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5-30 13:54:52
5월 4주 차, 위클리 씨네 뉴스
<신작의 발견>, 설경구 특별전 개최, '소년비행' 전편 무료 공개
안녕하세요.
.
.
.
국내
CGV, '신작의 발견' 기획 상영전
ⓒ '이상한 나라의 아빠' 인스타그램
CGV에서 연극, 뮤지컬, 무용, 전통예술 등 국내 창작 초연 공연을 영화관에서 선보인다.
'신작의 발견' 기획 상영전은 5개의 작품을 매주 수요일마다 1편씩 만나볼 수 있다.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설경구 특별전 개최
ⓒ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배우 특별전의 주인공은 배우 설경구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박하사탕>, <오아시스> <공공의 적> 등 설경구 배우가 직접 선택한
7편의 대표작을 상영할 예정이다.
<소년비행>, 2주간 전편 무료 공개
ⓒ 시즌
<소년비행>의 두 번째 시즌 공개에 앞서 첫 번째 시즌을 2주간 무료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시즌에 가입하기만 한다면 25일부터 6월 7일까지 무료로 시청 가능하다.
SK브로드밴드,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우수 작품 무료 상영
ⓒ 서울국제환경영화제
SK브로드밴드가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개최 기간에 맞춰 B tv와 모바일 B tv에서 영화제 우수 작품을
단독으로 무료 상영한다고 밝혔다.
국내 OTT 티빙과 시즌, 내달 통합
ⓒ 티빙 홈페이지 캡쳐
티빙과 시즌에 따르면 다음 달쯤 티빙과 시즌이 통합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상당 부분이 조율된 상태'라고 한다.
박찬욱 <헤어질 결심>, 평점 최종 1위
ⓒ 네이버 영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스크린 데일리 최종 평점 1위를 기록했다.
<헤어질 결심>은 4점 만점에서 최종 평점 3.2점을 받았다.
21개의 경쟁 부문 초청작 중 유일한 3점대이자 최고 점수이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사전 예매율 40% 돌파
ⓒ 네이버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30일 기준, 예매율을 44.5%를 돌파하였다.
탄탄한 팬층, 전작보다 더 커진 스케일, 스티븐 스필버그의 총괄 제작을 맡았기에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Relative contents
-
- 판타스틱 4 | 지나치게 반듯한 히어로 가족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잘 만든 MCU 영화'의 조건
'잘 만든 슈퍼 히어로 영화'는 공통점이 있다. 싸움을 잘 붙인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센티넬',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속 '그린 고블린'과 '닥터 옥토퍼스' 같은 빌런들이 꾸준히 회자되는 이유라고 할 수도 있다. 히어로와 빌런의 갈등과 대립이 주목받을수록 빌런 고유의 서사와 특성도 덩달아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합의 범위를 '잘 만든 MCU 영화'로 줄이면 다른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여전히 싸움은 잘 붙이지만, 히어로와 빌런 대신 히어로와 히어로가 싸움의 주체가 된다는 사실이다. <어벤져스>에서는 뉴욕 전투가 시작되기 전까지 6명의 영웅과 닉 퓨리가 뒤엉켜 말다툼을 벌였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는 아예 어벤져스가 둘로 나뉘어 전투를 치렀으며, 토리와 로키는 시리즈 내내 싸웠다. <썬더볼츠*>도 다르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이는 MCU가 여러 시네마틱 유니버스 중 가장 성공적인 팀업 무비를 만들 수 있는 비결이었다. 히어로들끼리 싸우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드는 동안, 관객들도 그들의 신념과 철학, 한계와 약점을 목격하고, 그들에게 인간적으로 유대감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었으니까. 그 덕분에 수많은 캐릭터가 한 작품에 등장해도 각각의 개성과 존재감은 묻히지 않을 수 있었다.
<판타스틱 4: 새로운 시작>(이하 <판타스틱 4)은 정반대다. '잘 만든 가족 드라마'이지만, '잘 만든 MCU 영화'는 아닌 듯하다. 가족애, 특히 모성애에 집중한 드라마는 인상적이다. 윤리적 딜레마의 활용도, '가족'의 중요성을 시의적절하게 환기하는 메시지도 영리하다. 하지만 정작 관객들과 상호작용을 해야 할 네 명의 주인공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MCU 팀업 무비답지 않게, 싸울 줄 모르나 싶을 정도로 반듯했기 때문이다.
판타스틱 4가 딜레마를 푸는 법
지구-828의 수호자인 '판타스틱 4'. '수 스톰/인비저블 우먼'(바네사 커비)의 임신을 축하하며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준비를 하던 그들은 돌연 위기에 빠진다. '실버 서퍼'(줄리아 가너)가 나타나 행성 파괴자 '갤럭투스'(랠프 아인슨)의 공격을 경고했기 때문. 자신을 막으려 우주로 향했 판타스틱 4에게 갤럭투스는 제안한다. '리드 리처즈/미스터 판타스틱'(페드로 파스칼)과 수의 아들이자 우주적 능력을 지닌 '프랭클린'을 넘기면 지구와 인류를 살려주겠다고.
그 순간 판타스틱 4는 '트롤리 딜레마'라고도 불리는 공리주의적 딜레마에 직면한다. 이 딜레마는 고장 난 기차가 다섯 명의 작업자가 있는 선로로 달려가고 있을 때, 레버를 당겨서 한 명의 작업자가 있는 선로로 변경할 수 있다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판타스틱 4의 입장에서는 작업자 다섯 명의 목숨이 온 인류와 지구의 운명이고, 한 명의 작업자가 그들의 가족이라는 게 차이점일 뿐이다.
이때 판타스틱 4는 철저히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선택을 내린다. 어렵게 임신한 아들인 만큼 리드와 수는 절대 프랭클린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다섯 명의 작업자가 기다리는 선로, 곧 지구와 인류가 기다리고 있는 선로를 선택한다. 이에 시민들은 판타스틱 4를 의심하고, 그들에게 분노를 표출한다. 그들이 보기에 판타스틱 4의 결정은 특별한 힘에 따르는 책임을 포기하고 도망친 꼴이니까.
흥미롭게도 그들의 사적인 선택 덕분에 딜레마는 해결된다. 시민 앞에서 수는 연설한다.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두려워하는 그들의 심정에 공감을 표한다. 판타스틱 4가 본인들의 가족뿐만 아니라 지구의 모든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하며 시민들을 설득한다. 그 덕분에 판타스틱 4의 신뢰도가 다시 높아지고, 리드는 갤럭투스와의 전면전을 피할 전 지구적 프로젝트를 실행할 기회를 잡는다.
수의 연설이 특별한 이유
혹자는 이러한 전개를 작위적이라고 비판할 수 있고, 분명 일리 있는 지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극 중 판타스틱 4에 대한 이중적인 묘사를 유심히 살펴보면 수의 연설 이후 편의적인 전개가 의도된 것임을 눈치챌 수 있다. 지구-828에서 판타스틱 4는 그 어떤 MCU 히어로보다도 독특한 지위를 누린다. 그들은 토니 스타크만큼 유명하고, 캡틴 아메리카만큼 존경받고, 토르만큼 고결하며 브루스 배너보다 영민하다고 여겨진다.
실제로 '조니 스톰/휴먼 토치'(조셉 퀸)와 '벤 그림/씽'(에번 모스배크랙)은 모든 아이와 시민들의 완벽한 우상이자 친구다. 수는 '닥터 둠'의 라트베리아를 제외한 모든 국가의 협력을 끌어내는 범지구적 정치적 리더다.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과학자인 리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살아 숨 쉬는 영감 그 자체다. 영화는 이들의 업적과 위대함을 중간에 삽입된 방송 인터뷰 화면, 과거 자료 등을 통해 계속해서 강조한다.
