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6-09 02:55:26
추리물 영화 모음.zip
<나이브스 아웃> <인비저블 게스트> <비뚤어진 집>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혹시 추리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 계신가요?!
영화를 보면서 추리 게임도 동시에 할 수 있는 추리물 영화!
영화에 몰입하여 범인이 누군지 예상하고,
맞췄을 때는 희열감을 느끼고 못 맞췄을 때는 경탄하는 매력이 있는 장르죠.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추리물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용의자 X의 헌신
Devotion of suspect X, 2008
ⓒ 네이버 영화
synopsis
어느 날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남자의 시신이 발견된다. 사망자가 판명되자 전처인 야스코가 용의자로 지목되고,
그녀의 치밀한 알리바이에 형사 우츠미는 물리학자 유카와 교수에게 도움을 청한다.
cine pick!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370만 관객을 동원했다.
탄탄한 스토리와 긴장감 넘치는 영화!
셔터 아일랜드
Shutter Island, 2010
ⓒ 네이버 영화
synopsis
탈출이 불가능한 섬 셔터 아일랜드의 정신병원에서 환자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연방 보안관 테디는 동료 척과 섬으로 향하지만 수사에 진전이 없고, 게다가 폭풍까지 불어닥쳐 두 사람은 섬에 갇히고 만다.
cine pick!
수많은 복선과 함께 촘촘한 구성과 디테일이 돋보이며
독특한 미장센과 긴장감 가득한 OST가 영화의 매력을 한층 배가시켰다.
인비저블 게스트
The Invisible Guest, 2016
ⓒ 네이버 영화
synopsis
호텔 방에서 눈을 뜬 남자 옆에는 연인이 싸늘하게 식어 있었고,
범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단, 3시간 안에 사건을 재구성해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cine pick!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치고 볼 수 없는 영화!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보여줄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2017
ⓒ 네이버 영화
synopsis
폭설로 열차가 멈춰선 밤, 승객 한 명이 잔인하게 살해 당한다.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진 13명의 용의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추리를 시작한다.
cine pick!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화려한 출연진과 화려한 미술이 돋보이며, 일반 추리물 영화와 달리 철학적인 부분이
조금 더 돋보이는 영화이다.
비뚤어진 집
Crooked House, 2017
ⓒ 네이버 영화
synopsis
대부호 애리스티드 레오니디스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손녀 소피아는 탐정 찰스에게 사건을 의뢰하였고,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서 살인 동기를 발견한 찰스.
그리고 곧 저택에서 두 번째 살인이 일어난다.
cine pick!
디테일한 미장센과 영화에 대한 몰입감을 높였으며
12명의 명품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서치
Searching, 2018
ⓒ 네이버 영화
synopsis
딸 마고에게 걸려온 부재중 전화 3통. 아빠 데이빗은 그 후 연락이 닿지 않는 마고가 실종 됐음을 알게된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지만 단서는 나오지 않던 중, 데이빗은 마고의 노트북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다.
cine pick!
촬영은 13일, 편집은 2년이 걸린 영화 <서치>.
컴퓨터 화면으로만 진행되는 독특한 진행 방식으로 새로운 추적 스릴러 영화를 탄생시켰다.
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 2019
ⓒ 네이버 영화
synopsis
세계적인 미스터리 소설 작가 할런이 85세 생일날 숨진 채 발견된다.
그의 죽음에 탐정 블랑은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 파견되고,
할런의 가족들 모두가 용의선상에 오른다.
cine pick!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9%를 달성하였고,
제작비의 7배 이상인 3억 달러를 넘기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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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적 토대 위에 구축한 새로운 세계, <언컷 젬스>
1. 들어가며
조쉬 사프디와 베니 사프디는 근래 들어 가장 주목받는 뉴욕 출신의 영화 연출가들이다. 사프디 형제의 주요 작품들에선 상당히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사프디 형제는 사실적 질료를 가공하여 영화를 만든다. 각본에 자전적인 경험을 반영하기도 하고, 현장감을 위해 로케이션 촬영을 선호하는 이들의 영화에선 존 카사베츠나 다르덴 형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와 유사한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사프디 형제는 이처럼 사실주의적 토대를 기반으로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러한 기초를 교란하는 형식주의적인 스타일을 다양하게 활용한다. 바로 이 점이 이들의 영화를 전형적이지 않게 만들어준다.
형제의 공동 연출작 중에서는 2014년 개봉한 <헤븐 노우즈 왓(Heaven Knows What)>부터 본격적으로 전자 음악의 과도한 배치, 다채로운 질감의 조명을 활용하는 미장센 등 특유의 접근법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굿타임(Good Time)>(2017)의 놀이 공원 시퀀스, 극 전개를 보조하는 전자 음악의 활용을 떠올려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넷플릭스(Netflix)가 배급을 맡은 <언컷 젬스(Uncut Gems)>(2019)는 숱한 단편과 굵직한 장편 등을 통해 쌓아 온 사프디 형제의 연출력이 집약된 작품이다.
이 글은 <언컷 젬스>에서 독특하게 드러나는 사프디 형제의 접근법을 관찰하려는 시도이다. <언컷 젬스>는 사실주의적인 토대에 기초한 영화다. 각본, 촬영 장소 등을 살피면 현실적 질료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는 걸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사프디 형제는 이러한 영화 요소들을 전형적인 방법으로 활용하지 않고, 어딘가 독특한 방식으로 영화에 활용한다. 이들은 단순한 현실의 재현을 넘어 현실과 허구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영화적 현실을 창조해냈다. 이 글은 그러한 작업들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살피는 시도이다.
2. <언컷 젬스>의 사실적 영화 요소
우선 주목할 점은 이 작품이 형제의 자전적 요소를 반영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사프디 형제는 유대계 혈통이고, 뉴욕에서 나고 자랐으며 그들의 아버지는 보석상 관련 업종에 종사했던 경력이 있다. 사프디 형제는 영화의 주인공인 뉴욕에 몸담은 유대인 보석상 하워드 래트너 역에 아담 샌들러를 내세운다. 자전적 경험을 각본에 녹여냈다는 점은 이 영화를 사실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실화를 기반으로 영화를 만들거나 이 영화처럼 자전적 요소를 살려 영화적 소재로 활용하는 방식은 사실성을 강화하는 접근법이다.
<언컷 젬스>에서 하워드 역을 맡은 아담 샌들러. 그는 실제로도 유대인이다.
또한, 이 작품에서 미국의 유명 배우인 아담 샌들러는 여러 비전문 배우와 호흡을 맞춘다. 하워드의 내연녀 역의 줄리아 폭스(Julia Fox)는 <언컷 젬스>가 첫 연기 데뷔작이며, 극 중 이름 줄리아는 실제 배우의 본명이기도 하다. 하워드가 운영하는 보석상 직원 중에 여시라는 인물이 있는데, 이 배역은 실제 주얼리 관련업에 종사했던 막수드 아가자니(Maksud Agadjani)가 연기한다. 실제 삶의 경험을 반영할 수 있는 비전문 배우의 기용은 사프디 형제의 영화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다. 이 영화에서 전문 배우와 비전문 배우가 주고받는 호흡으로 빚어내는 전개 양상은 극을 효과적으로 지탱하기도 한다.
