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몽실2022-03-17 11:46:45
원래 그런 법
넷플릭스 <소년 심판>
드라마는 처음부터 자극적인 대사를 던진다.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소년들의 범죄는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미성숙해서 일어난 일회성의 실수 또는 더 큰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예고범죄.

극 중 김혜수가 연기한 심은석 판사는 오버스러울 정도로 소년범들에게 감정을 드러내고 형사처럼 수사에 참여한다. 그는 소년들의 범죄를 일회성의 실수로 그치기 위해서, 소년부 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소년 범죄가 계속해서 재발하고 더 악랄한 범죄로 진화하는 이유는 법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되어있단 걸 학습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단순히 처분만 내려 절차만 따르게 할 것이 아니라 법은 우습지 않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드라마는 소년 범죄를 다룬 여러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살인, 가정폭력, 시험유출, 성폭행 등 소년들의 범죄는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했고 지능적이었다. 그들이 피해자에게 저지르는 폭력은 보기 힘들 정도로 가혹했고 잔인했다. 그들은 반성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는 내내 더 괴로웠다. 이렇게 인물들을 학대시키며 감정적으로 힘들게 하는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소년 심판>은 달랐다. 현실은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연출과 연기가 좋았다고 생각했다. 드라마는 끔찍한 범죄를 다루고 있음에도 그 안에서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었는데 특히 그것을 표현하는 연출이 좋았다. 감독님은 <디어 마이 프렌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등을 연출한 홍종찬 감독님이었다. 전작을 보니 내가 느낀 바가 이해가 갔다.
촉법소년을 연기한 백성우와 공범이었던 한예은 등 소년범들의 연기도 대단했지만 개인적으로 김무열의 연기가 좋았다. 김무열은 심은석 판사와 다르게 소년범들을 따듯하게 대해주는 차태주 판사로 나온다. 자신도 가정폭력 피해자이며 소년원 출신이기 때문에, 보호받지 못하고 자란 소년범들을 이해하고 보듬어주려고 한다. 워낙 드라마 속 인물들의 연기가 강렬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힘을 쫙 뺀 듯한 김무열의 연기가 밋밋해 보였다. 또 소년범들의 편을 들어주는 모습이 자주 나오면서 답답한 캐릭터로 느껴졌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김무열의 연기가 차태주 판사를 완벽히 이해시켜줬다. 보는 내내 그의 연기에 감탄헀다.
마지막 회에서 이정은 배우가 연기한 나근희 판사가 판사석에 앉아 말했다.
"저에게는 법관으로서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내 법정은 감정이 없다.' 그래야지 어떤 편견도 없이 냉철한 처분을 낼 테니깐요. 그러나 너무 뒤늦게나마 이 소년 법정에서만큼은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습니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소년범을 혐오하며 감정을 드러내던 심은석 판사의 행동이 옳았음을 알 수 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소년 범죄는 판결이 전부가 아니다.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뭐가 옳고 그른지를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 감정을 담지 않았던 나근희 판사는 자신이 처분했던 소년범들이 더 큰 범죄로 돌아온 모습을 보며 반성했다.
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상식적으로 피해자를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고 난 후, 법은 가해자를 위해 존재하는구나 알게 됐다. '법이 원래 그래.' 원래 그렇다는 말을 제일 싫어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더 싫어졌다. 심은석 판사 같은 사람이 실제로 존재할까. <나의 아저씨>의 박동훈처럼 가장 현실적으로 꾸며낸 판타지 인물 같다.
사진 출처:넷플릭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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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자식의 친구를 죽인 살인자를 면회하는 이유
범죄자의 인권은 어디까지 보호해야 할까?
중범죄자도 경범죄자와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할까?
흉악범은 교화될 수 있을까?
어느 날 갑자기 일상을 위협하는 강력 범죄가 나에게 벌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오늘날의 범죄 사회에서는 이런 생각들이 수시로 머릿속에 차오릅니다. 이 질문들에 대한 제 대답은 항상 변덕스럽습니다. 범죄자도 사람이므로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다가도 우리 가족을 해친 사람이 두 눈 똑바로 뜨고 살아있다고 상상하면 절로 피가 거꾸로 솟죠.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은 이처럼 선악, 가해자와 피해자, 인권에 관한 고민을 다시 한번 촉발하는 영화였습니다.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
Kaneko′s Commissary
Summary
폭력으로 수감된 '가네코'는 면회 온 아내에도 화부터 내는 남자였다. 개차반이던 그가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것은 아내와 아이, 삼촌이라는 가족의 힘이었다. '가네코'는 과거 자신처럼 감옥에 갇힌 사람들에게 영치물품을 넣어주고 대신 면회를 해주는 영치품 매점을 운영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평화는 아들의 친구인 어린 여자아이가 시체로 발견되면서 산산이 부서진다. (출처: 부산국제영화제)
Cast
감독: 후루카와 고
출연: 마루야마 류헤이, 마키 요코, 미우라 키라
'옥바라지'도 대행이 됩니다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은 구치소와 교도소에 영치품을 대신 전해주거나 면회를 대행해 주는 한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오프닝 시퀀스를 통해 전과자였던 '신지'의 과거와 일반인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는 영치품점의 역할을 소개합니다.
영치품점은 이른바 옥바라지 대행 서비스입니다. 정부 시설의 특성상, 구치소와 교도소는 주민센터와 같은 평일 낮 시간에만 방문객을 받는데요. 아무래도 평일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방문이 쉽지 않은 데다가, 사람들의 시선을 우려해 일부러 발길을 끊기도 합니다. 영치품점은 그 빈자리를 메꾸며 옥바라지를 대행해 주는 서비스지요. 취재 과정에서 영치품점의 존재를 알게 된 후루카와 고 감독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영치품점을 소재로 하는 영화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폭행 전과자였지만, 가족들의 사랑과 지지에 힘입어 새 삶을 살고 있는 '신지'는 삼촌이 운영하던 영치품점을 물려받아 수감자와 가족들을 잇고 있습니다. 영치품과 면회는 수감자들의 권리이며, 이를 대행하는 자신의 업을 부끄러워하지 않죠. 그러던 어느 날, 사랑하는 아들 '카즈마'의 동네 친구 '카린'이 묻지 마 살인으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남일로만 여겼던 강력 범죄가 내 일이 된 동네 사람들은 '가네코' 가족이 범죄자를 돕는 일을 한다며 거리를 두기 시작하죠. '신지'는 그 과정에서 무력함과 회의에 사로잡힙니다. 그렇게 혼란을 겪던 그에게 '카린'을 살해한 범인의 어머니가 영치품과 면회를 대행해 달라며 찾아오면서 ‘신지’는 또 다른 괴로움과 직면합니다.
