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3-17 01:16:15
[#톺아보기] 손예진 배우 출연작 파헤쳐 보기!!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아내가 결혼했다>
안녕하세요!
영화/OTT 큐레이션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현재 방영 중인 '서른, 아홉'에서
차미조를 연기한 '손예진' 배우를 톺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배우 손예진은 데뷔와 동시에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오르며 충무로의 대표 배우가 됐습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배우 손예진을 "2000년대 한국 영화가 낳은 압도적 대형 톱스타"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는데요.
배우 손예진은 데뷔 이후 거의 매년 작품을 찍으며 본업에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배우는 팬들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이야기하며
팬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로맨스, 코믹, 스릴러 등 장르를 불문하고 뛰어난 소화력을 보여주는
배우 손예진!
그럼 지금부터 배우 손예진 #톺아보기 시작하겠습니다!
이름 | 손예진 (孫藝珍)
출생 | 1982년 1월 11일
소속사 |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데뷔 | CF '꽃을 든 남자' (1999)
별명 | 소예진, 예진핸드, 존예진 등
배우 '손예진' 데뷔 과정
배우 손예진은 연기를 통해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고 싶어
중학교 때부터 배우의 꿈을 꾸게 되었다고 합니다.
2001년 MBC 드라마 <맛있는 청혼>에서 첫 주연을 맡았고,
시청률이 30%가 넘으면서 대중들에게 인지도를 쌓았습니다.
그리고 손예진 배우의 빼놓을 수 없는 '포카리스웨트' 광고도 2001년에 찍었는데요.
역대 모델 중 최초로 2년 연속 재계약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영화와 드라마 모두 꾸준한 연기 활동을 하면서
연기력도 인정받고, 다양한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배우 '손예진'의 대표작
클래식
지혜/주희 역
우연히 엄마의 젊은 시절 편지와 일기장을 발견한 지혜.
엄마의 첫사랑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편지와 일기장을 보면서
지혜는 엄마의 클래식한 사랑을 조금씩 알게 된다.
손예진은 국회의원 딸인 주희, 그리고 주희의 딸인
대학생인 지혜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김수진 역
건망증이 심한 수진은 그 건망증 덕에 운명처럼 철수를 만나 결혼한다.
철수는 날로 심해지는 수진의 건망증에 그녀와 병원에 가고,
그녀가 병을 앓고 있음을 알게 된다.
손예진은 LG패션 남성복 팀장이자, 건망증 앓고 있는
'김수진'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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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김수진 역
한 사람만 사랑할 자신이 없다는 인아를 독점하기 위해 덕훈은 그녀와 결혼하지만,
사랑하는 남자가 새로 생겼다는 그녀는 그 사람과도 결혼하겠다고 제안한다.
손예진은 '비독점적 다자연애'인 폴리아모리를 추구하는
'주인아'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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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바다로 간 산적
여월 역
옥새를 삼킨 고래를 사냥하러 조선의 도적들이 모였다.
누명을 쓴 도적, 바다는 처음인 산적, 그리고 건국의 위기에 봉착한 개국 세력 간의
웃지 못할 싸움이 벌어진다.
손예진은 아름다운 미모와 강인한 카리스마는 물론
화려한 검술 실력까지 겸비해 조선 바다를 제압한 해적단 여두목
'여월'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시즌
덕혜옹주
덕혜옹주 역
고종황제의 외동딸 덕혜옹주는 일제에 의해
13세의 어린 나이에 강제로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그 후, 고국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던 덕혜옹주에게 어린 시절 친구 장한이 나타난다.
손예진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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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러 갑니다
수아 역
수아는 우진에게 비가 오는 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1년 뒤 어느 여름날, 이전과 다름없는 모습의 수아가 나타난다.
하지만 수아는 우진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손예진은 기억을 잃은 채 다시 돌아온
'수아'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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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하채윤 역
국제 범죄조직의 무기 밀매업자 민태구는 태국에서 한국 경찰과
기자를 납치하고 협상가 채윤을 협상 상대로 지목한다.
남은 시간 12시간, 목숨을 건 일생일대의 협상이 시작된다.
손예진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는 최고의 협상가
'하채윤'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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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불시착
윤세리 역
어느 날 돌풍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와
그녀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하게 되는 특급 장교 리정혁의
절대 극비 러브스토리를 그린 드라마
손예진은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가 2남 1녀 중 막내딸이자
세리스 초이스의 대표,
'윤세리'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이상으로 배우 '손예진' #톺아보기 시간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손예진 배우가 참여한 작품은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현재 방영 중인 <서른, 아홉>에 주연 배우로 출연 중인데
이 드라마도 추천드립니다!
