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작가2022-07-17 19:59:18
경호원의 안식년을 지켜줘!
넷플릭스 [킬러의 보디가드2:킬러의 와이프] 리뷰
줄거리
악몽 같았던 킬러 다리우스의 경호를 맡았던 마이클은, 실제로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트리플 A 면허 복구에 대한 심사 때문에 더욱 압박을 느끼는 마이클에게 상담사는 휴가를 권유한다.
경호에 대해 잊어버리고 이탈리아에서 낭만적인 휴가를 즐기는 마이클 앞에 갑자기 총격사건이 벌어진다.
그의 앞에서 무차별 총질을 해대는 사람은 다름아닌 다리우스의 아내 소니아!
"우리 남편이 마피아에 납치당했어! 널 데리고 오래!"
가기 싫다는 마이클의 멱살을 쥐어잡는 킬러보다 더한 킬러의 아내. 이번에는 킬러의 와이프 경호를 맡아라!
감상포인트
전편보다 더 심한 대 환장 코미디쇼.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지만, 더 재밌게 보고 싶다면 1편을 보고 2편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별 거 아닌 반전만 있는 줄 알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헉소리난다. (반전은 아니지만 헐;;하게 되는)
감상평
1편을 본 사람들이라면 2편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넷플릭스에 1, 2편 모두 있으니 참고할 것.
전편에서부터 미친 케미를 자랑했던 부부가 드디어 함께 등장한다. 미쳐버린 케미에 넋을 놓고 있다가 문득 마이클이 불쌍해지는 영화. 참 재수없고도 재수없는 인간이어라. 안식년이라고 총 대신 후추 스프레이와 주머니칼을 챙겼다는 사실이 너무도 웃프다. 저게 경호원의 직업병일까?
어쩌다보니 킬러와 사기꾼과 무면허 경호원의 손에 유럽의 운명이 달린 상황. 그러나 소니아와 다리우스의 목표는 유럽을 살리냐, 마느냐가 아니라 달콤한 신혼여행과 아이 만들기 뿐이다. 그래서인지 소니아는 자신들을 추격하는 뒷차에 대고 총질을 하는 내내 "이게 무슨 신혼여행이야! 이건 그냥 여행이야!" 하고 구시렁댄다.
거침없는 소니아 덕분에 영화가 훨씬 유쾌하다고나 할까. 대신 수위 높은 섹드립은 각오해야 한다. 부모님이나 어린 자녀와 보기에는 살짝 민망할수도...?
마이클은 계속해서 면허에 집착하다가 충격적인 일을 당하고서 다리우스에 의해 정신이 개조(?)된다. 면허와 안전 따위에 집착하는 건 루저라면서 말이다. 그가 미친 사람처럼 차를 몰자 옆에 있던 다리우스가 오히려 안전벨트를 매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1편에 비해 코멘트할 꺼리가 더욱 없긴 하지만, 그만큼 깊게 생각 안 하고 흘러가는대로 보는 재미가 있다. 지난 편보다 훨씬 더 높아진 뻔뻔함 수치. 주말을 유쾌하게 마무리하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영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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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7회 크리틱스 초이스 TV드라마 부문 <오징어 게임> 주요 3개 부문 후보선정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2022년 '제27회 미국의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의
주요 후보작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는 미국 방송영화비평가협회에서 선정하는 시상식으로
비평가들이 선정하는만큼 권위있는 시상식이라고 알려져있습니다.
올해 TV드라마 부문에 <오징어 게임>이 드라마 시리즈상, 드라마 시리즈 남우주연상(이정재),
그리고 외국드라마상의 총 3개 부문 후보에 올라서 화제가 됐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주요 부문 후보작들을 함께 살펴보실까요?
작품상
1.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2. <틱,틱!..붐!>
3. <파워 오브 도그>
4. <듄>
5. <돈 룩 업>
6. <코다>
7. <리커리쉬 피자>
8. <킹 리차드>
9. <나이트메어 앨리>
10. <벨파스트>
▶ 정말 쟁쟁한 후보작품들이 많습니다. 얼마전 골든글로브 작품상 후보가 발표가 됐는데요. <듄>은 골든글로브에 이어 크리틱스 초이스에도 작품상 후보에 올랐으며,
아마 이번 아카데미/오스카의 작품상 후보에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감독상
1. <리커리쉬 피자> (폴 토마스 앤더슨)
2. <파워 오브 도그> (제인 캠피온)
3. <듄> (드니 빌뇌브)
4.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티븐 스필버그)
5. <나이트메어 앨리> (기예르모 델 토로)
6. <벨파스트> (케네스 브래너)
▶정말 감독상 후보군들도 쟁쟁합니다. 주목할 점은 <파워 오브 도그>의 제인 캠피온 감독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감독상 재대결 매치입니다.
1993년에 <피아노>를 연출한 제인 캠피온 감독과 <쉰들러 리스트>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다시 만났습니다. :)
남우주연상
1. <시라노> (피터 딘클리지)
2. <맥베스의 비극> (덴젤 워싱턴)
3. <킹 리차드> (윌 스미스)
4. <틱, 틱!...붐!> (앤드류 가필드)
5. <파워 오브 도그> (배네딕트 컴버배치)
6. <피그> (니콜라스 케이지)
▶ 오랜만에 남우주연상 후보로 돌아온 <피그>의 니콜라스 케이지입니다. 피터 딘글리지 배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배우들이 오스카 후보나 오스카 수상의 전적이 있는 배우들인데요.
과연 이번 크리틱스 초이스에서는 어느 배우가 수상할지 기대가 됩니다.
여우주연상
1. <타미 페이의 눈> (제시카 차스테인)
2. <하우스 오브 구찌> (레이디 가가)
3. <잃어버린 딸> (올리비아 콜먼)
4. <빙 더 리카르도> (니콜 키드먼)
5. <리커리쉬 피자> (알레나 하임)
6. <스펜서> (크리스틴 스튜어트)
▶<리커리쉬 피자>의 알레나 하임 배우가 수상을 할지 기대가 되는데요. 후보에 오른 배우들이 모두 상을 받을 만한 자격과 실력이 있지만,
씨네랩의 예상으로는 <하우스 오브 구찌>의 레이디 가가의 수상이 유력하지 않나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남우조연상
1. <벨파스트> (제이미 도넌)
2. <빙 더 리카르도> (J.K 시몬스)
3. <하우스 오브 구찌> (자레드 레토)
4. <벨파스트> (키어런 하인즈)
5. <파워 오브 도그> (코디 스밋 맥피)
6. <코다> (트로이 코처)
▶ <파워 오브 도그>의 코디 스밋 맥피는 정말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쟁쟁한 남우조연상 후보 중에서 <벨파스트>의 2명의 배우들이 후보에 올랐네요.
