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8-18 10:25:33
[JIMFF 인터뷰] 배우와 황동희가 일치하는 순간까지 달려가고 싶습니다
배우 황동희 인터뷰
배우와 황동희가 일치하는 순간까지 달려가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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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경쟁 장편 영화로 선정된 '나의 여신'은 전통 무속을 심도 있게 재현하면서 특히 굿의 음악적, 무용적 측면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영화다. 8월 12일, 하소생활문화센터 산책에서 황동희('나의 여신' 부계석 역) 배우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영화 '나의 여신'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나의 여신'이란 작품은 민속학자 선호가 제주도 최고의 심방(무당)을 연구하기 위해서 소미(무당의 조수)가 되려고 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선호 이전에 원래 심방의 소미였던 부계석 역을 맡았는데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소미가 되려고 하는 선호를 견제하는 역할입니다.
부계석이라는 역을 소화하기 위해 추가로 준비하신 거나 공부하신 게 있으신가요? 직접 제주도 굿을 보기도 했고 한국무용과 현대무용도 배웠습니다. 또 사설도 읽었고 이자람 님에게 판소리를 배우며 준비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배우시느라 힘들었을 것 같아요. 우선, 제가 굿이나 국악 분야를 처음 접하다 보니, 헷갈렸어요. 저는 네 박자에 익숙한데 국악은 세 박자이기도 하고… 그래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되게 힘들었는데 손수현 배우님이 국악 전공이셔서 굉장히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북 치는 법부터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 주셔서 재미있게 촬영했습니다.
굿과 국악은 영화 음악으로 접하기에 흔하지 않은 소재라고 생각해요. 어제 개막식에서 작품 소개 나오는데 서양 음악들이 되게 많더라고요. 근데 <나의 여신> 작품을 소개할 때만큼은 딱 토속적인 음악이 들리니까 신비롭기도 하고 아주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옆에 같이 있던 관객분들도 끄덕끄덕하면서 보시더라고요. 그래서 국제음악영화제이고 제천에서 열리는 만큼 '나의 여신'이 한국에 대한 그런 토속적인 음악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여신'에서 음악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음악에 따라서 영화가 되게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저는 촬영하면서 오케이 컷 모아 놓은 편집본도 보고, 사운드가 입혀졌을 때, 영화 음악이 삽입되었을 때도 보는데 음악을 어떤 걸 넣는지에 따라서 영화가 완전 다르게 바뀌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음악의 힘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만큼 음악이 영화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부계석을 떠올렸을 때 생각 나는 음악은 무엇인가요? 이 영화 시나리오를 받고 계석 역할을 보면서 위플래쉬의 'Caravan'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이기도 하고 되게 도전적이고 호전적이고 분노와 억압이 많이 담겨 있어서 그 점이 계석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외로 국악이나 전통음악이 아니네요? 그렇다면 부계석을 위한 테마 곡을 만든다면, 그 곡의 제목은 무엇으로 하고 싶으세요? 계선을 보면서 되게 불안정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만약에 테마 곡 제목을 정한다면 ‘Unstable’로 정하고 싶습니다.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제가 그때 선배님들과의 첫 촬영이라 너무 긴장하고 얼어 있어서 불안정한 상태 그 자체였는데 선호 역할을 맡으신 윤선우 배우님이 “끝나고 내 방으로 와라.” 이렇게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너무 긴장해가지고 잘못했나? 실수했나?’ 생각하면서 갔는데 맥주랑 치킨을 사다 놓고 기다리고 계셨어요. 그리고 손수현 배우님이 모영리당을 위한 우정 링과 첫 촬영 기념 책을 사 주셔서 덕분에 긴장 다 풀리고 되게 재밌게 촬영했었습니다.
배우 황동희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배우로서 대중들에게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의 이름 자체가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장르를 불문하고 일치되는 순간이 올 때까지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신효림, 김민서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혜지
에디터 : 김문숙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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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사랑한 과거는, 상상력이 만든 환상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랑한 과거는, 상상력이 만든 환상일지도 모른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오프닝부터 관객을 영화와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나 역시도 그랬다. 파리의 아침부터 밤까지, 화창한 날씨부터, 흐린 날씨, 그 속에서 움직이는 파리지앵들의 모습까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짧은 오프닝 시퀀스만으로도 파리에 대한 낭만을 불러일으키는 이 영화는 1920년대 파리를 향한 또 다른 낭만을 가진 주인공 ‘길 펜더’와 그의 연인 ‘이네즈’가 함께 모네의 정원을 찾은 장면으로 이어지며 시작된다.
1920년대 파리를 동경하는 길 펜더는 잘나가는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이지만, 소설가라는 진짜 꿈을 간직한 채 글을 쓰고 있다. 어느 날 밤, 길은 우연히 골목길에 나타난 오래된 자동차를 타고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그곳에서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등 오랫동안 존경하던 작가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자신이 이상적으로 여겨온 시대를 생생하게 체험한다. 이후 길은 의상 디자인을 배우러 파리에 온 ‘아드리아나’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는 1920년대가 아닌 1890년대 ‘벨 에포크’ 시절을 동경하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 간 1890년대에서도 또 다른 인물들이 르네상스 시대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며 길 펜더는 과거는 언제나 동경의 대상일 뿐이며 ‘황금시대’라는 것이 결국 상대적인 것임을 깨닫게 된다. 결국 그는 아드리아나와의 인연을 정리하고 현재의 삶으로 돌아온다.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는 언제나 더 아름답게 보이기 마련인 것처럼, 지나간 세대에 대한 동경은 우리의 ‘상상력’이 주는 환상일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늦게 태어났을까’ 한탄하며 90년대 영화와 오아시스, 라디오헤드의 시대를 사랑하고,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뒤섞이며 현재의 스스로를 부족하게 생각하던 나에게 이 영화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 “황금시대는 바로 지금”이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내가 90년대를 동경하는 것처럼, 먼 훗날의 누군가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동경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모든 동경은 상대적인 것이고, 무의미한 비교에 지나지 않는다.
