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2023-05-16 19:26:02
웃겨 뒤집어지는 영화
슬픔의 삼각형 펴시죠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작 <더 스퀘어>로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고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이 한충 더 업그레이드된 영화를 선보였다. 여기서는 이를 비롯한 화려한 영화의 배경보다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영화는 모델 오디션을 보는 남자들의 인터뷰를 따라가면 기존의 임금격차 문제와는 다르게 모델계에서는 남성 모델의 수입이 더 적다는 사실을 관객에게 알리며 시작한다. 임금뿐만 아니라 더 ‘잘 나가는' 모델인 여자친구 야야와 남자친구인 칼은 데이트 비용 문제로 한바탕 갈등을 겪고 칼은 차라리 이 상황이 반대면 좋겠다는 발언과 함께 영화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뒤집어 나간다.

영화는 위와 같이 한 커플의 젠더 갈등을 시작으로 3부로 나누어 진행한다. 1부에서 개인과 개인의 격차를 보였다면 2부에서는 크루즈에 승선하여 계급 간의 격차를 보여준다. 특히나 공간을 통한 연출이 두드러지는데, 크루즈는 사실상 3층의 구조로 나뉜다. 부유한 소비자인 백인이 있는 3층, 이들을 위한 보기 좋은 유니폼을 입은 백인 노동자들의 2층, 그리고 그 아래에 백인 노동자들은 손대지 않는 위험하거나 지저분한 일을 처리하는 ‘진짜' 일복을 입은 유색인종 노동자들의 지하에 가까운 1층이다. 흥미로운 점은 최상위 계급자는 이 계급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 초반에 3층의 한 중년 여성은 수영을 하다가 2층의 노동자에게 함께 수영하자며 1층부터 모든 노동자들을 끌어올리지만 이들은 이내 미끄럼틀을 타고 다시 내려가며 다시 아래층에 위치하고 이들은 유희로 이용될 뿐이다. 이러한 형식은 영화의 후반부에서 동일하게 작용한다. 섬에 갇혀 생존 능력으로 리더(최상위 계층)를 선점하게 된 필리핀 계 노동자 애비게일은 섬에서 가장 능력 없는 최하위 계층의 칼을 자신의 옆에 두게 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는 최상위 계층의 ‘유희'로 밖에 전락하지 않는다.

3부에서는 섬에 갇히게 된 8명이 크루즈와는 정반대로 새로운 서열을 만든다. 섬 밖에서 부, 명예, 인기가 상위 계층의 필요 능력이었다면 당장의 생존에 대한 능력으로 권력의 구조가 탄생한 셈이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어떻게 힘을 가지는지, 그 권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며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다. 그렇게 후반부로 흘러가며 이 영화의 초반 트리거가 된 칼의 바람과는 조금 다른 형태지만 바라던 형태를 이룬다. 하지만 칼은 사실상 어떤 능력도 없고 바라던 대로 자신이 노력하지 않고 얻은 능력으로 리더의 옆에 앉게 되는 일종의 소망을 이루게 된다. 더불어 계급이 전복되며 구축한 이 구조에서 흥미로운 점은 권력 간의 관계와 권력자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점이다. 애인을 빌려준(?) 야야는 리더 애비게일을 견제하지 않고 이는 크루즈 위에서 야야가 노동자에게 웃어줬다며 논쟁을 일으킨 칼의 모습과 대조된다. 마찬가지로 섬에서 최고 권력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일종의 권력을 일시적으로 얻기 위해) ‘성'이 아닌 자신의 시계를 건네는 장면은 크루즈 위에서 여성 파트너를 둘이나 데리고 올라탄 남성과 대조된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사실은 누구든 권력을 쥐게 되면 놓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게 영화는 3층의 구조를 가진 크루즈를 뒤집으며 젠더, 계급, 인종 모든 구조를 뒤집어엎는다.

결론적으로 영화의 맨 처음 이 구조를 바꾸고 싶다던 칼은 아이러니하게도 원래의 계급 구조로 돌아가기 위해 앞만 보며 달려간다. 시간제한이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칼의 모습에 간절함을 느끼는 동시에 묘한 웃음이 터져 나오게 된다. 엉망진창으로 흘러가는 코미디 같지만 그 안에는 개인으로 시작해 사회로 확장하며 정교한 연출과 구조에 분명 웃고 있지만 어느새 그 어떤 영화보다 논리적인 질문을 받게 된다. 모두가 생각해 보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들을 꺼내고, 상황들을 전개해 가며 실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재치를 가진 감독이다. 뒤집어지게 웃긴 이 영화를 ‘슬픔의 삼각형'을 펴고 웃으며 즐기길!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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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 다섯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이동욱 X 임수정의 <싱글 인 서울>이 오는 29일 개봉합니다. 선남선녀 배우의 케미로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는데요. 뿐만아니라 제 76회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과 퀴어 종려상을 수상한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의 개봉소식을 알렸는데요.
사카모토 류이치의 유작이 담겨져 있는 <괴물>은 어떤 내용일지, 그 외의 개봉소식까지 같이 알아볼까요?
