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2-06-03 23:23:55
명확한 메시지가 담긴 쥬라기 세계관의 마침표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2022)
인간의 등장은 생태계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모든 것이 인간을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생태계에서 인간은 소중한 존재였고 무조건적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대상이었지만 다른 생물들은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서로 싸우고 죽이는 과정에서도 주변을 보호하면서 결국 그 수를 늘려갔다. 인간은 자신의 수를 늘려가면서 수많은 동식물을 대량으로 기르기 시작했다.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수많은 약을 만들었고 편리함을 위해 수많은 플라스틱과 여러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꽤 많은 동식물들이 멸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인간은 그렇게 주변의 자연환경을 소비하는데 익숙해져 있고 심지어 동물들을 잡아서 동물원 같은 시설을 만들기도 한다. 모든 것이 인간 중심적으로 세계를 바라보기 때문에 벌어지는 상황이다.
어떤 생물이든 자신의 생존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생존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면 좀 더 재미있는 걸 찾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동식물을 모아놓고 구경하는 시설일 것이다. 특히 동물원에는 수십 가지의 동물들이 갇혀서 인간의 구경거리가 된다. 그들의 행동을 보면서 인간은 재미를 느끼지만 정작 동물들은 본인들의 자유를 박탈당한다. 동물들에게도 자유에 대한 권리가 있는지 여러 의견이 있지만 자연 상태에서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 가장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인간 중심의 생태계가 지구 전체의 생태계에 미치는 여러 악영향은 결국 인간이 동물들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쥬라기 공원> 세계관의 마지막 이야기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90년대부터 시작된 <쥬라기 공원> 세계관의 마지막 이야기다. 시리즈 전체에 걸쳐 공룡이라는 생명체의 신비로움과 이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과거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어낸 <쥬라기 공원> 시리즈에는 공룡을 바라보는 경이로움이 잘 담겨있다. 이미 멸종한 생명체를 재탄생시켜 현실화하고 그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주로 악당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통제 시스템의 오류로 발생한 공룡들의 탈출과 반란이 이 시리즈 전체에 반복해서 담긴다. 2015년부터 이어져온 <쥬라기 월드> 시리즈도 이런 패턴을 똑같이 반복한다.
특히나 전작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주요 등장인물들이 공룡이라는 생명체를 바라보는 관점이 담겨있다. 이 시리즈 안에서는 공룡이지만 살짝 생각을 바꾸면 이 관점은 다른 지구의 생명체 문제로 확대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영화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인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공룡이 통제 가능하다고 믿는 인물이었지만 그 시스템이 붕괴된 이후 그것을 통제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믿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의 말미에 갇혀있던 공룡을 세상에 풀어놓는다. 공룡을 강제로 죽여서 사멸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도 있다. 바로 이안 말콤 박사(제프 골드블럼)다. 그는 공룡과 인류가 공존할 수 없다고 믿는다. 그는 자연스럽게 그들이 다시 멸망하도록 놔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방법은 공룡들의 구역을 정해놓고 자연스럽게 소멸되도록 하는 것이다.