그럼 오늘도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 되었기를 바라며
다음 주에도 톺아보기 콘텐츠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안녕٩( ᐛ )و
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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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에 당위성을 부여하지 못하면 스토리는 무너진다
📽️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 (2025)
감독: 백승환
출연: 신승호, 한지은, 박명훈, 전소민 외
세상에는 두 가지의 영화가 있다. 무언가를 전하기 위한 영화와 이야기를 내뱉기 위해 도구로 선택받은 영화.
이 영화는 철저하게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도구로 선택되었다. 감독의 일기장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 영화는 감독의 공상과 꿈일기처럼 꿈 속 무개연성을 그대로 옮겨적은 듯한 모양새였다.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신과 관련된 영화이고, 이러한 류의 영화는 대부분 사이비와 연관시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사이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테리 영화다. 그런데 나는 영화를 보고 사이비 미스터리 영화들과는 확연히 결이 다른 영화라는 감상을 받았다.
희안한 건, 스토리적 서사가 특출나서 결이 다르다고 느낀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스토리적 공백이 너무 두드러져서 결이 다르다고 느꼈단 것이다.
이 영화의 문제점은 셀 수도 없이 많지만, 가장 큰 문제는 주인공부터 이율배반적 서사를 가진다는 것이다.
신부가 자신의 어머니를 죽였다는 고해성사를 듣고 사이비를 쫓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비밀을 엄수할지 말 것인지를 두고 고뇌를 거치는 과정도 없이 손쉽게 직업적 윤리를 저버린다.
아무렇지도 않게 직업적 윤리를 저버리는 신부라니, 그것이야말로 신성모독이 아닌가?
후반부 백수연과 그 남편이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장면에서도 정도운은 직업적 윤리를 저버린다. 아니, 윤리성 자체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서있다.
살인이 벌어지는 순간까지 손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가 진정으로 신학을 공부해온 신자가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우리는 정도운을 어떤 유형의 인간으로 구분해야 하는가. 그가 복수에 미쳐 살았던 사람이라면 그에 맞는 서사가 드러났어야 하고, 그가 분노를 종교로써 다스릴 수 있었던 사람이라면 그러한 상황에서 신에게 물음을 구했어야 옳다.
그러나 우리는 기타 인물들을 차치하고 정작 주인공인 정도운의 서사마저 알지 못하니 스토리 속 그의 선택에 의문만 남을 뿐이었다.
자식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목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전생교. 영화 스토리를 본다면 그런 사이비의 교리는 주인공의 복수심을 유발하는 메인키가 되어야 했는데, 사이비의 규모 자체가 숨어버리면서 주인공의 복수심 역시 행방을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무언가 쫓아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쫓긴 하는데, 뚜렷한 목적성은 없다. 정도운은 그저 그곳에 존재할 뿐이다.
의미 없이 존재하는 캐릭터들이 난무한다는 것도 이 영화의 큰 단점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정도운의 가장 큰 조력자가 되어야 할 형사가 극중에서 하는 일이라곤 1)신부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2)신부가 얻어낸 정보를 받아먹는 것 밖에 없어 황당했다. 공권력이 힘을 쓰지 못하는 세상에 형사의 존재가 대체 무슨 의미인가.
그동안 사이비의 제사에 동참했던 무당마저도 나중에는 자발적으로 한 행동이 아니라며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는데, 무당이 억지로 사이비에게 휘둘려야만 했던 계기가 드러나지 않아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 주장에 헛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감독이 일부러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않으려 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들이 왜 더 지독하게 사이비에 빠지게 되었는지는 결말부 경찰의 입을 통해서 줄줄 읊어진다. 결국 관객은 감독이 던져주는 퍼즐 조각에 의존해, 이 사건이 왜 이렇게 흘러가게 되었는지 추측하느라 머리가 깨져야만 하는 것이다.
감독은 영화로 말해야하는 직업이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어 영화를 만들든, 영화로 하고 싶은 말을 하든 그건 감독의 선택이지만, 적어도 그 영화를 세상에 내놓을 거라면 관객을 설득시킬 힘이 있는 영화를 가져와야 한다. 적선하듯 퍼즐 몇 개 던져주는 게 아니라.
*해당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시사회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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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스온탑>, "그냥 곁에만 있어주면 되는 거 아니야?"
개인적으로 이옥섭&구교환(2X9) 감독님의 작품 중에서 특히 더 좋아하는 영화이다.
짧지만 정말 많은 위로가 되고, 다양한 생각을 하게끔 만든 영화이다.
