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05-29 17:54:03
파도 위에 서있는 우리의 인생, 그리고 선택
해탄적일천
-한줄평 아닌 한줄평
두번의 대화, 두번의 다른 선택 앞에 놓여있는 한 사람.
영화는 시대를 반영하고 어떤 부분에서 앞서가기도 뒤처져 있기도 하다. '해탄적일천'은 대만의 1980년대를 중심으로 한 영화인만큼 시대는 뒤처져 있지만 담고 있는 생각만큼은 앞서나가 있다. 대만의 곳곳에 남아있는 일본 문화와 가부장제가 한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시대의 흐름을 통해 그의 중심을 바라볼 수 있었다.
라디오를 통해 들려오는 탄웨이칭의 귀국은 린자리와의 재회를 암시하며 영화의 문을 연다. 린 자리의 오빠의 연인이었던 탄웨이칭은 그와의 만남에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지만 재회의 손을 내밀며 과거에 멈춰버렸던 그들의 관계가 13년 만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킨다. 안부에서 싹트기 시작한 이야기는 린자리의 현재와 과거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이상보다는 현실을, 미래보다는 현재를, 기대보다는 포기를 선택한 오빠는 아버지의 선택을 선택하며 불행해진다. 아버지의 선택은 오빠인 린 자썬에 이어 린 자리에게도 찾아온다. 오빠와는 다르게 고향을 떠나 연인인 청더웨이와 결혼하는 선택을 한다. 즐거웠던 처음과는달리 가정에 소홀한 청더웨이는 어떤 감정도 생각도 나누지 않는다.
어떤 문제도 자신이 직접 대면하지 않던 청더웨이가 갑작스레 사라지며 그때와 같은 상황이 닥쳐온다.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오빠와의 진지한 대화는 극 중 두 번의 선택을 앞두고 이루어진다. 상황은 다르지만 고민하는 바는 같았던 린자리에게 회피가 아닌 선택을 할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게 하는 말이 된다. 어떤 말이 어떤 순간에 닿냐에 따라 달라지는 전체의 삶이 자신의 파도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파도를 일으켰다.
자유만큼 자유로운 건 없지만 행복이 따라 줄지는 모르지만 어떤 결말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회피가 아닌 선택이 주는 어떠한 감정을 향해 나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 누구도 알려주지도 않는 현재진행형은 커다란 파도를 만들어 낸다. 그 파도가 누구를 잡아, 삼켰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바닷가의 그날' 어떤 선택을 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 시킨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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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브 <트레이서>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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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재개봉 예고편
기차가 서로 스쳐 지나갈 때 ‘기적’이 일어난대~
그래서 소년이 바라는 건.. 화.산.폭.발?!!나는 엄마랑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삽니다. 동생 류랑 아빠는 저기 멀리서 따로 삽니다. 엄마랑 아빠랑 맨날 싸우더니, 이런 꼴이 될 줄 알았습니다. 나의 소원은 우리 가족들이 다시 함께 사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저기 저 위에 있는 화산이 폭발해서 아빠랑 류가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면 됩니다. 형은 화산이 꼭 폭발하게 해달라고 매일매일 기도하는데 철부지 내 동생은 가면라이더가 되고 싶다고나 하고, 정말 어린이 같은 소원입니다. 그런데, 친구들이 하는 말이 새로 생기는 고속열차가 반대편에서 서로 달려오다가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 ‘기적’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아싸~ 그럼 거길 가서 소원을 빌면 되겠네! 그래서 좋아하는 선생님이랑 결혼하고 싶은 친구랑,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친구랑 거길 가려고요. 동생도 오라고 해서 나랑 같은 소원을 빌라고 해야겠어요. 난, 우리 가족이 꼭 같이 살았으면 좋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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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거리로 내몰린 아이들
*해당 영화 감독은 과거 성범죄 전과가 있는 감독으로 감상할 때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영화 '꿈의 제인'을 통해 가장 먼저 알게 된 것은 가출 청소년들이 그들만의 무리를 만들어 가족처럼 생활하는 '가출팸(가출 패밀리)'의 존재였다. 그러나 이들 중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거리에 나와 방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대안가족을 형성한 가출팸들은 생계를 꾸리기 위해 돈을 벌려고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쉽게 범죄에 노출되고 비행을 겪기도 한다.
누구보다도 보호 받아야 되는 이들이 계속해서 위험에 노출 된다는 것과 이들을 구제하고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보통 가출 청소년의 경우 집안에서 가정폭력을 겪거나 엄마 혹은 아빠의 부재로 인해 보호자와 갈등을 겪으며 충동적으로 집을 나오기도 하는데 문제는 안락한 주거공간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의 보호가 절실하다는 점이다. 온라인 채팅 상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데 이들을 보호해준다는 명목 하에 만남을 요구하다가 성폭행을 당하거나 성매매 카르텔에 빠지게 된다는 점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비록 영화 속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으나 주인공인 소현은 가출팸의 보호자 제인의 사망 후 거리를 전전하다 만난 가출팸 안에서 불안을 느끼며 끊임없이 유해한 환경에 노출되고 자신을 지켜주려던 지수의 죽음을 목격하는 등 비극을 겪는 것을 보게 된다. 영화를 통해 가출팸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던 중 청소년의 성매매 혹은 청소년이 성범죄에 노출되는 가장 큰 수단이 랜덤채팅임을 알 수 있었는데 문제는 이 랜덤채팅을 이용하는 청소년의 수가 증가하며 연령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시간으로 누군가가 이런 행위를 감시하지 않는 이상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은 힘들 뿐더러 직접적인 범죄행위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글이나 채팅으로는 범죄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에 범죄가 발생하기 이전에 청소년을 구제하기 힘들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이런 허점을 알고 있는 이들이 이점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고 그 행위에 가담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가출팸이 주목을 받는 경우는 이미 범죄가 이루어진 뒤 피해자가 발생한 상황,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 경우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성범죄 및 비행에 노출되지 않고 사회의 보호를 받으며 생활할 수 있도록 구제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가출팸은 군대처럼 위계조직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범죄나 비행에 있어서 쉽게 탈출하기 어렵다. 이렇게 생존만을 위해 산다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잊기 쉽고 결국 더 많은 범죄가 양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사회가 소위 가출팸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윤리의식을 지키며 사회의 범주 안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성인으로서,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범죄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술의 발달로 인해 다양한 형태의 범죄가 생기는 만큼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 이를 누릴 수 있게 만든 IT업계들이 책임감을 갖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형성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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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부한데 나 왜 울고있냐
이 글은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케팅의 후발 주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첫 번째의 이미지를 지워내는 것이라 한다. 주방 세제라는 단어를 퐁퐁이라고 대체해도 어색함 하나 없이 알아들을 수 있는 것처럼, 나중에 사업에 뛰어든 사람은 이 "퐁퐁"을 대체하지 못하면 결국 사장되는 길을 걸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제아무리 손만 대면 졸업 작품으로 쉰들러 리스트를 가지고 오는 스필버그 감독이라 해도(참고 1). 1957년 초연한 이래 세계적인 인기를 끈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내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감독은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가 자신의 "훌륭한"작품들 중 하나가 되길 바라는 다짐과 소망으로 무장한 채 작업에 몰두했고, 결국 많은 리스크를 가진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다시 인사를 건네고 있다.
