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6-09 02:55:26
추리물 영화 모음.zip
<나이브스 아웃> <인비저블 게스트> <비뚤어진 집>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혹시 추리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 계신가요?!
영화를 보면서 추리 게임도 동시에 할 수 있는 추리물 영화!
영화에 몰입하여 범인이 누군지 예상하고,
맞췄을 때는 희열감을 느끼고 못 맞췄을 때는 경탄하는 매력이 있는 장르죠.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추리물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용의자 X의 헌신
Devotion of suspect X, 2008
ⓒ 네이버 영화
synopsis
어느 날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남자의 시신이 발견된다. 사망자가 판명되자 전처인 야스코가 용의자로 지목되고,
그녀의 치밀한 알리바이에 형사 우츠미는 물리학자 유카와 교수에게 도움을 청한다.
cine pick!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370만 관객을 동원했다.
탄탄한 스토리와 긴장감 넘치는 영화!
셔터 아일랜드
Shutter Island, 2010
ⓒ 네이버 영화
synopsis
탈출이 불가능한 섬 셔터 아일랜드의 정신병원에서 환자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연방 보안관 테디는 동료 척과 섬으로 향하지만 수사에 진전이 없고, 게다가 폭풍까지 불어닥쳐 두 사람은 섬에 갇히고 만다.
cine pick!
수많은 복선과 함께 촘촘한 구성과 디테일이 돋보이며
독특한 미장센과 긴장감 가득한 OST가 영화의 매력을 한층 배가시켰다.
인비저블 게스트
The Invisible Guest, 2016
ⓒ 네이버 영화
synopsis
호텔 방에서 눈을 뜬 남자 옆에는 연인이 싸늘하게 식어 있었고,
범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단, 3시간 안에 사건을 재구성해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cine pick!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치고 볼 수 없는 영화!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보여줄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2017
ⓒ 네이버 영화
synopsis
폭설로 열차가 멈춰선 밤, 승객 한 명이 잔인하게 살해 당한다.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진 13명의 용의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추리를 시작한다.
cine pick!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화려한 출연진과 화려한 미술이 돋보이며, 일반 추리물 영화와 달리 철학적인 부분이
조금 더 돋보이는 영화이다.
비뚤어진 집
Crooked House, 2017
ⓒ 네이버 영화
synopsis
대부호 애리스티드 레오니디스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손녀 소피아는 탐정 찰스에게 사건을 의뢰하였고,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서 살인 동기를 발견한 찰스.
그리고 곧 저택에서 두 번째 살인이 일어난다.
cine pick!
디테일한 미장센과 영화에 대한 몰입감을 높였으며
12명의 명품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서치
Searching, 2018
ⓒ 네이버 영화
synopsis
딸 마고에게 걸려온 부재중 전화 3통. 아빠 데이빗은 그 후 연락이 닿지 않는 마고가 실종 됐음을 알게된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지만 단서는 나오지 않던 중, 데이빗은 마고의 노트북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다.
cine pick!
촬영은 13일, 편집은 2년이 걸린 영화 <서치>.
컴퓨터 화면으로만 진행되는 독특한 진행 방식으로 새로운 추적 스릴러 영화를 탄생시켰다.
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 2019
ⓒ 네이버 영화
synopsis
세계적인 미스터리 소설 작가 할런이 85세 생일날 숨진 채 발견된다.
그의 죽음에 탐정 블랑은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 파견되고,
할런의 가족들 모두가 용의선상에 오른다.
cine pick!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9%를 달성하였고,
제작비의 7배 이상인 3억 달러를 넘기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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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창적인 전개와 충격적인 결말 / 스릴러에서 호러로 / 매혹과 고어의 경계 / 서브스턴스 / 데미 무어의 연기력 / 마가렛 퀄리의 매력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서브스턴스"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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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분노의 질주> 4D 공식 예고편
영원히 기억될 질주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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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로스트 도터> 1차 예고편
그리스로 혼자 휴가를 떠난 대학 교수 레다는
딸을 가진 젊은 여자 니나를 보고 단번에 시선을 빼앗긴다.
매일 같은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응시하던 두 사람,
갑자기 니나의 딸이 사라지고 레다는 옛 기억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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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과정보다 결과로 말하는 걸까
지난 3월 - 화창하지만 약속 없는 토요일에, 모처럼 일찍 눈이 떠졌다. 당당히 나와 놀아주는 날을 오랜만에 시전 했다. 평온한 요가 타임을 거쳐, 점심은 먹는 둥 마는 둥 서점으로 갔다가 내 아지트인 한글 책 서점이 공간 재정비 중임을 깨닫고 근처의 영화관으로 향했다. 보고 싶었던 영화는 에드리언 브로디 배우 주연의 '브루탈리스트 : The Brutalist'. 아카데미 시즌이기도 해서 봤던 콘클라베 (Conclave : 나는 '브루탈리스트'를 보기 전에는 콘클라베의 랄프 파인즈가 남우 주연상을 수상할 것으로 예측했다!)를 어쩌다 보니 두 번이나 봤고, 데미 무어의 화제작 서브스탄스(Substance)도 출장 중에 비행기 안에서 봤던 터라 시간도 맞고 볼 만한 영화가 없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도 송구한 러닝 타임의 (총 3시간 35분, 인터미션이 15분 정도 포함되어 있고 이 마저도 영화의 일부다) 긴 장편 영화를 선택했다.
나는 이 영화의 제목이 건축 사조를 일컫는 말인지 전혀 몰랐다. 그저 남자 주연배우가 연기했던 2003년작 영화 '피아니스트'를 너무 좋아해서, 비슷한 전쟁 배경에 그가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보고 싶었다. 위키피디아에는 이 영화를 다음 단락의 인용문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브루탈리즘이라는 건축 사조는 흔히들 잘 아는 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사용하는 빛, 물, 콘크리트 등을 전반에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그가 만든 북해도의 교회는 못 가봤지만, 최근 서울 마곡나루에 생긴 LG 아트센터는 가 봤다. 지하철에서 센터로 연결되는 동굴 같은 구조를 그가 설계한 것이라고 하던데, 새로운 세계로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 영화의 시작도 그러하다. 헝가리에서 취조를 받는 그의 조카 조피아와 상반되게, 유대인 건축가 라즐로 (에드리언 브로디 분)는 미국 망명에 성공하며 카메라는 자유의 여신상을 거꾸로 보여준다. 거꾸로..?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계 헝가리인 건축가가 미국으로 건너와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을 만들고자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제목의 브루탈리스트는 건축 사조 브루탈리즘을 따르는 주인공을 의미한다."
라즐로는 망명 뒤, 미국 정부에서 제공해 주는 사창가를 거쳐 (여기서 영화가 21세 미만 관람 불가인 점과, 성이라는 것이 어떻게 영화 전반에 걸쳐 인간의 영혼에 각인한 상처를 표현하는 도구로 쓰이는가를 말하고자 하는 복선과도 같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사촌인 아틸라가 정착한 필라델피아로 향한다. 그리고 아틸라부부가 운영하는 가구점 쇼케이스 뒤편에 위치한 작은 창고 같은 방에서 더부살이를 시작한다. 그들은 라즐로를 위하는 척 하지만, 당연히 그가 아내인 에르자벳과 조피아도 망명시키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타박을 준다. 아틸라의 가구점 고객인 부유한 뷰렌가 자택의 독서실 개조 프로젝트를 멋지게 성공시키고, 초과된 예산 때문에 외래 쫓겨나는 라즐로. 믿을 자 없는 타지 생활에서 노숙자 숙소와 건축 잡부 생활을 이어나가는 그에게 독서실의 주인인 뷰렌이 찾아와 그의 재능을 사고 싶다고 한다. 온갖 아름다운 것을 탐닉하는 부자인 그에게는 다른 속셈이 있었지만..
뷰렌의 부는 많은 것을 가능하게 했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마약과 술, 담배에 찌든 그러나 건축가적인 재능으로 빛나던 라즐로에게 뷰렌은 자신의 어머니를 기리는 교회 겸 커뮤니티 센터를 만들어 달라고 청했다. 그의 도움으로 에르제벳과 조피아의 망명도 성공하고, 그는 뷰렌가의 집에 세 들어 살며 건축 설계도를 완성해 나간다. 전쟁의 상처로 휠체어에서 생활하는 에르제벳은 옥스퍼드에서 유학한 적이 있는 재원으로 저널리스트이다. 끊임없이 자신이 모든 면에서 우월함을 대화로 표출하려는 뷰렌과, 자신들이 믿는 가치만으로 아름다운 라즐로와 에르제벳 부부.