주인공 '우희'는 좁은 6평의 집에서 자꾸 자라나는 선인장을 놓아주려고 한다.
더 넓은 곳에서 자라라고.
선인장의 가시 때문에 잔뜩 상처가 난 손도 신경쓰여서 선인장을 더 이상 자신의 집에서 안 키우려고 한다.
외발자전거를 열심히 연습하던 친구 '주영'에게 이 사실을 얘기하니까 선인장이 포옹해달라고 했냐면서, 그냥 선인장 곁에만 있어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한다.
끝으로, 둘은 함께 외발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나아간다.
"좋은 데 가는 거야.
나 없을 때 집에서 너 혼자 기다리는 것보다 친구들이랑 지내면 좋잖아, 보러 오는 사람들도 많고.
거긴 천장도 높고, 보일러도 따뜻해."
나는 선인장을 '내가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혹은 열렬히 응원하는 무언가'라고 해석하였다.
이 무언가는 사람일 수도, 물건일 수도, 혹은 특정 행위일 수도 있다.
난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어떤 것을 너무 좋아해서 나중에 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
감정적으로 힘들든, 현실의 벽에 부딪혀서 힘들든, 주변에서 날카로운 말을 해서 힘들든.
"이제는 외발자전거의 시대야."
내 친구는 이제 외발자전거의 시대가 왔다며, 자꾸 넘어져도 계속 도전한다.
계속 외발자전거를 연습한다.
자꾸 실패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걸 계속 좇는 사람이다.
"눕힐 수도 없고, 천장을 뚫을 수도 없고."
속이 타들어가는 내 마음도 모르는지, 선인장은 자꾸만 커져간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 내 마음이 자꾸만 커져간다.
아직 현실은 준비가 안 되었는데, 이상은 자꾸만 커져간다.
"좋은 데 가는 거야.
나 없을 때 너 집에서 혼자 기다리는 것보다 친구들이랑 지내면 좋잖아, 보러 오는 사람들도 많고.
집에 너 혼자 있을 때마다 내가 얼마나 밖에서 마음 불편한지 알아?
거긴 천장도 높고, 보일러도 따뜻해.
가시 땜에 내가 안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결국 선인장을 버리기로 한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 마음을 버리기로 한다.
나를 위해, 그리고 어떤 것을 위해.
이상과 현실은 다름을 깨달았다.
선인장을 버리면 속이 후련할 줄 알았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눈물만 나고, 여전히 손이 쓰리다.
선인장을 만지며 얻은 상처가 아직 아프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며 감수했던 상처들이 눈에 자꾸 걸린다.
상처가 나는 것도 괜찮을 정도로 좋아했는데.
그만큼 진심으로 좋아했는데.
"찾아오자!
야, 선인장이 뭐 너한테 포옹이 필요하대?
걔가 너한테 그랬어?
아니, 선인장은 맨날 태양이랑 포옹하는데 네 포옹이 무슨 소용있어.
그냥 곁에만 있어주면 되는 거 아니야?
야, 타!"
이 때 자꾸 넘어지면서도 외발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계속 시도하는 친구가 내게 말한다.
선인장이 너한테 포옹이 필요하더냐고. 그냥 곁에만 있어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맞다. 실은 간단한 사실이었다.
상처가 나는 것도 괜찮을만큼 내가 좋아하는 어떤 것을 굳이 앞으로의 현실이 두려워 미리 포기해야 할 이유는 없다.
어차피 이 어떤 것을 포기한다 하더라도 내가 계속 속상할 거니까.
계속 선인장이 아른아른거릴테니까.
그게 더 괴로울 것이다.
계속 좋아하면 된다.
계속 좋아하고, 사랑을 주고, 응원하고.
내가 상처를 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영화의 색감, 분위기, 배경음악, 배우들의 목소리에서 토닥토닥-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참 포근하고 따뜻한 영화이다.
선인장이 연인, 사랑, 꿈, 반려동물, 식물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되는 게 너무 매력적이었다.
한 영화가 이렇게 다양한 생각의 길을 마련해준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좋았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공통적으로 전하고 싶다.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소중한 '선인장'에게 상처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여 섣불리 결정짓지 말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선인장'은 곁에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할 수도 있으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좋아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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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제간에 그려낸 서로의 초상화.
