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8-17 10:26:00
[JIMFF 인터뷰] 심연에서 벗어나 숨을 쉬다
문근영 감독 인터뷰
심연에서 벗어나 숨을 쉬다, 감독 문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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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음악영화의 범주를 총망라하는 섹션 ‘음악영화의 풍경’으로 소개된 영화 '현재진행형', '꿈에 와줘', '심연'의 감독은 이번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심사위원이기도 한 문근영이다. 8월 15일, 하소생활문화센터 산책에서 문근영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언제부터 작품을 구상하신 건가요? 처음부터 연작으로 기획하셨던 건지 궁금합니다. '심연'은 사실 굉장히 오래되었어요. 예전에 전시를 보고, 제 마음을 적은 글에서 시작되었어요. 전시회에 물이 가득 나오는 스크린이 있는 거예요. 계속 물이 흐르고 물만 나오는 영상을 보는데, 내 마음 상태가 깊은 물 속에 빠져 있는 상태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심해, 심연, 물, 사람, 이런 키워드들이 연결되면서, 이를 장면화한 글을 다시 썼었어요. 그렇게 쓴 것이 2016년, 2017년쯤이었습니다. 몇 번 제작해보려고 시도했었는데 그때는 제가 용기가 없어서 못 하다가, 바치 창작집단을 만들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현재진행형'과 '꿈에 와줘' 같은 경우는 '심연' 작업과 함께 연작으로 기획해서 동시에 진행이 되었어요.
바치 창작집단은 어떤 곳인가요?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연기 외에 창작에 대한 욕구들이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연기자는 누군가에 의해 쓰인 대본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까 아무리 캐릭터를 창작한다고 하더라도, 창작에 대한 욕구들이 다 해소가 되지 않는 답답함을 갖고 있더라고요. 저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 연기로서 보여줄 수 있고, 창작욕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을 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가수들이 자기의 이야기를 가사로 쓰고 노래를 만들어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댄서들이 안무를 만들어서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듯, 연기자도 직접 하고 싶은 연기, 캐릭터, 표현하고 싶은 감정들을 직접 만들어서 보여주는 작업을 해보자, 해서 ‘바치 창작집단’이 결성되었습니다. 이번 첫 번째 프로젝트는 배우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연기해보는 것을 주제로 하며, 제목은 ‘나의 이야기’입니다. 아무래도 대사가 없이 진행되다 보니, 대사를 대신해줄 음악이 중요해서 요크라는 아티스트 분과 협업하게 되었어요.
영화에서 음악이 주는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하나의 호흡인 것 같아요. 긴장감을 줄 때는 그에 맞는 호흡으로 음악이 흐르고, 잔잔하고 감동을 줄 때는 또 그만큼의 호흡으로 흘러가는 숨 같은 존재가 음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현재진행형'에서는 흑백으로 표현된 무대가 인상 깊었는데요. '현재진행형'은 정평 배우님의 이야기로, 배우로서의 고민을 담은 작품이에요. ‘처음에는 내가 이 무대에 설 자격이 있나, 나에게 재능이 있는 걸까, 내가 연기를 해도 될까’, 하는 어떤 자의적인 의문이 있다면, 조금 더 지나가서는 이제 좀 외부적인 압박이나 질문, 고민, 또 무대를 떠나고 싶다고 생각을 했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는 어떤 얄팍한 미련 같은 것들, 이런 어떤 수많은 고민의 과정들을 담은 게 현재 진행형이고요. 그래서 이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 제가 배우로 사는 이상 계속 현재 진행형의 형태로 고민은 계속될 거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나아가서 제가 의미를 부여했던 점은,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의 고민이 사실 깊숙이 들어가면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잖아요. 근데 그 고민은 내가 이 인생이란 무대에서 내려오기 전까지는 사실 계속되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자 해서 만든 작품이 '현재진행형'입니다.
무대 위 핀 조명의 존재감이 매우 크게 느껴졌는데요. 어떻게 핀 조명을 활용하게 되신건가요? 어떻게 이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이 사람을 괴롭힐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다가 조명이 떠올랐어요. 조명을 활용하여 표현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었죠. 그래서 처음에 비추는 조명은 이제 자신의 어떤 의문이나 자의적인 어떤 질문이라면, 좁혀 들어오는 조명은 외부적인 압박으로 표현했고, 포기하고 떠나려고 하는데 조명에만 묶여 있는 발은 미련이나 숙명처럼 이 무대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비껴가는 조명들은 기회라는 걸 표현하려 했고, 조명을 하나의 인격체로 설정해서 이 사람이 본인이 되기도 했다가 뭔가 다수의 어떤 사람들의 외부적인 세계가 되기도 했다가 그냥 정말 스포트라이트 자체의 기회가 되기도 하는 설정을 넣어 표현해보려고 했습니다.
'꿈에 와줘'는 어떤 작품인가요? '꿈에 와줘'는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실감을 담은 작품이에요. ‘만약 네가 내 꿈에 다시 와준다면 나는 너와 이런 하루를 보내고 싶어’라는 메세지를 담은 작품입니다.