이제 백발이 성성하지만 아직도 소년의 마음으로 첫 뮤지컬 영화에 도전하는 그의 마음에 결국 백기를 들고 영화관으로 향해야만 했다. 그가 이 뮤지컬을 접하고 느꼈던 가슴 뒤는 감정을 영화에 어떻게 담아냈을지 눈으로 보고 확인해야 할 것만 같아서.
색으로 보여주는 인물들의 위치;이걸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영화는 두 편으로 나뉘어 세력 싸움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두 집단의 갈등과 불화를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감독은 색깔을 선택한다.
푸에트리코에서 온 이민자 출신 사람들은 웜톤(붉은 계열)으로.
뉴욕 토박이들은 쿨톤(푸른 계열)로 보인다.
체육관 안에서 벌어지는 댄스파티의 현장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두 패거리들의 갈등이 최고조가 되는 장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부딪치는 모든 장면들은 이런 색의 대비로 인해 아름답다는 말 외에는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없어 보인다.
두 주인공도 다르지 않다.
토니는 자신의 앞날만큼이나 창창하고 푸른색을 띠고, 마리아는 토니에 대한 사랑의 색만큼이나 붉디붉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마리아는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붉은색과 푸른색을 혼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토니는 여전히 푸른색의 연못에 머물러 있음을 볼 수 있다. 마치 토니가 가진 많고도 복잡한 카르마를 영화 내내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했음을 알려주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 속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이 결국은 벗어날 수 없는 운명 같은 색에 갇혀 울고 웃는다. 그들은 노래와 춤을 마치 이 힘든 시간을 견디기 위한 약처럼 남용하지만, 이 싸움을 스크린 너머로 지켜보는 관객들에겐 그저 탄성을 내지르게 하는 수단일 뿐이다.
마치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한 것처럼. 결국 이 아이러니는 나를 울게 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결국은 다름이 부른 참사.
사진 출처:다음 영화
의도적으로 스페인어는 자막을 달지 않았다고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자막으로 새겨 박을 만큼. 영화는 한 쪽의 언어를 완벽하게 지워버렸다. 영어가 아닌 낯선 언어이기에, 간간이 들리는 이름과 뉘앙스 위에는 그 어떤 것도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없다. 단지 영화가 진행되는 흐름상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지점은 푸에트리코인들이 미국 시민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매우 정확하게 알려준다. 이민자이면서 동시에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기에 토종 미국인들에게 늘 배척당하기 일쑤다.
그렇기에 붉은색에 속한 사람들은 미국 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동향 사람들끼리도 영어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들은 미국에 왔고, 정식으로 파란색 집단에 속하고 싶음을 드러낸다.
얼핏 보면 이민자 출신들만이 그런 인정받음에 목마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뉴욕이라는 곳에서 그 "인정"이라는 단어를 위해 싸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뉴욕 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혹은 이 구역의 진정한 갱단으로 인정받기 위해. 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가족이 되기 위해 모두 사력을 다하지만. 각자가 처한 그 경계는 매우 크고 넓어 아무리 마음을 먹어도 뛰어넘을 수 없다.
영화 속 모두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철거촌처럼 위태롭고 처량하다. 그들은 철거된 후의 멀끔하고 새로운 도시가 자신들의 미래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들의 미래는 끽해야 보조금 몇 푼 손에 든 채 등 떠밀릴 뿐일 것이다.
이 기묘함은 영화 [기생충]과도 닮아있다.
당사자들, 그러니까 생존과 인정의 기로에 있는 사람들만이 죽자 사자 싸우고 있는 모습 말이다. 그들은 어딘가에 소속감을 느끼고 싶었고, 평온함을 원하고, 꿈이 있었지만. 결국 그 모든 꿈들은, 그러니까 영화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의 닿을 수 없는 그 무언가는 그 다름을 품지 못한 반대편에 의해 말살되어 버린다.
스필버그의 숙원은 성공했는가.;영화를 받아들이게 하는 포인트마저도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스필버그의 숙원사업이었던 뮤지컬의 영화화는, 앞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위험 요소가 많았다.
첫 번째는 의심할 필요 없이 닳고 닳은 이야기의 재림에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 정도에 비유할 수 있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불러오는 진부함은, 누군가에겐 영화관에서 하품을 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게 할 것이다.
눈과 귀가 즐겁다는 상투적인 표현 아래의 뮤지컬 영화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물론 그런 행복감을 영화 내내 얻을 수도 있지만, 거의 모든 장면들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것 또한 몰입감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결말이 뻔히 보이는 영화를 보겠다고 앉아있는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울게 된 이유는. 아마도 이 명감독이 작품의 중심 메시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보이지 않는 차별.
사회의 분열.
그리고 그것마저 잊게 하는 사랑의 힘.
다시 한번 감독의 집념과 순수한 열정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하게 되는 순간이다.
마치면서;엉엉.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이 영화가 왜 나를 울렸을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내가 영화 속 사람들처럼 한 번쯤은 배척당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문득 그때의 나를 등장인물들과 비교해 보았다.
나는 그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울부짖을 수 있을 만큼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는지. 그 사람들 만큼 진심으로 그 문제를 부여잡고 있을 근성이 있었는지 말이다.
영화는 이렇게 치열한 삶 속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노래를 부를 베짱이 있는 모든 사람들.
그들의 모습은 대단하면서도 처연하다. 뮤지컬이 아닌데도 작은 박수와 환호를 그들에게 던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셈이다.
참고 1
스티븐 스필버그의 학사 졸업 논문이 무려 [쉰들러 리스트]였다고 알려짐.....어우야.
[이 글의 TMI]
1. 삼겹살 구워 먹음.
2. 후식으로 와플 먹음.
3. 다이어트? 몸무게 앞자리 바꿈. 훗.ㅋ
4.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는 뺐음.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안셀엘고트 #마이크파이스트 #스티븐스필버그 #영화추천 #최신영화 #브런치작가 #네이버인플루언서 #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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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세월호? 아직도 세월호!