길의 여정은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는 가브리엘을 만나며 마무리된다.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마치 운명처럼 그 둘은 다리 위에서 만나게 되는데, 자정이 되었음에도 길은 예전처럼 과거를 향해 떠나지 않는다. 길은 지금 이곳, 현재에 머무르기로 선택한 것이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지금 여기'에 충실한 삶이야말로 결국 나만의 황금기를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길 펜더가 환상을 거두고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듯, 나도 영화를 통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로 했다. 또한, 이 영화는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영화를 통해 파리 여행에 대한 꿈이 생겼고, 몇 년 전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속 배경이 되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에 서서 그 순간을 재현해보며, '지금'이라는 시간의 가치를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그 사이 사이에 낭만의 단편들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인생의 황금시대가 아닐까? 과거를 쫓기보다 현실 속에서 빛나는 순간들을 채워가야 한다는 것, 그것이 이 영화가 내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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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등한 위치에서 수평을 이루는 사랑을 해야되는 이유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를 통해 매체의 영향과 매체를 통한 학습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해당 영화의 감독은 그루밍 성범죄를 생각하고 이 영화를 제작한 건 아니지만 오늘날 이 영화가 혹평을 받고 있는 걸 생각한다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무언가를 만들 때 얼마나 신중하게 만들어야 되는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과거 걸캅스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란 무엇인지에 더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 ‘그루밍 성폭력’이라는 개념을 알게 된 건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아서 영화 속 서인우라는 인물이 현빈이라는 학생을 대하는 자세가 왜 그루밍 성폭력인지를 끊임없이 생각해보았다.
그루밍 성범죄란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선생님과 같이 지위를 위계나 위력으로 사용해 피해자와 정서적인 유대를 쌓으며 심리적으로 가해자를 믿고 의지하게 만든 뒤 성폭력을 가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어느 정도 성숙한 생각을 할 수 있는 나이,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그루밍 성범죄의 피해자가 된다는 것은 가해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이를 눈치채지 못하도록 피해자를 안심시킨다는 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런 종류의 성범죄를 범죄로 인식하기 어려운 이유가 내가 존경하는 누군가가 또는 타인에게 존경을 받는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을 준다는 것이 특별하다고 생각하게끔 만들고 이러한 혼란이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일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이것을 범죄로 인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경험을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피해자의 나이가 어릴수록 그 위험가능성을 파악하기 어렵고 가해자는 이런 피해자의 판단능력의 미숙함을 악용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런 낭만적인 감정이 쌓여 연인으로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과연 피해자 본인이 한 선택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느꼈는데 사회적으로 보호 받아야 되는 취약계층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삼아 그들의 생계를 도와준다는 명목하에 이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자칫 가스라이팅과 같은 더 큰 폭력,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성인과 미성년 사이에서 일어나는 그루밍 성범죄의 경우 이것을 사랑으로 인정한다면 다른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피해자들 또한 범죄에서 빠져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당 영화가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만든 영화는 아니었지만 현대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사회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간접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2021년인 현재 성교육의 필요성과 이런 범죄 속에서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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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마술을 믿습니까?
지난 5월 6일 넷플릭스의 <안나라 수마나라>가 전세계로 공개되었다. 개인적으로 영화 중에서 '뮤지컬 영화'를 가장 좋아하는 만큼 한국의 뮤지컬 미디어 작품이 어떻게 나올지 너무나 기대가 되었다. 바로 보고 싶었으나 최근 일이 너무 밀려 어제 날을 잡고 1화부터 6화까지 한번에 정주행했다.
앞서 말하자면 드라마는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뮤지컬 영화(드라마) 특유의 감성과 볼거리를 최대한 잘 살리고자 노력한 것이 눈에 보였다. 네이버 웹툰 원작 <안나라 수마나라>와는 다소 그 분위기가 차이가 있지만 오히려 리메이크된 드라마의 분위기가 더 좋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이번 글을 통해 '뮤지컬 영화(드라마)'의 간단 이야기와 함께 <안나라 수마나라> 간단 리뷰, 볼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법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 <뮤지컬 영화> 어디까지 아세요?
▶ 사실 뮤지컬 영화는 아주 아주 오래된 장르의 영화이다. 오래된 영화를 좋아하시지 않거나 영화사, 영화학에 크게 관심이 없다면 대부분 <맘마미아> <라라랜드> <레미제라블> 정도로 뮤지컬 영화를 처음 접할 가능성이 큰데, 뮤지컬 영화의 시초는 무려 1927년 <재즈 싱어>이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오던 시절, 음악과 효과음에 관하여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던 시기인 만큼 20년대 후반 부터 TV가 대중에게 보급되기 전까지인 50년대 까지는 정말 무수히 많은 뮤지컬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1938)>를 필두로 <환타지아(1940)>, <피노키오(1940)>, <아기코끼리 덤보(1941)>, <아기사슴 밤비(1942)> 등 디즈니사가 뮤지컬 형식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최초로 시도한 시기도 이 당시이다.
▶ 다만 50년대 전세계적으로 TV가 차츰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영화 시장 자체가 상당히 침체되는데 이때 당시에 뮤지컬 영화는 특히나 심한 타격을 입는다. 그럼에도 지금까지도 뮤지컬 영화 최고의 작품으로 뽑히는 <파리의 미국인 (1951)>, <Singin' In The Rain (1952)>, <The Band Wagon (1953)>, <7인의 신부 (1959)> 4작품 개봉하여 뮤지컬 영화는 역사로 사라지진 않고 잘 버텨주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뮤지컬 영화 장르 특성상 20 ~ 30대 여성관객이 주를 이룬 터라 매니아틱한 한계가 있어 현재까지 넘어오더라도 다른 장르영화에 비하면 그 수가 현격하게 낮다. 그래서 가끔 한 번씩 나오는 뮤지컬 영화를 보면 개인적으로 환장하는 이유이다...ㅎ
※ 위에 언급된 작품 이야기도 더 디테일하게 하면서 뮤지컬 영화 자체에 대해서 더 길고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싶긴한데 ,그렇게 하면 역사 수업마냥 너무 길고 재미 없어져서.. 나중에 반응이 좋으면 한 번 더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
? <뮤지컬 영화> 호불호가 왜 심한거야?
