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4-12-20 15:15:32
무파사: 라이온 킹 | 새 시대의 사자왕 즉위식
<무파사 : 라이온 킹>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머니 '아피아'(아니카 노니 로즈)와 함께 초원을 누비던 아기 사자 '무파사'(애런 피에르).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비 덕분에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던 그는 돌연 밀려 온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간다. 그 이후 홀로 야생을 떠돌던 무파사는 왕의 혈통이자 예정된 후계자 ‘타카/스카’(켈빈 해리슨 주니어) 덕분에 목숨을 구하고, 타카와 의형제가 되고, 타카의 어머니 '에쉐'(탠디 뉴턴)로부터 사냥법을 배운다.
그러던 어느 날, 사냥 중이던 무파사와 에쉐는 모든 사자를 굴복시키려는 백사자의 무리의 왕 '키로스'(매즈 미켈슨)에게 기습당한다. 이에 무파사와 타카는 가족을 떠나 전설의 땅 '밀레레'로 향한다. 타카는 왕의 혈통을 지키고, 무파사는 왕이 될 형제를 지키기 위해서. 그러나 두 형제 모두 첫눈에 반한 암사자 '사라비'(티파니 분)와 환영을 보는 원숭이 '라피키'(카기소 데리가)가 등장하면서 두 형제 사이에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의도는 좋았다
2019년 여름, 큰 기대 속에 개봉한 <라이온 킹> 실사영화는 실망스러웠다. 가장 큰 문제는 CG였다. 동물을 현실 모습 그대로 묘사한 결과, 주인공들의 표정을 전혀 읽을 수 없었고 영화는 마치 '동물의 왕국' 다큐멘터리에 더빙만 입힌 듯 기괴했다. 스카의 주제곡인 'Be Prepared' 등을 편곡한 OST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원작 애니메이션이 개봉한 지 25년 만에 나온 실사영화인데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기에 실망은 더 컸다. 그간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실사화할 때 다양한 시도를 했다. <말레피센트>는 악역의 시점을 취했고, <알라딘>은 시대상의 변화를 반영할 노래를 삽입해 캐릭터를 재해석했다. 그에 반해 <라이온킹> 실사 영화는 '생명의 순환'이라는 기존 주제를 강조할 대사와 장면을 추가했을 뿐이었다.
애니메이션 탄생 30주년 기념작이자, 실사영화의 프리퀄 속편인 <무파사: 라이온 킹>(이하 <무파사>)은 전편의 문제를 직시했다. 이에 배리 젠킨스 감독과 린 마누엘 미란다를 데려와 전편의 실망감을 놀라움으로 바꾸려 노력했다. CG에 생동감을 더하고, 이전과는 다른 음악을 들려주고, '생명의 순환'이라는 주제를 재해석했다. 그러나 완성도가 의도를 따라가지 못한 나머지 <무파사>는 기대 이하의 실사화에 그쳤다.
CG는 OK, 음악은 글쎄
우선 <무파사>는 기술적으로 진일보했다. 이번에는 캐릭터의 표정을 분명하게 식별할 수 있다. 무파사와 사라비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거나 그런 그들을 보면서 타카가 배신감에 치를 떨 때, 사자의 얼굴에 쓰인 감정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그 덕분에 클로즈업이 자주 사용돼도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의형제였다가 적으로 갈라서게 된 무파사와 타카의 얄궂은 운명을 감성적으로 보여준다.
그에 반해 음악은 기대 이하다. 린 마누엘 미란다가 참여했는데도 귀에 감기는 멜로디가 많지 않다. 이번 음악은 리드미컬하면서 통통 튀는 느낌이 강하다. 마치 <엔칸토>나 <모아나>의 음악을 아프리카 풍으로 편곡한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시도는 <라이온 킹> 특유의 웅장한 분위기에 잘 섞이지 않는다. 중간중간 한스 짐머의 스코어가 흘러나올 때마다 새 노래들이 잊히는 게 그 방증이다.
그 결과 <무파사>의 스코어나 넘버는 전반적으로 전편의 하위호환 같다. 무파사와 타카가 함께 놀 때 흘러나오는 'I Always Wanted A Brother'는 전편에서 심바와 날라가 자주를 따돌릴 때 부르는 'I Just Can't Wait to Be King'을, 무파사와 사라비가 사랑에 빠지는 'Tell Me It's You'는 심바와 날라가 재회할 때 부르는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의 아성을 넘지 못하는 식이다.
이에 더해 새 캐릭터를 소개하는 역할도 해내지 못한다. 키로스의 주제곡 격인 'Bye Bye'가 대표적이다. 키로스는 감히 맞서 싸울 사자가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잔인하며, 위압적인 빌런이다. 그런데 그의 노래는 강압적인 분위기보다는 부드럽고 가벼운 사악함을 부각한다. 결국 키로스는 일관된 이미지를 각인시키지 못한다. 마치 실사영화 속 스카와 애니메이션 속 스카가 한 데 뒤섞인 모양새다.

새 시대의 '생명의 순환'
한편, 서사적으로는 원작을 답습한 전편과 확실히 선을 긋는다. 특히 <라이온 킹>의 이데올로기적 한계를 뛰어넘으려 노력한다. <라이온 킹> 속 '생명의 순환'이라는 교훈은 사회적 차별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사자만이 다른 동물을 지배해야 한다는 논리가 기존의 계급 구조를 정당화하고, 무파사에서 심바로 왕위가 계승돼야 한다는 당위는 기득권 중심적 세계관으로 이해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생명의 순환'이 사회적 소수자를 타자화하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이라는 메시지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이에나처럼 무파사와 심바의 지배 질서 밖에 속한 존재는 빈곤하고, 사악한 집단으로 묘사된다. 이는 사회적 소수자, 약자처럼 주류 질서 안에 있기보다는 주변화되기 쉬운 집단을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사회적 질서를 위협하는 존재로 악마화한다는 우려를 샀다.
<무파사>는 위 맹점을 보완하려 한다. 그 중심에는 '외부자'라는 모티브가 있다. 무파사를 타고난 왕이 아닌 떠돌이 사자로 설정하면서 '생명의 순환'을 재해석한다. 떠돌이 사자였던 그는 프라이드 랜드의 왕위를 그저 물려받지 않았다. 그는 전설 속 장소로 치부받던 밀레레를 찾아냈고, 밀레레에 살던 동물들을 단결시켜 키로스의 습격으로부터 모두를 구해낸 공헌을 인정받아 왕으로 거듭났다. 왕의 혈통인 타카를 제치고서.
이렇게 보면 '생명의 순환'은 더 이상 사자의 지배와 약육강식 계급 구조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무파사와 다른 동물들은 지배-피지배 관계가 아니라 서로 목숨을 걸고 연대한 동료에 가깝기 때문. 프라이드 랜드의 왕은 군림하되, 일방적으로 통치하는 존재가 아닌 셈이다. 따라서 이제 '생명의 순환'에는 주어진 운명과 질서에 순응하는 대신, 외부자와 약자가 연대하여 새로운 질서를 빚어낼 수 있다는 함의가 깃든다.
새 시대의 사자왕
이에 힘입어 <무파사>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관점에서 사자왕이라는 상징도 새롭게 그려낸다. 사실 <무파사>는 외부자 대 외부자, 소수자 대 소수자의 대립을 다룬 이야기다. 당장 무파사는 물론, 키로스 때문에 무리를 떠난 타카와 사라비, 남들과 달리 환영을 본다는 이유로 동족으로부터 추방당한 라피키는 모두 외부자다. 키로스의 백사자 무리도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피부와 갈기가 하얀 돌연변이라는 이유로 버려졌다.