8★/10★
조금은 이상하고 뒤늦은 슬픔이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눈물이 왈칵 솟구쳤다. 서울 어딘가에서 열리는 추모집회에 가는 길이었다. 고백하건대, 이날 눈물 흘리기 전까지 나는 세월호의 침몰을 슬퍼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눈물을 의심하기 바빴다. 세월호를 슬퍼하는 모든 마음이 거짓이라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내게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나름대로 치열하게 사회 변혁을 모색하던 때였지만 내 안에는 뿌리 깊은 패배와 절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감각이 나를 지배했다. 사람들이 사회적‧구조적 문제가 원인인 죽음을 슬퍼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이명박, 박근혜와 20대를 보낸 내게는 그들이 대변하는 신자유주의적 권위 국가가 상수였고 그에 반하는 다른 목소리는 늘 변수였다. 희망보다는 절망이 편안한 때였다. 그때의 나는 세월호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슬퍼하리라고는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래서 눈과 귀를 닫았다. 일종의 방어기제였다. 섣불리 슬퍼했다가 외로워질까 봐 두려웠다. 한 달이 지나고 추모집회에서 많은 사람과 함께 슬픔을 나누며 내가 완전히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말로 많은 사람이 눈물 흘리고 있었다. 다만 접속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홀로 외롭게 슬픔을 견뎌왔을 뿐이었다. 아마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세월호는 사회적‧구조적 문제가 원인인 슬픔을 고립시키려는 모든 것과 단절하는 결정적인 계기였다. 사람들은 세월호를 애도하며 공통감각으로서의 슬픔을 되찾았다. 세월호는 슬픔과 애도의 마음을 통해 개별자가 ‘우리’가 될 수 있음을, 사라진 생명을 잊지 않는 우리의 존재가 변화를 요청할 수 있음을, 누군가를 잊지 않는 마음이 부끄럽거나 낙후된 것이 아님을 일깨워줬다.
그러나 〈바람의 세월〉이 보여주듯, 이 깨달음은 지난 10년간 번번이 제도권 정치와 진실이 그리 궁금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가로막혔다. 딸 문지성 양을 세월호 참사로 잃은 뒤 카메라를 든 문종택 공동 감독은 지난 10년의 세월, 3,654일 동안 세월호를 기록했다. 그렇게 쌓인 영상은 5,000여 개, 분량은 50테라바이트에 달했다. 이 긴 시간은 대체로 참사 유가족과 그들의 슬픔에 접속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바람이 번번이 미끄러지고 고꾸라지는 과정으로 채워졌다. 박근혜 정권은 책임을 회피하고 진실을 은폐하는 데 급급했고, 유족과 시민의 염원을 이뤄줄 듯하던 문재인 정권은 애매한 태도로 일관해 포괄적 진실 규명의 과제를 완수하지 않았다. 참사 후 유가족이 처음 환하게 웃은 건 박근혜 탄핵이 확정되었을 때였다. 그마저도 세월호는 탄핵 사유로 인정되지도 않았지만 어쨌든 유가족은 정치권에 일말의 희망을 가졌다. 결국 배반당하긴 했지만 말이다. 이는 사회적 참사를 어떻게 법과 정치의 문제와 접속시킬지에 관해 많은 물음을 남긴다. 법조인, 정치인이 기존 법 체제 안에서 유족과 시민을 위한 정의를 추구하고자 한 노력(특검, 특조위 등)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공적인 슬픔에 담긴 커다란 물음과 가능성이 법 기득권과 정파적 당리당략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면 정의는 결국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거나 누더기가 되기 십상이다. 세월호 관련 법이 그러했듯이.
그러나 영화에 절망과 분노의 순간만 담기지는 않았다. 종종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의 슬픔을 느낀 건 배상‧보상을 통한 정부의 가족 분열 획책, 유가족을 향한 모욕을 담은 장면만이 아니었다. 생존 학생 등교를 응원하는 유가족의 모습에서도, 국회에서 유가족 앞을 막고 선 젊은 경찰이 흐느끼며 울먹이는 장면에서도, 하나둘씩 사라져가는 추모 공간을 꿋꿋이 지키며 싸움을 이어가는 유가족의 모습에서도, 세월호 유가족이 5.18 민주화 운동과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만나는 장면에서도 나는 무너졌다. 영화가 이토록 강렬한 감정을 추동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이는 세월호 유가족이 지난 10년간 견뎌내야만 했던 야만적 시간을 영화가 압축해 보여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이 모든 시간을 유족의 시선으로 말하고 들려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개 뉴스로 사건을 접한다. 즉 누군가 한 번 매개해 가공한 상태로만 어떤 사건을 접한다. 기자가 유가족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하더라도 어쨌든 그는 유가족처럼 울부짖으며 목소리를 높인 채 글 쓰고 말하지 않는다. 여기에 터무니없는 의견에 그럴싸한 목소리를 입혀주기 일쑤인 기계적 중립이 더해진다면, 나아가 기계적 중립마저도 외면하고 유족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실어 나른다면 이들의 목소리는 점차 약해질 수밖에 없다. 문종택 감독이 직접 촬영하고, 내레이션한 〈바람의 세월〉에 금세 눈시울이 붉어지는 건 이 때문이다. 대체로 중립을 가장한 차가운 카메라가 담아내지 못한 절절한 목소리들을 꾹꾹 눌러 담은 만큼, 정제되고 정돈하여 매개하지 않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에게는 익숙한 세월호가 침몰하는 장면이 영화에 담기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유족은 세월호가 가라앉는 장면보다는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고 안전한 사회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다짐을 전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영화를 보며 몇 번이나 울컥하며 감정의 공적 기능을 다시금 되새겼다. 〈바람의 세월〉에는 ‘아직도?’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아직도!’라고 답할 힘이 있다.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 앞에 과거의 나처럼 무기력하지 않고, 슬픔에 기반한 공적이고 정의로운 연결감을 모색하고자 한다면 이 영화에서 큰 위로와 연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유족을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가 되레 위로받고 나왔다. 〈바람의 세월〉은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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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의 달, 가족과 함께 다시 보고 싶은 영화 5편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은 날이죠.
오늘 씨네랩은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하여 가족들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를 5편을 뽑아봤습니다.
따뜻해지는 날씨와 함께 냉소를 녹일 따뜻함이 가득한 영화 5편, 지금 만나보시죠!