▶ 뮤지컬 영화는 영화가 가진 시, 공간적인 제약 없이 조금 더 사실적으로 시각적 효과를 사용해 흥미를 유발하고 영화를 보면서도 마치 뮤지컬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영화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 이야기에 '노래'와 '안무'가 반드시 혼재되어 줄거리를 전진시키거나 등장인물을 발전시킨다. 즉, 기존 영화에서 당연하게 지켜지던 '인-과'와 '기-승-전-결'의 형태가 흔들리게 된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노래와 안무로 갑자기 모든 갈등 상황이 풀린다던가, 너무 슬픈 상황에 갑자기 주인공이 노래 한 곡 불렀더니 내적 발전을 이룬다던가 하는 것이 좋은 예시이다. 보통의 영화라면 갈등 해소를 위한 장치 혹은 사건이 있어야하고, 등장 인물이 내적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그만큼의 시련과 계기가 있어야하는데 '뮤지컬 영화'에는 이게 명확히 없다. 이렇듯 영화 감상에 있어 '서사(이야기)'를 중심으로 전해지는 대리만족이나 간접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이런 것이 잘 지켜지지 않는 '뮤지컬 영화'는 다소 유치하고 '영화'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수 있다. 애초에 보통 영화는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뮤직비디오'는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외에도 뮤지컬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뮤지컬 영화'가 갖는 이 고유의 특징 자체가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 반대로 '뮤지컬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런 서사 중심의 이야기 전달이 아닌 뮤지컬 영화의 '연출'자체에 관심을 갖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노래가 좋아서 뮤지컬 영화 좋아하는 거 아니야?"라고 하기엔 영화 자체의 압도적 연출에 반해 그 '노래'를 들으면서 생각나는 그 '장면'들이 좋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뮤지컬에서는 할 수 없는 영화라는 미디어 장르에서만 가능한 극한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연출'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매력적인 특징이다. 영화라는 공간을 정말 영화처럼 쓰는 장르는 당연코 뮤지컬 영화가 최고이다. 현대 영화에선 찾기 힘든 정말 다양한 미장센이 쓰이고 시각적으로 화려한 다양한 색채와 효과가 쓰인다. 오히려 영화라는 편집이 들어가는 미디어 작품에 가장 어울리는 장르가 아닐까. 이러한 뮤지컬 영화의 특징은 어떤 장르영화 보다도 한번 빠지면 쉽게 헤어나오기 쉽지 않다.
▶ 앞서 말했듯이 뮤지컬 영화는 서사나 등장 인물의 감정을 노래와 안무가 이끌어간다. 이 부분 역시 굉장히 매력적인 부분이다. "나 너무 힘들고, 슬퍼."라고 한 마디 대사로 전달되면 되는 주인공의 감정이 노래를 통해 전달하기 때문에 굉장히 서정적이고, 한 마디 대사보다는 길지만 오히려 감정선의 공유는 함축적이다. 이 함축적인 감정의 공유가 영화(드라마)를 보는 내내 지속되고 끊이 없이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굉장히 뜬금 없는 타이밍에 나오는 '노래'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굉장히 함축된 타이밍에 나오는 '노래'라는 것이다.
? <안나라 수마나라>는 어땠어? 볼까 말까?
▶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이태원 클라쓰>의 연출을 맡은 김성윤 감독님의 작품 <안나라 수마나라>는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드라마 자체는 인생에 대한 아름다운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정서적인 지지를 받는게 쉽지 않은 사회에서 꼭 사회가 정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단 한 사람만 믿고 지지해준다면 마법과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메시지 말이다. 너무나 동화같은 소재지만 현대를 살면서 이보다 필요한 게 있을까 싶기도 하다. 드라마는 총 6부작으로 '아이', '일등', '리을'의 관계를 통해 서로 발전하고 치유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렇게 보니 감독님이 예전에 연출하신 <드림하이>가 생각도 나네요.. 보신 분이 있으시려나ㅋㅋ)
▶ 드라마가 '뮤지컬 드라마'라고 하여 크게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솔직히 엄청 심하게 '뮤지컬'적 요소가 강하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애초에 김성윤 감독님이 <안나라 수마나라>를 "감성 성장 드라마"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에서 음악은 작품 속 인물의 성장에 따른 순간 순간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요소지 엄청나게 이야기의 중심 축을 이끌고 갈만큼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뮤지컬 영화'를 극불호 하시는 분이 아닌 이상 <라라랜드>정도는 엄청 재밌게 보진 않았지만 적당히 재밌게 봤다하시는 분은 한국적인 뮤지컬 드라마의 만남이 너무 어색하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혹시라도, 그래도, 애매하다면 1화 정도 보시고 나머지를 볼지 말지 결정하셔도 괜찮을 것이다. 1화 분위기가 거북하지 않다면 나머지 5개의 회차도 비슷한 분위기이다.
? <안나라 수마나라> 원작과는 어때?
▶ 개인적으로 웹툰이나 소설등으로 원작있는 작품의 영화나 드라마화에서 원작과 비교하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원작의 오래된 팬 분들이 무작정 깎아 내리는 것도 싫고, 매체 자체가 다른 두 작품을 그렇게 비교하는 게 그리 의미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안나라 수마나라>도 원작이 흑백 웹툰인 것에 반해 드라마 내내 상당히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고 빛을 굉장히 신경써서 사용한다. 나아가 각 캐릭터의 성격도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딱히 비교할 것이 없다. (원작과 다르다고 해서 작품이 나쁜 것은 아니지 않나.. 작품이 나쁘면 그냥 작품이 별로인것이지..) 다만 웹툰이든 드라마든 <안나라 수마나라> 속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변함이 없다. 개인적으로 원작의 팬이라면 원작과는 이런 차이가 있구나 하면서 감상하셔도 재밌을 것이고 원작을 아예 모르시는 분이라면 이런 소재의 뮤지컬 드라마가 있구나 하면서 감상하시면 좋을 것이다.
▶ 최근 넷플릭스에서 주목받는 작품들이 장르물 중심이었기 때문에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담은 <안나라 수마나라>를 통해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받고 아름다운 연출을 감상하시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추천하는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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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장 | '존 윅' 따라가다가 가랑이 찢어진 뱁새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마지막 광장 결투에서 승리하며 '구봉산'(안길강)과 '이주운'(허준호)을 범죄 세계의 쌍두마차로 옹립하고 규칙을 확립한 '남기준'(소지섭). 평화를 지키기 위해 아킬레스건을 자르고 은둔한 그가 11년 만에 복귀를 결심한다. 이주운과 그의 조직 '주운'의 후계자였던 동생 '남기석'(이준혁)이 사망하자 그 복수를 하기 위해서.
범인이 구봉산의 아들, '봉산'의 인자 '구준모'(공명)로 밝혀졌어도 기준은 멈추지 않는다. 그와 봉산, 주운이 합의한 규칙대로라면 그의 복수는 정당한 처사니까. 하지만 기준의 복수극은 뜻대로 흐르지 않는다. 이주운의 아들이자 검사인 '이금손'(추영우)과 주운의 조력자인 경찰 '차영도'(차승원)가 기석의 죽음에 개입한 정황이 밝혀짐에 따라 그의 복수극은 주운과 봉산, 두 조직의 전면전으로 확전되기 시작한다.