<쥬라기 월드> 시리즈 내내 이 두 주장은 반복된다. 하지만 이번 마지막 편에서는 자연스럽게 공룡을 세상에 풀어놓고 그들이 적응해가던 소멸해가던 그것을 자연스럽게 놔둬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추를 옮긴다. 그것은 인간과 공룡의 공존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한쪽의 멸망이 될 수도 있다. 그 결과가 어떨지에 대해선 영화가 결론을 짓고 있지는 않다. 대신에 영화는 다른 대립 축을 추가로 제시한다. 영화에는 악당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주인공들과 대립각을 세운다. 악덕 유전 공학자와 악덕 기업이 공룡을 이용해 돈벌이에 나서고 그것을 막기 위해 주인공인 오웬(크리스 프랫)과 클레어, 그리고 오리지널 멤버인 그랜트 박사(샘 닐), 엘리 박사(로라 던), 이안 박사가 그것을 막기 위한 방법을 총동원한다. 공룡을 이용하는 쪽과 공룡을 놔둬야 한다는 쪽의 대결이 영화의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이번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전체 쥬라기 시리즈를 통합하여 결론을 내린다. 이번에 등장하는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오리지널 멤버들은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멤버들과 함께 등장해 시리즈의 대단원을 책임진다. 이들은 영화의 처음부터 등장해 꽤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하고 과거와 마찬가지로 공룡과 다시 조우한다. 과거 시리즈의 팬들이라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오리지널 멤버들의 모습을 굉장히 반갑게 지켜볼 것이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건 바로 인간 개입을 최소화하라는 것이다. 지금 현재 주변에 있는 동물과 식물들에 인간들의 개입을 최소화함으로써 그들 스스로 자생하고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으로 그들을 돕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완성도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명확해진 메시지
공룡을 처음 등장시킨 <쥬라기 공원>이 보여준 경이로움은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그 강도가 많이 희석되었다. 그래서 <쥬라기 월드> 시리즈에서는 점점 많은 수의 공룡을 등장시켜 그것을 유지하려 애쓰지만 이번 마지막 영화에서 그런 경이로움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속에는 티라노를 비롯한 육식 공룡들이 대결을 벌이고 익룡이나 랩터 같은 다양한 공룡이 등장하지만 모두 그저 액션을 위한 등장으로 짧게 소비되어버리고 만다. 사실상 공룡의 추격이나 싸움에 인간이 개입할 요소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계속 지속되지 못한다는 단점이 더 커졌다.
영화 전체에 관통하는 메시지는 꽤 명확해졌지만 나머지 부분은 아쉬운 점이 많다. 액션의 강도가 높아졌지만 이미 과거 시리즈에서 봤거나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장면들이 많아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또한 오리지널 멤버들의 등장을 위해 영화 초반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그들의 서사를 보여주게 되는데, 그래서 이야기가 조금 늘어진다는 느낌이 있다. 악덕 기업의 사장은 너무나 단편적이고 바보 같이 묘사되어 있고 아무 대책이나 계획이 없는 것처럼 보여 허무하게 활용되고 퇴장해 영화적 긴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번 영화는 90년대부터 사랑받았던 <쥬라기 공원>과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통합하고 또 닫는다. 이제는 여려 영상기술의 발달로 공룡을 포함한 다양한 것들을 그래픽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니까 공룡을 화면에서 보는 것이 더 이상 신기한 경험이 아니게 된 것이다. 공룡이 나오는 쥬라기 시리즈는 더 이어질 것 같지 않다. 이 시리즈가 줄곧 주장해왔던, 인위적인 인간의 개입은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만든다는 메시지는 아주 명쾌하게 전달하고 있고 영화의 마지막에도 그 메시지는 반복적으로 전달된다. 결국 이 시리즈가 보여주고자 했던 그 결말, 바로 인간과 공룡의 공존이다. 영화적 완성도는 조금 아쉽게 느껴지지만 과거부터 이어져온 전체 쥬라기 시리즈를 끝맺음하기 위한 결말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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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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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른 우산과 마르지 않은 마음 사이의 우리
여름의 시작에서 바라본 영화 '어제 내린 비'. 윤혜리 배우님의 열연이 돋보이는데 아쉬울 만큼 여운 깊었던 영화였다. 분명 삶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가오는데, 억지로 손아귀에 쥐려고 하는 우리의 모습들을 보여주며 얼굴을 찡그리게 만든다. 청량한 여름의 시원함보다 뜨겁고 끈적끈적한 현실을 보여주듯.
비가 와도 시원하지 않은 그때 여름의 민조는 아침엔 곤계란이, 점심엔 냉면 위의 계란과 남자친구가 뉴스에 나오는 일까지 겪게 된다. 혼돈 그 자체의 민조는 결혼을 없던 일로 만들기 위해 이별 통보, 예식장 취소, 신혼여행 취소, 캐리어 환불까지 동시다발적으로 해결하기 시작한다. 달력의 5월 18일을 가리듯 어쩔 수 없는 일들을 지우려 노력하지만, 그 노력이 무색하게 비는 이미 내렸고 마른 우산은 집으로 들고 들어와야 했다.