그와 동시에 정작 관객들에게는 그들의 일상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예상치 못한 임신 때문에 걱정이 많은 부모와 그저 신난 삼촌들의 모습은 바로 옆집, 옆 동 아파트에서 볼 수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반면에 초인적인 활약상은 그들의 능력을 확인하는 수준으로만 묘사된다. 영화 자체가 초능력자들의 영웅담보다는 조금 독특한 사람의 일상을 엿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처럼 소소한 히어로의 일상에 초점을 맞춘 덕분에 수의 연설은 특별해질 기회를 얻는다. 모두가 바라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상적인 지도자의 모습을 그녀에게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새로운 <판타스틱 4>는 정치, 사회, 경제적 지도층과 그 외 계층 간의 심리적 거리감이 그 어느 때보다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일종의 영화적 위로처럼 기능한다.
지금, 필요한 가족 드라마
근래에 많은 사람들은 의심한다. 과연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 사회적 문제를 모두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진지하게 걱정하고 있는지를. 더 나아가 그들이 우리와 같은 세계에서 같은 걱정거리를 공유하며 살고 있는지, 같은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지 문을 표한다. 지도자들이 공익보다는 그저 사익만 추구한다고 의심하는 시민들이 늘어남에 따라 포퓰리즘에 기반한 극단적 정치 세력도 나날이 발흥하는 중이다.
MCU의 판타스틱 4는 시민들이 품은 의심과 느끼는 거리감을 해소하는 존재다. 그들은 시민들 앞에서 솔직하다. 가족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렇기에 다시는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을 누리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것을 안다는 수의 공감에는 진심이 느껴진다. 아무리 우월하고 특별한 능력을 지닌 존재라 해도 같은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는 솔직함이 사람들에게 믿음과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즉, 수의 연설은 철저히 개인적이라서 오히려 공동체적이다. 가족애라는 공통점을 확인하면서 시민들은 판타스틱 4, 곧 사회적 지도층과 자신들이 같은 목표와 걱정, 미래를 공유하는 한 공동체이자 가족임을 실감하고 거리감을 좁힌다. 이는 단지 자기 가족뿐만 아니라 모든 가족을 자기 가족처럼 보호하기 위해 갤럭투스와 싸울 것이라는 판타스틱 4의 다소 뻔해 보이는 다짐에 전 지구적 차원의 신뢰가 모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판타스틱 4를 영웅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하나의 가족을 그려내는 데 주력한 선택이 서사적으로 영리한 이유다. 하나의 공동체나 하나의 가족과도 같다는 연대 의식보다는 개인과 집단 간의 차이가 주목받고 갈등과 분열이 확산는 현시점에 꼭 필요한 영화로 <판타스틱 4>를 포장해 냈으니까. 설령 그 희망이 비현실적인 꿈과도 같을지라도, 지금 누구나 바라는 정치적, 사회적 희망을 선사하는 영화가 바로 <판타스틱 4>인 셈이다.
가족은 보이는데, 히어로는 안 보인다
하지만 그렇기에 히어로 영화로서, 특히 MCU 영화로서 <판타스틱 4>는 한계가 명확하다. 프랭클린을 지켜야 한다는 수의 모성애가 갤럭투스와 갈등을 빚는 핵심적인 동기인 이상 그녀를 제외한 세 히어로의 존재감이나 역할이 눈에 띌 수가 없는 상황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리드의 천재성도, 조니의 유쾌함도, 벤의 내적인 고뇌는 돋보이지 않을뿐더러, 캐릭터의 매력으로도 기능하지 못한다.
만약 판타스틱 4 내에서의 갈등이 강조되었다면 다른 캐릭터들에게도 기회가 있었을지 모른다. 예를 들어 갤럭투스의 요구를 두고 수와 리드는 다툰다.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수와 달리 리드는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두어야 한다며 비교적 이성적으로 문제 상황에 대처한다. 이때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갈등을 부각한다면 리드만의 신념, 개성, 존재감이 돋보일 수도 있었다. 아이언맨과 대립각을 세운 캡틴 아메리카가 그랬듯이.
하지만 이들의 갈등은 단순한 견해 차이 정도로 비치고, 화해도 신속하게 이뤄지다 보니 기대한 효과는 찾아볼 수 없다. 도리어 극을 평면적으로, 모범적으로 느껴지게 할 뿐이다. 마치 판타스틱 4라는 이상적인 가족상을 통해 가족애와 모성애의 위대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정작 그 구성원들이 완벽한 가족이라는 이데아에 눌려버린 꼴이다. 심지어 수도 예외는 아니다. 헌신적인 어머니라는 이미지 외에는 드러난 바가 없으니까.
조니와 씽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조니는 실버 서퍼와의 접점 덕분에 비중을 챙겼지만, 씽은 그조차도 없다. 변하기 전 외모를 의식하거나 대중들의 반응에 싫증을 내고, 연애처럼 평범한 일상을 누려 보려는 모습은 있지만 수의 모성애에 비하면 깊이가 충분치 않다. 이 불균형은 액션씬에서도 유지된다. 나머지 멤버들이 별다른 상황을 못 만들어낼 때, 수는 모성애로 증폭된 능력을 살려 압도적인 활약상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장점으로도 못 가리는 한계
다행이라면 시각적 요소가 단점을 일정 부분 상쇄한다는 것. 갤럭투스의 첫 등장 장면은 셀레스티얼 '아리솀'의 <이터널스> 등장씬에 비견될 수준의 위압감을 선보인다. 막상 지구에 도착한 후에는 기대에 비해 압도적이지 않지만, MCU에서 드물게 접할 수 있었던 우주적 공포감이 오랜만에 느껴지는 장면임에는 분명하다. 이에 더해 중성자별을 배경으로 펼쳐진 실버 서퍼와의 추격전도 MCU에서 기대하지 못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무엇보다도 1960년대의 시대상을 반영한 세계관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임신 테스트기, 주방 도구, TV 같은 일상적인 소품뿐만 아니라 뉴욕의 스카이라인에 이르기까지 복고적인 문화와 혁신적인 기술력이 결합 풍경이 눈을 사로잡는다. 레트로퓨처리즘의 정수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이는 우주 개발을 비롯한 과학 기술의 발전에 대한 낙관적인 분위기, 더 나아가 판타스틱 4를 향한 존경과 선망 어린 시선과도 조화를 이룬다.
그렇다고 해도 <판타스틱 4>의 한계를 완전히 숨기지는 못한다. 스토리텔링에 집중한 나머지 히어로 영화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쾌감 중 일부가 지워진 듯한 인상을 남겼다는 것. 또 공들인 가족 서사도 지나치게 모범적이라서 도리어 매력이 반감된다는 것. 이는 설령 MCU에 편입되기 이전에 제작된 과거 '판타스틱 4'에 비해서는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호불호가 나뉠 법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MCU의 새 방향성으로 인한 문제 같기도 하다. 양보다는 질에 집중하겠다는 케빈 파이기의 발표 이후 공개된 <썬더볼츠*>와 <판타스틱 4>의 장단점이 같기 때문. 현대인의 정신 건강, 현대 사회의 정치적 갈등이라는 현실적 이슈를 반영한 서사가 전자라면, 기대에 못 미치는 액션은 후자다. 이러한 시도가 MCU의 진짜 부활로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쿠키 영상이 예고한 <어벤져스: 둠스데이>를 기다리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Acceptable 그럭저럭
MCU 답지 않게 너무 반듯한 팀업 무비
-
- 역사에 길이 남을 롱테이크 장면
다들 한 번쯤은 ‘롱테이크’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시죠.
롱테이크는 말 그대로 한 개의 숏이 여러 분 동안 지속되는 장면을 의미하며,
때로는 한 장면 전체를, 심지어 여러 장면을 하나의 숏으로 담아내기도 합니다.
최근 롱테이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의 시간>과 애플 티비의 <더 스튜디오>가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인디와이어가 선정한 ‘영화 역사상 최고의 롱테이크 10선’을 공개했습니다.
인디와이어는 롱테이크는 본질적으로 ‘속임수의 부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연출하기 어려운 기법이며,
종종 필요성보다는 과시적인 목적에서 사용되기도 하지만, 적절하게 활용되고 완벽하게 구현될 경우,
스크린에서 가장 짜릿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인디와이어 선정 목록]
① <어톤먼트>, 조 라이트
② <로프>, 알프레드 히치콕
③ <검은함정>, 오손 웰즈
④ <소이 쿠바>, 미하일 칼라토조프
⑤ <좋은 친구들>, 마틴 스콜세지
⑥ <올드보이>, 박찬욱
⑦ <플레이어>, 로버트 알트만
⑧ <주윤발의 첩혈속집>, 오우삼
⑨ <러시아 방주>, 알렉산더 소쿠로프
①⓪ <칠드런 오브 맨>, 알폰소 쿠아론
*영화 순서와 순위는 무관합니다.
