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8-18 10:25:33
[JIMFF 인터뷰] 배우와 황동희가 일치하는 순간까지 달려가고 싶습니다
배우 황동희 인터뷰
배우와 황동희가 일치하는 순간까지 달려가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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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경쟁 장편 영화로 선정된 '나의 여신'은 전통 무속을 심도 있게 재현하면서 특히 굿의 음악적, 무용적 측면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영화다. 8월 12일, 하소생활문화센터 산책에서 황동희('나의 여신' 부계석 역) 배우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영화 '나의 여신'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나의 여신'이란 작품은 민속학자 선호가 제주도 최고의 심방(무당)을 연구하기 위해서 소미(무당의 조수)가 되려고 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선호 이전에 원래 심방의 소미였던 부계석 역을 맡았는데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소미가 되려고 하는 선호를 견제하는 역할입니다.
부계석이라는 역을 소화하기 위해 추가로 준비하신 거나 공부하신 게 있으신가요? 직접 제주도 굿을 보기도 했고 한국무용과 현대무용도 배웠습니다. 또 사설도 읽었고 이자람 님에게 판소리를 배우며 준비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배우시느라 힘들었을 것 같아요. 우선, 제가 굿이나 국악 분야를 처음 접하다 보니, 헷갈렸어요. 저는 네 박자에 익숙한데 국악은 세 박자이기도 하고… 그래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되게 힘들었는데 손수현 배우님이 국악 전공이셔서 굉장히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북 치는 법부터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 주셔서 재미있게 촬영했습니다.
굿과 국악은 영화 음악으로 접하기에 흔하지 않은 소재라고 생각해요. 어제 개막식에서 작품 소개 나오는데 서양 음악들이 되게 많더라고요. 근데 <나의 여신> 작품을 소개할 때만큼은 딱 토속적인 음악이 들리니까 신비롭기도 하고 아주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옆에 같이 있던 관객분들도 끄덕끄덕하면서 보시더라고요. 그래서 국제음악영화제이고 제천에서 열리는 만큼 '나의 여신'이 한국에 대한 그런 토속적인 음악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여신'에서 음악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음악에 따라서 영화가 되게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저는 촬영하면서 오케이 컷 모아 놓은 편집본도 보고, 사운드가 입혀졌을 때, 영화 음악이 삽입되었을 때도 보는데 음악을 어떤 걸 넣는지에 따라서 영화가 완전 다르게 바뀌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음악의 힘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만큼 음악이 영화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부계석을 떠올렸을 때 생각 나는 음악은 무엇인가요? 이 영화 시나리오를 받고 계석 역할을 보면서 위플래쉬의 'Caravan'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이기도 하고 되게 도전적이고 호전적이고 분노와 억압이 많이 담겨 있어서 그 점이 계석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외로 국악이나 전통음악이 아니네요? 그렇다면 부계석을 위한 테마 곡을 만든다면, 그 곡의 제목은 무엇으로 하고 싶으세요? 계선을 보면서 되게 불안정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만약에 테마 곡 제목을 정한다면 ‘Unstable’로 정하고 싶습니다.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제가 그때 선배님들과의 첫 촬영이라 너무 긴장하고 얼어 있어서 불안정한 상태 그 자체였는데 선호 역할을 맡으신 윤선우 배우님이 “끝나고 내 방으로 와라.” 이렇게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너무 긴장해가지고 잘못했나? 실수했나?’ 생각하면서 갔는데 맥주랑 치킨을 사다 놓고 기다리고 계셨어요. 그리고 손수현 배우님이 모영리당을 위한 우정 링과 첫 촬영 기념 책을 사 주셔서 덕분에 긴장 다 풀리고 되게 재밌게 촬영했었습니다.
배우 황동희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배우로서 대중들에게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의 이름 자체가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장르를 불문하고 일치되는 순간이 올 때까지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신효림, 김민서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혜지
에디터 : 김문숙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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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대를 잃지 않기
SYNOPSIS.
2006년의 부탄 왕국. 마침내 지구상에서 가장 늦게 텔레비전과 인터넷이 도착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민주주의다. 국왕이 자진해서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민주주의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왕정국가 부탄에서 역사상 첫 번째 선거가 시작될 예정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투표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당국은 모의 선거를 마련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파란당, 빨간당, 노란당 선거로 인해 서로 반목하기 시작한다. 이런 와중에 선거 감독관은 마을의 존경을 받는 큰 스님이 총을 구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되는데...
POINT.