음악에 맞춰서 두 남녀가 무용을 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춤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우선은 안승균 배우가 몸을 움직이고 싶다고 요청을 했던 게 있어서, 어떻게 이 이야기에 춤을 녹여볼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둘이 같이 함께 춤을 췄던 춤을 초반에 혼자 추거든요. 그렇게 빈자리, 상실감을 표현하는 식으로 하고, 꿈에서 만났을 때 둘이 같이 춤으로써 완성되는 거죠. 사실 그것도 꿈에서만 가능하기에 아름답지만 슬프기도 해요. 춤을 통해 예쁘지만, 가슴 아픈 두 사람의 모습을 연출해보았습니다. 영화 속 등장하는 이다겸 무용수와 만나서 춤에 대한 이야기기를 많이 나누었어요. 둘만의 추억과 기억으로 상징될 만한 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더니 미러링이라는 안무 방식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서로를 바라보면서 똑같이 미러링하는 동작인데 거의 그 동작이 주가 되어서 안무가 만들어졌어요.
관객들이 주목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요? '꿈에 와줘'를 만들면서, 배우와 같이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소중한 사람이 떠올랐으면 좋겠다’하는 얘기를 나눴던 적이 있습니다. 그냥 한 편의 아름다운 영화라고 봐주셔도 좋고, 영화를 보시면서 소중한 누군가가 떠올랐으면 좋겠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꿈에서밖에 볼 수 없는 존재를 설정하고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관객들도 영화를 보면서 소중한 누군가를 떠올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문근영의 이야기, '심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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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어딘가에 갇혀 있는. 벗어나도 벗어나도 벗어나지지 않는 곳에 갇혀 사는 상태의 마음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연기에 대한 한계를 한 번 넘었다고 생각하면 다시 한계가 오고, 또 그걸 깼다고 생각하면 한계가 또 오고. 이게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 저는 정체되어있고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때의 답답한 마음을 담았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그것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울한 감정이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나지지 않는 굴레 속에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요. 그런 감정을 표현하고 담아내려고 했던 것이 심연이라는 작품입니다.
대사 없이 연기만으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고려하신 부분이 있었나요?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엔딩이었는데요. 엔딩에서 내 안의 숨을 발견하고 숨을 쉬는 장면이 엄청 중요한 의미가 있어서 촬영하는 내내 최대한 숨을 내뱉지 않고 촬영을 하려고 제일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그리고 중간중간에 가만히 누워 있는 장면도 더 이상 벗어나는 것을 포기한 상태를 의미하고 있어서, 그 자세도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물을 걷는 장면에서는 물을 벗어났는데 다시 또 물속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 촬영 감독님과 함께 고민하다가 앵글을 뒤집고 거꾸로 물구나무서기를 해서 수면을 걷는 장면을 담아보자 해서 그런 움직임들을 좀 사전에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주인공이 물거품이 되는데, 이러한 결말을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원래 결말은 사실은 더 비극적이었거든요. 원래 찍으려던 거는 결국에는 벗어나도 벗어나도 벗어날 수가 없는 게 뭔가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걸 벗어날 방법은 그냥 삶이 끝나지 않는 이상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사실 처음에는 그렇게 엔딩을 썼었어요. 그런데 ‘심연’ 작품을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새로운 시도이기도 했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약간 세상 밖으로 나온 느낌이 들면서 엔딩을 조금 긍정적으로 바꿔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의 엔딩으로 바꾸게 되면서 공기 방울과 숨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 존재 자체를 인식하고 그것에 대해서 나라는 사람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면 내가 머무는 그 어떤 굴레든 우울함이든 한계든 사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일 수도 있겠다. 어쩌면 이 굴레는 나 스스로가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숨을 쉬고 그 숨과 함께 심연이라는 곳에서 벗어나는 것을 중점적으로 담고 싶었어요.
이번 영화제는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보고 싶은 영화가 많았는데 심사위원 일정으로 인해 다른 영화를 많이 못 봐서 아쉽습니다. 제가 바치를 하며 뭔가를 한번 만들어본 입장에서 보니까 모든 작품 하나하나가 대단하고 박수 쳐주고 싶더라고요. 어쨌든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 고생, 열정, 또 사람들 이런 게 이런 것들로 이루어진 것을 저도 이제 아니까 그냥 좀 다르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다들 응원하고 싶고, 저도 많은 걸 배우기도 한 일정이었습니다.
감독님께 바치 창작 집단은 어떤 의미인가요? 탈출구 혹은 놀이판인 것 같아요. 연기로 해소되지 못한 것들을 해소할 수 있는 탈출구가 된 것 같고요. 그리고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배우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놀이판이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섞여 있습니다.
앞으로 ‘감독 문근영’으로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우선 아직 감독이라는 단어가 어색한데요. 바치 창작 집단을 꾸준히 계속해 나가는 것이 목표고요. 배우로서도 또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는 것도 저의 목표예요. 그래서 다음에는 감독으로도 배우로서도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또 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김민서, 김혜지 에디터 : 김문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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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맨스 혐오자의 로맨스 추천
우선 나란 사람의 성격을 1인칭 시점에서 묘사하자면, 본인은 로맨스가 스토리의 주가 되는 영화나 드라마는 굳이 찾아서 보진 않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주 오글거리는 설정, 대사를 웬만하면 내 시간과 돈을 쓰면서 보진 않는다. 담백한 러브스토리는 가끔 보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드문 케이스다. 그런데 간만에 굳이 찾아서 볼만한 로맨스 드라마를 찾은 것 같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후로 굳이 시간 내서 본 건 가히 오랜만이긴 하다. 그래서 써본다. 나같이 로맨스 문외한이 추천한다니 읽는 사람도 웃기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쓰고 있는 나 자신도 굉장히 신기하지만 뭐,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으니 우선 써본다.