<존 윅>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질라
영화 장르에는 분기점이 있다. 특정 작품의 등장 전후로 장르의 트렌드는 격변한다. 2010년대 중반, 액션 영화에서는 <존 윅> 시리즈가 새로운 바로미터였다. 확인 사살과 탄창 확인을 빼먹지 않는 현실적인 액션 연출, 롱테이크로 액션 자체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 촬영법, 일종의 무협물처럼 현대 사회 이면에 존재하는 킬러들의 세계관을 어우르면서 액션 영화의 새로운 정형을 확립했다.
문제는 <존 윅>이라는 이데아를 모방하려다가 가랑이가 찢어진 뱁새들이 속출했다는 것. <존 윅>의 특유의 연출과 세계관을 빌려 쓰려던 영화 중 <존 윅> 하위 호환이 된 경우가 적지 않다. 근래 한국 영화 중에는 변성현 감독의 <길복순>이 대표적인 예시다. 그 사례집에 추가될 작품이 하나 더 생겼다.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실사화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광장>이 그 주인공이다.
원작의 유명세와 인기는 물론, 소지섭을 비롯해 캐스팅된 배우들의 면면에 이르기까지 <광장>은 공개 전부터 화제였던 시리즈다. 그런데 정작 공개된 <광장>의 결과물은 실망스럽다. 가장 핵심이어야 할 설정에 관해 거의 설명하지 않다시피 한 결과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와 전개가 <존 윅>과 다를 바 없어졌다. 그렇다고 <광장>만의 개성적인 액션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결국 <광장>은 한국판 <존 윅>에 불과했다.
<광장>과 <존 윅>의 숱한 공통점
<광장>은 시작부터 <존 윅>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다. 우선 은퇴한 은둔 고수가 현업에 복귀한다는 전개와 그 계기가 유사하다. 존 윅은 사별한 아내의 마지막 선물인 반려견을 잃었고, 남기준은 자기 목숨과 아킬레스건을 걸고 살리려던 동생을 잃었다는 점이 차이일 뿐이다. 두 주인공의 특성도 닮았다. 둘은 각자의 세계관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이름만 들어도 두려워하는 가장 뛰어난 킬러로 소개된다.
존 윅의 반려견을 죽인 '요제프'(알피 앨런)와 남기석 살인을 교사한 구준모의 캐릭터 성과 행적도 놀랍도록 비슷하다. 둘 다 사소한 이유로 폭력을 저질렀다가 존 윅과 남기준을 복귀시키는 사달을 낸다. 주변 사람들이 존 윅과 남기준의 능력과 위험성을 경고하는 와중에도 말을 안 듣다가 상황을 악화하는 악수를 두는 것도, 안가에서 경호원들 뒤에 숨어 있다가 허망하게 목숨을 잃는 것도 공통점이다.
다른 묘사나 설정도 마찬가지다. 사고 친 아들을 지키려고 휘하 조직을 총동원하는 아버지들의 존재, 주인공의 복수가 상황을 정리하는 대신 여러 조직 간의 분쟁을 촉발한다는 흐름도 동일하다. 존 윅을 암암리에 돕는 친구가 있듯이 남기준도 그에게 무기와 정보를 제공하는 조력자가 있다. 결코 어겨서는 안 되는 규칙이 범죄 조직들의 뒷세계를 지탱하는 세계관 역시 <존 윅>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제목
그에 반해 서사적인 측면에서 <광장>과 <존 윅>의 차이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제목인 '광장'의 의미를 명확히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작 내용을 참고해 유추해 보면, 극 중 광장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다. 범죄 조 간의 세력 전쟁을 정리하고, 정치권 및 재계와의 관계도 정립하면서 일종의 평화 조약을 맺는 의식으로써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펼쳐지는 광장 결투를 뜻하는 말이다.
이 광장 결투는 모든 인물이 남기준을 존경하면서도 두려워하고, 그의 앞에서 예의를 갖추는 이유와 직결된다. 남기준이 마지막 광장 결투에서 승자가 된 덕분에 주운과 봉산이 서울의 패권을 양분하는 세계관이 확립됐기 때문. 곧 광장 결투는 그의 입지와 명성이 완성된 계기였다. 따라서 광장 결투의 역사와 의미를 시청자에게 명확히 인지시킬 수 있다면 남기준의 복수극은 존 윅의 복수극으로부터 비로소 차별화될 수 있다.
하지만 <광장>은 정작 제목의 의미를 거의 설명하지 않는다. 흑백 회상을 통해 광장 결투라는 의식이 존재한다고 짧게 짚어질 뿐이다. 광장 결투가 끼친 영향력에 대해서도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이주운과 구봉산이 본래 따르던 회장을 제치고 권력을 잡는 과정도, 만인이 남기준을 두려워하게 되는 사건도 광장 결투와는 별개 상황으로 제시된다. 그러다 보니 <광장>의 이야기가 배경만 한국인 <존 윅>이라 해도 억지스럽지 않다.
따로 노는 전후반
핵심 설정의 의미와 세계관의 근간이 무너지자, 극의 짜임새도 덩달아 붕괴한다.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전반부와 후반부를 이어 줄 접착제가 사라진 까닭이다. <광장>의 후반부는 남기석 사망 사건의 진짜 배후로 이주운의 아들, 이금손을 등장시키면서 복수극이 펼쳐진 초반부와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존 윅> 1편과 2편을 한 작품으로 묶은 듯한 구성이다.
주운의 후계자 자리를 남기석에게 빼앗긴 금손은 아버지가 확립한 시스템에 균열을 낸 뒤 아버지 자리를 탈취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써 남기석을 죽이고 남기준의 복수극을 유도한다. 드라마는 금손의 의도를 광장에 빗대어 설명한다. '새로운 광장'을 천명하는 금손의 연설에는 은퇴하기 전 남기준과 아버지가 만든 규칙 대신 새로운 질서를 만들겠다는 의지와 욕망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광장의 의미가 불명확하다 보니 새 광장을 만들겠다는 추영우의 일성은 공허하다. 과거의 광장과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다 보니 아버지까지 살해하기로 결심하는 그의 동기도 도통 이해할 수 없다. 이에 더해 암암리에 주운을 돕는 듯 보였으나 그 이면에서 금손의 계획을 도운 차영도의 존재와 역할도 모호해진다. 애초에 광장이라는 상징의 속뜻을 알 수 없으니, 그의 욕망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동생의 복수를 원하는 남기준이 조직 간의 전쟁에 다시 끼어드는 전개가 부자연스러워진다. 그의 복수극과 이금손의 찬탈극 간에 유일한 접점인 '광장'이 실종됐으니, 복수의 칼날이 이금손에게 향하는 전개 또한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이는 구준모의 퇴장을 기점으로 극의 몰입도와 긴장감이 급격히 무너지고, 전반부와 후반부가 지킬과 하이드처럼 따로 노는 인상이 지워지지 않는 이유다.
