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Choice Movie2022-03-03 18:50:28
3월 1주 최신개봉영화
3월 1주 최신 개봉영화 5편
2022년 3월 1주 개봉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The Batman , 2022
수학에서 발견하는 인생이야기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신분을 감추고 고등학교 경비원으로 일하는 탈북한 천재 수학자가
수학을 포기한 학생을 만나며 벌어지는 감동 드라마 입니다.
‘수알못’ 관객들도 영화가 주는 감동과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일상 곳곳의 수학을 친숙하게 표현해냈으며,
경제부 기자 출신 각본가부터 물리학 교수까지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완성도를 높였다고 합니다.
또한 대한민국 대표 배우 최민식이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와 기대를 더 하고 있습니다.
250 대 1 경쟁률 뚫고 발탁된 김동휘와 독보적 스크린 장악력 선보인 박병은과
박해준, 빛나는 신예 조윤서까지 환상적인 배우들의 신선한 케미스트리도 빠질수 없는 관점포인트 입니다.
인생에 대한 따뜻한 위로와 수학의 즐거움을 전하는 특별한 이야기
첫번째 추천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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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배트맨 The Batman , 2022
새로운 배트맨의 탄생
영화 '더 배트맨'은 2년간 고담시의 어둠 속에서 범법자들을 응징해 온 배트맨이자
고담 최고 부를 가지고 있는 브루스 웨인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알프 DC 확장 유니버스와는 연결되지 않는 독자적인 스토리로 다시 탄생을 합니다.
이번에 나오는 새 배트맨 영화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청춘스타에서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로버트 패틴슨이 배트맨을 맡고,
'혹성탈출' 리부트 시리즈를 연출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맷 리브스 감독이 연출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 관객의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1980~1990년대 배우 마이클 키턴, 2000년대 크리스천 베일,
2010년대 벤 애플렉에 이어 로버트 패틴슨이 배트맨의 주인공이 된거죠
더 강력하고 무자비한 배트맨으로 새롭게 돌아온
두번째 추천영화 "더 배트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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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라이트 Blacklight , 2020
액션장인 리암 니슨의 신작
영화 "블랙 라이트"는 언더커버 요원들을 관리하는 FBI 비공식 스페셜 요원 트래비스가 조직의 추악하고 충격적인 비밀을 폭로하는 끝장 액션 영화입니다.
"블랙 라이트"는 ‘타임 투게더’, ‘어니스트 씨프’ 등의 작품을 연출한 마크 윌리엄스 감독의 신작입니다.
액션 히어로로 회춘한 리암 니슨이 ‘어니스트 씨프’에 이어 마크 윌리엄스 감독과 연이어 호흡을 맞추게 됐죠.
역시나 액션장인 답게 이번 영화에서도 맨몸 액션과 쉴 틈 없는 총격전은 물론,
도로 위 거침없는 추격전까지 다양하고 강도 높은 액션이 러닝 타임 내내 펼쳐질 예정입니다.
'분노의 질주: 홉스&쇼'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등의 베테랑 제작진과 힘을 합쳐
카체이싱부터 맨몸 액션까지 다양한 액션 연기를 보여주는 영화
세번째 추천영화 "블랙 라이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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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 세계 Sophie′s world , 2021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공식 초청작
신예 이제한 감독의 첫 장편영화
영화 "소피의 세계"는 일상처럼 여행을 보낸 ‘소피’, 여행처럼 일상을 보낸 ‘수영’과 ‘종구’, 2년 전 그들이 함께한 나흘의 기록을 담은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여행자 ‘소피’의 블로그를 우연히 발견한 호스트 ‘수영’이 2년 전의 기록과 기억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그리는데요.
서로 다른 자리에서 과거를 바라보며 기록과 기억이 뒤엉키고 풀어지는 스토리 입니다.
"소피의 세계"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섬세한 연출력과 따뜻한 정서로 주목받은 영화입니다.
지나간 과거의 기억들을 다시 바라봤을 때 발견되는 작지만 소중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영화
네번째 추천영화 "소피의 세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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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레이더스 Night Raiders , 2021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공식 초청작
신예 이제한 감독의 첫 장편영화
전쟁으로 도시가 모두 폐허가 된 2043년,
국가는 얼마 남지 않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공적인 자산 취급하며 애국을 세뇌시키는 군대식 공공학교 ‘아카데미’로 차출해가고,
인간병기로 만들어 다시는 부모와 만날 수 없게 하죠
숲에 은신하며 딸 ‘와시즈’를 지키던 엄마 ‘니스카’는 덫에 걸려 다리를 크게 다친 딸에게 약 하나 제대로 구해줄 수 없게 되자
온전한 치료를 받게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아이의 존재를 외부에 알리고 이별을 택합니다
전쟁 이후, 개인이 낳은 아이를 국가가 독점적으로 관리한다는 전쟁 이후의 독특한 설정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스릴러
"나이트 레이더스"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 제46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공식 초청과
2022 캐나다 스크린 어워즈 11개 부문 노미네이트 대기록을 달성 했습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뜨거운 화제작!