한편 사프디 형제는 현장 로케이션 촬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형제가 각각 대학 시절부터 연출한 단편부터, 공동 장편 데뷔작인 <아빠의 천국(Daddy Longlegs)>(2009) 등을 거쳐 <언컷 젬스>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현실 속 뉴욕을 무대로 삼아 영화를 만들어냈다. 현장 촬영이 불러오는 효과는 익히 알려져 있다. 생생한 현장감을 스크린으로 구현할 수 있고, 실제 삶의 단면과 맞닿은 이야기를 풀어내기에도 적합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기도 하다. <언컷 젬스>는 정밀하게 세트로 구현된 하워드의 보석 가게를 제외하면, 전부 현장 로케이션을 바탕으로 기획된 작품이다. 그마저도 형제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실제 점포를 찾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세트를 활용하게 되었다.
3. <언컷 젬스>의 세계: 사실적 토대 위에 구축한 새로운 세계
<언컷 젬스>에서 사프디 형제가 구축한 세계는 현실을 재료로 하지만, 온전한 현실 세계가 재현되는 곳이 아닌, 새로운 개념이 정립되는 공간이다. 영화에서 중계되는 전 NBA 선수 케빈 가넷(Kevin Garnett)의 농구 경기는 사프디 형제가 지은 각본이나 촬영한 필름들과는 사실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런데 그 경기가 영화에 사용되면서 서사가 굴러갈 수 있게 만들어준다. 스크린 외부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과거의 일(실제 농구 경기)이 스크린 내부에서 현존하는 영화적 세계와 호응하게 된다. 즉, 이런 연출은 사프디 형제가 실험적인 시도에 목말라 있다는 걸 드러내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가넷은 이 영화에서 본인 역을 맡아 연기한다. 즉, 영화의 배역을 맡아 본인을 연기하는 가넷과 실제 선수로서의 가넷, 중계 속의 가넷이 공존하는 기이한 상황이 펼쳐진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기용된 배우는 가넷 외에도 몇 명 더 있다. 영화에는 미국의 알앤비(R&B) 가수 위켄드(The Weeknd)도 본인 역으로 출연한다. 위켄드 역시 극 중 DSLR 카메라에 찍힌 사진 속의 위켄드, 자신을 연기하는 위켄드와 실제 가수 위켄드 사이를 기묘하게 유영하는 존재다. 래퍼 캐시 아웃(Ca$h Out)도 본인을 연기하며 하워드의 가게에서 보석류를 구매하고자 한다. 한편 하워드가 줄리아와 살던 아파트에 아들과 함께 찾아가는 신에서도 흥미로운 점이 드러난다. 화장실이 급하다는 아들을 데리고 하워드는 옆집을 찾아가 화장실을 쓰게 해달라고 부탁하는데, 이때 하워드가 아들에게 옆집 이웃을 왕년에 유명한 작품에 출연했던 코미디 배우라고 소개한다. 출연진 정보에는 33F의 이웃으로만 나오는, 존 아모스(John Amos)라는 배우는 실제로 하워드가 영화에서 언급한 작품에 출연했다.[1] 존 아모스도 본인을 연기한 셈이고, 하워드의 대사는 허구적인 각본이 실제 현실과 상호작용하는 매개로 작용한다. 현실과 영화 사이의 경계가 이렇게 독특한 형태로 허물어진다.
<언컷 젬스>에서 본인 역을 맡은 농구 선수 케빈 가넷
이제 사프디 형제가 뉴욕이라는 공간을 무대로 삼는다는 사실이 영화 내적으로 크게 강조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비록 도입부에 ‘2012년의 뉴욕’이라는 시공간적 배경을 명시하는 문구가 삽입되기는 하지만, 영화 자체는 뉴욕을 배경으로 삼는 수많은 영화들(<스파이더맨> 시리즈, 우디 앨런의 작품이나 각종 로맨스 영화 등)과 비교했을 때 공간 특성을 전혀 살리지 않는다. <언컷 젬스>에선 맨해튼(Manhattan)의 다이아몬드 지구(Diamond District)가 뉴욕이라는 장소 정보를 제공하지만, 이는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접하는 관객은 주의 깊게 살피지 않고서는 파악하기 힘든 요소들이다. 뉴욕 맨해튼에 자주 갔거나 그곳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관객은 논외로 하자.
결국, 피상적으로는 사프디 형제의 뉴욕이 현실을 옮겨놓은 듯한 현장감 있는 장소로 보일 수 있겠으나, 이들 영화의 뉴욕은 극도의 사실성 재현을 위한 공간보다는 극적 효과를 불러오는 서사적 도구로서 작용한다고 보는 편이 설득력 있다. 게다가 잦은 비전문 배우의 기용 역시 얼핏 보기엔 영화를 통한 사실주의적 재현을 위한 노력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영화 속 비전문 배우는 앞서 언급했듯 대개 자신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을 살려 연기에 활용할 뿐이지 궁극적으로는 각본에 구현된 캐릭터를 표현하는 작업을 수행 중인 셈이다. 이는 사프디 형제가 이전에 연출했던 <헤븐 노우즈 왓>의 홈즈(아리엘 홈즈)도, <굿타임>의 닉(베니 사프디)의 치료 의사도, <언컷 젬스>의 아가자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언컷 젬스> 속 비전문 배우의 기용(특히 본인을 연기하게 하는 방식) 및 현실을 스크린에 재소환하는 방식을 다른 영화와 유사한 전형적인 접근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언컷 젬스>의 가넷과 위켄드를 유사한 특성을 가진 다른 사람―예를 들어, 농구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Kobe Bryant)나 알앤비 가수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 등―으로 교체한다고 해서 극의 흐름이 달라지거나 영화를 지탱하는 요소가 사라지는가? 그렇지 않다. 결국, 저들은 본인을 연기할지라도, 영화적 허구에 구속된 캐릭터들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2] 그런데 허구의 인물을 연기한다고 해도 자기 자신이 본인을 연기한다는―일종의 정체성에 관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가넷의 실제 경기나 카메라에 찍힌 위켄드의 모습은 허구적 특성을 살려 연기하는 인물과 같은 영화에서 공존한다. 즉, 영화에 현존하는 인물들은 영화를 통한 현실의 사실적 재현의 주체도 아니고 허구적으로 표현된 내러티브에 종속된 도구도 아닌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인 개체로서 발현된다.
