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09-09 22:58:04
괴롭힘은 관심의 표현이 아니다.
영화 <그 날의 우린> 리뷰
제목만 봤을 땐, 풋풋한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여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막상 보니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영화였다. 확실한 주제와 따뜻한 시선 그리고 단단함이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주어진 은연중에 내재되어 있는 보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누군가 정해주는 결말로 한정 짓지 않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할 우리를 중심으로 한 단편 영화 '그날의 우린' 리뷰를 시작해보려 한다.

낯선 것의 시작은 우리에게 있어서 큰 혼란을 가져다주었다.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다른 이에게 피해를 준 우리의 모습을 본 건우는 그를 빌미로 이상한 부탁을 한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은 황당하면서도 그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커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더욱이 상대가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이용하려는 마음은 그저 끔찍스러울 뿐인데도.

괴롭힘은 관심의 표현이 아니며 그저 폭력일 뿐이지만 아직도 은연중에 남아있는 사회의 편견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보편적인 시선은 아직 쉽게 바뀌기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극 중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마지막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조금씩은 움직이는 것 같아서 우리를 응원하고 싶었다. 영화 '그날의 우린'은 2022 원주 옥상 영화제에서 볼 수 있으며 퍼플레이 온라인 상영을 통해 관람이 가능하다. 9월 10일 토요일까지 관람 가능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Relative contents
-
- 어린시절 여름방학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톰보이
톰보이
감독 셀린 시아마
배우 조 허란, 말론 레바나, 진 디슨
네이버 평점 : 8.91 / 10 (네티즌 평점 기준 참여인원 58명)
왓챠 평점 : 3.8 / 5 (참여인원 8,905명)
개인 평점 : ★★★★☆ (4.5 / 5)
톰보이 리뷰 3줄 요약
1. 극 중 동생 역할로 나오는 잔이 너무 귀엽다.
2. 한 아이의 어린 시절을 살짝 훔쳐보는 영화.
3.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감독 셀린 시아마 각본, 연출 작품
<톰보이> 메인 포스터, 캐릭터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톰보이> 캐릭터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 상을 휩쓰는 감독 셀린 시아마
<톰보이>는 프랑스 영화로 셀린 시아마라는 아주 핫한 감독의 2번째 연출작이다.
셀린 시아마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라는 작품으로 영화제 상을 휩쓸면서 국내까지 알려졌고, <톰보이>는 그 이후 감독의 유명세를 타고 2020년 5월에 뒤늦게 개봉하였다.
프랑스에서는 2011년에 개봉한 작품이었기에 국내 개봉 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뒤늦게나마 국내까지 들어와서 기쁜 마음으로 관람했다.
다시 감독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셀린 시아마는 데뷔작부터 꾸준하게 여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만들고 있는 여성 영화 전문 감독이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비롯한 2관왕을 수상한 이력이 있으며, 데뷔작부터 지금까지 모든 연출작에서 작은 상이라도 항상 받아온 대단히 촉망받는 감독이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아마 본 사람들이라면 <톰보이>도 재미있게 보지 않을까 싶다.
- Tomboy의 뜻
영화 제목인 <톰보이>는 남자처럼 행동하는 여자아이라는 뜻의 단어이다.
단어 사전에 말괄량이로 적혀있기도 하다고 하는데 그보단 ‘보이시한 매력을 가진 멋진 여자애’ 정도가 맞는 해석인 것 같다.
영화 속 주인공을 의미하는 제목이자 이 영화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포스터 속 아주 멋진 주인공은 바로 로레이다.
아니 아마도 포스터 속 이름은 미카엘 일지도 모르겠다.
미카엘은 로레가 남자아이처럼 행동하면서 스스로 지은 이름이다.
영화는 로레의 삶 속 잠깐 스쳐 지나간 미카엘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톰보이>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 찰떡같은 배우 캐스팅
핵심 주연이 모두 아역인 작품인 만큼 약간은 걱정이 될 수 있겠지만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전혀 연기력의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고 특히 주인공 자매를 연기한 조 허란과 말론 레바나는 최고의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한다.
미카엘과 로레 역의 조 허란은 중성적인 분위기를 너무도 잘 담아냈으며 귀여운 동생 잔 역할의 말론 레바나는 정말이지 너무 귀엽다. 둘 다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라서 이 두 자매를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진다.
<톰보이> 스틸컷,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 여름방학 그 자체인 영화
<톰보이>를 한 단어로 표현하라면 나는 단언컨대 "여름방학"을 말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여름방학에 일어난 일이면서 그 방학을 너무 잘 표현한 영화가 2개 있는데
첫 번째가 <톰보이>이고 두 번째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실제로 영화 속 시간 배경이 여름방학이라는 것이고, 둘 다 잠깐의 마법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둘 다 퀴어 영화지만 내가 말하고 싶었던 마법 같은 부분이 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와 다른 일상이 찾아온다는 점에서 마법 같음이고, 여름이라는 배경을 제외한다면 <라라 랜드>나 <비포 선라이즈> 같은 영화들 역시 마법 같은 시간을 담은 영화들이라 할 수 있겠다.)
지나고 보면 마치 꿈같았던 그 반짝거리는 순간의 분위기가 너무 잘 담겨 있다.
두 영화의 차이점이라면 <톰보이>는 조금 더 풋풋한 초여름의 분위기라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쨍쨍한 한여름의 분위기라는 것이랄까...?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해 봐도 여름방학이 1년 중 가장 즐겁게 놀던 시기였던 것 같다.
한 달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에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했었는데, 막상 돌이켜서 생각해 보면 대단스러운 일을 했던 적은 없었지만 시작은 항상 거창했었던 것 같다.
