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까2022-10-12 21:11:54
[BIFF 데일리] 삼삼한 맛의 드라마 레시피를 찾는다면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Recipe for Farewell
Cast
감독: 이호재
출연: 한석규, 김서형
Synopsis
점점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가는 워킹맘, ‘다정’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그녀의 남편 ‘창욱’이 소환된다. ‘창욱’은 살면서 단 한 번도 요리를 해보지 않았지만, 오직 아내의 소중한 한 끼를 위해 좋은 식재료와 건강한 레시피를 개발하는 데 온 힘을 쓰며, 서투르지만 조금씩 가족의 소중한 의미를 깨달아가기 시작하는데… (출처: 왓챠피디아)
Review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흥미로운 섹션이 있습니다. 바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OTT)에서 방영 예정인 드라마 시리즈를 미리 선보이는 ‘온 스크린’ 섹션입니다. 최근에는 드라마도 영화처럼 완성도 높게 제작해 극장에서 관람하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죠.
2022년 12월 공개 예정인 이 작품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미리 관객들과 만났습니다. 1부에서 4부까지만 관람했는데도 따뜻한 감동과 소소한 웃음이 가득한 작품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따뜻한 사람 이야기이자 맛있는 음식 이야기인 이 작품의 매력을 여러분께만 먼저 알려드리겠습니다.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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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래 작가의 이야기에 더해진 이호재 감독의 시선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강창래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실제로 강창래 작가는 암 투병을 하는 아내를 위해 처음으로 칼과 국자를 손에 쥐었습니다. 영화 상영 후 진행된 GV에서 강창래 작가가 “이 작품이 나에게는 드라마보다 다큐멘터리에 가깝다”고 말할 정도로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그의 에세이를 잘 영상화한 작품입니다. 강창래 작가는 자신의 아내가 김서형 배우가 연기한 ‘다정’처럼 자기 일에 열정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무척이나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영화관에 들어서기 직전까지도 에세이가 영화나 드라마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강창래 작가의 말처럼,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질 것 같았거든요. 그러나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더없이 완벽한 휴먼 드라마였습니다. 강창래 작가가 쓴 인간적인 이야기에 이호재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더해진 결과였죠. 에세이도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장르라는 당연한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강창래 작가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창욱’에게는 창작자로서 배울 점도 참 많았습니다(’창욱’의 성도 강 씨더군요). 글을 쓸 때는 ‘어떻게’보다 ‘왜’가 더 중요하다거나, 글쓰기를 숙제처럼 여기지 말고 즐겁고 행복하게 그냥 쓰라는 대사들이 그랬습니다. 사람 이야기이자 음식 이야기를 표방하는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보고 난데없이 창작에 관한 가르침을 얻을 줄은 몰랐습니다. 뭐, 배움은 어디에서나 오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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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하지 않아도 구미가 당기는 맛이 있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잘 만들어진 요리 ASMR 영상 같기도 합니다. 드립커피를 내리는 소리, 시금치와 콩나물을 무치는 소리, 굴비 굽는 소리, 냄비와 식기, 그릇과 그릇이 맞부딪히며 나는 소리까지, 생생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죠. 이호재 감독이 작품의 주인공을 ‘음식’이라고 생각하며 연출했다고 하니 말 다했습니다. ‘다정’을 위해 만드는 음식은 분명 맛이 덜한 무염식일 텐데도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침을 줄줄 흘리면서 보았습니다.
거기에 훌륭한 작가가 알려주는 음식 레시피는 또 얼마나 일품이게요. “맛있는 음식은 마음으로 만들어진다.”, “미각에는 기억을 불러내는 힘이 있다.”, “사랑과 정성이 깃든 음식이라야 배부르다.” 한석규 배우가 연기한 ‘창욱’의 내레이션으로 재탄생한 강창래 작가의 문장들을 듣고 있으면, 삼삼하니 맛있는 한정식을 천천히 음미하는 느낌이 듭니다. 새삼 한석규 배우의 목소리가 얼마나 중후하고 담백한지도 깨닫게 되더군요. 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이 작품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으리라 감히 예측해봅니다.
‘창욱’의 내레이션 중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금식은 그리움과 싸우는 것이다. 그리움만으로 사람은 죽을 수 있다.”라는 대사였습니다. 제가 앓고 있는 궤양성 대장염도 ‘다정’처럼 맵고 짠 음식을 지양하는 어느 정도의 식단 관리가 필요한 질병입니다. 증상이 악화되었을 때, ‘다정’처럼 철저하게 식단 관리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배고픔은 어떻게든 해결하면 그만이지만, 그리움은 바로 그 맛이 아니면 해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움과의 전쟁을 치른 기억들이 떠올라 ‘다정’에게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죠.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우리 삶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음식에 관한 다양한 고찰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강창래 작가는 GV에서 “관객들이 왜 재밌어하는지 궁금하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화끈하고 짭조름한 음식만 맛있는 건 아니니까요. 화끈하지 않아도 구미가 당기는 영화가 있는 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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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를 내리 보면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벌써 끝났어?”라는 말과 함께 관람을 끝마쳤습니다. 남은 여덟 개의 에피소드도 얼른 감상하고 싶네요. 대장암 환자의 투병 이야기라고 해서 마냥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이호재 감독이 이 작품을 ‘슬픈 시트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을 만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소한 웃음들도 숨어있습니다. 드라마가 공개될 12월을 기다리며, 강창래 작가의 원작 에세이를 열심히 탐독해야겠습니다.
Schedule in BIFF
2022.10.06(목)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4관 15:30
2022.10.07(금)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16:00
2022.10.13(목) 소향시어터 20:00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10월 04일 - 10월 14일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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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이 영화 어렵게 승인 받았습니다. 극찬 받은 이 영화 꼭 보세요.[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 콜드스킨
이 영화는 원 저작권자(배급사)의 사용 허가를 받은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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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이스케이프 룸 2: 노 웨이 아웃> 2차 예고편
글로벌 흥행 시리즈의 완벽한 컴백!
살아남은 자들을 노린 업그레이드된 게임이 시작된다!출구 없는 탈출 게임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조이’와 ‘벤’.
게임을 설계한 의문의 조직 ‘미노스’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뉴욕에 도착한 두 사람은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휘말려 지하철에 갇히고 만다.
순간 다른 칸과 분리된 열차 안에는 초고압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고,
그곳에 있는 6명 모두 게임의 생존자라는 것이 밝혀진다.
목숨을 건 탈출 게임이 다시 시작됐음을 직감한 그들은
뉴욕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벌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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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1차 예고편 공개! 살기 위해 죽여온 60대 레전드 킬러🗡🍑 [파과] 5월 1일 극장 개봉 #파과 #민규동감독 #이혜영 #김성철 #연우진 #김무열 #신시아 #5월1일극장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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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 같은 나와 물 같은 네가 서로 끌리는 이유
엘리멘트 시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뭐든 열심히 하는 두 사람. 불 남자와 불 여자는 누가 봐도 천생연분이다. 부부가 된 두 사람. 원래 고향이었던 파이어랜드를 등지고 엘리멘트 시티로 이사한다. 쓰는 언어부터 달랐던 두 사람. 이름을 말하는 것도 어려워한다. 입국심사를 담당하는 풀 원소 공무원이 말한다. “그럼 버니와 신더는 어떤가요” 남자는 버니, 여자는 신더가 됐다. 몸만 달랑 온 두 사람. 엘리멘트 시티에 가게 하나를 얻어서 잡화상점을 운영한다. 어려운 사회생활. 그래도 자라는 앰버를 보면 그동안의 피로가 싹 가신다. 어느덧 성장한 앰버. 엄마와 아빠의 희망이었던 딸. 의젓한 딸은 나이 든 아버지를 대신하기 위해서 종업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대로 될 리가 없다. 온 인류를 뒤져서라도, 아니 온 원소를 다 뒤져서라도 진상 손님이 없는 세상은 아무 데도 없다. 여러모로 화를 돋우는 원소들. 앰버는 타고난 성질 때문인지 오늘도 욱해버렸다. 화를 낸 탓에 불에 탄 가게들. 수리는 어렵지 않았지만 아버지에게 생긴 마음의 빛을 지우기는 어렵다.
몸이 약해진 듯한 아버지 버니. 얼른 노력을 해서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고 싶다. 당연하지. 이 가게는 부모님의 희망이었으니까. 약해지는 아버지를 본다는 것은 마음이 아픈 일이다. 마음속에 있던 응어리가 해소될 기회가 왔다. 어느 날 아버지 버니가 딸 앰버에게 하루만 가게를 맡긴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어깨에 힘 들어간 앰버. 첫 스타트는 좋았다. 그러나 시작만 좋았다. 여지없이 달려든 진상손님. 답답함이 터져 다시 가게가 불에 그을린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혼자 어디 가는 척했기 때문에 아무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이다. ‘난 왜 그렇지?’ 자괴감에 빠져있을 때쯤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불에 탄 파이프에서 물이 흐르는 것이다. 우수수 떨어지는 물벼락. 그런데 그 물에서 갑자기 한 남자가 등장했다. 엉엉 울며 등장한 이 남자. 자기소개를 전한다. “안녕. 난 웨이드!”