남우조연상 수상도 <벨파스트>의 배우 중 한명이 수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우조연상
1. <벨파스트> (커트리나 발프)
2.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아리아나 드보스)
3. <킹 리차드> (안저뉴 앨리스)
4. <파워 오브 도그> (커스틴 던스트)
5.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리타 모레노)
6. <매스> (앤 다우드)
▶여우조연상 후보는 꽤 낯선 배우들이 많아보이지만, 올해 모두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훌륭한 배우들입니다.
씨네랩은 조심스럽게... <파워 오브 도그>의 커스틴 던스트의 수상을 예측해봅니다.
앙상블 연기상
1. <벨파스트>
2. <돈 룩 업>
3. <파워 오브 도그>
4.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5. <리커리쉬 피자>
6. <더 하더 데이 폴>
▶ SAG의 앙상블 연기상처럼 크리틱스 초이스에도 연기 앙상블상이 있네요. 아무래도 배우들의 합을 주요 수상 기준으로 보는 바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는 작품이 수상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벨파스트>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수상 가능성이 높을 것 같네요 :)
각본상
1. <리커리쉬 피자> (폴 토마스 앤더슨)
2. <돈 룩 업> (애덤 맥케이, 데이빗 시로타)
3. <벨파스트> (케네스 브래너)
4. <킹 리차드> (자흐 바일린)
5. <빙 더 리카르도> (애런 소킨)
▶ 감독들은 본인이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죠? 봉준호 감독도 대표적인 케이스이구요.
<리커리쉬 피자>의 폴 토마스 앤더슨도 천재 감독이자 각본가로 유명한데요. 폴 토마스 앤더슨 VS 애런 소킨 VS 애덤 맥케이의 삼파전이 예상됩니다.
각색상
1. <파워 오브 도그> (제인 캠피온)
2. <잃어버린 딸> (매기 질렌할)
3.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토니 커쉬너)
4. <듄> (존 스파이츠, 드니 빌뇌브, 에릭 로스)
5. <코다> (시안 헤더)
▶올해는 <파워 오브 도그>가 평단의 엄청난 칭찬을 받으며 올해 영화의 다크 호스로 평가 받습니다.
<파워 오브 도그>의 제인 캠피온 VS <잃어버린 딸>의 매기 질렌할 감독이 대결이 눈에 띄는데요. 아! <듄>의 드니 빌뇌브 감독도 있네요. 각색상 후보군들도 정말 쟁쟁해서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외국어 영화상
1. <드라이브 마이 카> (일본)
2. <신의 손> (이탈리아)
3. <플리> (덴마크)
4.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프랑스)
5. <A 히어로> (스페인)
▶ 올해 외국어영화상 후보도 정말 쟁쟁합니다. 가장 주목할만한 영화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인 것 같습니다.
올해 정말 많은 평단과 관람객의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외국어영화상까지 수상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씨네랩의 전신인 하이,스트레인저의 공동배급 작품입니다. 정말 자랑스럽고 기쁜 소식입니다! :)
내년 상반기 개봉 예정 중에 있으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크리틱스 초이스 외국어 영화상의 수상도 간절히 기대해봅니다!
<오징어 게임> TV드라마 부문 총 3개 부문 후보
▶마지막으로 올 한해 전세계 콘텐츠 시청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한 자랑스런 대한민국 콘텐츠 <오징어 게임>의 크리틱스 초이스 후보 선정 소식입니다.
크리틱스 초이스는 영화 뿐만 아니라 TV드라마 부분의 수상도 진행되는데요. <오징어 게임>이 바로 드라마 시리즈상, 드라마 시리즈 남우주연상 (이정재), 외국 드라마상 등 총 3개 부문에 올랐습니다.
정말로 축하드리며. 1월 9일 수상도 간절히 기도하고 응원하겠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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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리버레이터 : 500일의 오디세이
더 리버레이터 : 500일의 오디세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즌1은 1-4화로 완료.
'밴드 오브 브라더스' 이후 제대로 만든 전쟁영화를 만났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미군의 전투 영화는 이미 수백 편 나왔지만,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중심으로 이전과 이후 영화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2000년 이전의 전쟁영화가 '자연주의', '낭만주의'적 요소가 주류였던 것은, 영화 제작 기법의 문제와 함께 '세계의 경찰'이자 '영웅'을 선호하는 미국인의 정서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였다.
특히 미국이 소련과 냉전을 펼치던 1950년대부터 2000년 이전까지 시기는 급격한 군비 경쟁과 동서 진영의 냉전 상황이 전쟁영화에도 영향을 끼쳤고, 미군 참전 영화는 필연적으로 독일군에 의한 유대인 학살 장면과 이어지게 된다. 미국은 1970년대 베트남 전쟁에서 패퇴하면서, 세계경찰 또는 군사패권국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고, 이후 중동에 개입해 이란,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예전의 '국제경찰'에서 '국제깡패'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결국 미국이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전쟁은 유일하게 '2차 세계대전' 뿐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초기에는 참전하지 않았지만, 연합국에 군수물자를 대량으로 판매하면서 연합군이 무기와 군수물자로 독일군을 압도할 수 있는 뒷받침을 해주었다. 1940년대 미국의 생산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여서, 탱크나 군함이 전쟁터에서 부서지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대량으로 생산되어서 전투로 손실되는 양보다 더 많은 물자를 공급해 연합군을 든든하게 지원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초기에 독일군이 쏘련을 침공했을 때, 미국은 쏘련에 군수물자를 제공했다. 쏘련군은 초기 독일군의 공격에 밀렸으나 겨울이 되면서 반격을 시작해 독일군을 궤멸시키게 되는데, 이 독-쏘 전쟁이 이후 2차 세계대전의 운명을 가를 정도로 쏘련군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이 영화는 주인공 필릭스 스파크스가 이탈리아 전선에 참전해 프랑스, 독일 지역을 옮기며 전투한 과정을 다루고 있다. 영화 내용을 언급하기 전에 영화의 형식에 관해 짚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영화는 왜 그래픽노블 형식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을까.
첫째는 미학적 표현을 추구한 것이다. 전쟁, 전투 영화는 그 자체로 잔혹하고 참담한 상황이기에 전쟁을 아름답게 그릴 수는 없다. 전쟁영화를 가장 미학적으로 표현한 영화는 테런스 맬릭 감독의 '씬 레드 라인'인데, 전쟁, 전투와 개인의 존재를 다룬 철학적인 내용이다. 전쟁 자체가 아름다운 건 아니지만, 전투를 다룬 장면은 물론, 전투를 하지 않는 군인들의 일상에서 순수한 '개인'의 사유와 내면의 목소리를 철학적, 미학적으로 뛰어나게 표현한 작품이다.
