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5-30 13:54:52
5월 4주 차, 위클리 씨네 뉴스
<신작의 발견>, 설경구 특별전 개최, '소년비행' 전편 무료 공개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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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CGV, '신작의 발견' 기획 상영전
ⓒ '이상한 나라의 아빠' 인스타그램
CGV에서 연극, 뮤지컬, 무용, 전통예술 등 국내 창작 초연 공연을 영화관에서 선보인다.
'신작의 발견' 기획 상영전은 5개의 작품을 매주 수요일마다 1편씩 만나볼 수 있다.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설경구 특별전 개최
ⓒ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배우 특별전의 주인공은 배우 설경구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박하사탕>, <오아시스> <공공의 적> 등 설경구 배우가 직접 선택한
7편의 대표작을 상영할 예정이다.
<소년비행>, 2주간 전편 무료 공개
ⓒ 시즌
<소년비행>의 두 번째 시즌 공개에 앞서 첫 번째 시즌을 2주간 무료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시즌에 가입하기만 한다면 25일부터 6월 7일까지 무료로 시청 가능하다.
SK브로드밴드,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우수 작품 무료 상영
ⓒ 서울국제환경영화제
SK브로드밴드가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개최 기간에 맞춰 B tv와 모바일 B tv에서 영화제 우수 작품을
단독으로 무료 상영한다고 밝혔다.
국내 OTT 티빙과 시즌, 내달 통합
ⓒ 티빙 홈페이지 캡쳐
티빙과 시즌에 따르면 다음 달쯤 티빙과 시즌이 통합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상당 부분이 조율된 상태'라고 한다.
박찬욱 <헤어질 결심>, 평점 최종 1위
ⓒ 네이버 영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스크린 데일리 최종 평점 1위를 기록했다.
<헤어질 결심>은 4점 만점에서 최종 평점 3.2점을 받았다.
21개의 경쟁 부문 초청작 중 유일한 3점대이자 최고 점수이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사전 예매율 40% 돌파
ⓒ 네이버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30일 기준, 예매율을 44.5%를 돌파하였다.
탄탄한 팬층, 전작보다 더 커진 스케일, 스티븐 스필버그의 총괄 제작을 맡았기에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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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죽어도 죽는다는 건 두려워
봉준호 감독의 6년 만의 신작 <미키 17>을 관람한 후, 다양한 생각들을 곱씹으며, 정리할 때 유독 한 단어가 머릿 속을 맴돌았다. ‘주코’
주코: 외계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외계 생명체 '주코'는 인간의 예상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주코는 지구를 떠난 인간들이 니플하임에 정착하려 할 때, 그들의 탐사 과정에서 죽임을 당한 크리퍼스라는 외계 생명체의 어린 개체다. 주코의 죽음은 영화 초반에서 끔찍하게 묘사되지만, 후반부에서 미키 17이 크리퍼스와 소통하면서 그 의미가 달라진다. 죽었던 주코는 단순히 '크리퍼스1'이 아니라, 고유의 이름과 의미를 지닌 소중한 존재로 재조명된다.
영화는 <설국열차>나 <옥자>와 비교하여, 인간과 외계 생명체 사이의 관계를 훨씬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방식으로 풀어낸다. 이전의 작품들에서는 인간과 동물 혹은 다른 계급과의 갈등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미키 17>은 크리퍼스와 인간이 소통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그려내며,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크리퍼스는 처음부터 공격적인 존재가 아니라, 호기심을 갖고 인간과 교류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영화는 인간과 외계 생명체가 동등한 입장에서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름을 가진 존재, 미키 반스
미키가 복제될 때마다 그는 이름이 아닌 숫자로 불린다. 마치 실험용 쥐에게 번호를 매기는 것처럼. 그러나 영화 속에서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존재를 확립하는 중요한 요소다. 크리퍼스라는 외계 종족 또한 처음엔 단순한 '위협적인 존재'로 묘사된다. 그러나 주코라는 이름이 붙여진 순간, 그는 익명의 괴생명체가 아니라 하나의 소중한 개체로 자리 잡는다. 결국, 미키도 숫자가 아닌 '미키 반스'로 남는다. 그는 미키 18처럼 용감하지도, 희생적이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명의 인간으로 살아가기로 한다. ‘걱정은 이제 그만하고 행복하게’—그가 마지막으로 택한 태도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에서 미키 17은 여러 번 복제되어 죽음과 재탄생을 반복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는 실험의 대상이자, 기계의 부품처럼 취급받으며 소모된다. 미키는 복제 가능한 '익스펜더블'로, 죽음을 맞이할 때마다 새로운 인격이 생성된다. 17번째 복제에서 태어난 미키 17은 과연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그리고 끊임없이 죽어가는 자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고민하는 인물이다.미키 18은 미키 17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존재로 등장한다. 시원시원하고 정의감을 갖춘 미키 18은 그의 성격이 더욱 돋보이며,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반면, 미키 17은 우유부단하고, 때로는 답답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의 갈등과 고민은 영화에서 중요한 감정적 핵심을 이룬다. 미키 17의 존재는 대의를 위한 '희생'과 '소모' 그리고 어디에도 대체할 수 있는 쓸모없는 존재라는 현대 사회의 문제를 은유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부품처럼 함부로 이용되어지는 미키와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주변인들의 냉소적인 태도를 통해 인간 존엄성과 존재의 의미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가까이에서 보면 희극
<미키 17>은 인간 사회의 모순을 블랙코미디와 냉소적인 시각으로 그려내지만, 한편으로는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일깨운다. 영화의 중반, 미키를 위해 나샤가 곁에서 함께 있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인간 본연의 따뜻함과 연대감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미키17을 미키 반스로 바라보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표현했다이러한 감정선은 과학과 기술이 발전한 미래에서조차 인간성이 여전히 중요함을 보여주며, 복잡한 사회적, 개인적 갈등 속에서도 결국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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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테랑 2 | 전편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속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가족 챙길 시간도 없이 현장에서 뛰어다니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과 강력범죄수사대 형사들. 그들의 다음 목표는 연쇄살인범으로 의심받는 범죄자, 일명 '해치'다. 서도철은 수사 끝에 해치가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를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하는 일종의 자경단임을 파악한다. 때마침, 해치도 인터넷에 새 예고편을 공개한다. 서도철에게 한 번 체포됐었고, 임산부를 죽인 범죄자 '전석우'(정만식)를 다음 살해 대상으로 지목한 것.