다섯번째 추천영화 "나이트 레이더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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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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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해한대도 곱씹게 되는 프렌치 영화 첫 경험
난 그저 영화티켓이 생겨서 들어갔을 뿐이었다. 시놉을 보아하니, 로맨스인 것 같았다. 하지만 크레딧이 내려갈 때쯤 내머릿속은 혼돈으로 가득찼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영화는 프랑스영화라는 것을. 프랑스 영화하면 일반적으로 생각나는 그런 느낌이었다. 내가 뭘본건가 싶은 느낌. 하지만 곱씹어보니, 뭔가 영화 속에 담긴 은밀한 상징이 있었던 듯하다. 지금부터 내가 쓰는 글은 그저 헛소리일 수도 있다. 영화가 하도 난해했던 바람에 생각을 거듭하다 결론낸 내 주관적인 해석이기 때문이다.
1. 우연을 의도한 만남의 의미
학교도 지루하고, 또래들이 그저 한심할 뿐인 수잔, 평소와 다를 바없이 별일없이 지나가던 하교길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남자를 보게 된다. 왜인지 모르게 계속 시선이 그에게 향하는 것은 어쩔 수 없어서 계속 그를 알게모르게 미행한다. 그의 공연장을 맴돌고, 그의 시선이 교묘하게 빗나가는 곳에서 항상 서있다. 그녀에게는 우연이 아니지만 그녀가 꽂힌 남자, 라파엘에게는 그녀가 우연히 마주친 사랑으로 보이게끔 말이다.
그녀의 당돌한 미행을 보고 있자니,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사랑하는 상대가 운명의 상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운명이란 우연적인 것이 아니라 두 사람 중 하나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연출해서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항상 내 부모님께 농담조로 던지는 말이 있다.
"이 중에서 누군가는 연애할 때, 사기 수준으로 거짓말을 한 거야. 둘 중 누구야, 엄마야, 아빠야?"
사랑이 발전하는 양상과 그 결과는 모두가 다르겠지만 사랑의 첫 시작은 생각보다 우연보단 연출이 더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의 호감을 연출한다는 것은 둘 중 한 명은 우연을 가장할만큼 상대가 마음에 들었다는 방증이니까.
2. 빨간 레모네이드의 의미
영화의 첫 시작은 수잔이 친구들에 둘러싸여 음료나 마시며 딴짓하고 있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수잔은 친구들의 소소한 수다가 재미없다. 어지간히 재미가 없었는지 자신이 마시고 있던 빨간 레모네이드를 빨대로 물고있다가 휴지에 뱉으며
하얀 휴지를 빨갛게 물들이며 놀고 있다.
계속 이 장면이 머리에 맴돌았는데, 이 장면을 곱씹다가 여자아이들의 초경이 생각이 났다. 수잔은 16세이기에 초경을 할 법한 나이이긴 하지 않은가. 초경이 상징하는 바가 있다면, 이성에 눈을 뜰 나이라는 것이기에 이 첫 장면에서 감독은 수잔이 소녀에서 여자로 발돋움 중이라는 표현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라파엘이 수잔이 좋아하는 빨간 레모네이드를 먹어보는 장면은 그녀의 여성성을 받아들였다는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녀의 취향을 이해해보는 장면일 수도 있지만, 그녀의 여성성을 강조해 섹슈얼하게 생각해본다면, 라파엘의 몸에 그녀가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3. 영화는 도대체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영화가 끝나기 직전, 수잔은 극장을 흘낏 보고 웃는다. 그걸 본 나는 이 영화의 후반부가 특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갑자기 왜 사랑하는 남자를 생각하면 울게 되고. 뒤이어 그 남자에 대한 관심이 식어보이는지에 대해서 그 과정의 인과관계가 매끄러워보이지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시간을 두고 곱씹어보니, 이 영화는 소녀가 여자가 되는 과정을 그린 하나의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또래들이 시시해 어른스러운 남자에 끌리는 수잔이 그려낸 사랑과 이별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 템포 더 어른이 된 그녀를 마지막 장면의 미소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니, 이 영화는 로맨스를 가장한 성장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시작은 소녀였지만 영화의 끝에서의 수잔은 여인으로 보였으니까.
누군가를 사랑하던 그녀는 누군가를 사랑하며, 한낮의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마치 그녀의 아빠가 그녀에게 한 말처럼 말이다. 하지만 사랑의 시간이 끝나면, 그녀의 한낮의 시간은 그저 아득한 꿈이었음을 깨닫고, 왈칵 울음이 터지는 것이다. 그와 함께한 춤, 합치의 순간들 모두 아득한 꿈이었음을 깨달았기에.