이들에게 닥친 시련은 뷰렌이 운영하는 철도 운송회사에서 건축 자재를 수송하다가 큰 사고가 난 다음, 해고된 것이다. 돈 앞에서 미학적인 가치를 단숨에 내던지는 사람과, 역시 자신의 믿음 속에서 일해 나가는 부부의 모습이 참으로 상반된다. 몇 년 뒤에 뷰렌은 다시 이들을 불러들여서 건물을 완성시키고자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 부부에게는 전쟁이 준 상흔과 미국 생활의 고단함에 지쳐가는 시절이었고, 감정의 대폭발은 뷰렌이 라즐로를 '강간'하는 과정에서 터진다. 라즐로는 전쟁에서 입은 상처로 코가 부러졌지만 치료를 못하고 대마에 의존하며 미국으로 망명했고, 에르제벳 또한 전쟁 수용소에서 수차례 성고문/폭행당해 휠체어에 의지해왔을 몸으로 두 사람의 부부관계는 틀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대마를 통해, 강간을 당하며 다시금 상처를 열어젖혀 상처를 치유하는 두 사람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 끝에 과연 라즐로가 설계한, 태양 빛에 따라 십자가가 내부 대리석에 반사되는 교회당의 건물이 완성될 것인가? 라즐로는 유대계이며 그가 설계한 건물은 그 완성으로 인해 그가 세상에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하게 된다.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조카인 조피아의 입을 빌려서 말이다. 영화의 끝에서는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판단은 관객의 몫.
나는 시오니즘 (zionism)이라는 말을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는 알지 못했다. 나무위키를 빌리면 이 단어는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이 조상의 땅이었던 팔레스타인 지방에 유대인의 민족 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던 민족주의(ethnic nationalist) 운동이다. 시온(Zion)이란 원래 예루살렘 시가지 내의 언덕 이름으로 예루살렘, 또는 이스라엘인의 땅을 의미한다'. 싱가포르에도 Zion Road라는 곳이 있으며 다양한 종교를 지원하는 나라 사정상 유대교가 존재할 것으로 사료된다.
영화에서도 라즐로가 유대교의 미사에 참여하는 장면이 여럿 나온다. 나는 그가 전쟁 속에서도 자신의 민족성, 종교, 가치를 추구했기에 더 많이 상처 입었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이 전쟁 속에서 일본 제국주의에 맞섰듯이, 그리고 독립투사들이 아주 가혹히 지탄받았듯이 - 유대인인 그도 홀로코스트에 맞서 처절하게 싸우는 지식인이었을 것이다. 아름다운 영혼은 상처받기 쉬운 유리그릇 같다. 부부에게는 아름다울 수 있는 '성' 행위 또한 전쟁 속에서는 너무나 잔혹한 폭력이다. 영화는 이런 아픔들을 표면에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건축물이나 대화, 은유적인 표현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뒤에 찾아오는 여운은 더 크고 아프다. 오늘도 인류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일들을 반복하고 있다. 서로 상처 주고 싸우고 후에 그로 인해 고통받을지 어떨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양심 앞에서, 내가 믿는 가치 앞에서 떳떳한 마음으로, 당당한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 내가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도우며 살 수 있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인지, 감사하면서도 마음 아팠던 영화의 기록과 나의 오늘을 적는다. 나는 과정이 중요한 사람인가, 결과가 중요한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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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이민자 철수씨가 남긴 유산
삶을 우리의 선택대로만 살아갈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리 모두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지만 태어난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준 생명을 가지고 태어나 일단 살기 위해 발버둥 친다. 어린 시절엔 부모님과 친지들이 살 수 있는 도움을 주고, 조금씩 자의식이 생기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표현한다. 그렇게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얻고 싶은 것을 취한다. 그렇게 자유의지가 생긴 우리는 주변의 상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겠지만 최대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자유를 최대한 누리면서 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주변 상황이 강력하게 개인을 흔들기 시작하면 당사자의 삶은 크게 바뀐다. 새로운 환경과 조건에서 다시 적응하면서 스스로 일어서야 하지만 그건 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주변에 도와줄 존재가 많지 않을 때, 같이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땐 그저 삶의 위압감에 압도되어 그저 방관하고 있게 된다. 그렇게 삶은 흘러가고 몸은 서서히 나이가 들어간다. 그 삶에서 우리는 자유를 찾을 수 있을까. 삶은 어쩌면 완전한 자유를 찾기 위한 여정일지도 모른다.
억울하게 감옥에 가게 된 미국 이민자 이철수의 이야기
다큐멘터리 영화 <프리 철수리>는 197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살인사건 용의자로 몰린 이철수 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화인 이 영화의 이야기는 사실 현재까지도 한국에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 당시 한때 한국에서 이슈가 되긴 했지만 이후 꽤 많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잊혀간 사건이다. 영화는 그 당시의 철수 씨가 미국으로 가게 된 과정을 시작으로 감옥에 갇혔다가 다시 풀려나 삶을 이어나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철수 씨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삶을 계속 살아왔다. 한국 전쟁 중에 태어난 그는 엄마가 누군가에 성폭행 당해 가지게 된 아이였고, 결국 엄마는 그를 친척에게 맡기고 혼자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러다 철수 씨가 12살이 되던 해 엄마는 그를 데리고 미국으로 간다. 하지만 철수 씨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었고 제대로 교육을 받기도 어려웠다. 당시 미국 사회는 이주 한국인이 많지 않은 시기였기 때문에 철수 씨는 차이나타운에서 중국인이나 일본인들 속에서 살아갔다.
그러다 어느 날 차이나타운 거리 한복판에서 중국 갱단이 저지른 살인 사건에 용의자에 오르고 빠른 속도로 구속되어 재판에 넘겨진다. 그때 거리에 철수 씨가 있지 않았고 선뜻 나서서 증언할 수 있는 용기 있는 목격자도 없었기 때문에 그를 도와줄 한국인이나 아시안계 지인이 거의 없었다. 그의 선한 모습과 성향을 알고 있는 일본인 친구 랑코만이 유일하게 그를 도우려 애썼지만 결국 그는 폭력의 세상인 감옥에 갇혀버리고 만다. 억울한 상황에서 그는 서투른 영어와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해 소명할 기회를 거의 얻지 못했고, 그저 그 상황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는 철수 씨의 개인적인 상황과 초기 이민자들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미국 내 한국 이민자가 많지 않은 시기, 그들이 겪었을 어려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영화 초반에는 미국 이민자들이 이민 초기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보여준다. 그러다 중반이 되면 한국 이민자들이 사회적인 운동을 만드는 과정이 등장한다. 바로 ‘프리 철수 리’라는 구호를 내세운 이철수 씨 구명운동이다.
미국 이민자 사회에 처음 등장한 사회운동
이 사건을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지고 미국 이민자 사회에 알린 사람은 이경원 기자다. 그는 철수 씨 재판과정이 엉터리로 진행되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 사건을 신문사 새크라멘토 유니언에 톱기사로 세상에 폭로한다. 그 이후 한인 교회를 중심으로 한국 이민자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조금씩 늘어난 이민자들의 운동은 그 이전에 보지 못했던 최대 규모로 조직되어 진행되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그들의 구호가 문구 그리고 사람들의 절실한 표정에서 그 당시의 생생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이 구명 운동은 철수 씨에게 큰 힘이 된다. 하지만 그에게 다시 불행한 상황이 이어진다. 감옥에 갇혀 갱단의 위협 때문에 상대를 살인하게 되어 다시 재판을 받는 상황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과 변호인단은 철수 씨가 감옥에 가게 된 자체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그 살인은 일종의 정당방위라고 주장한다. 그렇게 다시 긴 재판이 이어지고 원래 차이나타운의 살인사건에 대한 재심도 진행하게 된다.
