"부인, 어기의 외모는 바꿀 수가 없어요. 그러니 우리의 시선을 바꿔야죠."
"투쉬맨 선생님. 정말 죄송해요."
한편 툭하면 어기를 괴롭히던 줄리안은 결국 부모님과 함께 교장 선생님 앞에 앉게 된다. 자신의 태도를 합당하게 여기던 줄리안은 투쉬맨의 말을 듣고 나서야 자신이 그동안 저지른 잘못이 어기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조금 더 일찍 그것을 깨달았다면, 그럴 기회가 있었다면 줄리안과 어기는 진정한 친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줄리안이 어기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할 때 그것을 막은 것은 부모이지만, 실은 이 사회의 시선이기도 하다.
"좋았어, 나 싸움도 했어."
"이겼니?"
"응, 그리고 있잖아. 7학년 형들이었어."
여전히 바뀌지 않는 시선에도, 어기의 싸움을 응원하고 돕는 사람들은 조금씩 늘어난다. 사회의 편견과 시선은 7학년 형들처럼 덩치도 크고 힘도 드세다. 연약한 어기로선 쉽사리 이길 수 없는 상대지만, 친구들과 힘을 합쳐 기꺼이 물리치고 손을 맞잡는다. 그렇게 그들은 조금 더 강해진다.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두에게 친절해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 알고 싶다면, 그저 바라보면 된다."
그래서 어기가 메달을 받는 장면은 뭉클하다. 정말 강인한 사람은 먼저 용기를 내어 다른 사람들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돕는다. 어기는 자신의 빛에 고개를 돌리고 돌아서는 이들 앞에서도 꿋꿋이 자신을 바라볼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때론 다가가기도 하였다. 마침내 용기를 낸 다른 학생들은 그의 내면을 바라보고 손을 잡고 나아간다.
수많은 아픔을 겪으면서도 끝끝내 이 멋진 우주를 비행하고자 했던 어기.
어기는 이제 자신이 태양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그의 비행은 이제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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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우스오브스포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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