-
- 앰버 허드의 빈자리를 채운 대신 느껴졌던 것
내가 아쿠아맨이올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틀란티스의 왕 아쿠아맨 아서(제이슨 모모아)다. 전작에서의 모험이 끝났다. 그리고 메라(앰버 허드)와 결혼에 성공했다. 옆에는 예쁜 부인이 있고 내 왕국이 있다. 아틀란티스가 선정한 가장 성공한 남자가 된 아서. 왕국을 이끌면서 아버지가 된다는 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이런 아서에게 도사린 위기가 있었다. 아버지가 아쿠아맨에게 당했다. 복수심에 불타는 블랙 만타(아히야 압둘 마틴 2세). 신 박사(랜들 박)와 함께 블랙 트라이던트를 손에 넣은 것이다. 더 어두워지는 블랙 만타. 남극에 봉인된 코닥스 왕을 구출해 아틀란티스를 무너트리려고 한다.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후
이 영화가 다루는 소재 중 하나는 이상기후다.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 문제가 슈퍼히어로물에 자주 등장하지 않아서 그렇지 소재 자체는 이 장르에 등장하기 딱 좋다. 그야 우리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거니와 현세태 우리가 처해있는 시급한 문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또 이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이 이 문제를 아쿠아맨이 다뤄야만 했던 이유를 잘 설정했다. 아쿠아맨이 살고 있는 아틀란티스는 해저 왕국이다. 바다와 지구온난화 문제는 뗄래야 땔 수 없는 관계라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이 인물의 서사에서도 지구온난화 문제의 핵심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 이는 영화 초반부에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아쿠아맨의 서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고 전작을 보면 더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으니 시리즈물의 의의도 놓지 않은 셈이다. 또 시각적으로도 여러 소재가 등장한다. 그냥 단순히 가족영화의 일부분으로서 짠하고 등장한 인물이 아닌 아기 캐릭터, 또 초반부에 공간적 배경이 되는 빙하 등 소재를 담는 그릇이 이 영화에는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영화가 지구온난화 문제를 깊숙하게 탐구한다고 보긴 어려운 감이 있다. ‘왜 아쿠아맨이 다루는가’는 탄탄하게 설정했어도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역할에는 부족한 것이다.
호러적 상상력
또 이 영화는 감독 제임스 완의 상상력이 빛을 발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공간적 배경은 두 곳이다. 아쿠아맨이 살고 있는 아틀란티스와 제목에 등장하는 ‘로스트 킹덤(잃어버린 왕국)’이다. 우선 아틀란티스를 묘사하는 방식은 아쿠아맨과 메라를 코디하는 방식(?)과도 유사하다. 형형색색의 빛나는 아틀란티스가 세상 화려한 이 부부와도 잘 어울린다. 대표적으로 아틀란티스의 국회정도 되는 공간이 영화에 등장한다. 또 아틀란티스 국민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장면도 있다. 이 두 장면에서 영화는 어디서 처음 본 것들로 가득 차있다. 그리고 이 화려한 것들을 보여주는 카메라워킹도 심해를 다룬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처럼 움직인다. 이런 연출법은 본작이 가진 인공성을 두드러지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서사를 이끄는 데 있어 나름 근거가 된다. 우리가 3D 영상매체를 친숙하게 느낀 이유는 무엇일까? 글쓴이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90년대 후반대생인 글쓴이는 <서든어택>이 기억에 생생하다. 뭔가 어색하지만 나름 3D의 구실을 갖췄던 이 <서든어택>처럼 이 영화는 우리에게 친숙한 언어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이렇게 간단한 화법 덕에 후반부에 아쿠아맨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을 받아들이기 쉽다.
또 제임스 완 감독의 근본이 호러 장르에 있다는 것이 이 영화에 잘 나타나는 편이다. 사실 감독이 이 영화에서 보여준 장기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1차원적으로 ‘아쿠아맨 짠! 지구온난화 쨘!’하고 끝냈으면 2023년 말의 관객들에게 욕먹기 딱 좋을 것이다. 이야기 전개가 얕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장르 비틀기로 서스펜스를 만들기도 하고, SF물로서의 개성을 확보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이 영화에서 긴장감이 들어갈만한 요소가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그 자그마한 구멍도 감독 개인의 개성으로 주파한다. 특히 해양 생물이 개성이 강하면서도 끔찍하다. 글쓴이는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연상됐는데, 제임스 완 감독이 샘 레이미처럼 뻔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나타났다.
오랜만에 액션
글쓴이가 생각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장점은 액션이다. 이 영화에서 액션이 자주 나오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 봤던 슈퍼히어로 영화의 액션 중에서는 개성이 선명하다. 왜? 바로 맨몸액션이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가 봤던 최근 슈퍼히어로 영화 중에 맨몸액션이 등장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마블과 DC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Volume 3>, <더 마블스>, <플래시>까지 그린 스크린과 함께 화려한 액션을 펼쳤다. 이 영화도 CG가 들어가는 부분이 분명 있긴 하지만 액션 자체는 맨몸으로 스피디하게 보여준다. 전작에서 <아쿠아맨>이 수중 액션으로 극찬받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제임스 완이 시리즈의 전통을 유지한 셈이 된 것이다.
뚝딱거리는 인형놀이
이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우려한 바 자체는 잘 해결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어떤 것을 우려할까? 바로 메라의 서사다. 이 영화 이전에 담당 배우 앰버 허드가 거대한 스캔들에 휘말렸다. 사생활에 관대한 할리우드라도 차마 참을 수 없는 몇 기사들이 나왔다. DC의 운영진들이 이를 의식하고 분량에서 배제했다는 결정을 여러 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글쓴이는 이 점을 가장 먼저 신경 쓰고 봤다. 극장에 들어가기 전에 ‘이거 앰버 허드 없는 빈자리가 좀 크게 느껴질 것 아닌가’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가 무색하게 메라 서사는 깔끔하다. 오히려 이상기후 문제를 옴이라는 인물과 함께 해결한다는 점이 주제와 이야기 구조가 어울리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제임스 완이 가진 영화연출가로서의 능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편집, 각본, CG, 음향 등 극 중 많은 요소에서 뭔가 날것의 티가 난다는 건 영화의 큰 단점이다. 이야기의 박력이 극을 이끄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하지만 성격이 섬세한 관객이라면 이물감이 느껴질 만한 요소가 많다. 글쓴이 개인적으로는 바다와 인물이 함께 있는 것이 매치가 잘 안 됐다. 편집도 마찬가지. 갑자기 너무 길던가 뚝 끊기던가 왔다 갔다 흔들린다. 이야기도 (메라와 상관없는 부분에서) 분량이 갑자기 늘어진다. 뭐 이런 것들이 역시 영화를 관람하는데 큰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완성도의 측면에서는 아쉽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이야기의 캐릭터의 측면에서도 급조한 느낌은 여전히 이어진다. 가장 큰 문제는 빌런이다. 내내 강력한 카리스마를 풍기다가 갑자기 인물 서사가 끝나는 감이 있다. 이 인물이 작 중 어떤 소재와 관련이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이야기의 밀도 측면에서 구멍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또 주인공 아쿠아맨에게 행동 당위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좀 있다. 가령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무기상에서 슈퍼히어로로 전직하는 계기를 극 중에서 전부 설명한다. 또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에서도 인물의 성격을 탄탄하게 묘사하고 2차 대전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이 영화의 아쿠아맨은 성격 묘사와 행동의 근거가 빈약하다. 동생과의 협력이나 인류에 대한 코멘트가 어느 정도 더 있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제이슨 모모아가 멋있고 배우 액션 연기 좋으니 슈퍼히어로다’의 결론으로 향한 것 같았다.