불안정한 마음이 가져다주는 갈등 사이에서 들려오는 어떤 말이 주는 영향력이 있었던 걸까. 창밖의 풍경을 바라봤던 민조가 마른 우산 대신 접을 수 없는 영환을 들여 시원한 바람에 시원한 수박을 먹는다. 어쩔 수 없는 일을 스쳐지나 보내며 그저 스치는 바람에 몸을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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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지구를 지켜라가 비운의 명작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나는 그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그렇게 다양한 장르의 느낌을 한 영화에 집약시키기 어려운데 그걸 굉장히 잘 해냈다"라고 팬심을 밝힌 <미드소마>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감독 아리에스터가 할리우드 리메이크작품의 제작에 참여한다고 합니다.
오늘의 씨네뉴스 같이 살펴보아요!<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북미 1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북미 공개 첫 주에 1위는 물론 매출액 1000만 달러를 넘겼습니다. 일본에선 지난 7월 공개되면서 83억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국내에선 지난 10월에
개봉해 지금까지 199만명을 기록했습니다.
<거미집> 김지운 감독춘사 영화제 감독상, <올빼미> 4관왕
김지운 감독이 제 28회 춘사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여우주연상은 <밀수> 김혜수,
남우주연상은 <올빼미> 류준열이 가져갔습니다. 특히 <올빼미>는 남우주연상과 함께 신인남우상,
신인감독상, 각본상도 거머쥐며 4관왕을 안았습니다.
<서울의 봄> 천만 고지
<서울의 봄>이 누적관객수 700만을 넘어서면서 올해 국내 개봉영화 중 3위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국내에
공개된 영화 중 700만명이상 본 작품은 <범죄도시3>, <엘리멘탈>외에는 없으며 이 기세라면 천만영화를
기록할 전망으로 보입니다.
권은비 일본 영화배우 데뷔<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8일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는 "권은비가 내년 가을 개봉 예정인일본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파이널 해킹 게임')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고 밝혔습니다. 권은비는 이 작품으로 연기에 처음 도전하며,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흑발의 미녀 수민 역을 맡았습니다.
<미드소마> 아리에스터 감독<지구를 지켜라> 제작 참여
2003년 개봉한 '지구를 지켜라!'는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청년 병구가 한 화학품 회사 사장을 외계인으로
의심하고, 납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장준환 감독의 데뷔작으로 놀라운 상상력과 흡입력 있는
연출, 배우들의 명연기가 어우러진 작품으로 아리에스터 감독이 제작에 참여하고, 연출은 영화의 원작자인
장준환 감독이 맡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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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우드와 다른 독보적인 매력, 북유럽 영화 8선
북유럽 영화 보신적 있으신가요? 혹은 좋아하시나요?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와는 달리 예술영화가 주를 이루는 북유럽 영화는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시나리오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석권한 <슬픔의 삼각형>, <더 스퀘어> 부터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까지 매력적인 북유럽 영화 8선 지금만나보아요 ?
+가장 재밌게 본 북유럽 영화가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더 스퀘어
뭘 해도 더-럽게 안 풀리는 이 남자,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더 스퀘어’라는 새로운 전시를 앞둔
스톡홀름 현대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크리스티안’ 누구보다 완벽했던 그에게 예측불허! 기상천외한 트러블이
빵! 빵! 터지기 시작했다 통제 불가! 짜증 유발! 그럼에도 불구하고, HELP HIM, PLEASE!
램스
설원이 펼쳐진 아름답고 평화로운 아이슬란드의 시골 마을. 이 곳에 살고 있는 ‘키디’와 ‘구미’는 양을 자식처럼 사랑하고 키워온 형제이지만 40년 동안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지낸 남다른 사연을 가진 사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서 개최된 우수 양 선발대회에서 ‘키디’의 양이 우승을 차지하며 ‘구미’의 질투가 폭발한 것도 잠시, 갑자기 마을에 양 전염병이 발생하여 키워온 양들을 모두 죽이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오매불망 양만 바라보며 살아온 형제는 양들을 살리기 위해 40년 만에 침묵을 깨고 비밀리에 의기투합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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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고향으로 내려온 유치원 교사 루카스는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귀며 아들 마커스와 함께 하는 행복한 삶을 꿈꾸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루카스를 둘러 싼 한 소녀의 사소한 거짓말이 전염병처럼 마을로 퍼지고,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루카스는 마을 사람들의 불신과 집단적 폭력 속에서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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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꼼꼼한 기만작전으로 전쟁을 막아라
한국사 공부를 하다 보면 수많은 전쟁들을 보게 된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월남전 등등.. 우리나라는 전쟁을 많이 겪었다. 어렸을 때는 이 전쟁이라고 하는 것의 의미를 잘 몰랐던 것 같다. 그냥 우리나라가 예전에 어떤 나라와 싸웠구나. 그냥 이 정도였다. 사건이기 때문에 암기하고 외워왔다. 이 생각은 나이가 먹을수록 바뀌기 시작한다. 죽음, 이별 이런 것들은 생각하면 할수록 무섭다. 내가 사랑했던 누군가가 갑자기 떠난다? 그것도 자기 주체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나라 윗동네 소수가 고른 멍청한 고른 것의 대가라면 참으로 갑갑하다. 나라를 위해 싸웠다. 말은 좋다. 근데 이 싸움을 일으키는 지도자들이 우리 모두를 기억하고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그렇게 세상을 떠난 많은 사람들의 희생은 어쩌면 멍청한 폭군들이 벌였던 결과물 중 하나다.