이 글은 영화 [승부]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때 그려진 초상화를 보면. 드라마 촬영 후 후보정까지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보기에는 적나라하다는 표현 밖에는 붙여줄 수가 없는 작품이 많다. 하지만 초상화를 남기는 것은 어명의 영역이었기에 그 어떤 숨김도 거짓도 없어야만 한다는 설명을 듣고 나면. 당연하다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한 폭의 그림에 담기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았을 땐. 마냥 어명이라 하더라도 신이 나지는 않았을 것만 같다. 애써 숨기고 싶었던 곰보 자국이 그림 안에서 살게 될 자신의 뺨 위에서도 지워지지 않을 것이고.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알지 못했던 단점마저도 초상화에 들어있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
사진출처:다음 영화
제자인 창호(유아인)가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발견했을 때. 조훈현(이병헌)은 아마도 처음으로 자신의 곰보자국들을 들여다봤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도 알고 있었던 익숙한 흉터뿐만 아니라.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기풍에 있는 부스럼까지 발견했을 때의 그 무력감은. 아마도 바둑의 신(神)과 겨루어도 질 것 같지 않았던 그 당시 그의 자존감의 크기만큼이나 크고 깊었을 것이다.
처음엔 제자의 초상화를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들여다보니 보인 것일 뿐이라 믿고 싶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자신을 결승전에서 앞에 두고 스승의 초상화를 또 한 번 묵묵히 그려내는 제자의 모습을 보며. 훈현은 자신의 장점도 단점도. 승패를 가린다는 어길 수 없는 어명 같은 하나의 목적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을 것이다.
창호가 그린 초상화가 자신과 똑 닮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몸을 일으켜 애써 그 초상화 앞에서. 그리고 그 초상화의 주인 앞에서 멀어져야만 했다. 더 들여다보았다가는 정말로 제자에게, 혹은 제자가 그린 자신의 초상화에 잡아먹힐 것만 같았으니까.
사진 출처:다음 영화
스승과 승부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데 훈현은 꽤 오랜 세월을 바쳐야 했다. 그동안 결승마다 만난 자신의 제자 앞에서 수도 없이 패배와 친해져야 했다. 무관왕이라는 타이틀 아닌 타이틀도 어느새 그의 옆에서 입김이 느껴질 위치에서 머물곤 했다.
자신의 제자는 물과 같아서. 칼처럼 예리한 자신은 베어낼 수도. 손에 쥘 수도 없었다. 그는 속절없이 차디찬 물에 떠밀려 허우적거리기만 할 뿐. 아무리 자신을 휘둘러도 창호의 눈썹 하나조차 움직이게 할 수 없었다. 이대로 이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에 빠져 죽는 것 외에 남은 선택지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전신(戰神) 조훈현에게 후퇴한다는 말까지 수식어가 될 수는 없었다. 그는 분명 제자에게 스승과 승부는 다른 것이라 가르쳤으며. 자신이야 말로 이 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칼로 제자를 베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달궈진 자신을 식혀서 단단하게 연마해 주는 것이 제자의 존재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 순간부터. 조훈현의 손에는 제자의 모습. 아니 자신의 라이벌의 모습을 담은 초상화가 완성되기 시작했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다시 만난 제자는 자신에겐 패배를 배우게 한 스승이 되어 있었고, 승리를 알려준 스승을 만난 제자는 훈현의 손에 들려 있는 자신의 초상화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이 기묘한 사제관계의 라이벌은, 다시 한번 치열하다 못해 피가 마르는 신선놀음을 시작해야만 했다.
그 신선놀음의 끝에는 분명히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지만. 영화의 말미에 가서는 더 이상 그 결과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물론 제삼자의 입장이라 그랬을지도.)
자신의 스승과 대국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자신의 곰보자국을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스승과 제자, 라이벌 사이를 오가는 이 대국은. 단순한 승부라는 말을 넘어서서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이기도 했으니까.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높은 경지에 이르게 하는 바둑판 위에서 펼쳐진 그들의 대결은 승패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그들이 남긴 서로의 초상화가 단순한 기보가 아닌. 인생의 기보로 남았기에 나 역시도 이런 영화를 보며 그들의 흉터에서 느껴지는 아픔마저도 느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마치면서;책임지지 못한 돌에 대하여
사진출처:다음 영화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토토는 할아버지에게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도 말고. 이곳을 잊어버리라는 말을 듣는다. 완벽하게 이해할 수야 없었겠지만. 그만큼 토토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것쯤은 어린 토토라도 이해했을 것이다. 어린 창호의 왼손에 채워진 시계는 그런 걱정과 염려를 담뿍 담은 채 굳건히 채워졌다.