초반은 철수 씨가 예상하지 못한 사건에 휘말려 감옥에 가는 과정, 중반부는 한국 이민사회의 이철수 구명운동이 일어나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이 흥미롭게 진행되고, 후반부에는 감옥에서 나온 이후의 철수 씨가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를 보여준다. 평생을 걸쳐 그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선택하는 삶을 살지 못했다. 엄마 때문에 미국으로 왔고, 엄청난 불행으로 억울하게 감옥에 적응해야 했다. 그러다 우연히 한인들에 의해 영웅이 되어 엄청난 기쁨의 순간들을 맞는다.
그래서인지 그는 삶의 후반부에 제대로 된 선택을 하지 못하고 방황했다. 그 과정에서 보이는 철수 씨의 얼굴은 무척이나 외롭고 괴로워 보인다. 젊은 시절 철수 씨의 얼굴이 영상에 등장할 때, 그가 무척 좋은 인상을 가졌고 선한 인물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인생 후반부의 모습은 왠지 지쳐 보이고 힘이 없어 보인다. 그의 얼굴에 있는 화상 자국이 그의 지친 얼굴을 더욱 우울하게 보이게 만든다. 그는 죽음이 그를 찾아오기까지 진정으로 자유로운 느낌을 받았을까. 영화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자꾸만 그의 삶을 되짚어보게 만든다.
철수 씨는 과연 자유를 얻었을까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이야기 전체를 다시 돌아보면 희망적인 느낌이 든다. 적어도 철수 씨 주변에 그를 도우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원해서 미국에 간 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 불운의 상황에서 그는 그 자신을 도울 방법이 없었다. 대신 그의 주변에 그를 적극적으로 돕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경원 기자가 대표적이다. 그는 아버지가 없는 철수 씨에게 아버지나 다름없는 사람이다. 그는 기꺼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철수 씨에게 도움을 주려 애쎴다.
그다음으로 그의 일본인 친구 랑코가 있었다. 철수 씨는 랑코에게 이성적으로 호감을 느꼈지만 실제로 그 사랑이 성사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랑코는 철수 씨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는 모습을 보고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실제로 변호사가 되어 몇 년 후에 진행된 철수 씨의 재심재판에 변호인단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철수 씨가 풀려나기 전까지 진심이 가득 담긴 선의로 그를 도왔던 진정한 친구다.
영화는 지금 이 이야기에 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되는지 이야기한다. 현재까지 우리는 비슷한 사건을 수없이 봐왔다.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감옥을 간 사람들, 그리고 한국에 살고 있는 수많은 이민자 역시 철수 씨와 비슷한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누군가 억울한 상황이 생기면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이 하나 둘 모이고 그것이 어떤 사회운동으로 번져간다. 우린 이런 일을 무수히 봐왔다. 어쩌면 <프리 철수 리>가 보여주는 미국 내 한국 이민자들의 구명 운동은 가장 극적인 과정과 결과를 가져온 사회운동일지도 모른다.
이 다큐멘터리를 완성하기 위해 6년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실제로 영화는 대역을 이용한 재연장면 없이 과거에 찍어둔 화면을 최대한 이용한다. 단지 내레이션은 세바스찬 윤이 맡았는데, 그는 한인 2세로 그 역시 감옥에 생활한 경험이 있다. 그는 철수 씨의 상황을 이해했고 그 역시 내레이션에 참여하길 원했다. 그렇게 탄생한 1인칭 시점의 내레이션은 실제 철수 씨가 이야기하는 듯 영화에 사실감을 더한다.
비록 지금 이철수라는 인물이 살아있지 않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여전히 현재에도 유효하다. 그가 완전히 프리해졌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이 영화로 인해 미국 한인 사회의 변화와 철수 씨의 삶이 많은 관객들에게 닿을 수 있길 기원한다. 그의 삶의 궤적은 충분히 영화 속 이야기처럼 흥미롭다. 많은 관객들에게 추천하는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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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시착한 뉴욕행 비행기가 도착한, 여섯 개의 밤
6★/10★
〈드라이브 마이 카〉를 연출한 하마구치 류스케가 감독을 맡아 2022년에 국내 개봉한 영화 〈우연과 상상〉을 기억한다. 세 편의 개별 에피소드에서 주인공들은 대화를 통해 갈등을, 삶의 모순과 아름다움을 펼쳐냈다. 잔잔한 분위기의 영화지만 엄청난 흡인력을 가진, ‘말’의 놀랍도록 강렬한 힘을 확인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최창환 감독의 신작 〈여섯 개의 밤〉은 여러모로 〈우연과 상상〉을 연상시키는 영화다. 우선 이야기 구조가 그렇다. 비행기 엔진 고장으로 뉴욕행 비행기가 김해 공항에 불시착한다. 어쩔 수 없이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 사람들. 영화는 총 세 개의 독립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탑승객들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모토는 철학자 마르틴 부버의 말, “모든 여행은 여행자가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목적지가 있다”이다. 그리하여 개별 여행자들이 도달한 ‘알 수 없는 목적지’는 어디였을까. 예상치 못한 목적지에 도달한 이들은 웃음을 지을까 눈물을 흘릴까.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수정과 선우다. 수정에게 호감을 가진 선우가 호텔 빨래방에서 수정에게 말을 걸고, 둘은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기에 가능한 막연한 호감과 느슨한 긴장감으로 조금씩 서로를 탐색한다. 하룻밤을 보내고도 다음날 인사조차 하지 않는 둘이지만, 그 ‘가벼움’ 속에서도 그들은 깊은 위로를 주고받는다. 그렇게 깊은 슬픔에 싸여 있던 수정과 그런 수정을 욕망하던 선우 모두에게 따뜻하게 기억될 밤이 흐른다.
두 번째 이야기는 예비 신혼부부 지원과 규형이 주인공이다. 규형의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향하던 둘은 곧 펼쳐질 장밋빛 미래에 들떠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그런데 규형에게는 지원이 모르는 또 다른 미국행 이유가 있었다. 어긋남이 물꼬를 트자 이직, 출산 등 둘이 어느 정도 합의한 줄로만 알았던 굵직한 이슈에 대한 서로의 생각이 전혀 달랐다는 사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진다. 마음이 상한 둘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누가 더 희생했느냐며 공치사를 하기에 이른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사실은 가장 먼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둘은 과연 약속한 미래를 온전히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
마지막은 암 수술을 위해 미국에 가는 엄마 은실과 그의 딸 유진의 이야기다. 오랫동안 삶의 무게에 시달려온 은실은 한껏 예민해져 봇물 터지듯 자신의 걱정거리를 쏟아내고, 유진은 익숙한 엄마의 푸념에 조금씩 지쳐간다. 그리고 수많은 모녀가 그러하듯 끝내 폭발하며 부딪힌다. 서로의 처지와 감정을 가장 잘 알지만 바로 그 이유로 상대를 오롯이 사랑하기만 할 수는 없는 모녀. 그러나 폭풍이 지나가면 결국 서로만이 자기 존재를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체념하듯 깨닫는 모녀. 은실과 유진의 이야기는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한 모든 모녀관계에 잔잔한 위로를 전한다.
뉴욕행 비행기의 불시착으로 누군가는 따뜻하지만 흐릿한 위로를, 누군가는 관계의 균열을, 누군가는 관계의 끈끈함을 재확인하는 계기를 가졌다.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목적지’에 도착한 셈이다. 여섯 명의 각기 보낸 밤이 증명하듯, 비밀스러운 목적지는 예측할 수 없는 결과로 우리를 흔들어놓는다. 이 흔들림을 어떻게 품으며 나아가는지에 우리 삶의 깊이가 달려 있다. 등장인물이 대체로 다소 전형적으로 젠더화되어 재현된다는 점은 아쉽지만, 생의 가능성을 살피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여섯 개의 밤〉의 시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를 출간한 문예출판사에서 초대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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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년 인생 중 가장 행복했던 한 순간을 선택하시오
이번에도 어김없이 넷플릭스(Netflix)에 내가 좋아하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검색한 후 그의 영화 중 하나를 선택했다.
늘 그렇듯 서정적인 가족 영화일 거라 예상하며 미리 눈물을 흘릴 준비도 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 중 하나인 '원더풀 라이프(Wonderful Life)'는 예상과 달리 따뜻한 가족애를 그린 영화가 아닌 오히려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게 만든 영화였다.