무색무취 액션
세계관 구축과 스토리텔링이 한계에 부딪힌 가운데, 액션마저 돌파구가 되지는 못했다. 남기준만의 매력을 액션에 녹여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액션 영화에서 액션은 그 자체로 캐릭터를 소개하는 장치다. 일례로 주짓수와 총기 액션을 결합해 이른바 '건짓수'라 불리는 액션 스타일은 아무리 급해도 확인 사살을 잊지 않는 냉정한 킬러, 존 윅의 캐릭터 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원작 속 남기준 액션도 개성이 분명했다. 핵심은 잔혹함이었다. 일 대 다로 싸울 때 그는 적들을 좁은 공간으로 유인한 뒤, 가장 먼저 싸운 사람을 잔인하게 제압하면서 남은 상대들에게 공포감을 안기고 심리적 주도권을 잡았다. 이러한 액션 스타일은 그가 성하지 않은 다리로도 많은 적을 제압할 수 있고 오래전 은퇴했는데도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인 이유를 보여주는 서사적 장치이기도 했다.
반면에 드라마에서는 남기준만의 액션 스타일을 볼 수 없다. 그 빈자리는 <범죄도시>의 마석도처럼 괴력을 이용해 주먹 한 방으로 상대를 제압하거나, 총을 여러 발 맞고도 좀비처럼 쓰러지지 않는 클리셰가 채운다. 야구방망이 하나만 들고 구준모가 숨은 비밀 안가를 습격하는 장면만이 예외다. 이처럼 일반적인 한국 영화 액션과 구분되는 장면이 적다 보니 <광장>은 동명 웹툰의 실사화보다는 <회사원> 속편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걱정이 앞서는 영상화
근래 한국의 영상 콘텐츠 산업에서는 웹툰과 웹소설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영상 콘텐츠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영화나 드라마로 옮기기 좋은 웹툰과 웹소설의 수요도 증가했기 때문. 드라마의 경우 역으로 웹툰이나 웹소설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영화계에서도 <전지적 독자 시점>을 비롯해 웹툰과 웹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기려는 시도가 본격화고 있다.
웹툰 및 웹소설 영상화에는 여러 장점이 있지만, 최근에는 그 반작용도 서서히 커지고 있다. 제목과 대략적인 설정만 빌린 뒤 정작 원작의 매력, 개성, 전개와는 전혀 다른 내용물을 선보이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 <재벌집 막내아들>만 하더라도 종영 후 3년이 지났지만, 이러한 양두구육의 대명사로 대중에게 각인된 상태다.
<광장>은 이러한 흐름에 기름을 끼얹는다. 단순한 서사, 어설픈 세계관, 부자연스러운 전개, 무색무취한 액션이라는 단점이 원작의 개성을 가려버린 나머지 한 회당 40분을 넘지 않는 에피소드 7개라는 구성조차 길게 느껴질 만큼 임팩트가 부족하다. 이처럼 한국판 <존 윅>이 된 <광장>의 사례만 보더라도 웹툰과 웹소설 영상화 소식에 걱정부터 쏟아지는 팬들의 반응도 이제는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닌 듯하다.
Poor 형편없음
차라리 '존 윅' 시리즈를 한 번 더 정주행하는 게 현명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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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탈과 이탈, 도피와 탈피 사이를 나지막하게 가로지르는 선율.
하스미 시게히코의 저서 [영화장화]에서는 ‘영화는 활극이어야만 한다. 활극이란 숏의 반복, 거듭되는 숏이 새로운 숏으로 바뀔 때마다 커다란 충격을 가지고 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충격은 완만하다. 부드럽지 않게 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마지막은 액션이 연결돼서 아주 부드럽게 흘러간다.’라고 <도쿄 소나타>를 평한다. 정적인 숏 속에서 <도쿄 소나타>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행동한다. 어떠한 결심을 하고 몸을 움직인다. 그 속에 큰 목적성은 없다. 그래야만 할 것 같다는 지배적인 무의식이 행동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사사키 가족은 일탈과 이탈, 도피와 탈피를 경험한다. 네 명의 인물들은 각자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메구미는 일탈하는 인물이다. 오프닝 시퀀스, 열린 문 사이로 빗줄기가 들이친다. 서둘러 문을 닫고 바닥에 고인 빗물을 닦던 메구미는 다시금 문을 열어 허공을 응시한다. <도쿄 소나타>에서 집이란 정돈되어 있는 안락한 곳, 사사키 가정을 의미한다. 평화로워 보이는 이 가정을 위협하는 폭풍우는 앞으로의 갈등을 암시하는 듯하다. 여기서 문을 다시 여는 메구미의 행동은 굉장히 상징적이다. 관객은 가정의 갈등이 외부에서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균열을 만들고 고통을 내부로 들이는 것은 메구미임을 알 수 있다. 류헤이의 실적에서부터 비롯된 폭풍우는 애써 모른 척해주는 메구미가 문을 닫기 때문에 집에 들어올 수 없다. 하지만 이미 고인 빗물처럼 균열을 감지한 메구미는 다시 문을 열고, 결국 폭풍우는 사사키 가정을 침범하게 된다.
작중 메구미는 수많은 프레임 속에 갇혀 있다. <도쿄 소나타>의 주배경인 집은 세트를 지어 촬영했다. 그렇기에 집의 구조와 가구의 배치 같은 공간적 특성은 모두 의도된 연출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속에서 구로사와 기요시는 사사키 가족을 결코 허투루 잡지 않는다. 힘을 준 숏이라는 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런 기요시가 메구미를 보여줄 때는 필수적으로 장애물을 배치한다. 책장, 찬장, 창틀 사이로 보이는 메구미는 언뜻 철창 속에 갇혀 있는 것 같다. 반복되는 이중 프레임은 메구미에게 있어 평온한 가정이 얼마나 감옥처럼 느껴지는지를 가시화한다.