-
- 무파사: 라이온 킹 | 새 시대의 사자왕 즉위식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머니 '아피아'(아니카 노니 로즈)와 함께 초원을 누비던 아기 사자 '무파사'(애런 피에르).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비 덕분에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던 그는 돌연 밀려 온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간다. 그 이후 홀로 야생을 떠돌던 무파사는 왕의 혈통이자 예정된 후계자 ‘타카/스카’(켈빈 해리슨 주니어) 덕분에 목숨을 구하고, 타카와 의형제가 되고, 타카의 어머니 '에쉐'(탠디 뉴턴)로부터 사냥법을 배운다.
그러던 어느 날, 사냥 중이던 무파사와 에쉐는 모든 사자를 굴복시키려는 백사자의 무리의 왕 '키로스'(매즈 미켈슨)에게 기습당한다. 이에 무파사와 타카는 가족을 떠나 전설의 땅 '밀레레'로 향한다. 타카는 왕의 혈통을 지키고, 무파사는 왕이 될 형제를 지키기 위해서. 그러나 두 형제 모두 첫눈에 반한 암사자 '사라비'(티파니 분)와 환영을 보는 원숭이 '라피키'(카기소 데리가)가 등장하면서 두 형제 사이에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의도는 좋았다
2019년 여름, 큰 기대 속에 개봉한 <라이온 킹> 실사영화는 실망스러웠다. 가장 큰 문제는 CG였다. 동물을 현실 모습 그대로 묘사한 결과, 주인공들의 표정을 전혀 읽을 수 없었고 영화는 마치 '동물의 왕국' 다큐멘터리에 더빙만 입힌 듯 기괴했다. 스카의 주제곡인 'Be Prepared' 등을 편곡한 OST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원작 애니메이션이 개봉한 지 25년 만에 나온 실사영화인데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기에 실망은 더 컸다. 그간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실사화할 때 다양한 시도를 했다. <말레피센트>는 악역의 시점을 취했고, <알라딘>은 시대상의 변화를 반영할 노래를 삽입해 캐릭터를 재해석했다. 그에 반해 <라이온킹> 실사 영화는 '생명의 순환'이라는 기존 주제를 강조할 대사와 장면을 추가했을 뿐이었다.
애니메이션 탄생 30주년 기념작이자, 실사영화의 프리퀄 속편인 <무파사: 라이온 킹>(이하 <무파사>)은 전편의 문제를 직시했다. 이에 배리 젠킨스 감독과 린 마누엘 미란다를 데려와 전편의 실망감을 놀라움으로 바꾸려 노력했다. CG에 생동감을 더하고, 이전과는 다른 음악을 들려주고, '생명의 순환'이라는 주제를 재해석했다. 그러나 완성도가 의도를 따라가지 못한 나머지 <무파사>는 기대 이하의 실사화에 그쳤다.
CG는 OK, 음악은 글쎄
우선 <무파사>는 기술적으로 진일보했다. 이번에는 캐릭터의 표정을 분명하게 식별할 수 있다. 무파사와 사라비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거나 그런 그들을 보면서 타카가 배신감에 치를 떨 때, 사자의 얼굴에 쓰인 감정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그 덕분에 클로즈업이 자주 사용돼도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의형제였다가 적으로 갈라서게 된 무파사와 타카의 얄궂은 운명을 감성적으로 보여준다.
그에 반해 음악은 기대 이하다. 린 마누엘 미란다가 참여했는데도 귀에 감기는 멜로디가 많지 않다. 이번 음악은 리드미컬하면서 통통 튀는 느낌이 강하다. 마치 <엔칸토>나 <모아나>의 음악을 아프리카 풍으로 편곡한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시도는 <라이온 킹> 특유의 웅장한 분위기에 잘 섞이지 않는다. 중간중간 한스 짐머의 스코어가 흘러나올 때마다 새 노래들이 잊히는 게 그 방증이다.
그 결과 <무파사>의 스코어나 넘버는 전반적으로 전편의 하위호환 같다. 무파사와 타카가 함께 놀 때 흘러나오는 'I Always Wanted A Brother'는 전편에서 심바와 날라가 자주를 따돌릴 때 부르는 'I Just Can't Wait to Be King'을, 무파사와 사라비가 사랑에 빠지는 'Tell Me It's You'는 심바와 날라가 재회할 때 부르는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의 아성을 넘지 못하는 식이다.
이에 더해 새 캐릭터를 소개하는 역할도 해내지 못한다. 키로스의 주제곡 격인 'Bye Bye'가 대표적이다. 키로스는 감히 맞서 싸울 사자가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잔인하며, 위압적인 빌런이다. 그런데 그의 노래는 강압적인 분위기보다는 부드럽고 가벼운 사악함을 부각한다. 결국 키로스는 일관된 이미지를 각인시키지 못한다. 마치 실사영화 속 스카와 애니메이션 속 스카가 한 데 뒤섞인 모양새다.
새 시대의 '생명의 순환'
한편, 서사적으로는 원작을 답습한 전편과 확실히 선을 긋는다. 특히 <라이온 킹>의 이데올로기적 한계를 뛰어넘으려 노력한다. <라이온 킹> 속 '생명의 순환'이라는 교훈은 사회적 차별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사자만이 다른 동물을 지배해야 한다는 논리가 기존의 계급 구조를 정당화하고, 무파사에서 심바로 왕위가 계승돼야 한다는 당위는 기득권 중심적 세계관으로 이해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생명의 순환'이 사회적 소수자를 타자화하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이라는 메시지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이에나처럼 무파사와 심바의 지배 질서 밖에 속한 존재는 빈곤하고, 사악한 집단으로 묘사된다. 이는 사회적 소수자, 약자처럼 주류 질서 안에 있기보다는 주변화되기 쉬운 집단을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사회적 질서를 위협하는 존재로 악마화한다는 우려를 샀다.
<무파사>는 위 맹점을 보완하려 한다. 그 중심에는 '외부자'라는 모티브가 있다. 무파사를 타고난 왕이 아닌 떠돌이 사자로 설정하면서 '생명의 순환'을 재해석한다. 떠돌이 사자였던 그는 프라이드 랜드의 왕위를 그저 물려받지 않았다. 그는 전설 속 장소로 치부받던 밀레레를 찾아냈고, 밀레레에 살던 동물들을 단결시켜 키로스의 습격으로부터 모두를 구해낸 공헌을 인정받아 왕으로 거듭났다. 왕의 혈통인 타카를 제치고서.
이렇게 보면 '생명의 순환'은 더 이상 사자의 지배와 약육강식 계급 구조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무파사와 다른 동물들은 지배-피지배 관계가 아니라 서로 목숨을 걸고 연대한 동료에 가깝기 때문. 프라이드 랜드의 왕은 군림하되, 일방적으로 통치하는 존재가 아닌 셈이다. 따라서 이제 '생명의 순환'에는 주어진 운명과 질서에 순응하는 대신, 외부자와 약자가 연대하여 새로운 질서를 빚어낼 수 있다는 함의가 깃든다.
새 시대의 사자왕
이에 힘입어 <무파사>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관점에서 사자왕이라는 상징도 새롭게 그려낸다. 사실 <무파사>는 외부자 대 외부자, 소수자 대 소수자의 대립을 다룬 이야기다. 당장 무파사는 물론, 키로스 때문에 무리를 떠난 타카와 사라비, 남들과 달리 환영을 본다는 이유로 동족으로부터 추방당한 라피키는 모두 외부자다. 키로스의 백사자 무리도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피부와 갈기가 하얀 돌연변이라는 이유로 버려졌다.
<무파사>는 같은 처지인 이들이 '생명의 순환'이라는 가르침을 이해하는 전혀 다른 방식을 보여준다. 키로스는 그 순환을 철저히 배타적으로 이해한다. 백사자만이 빛 닿는 모든 땅을 소유하고 지배할 수 있는 약육강식의 세계관에 충실하다. 그에 반해 무파사는 '생명의 순환'을 포용적으로 받아들인다. 같은 처지의 사자는 물론, 원숭이와 기린을 비롯한 온갖 동물들과도 가족과 친구로서 지내며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시대를 연다.