물론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이창호는 변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것들을 묵묵히 해내며 앞으로 정진했다. 스승인 조 국수에게 배운 것처럼 바둑돌 하나하나에도 책임을 다 했고 그 결과 정상의 자리를 15년가량이나 지키며 남에게도. 스승과 라이벌에게도. 그리고 자신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역할을 연기한 배우 유아인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분명 매우 좋은 영화이며 큰 만족감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고 나올 수 있었던 영화였으나. 그는 초심을 잃은 토토가 되어 영화 속에서만 강렬한 연기를 보일 뿐이다.
조훈현의 시점만이 아닌 이창호의 시점으로도 영화를 해석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으나. 커버린 토토가 할 것은 참회밖에 없기에. 이 영화의 영광과 대단함이 한 풀 꺾이는 것만 같은 아쉬움을 지울 수는 없었다.
조훈현은 이창호에게 승리와 패배를 동시에 가르친 참된 스승이었다. 배우 유아인에게도 그런 스승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동시에 드는 영화였다.
[이 글의 TMI]
1. 영화관에서 팝콘 안 먹기 2회 성공
2. 오늘 점심 회식인데 도망가고 싶다.
3. 이 비를 통해서 불이 반드시 꺼졌으면 좋겠다.
#승부 #김형주 #이병헌 #고창석 #유아인 #한국영화 #실화바탕영화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리뷰어 #영화해석 #결말해석 #영화감상평 #개봉영화 #영화보고글쓰기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메가박스 #영화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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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일반적이지 않은 가족들의 탐욕이 만들어낸 참극
▷ 한줄평 : 난간에 매달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위태로운, 가짜 '보통'의 가족들의 탐욕이 만들어낸 참극
▷ 영화 : 보통의 가족(A Normal Family)
당신의 아이가 사람을 죽였다. 당신의 선택은?
영화 포스터의 강렬한 카피가 눈에 들어온다.
무엇을 선택할지 영화를 보는 동안 고민하라는 숙제 같은 메시지이지만 거기에는 한가지 전제조건이 따라붙는다.
영화 제목 ‘보통의 가족(A Normal Family)’에서 읽히듯이 보통의 사람들은 영화가 그려낸 그런 선택을 할 것이라고 범주화해 놓았다는 점이다.
즉, 영화에서 벗어난 선택을 할 경우 우리는 ‘보통’(Normal)의 사람들이 아닐 수 있음을 암시한다. 아니 강요한다.
어쩌면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제작자들이 만들어낸 틀 안에 우리를 가둬두는 꼴이다.
난 ‘보통’의 가족이 될 것인가? 아니면 보통이 아닌, ‘특별한(Special)’ 또는 ‘비정상적인(Abnormal)’ 가족이 될 것인가?
이제 ‘어떤 범주의 가족에 속할 것인지 선택하라?’ 문제로 질문지를 바꿔 보자.
그래야 영화가 제대로 읽힌다. 게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보통의 가족>은 범죄 스릴러를 표방한다.
이런 영화는 대개 설득하려는 제작자와 설득당하지 않으려는 관객들 간에 치열한 수싸움이 관전 포인트다.
어떻게 결말을 맺을지 궁금증을 자아내도록 영화는 치밀하고도 빠르게 스토리를 전개한다.
결말을 암시하는 복선을 깔아 놓는 것도 빼먹지 않는다.
연기파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은 이런 전략에 동원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몰입감 높은 대사와 긴장감을 자극하는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아차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이내 영화는 끝나버린다.
관객은 이런 전략에 속지 말아야 한다. 이미 알만큼 알아버린 영리해진 관객들과의 수싸움에서 과연 <보통의 가족>은 성공했을까?
영화 <보통의 가족> 스틸컷
부모와 자식은 끊을래야 끊어낼 수 없는 천륜으로 이어진 관계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끊임없이 사랑과 헌신을 쏟아 붓는다.
자식의 행복한 삶을 위해 자신의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자식의 사소한 실수나 잘못도 나의 고통처럼 안타까울 뿐이다.
사고를 친 자식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상처를 부여안고 치유하는 일이 우선이다.
그런 부모들의 성정을 아는 영악한 자식은 부모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런 자식을 알면서도 속아주는 것이 부모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식의 허물을 어디까지 용납하고 덮어줄 수 있을까?
어느 날, 두 자녀가 노숙자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다.
자식들이 살인자로 낙인 찍히고 처벌받는 것이 두려운 부모는 걱정과 불안에 휩싸인다.
이런 부모와 달리 아이들은 죄책감 하나 없이 태연할 뿐이다.
‘상황윤리’에 놓인 부모는 어떻게 할지 쉽게 답을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보편적 윤리와 가족애가 상충하는 가치판단의 우선순위를 두고 흔들리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을까?