4. 나가며
현실과 허구라는 이분법으로는 <언컷 젬스> 속 등장인물이 자리 잡은 뉴욕의 특성을 규정할 수 없다. 즉, 이런 모호한 인물들이 유영하는 사프디 형제의 뒤틀린 뉴욕은 전통적인 유형으로 범주화하기엔 상당히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사프디 형제의 뉴욕은 뉴욕이지만 뉴욕의 특성이라고는 딱히 찾아볼 수 없는, 일종의 영화 서사를 위한 공간으로 작용한다. 가넷이나 위켄드는 본인을 연기하는데, 이는 실제 현실에서의 본인과는 다른 속성을 지닌 존재로 묘사되지만, 이들이 각각 중계화면에서 경기를 뛰는 모습과 셀러브리티(Celebrity)로서 카메라에 찍힌 모습은 그 자체로 이들의 현실성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사프디 형제는 영화 속 현실에 종종 허구적 요소를 첨가하여 스크린과 삶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전략을 보여준다. 단편 <검은 풍선(The Black Balloon)>(2012)에서 자의로 움직이는 풍선이 그러하고, <헤븐 노우즈 왓>에서 일리야(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던진 휴대폰이 폭죽이 되어 터지는 쇼트 편집을 예로 들 수 있다. <언컷 젬스>는 단순히 현실에 허구를 더하는 시도를 넘어선다. 사실적 요소들에 충실하고, 현실성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영화적으로 표현되는 것들은 현실과 허구를 모두 점유하는 기이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사프디 형제는 활발히 작품 활동에 전념하는 재능 넘치는 젊은(두 사람 모두 아직 삼십 대 중반이다) 영화 연출자들이기 때문에, 추후 제작될 영화들에서 <언컷 젬스>의 독특한 접근을 어떤 방식으로 변주해나갈지 기대가 많이 된다. 이들의 영화 세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언컷 젬스>에 출연한 배우들의 모습. 좌측부터 줄리아 폭스, 케빈 가넷, 아담 샌들러, 위켄드
[1] 극 중 하워드는 코미디 영화 <구혼 작전(Coming To America)>(1988)과 텔레비전 시트콤 <굿 타임스(Good Times)>(1974-1979)를 언급한다.
[2]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의 문헌을 참고하라. 오몽(J), 베르갈라(A), 마리(M), 베르네(M), 『영화미학』, 이용주 옮김, 동문선, 2003, pp.89-90.
사진 출처: IMDb
* 본 콘텐츠는 브런치 드플레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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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봄은 대만 첫사랑 로맨스 <해길랍>과 함께!
출처: 네이버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나의 소녀시대> 등 풋풋하고 몽글몽글한 첫사랑 영화의 대명사로 잘 알려진 대만 로맨스 영화가 올 봄 다시 한번 국내 극장가를 찾는다. 첫 만남의 떨림과 첫 연애의 풋풋함, 그리고 첫 이별의 아픔까지 떨어지는 벚꽃과 함께 그 때 그 시절로 우리들을 소환할 영화 <해길랍>은 가슴 뛰는 첫사랑 '탕셩'과 '완팅'이 충격적인 사고로 이별하게 되고, 몇 년 후 '탕셩' 앞에 낯선 익숙함을 가진 '류팅'이 나타나며 벌어지는 특별한 로맨스다.
<해길랍>은 특히 대만 드라마 <상견니>로 단숨에 새로운 아시아 첫사랑에 등극한 '허광한'이 주연을 맡아 1020 여성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스타성은 물론 빛나는 비주얼과 출중한 연기력까지 모두 겸비해 범아시아적 인기를 끌고 있는 그는 이번 <해길랍>으로 첫사랑만 바라보는 순정 직진남의 모습부터, 전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섹시미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의 마음을 훔칠 허광한은 일명 '첫사랑 재질'의 모습을 통해 대만 로맨스 사상 가장 완벽한 남자 주인공으로 만인의 이상형으로 등극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해길랍>은 국내 레전드 흥행 신드롬을 일으킨 <나의 소녀시대>와 <장난스런 키스>보다도 훨씬 더 폭발적인 반응으로 눈길을 끈다. 핑크빛 로맨스를 기다려온 관객들에게 '대만 로맨스의 봄 흥행 매직'을 다시 한 번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감이 앞서는 가운데, 이미 팬들 사이에서 <해길랍>은 절대 놓쳐선 안될 허광한의 최애 필모그래피로 꼽히고 있어 2020년 대한민국을 비롯해 대만,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전역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메가 히트 드라마 <상견니>의 뒤를 이을 흥행 돌풍이 예상된다.
다가오는 따사로운 봄, 누구에게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첫사랑의 기억과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다시금 불러 일으키며 우리 모두에게 잊지 못할 특별한 로맨스를 선물할 <해길랍>. 대만 영화 특유의 예쁜 색감과 감성으로 극장가에 핀 한 송이 따뜻한 봄 꽃 같은 작품이 되길 기대해 본다.
씨네랩 에디터 J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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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롤 (2016)
-줄거리를 포함한 글입니다.-
영화 <캐롤>은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우아한 시선으로 가득 채워진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시선으로, 섬세한 손짓으로, 작은 표정의 변화로 뜨거운 열애의 감정과 열애가 동반하는 열병을 묘사한다. 잘 만든 영화들은 이렇듯 말하지 않는 것으로 작품을 이야기한다. 이야기꾼의 구구절절한 이야기 대신, 영상에서 보여지는 수많은 미쟝센들로 관객 각자의 감상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영상의 힘이 느껴진다. 시각적인 요소들로 이야기를 깊이 있게 전달하는 이 영화 특유의 방식뿐만 아니라, 만듦새 또한 훌륭하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어붙이고,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의 여운과 깊이를 더하는 사운드, 그리고 촘촘하게 꿰어 흠잡을 데 없는 서사까지. <캐롤>은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멜로 영화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섬세한 시선과 작은 손짓까지 집중하여 영화가 다루는 사랑의 깊이와 여운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이야기의 매력 또한 깊고 진하다.
섬세한 시선과 작은 손짓까지 집중하여 영화가 다루는 사랑의 깊이와 여운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이야기의 매력 또한 깊고 진하다. 어린 여성 테레즈를 사랑하는 캐롤과 우아하지만 자신보다 연상의 여성 캐롤에게 빠져버린 테레즈. 언뜻 고등학생 소녀들의 철없는 이야기처럼 들리는 사랑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는 결말을 도출해낼 수 있고, 이렇듯 촘촘하게 꿰어낸 영화의 서사 속에서 건져 올린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는 영화의 가정(假定)을 통해 우리가 이를 수 있는 기품있는 삶의 모습을 ‘캐롤’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테레즈의 시선은 온전히 테레즈의 것이 분명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 역시 테레즈의 시선에서 캐롤을 홀린듯이 바라볼 수밖에 없는,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또 다른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영화 <캐롤>이다.
1. 시선과 손짓, 목소리, 그 작은 뉘앙스들까지 집중하다.
영화 <캐롤>은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하여 향수를 자극하는 한편, 캐릭터들의 말보다 시선이나 손짓과 같은 비언어적 수단들을 통해 사랑의 감각, 특히 오랜 첫사랑과 옛사랑의 감각을 자극한다. 테레즈와 캐롤의 첫만남에서 테레즈가 보여준 시선,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오로지 한명을 향한 그 묵묵한 시선과 사라진 그녀를 찾는 시선과 그녀를 찾은 후에 테레즈의 얼굴레 떠오르는 미소와 애정어린 시선은 마치 오래전 첫 사랑에게 시선을 빼았겼던 우리의 한 때를 떠올리게 만든다.