괴물
12.12: THE DAY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스릴러 | 일본 | 1427분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안도사쿠라, 나가야마 에이타, 쿠로카와소야, 히이라기 히나타 등
개봉: 2023.11.29
배급: (주)NEW
시놉시스
“우리 동네에는 괴물이 산다”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는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의 행동에서 이상 기운을 감지한다. 용기를 내 찾아간 학교에서 상담을 진행한 날 이후 선생님과 학생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흐르기 시작하고. “괴물은 누구인가?” 한편 사오리는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미나토의 친구 요리(히이라기 히나타)의 존재를 알게 되고 자신이 아는 아들의 모습과 사람들이 아는 아들의 모습이 다르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는데… 태풍이 몰아치던 어느 날, 아무도 몰랐던 진실이 드러난다.
CINE PICK!
제76회 칸영화제 각본상과 퀴어 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괴물>은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의 자신의 어린 시절 체험을 바탕으로 각본을 집필한 영화로 지난봄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영화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마지막 영화음악이 담긴 작품이기도합니다.
싱글 인 서울
Single in Seoul
ⓒ 네이버영화
개요: 멜로/로맨스, 코미디 | 한국 | 103분
감독: 박범수
출연: 이동욱, 임수정, 이솜, 장현성, 김지영 등
개봉: 2023.11.29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나한테 딱 맞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싱글이 답이다!” 혼자 걷기, 혼자 쉬기, 혼자 먹기, 혼자 살기… 혼자가 좋은 파워 인플루언서 ‘영호'(이동욱) “사실 혼자인 사람은 없잖아요” 혼자 썸타기, 나 홀로 그린 라이트… 유능한 출판사 편집장이지만 혼자는 싫은 ‘현진’(임수정) 싱글 라이프를 담은 에세이 <싱글 인 더 시티> 시리즈의 작가와 편집자로 만난 ‘영호’와 ‘현진’. 생활 방식도 가치관도 서로 다른 두 사람은 책을 두고 사사건건 대립하면서도, 함께 보내는 시간이 나쁘지만은 않은데…? 서울, 혼자가 좋지만 연애는 하고 싶은 두 남녀의 싱글 라이프가 시작된다!
CINE PICK!
<레드카펫>을 연출한 박범수 감독과 이동욱, 임수정이 만난 <싱글 인 서울>은 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연애에 대한 관점이 다양해진 현실을 반영해 만든 로맨스 영화로 예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합니다. 역주행에 이어 장기흥행까지 이끌어낸 로맨틱 코미디 영화 <30일>의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레슬리에게
To Leslie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20분
감독: 마이클 모리스
출연: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오웬 티그, 마크 마론 등
개봉: 2023.11.29
배급: 진진
시놉시스
“말해주세요,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술에 빠져 수억의 복권 당첨금까지 잃은 레슬리는 몇 년 후, 사이가 틀어진 아들 제임스와 재회하지만 달라지지 못한 모습 탓에 그와 다시 멀어진다. 그런 레슬리에게서 과거를 떠올린 모텔 주인 스위니는 레슬리에게 모텔 청소부 일을 제안하는데… 지난 잘못을 돌이킬 수 없을 때 찾아온 새 출발의 기회! 흔들리는 세상의 모든 <레슬리에게>
CINE PICK!
제33회 런던비평가협회상 영국여우주연상 수상,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노미네이트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주연의 <레슬리에게>는 가족의 화해와 이해, 공감의 드라마로 수많은 후회를 거쳐 끝내 용서받기를 원하는 한 인간이 자립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관객들에게 따듯한 용기를 건네는 영화입니다.
아줌마
Ajoomma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싱가포르, 한국 | 90분
감독: 슈밍 히
출연: 후이팡 홍, 정동환, 강형석, 여진구 등
재개봉: 2023.11.29
배급: 싸이더스
시놉시스
자식 키워봤자 소용없다 가슴으로 낳은 한류스타 ‘여진구’의 나라 한국으로 떠나다! 평생 가족만을 위해 살아온 싱가포르 아줌마 ‘림메이화’(홍휘팡) 한국드라마 촬영지 투어를 위해 인생 처음으로 나 홀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꿈 같은 시간도 잠시, 그녀를 두고 떠나버리는 관광버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 홀로 남겨진 그녀의 여행은 뜻밖의 인연들을 마주하며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여진구’ 찾아 떠나온 곳에서 진짜 ‘나’를 찾는 여행을 시작하다! 어서와~ 싱가포르 아줌마는 처음이지?
CINE PICK!