총평
하지만 여전히 그녀가 울었던 이유가 이별말고 무엇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 건 나에게 사랑의 경험이 없어서일까. 사랑은 내가 관심이 없어 그렇지 참 심오한 세계인가보다. 여주인공이 부른 것으로 추정되는 엔딩곡은 꽤나 무디하다. 그 곡을 들어본다면, 영화가 좀 더 이해될지도 모른다. 나와 다른 해석을 해주시는 분이 있다면, 얼마든지 두 팔 벌려 환영이다.
* 해당 영화의 시사회는 씨네 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참석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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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데일리] ‘지역 소멸’을 뚫고 나오는 목소리들
듣는 건 너의 책임/Listening to Us Is Your Duty
Korea/2024/92min/Documentary
‘한국경쟁 장편’ 섹션
‘듣는 건 너의 책임’. 인구 13만의 작은 도시 통영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인디밴드의 이름이다. 멤버 중 한 명이 운영하는 책방 ‘너의책임’에서 따왔다지만 어딘가 ‘뻔뻔해 보이는’ 이름이다. 나는 그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뿐이니 듣고 말고는 당신 책임이라는 데서 오는 ‘뻔뻔함’ 말이다. 괜히 호기심이 인다. 그리고 영화는 이 뻔뻔함을 너끈하게 초과해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가 소도시 통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서정적인 음악과 아름다운 영상으로 풀어내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지역‧청년‧음악‧영화가 자연스레 어우러져 상승 욕망만이 들끓는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다른 삶의 양태와 목소리가 구체화된다.
90분짜리 통영 올 로케 뮤직비디오의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통영 풍경과 밴드의 노래가 이어지는 이 영화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청량하고 따스하다. 그러나 동시에 첨예하다. 영화 말미, 밴드 공연장에 참석한 청년 관객은 말한다. “이렇게 많은 통영 사람들이 있다니!” 이 말은 각자의 이유로 통영에 살아가는 청년들의 네트워크가 취약함을 대변한다. 이들은 ‘고독하게’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왜일까? 왜 이미 곁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지역 청년과 일상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특별한 계기를 통해서만 연결되는 걸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지역 소멸’이라는 무시무시한 말이 횡행하고,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몰린다는 뉴스가 매일같이 쏟아진다. 필요한 분석이고, 일부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종종 함부로 유통되는 이런 말들은 지역에서 자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축시켜 움츠러들게 만들기도 한다. 자기 옆의 또 다른 청년에게 다가가 관계를 형성하는 대신 지역에서의 삶을 음울하게 되돌아보게끔 추동하는 것이다.
밴드 멤버들은 자신에게 통영이 어떤 의미인지를 들려준다. 통영은 누군가에게는 아이를 키우기에 완벽한 곳이고, 누군가에게는 잠깐 쉬러 들렀다가 정주하게 된 곳이며, 누군가에게는 가족의 생계의 근간을 이루는 일터이다. 당연하게도, 멤버들의 사연은 고유의 결을 가지며 때로는 접속하고 때로는 독립적이다. 우리가 ‘지역 소멸’을 말할 때 놓치는 건 바로 이것이다. ‘지역 소멸’이라는 말은 이미 홀로 또는 함께 지역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리지 않는 곳으로 밀어낸다. 그래서일 것이다. ‘듣는 건 너의 책임’의 노래가 가슴 깊은 곳에 박혀 은은한 감동으로 서서히 퍼져나가는 이유는. 아마추어 인디밴드가 결성되고, 노래를 만들고, 공연하는 과정을 정감 있게 담아낸 영화의 여정은 지역 청년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삭제된’ 목소리를 되찾는 분투이기도 하다.
멤버들이 통영에서의 삶을 이야기하고 이를 음악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항상 낭만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멤버들의 통영 서사에는 늘 서울과 대도시가 등장한다. 통영 생활을 긍정하든 부정하든 마찬가지다. 이는 지역에서의 삶을 긍정하는 것이 수도권 대도시에서의 삶을 경유해서만 가능하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주변’과 ‘중심’이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지역에서의 삶이 독립적으로 오롯이 존재하지 못하고 ‘중심’을 통과한 이후에만 의미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권력관계를 인지한 후 솟아나오는 지역의 역설적 자기 인정은 기존 위계를 질문하는 자원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기존 담론은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에서 자본주의 경쟁 문화가 포섭하지 못하는 ‘재미’를 추구하며 성장을 도모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석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듣는 건 너의 책임’은 프로/아마추어, 중심/주변의 경계를 오가며 자기들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 영화는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감동적이다. 음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음악의 힘을 체감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그러나 밴드 멤버들이 청년이고, 밴드가 활동하는 곳이 소도시라는 점은 필연적으로 영화의 감동을 더 넓은 고민으로 확장시킨다. 유쾌한 도전을 ‘분투’로도 해석할 여지가 자꾸만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는 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이 ‘다양함’의 범주와 경계는 질문하지 않는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듣는 건 너의 책임〉은 이 지점을 파고든다. ‘지역 소멸’을 말하기 전에 이 영화를 보자. 연결된 사람들이 무언가를 즐겁게 해나가는 모습에서, 지금과는 다른 삶을 빚어낼 ‘오래된 미래’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듣는 건 너의 책임〉 상영 정보 및 예매 페이지
-9월 6일(금)/19:00~20:32/세명대 태양아트홀
-9월 9일(월)/16:00~17:32/세명대 태양아트홀
-jimff.org/w4_c/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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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로 보는 노벨문학상
2024년 10월 10일 목요일, 새로운 역사가 쓰여졌습니다.