이 영화는 내게 한가지 질문을 던졌다.
‘22년 동안 살아오며 가장 행복했던 한 순간을 선택하라. 그 기억 하나만을 품고 천국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란 질문이었다.
하지만 단 한 순간만을 선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분노하거나 슬펐던 기억은 또렷했지만 정작 행복했던 순간들은 선명하기보다 흐릿하고 넓게 퍼져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나는 어떤 기억을 품고 떠날까? 행복했던 추억이야 많지만 하나를 고르면 나머지는 삭제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더욱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가족과의 기억 중 하나를 선택하고 싶었지만 무엇 하나 지우고 싶은 순간이 없었기에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결국 나는 가족들과 함께했던 첫 유럽 여행을 선택하기로 했다. 현재 각자의 바쁜 일상 속에서 다섯 명이 함께 긴 휴가를 떠나는 것이 어려워져 그때의 추억들이 더욱 그립고 아쉬워진다. 오롯이 우리끼리 떠난 여행이었고 가족들과 마주 앉아 진득하게 이야기를 하고 웃을 수 있었던 순간만이 있던 추억이었다. 그 여행 속에서 나는 사랑받고 있음을 온전히 느꼈고 그만큼의 따뜻한 사랑을 온전히 누릴 수 있었다. 부모님 곁에서 자고 싶어 사소한 다툼을 벌인 것과 관광을 하지 않고 잠만 자 혼났던 기억들이 지금은 그리운 장면이 됐다. 어쩌면 그 장면들은 시간이 흐르며 미화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그때의 작은 다툼조차 따뜻한 추억이 돼버린 지금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가족의 추억은 특별할 것 없이 쌓여가지만 결국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장면이 되었기 때문이다.
죽음의 모습은 곧 삶의 모습에서 비롯된다. 결국 삶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진다. 영화는 죽음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죽음을 통해 다시 삶을 비춘다. ‘원더풀 라이프’ 속 천국은 단순히 선한 사람이 가는 곳이 아니다. 오직 행복한 기억을 말할 수 있는 사람만이 갈 수 있다. 영화 속 사람들은 △디즈니랜드에서 놀이기구를 탔던 기억△생후 5개월 되던 가을 오후에 알몸으로 햇볕을 쬐던 추억△전쟁 속 적군에게 밥을 얻어먹었던 기억 등을 선택한다. 인간은 풍요 속에서도 불행을 느끼고 반대로 고난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삶의 행복과 불행은 외적인 조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결국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지며 그 끝에 마주하는 죽음의 얼굴 또한 결정된다.
아름다운 추억은 기억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우린 과거를 그대로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미화하고 윤색한다. 때론 사실보다 더 아름답고 극적으로 덧칠한다. 그렇게 추억은 원래보다 더 빛나고 때론 실제와는 다른 모습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기억하는 아름다움은 진짜일까 아니면 가짜일까? 진짜든 가짜든 우린 결국 우리가 기억하는 방식대로 살아간다. 지나간 순간이 아무리 덧칠된 것이라 해도 그 기억이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진짜 같은 가짜가 아닐까? 어쩌면 아름다움은 사실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속에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 추억은 하나의 영화고 우리는 그의 기억을 편집하는 영화감독일지도 모르겠다. 마음에 들지 않는 장면은 편집해 삭제하고 인생의 중요한 추억은 명장면으로 남긴다. 어떤 순간을 남길지 어떤 장면을 더 아름답게 빛낼지는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이에 나는 앞으로의 내 인생이 지나온 날들처럼 더 많은 따뜻한 장면들로 채워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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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첫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완연한 봄이 되어가고 있는 4월의 첫 개봉 소식입니다.
로맨틱 코미디의 대명사였던 휴 그랜트가 섬뜩한 악역으로 돌아온 A24표 호러영화 <헤레틱>부터
배우 하정우와 감독 하정우를 한번에 만날 수 있는 <로비>, 칸 영화제 수상 다큐멘터리 <올파의 딸들>,
프랑스 SF 애니메이션 <화성특급>까지!
금주에도 각양각색 영화들을 극장에서 만나보세요.
헤레틱
Heretic
개요: 스릴러 | 미국 | 111분
감독: 스콧 벡, 브라이언 우즈
주연: 휴 그랜트, 소피 대처, 클로이 이스트
개봉: 2025.04.02.
배급: (주)이놀미디어
줄거리
외딴 집을 찾은 신앙심 깊은 두 소녀에게 집주인은 믿음을 뒤흔드는 이야기를 꺼낸다.
무언가 의심스럽다고 느끼는 순간, 두 소녀는 꼼짝없이 집안에 갇히게 된다.
친절했던 남자는 돌변하고, 그녀들은 살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는데…
로비
LOBBY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06분
감독: 하정우
주연: 하정우, 김의성, 강해림, 이동휘, 박병은, 강말금, 시원, 차주영, 박해수
개봉: 2025.04.02.
배급: ㈜쇼박스
줄거리
"더럽게 싸움을 걸면, 어떻게 더럽게 싸우죠?" 연구밖에 모르는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은
라이벌 회사 대표 광우(박병은)의 뒷거래 때문에 기회도, 기술도 번번히 빼앗긴다.
그의 회사의 유일한 탈출구는 4조 원에 달하는 국책사업을 따내어, 한방에 자본을 확보하는 것! 하
지만 로비에 있어선 한수 위인 광우는 조장관(강말금)을 일찌감치 포섭한 상황, 창욱은 눈을 돌려 조장관의 최측근이자
실무를 쥐고 있는 남편 최실장(김의성)에게 접근해 더러운 싸움에 참전하게 되는데...
마침내 뒷거래가 이뤄지는 골프장에 한날 한시 각자의 목적을 위해 모인 로비팀들, 이들의 진흙탕 로비가 펼쳐진다!
올파의 딸들
Four Daughters
개요: 다큐멘터리 | 프랑스 | 108분
감독: 카우타르 벤하니야
주연: 올파 함루니, 에야 치카우이, 타이시르 치카우이, 핸드 사브리, 누르 카루이, 이흐락 마타르
개봉: 2025.04.02.
배급: ㈜쇼박스
줄거리
튀니지에 사는 올파에겐 네 딸이 있다.
어느 날 첫째 딸과 둘째 딸이 IS에 가담하기 위해 가출하고,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은 올파 가족의 이 비극을 허구와 실제 사이에서 재현하고자 한다.
화성특급
Mars Express
개요: 애니메이션 | 프랑스 | 89분
감독: 제레미 펜
주연: 레아 드루케, 마티유 아말릭, 다니엘 니호로베
개봉: 2025.04.02.
배급:킨 스튜디오
줄거리
23세기, 일상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과 안드로이드가 뒤섞여 살아가는 화성의 수도 녹티스.
사립 탐정 ‘알린 루비’와 그녀의 안드로이드 파트너 ‘카를로스 리베라’는 부유한 사업가 ‘크리스 로이 데커’에게 실종 사건 의뢰를 받게 된다.
사라진 이는 명문 사립대학에서 인공 두뇌학을 공부하던 여학생 준 초우. 화성을 가로질러 실종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녹티스의 배면
깊숙이 내려가 두뇌 농장, 부패, 로봇에 대한 비밀 그리고 실종된 소녀에 대한 어두운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
화성의 잔혹한 비밀 속에서 그들은 무사히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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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인터뷰] 음원은 없지만 영화는 있는 밴드, ‘듣는 건 너의 책임’
‘듣는 건 너의 책임’. 도발적인 밴드 이름이다. 우리는 좋아하는 음악을 할 테니 들을지 말지는 당신이 결정하라는 이들. 각자의 일상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좋아하는 음악에서만큼은 그런 책임감에서 자유로워보자는 취지가 담긴 이름이라 한다. 내내 아름다운 통영의 풍경과 어우러지는 노래, 그리고 그 노래에 얽힌 각자의 사연은 서로의 깊이를 더하며 켜켜이 쌓여간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장편 경쟁 부문 선정작 ‘듣는 건 너의 책임’ 유최늘샘 감독에게서는 설렘과 기쁨, 수줍음이 함께 묻어났다.
‘듣는 건 너의 책임’ 영화가 한국경쟁 장편 후보작에 선정되었습니다.