<아줌마>의 연출을 맡은 허슈밍 감독은 실제 자신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본인의 어머니가 늘 3~4개의 한국드라마를 챙겨보았다며 중년여성이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기에 한국이 완벽한 장소라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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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갱생과 폭력의 경계에서 제시한 질문
시계태엽 오렌지 (A Clockwork Orange, 1971)
갱생과 폭력의 경계에서 제시한 질문
감독 : 스탠리 큐브릭
출연 : 말콤 맥도웰, 패트릭 마지, 마이클 베이츠, 워렌 클라크
시계태엽 오렌지 시놉시스
노숙자 폭행, 집단 싸움, 차량 절도, 주택 침입… 10대 소년 ‘알렉스’는 친구들과 어울려 극악한 비행을 저지르고 다닌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한 저택에 침입해 주인과 싸우고 달아나려던 순간 경찰에 검거된다. 살인죄가 적용되어 14년 형을 살게 된 ‘알렉스’. 좀 더 빨리 감옥을 탈출하고자 ‘루도비코 갱생 프로그램’에 자원한다.
스탠리 큐브릭. 나는 이 이름을 들으면 정신이 아득히 멀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어질어질하다. 스릴러의 세계에 눈을 뜨게 해 준 영화 <샤이닝>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은 10여 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같은 시대를 뛰어넘은 SF 명작과 여러 장르의 작품을 남긴 감독이기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에게 ‘스탠리 큐브릭’은 충격적인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 기억되고 있다. <샤이닝>을 접했을 때의 충격이 너무 강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몇 달을 볼까 말까 고민했던 이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를 보고 이 느낌은 더욱 확고해졌다. 그는 여러모로 파격적인 역사를 남긴 인물이자 나에게 충격을 선사한 영화인이다.
<시계태엽 오렌지>는 모든 사람들이 깨면 안 된다고 말하는 벽을 인정사정없이 걷어차다 못해 산산조각 내버리는 영화 같았다. 1971년 당시 이 영화가 제작되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만큼.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확실하나, 그에 닿기까지의 과정이 심히 자극적이고 폭력적이라 나름 무던하다고 자신했던 나도 보고 있기 조금 힘든 수준이었다. 우선 절대, 가족과 함께 볼 영화는 아니고... 누구랑... 아니, 그냥.. 혼자 봐야 할 것 같다.
범죄 본능을 가진 주인공
영화의 주인공은 10대 소년 알렉스다. 그는 밤이 되면 친구들과 가벼운 비행을 넘어선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다닌다. 보통 이렇게 탈선을 한 주인공이 나오면 그가 이렇게 행동하는 간단한 이유라도 있기 마련인데, 알렉스에게 명확한 이유는 없다. 그에게 범죄란 본능이다. 폭행하고 갈취하고 추행하는 모든 파렴치한 행동이 그저 즐겁게 느껴질 뿐이다. 마치 이런 행동들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듯 알렉스는 거침없이 일을 저지르다 청소년이라는 든든한 울타리로도 막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공범인 친구들에게 배신당하고 모든 죄를 뒤집어쓴 알렉스는 태어나 처음으로 감옥에 수감된다. 하지만 ‘갱생’이라는 타이틀을 위해 범죄자들을 관리하는 커다란 조직 안에서도 알렉스는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머리에 악마라도 들은 거냐?”는 질문에 나도 함께 고개를 끄덕이게 될 만큼, 그는 악의 기질을 타고난 골칫덩이로 보인다.
그렇게 감옥에서의 지겨운 시간이 지나고 알렉스에게 조기 석방의 기회가 생기는데, 그 시점부터 알렉스가 말하는 ‘비극’과 새로운 폭력이 시작된다.
* 아래 내용부턴 영화의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강력한 시각적 자극
<시계태엽 오렌지>라는 영화를 가장 짧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은 이것밖에 없다. “미쳤다.” “처음부터 끝까지 빈틈없이 다른 각도로 미쳤다.”
악과 정반대에 있는 순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흰색 옷을 쫙 빼입은 악마 같은 주인공, 둔탁한 무기들, 지독한 주인공의 눈빛과 시선을 옭아매는 기다란 속눈썹. 그리고 주인공을 둘러싼 생기 대신 음기가 가득한 배경까지. “이거 이렇게 만들어도 되나?” 싶은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거기에 아주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범죄 장면들은 보는 이의 시각을 강하게 자극하며 주인공 알렉스에 대한 혐오도와 온갖 복잡한 감정을 일으킨다. 배경이 좀 잔잔해지나 싶으면 알렉스가 날뛰고, 날뛰는 그를 보고 있자면 그 눈빛에 사정없이 갈려버리는 느낌이 든다. 여러 가지 의미로 띠용-하느라 눈이 쉴 틈이 없다.
본능을 뒤바꿀 교화에 대하여
자극적인 사건들과 함께 한숨을 푹푹 내쉬다 보면 어느샌가 이 영화가 던지는 물음에 가닿게 된다. <시계태엽 오렌지>의 초반부엔 살짝 역하게 느껴질 만큼 지독한 폭력들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알렉스의 일상은 폭력으로 가득하다는 것과 그가 이렇게 행동하는 건 우리가 밤에 잠을 자고, 아침엔 일어나는 것과 같은 루틴이자 본능임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그리고 영화의 중반부에 닿았을 때 알렉스의 폭력적 본능을 교화시킬 새로운 충격요법 ‘루도비코 갱생 프로그램’을 보여주며 본능을 뒤바꿀 새로운 폭력을 가하기 시작한다. 갱생과 폭력의 경계선에서 타고난 본능과 강력한 충격이 부딪히며 이야기는 점점 알 수 없는 방향으로 구부러지기 시작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개인이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의 강도가 점점 더 강해지고, 결국엔 국가가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까지 영역을 넓히게 되는 것이다.