바로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 유수의 작품을 쓴
작가 ‘한 강’이 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인데요.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
작가의 작품을 설명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수상을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다시 한번 수상을 축하합니다!
한 강 <채식주의자> + 영화 <채식주의자>
아니 에르노 <사건> + 영화 <레벤느망>
올가 토카르추크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 영화 <스푸어>
도리스 레싱 <그랜드마더스> + 영화 <투 마더스>
토니 모리슨 <빌러비드> + 영화 <비러브드>
*image: https://han-kang.net / 각 도서별 출판사
영화 <채식주의자>(2010), 임우성
줄거리
꽃이, 나무가 되고 싶었던 그녀... 채식주의자 영혜 예술을 향한 욕망에 사로잡힌 그... 민호 두 사람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싶었던 또 다른 그녀... 지혜 어느 하나 다를 것 없는, 그 누구보다 평범한 삶을 살아온 영혜는 돌연 채식주의를 선언한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채식주의 선언은 그녀의 남편을 비롯한 다른 가족들을 당황스럽게 한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던 어느 날, 고기를 먹지 않는 영혜에게 그녀의 아버지는 고기를 먹을 것을 강요하며 폭력을 휘두르고, 급기야 영혜는 발작을 일으키며 과도로 손목을 긋는다. 한편 민호는 계속되는 슬럼프에 괴로워하던 중 아내로부터 처제인 영혜가 스무 살까지 몽고반점이 남아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강렬한 예술적 영감에 사로잡히는데...
영화 <레벤느망>(2022), 오드리 디완
줄거리
작가를 꿈꾸는 대학생 ‘안’은 예기치 못한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낳으면 미혼모가 되고, 낳지 않으면 감옥에 가야 하는 현실.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안’은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끝까지 가기로 결심하는데…
영화 <스푸어>(2017), 아그네츠카 홀란드
줄거리
두셰이코는 은퇴한 괴짜 건축기사이자 점성술사이며 채식주의자로, 체코와 폴란드 경계에 위치한 작은 산골 마을에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밀렵꾼으로 활동하던 이웃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 불가사의한 죽음을 해결할 단서라고는 집 주변에 남겨진 노루 발자국뿐이다. 시간이 흐르고 소름 끼치는 살인이 몇 건 더 발생한다. 희생자들은 모두 지역 상류층에 속하는 사냥꾼이다. 아무리 경찰 조사를 진행해도 아무런 소득이 없자, 두셰이코는 이 모든 살인이 야생 동물의 짓이라는 가설을 세우게 된다.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영화 <투 마더스>(2013), 안느 퐁텐
줄거리
어린 시절부터 자매처럼 늘 함께였던 릴(나오미 왓츠)과 로즈(로빈 라이트).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남편을 떠나 보낸 릴과 이안(자비에르 사무엘) 모자를 가족처럼 보살피는 로즈와 그녀의 아들 톰(제임스 프레체빌). 네 사람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다. 어느 날, 이안은 로즈에게 숨겨왔던 진심을 고백하고, 그녀는 매력적인 남자로 성장한 이안의 유혹을 뿌리 치지 못하고 키스를 받아들인다. 한편, 톰은 자신의 친구와 엄마의 관계를 목격한 뒤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릴을 찾아간다. 릴과 톰, 로즈와 이안, 이제 네 사람은 서로의 비밀을 공유한 채 멈출 수 없는 사랑에 빠져 드는데…
영화 <비러브드>(1998), 조나단 드미
줄거리
노벨상을 수상한 토니 모라슨의 동명소설을 영화한 작품. 국내엔 개봉 없이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남북전쟁 시기의 미국, 여자 흑인 노예 세더는 자유를 찾아 농장을 탈출한다. 그러나 곧 노예 사냥꾼들의 추적이 시작되고 그녀는 붙잡히기 직전 어린 딸의 목숨을 스스로 끊어버린다. 노예의 비참한 운명을 물려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 세월이 흘러 전쟁이 끝나고 세더는 자유의 몸이 된다. 그러나 과거의 악몽에 시달리는 세더는 예전 같은 노예였던 폴디, 딸 덴버와 함께 스스로 폐쇄된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세더의 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가 찾아온다. 