시선이나 손짓과 같은 비언어적 수단들을 통해 사랑의 감각, 특히 오랜 첫사랑과 옛사랑의 감각을 자극한다.
캐롤을 위한 선물세트를 세심하게 추천해주는 테레즈의 모습, 자신이 빠져버린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재차 상관에게 선물세트의 배송여부를 묻는 모습, 캐롤과의 약속자리에서 그녀를 계속해서 힐끗힐끗 바라보는 테레즈의 모습 등, 영화의 초반에 보여지는 테레즈의 모습에선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젊은 이의 열렬한 시선을 느낄수 있다. 그리고 그 시선은 언젠가 우리들이 가졌을 시선이기도 하다. 이렇듯, 캐롤을 쫓는 테레즈의 시선으로 쓰여진 영화 <캐롤>은 그 시선을 따라가는 것으로 관객들이 갖고 있는 오래된 첫사랑의 기억과 감각들을 자극하는 한편으로, 영화속 테레즈의 시선을 같이 하다보면 캐롤에게 반할 수밖에 없다.
2. 열정은 열병을 동반하고
2-1. 망설이는 테레즈
이렇듯 테레즈의 시선을 따라가며 캐롤과 테레즈의 사랑을 다루는 영화 <캐롤>속 캐롤을 향한 테레즈의 열렬한 마음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열기를 더해간다. 첫만남에서 캐롤에게 분명한 호감을 느낀 테레즈이지만, 테레즈는 다소 망설인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캐럴을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에게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캐럴을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에게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조금만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존재하는 리처드와, 리처드와 함께 하는 일반적인 삶을 두고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캐롤의 점심식사 제안을 망설이며 수락하는 모습이나, “여자를 사랑하기라도 하는”지 묻는 리처드의 대답에 아니라고 분명히 대답하는 모습을 통해서 테레즈가 주저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테레즈가 리처드와 캐럴에게 한 “결정하지 못했다”는 그 말은 리처드와의 결혼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의미인 동시에 캐롤을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 역시 아직 확신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2-2. 망설이는 테레즈를 이끄는 캐롤
반면, 캐롤은 테레즈를 거침없이 이끈다. 점심 약속을 사양하려는 테레즈의 말을 자르고 약속을 잡는 캐롤, 자신의 집으로 테레즈를 초대하고, 테레즈가 촬영한 사진들을 보여달라고 요청하고, 혼자 떠나는 여행에 테레즈를 데려가는 캐롤. 테레즈가 망설일 때마다 캐롤은 테레즈를 자신에게로 이끈다.
테레즈가 망설일 때마다 캐롤은 테레즈를 자신에게로 이끈다.
자신을 끊임없이 이끌어가는 캐롤을 따라가는 테레즈는 어느덧 긴장한 표정과 머뭇거리는 태도를 버리고 편안한 표정과 그윽한 시선으로 캐롤을 바라본다. 캐롤이 내민 손을 잡고, 이젠 캐롤의 세계에 흠뻑 빠진 테레즈는 더이상 망설이지 않는다.
2-3. 열정은 열병을 동반한채로
문제는 언제나 예기치 못한 곳에서 터진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루어질수록 위험해지는 기이한 관계다. 이 관계의 가장 큰 문제는 캐롤이 테레즈를 사랑하는 것으로 자신의 딸 린디의 양육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데에 있다. 남편과의 이별은 캐롤에게 큰 문제는 아니다. 다만, 딸과의 이별은 캐롤에게 너무 큰 문제다. 이혼 소송중인 캐롤은 소송중에 테레즈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이를 알아챈 캐롤의 남편인 하지의 변호인들은 캐롤의 동성애적 성향과 외도를 지적하며 캐롤에게서 양육권을 박탈하고, 접근 금지 명령을 요구한다. 캐롤은 딸의 양육권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한 통의 편지를 남겨 놓고 테레즈를 떠난다.
캐롤은 딸의 양육권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한 통의 편지를 남겨 놓고 테레즈를 떠난다.
-내 사랑에게.
세상에 우연은 없어요. 그리고 언젠가 하지도 알게 될 일이었어요. 모든 건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이에요. 차라리 일찍 이렇게 된 걸 감사히 생각해요. 이렇게 말하는 날 모질다 하겠지만, 당신을 납득시킬 말이 없어요. 내가 당신에게 당신은 젊기 때문에 해결책과 해명에 매달리는 거라 말하더라도 화내지 말아요. 언젠가 내 마음을 이해하게 될 거에요. 그날이 오면, 그곳에서 당신을 반겨줄게요. 영원한 일출처럼 우리 앞에 펼쳐진 삶을. 하지만, 그때까진 만나지 않기로 해요. 나는 해야 할 일들이 많아요. 당신은 나보다 더 많겠죠. 당신의 행복을 위해선 뭐든지 할 수 있어요. 해줄수 있는 게 이것 뿐이에요. 당신을 ‘놓아’줄게요.
3. 품위있는 삶을 위하여.
캐롤은 테레즈를 떠나보내고, 한동안 홀로 시간을 보내고 양육권 분쟁의 자리에 선다. 법정싸움은 진흙탕 싸움이다. 상대방의 변호인은 캐롤의 외도와 동성애적 기질을 문제삼아 양육권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캐롤의 변호인은 외도의 증거가 불법촬영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그간의 결혼 생활에서 남편 하지의 행실이 이혼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적정선을 모르고 서로를 끌어내리는 말들 속에서 캐롤은 모든 말들을 멈추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C : “우린 서로에게 린디를 줬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왜 서로에게 못 뺏어 안달을 해야 돼? 테레즈와의 일은...내가 원했던 거야.”
C : “난 순교자도 아니고, 날 위한 최선이 뭔지도 모르지만... 내 딸을 위한 최선이 뭔지는 본능적으로 알아. 하지만, 방문권은 얻어야겠어.”
C : “날 부정하면서 살아간다면... 린디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
캐롤은 양육권 분쟁에서 한 발 물러선다. 그것은 단순히 린디보다 테레즈를 사랑하는 이유가 아니라, 테레즈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어떤 이유에서든 숨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캐롤은 테레즈와의 만남이 신경쇠약으로 인한 외도가 아닌, 진실한 사랑의 감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증명하고 싶은 것이며, 그 증명을 통하여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고자 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캐롤이 얻는 것은 ‘자존’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것. 세상이 신경쇠약이라고 함부로 단정짓지 않도록 자신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하는 것. 그리고, 이 자존을 지켜내는 과정,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또 다른 존엄한 사랑의 방식임을 깨닫는다.