타고난 본능을 바꾼다는 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악의 본능을 타고난 자를 교화시키는 게 가능한 것인지, 모두가 내면에 아주 작은 선이라도 갖고 태어난다는 말이 진실인지. 그리고 그 선을 충격을 통해 발현시킬 수 있는지. 특수한 상황에서 그 본능을 발현시키기 위해 우리는 어디까지 선을 넘어도 되는지. <시계태엽 오렌지>는 질문을 던진다.
개인적으론 결국 변한 것은 없고 남은 건 폭력뿐이라고 생각한다. 알렉스는 그저 고통을 피하기 위해 잠시 본능을 미뤄두는 것일 뿐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도 본능과 반대되는 가치(선)를 적극적으로 택하진 않는다. 차라리 이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죽음을 택하면 택했지, 진실된 내면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폭력성을 개선하기 위한 교화 프로젝트는 결국 국가폭력에 지나지 않았으며 결과물은 선인이 아닌 잘못 비틀려버린 악인 한 명뿐이다. 만일 알렉스가 교화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 14년 형을 마치고 출소했다면, 그가 진정한 선인이 되었을까? 그렇지 않을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
나는 타고난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으며 모두가 선을 품은 채 태어나는 건 아니라고 느끼며 살아왔다. 인류가 사라질 때까지 반대되는 두 개의 본능은 끝없이 부딪힐 거고, 그때마다 새롭게 발생하는 폭력과 피해를 100% 막아내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이것을 다스리기 위한 방법의 종류와 적절한 경계 사이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질책하고 다투게 될지도 모르겠다. <시계태엽 오렌지>에서 보여주는 폭력은 잘못된 방법 중 하나였을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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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4월의 마지막 한 주만이 남았습니다.요즘, 다시 날이 따뜻해지고 있는데요.오늘 낮 기온이 뜨겁다고 하니 이 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콘텐츠'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 '신비한 동물' 시리즈 중 세 번째 시리즈인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은 전 편에 비해 성적이 잘 안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박스오피스에서는 여전히 1위르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4월 22일~24일) 관객 수 18만 684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76만 9002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저번 주와 비교했을 때 누적 관객 수가 약 30만 증가하였습니다. 이번 주에도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이 1위를 유지할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2. <공기살인> (NEW)▶ 실제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다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영화 <공기살인>. 주말 동안 (4월 22일~24일) 관객 수 6만 4841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7만 181명을 돌파하였습니다.
| 줄거리봄이 되면 나타났다 여름이 되면 사라지는 죽음의 병. 공기를 타고 대한민국에 죽음을 몰고 온 살인무기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그들의 사투. 증발된 범인, 피해자는 증발되지 않았다!3. <엥커> (NEW)▶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 천우희가 타이틀롤을 맡은 영화인 <앵커>가 3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 영화 두 작품이 나란히 순위권에 올라간 게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은데요. 앵커는 주말 동안 (4월 22일~24일) 관객 수 6만 1436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0만 3038명을 돌파하였습니다.
| 줄거리생방송 5분 전, 방송국 간판 앵커 ‘세라’(천우희)에게 자신이 살해될 것이라며 죽음을 예고하는 제보전화가 걸려온다. 장난전화로 치부하기에는 찝찝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세라’. 진짜 앵커가 될 기회라는 엄마 ‘소정’(이혜영)의 말에 ‘세라’는 제보자의 집으로 향하고 제보자인 ‘미소’와 그녀의 딸의 시체를 목격한다.
그날 이후, ‘세라’의 눈앞에 죽은 ‘미소’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르기 시작한다. 사건 현장에서 미소의 주치의였던 정신과 의사 ‘인호’(신하균)를 마주하게 되며 그에 대한 ‘세라’의 의심 또한 깊어진다.▶ 씨네픽의 이번 주 95회 예측 이벤트는 4월 2주 차 박스오피스(순위) 예측입니다. 한 주동안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는데요.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4월 2주 차 박스오피스 순위의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씨네픽 유저 예측 결과
정답자 비율(%)
▶ 한 주 동안 많은 씨네픽 유저분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 주셨는데요. 박스오피스 1위 순위를 가장 많은 분들이 맞혀주셨고,
그다음으로 3위, 2위 순으로 많이 맞춰주셨습니다. 이번 예측 수치를 보면 절반 이상의 사람이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의 순위를 맞추셨습니다. 이에 비해 2위와 3위를 맞춘 비율이 굉장히 적었는데요.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98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 <로스트 시티> (▲13)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해 기대를 모았던 영화 <로스트 시티>. 주말 동안 (4월 22일~24일) 관객 수 3만 969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6만 4216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수퍼 소닉2> (▼3)
▶ <수퍼 소닉2> 개봉한지 벌써 약 3 주가 지났는데, 여전히 TOP 5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4월 22일~24일) 관객 수 3만 969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6만 4216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The bad guys>, <The Northman>, <The Unberable Weight of Massive Talent> 가 주말 박스오피스에 새롭게 등극했습니다.