이에 형사들은 전석우 보호 작전을 개시하고, 전석우 집 앞에서 분노한 시위대와 대치한다. 그 과정에서 서도철은 칼을 꺼내든 인터넷 방송인을 거침없이 제압하는 순경, '박선우'(정해인)를 만난다. 범죄자에게 무자비한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든 서도철은 박선우를 팀에 합류시킨다. 하지만 그 이후로 해치의 범행이 더 대담해지고 경찰이 그에게 농락당하자, 서도철은 조금씩 의심하기 시작한다. 박선우를 받아들인 선택이 과연 옳았는지를.
<베테랑>의 의문, <베테랑 2>의 대답
2015년 여름,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은 1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연도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흥행의 원인은 여럿이겠지만, '통쾌함'을 빼놓을 수는 없다. 재벌 악역 클리셰의 집합소인 '조태오'(유아인)를 비판하는 전개와 때리는 액션의 타격감은 OST만큼이나 경쾌하고 시원했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선구자라고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베테랑>은 물음표도 남겼다. 주인공 서도철의 행적을 곱씹을수록 그 물음표는 커진다. 그는 사람 패려고 경찰 하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폭력적이다. 먼지를 묻힌 무기를 쥐어준 뒤 정당방위라며 범죄자를 때리는 장면은 코미디이지만, 관점을 바꿔보면 섬뜩하기도 하다. 단지 형사라는 이유로 그 어떤 폭력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암시처럼도 보이니까. 그 폭력이 과연 어느 선까지 용인될 수 있는지는 의문일 수밖에 없다.
9년 만에 돌아온 속편은 통쾌함에 가려진 이 딜레마를 고찰한다. <베테랑 2>는 사적제재라는 프레임 안에서 범죄자를 향한 폭력과 응징이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그 결과 오락성과 대중성은 전편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잃은 만큼 얻은 것도 확실하다. 전편에서 확립한 성공방정식을 답습하는 대신 도전을 선택한 덕분에 <베테랑 2>는 품격 있는 블록버스터로 거듭났고, 3편까지 기대케 만드는 데 성공했다.
서도철이라는 물음표
사실 <베테랑 2>의 소재는 신선하지 않다. 되려 늦었다. 자경단원의 사적제재를 묘사한 작품은 <열혈사제>, <빈센조>, <빅마우스> 등 차고 넘친다. 자경단원 경찰도 이미 <비질란테>에서 등장했다. 그러다 보니 신입 형사 박선우가 사실 자경단원이고 악역이라는 사실은 스포일러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예고편이나 포스터만 봐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대신 <베테랑 2>는 관점을 달리하여 뒤늦은 도착, 식상함이라는 한계를 돌파한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이 자경단원의 이야기와 사연에 집중하는 반면, <베테랑 2>는 자경단원을 관찰하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 중심에는 서도철이 있다. 특히 서도철의 직위와 성향이 서로 어긋나는 모순이 스토리텔링의 핵심이다.
서도철의 언행은 거칠다. 전편에서 체포한 전석우가 주취감경 판결을 받아 이르게 출소하자 그런 범죄자는 때려죽여도 시원찮다고 불평을 늘어놓는다. 해치를 쫓으면서도 내심 그가 왜 더 악독한 범죄자를 죽이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그를 옹호하는 듯한 모습도 보여준다. 마치 자경단이 공권력을 대신하더라도 무방하다는 듯이. 이처럼 경찰답지 않은 언행은 박선우의 범죄를 정당화하는 기제처럼 느껴진다.
전편보다 분량이 늘어난 서도철의 가족 이야기도 그의 모순된 언행을 강조한다. 그의 아들은 꾸준히 교내 폭력 사건에 휘말렸고, 다른 애들에게 맞으며 지내던 피해자였다. 하지만 서도철은 아들의 피해 사실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저 애들은 서로 싸우며 크는 거라며 방관한다. 이는 그의 폭력적인 일면, 더 나아가 그와 박선우가 본성적으로는 결이 다르지 않은 인물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해치 덕분에 찾은 답
하지만 <베테랑 2>는 서도철의 모순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 그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차분히 뒤쫓는다. 서도철은 경찰이 아니라 아버지로서 먼저 변한다. 학교폭력위원회에 출석한 그는 자신이 무시한 '애들 싸움'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사소해 보이는 애들 싸움이 도를 넘어서면 어떻게 되는지 비로소 그 결과를 실감한다. 정당방위라는 명분만 있으면 거리낌 없이 폭력을 휘두르던 그가 마침내 폭력의 위험성에 대해 눈을 뜬다.
그제야 서도철은 박선우에게서 위화감을 느끼고, 그를 의심한다. 이는 영화가 박선우의 정체를 굳이 숨기지 않는 이유다. 그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할 수도 있었고, 그의 정체를 미스터리로 삼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베테랑 2>는 박선우의 정체를 드러내면서 그와 서도철의 관계성에 초점을 맞춘다. 비슷한 결을 지닌 듯 보이던 그들이 대립하게 되는 계기가 등장할 때까지의 긴장감을 스토리텔링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그러다 보니 몇몇 카메라 구도나 연출은 유달리 눈에 띈다. 일례로 박선우의 옆얼굴과 서도철의 정면 얼굴, 혹은 그 반대를 동시에 한 화면에 잡으면서 그들의 관계성을 부각한다. 직선으로 자르지 않은 화면 분할도 독특하다. 서도철은 검은 마스크를 쓴 박선우의 얼굴 앞에 작게 위치한다. 마치 그가 박선우의 계략에 집어삼켜지는 듯하게. 그 덕분에 차도철이 형사이자 아버지로서 고통받는 이야기는 더 직관적으로 느껴진다.