1. 은근히 골때리는 캐릭터의 향연
우선 남자주인공. 사회성이라고는 1도 없어 보이는 이 사람은 그렇게 대화가 물흐르듯이 진행되는 상대는 아니다. 보통 처음에 로맨스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다가도 중간에 보다가 포기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우선 플롯과 캐릭터가 예상 가능한데, 거기다가 오글거리는 대사까지 곁들여지면 갑자기 드라마에 대한 흥미를 갑자기 잃어버리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우선 1화를 꽤 문제없이 보게 만들었는데, 그 이유가 뭔가 생각해봤더니 남자주인공이 모든 대화를 상황에 맞추어 융통성있게 이해하지 못하고, 텍스트 그대로 이해하는 듯한 모습을 통해 원칙주의적인 것 같다가도 어떤 상황에서는 눈치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눈치 없는 척하는 건지 사람 놀리는 건지 알수 없는 화법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남자주인공이 맞닥뜨리는 모든 인물들과 하고 있는 어이없는 티키타카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이 남자주인공과 말을 나누는 상대들이 이 남자의 목석같은 반응에 미쳐버리려고 하는 모습도 꽤나 웃음을 유발하는 포인트였다. 이 남자주인공 실제로 만나면 진짜 답답해 죽을 수도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사람을 은근히 대놓고 놀리면서 말하는 사람으로도 보였다가, 아닌 것도 같았다가, 참 요주의 인물이다. 하지만 2화까지 보다보니, 그저 모든 일에 크게 놀라지 않고,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그에 반해 여자주인공은 꽤나 클리셰스러운가 했는데, 보다보니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아주 감정적이고, 직설적인 모습이 그렇게 나를 보는 것 같았다. 특히 싫음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여주, 아주 호감이었다. 그리고 여자주인공의 직업이 영화번역가여서 더 호기심이 갔을지도 모르겠다. 한 때, 내가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직업을 가진 여자주인공인데, 거기다가 살짝 지랄맞은 여자주인공이라니. 여자주인공의 파이터기질, 꽤 마음에 들었다.
2. 어이없는 대사의 흐름과 티키타카 잼
그 외, 다른 조연 인물들을 그리는 건조하고, 위트있는 드라마 속의 톤 앤 매너 아주 인상적이었다. 남녀주인공과 조연들의 시크한 듯하면서 자조적이기도 하면서 은근히 웃기는 유머 코드도 취향에 잘 맞았다. 약간 개그 코드가 덜한 멜로가 체질을 보는 느낌이었다. 결이 다르다면 다를 수도 있지만 약간 건조하고, 시크하고, 인물들 간의 티키타카가 아주 적절한 것이 이런 대사가 잘 맞아떨어질 때의 통쾌함을 어디에서 느꼈는지 생각해보니, 멜로가 체질을 볼 때였던 것 같다. 멜로가 체질은 작정하고 연극적인 요소도 있는 개그 드라마로 만든 것 같았다면, 이 드라마는 개그 코드가 주가 아니고, 조금 더 흔한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인물들의 대사 합이 찰떡같이 잘 맞는다. 마치, 멜로가 체질을 볼 때, 대사의 신박함에 놀라던 그 때의 통쾌함을 느낀 기분이었다.
예를 들면, 꼰대 교수에게 사과의 의미로 홍삼 세트를 가져가면서 교수의 집문을 두드리는 여주와 집 안의 교수 와이프의 대화 중에서
"(애교 가득한 표정으로)문 좀 열어주시면 안될까요?"
"(까칠하게)바쁘다고 전해달래요!"
"홍삼으로라도 어떻게 안될까요?"
"(냉큼 이거다 라는 듯이) 들어오라네요!!!"
"(어이없어하며)좀팽이, 홍삼은 좋은가 보지?"
라는 대화가 있었는데, 이 대화 속 마지막 대사, 좀팽이, 홍삼은 좋은가 보지? 라는 대사가 너무 적절하고 웃겨서 푸핫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Naver 사진출처
그리고 남주와 여주의 대화 중에서도
"덕분에 제 총도 찾았네요."
"그 총 가짜인 건 맞아요?"
"아유, 진짜면 안되죠, 한국에서 총기소지 불법이잖아요."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하는 변태들도 많아서요."
"저 변태아닌데"
"(덤덤하게)그 쪽이라고는 안했는데"
"그럼 가짜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달린 거예요?"
"지금 저를 심문하시는 걸까요? 그리고 왜 변태예요?"
"제가요?"
"(아오 말 좀 알아듣자 하는 표정으로) 제가요."
"변태에요?"
"(답답하다는 듯이)아니, 아까 불법 그거 있잖아요.... 아 됐어요."
하는 부분에서도 나도 여주처럼 남주를 한없이 답답해 하다가 헛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남주 캐릭에 빠져버렸다고 한다. 아니 이게 무슨 전개야 하면서 인물들을 티키타카를 바라만 보다가 계속 끄지도 못하고 어이없게 2화를 다 보게 되었다. 기묘하게도.
3. 이 드라마를 완주할 가능성?
로맨스 드라마를 보다가 시청자가 이탈하게 되는 경우는 남주와 여주가 외부적 상황 때문에 이어지지 못하고 갈등 상황에 처해 있는 고구마 상황을 견디다 못해서 스토리 감상을 하다가 이탈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고구마 상황이 아주 길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전개가 로맨스 드라마 치고 빠르게 이어진다면, 아마 꾸준히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초반 이야기는 꽤나 만족스럽게 봤기 때문에 기대를 걸어봄직한 드라마를 찾은 것 같아서 현재로서는 기분이 나쁘진 않다.