영화는 사회가 규정하는 선악을 모두 경험한 '신지'라는 인물을 통해 선을 망치는 악과 악을 품는 선에 관한 통찰을 전합니다. 아무 잘못도 없는 선을 일순간에 파괴해 버리는 것이 악이지만, 그러한 악을 품을 수 있는 유일한 가치가 바로 선이지요. 선과 악 사이에는 절대 넘을 수 없는 철옹성 같은 벽이 세워져 있는 것 같더라도, 이 세상에 절대불변의 가치란 없고요. 관객은 교정 시설을 오가는 '신지'의 혼란을 스크린 너머로 체험하며, 선악에 관한 가치관을 정립하는 과정을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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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을 허무는 것, 결국 가족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에는 선과 악을 오가는 여러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우선 '신지'가 그렇습니다. 그는 동료를 폭행해 징역 3년을 받고, 감옥에서 난동을 부려 1년형을 추가로 선고받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출소 이후에는 이전의 삶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마음을 베푸는 선한 사람이 되었죠.
엄마를 살해한 야쿠자를 면회하기 위해 매일 교정 시설을 찾는 고등학생 '사치'도 그렇습니다. '사치'의 이야기는 '신지'가 겪는 일련의 사건들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서브플롯인데요. 초반에는 '사치'가 그저 강도에 의해 엄마를 잃은 불쌍한 아이로 보였지만, 실은 엄마의 강요로 성매매에 시달리는 소녀였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야쿠자는 성매매를 위해 그 집에 들렀다가,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어린 '사치'를 구하기 위해 엄마를 공격했던 것이었죠. 그 과정에서 엄마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버린 사람은 바로 '사치'였습니다. 선이었다가도 악이 되고, 악이었다가도 선이 되는 인물들. 이처럼 영화 속 선과 악은 손바닥 뒤집듯 계속해서 변화합니다.
생각해 보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 모두는 선과 악을 오가며 살아갑니다. 그런 우리를 선의 방향으로, 또는 악의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무엇일까요? '신지'가 다시 설 수 있었던 것은 아내 '미와코'의 단단한 지지와 아들 ‘카즈마’를 향한 부성애 덕분이었습니다. 살인이라는 분명한 악의 편에 서 있던 '사치'와 야쿠자는 어떨까요? 가족에게 이용당한 '사치'와 출소 후 가족 같았던 조직의 해체를 맞닥뜨린 야쿠자는 혈혈단신인 서로를 가족으로 인지하면서 서서히 악에서 벗어납니다. 이렇듯 영치품점을 소재로 벌어지는 여러 선과 악의 이야기 아래에는 따스한 가족애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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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을 허무는 가족의 힘을 말하는 영화지만, 메시지를 소구하는 과정에서 인물의 감정선을 다소 과장하거나 불필요한 이야기들을 삽입해 영화의 탄력을 저해했다는 점에서는 약간의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하지만 일본식 신파가 무릇 그렇듯이 어쩐지 다정함이 넘쳐, 다 보고 나면 괜히 마음이 포근해지는 작품이랍니다.
극 중 '카린'을 살해한 범인이 늘어놓은 궤변이 떠오릅니다. 100마리 개미를 모아 놓으면 그중 20%는 일하지 않고 농땡이를 피우는데, 일하던 80마리를 따로 떼어 놓으면 또 그중 20%가 일하지 않다는 실험을 언급하며 성악설을 주장하는 장면이었죠. 영화를 곱씹어 보니, 이처럼 쉽게 뒤바뀌는 선악 속에서도 언제나 80%의 보편적인 선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외려 희망적으로 느껴집니다. 일하지 않는 20마리를 따로 떼어놓으면 그중 80%는 다시 선해진다는 사실까지도 말입니다.
One-Liner
누구나 흐릿한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 악으로도, 다시 선으로도.
Schedule in BIFF
2024.10.03(목) 영화의전당 소극장 19:30
2024.10.04(금) CGV센텀시티 3관 19:30
2024.10.10(목) CGV센텀시티 7관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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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영화/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셨나요?
오늘은 4월 셋째 주 주말 동안의 박스오피스 분석 결과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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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인기 시리즈 영화 <존 윅>의 개봉으로 전체 주말 관객 수가 105만 7천 명에 도달하였습니다. 지난 주말(86만 7천)과 비교했을 때 약 22%가량 증가하였습니다. <존 윅 4>의 개봉에 따라 <스즈메의 문단속>과 <리바운드>의 순위가 한 계단 하락하였습니다. 개봉 전 독특한 포스터와 예고편으로 화제를 모았던 <킬링 로맨스>는 개봉 첫 주말 4위에 진입하였습니다. 지난 주말에 아쉽게 6위를 차지했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한 계단 상승하며 다시 한번 TOP 5에 진입하였습니다.
1. <존 윅 4>(NEW)
<존 윅 4>는 개봉 첫째 주 주말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입증하였습니다. <존 윅 4>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는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차지하였습니다. 이번 편은 전편인 <존 윅 3>의 개봉 스코어를 넘어섰으며, 이로 인해 <존 윅 4>가 전편의 흥행 기록인 100만 명을 언제 넘어 설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특히 <존 윅 4>는 CGV 골든에그 95%, 롯데시네마 관람객 평점 9.3, 메가박스 실관람객 평점 8.9점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흥행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2. <스즈메의 문단속> (⬇︎1)
5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스즈메의 문단속>은 인기 시리즈 <존 윅 4>의 개봉에 따라 2위로 하락하였습니다. 영화는 400만 관객 돌파까지 최단 기록을 세워 놀라움을 자아냈으며, 현재 460만 관객까지 기록하였습니다. 영화는 국내 개봉 역대 일본 영화 TOP 1위까지 단숨에 석권하였다.
3. <리바운드>(⬇︎1)
<리바운드> 역시 한 계단 하락하여 3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리바운드>는 지난 15, 16일 이틀간 진행된 경기-서울 지역 무대인사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영화의 몰입도를 위해 배우들은 실제 선수 못지않는 개인 연습과 합숙 훈련을 진행하였고, 이는 실제 관객들이 느끼는 영화의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관객들의 N차 관람 인증 릴레이로 누적 관객 수를 얼마나 돌파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4. <킬링 로맨스> (NEW)
4월 3주 차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2013년 <남자사용설명서>로 주목받았던 이원석 감독의 신작 <킬링 로맨스>가 차지하였습니다. 개봉 전부터 독특한 포스터와 예고편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반응에 비해 다소 아쉬운 성적을 받았습니다.