<무파사>는 같은 처지인 이들이 '생명의 순환'이라는 가르침을 이해하는 전혀 다른 방식을 보여준다. 키로스는 그 순환을 철저히 배타적으로 이해한다. 백사자만이 빛 닿는 모든 땅을 소유하고 지배할 수 있는 약육강식의 세계관에 충실하다. 그에 반해 무파사는 '생명의 순환'을 포용적으로 받아들인다. 같은 처지의 사자는 물론, 원숭이와 기린을 비롯한 온갖 동물들과도 가족과 친구로서 지내며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시대를 연다.
일신된 사자왕의 이미지는 배리 젠킨스가 <무파사>의 감독이 된 이유처럼도 보인다. 그의 전작인 <문라이트>나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를 놓고 보면 그는 <라이온 킹>에 어울리는 감독이 아니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흑인 서사로 가득하니까. 그런데도 배리 젠킨스가 <무파사>의 메가폰을 잡았다면, 상술한 메시지를 디즈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라이온 킹>에 녹여내기 위한 목적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부메랑이 된 액자
다만 <무파사>가 재해석한 메시지는 관객석까지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영화의 구조가 잡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무파사>는 극 중 극, 액자식 구성을 취했다. 심바와 날라가 둘째 출산을 위해 자리를 비우자 라피티, 티몬, 품바는 첫째 키아라를 하룻밤 돌보면서 무파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러한 구조는 다음 세대인 키아라를 소개하고, 프리퀄 다음에 키아라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퀄을 암시하는 의도처럼 읽힌다.
그런데 영화가 키아라와 무파사를 자꾸 오버랩시키는 과정에서 액자식 구성은 장점보다 단점을 더 많이 노출한다. 물론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이전 세대인 무파사와 다음 세대인 키아라를 겹쳐 보게 하면서 <라이온 킹>이라는 프랜차이즈를 새 시대에 맞게 리모델링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문제는 키아라가 무파사의 이야기를 회상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는 것. 새끼 사자답게 폭풍이나 천둥을 두려워한다는 것 정도를 제외하면 그녀에게는 특별한 서사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 결과 더 이상 폭풍이 무섭지 않은 키아라의 포효가 왕으로 거듭난 무파사의 포효와 오버랩되는 결말은 되려 무파사의 즉위식 감흥만 까먹는다. 액자 외부와 내부 이야기가 같은 층위와 차원에서 호응되지 않아 파국에 이르고 만다.

시리즈의 무게에 짓눌리다
더 나아가 <무파사>는 프리퀄이라는 본질적인 속박도 벗어던지지 못했다. <무파사>는 전편과의 연관성을 영화 한 편에 전부 집어넣으려고 한다. 무파사와 라피티가 어떻게 친구가 됐는지, 무파사와 사라비가 사자 무리를 어떻게 이뤘는지, 프라이드 락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을 일일이 설명하려 든다.
그 결과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중심을 잃고 흔들린다. 무파사와 키로스의 대립 구도는 희미해진다. 사라비가 다른 사자들을 설득해 키로스 무리와 맞서 싸우고, 무파사의 연설에 공감한 다른 동물들이 백사자들을 공격하는 장면이 무파사와 키로스의 결투 중간에 끼어들어 흐름을 끊기 때문. 실제로 마지막 전투 시퀀스에서는 카메라가 캐릭터 하나하나를 쫓기 버거워하다가 끝내 앞뒤 장면이 연결되지 않는 난국을 목격할 수 있다.
그래도 관객이 가장 궁금할 연결고리, 타카가 스카로 타락하는 과정은 다행히도 놓치지 않았다. 전편이 암시한 무파사-타카-사라비의 삼각관계와 어릴 때부터 타카가 무파사에게서 느꼈던 열등감이 구체적으로 묘사된 덕분이다. 이에 더해 스카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빚어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도 흥미롭다. 타카가 아버지로부터 배운 교훈, 진정한 왕은 기만할 줄도 알고 권력을 누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이 대표적이다.
종합하면 <무파사: 라이온 킹>은 지난 실사영화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원작 애니메이션의 그림자 밑에서 허우적거리는 작품이다. 물론 애니메이션의 외피를 실사로 바꾸기만 한 전편보다는 고민한 지점이 눈에 띄고, 무파사와 스카의 과거를 처음 보는 신선함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음악도, 이야기도, 볼거리도 원작 애니메이션의 위용에는 끝내 미치지 못했다.
Acceptable 무난함
여전히 원작 애니메이션 그림자 아래에서 허우적
Relative contents
-
- <D.P.> - '갈 곳 없는 청춘을 쫓다.'
D.P. (D.P.,2021)
개봉일 : 2021.08.27 (넷플릭스 공개)
감독 : 한준희
출연 :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 이준영, 신승호, 조현철
‘갈 곳 없는 청춘을 쫓다.’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D.P.>가 2021년 8월 27일, 높은 기대치와 많은 관심 속에 공개되었다. 주인공 안준호 이병과 한호열 상병 역을 맡은 정해인, 구교환 배우의 신선한 조합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이 높은 작품이었는데, 정반대의 이미지를 가진 두 배우가 각자에게 꼭 알맞은 옷을 입고 내뿜는 케미가 상당해 이야기를 제외하고도 두 캐릭터의 파트너십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었다. 정해인, 구교환 배우를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이 시리즈를 보다 보면 두 배우가 흘리는 매력에 금세 빠져버릴지도 모르겠다. (난 이미 그전부터 허우적대고 있던지라 더 할 말이 없다...)
<D.P.>는 어려운 가정 사정을 뒤로한 채 입대한 후, 헌병대로 차출돼 특유의 눈썰미와 센스로 탈영한 군인을 쫓는 군인. 'D.P'가 된 안준호 이병과 그의 파트너 한호열 상병의 이야기다. '군인을 쫓는 군인'의 이야기라 하여 추격극이 주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D.P.>는 단순한 추격, 액션극이 아니었다.
20살 초반, 갓 성인이 된 우리나라 남자들은 좋든 싫든, 어떻게든 국방의 의무란 것을 지게 된다.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국방부의 시계에 맞춰 청춘의 일부를 헌납하게 되는데, 이 의무에 대해선 항상 논란이 많다. 말도 안 되게 적은 월급, 계급제 아래 잔혹하게 이어지는 가혹행위, 군사 비리, 인권문제, 병사의 현실은 고려하지 않는 불합리한 판단 등등.. 군대란 것이 공개적이기보단 폐쇄적인 집단이다 보니 모두가 알면서도 쉬쉬하고 넘어가는 문제들이 너무도 많다. <D.P.>는 이 문제들을 준호, 호열이 쫓는 탈영병들을 통해 비춰낸다. 그리고 준호와 호열이 가진 트라우마들과 그를 조금씩 극복하는 모습, 타인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보여주며 안준호 이병과 한호열 상병이라는 인물에게 인간성과 입체감을 부여하며 몰입력을 끌어낸다.
탈영병들은 말한다. “더 이상 쫓아오지 마.” “내가 뭘 잘못했어.”