<톰보이>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 자연스러운 메시지
<톰보이>는 꽤나 영화 주제나 제목만 보더라도 명확하게 메시지가 전달되는 영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영화를 보면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매우 자연스럽게 스토리의 한 부분처럼 흘러간다.
이는 극 중 어느 캐릭터도 단순히 메시지를 전하는 용도로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메시지가 명확한 영화들은 단순히 메시지 강조를 위해 역할들이 소모되는 경우가 있는데, 약간만 과하게 들어가도 오히려 관객 입장에선 생각을 강요당한다는 느낌을 받기 쉽다.
<톰보이>는 감독이 어느 쪽으로도 힘을 더하지 않고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이야기를 진행시키며 각 인물들의 생각을 담아낸다. 그러다 보니 모든 인물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 톰보이 메인 예고편
<톰보이> 메인 예고편 [출처: 씨네큐브 유튜브]
*여기부터 스포일러 포함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은 로레와 잔의 케미가 톡톡 터지는 장면들이다.
서로를 진정으로 아껴주고 챙겨준다는 것이 느껴지면서 빠질 수 없는 소소한 투닥투닥까지 완벽한 티키타카!
영화 속에서 잔만이 유일하게 로레와 미카엘을 나누지 않는 인물이다.
물론 마지막에 리사 역시 새롭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리사는 새롭게 알아가기로 결정한 인물이라면 잔에게는 로레가 언니였다가 든든한 오빠일 수 있다는 점에서 로레를 진정으로 좋아해 주는 잔의 순수한 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저 같이 놀아주기만을 바라는 잔의 모습이 몹시 귀엽다.
영화 마지막에 엄마가 선택한 방법은 조금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물론 방학의 끝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로레의 거짓말이 오래가지 못함은 당연하고
이를 방치할 수 없는 것도 맞지만 꼭 원피스를 입혀서 데려가야 했을까...
부모는 아이를 가장 오랜 시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교육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아이는 그 외에도 학교, 친구, 인터넷 그리고 스스로 고민을 통해서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자라난다.
아이가 가는 방향과 부모가 바라는 방향이 다를 때
아이의 첫 행보, <톰보이>에서는 미카엘이라는 이름을 만들어낸 행동이 부모에게는 첫 일탈로 다가올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를 바로잡는 부모는 교육 중인 걸까? 교정 중인 걸까?
우리는 가족에 대한 이해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
최근 들어서 기술의 변화나 사회적인 변화가 급격하기 때문에 더더욱 세대 차이나 생각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앞선 세대의 교육이 항상 옳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일 수 있다. 특히 개개인의 특성과 관련된 부분이라면 더 그렇다.
-
- <포제서> 리뷰 - 익숙한 SF언어 세계를 비튼 낯설고 강렬한 감각
11일 개봉작 <포제서>를 관람했습니다
<포제서>를 연출한 감독님의 아버지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이 살짝 잔혹하고 기이한 기운의 영화로 한 획을 그었습니다
<포제서>를 연출한 브랜든 크로넨버그 감독님도 비슷한 영향이 보이는데
살짝 <인셉션>, <매트릭스>,<13층>등의 색깔, <원티드>의 액션을 참조해서 변용한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아버지 등 가족이 영화감독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고전을 리메이크한 <매혹당한 사람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등을 연출한 소피아 코플라 감독
(미국 영화 여성감독을 대표하는 인물)의 아버지는 느와르 영화의 교과서 <대부>를 연출한 프란시스 포드 코플라 감독입니다
류승완 감독-류승범 배우처럼 감독/배우가 형제인 경우도 있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연출한 코엔 형제는 형제가 연출을 겸합니다
가족 모두가 창작의 세계, 예술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의 작품들의 특성을 다 알지는 못합니다
각자 창작을 하는 인물들은 서로의 창작 세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늘 리뷰하는 <포제서>를 연출한 브랜든 크로넨버그 감독도 아버지의 영향을 상당히 받은 것 같습니다
<플라이>(1986), <비디오드롬>(1983)
아버지의 영화 대표작 을 잠깐 소개합니다
<플라이>는 특정한 개체, 생명체를 기계 등 과학 기술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이동시킬 수 있는 기술을 소개하며 전개합니다
그래서 주인공 과학자가 다양한 물체의 위치를 특정 기계를 이용해 성공적으로 마법처럼 바꾸는데요.
과학자 자신의 위치도 자유롭게 이동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험 도중에 파리가 끼여서, 주인공 과학자는 파리와 함께 한 몸, 일심동체가 됩니다
피부도 이상해지고, 복잡한 신체적 질환 때문에 고생합니다.
<비디오드롬>은 포르노 콘텐츠를 유통하는 유료방송사업자의 이야기입니다.
이 사업자는 고객들에게 성적 환상을 주는 게 목표였는데요. 극단적인 욕구를 주려고 하다가
선을 넘기 시작합니다. 주인공 방송사업자는 한 교수를 만나 독특한 비디오드롬을 체험하게 되는데요
현실세계와 환각세계의 경계가 모호하게 겹쳐집니다
<포제서>를 연출한 브랜든 크로넨버그 감독의 아버지가 연출한 뛰어난 대표작들은 이런 특징을 지녔는데요
아들 브랜든 크로넨버그의 연출작도 비슷합니다
영화 <포제서>에 등장하는 제목,
포제서 조직은 타인의 몸을 훔쳐 암살의 도구로 사용합니다
포제서 조직은 타겟의 가족이나 지인을 납치한 후, 납치한 대상의 인체에
요원의 의식을 심고 암살작전을 시행합니다.