5. <더 퍼스트 슬램덩크>(⬆1)
이번 주말 박스오피스 5위를 차지한 영화는 바로 <더 퍼스트 슬램덩크>입니다. 4월 둘째 주에 아쉽게 6위를 차지했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셋째 주에 한 계단 상승하여 TOP5 안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2)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개봉 첫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1위를 차지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2위를 차지한 <더 포프스 엑소시스트>는 <레미제라블> 자베르 역의 러셀 크로우가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아직 국내 개봉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4위를 차지한 <렌필드>는 국내에서 19일 개봉 예정인 작품으로 배우 니콜라스 홀트가 출연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에어>는 나이키에 관한 영화로 국내에서는 8위를 차지하였지만, 북미에서는 5위를 차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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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4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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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을 찾는 과정 |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그동안 너무 때리고 부수고 사기 치는 화끈한 영화만 보다가
오랜만에 잔잔하면서 울림이 넘쳐났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보고 왔어요!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결과만 중요시하는 이 사회에서
결과를 찾아가는 기나긴 여정이 왜 아름답고 훌륭한지에 대하여
함축적으로 잘 나타내서 더욱더 재미있게 봤습니다!
오늘은 최민식 배우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리뷰 시작해 보겠습니다!
기본 정보
장르 : 드라마, 음악, 학원
감독 : 박동훈
각본 : 이용재
출연진 : 최민식, 김동휘, 박병은, 박해준, 조윤서
개봉일 :2022년 03월 09일
평점 : 7.89
스트리밍 :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기획 의도
"정답보다 중요한 건 답을 찾는 과정이야"
학문의 자유를 갈망하며 탈북한 천재 수학자 '리학성'.
그는 자신의 신분과 사연을 숨긴 채 상위 1%의 영재들이 모인
자사고의 경비원으로 살아간다.
차갑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학생들의 기피 대상 1호인 '리학성'은
어느 날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뒤 수학을 가르쳐 달라 조르는 수학을
포기한 고등학생 '한지우'를 만난다.
정답만을 찾는 세상에서 방황하던 '한지우'에게 올바른 풀이 과정을
찾아나가는 법을 가르친 '리학성'역시 뜻하지 않은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여담
대체적으로 수학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믿고 보는 최민식 배우와 김동휘의
조합이 신선하면서 재미있는 소재로 많은 사람들에게 평이 좋았다.
그동안 최민식 배우의 연기를 보자면 주로 강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다면
이번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경우 평범하지만 따뜻하고, 감성이 넘쳐났던
캐릭터 설정을 잘 해내서 신선하게 또 다른 의미의 연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후기 및 결말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결말을 살펴보자면
시험지 유출 사건에 힘도 빽도 돈도 없는 한지우(김동휘)를 희생양으로 삼아
모든 일을 꾸민 것은 학교 선생 김근호(박병은)이였다.
리학성(최민식)은 모든 사실을 강당에서 폭로 하면서
한지우를 학교에 계속 다닐 수 있게 해줬다.
이후 자신을 감시하던 정부 요원 안기철(박해준)의 도움으로
수학의 성지 독일로 떠나게 되며,
시간이 흘러 지우와 학성은 독일에서 재회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결과만 중시하는 지금 이 시대에서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 과정을
한 번 더 설명해 주며, 결과만 중시하는 이 사회를 꼬집는 게 아닌가 싶다.
담백하면서 울림이 강했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한번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한줄평 : 정답을 찾기위한 아름다운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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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적: 도깨비 깃발> 발전적 계승이 돋보이는 리모델링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자칭 고려 제일검이자 고려 무관 출신 의적단 두목 ‘무치(강하늘)'는 바다를 떠돌다가 ‘해랑(한효주)'과 그녀의 해적단에 의해 간신히 구조된다. 의도치 않게 한 배에서 동행하게 된 의적과 해적은 호랑이와 상어처럼 상극의 면모를 보이면서 항해를 이어간다. 어느 날, 이들은 함께 왜구선을 약탈하던 중 위화도 회군 당시 고려군 일부가 빼돌린 고려 왕실의 보물이 실존한다는 정보를 얻는다. 일확천금할 기대에 부픈 이들은 불기둥과 번개섬이 기다리는 모험을 떠난다. 한편 목적을 위해서라면 인명도 신경 쓰지 않는 ‘부흥수(권상우)'도 탐라국 왕을 두고 이방원과 거래를 하며 고려 왕실의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바다로 향한다.
2013년 여름에 개봉했던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액션 어드벤처 장르다운 유쾌하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866만 명에 달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짜임새나 완성도로 인해 혹평을 받기도 했으며, 특히 역사를 과하게 왜곡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롤모델이라 할 만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역사적 사실과는 큰 관계가 없는 것과 달리, 조선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시각이 영화의 스토리의 중심축과 강하게 결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화도 회군에 반대하는 고려군 무관 장사정(김남길)이 산적이 된 후 사라진 조선의 국새를 찾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보니, 영화에는 이성계를 일방적으로 찬탈자로 규정하고, 이성계의 4불가론을 악의적으로 묘사하거나 숭유억불 정책을 비판하는 묘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반면에 속편인 <해적: 도깨비 깃발>은 역사를 활용함에 있어 전편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면서도 전편과의 연결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차별화된 매력을 더하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이는 역사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고, 동시에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적절히 각색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사실 이번 영화도 기본적인 시대적 배경은 전편과 동일하다. 위화도 회군 당시 이성계에 반대하는 고려군 일부가 고려 왕실의 보물을 훔쳐 달아나자 해적과 관군이 이를 뒤쫓는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해적 2>의 역사관은 전편과 상극이다. 보물을 백성들과 나누겠다는 무치가 고려냐 조선이냐 보다도 백성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시대적 흐름에 맞춰 조선 왕조를 인정하는 자세를 취하기 때문이다. 이는 전편의 역사왜곡 논란을 답습하는 대신, 이야기를 발전적으로 계승함과 동시에 속편으로서의 정체성도 챙겨가는 영리한 작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간 사극에서 두드러지지 않았던 한반도 본토와 탐라국의 이중적인 관계를 적절히 이야기에 녹인 결과 자칫 전편의 반복에 그칠 뻔했던 영화는 새로워지고, 악역인 부흥수도 평면적인 악역을 탈피한다. 본래 독립 국가였던 탐라국은 고려 중기에 복속되었다. 그러나 이후로도 세습 '성주'가 존재하며 일정 수준의 자치권이 허용되는 등 고려의 속국이자 동시에 독립국가인 이중적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고려 말 '목호의 난' 진행 과정에서도 목호 측과 고려 진압군 측 모두 명목상 탐라의 지배자인 탐라 성주를 회유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조선 태종 시기에 탐라국은 그간 고씨와 양씨가 세습한 탐라의 성주 및 왕자의 명칭을 조선 조정에 반납했고, 제주도로 명칭이 바뀜과 동시에 조선의 행정구역에 온전히 편입되었다. 영화는 이러한 관계의 변화를 고려의 보물을 찾아주는 대가로 태종 이방원에게 탐라국의 왕을 요구한 부흥수 모험의 성공 여부와 연관시키면서 부흥수라는 캐릭터와 전체적인 전개에 무게감을 불어넣는다. 이는 고려-조선 교체기가 안정되어 가는 과정을 영리하게 각색한 또 하나의 예시라 할 수 있다.