일신된 사자왕의 이미지는 배리 젠킨스가 <무파사>의 감독이 된 이유처럼도 보인다. 그의 전작인 <문라이트>나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를 놓고 보면 그는 <라이온 킹>에 어울리는 감독이 아니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흑인 서사로 가득하니까. 그런데도 배리 젠킨스가 <무파사>의 메가폰을 잡았다면, 상술한 메시지를 디즈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라이온 킹>에 녹여내기 위한 목적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부메랑이 된 액자
다만 <무파사>가 재해석한 메시지는 관객석까지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영화의 구조가 잡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무파사>는 극 중 극, 액자식 구성을 취했다. 심바와 날라가 둘째 출산을 위해 자리를 비우자 라피티, 티몬, 품바는 첫째 키아라를 하룻밤 돌보면서 무파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러한 구조는 다음 세대인 키아라를 소개하고, 프리퀄 다음에 키아라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퀄을 암시하는 의도처럼 읽힌다.
그런데 영화가 키아라와 무파사를 자꾸 오버랩시키는 과정에서 액자식 구성은 장점보다 단점을 더 많이 노출한다. 물론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이전 세대인 무파사와 다음 세대인 키아라를 겹쳐 보게 하면서 <라이온 킹>이라는 프랜차이즈를 새 시대에 맞게 리모델링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문제는 키아라가 무파사의 이야기를 회상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는 것. 새끼 사자답게 폭풍이나 천둥을 두려워한다는 것 정도를 제외하면 그녀에게는 특별한 서사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 결과 더 이상 폭풍이 무섭지 않은 키아라의 포효가 왕으로 거듭난 무파사의 포효와 오버랩되는 결말은 되려 무파사의 즉위식 감흥만 까먹는다. 액자 외부와 내부 이야기가 같은 층위와 차원에서 호응되지 않아 파국에 이르고 만다.
시리즈의 무게에 짓눌리다
더 나아가 <무파사>는 프리퀄이라는 본질적인 속박도 벗어던지지 못했다. <무파사>는 전편과의 연관성을 영화 한 편에 전부 집어넣으려고 한다. 무파사와 라피티가 어떻게 친구가 됐는지, 무파사와 사라비가 사자 무리를 어떻게 이뤘는지, 프라이드 락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을 일일이 설명하려 든다.
그 결과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중심을 잃고 흔들린다. 무파사와 키로스의 대립 구도는 희미해진다. 사라비가 다른 사자들을 설득해 키로스 무리와 맞서 싸우고, 무파사의 연설에 공감한 다른 동물들이 백사자들을 공격하는 장면이 무파사와 키로스의 결투 중간에 끼어들어 흐름을 끊기 때문. 실제로 마지막 전투 시퀀스에서는 카메라가 캐릭터 하나하나를 쫓기 버거워하다가 끝내 앞뒤 장면이 연결되지 않는 난국을 목격할 수 있다.
그래도 관객이 가장 궁금할 연결고리, 타카가 스카로 타락하는 과정은 다행히도 놓치지 않았다. 전편이 암시한 무파사-타카-사라비의 삼각관계와 어릴 때부터 타카가 무파사에게서 느꼈던 열등감이 구체적으로 묘사된 덕분이다. 이에 더해 스카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빚어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도 흥미롭다. 타카가 아버지로부터 배운 교훈, 진정한 왕은 기만할 줄도 알고 권력을 누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이 대표적이다.
종합하면 <무파사: 라이온 킹>은 지난 실사영화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원작 애니메이션의 그림자 밑에서 허우적거리는 작품이다. 물론 애니메이션의 외피를 실사로 바꾸기만 한 전편보다는 고민한 지점이 눈에 띄고, 무파사와 스카의 과거를 처음 보는 신선함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음악도, 이야기도, 볼거리도 원작 애니메이션의 위용에는 끝내 미치지 못했다.
Acceptable 무난함
여전히 원작 애니메이션 그림자 아래에서 허우적
-
- 한 발 떨어지니 더 격렬히 끓어오른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592년 4월, 왜군은 단 15일 만에 조선의 수도인 한양을 점령하며 파죽지세로 북진한다. 그러나 '이순신(박해일)'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거북선을 앞세워 남해안을 장악하자 이내 왜군은 보급에 난항을 겪는다. 이에 용인 전투에서 10만 명의 조선군을 격퇴한 '와키자카 야스하루(변요한)'는 해전을 통해 이순신을 꺾고 보급품을 전달함과 동시에 명나라로 진격하겠다는 야망을 품고 부산포에 수군을 집결시키고, '나대용(박지환)'이 설계한 거북선의 도면을 훔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반면에 '이순신(박해일)'은 '원균(손현주)'의 방해에 맞서가면서 선조가 의주로 파천하는 등 수세에 몰린 조선을 구하기 위한 최선의 작전을 고민하며 한산도로 출전한다.
전쟁 이론을 다룬 유명한 경구들을 이야기할 때 프로이센의 군인인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속 다음 말을 빼놓을 수는 없다. 그는 "전쟁은 다른 수단을 동원하는 정치의 연장(延長)"이라며 전쟁이 대립하는 의지들의 충돌이라고 보았다. 모든 전쟁은 본질적으로 다른 국가에 자기 의지를 강요하려 하는 한 국가가 많은 수단 중 선택한 한 가지 옵션에 불과하다. 즉, 전쟁의 명분과 목적, 승패의 기준점은 그 전쟁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과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전쟁 영화들도 단지 전쟁과 전투의 양상을 그려내는 것만큼이나 그 전쟁의 명분과 정치적 의미를 끄집어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일례로 <300> 시리즈는 (비록 역사 왜곡 논란이 있지만) 러닝타임 동안 자유 대 압제라는 이데올로기적 대결에서 전자가 승리하는 쾌감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해준 바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도 비록 패배한 전투이지만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분기점이 되었던 덩케르크 퇴각의 의미를 스크린 위에 온전히 재현해냈다. <고지전>은 아예 전쟁을 통해 전쟁의 무의미함과 아이러니함을 꼬집은 바 있다.
1700만 관객을 동원해 한국 영화 역사상 최고 흥행작의 반열에 오른 <명량>의 후속작이자 프리퀄로, <최종병기 활>과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은 <한산: 용의 출현>도 다르지 않다. 1592년 음력 7월 8일에 펼쳐진 한산도 대첩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 <한산>은 전쟁의 두 주체, 조선과 일본의 의지를 각각 의(義)와 불의(不義)로 설명한다. 이는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 사실과도 정합한다. 일본군은 명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길을 빌려달라는 이유로 아무런 명분 없이 조선을 침략했기에, 조선과 일본은 순도 100%의 가해자와 피해자다. 그러니 임진왜란이 의와 불의가 싸우는 전쟁인 것은 명확하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가 의와 불의의 전쟁을 풀어내는 드라마적 측면이다. 특히 <명량>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은 <한산>의 선택이 인상적이다. <명량>은 전쟁을 왕과 종묘사직이 아닌 백성을 위한 싸움이라 규정하며,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메시지를 극대화했다. 실제로 왕에게 버림받았다가 다시금 전쟁에 나설 것을 명 받은 백전노장은 국가와 군주를 위한 충성심에 앞서 백성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울돌목으로 향했고, 역으로 백성의 도움을 받아 기적처럼 승리한다. 이러한 정치적 함의는 2014년 개봉 당시 <명량>이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할 수 있었던 부분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다만 이 민심의 중요성을 전하는 방식이 다소 올드하고 일차원적이었던 것이 문제였다. 말을 할 수 없어 치마를 흔들며 위기를 알리는 '정 씨(이정현)'의 모습이나 백성의 희생을 보여주는 캐릭터였던 '임준영(진구)'처럼 부자연스러운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극의 흐름을 툭툭 끊었다. 이 고생을 몰라주면 후손들이 전부 후레자식이라던 대사 역시 영화를 평면적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한산>은 다르다. 오히려 형보다 더 낫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일본군의 시점을 강조하며 이순신으로부터 거리를 둔다.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한 영화는 가장 먼저 부산의 일본군 진영을 비춘다. 또 일본군이 이순신과 거북선에 대비하는 모습을 착실하게 그려낸다. 걸핏하면 조선인들을 죽이는 평면적인 악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 빈자리는 두려움이 곧 전염병이라면서 아군의 패잔병을 죽여 혹시 모를 불씨를 제거하는 주도면밀함, 간첩의 침투와 그로 인한 정보의 유출을 경계하는 치열한 첩보전, 군사적 약점을 지우기 위해 전력을 증강하고 작전을 가다듬는 철저함이 대신한다.