코코 (2018)
Cocoⓒ 네이버 영화
감독: 리 언크리치
출연: 안소니 곤잘레스,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벤자민 브랫
장르: 애니메이션, 모험, 코미디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04분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황홀한 모험이 시작된다!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 미구엘은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의 기타에 손을 댔다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의문의 사나이 헥터와 함께 상상조차 못했던 모험을 시작하게 되는데… 과연 ‘죽은 자들의 세상’에 숨겨진 비밀은?ⓒ 네이버 영화
'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
관람객 코멘트 왓챠피디아 c***님
패밀리 맨 (2000)
The Family Man
ⓒ 네이버 영화
감독: 브렛 라트너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티아 레오니, 돈 치들
장르: 코미디/판타지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4분
니콜라스 케이지의 감동 판타지 코미디
월스트리트를 주무르는 최고의 실업가 잭 캠벨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일로만 보낸 후 잠이 든다. 그러나 잠에서 깬 그의 곁에는 13년 전 야망을 위해 헤어졌던 애인 케이트가 누워 있고 그는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뉴저지 타이어 가게의 영업사원이 돼 있다. 하루 아침, 그의 다른 삶 속에 들어가게 되는데...ⓒ 네이버 영화
'가장 평범한 삶이 가장 위대한 삶임을 보여주는 영화.'
관람객 코멘트 네이버 qjsd****님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2012)
We Bought a Zoo
ⓒ 네이버 영화
감독: 카메론 크로우
출연: 맷 데이먼, 스칼렛 요한슨, 엘르 패닝, 패트릭 후짓
장르: 가족/드라마/코미디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24분
용기와 희망 속에서 건네는 삶, 가족의 의미
모험심 강하고 열정적인 칼럼니스트이자 두 아이들의 아버지 벤자민 미(맷 데이먼)!
최근,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후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이사를 결정하고, 마침내 마음에 쏙 드는 집을 찾게 된다.
하지만, 그 집엔 무려 250여 마리의 리얼 야생 동물들이 사는 폐장 직전의 동물원이 딸려 있는 것!
동물원의 ‘동’자도 모르는 벤자민은 인생의 마지막 도전을 위해
전 재산을 털어서 동물원을 사기로 결심한다.ⓒ 네이버 영화
'이 영화를 왜 5점을 주는가라고 묻는다면 "Why not?"이라 대답할수 잇을것이다.'
관람객 코멘트 왓챠피디아 김광*님
행복을 찾아서 (2007)
The Pursuit of Happynessⓒ 네이버 영화
감독: 가브리엘 무치노
출연: 윌 스미스, 제이든 스미스
장르: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17분
절망 속에서 살아남은 희망, 그리고 용기, 전 세계를 울린 기적 같은 감동 실화!
하나뿐인 아들 ‘크리스토퍼’(제이든 스미스)를 위해서라면 살아남아야 하는 그에게 인생 마지막 기회가 다가온다.60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 속에서 반드시 행복해져야 하는 그의 절실한 도전이 시작되는데…ⓒ 네이버 영화
'행복한 꿈을 망상이 아닌 현실로 이어주는 절실함과 부성애'
관람객 코멘트 씨네랩 모모**님
집으로 (2002)
The Way Homeⓒ 네이버 영화
감독: 이정향
출연: 김을분, 유승호
장르: 가족/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87분
이 땅의 모든 할머니께 바칩니다
“할머니, 저 왔어요. 할머니 손주 ‘상우’예요”
도시에 사는 7살 개구쟁이 ‘상우’가 외할머니가 혼자 살고 계신 시골집에 머물게 된다.
말도 못하고 글도 못 읽는 외할머니와의 시골살이… ‘상우’ 인생 최초의 시련은 과연 최고의 추억이 될 수 있을까?ⓒ 네이버 영화
'가장 한국적인 영화, 가장 한국인의 눈물과 닮은 가족영화'
관람객 코멘트 네이버 ohju****일상적인 것이 때론 가장 그립고 소중하듯,
올해 5월은 가족들과 함께 따뜻한 여운이 가득한 영화를 함께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GONI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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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연한 두려움이 일으킨 불안감의 파도.
- 500일의 썸머에 나왔던 그 영화를 보았다. 그 문제작(?)인 '졸업'은 1967년 마이크 니콜스의 미국 영화인데, 원작 찰스 웨브의 '졸업'을 바탕을 두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썸머가 인상 깊게 보았던 장면과 톰이 인상 깊게 보았던 장면이 겹치지 않는 모습이 확연하게 보였다. 톰이 이 영화를 오해하며 자랐다는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썸머는 '졸업'이라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며 울고 톰은 우는 그런 썸머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 영화의 결말은 정말 톰이 생각했던 것처럼 모든 것을 극복한 운명적인 사랑의 영화일까.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벤자민은 주변의 기대와 막연함으로 인해 내면의 불안감이 휘몰아친다. 그렇게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던 그는 고민에 빠질 새도 없이 1차원적인 쾌락에 빨려 든다. 잘못됐다는 생각은 어느새 그 욕망에 잠식되어 소거된다. 대화 없이도 충분한 잘못된 만남은 언젠간 거리를 두어야 할 테지만 익숙해진 시간으로 인해 전과 다를 바 없는 수동적인 삶의 형태는 지속된다. 금단의 관계는 그의 일부분이 얽히게 만들며 동시에 벗어날 수 없게 한다.
허비한 시막 간으로 인해 삶의 방향성을 잃고 물 위에 부유하던 벤자민은 일레인을 만나며 서서히 변화를 맞이한다. 매번 선택의 순간의 기로에 놓이며 '사랑'과 연관된 일레인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의지를 통해 표현할 수 있었다. 끝내 쟁취하고도 벤자민의 공허한 표정과 그를 바라보는 일레인의 모습을 통해 계속해서 펼쳐질 흔들리는 불안함을 500일의 썸머의 '썸머'는 그 감정을 느꼈기에 눈물을 쏟았을 것이다. 수동적으로 자라왔던 이들에게 처음으로 졸업이라는 묵직함으로 다가온 순간을 목도한다.
그의 방황에 휩쓸린 이들에게 밀려오는 불안감의 파도는 청춘이라는 막연함으로도 덮을 수 없었다. 세대를 막론한 진정한 '졸업'은 불안감과 두려움이 동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인생은 정해진 답이 없는 큰 시험지 같다. 영화의 동화같은 이야기와 현실적인 이야기가 잘 버무려진 영화였다. 약간의 아쉬움은 분명히 있지만 청춘의 막연함을 물에 비유한 방식이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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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판 포켓몬스터: 정글의 아이, 코코 / 劇場版ポケットモンスター ココ, 2020
원래, 극장에서 챙겨보던 시리즈는 아니었습니다.
으레, 시리즈라는 것도 1편 다음으로 2편, 3편 그리고 숫자 몇이 붙을지 모를 만큼 장기화가 된다면 떠나기 마련이죠.
그렇게, 떠났다가 '1세대 무인편'을 다시 극장판으로 만든다는 소식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물론, <너로 정했다!>는 기대만큼의 완성도는 아니었지만 큰 스크린으로 보는 '오프닝 테마'는 최고였고 이는 509,555명이라는 국내 최다 관객수로 보여주었죠.
이후 <모두의 이야기>는 아쉬웠던 완성도를 크게 보완했으며, <뮤츠의 역습>을 3D로 "리메이크" 하는 등 저를 비롯한 올드팬들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 모았는데요.