디즈니x픽사의 상상력
전년 <소울>과 <루카>로 대형 홈런을 친 디즈니와 픽사의 신작이다. 사실 최근의 디즈니는 그렇게 타율이 좋지 못하다. 가장 근작인 <인어공주>는 수많은 논란이 오히려 마케팅 요소로 작용하는 듯이 흥행 성적이 시원치 않다. 뿐만 아니라 디즈니는 아예 디즈니플러스 론칭 이후 헛방만 치고 있다. 그나마 ‘가오갤’이 체면치레에 성공했다. 상대적으로 기대치가 많이 떨어진 디즈니. <버즈 라이트이어>라는 ‘토이 스토리’ ip를 사용한 결과물로(픽사가 협업하긴 했지만)도 영 지지부진했기 때문에 디즈니의 성적표가 점점 서늘한 경고처럼 느껴진다.
이 <엘리멘탈>은 디즈니의 상상력을 잘 구현한 작품으로 보인다. 또 픽사가 갖고 있는 낭만과 동심의 이야기를 잘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코코>에서 보여준 사후세계와 <소울>에서 볼 수 있었던 태어나기 전의 세계를 잘 구현했다. 사실 <코코>에서 볼 수 있었던 저승 묘사는 우리 삶 속에서 익숙한 장면이 어느 정도 있다. 비단 우리만 해도 ‘신과 함께’에서 저승을 봤었는걸? 영화는 이 익숙한듯한 묘사를 살짝 틀어서 변화구를 던졌다. 공간적 배경이 멕시코의 어느 마을이었다. 멕시코 토속적인 소재들과 저승이라는 세팅, 또 이승-저승을 왔다 갔다 하는 주인공의 특성을 합쳐 독특한 비주얼을 만들었다. 전적으로 사람 사는 듯한 느낌 1/3 멕시코 정취 1/3 저승의 이미지 1/3을 결합시킨 것이다. 이 <엘리멘탈>은 <코코>와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원소들의 세계라는 점은 그 어떤 영화도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 처음부터 끝까지 상상해서 만들었다. 어디서 본 적 없는 도시. 시각적으로 눈정화가 되는 비주얼도 예쁘지만 신기한 건 다른 지점에 있다. 우리가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생기는 여러 도시문제가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위시로 한 각 도시의 원도심 문제가 그렇다. 이 마을에서 엘리멘트 시티는 이마저도 구현한 듯하다. 바로 불 종족들이 사는 도시와 물 종족들이 사는 도시가 좀 떨어져 있다는 것이 감독의 디테일을 살렸다는 점에서 신기했다. 이는 장소로서의 특성만 구현한 게 아니라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서도 도시의 양극화 문제는 핵심으로 작동한다. 이게 영화가 인종문제와 이주민들의 적응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이 역시 작품이 잘 살린 연출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빠지면 섭섭하지
이 영화를 만든 피터 손이라는 사람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1970년대에 부모님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정착해 가정을 이루셨다고 한다. 자전적인 코드가 들어갔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인지 영화 곳곳에서 한국인과 미국인을 비유하는 묘사가 몇 있다. 우선 불 종족인 앰버 가족이 쓰는 언어다. 이 캐릭터들은 초반에 등장할 때 자막 처리가 안 되어있다. 영화가 디즈니/픽사에서 제작되었다는 걸 상기시키면 이 이유가 어느 정도는 느껴지는 듯하다. 또 이 불 종족은 뜨거운 음식을 좋아한다. 게다가 앰버가 아버지 버니를 부를 때 '아슈파'라고 부른다. 이 세 가지는 한국인에 대한 비유이기도 하다. 첫째 언어와 관련된 부분은 이주민들이 한국어를 쓴다는 점에서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두 번째 뜨거운 것에 대한 비유는 역시 김치, 고추장을 위시로 한 매운 음식에 대한 묘사라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셋째. 호칭 '아슈라'는 아마 '아빠'라는 단어에서 온 듯하다. 그리고 영화에서 어떤 인물이 남기면서 무슨 코멘트를 남긴다. 이 기점 찍고 주인공 어머니가 어떤 소재에 대해 앰버에게 코멘트를 하는 신이 있다. 이 부분 잘 보면 우리 한국인들이 자라면서 겪는 유교문화에서 벤치마킹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 위에서 서술한 la라는 곳의 지리적 특성을 봐도 그렇다. 당시 미국에 정착한 한인들이 la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누수문제라던가 치안에 있어 약점을 가진, 그러니까 땅값이 저렴한 곳에 거주지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부분을 도시의 미관부터 시작해 이야기의 서사 중심으로 배치했다는 점은 영화에서 충분히 강점으로 뽑을 만하다. 이외에도 미술로 대표되는 물과 풀, 공기가 할 수 없는 것들에 능통한 모습들이 아시아인에 대한 비유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반대로 웨이드는 백인 사회를 비유하고 있다. 처음 버니와 샌더가 입국심사를 할 때 바로 영어를 쓰는 모습이 그렇다. 또 '물'이라는 것의 본질적인 속성을 생각해 보면 더 백인에 가깝게 느껴진다. 이 백인이 없으면 엘리멘트 시티 자체가 있을 일이 없는 것이다. 영화 내적으로 가장 흔하게 보인다는 점도 백인이라는 비유에 걸맞다. 그리고 글쓴이가 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풀은 2차 대전 당시 미국으로 건너간 유대인들을 상징하는 듯하다. 왜? 풀이라고 하는 것이 물을 통해 성장하는 존재다. 유대인들이 미국을 먼저 건너가서 만들었다고 보는 건 아예 무리가 있다. 미국사회가 만들어지고 유대인들이 정착한 것이 우선순위이기 때문이다. 이런 지점을 생각해 보면 풀 종족이 후에 어떤 인물로 묘사되는지가 어떤 사람들에 대한 비유가 되는 듯하다. 다른 종족은 공기 종족이다. 역시 구름 종족으로 대표된다. 이 종족의 특성은 스포츠다. 이 스포츠에 대한 묘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본다면 이 종족이 어떤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종족이 엘리멘탈 시티에 온 순서를 생각해 보면 역시 어렵지 않게 근거로 매길 수 있다.
이런 소소한 묘사가 영화에서 재미있는 특징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좀 아쉽다고 느낀 부분도 역시 이 점에서 온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풀과 공기에 대한 묘사가 너무 적은 느낌? 인종주의적인 코드가 들어가 있고 이 인물들이 하하 호호 다 잘 지내는 게 핵심인 것 치고 두 종족이 좀 기능적인 측면이 있다. 또 너무 스테레오 타입으로 인물을 쉽게 세팅한 감도 없지 않아 있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이다.