주말 동안(22일~24일) <The Bad guys> 북미 기준 주말 매출액 $24,000,000 (한화 약 298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누적 매출액은 동일합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4월 22일 ~ 2022년 4월 24일)1. <배드 가이즈> 2400만 달러 (누적 2400만 달러)2. <수퍼 소닉2> 1522만 달러 (누적 1억 4582만 달러)3.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1401만 달러 (누적 6712만 달러)4. <노스맨> 1200만 달러 (누적 1200만 달러)5. <The Unbearable Weight of Massive Talent> 717만 달러 (누적 717만 달러)...씨네픽의 4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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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을 대하는 자본의 위선
이민자의 삶은 언제나 고통의 연속이다. 아무리 착한 사람들이 모인 동네라도 자기 신념에 맞지 않는 사람에게 관대한 사람은 많지 않다. 인간은 간사한 존재라서 차라리 무관심하면 나은데, 나와 생각이 다를 때 끊임없이 찍어누르며 자신이 정답이라고 외치기 때문이다. 여기 한창 전쟁 중이었던 유럽에서 막 망명한 건축가 라즐로도 이런 편견을 견뎌내었다. 그의 인생이었던 건축이 미국 상류층 사회에 미친 영향과 반대로 상류층이 그의 삶에 미친 영향을 관객으로서 바라보며 몰입하게 된다. 이 영화는 자유를 외치는 예술 조차 돈과 힘의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주는, 라즐로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1. 예술가와 자본가의 논리의 차이
라즐로는 전쟁이 망친 건축계의 천재였다. 하지만 천재도 세상의 풍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파시스트가 판치는 세상에선 능력보다는 인종, 피만으로 사람이 평가받던 시기였기에 라즐로는 그저 하등한 출신의 예술가였을 뿐이었다. 그렇게 도망치듯 온 미국에서도 그는 그저 이민자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예술적 능력은 한 부자의 책장을 리모델링해주면서 분출된다. 그렇게 해리슨과 라즐로의 인연이 시작된다. 그들의 인연은 파탄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처음부터 자명했다. 해리슨은 자신의 영역을 마음대로 바꾸었다는 이유로 라즐로를 욕보여 놓고 세상의 주목을 받으니 그제서야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라즐로의 능력을 첫 눈에 알아본 사람이 아니고, 세상이 알아주니 그제서야 그를 치켜올렸다. 고로 해리슨은 대단한 예술적 취향이 있는 인물이라기 보다는 세상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중요한 사람임이 처음부터 드러난다. 하지만 지출은 줄여가며 명성은 유지하고 싶어하는 자본가적 속성은 라즐로의 예술성은 돈 먹는 하마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는 라즐로의 예술성을 부러워하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이 그의 예술성에 가려진다고 생각할 때마다 돈으로 괴롭혔던 것 같다. 돈은 없지만 어디서든지 빛나는 재능을 가진 이가 자신에게 복종하는 것이 한 편으로는 기쁘다가도 그의 재능이 자신을 하찮게 만든다고 생각이 들 땐, 유일하게 가진 그의 재능인 돈으로 그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했던 것이리라.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렇게 세상의 수많은 부자들이 천재들을 후원하는데, 그 후원은 순수할 수가 없다는 인생의 진리를 보여준다. 예술은 예술가들의 미학인 것 같지만 더 깊게 들어가면 자본가들의 미학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돈많은 예술가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돈이 없어 자신의 재능을 미끼삼아 후원해줄 자본가를 찾아온 역사는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미켈란젤로의 작품도 메디치 가의 후원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라즐로의 예술도 결국엔 자유로울 수 없었다. 라즐로 또한 자신의 재능에 취해, 해리슨을 친구로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이 라즐로의 잘못이라면 잘못이리라. 해리슨은 자신을 고용한 고용주일 뿐 친구는 될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 같다. 그런 라즐로의 세상 물정 모르는 모습은 그의 예술가적 순수함으로 발현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예술성을 마음껏 펼치기에는 그의 건축은 남의 돈에서 비롯되어 결국 자본가의 논리대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늦게 알았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2. 세상은 가끔 천재를 동경하다가도 질투한다.