의식으로 타인의 육체에 들어간 요원들은 사전에 혼돈을 방지하기 위해
납치한 대상의 기억, 상황, 환겨 등에 대해 충북히 학습하고 숙지하는데요
이렇게 타인의 신체에 들어가서 특정한 타겟을 죽이는 것이 내용입니다
타인의 세계, 가상등을 활용하는 비슷한 영화들 <매트릭스>, <인셉션>,<13층>
그리고 소재적으로 가장 유사한 <셀프/리스>까지 비교해보면 여타의 영화와 다를게 없어보입니다
그러나 <포제서>는 포제서의 여성 요원이 남성 고객의 인체에 들어간 후 꼬입니다.
1. 우선 주인공 여성 요원(타샤 보스)의 죄책감, 트라우마가 나날이 깊어지고 있었습니다.
타인을 죽이는 임무를 수행하는 킬러가 반복되는 살인, 죄로 인해 죄책감도 깊어졌습니다.
영화에서는 남편/자녀와의 관계등을 통해 상처가 충분히 회복된 후 킬러 임무를 수행했어야한다고 암시하는데
윤리적으로 떳떳하지 못한 일, 살인 등을 업으로 삼다보니 죄책감이 깊어졌습니다
2. 살인을 청부한 고객 콜린 데이트 (크리스토퍼 애봇)의 고민, 죄책감도 깊었습니다
고객 콜린 데이트는 사적인 욕망, 분노 때문에 자신이 일하는 굵직한 IT 기업의 총수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이 기업이 트렌드를 주도하는 IT기업처럼 묘사되는데 적어도 테슬라, 아마존 등 나스닥을 주름잡는 성장주/기술주 특성의 기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그러나 이 의사결정에 관한 죄책감도 복잡했고, 부부관계도 살짝 불안했고 이런저런 고민이 깊었습니다
3. 죄책감, 트라우마가 있어도 직업의식을 다하고자했던 여성 요원(타샤 보스)의 직업의식
살인 청부를 요청한 콜린 데이트의 망설임 등 감정이 충돌합니다
1.에서 설명한 타샤 보스는 마음이 심란한데도 불구하고 임무를 수행하려다 보니 부작용이 생깁니다
(포제서 시스템은 나름대로 요원의 정신 상태를 감정하기도 합니다.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불안한 요원들은 제외시키는데요
타샤 보스 요원은 무리해서 감지 시스템을 속이고 프로의식을 다해 임무를 완수하고자합니다)
2의 고객 콜린 데이트는 죄책감과 불안, 꼬여버리는 일들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돈을 지불하고 살인을 해달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행동을 수행하는 1 타샤 보스에게 앙심을 품고 불안해합니다.
이렇게 1[돈을 받고 요청한 고객의 신체의 들어가서 살인을 행하는 인물]과 2[돈을 지불하고 시스템의 의식에 의지하는 고객]의
자아가 충돌하다보니 난장판이 됩니다
두 자아의 충돌을 다루는 장면들은 난해하고 다소 경미한 두통을 유발합니다.
문명 시스템에 의해 타인에 침투하는 진영,
돈을 지불하고 타인의 영혼을 이용하여 자신의 영혼을 더럽히지 않고 죄를 행하는 진영 모두 불안한 의식, 날이 바짝 서있습니다
전반적인 소재들은 <매트릭스>, <인셉션>, <13층>의 설정들을 흥미롭게 변용하지만
인물들의 가치관, 문명에 대한 비판등은 바짝 날이 서있습니다.
바짝 날이 서있는 영화의 감각은 문명에 대한 비판의식이 통렬합니다
<포제서>리뷰를 마무리합니다.
- 아버지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님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뛰어난 작품이 많습니다.
2000년대 작 중에서는 <폭력의 역사>, <이스턴 프라미시스>를 추천합니다.
이전 작품중에서는 <플라이>, <비디오드롬> <엑시스턴즈>를 특히 추천합니다.
80년대 <플라이>나 <비디오드롬>은 호러장르 스러운 색깔이 강한 <터미네이터> 1편 느낌이 나면서도
문명에 대한 비판이 강렬합니다.
- 아버지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님 영화들 그리고 리뷰한 <포제서>모두 잔혹한 수위는 조금 있는 편이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포제서> ★★★☆ 7.5
악한 욕망, 다양한 자아, 문명의 냉기가 서로 충돌하는 혼돈의 경게위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타는 SF장르물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 본 콘텐츠는 블로거 리얼리스트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멜로무비 | 그들이 영화와 멜로를 찍었던 이유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비디오 가게에서 안 본 비디오가 없을 정도로 영화를 사랑한 '고겸'(최우식). 그는 영화와 더 사랑에 빠지기 위해 단역 배우 활동을 시작한다. '마성우'(고창석) 감독의 촬영장에서 나름 최선을 다해 촬영에 임하던 중, 고겸은 촬영 스태프로 일하던 '김무비'(박보영)를 만난다. 첫눈에 그녀에게 반한 고겸은 끊임없이 그녀에게 다가서고, 그를 부담스러워하던 무비는 볼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고겸에게 마침내 마음의 문을 열기로 결심한다.
바로 그때 고겸은 돌연 모습을 감춘다. 교통사고로 인해 장기 입원 환자가 된 형 '고준'(김재욱)을 간호해야 했던 것. 영문을 모르는 무비는 어릴 적 딸보다 영화를 사랑했던 아빠처럼 고겸이 자신을 떠났다고 생각하고, 그와의 관계를 홀로 정리한다. 하지만 5년 후, 영화감독이 된 무비 앞에 고겸이 나타난다. 그것도 유명 영화 평론가가 되어서. 그를 다시 본 순간 무비는 깨닫는다. 그와의 멜로 영화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멜로무비>를 보는 두 시선
'멜로드라마' 혹은 '멜로' 장르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좁은 의미에서 멜로는 로맨스 장르, 남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뜻한다. 특히 분위기가 무거운 작품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흔히 '정통 멜로'라 하면 성인 간의 관능적이거나 진지한 로맨스를 연상할 수 있다. 물론 로맨틱 코미디에 멜로 향이 첨가되는 경우도 있다. 두 주인공의 사랑이 내적, 외적 이유로 위기를 겪을 때 자연스럽게 멜로로 전환되는 식이다.