이 비극이 그냥 잠깐 쨘 하고 끝나면 다행일 텐데, 2022년 5월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전쟁 일어난 지 3개월. 분명 온 세계가 힘을 합쳐서 러시아에 보복을 했었던 것 같은데 아직도 끝이 나지 않았다. 화가 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선택한 것도 아닌데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낼 위기에 쳐해 있다. 전쟁은 일어나선 안될 끔찍한 비극이다. 이는 우리의 역사가 여러 번 증명했던 사실이기도 하다. 이런 생각이 80년 전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나치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벌였던 전범국을 막기 위해 영국의 해군 정보장교가 묘안을 가지고 왔다. 세계 2차 대전이 발발 중이던 영국으로 가보자.
무의미한 싸움을 끝내기 위해
한 남자의 집에 파티가 열린다. 영국의 한 군인 이웬 몬태규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였다. 파티에서 놀라운 사실이 발표된다. 몬태규의 아내와 아이들이 미국으로 간다는 뜻이다. 세계 2차 대전은, 히틀러의 나치가 유대인의 피를 가진 사람이라면 죄다 탄압했던 시기였다. 영국 역시 반제국주의 연합 사이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 위험이 들어닥칠지 예상할 수 없었다. 아내를 떠나보낸 이웬. 당연히 별로 기쁘지 않다.
이웬 몬태규는 현재 처해있는 상황에 집중하기로 한다. 지금 영국은 전쟁 중이다. 히틀러는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왠지 절망스러운 현재. 전쟁의 끝을 내기 위해 신묘한 한 수가 필요하다. 시칠리아는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충지였다. 이 요충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시칠리아에 매복 중인 독일군 23만 명을 따돌려야 한다. 이웬 몬태규는 그럴듯한 작전 하나를 선택한다. 그리고 실행에 옮긴다. 영국군과 20 위원회는 작전에 성공해 세계 2차 대전을 끝낼 수 있을까?
살짝 다른 전쟁영화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정말 피곤해서 내가 억지로 살고 있다! 싶은 분들은 영화관에서 보지 않는 걸 추천한다. 좋은 작품이라서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충분히 그런 위험부담에 대한 보상을 하는 작품이다. 예를 들어 내가 한 3주 전쯤에 본 <네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생각난다. 영화 자체가 몰입감은 있었다. 집중하고 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영화를 돌이켜보면 볼수록 그 학교폭력 가해 장면 빼곤 생각나는 게 없었다. 이 영화는 그것과는 다른 지점을 갖고 있다. 전쟁 신이 나오긴 하지만 극후 반부에만 잠깐 나온다. <1917>같이 멋있는 롱테이크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영화는 열심히 토론과 토의, 대화와 인간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은 앞에서도 썼듯 책략 설계다. 시칠리아에 있는 병력들을 그리스로 이전시키는 게 전략의 핵심이다. 그러니까 이를 위해서 꼼꼼한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의 신분을 만드는 게 영화의 소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엥? 그럼 그게 전쟁영화야?’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영화는 긴장감이 있는 전쟁영화다. 일단 여기 있는 우리 모두 다 세계 2차 대전의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났는지 알고 있다. 결론을 알고 시작하는 영화. 그럼에도 어떤 작전을 위해 무언가를 새롭게 만든다는 것은 아예 처음 들어본다. 그래서 이 작전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 싶은 긴장감이 극을 이끈다. 또 긴장감 아래에 주인공이 갖고 있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가족의 문제, 그리고 본인의 문제다. 대사가 많아 눈 딱 뜨고 보지 않으면 루즈하다고 느낄 확률이 높긴 하지만 이야기가 어려운 건 아니기 때문에 이해하는 것은 쉬울 것이다.