영화를 만들 때부터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꼭 상영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제천처럼 통영 인구도 13만 명인데, 한반도 제일 남쪽의 바다마을 이야기를 충북 제천에서 처음 공개하게 되어서 너무 영광입니다. 저희 밴드 멤버, 스태프들과 함께 눈물을 흘릴 정도로 뛸 듯이 기뻐했어요. (웃음)
감독님께서는 통영 출신이라고 들었습니다.
통영에 있는 미륵섬에서 태어났어요. 20대 때부터는 서울에서 단편 영화를 만들었고요. 영화라는 꿈을 좇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를 해보자 싶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다큐 쪽으로 오게 됐고요. 편의점에서 일할 땐 편의점 영화를, 육체노동 현장에서는 그분들 이야기를, 여행할 때는 여행 이야기를 했어요. 지금은 제가 통영에 사니까 통영을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통영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내고 싶었다
지역에서 예술하면 단점보다 장점이 많아
영화 전체가 통영 올 로케 뮤비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통영에는 섬이 되게 많아요. 그런 느낌을 많이 담고 싶었는데 마침 드론 촬영도 그때 시작해서 영화에도 담았어요. 중간에 멤버들과 같이 작은 섬에 가서 버스킹을 하면서요. 영화에 다양한 통영 모습을 담고 싶어서 버스킹 때도 다양한 배경을 선택해 촬영했고요.
감독님은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 예술인이기도 하시죠.
통영의 자연은 너무 아름다워요. 그런데 현실적인 지역의 어려움이나 인구 소멸이나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와 닿는 부분들이 있어요. 멤버 중에도 통영을 떠났다가 돌아온 분도 있고, 어떻게 보면 낙향 같은 느낌도 있어요. 꿈을 이루고 돌아왔다기보다는 휴식처럼요. 제게도 그런 느낌이 있었고요. 그래도 위기 속에서도 분명히 존재하는 사람들, 서로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이 만나는 계기가 주어지기도 하잖아요. 저희 밴드처럼요. 이 영화가 지역의 활기나 커뮤니티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지역에서 예술하는 일의 장단점은 뭔가요?
제대로 된 공연을 할 만한 공간이 전무해서 거리 공연을 할 수밖에 없어요. 통영에 어르신이 많다 보니까 노래를 하면 트로트를 불러달라고 많이 하시고요. (웃음) 그런데 홍대 같은 곳에는 실력 좋은 밴드가 수백 개 있어서 관심을 받기가 어렵잖아요. 반면에 통영에는 자작곡 밴드가 두세 개밖에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지역에 작은 행사가 있으면 공연 초대도 받고, 지역 신문에서도 관심을 가져주세요. 대도시의 밴드가 삶의 퍽퍽함을 노래하는 경우가 많다면 통영의 밴드는 자연이나 로컬 라이프를 담아낼 수 있으니까 음악적 개성이 되겠단 생각도 들어요. 단점보다는 장점을 더 많이 느끼고 있어요. 에너지를 많이 받죠.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에서 성장해가는 중
무명 밴드이지만 자부심 느껴
영화에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미묘한 경계에서 발생하는 긴장의 순간들도 나옵니다.
멤버 중 한 분은 이렇게 말했어요. 아무리 실력이 모자란 음악이라도 누군가는 좋아해줄 수 있으니까 활기차게 해보자고요. 프로가 아니면 입도 떼기 어려운 분위기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분도 있고요. 그런데 공연에 초대받다 보면 더 책임감을 가지고 잘해야 되지 않나 싶은 고민도 있어요. 공연 섭외가 오면 그냥 하자는 쪽과 이번 공연은 넘기고 연습하면서 역량을 쌓자고 말하는 쪽이 있어요. 반반 정도인 듯해요. 그 부분에서 갈등이 있죠. 그 과정이 성장이지 않을까요?
밴드 활동을 담은 영화를 촬영한다 했을 때 멤버 반응은 어땠나요?
다들 긴가민가했어요. 아직 우리 음원도 없는데 영화까지 만들 수 있을까 싶었던 거죠. 그런데 영화가 완성된 후 함께 보면서는 많이 웃고 뿌듯해했어요. 자기 턱이 접혀서 나온다거나 뾰루지가 보인다거나 이런 불만은 있었지만요. (웃음) 영화제 상영 소식에 뛸 듯이 기뻐해주셨고 통영에서 버스 타고 차 타고 제천으로 오고 계세요. 쟁쟁한 음악인 사이에서 우리가 제일 무명 밴드 아닐까 하지만 자부심을 갖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웃음) 보는 분들도 저희처럼 웃고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밴드 이름에 얽힌 사연도 궁금합니다.
처음 이름 정할 때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너무 대충 지은 거 아닌가,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닌가 싶었어요. 적응하는 데 1년 정도 걸렸어요.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책임감 있게 해내고 있는데 음악 창작 활동에서만큼은 그런 책임감으로부터 자유롭게 해보자는 마음이 담긴 이름 같아요. 누군가는 밴드 이름을 듣고 싸가지 없다거나 ‘뭐야?’ 하실 수도 있지만요. (웃음) 그래도 많이들 새롭게, 힙하게, 도발적인 느낌으로 받아들여주시는 것 같아요.
밴드에 위기나 갈등의 순간이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아직 밴드가 해체될 만한 위기는 없었어요. (웃음) 음원도 못 냈고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요. 그런데 공연의 질, 실력이나 연습량을 조율할 때 의견이 다른 경우가 있어요. 다들 성향이 다르다 보니까요. 선호하는 장르도 다르고요. 그러다 보니 공연 선곡을 하는 데 미묘한 신경전과 눈치도 있어요. (웃음) 그래서 한 번씩 허심탄회하게 터놓는 수다회를 열어요. 가능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죠. 음악 말고는 공통점이 없으니까 많은 대화가 필요해요.
통영의 다채로운 모습 영화에 담아내고파
애증의 관계인 멤버들과 오랫동안 잘 해나갔으면
‘우도마을 다이어리’(2021), ‘푸른 바다의 비밀’(2023) 등 통영의 풍경과 삶을 영화에 담아오셨습니다. 혹시 계획이나 구상 중인 다음 작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도마을 다이어리’는 이삼십 분 남짓 거주하는 섬인 우도 이야기고, ‘푸른 바다의 비밀’은 통영 바다 이야기예요. 통영이 바다가 땅보다 많은 지역이니 수산업이 중요한데 해양오염이 세계적으로 큰 문제잖아요. ‘듣는 건 너의 책임’을 포함해서 세 작품 촬영을 비슷한 시기에 진행했어요. 차기작은 ‘듣는 건 너의 책임’ 배급 상황에 따라서 연작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구체적인 상상은 아직 못 해봤어요. 통영에 수산업이 많다 보니 이주민분들도 많이 계신데 그분들 인터뷰 작업도 진행한 적이 있고요. 지금은 중단했지만요. 이전에 여행 영화 작업을 했다보니 통영에서의 여행 이야기도 해보고 싶고요.
마지막으로 관객분들 그리고 밴드 멤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제 인생에서 참여한 제일 큰 영화제라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어제 개막식 마치고 오늘 오전에 다른 영화를 펑펑 울면서 봤어요. ‘테일러의 히든 트랙’이요. 시간 맞추느라고 급하게 뛰어서 들어갔는데 정말 펑펑 울었어요. 시민 분들이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박수치고 할 때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그리고 멤버들에게는… 애증의 관계인데요. (웃음) 저희 좋아하는 분들 생기고 있으니 앞으로도 오랫동안 잘 해나가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인터뷰 말미, 밴드 멤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유최늘샘 감독은 눈시울을 붉혔다. 좋아하는 일을 함께 해나가는 동료들에 대한 진정어린 신뢰와 감사의 마음이 엿보였다. 지역, 청년, 예술. 청량하면서도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영화 ‘듣는 건 너의 책임’에 담긴 키워드다. 모두 굵직굵직한 주제들이다. 그러나 ‘듣는 건 너의 책임’은 이 무거운 주제를 다룰 때 반드시 진중하고 음울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아름답고 생기 넘치는 방향으로 우리를 이끈다. 밴드 ‘듣는 건 너의 책임’과 유최늘샘 감독의 다음 발걸음이 궁금해진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박해민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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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창적인 전개와 충격적인 결말 / 스릴러에서 호러로 / 매혹과 고어의 경계 / 서브스턴스 / 데미 무어의 연기력 / 마가렛 퀄리의 매력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서브스턴스"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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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분노의 질주> 4D 공식 예고편
영원히 기억될 질주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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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로스트 도터> 1차 예고편
그리스로 혼자 휴가를 떠난 대학 교수 레다는
딸을 가진 젊은 여자 니나를 보고 단번에 시선을 빼앗긴다.