반면에 스크린 속 조선군은 취약하다. 거북선을 잃고, 거북선의 설계도를 탈취당하며, 학익진은 제대로 완성되지 않았다. 즉, 영화는 의롭지 못하다는 단편적인 인상 대신 신중하고 영리하며 강대한 불의 앞에 흔들리는 의로움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순신의 학익진은,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거북선의 등장은 역으로 더 큰 감동을 준다. 철저하고 신중했던 불의가 의로움으로 쌓은 바다의 성 앞에서 필연적으로 궤멸되는 모습은 이른바 품격 있는 '국뽕'으로 이어진다. 한산 바다에 수군 군영을 구축하며 단단한 방패를 만드는 모습으로 영화가 결말을 맺는 이유이자, 작중 최고의 씬스틸러인 거북선이라는 소재가 단지 눈요기에 그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거북선을 장님 배라는 의미의 '메구라부네'라고 줄곧 부르던 왜군 장수들은 거북선을 마주친 순간 영화 초반 패잔병들이 그러했듯이 해저 괴물이라는 의미의 '복카이센'이라고 말한다. 이는 일본군의 거북선에 대한 두려움을 단적으로 드러내며, 곧 의로움의 힘을 보여준다.
그래서 자칫 억지스럽거나 정서적으로 과장될 수 있었던 항왜 '준사'의 서사도 비교적 자연스럽게 한산도 대첩과 맞물린다. 아군을 보호하지 않는 왜군의 악의를 경험한 왜장 준사는 이순신을 만나 마음을 고쳐 먹고 의라는 글자가 새겨진 깃발을 들고 의병과 함께 전투에 임한다. 이 모습의 함의는 굳이 과장된 감정선이나 대사를 통하지 않아도 국가와 백성을 보호하는 강력한 성인 학익진과 자연히 오버랩된다. 그렇기에 전쟁과 전투에 담긴 의미를 전달하는 <한산>의 방식은 전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련되게 느껴진다. '정보름(김향기)'와 '안준영(옥택연)' 캐릭터의 분량이 전편에 비해 적어서 인위적이고 신파적인 연출이 줄어든 것도 영화의 담백함에 기여한다.
또 영화가 이순신의 활을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칼을 대조해 의로움의 필연적 승리와 그 쾌감을 강조하는 것도 흥미롭다. 와키자카의 칼은 명나라로 진격하려는 야욕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두려움을 제거한다는 목적으로 패잔병을 죽이는 그의 칼은 왜군끼리도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분열의 칼이며, 명나라까지 향하는 지도가 그려진 황금 부채로 변하기도 한다. 반면에 이순신은 죽을 위기에 처한 부하 나대용을 구하기 위해 총을 맞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활을 쏴 나대용을 보호하고, 약점이 드러난 거북선을 구해낸다. 그리고 나대용과 거북선은 찰나의 순간 이순신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것으로 보답한다. 그래서 와키자카의 칼도 조총도 이순신을 위협할 수는 없다. 의로움이 담긴 이순신의 활 앞에서 악의로 가득한 그의 무기는 무용하고, 패배할 수밖에 없다.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한산 대첩에서 갑옷에 화살에 맞았다는 역사적 기록을 영리하게 활용한 드라마의 힘이 돋보이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장수가 자신의 무기를 활용하는 방식이 대비되는 점도 드라마에 입체감을 더한다.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칼을 뽑는 와키자카와 달리, 작중 이순신이 활을 쏘는 장면은 딱 세 번 등장한다. 이는 신중함을 기하면서도 끝내는 자신의 경험을 답습하는 와키자카와 달리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신중한 이순신의 차이를 드러낸다. 와키자카는 한산도 바다가 용인 전투와 같은 지형이라는 이유로, 또 이순신의 학익진이 과거 미카타가하라 전투에서 드러난 학익진의 약점을 공유할 것이라고 판단해 과거의 전술을 반복한다. 반면에 꿈속에서 녹둔도에서의 전투를 다시 한번 마주한 이순신은 와키자카의 선택을 예측한 후 마지막까지 확실한 한 수를 기다리다 왜군의 공격을 되받아 역공한다.
이러한 차이점은 두 배우의 서로 다른 스타일의 연기가 빛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변요한은 본래 신중하고 치밀하지만 전투에 돌입하면서 야망에 부풀었다가 학익진 앞에서 좌절해 절망하는 와키자카의 입체적인 변화를 잘 짚어냈다. 이는 상대적으로 적은 대사와 비중에도 불구하고 박해일의 절제된 표정 연기가 지장(智將)으로서의 이순신을 표현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이유다.
물론 모든 드라마적 측면은 결국 전투와 전쟁의 양상을 알기 쉽게, 또 박진감 있게 펼쳐 보인 연출과 구성 덕분에 빛난다. 우선 당포에서 견내량과 한산으로 이어지는 전투의 흐름 속에서 매 순간 변화하는 조선 수군의 학익진과 일본 수군의 어린진이라는 진형을 넓고 수직적인 구도로 잡아내 그 형태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밑바닥이 둥근 일본군 함선과 밑바닥이 평평한 판옥선의 차이점을 활용해 전투의 변수를 만들기도 하며, 거북선들의 충파로 인한 박진감이나 전방위 포격으로 적을 섬멸하는 모습도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또 전반적인 임진왜란의 흐름을 활용하는 측면에서도 영리함이 돋보인다. 지형적으로 유사한 용인 전투의 전황을 상세히 설명해 한산도 대첩의 전술적 가치까지도 부각하는가 하면, 선조의 몽진을 강조하며 한산도 대첩이 지니는 전략적 측면에서의 의의도 스크린에 담는 데 성공한다.
역사적 사실을 영화적으로 각색한 지점도 눈에 띈다. 일례로 영화는 역사 속 이치 전투와 웅치 전투의 특징을 합쳐 가상의 전투를 만들어 낸다. 본래 전주성이었던 일본군의 목적지를 전라좌수영으로 변경해 한산도 대첩 전후의 위기감을 더 고조하기 위함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역사적 서술을 충실히 따르며 서스펜스를 끌어올린다. 원균의 활용법이 대표적이다. 다른 미디어들과는 달리 무능하고 비겁한 원균의 캐릭터성을 온전히 묘사하면서 일본군과의 전투라는 외적 위기는 물론 진이 뚫릴 수 있다는 식으로 조선군 내부의 위기도 조성한다. 그 결과 거북선의 기습과 돌격 , 학익진의 위력, 평소와 달리 화약을 잔뜩 준비한 이순신의 지략 등의 임팩트는 모두 극대화된다.
특히 이는 영화를 제작할 때 한산도 대첩이 명량 해전에 비해 여러 핸디캡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명량 해전은 이순신 개인에게도, 조선 수군의 입장에서도 절대적인 어려움이 있는 전투였다. 총지휘관은 억울하게 파직당하고 어머니를 잃은 상태였고, 조선 수군도 칠천량 해전에서 대패한 후 12척의 판옥선만 남아 있었다. 그 와중에 130여 척이나 되는 일본군을 패퇴시켰으니 명량 해전은 별다른 각색 없이도 충분히 드라마틱하다. 반면에 한산도 대첩 당시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은 연전연승 중이었고, 전력도 온전했다. 이순신 개인 입장에서도 사천 해전에서 총탄을 맞아 부상당한 것 정도를 제외하면 일신상에 크게 특이한 부분이 없다. 즉, 한산 대첩은 전략적인 관점에서는 중대한 승전이지만 오히려 처절함과 승리의 쾌감이 덜 직관적인 전투다. 이러한 핸디캡을 강렬한 스펙터클이 돋보이는 긴 분량의 해전 씬과 영리한 각색을 통해 극복했기에 <한산>의 임팩트는 결코 <명량>에 뒤처지지 않는다.