'씬 레드 라인'처럼 미학적으로 완성도 높게 만들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형식에 변화를 주어 관객이 신선한 느낌을 갖도록 만들 수 있다. 이 영화는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반씩 섞은 효과를 낸다. 배우들은 실제 배우들이 움직이는 걸 찍은 다음, 그래픽 효과를 주어 만화적으로 표현했다. 오로지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 수 있지만, 그러면 사실성-리얼리티-이 떨어져 관객의 감정에 울림을 주는 효과가 줄어든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중간 형태는 전쟁영화에서 드러나는 참혹함을 완화하고, 사실성을 완화해 관객으로 하여금 실사보다는 감정적 거리를 만들어 전쟁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효과를 갖는다. 여기에 그래픽노블 효과를 내면서 영화와 만화의 장점을 결합 또는 융합한 형식을 만든다.
미국의 '히어로물'들이 그래픽노블에서 실사 영화로 옮겨오면서 사실성-리얼리티-을 강조한 것과는 반대 이유다. '히어로물'을 실사로 제작하는 이유는, 사실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고, 이는 관객이 상상과 현실의 간극을 최대로 좁히는 것에 목적이 있다. 사실성을 높이면 관객은 영화 속 '히어로'를 실제 인물처럼 생각하게 되고, 친근하고 가깝게 느끼게 된다.
이는 만화 속 인물이 생명을 얻으면서 관객(대중)에게 더 가깝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으며, 이는 이후의 비슷한 '히어로물' 영화의 제작과 기존의 만화(그래픽노블)의 판매에 긍정적 효과를 낳는다.
둘째는 제작비를 줄이기 위함이다. 전쟁영화는 제작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동원되는 물자도 많고, 2차 세계대전 상황을 고증하고, 그때 쓰던 물건은 물론 배경이 되는 건물을 구현하려면 일반 영화를 만드는 것보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건 당연해 보인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하면, 제작비를 많이 줄일 수 있다. 이 영화에서도 각종 화기, 포, 탱크에서 발사하는 탄환과 포탄의 폭발은 컴퓨터그래픽으로 표현했다. 실제 폭약을 설치해 터뜨리는 것보다 아주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낼 수 있으며, 배우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실사 영화에서 폭약을 터뜨리는 것보다는 가시적 효과가 부족한 건 분명하지만, 이 영화가 그래픽노블 형식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폭발, 화염 등의 효과는 만화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살레르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부대 선더버즈. 독일군과 전투 중에 스파크스 대위는 독일군 포격에 부상당해 후방으로 이송된다. 살레르노는 이탈리아 중남부 지역으로, 나폴리, 폼베이, 소렌토, 아말피로 이어지는 바닷가 지방이다.
장면이 바뀌어, 2년 전, 오클라호마 포트 실에 있는 부대에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이때 스파크스는 소위였으며, 하와이에서 3년을 복무하고 있었다. 부대장과의 짧은 면담에서 드러난 것만 보면, 그는 17살에 집을 나와 독립했고,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가 하루 세 끼를 굶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모병관의 말을 듣고 입대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학공부를 위해 학비를 벌 목적으로 입대한 것이다.
스파크스 소위가 오클라호마로 오게 된 이유는, 통제가 안 되는 중대를 지휘해 병사들을 훈련시켜 제대로 된 군인으로 만들라는 임무 때문이었다. 'J중대'는 'Jail' 즉 감옥을 뜻하며, 실제로 이 중대원들은 전부 군대에서 사고를 치고 감옥에 갇혀 있는 병사들이었다.
부대장은 스파크스 소위에게 일주일의 시간을 준다. 스파크스는 '감옥 중대'를 찾아가 그들에게 사격 훈련을 통과하면 외출을 시켜주겠노라고 말한다. 이때 스파크스가 보여주는 태도는, 사고 친 병사들에게 동등한 군인으로 또는 남자 대 남자로, 친구처럼 담담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고, 그의 태도는 감옥에 갇혀 있던, 상급자를 폭행하고 들어온 사병들에게 믿음을 준다.
스파크스와 J중대 사병들이 가까워지는 첫번째 사건은, 사격장 교관과의 싸움 장면이다. 사격장 교관은 백인 상사로, 몸집도 크고, 입에 걸레를 문 전형적인 백인우월주의자인데, J중대는 주로 인디언(아메리카 원주민), 멕시코계 미국인으로 구성되어 있어 인종차별 발언을 하면서 사병들을 자극한다. 이를 보던 스파크스가 나서서 사격장 교관에게 훈련을 제대로 가르치라고 말하자, 교관은 스파크스 소위에게 계급장을 떼고 화장실 뒤에서 붙자고 도발한다. 상사가 소위에게 덤비는 건 분명 항명이지만, 상사는 소위보다 경력이 더 많고, 군 생활도 오래했기 때문에, 소위를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스파크스는 교관의 도발을 받아들이고, 화장실 뒤에서 한바탕 결투를 벌이는데, 체격이 좋은 교관이 묵사발이 된다. 교관과 싸운 사람은 스파크스 소위가 아니라 J중대원인 콜드풋이었고, 스파크스와 J중대원은 즐거운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
부상으로 후송된 스파크스는 북아프리카 알제리, 알제의 야전병원에서 치료하다 전선에 있을 때의 지휘관을 만난다. 그도 스파크스가 부상당하고 일주일 뒤에 지뢰폭발로 한쪽 다리를 절단하고, 군생활을 끝내게 되면서 우연히 만난 것이다. 지휘관은 스파크스에게 전쟁터에서의 기억은 다 잊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스파크스는 귀국하는 지휘관의 가방에 아내 메리에게 보내는 편지를 넣고, 지휘관의 명령 없이 스스로 최전방 부대로 돌아간다.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는 스파크스의 나레이션은 이 영화에서 중요한 장면이다. 스파크스의 심경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으며, 그가 '전우', '동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음에도 다시 최전방으로 돌아가 전우들을 만나는 심정과 갈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영화는 스파크스가 J중대를 만나는 것으로 간략하게 보여주지만, 157연대는 미국 중남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여러 인종의 미국인이 등장한다. 아파치족, 세미놀족, 체로키족, 수족, 촉토족, 멕시코계의 미국인 등이 등장하고, 이들은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한다. 독일군들은 이들 미국의 소수인종, 소수민족이 백인들에게 차별당하고 있는 현실을 조롱하면서, 미국에서 차별당하는 너희들이 미국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건 웃기는 짓이라고 말한다. 한편으로 옳은 지적이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거대한 악에 맞서 공동으로 투쟁한다는 점에서, 이들 소수인종의 참전은 '연합군'의 성격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미 흑인으로만 구성한 부대가 있었으니, 미군의 구성은 그 자체로 '연합군'이다.