다만 상술한 변화 내용을 <해적: 도깨비 깃발>이 적절히 부각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이 문제가 전편의 단점이 개선되지 않은 결과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욱 크다. 우선 완성도와 대중성 중 후자를 선택한 결과 <해적 2>에는 전반적인 이야기를 뒷받침할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이는 배우의 <런닝맨>에서의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해 유머를 전담한 '막이(이광수)'에 비해 눈에 띄게 적은 부흥수의 분량만 봐도 알 수 있다. 작중 부흥수가 탐라국의 왕위를 요구하는 이유나 당위성 등이 암시될 뿐 명시적으로 제시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타율 좋은 유머로 잡은 대중성마저 더 많은 잠재력을 희생시킨 결과물처럼 보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영화가 전체적으로 익숙한 형식과 장면들로 무장했다 보니 변화를 준 대목이 진부함에 가려지는 문제도 있다. 일부 주인공의 성별이 바뀐 것을 제외하면 1편과 2편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담당하고 있는 역할이 거의 일 대 일로 똑같이 일치한다. 산적이었던 이들이 천신만고 끝에 해적에 합류하고, 하나 된 일행이 벽란도를 거쳐 본격적으로 모험에 나서는 등의 전반적인 흐름도 천편일률적이다. 이에 더해 거대한 물회오리를 뛰어난 선장의 역량으로 돌파하는 것이나 물에 잠긴 배가 솟구치는 것 등은 <캐리비안의 해적>과의 유사성이 두드러지는 대목으로, 시각에 따라 재해석 또는 빈약한 상상력의 현현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보물을 찾기 위해 또 다른 힌트를 먼저 찾아야 하는 식의 스토리는 새로운 캐릭터들에게 감정을 이입할 여지조차 주지 않을 정도로 과하게 빠른 영화 템포와 편집을 만나 영화의 이해를 어렵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적: 도깨비 깃발>은 싫어할 수 없는 영화다. 한국의 <캐리비안의 해적>을 표방하는 시리즈답게 액션 영화와 어드벤져물로서의 정체성이 확실해서 보는 재미만큼은 보장하기 때문이다. 액션의 경우 <300> 시리즈나 <안시성>에서 보았던 것처럼 슬로모션과 패스트 모션을 오가는 편집을 통해 맨몸 격투나 결투 장면의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또한 전편과 달리 바다와 섬의 비중을 늘려서 '해적'이라는 콘셉트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대 이상의 재미를 주기도 한다. 일례로 덱스터 스튜디오의 CG 작업을 통해 탄생한 바다의 용을 연상케 하는 불기둥, 급작스럽게 폭풍우가 내려치는 번개섬 등에서 사투를 펼치는 해적선과 선원들의 모습은 단지 고질적인 음향 문제가 발목을 잡을 뿐, 충분히 훌륭한 스펙터클이다.
이에 더해 전편의 주인공들과 비교당할 수 있었던 새로운 캐릭터들을 '지도자'라는 하나의 주제로 묶어내면서 극의 중심을 확실하게 잡은 선택 역시 영리했다. 해적단의 단장인 해랑과 의적단의 두목인 무치가 한 배에 타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만큼, 자연히 영화는 누가 해적선의 리더가 될 것인지를 다룰 수밖에 없다. 이때 영화는 세부적인 플롯들을 통해 지도자의 자격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죽을 수 있는 위기에서도 부하들을 포기하지 않는 해랑과 그녀를 마지막까지 따르는 해적들의 끈끈한 우애는 리더로서의 포용성을 강조한다. 또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도덕성과 인간성은 과거 고려군 소속으로 상사와 부하였던 무치와 부흥수 간 갈등과 두 리더의 차이를 부각할 기회가 된다. 심지어 늘 무시당하는 말단 부하였던 막이가 해적왕이 되는 과정은 다소 과할 수도 있었던 영화의 유머마저 지도자의 자질과 자연스럽게 이어 붙여 준다.
사실 설 명절을 앞두고 개봉하는 <해적: 도깨비 깃발>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작품이었다. 흥행은 성공적이었으나 호불호가 갈렸던 전편의 평가는 속편의 안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심지어 출연진이 전부 바뀌어 이야기의 연속성이 사라진 만큼 시리즈의 후광을 기대하기 힘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만나 본 <해적: 도깨비 깃발>은 충분히 기대 이상이라 할 만한 작품이었다. 여전히 완성도는 부족했지만, 장르 영화다운 쾌감을 즐기지 못할 장애물처럼 느껴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또 전편의 실수까지도 역이용해 시리즈로서의 연결성을 확보하며 색다른 재미와 감상 포인트를 선사하는 데 성공한 점 역시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해적: 도깨비 깃발>은 준수한 장르영화로서 오락의, 오락에 의한, 오락을 위한 출항 준비를 모두 끝마친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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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cceptable, 무난함)
전편으로부터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린 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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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 부모를 그렇게 만든 세상 얼굴이 보고싶다
항상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기사들이 있다. 괴롭힘에 관한 이야기다. 내 아이폰으로 쓱 기사를 읽는다. 그러면 분노한다. 이런 악마들이 있을 수 있나. 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나. 이 때문인지 나쁜 놈들은 가지각색으로 다양하다. 비슷한 일들은 계속해서 일어나는데 어째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다. 굳이 막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그 사람 계정에 악플 다는 일을 하지는 않아도 속으로 그 사람들에게 '이런 놈이 다 있나' 싶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다. 그게 누구랑 다투거나 했던 일이지 한 명 잡아서 줘 패거나 장난감이 된 것 마냥 개 목줄을 채우는 일은 한 적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할 일 없지 않을까. 나 역시 그런 부조리를 겪으며 느낀 건 사람 쉽게 손가락질하다가는 내가 그거보다 3억 배는 더한 쓰레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일이다.