20대 초반의 남자들에겐 국방의 의무가 주어진다.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부대 밖으로 뛰쳐나가는 건 엄연한 군법 위반이다. 탈영병에겐 탈영이라는 죄가 있다. 하지만 탈영병에게만 죄가 있는 걸까?
호열은 이렇게 말한다.
“탈영병 잡아오면 뭐해. 안에서 이러는데 탈영을 안 하고 배겨?”
모두가 쉬쉬하는 가혹행위와 근절되지 않는 군사 비리, 병사들을 가족이라기보단 진급 수단의 하나로 보는 간부. 바뀌지 않는 현실들. 탈영병은 이 문제들에 떠밀려 벼랑 끝에 선, 연약하고 어린 청춘이다. 탈영병을 다시 군대로 끌어다 놓아도 가해자들은 처벌을 받지 않고 다른 곳으로 전입될 뿐이고, 탈영병에겐 상처 위에 ’탈영병‘이라는 딱지가 붙을 뿐, 아무도 그의 상처를 보듬어주지 않는다. 탈영의 결말은 탈영을 하게 만든 문제의 해결이 아닌, 탈영병이란 낙인과 영창뿐이다.
군인이라는 신분에 발 묶인 채로 흔들림을 견디지 못해 탈영병이 된 이들. D.P가 된 준호와 파트너 호열은 탈영병들의 이야기를 파헤쳐 가며 문제를 통감하고 그들의 마음에 공감하며 성장한다. 반듯하고 거침없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숨기고 사는 인물 준호와 속옷 고무줄을 퉁-튕기며 극의 분위기를 띄우다가도 곧 색다른 얼굴로 돌변해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 호열.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진 두 인물은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며 달린다. '도망간 군인을 잡는다.'
처음엔 '설렁설렁하다 만약 못잡으면? 또 나와서 잡으면 돼-'(해당 보직을 비하하거나 무시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같은 느낌으로 가볍게 시작된 탈영병 체포는 극이 진행될수록 죄책감, 책임감 같은 감정과 새로운 문제와 무게감이 더해지며 시즌 1의 마지막쯤엔 상당히 묵직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어떤 일을 해도, 어떤 사고를 쳐도 결국 변하는 건 없는 시스템 속에서 끝까지 내몰린 청춘에 공감하며 눈물짓는 건 그들과 똑같이 아픈 청춘뿐이다. 예상보다 훨씬 무겁고 아픈 이야기였다. 이렇게 내쫓긴 탈영병들의 청춘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매화 반복되는 오프닝 영상을 보면서 생각했다. 울음을 토해내는 갓난 아이가 나오고, 아이가 자라나는 순간들이 지나간다. 그리고 어린 시절을 지나 성인이 된 아이(준호)가 입대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는 화면 너머에 앉아있는 우리를 바라보듯 뒤를 돌아 어딘가로 시선을 던진다. 그와 시선을 맞추고 있는 당신은 탈영병들과 같은 아픔을 가진 청춘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 묵인하거나 그들을 괴롭힌 방관자 또는 가해자인가. 준호의 시선은 <D.P.>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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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오늘부터 군인입니다.”
술만 마시면 어머니를 폭행하는 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맞으면서도 가정을 지키는 어머니. 불안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란 준호는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지고 있다. 어머니와 동생을 사랑하고 동정하지만 이 가족을 떠나고 싶었기에 더 이상 거리를 좁힐 수 없었던 준호는 가족들을 두고 홀로 연병장으로 향한다.
2014년 선진 병영이 도입되기 전, 지금보다 폭행과 가혹행위가 더욱 심했던 시절. 준호는 군인이 된다. 민간인이 아닌 군인. 민간인에게 'Touch My Body'가 즐거운 노래 가사라면 내무반에서 'Touch My Body'는 말 그대로 폭행 또는 몸을 더듬는 성추행을 의미한다.
준호가 머무는 내무반의 고참 황장수와 류이강은 가까운 기수 몇 명을 제외한 후임들을 심하게 괴롭히는 선임이다. 준호의 가장 가까운 선임 조석봉 일병은 황장수, 류이강과 다르게 후임인 준호를 챙기며 “우린 나중에 애들한테 잘해주자.”고 다짐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가혹행위와 성폭력은 봉디(석봉+간디)라는 별명을 가진 착한 청년마저 미치게 만든다.
모두 알고 있지만 쉬쉬하고 있는 가혹행위들. 석봉과 탈영병들은 이와 같은 이유로 점점 망가지고 끝내 넘어선 안될 선을 넘어 도주한다. 하지만 이들은 잡히면 안 되기에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지옥 같은 군대로 돌아갈 수도 없다. 대부분의 탈영병들은 집이 아닌 길거리 어딘가를 헤매다 다시 군대로 돌아간다. 무슨 짓을 해도 바뀌지 않을 지옥 같은 그곳으로.
언제 잡혀갈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덜컹거리는 지하철에 앉아있으면서도 “여기가 편하다”고, “갈 곳이 없네요”라고 말하는 탈영병의 한마디에 그간 그가 겪었을 아픔과 고통이 묻어난다. 준호와 호열은 탈영병들을 잡으며 그들의 아픔에 함께 젖어든다. 하지만 준호와 호열은 현실을 바꿀 힘이 없다. 탈영병을 다시 부대로 인도하는 순간, 이들의 영향력은 끝이 나고 윗선에서는 진급에 영향이 간다는 이유로 가혹행위를 최대한 쉬쉬하고 덮으려고만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의 이기심과 잔혹함은 석봉이 탈영한 후 더욱 여과 없이 드러난다. 같이 밥을 먹고 잠을 자던 전우를 가차 없이 쏘라 명령하는 부대장 앞에서 박범구 중사와 임지섭 대위는 서로에 대한 경쟁심을 내려놓고 석봉을 살리려고 노력하지만 이들의 노력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
좁고 폐쇄적인 군대라는 사회에서 하루 종일 같이 지내는 사람이 나에게 선을 넘는 행동과 가혹행위를 반복한다면, 계급제라 반항 한 번 할 수 없다면, 윗 사람들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방관하고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병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목숨을 끊는 것 또는 이 지옥 같은 곳에서 탈출하는 것밖에 없다. 뭐라도 바꾸기 위해, 벗어나기 위해 탈영을 결심한 탈영병 신우석, 허기영, 허치도, 조석봉. 이들의 필사적인 탈출과 죽음은 과연 무엇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가혹 행위로 탈영을 했던 허기영 일병의 어머니가 답답해하며 묻는다. “어떻게 책임지는 사람이 없냐”고. 피해자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가해자도 분명한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시스템. 그리고 수많은 피해자를 봐왔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썩은 부분들. 총을 든 석봉 앞에서 “우리가 바꾸면 되지”라고 말하던 호열의 대사가 무색할 만큼 이 문제들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석봉은 수통마저도 6.25 때 쓰던 것인데 어떻게 바뀌냐며, 뭐라도 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자살을 선택한다. 착한 선생님이었던 석봉, 친하고 마음이 잘 맞는 친구였던 석봉, 누군가의 귀한 아들이었던 석봉, 준호에겐 가장 의지가 되던 선임이었던 석봉이란 청년은 이제 없다. 그는 '선임을 납치한 뒤 자살 시도한 탈영병'으로 뉴스에 오르내릴 뿐이다. 사람 때리는 걸 못해서 유망주로 주목받던 유도마저 관뒀다는 선한 마음씨의 석봉이 칼을 휘두르고 미친 듯이 뛰어가는 모습과 자살을 감행하는 모습을 보며 그가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르겠다. 칼과 총을 든 탈영병이기 이전에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어린 청년이었을 뿐인데.