그런 점에서 이번 <정글의 아이, 코코>는 첫 시험대에 올라선 영화로 '과연,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 모을지?' - 감상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포켓몬들이 살아가고 있는 숲에서 "자루도"들은 무리를 지으며 소위, 군림하고 있는데요.
그런 가운데, 무리에서 떨어진 한 "자루도"는 강가에 버려진 인간 아이를 발견하고 이를 키우겠다고 말합니다.
이에 무리는 "자루도"외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법도 때문에 무리에서 벗어나 홀로 아이를 키우게 됩니다.
그렇게, 아이의 이름은 "코코"가 되었지만 커가면서 "자루도"와는 다르다는 혼란함을 겪게 되고 이 와중에 "지우"와 "피카츄"를 만나며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떼는데...내가 알던 포켓몬이 맞나?
1. 분명히, 낯선데 익숙하단 말이야.
앞서 이번 <정글의 아이, 코코>를 이전 작품들과 다르게, 오리지널 작품으로 소개했습니다.
이런 이유에는 포스터에도 있듯이 "자루도"라는 새로운 포켓몬을 내세웠고 "코코"라는 오리지널 캐릭터의 등장까지 이전 극장판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니까요.
그럼에도, <정글의 아이, 코코>는 엄연하게 이전 작품들과 동일하게 "리부트"에 속해있는 작품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세레비"의 존재는 저와 같은 올드팬들에게는 게임에서 접했던 "너도밤나무 숲"을 떠오르게 만드니 이만해도 충분했으니까요.오리지널 작품이야? 아니, 그럼 리부트야?
그럼에도, "세레비"가 전면으로 나서는 극장판이 아니기에 올드팬들에게는 쉬이 만족감을 일으키기에는 아직 부족합니다.
그렇기에 부제에도 쓰여있는 <정글의 아이, 코코>, 이 캐릭터의 이야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영화는 익숙한 작품을 떠오르게 만듭니다.
앞에서 살펴본 줄거리만 보더라도, 쉬이 예상하실 그 작품 바로 <타잔>입니다.
극에서 "자루도"에게서 길러진 "코코"가 숲에서 포켓몬들과 살아가는 장면은 "타잔"이 고릴라 무리에게서 길러지고 정글에서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과 똑같습니다.
이후 숲을 파괴하는 인간 무리들의 모습은 어찌 보면, 일맥상통하니 낯설지만 익숙한 느낌이 드는 건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2. 디테일과 클리셰
그렇기에 <정글의 아이, 코코>는 이를 알고 있는 '저와 같은 올드팬들을 어떻게 보여줄지?'에 큰 고민을 했을 겁니다.
아이들이야, <타잔>을 모르겠지만 저희는 <타잔>을 "디즈니"로 그것도 비디오와 컴퓨터 게임으로 지겹도록 접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정글의 아이, 코코>의 디테일은 흥미롭습니다.
극 중 "코코"가 "자루도"에게서 길러진 설정이라 두 캐릭터들의 대화를 사람들의 언어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를 "지우"와 "피카츄"의 시점에서는 해당 "포켓몬 언어"로 보여줘 보다 이들의 대화, 그리고 이야기에 집중케합니다.로켓단의 나옹은 얼마나, 대단한 거야?
극에서 이들을 유사 부모의 관계로 시작합니다.
물론, <타잔>에서는 아이를 잃은 에피소드로 "타잔"을 거두었던 것과 다르게 그 동기는 우연성 짙게 시작하나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극 중 "코코"의 팔뚝은 "자루도"처럼 덩굴을 메고서 나무에 걸어 이동하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내 "자루도"처럼 될 수 없다는 것에 혼란을 겪고 "코코"는 절망을 느끼는데요.
이에 "자루도"는 '너는 자루도!'임을 끊임없이 말하나 이제는 이를 숨길 수 없는 시간이 다가왔음을 느낍니다.
그런 와중에 자신과 비슷한 "지우"의 등장은 포켓몬의 말이 아닌 사람의 언어까지 사용하게 되는 "코코"의 변화는 이 관계의 위기를 보여줘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니 시작은 미약했을지라도 끝은 창대해지고 있는 것이죠.3. 설명이 된 상태라면, 플래시백은 촉매가 된다.
그리고 예고했듯이 숲을 파괴하려는 인간 무리들의 등장하며, 영화는 어느덧 후반부를 맞이합니다.
이에 보여주는 포켓몬 특유의 액션신도 좋지만, 역시 빛나는 건 "코코"와 "자루도"의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이를 "플래시백"으로 보여주어 이들의 감정에 보다 집중하게 만들어 진부하게 느껴질법한 눈물 후 부활을 멋지게 보여주는데요.
보통 "플래시백"을 설명보다는 감정에 읍소한다고 말했지만, 이미 앞에서 이들의 관계를 쭉 보았기에 "플래시백"의 활용은 오히려, 촉매가 되어 빠르게 나타날 수 있던 것이죠.후반부는 플래시백의 연속?
영화 <정글의 아이, 코코>는 앞에서 보여준 것과 다르게 후반부에는 "플래시백"을 연속적으로 비춰줍니다.
앞서 말했듯이 "코코"와 "자루도"의 이야기처럼 설명이 전반적으로 깔려있다면, 상관없으나 다른 캐릭터에 이를 적용하면 문제가 생기는데요.
바로, 악당에 위치한 "제드 박사"가 그러한데 이미 영화에서 숲을 파괴하려는 인간 무리들의 리더 격으로 등장하는 캐릭터입니다.
이만해도 충분하나, 숨겨진 이야기까지 들쳐내 "코코"와의 대결 동기를 짧은 시간으로 연결시키는데 이 모든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풀어내자니 따라가기가 힘들더군요.