넋이 나간 듯한 스파크스 대위는 부대에서 안치오(Anzio) 전투에 관한 내용을 진술한다. 안치오는 로마에서 남쪽으로 멀지 않은 바닷가 지역으로, 선더버즈 부대는 살레르노 전투에서 독일군을 밀어내며 로마 가까운 곳으로 진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1944년 1월 22일 안치오 해변에 상륙한 미군은 독일군을 8km 밖으로 내몰지만, 이후 3주 동안 전진하지 못하고 대기만 하고 있었다. 스파크스 중대는 다가올 독일군의 공격에 대비해 참호를 파고 수비하는데, 예상대로 독일군이 먼저 쳐들어오고, 적은 병력으로 독일군을 상대하게 된 157연대 E중대는 아군의 포격으로 위기를 넘긴다.
안치오 상륙작전은 이탈리아 내륙에서는 험준한 산에 가로막혀 연합군의 진군이 이탈리아군의 방어를 뚫지 못하게 되자, 바다를 통해 로마로 가는 길을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주력부대는 여전히 내륙으로 진군하고 있었고, 이탈리아, 독일군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안치로 상륙작전을 펼쳤으며, 이 작전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다.
이 와중에 헌병 장교 칠더스 중위가 전선으로 찾아와 스파크스 대위에게 소환장을 내민다. 근무지를 이탈했다는 이유로 군법회의에 회부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독일군의 공격이 거세질 것이 분명하지만, 157연대는 병력의 절반이 사라진 상태에서 포병의 지원을 받으며 사흘을 버티다 바닷가 근처 동굴로 후퇴한다.
독일군의 포위망을 뚫고 적진을 빠져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E중대는 독일군에 들켜 치명적 피해를 입는다. 중대원 대부분이 이 후퇴 상황에서 전사하고, 스파크스 대위를 데리러 왔던 헌병 장교 칠더스 중위도 이 전투에서 전사한다. 스파크스 대위에게는 무엇보다 오클라호마 포트 실에서 만나 생사의 전투를 함께 치른 동료 병사를 여럿 잃은 것이 가장 큰 충격이었다.
스파크스는 아내 메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의 전우들이 어떤 존재인지 말한다. 그는 생사를 함께한 부대원들을 가족보다 더 가까운 존재라고 여기고 있었다.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것이 행운이 아니라, 평생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으로 생각하고 있다.
스파크스가 속했던 157연대는 부대를 재편해 제6군에 소속되고, E중대는 새로운 병사들로 채워진다. 두달 전,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있었고, 스파크스의 부대는 프랑스 남부 생뜨막씸므에 상륙해 '용기병 작전'을 펼치게 된다. 생뜨막씸므는 마르세유와 칸느 사이에 있는 바닷가 지역이다.
'용기병 작전'은 두달 전,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이어 프랑스 남부를 장악해 보급로를 확보하려는 작전으로 미군이 주도했다. 이 작전에서 미군은 약 2천여 명이 전사하고, 자유프랑스군은 1만 명 이상이 전사한다.
대위에서 소령으로 진급한 스파크스가 이끄는 157연대는 바짝 긴장하고 상륙하지만, 독일군은 이미 퇴각한 뒤였다. 부대는 북쪽으로 계속 이동하며 프로방스 지방을 지난다.
1945년 1월, 스파크스 연대는 독일로 진격하라는 명령을 받고 프랑스와 독일 국경에 있는 보주 산맥을 넘는다. 독일 노이슈타트, 프랑스와 독일 국경에서 독일 쪽으로 조금 들어간 지역에 있던 독일군 산악부대는 미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보주 산맥에 진을 치고 미군을 기다린다.
스파크스가 이끄는 대대가 부대 표창을 받는다. 157연대 2대대 전체가 대통령 부대 표창을 받지만, 정작 생존자는 스파크스를 포함해 세 명에 불과했다. 안치오 전투에서 대부분 전사했기 때문이다.
미군은 보주 산맥의 중턱에 참호를 파고 독일군의 공격에 대비하는데, 이 지역을 잘 알고 있는 독일군은 길목을 차단하고 미군의 보급로를 끊는다. 독일군은 대전차 지뢰를 매설하고, 삼각 매복을 통해 화망을 집중할 수 있는 자리에 기관총과 저격수를 배치해 걸리기만 하면 전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첫번째 보급팀이 거의 전멸당하고 몇 명만 살아남은 상태에서, 장갑차를 포함해 두번째 팀이 올라가지만 역시 독일군에게 전멸당한다. 눈이 많이 쌓였고, 몹시 추운 날씨에 병사들은 감각을 잃고 얼어죽기 직전에 이른다. 독일군이 공격하고, 아군의 포격 지원으로 겨우겨우 버티고는 있으나 지리와 지형을 잘 아는 독일군의 매복 공격을 당하지 못한다.
고립되어 있던 병사 가운데 한 명이 산 아래를 향해 뛰지만 독일군 저격수에게 당하고, 두 번째 병사가 겨우 스파크스 소령에게 상황을 보고한다. 결국 스파크스 소령이 직접 고립되어 있던 병사들을 구출하러 올라가고, 부상당한 채 눈덮인 땅에 쓰러진 병사들을 보고 몸을 사리지 않고 병사를 업어 나른다. 이 장면을 독일군들이 모두 보고 있었지만, 총을 쏘지 않는다. 비록 적이지만 자기 생명을 내놓고 병사를 구하는 장교의 모습을 보면서, 독일군도 감동한다.
산중턱에 참호를 파고 방어하던 157연대 약 500명은 결국 독일군에 항복하고, 항복에 동의하지 않는 병사는 개별적으로 산 아래로 내려가는데, 독일군 매복조에 걸리면 사살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스파크스와 함께 싸웠던 병사들은 모두 항복을 거부하고 살아서 부대로 귀환한다.
스파크스 소령은 사단장에게 강력하게 항의하지만, 사단장도 어쩔 수 없는 명령을 내려야 할 때가 있는 거라고 말한다. 스파크스로서는 참패한 전투였고, 무엇보다 부하 병사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에 죄책감을 갖는다.
1945년 3월 31일, 독일 아샤펜부르크로 진입하는 미군. 프랑크프루트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크지 않은 도시인 아샤펜부르크에서 저격수에 맞서 시가전을 치른다. 이 시가전에서 지금까지 무수한 전투에서 살아남았던 J중대 고메스 병장이 전사한다.
많은 전투를 치르면서 일부 병사들의 감정이 흔들리고, 이성보다 감정에 이끌리는 행동을 하는 병사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군의 죽음을 너무 많이 봤고,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다보니 냉정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아샤펜부르크로 진입하기 전에, 독일군 지휘관이 총동원령을 내렸고, 병가를 낸 독일군 장교를 반역자라고 누명을 씌워 마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목을 매다는 사건이 있었다. 그것도 아내가 보는 앞에서. 미군이 도시를 점령하고 항복을 받으러 가는 길에 길거리에 매달린 독일군 시신과 그의 아내를 발견하고, 억울하게 죽은 독일군 장교의 시신을 내려 예를 갖춰 장례를 치르게 한다.