비러브드라는 이름의 이 소녀는 겉모습은 장성한 처녀이지만, 행동거지는 아이처럼 하는 이상한 아이다. 폴디는 이 영문모를 소녀의 존재를 꺼림칙해하지만, 세더와 덴버는 친자식처럼 애정을 가지고 보살펴 준다. 결국 폴더는 비러브드와의 갈등 끝에 집을 떠나고 세더의 집에는 미묘한 변화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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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평의 여정이 수직적인 세상에 가져올 변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거센 비가 내리는 어느 날 밤, ‘소영(이지은)'은 부산의 한 교회 베이비 박스 앞에 아기 '우성'을 내려놓고 떠난다. 때마침 베이비 박스 당직을 서던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는 소영이 남긴 쪽지에 아기의 이름이나 연락처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아기를 몰래 데려간다. 그러나 다음 날 빚에 시달리며 세탁소를 운영하는 상현이 불법 입양 브로커로서 길을 나서려는 찰나에, 예상치 못하게 엄마 소영이 아기를 되찾기 위해 돌아온다. 아기가 사라진 것을 안 소영이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결국 자신들이 브로커임을 고백한 상현과 동수. 이에 소영은 우성이의 양부모를 찾는 여정에 동행하기로 한다. 한편 이 일련의 과정을 빠짐없이 관찰한 형사 '수진(배두나)'은 후배 ‘이형사(이주영)'와 함께 두 브로커를 현행범으로 잡기 위해 그들의 뒤를 쫓는다.
베이비 박스는 부모의 사정상 키울 수 없는 아기를 두고 가는 장소로, 한국에서는 2009년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 교회에서 처음 시작된 후 현재 3곳의 종교시설에서 운영되고 있다. 사실 베이비 박스는 선한 목적과는 별개로 논란의 대상이었다. 비판하는 쪽에서는 그 존재 자체가 아이를 유기하게 만든다고 말해왔고, 긍정하는 쪽에서는 아이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미혼 부모처럼 아이를 양육할 능력이 부족한 이들의 현실과 이에 무관심한 한국 사회의 태도가 중첩된 결과 베이비 박스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양측 모두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처음으로 한국에서 촬영하고 연출하여 제75회 칸 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화 <브로커>가 베이비 박스 앞에서 시작되는 것은 놀랍지 않다. 이미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들은 가족이나 소외된 이들의 삶처럼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문제들을 스크린 위로 끄집어 올리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또 그의 작품은 서늘한 현실감을 유지한 채 해당 문제들을 파고들면서도, 섣불리 비판할 대상을 정하는 대신 그 문제를 겪는 당사자들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면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경우도 많다. <브로커>도 마찬가지다. 영아 납치와 인신매매를 자행하는 브로커의 여정을 포착한 이 로드무비는 악행과 선의 사이에서 피어나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수직적인 세상에서 볼 수 있는 모순
그 아이러니는 울진의 한 수산물 시장에서 볼 수 있다. 우성이를 사려는 한 부부를 만난 소영, 동수, 상현. 부부는 우성이의 눈매나 눈썹을 살펴보면서 못생겼다며 외모를 품평하고, 친부의 직업이나 과거사를 따진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지 본래 약속보다 낮은 가격에 할부로 우성이를 구매하겠다는 제안하는 부부. 이에 당황한 상현과 동수는 어떻게든 거래를 이어가기 위해 흥정을 해보지만, 아기를 비하한 부부에게 분노한 소영 덕분에 흥정은 이내 끝이 난다. 이 장면은 수많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수산물 시장에서 생선 대신 아기가 거래 대상인 것이나, 아기를 파는 사람이 아기의 가치를 존중해 달라고 구매자의 부도덕함을 비난하는 것이나, 브로커에게 더 나은 구매자를 찾아달라는 소영의 모습은 무엇 하나 말이 되지 않는다. 아기를 팔려고 하는 순간 이미 도덕과 윤리와는 거리가 멀어진 듯 한데, 그 안에서 또 도덕을 따지는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이처럼 악행을 저지르는데 정작 그 안에서는 선의가 느껴지는 모순은 러닝타임 동안 다양하게 변주되어 나타난다.