한편, 캐롤이 떠나고 백화점 종업원이었던 테레즈는 뉴욕타임즈에 취직했다. 캐롤의 말처럼, 테레즈는 안정적인 자리를 되찾은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지금 테레즈의 이 자리가 바로 캐롤이 말한 ‘제 자리’일지도 모른다. 캐롤은 테레즈의 소식을 듣고 그녀에게 저녁 약속을 제안한다. 저녁 약속자리에서 만난 캐롤과 테레즈. 캐롤은 테레즈에게 잠시후에 있을 저녁 식사에 와줄 수 있겠냐고 묻는데, 테레즈의 동료 잭이 나타나서 테레즈에게 또 다른 저녁 약속을 제안한다. 캐롤은 이전과는 다르게 테레즈의 마음을 존중하며, 테레즈와의 관계에서도 한 발 물러선다. 캐롤은 이제 사랑하는 이들을 소유하는 것, 린디의 양육권을 얻는 일이나 테레즈를 자신의 곁에 두고자 하는 마음을 접어놓는다. 캐롤은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사랑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도 사랑이 가능함을 알게 된다. 캐롤은 여지껏 이 영화에서 보여진 남성들의 ‘갖는 것’으로 얻게 되는 사랑의 방식에서 벗어나 그저 주는 것으로 테레즈와 린디를 사랑하고자 한다.
캐롤은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사랑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도 사랑이 가능함을 알게 된다.
4. 먼 길을 돌고 돌아, 나의 자리는 당신의 곁임을.
캐롤이 자신을 사랑하고자 하는 그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테레즈는 잭의 제안을 수락하고 필의 파티에 참석한다. 그곳에는 테레즈와 같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술과 음악, 춤을 추며 젊음을 누리고 있다. 캐롤의 말처럼 그곳은 이제야 활짝 핀 꽃과 같은 젊음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테레즈에게 ‘제 자리’란 바로 그 곳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테레즈의 귀에 이들의 목소리는 소음처럼 들리며 스쳐지나갈 뿐이다. 파티에서 테레즈가 목격한 것은 그곳이 자신의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뿐이다. 한때 자신이 전부라고 말했던 리처드는 이제 다른 여자와 춤을 추고 있고, 테레즈에게 키스를 하려고 했던 대니는 다른 여자를 품에 둔 채 여전히 영화를 보며, 대사들을 필사하고 있다. 테레즈는 이 파티에서 자신의 '자리'가 그곳에는 없음을 확인하고, 캐롤에게 돌아간다.
5. 뜨겁던 열기는 다소간 식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잔열(殘熱).
두 사람은 첫 만남 때처럼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거리를 둔 채로 재회한다. 다만, 첫 만남과는 달리 먼 곳에 있는 캐롤을 응시하는 테레즈의 표정은 좀처럼 읽을 수 없다. 표정의 미세한 변화가 있 는듯 하지만, 너무도 미세해서 그것이 어떤 감정을 담은 미세한 떨림인지 추측하기 어렵다. 반면, 테레즈의 시선이 닿는 곳에 있는 캐롤은 테레즈를 발견하고는 천천히 여유롭고 분명한 미소를 짓는다. 첫만남에서 테레즈가 캐롤에게 미소로 응대한 것과 반대로, 마지막 만남에선 캐롤이 테레즈를 미소로 맞이한다. 그리고 테레즈의 미소가 열정이 녹아있는 열띤 미소였던 것과 달리, 캐롤의 미소는 열병을 다 앓고 난 후 지을법한 여유로운 미소로 읽힌다.
자신을 찾아온 테레즈를 보고 짓는 캐롤의 따뜻한 미소를 통해 사랑의 잔열(殘熱)이라고 부를만한 것은 여전히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테레즈의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이유로 그 후의 이야기를 추측하기 어렵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두 사람의 뜨겁던 열정도 지나갔고, 그 열정이 가져온 열병도 지나갔다는 점이다. 즉 이제는 뜨거웠던 처음의 열기는 찾을 수 없을테지만, 엔딩씬에서 캐롤을 끈덕지게 좇는 테레즈의 시선과 그녀를 찾아 황급히 가는 그 발걸음, 자신을 찾아온 테레즈를 보고 짓는 캐롤의 따뜻한 미소를 통해 사랑의 잔열(殘熱)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여전히, 그리고 충분히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의 삶과 사랑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도 이런 따뜻한 잔열들이 이어지면서 계속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두 사람의 미래가 다시 이전처럼 뜨거운 온기를 되찾지는 못하더라도, 따뜻한 잔열들로 그 관계가 계속되리라는 기대감과 깊은 여운을 남기는 멜로 영화 <캐롤>이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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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 형사와 함께 펑펑 터져볼래?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범죄도시 2>가 개봉했다! 1편이 거의 나의 취향저격이었기 때문에 2편이 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목 빠지게 기대하고 있었다. 이 시리즈 1편이 처음 개봉할 때는 영화를 지금같이 딥(?)하게 파지 않았다. 그냥 적당히 알던 정도였다. 근데 분명하게 알던 건 마동석 배우 특유의 캐릭터였다. 2015년에 <부산행>과 2016년 <베테랑>이 개봉했다. 여기서 나왔던 마동석 배우는 모두들 알다시피 싸움 잘하는 아저씨였다. 근데 싸움만 잘하냐? 아니다. 그 마초스러운 이미지에 귀여운 애교까지 장착하기 시작했다. 외적으로는 이랬고 또 배우의 본업 내적으로도 성과가 좋았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부터 <부당거래>까지 든든한 조연으로 필모그래피를 하나, 둘 씩 쌓아놓고 있던 터라 그가 잘 되는 건 그냥 시간문제였다. 아무튼, 이 영화 <범죄도시>는 이 배우의 유명세에 기름을 부은 작품이 됐다. 나 역시 마동석표 액션이 재미있다. 이런 사람들의 기대치에 힘입어 이 작품은 대박이 났다. 이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나 하얼빈의 장첸이야!!!!'나 '어 싱글이야'같은 유행어들이 우리나라를 강타했다는 건 아마 모두들 기억하실 것 같다. 나도 영화가 한참 유행할 때 보진 않았음에도 그런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나중에서야 이 영화를 보게 된 나. 요즘에서야 책도 어느 정도 읽었고 영화도 보고 있지만 내가 나의 취향을 어림잡을 수 없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내가 한국 액션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아저씨>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최애까진 아니더라도 '마음에 든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나이기 때문에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시리즈의 후속작을 엄~청 기다렸고, 정식 개봉일인 19일보다 며칠 일찍 극장에 가게 되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K-슈퍼히어로였다! 2008년의 대한민국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그 일이 있고 4년 후
장첸과의 한바탕이 있었던 4년 후. 금천구 강력반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경찰 업무를 하고 있다. 그렇게 공을 세웠는데도 뭔가 처우가 개선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이 금천구에 사건이 일어났다. 정신병동을 탈출한 남자가 여대생 하나와 가게 주인을 데리고 인질극을 벌이고 있었다. 홍석과 상훈, 동균은 상황에 어쩔 줄 모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석도의 행방을 찾는 금천구 강력반.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쿵쿵 걸으며 마석도가 등장했다. 흉기를 휘두르는 남자를 손쉽게 기절시킨다. 그런데 기절시키다 못해 일이 벌어졌다. 남자가 주먹 한방 맞고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은 것이다.