그 결과 <베테랑 2>는 마치 류승완표 <다크나이트> 같기도 하다. <다크나이트>에서 조커는 배트맨에게 "너와 나는 같다"라고 말한다. 필요하다면 법을 가볍게 어긴다는 점에서 그들의 본성은 다르지 않다는 것. 배트맨 역시 조커를 거울삼아 자기 정체성에 관해 고민한 끝에 '다크나이트'가 된다. 이러한 둘의 관계성은 서도철과 박선우의 관계와 유사하다. 서도철 또한 박선우를 거울삼을 때 성숙한 '베테랑' 형사로 거듭날 수 있으니까.
액션이라는 느낌표
이 지점에서 <베테랑 2>는 액션을 스토리텔링의 도구로써 영리하게 활용한다. 액션은 리트머스 종이 같다. 더 잔혹해진 연출로써 차도철과 관객을 동시에 시험에 빠트린다. 액션의 중심에 박선우를 위치시켜 정의 실현과 사적제재의 선을 넘나드는 불편함을 유발하고, 경찰이라기에는 과한 그의 대응을 어디까지 용인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바로 이 순간 관객과 서도철의 시선은 일치를 이룬다.
액션 시퀀스의 배치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액션만 따라가도 서도철과 박선우의 관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그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도박장을 습격하는 오프닝 시퀀스에서는 전편처럼 경쾌하다. 반면에 자극적으로 연출된 남산과 약쟁이 골목 시퀀스는 질문을 던진다. 박선우의 범죄자 제압 방식을 보다 보면 그가 자기 과라고 확신한 서도철의 판단이 과연 맞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나아가 클라이맥스에서는 서도철과 박선우를 가르는 경계선을 보여준다. 뻔할지도 모르지만, 그 선은 살인이다. 다만 살인이라는 선을 넘지 않기 위한 서도철의 노력이 구체적으로 제시되다 보니 자칫 식상할 뻔한 대답에서도 진정성이 느껴진다. 박선우를 제압하는 액션보다 그를 살리려는 액션이 눈에 띄기에 더 독특한 시퀀스라고 할 수 있다.
액션 자체의 질이 상당하기에 액션에 담긴 스토리텔링은 더욱 효과적이다. 특히 공간의 특성을 이용한 장면이 뇌리에 박힌다. 복도처럼 좁은 공간에서의 추격전과 그 이후 갑작스레 등장하는 넓은 공간에서의 격투라는 패턴이 반복된다. 그런데 액션 합의 타격과 속도감이 뛰어나다 보니 넓은 공간에서 액션이 펼쳐질 때 장점은 극대화되고, 부딪히는 인물들의 갈등도 덩달아 극대화될 수 있다.
형보다는 부족한 짜임새
다만 <베테랑 2>의 만듦새는 아쉽게도 전편에 미치지 못한다. 일단 여러 층위의 플롯을 쌓아가는 전개가 매끄럽지 않다. <베테랑 2>는 서도철의 가족사나 해치와의 추격전 등 서로 무관해 보이는 이야기가 클라이맥스에 한 데 모여서 터지는 구조다. 그런데 다른 이야기로의 전환이 툭툭 끊기는 느낌이 들다 보니 전편에서 비해 폭발력은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 원인은 악역의 존재감에서 찾을 수 있다. 영화가 서도철의 서사에 집중하다 보니 박선우의 서사는 빈약하다. 개인적인 동기도 제대로 못 보여주니 매력은 부족하고, 그저 서도철을 각성시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될 뿐이다. 결국 선한 마스크와 대비되는 광기 어린 눈빛을 보여준 정해인의 연기와는 별개로, 박선우는 조태오만큼 부각되지 못한다. 자연히 <베테랑 2>는 구심점 하나를 잃은 듯 보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는 인터넷 개인 방송을 활용하는 방식도 문제다. 물론 개인 방송을 등장시킨 이유는 납득할 수 있다. 이는 사적제재가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온라인상에서의 폭력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치다. 근래에 밀양 성폭행 사건이 재조명되고 새로운 논란을 일으켰듯이, 사적제재가 유발할 수 있는 폐해를 경고하려는 의도인 셈이다.
다만 지금의 방식이 최선인지는 의문이다. 개인 방송의 일부를 스크린에 직접 띄워서 보여주데, 그럴 때마다 분위기가 끊기고 부자연스럽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톤과 매너가 근본적으로 다른 영화와 인터넷 방송이라는 매체 간의 괴리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베테랑 2> 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 영화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보이기 때문.
시리즈라서 만족스럽다
그렇지만 <베테랑 2>는 여전히 칭찬이 아깝지 않다. 시리즈인데도 1편의 성공 공식을 고집하기보다는 전편의 한계에 대해 고민하고, 전편이 남긴 의문점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는 길을 선택했으니까. 그 과정에서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만들고, 다른 맛과 재미를 갖춘 속편을 만드는 데 성공했기에 그 결단은 더욱 인상적이다. 이는 비슷한 감성을 공유하는 <범죄도시>가 2편부터 4편까지 관성에 의존한 것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그렇기에 관객의 반응도 어떤 작품보다 궁금하다. <베테랑 2>가 천만 관객을 동원할 환경은 이미 만들어졌다. 추석 연휴 동안 경쟁작이 없고, <파묘>와 <범죄도시 4> 이후로 마땅한 작품이 없었으니 관객이 몰릴 여건은 충분하다. 다만 작품성과 메시지를 챙기기 위해 대중성과 상업성을 다소 내려놓았으니, 과연 이 선택이 흥행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미지수일 따름이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이상
9년 만의 속편이 필요했던 이유를 윤리와 액션으로서 증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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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독한 현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플로리다 프로젝트]
드라마 | 미국 | 111분 | 2018
감독 션 베이커
최근 <아노라>로 황금종려상을 받고 올해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른 감독 션 베이커. 아노라 이전, 그의 대표작이라고 불렸던 영화는 바로 2018년 연출작인 <플로리다 프로젝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본 후 션 베이커 연출작은 믿고 찾아 보게 되었다. 영화를 처음 봤을 당시 간만에 인상적인 영화를 봤다고 느꼈다. 배우들도 연출도 신선했으며 특유의 시각적 구성도 인상 깊었다.