이때 작중 모순은 서로 다른 세상의 논리가 충돌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수직적인 세상 안에서 수평적인 관계가 부딪힌 결과다. 우선 <브로커>의 세상은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 계급 우화"인 <기생충>처럼 수직적으로 묘사되며, 영화는 꾸준히 오르고 내린다.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는 날에 소영은 아기를 버리기 위해 골목길을 올라가고, 수진과 이 형사는 그런 소영을 내려다본다. 보육원에서 같이 자란 친구를 만나 꿈을 이룰 수 있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헛헛한 인생 이야기를 한 동수는 보육원으로 향하는 긴 계단을 걸어 올라간다. 동선과 시점에 더해 인간관계도 수직적이다. 조폭들에게 5,000만 원을 빚진 상현은 일원 중 하나인 태호 앞에서 쩔쩔매고, 후반부에는 그와 담판을 짓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내려간다. 영화의 배경마저도 수직적인데, 부산답게 걸어 올라가기조차 벅찬 계단들이 잊을 법하면 등장한다.
거듭 오르락내리락하는 동선, 시점, 관계는 세 인물이 사회적 시스템에서 가장 아래에 있고, 밀려난 이들이라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이는 영화에서 등장하는 여러 상자인 베이비 박스, 네모난 봉고차와 보육원의 모습으로도 나타난다. 한 명만 들어갈 수 있는 베이비 박스가 상현, 소영, 동수 개개인의 삶이라면, 자동차는 가족을 상징하며, 보육원은 가족보다 조금 더 큰 사회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보육원 밖에는 사회라는 가장 큰 상자가 있다. 이때 가장 큰 상자로부터 작은 상자로,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어려움은 결국 베이비 박스에 아이가 들어가게 만든다. 상현은 조폭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불법 브로커로 활동한다. 보육원을 떠났지만 이렇다 할 희망을 찾지 못한 동수는 상현과 함께 봉고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밀매한다. 가족을 이룰 수 있는 형편이 아닌 소영은 아기를 베이비 박스 앞에 내려놓는다. 이렇게 영화는 수직적인 세계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사연을 베이비 박스 안에 담는다.
수평의 동행이 만든 가족
그러나 <브로커>는 아픈 사연에만 집중하지는 않는다. 지상과 지하, 계단 위와 아래 사이에 냄새조차 넘어가서는 안 될 명확한 선이 있었던 <기생충>과는 달리 <브로커>는 비극으로 치닫지 않는다. 상승과 하강의 세계가 극한으로 향하기 전에 동행이라는 이름의 수평축을 새로이 끼워넣기 때문이다. 소영이 동수에게 자신이 꾸는 꿈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면은 이 수평적 동행이 갖는 의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꿈속에서 비를 맞고 깨끗해지는 꿈을 꾼다는 소영은 그 꿈이 그저 꿈일 뿐이라고 자조한다. 그러자 동수는 두 명이 쓸 수 있을 만큼 큰 우산이 있으면 되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소영이 비를 맞으며 아이를 버렸던 것을 생각하면, 고물이 되어버린 봉고차 안에서 만난 이들과의 관계가 그 비를 피할 우산이 될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봉고차를 세차하던 중 다섯 일행이 비눗물을 뒤집어쓰고, 상현과 소영이 각자 쓰던 가명 대신 본명을 털어놓으며 깨끗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수직적인 세상과 대조되는 수평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수평선이 보이는 동해안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봉고차의 여정과 인천으로 향하는 KTX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동행은 수직적인 세계에서 지친 이들, 특히 가족이 부재한 이들이 봉고차 안에서 새로운 가족을 이루고 서로를 어루만지며 치유하는 과정이라서 특별하다. 성매매 여성인 소영은 상현과 동수를 만나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 소속된 느낌이 무엇인지를 새로이 깨닫는다. 보육원 출신인 동수는 소영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에게 되돌아오지 않은 엄마의 심정을 이해한다. 이혼 후 딸과 별거 중인 상현은 몰래 보육원을 빠져나와 봉고차에 탄 해진에게서 딸의 모습을 본다. 이는 오르내리는 대관람차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이 유독 인상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 찬가로 이어지는 봉고차
이때 영화는 유대감과 치유의 이야기를 인간 내면의 순수함과 도덕성에 대한 믿음으로 확장한다. 사실 상현과 동수, 그리고 소영은 예기치 못하게 만났고 또 좋은 일로 만난 것도 아니었다. 아기를 유기하는 소영의 행동이나 그 아기를 교회에서 맡아 기르는 대신 팔아버린 상현과 동수의 행위는 누가 뭐라 해도 범죄였다. 그러나 영화는 악행 기저에 깔린 선의들의 만남에 주목한다. 아기를 베이비 박스에 두고 떠났지만 되돌아온 소영의 모성애, 아기를 잘 키워줄 적임자를 찾아주려 했다는 상현의 배려심, 버려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상처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동수의 동병상련은 한 데 모여 치유의 드라마를 써 내려간다. 물론 자신들의 행적을 둘러대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부분적으로나마 진심인 선의가 만나 새 가족을 만들고 감동을 선사한 것이다.