✔️ 건재한 왕이 직접 전제 왕권을 내려놓고 도입한 '위로부터의 민주주의' 실화. "투표가 뭔데요? 우린 폐하가 좋은데?" 상태의 국민들 실화. 거기서 스님이 갑자기 총을 찾는다? 부탄이기에 가능한 매력적 시놉시스
✔️ 도르지 감독에게는 부탄 관광청이 상 줘야 하지 않을까? (어쩐지 부탄은 안 줄 것 같지만) 아름답게 펼쳐지는 부탄의 풍광에 마음이 시원해집니다.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이유.
✔️ 어쩌면 우리에게 너무 당연했던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묻는, 이 시국에 알맞은 작품
✔️ 중간중간 짤막하게 나오는 아이들이 그야말로 신스틸러.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 새해 당신의 마음을 맑게 해줄 작품. 1월 1일에 개봉했습니다!
행복한 부탄에 찾아온 변화
부탄은 인도와 티베트 사이에 위치한 아주 작은 나라다. 우리 나라에서는 보통 '국민행복지수'를 중요시하는 나라라고 오래 전 교과서 한귀퉁이에 소개된, 그래서 어쩐지 샴발라 같은 낙원의 이미지로 막연하게 그려질 만큼 잘 모르는 나라다. 나는 부탄 영화감독도 딱 한 명밖에 모른다. 이 영화의 감독이자 몇 년 전 <교실 안의 야크>로 우리를 찾아왔던 파오 초이닝 도르지 감독이다.
파오 초이닝 도르지 감독을 통해 우리에게 그려진 부탄은, 우리가 기존에 알던 부탄의 이미지처럼 맑고 청량했다. 루테인과 지아잔틴 섭취는 안 해도 될 것 같은, 보기만 해도 눈이 시원해지는 풍경과 거기 기대 사는 사람들의 면면을 부드럽게 그리기 때문이다. <교실 안의 야크>만 해도 야심만만하고 젊은 교사가 산간벽지 학교로 부임해 가면서 겪는 일들을 사랑스럽게 담았다. 그런데 차기작 제목에 총이 들어간다고요. 그것도 평화와 비폭력의 상징인 스님과 함께? 궁금할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 부탄은 거대한 변화의 기로에 놓여 있다. 왕정에서 민주주의로, 당연스럽게 왕이 갖던 권력을 주민들이 직접 선출해야 하는 상황 앞에서, 과연 선출은 무엇이고 투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부터 정립해야 한다. 선거 사무원들은 전세계가 주목할 상황 앞에 그럴 듯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자 지역을 두루 다니며 사람들에게 선거의 개념을 알리고 모의 선거를 치르고자 한다.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넌센스한 상황들이 계속 펼쳐진다. 애초에 행정적인 이름과 생일이 중요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선거 명부를 작성하는 것부터가 일이다. 국왕에게 집중되어 있는 권력이 사람들을 크게 옭아맨다고 느끼지 않았기에, 그 권력을 억지로 쪼개 경쟁을 붙여야 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반대로 이 시간을 통해 무언가를 도모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고, 투표를 하거나 말거나 자기 뱃속을 불리는 게 중요한 사람도 있다.
민주주의가 뭔데요?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아무래도 큰스님의 "총을 구해 오라"는 발언일 것이다.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결합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아무래도 시국이 시국이어서 그런가 우리는 좀더 세속적인 상상을 하게 되지만... 흠흠. 아무튼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영화 속 인물들이 보이는 각양각색의 반응은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피를 흘리며 민주주의를 여기까지 이루었고, 지금도 민주주의의 삼권 분립과 상호 견제의 원리를 통해 우리를 지키는 중인 한국 사회는 영화 속 부탄과 전혀 다른 상황이지만, 수많은 질문들이 우리에게도 유효타로 날아든다.
정치적인 의견 차이가 배신처럼 간주된다면, 거기서 우리는 어떻게 건강한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제도를 들이는 과정에서 우리는 제도 그 이상으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다수가 원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남들이 목숨 걸고 갈구한 것이라면 여기서도 필요한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행복으로 가는 길은, 우리 손으로 어떻게 그려가야 할까?
자본주의도 통역이 되나요?
이 영화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묵직한 질문들을, 하필 민주주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는 이런 때에 숙고하고 있노라면... 이 영화가 민주주의만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민주주의의 좋은 짝, 자본주의다. 영화에는 총을 둘러싼 대화가 영어-부탄어 통역되는 순간들이 있는데, 이 문장들은 단순히 말뜻을 옮기는 그 이상의 기능을 한다. 통역자 '밴지'는 단순하게 말을 비슷한 단어로 옮기는 게 아니라, 표현과 그 의도까지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분칠을 해서 성실하고 매끄럽게 내어 놓는다.