이런 장면을 비롯해 전편에서도 독일군이 스파크스 중령을 충분히 쏠 수 있었음에도 쏘지 않았던 것처럼, 작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장면이 보인다.
1945년 4월 29일, 미군은 뮌헨이 있는 바이에른주로 진입한다. 뮌헨에 이르기 전, 다하우에서 포로수용소를 발견하고 수색하는데, 열차에서 무수한 유대인의 주검을 발견한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엄청난 민간인(유대인)의 주검을 발견한 미군들은 증오의 마음이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수용소를 수색하던 병사들은 항복하는 독일군을 사살하고, 살아 있는 유대인들을 발견한다. 수용소에는 부상당한 독일군들이 있었는데, 병사들은 지휘관인 스파크스의 명령 없이 이들 가운데 일부를 살해한다. 나중에 병사들의 행동을 알게 된 스파크스가 달려가 저지하지만, 이때는 이미 17명의 독일군이 사살당한 뒤였다. 스파크스는 총을 쏜 병사를 체포하고, 부상당한 독일병사를 치료하도록 조치한다.
스파크스는 사단장에게 히틀러가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전쟁이 끝난 것이다. 하지만 수용소에서 독일군을 임의로 처단한 사건에 대해 군 사법기관에서는 엄정한 처벌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제6군은 유럽에서의 전투를 마무리하고 재정비한 다음 일본과의 전투를 위해 아시아로 갈 계획이었으나 스파크스 중령은 여기서 제외된다. 군 사법기관에서 전쟁범죄 혐의가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군사법원장을 만나라는 명령을 받은 스파크스는 지휘부 건물에 도착하고, 자신의 혐의가 매우 심각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그는 다음 날, 군사법원장이 지시한 건물에서 한 장군을 만나는데, 그는 패튼 장군이었다.
패튼 장군 - 이때 이미 별 네 개의 대장이었다 - 을 만나는 스파크스. 패튼은 스파크스의 혐의가 매우 무겁다고 입을 연다. 패튼 장군은 스파크스의 기록을 읽는다. 스파크스는 이탈리아 전선에 참전했으며, 시칠리아의 찰리 앵콘의 부대, 살레르노에서는 미들턴과 싸우다 부상당해 알제리의 알제에 있는 야전병원에 입원했다 다시 이탈리아 전선으로 자진 복귀한다. 비아 안치오 전투에서 독일의 케셀링 부대의 진격을 저지하고, 이 전투로 대통령 부대 표창을 받는다. 용기병 작전, 프랑스 전선으로 이동해 보주산맥에서의 전투, 아샤펜부르크 전투, 끝으로 독일 다하우에서 유대인 수용소를 발견한다. 1945년 4월 29일 09시 30분 경, 스파크스 중령의 지휘 아래 있는 157연대 I중대원들이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비무장 독일군 17명에 대해서.
패튼은 자신도 37년 동안 직업군인으로 살았지만, 실제 전투는 350일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스파크스의 전투는 500일이나 된다. 그것도 만만한 전투가 아니라 언제든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격렬한 전투에서. 패튼 장군은 스파크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패튼 장군이 스파크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지 않았다면, 스파크스는 아마 일본군과 싸우기 위해 아시아로 갔을 것이다.
스파크스는 패튼의 명령에 따라 - 물론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 미국으로 돌아온다. 그는 중령으로 예편하고, 이후 콜로라도 볼더대 법대를 졸업, 변호사가 되어 후에 콜로라도주 대법원에서 근무. 2007년 사망한다. 아내 메리와 65년을 함께 살았다.
이 작품을 쓴 원작자 알렉스 커쇼는 이 시리즈의 조연출로도 참여하고 있다. 알렉스 커쇼는 한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나만 모르고 있을 수도 있지만-작가다. 그가 쓴 책은 한국에 겨우 한 권이 번역되어 있을 뿐이다. 알렉스 커쇼는 '잭 런던', '로버트 파카'의 전기를 쓰기도 했으며,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여러 작품을 작가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미군 전쟁, 전투 작품(소설, 영화)에는 거의 대부분 유대인 수용소와 유대인 학살 장면이 나온다. 이는 역사적 사실이므로 전혀 문제가 없지만, 특히 영화(헐리우드) 제작에서 영화 자본을 장악하고 있는 유대자본의 '의도'가 개입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있었던 사실을 드러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으나, 그것을 반복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유대인들이 역사적 피해자라는 사실을 각인시키고, 그 피해자의 권리를 이익으로 치환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유대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팔레스타인이 살던 지역을 점령하고 '이스라엘'을 건국했으며, 지금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패권국가이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학살하는 학살자로 변했다. 그럼에도 헐리우드에서는 여전히 피해자 유대인의 코스프레를 하고 있으며, 미국을 등에 업고 중동의 깡패로 살아가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이 영화에서도 유대인 수용소 장면이 나오고, 그 참혹함은 실사 영화가 아닌, 그래픽노블 형태의 형식이어서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를 갖지만, 유대인 학살, 유대인 피해자의 각인 효과는 엄청나다. 작가인 알렉스 커쇼가 유대인이어서 이런 장면을 의도해서 넣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의도하지 않았어도 이런 장면이 주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알렉스 커쇼의 홈페이지
http://www.alexkershaw.com/about/
알렉스 커쇼의 트위터
https://twitter.com/kershaw_alex
알렉스 커쇼의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battlesofww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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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자 씨가 합당한 보상을 받는 사회를 꿈꾸며
꿈이야 생시야
이 영화의 주인공은 경기도 어느 곳에 사는 덕희(라미란)이다. 어느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덕희. 덕희에게 돈이 필요하다. 이유는 얼마 전에 덕희가 보이스피싱을 당했기 때문이다. 3200만 원을 잃은 덕희. 아이들이 묵을 곳이 없어 엄마 덕희는 미안한 맘뿐이다. 마음고생이 심한 덕희. 은행에서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 실신 직전까지 간 적도 있다. 경찰에 신고도 하고 이것저것 다 해봤지만 속에 들끓는 화를 잠재우기란 어려웠다. 위기에 처한 덕희. 그 와중에 누군가에게 전화가 온다. 김성자 씨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보이스피싱 사기를 직접 친 사기꾼이다. 받은 전화에서 충격적인 이야기가 들린다. "저, 저번에 통화했던 손 대리(공명)입니다. 내가 아는 거 다 말할게요. 그냥 신고만 해주세요. 제보할 것이 있어요."