석봉의 자살시도와 함께 6화가 끝난 후 나오는 부가 영상은 이 먹먹한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든다. 석봉의 친구가 석봉처럼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라고 말하며 자신을 괴롭히는 선임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하는 장면에서 선임들과 변하지 않는 시스템에 대한 분노, 원망이 가득 느껴진다. 결국 총기를 난사한 병사가 되고 자살한 탈영병이 되는 건 피해자들뿐이다. 가해자들은 무사 전역을 하거나 심해야 영창과 전입, 며칠간의 반성. 그게 죗값의 전부다. 돌아갈 곳 없는 지친 청년들의 마지막 선택지 탈영. 그리고 그를 쫓는 또 다른 청춘. 탈영과 일들은 벌어졌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피해자의 눈물과 죽음 앞에서 책임감을 느끼는 건 또 다른 청춘(준호,호열)이 유일하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조금 날카롭게 말하자면 <D.P.>를 보는 시청자들 중에서도 분명 황장수와 류이강처럼 군 시절 누군가에게 가혹행위를 하거나 폭력을 휘두른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은 오프닝 영상에서 시청자 쪽을 바라보는 준호의 눈빛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황장수처럼 자신의 죄를 전혀 알지 못하고 똑바로 시선을 마주하고 있겠지?
전체적인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줄이고, 이번엔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D.P.>의 주인공 안준호와 한호열은 겉으론 강하거나 유머러스해 보이지만 각자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준호는 대체적으로 ‘죄책감’과 연관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그는 영창 근무를 서는 날, 영창 안에 갇힌 죄책감들과 마주한다. 첫 근무 날 구하지 못했던 탈영병 신우석의 환영, 아버지에게 맞고 있는 어머니가 “왜 도와주지 않냐”며 묻는 환영과 같은 것들 말이다.
준호는 술 먹고 가정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가 있는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고, 그런 아버지 밑에서 도망치지 못하고 돈을 빼앗기는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한다. 어머니를 미워하는 건 아니지만 그녀를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고 그래서인지 가정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떠나지 못한다.
준호는 3화에서 탈영병 정현민을 검거하며 만난 자신의 어머니와 비슷한 여자 ‘영옥’을 보며 어머니를 떠올리고 그녀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술 먹고 폭력을 일삼는 남자에게 갖고 있는 모든 걸 다 팔아가며 돈을 바치는 영옥과 어머니. 준호는 영옥을 도우며 어머니를 돕지 못한 죄책감의 일부를 극복하고 뒤이어 ‘밥은 먹었냐’는 시답잖지만 따뜻한 인사를 담은 전화를 한다.
또 하나의 죄책감은 ‘탈영병을 구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 죄책감은 차후에 ‘구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변한다. 준호는 석봉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끈질기게 석봉의 뒤를 쫓지만 석봉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느끼고 자살한다. 석봉의 죽음 앞에서 가장 크게 비명과 울음을 토해내던 준호의 모습이 마음에 깊이 박힌다. 그는 석봉의 죽음 이후 첫 근무 당시 구하지 못했던 탈영병 우석의 납골당으로 향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일 없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의 누나를 보며 쓰린 표정을 짓는다. 열을 맞춰 걸어가는 병사들과 반대로 걸어가는 준호의 뒷모습엔 이 말도 안 되는 시스템 속에서 죽어간 청춘들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진다.
호열은 준호의 파트너이자 D.P 조장이다. 꽤 오래 D.P 생활을 한듯한 그는 내무반과 크게 엮이지 않으면서도 나름의 영향력을 챙겨온 꽤 센스 있는 인물로 보인다. 국군 병원에서 흡연을 하는 다른 아저씨들에게 페브리즈를 팔며(?) PX 냉동을 뜯어내는 그의 능청스러운 장사 솜씨와 복귀가 결정되자마자 “얘네 담배 피웠어요”라며 모든 걸 폭로해버리는 한마디에서 그의 성격이 단박에 드러난다.
능청스럽고, 유연하면서도 선을 알고 내 몫은 확실하게 챙기는 인물. 굳어있는 준호에게 “네가 내 아들이구나?(아들 군번)”라고 물으며 자연스레 다가가는 모습과 황장수가 후임들을 말도 안 되게 갈구는 걸 발견했을 때, 중간에서 준호를 채간 후 황장수가 만든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는 모습을 보며 그의 따뜻하고 영리한 면을 볼 수 있었다.
호열이 가진 트라우마는 이전 활동에서 만난 칼을 휘두른 탈영병에 대한 공포, 그리고 자세히 나오진 않았지만 무심한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있겠다. 정현민을 잡으러 갈 때 호열은 준호에게 “칼침 놓는 탈영병도 있다”며 가볍게 말을 던지는데, 이후에 마주친 호열의 동기 ‘김규’를 통해 우리는 이 말이 호열의 경험담임을 알게 된다. 호열은 이런 트라우마를 겉으로 전혀 티 내지 않고 준호와 D.P 활동을 하고 있지만, 영화관에서 마주한 칼을 든 석봉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만다. 호열은 시리즈의 초반부에 ‘과호흡과 불안한 상태’ 때문에 병원에 검사를 하러 갔었다고 말하는데, 어쩌면 이 불안감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호열의 다른 트라우마는 ‘무심한 부모님’이다.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지만 호열은 꽤 잘 사는 집안의 외동아들로 보인다. (정현민을 잡을 때 쓴 김규의 300만 원을 바로 이체해 주는 걸 보면) 하지만 호열이 부모님과 통화를 하거나 부모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는다. 호열과 준호가 함께 포상 휴가를 나왔을 때, 호열의 집엔 아무도 없었고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는다. 라면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던 호열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게, 부모는 왜 나를 낳았을까?”
이 말과 사진 한 장으로 속단할 순 없지만 교복을 입은 호열과 부모님의 사진에선 왠지 어색한 분위기가 흐른다. 이런 모습을 봐서일까, 호열이 연락을 받지 않는 준호의 집에 찾아가 준호의 어머니, 동생과 함께 삼겹살 파티를 하는 장면에선 왠지 호열이 ‘이런 분위기를 그리워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만일 시즌 2가 제작된다면 한호열 상병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원작 웹툰을 보지 않고 바로 감상했는데, 시리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자연스레 원작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원작을 먼저 보고 시리즈를 감상한 시청자들의 의견은 어떨지 궁금해지는 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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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전한 버전의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 컷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모두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자신만이 가진 고유한 능력을 발현시켜 세상을 구하는데 힘을 쓴다. 그렇게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혼란을 겪게 된다.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이유로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을 견뎌야 하고, 자신의 능력이 정확히 어디까지이고 어떤 것까지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혹시나 그것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능력 때문에 가까운 사람이 다치거나 떠날 수 있다는 두려움도 같이 느낀다.