자본주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언어와 어찌 보면 그 대척점 비슷한 곳에 가 있는 언어를 옮기는 것은, 발화된 말 뒤에 있는 마음까지도 적절히 분칠을 해서 내어 놓아야만 하는 일이 된다. 밴지가 통역한 것은 영어와 부탄어가 아니라, 자본주의와 부탄 사람들의 마음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적절히 양념을 치고 거짓도 보태어, 화자와 청자 사이에 약간씩 괴리가 발생한다.
이 괴리는 작지만 흥미로웠는데, (이 영화에서는 작은 수준으로만 등장하지만) 이러한 괴리가 자라고 자라면 우리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드는 일부 정치인들의 망언이 되는 거구나 싶어서였다. 이미 죽어 있는 마음의 시체 비슷한 것에 분칠을 해봤자 악취를 가릴 수 없다. 가치를 상실한 말은 언어의 거죽을 뒤집어써도 언어를 파괴할 뿐이다. 아무리 주절주절 단어를 끌어 모아 가려봐도 기표 뒤의 기의는 가려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작지만 명확히 드러난다.
이 영화는 묻는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두 제도. 잘 발휘될 때의 장점과 잘못 발휘될 때의 해악도 명확한 이 제도 앞에서, 시스템 이면의 가치를 잊지는 않았는지, 잃지는 않았는지. 제도 이전에 우리 마음의 토대에 놓여야 할 것은 무엇인지, 마치 부처님의 미소처럼 순하고 부드러운 양상으로 우리에게 묻는다.
영화의 결말에서는 어쩐지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랑잎도 머리카락도 헝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 깃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이라는 백석의 시구가 떠올랐다. 우리 같이 쪼이고 싶은, 따뜻한 모닥불 같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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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이선균 배우의 마지막 세 얼굴
故 이선균 배우의 마지막 세 얼굴은 포개진다. 첫 번째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2024)다.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 차정원으로 분한 그는 재난을 마주한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오히려 처음에는 정반대였다. 유력한 차기 대통령을 상관으로 둔 차정원은 모든 일을 정략적으로 처리하는 데 능숙한 인물이다. 어떠한 선택에 담긴 공적 의미가 아닌 그 선택이 표와 이미지 메이킹에 도움이 되는지만 기계적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상관이 연루된 극비 프로젝트 때문에 되레 자신과 딸의 안전을 위협받고, 끝내 상관에게 버림받은 후 기존 가치관을 버리고 ‘생존자’로서 목소리를 낸다. 이때의 차정원은 웃는 얼굴이다.
두 번째는 〈행복의 나라〉(2024)에서의 군인 박태주다. 박태주는 1979년 10월 26일 대통령에게 총을 쏜 중앙정보부장의 수행비서관으로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고, 상관의 명령에 따라 경호원 3명을 살해했다. 재판에서는 박태주가 내란 모의에 적극 동조했다는 검사의 입장과 군인으로서 상관의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라는 변호사의 의견이 대립한다. 두 입장의 길항이 이어지고, 그렇다면 군인은 어떤 명령이든 복종하기만 하는지, 그것은 아이히만의 변명과 어떻게 같고 다른지가 의아할 때쯤 박태주가 수동적으로 명령에 복종하기만 하는 군인이 아니었다는 점이 드러난다. 박태주의 총알에는 상관의 명령뿐 아니라 자신의 의지도 깃들어 있었다. 그래서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며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자신을 굽히기를 거부한다. 이렇게 국가는 위기에 처한 국민을 구해야 한다는 차정원의 당부는 시대를 거슬러 오른 박태주에게서 ‘국민을 지키기는커녕 되레 억누르며 위협하는 국가는 총의 주인이 아닌 총구의 표적이 된다’라고 응답받는다. 처음부터 결론이 정해진 재판에 임하는 박태주의 얼굴은 내내 담담하고 결연하다.
그리고 차정원과 박태주가 아닌 인간 이선균의 얼굴이 있다.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2달 동안 그의 얼굴은 내내 지치고 버거워 보였다. 그는 노골적인 피의 사실 공표와 자극적 보도로 배우이기 이전에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비난을 받았다. 그가 책임져야 할 부분도 있었겠지만, 그 책임의 형태가 결코 이런 식이었을 리는 없다. 수사기관과 언론, 유튜버와 그들이 자극적으로 재생산한 단편적 진실들을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유포하거나 품평한 사람들은 모두 그의 죽음에 연루되어 있다. 나 역시 그랬다. 그에 대한 실망감을 너무 쉽게 비난의 형태로 표했고 모든 것을 손쉽게 단정했다. 내게는 이 모든 게 만약 그 내용이 사실이 아니었다면 나중에 ‘아 그래?’ 하고 이내 잊어버렸으면 그뿐일 일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아니었다. 영화와 드라마가 만들어낸 넓고 느슨한 연결망에서 관계 맺고 있던 나와 그가 이 추문의 파도를 마주했을 때 각자 느낀 충격의 격차는 거대했다.