전일만은 금천구 강력반의 반장이다. 상관에게 불려 가서 와장창 깨졌다. 윗동네 어르신들에게 들었던 업무 지시사항을 마석도에게 전하게 된다. 그 지사사항은 '베트남에 가서 범죄자 하나를 인도해와라'였다. 듣자 하니 무슨 자수를 했다고 한다. 오케이. 그럼 휴가 쓰는 셈 치고 가지 뭐. 전일 만과 마석도는 더듬더듬 영어실력과 함께 베트남 비행기에 탑승한다. 어렵지 않게 베트남 영사관 쪽 담당자와 연결하고, 그 자수했다던 놈을 심문하기 시작하는 둘. 둘은 베트남에서도 진실의 방을 만들며 하나하나씩 정보를 얻기 시작한다. 뭔 베트남에서 베트남에서의 연쇄살인사건과 강해상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기 시작한다. 장첸과는 다른 부분으로 악랄한 강해상. 이 강해상은 극악무도한 범죄수법으로 사람들을 위협하기 시작하는데,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나쁜 놈을 때려잡는 마석도의 이야기가 영화의 내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익숙한데 익숙해서 웃겨
5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의 신작이다! 그 이유인지 전작에 대한 오마주가 몇 개 보인다. 초반부 마석도가 등장하고 칼을 휘두르는 남자를 제압하는 장면의 구도만 봐도 1편를 차용한 느낌이 난다. 또 예고편에서 나왔던 장이수 캐릭터 활용법도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이다. 또 정인기 배우의 지역 경찰 계급 서장 캐릭터나 휘발유가 다시 등장하는 부분도 전 편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팬서비스 차원에서 만족할만하다. 엔딩부도 왠지 익숙한 느낌이 날 것 같다.
근데 이런 전편에 대한 오마주가 단순히 캐스팅에서 짠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사실 어찌 보면 뻔하다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알고 봐도 웃기다. 예고편에도 나오지 않나? "넌 뭐야?" "까불인데요" "까불고 있어"식의 말장난이 극에서 자주 나온다. 이런 유머 방식은 1편에서 많이 쓰였다. "혼자 왔니?" "어 싱글이야"가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겠지? 이런 유머 포인트가 1절 만하고 딱 끝나는 선이 아니라면 좀 식상해지기 쉽다. 그냥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같은 패턴의 유머를 반복해서 하는 사람을 보면 딱 느껴지지 않나. 진짜 재미없어서 말도 걸기 싫어진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다르다. 뭐 말장난식 유머만 재밌는 게 아니다. 초반부 반장의 존재 유무도 재미있다. 또 반장이 서툰 영어를 구사하는데, 이거 2007년에 <무한도전>에서도 봤던 유머인데도 웃긴다. 뻔뻔하게 재미있는 영화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했다는 뜻이 될 것이다.
근데 또 막상 웃기기만 한건 아냐
이 영화가 단순히 웃기고 재밌고 이런 것에서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다른 강점 중 하나는 촬영이다. 이 영화의 가장 첫 번째 장면에서 영화는 베트남의 풍광을 묘사한다. 베트남에서의 이야기와 한국에서의 이야기는 무게감이 살짝 다른데, 어쩌면 난잡해질 수도 있는 영화의 톤을 나름의 영상미로 풀어내는 것이 인상 깊었다. 해외 로케이션을 경제적으로 활용한 셈이다. 타지의 모습과 범죄의 잔혹성이 매치가 잘 되니 연출의 승리였다. 그냥 자연스러운 풍광만 예쁜 것이 아니다. 베트남의 한 경찰서, 협소한 아파트, 봉고차 안, 식당까지 그냥 단순히 인물이 거기에 있어서가 아닌 소재를 활용하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런 적절한 촬영은 베트남에서만 적용되는 부분이 아니다. 가령 중후반부의 마석도 혼자 걸어가는 장면, 최후 반부의 특정 신은 감독이 이 장면에는 '관객이 이런 걸 느껴야 해!'를 생각했다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아. 촬영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롱테이크 신이 있다. 이 부분은 그냥 직접 보시라. 아마 올해의 베스트 신 TOP 3 안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당연히 액션이다. 액션 연출이 좋았다. 초반부 마석도가 흉기를 든 남자를 제압하는 장면이 있다. 이때 마석도기 주먹으로 때리는 장면을 보면 무슨 돌로 사람을 머리 찍는 소리가 난다. 난 이걸 처음 들을 때 솔직히 작위적이라고 생각한다. 뭐 내가 적응을 해서인지 이 사운드에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가 전개될수록 맞은 인물들의 리액션이 나오는데, 이거랑 잘 맞는다. (이거 외엔 할 말이 없다. 극 중에서 마석도가 성장하는 느낌까지 들 정도다;;) 퍽 퍽 때리는데 역시 뛰어난 연출이 극의 생동감을 부여한 사례가 될 것이다. 이 사운드 연출이 아니더라도 맨몸 액션 자체가 확실히 보는 재미가 있었다. 초반부를 지나 한 30분쯤 됐을 때 마석도의 액션신이 나오는데, 뭐 사람 하나몇 대 연속해서 때리지 않아도 이 사람이 얼마나 센지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또 맨몸으로 두들겨 패기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장소마다 지형지물을 잘 활용하는 모습까지 있으니 몰입에 도움이 된다. <이터널스>의 길가메시보다 인물 연출이 뛰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또 마석도 캐릭터만 액션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강해상 캐릭터의 액션 연출도 탁월했다. 강해상 (일당)은 민첩성이 좋다. 이 인물은 갑자기 튀어나와서 사람을 습격하는 방식의 캐릭터다. 앞에서 썼던 소리 연출이 여기서도 빛을 발했다. 조용하다가 쉭쉭 나타나서 공격하는데 그냥 간단하게 인물 액션만 보여주고서는 이런 디테일을 살릴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인물 설정을 십분 발휘했던 액션신도 기억에 남는다. 이 <범죄도시> 시리즈의 주요 재미 포인트는 무서운 빌런이 한몫할 텐데, 장첸과는 다른 연기 역시 보는 맛이 있었다. 주인공과 악역 액션 설정만 좋았냐? 아니다. 예고에서도 나왔던 장이수의 카체이싱, 다른 경찰 캐릭터들의 액션까지 전작 1편에서 너무 마석도에게 집중되는듯한 분량을 인물의 적절한 활용을 통해 관객에게 재미를 주는 방식을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역시 이상용 감독이 인물에 대한 사려 깊은 고민을 한 흔적이 난다.