내가 션 베이커를 좋아하는 이유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꾸준히 하면서 영화적인 연출 감각도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적 특징을 꼽는다면 사회 계층 문제를 자주 다룬다는 것, 아름다운 색감을 쓴다는 것, 그리고 실험적인 화면 구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황망한 이야기로 이토록 아름답게 스크린을 채울 수 있을까? 그 역설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때면 종합예술이라 불리는 영화를 경탄하게 된다.
- 커다란 대형마트와 그 앞을 지나가는 무니, 젠시, 스쿠티.
첫 번째로 인상 깊었던 건 위 장면처럼 뒤 배경과 아이들의 대비를 사용한 샷이 많았다는 것이다. 고정된 카메라에 광각렌즈를 사용한 넓은 화각으로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더 작아 보이게 연출했다. 커다란 배경은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아이들은 소리치고 움직이니, 대비가 극명하다. 그들이 소리를 질러도 딱히 세상은 반응하지 않는다.
참 재밌는 영화다. 극의 초반에는 다큐멘터리 같은 호흡을 보인다. 샷의 길이도 길고, 넓다. 어떤 인물을 강조하기보다는 장소와 상황을 객관적으로 담는다. 연출은 굉장히 담담하고 연기는 극히 사실적이지만 사건과 인물들은 굉장히 입체적이고, 자극적으로 느껴진다. 감독은 그 자극적인 인물과 사건이 지극히 현실적인 일임을 말하고자 했던 것 같다. "영화니까라고 생각하지? 근데 이거 지금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야. 니들이 모르는 세상엔 저런 일상이 있어." 라고 말하는 느낌이었다. 다큐멘터리처럼 서서히 하나씩 정보를 준다. 처음엔 장소, 그리고 그를 지키는 관리인 보비, 각각 아이들과 그 보호자들. 그리고 그들이 누구인지를 서서히 이해하게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헤일리와 무니의 삶에 몰입해있다. 그들의 행동에 화가 나다가도 그들이 겪을 일들이 괴롭다. 나는 보비와 눈을 같이하는 기분이었다.
- 무니의 시선에 맞춰 쪼그려 앉은 보비. 그리고 무니에 맞춰진 카메라 앵글
보비는 가장 큰 맥을 이끌어가는 인물이라고 본다. 사건에 중심에 있진 않지만 항상 그곳에 있고 관찰자로서 관객과 함께 한다. 중반부까지는 보비에 입장에 가장 몰입해 있다가 바로 뷔페 장면. 무니의 클로즈업과 연달아 나오는 헤일리의 클로즈업에 나는 헤일리와 무니의 마음 사이 어디쯤으로 몰입이 바뀌었다.
- 사랑스러운 무니의 정면 클로즈업
이 장면이 내가 느낀 영화의 첫 번째 정면 클로즈업이었다. 뒤 포커스를 날려서 촬영한 걸 보니 의도된 것 같다. 이때 관객은 처음으로 무니와 헤일리에게 눈을 마주치게 된다. 위태롭지만 사랑스러운 모녀를 보며 그들을 위한 삶은 대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졌다. 내가 몰입하고 싶지 않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한 기분이었다. 이 장면 뒤부터 급격히 감정이입이 되었고, 무니가 우는 장면에서는 정말 참을 수 없었다. 무니를 바라보는 보비와 무너지는 헤일리, 도망치는 무니. 감정들이 소용 쳤다.
- 비슷한 사이즈이지만 전혀 다른 표정의 무니.
자신의 가족인 엄마와, 매직 캐슬을 잃게 된 무니는 진짜 아이가 되어버린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어른들의 사정을 읽는다. 극 초반 자신은 어른들이 울 것 같을 때를 안다는 무니의 말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감당하기 벅찬 일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아이처럼 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무얼 할 수 있을까. 포스터나 예고편과는 다르게 굉장히 담담하지만 슬픈 영화이다. 관객을 울리려고 끼워 맞춰 만든 신파극들과 비교되었다. 제작진이 울면서 만든 영화 같았다.
가장 좋았던 장면은 헤일리가 훔친 입장권을 팔아 돈을 벌고 무니와 함께 장을 보고 카트를 가지고 차들 사이의 횡단보도를 건너는 장면이었다. 사진을 찾고 싶었는데 못 찾아서 카트 사진으로 대체. 수많은 차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가운데 헬리가 밀어주는 카트에 탄 무니는 깔깔거리며 웃고 있다. 무니는 가장 초라한 네바퀴 속에서 가장 행복해했다. 물론 객관적으로 보면 헤일리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최악의 보호자이다. 온갖 나쁜 짓은 다하고 무니랑 같이 물건을 팔기도 한다. 극 초반 자기는 그딴 짓은 절대 안 한다며 아무도 날 일하게 해주지 않는다던 헤일리는 누구를 위해 그런 일을 했을까. 집도, 직업도 없는 그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을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 안에서는 선과 악이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션 베이커 영화를 보면 늘 그러하다. 이 영화를 통해 상을 받은 무니 역의 브루클린 프린스의 수상소감처럼 저건 현실이고 세상엔 수많은 헬리와 무니가 있다. 그들이 행복하기 위해 혹은 저런 일들이 사라지기 위해서 정부나 사회가 말하는 것이 정말 최선인지, 그게 아니라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인 것 같다. 첫 연기였다던 배우들과 그들을 완벽히 디렉팅 한 션 베이커에게 박수를 보낸다. 좋은 영화를 봐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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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대학살은 왜 기억되어야 하는가?