나는 그의 죽음으로 큰 충격과 슬픔에 휩싸였다. 그의 죽음에는 나의 책임도 있었다. 자극적인 기사를 클릭하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담은 게시물을 살펴보고, 수사기관과 언론‧미디어의 행태에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고, 내가 재판관이라도 되는 양 이런저런 이야기를 쉽게 내뱉고……. 이후, 다시는 전반적인 진실이 확인되지 않은 누군가의 추문에 왈가왈부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그의 죽음에(그리고 그 이전의 비슷한 수많은 죽음에) 그토록 슬퍼하고 반성하던 사람들은 이내 다른 먹잇감을 찾았고 물어뜯었다. 나 역시 그런 소용돌이에 말을 보태지 않고 빠져 있겠다는 다짐을 지키기가 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그만큼 우리를 휩쓸리게 만들고 관여하게 하는 추문의 파도는 일상적이었고, 거셌다. 나는 그의 죽음이 내게 남긴 무거운 질문에서 출발한 자신과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오늘도 비틀거리고 있다.
〈행복의 나라〉에는 박태주의 변호사 정인후가 막후에서 재판을 좌지우지하는 군인 전상두(전두환)와 대면하는 장면이 두 번 나온다. 영화 초반, 유능한 변호사 정인후는 군인들이 선을 넘는 것 같다며 짐짓 대범한 태도로 전상두에게 재판에 임하는 자신의 포부를 밝힌다. 그러나 영화 후반, 재판이 법의 논리가 아닌 힘의 논리에 따른다는 현실을 절감하고는 박태주를 살리기 위해 전상두 앞에 무릎 꿇고 울며 애원한다. 전상두는 첫 만남에서의 모욕감을 몇 배로 되갚는다. 그러고는 사회가 너무 혼란스럽기에 질서를 확립할 필요성을 역설하며 정인후에게 이렇게 묻는다. “누가 이 몽둥이를 들어야겠나?” 변호사가 아닌 군인이 몽둥이의 주인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정인후가 기대는 법리는 전상두가 쥐고 있는 몽둥이의 힘 앞에 한없이 무력하다. 그리고 쿠데타로 몽둥이를 완전히 그러잡은 전상두는 우리가 알고 있듯 이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영화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만약 몽둥이라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면, 그 손잡이는 힘의 논리를 숭상하는 군인이 아닌 보편주의에 입각한 법의 손에 들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의 전상두는 불완전한 형태로나마 단죄받았고,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도 사실상 ‘끝났다’(이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온다는 점은 이 표현을 쓰는 데 머뭇거릴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제 모든 국민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사받고, 재판받는다. 법의 영역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도 이 원칙을 두루 적용할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원칙적으로만 그렇다. 현실의 이선균 배우는 그가 법치의 원칙에 따라 마땅히 누렸어야 할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지 못했다. 이 권리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북돋아야 할 법률가 출신의 위정자는 되레 정인후보다는 전상두의 방식으로 법을 대하는 듯도 보인다. 그리하여 차정원과 박태주를 경유한 이선균 배우의 얼굴은 이런 질문으로 나아간다. 총, 칼, 법, 여론 등 그 모습을 달리하며 반복해서 휘둘리는 몽둥이의 속성은 무엇인가? 우리 사회에 몽둥이가 꼭 필요할까? 우리는 어떻게 몽둥이를 휘두르는 일을 그만둘 수 있는가? 몽둥이의 폭력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고민이 필요한가?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선균과 함께했음을 기억합니다”라는 〈행복의 나라〉 영화 자막을 보고 울컥했다. 다시는 그의 신작을 극장에서 볼 수 없다는 데, 나 말고도 많은 사람이 그를 기억하고 애도하고 있다는 데에 대한 여러 감정이 맞물려서 한동안 몸이 저릿저릿했다. 엔딩 크레딧까지 마무리되고, 모든 관객이 퇴장하고 혼자 앉은 텅 빈 영화관에서 그의 영화와 삶이 남긴 질문과 나의 다짐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나는 언제까지나 이선균 배우를 잊지 않을 것이다. 온 마음을 담아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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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피커] 촬영팀 세컨드 / 촬영팀 추천 영화