그래도, <정글의 아이, 코코>는 이와 동일한 제목을 가진 작품의 평가 '코코를 꼭꼭 보세요.'를 다시 꺼내게 만들 만큼 재밌게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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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브 <트레이서>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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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재개봉 예고편
기차가 서로 스쳐 지나갈 때 ‘기적’이 일어난대~
그래서 소년이 바라는 건.. 화.산.폭.발?!!나는 엄마랑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삽니다. 동생 류랑 아빠는 저기 멀리서 따로 삽니다. 엄마랑 아빠랑 맨날 싸우더니, 이런 꼴이 될 줄 알았습니다. 나의 소원은 우리 가족들이 다시 함께 사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저기 저 위에 있는 화산이 폭발해서 아빠랑 류가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면 됩니다. 형은 화산이 꼭 폭발하게 해달라고 매일매일 기도하는데 철부지 내 동생은 가면라이더가 되고 싶다고나 하고, 정말 어린이 같은 소원입니다. 그런데, 친구들이 하는 말이 새로 생기는 고속열차가 반대편에서 서로 달려오다가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 ‘기적’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아싸~ 그럼 거길 가서 소원을 빌면 되겠네! 그래서 좋아하는 선생님이랑 결혼하고 싶은 친구랑,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친구랑 거길 가려고요. 동생도 오라고 해서 나랑 같은 소원을 빌라고 해야겠어요. 난, 우리 가족이 꼭 같이 살았으면 좋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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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거리로 내몰린 아이들
*해당 영화 감독은 과거 성범죄 전과가 있는 감독으로 감상할 때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영화 '꿈의 제인'을 통해 가장 먼저 알게 된 것은 가출 청소년들이 그들만의 무리를 만들어 가족처럼 생활하는 '가출팸(가출 패밀리)'의 존재였다. 그러나 이들 중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거리에 나와 방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대안가족을 형성한 가출팸들은 생계를 꾸리기 위해 돈을 벌려고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쉽게 범죄에 노출되고 비행을 겪기도 한다.
누구보다도 보호 받아야 되는 이들이 계속해서 위험에 노출 된다는 것과 이들을 구제하고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보통 가출 청소년의 경우 집안에서 가정폭력을 겪거나 엄마 혹은 아빠의 부재로 인해 보호자와 갈등을 겪으며 충동적으로 집을 나오기도 하는데 문제는 안락한 주거공간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의 보호가 절실하다는 점이다. 온라인 채팅 상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데 이들을 보호해준다는 명목 하에 만남을 요구하다가 성폭행을 당하거나 성매매 카르텔에 빠지게 된다는 점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비록 영화 속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으나 주인공인 소현은 가출팸의 보호자 제인의 사망 후 거리를 전전하다 만난 가출팸 안에서 불안을 느끼며 끊임없이 유해한 환경에 노출되고 자신을 지켜주려던 지수의 죽음을 목격하는 등 비극을 겪는 것을 보게 된다. 영화를 통해 가출팸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던 중 청소년의 성매매 혹은 청소년이 성범죄에 노출되는 가장 큰 수단이 랜덤채팅임을 알 수 있었는데 문제는 이 랜덤채팅을 이용하는 청소년의 수가 증가하며 연령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시간으로 누군가가 이런 행위를 감시하지 않는 이상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은 힘들 뿐더러 직접적인 범죄행위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글이나 채팅으로는 범죄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에 범죄가 발생하기 이전에 청소년을 구제하기 힘들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이런 허점을 알고 있는 이들이 이점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고 그 행위에 가담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가출팸이 주목을 받는 경우는 이미 범죄가 이루어진 뒤 피해자가 발생한 상황,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 경우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성범죄 및 비행에 노출되지 않고 사회의 보호를 받으며 생활할 수 있도록 구제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가출팸은 군대처럼 위계조직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범죄나 비행에 있어서 쉽게 탈출하기 어렵다. 이렇게 생존만을 위해 산다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잊기 쉽고 결국 더 많은 범죄가 양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사회가 소위 가출팸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윤리의식을 지키며 사회의 범주 안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성인으로서,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범죄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술의 발달로 인해 다양한 형태의 범죄가 생기는 만큼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 이를 누릴 수 있게 만든 IT업계들이 책임감을 갖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형성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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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부한데 나 왜 울고있냐
이 글은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케팅의 후발 주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첫 번째의 이미지를 지워내는 것이라 한다. 주방 세제라는 단어를 퐁퐁이라고 대체해도 어색함 하나 없이 알아들을 수 있는 것처럼, 나중에 사업에 뛰어든 사람은 이 "퐁퐁"을 대체하지 못하면 결국 사장되는 길을 걸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제아무리 손만 대면 졸업 작품으로 쉰들러 리스트를 가지고 오는 스필버그 감독이라 해도(참고 1). 1957년 초연한 이래 세계적인 인기를 끈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내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감독은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가 자신의 "훌륭한"작품들 중 하나가 되길 바라는 다짐과 소망으로 무장한 채 작업에 몰두했고, 결국 많은 리스크를 가진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다시 인사를 건네고 있다.
이제 백발이 성성하지만 아직도 소년의 마음으로 첫 뮤지컬 영화에 도전하는 그의 마음에 결국 백기를 들고 영화관으로 향해야만 했다. 그가 이 뮤지컬을 접하고 느꼈던 가슴 뒤는 감정을 영화에 어떻게 담아냈을지 눈으로 보고 확인해야 할 것만 같아서.
색으로 보여주는 인물들의 위치;이걸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영화는 두 편으로 나뉘어 세력 싸움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두 집단의 갈등과 불화를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감독은 색깔을 선택한다.
푸에트리코에서 온 이민자 출신 사람들은 웜톤(붉은 계열)으로.
뉴욕 토박이들은 쿨톤(푸른 계열)로 보인다.
체육관 안에서 벌어지는 댄스파티의 현장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두 패거리들의 갈등이 최고조가 되는 장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부딪치는 모든 장면들은 이런 색의 대비로 인해 아름답다는 말 외에는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없어 보인다.
두 주인공도 다르지 않다.
토니는 자신의 앞날만큼이나 창창하고 푸른색을 띠고, 마리아는 토니에 대한 사랑의 색만큼이나 붉디붉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마리아는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붉은색과 푸른색을 혼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토니는 여전히 푸른색의 연못에 머물러 있음을 볼 수 있다. 마치 토니가 가진 많고도 복잡한 카르마를 영화 내내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했음을 알려주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 속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이 결국은 벗어날 수 없는 운명 같은 색에 갇혀 울고 웃는다. 그들은 노래와 춤을 마치 이 힘든 시간을 견디기 위한 약처럼 남용하지만, 이 싸움을 스크린 너머로 지켜보는 관객들에겐 그저 탄성을 내지르게 하는 수단일 뿐이다.
마치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한 것처럼. 결국 이 아이러니는 나를 울게 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결국은 다름이 부른 참사.
사진 출처:다음 영화
의도적으로 스페인어는 자막을 달지 않았다고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자막으로 새겨 박을 만큼. 영화는 한 쪽의 언어를 완벽하게 지워버렸다. 영어가 아닌 낯선 언어이기에, 간간이 들리는 이름과 뉘앙스 위에는 그 어떤 것도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없다. 단지 영화가 진행되는 흐름상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지점은 푸에트리코인들이 미국 시민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매우 정확하게 알려준다. 이민자이면서 동시에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기에 토종 미국인들에게 늘 배척당하기 일쑤다.
그렇기에 붉은색에 속한 사람들은 미국 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동향 사람들끼리도 영어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들은 미국에 왔고, 정식으로 파란색 집단에 속하고 싶음을 드러낸다.