어쩌면 이런 영웅의 서사는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찾은 사람은 그 사람대로 자신의 능력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찾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찾지 못했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 이런 고민과 불안감을 통해 각자는 자신들이 있어야 할 위치를 어느 정도는 찾게 되고 그 안에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런 개개인의 능력이 발휘된다는 것은 세상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우리 자신이 각자의 위치에서 작은 영웅이 되어 어느 정도는 세상의 성장과 안정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DC나 마블 코믹스에서 만들어가는 영웅 이야기는 선이 악을 물리치는 이야기가 기본이 되지만 그 안에는 각 캐릭터들의 고민과 방황이 담겨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그저 악당을 이기는 이야기보다는 자신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같이 그리는 경우가 많다. 마블의 경우는 개개인의 서사를 먼저 독립적인 영화로 만들어 간 후에 여러 영웅을 같이 등장시키는 방식으로 전개를 해나갔다면 DC는 개별 캐릭터의 서사를 먼저 보여주지 않고 바로 같이 등장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2017년에 개봉했던 <저스티스 리그>는 어찌 보면 너무 갑작스럽게 많은 영웅을 등장시켜 관객들에게 감정을 몰입할 시간을 주지 않는 영화였다.
기존 코믹스의 팬이 아니라면 슈퍼맨(헨리 카빌)과 배트맨(벤 애플렉)을 제외하면 다른 캐릭터의 특성과 그들의 고민, 그리고 그들이 가진 능력을 모두 한꺼번에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영화의 전개가 급작스러운 느낌이 있었고 원더우먼(갤 가돗), 플래시(에즈라 밀러), 사이보그(레이 피셔), 아쿠아 맨(제이슨 모모아) 캐릭터의 행동과 특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버거웠다. 게다가 감독 잭 스나이더가 딸의 사망으로 갑자기 하차하게 되면서 조스 웨던 감독이 마무리했는데,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영화가 개봉되고 말았다.
이번에 잭 스나이더가 전권을 받아 다시 구성한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각 캐릭터의 서사가 일부 보강되었다. 특히 플래시의 가족사와 그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추가되었고, 사이보그에 대한 서사와 그의 고민도 포함되었다. 4시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그렇게 캐릭터의 서사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이전 버전에 비해 좀 더 감정적인 동요를 끌어낸다. 또한 스나이더가 가진 특유의 슬로모션 액션이나 좀 더 디테일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 묘사를 통해 보는 관객에게 보는 재미도 확실히 느끼게 한다. 영화의 분위기도 더 어둡고 진중하게 구성되어 어정쩡한 유머도 많이 줄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영웅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영웅들의 특별한 능력이 발휘되는 액션 장면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고민과 성장담을 보면서 결국 같은 세상의 존재라는 동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허황되게 보이는 영웅의 이야기 속에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이야기가 포함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스나이더 감독 버전에서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사이보그에 관한 것이다. 그는 한때 잘 나가는 미식축구 유망주였지만 차량 사고로 중상을 입는다. 그때 마침 외계 물체에 대한 연구를 하던 과학자 아버지의 노력으로 로봇의 몸을 다시 삶을 얻게 된다. 그는 그 자신을 보며 괴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을 그렇게 만든 아버지를 원망한다.
자신을 괴물이라고 생각하며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는 사이보그의 서사는 지금의 성장기의 청소년이나 사고를 겪고 후유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감받을 만하다. 영화에서 사이보그가 마음을 고쳐먹는 과정 자체는 조금 두리뭉실 하지만 그의 마음 가짐 변화나 그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과정을 보면서 그를 응원하는 마음은 생긴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비하하며 살아간다. 자신의 실제 모습을 감추고 세상 밖에서도 최대한 조심하며 자신의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이 사이보그 캐릭터의 변화를 본다면 그가 당당히 자신의 몸을 드러낼 때 응원하는 마음이 들게 된다.
영화 속 플래시의 캐릭터에도 이런 서사가 일부 보강되었다. 어머니의 살인 혐의로 복역 중인 아버지를 면회하는 플래시의 모습 그리고 현실에서 그가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얻으려고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아버지 앞에서의 모습과 대조된다. 아버지 앞에서는 긍정적으로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에서는 실수를 연발하고 허풍을 쏟아낸다. 어쩌면 그의 속사포 같은 말투와 유머는 자신의 어두움을 가리려고 하는 노력일 것이다. 영화 속에서 유머를 내뱉는 캐릭터는 플래시뿐이다. 이전 버전에서는 그 모습이 잘 조화되지 않고 이상하게 보였지만 이번 스나이더 버전에서는 그의 유머가 그런대로 심각한 분위기 안에 잘 녹아들었다. 그의 유머로 관객을 웃기려는 의도보다는 그의 캐릭터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맨과 배트맨은 대표적인 영웅 캐릭터이고 해당 그룹의 리더라고 볼 수 있는데 이들의 서사는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사실 특별히 달라진 부분은 없다. 단 배트맨의 경우, 이전 버전에 비해서 좀 더 리더로서의 품격은 더 해진 것처럼 느껴진다. 영화 속 그가 마음 깊이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대상인 슈퍼맨에 대한 감정은 전작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2016)에서 보아왔던 것처럼 질투심과 더 강력한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심에 기원한다. 이제 나이가 들고 힘이 떨어진 배트맨은 일반적인 중년들이 느낄만한 그 감정을 이겨내려 애쓰고 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저스티스 리그 팀을 구성하는데 힘을 더 쏟았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슈퍼맨의 힘은 너무 강력하다. 그래서 이 시리즈 안에서 그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 그리고 <저스티스 리그> 안에서도 그는 세상을 구할 마지막 존재로 묘사된다. 그래서 이전 버전에서 그가 등장했을 때, 클라이맥스의 긴장감은 급격히 사라지고 상황이 급 마무리된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영화 자체가 시시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스나이더 감독 버전은 후반 클라이맥스 전투를 일부 보강하여 다른 구성을 보여준다. 플래시의 역할을 좀 달리 하면서 슈퍼맨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고 좀 더 팀업에 가까운 형태로 빌런을 물리치는 구성을 보인다. 그래서 끝까지 영화의 긴장감이 유지된다. 스나이더 감독의 연출에 들어가는 특유의 타격감과 슬로 모션이 보강되며 마지막 액션 장면이 클라이맥스다워졌다.
빌런 스테픈 울프의 서사도 보강되었다. 그가 왜 마더 박스를 얻으려고 하는지 목적이 보다 뚜렷해지고, 그의 과거사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었고, 외모적으로 은색의 비늘 같이 보이는 것들을 추가함으로써 좀 더 강력하고 무시무시하게 느껴지도록 디자인을 바꾸었다. 이전 버전이 컴퓨터 CG라는 느낌이 강했고 비이성적인 캐릭터라는 느낌이 강했다면 스나이더 감독 버전에서는 좀 더 자연스럽고 자신의 행동의 이유를 보여주는 빌런으로 바뀌었다.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의 화면비는 일반 극장 비율에 비해 양 옆에 잘려있는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습이다. 좀 더 많은 장면을 살려 구성하기 위함이었는데,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고 OTT나 VOD 서비스만으로 만 제공하게 한 것이 화면 비율의 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정키 XL이 음악 감독을 맡아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음악에 이어지는 음악들을 구성했는데 이 부분도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시키는데 좋은 영향을 주었다.