Q. 7월의 씨네피커 촬영팀 형정훈님의 마지막 에피소드인데요. 촬영감독으로써, 촬영 추천 영화를 소개해주세요.
추천 영화가 많은데, 우선 첫 번째는 종류를 따지자면 기술적으로 정말 촬영이 잘 된 영화를 보고 싶다면 로저디킨스나 엠마누엘 루베스키 감독 영화를 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버드맨>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그리고 <1917> 이런 롱테이크를 다룬 영화들이 아무래도 촬영이 돋보이는 영화라서 촬영에 대해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두번째로 감정을 따라가는 영화로 생각을 했을 때는 저는 봉준호 감독님 영화가 진짜 좋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기생충>도 그렇고 <옥자>도 좋았고 <마더>도 그렇고 저는 다 카메라가 인상 깊게 분석을 하면서 봐야 되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 카메라를 분석하면서 봤을 때 정말 많은 이야기와 그 의도들이 보인다면 공부를 많이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또 여러모로 촬영이 인상깊었던 작품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그리고 <버닝> 이 두 작품인데요, 말하다 보니까 한경표 감독님의 작품이 좀 많네요. 촬영 감독을 꿈꾸는 분들이라면 작품들을 보고 자신만의 생각을 한번 정리해 보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Q. 촬영 감독을 꿈꾸는 분들에게 혹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촬영 감독은 좀 책임감이 정말 많이 필요한 직업인 것 같아요. 그 책임감을 갖고서 작품을 완성해냈을 때 그 또 다른 뿌듯함이 정말 큰 직업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직업들이 많지만, 저는 카메라 감독도 그런 직업이라고 생각을 해요.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이미지를 형상화시키면서 담아내는 작업을 하는 게 촬영 감독이니까요. 일을 하다 보면 정말 힘들고 무너질 때도 많고 그리고 세상이 나를 도와주지 않는구나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것 또한 경험이고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본인의 노하우가 생기고 하면 좋은 작품을 찍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혹시 촬영감독을 꿈꾸는 분들이 계시다면 저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라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포기하지 않고 본인이 계속 노력하고 많은 작품들을 보게 된다면 좋은 촬영 감독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다크홀> <배드 앤 크레이지> <더 글로리><마당이 있는 집> <유괴의 날> 현재 방영중인 <감사합니다> 까지 차근 차근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형정훈님의 촬영추천영화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영화를 보고 공부하며 단단하게 준비해오셨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에서 유로, 글에서 영상으로 자신의 색을 가진 콘텐츠를 만들어갈 미래의 촬영감독님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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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욱이 사랑한 말러의 음악
영화감독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곡가라고 하면 여러분은 누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구스타프 말러'를 뽑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이름은 생소할지 몰라도 그의 음악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특히 국내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서 말러의 음악이 중요한 장치로 등장해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구스타프 말러'는 감정적 깊이와 철학적 주제를 담은 교향곡으로 유명한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입니다. 그는 '교향곡 제5번' 등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성악을 결합한 작품으로 독창성을 드러냈습니다. 생전에는 지휘자로 주목받았지만, 그의 음악은 후대에 재평가되어 현대 클래식 음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박찬욱을 포함해 마틴 스콜세지, 짐 자무쉬, 알폰소 쿠아론 등 영화 감독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현재까지도 다양한 영화의 사운드트랙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럼, 말러의 음악이 흐르는 영화를 관람하러 떠나볼까요?
**말러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가 10월 24일 (목)에 씨네픽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헤어질 결심>, 박찬욱
줄거리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와 마주하게 된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 경찰은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서래'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한편,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래'는 상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준'을 대하는데….
진심을 숨기는 용의자 용의자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는 형사 그들의 <헤어질 결심>
<셔터 아일랜드>, 마틴 스콜세지
줄거리
보스턴 셔터아일랜드의 정신병원에서 환자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연방보안관 테디 다니엘스는 수사를 위해 동료 척과 함께 셔터아일랜드로 향한다. 셔터 아일랜드에 위치한 이 병원은 중범죄를 저지른 정신병자를 격리하는 병동으로 탈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자식 셋을 죽인 혐의를 받고 있는 여인이 이상한 쪽지만을 남긴 채 감쪽같이 사라지고, 테디는 수사를 위해 의사, 간호사, 병원관계자 등을 심문하지만 모두 입이라도 맞춘 듯 꾸며낸 듯한 말들만 하고, 수사는 전혀 진척되지 않는다. 설상가상 폭풍이 불어 닥쳐 테디와 척은 섬에 고립되게 되고, 그들에게 점점 괴이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브래들리 쿠퍼
줄거리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레너드 번스타인과 그의 아내 펠리시아 몬테알레그레 콘 번스타인의 평생에 걸친 인연과 사랑을 그린 이야기
<칠드런 오브 맨>, 알폰소 쿠아론
줄거리
세계 각지에서는 폭동과 테러가 비일비재해 지고, 대부분의 국가가 무정부 상태로 무너져 내린 가운데, 유일하게 군대가 살아남은 국가 영국에는 불법이민자들이 넘쳐 난다.