사실 손석구 배우 작품 처음 봅니다
요즘 <나의 해방 일지>인가? 손석구 배우의 인기가 엄청나다고 들었다. 드라마는 사실 손이 잘 안 가는 나. 그의 활약상을 잘 보지 못했다. 목소리도 아예 처음 들은 수준이었다. 그리고 좀 놀랐다. 이 배우가 엄청나게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 물론 지금도 충분히 잘 나가고 있는 배우지만 이 사람은 <베테랑>의 유아인처럼 여기서 폭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장첸은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는 빌런이었다. 뭐 강해상 역시 감정을 참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뭔가 절제하고 여유 있는 살인마였다. 이때의 강해상이 입에 품고 있는 미소 + 왠지 모를 자신감 + 꼼꼼한 성격까지 다방면의 특성을 가진 인물을 소화해냈다. 전작에서 윤계상-김성규-진선규 세 배우의 뛰어난 연기가 임팩트가 커서 아마 이 셋의 악역을 지울 수 있을까 싶은 분도 있을 텐데, 아마 이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셋의 존재감을 캐릭터 설정과 좋은 연기로 잘 틀어막았다.
통통 튀는 조연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조연들이다. 물론 마동석의 마석도, 손석구의 강해상의 카리스마는 탁월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이 둘이 빛나기 위해 조연들이 배경을 깔아주다시피 했다. 인물들은 각각의 개성을 보여주며 이야기에서 적지 않은 위치를 차지하는데, 감독의 인물 설정을 알맞게 소화한 배우들의 연기가 빛났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자면, 전작 1편에서 장이수 캐릭터가 살짝 허무했다고 생각한다. 흑룡파 3인방이 돋보여야 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개성을 줄였다고 하면 사실할 말은 없다. 물론 극에서 장첸에게 한방 먹이기에는 성공하지만 이것 말고는 좀 끌려다니는 느낌이 강했다. 가리봉동의 대표 조폭 아니었나? 장첸의 카리스마에 찍소리도 못하는 게 사실 좀 아쉽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장이수가 2편에서는 단순히 유머 소재로만 쓰이지 않는다. 이 인물이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쌓아놨던 성격과 서사가 극에서 경제적으로 잘 쓰인다. 이런 인물 설정은 다른 조연들에게도 적용된다. 전일만-오동균은 전편이나 지금이나 마석도의 응원단장 같은 느낌이다. 사실 당연할지도 모른다. 장첸이나 강해상이나 싸움 자체는 잘한다. 그래서 이 둘과 전면전을 붙으면 영화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각각의 특정 시점을 지나가면서 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앞에서도 언급했듯 홍석-상훈 둘에게 액션신을 준 것도 이 둘이 그냥 나이가 비교적 어리고 무력이 약하다고 해서 소모적으로 쓰이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둘은 다른 부분에서도 주체적으로 활약한다. 그리고 한 특정 인물에 대해 쓸 수는 없지만, 이 시리즈에서 기대할 수 없었던 입체적인 인물이 등장했다. 후반부는 거의 이 인물 덕에 극이 전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리즈에서 생각할 수 없었던 캐릭터를 보고 싶다면 이 영화가 좋을 것이다.
그냥 재밌는데 어떡해
사실 길게 이 영화의 장점을 쓰지 않아도 된다. 이 영화는 그냥 재미있다. 한 줄 요약. 잘 만든 영화다. 코로나19 여파로 우리나라 기대작들이 개봉이 많이 밀렸다. 이제 6월이 되고 나서야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하나, 둘씩 잡히기 시작했다. 이 영화는 이 레이스의 좋은 스타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친구들이랑 삼삼오오 놀러 가서 봄 극장 나들이 하기 딱 좋은, 그런 잘 만든 킬링타임 영화다. 부럽다! 안 본 사람이 있어서! 이 시리즈의 3,4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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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아가는 총탄과 폭탄으로 개연성을 무마한 영화 《베를린》
하정우와 전지현의 투닥거리는 연기를 좋아하는데 영화 《베를린》을 보지 않아서 이번 기회에 봐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사실 처음 볼 때부터 그렇게 기대를 하진 않았다. 그저 멋지고 예쁜 배우들의 연기를 그저 감상하면 되는 영화였으니 말이다.
영화 《베를린》 시놉시스
거대한 국제적 음모가 숨겨진 운명의 도시 베를린.
그 곳에 상주하는 국정원 요원 정진수는 불법무기거래장소를 감찰하던 중 국적불명, 지문마저 감지되지 않는 일명 ‘고스트’ 비밀요원 표종성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뒤를 쫓던 정진수는 그 배후에 숨겨진 엄청난 국제적 음모를 알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빠진다.한편 표종성을 제거하고 베를린을 장악하기 위해 파견된 동명수는 그의 아내 연정희를 반역자로 몰아가며 이를 빌미로 숨통을 조이고, 표종성의 모든 것에 위협을 가한다. 표종성은 동명수의 협박 속에서 연정희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서 그녀를 미행하게 되지만, 예상치 못한 아내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베를린》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액션은 정말 멋있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글을 쓰자면 액션신은 정말 멋있었다. 화려한 멋으로 치장된 액션이라기 보다는 정말 저 상대방을 빠른 시간 안에 죽이겠다는 최적화된 동선으로 액션합이 맞춰져 있어서 굉장히 멋있게 다가왔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 2가지가 있는데 하정우가 끌려가는 전지현을 구하기 위해 승합차에 매달렸을 때, 두 사람의 감정이 애틋한 상태에서 구해보겠다고 애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전지현이 총상을 입어서 도망갈 수 없게 되자 쫓아오는 류승범을 없애버리는게 낫다고 판단한 하정우가 성치 않은 몸으로 들판에서 싸우는데 그 장면 역시 멋있었다. 약간 서부영화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근데 언제부터 애틋했더라?
정말 궁금한 점은 하정우와 전지현, 언제부터 영화 속에서 이렇게 애틋했을까? 하정우와 전지현은 극 중에서 결혼한 사이라고 해도 그렇게 알콜달콩 서로가 죽지 못해 안달난 사이는 아닌 것처럼 보였다. 내 기준 둘이 정략결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하정우를 처리하러 온 공작원들을 피해 둘이 도망가는 과정에서 뭐,,, 전우애??? 사선에서 같이 살아남아야한다는 그런 동지애가 발동한 것일까? 아니면 아기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 아이를 지키기 위해 갑자기 솟아난 부성애와 모성애 때문일까?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를 의심하고 믿지 못했는데 갑자기 서로만을 믿기 시작하고, 죽을거 뻔히 알면서 구하러 가고, 전지현이 죽자 처절하게 울고, 당황스러운 전개였다.
한석규는 어쩌다 동료가 되었나
또 하나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남한의 한석규는 언제부터 하정우를 그렇게 챙겼나?다. 내가 영화를 대충 본 것일까? 아니 분명히 첫 장면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고 심지어 방아쇠까지 당겼던 사이인데, 하정우가 전지현 구하러 가겠다고 하니까 뒤에서 엄호를 해주질 ksg나 둘이 도망가는 거 류승범이 못쫓아오도록 총알까지 박혀가며 도와주질 않나, 그리고 총상을 입은 전지현을 마지막까지 간호한 것은 한석규였다.