영화 <보통의 가족> 스틸컷
"너 아니야, 다 덮고 가면 아무일 없게 되는 거야!"연경(김희애) / 보통의가족결국 부모는 현실을 부정하고 살인자 자식들의 허물을 덮어주기로 결심한다.
아직 자식들이 범죄자로 특정되지 않았기에 그냥 모른 척하면 되는 일이다.
죄를 덮고자하는 적극적인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기에 죄의식은 덜하다.
그동안 지향해왔던 이타적 삶의 가치들이 자식의 문제 앞에서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다.
위선자 또는 속물 근성을 걸러내는 자아성찰적 메타인지 기능은 자신도 모르게 멈춘 지 오래다.
그러면서도 형제는 서로를 비난하기에 급급하다. 내 자식만은 그런 아이 일리가 없다고 강변할 뿐이다.
영화 <보통의 가족> 스틸컷
영화는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두 부부의 갈등과 대립을 밀도 있게 그려내지만, 복잡한 상황으로 번지지 않도록 질문지를 단순화해 버린다.
만약 폭행당한 사람이 가까스로 살아나 매스컴에 등장하거나 자식들을 협박한다든지,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며 살인자 자식들이 체포되는 상황이 된다든지 하면 부모의 선택은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
제한된 러닝타임 속에서 선택지 두어개만 나열하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하나의 답을 선택하기를 다그친다.
영화 <보통의 가족> 스틸컷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나도 모르게 제작진의 의도에 말려 들어갈 뻔 했다.
이럴 땐 ‘잘 모르겠어요. 그때 가보면 알겠죠.’라고 재빨리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 상책이다.
현실속에서는 그런 사건 사고의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양태를 가지기 때문이다.
내가 더 이상 바꿀 수 없이 이미 결정되어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기에 ‘당신의 선택은?’라는 질문에 즉답을 할 관객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통의 가족>은 애써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싶었던 걸까?
다소 무리수로 여겨지는 충격적인 결말로 영화를 마무리 한다. 이런 답안은 어때요?, ‘보통’의 부모라면 이렇게 하지 않을까요? 라고 설득하는 것 같다.
영화 제목을 ‘보통의 가족’으로 정하면서 피할 수 없는 결말이었다.
영화 <보통의 가족>에서 던진 질문은 여전히 곱씹어 볼 만큼 유효하다.
그러나, '보통이 아닌 가족'을 '보통의 가족'으로 포장해 놓은 영화 스토리에 설득 당할 관객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거미줄과 같이 촘촘하게 쳐 놓은 그물망은 손으로 휘이 저어 거둬내면 될 일이다.
순리대로 하면 된다. 그러기에, 이 게임은 영리한 관객들의 판정승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영화 <보통의 가족>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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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We will find away. We always have)"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대사가 떠오르는 한 편이었다. 1편에 이어 이번 편에서도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아 나선다. 8년 만에 후속편으로 돌아온 '모아나 2' 또한 자신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내 무쇠처럼 앞으로 나아간다.
'모아나 2'는 선조들로부터 예기치 못한 부름을 받은 모아나(아우이 크라발호)가 부족의 파괴를 막기 위해 반인반신 영웅 마우이(드웨인 존슨)와 새로운 선원들과 함께 숨겨진 고대 섬의 저주를 깨러 떠나는 위험천만한 모험을 그린다.
이번 편 또한 메인 키워드가 '길'이다. 1편이 주인공 모아나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면, 이번 편에선 부족의 미래를 짊어진 그녀가 아무도 모르는 모투페투로 향하는 길을 찾아 나서는 내용이 주된 스토리다.
속편으로 컴백한 만큼, 세계관을 확장시키면서 공동체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담아낸다. 스케일이 커지면서 인물이 많아졌다. 모아나는 고전 영웅 설화에서 접할 법한 여성 영웅으로서 남다른 사명감을 지닌 채 수많은 역경을 헤쳐 나가고, 특유의 모아나적 사고를 바탕으로 자신의 과업을 성취한다. 다만, 전작을 답습하는 듯 이야기 전개 구조가 유사하다. 2편 만의 새로움을 기대했다면 아쉬운 지점이다.