우선, 신세경, 임시완 배우에 대해서 호감이 있으신 분들은 보셔도 좋을 것 같다. 배우들 연기가 연기 1도 모르는 일반인이 봐도 자연스러움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라마를 선정할 때, 대사를 중요시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한 번 정도는 보셔도 좋을 것 같다. 꽤 잔잔하게 티키타카가 찰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무 오글거리지 않으면서 잔잔한 드라마, 추리물처럼 머리 굴리지 않아도 되면서 편하게 볼 수 있는 감성적인 드라마 찾고 계신 분들이라면 정주행을 시도해보시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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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로커가 어느가족보다 나은가
간만에 엄마를 끌고, 영화를 보러 갔다. 주로 혼자 보러 가는 편이지만 유명한 영화제에서 상을 탔다는 이유로 이 영화를 보러가자고 끌고갈 명분이 생겼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이 글은 가족을 끌고 봐야할 만큼 이 영화가 상업적인 영화인지에 대해 고찰하며, 영화제에서 상을 타는 영화가 상업적인지에 대해서 다시 제고해보고자 쓰는 글이다. 이 영화의 네이버 평점이 낮던데, 나는 이 영화의 평점이 낮은 이유에 대해 나름대로의 이유를 찾다 보니, 쓰게 된 글이랄까.
1.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정체성
이 영화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일관적인 정체성에 대해서는 알 수 있는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전작인 "어느 가족"에서도 가족이 된 이유가 각자 달랐지만 핏줄보다 더 가까운 가족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이 영화 브로커와 정서적 맥을 같이 한다. 가족보다 못한 사이가 있는 만큼 가족만큼 가까운 남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작인 어느 가족보다는 좀 못한 것 같다.
나는 어느 가족을 볼 때는 이 사람들이 진정 가족이었을지 의심하고, 또 의심하다가 마지막 아이의 나지막한 외침으로 이들은 서로를 가족으로 인정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나지막한 음성은 그 어떤 대사보다도 그들의 끈끈함을 강조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대놓고 남으로 뭉쳐 가족이 되어가는 사람들의 관계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은 아이를 팔아넘기기 위한 경제적 이유로 뭉쳐다니지만 사실은 그들은 그 누구보다도 서로를 의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대사 하나하나, 눈빛 하나하나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직접적 표현이 전작의 비해 진부하다고 느끼게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두 작품 모두 외로운 개인들의 집단화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생길 수도 있음을 묘사하지만 가족애에 대한 표현의 차이가 이렇게 영화의 매력을 반감시킬 수도, 배가 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두 영화들은 비교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두 영화는 비슷한 듯 하면서 다르기 때문이다.
2. 가족이라는 단어가 가진 복잡성
그리고 어느 가족에서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형태의 가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도둑질을 가르쳐서라도 돈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브로커 속 소영이 자신이 낳은 아이를 팔아넘기려는 이유는 그녀가 살인자이기에 멀쩡한 가족을 이루어줄 수 없기 때문에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라도 멀쩡한 형태의 가족을 만들어주려고 한다. 이 두 영화 속에서 이야기하는 테마는 비슷하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가족의 형태에대한 고찰이 바로 그것이다.
소영이 국가 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고, 브로커들과 함께 움직이며, 자신이 낳은 아이를 팔아넘기려고 하는 상대 가족들은 국가의 법이 합당한 가족이라고 인정하지 않거나 아이를 합법적으로 입양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법의 테두리는 생각보다 많이 보수적이라서 가족이라는 단어가 성립되려면 혈육이라는 개념이 개입하여야 한다. 그리고 합당한 형태의 결혼이어야 하고, 아이를 입양하는 데에 있어 외적인 자격 조건이 완벽하여야 혈육이 아닌 다른 아이를 입양해 키울 수 있음을 '인증'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형태의 법적인 해석은 가끔 "정인이 사건"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아이를 입양하기에 외적 조건이 완벽하지만 자신이 입양했다는 사실을 트로피 삼아 아이를 인질 삼고 있는 가정, 아이를 입양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아이를 입양하기에는 외적인 법적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뒷돈 주고, 브로커를 이용하는 사람들, 이 둘 중 어떤 사람들이 더 나쁜 걸까. 가족이라는 단어는 무엇이기에 이리도 복잡하게 해석되어야 할까. 영화를 보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이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뭐가 그렇게 특별하기에 다들 하나의 가족을 만들고 싶어 안달들이 나 있는 걸까 하는 생각 말이다. 가족이라는 단어에는 참 많은 명암이 있는 것 같다.
3. 이 영화에 평점 테러하는 사람들에게
물론, 이 영화가 감독의 이전 영화보다 조금 진부한 부분이 있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면서 느꼈던 특이점이 있었다. 영화관에서 예상 외로 어르신들이 정말 많이 계셨다는 점이다. 내가 간 영화관이 서울은 아니었지만 시골의 한 작은 영화관이었기에 이런 점이 두드러졌다. 이 영화는 유명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자를 배출한 영화이다. 이 영화를 선택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영화의 캐스팅과 남우주연상 수상 여부에 따라 선택한 것이 아니었을까 의심하게 하는 지점이었다.