누군가는 굳이 개봉이 이미 완료된 영화를 다시 구성하여 감독판을 내는 것이 필요하냐는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전 버전에 비해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가 매우 뛰어난 완성도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단지 영화의 전반적 분위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감독이 원하는 분위기로 바꾸었고, 스나이더 감독이 가지고 있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보강했을 뿐이다. 그리고 영화 전체 액션 장면의 스타일도 본인 고유의 스타일로 바꾸었다. 그래서 이전 버전에 비해서 좀 더 스나이더 감독의 영화로 보인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구성하고 싶어 한다. 2017년에 스나이더 감독이 마무리하지 못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다시 세상에 보여줄 기회가 있다는 것은 감독에게도 그리고 관객에게도 좋은 것이다. 이전 버전이 누가 만든 지 알 수 없게 구성된 혼종 영화였다면 이번 감독판은 스나이더 감독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오리지널 작품이다. 그러니까 관객들은 감독이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온전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4시간의 러닝 타임이 보는데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마지막 파트인 에필로그의 내용은 조금 줄여도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 감독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담았다. 그래서 이 영화가 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개봉과 흥행이라는 압박을 어느 정도 덜고 만든 이 새로운 버전은 아주 특별하지는 않지만 꽤 많은 관객들이 좋아하는 버전으로 남을 것 같다. 영화는 후속 편을 기약하며 끝나지만 새로운 시리즈가 이어지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잭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리뷰>
https://youtu.be/7g8vNBl7b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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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바닥은 포셀린 타일로, 발코니 문은 폴딩 도어, 소파 옆에는 작은 아일린 그레이 테이블을 놓아야지. 방 한 개는 무조건 암막 커튼이 있는 서재로, 빔 프로젝터, 식기세척기, 건조기, 커피머신은 필수.
내게 마법처럼 수도권 신축 아파트 한 채가 생긴다면 이런 즐거운 고민에 빠지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비정규직 자리를 간신히 지키고 있고, 신혼부부가 되어야 겨우 주택청약에 당첨되는 데다, 계약금은 차치하고서라도 앞으로 내야 할 중도금이 산더미이다. 우리의 주인공 '정서'는 뒷바라지까지 해줬건만, 그는 꼭 절반씩 돈을 내길 원하고, 타일이 깔릴 아파트 한 칸을 얻어내기 위해서 그녀는 계약금 절반을 구해 와야 한다.
계약금을 구하기 위해서 그녀는 오래 만나지 않았던 아버지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생겼을 일들, 야근을 하는 척 하며 뱀파이어 이야기를 그려내기도 전에 포기해버렸을 예술과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를 본다. 그러는 동안 관객은 청약으로 당첨된 아파트 같은 건 잊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서울로 돌아갈 때쯤엔 이 돈이, 아파트 한 채가, 그리고 결혼이 이렇게까지 해서 달성해야 하는 건지를 질문하게 된다. 그에 화답하듯이 영화의 결말은 결혼 상대였던 사람이 도덕적인 결함을 드러낼 때 정서를 폭발시키고, 진짜 굶주림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주인공이 거리를 지나다 운명처럼 스친 남자의 목덜미를 물어 갈증을 해소하는 낭만을 그려내기 위해서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아닌 '이전의' 낭만, 그러니까 달콤한 주택청약의 꿈으로 이루어진 가짜 낭만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아파트, 결혼식, 흰 돈봉투와 미래의 반려견이 다 무슨 소용인가. 그녀가 갈망하는 것은 다른 곳에 있고, 우리가 쫓아야 하는 것들도 마찬가지이다. 겨우겨우 재현해 보려고 했던 평범함이 아니라 정서가 자신의 힘을 발휘하여 써낸 이야기처럼, 우리를 진정으로 배고프게 하는 것들.
그것을 얻어내는 순간이 엔딩을 장식하기 때문에 <은빛살구>는 끝내 주인공의 미래를 기대하도록 만든다.
*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은 시사회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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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만들 때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여 급감한 관객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다. 하지만 이동진 평론가가 지적했듯 헐리우드 영화의 관객 수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여 92% 가량으로 거의 회복한 모양새다. 전 세계적으로 ott가 발달하면서 극장을 찾는 관객 수가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관객들은 극장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원하고, 그 수요를 충족시키는 영화들은 보란듯이 스크린에서 맹활약 중이다. 그러나 한국 영화계는 전에없는 위기를 경험 중이며, 특히 올 한해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비상사태에 봉착한 상황이다. 관객은 여전히 티켓가 인하를 외치고 있고, 극장과 제작사는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관객도 극장도 모두 정답을 알고 있다. 관객은 좋은 영화에 대해 얼마든지 현재의 티켓가를 지불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영화 <차박 - 살인과 낭만의 밤>은 안타까울 만큼 기존의 서사와 캐릭터를 답습하며 한국 영화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문제들을 반복한다. 이런 영화들에 대해서는 기존에 수많은 리뷰를 통해 때로는 직접적으로, 때로는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해 왔기에 이번만큼은 완곡한 표현 없이, 순서를 매겨 문제점을 지적하는 편이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
1. 인물 간의 관계와 캐릭터성의 진부함
주연배우가 데니안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영화를 리드해 나가는 것은 김민채 배우가 연기한 미유라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본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안타까울 만큼 진부한 캐릭터를 답습하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문제인 것은 미유다. 김민채 배우의 빛나는 연기력이 아쉬울 만큼 미유는 기존의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던 '감정적인 여성' 혹은 피해자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을 찾아온 사촌동생에게 단호하게 대처하거나 무시하는 대신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남편에게 애교가 많으며 나약한 여성상을 보여준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비록 후반부에서는 능동적으로 살인마에게 대항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유는 감정적이다.
감정적인 여성 캐릭터가 문제인 이유는 남성은 이성적이고 여성은 감정적이라는 구시대적인 성별 구분법적 캐릭터 설정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과거 반복되던 서사에서 여성은 감정적인 모습을 약점을 드러내는 동시에 이를 성적으로 어필하는 데 활용해왔다. 남성 구원자에게 나약한 여성은 자신의 남성성을 확인하기 위한 손쉬운 대상이다. <차박>에서 이 점이 더더욱 큰 문제였던 이유는 심지어 미유가 사촌동생과 근친관계였음을 노골적으로 암시하기 때문이다. 미유가 가진 비밀은 미유 자신의 야망이나 삶에서의 목표가 아닌 연애 관계에 머무른다. 이는 미유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원(데니안 분)에게 자신의 남성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고작 아내인 미유를 보호하는 것뿐이라는 점은 서사뿐만 아니라 캐릭터 설정에서도 문제다. 설상가상으로 수원은 이 부분에서도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
2. 신선한 소재가 전혀 활용되지 않음
언론 시사회에서 감독이 스스로 밝혔듯 차박은 여지껏 영화에 활용된 선례가 극히 드문 신선한 소재다. 익숙한 공간인 집을 공포의 공간으로 바꾸어 일상의 공포를 활용하던 방식은 한때 신선했지만 점점 흔해져 이제는 전단지의 카피로도 활용되지 못한다. 차박은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나 미지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동시에 영화에서는 미유와 수원이 단 둘이 보낼 수 있는 어둠의 배경이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는 차박이라는 소재를 영화 초반 잠시 미쟝센으로만 활용하고 결국 공포의 배경으로 야산과 살인마가 활보하는 건물 내부를 택한다. 제목에도 활용된 차박은 영화를 보고 나면 대체 왜 차박이라는 소재가 필요했는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잠시 등장했다가 장렬하게 전사한다. 서사의 시발점이 되는 소재만큼은 신선하지만 이를 이끌어 나가는 동력이 없는 점은 최근 한국영화가 겪는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다.
3.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인물의 서사가 지나치게 생략됨
<차박>에는 주연으로 활약하는 미유와 수원 외에도 꽤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이들에 대한 설명은 전무하다.