스토리 전개의 아쉬움을 시각적인 부분이 채워준다. '모아나' 시리즈가 바다와의 공존이 곧 삶인 폴리네시아 지역의 역사와 전설 등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기에 영화 속 주요 무대인 '바다'가 인상적이다. 투명하고 청량감 넘치는 태평양 바다를 표현하기 위해 색채설계와 시각효과는 1편보다 진화했고,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시각적 감성을 전달한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물의 길'에서 느꼈던 황홀함과 비슷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답게 '모아나 2'도 'Get Lost', 'Finding The Way', 'We Know The Way' 등의 곡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뮤지컬 형식을 갖췄다. 이번 편에선 'Beyond'가 1편의 주제곡 'How Far I'll Go'의 뒤를 잇는다. 가슴에 와닿는 꾸밈없는 가사와 원초적이고 웅장한 폴리네시아풍 사운드로 감동을 전한다.
'모아나' 1편에서 목소리로 호흡 맞췄던 아우이 크라발호, 드웨인 존슨의 합은 한층 더 끈끈하다. 때로는 웃음을 유발하는 티키타카 토킹을 하다가도, 때로는 더욱 애특한 동료애를 선보이며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이들의 케미를 보고 있자니, 이후 총괄 프로듀서-배우로 참여할 동명 실사영화까지 기대하게 만든다.
한편, '모아나 2'는 3편으로 이어질 이야기의 확장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그렇기에 3편을 예고하는 쿠키 영상을 보고 나면, 어떻게 마무리하게 될지 궁금증을 자극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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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질타의 행방,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 그리고 낮은 곳에서 더 낮은 곳으로연애편지 (1953)Love LetterSYNOPSIS패전 후 일본으로 돌아온 레이키치는 일본 여성들이 미군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를 번역하는 일을 하며, 한편으로 잃어버린 옛 연인을 찾고 있다. 일본의 대배우 다나카 기누요의 연출 데뷔작으로, 전후 일본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여성의 시선으로 담고 있다.감독TANAKA Kinuyo(다나카 기누요)출연MORI Masayuki(모리 마사유키), KUGA Yoshiko(쿠가 요시코), MICHISAN Shigesan, UNO Jukichi(우노 쥬키치), KAGAWA Kyoko(카가와 쿄코), SEKI Chieko(세키 치에코)1:1 정방형의 프레임을 영화관에서 본 건 오랜만이었다. 첫 장면은 일본어가 수 놓인 종이와 한 송이의 꽃. 컷을 바꾸어가며 글자와 꽃의 위치가 오묘하게 바뀌다가 꽃은 점점 그림자로 변해갔다. 꼭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것처럼. 컷이 몇 번이나 바뀌었을까. 내내 흐르던 서정적인 멜로디가 사라지고, 이야기가 시작되었다.*스포일러 있습니다.번듯한 차림새의 남자. 바삐 어딘가로 향하는 발걸음이 익숙해 보였다. 아주 잘 아는 길을 습관처럼 걷는 것처럼. 그도 그럴 것이, 도착지는 집이었다. 번역가로 일하는 자신의 형과 짧은 인사를 나누고, 곧장 그의 손에 일감을 쥐어준다. 방 안에서 번역 일만 하느냐는 가벼운 타박에 멋쩍게 웃는 남자, 레이키치는 이런 상황이 익숙해 보인다.그에겐 작은 방이 생활 반경 전부일 것 같았는데 곧, 변화가 생겼다. 친구의 제안으로 이제는 논문 같은 서적이 아니라 편지글 번역을 맡는다. 어디에서 어디로 부쳐지는 편지인가 하면, 미군과 사귀는 여성들의 재촉과 질타 따위를 영어로 보내는 일이다. 대개 양육비를 제때 내지 않는 등 벌인 일을 책임지지 않은 것에 화를 내는 편지였다.여기서 주목할 건 질타의 방향이다. 1953년 영화인만큼 시기상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패전국이 된 일본과 일본의 적국인 미국. 십 년도 채 되지 않은 일이니 오묘한 감정선을 타리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의연하다. 편지 번역을 의뢰한 여성의 한숨 섞인 말에도 레이키치는 헤실대는 웃음이 전부였다. 전후의 분위기가 담기지 않은 걸까, 혹은 일이기 때문에 감정의 분리가 되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사람이 의연한 걸까.약간의 의구심을 일으킨 채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바로 미치코. 정확하게 말하자면 미치코의 목소리였다. 