얼핏 보면 이민자 출신들만이 그런 인정받음에 목마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뉴욕이라는 곳에서 그 "인정"이라는 단어를 위해 싸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뉴욕 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혹은 이 구역의 진정한 갱단으로 인정받기 위해. 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가족이 되기 위해 모두 사력을 다하지만. 각자가 처한 그 경계는 매우 크고 넓어 아무리 마음을 먹어도 뛰어넘을 수 없다.
영화 속 모두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철거촌처럼 위태롭고 처량하다. 그들은 철거된 후의 멀끔하고 새로운 도시가 자신들의 미래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들의 미래는 끽해야 보조금 몇 푼 손에 든 채 등 떠밀릴 뿐일 것이다.
이 기묘함은 영화 [기생충]과도 닮아있다.
당사자들, 그러니까 생존과 인정의 기로에 있는 사람들만이 죽자 사자 싸우고 있는 모습 말이다. 그들은 어딘가에 소속감을 느끼고 싶었고, 평온함을 원하고, 꿈이 있었지만. 결국 그 모든 꿈들은, 그러니까 영화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의 닿을 수 없는 그 무언가는 그 다름을 품지 못한 반대편에 의해 말살되어 버린다.
스필버그의 숙원은 성공했는가.;영화를 받아들이게 하는 포인트마저도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스필버그의 숙원사업이었던 뮤지컬의 영화화는, 앞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위험 요소가 많았다.
첫 번째는 의심할 필요 없이 닳고 닳은 이야기의 재림에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 정도에 비유할 수 있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불러오는 진부함은, 누군가에겐 영화관에서 하품을 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게 할 것이다.
눈과 귀가 즐겁다는 상투적인 표현 아래의 뮤지컬 영화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물론 그런 행복감을 영화 내내 얻을 수도 있지만, 거의 모든 장면들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것 또한 몰입감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결말이 뻔히 보이는 영화를 보겠다고 앉아있는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울게 된 이유는. 아마도 이 명감독이 작품의 중심 메시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보이지 않는 차별.
사회의 분열.
그리고 그것마저 잊게 하는 사랑의 힘.
다시 한번 감독의 집념과 순수한 열정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하게 되는 순간이다.
마치면서;엉엉.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이 영화가 왜 나를 울렸을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내가 영화 속 사람들처럼 한 번쯤은 배척당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문득 그때의 나를 등장인물들과 비교해 보았다.
나는 그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울부짖을 수 있을 만큼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는지. 그 사람들 만큼 진심으로 그 문제를 부여잡고 있을 근성이 있었는지 말이다.
영화는 이렇게 치열한 삶 속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노래를 부를 베짱이 있는 모든 사람들.
그들의 모습은 대단하면서도 처연하다. 뮤지컬이 아닌데도 작은 박수와 환호를 그들에게 던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셈이다.
참고 1
스티븐 스필버그의 학사 졸업 논문이 무려 [쉰들러 리스트]였다고 알려짐.....어우야.
[이 글의 TMI]
1. 삼겹살 구워 먹음.
2. 후식으로 와플 먹음.
3. 다이어트? 몸무게 앞자리 바꿈. 훗.ㅋ
4.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는 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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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세월호? 아직도 세월호!
8★/10★
조금은 이상하고 뒤늦은 슬픔이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눈물이 왈칵 솟구쳤다. 서울 어딘가에서 열리는 추모집회에 가는 길이었다. 고백하건대, 이날 눈물 흘리기 전까지 나는 세월호의 침몰을 슬퍼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눈물을 의심하기 바빴다. 세월호를 슬퍼하는 모든 마음이 거짓이라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내게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나름대로 치열하게 사회 변혁을 모색하던 때였지만 내 안에는 뿌리 깊은 패배와 절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감각이 나를 지배했다. 사람들이 사회적‧구조적 문제가 원인인 죽음을 슬퍼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이명박, 박근혜와 20대를 보낸 내게는 그들이 대변하는 신자유주의적 권위 국가가 상수였고 그에 반하는 다른 목소리는 늘 변수였다. 희망보다는 절망이 편안한 때였다. 그때의 나는 세월호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슬퍼하리라고는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래서 눈과 귀를 닫았다. 일종의 방어기제였다. 섣불리 슬퍼했다가 외로워질까 봐 두려웠다. 한 달이 지나고 추모집회에서 많은 사람과 함께 슬픔을 나누며 내가 완전히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말로 많은 사람이 눈물 흘리고 있었다. 다만 접속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홀로 외롭게 슬픔을 견뎌왔을 뿐이었다. 아마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세월호는 사회적‧구조적 문제가 원인인 슬픔을 고립시키려는 모든 것과 단절하는 결정적인 계기였다. 사람들은 세월호를 애도하며 공통감각으로서의 슬픔을 되찾았다. 세월호는 슬픔과 애도의 마음을 통해 개별자가 ‘우리’가 될 수 있음을, 사라진 생명을 잊지 않는 우리의 존재가 변화를 요청할 수 있음을, 누군가를 잊지 않는 마음이 부끄럽거나 낙후된 것이 아님을 일깨워줬다.
그러나 〈바람의 세월〉이 보여주듯, 이 깨달음은 지난 10년간 번번이 제도권 정치와 진실이 그리 궁금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가로막혔다. 딸 문지성 양을 세월호 참사로 잃은 뒤 카메라를 든 문종택 공동 감독은 지난 10년의 세월, 3,654일 동안 세월호를 기록했다. 그렇게 쌓인 영상은 5,000여 개, 분량은 50테라바이트에 달했다. 이 긴 시간은 대체로 참사 유가족과 그들의 슬픔에 접속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바람이 번번이 미끄러지고 고꾸라지는 과정으로 채워졌다. 박근혜 정권은 책임을 회피하고 진실을 은폐하는 데 급급했고, 유족과 시민의 염원을 이뤄줄 듯하던 문재인 정권은 애매한 태도로 일관해 포괄적 진실 규명의 과제를 완수하지 않았다. 참사 후 유가족이 처음 환하게 웃은 건 박근혜 탄핵이 확정되었을 때였다. 그마저도 세월호는 탄핵 사유로 인정되지도 않았지만 어쨌든 유가족은 정치권에 일말의 희망을 가졌다. 결국 배반당하긴 했지만 말이다. 이는 사회적 참사를 어떻게 법과 정치의 문제와 접속시킬지에 관해 많은 물음을 남긴다. 법조인, 정치인이 기존 법 체제 안에서 유족과 시민을 위한 정의를 추구하고자 한 노력(특검, 특조위 등)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공적인 슬픔에 담긴 커다란 물음과 가능성이 법 기득권과 정파적 당리당략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면 정의는 결국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거나 누더기가 되기 십상이다. 세월호 관련 법이 그러했듯이.