반대가 끌리는 이유
영화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로맨스다. 두 캐릭터는 본질적으로 엮일 수 없는 존재다. 물과 불이라는 걸 상상해 보면 특히 더 그렇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이야기 구성으로 주파하고 있다. 영화는 불, 그러니까 앰버의 특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앰버는 욱하면 무섭다. 한 번 크게 화를 내면 주위에 있는 것들을 불태운다. 이 특성은 정확히 반대로 웨이드가 갖고 있다. 중간에 누군가의 집에 가는 신에 있다. 여기서 어떤 문제가 벌어진다. 웨이드는 앰버는 가능하지만 웨이드는 불가능한 능력 묘사가 나온다. 이 가능/불가능의 대조는 영화 내내 반복되며 작품의 핵심소재인 '한 줄의 대사'로 도착한다. 이는 웨이드와 앰버의 대조점을 조명하던 영화의 이야기를 뒤엎는듯한 테마이기도 하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영화의 4 원소로 멋지게 풀어낸 것이다. 이를 캐릭터의 서사로서만 푼 것은 아니다. 시각적으로 두 캐릭터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연출도 영화에서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 살짝 아쉽다고 느끼는 부분은 이 로맨스를 위해서 이야기가 후반부에 맥이 빠진다는 점이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빙봉으로 온갖 눈물은 다 나오게 하던 디즈니 x픽사치 고는 좀 관성적으로 이야기를 푼 느낌이 있다. 좀 예상되는 느낌? 또 영화 핵심 사건이 아무리 애니메이션이라지만 해결되는 과정이 디테일이 약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후반부 아름다운 장면을 위해 아름답게 서사를 살짝 희생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또 이민자들 간의 관계를 지엽적으로만 접근했다는 것이 후반부의 문제해결 과정에 아쉽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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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사는지 보다 어떻게 살지를
영화 <올드 가드(The Old Guard)>(2020)의 인물들은 고뇌에 휩싸인다. 앤디(샤를리즈 테론)를 비롯한 불멸자들은 영속의 삶 가운데 자신의 존재적 정체성을 찾아내려 하고 의미 있게 살아갈 이유를 탐구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그 누구도 해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The Lord of the Rings: The Fellowship of the Ring)>(2001)의 간달프는 프로도에게 우리는 인생에서 의도하지 않은 많은 것들을 겪지만, 그저 주어진 그 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을 남겼다. 간달프의 말에 힘을 보태서 생각해 보면, 사실 <올드 가드> 속 불멸자들의 고민은 해결될 수 없다. 개체의 발생적 원인과 존재적 배경을 추적하고, 삶의 궤적을 지탱하는 명분이나 당위성 따위를 되새기는 작업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그리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저 주어진 순간에 몰두하여 현존하는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그 자체가 아니겠는가. 과연 <올드 가드>의 인물들, 그중에서도 특히 앤디는 어떤 사유 과정을 거쳐서 어떤 판단을 통해 어떤 선택을 보여주었는가. <올드 가드>는 다양한 인물상을 다루기 때문에 이를 통해 고찰하기 좋은 지점들이 여럿 보이는 작품이다. 앞서 이야기한 이들의 고뇌를 바탕으로, 앤디를 중심으로 한 인물 관계 속에서 무엇을 살필 수 있는가.
앤디의 고뇌
앤디는 불멸자 중에서도 가장 오랜 세월을 살아온 존재로, 그의 기나긴 삶의 궤적만큼이나 쌓인 고뇌의 순간들도 분명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앤디는 영화 속 불멸자 중 가장 연장자 대접을 받는 데다가, 연령 또한 추측이 어려울 정도로 신묘한 존재로 묘사된다. 새로운 불멸자인 나일(키키 레인)을 팀에 합류시키려는 앤디는 나일에게 사람들이 자신을 신으로 여겼던 적도 있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늘어놓는다. 나일은 불멸의 삶이 좋은 것 하나 없을 거라 여기고 거부하려고 하지만, 앤디는 받아들이기 힘든 걸 알고 있다며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이미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오랜 세월 동안 불멸의 존재로 살아온 앤디
이렇듯 겉으로는 모든 걸 초월한 듯 보이는 앤디는 사실 힘든 여정을 끊임없이 겪어내다 못해 지칠 대로 지쳤으며 풀리지 않는 존재적 고민을 늘 안고 살아간다. 앤디는 그 누구보다도 많이 고민하고 절망을 겪으면서 번뇌에 사로잡히곤 한다. 불멸의 힘은 앤디에게 다른 방식의 삶을 강요했다. 앤디는 팀을 조직하여 일종의 용병 집단처럼 전 세계를 누비면서 불의로 보이는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 애썼다. 그런데 말이 쉽지, 대가 없이 선행만을 반복하는 삶이 과연 앤디에게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앤디를 필두로 한 불멸자 조직은 약자를 보호하고,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몸을 바쳐 헌신해왔다. 물론 이들의 행위는 그 자체로 칭송받아 마땅하고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볼 수 있지만, 정작 행위의 주체들에겐 이러한 행위의 연속이 무용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런 동기도 없고 명분도 찾을 수 없는데 뭐 하러 세상을 구하고, 누구 좋으라고 정의를 수호하려 하는가. 심지어 앤디의 말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은 좋아지기는커녕 나빠지기만 하는 듯 보이지 않는가. 여전히 세상은 각종 문제들로 가득한 아수라장이다. 초월적인 능력을 보유한 주체가 자신의 정체성과 실존에 관해 고민에 빠지게 되는 지점은 이 작품뿐만 아니라 흔히 영웅물에서도 많이 다뤄지곤 하였다.
영화에서 앤디의 고뇌는 몇몇 지점을 경유하면서 다변화되는데, 특히 가게 점원과 앤디가 대화를 나누는 신이 그렇다. 앤디는 자신에게 자초지종을 캐묻지도 않고 덜컥 호의를 베푸는 점원을 보며 의아하게 생각한다. 점원은 당신만의 사정이 있을 거라면서 도움이 필요해 보여서 도와주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치료가 끝난 후, 점원은 오늘은 내가 치료해서 널 도와줬으니 내일은 네가 길에서 넘어진 사람을 보면 일으켜주라고 한다. 아무도 혼자는 못 산다며. 이렇게 가게 점원은 앤디를 조건 없이 도와준다. 앤디가 왜 도와주냐고 묻자, 점원은 도움이 필요해 보여서 도와주는 건데 꼭 이유가 필요하냐고 묻는다. 앤디가 아마 이때 지난 몇 천년의 삶을 돌아보며 의미를 곱씹어 보지 않았을까 싶다. 자신은 왜 그 긴 세월 동안 인류를 도우며 살아왔는가. 앤디가 오롯이 자신을 위해서 살았는가? 그녀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일종의 운명과도 같은 삶의 형태를 조건 없이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적으로 의미를 창출하는 삶을 살았다. 앤디는 조건 없이 인간들을 도와준다. 인간들이 자신을 마녀 등의 기이한 존재로 여겨 공격하기도 했지만, 앤디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류를 구원한다. 결국, 점원을 향해 의아해하며 건네는 앤디의 질문은 역으로 자기 자신한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 대화하는 신은 불멸성을 잃고 인간화된 앤디가 타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중요한 서사적 동력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앤디가 점원의 말을 통해 많은 걸 느꼈는지, 잠시 눈을 감으며 아주 희미하게 웃는 모습이 담긴 클로즈업 쇼트에서 상기한 서사적 효과가 극대화된다.
점원의 말은 들은 앤디의 얼굴이 담긴 클로즈업 쇼트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일은 앤디에게 있어서는 앤디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존재로, 나일을 통해 앤디는 자신의 삶을 다시 되짚어보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불멸을 잃을 때, 네가 나타났어. 너(나일)를 통해 내(앤디)가 처음에 어땠는지 돌아보고, 다시 기억하라는 의미인가 봐”. 이렇듯 앤디는 자신을 조건 없이 도와준 가게 점원과 자신의 분신처럼 느껴지는 나일을 보면서 지금까지 사로잡혀왔던 존재적 고민을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사실 앤디가 고민하는 지점들은 절대로 해결될 수 없는 운명적인 논리와 맞닿아 있다고 보는 편이 맞다. 그러한 삶의 논리를 수용할지 거부할지는 본인이 정하는 것이다.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 역시 그런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의 도출을 그럴듯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도 없다. 결국, 원점으로 회귀하는 존재적 고뇌에 사로잡히기보다는, 간달프의 조언대로 현존하는 삶의 흐름을 잠시 붙잡아 의미를 부여하려는 각자의 주체성에 주목할 때 우리의 삶은 어쩌면 조금 더 가치 있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왜 이런 삶을 살아가게 됐는지 심각하게 여길 바에는 이런 삶 속에서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에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편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사진 출처
- IMDb
- Netflix(화면 캡처)
* 본 콘텐츠는 브런치 드플레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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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주년이 지난 둘리는 과연 진짜 어른이 된 걸까?
시놉시스
둘리는 1억 년 전에 부모님을 잃고 빙하 속에 갇혀 잠들어 있었다. 어느 날 남극의 펭귄 무리가 실수로 건드려서 둘리가 있는 빙하가 서울로 가게 된다. 빙하가 서울에서 발견되었다는 특보로 인해 사람들은 빙하를 캐가기 시작하고 남겨진 건 뿌리만 남은 빙하와 둘리였다.
한창 여름철에 영희와 철수는 청계천에 버려진 공룡 인형(둘리)을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온다. 하지만 아빠인 고길동의 반대로 둘리는 쫓겨나려고 하는데...
과연 둘리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둘리를 만나면서 고길동은 더 불행해졌다. 둘리가 평범한 동물이 아닌 초능력을 가진 아기공룡이여서이다. 고길동은 단지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고 한 것뿐인데 둘리가 나타나 망쳐버린다.
이 둘과의 신경전은 계속되는데 정말 고길동이 안타까우면서 둘리가 미워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귀여운 공룡인 둘리의 행보를 보며 코믹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둘리의 주변 등장인물들도 매력이 있었는데 서커스단에서 온 또치와 밤하늘에서 별똥별로 떨어져 오게 된 도우너 그리고 언젠가 슈퍼스타가 되길 바라며 기타 연주를 열심히 하는 마이콜까지 전부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었다.