넓은 범주에서 보면 멜로 장르는 연인 간의 로맨스 그 이상의 이야기를 포함한다. 본래 멜로는 사랑 이야기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주인공(특히 여성)이 겪는 여러 어려움과 고통을 감정적으로 분출하는 극을 의미했기 때문. 즉, 멜로는 연인과의 사랑은 물론, 일상 속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부딪히는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장르인 셈이다.
<그 해 우리는>의 이나은 작가가 넷플릭스와 만난 <멜로무비>를 보고 나서 반응이 갈릴 여지가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멜로무비>는 두 주인공의 로맨스 비중이 작은 반면, 영화라는 매개체 덕분에 얽힌 다양한 사람들 간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냈다. 따라서 만약 좁은 의미의 멜로를 기대했다면 예상과 달리 곁가지가 많아 보이고, 넓은 의미의 멜로를 원했다면 눈물샘을 자극하는 사랑 이야기에 저항 못할 수밖에 없다.
고겸과 고준의 멜로무비
<멜로무비>는 영화를 구심점 삼아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한 곳에 모은다. 그들이 영화와 사랑에 빠진 각기 다른 이유를 보여주면서 그들이 영화와 찍은 멜로무비를 틀어주는 셈이다. 가장 먼저 고겸과 고준 형제의 멜로무비가 눈에 띈다. 어려서부터 온갖 영화를 섭렵하고, 단역 배우로 활동하다가 영화평론가가 된 고겸. 그는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영화 속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고겸의 말에는 속뜻이 숨겨져 있는 듯하다. 형 고준과의 관계 때문이다. 고겸은 초등학생일 때 부모님과 사별했다. 그런 그에게 현실은 두려운 존재였다. 유일하게 남은 가족인 형마저 자신을 떠나는 것은 아닐까 무서움에 떨게 만드는 존재가 바로 현실이었다. 달리 말해 고겸에게 영화는 일종의 탈출구였다. 어린 나이에 마주하기에는 너무나도 차가운 현실을 잊게 만드는 환상이었다. 그래서 그는 영화와 사랑에 빠졌다.
고준이 영화와 사랑에 빠진 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성인이 되자마자 어린 동생과 남겨진 고준. 그에게 현실은 동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가득했다. 그래서 그는 밀린 월급을 주지 않는 사장에게 항의하다가 모욕을 당해도 끓어오르는 감정을 마음속 깊이 눌러 담아야 했다. 그런 고준에게 영화는 온갖 감정을 눈물로써 승화하는 창구였다. 평상시에는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그가 유독 슬픈 영화만 보면 펑펑 울었으니까.
더 나아가 두 형제에게 영화는 삶의 버팀목이었다. 둘이 같이 영화를 보는 시간만큼은 각자의 상처를 잊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고준이 교통사고 때문에 장기간 입원하고 재활 치료를 받는 동안 고겸이 영화평론을 직업을 선택한 것은 상징적이다. 두 형제에게 영화란 삶을 지탱하는 수단이자 가족을 뜻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무비와 아빠의 멜로무비
김무비의 멜로무비는 고겸의 것과 양상이 다소 다르다. 그녀에게 영화는 애증의 대상이었다. 영화는 좋아했지만, 아빠 때문에 영화가 싫어진 것. 자기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었던 무비의 아버지는 평생을 영화 스태프로 일했다. 딸과 약속이 있어도, 딸의 생일이어도 영화 제작 현장에 가 있을 정도였다. 그런 아빠를 보면서 무비는 그가 자신보다도 영화를 더 사랑한다고 생각했고, 아빠를 미워하기로 결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를 사랑한 아빠를 미워했기에 무비는 영화를 자기 진로로 선택했다. 아빠가 너무나도 미운 나머지 그에게 증명하고 싶었으니까. 그를 비롯한 다른 영화인들처럼 자기 인생을 갈아 넣지 않아도 충분히 영화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영화는 그저 직장이자 일일 뿐이라는 사실을. 즉, 무비에게 영화는 의도치 않게 삶의 방향성을 정해준 이정표였던 셈이다.
이 이정표는 신인 감독이 된 무비에게 다른 길도 가르쳐준다. 그녀는 감독이 된 후에야 비로소 마음 한 구석에 품었던 미운 정을 떨쳐낸다. 아빠가 그토록 영화에 매달려야 했던 이유를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 영화는 혼자 만드는 예술이 아니니까. 영화감독이 된다는 것은 무비 아빠처럼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꿈과 열정을 책임진다는 의미였으니까. 그 무게감과 절실함을 마주하면서 무비는 비로소 진정으로 영화와 사랑에 빠진다.
무비와 고겸의 얕은 멜로무비
그런데 고겸과 무비는 정반대 방향으로 영화와의 사랑을 가꿔 나간다. 흥미롭게도 두 주인공 간의 멜로가 계기다. 고겸은 영화 그 자체보다는 형과 영화를 같이 보며 현실을 잊는 시간을 사랑했다. 그래서 그는 형이 세상을 떠나자 영화에도 흥미를 잃는다. 평론도 그만두고, 그간 애써 모은 비디오도 정리한다. 빈자리는 무비가 대신한다. 형과의 추억이 뼈아파서 집에 못 들어가던 그를 무비가 데리고 들어가는 장면이 그 방증이다.