이 영화는 단연코 상업영화라고 보기는 힘들다. 상업 영화라고 하기엔 영화의 테마가 마이너하고, 어둡다. 상업 영화들은 관객이 공감하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하지만 이런 상업적이지 않은 영화들은 그렇지 않다. 공감을 설득하지 않고, 공감을 유발하는 상황을 그저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왜 상까지 받았느냐, 개연성이 너무 없어서 평점을 1점만 주는 사람들에게 혹시 이 영화의 외적인 수상 성과에 따라 영화를 선택하진 않았는지 한 번 정도는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나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때문에 본 것인데도 내용의 진부함, 긴장감이 있는 듯 없는 듯한 전개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동감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보육원에서 도망쳐 뒤늦게 합류한 발칙한 남아 캐릭터가 너무 귀여웠어서 지루한 스토리에 한줄기 빛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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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자각하는 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는 최연이 학교에 전학오고 하경과 지내면서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는 이야기다.
하경도 마찬가지로 최연에게 같은 감정을 느끼는데...
학창시절은 혼란스러운 시기다. 성인이 된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왜 저렇게 사소한 일로 스트레스를 받고 괴로워했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런 순간을 겪으면서 내가 성장한 것이 아닐까.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는 상대방을 향한 감정이 어떤 형태인지를 몰라서 혼란스러웠던 순간을 포근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그런 순간에도 최연의 시선은 하경에게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인 신호등 장면이 제일 좋았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같다고 하더라도 이 감정이 사랑인지 우정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한 명이 인지하더라도 다른 한명은 아직 자기 마음을 모를 수 있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어떤 감정인지 인지하는 순간이 일치하기는 어렵다. 먼저 인지하는 사람이 있고 늦게 인지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늦게 인지한다고 잘못은 아니다. 원래 자기 마음이 무엇인지 깨닫는 건 쉽지 않다. 자책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부정할 필요도 없다. 사랑을 자각하는 순간은 사람마다 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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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멀스멀 머리를 집어삼키는 공포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롱레그스 이름의 뜻
- 롱레그스가 뻐꾸기 소리를 내는 이유
- 사라진 트로피 머리의 의미. 사라진 무언가를 찾는 리
- 인형, 아래쪽 어디에나 사는 친구의 의미
- 엔딩 결말 해석
롱레그스 (Longlegs, 2024)
스멀스멀 머리를 집어삼키는 공포
개봉일 : 2024.10.30.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공포, 스릴러
러닝타임 : 101분
감독 : 오즈 퍼킨스
출연 : 마이카 먼로, 니콜라스 케이지, 알리시아 위트, 블레어 언더우드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주인공인 FBI 요원 ‘리’는 오직 감에 의존해 범인이 어디 있는지, 어디에서 악의가 풍겨오는지 찾아내는 남다른 능력을 갖고있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동료들은 여성 요원인 리를 존중하지 않는다. 리와 2인 1조가 된 남성 요원 피스크는 저 집에 용의자가 있다는 리의 말을 진지하게 믿지 않고 홀로 진입을 시도했다가 총을 맞고 사망한다. 살아남은 리는 용의자를 무사히 제압하고 사무실로 돌아온다.
이후 리의 육감과 요원으로서의 능력을 눈여겨보게 된 카터 수사관은 리에게 미제로 남은 일가족 살인 사건. 일명 ‘롱레그스’ 사건의 조사를 맡기고 리는 본격적으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긴 시간 매달린 결과 리는 피해자들의 공통점과 롱레그스의 알고리즘, 암호를 해독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 과정엔 석연치 않은 타인의 개입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롱레그스가 직접 리를 찾아왔다는 것이다. 롱레그스는 어떤 이유로 리를 찾아온 걸까. 리는 혼란에 빠지고 새로운 사건의 단서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무언가의 내면은 궁금증과 공포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 그게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롱레그스>는 이런 예상할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을 암시하며 은밀하고 조용하게 관객들의 마음을 옥죄는 공포영화다. (점프스케어 장면이 많은 공포영화라기보단 서서히 조여오는 심리 스릴러, 오컬트에 가까운 공포 영화다.)
영화는 리의 주변에 작은 단서들을 뿌리며 천천히 관객들을 유인한다. 그리고 한순간에 신선하고 소름 돋는 장면들을 선보이며 도망갈 틈을 주지 않는다. 카메라는 인물 뒤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사운드와 배경, 배우의 움직임은 그 공간에 충분한 공포감을 채워넣는다. 다면이 노출된 공간, 어둠 속에 유일한 빛, 시선의 높이차, 고요하고 정적인 공간 등을 다양하게 활용한 연출들은 매번 신선한 떨림과 다음 순간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매 장면마다 스멀스멀 타고 올라오는 공포와 불쾌감. <롱레그스>는 이것의 기원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바닥으로 내려가고 또 내려간다. 그리고 그 끝에서 완벽하게 의도된 찌그러진 결말을 들어 보인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롱레그스 이름의 의미와 롱레그스가 뻐꾸기 소리를 내는 이유
롱레그스. 긴 다리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9-10살 사이의 소녀들만을 제물로 삼는 사탄 숭배자다. 성장을 마치지 않은 작은 소녀들의 눈높이에서 보면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다리와 상체 일부만 보인다. 그래서 그의 이름이 ‘롱레그스’인것이다. 롱레그스는 소녀들과 눈을 마주치기 위해 무릎을 접으며 불쑥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는데 그 모습이 상당히 괴기하고 공포스럽다.