도우너가 가진 타임 코스모스로 시간 여행을 해서 어린 고길동을 만나 혼내주려는 장면과 우주로 나가게 되면서 바요크라는 우주 해적단에게 쫓기는 이들의 사투를 보면서 정말 많이 웃었다.
잠시 스포일러를 말하자면 얼음별이라는 설정이 영혼들만이 가는 사후세계인데 그곳에는 죽은 둘리의 색시와 엄마가 있었다. 바요크 우주 해적단이 얼음별을 차지하면서 영혼들을 노예로 부리는데 이들을 풀어줄 인물이 나타난다고 전해진다. 바로 그건
우주를 구하는 건 고길동이었다. 이 예언을 우주 가시고기가 말하면서 마지막에 소드 마스터 고길동이 세상을 구한다. 결국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아기공룡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시사회를 보면서 40주년을 맞은 둘리의 모습에 너무 감동받았다. 옛 추억이 되살아나는 애니메이션이지만 이제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강세로 지금의 10대들은 많이 모를 것이다.
그래도 둘리를 다시 볼 수 있어서 기뻤고 좋았다!
둘리는 과연 어른이 된 것일까?
하니엘의 그것이 알고 싶다 <둘리 얼음별 대모험 편>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영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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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나리 영화후기
영화<미나리>는 1980년대 한국 이민자 가족이 아칸소 주의 시골에서 농장을 가꾸는 이야기다.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이들이 한국의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미나리에 비유한 작명이라 한다. 제이콥(스티븐 연)와 그의 아내 모니카(한예리)는 70년대 초에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을 와서 병아리감별사로 거의 10년 동안 고생해서 모은 재산으로 아칸소 주의 농지 5에이커를 구입한다. 10살이 된 의젓한 딸 앤(노엘 케이트 조)과 심장병이 있는 7살짜리 아들 데이빗(앨런 S. 김)도 부모를 따라 낯선 땅에 도착한다.
제이콥은 미국에서 희귀한 한국산 채소를 길러 대박을 노리지만, 수원지와 떨어져있어 전 땅주인조차 포기한 황폐한 땅임을 모른다. 모니카는 낯선 아칸소로의 이주가 썩 내켜하지 않지만, (남편을 믿고) 농작물이 경작될 동안 병아리 농장에서 생계를 책임진다. 그녀가 일하러 간 동안 아이들을 돌봐주기 위해 고국에서 친정어머니 순자(윤여정)을 모시게 된다.
1.헐리우드가 <미나리>를 주목하는 이유는?
영화 <미나리>는 거시적인 이민이야기와 미시적인 개인사를 교묘히 배치해 놨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주인공 시점을 둘로 쪼개 놓았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드림은 제이콥의 시점에서 진행되고, 미국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는 데이빗의 시점으로 나눠놨다. 아버지와 아들을 동등하게 취급하고 있어서 진부한 가족드라마로 낭비되지 않도록 막고 있다.
또,이 자전적인 영화는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있다. 한국인의 정(精)과 가족애를 내세웠음에도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다. 기존 한국영화들이 감정적으로 관객을 동요시키려 애쓰지만, <미나리>는 굉장히 냉철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결말이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끝나지만 다 보고나면 우리는 이 가족에 대해 안심한다. 가족이 안고 있는 갈등이 '미나리'라는 희망으로 봉합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 영화의 마법이다. 최대한 스포일러를 배재하고 영화에서 이해가 안 될 부분들만 논의해보겠다.
주인공 데이빗의 눈에 비친 부모님, 이민 1세대는 전형적인 20세기 한국인이다. 가족을 위해 농장을 이루려는 아버지와 불확실한 미래이지만, 남편을 믿고 묵묵히 서포트하는 어머니가 그렇다. 반면에 이민 2세대는 미국 사회에서 미국인처럼 생활한다. 그것을 보여주는 아칸소의 ‘신앙공동체’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폴(윌 패튼)은 중남부에 걸친 복음주의 개신교가 강한 '바이블 벨트(Bible Belt)'을 의인화했다. 그가 십자기를 지고 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신앙심 깊은 모니카가 한인교회가 없는 아칸소에서 개신교들과 교류하는 방식으로 미국 사회에 동화되는 장치로 활용했다. 이 점만 봐도 지극히 미국적인 영화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한예리 배우가 밝힌 비하인드에 의하면, 모니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던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10년간 병아리 감별사로 제법 큰 돈을 벌었지만, 남편은 그 돈을 고국의 가족들에게 송금했다. 그 와중에 남편 제이콥은 자신의 꿈이라며 농장을 계약하고 아칸소로 이사왔다. 그녀는 남편의 뜻을 존중하지만, 가슴 한편으로 조국을 그리워하고 남편에 대한 불만이 쌓여있는 상태라고 한다. 그래서 모니카는 이민자의 설움을 같이 공유하던 캘리포니아 한인교회를 그리워하지만, 아이들은 지역교회를 배먹지 않고 다니며 백인 친구들과 어울린다. 그렇게 아이들은 미국 청교도 문화에 동화되었다.
반대로 한국에서 온 순자는 낯선 존재다. 그녀는 딸이 아이들에게 데려가면 안된다고 한 위험한 숲으로 손자손녀를 데려가면서 뱀을 쫓아내려는 데이빗에게 위험한 건 눈에 보이는 게 좋으니 내버려두라 타이른다. 이것은 가정 내부의 문제를 서로 대화하고 같이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돌려 말한 것이다. 즉, ‘농장’을 두고 제이콥과 모니카의 의견 차이에 대한 할머니의 조언이다. 이렇듯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할머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미국사회에서 한국인으로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2.외할머니 순자는 왜 이토록 큰 반향을 일으켰을까? 그리고 미나리의 의미는?
순자 역을 맡은 윤여정이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미국에서 본적이 없는 한국적인 할머니 상이라서 신선해서이다. 순자는 요리에 서툴지만, 어머니와는 다른 할머니의 애틋함을 보여준다. 또, 자식과 손자들을 위해 한국에서 바리바리 음식보따리를 풀어놓는다거나 딸과 사위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은 그런 태도는 미국인에게는 굉장한 문화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에게는 익숙하겠지만 말이다.
“‘미나리’가 얼마나 좋은 건데...‘미나리’는 잡초처럼 아무데서나 막 자라니까 누구든지 다 뽑아 먹을 수 있어. 부자든 가난하든. 김치에 넣어 먹고 찌개에 넣어 먹고 국에도...아플 때 약도 되고. ‘미나리’는 원더풀, 원더풀이란다!”
순자(윤여정)의 대사
할머니 순자(윤여정)의 대사를 유심히 들어보면 미나리의 의미를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손자 데이빗(앨런 킴)에게 ‘너는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스트롱한 보이야!‘라고 칭찬하거나 "아무데나 심어도 잘 자란다. 여러 곳에 쓸 수 있다"라고 주제를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그러므로 ‘미나리’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질긴 생명력과 할머니와 손자의 정(情)을 실로 우아하게 의인화한 것이다.
이처럼 한국인의 끈질긴 생명력과 이민자로써의 정착을 상징하는 소재가 순자가 심은 ‘미나리’다. 앞서말한 거시적·미시적 관점이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것이다. 동시에 프로테스탄티즘과 프론티어 정신을 한국인의 민족성과 결부짓는다. 이것이 할리우드가 <미나리>를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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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배트맨' 리뷰
*영화 '더 배트맨'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래된 시리즈 속의 인물들이 다들 그렇지만 특히나 배트맨의 어깨 위에 올려진 짐은 막중했다. 팬들은 배트맨의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기억 속에 '다크나이트'라는 영화가 있다. 전례 없는 악당의 존재가 만들어낸 드라마는 영화를 걸작의 반열에 올려다 놓기에 충분했다. 배트맨도 제 몫을 다했다. 그가 내린 선택은 영화의 오프닝 장면만큼 강렬한 엔딩 장면을 만들어냈다. 그 뒤로 배트맨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나 TV 시리즈에서는 크고 작은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훌쩍 나이를 먹어 원숙해지기도 하고, 더 단단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중요한 건 작품마다 배트맨이 어울릴 수 있는 판이 달랐다는 점이다. 고담시를 수호하던 영웅은 어느새 지구를 지켜야 하는 그룹의 일원이 되었다.
전 세계를 지켜야 하는 영웅의 모습에서 다시금 돌아간다.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의 근원적인 정체성인 탐정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동시에 무대 또한 홈그라운드로 줄어든다. 다시금 기본으로 돌아가면서도 이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장점들이 빛을 발한다. 어둡고 장대비가 쏟아지는 도시의 모습은 이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인물이 가진 강점과 매력에 집중하는 동시에 새로운 빌런으로 판을 뒤흔든다.