뭐 이런 마음가짐이 충분히 좋은 것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마음대로 되는 게 인생이 아니다. 내가 의도한 게 딱 딱 맞아 떨이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으면 두려운 게 뭘까 생각했다. 괴롭힘을 당하는 것. 뭐 이거 당연히 무섭다. 내가 살아온 경험상 이런 부조리한 일을 겪으면 단적으로 쨘하고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피해의식이 되어 사람에게 쌓이게 된다. 또 혼자 다니게 되니까 사회성이 떨어져 '별난 놈'으로 욕먹기 딱 좋다. 이렇게 괴롭힘이 사람에게 주는 악영향도 무섭지만 사실 그거보다 더 두려운 건 가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내 아들, 딸이 누구 한 명의 인격을 반 죽여놓는다. 이걸 알고 나서의 죄책감을 생각하면 나 자신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그만큼 내가 애들을 잘 못 키웠다는 뜻도 될 테니 나라는 사람에게 낙제점을 주는 거랑 크게 다르지 않을까 싶다. 뭐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세상이고 아직 결혼하면 멀었으니 난 늘 하던 것처럼 글을 쓰기로 한다. 한 명문 국제중학교에서 학교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이 학교로 가보자.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 일어났다
한 국제중학교의 기간제 교사 정욱에게 편지가 날아왔다. 기존 담임선생님의 임신으로 인해 기간제 교사였던 정욱. 신경 쓰지 못한 곳 너머에서 사건이 터졌다. 착한 학생이었던 건우. 건우는 유서를 쓰고 바다에 투신했다. 다행히 세상을 떠나기 전에 건우를 발견한다.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에 입원한 건우. 다행히 학교는 난리가 났다. 누가 봐도 돈 많은 학교와 학생들. 유서의 내용에는 따돌림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나와있다. 외적으로 난리가 나면 큰일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의 부모가 학교로 하나, 둘씩 모여든다. 첫 번째 가해자는 강한결이다. 아버지 혼자서 왔다. 아마 어머니는 이혼하고 안 계신 것 같다. 한결이의 아버지는 접견 전문 변호사다. 두 번째 가해자 도윤재의 아버지 도지열. 잘 나가는 병원의 병원장이라고 한다. 이 사람은 왠지 싹수가 없다. 다른 부모는 정선생이다. 세 번째 가해자 정이든의 아버지라고 한다. 이 사람은 정욱의 동료다. 학생주임 겸 수학 선생님이라고 한다. 다른 부모는 할아버지-할머니다. 전직 경찰청장이었던 박무택. 어머니-아버지 두 분 다 안 계시기 때문에 박규범을 둘이서 키웠다. 네 부모의 통성명이 끝난다. 기간제 교사였던 정욱은 네 부모들에게 왜 이곳에 초대했는지를 밝힌다. 그러니까, 그게 그렇게 됐는데요.
애써 부인하기 시작하는 부모들. 천천히 학교를 압박하기 시작한다. 건우가 썼던 유서부터 시작해 학교폭력의 증거가 될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손에 넣기 시작한다. 그리고 하나둘씩 관련 자료들을 없애기 시작한다. 병원장-변호- 경찰청장 - 교사라는 직업적인 위치와 재력을 바탕으로 네 부모들은 건우와 가해자 간에 있던 일들을 없던 일로 만들어버린다. 이때 일어나는 계급차에 의한 부조리들이 이 영화의 소재라고 볼 수 있다.
선명하게 돋보이는 계급 차이
영화는 두 가지 소재를 바탕으로 전개한다. 첫 번째는 학교폭력이다. 학교폭력이라는 소재를 보여주기 위해 두 가지를 포커스에 맞춘다. 첫 번째는 학교폭력의 원인이다. 이 학교폭력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배경 묘사가 영화 곳곳에 돋보인다. 이 원인 중 가장 큰 부분은 역시 부모의 인성문제가 될 수 있다. '얘들이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악마 같은 일을 하지?'라는 개연성을 네 부모의 성격 묘사를 통해 해결한다. 이를 반영하는 사소한 디테일도 있다. 좀 넓어 보이는 노래방이나, 건우 모의 직장이나, 드론, 맥북, 수영장, 학교의 위치 같은 소재들이 '과연 돈이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주기 충분하다. 뭐 국제중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니 만큼 돈 많은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소재들이 하나하나씩 기능하며 계급과는 무관한 폭력 구조를 묘사한다.
두 번째는 계급 차이다. 이 영화에서 계급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학교폭력 가해자 쪽의 상위계층과 건우 모, 정욱의 서민 계층이다. 영화는 이 계층에서 오는 차이를 너무 잘 알아서 깨알같이 활용하기까지 한다. 가령 정욱이 기간제 교사라는 것을 활용한다. 그래서 단순히 계약 상으로 더 나은 조건만 제시하는 게 아니다. 학생들이 정욱을 대하는 방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이 부분까지 영화는 철저히 악용하며 시스템의 모순점을 꼬집는다. 단순히 애들의 인성문제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돈이라는 소재도 극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영화에서 주요한 증거 몇 개는 돈을 이용해서 찍어 눌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보다 무서운 게 바로 중2
또 이 영화에서 중요했던 것은 사춘기 묘사다. 내 사춘기 때도 그랬지만 10대는 부모들이 모르는 것들이 많다. 그런 일들을 겪고 있는걸 입 밖에 꺼내서 누구에게 전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일단 부모를 신뢰하지 않기도 한다. 영화는 이런 사춘기 특유의 왔다 갔다 오락가락을 극의 주요한 소재로 담아놨다. 이게 극의 종반부까지 주요하게 작동하며 극의 탄력성을 부여했다.
짜장면 면발을 짬뽕에 찍어먹기
그런데 적당히만 탄력이 있었으면 좋았을 걸, 영화 끝까지 보고 나서 굳이? 싶은 부분이 든다. 극의 단점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는 지점이기도 한데 너무 영화에 장르적인 특성을 넣으려고 했던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수위? 살짝 과한 것도 맞다. 그러나 이 부분 말고도 스릴러-미스터리적인 코드를 과하게 욱여넣어 좀 설명이 과해진 느낌이다. 어느 부분은 좀 덜 친절해도 될 걸 쓸데없는 설명을 많이 넣은 느낌이다. 그리고 계급 차이에 대해 묘사를 잠깐만 하면 되는데, 정욱의 직업에서 섬세한 힘이 부족했던 지점도 있다. 국제중학교 한국사 선생님을 그냥 아무 근거 없이 서류만 딸랑 내서 뽑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그런 게 아니더라도 다른 학교에 선생님으로 취업할 수 있는 거 아닐까 싶은 것이다. 그러니까 시스템의 나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개연성이 깔아뭉개져진 느낌이다. 국제중학교 기간제 교사도 아무나 뽑을 것 같지 않은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테니 말이다 이렇게 너무 정욱의 처지에 대한 묘사가 부정적인 모습만 극에서 보여주니 개연성의 함정이 없다고는 말 못 할 것 같다. 이 작품이 잘 만든 것도 맞고 현재 한국사회의 단면을 드러낸 것도 사실이나 추천하긴 좀 어려운 두 가지 이유 중 하나다. 김지훈 감독이 극본을 한번 더 검토했으면 더 깔끔했을 느낌?