그래서 약간 개연성 무엇? 영화 다시보기를 해야되나? 근데 그렇게까지 다시 보고 싶지는 않은데?? 이런 감정이 든 채 영화는 마무리되고 말았다. 전반적으로 베를린은 액션이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보니 개연성에는 크게 중점을 안 둔 것 같아서 아쉬웠다.
개연성이 아쉬웠던 영화 《베를린》. 하지만 그 아쉬움이 느껴질 때마다 폭탄 펑~ 총알 피슉!! 날아가서 보는 데에는 재밌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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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을 때까지 '장난'을 멈추지 않은 남자의 일대기
7★/10★
영화 제목 이야기부터 해보자. 헤더 로즈의 인상적인 소설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의 주인공이기도 한 저명한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에서 감독에게 제목을 즉흥적 투표로 정해보자고 제안한다. 그를 포함한 몇몇 사람이 제목을 적어 내고, 그중 투표로 뽑힌 걸 이 영화의 제목으로 하자는 것이다. 생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까지 “죽기 전에 해볼 장난이 몇 개 더 있어요”라고 말한 백남준의 일대기와 예술관에 부합하는 제목 정하기 방식이다. 그러나 백남준의 ‘장난’이 그러했듯, 이 제목은 그저 말장난에 그치지 않는다. 이 제목에는 영화가 재현하는 백남준 예술의 핵심이 응축되어 있기도 하다.
1932년에 태어난 백남준은 당시 손꼽히는 재력가 집안에서 자라며 예술적 지향의 기틀을 다졌다. 그 퍽퍽했던 시절에 아놀드 쇤베르크의 전위적 음악을 들으며 감명받았다는 데서 알 수 있듯, 백남준의 예술은 그가 평생 미워하고 거부했으나 영원히 단절할 수는 없었던, 예술을 하찮게 여긴 아버지의 영향하에서 그 싹을 틔웠다. 한국 전쟁 후에는 일본에서 공부하고 독일로 건너갔다. 그리고 1958년, 존 케이지의 공연을 보고는 “새로 태어났다”. 음악에 동양적‧우연적 요소를 적극 들여와 클래식 전통을 파괴해 극과 극의 평가를 받은 존 케이지의 음악은, 아시아인 예술가를 상상하지 못했던 당시 유럽 예술계를 마주한 백남준에게 어떻게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기막힌 응답이 되어주었을 터이다. 피아노를 도끼로 부수고, 객석에 앉은 존 케이지의 넥타이를 자르고, 바이올린에 줄을 단 채 반려견인 양 끌고 다니는 백남준은 존 케이지에게서 “자유로워질 용기와 파괴할 용기”를 얻었다.
이후 모든 예술적 권위에 반대하는 예술 운동인 플럭서스에 참여한 백남준은 TV가 도래할 시대의 핵심 매체가 될 것을 예감했다. 훗날 그를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이자 아버지’로 만들어줄 절묘한 통찰이었다. 그에게 TV는 독재적 매체였다. 사람들은 TV에서 송출되는 화면에 수동적으로 응답할 수밖에 없다(물론 문화연구에 따르면 시청자는 TV의 수동적 대상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TV는 인간이 일방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달과 같다. 즉, 달은 가장 오래된 TV다. 이에 백남준은 TV를 헤집고 기괴하게 비트는 등 TV의 일방향적 매체성을 뒤집을 예술적 방법론을 지속적으로 고안했다. TV 방송의 중심지였던 뉴욕으로 거처를 옮긴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그리고 비디오가 나왔다. 비디오는 TV와 다르다. 수많은 사회 운동가가 TV 방송에서 다루지 않는 현실을 비디오로 촬영해 알릴 수 있었던 것은 비디오가 TV보다 민주적인 매체였기 때문이다. 예술가는 자신만의 방송국을 소유해 주류가 하지 않는 걸 해야 한다는 백남준의 예술관은 비디오 시대, 나아가 지금의 1인 방송 시대를 한참을 앞서 선취했다.
백남준의 예술은 소재와 방법론 등에서 기존 위계의 맨 밑바닥에 있었다. 당시는 회화, 조각에 밀려 사진조차 예술로 대접받지 못하던 때였기에, TV와 비디오를 예술로 들여온 백남준의 시도는 파격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평단의 냉대도 자주 받았다. 그의 ‘재능 없음’에 대한 몇몇 평론가의 비판이 이어졌다. 하지만 백남준은 시대를 선취한 모든 예술가의 숙명과도 같은 냉대, 경멸, 저평가를 이겨내고 마침내 점차 널리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의 영향력과 예술적 영향력의 극치는 뉴욕과 파리 등에서 다원 생중계된 이른바 ‘인공위성 예술’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지 오웰의 《1984》에서 영감을 받은 이 방송은 전 세계에서 수천만 명이 시청했고, 한국에서는 새벽에 방영되었음에도 수백만 명이 봤다고 한다. 쇤베르크에서 시작해, 존 케이지를 경유하고, 끝내 그의 시대를 지배한 매체에 대한 통찰로 나아간 백남준은 언제나 예술적 전위, 즉 아방가르드이기를 멈추지 않았다.
흥미로운 건 시대를 겨냥한 그토록 적확한 장난을 평생 멈추지 않은 백남준이 그의 ‘조국’에서 받아들여지는 방식이다. 한국을 떠난 그가 국제적 명성에 힘입어 다시 고국을 방문한 1984년은 군부 독재의 통치기였다. 백남준이 예술에서 민주주의를 주창했을 뿐 아니라 특권층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반감에서 기인한 좌파적 성향을 갖고 있었음을 고려했을 때, 그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 동료들에게 얼마간 연락이 없으면 조치를 취해달라 부탁한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한국은 그를 성대히 환영해 ‘국격 상승’을 전시하는 방식으로 활용했다. 이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다룬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의 작품을 역설적으로 그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책임을 갖는 국가가 나서서 칭송하는 오늘까지도 이어지는 현상이다. 자기 예술에 담긴 반권위주의적, 민주적 요구를 국가가 그저 근사한 트로피로 포장해 전시했을 때 백남준(그리고 그의 후예들)이 어떤 심정이었을지 궁금하다.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환대받는다는 느낌이 평생 고약한 장난에 몰두한 백남준의 예술가 정체성을 완전히 잠식하지는 못했을 테니까.
더불어 플럭서스의 일원이었던 백남준의 아내 구로다 시게코와의 관계 측면에서, 그의 예술가적 남성성이 어떤 토대에 발 디디고 있을지도 궁금했다. ‘괴짜’, ‘천재’, ‘선구자’들은 거의 언제나 남성의 얼굴을 한다. 같은 재능과 예술 행보를 보인 여성 예술가가 종종 ‘미친년’ 소리 듣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백남준의 혜안과 탁월함에 감탄하면서도, 평생 아이 같은 해맑음으로 그저 예술가일 수 있었던 그의 예술적 토대와 그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예술계의 젠더 배치가 내내 궁금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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