이거 왜 진짜야?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경기도 화성시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김성자 씨가 겪은 일이 이 영화의 아이디어가 된 것이다. 보통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 때 지켜야 할 것들이 몇 있다. 바로 연출로 어디까지 공격하고 누구를 지켜줄 것인가? 에 대한 부분이다. 영화는 후자 ‘지켜줄 것’에 대한 부분을 아주 훌륭하게 소화했다. 이 영화가 정말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당연히 후반부에 있다. 여기까지 가는 과정을 주인공 덕희의 관점에서 설득력 있게 풀어냈기 때문에 실화를 가져온 이유가 나름 충족이 된다. 하지만 ‘어디까지 공격할 것인가’라는 점에서는 영화가 실화 전부를 담지 못한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한 것은 영화 엔딩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다 쓸 수는 없겠으나, 이 작품을 보신 분들이라면 거의 다 예상할 수 있을 듯하다. 참고로 기존에 알려진 바와 같이 김성자 씨는 이 일을 해결한 후에 경찰 측에서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하셨다고 한다.
범인은 포스터와 제목
이 영화 <시민 덕희>를 보고 가장 먼저 느꼈던 것은 장르적으로 재미있었다는 점이다. 범죄물로서 재미있을만한 요소는 잘 갖춘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범죄물로 재미있으려면’ 뭐가 필요할까? 무시무시한 빌런, 선한 주인공, 유쾌한 조연들(사이드킥), 개성 넘치는 캐릭터부터 간단한 플롯까지 <시민 덕희>에는 다 있다. 이런 것들이 그냥 소소한 성취 같아 보이지만 좋은 선택이었다. 이 영화의 기획의도가 뭘까?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그중 하나가 이 실화에 대한 내용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잔인하거나 폭력적이거나 이야기가 어렵다거나 하는 영화였다면 관객들이 극장에서 이 작품을 고르지 않을 것이다. 일단 재미있을만한 건 다 갖춰야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이 당연지사다. 이 <시민 덕희>는 이런 점에서 영리한 영화라고도 볼 수 있다.
이 영화가 영리한 영화인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극 중 한 명의 캐릭터 때문이다. 이 캐릭터는 사실 첫 등장만 보면 이 작품과 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 영화의 소재가 보이스피싱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이 인물은 캐릭터가 하는 어떤 행동처럼 계속해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존재감은 범죄/수사물의 클리셰를 본작이 비튼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사실 글쓴이는 보면서 놀랐다. 이 인물이 궤도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시작해 어디에 도착하는지를 잘 맞춰놓은 것이 기능적이지도, 줄거리에서 무의미하지 않았다. 물론 이렇게 전형적인 캐릭터가 등장한 탓에 이 인물의 끝마무리가 살짝 모호한 감이 있긴 하지만 흐름을 깨는 정도는 아니다.
상남자식 연기법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라미란 배우의 연기에서 엄청난 박력이 느껴졌다. 라미란 배우는 장면마다 힘을 주고 풀면서 영화를 끌고 간다. 가령 라미란 배우가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이 있다. 영화는 이 장면마다 중심을 쾅 주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사실 이 장면이 오기까지 플롯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고 볼 수는 없었다. 이 에피소드 자체는 100% 실화가 아니기 때문에, 허구의 무언가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몇 배우는 뛰어난 감정연기로 서사에 생긴 구멍을 메꾸기도 하는데, 이 <시민 덕희>의 라미란 배우가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런 감정연기는 영화 중반부-중후반부에서는 잠잠해진다. 왜? 공간을 바꾸고 난 다음 덕희의 연기는 받아주는 형태를 띠고 있다. 그야 이 환경에서는 이무생 배우의 악랄한 빌런 연기, 손대리의 서사, 장윤주-염혜란 배우의 코미디가 두드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요소를 앞두고 자기가 전면에 굳이 안 나서도 되는 걸 잘 아는 듯이 라미란 배우는 튀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다. 이 두 격차는 주인공 덕희가 가진 소시민적인 특징과 함께 영웅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좋은 방법이었다. 보통 이런 류의 실화 바탕 영화/드라마에서 주인공이 강단이 센 인물로 묘사되는 경우가 몇 있는데 이런 류의 비판을 피해 갈 수 있을 법한 좋은 퍼포먼스였다.
최소한만 유지하고
좋은 점도 많은 <시민 덕희>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완벽하게 매끄럽지는 않았다. 사실 편의적으로 전개하는 감이 어느 정도는 있다. 가령 영화에 등장하는 두 번의 위기가 그렇다. 첫 번째 위기는 주인공 덕희에게 일어난다. 이런 류의 일이 주인공에게 일어난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데, 이 사건을 삽입하고 싶었더라면 전후 조짐에 대해 살짝만 더 들어가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쓴이는 이 두 인물의 퇴장이 밀린 방학숙제하듯 구석으로 밀어 넣기 위해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이는 이 주인공이 공간을 바꾸고 나서 어떤 행보를 보여주는가? 와도 관련이 있다. 이곳이 유럽만큼 경비가 그렇게 많이 들진 않겠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글쓴이는 손 대리 캐릭터에서 현실감도 있었지만 반대로 큰 허점도 느껴졌다. 손 대리 자체가 허술하다. 가령 덕희와 통화하는 처음과 두 번째 장면이 그렇게 설득력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이 사람의 서사도 빈약하다. 왜? 와 어떻게? 가 없이 그냥 결과만 덩그러니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이 현실적으로 잘 설정됐으면 이야기가 더 입체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사람도 역시 평범한 사람이고 어느 관점에서는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억척스러운 캐릭터들
이 영화에서 느껴진 두 번째 단점은 인물들이 작위적으로 느껴졌다는 점이다. 글쓴이가 ‘나만 이런가’ 싶어서 몇 후기를 찾아봤는데 많은 분들이 특정 배우의 연기에 대해 코멘트를 했다. 글쓴이는 이 배우 말고 극 중 대다수의 캐릭터에게 느꼈다. 특히 염혜란 배우와 안은진 배우 캐릭터에서 강했다. 염혜란 배우 연기 잘한다. 안은진 배우도 연기 잘한다. 하지만 둘은 전혀 친해 보이지 않는다. 좀 별 거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글쓴이는 영화의 많은 부분에서 감정이입의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서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시각적으로도 염혜란 배우가 47세고 안은진 배우가 32세라서 15살의 터울을 극복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정서적으로 각본과 연출이 이 둘의 관계를 돈독하게 보이지 못한 것 같다. 장윤주 배우가 맡은 역할도 갑자기 화를 내거나 느닷없이 기뻐하고 있다. 이런 각자 자기 색이 강한 영화의 재료들이 적지 않게 보이는 것은 이야기의 흐름이 덜컹거린다고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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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밤마다 다른 사람 같은 남편의 낯선 모습.