역시 신은 모든 것을 주시진 않는 것 같다. 라즐로가 세상 이치에 밝았다면 자신의 돈으로 자신만의 건축을 하는 예술가로 살 수 있었겠지만 많은 예술가들의 삶이 자본가의 논리에 휘둘렸던 역사를 보고 있자면, 신은 생각보다 공평한 존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재능 있는 자에게 실리적 관점을 주지 않고, 실리만 있는 사람에겐 예술적인 안목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시진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서로를 끊임없이 부러워하게 만드는 것이 신의 뜻이라면, 신은 어쩌면 장난이 과하신 존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해리슨의 예술에 대한 동경, 라즐로에 대한 질투는 미국의 역사에 길이 남을 건축물로 남았지만 후대의 평가는 확실히 갈리는 듯하다. 깊은 내면의 애로사항을 알 리 없는 후손들은 그의 작품을 수용소를 형상화했다고도 하고 또다른 누군가는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어쩌고 하기도 한다. 과거의 예술작품을 후대가 해석할 때 어쩔수 없이 주관이 개입하는 것 같다. 그의 작품을 내가 해석을 해본다면 그는 그저 모더니즘의 경도되었던 예술가였고 모더니즘의 본질이 군더더기없는 표현을 통해 정확한 메시지의 전달이었다고 한다면 그는 그저 예배당으로서의 기능, 도서관으로서의 기능을 충족시켰던 것이 아닐까. 특히 건축물을 해석할 때 건축가의 개인적인 경험이 투영되는 것에 대해서는 제 3자가 가치판단을 할 순 없는 것 같아서 더 이렇게 해석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더 기능에 대한 관점에서 해석하게 되었다.
총평
예술은 자본이 없으면 성립할 수 없기에 자본가의 입맛에 좌지우지된다. 하지만 자본가가 예술가를 질투까지 해버리면 그 관계는 파탄이다. 영화는 완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두 사람의 파탄을 보여주니 후대가 보는 라즐로의 작품은 어디까지가 그의 의도인지를 알 수가 없다, 중간에 자본가 집단이 어떻게 장난질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면 세기의 천재들이 남긴 작품들의 이면들을 대부분 알 수 없기 때문에 후대는 일부만 알고 떠드는 것일수도 있겠다. 우리가 뭘 안다고 떠들 수 있을까.
과연 해리슨은 어디로 숨었을까. 엘리자벳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해리슨에게 죽음이란 사회에서의 망신살을 당하는 것이라는 걸, 신체적으로 위해를 가하는 것보단 사회에서의 매장이 그에게 곧 죽음이라는 것을. 라즐로의 예술성을 부러워하다 못해 탐한 것이 온 세상에 알려졌기에 그는 더 이상 미국 필라델피아에 공식적으로 나올 수 없을 것 같다. 그가 살아있대도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삶을 살 것이다.
덧붙여 현대 건축에 대한 헌사를 아낌없이 표현하는 작품이다. 긴 러닝타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매 장면 그림이 아주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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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4월의 반절이 벌써 지나갔네요.오늘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하니 유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또, 일교차가 매우 크다고 하니 감기도 조심하길 바라겠습니다!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의 개봉 주 주말의 관객 수'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NEW)▶ '신비한 동물' 시리즈 중 세 번째 시리즈인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호그와트'의 교장 선생님인 '덤블도어'의 젊은 시절을 다뤄 해리포터 팬들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4월 15일~17일) 관객 수 33만 7371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47만 6218명을 돌파하였습니다.이번 주에도 많은 영화가 개봉 예정에 있지만,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이 1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줄거리1930년대, 제2차 세계대전에 마법사들이 개입하게 되면서 강력한 어둠의 마법사 그린델왈드의 힘이 급속도로 커진다. 덤블도어는 뉴트 스캐맨더에게 위대한 마법사 가문 후손, 마법학교의 유능한 교사, 머글 등으로 이루어진 팀에게 임무를 맡긴다. 이에 뉴트와 친구들은 머글과의 전쟁을 선포한 그린델왈드와 추종자들, 그의 위험한 신비한 동물들에 맞서 세상을 구할 거대한 전쟁에 나선다. 한편 전쟁의 위기가 최고조로 달한 상황 속에서 덤블도어는 더 이상 방관자로 머물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하고, 서서히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는데…2. <수퍼 소닉2> (▼1)▶호평을 받았던 <수퍼 소닉2>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의 개봉으로 1위에서 2위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주말 관객 수는 4월 8일 ~10일과 비교했을 때 약 40%가 하락했습니다.
주말 동안 (4월 15일~17일) 관객 수 6만 7207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0만 9596명을 돌파하였습니다.3. <모비우스> (▼1)▶<모비우스>는 개봉 후 한 주마다 한 단계씩 하락하여, 이번 주말에는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하였습니다. 관객 수는 저번 주말보다 71%가 하락하였습니다.
주말 동안 (4월 15일~17일) 관객 수 1만 8116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46만 222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95회 예측 이벤트는 4월 2주 차 박스오피스(순위) 예측입니다. 한 주동안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는데요.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4월 2주 차 박스오피스 순위의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먼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의 실제 관람객 연령과 성별에 따른 관람 추이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아주 근소한 차이로 비율을 더 차지하고 있고, 20대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주동안 씨네픽 이벤트의 참가자분들 중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주말 관객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치를 보인 건 건
20대 초반 남성(350,666명)과 30대 후반 남성(315,278명)이었습니다.