메구미가 일탈하고자 하는 시도는 영화 전반적으로 등장한다.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자동차를 보러 가는 것이 그러한 예시이다. 류헤이의 이탈을 알아챈 것도 바로 일탈의 과정 속에서다. 메구미는 애써 전업주부의 삶도 나쁘지 않다고 말하는 좋은 엄마이자 아내이지만, 반복되는 일상과 가정의 불화에 심한 염증을 느끼는 인물이기도 하다. 류헤이의 권위가 하락하며 자아를 되찾은 메구미는 납치범에게 잡힌 인질일지라도 가정을 떠난다는 선택을 내린다. 결정권이라고는 메뉴를 고르는 것뿐이던 메구미가 처음 적극적으로 행동한 순간이다. 정해진 삶에서 벗어나 도착한 곳은 어떠한 프레임도 없는 망망대해다. 쓸려가 버릴 듯 파도를 느끼는 메구미는 도로로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는다. 강인한 그녀를 맞이하는 것은 강렬한 햇빛. 메구미는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엉망이 된 집은 예전처럼 정돈되어 있진 않지만 따스한 햇볕이 들어온다. 다시 밥을 짓는 메구미는 이전과 같지 않다. 균열을 느끼고 받아들인 순간부터 메구미는 일탈을 통해 변화했기 때문이다.
류헤이는 이탈하는 인물이다. 가족을 지키는 권위적인 가장, 류헤이를 한 줄로 설명하자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앵글은 류헤이를 권위적으로 그려내지 않는다. 기요시가 메구미를 이중 프레임 속에 가둔다면, 류헤이는 거대한 헤드룸으로 짓눌러버린다. 필요 이상으로 긴 헤드룸은 류헤이를 불안정하고 왜소하게 만든다. 영화 초반부 오피스에 뜬금없이 자리한 나무 모형은 류헤이와 닮았다. 가정을 지키는 가장 같기도 하고,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일을 하는 공간 속에 섞여 들지 못한 이물질 같기도 하다. 그런 나무에는 거대한 옹이가 자리하고 있다. 속이 텅 비어 버린 구멍을 품은 류헤이는 끝내 무리에서 이탈해 버리고 만다. 하지만, 류헤이는 이탈할지언정 도망치지는 않는다. 여자와 아이, 젊은이들만 태우고 가버린 구명보트, 즉 출근하는 행렬에 섞여 들지는 못하지만, 사회적으로 혹은 가정적으로 도망쳐버린 망자들의 행렬에도 동참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직으로 인한 이탈은 곧 권위의 상실로 이어진다. 메구미가 문을 열어 균열을 받아들일 때, 류헤이는 켄지의 가방을 잠가주며 균열을 외면한다.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잃지 않기 위함이다. 기요시는 류헤이의 권위를 식사 장면에서 주로 다룬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통해 사사키 가족 내 류헤이가 가지고 있는 위치를 시각적으로 그려낸다. 모두가 밥 먹을 준비를 마쳤음에도 류헤이가 맥주를 마시는 걸 기다리는 모습을 통해서는 서사적으로 표현한다. 그런 류헤이의 권위 싱실은 메구미가 류헤이의 실직을 알고 있다고 고백하는 장면에서 나타난다. 항상 높은 곳 혹은 동일선상에 위치해 있던 류헤이가 메구미보다 낮은 층고에 위치함으로써 전복이 일어난다. 이후로 류헤이는 백화점에서 메구미를 마주했을 때 아니라고 소리친다. 자신이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청소하다 발견한 목돈을 탐냈다는 사실을 외면하면서. 켄지를 2층에서 1층으로 밀어버린 시점에서부터는 그 어떠한 가장 노릇도 하지 못한다. 그런 류헤이는 차에 치인 후 일종의 부활을 겪는다. 비로소 류헤이는 권위를 내려놓는다. 엉망이 된 몰골로 청소부 복장을 한 채 집으로 돌아온 류헤이를 메구미와 켄지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제야 식사 시간은 온기를 되찾는다.
타카시는 도피하는 인물이다. 타카시는 작중 내에서 가장 분량이 없는 인물이다. 그가 도피하는 인물이기에 그렇다. 타카시는 본인 스스로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불황의 일본 사회 속에서 취업도 하지 못하고, 행복도 찾지 못한 채 방황할 뿐이다. 타카시는 일본의 평화를 지켜주는 건 미국이라고 말하며, 일본에 회의감을 가지고 미군에 지원한다. 하지만 국경을 그어 놓은 채, 메구미와 류헤이가 가져다주는 안락함에 기대 사는 건 오히려 타카시다. 국경을 벗어난 타카시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버스 창틀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이다. 그러나 기요시는 도망친 곳에 결코 낙원은 없다고 말하진 않는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을지도 그 과정에서 타카시는 새로운 시야를 얻는다. 도피보다 삶을 마주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일임을 깨닫는다. 메구미가 이혼하지 않고 다시 밥을 짓는 것처럼, 류헤이가 집으로 돌아온 것처럼 말이다.
켄지는 탈피하는 인물이다. <도쿄 소나타>는 선형적 내러티브 구조로 진행되다가, 영화의 중반 지점부터는 역순행적 회상 내러티브로 바뀐다. 플롯이 변화한 그 시점, 백화점에서 메구미와 류헤이가 마주한 뒤부터 사사키 가족은 각자의 사건을 겪기 시작한다. 만남 이후 메구미는 화면상 오른편으로 운전하고, 류헤이는 화면상 왼편으로 달린다. 켄지는 타구치를 만나 전에는 메구미처럼 오른쪽으로 걷는다. 이후, 켄지는 가출한 타구치가 아빠에게 잡히지 않게 도와주다 결국 타구치를 지키지 못한다. 류헤이가 가정을 지키지 못한 것처럼 켄지도 관계의 상실을 겪는다. 그때부터 켄지는 류헤이처럼 왼편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계단 갈등 이후 켄지가 류헤이를 이해하게 된 순간이다. 그럼에도 가정으로 가장 먼저 돌아온 건 켄지이고, 류헤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도 켄지의 연주이다. 켄지는 방어적이던 자신의 모습에서 탈피해 설익은 위로를 전하기보다, 진심으로 공감하고 곁에 머무르기를 선택한다.
메구미와 켄지, 류헤이와 타카시는 각각 궤를 같이하는 인물이라 볼 수 있다. 사사키 가족은 각자의 여정 끝에 다시금 식탁 앞으로 모인다. 그렇게 반복되는 식사 장면은 관객에게 충격을 선사한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사사키 가족은 자신들이 어떤 일을 겪고 왔는지 구태여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 그저 묵묵하게 다시 밥을 먹을 뿐이다. 하스미는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있던 것이 흔들리고 무너지도록 만드는 것이 영화이다. 알려고 하지 않았는데 자신도 모르게 알게 되는 순간이 살아있는 현재를 뒤흔드는 아주 현실적인 체험인 것이다.’라고 말한다. <도쿄 소나타>를 통해 관객은 무엇을 느꼈을까. <도쿄 소나타>는 사회가 머금고 있는 수많은 아픔을 일상적으로 살아내고 있을 사람들에게 충격이 되어주었을까, 혹은 나지막한 선율로 위로가 되어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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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인터뷰] OST 마켓 본선 진출자 5인을 만나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OST 마켓 본선 진출자 5인을 만나다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재능 있는 신인 영화음악가를 발굴하고 데뷔 기회를 제공하는 ‘짐프 OST 마켓’을 새롭게 선보였다. 뜨거운 관심 속 예선 심사 1차와 2차를 거쳐 본선에 진출한 5인의 음악감독(변동욱, 손한묵, 이명로, 정나현, 최종호)과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손한묵 음악감독제천국제음악영화제 OST 마켓 본선 진출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손한묵:관객, 스태프 등을 거쳐 10년째 이곳에 방문하고 있습니다. 쇼케이스를 할 기회를 얻어 기쁩니다. 재미있게 잘 하고 가겠습니다.