2023년 9월 6일에 개봉한 장편 영화<잠>는 유재선 감독의 데뷔작이다.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 제56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토론토 미드나잇 매드니스 섹션, 판타스틱 페스트와 같은 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 영화는 일상에서 가질 수 있는 공포를 극대화하여 차별화된 공포를 선보인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공포의 주체가 됐을 때의 상황 포착하여 더욱 몰입감 있게 다가온다. 과연 나라면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게 된다.
자다 깬 현수가 내뱉은 혼잣말은 정말 누군가가 들어온 것처럼 일상을 공포로 가득 메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일들이 점차 크기를 키워 가기 시작하는데, 몽유병을 진단받으며 치료할 수 있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하지만 그런 결심도 무색하게 밤마다 낯선 사람이 된 것 같은 현수의 이상 행동은 점차 더 위험해진다. 심지어는 곧 태어날 아이까지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두려워진다. 믿기 힘든 광경은 온갖 노력을 하는 수진에게 있어서 몽유병인지 현수 안에 깃든 초자연적인 존재인지 알 수 없어지게 만들기 시작한다. 과연 수진과 현수는 그 상황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이 폭력의 주체로 변해갈 때, 마주하는 공포를 포착한다. 그 대상이 결코 나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생각이 아니라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에서 찾아오는 신뢰였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이상행동을 하는 현수보다 더 두렵게 다가오는 건 계속해서 이어지는 상황으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수진이었다. 나아지지 않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초자연적인 힘을 빌리기까지 하면서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것인데, 그 과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굉장히 광기 어리다. 몽유병 당시 자기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현수와는 다르게 수진은 현수의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에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랬기 때문에 설명되지 않는 것을 증명하고 이전과 같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발버둥을 친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봤던 현수가 수진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준 것 또한 '함께' 상황을 견뎌줬던 수진 때문이었다. 정말 이 영화의 결말 뒤엔 극복한 두 사람이 서 있을까.
영화를 보고 나면 '잠'이 두려워진다. 편안한 공간에서 잠을 깊이 자야 하지만 그러지 못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상황이 밤이 오지 않길 바라는 상황으로 이어져 더욱 두렵게 느껴졌다. 극 중 현수가 앓고 있는 몽유병은 수면장애이기 때문에 잠이 든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움직여 이상행동을 보이는 증상이다. 걸어 다니는 것뿐만 아니라 타인을 공격하는 행동을 하므로 더욱 위험할 수 있다. 당사자가 기억을 못 한다는 사실과 주변 사람에게 남는 기억이 다르기 때문에 그 부분이 잘 드러났다. 잠과 관련된 영화가 많기 때문에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잠과 그 과정을 다뤄낸 이야기 전개 또한 예상을 뛰어넘는다. 가장 익숙하고 필수적인 '잠'을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낯설게 만드는 영화의 화법이 신선하면서도 또 색다르게 느껴졌다. 결말 부분은 상당수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감독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는 영화였다. 무엇보다 정유미 배우와 이선균 배우의 연기가 너무 인상 깊게 남았다.
영화의 결말이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은 쉽게 풀리지 않은 부분을 해석의 여지로 남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열린 결말에 3가지 가설을 세워봤다.
첫 번째, 수진의 망상이었다.
우선, 수진의 망상이라고 생각하게 된 부분은 몽유병을 앓는 현 수로 인해 잠 못 이루는 밤이 길어지며 받게 되는 스트레스로 인해 본인 또한 수면에 상당한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있지 않았던 일을 착각하는 일도 상당해 병원에도 가게 된 것 같다. 현수는 노력하는 수진을 저버리고 싶지 않아서 말에 따라줬고 그 끝에도 점점 심해져 가는 수진을 위해서 '연기'한 것이다. 실제로 오랜 기간 동안 잠들지 못해 눈이 새빨개지고 정신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것을 보면 망상의 일부분처럼 여겨진다.
두 번째, 진짜 빙의된 상황이었다.
실제로 현수가 밑의 집 할아버지에 빙의됐다. '누가 들어왔어요'라는 말은 정말 빙의가 돼서 한 말이다. 또한, 할아버지 사망 후 귀신이 된 날짜와 현수의 몽유병 증상이 나타난 날짜가 동일하다. 또한 특히 '개', '아이'라는 말을 한 것을 보면 할아버지가 틀림없다. 부적을 붙이고 굿을 하는 행위를 통해서 악영향을 모두 막았고 수진의 모든 행위가 할아버지가 무사히 정각 전에 성불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특히 딸을 말을 듣고 현수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통해서 현수의 몸에 할아버지가 깃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세 번째, 그저 몽유병이다.
현수는 심각한 수면장애인 몽유병을 앓고 있었다. 오래된 단역 배우 생활을 전전하며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누가 들어왔어요'라는 말은 드라마 대본의 대사였다. 치료를 받아 봤지만 어려움을 겪었고 마침내 치료에 성공하게 된다. 반면, 수진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상황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에 설명되지 않는 것을 납득하기 쉬운 것을 믿게 되었다. 원래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일들을 생각하고 행한다.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믿고 싶은 것을 믿는 인간의 본연의 모습이 수진을 통해 드러났다. 현수는 그런 수진을 위해 그녀가 믿고 싶은 현실을 '연기'한다. 의사가 말했듯 이상 행동이 늘 일어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미신과 관련된 행위는 우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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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가 특별하다는 뻔뻔한 주장
영화 〈헤일, 시저!〉(2016)와 넷플릭스 드라마 〈오, 할리우드!〉(2020)는 1940년대 후반부터 50년대까지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다. 두 작품 모두 할리우드가 상징하는 이야기와 꿈의 크기를 잔뜩 부풀린다.
〈헤일, 시저!〉의 주인공 에디 매닉스는 영화사 캐피틀 픽쳐스의 대표다. 그는 잠시도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영화 제작이나 회사 관리 외에도 그의 일은 산더미처럼 많다. 그런데 캐피틀 픽쳐스 최고의 기대작 ‘헤일, 시저!’의 주인공이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영화계 인사들에게 납치당한다. 주인공이 사라지자 촬영 일정이 꼬이고, 수상한 냄새를 맡은 기자들이 달라붙기 시작한다. 에디는 어떻게든 상황을 해결하고 모든 것을 제대로 굴러가게 하려 고군분투한다. 그러던 중 에디의 능력을 높게 산 항공회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온다. 에디는 과연 난장판인 할리우드를 떠나 더 좋은 조건의 항공 업계로 이직할까?