매일 같은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응시하던 두 사람,
갑자기 니나의 딸이 사라지고 레다는 옛 기억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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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과정보다 결과로 말하는 걸까
지난 3월 - 화창하지만 약속 없는 토요일에, 모처럼 일찍 눈이 떠졌다. 당당히 나와 놀아주는 날을 오랜만에 시전 했다. 평온한 요가 타임을 거쳐, 점심은 먹는 둥 마는 둥 서점으로 갔다가 내 아지트인 한글 책 서점이 공간 재정비 중임을 깨닫고 근처의 영화관으로 향했다. 보고 싶었던 영화는 에드리언 브로디 배우 주연의 '브루탈리스트 : The Brutalist'. 아카데미 시즌이기도 해서 봤던 콘클라베 (Conclave : 나는 '브루탈리스트'를 보기 전에는 콘클라베의 랄프 파인즈가 남우 주연상을 수상할 것으로 예측했다!)를 어쩌다 보니 두 번이나 봤고, 데미 무어의 화제작 서브스탄스(Substance)도 출장 중에 비행기 안에서 봤던 터라 시간도 맞고 볼 만한 영화가 없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도 송구한 러닝 타임의 (총 3시간 35분, 인터미션이 15분 정도 포함되어 있고 이 마저도 영화의 일부다) 긴 장편 영화를 선택했다.
나는 이 영화의 제목이 건축 사조를 일컫는 말인지 전혀 몰랐다. 그저 남자 주연배우가 연기했던 2003년작 영화 '피아니스트'를 너무 좋아해서, 비슷한 전쟁 배경에 그가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보고 싶었다. 위키피디아에는 이 영화를 다음 단락의 인용문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브루탈리즘이라는 건축 사조는 흔히들 잘 아는 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사용하는 빛, 물, 콘크리트 등을 전반에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그가 만든 북해도의 교회는 못 가봤지만, 최근 서울 마곡나루에 생긴 LG 아트센터는 가 봤다. 지하철에서 센터로 연결되는 동굴 같은 구조를 그가 설계한 것이라고 하던데, 새로운 세계로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 영화의 시작도 그러하다. 헝가리에서 취조를 받는 그의 조카 조피아와 상반되게, 유대인 건축가 라즐로 (에드리언 브로디 분)는 미국 망명에 성공하며 카메라는 자유의 여신상을 거꾸로 보여준다. 거꾸로..?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계 헝가리인 건축가가 미국으로 건너와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을 만들고자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제목의 브루탈리스트는 건축 사조 브루탈리즘을 따르는 주인공을 의미한다."
라즐로는 망명 뒤, 미국 정부에서 제공해 주는 사창가를 거쳐 (여기서 영화가 21세 미만 관람 불가인 점과, 성이라는 것이 어떻게 영화 전반에 걸쳐 인간의 영혼에 각인한 상처를 표현하는 도구로 쓰이는가를 말하고자 하는 복선과도 같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사촌인 아틸라가 정착한 필라델피아로 향한다. 그리고 아틸라부부가 운영하는 가구점 쇼케이스 뒤편에 위치한 작은 창고 같은 방에서 더부살이를 시작한다. 그들은 라즐로를 위하는 척 하지만, 당연히 그가 아내인 에르자벳과 조피아도 망명시키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타박을 준다. 아틸라의 가구점 고객인 부유한 뷰렌가 자택의 독서실 개조 프로젝트를 멋지게 성공시키고, 초과된 예산 때문에 외래 쫓겨나는 라즐로. 믿을 자 없는 타지 생활에서 노숙자 숙소와 건축 잡부 생활을 이어나가는 그에게 독서실의 주인인 뷰렌이 찾아와 그의 재능을 사고 싶다고 한다. 온갖 아름다운 것을 탐닉하는 부자인 그에게는 다른 속셈이 있었지만..
뷰렌의 부는 많은 것을 가능하게 했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마약과 술, 담배에 찌든 그러나 건축가적인 재능으로 빛나던 라즐로에게 뷰렌은 자신의 어머니를 기리는 교회 겸 커뮤니티 센터를 만들어 달라고 청했다. 그의 도움으로 에르제벳과 조피아의 망명도 성공하고, 그는 뷰렌가의 집에 세 들어 살며 건축 설계도를 완성해 나간다. 전쟁의 상처로 휠체어에서 생활하는 에르제벳은 옥스퍼드에서 유학한 적이 있는 재원으로 저널리스트이다. 끊임없이 자신이 모든 면에서 우월함을 대화로 표출하려는 뷰렌과, 자신들이 믿는 가치만으로 아름다운 라즐로와 에르제벳 부부.
이들에게 닥친 시련은 뷰렌이 운영하는 철도 운송회사에서 건축 자재를 수송하다가 큰 사고가 난 다음, 해고된 것이다. 돈 앞에서 미학적인 가치를 단숨에 내던지는 사람과, 역시 자신의 믿음 속에서 일해 나가는 부부의 모습이 참으로 상반된다. 몇 년 뒤에 뷰렌은 다시 이들을 불러들여서 건물을 완성시키고자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 부부에게는 전쟁이 준 상흔과 미국 생활의 고단함에 지쳐가는 시절이었고, 감정의 대폭발은 뷰렌이 라즐로를 '강간'하는 과정에서 터진다. 라즐로는 전쟁에서 입은 상처로 코가 부러졌지만 치료를 못하고 대마에 의존하며 미국으로 망명했고, 에르제벳 또한 전쟁 수용소에서 수차례 성고문/폭행당해 휠체어에 의지해왔을 몸으로 두 사람의 부부관계는 틀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대마를 통해, 강간을 당하며 다시금 상처를 열어젖혀 상처를 치유하는 두 사람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 끝에 과연 라즐로가 설계한, 태양 빛에 따라 십자가가 내부 대리석에 반사되는 교회당의 건물이 완성될 것인가? 라즐로는 유대계이며 그가 설계한 건물은 그 완성으로 인해 그가 세상에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하게 된다.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조카인 조피아의 입을 빌려서 말이다. 영화의 끝에서는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판단은 관객의 몫.
나는 시오니즘 (zionism)이라는 말을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는 알지 못했다. 나무위키를 빌리면 이 단어는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이 조상의 땅이었던 팔레스타인 지방에 유대인의 민족 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던 민족주의(ethnic nationalist) 운동이다. 시온(Zion)이란 원래 예루살렘 시가지 내의 언덕 이름으로 예루살렘, 또는 이스라엘인의 땅을 의미한다'. 싱가포르에도 Zion Road라는 곳이 있으며 다양한 종교를 지원하는 나라 사정상 유대교가 존재할 것으로 사료된다.