한편, 아들이 죽은 후,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 따위는 모두 잃어버린 남자 ‘테오’ 그의 앞에 20년 만에 나타난 전 부인 ‘줄리안’은 기적적으로 임신한 흑인 소녀 ‘키’를 그에게 부탁한다. 믿을 수 없는 기적을 눈 앞에서 마주한 ‘테오’. 그는 ‘키’가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인간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만 하는데…
인류 종말의 끝, 기적이 다시 시작된다!
<커피와 담배>, 짐 자무쉬
줄거리
시끄럽고 허름한 카페, 로베르토와 스티븐은 커피에 중독되어 덜덜 떨리는 손으로도 연신 진한 커피를 들이켜댄다. 커피와 담배에 대한 예찬으로 일관된 선문답은 희한하게도 계속 이어지고 로베르토는 어이없게도 스티븐의 치과 약속을 대신 가주려고 하는데….
<타르>, 토드 필드
줄거리
무대를 장악하는 마에스트로, 욕망을 불태우는 괴물,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 리디아 타르. 이 이야기는 그녀의 정점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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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승완식 ‘정의란 무엇인가!’
재탕은 아니다. 그동안 시리즈를 한 편도 만들지 않았던 류승완 감독 스타일에 재탕은 딴 나라 이야기다. 이에 걸맞게 그의 첫 속편인 <베테랑2>도 재탕하지 않는다. 영화는 1편의 성공 공식에 맞춰 안전하게 가기보단 주요 인물의 전사만을 가져온 채 새로운 이야기를 그린다. 여기에 담긴 건 서도철(황정민)을 통한 이 시대의 정의와 신념에 대한 생각이다. 그것도 아주 무겁게.
강력범죄수사대 서도철 형사는 오늘도 바쁘다. 9년 전 조태오를 잡아 처넣어도, 죄짓고 사는 놈들이 하도 많아서 동료들과 함께 잡으러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제자 성폭행 이슈가 있던 한 교수가 옥상에서 떨어져 죽는 사고가 일어난다. 유력한 용의자는 바로 ‘해치’. 죄를 지었음에도 죗값을 받지 않는 이들만 골라 살해하는 그는 사적 복수를 감행하는 살인범이지만, 오히려 사람들에게 영웅으로 각인된다. 해치 때문에 머리가 아픈 서도철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중범죄자 전석우(정만식)를 시민들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일은 많고 사람은 없으니 죽을 맛인 상황에서 전석우를 향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는 유튜버를 단번에 제압한 경찰이 나타난다. 그는 다름 아닌 SNS에서 UFC 경찰로 유명한 박선우(정해인). 단번에 자신과 같은 DNA가 있다고 판단한 그는 박선우를 팀원으로 영입한다.
일단 무겁다. 경쾌한 범죄액션장르로 확실한 권선징악 서사에 통쾌함을 주 무기로 했던 1편과는 다르다. 오늘날 ‘정의 구현’이란 딜레마를 다룬 서사에 묵직한 물음표를 던질 뿐이다.
류승완 감독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그 시대를 반영하는 사회적 문제를 끌고 온다. 그 중심에는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와 이를 통해 확산하는 거짓 뉴스, 자극적 이슈몰이로 몇몇 사람들이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세상의 모습이 자리한다. 여기에 극악무도한 죄의 무게와 반비례하는 처벌에 대한 불만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사적 복수를 감행하는 이들의 등장도 다룬다. 어찌 보면 우리 사회는 선과 악이 극명하게 갈리지 않기에 이번 영화가 더 피부로 와 닿는데, 그에 걸맞게 서도철도 현실적인 고민에 휩싸인다.