과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면서 먼저 드는 생각은 폭력에 대한 묘사였다. 주먹으로 잡아서 몇 대 때리는 수준이 아니다. 견우에게 성적으로, 물리적으로 모욕감을 주는 장면이 몇 번 묘사된다. 이거 솔직히 과하다. 가해자들의 악마성을 드러내는 생각까지야 좋은데 지나치게 디테일한 구석이 있다. 굳이 이런 방식으로 할 필요가 있었을까? 같은 느낌? 욕설도 지나치게 저급해서 인상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이 '과하다'라는 느낌이 들자마자 바로 기사를 찾아봤다. 영화는 실제 학교폭력 자살사건을 베이스로 삼았다. 2011년 대구 학교폭력 피해자 자살사건부터 2018년 경남 거제에서 있었던 '개 목줄 학교폭력'까지 각본 전체적으로 실제 에피소드를 본떠온 느낌이 몇 개 있다. 그래서 내가 이걸 '과하다'라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다. 분명히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럼 현실이 이거보다 더 잔인할 텐데 그럼 과한 게 맞을까? 나 역시 이런 괴롭힘의 기억이 있어서인지 어느 게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답인지 모르겠다. 그냥 이에 같이 분노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 영화가 좋은 작품이긴 해도 추천하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다. 판단은 관객이 될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두기로 한다.
자주 좀 봅시다
일단 주조 연진에 설경구-천우희-문소리-고창석-오달수 배우가 있다. <박하사탕>을 정말 좋아하는 나. 두 배우가 자주 나오는 장면을 살짝 기대했지만 그렇게까지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래도 설경구 배우의 97퍼센트는 이기적이고 3퍼센트는 인간적인 연기는 칭찬받을만하다. 올해 <킹메이커>, <야차>까지 소같이 일하는 이 배우가 이번 청룡영화상에서도 이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 문소리 배우는 뭔가 비중이 적은 듯 하지만 무게감 있는 역할을 잘 해냈다. 또 내가 좋아하는 천우희 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돈이 없어) <앵커>를 보지 않았던 나. 드라마도 안 봐서 극장에서 천우희 배우를 보는 게 되게 오랜만이다. 그래서 천우희 배우의 시나리오가 좀 좋은 것들이었으면 좋겠다. 나름 우리나라 톱스타 아닌가? 이름값에 비해 뭔가 부진해 보이는 느낌이 들어 요즘 좀 싸한 감이 있다. 우리나라 영화판이 인재가 없다 해도 은근히 좋은 예술가들이 적지 않다. 극장에서 좋은 작품으로 자주 봤으면 좋겠다. 이 외에 고창석 배우도 인물을 좀 입체적으로 쓰면 좋았을 걸 하는 부분이 있다. 부모이기 전에 교사인데 너무 일면적인 부분만 묘사했다는 느낌이 충분했다. 이는 김홍파 배우가 맡았던 조부 역할 같은 느낌을 기대할 수 있을 텐데, 인간 군상을 보여주다가 만 느낌이라 배우의 매력이 좀 묻혔다. 이 디테일은 영화의 스포일러가 돼서 뭐 쓸 수는 없겠지만 고창석 배우의 호연을 기대하는 분들이라면 좀 실망할 수도 있다. 아, 아까 썼던 김홍파 배우는 입체적인 역할을 잘 해냈다. 이 인물이 살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개성을 죽이기는 했지만 다면적인 사람의 내면을 묘사하는 것 자체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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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냥감이 되거나 사냥꾼이거나 둘 다 아니거나
굉장히 오래전 일이다. KBS의 <해피 투게더>에 나와서 모 래퍼가 어떤 분에게 랩을 한다. "인생의 진리지!" 이 한 줄은 많은 커뮤니티를 오고 가며 밈이 된다. 약간 모든 게 완벽한 너. 너는 인생의 진리지!라는 식의 가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랩을 했던 사람이 자기 계발에 진심인 분이었어서 그 분 특유의 오그라드는 감성과 잘 맞았다.이 깔끔한 캐릭터성은 지금 봐도 웃긴 코미디 소스다. 그런데 코미디는 코미디고 완벽한 건 참 부러운 일이다. 비단 나만 해도 머리가 안 좋고 키가 작다. 그리고 소심하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과는 머리가 먼 느낌이다. 나도 다 잘하는 사람이고 싶다. 노력은 하는데 이상과 현실이 괴리가 있는 느낌.. 하하..
이정재 배우 역시 찾아보면 단점이 있을 것이다. 그의 인생사가 편하게만 전개되지는 않은 것 같긴 하다. 도덕적으로 비난받았던 적도 있으니 지금까지도 유효한 비판일 거라 생각한다. 근데 이 이정재 배우는 작년 <오징어 게임>을 필두로 중년 운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관상>으로 재기의 시발탄을 쏘아 올리면서 그의 커리어가 다시 시작됐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포스 있는 액션 연기로 무비스타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했다. 그다음 작은 <오징어 게임>이었다. 국제적으로 가장 흥한 드라마인 이 작품. 미국의 어느 에이전시와 계약했고 마블과의 링크도 뜨고 있는 건 정말 신기하다. 엥? 더 잘 될 수가 있나? 우리나라에선 이미 탑스타가 된 이정재 배우. 이 이정재 배우가 연출에 도전한다. 그리고 엄청 성공적인 것 같다. 웰메이드 스릴러 한 편이 등장했다. <헤어질 결심>과 <소설가의 영화>에 이은 올해 한국영화의 발견이 되지 않을까 싶다. <헌트>다.
복잡한 1983년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킨 지 4년이 지났다. 1983년 워싱턴. 두 안기부 차장이 대통령을 엄호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원래 대통령이 오기로 했던 건물 밖에는 성난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 어수선한 건물 밖 분위기. 건물 위층에는 CIA 인사와 안기부 부장 강 부장이 시민들을 바라보고 있다. 과열되는 시위. 하지만 대통령이 워싱턴에 도착하는 일정에 차질은 없다. 그런데 CIA에서 연락이 왔다. 대통령을 노리는 저격수가 있다는 소식이다. 어디에? 안기부 국내팀/국외팀 차장 박평호와 김정도는 무장하고 건물 내부로 들어간다. 건물 안에 모든 신경이 집중됐다. 긴박한 지금. CIA와 안기부는 테러범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런데 임무 도중 박평호가 인질로 잡히게 된다. 고민하는 안기부. 그렇게 전전긍긍하던 때 김정도는 테러 용의자를 사살한다.