영화에서도 라즐로가 유대교의 미사에 참여하는 장면이 여럿 나온다. 나는 그가 전쟁 속에서도 자신의 민족성, 종교, 가치를 추구했기에 더 많이 상처 입었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이 전쟁 속에서 일본 제국주의에 맞섰듯이, 그리고 독립투사들이 아주 가혹히 지탄받았듯이 - 유대인인 그도 홀로코스트에 맞서 처절하게 싸우는 지식인이었을 것이다. 아름다운 영혼은 상처받기 쉬운 유리그릇 같다. 부부에게는 아름다울 수 있는 '성' 행위 또한 전쟁 속에서는 너무나 잔혹한 폭력이다. 영화는 이런 아픔들을 표면에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건축물이나 대화, 은유적인 표현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뒤에 찾아오는 여운은 더 크고 아프다. 오늘도 인류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일들을 반복하고 있다. 서로 상처 주고 싸우고 후에 그로 인해 고통받을지 어떨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양심 앞에서, 내가 믿는 가치 앞에서 떳떳한 마음으로, 당당한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 내가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도우며 살 수 있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인지, 감사하면서도 마음 아팠던 영화의 기록과 나의 오늘을 적는다. 나는 과정이 중요한 사람인가, 결과가 중요한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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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이민자 철수씨가 남긴 유산
삶을 우리의 선택대로만 살아갈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리 모두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지만 태어난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준 생명을 가지고 태어나 일단 살기 위해 발버둥 친다. 어린 시절엔 부모님과 친지들이 살 수 있는 도움을 주고, 조금씩 자의식이 생기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표현한다. 그렇게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얻고 싶은 것을 취한다. 그렇게 자유의지가 생긴 우리는 주변의 상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겠지만 최대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자유를 최대한 누리면서 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주변 상황이 강력하게 개인을 흔들기 시작하면 당사자의 삶은 크게 바뀐다. 새로운 환경과 조건에서 다시 적응하면서 스스로 일어서야 하지만 그건 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주변에 도와줄 존재가 많지 않을 때, 같이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땐 그저 삶의 위압감에 압도되어 그저 방관하고 있게 된다. 그렇게 삶은 흘러가고 몸은 서서히 나이가 들어간다. 그 삶에서 우리는 자유를 찾을 수 있을까. 삶은 어쩌면 완전한 자유를 찾기 위한 여정일지도 모른다.
억울하게 감옥에 가게 된 미국 이민자 이철수의 이야기
다큐멘터리 영화 <프리 철수리>는 197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살인사건 용의자로 몰린 이철수 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화인 이 영화의 이야기는 사실 현재까지도 한국에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 당시 한때 한국에서 이슈가 되긴 했지만 이후 꽤 많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잊혀간 사건이다. 영화는 그 당시의 철수 씨가 미국으로 가게 된 과정을 시작으로 감옥에 갇혔다가 다시 풀려나 삶을 이어나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철수 씨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삶을 계속 살아왔다. 한국 전쟁 중에 태어난 그는 엄마가 누군가에 성폭행 당해 가지게 된 아이였고, 결국 엄마는 그를 친척에게 맡기고 혼자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러다 철수 씨가 12살이 되던 해 엄마는 그를 데리고 미국으로 간다. 하지만 철수 씨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었고 제대로 교육을 받기도 어려웠다. 당시 미국 사회는 이주 한국인이 많지 않은 시기였기 때문에 철수 씨는 차이나타운에서 중국인이나 일본인들 속에서 살아갔다.
그러다 어느 날 차이나타운 거리 한복판에서 중국 갱단이 저지른 살인 사건에 용의자에 오르고 빠른 속도로 구속되어 재판에 넘겨진다. 그때 거리에 철수 씨가 있지 않았고 선뜻 나서서 증언할 수 있는 용기 있는 목격자도 없었기 때문에 그를 도와줄 한국인이나 아시안계 지인이 거의 없었다. 그의 선한 모습과 성향을 알고 있는 일본인 친구 랑코만이 유일하게 그를 도우려 애썼지만 결국 그는 폭력의 세상인 감옥에 갇혀버리고 만다. 억울한 상황에서 그는 서투른 영어와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해 소명할 기회를 거의 얻지 못했고, 그저 그 상황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는 철수 씨의 개인적인 상황과 초기 이민자들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미국 내 한국 이민자가 많지 않은 시기, 그들이 겪었을 어려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영화 초반에는 미국 이민자들이 이민 초기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보여준다. 그러다 중반이 되면 한국 이민자들이 사회적인 운동을 만드는 과정이 등장한다. 바로 ‘프리 철수 리’라는 구호를 내세운 이철수 씨 구명운동이다.
미국 이민자 사회에 처음 등장한 사회운동
이 사건을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지고 미국 이민자 사회에 알린 사람은 이경원 기자다. 그는 철수 씨 재판과정이 엉터리로 진행되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 사건을 신문사 새크라멘토 유니언에 톱기사로 세상에 폭로한다. 그 이후 한인 교회를 중심으로 한국 이민자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조금씩 늘어난 이민자들의 운동은 그 이전에 보지 못했던 최대 규모로 조직되어 진행되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그들의 구호가 문구 그리고 사람들의 절실한 표정에서 그 당시의 생생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이 구명 운동은 철수 씨에게 큰 힘이 된다. 하지만 그에게 다시 불행한 상황이 이어진다. 감옥에 갇혀 갱단의 위협 때문에 상대를 살인하게 되어 다시 재판을 받는 상황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과 변호인단은 철수 씨가 감옥에 가게 된 자체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그 살인은 일종의 정당방위라고 주장한다. 그렇게 다시 긴 재판이 이어지고 원래 차이나타운의 살인사건에 대한 재심도 진행하게 된다.
초반은 철수 씨가 예상하지 못한 사건에 휘말려 감옥에 가는 과정, 중반부는 한국 이민사회의 이철수 구명운동이 일어나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이 흥미롭게 진행되고, 후반부에는 감옥에서 나온 이후의 철수 씨가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를 보여준다. 평생을 걸쳐 그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선택하는 삶을 살지 못했다. 엄마 때문에 미국으로 왔고, 엄청난 불행으로 억울하게 감옥에 적응해야 했다. 그러다 우연히 한인들에 의해 영웅이 되어 엄청난 기쁨의 순간들을 맞는다.
그래서인지 그는 삶의 후반부에 제대로 된 선택을 하지 못하고 방황했다. 그 과정에서 보이는 철수 씨의 얼굴은 무척이나 외롭고 괴로워 보인다. 젊은 시절 철수 씨의 얼굴이 영상에 등장할 때, 그가 무척 좋은 인상을 가졌고 선한 인물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인생 후반부의 모습은 왠지 지쳐 보이고 힘이 없어 보인다. 그의 얼굴에 있는 화상 자국이 그의 지친 얼굴을 더욱 우울하게 보이게 만든다. 그는 죽음이 그를 찾아오기까지 진정으로 자유로운 느낌을 받았을까. 영화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자꾸만 그의 삶을 되짚어보게 만든다.
철수 씨는 과연 자유를 얻었을까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이야기 전체를 다시 돌아보면 희망적인 느낌이 든다. 적어도 철수 씨 주변에 그를 도우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원해서 미국에 간 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 불운의 상황에서 그는 그 자신을 도울 방법이 없었다. 대신 그의 주변에 그를 적극적으로 돕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경원 기자가 대표적이다. 그는 아버지가 없는 철수 씨에게 아버지나 다름없는 사람이다. 그는 기꺼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철수 씨에게 도움을 주려 애쎴다.
그다음으로 그의 일본인 친구 랑코가 있었다. 철수 씨는 랑코에게 이성적으로 호감을 느꼈지만 실제로 그 사랑이 성사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랑코는 철수 씨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는 모습을 보고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실제로 변호사가 되어 몇 년 후에 진행된 철수 씨의 재심재판에 변호인단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철수 씨가 풀려나기 전까지 진심이 가득 담긴 선의로 그를 도왔던 진정한 친구다.
영화는 지금 이 이야기에 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되는지 이야기한다. 현재까지 우리는 비슷한 사건을 수없이 봐왔다.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감옥을 간 사람들, 그리고 한국에 살고 있는 수많은 이민자 역시 철수 씨와 비슷한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누군가 억울한 상황이 생기면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이 하나 둘 모이고 그것이 어떤 사회운동으로 번져간다. 우린 이런 일을 무수히 봐왔다. 어쩌면 <프리 철수 리>가 보여주는 미국 내 한국 이민자들의 구명 운동은 가장 극적인 과정과 결과를 가져온 사회운동일지도 모른다.
이 다큐멘터리를 완성하기 위해 6년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실제로 영화는 대역을 이용한 재연장면 없이 과거에 찍어둔 화면을 최대한 이용한다. 단지 내레이션은 세바스찬 윤이 맡았는데, 그는 한인 2세로 그 역시 감옥에 생활한 경험이 있다. 그는 철수 씨의 상황을 이해했고 그 역시 내레이션에 참여하길 원했다. 그렇게 탄생한 1인칭 시점의 내레이션은 실제 철수 씨가 이야기하는 듯 영화에 사실감을 더한다.