영화 〈헤일, 시저!〉 스틸컷 ⓒ네이버 영화
한편, 〈오, 할리우드!〉는 ‘멕’이라는 가상의 영화가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가난한 배우 지망생 잭 카스텔로, 재능 있는 흑인 게이 작가 아치 콜먼, 아치 콜먼의 연인이자 배우 지망생 록 허드슨, 필리핀 혼혈 감독 레이먼드 에인슬리, 흑인 최초로 오스카상을 받는 여배우 커밀 워싱턴 등등. 이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밑바닥에서 출발하지만 계급, 인종, 성적 지향을 따라다니는 편견을 뒤집고 기념비적인 영화 ‘멕’을 완성한다. 이들의 여정은 엉망진창인 할리우드에서 어떻게 좋은 영화가 나오는지를 보여준다.*
〈헤일, 시저!〉와 〈오, 할리우드!〉에는 할리우드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겼다. 아니, 애정 그 이상이다. 이들은 할리우드가 난장판임을 신랄하게 보여주면서도 그 난장판에서 피어나는 이야기·꿈의 가능성을 예찬한다. 영화 산업은 다른 산업과 무엇이 다르기에 그런 걸까? 왜 이들은 폭로하고 비판하는 대신 폭로하면서도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을까?
넷플릭스 드라마 〈오, 할리우드!〉 스틸컷 ⓒ넷플릭스
이 질문은 예술 전체로도 확대될 수 있다. 왜 사람들은 대다수의 예술가가 생계를 걱정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예술을 꿈꾸고 동경할까? 예술이 생산되는 구조적 착취의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도 왜 예술을 하겠다는 사람은 넘쳐날까? 왜 그들은 예술을 감상하고 즐기는 데서 그치지 못하는 걸까?
두 작품은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는다. 다만 난장판에 불과한 할리우드라도 당신을 감동시키는 영화를 만들어 내지 않았느냐고 샐쭉거린다. 대책 없는 뻔뻔함에 어이없을 정도다. 하지만 앞의 질문들은 그 누구도 명확히 답변할 수 없는 질문이다. 예술을 한답시고 끙끙거리는 모두는 이 질문이 답변되지 않았다는 전제하에서만 예술가다. 모든 것이 명쾌한 질문은 꿈과 이야기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어딘가 두루뭉술한 부분이 있어야 이를 어떻게 풀어낼까 하는 고민, 즉 예술을 하고자 하는 동기가 생긴다.
〈헤일, 시저!〉와 〈오, 할리우드!〉가 문제 투성이인 할리우드를 예찬함에도 밉지 않은 건 이 때문이다. 도덕을 기준으로 영화의 표현을 규제한 '헤이스 규약'이 기세 등등하던 시대에도, 공산주의자·게이·여성·흑인을 비롯한 수많은 타자가 적나라한 적의를 마주해야만 했던 시대에도 어쨌든 할리우드는 이야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동의할지 말지는 오로지 관객의 몫이다.
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도 있다. 호레이스 맥코이의 소설 《그들은 말을 쏘았다》(2020)는 할리우드가 얼마나 기형적으로 누군가의 꿈을 착취하면서도 아무 보상도 하지 않는지를 엿보게 해 준다. 이는 적당히 낭만적이고 두루뭉술한 설명이 회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생기는 질문. 할리우드는, 예술은 여전히 특별한가?
*드라마 전반부가 할리우드 조감도를 흥미롭게 펼쳐놓는 데 반해 후반부는 ‘멕’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유치할 정도로 낭만적으로만 재현한다. 너무 뻔한 전개에 후반부의 몰입도는 확실히 떨어진다. 하지만 제이크 피킹이 연기한 록 허드슨이 실제 할리우드를 풍미했던 배우 록 허드슨을 오마주했다는 점에서 낭만적 유치함이 조금은 용인된다. 록 허드슨은 제임스 딘과 함께 당대 최고의 스타였고, 유명인사 중에서는 최초로 자신의 에이즈 감염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오, 할리우드!〉 의 뻔한 로맨스(그중에서도 게이 커플의 로맨스)는 에이즈로 죽은 록 허드슨에 대한 헌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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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살아 숨쉬는 따스함
테크노 사피엔스가 보편화된 사회 안의 한 가정을 조명하는 영화, 애프터 양은 특별하지만 잔잔한 흐름을 만들어낸다. 이 가족과 함께 살던 안드로이드 인간, 양은 어떤 작별의 인사도 남기지 않은 채 작동을 멈춘다. 제이크는 그를 수리할 방법을 찾으나 여전히 작동하지 못하는 양을 뒤로한다. 그러던 중 양에게서 특별한 메모리 뱅크를 발견하여 그의 기억 속을 보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애벌레에겐 끝이지만 나비에겐 시작이다.”
나무, 바람, 그 외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그의 기억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보면 볼수록 따뜻해지는 기억이 거리를 두고 있던 가족의 틈을 메우며 당연하다고 느꼈던 가족이라는 단어에 물음표를 찍는다. 가족이라는 단어만으로 존재했던 서로의 거리는 양이 작동을 멈춰 그의 기억을 바라보고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다가오는 따스함을 마주한다. 그를 기억하게 만드는 노래, 장소, 얼굴까지 생생하게 남아있다.
어떤 도구로 쓰임을 시작한 ‘양’은 그들에게 있어서 ‘인간’이 아닌 그저 ‘안드로이드’로 남는 순간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만들었지만, 결코 그들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어떠한 선이 느껴진다는 것이 왠지 이질감을 느끼게 만든다. 그들의 거리는 ‘양’에 의해 좁혀졌으나 과연 ‘수단’과 ‘도구’로 쓰이지 않았을까. 인간보다 더 인간 답지만 인간은 아닌 그를 바라보면 ‘인간다움’이라는 단어가 인간에게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어떤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보다는 그동안 정의되어 온 현재의 인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들지만, 이것 또한 사람의 초점에서 바라보고 내리는 질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아시안에 대해 신비로움이 걷히지는 않은 모양새에 다소 실망감을 끼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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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29] 실망스러운 리메이크 액션영화-모탈컴뱃
영화 모탈컴뱃이 리메이크 되어 개봉했어요.
9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1편과 2편은 그 당시 먼저 등장했던 격투게임을 기반으로 했는데요.
실사로 찍어 표현했던 게임 상의 액션 모습이 사실감이 있어 인기를 끌었죠.
영화는 CG로 게임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해서 이야기는 매력이 없었죠.
그 당시에도 신인 감독과 신인 배우들늘 주로 기용해 만들었었는데 이번 리메이크도 신인 감독과 신인 배우들을 내세워 비슷한 전략을 가지고 돌아왔어요.
그런데 그렇게 성공적인것 같지는 않네요.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좋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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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 티저 예고편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런던 소호로 온 '엘리'는 매일 밤 꿈에서 1960년대 소호의 매혹적인 가수 '샌디'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매료된다. '엘리'는 '샌디'에게 화려한 삶이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꿈은 점점 악몽이 되어가고 '샌디'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유일한 목격자가 된 '엘리'. '샌디'를 죽인 범인은 '엘리'의 시간 속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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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검을 둘러싼 8인 8색의 시너지가 폭발한다! [외계+인] 2부 캐릭터 로드맵 영상 공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