마음의 방향키를 돌려
영화에서 주요하게 작동하는 모티브는 인지다. 일단 첫 번째로, 제일 중요한 소재 ‘기만작전’은 상대방의 인지에 오류를 만들고 싶어서 설계하는 것이다. 나치와 히틀러가 영국군의 행보를 예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또 초반부에 주인공의 아내가 주인공에게 서러움을 표현한다. 역시 이는 ‘인지’라는 오해에서 온다. 그리고 극에서 로맨스가 있는데, 이 역시 상대방을 ‘어떻게 인지할 것인가’에서 온다. 두 사람 중 한 명이 이것에 대해 대사를 하기도 한다. 그다음 극의 중후반부를 넘어가서 제시되는 인물 간의 갈등이 있다. 이게 실제 인물들이 이런 문제가 있었는지는 (찾아본 결과) 모르겠지만 감독이 실제로 넣었다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한 모티브를 가지고 이야기를 철저하게 설계한 감독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난이도는 4.0
영화를 끝나고 이 작품의 번역을 누가 맡았을까? 찾아보고 싶었다. 크레디트를 쭉 보니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번역 황석희’, 아는 이름이기도 했지만 일단 이걸 어떻게 번역하지? 싶었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대사량은 어마 장장하다. 사람에 따라서는 집중이 안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세계 2차 대전이 어떻게 결론이 났고, 응? 싶은 부분도 콜린 퍼스의 눈빛 연기로 설명이 되기 때문에 엄청나게 큰 장애물로 느껴지지 않기도 한다. 만약 이 영화가 <1917>이나 <이미테이션 게임>같이 멋진 전쟁영화를 기대하고 계셨다면 꾸벅꾸벅 졸 수도 있다. 마음을 비우고, 좋은 드라마를 본다고 생각하고 극장에 가시는 걸 추천한다!
매너가 연기를 만든다
이 배우들 중에서 아는 이름은 콜린 퍼스뿐이다. 그리고 콜린 퍼스 작품도 그렇게 많이 보진 않았다. 신기하게 할리우드 배우들 중에 연기 못하는 사람은 없는 느낌이다. 콜린 퍼스는 이 중간에 있는 인물이 아닐까? 주인공 이웬 몬태규는 외로운 내면이 있는 사람이다. 그게 초반부부터 나타난다. 아내와 소통이 그렇게까지 잘 되는 편은 아니었던 듯한 주인공. 이 외로운 내면은 극 끝까지 쭉 전개된다. 그 좀 생각 많아 보이고 무언가 결핍됐기 때문에 행동하는 인물의 성격 묘사를 콜린 퍼스의 덤덤함으로 잘 소화해 냈다. 절제해서 완성시킨 연기가 궁금하다면 극장으로 달려가서 예매하셔도 괜찮다!
떠나간 사람들을 추모하다
그리고 이 영화의 엔딩에 대해 쓰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의 엔딩은 추모다. 이 사람이 전쟁 영웅으로서 얼마나 위대한지로 끝을 내지 않았다. 이는 영화가 갖고 있는 주요 소재와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히틀러를 위시한 나치 지도부가 나쁜 거지, 그냥 징용된 독일군이 나쁜 걸까? 아닐 것이다. 물론 세계대전을 종결시킨 군인들은 위대하다. 그런데 막상 이 사람들 난 너무 칭찬하면 어느 정도의 형평성이 이뤄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 ‘사람의 마음’이라는 주요 소재를 반영하듯 개인의 희생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를 관객에게 말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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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나는 캐릭터와 아쉬운 관계성
6★/10★
복권에 당첨되었으나 그 돈을 금세 말아먹는 사연은 흔하다. 직접 목격하진 못했더라도 누구나 해외 토픽에서 한두 번쯤은 들어봤을 이야기다. 레슬리도 그중 하나다. 〈레슬리에게〉는 한 작은 마을의 술집 앞에서 레슬리가 기쁨에 겨워 환호하는 장면을 담은 뉴스 화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6년 후. 레슬리는 철저한 빈털터리가 되었다. 숙박비를 내지 못해 모텔에서 쫓겨난 후 여기저기 부탁을 하고 연락을 돌려보지만 그녀를 받아주는 사람은 없다. 레슬리는 복권 당첨 후 이미 마을의 유명 인사가 되었고, 당첨금 19만 달러를 빠르게 탕진해 빈털터리가 됨으로써 또다시 화젯거리(조롱거리)가 되었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알코올중독자를 받아줄 사람은 이제 마을에 없다.