이 글은 씨네랩에서 초대 받아 작성한 영화 리뷰입니다.
* 스포일러 주의
감독: 고훈
출연진: 양경인, 파치스
시놉시스: 제주 4.3 사건의 구술 작가인 양경인과 르완다 출신 한국 유학생 파치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제주 4.3 사건과 르완다 제노사이드 사건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딸이라는 것. 이런 두 사람이 한국과 르완다를 오가며 '그날'이 남긴 상흔과 그 아픔을 딛고 나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는다.
1. 비극은 지척에 있다
전쟁과 학살 소식으로 온 세상이 떠들썩한 요즘이다. 몇 천 명, 몇 만 명이 넘게 사람이 죽었다는데, 그 숫자가 너무나 거대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우리 중 많은 수(특히 2-30대의 젊은 세대)는 아마도 그들에게 동정과 연민의 시선을 보낼 수는 있되 그 참혹함에 온전히 공감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분단 국가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그럭저럭 평화로운 시기를 살고 있지 않나.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참혹함을 직접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순진하게도 미디어를 통해 들려오는 끔찍한 소식들을 '어느 머나 먼 딴 나라 이야기' 정도로 받아들일지도 모르겠다. 다소 거친 귀납적 도출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필자와 그 주변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랬다.
그러나 쉽게들 착각하는 바와는 다르게, 이러한 학살의 비극은 우리와 그다지 동떨어져 있지 않다. 우리가 그럭저럭 누리는 평화의 이면에는 수많은 죽임과 죽음이 있어 왔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매카시즘(반공 열풍)의 광기에 인해(좀 더 깊고 우울한 배경이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이곳에서 다루지 않겠다.) 2~3만여 명이 살해당한 제주 4.3 사건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이 다른 한국인들을 무참히 살해한 이 사건은 충분히 경계되고 기억되어야 마땅할 것인데, 4.3이라고 하면 '아 그런 일이 있었지'라고 생각하기는 해도 정작 사건의 발단과 경위, 결과의 끔찍함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4.3 희생자 추념일이 국가 기념일로 지정되고, 한국 역사 교과서에서 그 진상을 명확히 묘사하기 시작한 것이 겨우 2014년의 일이었으니 놀라운 일도 아니다.
부끄럽게도 필자는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야 제주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학살의 끔찍한 상흔은 그것을 부정하고 싶어하는 이들에 의해 오래도록 묵인되었다. 이토록 가까운 학살의 추억을! 우리는 그래서인지 때때로 이것을 기억하고 되새겨야만 하는 이유조차 모르기도 한다.
영화 <그날의 딸들>은 제주와 르완다의 학살을 경험한 피해자의 입과 그 딸들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이러한 인류사의 어두운 이면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와 그것을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바에 대해 풀어 나간다.
2. 그날의 딸들
영화는 제주 4.3 사건 구술 작가인 양경인 씨와 르완다 출신 대학생인 파치스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두 사람은 국적도 세대도 다르지만 대학살의 피해자의 딸이라는 점에서 동질적이다. 각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제주 4.3 사건과 르완다 제노사이드는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누군가들의 정치적인 야욕과 선동에 의해 민간인이 잔혹하게 살해되었고 그것이 오래도록 묵인되었으며 그로 인해 살아남은 사람이 평생토록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제주에서는 '속슴허'라는 말이 있다. 조용히 하라는 뜻인데, 4월 3일부터 시작된 '그날'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야기하다가는 잡혀갈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또 제주에는 이름을 특이하게 짓는 관습이 있는데, 이는 행여나 잘못 불려나갔다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는 일을 막기 위함이다. 제주에는 비슷한 시기에 온 마을이 제사를 지낸다. 제주 인구의 열 중 하나가 '그 사건'으로 인해 희생되어서다. 제주도의 활주로 아래에는 숱한 죽음이 있었고, 천지연 폭포의 밑바닥에는 스러져간 억울한 영혼들이 가라앉아 있었다.
르완다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있는 집이 드물다. 거대한 '인종 말살'의 과정에서 1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생을 다했기 때문이다. 구원과 가르침의 장이어야 할 성당과 학교는 살육의 장이 되었고, 학살의 생존자들은 그곳을 지날 때마다 끔찍한 기억에 몸서리친다. 서로 죽고 죽이던 투치족과 후투족이 공식적으로 '화해'한 지는 2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민족이나 과거를 묻는 일은 금기시된다. 사건이 발생한 지 몇 십년이 흘렀지만 학살의 흔적은 아직도 생생하다.
3. 학살의 상흔을 치유하는 법
그렇다면 우리는 이 아픔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양경인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그것은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와, 그를 통한 피해자들의 용서"로 말미암아 가능해진다.
제주 4.3 사건은 양경인 작가를 비롯한 진상 규명을 위해 애쓴 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통해 '실제'하게 되었다. 정부는 마침내 국가 권력의 과오로 인해 수 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되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며,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비로소 마음 놓고 아픔에 대해 논할 수 있었다.
르완다는 국가 차원에서 투치족과 후투 족의 화해를 주도했다. 그들은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사과와 용서의 필요'를 설파했다. 후치족에게 남편과 아이들을 잃은 여인은 가족을 살해한 이웃을 용서했다. 분노와 원망에 사로잡혀서는 남은 아이를 키울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웃이자 원수인 남자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녀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 진심 어린 사과와 용서를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는 모두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
4. 비극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우리가 비극을 기억해야만 하는 이유는 한층 선명해진다.
그것은 사람을 살게 하기 위해서다. 가해자와 희생자가 참상의 트라우마 혹은 죄악감의 감옥으로부터 벗어나 나아가게 하기 위함이다. 참상의 당사자가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1947년 4월 3일에 벌어진 대학살은 그로부터 47년 후인 1994년 4월 7일에 비슷한 방식으로 재현되었다. 이러한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 '그날'의 처참함을, '그날'의 아픔이 어떻게 이어져 내려오는지를, 그것이 오늘날에 어떤 방식으로 잔존해 있는지를. 우리가 '그날'을 끝 없이 경계하고 되새겼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 비극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므로.