권력을 남용하는 악인 한 명을 잡기 위해 발버둥 쳤던 그는 잡아야 할 대상이 많아졌고, 고민의 깊이도 달라졌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무엇이 정의를 위하는 일인지에 대한 자문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
초반부터 서도철을 이런 상황에 몰아넣는 감독은 어떤 게 진정한 정의인지 많이 고민하는 그의 내면에 집중한다. 특히 과거 폭력을 앞세워 범인을 잡았던 그는 자신의 일이 과연 진정한 정의인지 자문한다. 강력계 형사로서 중범죄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게 맞는 일인지, 자기 아들이 학폭 가해자로 몰린 것이 과거 어느 정도 폭력을 용인했던 자신의 교육 때문인지 등 서도철의 마음은 혼란스럽다. 그런 와중에 등장한 박선우와 해치는 단순히 극적 재미를 위한 인물이 아닌 서도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계기와 거울로서 작용한다.
이런 이유에서 <베테랑2>는 범죄 액션보단 누아르 심리극 같은 느낌이 강하다. 극 중 박선우(정해인)가 혈기 왕성했던 서도철의 젊은 시절 모습처럼 보이고, 해치가 악인은 죽어도 마땅하다는 생각에 잠식된 서도철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박선우와 해치의 전사가 나오지 않고 영화가 진행되는 건, 두 인물이 서도철의 내면 여정을 위한 장치로서의 역할이 크다는 걸 증명한다. 여기에 마약 소굴, 마지막 액션을 터널에서 진행하는 등 어두운 내면의 길을 걸어가는 듯한 공간 설정으로 이 의도에 무게를 더한다.
결국, 서도철은 고통스러운 고민을 거친 결과, 신념을 버리면서까지 행하는 정의는 진정한 정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믿음을 보여주듯 마지막 해치와의 대결을 통해 이를 확립한다.
서도철을 통한 감독의 ‘정의는 무엇인가?’라는 메시지는 그 자체로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이 자체가 영화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인 셈. 물론, 어둡고, 통쾌함보다는 생각할 거리를 전하며 1편보다 팀원들의 서사가 대폭 준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추석 시즌 개봉이라서 이 부분은 더 크게 다가온다. 더불어 <비질란테> 등 사적 복수를 통한 정의 구현 소재를 다룬 작품과의 결이 비슷해 기시감이 드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
류승완 감독은 이 약점을 액션으로 상쇄한다. 초반 도박판 급습 장면에서 보이는 코믹 액션은 물론, 비 오는 옥상에서의 다대일 액션, 남산 추격 및 계단 낙하 액션, 그리고 터널 안에서 펼쳐지는 피날레 액션까지 박진감과 타격감이 오롯이 살아있다. 특히 각 장면의 분위기에 따라 액션의 리듬을 변주하며 극을 살리는 부분은 액션영화의 베테랑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가져가는 것을 물론, 차별화 포인트를 주기 위한 그만의 고민이 엿보인다.
전반적으로 주·조연 모두 고른 연기를 보여주는데, 영화의 중심인 황정민의 피로한 얼굴, 정해인의 텅 빈 눈빛은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정해인은 스크린에서 더 자주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1편보단 아쉽지만, 오달수, 장윤주, 오대한, 김시후 등 강력반 형사들이 펼치는 분위기 쇄신용 코믹 연기도 나쁘지 않다.
올 추석 유일한 텐트폴 영화로서 나서는 <베테랑2>는 큰 이슈가 없는 한 손익분기점(400만 관객)을 넘어 큰 흥행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흥행을 떠나 이 영화가 가진 의미는 대중영화로서 손쉬운 길을 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재미는 주면서도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려고 노력한 류승완 감독. 그가 말하는 ‘정의란 무엇인가’의 질문을 극장에서 마주하고 충분히 곱씹기를 바란다. 무겁지만 그럼에도 즐거운 사유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말: 속편을 염두에 둔 쿠키 있다. 엔딩크레딧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지키기 바란다. 사전 시사회 때 코돌비에서 이 작품을 만났는데, 음향이 정말 좋았다. 확실히 액션 장면에서 빛을 발한다. 멋진 타격감의 전율을 느끼고 싶다면 코돌비를 선택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사진제공: CJ ENM
평점: 3.5 /5.0
한줄평: 통쾌함보단 깊은 사유, 류승완식 ‘정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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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거기까지
요즘의 마블은 앞선 비전을 제시할 때보다 그들이 세운 과거의 영광을 반추할 때 빛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그랬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그랬으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도 그랬다. 데드풀은 현재를 살아갈 때 가장 빛난다. 데드풀이 생사가 오가는 액션 상황에서 그런 농담들을 뱉는 것은 그가 현재에 충실한 인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가 뱉어내는 농담이 바로 지금, 그 상황에 충분한 재미를 제공한다면 그 농담이 여태까지의, 그리고 앞으로의 설정에 미칠 영향에 상관없이 그냥 뱉어내는 것이다. 사실 그래서 데드풀 시리즈는(물론 이 영화 이전까지 두 편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한 번도 발전을 보여주거나 매너리즘을 타파한 적이 없다. 그것은 데드풀 시리즈의 태생적 한계이다. 그리고 데드풀도 거기에 별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을 것이다.