이 영화를 보면서 신선하게 다가왔던 부분이 두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토마스 웨인이라는 인물의 설정이다. 브루스 웨인이 부모의 죽음으로 자경단 활동에 나섰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묘사하진 않는다. 그동안 브루스 웨인의 아버지인 토마스 웨인은 의사에 자선가로 인격적으로 완전무결한 사람처럼 표현되었다. 여기서는 다르다. 그가 과연 도덕적이기만 한 인물이었을까? 이토록 부패한 도시의 재벌이 잘못된 선택을 내린 적이 없었을까? 이런 질문을 통해서 토마스 웨인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아버지의 죄'라는 테마를 통해서 극 중에 등장하는 다양한 그룹이 연결된다. 고담이라는 도시의 상황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감각된다. 이는 배트맨에게도 마찬가지다. 복수를 통해 죽은 부모님을 향한 비현실적인 위로를 건네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정의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영화에 등장하는 악당인 리들러의 행동이다. 그는 자신처럼 고아인 배트맨이 본인과 비슷한 동기(복수)를 가지고 행동한다고 생각했다. 리들러가 배트맨에게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았다는 등 아캄에서 보였던 반응은 전부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본다. 리들러가 기존 시리즈의 악당과는 다르게 배트맨이라는 인물에 대해 동질감을 느꼈다는 점은 그만큼 배트맨이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해왔던 일이 본래의 목적의식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는 말이 된다.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해온 범죄자가 그를 자신의 팀으로 설득하고 싶어 할 정도로 탈선한 상태인 것이다. 이렇다 보니 영웅이나 악당의 행동 모두가 굉장히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이 모든 맥락이 지극히 현실적이다. 검은 옷을 뒤집어쓴 자경단원을 대하는 경찰들의 시선 또한 그렇다. 실제로 주변에 있었다면 나라도 저렇게 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적이지 않은 사건이나 사물, 인물을 일상으로 들여올 때 발생하는 이질감을 세심하게 표현한다. 브루스 웨인에게서 풍기는 우울감도 그렇다. 부모의 죽음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면모를 보이기는 했어도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 상태의 구분이 명확했다. 여기서는 다르다. 초점이 온전히 배트맨의 활동에만 맞춰져 있다 보니 균형은 깨진 상태이다. 무력한 상태에 놓이고 싶지 않아서 강박적으로 활동하게 되는데 그 활동의 의미를 찾기가 어려우니 회의감에 빠져있는 입장이다. 이런 감정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이 영화 속에서 배트맨은 악전고투한다. 2년 동안 활동을 해왔지만 여전히 사회는 변하지 않았다. 부정부패는 끊이지 않고 활동에 회의감이 든다. 숱한 경험을 토대로 단련된 초인이 아니고 산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사건을 막기에도 급급하다. 막연한 믿음으로 자경단 활동을 지속하기에 역부족인 시점이다. 배트맨은 사건을 해결하면서 점차 변해간다. 그의 변화는 비약하거나 도약하지 않고 아주 작은 호의와 행동으로 드러난다. 겨우 한 걸음 정도의 변화일 뿐이다. 보면 배트맨에게 기대하는 바는 지극히 인간적인 고뇌와 맞닿아 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가 초인 영웅이 아닌 철인 영웅이라 좋았다. 배트맨은 질문과 자기반성, 성찰을 통해 힘을 얻는다. 본인의 삶을 제어하면서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향이 분명하다.
이후에도 시리즈가 나온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후속작이 나오면 이번 영화보다는 브루스 웨인의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사업가나 재력가로서의 역할을 통해서 배트맨이 할 수 없는 일을 시도할 수 있다. 다수의 시민에게서 희망을 보고 복수에서 발전한 존재가 되려는 고민을 시작했으니 본인의 다른 페르소나 또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패가 될 것 같다. 물론, 고담이라는 환경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보니 어떤 형태로든 더 많은 시련이 있겠지만 해법은 분명 이번 영화와는 달라질 것 같다. 악당들도 기대가 된다. 이번에 나왔던 리들러처럼 다음 적수 또한 무척 난적이 될 테니까.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더 배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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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드또SF [드니 빌뇌브 또 SF 라는 뜻]
'라마와의 랑데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sf 소설가이자미래학자 아서 C. 클라크가 1973년에 발표한 장편 SF 소설로 출판되자마자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모두 수상하면서 SF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라는 찬사를 받은 작품입니다.
각본은 <플라워 킬링 문>의 에릭 로스, 연출은 <듄>시리즈, <블레이드러너 2049>를 연출한 드니 빌뇌브가 맡았다고 하는데요. 각 분야의 거장들의 손길로 탄생하는 영화라니! 정말 기대가됩니다.
4월 2주차 씨네뉴스 함께해요
영화 <브리짓 존스> 9년만에 속편 개봉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 영화 ‘브리짓 존스’ 시리즈의 속편인 <브리짓 존스: 매드 어바웃 더 보이>가 약 9년 만에 나온다고 합니다.영화는 내년 밸런타인데이인 2월 14일 전 세계에서 개봉할 예정이며 그동안 ‘브리짓 존스’ 시리즈의 주인공을 맡아온 배우 러네이 젤위거와 영국 배우 휴 그랜트가 다시 호흡을 맞춘다고 합니다.
<조커: 폴리 아 되> 1차 예고편 공개
영화 <조커: 폴리 아 되>가 11일 티저 예고편을 공개했습니다. <조커: 폴리 아 되>는 2019년 개봉하여 전 세계 10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달성했으며 국내에서도 525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신드롬을 일으킨 <조커>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호아킨 피닉스가 다시 조커 역을 맡았고 팝가수 레이디가가가 할리퀸을 맡으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기생수: 더 그레이>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 비영어 부문 1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가 글로벌 톱10 시리즈 비영어권 부문 1위를 차지했습니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영화 <부산행>,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등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일본 만화 <기생수>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든 스핀오프로 전소니, 구교환, 이정현, 권해효, 김인권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라인업으로 전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합니다.
류준열 X 유해진 <올빼미> 중국에서 리메이크, 판권료 역대 최고가액
배우 류준열, 유해진 주연 <올빼미>가 중국에서 리메이크 된다고 합니다. NEW에 따르면 이번 판권 계약은 중국에 판매된 한국 영화 리메이크 판권료 중 역대 최고가액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2년도에 개봉한 영화 <올빼미>는 류준열, 유해진의 압도적인 열연과 안태진 감독의 밀도 있는 연출로 33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한 작품으로 인조와 소현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가상의 이야기를 가미한 ‘팩션’영화입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 차기작 ‘라마와의 랑데부’ 연출
<듄> 시리즈를 제작한 드니 빌뇌브 감독이 차기작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감독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낙원의 샘’등 아서 C. 클라크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SF 소설 ‘라마와의 랑데부’의 연출을 맡았으며 2130년대를 배경으로 태양계로 진입하는 원통형 외계 우주선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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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이 영화 어렵게 승인 받았습니다. 극찬 받은 이 영화 꼭 보세요.[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 콜드스킨
이 영화는 원 저작권자(배급사)의 사용 허가를 받은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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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이스케이프 룸 2: 노 웨이 아웃> 2차 예고편
글로벌 흥행 시리즈의 완벽한 컴백!
살아남은 자들을 노린 업그레이드된 게임이 시작된다!출구 없는 탈출 게임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조이’와 ‘벤’.
게임을 설계한 의문의 조직 ‘미노스’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뉴욕에 도착한 두 사람은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휘말려 지하철에 갇히고 만다.
순간 다른 칸과 분리된 열차 안에는 초고압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고,
그곳에 있는 6명 모두 게임의 생존자라는 것이 밝혀진다.
목숨을 건 탈출 게임이 다시 시작됐음을 직감한 그들은
뉴욕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벌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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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과> 1차 예고편
#파과 1차 예고편 공개! 살기 위해 죽여온 60대 레전드 킬러🗡🍑 [파과] 5월 1일 극장 개봉 #파과 #민규동감독 #이혜영 #김성철 #연우진 #김무열 #신시아 #5월1일극장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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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 같은 나와 물 같은 네가 서로 끌리는 이유
엘리멘트 시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뭐든 열심히 하는 두 사람. 불 남자와 불 여자는 누가 봐도 천생연분이다. 부부가 된 두 사람. 원래 고향이었던 파이어랜드를 등지고 엘리멘트 시티로 이사한다. 쓰는 언어부터 달랐던 두 사람. 이름을 말하는 것도 어려워한다. 입국심사를 담당하는 풀 원소 공무원이 말한다. “그럼 버니와 신더는 어떤가요” 남자는 버니, 여자는 신더가 됐다. 몸만 달랑 온 두 사람. 엘리멘트 시티에 가게 하나를 얻어서 잡화상점을 운영한다. 어려운 사회생활. 그래도 자라는 앰버를 보면 그동안의 피로가 싹 가신다. 어느덧 성장한 앰버. 엄마와 아빠의 희망이었던 딸. 의젓한 딸은 나이 든 아버지를 대신하기 위해서 종업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대로 될 리가 없다. 온 인류를 뒤져서라도, 아니 온 원소를 다 뒤져서라도 진상 손님이 없는 세상은 아무 데도 없다. 여러모로 화를 돋우는 원소들. 앰버는 타고난 성질 때문인지 오늘도 욱해버렸다. 화를 낸 탓에 불에 탄 가게들. 수리는 어렵지 않았지만 아버지에게 생긴 마음의 빛을 지우기는 어렵다.