이 감동은 엄마이자 딸로서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기로 결심한 소영이 모두에게 전하는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대사로 함축되어 있다. 달리 말해 이 대사에는 악행을 저지른 모든 이들의 내면에도 미처 꺼내지 못했을 선함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선함 덕분에 모두의 생명이 특별하다는 인간 찬가가 담겨있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의 끝에 다다르면 모두가 최선을 선택하며, 자신들이 마주해야 했던 인생과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모든 책임을 아이 엄마에게 묻는 대신 그녀의 마지막 선택에도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러한 인간의 선의에 대한 희망은 <브로커>만의 따스함이 감도는 영상 덕분에 더욱 특별하다. 인위적인 설정 대신 햇빛과 같은 자연의 움직임을 기다리며, 있는 그대로 포착해 찍어낸 덕분이다. 상현과 소영의 진심이 튀어나오는 KTX 안에서의 대화 장면이 밝음과 어둠을 자연스럽게 오가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이처럼 수직의 세상에 피어난 선함이라는 주제는 송강호에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이 돌아간 이유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누구보다도 소시민적으로 수직적인 세상을 사는 인물이면서도 수평적 여정의 끝에서 인간의 선함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인 상현은 영화에 담긴 아이러니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흔들리는 편견과 고정관념
그렇다고 해서 <브로커>가 마냥 따뜻하고, 희망적이고, 밝은 태도만 견지하는 것은 아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답게 상현, 동수, 소영을 무조건 미화하거나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하지는 않는다. 대신 영화는 이 아이러니를 관찰자의 시점에서, 즉 수진의 시점에서 따라가도록 권한다. 그래서 영화의 시작은 수진의 세계를 보여준다. 수진이 소영을 내려다보는 구도는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소외된 이들을 보는 시점으로, "버릴 거면 낳지를 말라"는 수진의 태도가 잘 반영되어 있다. 또 아기를 실은 상현의 봉고차를 수진이 조용히 쫓는 장면에서 영화의 타이틀이 등장하는 것도 관찰자이기에 관객이 쉽게 동일시할 수 있는 그녀의 관점을 강조해준다.
그리고 수진의 관점과 태도가 뚜렷하기에 브로커 일행을 쫓는 그녀의 여정에는 더욱 깊은 드라마가 담긴다. 단순한 관찰자였던 그녀가 가족이 되어가는 이들의 동행을 따라가면서 그들의 이면을 마주하고, 자기 내면에 찾아온 혼란을 만나기 때문이다. 그녀의 냉철한 신념과 태도는 "낳고 나서 죽이는 게, 낳기 전에 죽이는 것보다 죄가 더 가볍냐"는 소영의 반박에 꺾인다. 아이를 매매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지만, 그들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간 편견과 제도의 공백이 그녀를 흔든다. 또 멀쩡한 부부에게 입양되어야만 비로소 우성이가 행복할 거라는 그녀의 고정관념은 "아이를 가장 팔고 싶은 건 나였나 봐"라는 대사를 통해 고발된다.
이렇게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가 필요 없는 세상을 원한다면 이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사람의 선의를 믿으며, 미리 단정 짓지 말자고 설득한다. 정당화될 수는 없어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수직과 수평의 충돌 안에 담는다. 사회 제도에 대한 의문과 통념으로 자리 잡은 윤리적 판단에 대한 의심으로 악행과 선의의 딜레마를 장식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수진과 동일한 입장에서 영화를 보다 보면 결말을 마주한 순간 긴 여운 속에서 영화의 메시지를 곱씹으며 자신을 성찰하는 깊은 상념에 빠지게 된다.
다만 영화적 뚝심과는 별개로 <브로커>의 완성도는 아쉬움이 크다. 다루려는 이야기가 너무 많은 나머지 짜임새가 부족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영화는 크게 세 가지 여정, 곧 소영과 우성이/브로커인 상현과 동수/브로커를 추적하는 수진과 이 형사의 여정을 다루고 있다. 사실 영화의 메시지와 주제를 고려하면 이 많은 캐릭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그들의 이야기를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이는 특히 최후반부에 얽히고설키는 상현, 소영, 동수, 수진의 선택에서 그들의 심경 변화가 한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보육원 시퀀스처럼 대사가 명확히 들리지 않는 기술적인 문제도 감상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된다.
물론 이러한 단점은 이지은의 연기가 눈부시게 빛나는 것과 같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캐릭터들의 사연을 하나로 묶는 접점도 소영이고,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것도 소영이기 때문에 자연히 그녀의 퍼포먼스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덕분에 언제나 수심 가득하던 얼굴에 슬며시 웃는 미소를 지나 당찬 의지가 담기고, 진한 스모키 화장이 지워지는 그녀의 변화만 따라가도 <브로커>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알 수 있다.