OST 음악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손한묵:저는 가사 없는 음악의 힘을 믿어요. 가사 없는 음악의 ‘전달력’에 매력을 느껴 OST 음악도 시작하게 되었어요.
국악과 서양악 모두 능통한 플레이어 작곡가로 유명하신데요.
손한묵:이번 영화제에서도 방준석 감독님 추모를 위해 국악 작업을 했습니다. 처음 방준석 감독님의 영화 '사도'를 보고 국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년과 올해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에서 사극을 많이 작업하며 국악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클래식 전공인데 섞는 것 자체를 즐겨 하다 보니 퓨전음악이라고 치부되지 않도록 작업하고 있습니다. 서양악이나 국악의 고유한 특성을 무너뜨리지 않고 융합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자신의 인생을 영화로 제작할 때, 명장면에서 흘러나왔으면 싶은 OST가 있을까요?
손한묵:저는 락스타가 꿈이었는데 퀸이 등장했을 때 영화 장면처럼 이미 전 세계인이 아는 음악이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오지 오스본의 음악을 택하고 싶어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손한묵: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영화, 단편, 다큐멘터리가 많아요. 예술이나 음악 하는 사람들이 음악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산업을 이해하기에 좋은 곳은 제천만 한 곳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손한묵:저의 꿈은 락스타인데 환호성이 넘치는 공연 관객 앞에서 락으로써 연주해보는 게 저의 꿈입니다. 영화음악도 락만큼 좋아하기에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하면서 다른 장르의 다른 매체의 일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언젠가 무언가를 포기해야 할 때가 오겠지만 그 기간이 최대한 늦추어지는 것이 저의 꿈이기도 합니다.
변동욱 음악감독제천국제음악영화제 OST 마켓 본선 진출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변동욱:운이 좋았습니다. 쇼케이스 준비가 조금은 부담되었지만 예선 심사 1차와 2차를 붙어서 기뻤습니다. 같이 일하는 좋은 동료들도 만나 좋습니다.
OST 음악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변동욱:원래 영상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학교 다닐 때는 저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졸업 이후 소개를 받아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면서 영상음악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보니 저의 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JIMFF PLAYLIST 속 감독님의 음악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있나요.
변동욱:장면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렵지 않고 들었을 때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영화로 제작할 때, 명장면에서 흘러나왔으면 싶은 OST가 있을까요?
변동욱:저의 명장면은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아요. 훗날 다가올 저의 명장면에서 엔니오 모리꼬네가 작곡한 영화 '시네마천국'의 OST가 흘러나왔으면 좋겠어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변동욱:좋은 영화, 좋은 공연, 좋은 풍경 3박자가 잘 맞춰진 곳에서 잘 즐기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변동욱:좋아하는 일이다 보니 영화음악을 만드는 일을 오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작품, 훌륭한 작품 만나서 계속 음악 만들고 나이 들어서도 재미있게 하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정나현 음악감독제천국제음악영화제 OST 마켓 본선 진출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나현:본선 진출해서 너무 신나고 기대가 됩니다. 영광입니다.
OST 음악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정나현:재수할 때 드래곤 길들이기 보고 멋있어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 음악에 참여하셨는데 특히 단편영화 참여작이 많으시네요.
정나현:대학교 3학년 때부터 단편영화를 시작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당시 학생이셨던 감독분들이 입소문을 내주셔서 단편영화를 꾸준히 작년까지 해왔습니다. 그동안 작업한 상업영화는 액션, 스릴러 등 어두운 장르의 영화가 많았는데 시리즈물도 좋아하고 잔잔한 영화도 좋아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영화로 제작할 때, 명장면에서 흘러나왔으면 싶은 OST가 있을까요?
정나현:아직 인생의 명장면을 경험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어떤 명장면이 나올지, 거기에 어울리는 음악이 무엇일지 모르겠어요. 저는 예전부터 장례식장에서 틀고 싶던 음악이 있는데 '뜨거운 안녕'이 흘러나오면 좋겠어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나현:영화 음악을 교육하고 신인 영화음악가를 양성하는 제천영화음악 아카데미가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라 생각합니다. 영화음악 하시는 분들, 저희 음악도 앞으로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정나현:필름 콘서트도 하고 싶고 아카데미상을 타고 싶습니다.
최종호 음악감독제천국제음악영화제 OST 마켓 본선 진출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종호:아직 얼떨떨합니다. 쇼케이스를 마치고 나서야 실감 날 것 같습니다.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하고 쇼케이스 열심히 준비해서 잘해보겠습니다.
OST 음악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최종호:음악을 하고 싶었습니다. TV나 영화, 애니메이션 영상물 보는 걸 워낙 좋아하고 노래나 연주보다 작곡에 흥미가 있었습니다. 영상음악은 여러 의미의 음악이 필요하고 작곡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 공부를 시작하고 제천국제음악아카데미에도 지원하며 지금까지 해오고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영화로 제작할 때, 명장면에서 흘러나왔으면 싶은 OST가 있을까요?
최종호:저는 제가 쓴 음악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아직 못 쓴 것 같아요. 언젠가 쓰게 될 저의 명장면에 어울릴만한 곡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종호: 4년째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참석하고 있는데 올 때마다 비가 맞아주어서 영화 개막식 때 늘 촉촉하게 시작합니다. 지금은 날도 개고 화창해서 돌아다니기에 좋습니다. 모쪼록 영화제 재밌게 즐기다 가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가요?
최종호:저는 길게 봐야 하는 꿈인데요. 언젠가 제가 만든 음악들로 콘서트 하면 좋겠습니다. 기왕이면 노력해서 콘서트 지휘도 제가 하는 것이 꿈입니다.