[상영 일정]
[부산국제영화제 10.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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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8월 되도록 연애 못 한 사람들 다 모여
모태솔로가 죄냐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제과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 치호다. 미각적인 감각이 아주 뛰어난 치호. 소속된 회사에서 에이스 대접을 받고 있다. 회사 매출에 혁혁한 공을 세운 치호. 제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차지하는 치호의 임무가 크다. 치호의 사생활은 그의 경력에 비해 별거 없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tv프로그램을 보다가 과자 먹고 잠든다. 특별한 일은 없다. 남에게 피해 끼치는 일 싫어하고 착하게 사는 게 전부인 주인공 치호다. 순박한 치호. 이런 그도 같이 사는 사람이 있다. 친형 석호다. 석호는 치호랑 딴판이다. 이름에 빨간 줄이 그여 있는 석호. 하는 일이라곤 내내 놀다가 치호 등골 빨아먹어 도박에 돈 다 갖다 박는 게 전부다. 그래도 치호는 나름 행복하다. 가족도 있고 좋아하는 과자도 실컷 먹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다른 주인공은 중년 여성인 일영이다.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일영. 혼자 딸을 키우는 건 아무래도 어려울 것이 많다. 사격 유망주인 딸. 학비부터 운동에 드는 자잘한 돈까지 감당할게 많아 손이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일을 시작하는 일영. 대출심사를 업으로 하는 회사에 취업한다. 일영이 밝은 성격을 가진 덕에 일하는 건 어렵지 않다. 어느덧 일영을 찾아온 손님. 손님인 남자가 아이들을 대하는 걸 보고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운명 같은 첫 만남. 치호도 일영을 그렇게 만날 줄 몰랐고, 그건 일영 역시 마찬가지다. 운명 같은 첫 만남이 성사됐다. 둘의 달짝지근한 로맨스가 시작된다!
무해한 유해진
이 영화에서 치호 역을 맡은 유해진 배우는 현재 충무로에서 폼이 가장 좋은 배우다. 작년 <올빼미>와 <공조 : 인터내셔날>을 통해 330만/69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위기론이 대두된 해에서 제 몫을 해냈다. 앞 두 영화에서 유해진 배우가 맡은 역할은 플롯의 핵심에서 주체적으로 반응한다. <공조 : 인터내셔날>에서 맡은 역할은 다른 두 주인공과 함께 협력한다는 점에서 중요했다. <올빼미>에서 인조가 맡은 역할은 장르적으로도 이 여기의 서스펜스를 만든다는 점, 윤태진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바를 특정 인물과의 갈등을 통해 보여줘야 했다는 점에서 이야기의 주체로 우뚝 선다. 유해진 배우는 이 두 작품에서 유해진만 할 수 있는 감정연기를 보여준다. 감정기복이 심한 캐릭터에선 분노의 깊이를, 유머와 액션이 필요한 역할에선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분한다.
이 <달짝지근해 : 7510>에서 역시 앞서 두 작품과 마찬가지로 ‘인물 간의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역시 두 관계에서 능동적으로 선택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치호와 일영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족관계에서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듯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특징 하나,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했다는 특징 둘이다. 이 첫 번째 특징은 두 인물이 가진 결핍을 보여줘 공감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영화에서 중요한 세팅 중 하나였다. 두 번째 특징은 유해진 배우가 장기를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압축해서 눌러 담았다. <올빼미>에서 인조 캐릭터는 역사적 지식이 어느 정도는 필요한 인물이다. 작품 내에서 창작한 설정이 몇 있긴 했지만 이야기의 토대를 한 번에 완벽하게 어려울 수 있다. 유해진 배우는 내재되어 있는 인물의 콤플렉스를 이해해서 표현했다. 이와 유사하게 <달짝지근해 : 7510>에서는 사랑에 처음으로 취한 인물을 능청스럽게 연기한다. 웃길 땐 웃기고 진심을 전하는 연기에선 힘을 주는 유해진 배우의 경험치가 돋보인다.
메가폰을 안 잡아도 느껴져
이 영화는 장르의 특성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로맨스/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는 영화는 두 사람의 관계에서 로맨스 무드를 만든다. 우선 두 주인공 유해진-김희선 배우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조합이다. 김희선 배우가 시대를 관통했던 엄청난 미모였던 것과 유해진 배우는 반대편에 있다. 이 두 사람이 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묘사는 영화에서 충분한 강점이다. 두 배우는 각각의 인물이 갖고 있는 결핍을 왜 서로가 채울 수 있는지 각자 상기시키며 안정적인 로맨스를 이끈다. 이 점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 출발하기 전에도 이상적인 사랑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는 후반부까지 지속된다.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이야기지만 두 사람에게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유지하고 있는 설정이 있다. 이 설정을 경제적으로 활용한 각본의 힘이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사랑에 서툰 사람이 이루는 내적 성장을 상징하는 듯하다.
다른 장르는 코미디다. 이 <달짝지근해 : 7510>은 우리가 잘 아는 로코물의 정석을 영화가 갖고 있는 특별한 로맨스로 변주시켰다. 그 이전에 각본가 특유의 소소한 유머코드의 디테일들이 살아있다. 장소의 힘이 돋보이는데, 영화에서 김밥천국이라는 장소가 굉장히 중요하다. 김밥이라는 소재가 갖고 있는 특수성이 영화 내적으로 품고 있는 사랑의 의미를 포함한다. 그리고 두 인물이 왜 ‘기본’에 충실한 사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가도 관련이 있다. <헤어질 결심>에서 서래와 해준이 갖고 있는 결핍이 초반부에 제시되고 <우리도 사랑일까>에서 여주인공이 갖고 있는 일상의 권태가 초반부에 등장하는 것과 유사하다. 물론 앞 두 작품에 비해서 결핍을 보여주는 묘사가 고차원적인 건 아니지만 장르의 기본적인 특성과 코미디를 잘 병치시킨 좋은 연출이었다.