결국 레슬리는 다른 도시에 있는 아들 제임스에게 간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제임스는 육체노동을 하며 차근히 자기 삶을 꾸려나가는 중이다. 제임스는 레슬리를 따뜻하게 안아준다. 맛있는 밥과 깨끗한 옷을 주고 새로운 계획이 생길 때까지 얼마든지 집에 머물라고 다정하게 말해준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제임스가 집에 머무는 동안 지켜야 할 단 하나의 규칙으로 ‘술 마시지 말 것’을 요구하는 장면이 보여주듯이 말이다.
짐작 가능하듯, 레슬리는 제임스가 제시한 단 하나의 규칙조차 지키지 못한다. 심지어 술을 마시기 위해 제임스의 하우스메이트 돈에 손을 대기까지 한다. 결국 제임스는 폭발한다. 제임스가 어릴 때, 레슬리는 제임스를 친구에게 맡겨둔 채 술을 마시다 그를 두고 떠난 적이 있다. 때문에 레슬리의 ‘규칙 위반’은 아들의 상처를 또 한 번 후벼 파는 일이다. 제임스가 과거 일을 묻지 않고 따뜻하게 받아줬는데도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한 레슬리에게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레슬리는 다시 자신이 떠나온 마을로 되돌아간다. 과거 제임스를 맡겼던 친구 집에 신세를 지지만 금세 쫓겨나고 술집, 길거리, 폐건물을 전전한다. 정말 이제 레슬리가 갈 곳은 아무 데도 없는 듯 보인다.
이후 영화는 막다른 길에 몰린 레슬리가 모텔 주인 스위니의 호의로 조금씩 책임감을 배우고 자기 삶을 다시 꾸리는 과정을 담는다. 알코올중독 아내가 있었던, 자신 역시 누군가의 호의로 ‘괜찮은’ 삶을 꾸려나가던 스위니는 다른 사람들처럼 레슬리를 조롱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스위니의 호의를 어떻게든 빼먹을 생각만 하던 레슬리도 조금씩 그의 기대에 부응해나가며 자신에게 존재하지 않았던 미래를 모색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늘 술 마실 궁리만 하며 폭력적으로 구는 레슬리에게도 남들이 보지 못한, 보지 않은 면이 있음을 드러낸다. 레슬리는 마을 사람들의 짓궂은 조롱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넘기거나 들이받는 식으로 ‘시원하게’ 응징하지만 속으로는 언제나 자신이 ‘괜찮은 사람’일 수 있기를 갈망했다. 그리고 벼랑 끝에서 이를 알아봐 주는 스위니를 만나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으나 오랫동안 마음 한편에 남겨둔 꿈을 펼쳐낸다.