몸이 약해진 듯한 아버지 버니. 얼른 노력을 해서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고 싶다. 당연하지. 이 가게는 부모님의 희망이었으니까. 약해지는 아버지를 본다는 것은 마음이 아픈 일이다. 마음속에 있던 응어리가 해소될 기회가 왔다. 어느 날 아버지 버니가 딸 앰버에게 하루만 가게를 맡긴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어깨에 힘 들어간 앰버. 첫 스타트는 좋았다. 그러나 시작만 좋았다. 여지없이 달려든 진상손님. 답답함이 터져 다시 가게가 불에 그을린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혼자 어디 가는 척했기 때문에 아무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이다. ‘난 왜 그렇지?’ 자괴감에 빠져있을 때쯤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불에 탄 파이프에서 물이 흐르는 것이다. 우수수 떨어지는 물벼락. 그런데 그 물에서 갑자기 한 남자가 등장했다. 엉엉 울며 등장한 이 남자. 자기소개를 전한다. “안녕. 난 웨이드!”
디즈니x픽사의 상상력
전년 <소울>과 <루카>로 대형 홈런을 친 디즈니와 픽사의 신작이다. 사실 최근의 디즈니는 그렇게 타율이 좋지 못하다. 가장 근작인 <인어공주>는 수많은 논란이 오히려 마케팅 요소로 작용하는 듯이 흥행 성적이 시원치 않다. 뿐만 아니라 디즈니는 아예 디즈니플러스 론칭 이후 헛방만 치고 있다. 그나마 ‘가오갤’이 체면치레에 성공했다. 상대적으로 기대치가 많이 떨어진 디즈니. <버즈 라이트이어>라는 ‘토이 스토리’ ip를 사용한 결과물로(픽사가 협업하긴 했지만)도 영 지지부진했기 때문에 디즈니의 성적표가 점점 서늘한 경고처럼 느껴진다.
이 <엘리멘탈>은 디즈니의 상상력을 잘 구현한 작품으로 보인다. 또 픽사가 갖고 있는 낭만과 동심의 이야기를 잘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코코>에서 보여준 사후세계와 <소울>에서 볼 수 있었던 태어나기 전의 세계를 잘 구현했다. 사실 <코코>에서 볼 수 있었던 저승 묘사는 우리 삶 속에서 익숙한 장면이 어느 정도 있다. 비단 우리만 해도 ‘신과 함께’에서 저승을 봤었는걸? 영화는 이 익숙한듯한 묘사를 살짝 틀어서 변화구를 던졌다. 공간적 배경이 멕시코의 어느 마을이었다. 멕시코 토속적인 소재들과 저승이라는 세팅, 또 이승-저승을 왔다 갔다 하는 주인공의 특성을 합쳐 독특한 비주얼을 만들었다. 전적으로 사람 사는 듯한 느낌 1/3 멕시코 정취 1/3 저승의 이미지 1/3을 결합시킨 것이다. 이 <엘리멘탈>은 <코코>와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원소들의 세계라는 점은 그 어떤 영화도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 처음부터 끝까지 상상해서 만들었다. 어디서 본 적 없는 도시. 시각적으로 눈정화가 되는 비주얼도 예쁘지만 신기한 건 다른 지점에 있다. 우리가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생기는 여러 도시문제가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위시로 한 각 도시의 원도심 문제가 그렇다. 이 마을에서 엘리멘트 시티는 이마저도 구현한 듯하다. 바로 불 종족들이 사는 도시와 물 종족들이 사는 도시가 좀 떨어져 있다는 것이 감독의 디테일을 살렸다는 점에서 신기했다. 이는 장소로서의 특성만 구현한 게 아니라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서도 도시의 양극화 문제는 핵심으로 작동한다. 이게 영화가 인종문제와 이주민들의 적응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이 역시 작품이 잘 살린 연출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빠지면 섭섭하지
이 영화를 만든 피터 손이라는 사람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1970년대에 부모님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정착해 가정을 이루셨다고 한다. 자전적인 코드가 들어갔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인지 영화 곳곳에서 한국인과 미국인을 비유하는 묘사가 몇 있다. 우선 불 종족인 앰버 가족이 쓰는 언어다. 이 캐릭터들은 초반에 등장할 때 자막 처리가 안 되어있다. 영화가 디즈니/픽사에서 제작되었다는 걸 상기시키면 이 이유가 어느 정도는 느껴지는 듯하다. 또 이 불 종족은 뜨거운 음식을 좋아한다. 게다가 앰버가 아버지 버니를 부를 때 '아슈파'라고 부른다. 이 세 가지는 한국인에 대한 비유이기도 하다. 첫째 언어와 관련된 부분은 이주민들이 한국어를 쓴다는 점에서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두 번째 뜨거운 것에 대한 비유는 역시 김치, 고추장을 위시로 한 매운 음식에 대한 묘사라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셋째. 호칭 '아슈라'는 아마 '아빠'라는 단어에서 온 듯하다. 그리고 영화에서 어떤 인물이 남기면서 무슨 코멘트를 남긴다. 이 기점 찍고 주인공 어머니가 어떤 소재에 대해 앰버에게 코멘트를 하는 신이 있다. 이 부분 잘 보면 우리 한국인들이 자라면서 겪는 유교문화에서 벤치마킹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 위에서 서술한 la라는 곳의 지리적 특성을 봐도 그렇다. 당시 미국에 정착한 한인들이 la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누수문제라던가 치안에 있어 약점을 가진, 그러니까 땅값이 저렴한 곳에 거주지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부분을 도시의 미관부터 시작해 이야기의 서사 중심으로 배치했다는 점은 영화에서 충분히 강점으로 뽑을 만하다. 이외에도 미술로 대표되는 물과 풀, 공기가 할 수 없는 것들에 능통한 모습들이 아시아인에 대한 비유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반대로 웨이드는 백인 사회를 비유하고 있다. 처음 버니와 샌더가 입국심사를 할 때 바로 영어를 쓰는 모습이 그렇다. 또 '물'이라는 것의 본질적인 속성을 생각해 보면 더 백인에 가깝게 느껴진다. 이 백인이 없으면 엘리멘트 시티 자체가 있을 일이 없는 것이다. 영화 내적으로 가장 흔하게 보인다는 점도 백인이라는 비유에 걸맞다. 그리고 글쓴이가 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풀은 2차 대전 당시 미국으로 건너간 유대인들을 상징하는 듯하다. 왜? 풀이라고 하는 것이 물을 통해 성장하는 존재다. 유대인들이 미국을 먼저 건너가서 만들었다고 보는 건 아예 무리가 있다. 미국사회가 만들어지고 유대인들이 정착한 것이 우선순위이기 때문이다. 이런 지점을 생각해 보면 풀 종족이 후에 어떤 인물로 묘사되는지가 어떤 사람들에 대한 비유가 되는 듯하다. 다른 종족은 공기 종족이다. 역시 구름 종족으로 대표된다. 이 종족의 특성은 스포츠다. 이 스포츠에 대한 묘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본다면 이 종족이 어떤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종족이 엘리멘탈 시티에 온 순서를 생각해 보면 역시 어렵지 않게 근거로 매길 수 있다.
이런 소소한 묘사가 영화에서 재미있는 특징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좀 아쉽다고 느낀 부분도 역시 이 점에서 온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풀과 공기에 대한 묘사가 너무 적은 느낌? 인종주의적인 코드가 들어가 있고 이 인물들이 하하 호호 다 잘 지내는 게 핵심인 것 치고 두 종족이 좀 기능적인 측면이 있다. 또 너무 스테레오 타입으로 인물을 쉽게 세팅한 감도 없지 않아 있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이다.