영화에서 두 번째로 중요하게 묘사되는 부분이 있다. 영화에서 사랑의 속성을 핵심 소재로 표현한 것이다. 이 비유는 아쉬운 점이 분명 있다. 결론을 확실하게 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하이라이트에서 감정의 방점을 찍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오히려 유해진 배우의 뛰어난 퍼포먼스로 큰 감정적 울림을 전달한다. 이 영화가 익숙하고 작위적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 사랑을 응원하게 되는 데에는 소재의 힘이 크다.
준수한 코미디
영화가 지나치게 이상적인 부분만 고려한다는 점은 아쉽다. 우선 주인공 치호를 설정하는 굵직한 내면묘사가 있다. 영화의 이야기가 이 큰 설정 하나에만 의존한다. 각본가의 전작에서도 이런 인물 세팅이 있었다. 영화 내적으로 이야기의 장력이 떨어진다는 것 외에(재미가 없다는 것 외에) 이 소재를 인물에게 녹아드는 깊이는 전작이 뛰어났다고 본다. 본작 <달짝지근해 : 7510>에서는 치호의 주변인들이 작위적으로 설정되어 주인공이 기능적이다. 유해진 배우의 설득력에 플롯이 의존한다. 일영과 치호가 작중에서 관객을 충분히 설득할 정도로 선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인물의 입체성이 옅다는 점에서 로맨스 영화의 밀도가 낮았다는 단점이 있다.
영화를 보면서 걸리는 부분이 거의 없다. 하지만 단 한 인물은 작위적이다. 이 인물과 어떤 구분선을 두고 대비되는 캐릭터가 있다. 이 인물이 주인공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해 보면 각본가가 전작에서 지켰던 윤리의식이 조금은 부족했다. 이 배우의 퍼포먼스도 다른 주연배우들에 비해 밀리는 감이 있어 이야기에 이물감이 된다는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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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데미에 올라갔어야만 했다
봄에 피어나는 벚꽃만큼이나 극장을 자주 드나드는 관객들에게 이 시기는 대작들이 개봉하는 여름 극장가 부럽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에는 "아카데미"에 이름이 올라간 영화들 때문입니다.
대개, 시상식에 이름이 올라간 이유에는 그만한 기준에 충족했기에 올라간 것이라는데 관객들은 이 영화들을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왜, 이 영화가 올라갔지?"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서 극장으로 가 봄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나오게 됩니다. 이런 진부한 패턴이 영화 <모리타니안>이라고 다르지 않았습니다. 작년이라면, 이미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는커녕 결과까지 나왔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로 모든 일정들이 연기되며 이제서야 "골든글로브"가 끝났습니다.
아시다시피, <미나리>의 작품상 후보 지명 불발이 가장 큰 논란이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미나리>의 "윤여정"분의 후보 지명 불발도 화제였습니다. 다른 시상식에서는 다 휩쓰는데,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니까요. 그러면서, 관객들에게는 자연스레 "윤여정"분이 빠진 "여우조연상"을 받을지에 관심이 쏠렸고 이는 오늘 소개할 <모리타니안>의 "조디 포스터"분이 수상했습니다. 이에 일부 팬들은 "호랑이가 없는 곳에 늑대가 왕이다"라고 하지만, 이미 <피고인1989>과 <양들의 침묵1992>로 여우주연상만 2번 받은 분이라 늑대로 칭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특히, 이를 30대 이전에 다 받으신 거라...)
이외에도 여기에 출연하는 "타히르 라힘"은 "남우주연상"에 이름을 올려 무슨 영화인지는 몰라도 연기 보는 맛은 쏠쏠하거라 생각했습니다.
'과연, <모리타니안>은 어떤 영화이었는지?' -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때는 9·11테러가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
갑작스레, 집안에 경찰이 오자 "슬라히"는 어머니에게 '잠깐만 다녀오겠다'라는 말로 진정시킨 후 집을 나섭니다. 그리고 인권 변호사 "낸시"는 지난 3년간 재판도 없이 "콴타나모 수용소"에 구금된 "슬라히"에게 관심이 생깁니다. 아무리 중한 범죄라고 해도 재판 없이 감옥에 수감된 것에 궁금한 "낸시"는 그의 변호를 맡게 되고, 숨겨져 있던 사실에 충격을 받는데...
낯선 영화에 익숙한 배우들이 나온 이유는?
1. 클리셰를 깨버리는 이 과감함, 뭐지?
영화 <모리타니안>은 제목만 봐서는 어떤 영화인지 좀체 감이 잡히지가 않습니다.
출연하는 배우들에 "베네딕트 컴버배치", "조디 포스터", "쉐일린 우들리", 그리고 <샤잠!>의 "제커리 레비"를 보아도 역시, 감이 안 잡히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포스터에도 있듯이 "재판"이라는 단어로 낯선 영화에게 "법정극"이라는 갈피가 잡히는데요. 근데, 영화 <모리타니안>에게 법정에서 주고받는 증언에 증언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영화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곳은 "법정"이 아니거든요.
이렇게 해도 되나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재판"이라는 단어로 "법정극"이라는 갈피가 잡힌 <모리타니안>의 초반 전개는 이와 비슷하게 흘러나갑니다. 마치 변호하는 "낸시"는 선역, 그에게 사형을 내리려는 "스투"는 악역으로 보이는 <모리타니안>의 시작은 뻔하게 흘러갑니다. 근데, 영화는 여기서 하나의 변곡점을 제시하는데 그게 "플래시백"입니다. 대개, "플래시백"은 직접 짜 맞추는 것과 다르게 해당 캐릭터의 시점에서 흘러가 설명보다는 감정을 먼저 제시합니다. 특히, "법정극"이라는 장르가 논리와 논리의 상충이 주되기에 이런 방법은 가급적 피해야 하는데요. 근데, 영화는 "클리셰"와 같은 규칙을 깸으로 오히려 관객들의 관심을 이끌어냅니다.