반대로 무비는 고겸을 만나 영화와의 멜로를 꽃피운다. 고겸이 그녀의 마음속 상처를 보듬어 줬기 때문. 무비는 영화감독이면서도 영화와 거리를 두었듯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 영화를 쫓던 아빠처럼 다른 이들도 자신을 버릴까 두려워했으니까. 하지만 홀연히 떠난 것 같았지만 결국 되돌아온 고겸과의 로맨스 덕분에 무비는 달라졌다. 그와의 멜로 덕분에 영화와 사람에게 마음 주는 법을 배운 셈이다.
문제는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끼친 영향이 강조되지 못했다는 것. 달리 말해 두 주인공 각자의 인생사가 그들의 로맨스를 가려버린다. 그들이 영화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떠나보내야 하는 이유는 인생의 역경과 얽혀서 명확히 드러난다. 그에 반해 둘이 서로에게 사랑에 빠지고 애정을 키워 나가는 과정은 그저 우연에 기댄다. 드라마의 분위기 자체는 영화적으로 꾸며주더라도 그들의 접점을 강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작가의 전작인 <그 해 우리는>과 비교하면 문제가 더 명확하다. 전작은 '최웅'(최우식)과 '국연수'(김다미)의 관계를 다층적으로 묘사했다. 전 애인, 다큐멘터리 출연자, 마케터와 섭외 대상 작가 등 여러 관계를 중첩하면서 관계에 깊이감을 더했다. 반면에 고겸과 김무비는 운명적인 사랑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영화감독과 평론가라는 독특한 조합도 그저 둘을 재회시키는 도구일 따름이다. 자연히 둘의 로맨스는 표층적이다.
삐걱거려도 넘어지지는 않았다
이처럼 두 주인공의 서사가 잘 이어지지 않고, 멜로도 부각되지 않다 보니 <멜로무비>의 완성도에는 여러 문제가 생긴다. 우선 '홍시준'(이준영)-'서주아'(전소니) 커플의 이야기가 극에 녹아들지 못한다. 이 서브 커플은 고겸-김무비 커플과는 정반대 위치에 있다. 그들처럼 우연히 재회했지만, 장기 연애가 끝난 후에 만났다는 점이 다르다. 사랑을 다시 시작하는 대신 이별을 완성하는 이야기라는 점도 차이점이다.
그런데 고겸과 무비의 관계성이 각자의 사연에 가려지다 보니 서브 커플의 서사도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한다. 빛이 강해야 그림자도 짙어질 수 있는데, 정작 빛이 약한 모양새다. 이에 더해 꿈을 위해 이별을 선택하고 고통을 감내하는 서브 커플의 플롯도 문제다. <라라랜드> 같은 이 이야기가 정작 '영화'와 접점이 없기 때문. 그 결과 이들의 로맨스는 다른 드라마가 중간에 삽입된 것 마냥 나머지 플롯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완성도의 결함으로 인해 기시감도 강조된다. 일례로 매 에피소드마다 반복되는 프롤로그-본편-에필로그 형식은 작가 고유의 스타일이지만, 마치 전작의 답습처럼 보일 수 있다. 다른 설정도 마찬가지다. 헤어진 연인이 5년 만에 재회하는 전개, 사람을 좋아하는 남자 주인공과 사람을 밀어내는 여자 주인공 조합도 큰 틀에서는 전작과 똑같다. 그러다 보니 최우식의 내레이션이 들리는 순간부터 진한 익숙함이 느껴질 여지도 충분하다.
그렇지만 <멜로무비>의 아쉬움과 단점은 긴 잔상으로 남지 않는다. 남녀의 로맨스보다 강조한 사랑 이야기가 충분히 뇌리에 각인되기 때문. 고겸과 고준 형제의 사연으로 가득 찬 일곱 번째 에피소드의 끝에서는 눈물을 참기 어렵고, 어릴 적 상처를 딛고 마침내 삶의 방향을 결정한 무비를 보면서는 공감과 격려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멜로무비>는 부족한 로맨스를 깊이감 있는 멜로로 대신하며 막을 내린다.
Acceptable 무난함
부족한 로맨스를 채우고 넘치는 멜로의 향연
-
- 더 캡틴
더 캡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어처구니 없지만, 비이성, 광기의 시대에서는 나타날 수밖에 없는 블랙 코미디. 영화는 매우 역설적으로, 전쟁을 일으킨 독일의 입장에서 독일의 전쟁범죄를 고발하고 있다. 마치 '세르비안 필름'처럼 세르비아인 감독이 자기 나라에서 저지른 폭력을 포르노에 빗대어 고발하는 것처럼,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 헤롤트가 우연히 발견한 장교복을 입으면서, 제복의 힘에 경도되는 과정과 인간성이 파괴되는 과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전쟁이 거의 끝나가던 1945년 4월, 헤롤트 일병은 탈영한다. 영화에서도 잘 드러나듯, 이 시기에 독일군 탈영병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전쟁 끝무렵이니 완전히 수세에 몰린 독일군이 계속 후퇴하고 있었고, 여기서 죽는 건 그야말로 개죽음이라고 생각한 병사들이 하나둘 탈영을 시도했다.
독일 헌병대에서는 이렇게 탈영한 군인을 잡아들이거나 즉결 처형하기도 했는데, 이 와중에 헤롤트 일병의 실화가 발생한다. 헤롤트는 탈영을 하지만 당장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막막하다. 그러다 우연히 길가에 세워진 군용 짚차에서 트렁크를 발견하고, 그 안에 공군 대위의 제복과 군화를 비롯한 훈장 등 완벽한 세트를 발견한다.