반대가 끌리는 이유
영화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로맨스다. 두 캐릭터는 본질적으로 엮일 수 없는 존재다. 물과 불이라는 걸 상상해 보면 특히 더 그렇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이야기 구성으로 주파하고 있다. 영화는 불, 그러니까 앰버의 특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앰버는 욱하면 무섭다. 한 번 크게 화를 내면 주위에 있는 것들을 불태운다. 이 특성은 정확히 반대로 웨이드가 갖고 있다. 중간에 누군가의 집에 가는 신에 있다. 여기서 어떤 문제가 벌어진다. 웨이드는 앰버는 가능하지만 웨이드는 불가능한 능력 묘사가 나온다. 이 가능/불가능의 대조는 영화 내내 반복되며 작품의 핵심소재인 '한 줄의 대사'로 도착한다. 이는 웨이드와 앰버의 대조점을 조명하던 영화의 이야기를 뒤엎는듯한 테마이기도 하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영화의 4 원소로 멋지게 풀어낸 것이다. 이를 캐릭터의 서사로서만 푼 것은 아니다. 시각적으로 두 캐릭터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연출도 영화에서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 살짝 아쉽다고 느끼는 부분은 이 로맨스를 위해서 이야기가 후반부에 맥이 빠진다는 점이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빙봉으로 온갖 눈물은 다 나오게 하던 디즈니 x픽사치 고는 좀 관성적으로 이야기를 푼 느낌이 있다. 좀 예상되는 느낌? 또 영화 핵심 사건이 아무리 애니메이션이라지만 해결되는 과정이 디테일이 약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후반부 아름다운 장면을 위해 아름답게 서사를 살짝 희생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또 이민자들 간의 관계를 지엽적으로만 접근했다는 것이 후반부의 문제해결 과정에 아쉽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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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사는지 보다 어떻게 살지를
영화 <올드 가드(The Old Guard)>(2020)의 인물들은 고뇌에 휩싸인다. 앤디(샤를리즈 테론)를 비롯한 불멸자들은 영속의 삶 가운데 자신의 존재적 정체성을 찾아내려 하고 의미 있게 살아갈 이유를 탐구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그 누구도 해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The Lord of the Rings: The Fellowship of the Ring)>(2001)의 간달프는 프로도에게 우리는 인생에서 의도하지 않은 많은 것들을 겪지만, 그저 주어진 그 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을 남겼다. 간달프의 말에 힘을 보태서 생각해 보면, 사실 <올드 가드> 속 불멸자들의 고민은 해결될 수 없다. 개체의 발생적 원인과 존재적 배경을 추적하고, 삶의 궤적을 지탱하는 명분이나 당위성 따위를 되새기는 작업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그리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저 주어진 순간에 몰두하여 현존하는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그 자체가 아니겠는가. 과연 <올드 가드>의 인물들, 그중에서도 특히 앤디는 어떤 사유 과정을 거쳐서 어떤 판단을 통해 어떤 선택을 보여주었는가. <올드 가드>는 다양한 인물상을 다루기 때문에 이를 통해 고찰하기 좋은 지점들이 여럿 보이는 작품이다. 앞서 이야기한 이들의 고뇌를 바탕으로, 앤디를 중심으로 한 인물 관계 속에서 무엇을 살필 수 있는가.
앤디의 고뇌
앤디는 불멸자 중에서도 가장 오랜 세월을 살아온 존재로, 그의 기나긴 삶의 궤적만큼이나 쌓인 고뇌의 순간들도 분명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앤디는 영화 속 불멸자 중 가장 연장자 대접을 받는 데다가, 연령 또한 추측이 어려울 정도로 신묘한 존재로 묘사된다. 새로운 불멸자인 나일(키키 레인)을 팀에 합류시키려는 앤디는 나일에게 사람들이 자신을 신으로 여겼던 적도 있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늘어놓는다. 나일은 불멸의 삶이 좋은 것 하나 없을 거라 여기고 거부하려고 하지만, 앤디는 받아들이기 힘든 걸 알고 있다며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이미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오랜 세월 동안 불멸의 존재로 살아온 앤디
이렇듯 겉으로는 모든 걸 초월한 듯 보이는 앤디는 사실 힘든 여정을 끊임없이 겪어내다 못해 지칠 대로 지쳤으며 풀리지 않는 존재적 고민을 늘 안고 살아간다. 앤디는 그 누구보다도 많이 고민하고 절망을 겪으면서 번뇌에 사로잡히곤 한다. 불멸의 힘은 앤디에게 다른 방식의 삶을 강요했다. 앤디는 팀을 조직하여 일종의 용병 집단처럼 전 세계를 누비면서 불의로 보이는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 애썼다. 그런데 말이 쉽지, 대가 없이 선행만을 반복하는 삶이 과연 앤디에게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앤디를 필두로 한 불멸자 조직은 약자를 보호하고,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몸을 바쳐 헌신해왔다. 물론 이들의 행위는 그 자체로 칭송받아 마땅하고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볼 수 있지만, 정작 행위의 주체들에겐 이러한 행위의 연속이 무용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런 동기도 없고 명분도 찾을 수 없는데 뭐 하러 세상을 구하고, 누구 좋으라고 정의를 수호하려 하는가. 심지어 앤디의 말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은 좋아지기는커녕 나빠지기만 하는 듯 보이지 않는가. 여전히 세상은 각종 문제들로 가득한 아수라장이다. 초월적인 능력을 보유한 주체가 자신의 정체성과 실존에 관해 고민에 빠지게 되는 지점은 이 작품뿐만 아니라 흔히 영웅물에서도 많이 다뤄지곤 하였다.
영화에서 앤디의 고뇌는 몇몇 지점을 경유하면서 다변화되는데, 특히 가게 점원과 앤디가 대화를 나누는 신이 그렇다. 앤디는 자신에게 자초지종을 캐묻지도 않고 덜컥 호의를 베푸는 점원을 보며 의아하게 생각한다. 점원은 당신만의 사정이 있을 거라면서 도움이 필요해 보여서 도와주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치료가 끝난 후, 점원은 오늘은 내가 치료해서 널 도와줬으니 내일은 네가 길에서 넘어진 사람을 보면 일으켜주라고 한다. 아무도 혼자는 못 산다며. 이렇게 가게 점원은 앤디를 조건 없이 도와준다. 앤디가 왜 도와주냐고 묻자, 점원은 도움이 필요해 보여서 도와주는 건데 꼭 이유가 필요하냐고 묻는다. 앤디가 아마 이때 지난 몇 천년의 삶을 돌아보며 의미를 곱씹어 보지 않았을까 싶다. 자신은 왜 그 긴 세월 동안 인류를 도우며 살아왔는가. 앤디가 오롯이 자신을 위해서 살았는가? 그녀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일종의 운명과도 같은 삶의 형태를 조건 없이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적으로 의미를 창출하는 삶을 살았다. 앤디는 조건 없이 인간들을 도와준다. 인간들이 자신을 마녀 등의 기이한 존재로 여겨 공격하기도 했지만, 앤디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류를 구원한다. 결국, 점원을 향해 의아해하며 건네는 앤디의 질문은 역으로 자기 자신한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 대화하는 신은 불멸성을 잃고 인간화된 앤디가 타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중요한 서사적 동력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앤디가 점원의 말을 통해 많은 걸 느꼈는지, 잠시 눈을 감으며 아주 희미하게 웃는 모습이 담긴 클로즈업 쇼트에서 상기한 서사적 효과가 극대화된다.
점원의 말은 들은 앤디의 얼굴이 담긴 클로즈업 쇼트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일은 앤디에게 있어서는 앤디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존재로, 나일을 통해 앤디는 자신의 삶을 다시 되짚어보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불멸을 잃을 때, 네가 나타났어. 너(나일)를 통해 내(앤디)가 처음에 어땠는지 돌아보고, 다시 기억하라는 의미인가 봐”. 이렇듯 앤디는 자신을 조건 없이 도와준 가게 점원과 자신의 분신처럼 느껴지는 나일을 보면서 지금까지 사로잡혀왔던 존재적 고민을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사실 앤디가 고민하는 지점들은 절대로 해결될 수 없는 운명적인 논리와 맞닿아 있다고 보는 편이 맞다. 그러한 삶의 논리를 수용할지 거부할지는 본인이 정하는 것이다.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 역시 그런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의 도출을 그럴듯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도 없다. 결국, 원점으로 회귀하는 존재적 고뇌에 사로잡히기보다는, 간달프의 조언대로 현존하는 삶의 흐름을 잠시 붙잡아 의미를 부여하려는 각자의 주체성에 주목할 때 우리의 삶은 어쩌면 조금 더 가치 있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왜 이런 삶을 살아가게 됐는지 심각하게 여길 바에는 이런 삶 속에서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에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편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사진 출처
- IMDb
- Netflix(화면 캡처)
* 본 콘텐츠는 브런치 드플레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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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주년이 지난 둘리는 과연 진짜 어른이 된 걸까?