2. 이러니까, 아카데미에 이름을 올라가겠지.
앞서 말했듯이 영화 <모리타니안>은 이야기의 중간마다 "플래시백"을 삽입함으로 해당 캐릭터의 감정에 이입해 이야기를 몰입하게 만듭니다. 이외에도 부족한 설명을 채워주는 역할도 하지만 가장 큰 역할은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것이죠. 근데, 영화는 굳이 이런 몰입을 깨버립니다.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가장 좋은 "물아일체"의 상태를 깨기까지 한 영화의 이유에는 여러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감정에 치우치면 본질이 흐려지는 것도 있지만, 두 번째 <모리타니안>이 법정극이라는 끈을 놓지 않았다는 것을 야심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이를 영화는 '반전'이라는 카드로 위장하여 보여주기도 하고요.
옳고 그름을 떠나...
아무리, "플래시백"을 경계한다고 해도 관객들에게 "슬라히"는 속내를 모르는 대상이 아닌 그저, 불쌍한 대상으로 보입니다. 근데, 텍스트로 적혀진 보고서에는 이런 설명들을 부정하니 관객들에게 인지부조화가 일으키게 되는 것이죠. '진짜 틀린가?'라는 마음으로 1차적인 반전을 일으켰다면, 영화는 곧장 2차적인 반전을 연쇄적으로 보여주려 합니다. 잠시, 영화를 떠나 글을 쓰는데 가장 쉬운 방법은 객관적인 자료로 주관적인 감정으로 끝을 짓는 것입니다. 근데, 순서를 바꿔 주관적인 감정을 객관적인 표현으로 정리하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데요.
비슷한 재료인데도 순서가 틀리면, 완전히 달라지는 영화 <모리타니안>은 1차 반전으로 '전자', 2차 반전은 '후자'로 보여주여 더 깊게 빠지게 만듭니다.
3. 방법은 틀린 것이 없다. 쓰는 이에 달라질 뿐.
보통 "피해"를 입은 캐릭터를 소개하는데, 가장 기피해야 하는 것은 이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입니다.
그 장면 자체만으로도 "고문 포르노"와 별반, 다르지가 않거든요. 그렇기에 <아이 캔 스피크2017>에서는 이를 재현하기보다는 연설하는 장면에서 자신의 몸에 새겨진 낙서와 같은 문신으로 이를 관객들의 상상에 맡겼습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 <모리타니안>은 세련된 방법은 아닌데도 이에 대한 충격을 받은 이유에는 이를 쌓아올린 누적된 설명들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구식과 클래식이 나눠진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낸시"는 선역, "스투"는 악역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낸시"가 "테리"에게 "슬라히"의 감정에 휩쓸리지 말라는 말을 남겼듯이 "스투"에게도 이런 모습이 보입니다. 영화는 "낸시"에게 "슬라히"의 편지를 읽음으로 그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면, "스투"는 관객들에게 그가 어떤 곳에 있었는지를 직접 가서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낸시"가 주관적인 감정이라면, "스투"는 객관적인 관찰인데,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나 영화는 이를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데요. 그리고 극과 극에 서있던 "낸시"와 "스투"가 "슬라히"가 보여주는 재연으로 합쳐지니 "고문 포르노"였던 방법은 "현실 고발"이라는 있어 보이는 방법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죠.
4. 옳고 그름이 아닌 모두를 아우르는 메시지
결론적으로 말하면, 영화 <모리타니안>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영화는 아닙니다. 예상했던 "법정극"으로 생각하기에는 대상자의 감정에 좌지우지하는 전개는 장르를 제외하더라도 그리 좋지만은 않고요.
그럼에도 <모리타니안>은 앞서 말한 "아카데미 영화"를 보는 삼단 논법의 마지막 단계, 고개를 끄덕이며 나오는 결과에는 문제없이 도출되는 영화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말하려는 '법은 상황에 맞게 짜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적용되어야만 한다'라는 메시지는 극히, 이성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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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결산 - 리뷰는 못 했지만 추천하는 독립영화 7작품 l 상 1편 ( #로그인벨지움 #빛과철 #혼자사는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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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따뜻한 연말 보내고 계신가요!
또 1년이 이렇게 지나가네요...! 어느덧 유튜브를 시작한지도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올해도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왔죠!
시기가 많이 아쉽긴 하지만, 더 많은 작품들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서
이번 연말결산 영상에서는 제가 리뷰는 못했지만 극장에서 보고 추천드리는 작품들을 준비해보았는데요!
영상이 조금 길어서 3작품, 4작품 나누어서 올릴게요 :)
그럼 내일도 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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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픈 이별을 겪는 우리가 유령이 된다면 어떨까
*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들은 영화를 보시고 감상해주세요!
작년 말 개봉한 루니 마라와 케이시 애플랙 주연의 '고스트 스토리' 보셨나요?
영화 '고스트 스토리'를 딘의 인스타그램을 시작으로,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 기형도의 '빈집'을 연관시켜 소개해드립니다.
아픈 이별을 겪는 우리는 모두 유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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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스토리 #니체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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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재개봉 예고편
줄리안, 드디어 남사친과 사랑에 빠지다?!
9년 지기 남사친 마이클의 결혼 소식을 들은 그 순간!
뭘까 이 감정은? 나 아무래도 널 사랑하고 있었나 봐!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내 사랑 되찾기
“너에게 꼭 말하고 싶어.
지난 9년간 진심으로 널 사랑하고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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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가필드 : 우유 원정대> 런칭 예고편
어서 와, 이런 고양이는 처음이냥?? 랜선 집사 심쿵 유발하는 치즈 뚱냥이 등.장 (=‐ω‐=) [가필드: 우유 원정대] 2024년 극장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