또한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주말 관객 수 스코어 예측의 정답자 비율은 (오차범위 +-10,000) 전체 참가자의 18%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20/30대 비율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4. <스텔라> (-)
▶ 박스오피스 중 유일한 한국 영화이자, 유일하게 저번 주말과 순위가 동일한
영화 <스텔라>가 4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주말 동안 (4월 15일~17일) 관객 수 3만 927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만 878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앰뷸런스> (▼2)
▶ 배우들의 몰입감 높이는 연기력과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전개에 호평을 받은
영화 <앰뷸런스>가 5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주말 동안 (4월 15일~17일) 관객 수 1만 1462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0만 8246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Fantastic Beasts: The Secrets of Dumbledore>,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그리고 <Father Stu>가 주말 박스오피스에 새롭게 등극했습니다.
주말 동안(15일~17일) <Fantastic Beasts: The Secrets of Dumbledore> 북미 기준 주말 매출액 $43,000,000 (한화 약 528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누적 매출액은 동일합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4월 15일 ~ 2022년 4월 17일)1.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4300만 달러 (누적 4300만 달러)2. <수퍼 소닉2> 3000만 달러 (누적 1억 1961만 달러)3. <로스트 시티> 650만 달러 (누적 7857만 달러)4.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618만 달러 (누적 1769만 달러)5. <Father Stu> 570만 달러 (누적 802만 달러)...씨네픽의 4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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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라 에프론이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었을 때
노라 에프론이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었을 때
- 끝나지 않을 운명적 사랑에 대한 믿음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기분에 따라, 날씨에 따라 뻔하지만 달달한 사랑 이야기를 보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럴 때면 늘 두 주인공이 티격태격하다 결국 사랑에 빠진다는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를 찾아보게 된다. 그런데 그 플레이 리스트에는 왜 예전에 즐겨보던 작품들뿐이 없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그저 재미있게 보고 기분 좋게 잠들 수 있게 해주었던 로맨틱 코미디만의 몽글몽글함이 이제는 장르적 쇠퇴를 맞이한 것일까?
할리우드 또한 시대별 로맨틱 코미디의 특징을 볼 수 있는데 1930년대 계급 차이를 극복하는 남녀 사이의 로맨스를 그린 스크루 볼 코미디를 시작으로, 50~60년대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를 앞세운 관습적인 역할을 지나 90~2000년대 전문직 여성까지 세상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변화한다. 변하지 않는 점도 있는데, 회사에서 인정받는 직업적 경력에도 언제나 실수를 남발하고 꼭 위기 상황에 남자 주인공이 구해주며, 사회적 성공과 반대로 연애의 부재로 사랑에 굶주려 있다는 점이다. 또한, 남자 취향을 맞춰주는 여자가 매력적이라는 관념을 내세우며 언제나 파트너의 행동에 맞춘 쿨한 매력을 겸비한다. 이런 비정상적이고 불공평한 관계를 이상적으로 그려나갔으니 양산형 영화가 쏟아지는 흐름에 갈피를 잃고, 정치적 올바름이라 부르는 PC 요소들의 대두되며 더욱 괴리감이 생겼으리라.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 사회에서 아날로그 감성으로 치부되는 사랑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는 일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지만, 아직 사랑과 운명을 믿고 싶다면 꼭 기억해 달라고 언급하고 싶은 한 사람이 있다. 뉴욕 타임스와 에스콰이어의 기자이자, 에디터로 활동했고 소설과 에세이를 출간한 작가이며 90년대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 노라 에프론이다. 인간의 소통에서 비롯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빠져들어 가는 두 사람의 운명적 이끌림을 통해 사랑의 힘을 전하며 관객의 감정적 동조를 일으킨다. 시대가 흐르며 여타 장르들과의 혼재를 통해 다양한 변주로 강렬한 감정을 끌어내는 로맨스가 유행되었지만, 그때 그녀의 작품을 보면 인간으로서 보편적으로 기대하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통해 이루어지는 판타지에서 만족감과 감동을 안긴다. 어쩌면 남녀 관계와 사랑에 대해 가벼워진 사회 분위기에 운명은 고리타분한 올드 스타일일지도 모르지만, 달콤하면서도 녹진한 로맨스 코미디를 만나보고 싶다면 그녀가 남긴 흔적을 따라 즐거운 무비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참 낭만적인 일일 것이다.
모든 것은 카피다(Everything is copy)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소재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자기 경험을 이야기로 이끌 수 있다는 평범한 삶을 바라보는 작가적 시점에 대해 노라 에프론이 남긴 한마디 ‘모든 것은 카피다(Everything is copy)’. 정확하게는 그녀의 어머니가 남긴 말이지만, 우스갯소리를 덧붙여 정작 본인의 카피는 언제쯤 나올지 몰랐던 것 같다. 대표작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가 나온 지 3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대중들에게 기억되는 특별함은 바로 여기에 있다. 관객들 대부분이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적어도 한 번 이상은 경험할 남녀의 만남에서 다가오는 설렘을 다루며 빠져들 수밖에 없는 멜로/로맨스를 선보였다. 특히, 말장난 섞인 가벼운 하위 장르로 여겨졌던 로맨틱 코미디에서 알면서도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인물 간의 관계나 감정을 통한 하나의 형식적 법칙으로 정립하며 시대를 대변하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파워우먼으로 꼽히게 된다.