스위니가 레슬리의 관계에서 의구심이 드는 부분도 있다. 영화는 두 사람의 관계에서 ‘자격’을 묻고 따지지 않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믿음에 기반한 호의가 가능케 하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쓰레기’가 된 삶이라도 누군가가 손 내밀어주고, 그로 인해 관계가 시작된다면 ‘괜찮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이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섬세하고 치밀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둘의 관계가 ‘신데렐라’와 ‘백마 탄 왕자’의 노동계급판 변주로 읽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곁을 묵묵히 지키며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과 더 높은 위치에서 누군가를 ‘구원’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그 차이는 한끗 차이로 결정되기도 한다. 〈레슬리에게〉는 분명 전자의 관계 양상을 지향한 듯하지만, 후자의 의구심을 완전히 지울 만큼 탄탄하지는 않다. 결국 이런 유의 영화에서는 스위니 같은 ‘비현실’적인 인물을 설득력 있게 재현하는 데 그 성패가 달려 있기 마련인데 〈레슬리에게〉가 여기에 성공했는지는 의문이다. 분명 적당한 감동을 준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레슬리에게〉가 끝내 자기 메시지를 온전히 전하는 데 실패한 듯 보이는 것이 유독 아쉬운 이유는, 레슬리 캐릭터의 힘과 이를 연기한 안드레아 라이즈보로의 빼어난 열연 때문이다.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자의 공허함, 허탈함, 분노 그리고 동시에 아주 깊은 곳에 깃들어 있는 희망을 응축한 캐릭터와 이를 설득력 있는 리얼한 연기로 선보이는 안드레아 라이즈보로는 영화의 성취에 대한 개인의 판단과 별개로 분명 많은 사람에게 인상적으로 다가갈 것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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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모양의 사랑
어제는 아빠의 일흔 일곱번째 생일이었다. 지난주말에 부모님을 뵈러 대구에 다녀왔는데…불과 몇달만에 갑자기 기력이 쇠한 느낌이 들어 코 끝이 시큰해졌다. 아빠는 요즘도 새벽 6시에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골목을 쓸고, 아빠의 작은 이발소 문을 연다. 성실히 하루 하루를 꾸려 가는 분이고, 늘 일을 하고 있기에 이렇게 갑자기 늙으신 것 같은 얼굴을 마주 하는게 믿기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아빠는 나에게 특별한 분이다. 40년대에 태어나셨는데…요즘 MZ같은 마인드로 80년대생인 나를 키웠다. 내 나이 또래의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감정적인 결핍이 없도록 나를 키웠다. 엄마 뿐 아니라 아빠에게도 충분히 사랑하고, 사랑받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은 대화를 나눴고, 나를 믿어주셨다.
경상북도 깊은 시골에서, 자주 술에 취하고 폭력적이었던 할아버지로부터 도망 나와 서울로 간 게 중학교쯤이었다 하니, 아빠의 학력도 아마 그 즈음에서 끝이 났을 것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어른이 되어 자수성가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지금’ 당장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가족을 떠난 사람.“아빠 그렇게 어렸는데…어떻게 혼자 살았어?” 겨우 열몇 살이었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면. 아빠는 “ 뭐어. 잘 먹고 잘 살았어.” 하고 이야기를 끝내버렸다.
아빠는 그랬다. ‘오늘 뭐 하고 놀았니? 무슨 책을 읽었어? 기분은 어때?’ 학교를 다녀와 이발소로 뛰어 들어오는 나에게 백가지 질문을 퍼붓고, 온갖 수다를 받아주고, 장난을 걸고, 대화를 하면서도 ‘아빠가 옛날에는 말이야…’하는 영웅담이라던가, ‘내가 어떻게 너를 키웠는데…’같은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당신의 고단함과 괴로움을 자식이 알아 주지 않아도 상관없이 온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
꽤나 이기적으로 살아온 터라 아이를 낳기 전엔 잘 몰랐다. 나의 마음 보다, 상대방의 마음과 상황을 들여다 보게 되는 일. 내가 아닌 타인에게 마음이 쓰여서 때때로 나의 일상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되는 일도 생긴다는 것을. 그런 일은 거의 대부분 모두 내 배에서 탯줄을 끊고 태어난 아이 때문이었다. 배 속에 품어 낳은 것이 아닌 아이를 사랑하여 모든 것을 내어 주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모든 가정은 다르기에 ‘아빠의 사랑’ 역시 수십만 개의 모양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름답고, 기쁨의 감정이기도 할 것이고, 때로는 애틋하거나, 적당한 무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장난기가 가득할지도 모르겠다.