고작 스무 살의 어린 헤롤트였지만, 이미 1년 정도 전방에서 전투에 참전했었고, 초반에는 매우 영웅적인 군인이어서 '철십자훈장'을 받을 정도로 공로를 세우기도 했다. 그런 헤롤트가 어떤 이유에서 탈영을 한 것인지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어리지만 이미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철십자 훈장까지 받은 경력을 보면, 나름 배짱도 있고, 머리도 있는 인물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헤롤트는 장교 군복을 차려 입고, 스스로 장교가 된 것으로 자기 최면 및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 그리고 우연히 만나는 탈영병을 모아 '헤롤트 부대'를 만든다. 그는 후방을 다니며 마주치는 탈영병을 규합하고, 농가에서 밥과 술을 얻어 먹으며 다니는데, 탈영병을 추적하는 헌병대를 만나 위기에 놓이지만, 헤롤트는 자기가 '최고지도자'의 직접 명령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큰소리 치며 위기를 넘긴다.
헌병대 대위와 함께 탈영병들이 잡혀 있는 임시수용소에 도착해 수용소장 쉬테의 환대를 받는다. 쉬테는 탈영병들을 죽이고 싶지만, 그럴 경우 자신이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불만만 터뜨리고 있는데, 헤롤트가 쉬테에게 '총통의 특명'을 받고 있으니 자신이 직접 탈영병들을 처리하겠다고 큰소리 친다.
헤롤트는 단지 자신이 살기 위해 공군 장교 노릇을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장교가 되었다는 확신에 차서 말하고 행동한다. 그가 일병이었을 때라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판단과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가 탈영병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을 쥐게 되면서, 상황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여기서 벌어지는 상황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역사에서는 헤롤트와 그의 부대가 탈영병 약 90여 명을 대공포로 살해한다. 탈영병이라 해도 같은 독일인이고, 전선에서 함께 싸운 전우들임에 틀림없으며, 헤롤트 자신도 탈영병이었던 걸 생각하면, 헤롤트는 자신이 탈영병이라는 죄의식을 감추기 위해 오히려 더 극단적으로 행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헤롤트가 갑자기 장교복을 입고, 장교의 권력을 갖게 되면서,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폭력을 휘두르게 된 것이다. 이때 헤롤트의 본성이 잔혹하고 폭력적이었는지, 아니면 그동안 전투를 통해 선량한 청년이었던 헤롤트가 점점 괴물로 변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른 하나는, 헤롤트의 행위가 자신이 의식하지 않고 있어도, 독일군이 같은 독일군을 살해한다는 점에서 나치의 폭력성, 전쟁광 히틀러와 독일군의 야만성을 풍자하는 장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헤롤트의 광기는 순박한 청년이 전쟁에서 미쳐가는 과정과 함께, 당시 1차,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광기와 폭력성을 동시에 드러내는 매우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 아이러니한 사건은 뒤에서 발생한다. 탈영병들을 살해한 헤롤트와 그의 부대는 신고를 받고 들이닥치 육군헌병대에 체포된다. 헤롤트도 이 과정에서 체포되며 그가 장교가 아닌, 일병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헤롤트는 군사법정에 서게 되는데, 재판장은 장교사칭, 탈영병 학살의 죄를 물어 사형을 집행하려 하지만, 다른 장교가 헤롤트의 행동은 독일군인으로 충분히 할 수 있었던 행동이며, 독일이 전쟁에서 져도 나중에 독일군의 일부는 비밀 저항조직을 만들어 적들과 싸울 것이며, 이때 헤롤트 같은 군인이 필요한 인재라고 옹호한다.
독일의 군부는 연합군에 패배한 다음에도 어떻게든 다시 전쟁을 일으키려는 야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헤롤트 같은 인물을 독일군의 훌륭한 인재라고 생각할 정도라면, 독일군부는 히틀러처럼 이미 정상적인 사고방식이 작동하지 않는, 괴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영화는 헤롤트가 군사법정에서 재판을 받았지만 무사히 탈출해 숲으로 사라지는 것으로 끝나지만, 실제 헤롤트는 그로부터 얼마 살지 못하고 참수형을 당한다. 전쟁에서는 살아남았지만, 독일이 패하고, 헤롤트는 항구도시이자 해군주둔지인 빌헬름스 하펜으로 가서 굴뚝청소부로 일하며 살았다. 그가 욕심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살았다면 아마 늙어죽을 때까지 살았겠지만, 1945년 5월에 빵을 훔치다 영국 해군에게 체포된다. 당시 영국 해군은 이 지역을 점령하고 군정을 실시하고 있었다.
단지 빵을 훔쳤다는 가벼운 죄였지만 어찌 된 일인지 헤롤트는 자기가 군인이었을 때 저질렀던 장교사칭과 탈영병 학살까지 모두 밝혀졌고, 영국 해군은 헤롤트를 끌고 수용소가 있던 아셴도르퍼모어의 수용소 부지로 이송되어 학살당한 장소에서 195구의 유해를 발굴한다. 영국 해군은 헤롤트와 그의 부대원들을 검거했고, 모두 여섯 명이 체포되어 다시 재판을 받았다. 이 가운데 다섯 명이 사형선고를 받았고, 헤롤트도 포함되었다. 이들은 1946년 11월 29일, 볼펜뷔텔 교도소에서 단두대에 목이 잘리는 참수형을 선고받고, 모두 참수되었다.
이때 헤롤트의 나이는 불과 스물 한 살. 전쟁이 헤롤트를 괴물로 만든 것일까, 아니면 헤롤트의 내면에 있던 괴물이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튀어나온 것일까. 권력을 가진 자가 광기에 휩싸이기 쉽고, 이성을 잃으면 얼마나 위험해지는가를 헤롤트의 행동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직 어리기만한 헤롤트는 그래서 더욱 쉽게 권력의 노예, 권력의 광기에 영혼을 빼앗겼을 수 있다. 당시 독일 전체가 이미 미쳐버렸고, 나치의 광기에 휩싸인 뒤여서 청년들의 생각도 그렇게 세뇌되었을 것이고.