아쉬움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다. 시리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안준영과 정보름 캐릭터는 왜군과의 첩보전을 담당하면서 이번에도 일정 부분의 분량과 비중을 분배받는다. 그런데 그들은 전반적으로 담백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신파의 감정선을 유지하면서도, 시리즈의 연속성을 부각한다고 보기에는 역할이 작다. 그러다 보니 찰나의 순간 삽입된 그들의 마지막 장면까지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영화의 최대 장점인 영리한 각색과 전투씬도 단점이 없지는 않다. 영화는 한산도 대첩 이후 조선 수군이 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기 위해 부산까지 진격하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그런데 정작 부산진 전투가 한산도 대첩이 포함된 3차 출정이 아닌 이순신의 4차 출정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굳이 한 데 합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한편 거북선이 나타나는 전투씬은 배와 배가 충돌하며 원초적인 쾌감을 느끼게 해 주는데, 다만 거북선에 사용된 CG의 수준이 부자연스러운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유인 작전 도중 암초 바다를 해쳐 나오는 조선군과 그대로 좌초되는 일본군을 묘사할 때처럼 순간순간의 장면에서도 부자연스러운 그래픽이 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이순신 장군이 와키자카 야스하루에 비해 적게 등장하고, 인간적인 고민이 두드러지지 않는 점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물론 김한민 감독이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명량 해전에서는 용장(勇將)을, 한산해전에서는 지장(智將)을 그려내고자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측면이기는 하다. <명량>이 영웅 이면의 고뇌에 주목했다면 <한산: 용의 출현>에서는 젊은 장군이자 리더인 이순신의 자질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노량: 죽음의 바다>가 인간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한층 원숙해진 현장(賢將) 이순신을 그려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다면, 이 단점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한산: 용의 출현>은 전편의 단점은 수정하고, 객관적인 접근법을 통해 같은 주인공의 또 다른 면모를 부각하면서, 품격 있는 사극이자 영웅전, 그리고 전쟁 영화로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해낸다.
A(Acceptable, 무난함)
온 국민이 아는 해전에 영화적 재미를 더하는 데 성공한 의와 불의의 전쟁
-
- <킹덤: 아신전> 활과 화살을 든 돼지의 처연한 복수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추파진에 파견된 첨절제사 '민치록(박병은)'은 백 년 간 사람의 출입이 금지되었던 폐사군에서 강을 건너온 파저위 여진족의 시체를 발견한다. 만주를 통합하고 있던 파저위 여진족과 조선 간의 외교적 분쟁이 야기될 수 있음을 직감한 치록은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조선 땅에 들어와 사는 여진족 상저야인을 이용하기로 결심하고, 만호부락의 '타합(김뢰함)'에게 밀정으로 활동할 것을 명한다. 이에 타합은 병든 아내와 어린 '아신(김시아)'을 뒤로한 채 파저위 여진의 본진으로 향한다. 남겨진 아신은 어머니를 살릴 수 있을 거라 믿고 생사초를 캐기 위해 집을 나서지만, 그 사이 '아이다간(구교환)'이 이끄는 파저위 군사들이 들이닥쳐 만호부락의 부락민을 몰살한다. 큰 슬픔 속에 오갈 데 없어진 아신은 치록을 찾아가 몸을 의탁하고, 성인이 된 '아신(전지현)'은 복수의 날을 준비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의 두 번째 시즌은 '이창(주지훈)'과 '서비(배두나)'가 생사초와 역병 환자들이 가득한 장소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베일에 싸인 인물인 아신을 만나는 것으로 끝이 났었다. 스핀오프이자 프리퀄인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은 바로 마지막에 얼굴만 비친 아신의 정체와 사연을 풀어내는 작품으로, 영국 BBC의 드라마 <셜록>의 시즌 3과 시즌 4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었던 <셜록: 유령신부>처럼 시즌 2와 시즌 3간의 가교 역할을 맡는다.
흥미로운 것은 기존 시리즈를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어려웠던 <셜록: 유령신부>와 달리 <킹덤: 아신전>은 한 편의 독립된 영화로 감상하는 데 아무런 무리가 없을 만큼 뛰어난 독립성과 완결성을 자랑한다는 사실이다.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시즌 1의 김성훈 감독 연출 아래에서 감정 과잉으로 인해 극의 리듬과 템포를 깬다는 시즌 2의 문제점이 해소된 결과, 조선에 좀비가 창궐하게 된 계기와 아신의 생애는 전반적으로 매끄럽고 안정적으로 펼쳐진다. 호랑이 자리에 카메라를 배치하면서 속도감과 쫓기는 몰이꾼들의 두려움, 다급함 등을 잘 살려냄과 동시에 CG의 한계를 잘 피해 간 액션씬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무엇보다도 <킹덤: 아신전>이라는 한 작품은 물론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두 모티브, '돼지'와 '활쏘기'의 활용을 빼놓을 수 없다. 차갑게 끓어오르는 분노와 슬픔이 담긴 아신의 복수극을 전달함에 있어서 이들이 결정적인 몫을 맡기 때문이다. 우선 돼지를 보자. <아신전>은 아신과 관련된 이들을 모두 돼지에 비유한다. 아신의 아버지는 조선의 백성들을 만지고 돕는 것조차 금지되고 멸시받는 돼지 잡는 백정으로 등장한다. 치록의 명령으로 조선과 여진을 오가는 밀정이었던 그는 여진족에게 붙잡힌 후 돼지나 다름없는 몸으로 전락하기까지 한다. 그의 부락민들도 마찬가지다. 부락민들은 여진족이지만 조선의 관리감독 하에서 살아가며 조선에 협력했던 상저야인으로, 조선이 파저위 여진과 민감한 외교적 문제에 휘말리자 언제든 필요할 때 도살되는 돼지처럼 버려진다. 조선군에게 몸을 맡긴 아신도 돼지우리에서 잠자고, 조선군의 허드렛일을 도맡는 신세를 면치 못한다.
그러나 영화의 중후반부에 들어서 아신과 그녀의 가족, 부족민들의 비참함을 보여주던 돼지는 그 의미가 뒤바뀐다. 이제 돼지는 조선군에 대한 비유다. 아신은 성인이 된 모습으로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멧돼지를 사냥하던 것처럼 자신의 삶을 파탄으로 몰고 간 조선군들을 차례로 사냥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생사초를 이용해 조선군을 앞뒤 가리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물체를 들이받는 멧돼지나 다름없는 좀비로 변신시킨다. 그리고 그 좀비들의 홍수에 갇힌 조선군은 그녀 앞에서 자신이 도살장에 갈 차례를 알고 떨고 있는 돼지 마냥 순서대로 죽어간다.
'돼지'에 담긴 의미의 변화는 아신이 서 있는 장소의 변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돼지우리에 있는 평상에도 눕지 못한 채 땅바닥에서 잠을 청했던 그녀는 돼지보다도 계급이 낮은 존재였다. 그러나 조선 군영에 좀비를 퍼트린 그녀는 이제 지붕 위에서 조선군과 좀비들, 곧 모든 돼지와 멧돼지들을 내려다보고 자유로이 활을 당겨 그들을 사냥한다. 마지막 남은 단 한 명의 조선군도 자신의 아버지가 당했듯이 움직일 수 없도록 고정시킨 후에 가볍게 불사른다. 자신들의 부족이 불탄 것처럼, 또 파저위 여진족 본진에 불을 지른 것처럼.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파저위 여진족에게 활시위를 당기는 아신을 비추는 엔딩은 조선군도 여진족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들을 돼지 잡듯 사냥하는 복수귀가 되어버린 그녀의 변화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이렇게 돼지라는 소재를 통해 아신의 성장과 변화의 서사를 보여주는 가운데, 다른 한편으로 <아신전>은 그 결과물인 아신의 성격과 상태를 활과 화살에 담아낸다. 독일의 철학자 오이겐 헤리겔의 '활쏘기의 선'에는 다음과 같은 표현이 있다. "궁사는 자기 앞의 과녁을 맞히는 일 이외에는 자기 자신조차 의식하지 않는다." 그는 활쏘기가 불붙은 초로 다른 초에 불을 붙이듯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하는 과정이라고도 이야기한다. 이러한 표현은 그 자체로 아신을 정확히 설명해준다. 아신이 활 쏘는 모습에는 돼지로 지내야 했던 긴 세월 동안 너무나도 깊어진 복수심에 잠식된 나머지 인간다움을 버린 복수귀로 변한 그녀의 모습이 담겨 있다. 또한 그녀는 팽팽히 당긴 시위에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을 죽여달라고 했던 아버지의 진심이 담긴 화살을 걸어 원수인 조선군과 여진족을 향해 날리며 죽음이라는 진심을 전해준다.