다만 완성도 때문에 영화의 온기와 따스함이 지닌 설득력이 약화되는 게 결국 문제다. 인신매매와 살인처럼 결코 경시할 수 없는 심각성을 지닌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다소 낙관적이고 편의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한 듯한 경향성이 살짝 엿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이상적이고 작위적인 화법 때문에 영화의 결말에 끝내 설득되지 않는다면, <브로커>는 그저 순진하게 풀어낸 인간 찬가로 기억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영화의 메시지와 주제가 갖는 중요성과 가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역량과 명망을 생각하면 이는 퍽 안타까운 결과다.
A(Acceptable, 무난함)
인간의 선함을 믿어보자는, 따뜻함과 나이브함 사이에 있는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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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의 시선이 아닌 내 시선으로 살아가기를, <스왈로우>
넓고 쾌적한 집, 다정한 남편, 경제적으로 남부럽지 않은 이 배경은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스왈로우를 보며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 사람이 행복해보이는지 자유로워보이는지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이 말은 헌터의 인생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먹어서는 안 될 것들을 먹는 헌터를 보며 시각적으로 보기에 불쾌했고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너무 괴롭기까지 했다. 이식증과 헌터가 갖고 있는 서사가 연결성이 있는지는 사실 그렇게 중요해보이지 않았다. 너무나도 완벽해보이는 헌터의 결혼생활이 그렇게 행복해보이지도 않았고 헌터의 외양마저 헌터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헌터의 이야기는 상담실에서 자신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시작된다. 이전까지는 주어진 배경이나 선택에 순응했다면 상담 이후 헌터는 누군가가 자기에게 강요하는 선택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거부하며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남편을 위한 선택이나 태어날 예정인 아이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기 시작한 행동들이 마음에 들었다. 임신중절약을 삼키는 행위를 제목과 연관지어 말한 동아리원의 감상도 인상깊었다. 나는 이 감상문을 보고 무언가를 하기로 마음먹은(스왈로우)것도 제목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내가 마음먹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나는 늘 걱정과 불안을 안고 살아왔기에 그때마다 새로운 다짐을 하기 바빴다.
수없이 삼키고 삼켰지만 별다른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을 때 더욱 좌절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영화 속 헌터가 수많은 것들을 삼키며 마침내 그것을 실제 현실에서 드러내기까지 오랜 시간을 버티고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을 견뎠던 것처럼 나도 수십번 수백번 그런 다짐을 삼키며 그것을 실제로 드러내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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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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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령>, 1월 18일 개봉 확정
ⓒ 네이버 영화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영화 <유령>이 1월 18일 개봉을 확정했다. 영화에는 설경구부터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배우 등이 출연한다.
<아바타: 물의 길>, 개봉 3일 만에 100만 돌파
ⓒ 네이버 영화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 3일 만에 100만 돌파에 성공했다. <아바타 : 물의 길>은 제8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성을 인정 받기도 하였다.
문근영, '강수연상' 수상
ⓒ 크리컴퍼니
올해 시상식에서 영화인으로서 모범을 보인 배우 故강수연의 50여 년간 한국 영화계에 끼친 업적과
공로를 치하하고 그를 기리고자 '강수연상'을 제정하였다. 그리고 문근영 배우가 첫 강수연상을 수상했다.
해외
심은경, 일본 드라마 <백만 번 말할 걸 그랬어> 출연
ⓒ 유마니테
배우 심은경이 일본 TBS 드라마 <백만 번 말할 걸 그랬어> 출연을 확정했다. 심은경 배우는
뇌신경외과 의사 '송하영'을 연기한다. 송하영'은 '유이'(이노우에 마오)와 예상치 못한 일로
만나서, 서로에 대해 점차 알게 되고 관계를 맺어가는 역할이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블랙 스완> 뮤지컬 제작 도전
ⓒ 네이버 영화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가 최근 인터뷰에서 <블랙 스완>을 뮤지컬로 제작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각색 작업 과정 중에 있고, 제작을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있다고 밝혔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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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_#1] 이미지의 영감은 어디에서 오는가? (with. 김승원 감독)
🎙️ Episode 1. 영화 감독 김승원 편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는 단편 영화 감독을 만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입니다. 영화를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영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 예술이란 무엇인지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 김승원 감독
📍instagram @quartzlock 📍YouTube @_pov 📍https://quartzfilm.com/
- 따옴표 필름
📍 instagram @ddaompyo.film 📍 YouTube @ddaompyofilm 📍 ddaompyofil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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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공기살인> 티저 예고편
[속보] 일상 속에 노출되어 있는 살인무기! 살殺균제 사건의 진실을 밝힐 대참사 재난실화 #공기살인 티저 예고편 전격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