-
- 11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11월 넷째 주도 잘 보내셨나요?
오늘 비가 내린 후 날씨가 급변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이번주부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본격 한파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하니
모두 따뜻하게 입고 외출하시길 바랍니다:)
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11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
.
.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올빼미> (NEW)
▶ 새로운 스타일의 스릴러 영화 <올빼미>는 수려한 미장센과 풍부한 사운드로 관객들을 모았다.
<올빼미>의 감독은 영화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고 밝힌 만큼, 극장에서
관람한다면 영화를 오롯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주말 동안 (11월 25일 ~ 11월 27일) 관객 수
63만 6,40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81만 7,828명을 돌파하였습니다.
| 줄거리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
2. <데시벨> (-)
▶ 사운드 테러 액션이라는 신선한 장르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 개봉 2주차 주말에도
뜨거운 흥행세를 드러낸 <데시벨>이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하였다.
주말 동안 (11월 25일 ~ 11월 27일) 관객 수 15만 6,47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77만 9,779명을 돌파하였습니다.
3.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2)
▶ 4년 만의 <블랙 팬서> 후속작 개봉으로 마블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깊은 주제 의식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이야기의
느린 전개로 지루하다는 평도 많았다. 주말 동안 (11월 25일 ~ 11월 27일) 관객 수 14만
3,24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99만 1,89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128회 예측 이벤트는 <올빼미>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올빼미>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 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54%, 여성 46%로 남성이 여성보다 조금 더 높은 비율을 보였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30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고, 그 다음으로 20대, 40대, 50대, 10대
순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습니다.
▶한 주 동안 씨네픽 이벤트의 참가자분들 중 <올빼미> 주말 관객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치를
보인 건 40대 초반 남성과(571,208명)과 40대 후반 여성(480,171명)이었습니다. 또한 <올빼미>
주말 관객 수 스코어 예측의 정답자 비율은 (오차범위 +-10,000) 전체 참가자의 0.8%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올빼미>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20/30대 비율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4. <동감> (▼1)
▶ 밀레니엄 감성을 품은 20대의 풋풋한 로맨스 영화 <동감>은 청춘들의 설렘 케미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주말 동안 (11월 25일 ~ 11월 27일) 관객 수 7만 3,721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44만 4,527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스트레인지 월드> (NEW)
▶ 2015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빅 히어로>의 돈 홀 감독이 연출을 맡아
화제를 모은 영화 <스트레인지 월드> 북미와 국내 모두 아쉬운 성적을 보이고 있다.
주말 동안 (11월 25일 ~ 11월 27일) 관객 수 5만 3,596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6만 7,57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Black Panther: Wakanda Forever>는 국내와 달리 북미에서 개봉 3주차에도 역시 1위를
차지하였다. 2위부터는 신작이 등장하며 순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The Chosen Season
3: Episode 1 & 2>, <Black Adam> <Ticket to Paradise>이 순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Black Panther: Wakanda Forever>는 주말 동안(11월 25일 ~ 11월 27일) 매출액은
45,900,000 (한화 약 614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총 누적 매출액은 367,670,596
달러 (한화 약 4,924억)를 달성하였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1.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 4590만 달러 (누적 3억 6,767만 달러)
2. <스트레인지 월드> 1190만 달러 (누적 1860만 달러)
3.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 940만 달러 (누적 1,328만 달러)
4. <블랙 아담> 596만 달러 (누적 900만 달러)
5. <더 메뉴> 520만 달러 (누적 1,867만 달러)
.
.
.
씨네픽의 11월 넷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
- 쏘는 족족 빗맞는 액션과 스토리
아야세 하루카가 리볼버를 잡고 적을 처단한다. 이것만으로도 기대하게 하는 <리볼버 릴리>가 베일을 벗고 그 방아쇠를 당겼다. <세상에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그 남자가 아내에게>의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연출력이 더해지며, 볼거리가 풍성하고 드라마적으로도 짜임새 있는 액션 영화를 기대했던 게 사실. 하지만 쏘는 족족 빗맞는 액션과 스토리는 이내 실망감을 안겨주고, 139분의 러닝타임은 너무나 길게 느껴진다.
3년 동안 57명 살해! 최고의 킬러라 자부하는 스파이 오조네 유리(아야세 하루카)는 더 이상 총을 잡지 않고 조용히 산다. 하지만 그의 평안했던 삶을 깨뜨리는 일가족 살해 사건이 발생한다. 과거 연이 있던 이와 연관된 일로 그녀는 곧장 사건의 장소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남긴 비밀 자금의 열쇠를 쥐고 있는 신타(하무라 진세이)를 만난다. 신타는 아버지의 조언대로 유리에게 도움을 청하고, 그녀는 신타를 돕기 위해 다시 총을 들게 된다.
<리볼버 릴리>는 여성 킬러를 내세우며 스파이 액션의 재미를 주려고 노력한다. 유리는 최고의 킬러로서 접근전은 물론, 총 하나로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다. 특히 리볼버가 주 무기인데, 극 중반 유리의 집에서 일본 육군에 대항해 벌이는 총격 장면은 그녀의 장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킬러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고, 냉철하게 판단하며, 불가능한 작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모습은 여성 히어로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더불어 과거 일본 제국주의 군대를 절대 악으로 규정짓고 이들을 향해 총격을 겨누는 모습은 그 자체로 대담하고 희열감을 준다.(한국인이라면 더 큰 쾌감을)
문제는 이런 값진 총알을 난사한다는 점이다. 일단 액션이 느리고 더디다. <존 윅> 시리즈는 아닐지언정 전설적인 킬러이자 스파이가 주인공인 이 영화의 액션은 스피디함이 떨어진다. 2~3개의 카메라로 원신 원컷 촬영을 하고, 이를 편집으로 생동감 있게 보여주려 했다는 감독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긴박감은 떨어지고 액션 구성도 개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나마 중반부 유리의 집에서 벌어지는 총격 장면이나 후반부 안개를 활용한 총격 장면이 기억에 남지만, 그마저도 쉽게 잊힌다. 유리를 내세운 먼치킨 액션이라는 점에서 개연성을 따로 떼어놓고 봐도 전체적인 액션 구성이 루즈한 건 지울 수 없다.