인물을 설명하는 데 있어 때로는 미지의 과거가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인물의 행동 경위를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생략되는 경우는 관객을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기실 전사를 알 수 없어 매력적인 캐릭터는 조커와 안톤 쉬거를
제외하곤 극히 드물다. 이 두 캐릭터조차도 이들 외의 인물은 전사가 알려져 있거나 짐작할 수 있어 한층 빛을 발했던 경우다. 영태(홍경인 분)의 경우 영화 초반부 등장해 관객에게 의문을 남기고, 영화 후반부에 재등장해 나름의 활약을 보여주지만 관객에게 영태는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일 뿐이다. 영태의 전사가 어렴풋이 짐작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사 내의 행동을 전부 설명해주진 못한다.
무엇보다도, 서사에 드러난 미유와 수원의 전사 또한 이들의 행동을 그다지 잘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결국 캐릭터의 문제가 서사의 개연성 부족으로 이어진다.
<차박>에서 지적할 수 있는 부분들은 이외에도 많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근친 소재를 사용한다거나
소아성애가 암시되는 것, 모든 행동의 이유가 단순히 사랑으로 설명된다는 점 등이 부수적인 문제점이다.
한국 관객들이 단순히 스크린에서 스펙터클만을 기대해서 한국 영화를 보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한국 관객은 이제 보다 발전된 서사와 깊이 있는 메시지를 원할 뿐이다.
*본 리뷰는 씨네랩 시사회 초청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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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셋 째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매주 월요일 오후 1시, 씨네픽과 함께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와 관객 스코어를 알아보는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10월 15일, 16일, 17일의 주말 박스오피스 관객 스코어를 알아보도록 할게요!
그럼 10월 셋 째주 주말 박스오피스 관객 스코어 분석 시작하겠습니다!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10월 13일 개봉 첫 날부터 2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2021년 최고 흥행 외화영화인 '블랙 위도우' 오프닝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주말 동안에는 77만 명의 관객이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를 관람했으며, 개봉 5일만에 100만 명의 누적 관객 수를 돌파했는데요.
코로나19 속 국내 극장가에 새로운 활기를 가져왔다는 긍정적인 소식과 앞으로 10월 20일 개봉 예정인 할리우드 대작 <듄>과의 박스오피스 경쟁이 예상됩니다.
2위. <007 노 타임 투 다이>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지난 주 박스오피스 1위에서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가 개봉함과 동시에 2위로 떨어졌는데요. 15일~17일 주말 관객 수 또한 전주대비 69.3%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누적 관객 수는 115만 명을 돌파했지만 앞으로 할리우드 대작 <듄>,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등이 개봉함에 따라 박스오피스 순위의 하락이 예상됩니다.
3위. <보이스>
▶박스오피스 3위는 <보이스>가 차지했습니다. 누적 관객 수는 135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개봉 5주 차에도 여전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과연 누적 관객 수 150만 명을 돌파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박스오피스를 예측하고 상금도 받아가는 씨네픽의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를 맞혀라!' 이벤트에 참여한 씨네픽 참가자들이 예측한 스코어를 확인해볼까요?
[네이버 실제 관람추이 통계 참고]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실제 관람객의 성별, 나이별 관람추이를 보면 여성 57%, 남자 43%으로 여성 관객들이 더 많은 비율로 관람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성 관객 중에서도 20대 비율이 47%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이와 비교하여, 씨네픽 주말 박스오피스 예측 이벤트에 참가한 사용자들의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자료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씨네픽 주말 박스오피스 예측
※씨네픽 사용자 박스오피스 예측 분석※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주말 박스오피스(10월 15일~17일) 실제 스코어는 777,775명입니다.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씨네픽 사용자들이 예상한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치에 따르면,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는 21세~25세 여성의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은 440,323명, 26세~30세 여성은 309,003명으로 예측했습니다.
▶▶한편 씨네픽 스코어 예측 통계에 따르면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이벤트 참가한 20대 여성 사용자는 총 여성 참가자수의 40%를 차지, 총 참가자 수의 2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씨네픽은 이벤트 참가자 중 박스오피스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을 한 유저분에게 우승 상금 포인트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번 주 참가자 중에 우승 상금 포인트를 받으실 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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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10월 셋 째주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Halloween Kills>가 차지했는데요.
북미 기준으로 10월 15일 개봉한 이 영화는 주말동안 $50,350,000(한화 약 596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Halloween Kills>는 유니버설 픽쳐스의 공포 장르물로 할로윈 밤의 살아있는 공포 '마이클 마이어스'로 인해 오래도록 고통 받아온 '로리 스트로드'의 이야기로 '데이빗 고든 그린' 감독, 제이미 리 커티스의 주연의 영화입니다.
국내 개봉일은 10월 27일이니, 많은 기대 바랍니다.
그럼 이번 주도 힘차고 건강하게 시작하시고,
저는 다음 주 월요일 1시에 더 쉽고, 유익한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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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질라 X 콩 | 더 크고 화려하지만 특별함을 잃은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고질라와의 혈투를 끝낸 후 할로우 어스에 남은 콩은 새로운 집을 꾸리고, 사냥을 하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낸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공허하다. 그래서 그는 할로우 어스 어딘가에 남아 있을지도 모를 자기 동족을 애타게 찾아 헤맨다. 한편, 지상 세계에서 동면을 취하던 고질라는 갑작스레 잠에서 깨어나더니 원자력 발전소를 습격해 방사능을 충전하는 등 전투를 대비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느 날, 콩과 헤어지고 지상 세계에 남은 이위 족 소녀 '지아'(케일리 호틀)는 할로우 어스로부터 구조 신호를 받기 시작한다. 신호의 발신지를 할로우 어스에 내려간 '아일린'(레베카 홀)과 모나크는 이내 상황을 파악한다. 콩이 찾아낸 동족 스카 킹이 알고 보니 할로우 어스와 지상 세계를 모두 정복하려는 빌런인 것. 이에 콩과 인간은 전쟁을 준비하기 시작한 고질라와 팀을 이룰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몬스터버스의 고질병
2014년 가렛 에드워즈의 <고질라>를 시작으로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콩: 스컬 아일랜드>, <고질라 VS. 콩>까지 착실하게 성장한 몬스터버스. MCU를 비롯한 다른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비해 작품이 나오는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몬스터버스는 확실한 스타 괴수 둘, 고질라와 콩을 앞세워서 세계관을 키웠다. 작년에는 Apple TV+와 손잡고 드라마 <모나크: 레거시 오브 몬스터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몬스터버스는 인간 캐릭터의 비중과 스토리텔링 문제라는 비판을 거듭 피하지 못했다. 팬들은 괴수들의 싸움을 원한다. 그 싸움을 붙이는 역할은 인간이다. 하지만 정작 도시를 파괴하는 싸움에서 인간의 역할은 한정적이다. 자연히 스토리텔링은 산으로 간다. 그렇다고 인간의 비중을 키울 수도 없다. 자칫하면 변신 로봇의 싸움 대신 로봇 잡는 미군이 나오는 마이클 베이 표 <트랜스포머>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기 때문.
몬스터버스의 신작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는 이 고질병을 없애기 위해 발버둥 친 흔적이 역력한 영화다. 고질라, 콩, 인간 세 파트로 플롯을 나눈 후 공통 모티브를 부여해 통일감을 부여했다. 또 이를 더욱 커지고 화려해진 액션과 세계관으로 포장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모순이 튀어나왔다는 것. 그 결과 <고질라 X 콩>은 숱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몬스터버스의 고질병을 고치는 데 실패했다.