<데드풀과 울버린>에는 다양한 맥락들이 관여되어 있다. 디즈니가 20세기폭스를 인수합병하며 폭스의 히어로들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편입되었고, 폭스의 히어로 영화들 중에는 엑스맨 시리즈만 있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잊혔거나 망한 영화들도 많았으며 이러한 상황에 유용하기 그지없는 마블의 멀티버스 전략은 이미 실패만을 거듭했고, 뿐만 아니라 디즈니의 폭스 인수합병 과정에서 수많은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은 일도 있었기에 디즈니는 폭스와 그들의 여태까지의 작업에 대한 충분한 존중을 보여주어야 했다... 등등. 이 영화를 둘러싼 이러한 복잡한 영화 외적 맥락들을 고려할 때 <데드풀과 울버린>의 대답은 꽤 슬기로운 대답이다. 이 영화엔 엑스맨 시리즈 최악의 작품이라 평가받는 <엑스맨3> 속 뮤턴트들이 대거 등장하며, 그야말로 '실패한' 히어로들인 갬빗과 엘렉트라, 이제는 잊힌 히어로인 웨슬리 스나입스의 블레이드와 같은 캐릭터들이 마침내 제대로 된 엔딩을 맞이한다. 말하자면 <데드풀과 울버린>은 실패한 영웅담에 대한 헌사인 동시에 여태까지의 폭스의 히어로 영화에 대한 존중인 것이다. 이 영화는 실패한 영웅담에 대한 헌사라는 주제의식의 연장선으로 마블의 실패한 멀티버스 사가에 대한 자조까지 다룬다. 데드풀의 입으로 그것을 직접 언급하기도 하고, 후반부 데드풀과 울버린이 수많은 데드풀들을 피 튀기며 해치우는 장면은 멀티버스 설정에 대한 자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데드풀과 울버린>의 이러한 발걸음은 이 영화에 주어진 일종의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영리하고, 마블 팬들이 가장 가려워했던 곳을 긁어주었다는 점에서 유쾌하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이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사실 바라볼 생각이 없다. 그것은 이 영화가 지닌 (결국 데드풀 시리즈라는)태생적 한계이다. 이 영화가 디즈니의 폭스 인수를 둘러싼 복잡한 맥락들을 창의적으로 오락에 이용하고, 멀티버스 프로젝트를 툭 까놓고 자조한 것은 철저히 농담의 방식을 통한 것이다.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인다면 곤란하다. <데드풀과 울버린>이라는 선언을 끝으로 마블은 앞으로의 멀티버스 사가를 완전히 엎어버릴 수 있을까? 물론 마블이 이후의 방향성을 바꾸는 과정 속에서 필모그래피상의 위치를 고려할 때 <데드풀과 울버린>이 상징적인 분기점으로 남을 순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데드풀과 울버린>이 어떤 대안을 제시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 '<데드풀과 울버린>은 마블의 구세주인가?'라는 질문은 별로 중요한 질문이 아니다. 데드풀은 그 말 자체를 농담으로 소비하기 때문이다. <데드풀과 울버린>의 재미는 여전히 과거의 순간에 골몰하는 마블과 역시 현재의 쾌락에 몰두하는 데드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둘 중 미래를 보는 쪽은 없다. 조금 신선해질 뻔했던 <데드풀과 울버린>은 거기서 멈춘다. 물론 데드풀은 별로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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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소설과 비교분석하는 영화 '그것2' 리뷰
스티븐 킹의 동명원작 소설과 영화의 차이점 비교
그리고 소설에서 빠진 설정과
이에 따른 영화 "그것:두 번째 이야기"의 개연성 논란#그것2리뷰 #그것2 #영화그것두번째이야기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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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4주 최신 개봉영화(캔디맨, 나의흑역사 로맨티카, 로빈의 소원, 아하 테이크 온미, 종착역)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9월 4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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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Weekend Choic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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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검은 수녀들> 런칭 예고편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 NEW는 영화, 음악, 드라마, 극장사업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의 분야를 아우르는 미디어 그룹입니다. NEW 영화사업부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시고 NEW 영화 예고편, 미공개 독점 영상 등을 가장 먼저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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