뭔가 안 맞는 것 같은 둘. 사실 테러범을 생포해 배후에 누가 있는지 조사하고 싶었지만 김정도가 가차 없이 사살했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긴 어렵게 됐다. 김정도의 발령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호흡이 영 안 맞는 둘. 두 사람이 이끄는 안기부에 제보 하나가 들어왔다. 안기부 안에 북한과 내통하는 스파이가 있다는 소식이다. 이름은 동림. 이 스파이가 주요 정보들을 그동안 북측에 정보를 제공했던 것으로 보인다. 스파이를 놔둔다는 것은 한국의 안보에 거대한 구멍을 만드는 셈이 됐다.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동림. 안기부의 윗동네가 아니라면 유출이 안 될 정보들이 퍼지고 있다. 과연 동림의 정체는 누구일까? 두 남자는 처절하게 대립하며 스파이의 정체를 점점 알게 된다.
독보적인 느낌
우리가 아주 잘 아는 이정재 배우의 감독 데뷔작이다. 이정재 감독은 보통 배우로 유명하다. 작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징어 게임>이 그의 대표작이다. 드라마로 국제적인 인기를 끌기 이전에 사실 충무로에서 굵직하게 이름을 날리던 게 이정재 배우였다. <도둑들> <암살>로 천만배우 주조연도 해보고 <관상>의 수양대군이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레이, <신세계>의 이자성 역으로 개성 강한 역할을 많이 맡았다. 특히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레이 역이 아주 인상 깊었다. 그 처음 등장할 때 ‘그것이 나의 방식이야’하던 장면을 글쓴이는 아주 좋아한다. 그러나 정말 이정재 배우의 팬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닌 건 아닌 것이다. 뭔가 스타성이 강하지 예술가적 창의성이 뛰어나다고는 생각 안 해봤다. 맡는 역할도 왠지 제한된 느낌?
그러나 이 영화는 그동안의 영화를 봤던 분들에게 '이런 면도 있었구나' 놀라게 하기 충분하다. 이 신인 감독의 연출기법은 어디에서도 본 적 없었다. 일단 이 영화는 세 작품과 비슷하다. <원스 어픈 어 타임 할리우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공작>이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그 역사를 살짝 비틀었다는 것이 아마 세 작품과의 유사점이 될 것이다. 근데 유사점을 떠나 세 작품과 비슷하면서도 결이 살짝 다른 느낌이다. <원스 어픈 어 타임 할리우드>보단 어둡고 빠르게,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첩보물의 형태를 가져왔지만 주인공의 입장 처지가 완벽하게 다르다는 것, <공작>과도 비슷하지만 더 처절하고 끈적끈적하다는 지점이 세 영화와 같지만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액션신 연출 방식이 여태까지 나왔던 다른 장르물과 다르다. 이 <헌트>에서의 액션신은 분출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시퀀스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박평호와 김정도가 내면에 품고 있는 특정한 감정으로 영화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 짜여있다. 가령 첫 번째 도입부를 보면 그렇다. 김정도는 그냥 사살하는데 박평호는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인물 간의 입장 차이를 위해 장면 장면을 넣은 것이다. 또 하이라이트 신에서의 총격전은 어수선하고 난잡하면서도 장르적인 특성과 하고 싶었던 말을 분명하게 삽입했다. 불필요한 장면 삽입 없이 시퀀스를 경제적으로 활용한 이정재 감독의 뚝심이 돋보였다.
이렇게 이야기와 드라마 사이를 잘 조절해서 빠르게 전개하다 보니 보는데 이물감이 없다. 굉장히 빠른 이야기 전개에 변박을 부여해서 정서와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까지 한다. 또한 이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은 인물 간의 차이점을 부각하는 연출에도 유효한다. 극 중 김정도와 박평호는 비슷한 점이 많다. 같은 안기부 차장이라는 점, 부하 직원이 있다는 점, 또 뭔가 약점이 있다는 점 이런 것들에서 비슷하다. 이렇게 비슷한 게 두드러지도록 잘 짜여있기 때문에 엔딩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구멍이 없다.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하면 '아 이래서 그랬겠구나'이해가 쉬울 것이다. 일부러 두 사람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목표로 둔 게 아니라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는 이유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기 때문에'로 만들었기 때문에 하이라이트 신의 쾌감이 잘 느껴진다. 이런 방식은 어디에서도 못 봤다. 신인 감독의 독창성이 그대로 묻어 나온 영화였다.
엄청난 퍼포먼스
이정재와 정우성은 충무로의 큰 이름들 중 하나다. 그만큼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했다는 뜻이다. 이에 호응하게 둘의 인맥은 넓은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정재 배우의 '방위 시절'에 만났던 유재석,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 이미 모델로 월드클래스였던 정호연 배우, 송강호 배우 등 충무로 마당발 중 하나가 이 영화의 감독이다. 마찬가지로 정우성 배우 역시 곽도원 배우나 주지훈, 전도연 배우 등등 청담동 부부는 덕을 잘 쌓았는지 인맥이 넓다. 이를 보여주듯 이 영화에선 씬스틸러들이 잘 나온다. 그리고 이 씬 스틸러 중 몇몇 배우는 물리적인 분량이 짧아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일단 어떤 카메오들은 잠깐 샤샥하고 스쳐 지나간다. 초중반부쯤 총격전 신에서 양 갈래로 나뉜 국정원 요원들의 얼굴을 잘 확인해보시면 누가 나왔는지 파악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상기했던 '엄청나게 중요한 카메오'에 대한 이야기다. 네 배우다. 일단 ~장 전문 배우 송영창 배우는 극에 보이는 대로 이해해도 뭐 큰 스포일러가 아니다. 중요하긴 하지만 이 배우의 출연 사실만으로도 반전이 있거나 이러지는 않다. 나머지 세 배우다. 이 세 배우중 두 사라는 주체적인 연기를 잘 소화했다. '주체적인 연기'라고 하는 것은 인물이 수동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인물의 처지를 결정짓는다는 이야기다. 회사 대표로 나왔거나 안기부 요원 중 한 사람으로 나온 두 사람은 자기 몫을 충분히 잘 해냈다. 극 중 인물들이 '이래서 이렇게 행동했다'를 설명하기 위해 굉장히 중요했던 두 사람은 눈빛과 표정으로도 그 개연성을 성립시킨다. 아. 세 신스틸러 중 나머지 한 배우가 있다. 이 배우에 대해서는 어떤 역을 맡았는지 서술하지 않겠다. 이 배우는 극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그리고 등장하자마자 천재성을 선보이며 극의 휘발유를 부었다. 이 인물이 이야기 전개에서 핵심이 되는 두 번째 발화점이라는 점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압도적인 긴장감을 조였다가 푸는 광기 어린 퍼포먼스를 소화해낸다. 금세 이 배우가 출연했던 다른 영화들이 떠오를 것이다.