비록 지금 이철수라는 인물이 살아있지 않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여전히 현재에도 유효하다. 그가 완전히 프리해졌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이 영화로 인해 미국 한인 사회의 변화와 철수 씨의 삶이 많은 관객들에게 닿을 수 있길 기원한다. 그의 삶의 궤적은 충분히 영화 속 이야기처럼 흥미롭다. 많은 관객들에게 추천하는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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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시착한 뉴욕행 비행기가 도착한, 여섯 개의 밤
6★/10★
〈드라이브 마이 카〉를 연출한 하마구치 류스케가 감독을 맡아 2022년에 국내 개봉한 영화 〈우연과 상상〉을 기억한다. 세 편의 개별 에피소드에서 주인공들은 대화를 통해 갈등을, 삶의 모순과 아름다움을 펼쳐냈다. 잔잔한 분위기의 영화지만 엄청난 흡인력을 가진, ‘말’의 놀랍도록 강렬한 힘을 확인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최창환 감독의 신작 〈여섯 개의 밤〉은 여러모로 〈우연과 상상〉을 연상시키는 영화다. 우선 이야기 구조가 그렇다. 비행기 엔진 고장으로 뉴욕행 비행기가 김해 공항에 불시착한다. 어쩔 수 없이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 사람들. 영화는 총 세 개의 독립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탑승객들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모토는 철학자 마르틴 부버의 말, “모든 여행은 여행자가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목적지가 있다”이다. 그리하여 개별 여행자들이 도달한 ‘알 수 없는 목적지’는 어디였을까. 예상치 못한 목적지에 도달한 이들은 웃음을 지을까 눈물을 흘릴까.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수정과 선우다. 수정에게 호감을 가진 선우가 호텔 빨래방에서 수정에게 말을 걸고, 둘은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기에 가능한 막연한 호감과 느슨한 긴장감으로 조금씩 서로를 탐색한다. 하룻밤을 보내고도 다음날 인사조차 하지 않는 둘이지만, 그 ‘가벼움’ 속에서도 그들은 깊은 위로를 주고받는다. 그렇게 깊은 슬픔에 싸여 있던 수정과 그런 수정을 욕망하던 선우 모두에게 따뜻하게 기억될 밤이 흐른다.
두 번째 이야기는 예비 신혼부부 지원과 규형이 주인공이다. 규형의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향하던 둘은 곧 펼쳐질 장밋빛 미래에 들떠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그런데 규형에게는 지원이 모르는 또 다른 미국행 이유가 있었다. 어긋남이 물꼬를 트자 이직, 출산 등 둘이 어느 정도 합의한 줄로만 알았던 굵직한 이슈에 대한 서로의 생각이 전혀 달랐다는 사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진다. 마음이 상한 둘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누가 더 희생했느냐며 공치사를 하기에 이른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사실은 가장 먼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둘은 과연 약속한 미래를 온전히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
마지막은 암 수술을 위해 미국에 가는 엄마 은실과 그의 딸 유진의 이야기다. 오랫동안 삶의 무게에 시달려온 은실은 한껏 예민해져 봇물 터지듯 자신의 걱정거리를 쏟아내고, 유진은 익숙한 엄마의 푸념에 조금씩 지쳐간다. 그리고 수많은 모녀가 그러하듯 끝내 폭발하며 부딪힌다. 서로의 처지와 감정을 가장 잘 알지만 바로 그 이유로 상대를 오롯이 사랑하기만 할 수는 없는 모녀. 그러나 폭풍이 지나가면 결국 서로만이 자기 존재를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체념하듯 깨닫는 모녀. 은실과 유진의 이야기는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한 모든 모녀관계에 잔잔한 위로를 전한다.
뉴욕행 비행기의 불시착으로 누군가는 따뜻하지만 흐릿한 위로를, 누군가는 관계의 균열을, 누군가는 관계의 끈끈함을 재확인하는 계기를 가졌다.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목적지’에 도착한 셈이다. 여섯 명의 각기 보낸 밤이 증명하듯, 비밀스러운 목적지는 예측할 수 없는 결과로 우리를 흔들어놓는다. 이 흔들림을 어떻게 품으며 나아가는지에 우리 삶의 깊이가 달려 있다. 등장인물이 대체로 다소 전형적으로 젠더화되어 재현된다는 점은 아쉽지만, 생의 가능성을 살피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여섯 개의 밤〉의 시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를 출간한 문예출판사에서 초대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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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년 인생 중 가장 행복했던 한 순간을 선택하시오
이번에도 어김없이 넷플릭스(Netflix)에 내가 좋아하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검색한 후 그의 영화 중 하나를 선택했다.
늘 그렇듯 서정적인 가족 영화일 거라 예상하며 미리 눈물을 흘릴 준비도 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 중 하나인 '원더풀 라이프(Wonderful Life)'는 예상과 달리 따뜻한 가족애를 그린 영화가 아닌 오히려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게 만든 영화였다.
이 영화는 내게 한가지 질문을 던졌다.
‘22년 동안 살아오며 가장 행복했던 한 순간을 선택하라. 그 기억 하나만을 품고 천국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란 질문이었다.
하지만 단 한 순간만을 선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분노하거나 슬펐던 기억은 또렷했지만 정작 행복했던 순간들은 선명하기보다 흐릿하고 넓게 퍼져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나는 어떤 기억을 품고 떠날까? 행복했던 추억이야 많지만 하나를 고르면 나머지는 삭제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더욱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가족과의 기억 중 하나를 선택하고 싶었지만 무엇 하나 지우고 싶은 순간이 없었기에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결국 나는 가족들과 함께했던 첫 유럽 여행을 선택하기로 했다. 현재 각자의 바쁜 일상 속에서 다섯 명이 함께 긴 휴가를 떠나는 것이 어려워져 그때의 추억들이 더욱 그립고 아쉬워진다. 오롯이 우리끼리 떠난 여행이었고 가족들과 마주 앉아 진득하게 이야기를 하고 웃을 수 있었던 순간만이 있던 추억이었다. 그 여행 속에서 나는 사랑받고 있음을 온전히 느꼈고 그만큼의 따뜻한 사랑을 온전히 누릴 수 있었다. 부모님 곁에서 자고 싶어 사소한 다툼을 벌인 것과 관광을 하지 않고 잠만 자 혼났던 기억들이 지금은 그리운 장면이 됐다. 어쩌면 그 장면들은 시간이 흐르며 미화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그때의 작은 다툼조차 따뜻한 추억이 돼버린 지금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가족의 추억은 특별할 것 없이 쌓여가지만 결국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장면이 되었기 때문이다.
죽음의 모습은 곧 삶의 모습에서 비롯된다. 결국 삶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진다. 영화는 죽음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죽음을 통해 다시 삶을 비춘다. ‘원더풀 라이프’ 속 천국은 단순히 선한 사람이 가는 곳이 아니다. 오직 행복한 기억을 말할 수 있는 사람만이 갈 수 있다. 영화 속 사람들은 △디즈니랜드에서 놀이기구를 탔던 기억△생후 5개월 되던 가을 오후에 알몸으로 햇볕을 쬐던 추억△전쟁 속 적군에게 밥을 얻어먹었던 기억 등을 선택한다. 인간은 풍요 속에서도 불행을 느끼고 반대로 고난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삶의 행복과 불행은 외적인 조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결국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지며 그 끝에 마주하는 죽음의 얼굴 또한 결정된다.
아름다운 추억은 기억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우린 과거를 그대로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미화하고 윤색한다. 때론 사실보다 더 아름답고 극적으로 덧칠한다. 그렇게 추억은 원래보다 더 빛나고 때론 실제와는 다른 모습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기억하는 아름다움은 진짜일까 아니면 가짜일까? 진짜든 가짜든 우린 결국 우리가 기억하는 방식대로 살아간다. 지나간 순간이 아무리 덧칠된 것이라 해도 그 기억이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진짜 같은 가짜가 아닐까? 어쩌면 아름다움은 사실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속에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 추억은 하나의 영화고 우리는 그의 기억을 편집하는 영화감독일지도 모르겠다. 마음에 들지 않는 장면은 편집해 삭제하고 인생의 중요한 추억은 명장면으로 남긴다. 어떤 순간을 남길지 어떤 장면을 더 아름답게 빛낼지는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이에 나는 앞으로의 내 인생이 지나온 날들처럼 더 많은 따뜻한 장면들로 채워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