이는 작중 좀비들을 볼 때의 충격이 지난 두 시즌에 비해 덜할 뿐만 아니라, 그 오싹함의 결이 미묘하게 다른 이유로도 이어진다. 그간 <킹덤> 시리즈에서 좀비는 그 자체가 공포스러운 미지의 괴물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시즌 2의 대미에서 이창과 그의 동료들이 궁궐에서 근접전을 벌이는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시청자들이 감정적으로 이입된 주인공들과 직접 대면하는 존재들이었다. 달리 말해 즉각적이고 뜨거운 공포를 자아내는 존재들이었던 것이다.
그에 반해 <아신전>에서 좀비는 더 이상 미지의 존재가 아니다. 좀비는 철저히 아신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조종된다. 이제 좀비는 보다 처연한 공포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존재인 것이다. 그렇기에 좀비 그 자체의 존재보다는 그들의 흑막으로 존재하는, 인정사정없이 민간인과 조선과 여진의 모든 생명체를 죽이려는 아신의 존재가 더 강렬한 섬뜩함을 자아낸다. 당장 가족들과 본연의 삶을 되찾고 싶어 하는 그녀의 회한이 사무친 마지막 장면만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아신전>의 결말은 좀비가 만들어진 경위와 그들의 존재보다도 아신이 너무나도 인간적인 이유로 스스로 좀비나 다름없어졌고, 복수에 미친 살인귀가 되었음을 보여주기에 그 어떤 장면보다 무섭고 소름 끼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그녀가 손에 쥔 활과 화살에 담겨 있다.
조금 더 시각을 확장시켜보면 활쏘기는 <킹덤>이라는 시리즈의 맥락 안에서 시즌 1과 시즌 2에서 위기에 빠진 조선, 그리고 앞으로 더 큰 위기에 빠질 조선을 암시하는 장치로도 기능한다. 시리즈의 배경이 조선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조선에서 궁술은 왕이 직접 장려할 만큼 중시되었는데, 공자가 사대부에게 권장한 육예인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 중에 사(射)이기 때문이다. 또한 "군자는 경쟁하는 바가 없으나 활쏘기에서는 경쟁한다"는 논어의 말씀처럼 활을 쏘는 것은 예절을 남과 겨루는 일이었기에 도리와 예의를 익히는 심신 단련의 수단으로도 많이 활용되었다. 즉, 활쏘기는 단순한 무예를 넘어서 조선의 이데올로기를 직접 실천하는 행위였다.
그런데 <아신전>은 성리학 국가인 조선의 상징적 이데올로기인 충과 효가 버려지는 세태를 만악의 근원으로 설정한다. 타합을 비롯한 상저야인들은 그들의 충성에도 불구하고 조선으로부터 그 대가나 보상을 받기는커녕 최소한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여진족에게 몰살당한다. 아버지를 지키지 못한 불효를 범한 아신은 부족민들이 죽게 된 이유를 조선군이 미처 회수하지 못한 파저위 여진족의 시신에 꽂힌 화살을 보고 깨닫는다. 활쏘기는 조선의 근간인 충효가 무너졌고 더 이상 무용함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영화적 장치인 것이다.
따라서 아신의 화살이 조선을 겨누는 것은 곧 <아신전> 이후의 시간대에서 조선의 존립이 흔들릴 것이라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실제로 시간상 <아신전>보다 뒤의 일을 다루었던 <킹덤>의 두 시즌에서 조선은 왜란뿐만 아니라 해원 조 씨의 세도정치로 인해 왕위의 승계까지 흔들리는 등 내정이 엉망인 상태로 등장한다. 또한 이는 두 번째 외전인 <킹덤: 세자전>과 <킹덤>의 세 번째 시즌에서 조선이 다시 한번 피바다가 될 것임을 암시한다. 자신의 왕위를 버리면서까지 유학의 이데올로기를 다시 세워 조선이라는 국가와 사직, 종묘를 지켜낸 이창과 그의 안타고니스트인 아신이 대립하고 충돌할 미래는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이렇게 <아신전>의 활과 화살은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복선이 된다.
<아신전>에 아쉬움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제목에 매우 충실한 작품이다 보니 초지일관 아신의 복수극을 그려내고 있고, 따라서 본래 시리즈에서 특출 났던 좀비 영화의 장르적 매력은 결코 강하지 않다. 달리 말해 아신이라는 캐릭터에게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느냐에 따라 이번 스페셜 에피소드에 대한 호불호는 필연적으로 갈릴 수밖에 없다. 아신이라는 인물이 대사가 많지 않다 보니 그녀의 감정선을 그녀의 주변 상황으로부터 캐치해야 하는 것도 한몫 거든다.
또한 생사초를 최초로 사용하거나 발견한 이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새로운 의문이 생기는 점, 동물에게 물린 사람은 좀비가 되지 않는 설정이 의아한 것처럼 이전작들에서 남겨둔 생사초를 비롯한 여러 설정에 대한 의문이 풀리기보다 오히려 늘어나는 것은 시리즈의 팬들이 다소 실망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신의 사연에 조금이라도 몰입하는 순간, <아신전>이 아신의 성장기와 시리즈의 프리퀄, 더 나아가 화려한 예고편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는 성공적인 작품인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성공적인 복수극, 스핀오프, 프리퀄, 그리고 예고편
-
- 보는순간 카리스마로 압도하는 역대급 배우들로 탄생한 영화
이 영상은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사용중인 이어폰 : 저지연 무선이어폰 GTW270 hybrid
-
- 블랙팬서의 죽음 이후 과연 매력적인 영웅이 탄생했을까
?Rabbitgumi 입니다!
채드윅 보스만의 죽음으로 영화 블랙팬서에도 변화가 필요하게 되었어요.
1편에서 겨우 세팅이 되었는데, 다시 2편에서 재세팅이 필요한 상황이죠.
이번에 2편이 개봉을 하게 되었는데 이번 영화가 마블 페이즈4의 마지막 영화에요.
그래서 더욱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던 영화였죠.
마블 페이즈4가 스파이더맨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고만고만 했거든요.
이번에 개봉한 블랙팬서도 아주 좋다고 하긴 어려워요.
하지만 나쁘지 않은 영화인건 분명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체 리뷰를 참고해주세요!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영상에서 알려드릴게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뉴스레터에사는 일반적인 영화 리뷰 보다는 보면서 떠올렸던 감정이나 생각들을 정리하여 전달 드려요.
아래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링크를 통해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는 아래 링크에서! :)
브런치 구독은 아래 링크에서!!
-
- 영화 <F20> 메인 예고편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아들을 둔 엄마 ‘애란’은
군 생활을 떠났던 아들 ‘도훈’에게
조현병이 발병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완벽했던 자신의 일상을 빼앗길까 두려운 ‘애란’은
아들의 병을 숨긴 채 살아가기로 결심하고
그러나, 순조로울 것만 같았던 그녀의 삶에
유일한 비밀을 알고 있는 ‘경화’가 나타나자
‘애란’의 불안은 점점 광기로 변해가는데…
가장 날카롭고 충격적인 영화가 온다!
-
- 영화 <파일럿> 메인 예고편
JUST WATCH IT! 파하하하 웃음 준비 완료✈ [파일럿] 메인 예고편 공개! 7월 31일 극장 대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