롱레그스는 보통의 사람이라면 의미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말을 읊조리며 다닌다. 그리고 말 중간에 뻐꾸기 소리를 내기도 하는데 이는 그가 뻐꾸기와 비슷한 습성을 가진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뻐꾸기는 남의 둥지를 빼앗아 알을 낳는 습성이 있는 새인데 롱레그스의 범행 방식이 딱 뻐꾸기와 닮아있다.
그는 직접 소녀를 죽여 제물로 바치지 않는다. 간호사였던 리의 엄마가 의심받지 않고 악마가 든 인형을 배달해 인형이 집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악마가 사람을 조종해 일가족을 몰살한다. 그는 둥지를 짓지 않고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떠나는 뻐꾸기처럼 자신의 힘을 들이지 않고 악마를 풀어 손쉽게 한 가정을 파괴한다. 그 덕분에 롱레그스는 이름 외엔 이렇다 할 증거를 남기지 않고, 리는 이를 수사하며 ‘죽이긴 했지만 직접 죽인 건 아닌 사건’이라며 혼란에 빠진다.
사라진 무언가를 찾는 리와 리를 위해 무언가를 버린 엄마
머리가 부서진 트로피와 사라진 머리의 의미
리는 술을 마신 카터를 대신해 차를 몰고 그의 집으로 향한다. 카터 가족은 리를 살갑게 맞아주고 루비는 리를 자신의 방에 초대한다. 방을 둘러보던 리는 루비의 머리가 사라진 트로피를 발견한다. 루비는 트로피의 머리가 어딘가로 사라졌다고 하고 리는 루비를 바라보며 “그런 게 내 일인데. 무언가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롱레그스>는 리가 무언가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라진 머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리의 기억엔 구멍이 있다. 리의 9번째 생일 전날이었던 13일. 리는 롱레그스를 만났다. 하지만 리는 그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고 엄마는 리를 보호하기 위해서인지 그날 있었던 일을 알려주지 않는다. 생존자인 케리앤도 엄마도 모두 롱레그스와 어린 리를 기억하고 있지만 리에게만 그 기억이 없다.
리는 의심스러운 그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열심히 기억과 어릴 적 살았던 집을 뒤진다. 엄마는 계속해서 그날에 대해 묻는 리에게 “네 모든 건 네 방 안에 있단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엄마의 말대로 방 안을 살펴보던 리는 오래된 박스 속에서 자신이 찍은 롱레그스의 사진을 찾는다. 덕분에 롱레그스가 체포되고 리는 그날의 기억을 어느 정도 되찾는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리가 얼핏 느꼈던 검은 형체. 롱레그스가 심어둔 악마가 아직 리의 머리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에게 악마가 있다는 단서는 영화의 초반부부터 꾸준히 제시된다. 리는 검은 악마의 형체를 보고, 생존자 케리앤은 리가 우리 집에 왔었다고 말하다 나중엔 리를 ‘더럽고 늙어빠진 천사년(다른 제물들과 다르게 9-10살을 훨씬 넘겼기 때문에)’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리는 엄마가 “요즘 기도는 하니?”라고 묻자 “기도한 적 한 번도 없어. 기도가 무서웠거든.”이라고 답한다. ‘모든 프레임에 악마의 단서가 심어져 있는 영화’라는 홍보 문구 그대로 정말 대부분의 프레임에 단서가 있었던 것이다.
리의 엄마는 악마의 단서와 자신의 머리를 찾아가는 딸과 반대로 악마의 단서를 열심히 지우고 자신의 머리를 버린다. 롱레그스라는 뻐꾸기가 리의 가족이라는 둥지에 낳고 간 악의 알은 둥지 주인인 엄마를 전부 갉아먹는다. 엄마는 리를 살리기 위해 사탄 숭배자 롱레그스와 한패가 되어 리처럼 14일에 태어난 소녀들을 죽인다. 리가 엄마의 집을 찾아갔을 때, 엄마는 벌써 리의 생일이 되었다며 14일을 ‘피를 흘리고 흘리던 날들이었다’고 회상한다. 리를 살리기 위해 14일 생일을 맞은 소녀들을 죽이고 또 죽였으니 그날을 피로 기억할 수밖에.
리의 엄마는 롱레그스와 함께 많은 소녀들을 죽이고 리와 닮은 인형을 돌려받는다. 그리고 엄마가 그 인형의 머리를 쏘자 리는 마침내 자신의 머리를 완벽히 되찾는다. 그 순간 쓰러진 리가 다시 침대에서 눈을 뜰 때, 카메라는 180도 뒤집어진 앵글로 시작되며 리가 이전과 다른 세상에서 다시 눈을 떴음을 알려준다.
엄마는 자신의 머리를 버리고 딸의 머리를 되찾는다. 그런데 이 희생은 전혀 아름답지도 숭고하지도 않다. 엄마는 다른 소녀들을 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지옥에서 영원히 뒤틀리게 될 거라며 절규한다. 그래서 수많은 소녀들을 죽인 결과 리와 자신의 인생이 안전해졌나? 그것도 아니다. 엄마는 리의 손에 죽었고 리는 머리를 되찾긴 했으나 그의 인생은 이미 제대로 뒤틀린 후다. 악을 따른 결과는 절대 아름다울 수 없다.