스토리 전개도 더디다. 영화는 비밀문서를 가진 한 아이를 지키기 위해 다시 총을 든 킬러 유리의 이야기인데, 감독은 이들을 통해 결과 반전(反戰)을 꾀한다. 유리와 함께 뜻을 함께하는 어른들은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몸을 던진다. 특히 유리는 자기 손은 피로 더럽혀질지라도 아이들의 평화를 위해선 온전히 희생하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곳곳에 드러난다.
그러나 초반 다양한 인물들을 소개하고, 이들의 전사를 설명하는 데 할애해 좀처럼 스토리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스파이 액션 장르에 걸맞지 않게 유사 모자로 등장하는 유리와 신타, 그리고 이들의 연결고리인 킨야(토요카와 에츠시)의 관계를 풀어내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요한다. 게다가 후반부 부질없는 전쟁의 의미와 목적을 상기시키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의미 없는 싸움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는 너무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마치 윤리 선생님이 주입식 교육을 하는 것처럼. 후반부에는 유리의 조력자인 요시아키(하세가와 히로키)가 그 역할을 도맡아 전쟁은 백해무익하다는 것을 직간접으로 전한다.
가장 아쉬운 건 관동대지진 1년 후 화려함이 극에 달했던 다이쇼 말기의 시대상을 너무 표면적으로만 다뤄 영화에 잘 녹아들지 않은 점이다. 관동대지진이라는 큰 사건을 경험한 일본인들은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화려함으로 감추려 하고, 군대는 이런 유약한 마음을 들키지 않고 도리어 전쟁에 목메고, 사적 욕심을 채우려는 그 의도가 잘 보이지 않는다. 미술이나 의상에 신경은 썼지만, 가장 중요한 걸 놓친 모양새다.
그나마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하는 건 배우들의 몫이다. 그 선봉장에는 아야세 하루카가 있다. 액션에 최적화된 배우는 아니지만,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총으로 적을 처단하는 모습만 봐도 멋짐 폭발. 어떻게든 관객의 멱살을 잡고 끝까지 끌고 간다. 여기에 하세가와 히로키, 시시도 카프카, 후루카와 코토네, 시미즈 히로야, 토요카와 에츠시, 사토 지로, 아베 사다오 등 배우들도 제 역할을 다한다. (물론, 이 좋은 배우들을 적절히 활용했냐는 점에서 의문이 들지만.) 특히 극 중 유리와 함께 뜻을 같이하며 멋진 총격 액션을 선보인 나카 역에 시시도 카프카, 코토코 역에 후루카와 코토네의 연기와 이미지는 매력적! 시시도 카프카의 장총 액션은 아야세 하루카의 리볼버 액션만큼 인상깊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리볼버 릴리> 무대인사를 통해 이 작품이 자신의 첫 액션영화였고, 그 자체로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아야세 하루카도 이 작품 참여가 큰 도전이었을 터. 영화 완성도를 논하기 전 이들의 도전에는 박수를 보낸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에는 쏘는 족족 명중하는 작품으로 만나길 희망한다.
사진 제공: (주)도키엔터테인먼트
평점: 2.5 /5.0
한줄평: 화려한 총알이 아까울 지경!
-
-
-
- 영화 <죽어도 좋은 경험: 천사여 악녀가 되라> 메인 예고편
남편의 실수로 아이를 잃은 ‘여정’은
우연히 만난 ‘명자’가 남편의 외도로
억울하게 이혼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모든 비밀과 진실을 알고 있는 ‘여정’은
‘명자’와 치밀한 계획 아래
서로 상대방의 남편을 살해한다는 범죄를 공모한다.
독을 품은 두 여자의 광기 어린 복수극이 시작된다!
-
- 넷플릭스 <샌드맨> 공식 예고편
위험한 꿈을 꾸어라. 《샌드맨》의 세계로 들어오라. 넷플릭스에서 곧 공개 예정.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드는 순간, 우리 모두를 기다리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 그곳은 바로 '꿈결', 꿈의 지배자 샌드맨(톰 스터리지)이 우리의 가장 깊숙한 두려움과 판타지에 숨결을 불어 넣는 곳. 하지만 예기치 않게 붙잡힌 '꿈'이 한 세기 동안 갇혀 지내게 되자, 여러 사건이 잇달아 벌어져 꿈결과 깨어있는 세계 모두가 영원히 바뀌어 버린다. 무너진 질서를 다시 세우기 위해 여러 세계와 시간대를 여행하는 꿈. 그 여정에서 기나긴 세월 동안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바로잡고, 오랜 친구 및 적과 재회하고, 새로운 우주적 존재와 인간도 만난다. 수많은 팬들의 사랑 속에 유수의 상을 수상한 닐 게이먼의 DC 코믹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는 《샌드맨》. 10개의 장에 걸쳐 꿈의 장대한 모험이 펼쳐지는 가운데, 신화와 어두운 판타지가 여러 캐릭터를 중심으로 다채롭게 어우러진다. 스토리를 개발한 원작자 게이먼과 쇼러너 앨런 하인버그, 데이비드 S. 고이어가 총괄 프로듀서로도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