가족을 찾는 여정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이 스토리텔링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선택한 치료제는 바로 '가족'과 '집'이다. 영화는 콩, 인간, 고질라의 서사 모두 가족과 집이라는 공통 모티브 하에서 하나로 엮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우선 전작의 끝에서 본래 자기 영역인 할로우 어스에 정착한 콩은 자기 종족을 찾으려는 탐색을 멈추지 않고, 우연히 스카 킹이 지배하는 동족의 왕국을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이는 인간 쪽 이야기도 다르지 않다. 이위 족의 마지막 생존자이자 콩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인 지아. 콩을 떠나보낸 후 아일린에게 입양된 그녀는 좀처럼 현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할로우 어스에서 전송된 전파 신호의 영향력 때문에 환상을 보며 더욱 괴로워한다. 영화는 그런 그녀가 할로우 어스에서 숨어 지내던 이위 족과 재회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준다.
각자의 집을 지켜라
가족을 찾은 콩과 지아는 이제 스카 킹을 막아야 한다. 이때 <고질라 X 콩>은 역사적으로 콩이 인간을, 고질라가 지상세계를 보호했다는 설정을 등장시킨다. 그 덕분에 고질라는 스카 킹과의 전투에 자연스럽게 합류할 수 있다. 고질라가 원자력 발전소를 습격하고 다른 타이탄의 영역을 침범한 행위에도 당위성이 부여된다. 그렇게 콩, 고질라, 인간은 각자의 집을 지키기 위해 팀으로 뭉친다.
물론 이 전개가 매끄럽지는 않다. 이위 족 마을을 찾아내는 과정은 우연의 연속이라 억지스럽고, 흥미롭지 않으니 극의 템포도 늘어진다. 이위 족 묘사는 바깥 세계를 대하는 서양인의 타자적 시선을 답습한 듯한 인상을 준다. 콩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고질라의 분량, 이유를 알기 어려운 모스라의 등장도 문제다. 하지만 전작들의 빈약한 스토리텔링을 고려하면, 어떻게든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 자체는 헛되지 않아 보인다.
액션은 만족 3, 실망 7
이처럼 나름대로 착실히 쌓아 올린 토대 위에서 <고질라 X 콩>은 화끈한 액션을 통해 가족과 집을 지키려는 싸움을 묘사한다. 일단 인간이 철저히 조력자와 목격자 역할만 맡은 결과, 액션이 끊기지 않고 시원하게 이어진다. 또 초점을 철저히 괴수들의 전쟁에만 맞춘 덕분에 괴수들의 액션 분량도 상당하다. 후반부 30~40분 정도가 오로지 액션으로 가득한 수준이다. 콩과 고질라의 새 무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도 팀을 이룬 액션 시퀀스가 눈길을 끈다. 콩은 고질라와, 스카 킹은 시모와 편을 이뤄 혈투를 벌인다. 그간 몬스터버스 작품에서 클라이맥스가 1 대 1 내지는 2 대 1 구도로 이뤄진 것에 비해 경우의 수가 늘어난 셈이다. 어린 유인원 타이탄, 수코가 싸움에 참여하자 3 대 2 구도가 나오기까지 한다. 그러다 보니 본 작의 액션 구성이나 연출은 전작의 홍콩 시퀀스에 비해서도 더 다양해졌다.
그러나 실망도 적지 않다. 일단 빌런의 역할이 애매하다. 전작에서 메카고질라가 고질라와 콩을 혼자 상대한 것과 달리, 스카 킹은 콩을 상대하기도 벅차한다. 스카 킹의 조력자인 시모 역시 줄줄이 붙은 설정에 비해 고질라만큼의 강력함을 보여주지 못한다. 자연히 전투씬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느슨하다. 이에 더해 스크린이 박을 화면에서 고질라와 시모의 CG가 유독 어색한 나머지 몰입감이 깨지기도 한다.
정체성의 변화가 낳은 모순
이에 더해 특히 고질라의 액션은 이질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지브롤터 해협 절벽에서 다이빙을 하고, 두 발로 사막을 질주하며, 콩을 상대하면서 프로레슬링 기술을 보여주는 고질라의 모습은 지나치게 사람 같아 보인다. 전작들에서 묵직하고 위엄 있는 액션을 주로 선보였던 고질라와는 차이가 크다.
이는 <고질라 VS. 콩>부터 세계관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모순이라 할 수 있다. 이전 솔로 영화 두 편에서 고질라는 지구라는 자연의 힘 그 자체를 상징했다. 그 앞에서 인간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고질라를 경외했다. 자연히 영화의 분위기도 무겁고, 진중했다.
반면에 이번 영화나 전작 속 고질라는 자연의 힘을 상징화한 존재보다는 하나의 인격체에 가깝다. 구체적으로는 지상과 할로우 어스의 균형을 보호하는 심판자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고질라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과정에서 액션 연출과 분위기는 미묘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세계관의 차원에서는 일관성이 약해지고, 관객 입장에서는 기대와 다른 묘사에 실망하기 쉽다.
세계관 확장이 능사는 아니야
결이 비슷한 문제가 또 있다. <고질라 X 콩>은 세계관을 확장하기 위해 할로우 어스를 본격적으로 등장시켰다. 그런데 정작 할로우 어스에서의 시퀀스는 지상에서의 장면보다 지루하다. 모든 생명체가 거대해진 할로우 어스 공간에서는 콩이든 고질라든 기대되는 스케일과 위압감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 콩이 괴수를 사냥하고 스카 킹의 본거지를 찾는 장면만 보더라도 몬스터버스보다는 <혹성탈출>에 가깝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당장 콜로세움에서 잠을 청하고, 프랑스의 원자력 발전소를 파괴하는 고질라의 모습만 모더라도 할로우 어스의 등장이 몬스터버스의 정체성과 매력 확립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콩과 고질라가 피라미드를 한 손으로 부수는 카이로에서의 액션 시퀀스도 다르지 않다.
결국 몬스터버스의 고질병을 해결하려는 야심 찬 포부와 달리 <고질라 X 콩>은 오히려 더 복합적인 문제만 안겨버린 모양새다. 내실을 다지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결과물이 썩 만족스럽지 않고, 더 크고 화려한 볼거리를 추구하다가 오히려 시리즈 고유의 매력마저 약해져 버렸으니까. 고질라와 콩의 화제성이 뒷받침한 몬스터버스의 미래가 우려되는 신작, <고질라 X 콩>이다.
Poor 형편없음
스케일과 완성도의 반비례는 몬스터버스의 기본 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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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의 바다」넷플릭스가 작정하고 만든 한국 SF드라마?? | 고요의바다 스포일러 포함 | 넷플릭스 드라마 결말포함 리뷰 | 공유 | 배두나 | 이준 |
? 고요의 바다(The Silent Sea,2021, 넷플릭스 드라마) 예고편 리뷰(*스포일러 포함)
2021 크리스마스 이브 공개
-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고요의 바다" 정보
장르: SF, 미스터리, 스릴러
공개일: 2021년 12월 24일
공개 회차: 8부작
상영 길이: 351분(5시간 51분)
원작: 단편 영화 "고요의 바다"
제작: 정우성
연출: 최항용
극본: 박은교
제작사: 아티스트 스튜디오
유통사: 넷플릭스
출연: 배두나, 공유, 이준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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