이명로 음악감독제천국제음악영화제 OST 마켓 본선 진출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명로:본선 진출해서 가장 좋은 건 같은 업종이지만 각기 다른 곳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만난 것입니다. 좋은 친구들과 좋은 기회를 얻은 것 자체로 행복합니다.
OST 음악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명로:음악이 돋보일 수도, 혹은 영상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역할이 영상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상과 음악이 더해졌을 때의 시너지가 매력적으로 느껴져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조영욱 음악감독님이 총괄 프로듀싱 맡고 작곡하는 음악팀인 The Soundtrackings로 활동하시며 영국 BBC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음악 작업에 참여하셨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이명로:박찬욱 감독님이랑 작업을 많이 하시는 조영욱 음악감독님의 제안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첫 드라마였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방송국인 BBC와의 소통이 처음이라 시스템이 없었어요. 당시 조영욱 음악감독님은 런던에 계셨고 작곡가 팀은 한국에 있었는데 감독님의 부재가 크게 느껴졌고 시차도 있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했습니다. 6부작 드라마였지만 영화 6시간 제작하는 것처럼 매 장면에 맞추어 하나하나 작업했는데 7년 음악 작업 중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성장하는 기회였고 음악도 최상으로 나와서 만족합니다. 당시 저희 음악과 영상을 보며 피드백을 받을 때 저희가 좋아하는 부분을 서양인들도 같은 눈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은 언어가 아니니 느끼는 건 비슷하지 않을까 어렴풋이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실질적으로 음악으로 공유할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영화로 제작할 때, 명장면에서 흘러나왔으면 싶은 OST가 있으실까요?
이명로:제가 작업한 음악은 어두운 음악이 많은데 명장면에서는 밝은 음악이 나오면 좋겠어요. 앞으로 인생의 명장면은 많겠지만 이미 경험했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장면에서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면, 그게 제 인생의 명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명로:조영욱 감독님이 초이스 하신 5개 영화를 상영하는 마스터클래스를 추천드립니다. 제가 참여한 작품도 있고 감독님이 그동안 보셨던 것 중에 선정하신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옆에서 보았는데 정말 많이 고민 하시면서 결정하신 영화들이라 기대하고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저희 제천국제음악영화제 OST 마켓 공연 역시 젊은 느낌으로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앞으로의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이명로:어떠한 영화에 어떠한 음악을 썼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영화에 가장 잘 맞는 음악을 장르 가리지 않고 연출하는 영화음악 감독되는 것이 꿈입니다.
쇼케이스 하루 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맞이해준 본선 진출자 5인은 악기를 하나씩 잡으며 포즈를 취했다. 각자에게 주어진 15분의 시간 동안 현악, 밴드, 국악 등 자신만의 색을 담아 본인의 대표곡을 중심으로 쇼케이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들의 밝은 에너지는 영화음악 산업에 시너지를 불어올 것으로 기대해본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김미정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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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8] 살인자와 몸이 바뀌었다구? 내 몸으로 살인을 하고 있어!
해피데스데이 1편과 2편의 감독이 새로운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프리키 데스데이라는 영화로 지난 영화들과 비슷하게 코믹호러에 드라마적인 요소도 가미가 되어 있는 영화에요. 전작들과 코드가 맞았던 분들은 관람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적당히 따뜻하고, 적당히 잔인하고, 적당히 웃겨서 너무 타협한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들을만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적정 수준의 재미를 보장하고 있어요.
여주인공 릴리 역을 맡은 캐서린 뉴튼이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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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루엘라」리뷰ㅣ디즈니가 조커, 할리퀸을 탄생시키는 방법ㅣ101마리 달마시안 결말포함 영화리뷰ㅣ크루엘라 예고편 리뷰ㅣ크루엘라 원작 애니메이션ㅣ
? "크루엘라" 영화리뷰 1부(*스포없음)
- '크루엘라' 영화 예고편 분석
- 원작 애니메이션 '101마리 달마시안' 결말포함 영화리뷰
- 디즈니 빌런 유니버스
- 영화정보
감독: 크레이그 길레스피
제작: 크리스틴 버, 앤드루 군, 맥 프랫
각본: 스티브 지시스, 토니 맥나마라, 켈리 마르셀, 도나 폭스, 제즈 버터워스, 엘린 브로쉬 맥켄나
장르: 범죄, 코미디
출연: 엠마 스톤, 엠마 톰슨 외
음악: 니콜라스 브리텔
개봉일: 미국 2021년 5월 28일 대한민국 2021년 5월 26일
독점 스트리밍: Disney+ 로고 DISNEY+ PREMIER
제작사: 미국 국기 월트 디즈니 픽처스
수입사: 대한민국 국기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배급사: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처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상영시간: 134분- 101마리 달마시안 영화리뷰 정보
감독: 볼프강 라이더맨, 헤밀턴 러스크, 클라이드 제로니미
제작: 월트 디즈니
각본: 빌 피트
출연: 로드 테일러, 케이트 바우어 외
음악: 조지 브런스
장르: 애니메이션, 가족, 어드벤처, 코미디
개봉일: 1961년 1월 25일
상영 시간: 79분
제작사: 미국 월트 디즈니 프로덕션
배급사: 미국 브에나 비스타 픽처스 디스트리뷰션
제작비: $3,600,000
북미 박스오피스: $144,880,014
월드 박스오피스: $215,880,014
#크루엘라 #101마리달마시안 #크루엘라_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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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잘리카투> 티저 예고편
폭주하는 물소, 광기 어린 인간들, 진정 누가 짐승인가?
푸줏간(도축장)에서 도망친 물소가 온 마을을 헤집고 다닌다. 마을 남자들은 폭주하는 물소를 잡기 위해 나서고 이웃 마을 남자들까지 몰려들자 한바탕 대소동이 벌어진다. 평화롭던 마을은 물소를 제압하려는 남자들로 인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버리고, 인간과 짐승의 구분이 사라져 버린 물소 사냥은 점차 무분별하고 폭력적인 광기로 변해간다.
※ 잘리카투(또는 살리카투) JALLIKATTU는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의 수확축제인 퐁갈에서 진행하는 전통있는 집단 경기다. 황소를 남자들 무리 속에 풀어놓으면 참가자들은 황소의 등에 올라타서 최대한 오래 버티거나 소를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하는데, 이 과정에서 살벌한 장관이 펼쳐진다. 리조 조세 펠리세리 감독의 <잘리카투>는 잘리카투 경기를 묘사하는 영화는 아니다. 확실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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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범죄도시 2> 티저 예고편
반가워~? 이번엔 베트남이다? [범죄도시2]더 통쾌하고 짜릿하게 COME BACK? 5월, 극장가 싹 쓸어버릴(?)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