여자로 태어난 나는 결코 알지 못할 다른 모양의 사랑을 늘 궁금해 왔다. 이런 영화의 좋은 점은 내가 아빠가 될 수 없기에 과한 감정이입을 배제하고 적당한 거리에서 담담하게 지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식의 입장에서, 혹은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서 내내 마음을 아리게 했던 아빠의 영화들 중 많은 영화가 평범하기 보다는 조금 부족한 아빠에서 시작한다. 영화<아이엠 샘>에서 샘은 지적장애로 7살의 지능을 가진 아빠로 나온다. <파더 앤 도터>의 제이크는 아내의 목숨을 앗아간 교통사고 이후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소설가이며, <더 웨일>의 찰리는 아내와 이혼 후 동성연인의 죽음을 겪고 그로 인해 270kg의 거구의 몸집으로 살아가고 있다. <애프터 썬>의 캘럼은 어린 나이에 소피의 아빠가 되었지만 이혼을 했다. 딸과 함께 튀르키예 여행을 떠나왔지만 어딘가 불안하고 슬픈 감정에 쌓여 있는 느낌이 든다.
그러고 보니 언급한 영화들의 자녀는 모두 딸이다. 영화 속 아빠는 경제적으로 부족하거나, 정신적으로 부족하거나, 마음이 아프다. 자신의 이런 결핍과 상황이 딸을 지키는 못하는 일이 될까 두려움을 느끼는 일들이 생긴다. 영화는 아빠의 지능이나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사랑을 줄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아이에게 돈과 환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한한 사랑이라고. 아빠들은 입양을 보내는 쪽보다 끝까지 딸과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찰리는 죽음이 가까워 왔음을 느끼며, 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캘럼은 위태로운 마음과 어려운 상황에서도 (영화가 딸의 시선이라 짐작만 할 뿐이지만) 딸에게 즐거운 시간이라는 선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피가 물보다 진하기 때문일지…혹은 작고 연약한 존재를 지켜주고 싶은 인간의 본능인지… 잘 모르겠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받는 사람 뿐만 아니라 주는 사람이 더 큰 위로가 되기 마련이다.
이토록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모든 것을 내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 때로 나의 존재의 이유가 되기도 하니까. 아빠는 딸을 살게 하고, 딸은 아빠를 살아가게 하는 이유가 된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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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과 달 리뷰 - 상실의 고통을 가진 두 여자의 러블리한 치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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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남편의 첫사랑이 목하 열애 중이었던 곳으로
나 홀로 뚝 떨어지게 된다면?
남편과 사별 후 평소 남편이 살고 싶어 했던 제주도로 이사 온 민희는
성격 좋은 동네 이웃 목하와 그의 음악하는 아들 태경을 만나 친분을 다지게 된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출발,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고 생각한 순간,
목하가 남편의 첫사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본의 아니게 상실의 아픔을 분노 게이지로 다스리게 되는 민희,
평온했던 일상 속 잊고 지냈던 오만년 전 ‘구 남친’의 기억을 강제 소환당한 목하.
두 여자의 예측 불가, 밀고 밀리는 관계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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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악독하고 잔인한 바이킹족을 모두 몰살시켜 버리는 전사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사용중인 이어폰 : 저지연 무선이어폰 GTW270 hybr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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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아사쿠사 키드> 공식 예고편
"난 코미디언이다, 이 자식아!" 감독, 각본: 게키단 히토리 / 주연: 오이즈미 요, 야기라 유야 / 주제가: 쿠와타 케이스케 도쿄 아사쿠사 극장가를 상징하던 전설의 스승과 코미디언이 되기 위해 청춘을 건 젊은 제자. 끈끈한 유대로 맺어졌던 두 사람이었으나, 결국 결별의 시간이 찾아오는데. 기타노 다케시가 한 명의 코미디언으로 탄생하기까지, 웃음과 눈물로 가득했던 그 청춘의 나날들. 곧 공개 예정.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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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예스 데이!>
지금부터 24시간, 아이들 마음대로!
언제나 안 된다고만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도, 직장 동료들에게도. 하지만 하루쯤 다르게 살아보기로 결심한 앨리슨과 카를로스. 24시간 동안 세 아이 마음대로 하는 ‘예스 데이’를 선물하기로 한다. 그때까진 짐작도 하지 못했다. 온 가족이 로스앤젤레스를 휩쓸며 정신없는 모험을 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그리고 다섯 식구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지리라는 사실을.
엄마와 아빠는 안 된다고만 하는 사람. 그래도 오늘만은 달라지겠어. 24시간 동안 아이들 마음대로. 부모는 무조건 예스. 짜릿한 모험을 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