여전히 어디에나 존재하는 악. 엔딩 해석
부수지 못한 루비 인형
롱레그스의 말처럼 사탄과 악은 여전히 ‘아래쪽 어디에나 사는 친구’다. 악은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고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닥칠지 알 수 없다. <롱레그스>는 우리와 위아래로 마주 서있는 이 영악하고 소리 없는 악을 땅 위로 끌어올려 눈앞에 들이민다. 속지 말라고, 잊지 말라고 하는 듯이.
엄마의 뒤틀린 희생 덕에 리는 머리를 찾고 루비를 무사히 구해내긴 했지만 그는 총알이 부족해 루비의 인형을 부수지 못했고 악의 주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박멸되지 않은 이 악은 앞으로도 롱레그스 같은 뻐꾸기를 통해 여러 둥지를 옮겨 다니며 둥지의 주인과 가족들의 머리를 앗아갈 것이다. 상상만 해도 불쾌함과 공포감이 끓어오르는 엔딩이다.
*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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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도적인 CG와 영상미, 하지만 새는 스토리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개봉 직후, 아주 다양한 시무리우의 밈들이 온라인을 지배해서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을 일인가 싶어서 보러 간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마블은 마블이었고, 하지만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던 작품이었다.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시놉시스
텐 링즈를 차지하는 자, 세상을 지배한다!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텐 링즈의 힘으로 수세기 동안 어둠의 세상을 지배해 온 웬우. 샹치는 아버지 웬우 밑에서 암살자로 훈련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평범함 삶을 선택한다. 그러나 샹치는 목숨을 노리는 자들의 습격으로 더 이상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하고, 어머니가 남긴 가족의 비밀과 내면의 신비한 힘을 일깨우게 된다.벗어나고 싶은 과거이자, 그 누구보다 두려운 아버지 웬우를 마주해야 하는 샹치. 악이 될 것인가? 구원이 될 것인가? 마블의 새로운 시대, 세상에 없던 힘이 탄생한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동양 스테레오타입이 맞긴 하네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를 기대했던 이유는 주위에서 엄청 재밌다고 꼭 보라고 말하는 지인들이 있어서기도 했으나 개인적으로는 마블이 그리는 아시아의 세계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혀 예상을 빗나가지 않은 새로움이 없는 전개였다. 어째서 동양권은 항상 전토을 고수할까? 서양이들이 느끼는 그런 환상이 있는 것인가 싶었다. 마블 세계관에서 서양에서 활동하는 어벤저스들은 날이 가면 갈수록 새로운 수트에 첨단 무기를 사용하더만 왜 동양의 힘은 ‘전통’, ‘고대’에서 기원하는 것일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들의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동경인것인가...? 싶었다.
그의 절정이 중국 무술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대나무숲에서 휘리릭휠리릭 날라다니는 초절정 무림고수를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다시 마주했다. 중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법한 슬로우모션으로 보여지는 이 아름답고 유려한 중국 무술을 만나볼 수 있다. 물론 파괴력보다 유려한 선을 강조하는 것이 중국 무술의 특징이어서 일반적인 마블 영화를 볼 때보다 전투신이 굉장히 아름답게 느껴지긴 했다. 마침 춤을 보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갑자기 슬로우모션이라니! 솔직히 그렇게 표현을 안해도 다른 전투신들과는 이미 차이를 잘 보여주고 있었는데 그걸 강조하는 모습이 조금은 유치하게 다가왔다.
마블은 역시 영화관용이다
전혀 바뀐 것 없는 서양인들의 동양인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그대로 녹여내고 있어서 솔직히 욕을 하고 싶었지만 엄청난 비판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영상미 하나는 끝내줬기 때문이다. 웅장하고 압도적인 영상미에 줄줄 새는 스토리 전개와 캐릭터의 함정 따위 상관없게 다가왔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친구와 한 말이 ‘CG 하나는 끝내준다’였다. 정말 압도당해서 욕을 할 수가 없었다. 단톡방에서도 이 작품은 집에서 봤다면 욕을 오지게 했을 것 같은데 스크린이 너무 커서 그 웅장함에 할 욕을 잊어버렸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영상미 하나는 정말 끝내줬다.
마블의 팬인 친구의 말을 들어보면 시즌1에서는 이 캐릭터가 왜 마블의 영웅의 일원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개괄적으로 전개가 되다보니 스토리가 좀 줄줄 새는 편이라고 하던데,,, 과연 그럴지는 다음 편이 나와봐야 알 것 같다.
샹치의 캐릭터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까?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를 보면서 계속 들었던 의문은 도대체 샹치는 뭐하는 것일까? 였다. 온갖 멋있음은 양조위 ‘웬우’가 다 보여주고 있어서 이 카리스마와 위압감, 그 와중에 아내를 향한 로맨티스트적인 모습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에 반해 샹치는 캐릭터가 진중함인지 코믹인지 모를 그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어서 노선을 잘 모르겠다.