그러나 영화에 절망과 분노의 순간만 담기지는 않았다. 종종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의 슬픔을 느낀 건 배상‧보상을 통한 정부의 가족 분열 획책, 유가족을 향한 모욕을 담은 장면만이 아니었다. 생존 학생 등교를 응원하는 유가족의 모습에서도, 국회에서 유가족 앞을 막고 선 젊은 경찰이 흐느끼며 울먹이는 장면에서도, 하나둘씩 사라져가는 추모 공간을 꿋꿋이 지키며 싸움을 이어가는 유가족의 모습에서도, 세월호 유가족이 5.18 민주화 운동과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만나는 장면에서도 나는 무너졌다. 영화가 이토록 강렬한 감정을 추동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이는 세월호 유가족이 지난 10년간 견뎌내야만 했던 야만적 시간을 영화가 압축해 보여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이 모든 시간을 유족의 시선으로 말하고 들려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개 뉴스로 사건을 접한다. 즉 누군가 한 번 매개해 가공한 상태로만 어떤 사건을 접한다. 기자가 유가족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하더라도 어쨌든 그는 유가족처럼 울부짖으며 목소리를 높인 채 글 쓰고 말하지 않는다. 여기에 터무니없는 의견에 그럴싸한 목소리를 입혀주기 일쑤인 기계적 중립이 더해진다면, 나아가 기계적 중립마저도 외면하고 유족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실어 나른다면 이들의 목소리는 점차 약해질 수밖에 없다. 문종택 감독이 직접 촬영하고, 내레이션한 〈바람의 세월〉에 금세 눈시울이 붉어지는 건 이 때문이다. 대체로 중립을 가장한 차가운 카메라가 담아내지 못한 절절한 목소리들을 꾹꾹 눌러 담은 만큼, 정제되고 정돈하여 매개하지 않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에게는 익숙한 세월호가 침몰하는 장면이 영화에 담기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유족은 세월호가 가라앉는 장면보다는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고 안전한 사회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다짐을 전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영화를 보며 몇 번이나 울컥하며 감정의 공적 기능을 다시금 되새겼다. 〈바람의 세월〉에는 ‘아직도?’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아직도!’라고 답할 힘이 있다.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 앞에 과거의 나처럼 무기력하지 않고, 슬픔에 기반한 공적이고 정의로운 연결감을 모색하고자 한다면 이 영화에서 큰 위로와 연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유족을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가 되레 위로받고 나왔다. 〈바람의 세월〉은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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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의 달, 가족과 함께 다시 보고 싶은 영화 5편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은 날이죠.
오늘 씨네랩은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하여 가족들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를 5편을 뽑아봤습니다.
따뜻해지는 날씨와 함께 냉소를 녹일 따뜻함이 가득한 영화 5편, 지금 만나보시죠!
코코 (2018)
Cocoⓒ 네이버 영화
감독: 리 언크리치
출연: 안소니 곤잘레스,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벤자민 브랫
장르: 애니메이션, 모험, 코미디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04분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황홀한 모험이 시작된다!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 미구엘은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의 기타에 손을 댔다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의문의 사나이 헥터와 함께 상상조차 못했던 모험을 시작하게 되는데… 과연 ‘죽은 자들의 세상’에 숨겨진 비밀은?ⓒ 네이버 영화
'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
관람객 코멘트 왓챠피디아 c***님
패밀리 맨 (2000)
The Family Man
ⓒ 네이버 영화
감독: 브렛 라트너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티아 레오니, 돈 치들
장르: 코미디/판타지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4분
니콜라스 케이지의 감동 판타지 코미디
월스트리트를 주무르는 최고의 실업가 잭 캠벨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일로만 보낸 후 잠이 든다. 그러나 잠에서 깬 그의 곁에는 13년 전 야망을 위해 헤어졌던 애인 케이트가 누워 있고 그는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뉴저지 타이어 가게의 영업사원이 돼 있다. 하루 아침, 그의 다른 삶 속에 들어가게 되는데...ⓒ 네이버 영화
'가장 평범한 삶이 가장 위대한 삶임을 보여주는 영화.'
관람객 코멘트 네이버 qjsd****님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2012)
We Bought a Zoo
ⓒ 네이버 영화
감독: 카메론 크로우
출연: 맷 데이먼, 스칼렛 요한슨, 엘르 패닝, 패트릭 후짓
장르: 가족/드라마/코미디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24분
용기와 희망 속에서 건네는 삶, 가족의 의미
모험심 강하고 열정적인 칼럼니스트이자 두 아이들의 아버지 벤자민 미(맷 데이먼)!
최근,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후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이사를 결정하고, 마침내 마음에 쏙 드는 집을 찾게 된다.
하지만, 그 집엔 무려 250여 마리의 리얼 야생 동물들이 사는 폐장 직전의 동물원이 딸려 있는 것!
동물원의 ‘동’자도 모르는 벤자민은 인생의 마지막 도전을 위해
전 재산을 털어서 동물원을 사기로 결심한다.ⓒ 네이버 영화
'이 영화를 왜 5점을 주는가라고 묻는다면 "Why not?"이라 대답할수 잇을것이다.'
관람객 코멘트 왓챠피디아 김광*님
행복을 찾아서 (2007)
The Pursuit of Happynessⓒ 네이버 영화
감독: 가브리엘 무치노
출연: 윌 스미스, 제이든 스미스
장르: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17분
절망 속에서 살아남은 희망, 그리고 용기, 전 세계를 울린 기적 같은 감동 실화!
하나뿐인 아들 ‘크리스토퍼’(제이든 스미스)를 위해서라면 살아남아야 하는 그에게 인생 마지막 기회가 다가온다.60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 속에서 반드시 행복해져야 하는 그의 절실한 도전이 시작되는데…ⓒ 네이버 영화
'행복한 꿈을 망상이 아닌 현실로 이어주는 절실함과 부성애'
관람객 코멘트 씨네랩 모모**님
집으로 (2002)
The Way Homeⓒ 네이버 영화
감독: 이정향
출연: 김을분, 유승호
장르: 가족/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87분
이 땅의 모든 할머니께 바칩니다
“할머니, 저 왔어요. 할머니 손주 ‘상우’예요”
도시에 사는 7살 개구쟁이 ‘상우’가 외할머니가 혼자 살고 계신 시골집에 머물게 된다.
말도 못하고 글도 못 읽는 외할머니와의 시골살이… ‘상우’ 인생 최초의 시련은 과연 최고의 추억이 될 수 있을까?ⓒ 네이버 영화
'가장 한국적인 영화, 가장 한국인의 눈물과 닮은 가족영화'
관람객 코멘트 네이버 ohju****일상적인 것이 때론 가장 그립고 소중하듯,
올해 5월은 가족들과 함께 따뜻한 여운이 가득한 영화를 함께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GONI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