시놉시스
둘리는 1억 년 전에 부모님을 잃고 빙하 속에 갇혀 잠들어 있었다. 어느 날 남극의 펭귄 무리가 실수로 건드려서 둘리가 있는 빙하가 서울로 가게 된다. 빙하가 서울에서 발견되었다는 특보로 인해 사람들은 빙하를 캐가기 시작하고 남겨진 건 뿌리만 남은 빙하와 둘리였다.
한창 여름철에 영희와 철수는 청계천에 버려진 공룡 인형(둘리)을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온다. 하지만 아빠인 고길동의 반대로 둘리는 쫓겨나려고 하는데...
과연 둘리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둘리를 만나면서 고길동은 더 불행해졌다. 둘리가 평범한 동물이 아닌 초능력을 가진 아기공룡이여서이다. 고길동은 단지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고 한 것뿐인데 둘리가 나타나 망쳐버린다.
이 둘과의 신경전은 계속되는데 정말 고길동이 안타까우면서 둘리가 미워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귀여운 공룡인 둘리의 행보를 보며 코믹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둘리의 주변 등장인물들도 매력이 있었는데 서커스단에서 온 또치와 밤하늘에서 별똥별로 떨어져 오게 된 도우너 그리고 언젠가 슈퍼스타가 되길 바라며 기타 연주를 열심히 하는 마이콜까지 전부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었다.
도우너가 가진 타임 코스모스로 시간 여행을 해서 어린 고길동을 만나 혼내주려는 장면과 우주로 나가게 되면서 바요크라는 우주 해적단에게 쫓기는 이들의 사투를 보면서 정말 많이 웃었다.
잠시 스포일러를 말하자면 얼음별이라는 설정이 영혼들만이 가는 사후세계인데 그곳에는 죽은 둘리의 색시와 엄마가 있었다. 바요크 우주 해적단이 얼음별을 차지하면서 영혼들을 노예로 부리는데 이들을 풀어줄 인물이 나타난다고 전해진다. 바로 그건
우주를 구하는 건 고길동이었다. 이 예언을 우주 가시고기가 말하면서 마지막에 소드 마스터 고길동이 세상을 구한다. 결국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아기공룡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시사회를 보면서 40주년을 맞은 둘리의 모습에 너무 감동받았다. 옛 추억이 되살아나는 애니메이션이지만 이제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강세로 지금의 10대들은 많이 모를 것이다.
그래도 둘리를 다시 볼 수 있어서 기뻤고 좋았다!
둘리는 과연 어른이 된 것일까?
하니엘의 그것이 알고 싶다 <둘리 얼음별 대모험 편>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영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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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나리 영화후기
영화<미나리>는 1980년대 한국 이민자 가족이 아칸소 주의 시골에서 농장을 가꾸는 이야기다.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이들이 한국의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미나리에 비유한 작명이라 한다. 제이콥(스티븐 연)와 그의 아내 모니카(한예리)는 70년대 초에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을 와서 병아리감별사로 거의 10년 동안 고생해서 모은 재산으로 아칸소 주의 농지 5에이커를 구입한다. 10살이 된 의젓한 딸 앤(노엘 케이트 조)과 심장병이 있는 7살짜리 아들 데이빗(앨런 S. 김)도 부모를 따라 낯선 땅에 도착한다.
제이콥은 미국에서 희귀한 한국산 채소를 길러 대박을 노리지만, 수원지와 떨어져있어 전 땅주인조차 포기한 황폐한 땅임을 모른다. 모니카는 낯선 아칸소로의 이주가 썩 내켜하지 않지만, (남편을 믿고) 농작물이 경작될 동안 병아리 농장에서 생계를 책임진다. 그녀가 일하러 간 동안 아이들을 돌봐주기 위해 고국에서 친정어머니 순자(윤여정)을 모시게 된다.
1.헐리우드가 <미나리>를 주목하는 이유는?
영화 <미나리>는 거시적인 이민이야기와 미시적인 개인사를 교묘히 배치해 놨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주인공 시점을 둘로 쪼개 놓았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드림은 제이콥의 시점에서 진행되고, 미국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는 데이빗의 시점으로 나눠놨다. 아버지와 아들을 동등하게 취급하고 있어서 진부한 가족드라마로 낭비되지 않도록 막고 있다.
또,이 자전적인 영화는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있다. 한국인의 정(精)과 가족애를 내세웠음에도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다. 기존 한국영화들이 감정적으로 관객을 동요시키려 애쓰지만, <미나리>는 굉장히 냉철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결말이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끝나지만 다 보고나면 우리는 이 가족에 대해 안심한다. 가족이 안고 있는 갈등이 '미나리'라는 희망으로 봉합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 영화의 마법이다. 최대한 스포일러를 배재하고 영화에서 이해가 안 될 부분들만 논의해보겠다.
주인공 데이빗의 눈에 비친 부모님, 이민 1세대는 전형적인 20세기 한국인이다. 가족을 위해 농장을 이루려는 아버지와 불확실한 미래이지만, 남편을 믿고 묵묵히 서포트하는 어머니가 그렇다. 반면에 이민 2세대는 미국 사회에서 미국인처럼 생활한다. 그것을 보여주는 아칸소의 ‘신앙공동체’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폴(윌 패튼)은 중남부에 걸친 복음주의 개신교가 강한 '바이블 벨트(Bible Belt)'을 의인화했다. 그가 십자기를 지고 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신앙심 깊은 모니카가 한인교회가 없는 아칸소에서 개신교들과 교류하는 방식으로 미국 사회에 동화되는 장치로 활용했다. 이 점만 봐도 지극히 미국적인 영화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한예리 배우가 밝힌 비하인드에 의하면, 모니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던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10년간 병아리 감별사로 제법 큰 돈을 벌었지만, 남편은 그 돈을 고국의 가족들에게 송금했다. 그 와중에 남편 제이콥은 자신의 꿈이라며 농장을 계약하고 아칸소로 이사왔다. 그녀는 남편의 뜻을 존중하지만, 가슴 한편으로 조국을 그리워하고 남편에 대한 불만이 쌓여있는 상태라고 한다. 그래서 모니카는 이민자의 설움을 같이 공유하던 캘리포니아 한인교회를 그리워하지만, 아이들은 지역교회를 배먹지 않고 다니며 백인 친구들과 어울린다. 그렇게 아이들은 미국 청교도 문화에 동화되었다.
반대로 한국에서 온 순자는 낯선 존재다. 그녀는 딸이 아이들에게 데려가면 안된다고 한 위험한 숲으로 손자손녀를 데려가면서 뱀을 쫓아내려는 데이빗에게 위험한 건 눈에 보이는 게 좋으니 내버려두라 타이른다. 이것은 가정 내부의 문제를 서로 대화하고 같이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돌려 말한 것이다. 즉, ‘농장’을 두고 제이콥과 모니카의 의견 차이에 대한 할머니의 조언이다. 이렇듯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할머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미국사회에서 한국인으로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2.외할머니 순자는 왜 이토록 큰 반향을 일으켰을까? 그리고 미나리의 의미는?
순자 역을 맡은 윤여정이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미국에서 본적이 없는 한국적인 할머니 상이라서 신선해서이다. 순자는 요리에 서툴지만, 어머니와는 다른 할머니의 애틋함을 보여준다. 또, 자식과 손자들을 위해 한국에서 바리바리 음식보따리를 풀어놓는다거나 딸과 사위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은 그런 태도는 미국인에게는 굉장한 문화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에게는 익숙하겠지만 말이다.
“‘미나리’가 얼마나 좋은 건데...‘미나리’는 잡초처럼 아무데서나 막 자라니까 누구든지 다 뽑아 먹을 수 있어. 부자든 가난하든. 김치에 넣어 먹고 찌개에 넣어 먹고 국에도...아플 때 약도 되고. ‘미나리’는 원더풀, 원더풀이란다!”
순자(윤여정)의 대사
할머니 순자(윤여정)의 대사를 유심히 들어보면 미나리의 의미를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손자 데이빗(앨런 킴)에게 ‘너는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스트롱한 보이야!‘라고 칭찬하거나 "아무데나 심어도 잘 자란다. 여러 곳에 쓸 수 있다"라고 주제를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그러므로 ‘미나리’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질긴 생명력과 할머니와 손자의 정(情)을 실로 우아하게 의인화한 것이다.
이처럼 한국인의 끈질긴 생명력과 이민자로써의 정착을 상징하는 소재가 순자가 심은 ‘미나리’다. 앞서말한 거시적·미시적 관점이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것이다. 동시에 프로테스탄티즘과 프론티어 정신을 한국인의 민족성과 결부짓는다. 이것이 할리우드가 <미나리>를 주목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