게다가 혼자서는 그 스크린을 채우질 못한다. 친구 케이티가 여페 등장을 할 때만 둘의 시너지로 스크린을 채우는 느낌이랄까요? 게다가 그 마왕인지,,, 영혼을 빨아먹는 그 용,, 솔직히 그 용과의 싸움에서 전세를 역전시킨건 케이티의 화살이었다. 샹치,, 능력이 있는게 맞는 것일까? 마왕을 죽인 것도 사실 용이 한거고, 샹치는 그냥 용만 타고 있던데,, 도대체 샹치가 이번 영화에서 한 일은 무엇일까? 양조위 빛내주기였나? 싶을 정도였다. 3억 7천만원 짜리 관상어 웬우를 살려냈으면 좋겠다. 어쩜 그리도 허무하게 죽을 수 있는지. 다음 시즌에서는 샹치가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길 바란다.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영상미와 CG는 정말 좋았지만 그 외에는 솔직히 볼게 없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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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심은 죽지 않는다
이 영화의 혹평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혹평의 주류는 각자의 동심 속 웡카가 아니라는 지적이었던 듯하다. 그 말도 일리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첫 번째 시리즈를 안 봤던 나에게, 팀버튼이 원작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니, 원작을 따라하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까지 미치게 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모티프만 따왔다고 생각하고 별개의 영화로 인식하고 보니 이 영화는 그저 동심을 잃은 어른들을 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1. 팀 버튼의 웡카와는 다르지만 같은 메시지를 가진
웡카의 성격과는 별개로 웡카가 등장하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가 있다면 동심이란 건 나이와는 상관없는 클래식이라는 것이다. 웡카가 그로테스크하든 해맑든 그 존재만으로도 동심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이가 가진 꿈은 그 어떤 이유로든 짓밟혀서는 안된다는 것을 느끼게 한달까.
나의 동심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하게 되는 영화였다. 나는 나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안좋았던 기억을 훑고 좋은 기억들을 그 뒤에 생각하는 버릇이 있어서 왠만하면 과거에 집착하지 않으려다가도 살다보면 하게 되는 선택에 과거의 기억이 발목을 붙잡을 때가 있다. 한 때 나도 웡카와 같은 하고 싶은대로 사는 존재에 설레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현실을 고려하고 난 뒤에 하고싶은 걸 찾는달까. 무턱대고 꿈꾸기만 하는 시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 팀 버튼의 웡카를 보든 이 해맑은 버전의 웡카를 보든 나는 여전히 웡카의 자유로움, 신비로움에 설레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동심을 꺼내어 좋았던 기억들을 회고하니, 꿈같은 2시간이었다.
2. 현실이 쓰더라도, 초콜릿만 있다면
웡카에 대한 환상은 초콜릿에 대한 진심에서 비롯된다. 힘든 삶을 살아내는 누들에게, 그리고 친구들에게 웡카는 초콜릿을 권한다. 마치 잊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듯이. 나는 초콜릿 하나를 먹어도 어차피 먹을 거면서 칼로리부터 확인하고 먹을만큼 현실 파악부터 하는 편인데, 가끔은 내 기분을 위해 무모하게 살아봐도 되겠다고 생각한다.
너무 현실만 바라보면 인생이 재미없으니, 삶이란 현실 60, 꿈 30, 실행력 10으로 꾸려나가면 꿈만 좆느라 다치지도 않고, 현실에 질리지도 않을 것 같다. 다만, 꿈만 꾸지 말고 실행하자. 현실이 힘들다 싶으면 단 거 먹고 힘내자. 내가 느낀 영화의 메시지는 이거였다.
총평
최근 본 영화 중 뻔한 전개였는데 이렇게 힘이 된 적이 없었다. 나에게는 실행력이 조금 부족한데, 그냥 초콜릿을 가득 들고다니며 막막할 때 하나씩 꺼내먹어야겠다. 영화 속에서 초콜릿이 가지는 의미는 곧 꿈과 환상이자 위로를 건네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호텔 잘못골라 세탁소 시궁창에 빠져버린 웡카와 친구들에게도 초콜릿이 절망적인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는 소재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ost가 잔잔하게 맴돈다. 티모시 샬라메가 폭발적인 가창력을 가지진 않았는데도 노래들이 조용한 임팩트가 있다. 역시 가창력보다 중요한 것은 전달력인 걸까. 전달력과 가창력이 비례하진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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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가디슈」 1차 예고편 분석 그리고 예매권 이벤트
?'모가디슈(2021 여름)' 1차 예고편 확장판 분석
그리고 예매권 이벤트
*자세한 내용은 고정댓글 참조- 모가디슈 영화정보
장르: 드라마, 액션
감독: 류승완
각본: 류승완
제작: 강혜정
출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김소진, 정만식, 구교환, 김재화, 박경혜 외
촬영: 최영환
조명: 이재혁
편집
미술
음악
의상
주제곡
촬영 기간: 2019년 11월 ~ 2020년 2월
제작사: 대한민국 외유내강, 덱스터 스튜디오, 필름케이
배급사: 대한민국 국기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대한민국 국기 2021년 7월
화면비
상영 시간: 121분
제작비: 240억 원#모가디슈 #모가디슈리뷰 #모가디슈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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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변신: 어느날 갑자기> 예고편
군의관 엘리자베스는 스스로 PTSD를 의심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가족과 함께 치료를 하던 중 무서운 환상이 점점 더 심해짐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웃에 살고 있는 퇴마사로부터 그녀와 가족들이 집 주변에 스며든 고대 악령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는 경고를 받는다. 이제 그녀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악령과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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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그레이트 샤크> 티저 예고편
행복한 휴가를 떠난 5명의 여행객.
그러나 우연히 상어에 의해 훼손된 시체를 발견하고
그들의 여행은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인다.
높아지는 불안감 속에 급히 수상 비행기에 오르지만
굶주린 상어 떼의 습격으로 망망대해에 조난 당하고 만다.
가까스로 구명보트에 올라탔지만
그들 주위를 맴도는 식인 상어 떼로 인해
점점 두려움이 극한으로 치닫는데…
극한의 공포를 견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