아. 카메오들이 아니더라도 전체적으로 디렉팅이 깔끔했다는 느낌이 든다. 전혜진 - 허성태 배우는 박평호 - 김정도의 곁에서 조수 같은 역할을 한다. 이 두 배우는 성격이 극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전혜진 배우가 맡은 방주경 역은 비교적 덜 감정적이면서 여유가 있다. 이 여유가 있는 일처리 방식은 주요하게 작동한다. 또 허성태 배우가 맡은 장철성 역은 들끓어 오르는 인물이다. 이 인물의 내면 역시 극에서 중요하게 작동되며 이야기에 영향을 끼친다. 두 배우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두 남자에게 신뢰관계를 형성하며 안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임무가 있었다. 두 배우가 워낙 경험이 많아서인지 이 두 과제를 잘 이해하고 수행한 듯 보인다. 둘 다 정말 좋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또 정우성 배우는 이 영화에서 경력의 최고점을 찍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난 이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이를 보여주듯 불안에 떠는 내면과 많은 임무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드러냈다. 김정도와 박평호에게 중요했던 것은 거리감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두 사람 사이에도 그게 느껴져야 하고 관객들 입장에서도 멀리 떨어져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글쓴이는 두 인물이 어떤 사람인가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정재 배우는 뭐 본인이 감독이니만큼 극의 배경이자 설정이 되는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또 고윤정 배우와 임성재 배우가 기억에 남는다. 임성재 배우가 어떤 역을 맡는지는 스포일러가 될 것이다. 그런데 난 이 배우가 좀 잘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어딜 갖다 놔도 어울리는 비주얼과 연기를 보여준다. <언프레임드>에서 찌질한 느낌도 잘 살리고 이런 역도 잘하는 거 보면 연극 판에 오래 있던 분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다. 뭐 지금 제일 인기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도 나온다고 하던데 잘 되셨으면 좋겠다. 또 고윤정 배우는 이름만 몇 번 들어보고 실제로는 처음 본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이 배우 역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정재 감독이 좋은 원석을 잘 섭외했다.
알고 가면 더 효과적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그리고 실제 인물에서 모티브를 따기도 했다. 일단 전두환 누군지 모르는 사람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10.26 사태로 박정희가 암살당하고 12.12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독재자다. 1980년 광주를 위시한 수많은 학생운동을 탄압하며 많은 분들을 희생시킨 인물이다.
다음 두, 세 번째는 '장영자 사기사건'과 '이웅평 대위 귀순 사건'이다. 일단 전자. 장영자 사기사건은 1980년대 초반 장영자라는 인물이 전직 안기부 요원이었던 이철희와 함께 도합 6천억 원가량의 어음사기를 벌인 일이다. 이 사건으로 관련된 5 공화국 인물이 많이 구속됐다. 이 사건이 극에서 어떤 사건으로 치환된다. 그리고 후자 이웅평 대위 귀순 사건 역시 극에서 나름 중요하다. 북한의 공군이었던 이웅평 대위가 자기가 소유하고 있던 제트기와 함께 남한으로 무작정 투항한 사건이 이 일이다. 1983년 이 일이 있고 나서 남북관계가 불안정했다고 전해진다. 다음은 고문기술자 이근안 씨다. 이근안은 5공화국 당시 유명했던 고문기술자다. 주로 심문하는 사람들에게 팔을 꺾거나 사람을 통닦처럼 묶어 고문을 하는 등 현재까지도 많은 영화에서 사용한 방식 몇 개를 이근안이 고안해냈다고도 한다. 이 이근안이 암시되는 부분이 몇 가지 있다. 다음은 조총련이다. 간단하다. 북한의 사회혁명 단체다.
또 가장 중요한 아웅 산 묘소 테러사건이다. 전두환 정권은 1983년 아시아를 순방 중이었다. 이때 미얀마를 방문해 이 나라의 민주투사들에게 참배하는 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당시 북한군은 폭탄을 설치해 아웅 산 묘소에 있던 13명의 정부 관료를 사살했다. 전두환을 목표로 한 테러였지만 주요 행정부 관료가 사망했기 때문에 5공이 무너지진 않았지만 엄청난 치명타를 가한 셈이 됐다. 전두환은 묘소에 도착하기 이전에 차가 고장 나서 수리하는 바람에 도착이 지연됐다. 이 일은 전 대통령에게 행운으로 돌아왔다. 이 덕에 전두환 대통령은 생존해서 1987년까지 정권을 이끌게 된다.
여름 극장가의 승자가 될 듯
한 3주 지났다. <외계+인> 1부로 시작한 여름 빅 4 레이스가 <헌트>를 끝으로 마무리가 됐다. 개인적으로는 이 <헌트>가 최종 승리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2부를 위한 준비물이었던 <외계+인>, 깔끔하지는 않았던 <한산>,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비상선언>은 뭔가 아쉬운 지점이 있다. 그런데 이 <헌트>는 강강강의 템포가 강점으로 발휘돼서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스릴러 장르영화로서 훌륭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뭔가 오그라드는 느낌도 없고 위험한 지점도 없으며 결과를 이미 알고 있지도 않는 좋은 영화다. 한국의 현대사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가장 티켓값을 할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현대사를 소재로 한 영화 중 높은 순위권에 안착할 작품이 나타났다.
총성으로 되묻다
우리나라는 참 상처가 많은 역사를 갖고 있다. 전쟁 이후 70여 년 동안 독재자 세 명이 등장한 탓에 많은 분의 희생을 감내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영화화될 소재가 많아졌다. 그리고 이 <헌트>도 이를 반영한 영화이기도 하다. 이 <헌트>는 사실 관객에게 질문하는 영화다. '동림'이 누구라고 생각해? 와한 문장이 더 있다. 후반부에 주요 등장인물의 입에서 나오기도 하고, 여러분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잘 짜인 장르적 특색이 메시지와도 이어지는 수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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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4」리뷰 | 그래서 MODAL 101 은 무슨 뜻일까? | 매트릭스 리저렉션 리뷰 모달101 | 매트릭스4 영화리뷰 | 매트릭스4 해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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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1 오프닝 초반 장면 리뷰
+ 모달 MODAL 101 / 그 외의 상징 해석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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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 메인 예고편
해가 저물면 골목 구석구석에 전동 흴체어 소리가 울린다. 나영은 매일 밤낮으로 고양이들의 밥을 챙기는 ‘캣맘’이다. 선천적인 장애와 악화되는 병세로 그는 자신의 끼니도 챙기기 버겁다. 사람들은 그를 나무라지만 권나영은 꿋꿋이 길고양이를 돌보며 살아간다. 가장 낮은 곳에서 길고양이의 동반자를 자처한 그의 삶을 따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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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플라워 킬링 문> 메인 예고편
올 가을, 가장 강렬한 만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로버트 드니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