마유키는 곧장 밖으로 뛰쳐나가 미치코를 찾는다. 하지만 이미 그가 떠난 후였다. 온화한 미소와 점잖은 말씨, 그리고 묘하게 기품 있는 지적인 레이키치의 모습이 한 번 깨진 순간이다. 레이키치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자신이 아는 사람, 그것도 오래 기다려왔던 미치코라는 걸 알게 된다.미치코는 이혼 후 혼자 지내고 있는데 레이키치는 자신의 첫사랑인 미치코를 잊지 못해서 주변의 재촉과 물음에도 시종일관 웃음으로 대응하며 그를 기다려 온 것이다. 지극한 순애보라고만 볼 수 있을까. 이 모든 건 레이키치의 생각이자 바람이고, 자신이 타인에게 관철시키고 싶은 뜻일 뿐. 다만 지식인처럼 보이는 번듯한 겉모습에 그의 요상스러운 집착은 그럴싸하게 포장된다.두 사람은 결국 조우하고, 서로에게 조심스레 다가가면서 레이키치의 오랜 꿈이 이루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레이키치는 그렇게 그리던 미치코를 단 한 번에 내팽개친다. 미군에게 편지를 보내려는 의뢰인으로 미치코가 나타난 것이다. 레이키치가 상대했던 여성 의뢰인들은 대개 미군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던 여성이었으므로 그가 꿈에 바라던 '순결한' 미치코는 영영 사라진 것이다.레이키치 마음 한 편에 있던 아이러니가 그제야 가시화된다. 미군에게 보내는 편지는 사실 책망과 불안이 뒤섞인 내용이어야 한다. 양육비는 결국 생활에 필요한 최소 비용의 일부이자 무엇보다 미군이 벌인 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므로. 회유나 설득으로 점철되어야 할 언어는 레이키치의 손을 거쳐 로맨틱한 것, 그러니까 '연애편지'로 왜곡된다.그 여성들이 바라는 건 다정한 말을 속삭이는 연애가 아니다. 책임과 의무를 다하라는 경고이지. 그러나 와 편레이키치지의 수신인들에겐 상냥한 말씨로 다정히 말하는 '여인' 쯤으로 다가올 뿐이다. 승전국과 패전국 사이의 위계가 미군-일본 여성부터 일본 내 남성 지식인-하층 여성으로 확장되어, 영화에서는 개인의 모순으로 드러난다.미치코는 자신은 그들과 다르며, 미군과는 진지한 만남을 가진 것이지 몸을 판 게 아니라고 그의 오해를 풀고자 한다. 영화는 그의 말이 변명인지 해명인지 파헤치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듯 미치코의 진위여부는 조명하지 않는다. 대신 레이키치의 동생을 내세워 한쪽에서는 설득과 거절을 반복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상황 설명과 이해를 표하려 한다.끝으로 치닫은 영화는 다시금 우연을 활용한다. 미치코와 레이키치의 재회가 그랬던 것처럼. 미치코를 자신들과 동류라고 말하는 성매매 여성들을 만나고, 힘겹게 그들을 뿌리쳐 낸 미치코와 레이키치의 동생. 미치코는 자신의 억울함을 표명한다. 동생은 이에 동조를 표하고, 레이키치는 미치코와 대화를 하고자 그의 집에 찾아간다. 그를 '용서'할 가능성을 생각하며.레이키치의 행태는 볼수록 아리송했다. 과연 이 남자가 느끼는 배신의 근원이 뭘까? 미치코가 '미군'과 얽혀있어서 그 자신의 애국심을 무한히 발휘한 것일까, 혹은 '순결함'을 잃었다는 생각에 분노를 느낀 것일까, 둘 다일까. 한 사람의 명확한 계기는 알 수 없으나, 분노의 감정이 치솟은 이유는 분명하다. 자신이, 그리고 사회가 규정한 올바르고 좋은 상태의 여성을 자신이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상정했고, 이를 타인에게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자신만의 판타지를 견고하게 만들었으며, 이를 현실로 소유하고자 했음을.이러한 꽉 막힌 시선에서 벗어나는 건 어째서 또 다른 고통뿐인지. 또 '우연한' 교통사고로 미치코는 레이키치와 대화를 나누지 못한 채 병원에 실려간다. 이윽고 전보를 받은 레이키치 또한 병원으로 향하는데, 차 안에서 그의 친구가 말했다.일본인 모두 전쟁에 책임이 있어.전쟁이 끝난 뒤 다들 힘들게 살고 있는데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어?이야말로 영화 전체, 특히 레이키치를 꿰뚫은 말이다. 대체 누가 누구를, 무엇을 근거로 탓하는가? 레이키치 자신이 참전군인이라고 해서 자신의 기준대로 타인을 재단할 순 없다.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못한 채 더 약해 보이는 존재에게 화풀이하는 꼴이다.전쟁은 끝났는데 왜 홀로 전쟁 속에 갇혀있는가.Schedule in SIWFF2022-08-27 | 20:30 - 22:05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1관2022-08-30 | 13:30 - 15:05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MX관서울국제영화제 SIWFF8/25(THU) ~ 9/1(T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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