대체로 뻔하고 명확한 형태로 다소 오글거릴 수 있는 과정에도 오히려 관객이 사랑하게 만드는 요소로 전환시키고, 밀고 당기는 연애의 매력을 자신을 투영한 캐릭터를 통해 운명과도 같은 사랑을 표현한다. 이 같은 전개는 고전 로맨스 소설의 대가 제인 오스틴과도 같은 맥락을 보여주면서도, 기존의 장르적 관습을 비틀며 시대상을 반영한 노라 에프론식 로맨틱 코미디로 거듭난다. 운명에 대한 믿음을 유쾌하면서도 절절한 고백으로 이어가며 아직도 그녀의 작품을 영원히 지속되지 않아도 될 근사한 낭만으로 가득 찬 사랑의 기억을 머물게 만든다. 현실에 존재할지는 미지수일지라도, 적어도 지금까지 그녀를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 감독으로 추앙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당연한 이유일 것이다.
① 1989년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1989년 발표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Harry Met Sally..)는 우디 앨런 감독의 작품처럼 여겨지는 대화들이 즐비한 고전적이고 익숙한 스타일인 동시에 노라 에프론이라 각본가로서 현대적 로맨틱 코미디의 구조를 정립한 첫 히트작이다. 두 사람이 이어지기까지 12년의 세월이 어떻게 흘러가고, 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마치 ‘제2의 연인’ 속 결혼 전을 보는 듯한 전개를 보인다. 1977년 봄 시카고 대학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이 졸업과 함께 직장이 있는 뉴욕으로 우연히 동행하지만,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다, 없다’라는 결론이 날 수 없는 명제로 설전을 벌이고 서로를 별종이라 칭하며 헤어진다. 몇 년 뒤, 각자의 이별과 이혼을 통보받은 시기에 운명처럼 재회하고 급속도로 친해지게 된다. 우연을 가장한 운명은 늘 해리와 샐리 주변을 맴돌았고, 그저 서로를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친구라는 선을 긋고 다가가는데, 두려움을 느낀다. 스킨쉽과 인간관계에 대한 두 사람의 첨예하고 장황한 설명은 지칠 법도 한데, 결국 헤어지기 싫다는 애증을 넘어서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인정하기까지의 과정이 보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공감으로 즐거움을 준다.
재치 있는 각본과 별개로 뜨겁게 불타오르는 열정적인 로맨스는 아니지만, 빌리 크리스탈과 맥 라이언의 따뜻하고 포근한 케미스트리는 설렘이라는 로맨틱 코미디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를 견고히 하고, 사소한 단점 하나도 사랑하게 만드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성장은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결국 오랜 친구가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연인이 된다는 뻔한 전개와 뻔한 결말에도 여전히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으로 인정받는 것은 우리가 아는 그 평범함에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관계가 5년 공백으로 이어지는 사이에 노부부(연기자들) 이야기들이 들어간 부분은 이런 삶의 진리를 전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언제 처음 만났고, 언제 다시 만나게 되었고,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는지 짧지도 길지도 않게 말해주며 각자의 사연들을 통해 해리와 샐리의 이야기에 진정성 있는 현실을 입힌다. 마치 해리와 샐리에게 너희들은 아직 어려서 잘 모르는 거야라고 말해주는 느낌이랄까? 이런 인생의 평범함이 드러나는 부분에서 노라 에프론은 보편적인 삶 속의 전형성을 벗어나는 캐릭터들과 운명적인 상황들로 극적 케미스트리를 만들어 관객에게 영화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물론, 두 사람이 논쟁을 벌이는 ‘카츠 델리’ 식당에서 맥 라이언의 ‘가짜 오르가슴’이라는 잊히지 않을 명장면은 이제 노장 반열에 접어들었지만, 당시 스티븐 킹 소설 원작의 ‘스탠 바이 미’로 명장 반열에 오른 로브 라이너의 창의적인 연출력과 ‘아리조나 유괴사건’, ‘빅’ 등의 촬영 감독을 거쳐 ‘아담스 패밀리’와 ‘맨 인 블랙’ 등 독특한 세계관을 펼친 베리 소넨필드가 의기투합해 빛났던 재능꾼들의 젊은 시절이리라 생각된다.
② 1993년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통해 할리우드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로 인정받은 뒤 1992년 ‘행복찾기’로 감독까지 데뷔한 그녀는 현재까지 대중들에게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 감독으로 자신을 각인시킨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를 발표한다. 극 중 여주인공 애니가 매일 밤 보며 대사까지 외우는 1957년 ‘러브 어페어’에서 영감을 받아 쓴 각본을 바탕으로, ‘첫눈에 반하는 운명적 사랑을 믿으시나요?’라는 근원적 질문에 대한 자기 생각을 풀어헤친다. 이후 ‘유브 갓 메일’에서도 빛나지만, 남녀 주인공을 연결해주는 커뮤니케이션 매개체에 대한 설정에 그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시대적 감성을 품고 있다. 지금은 앱으로 간소화까지 된 라디오 프로그램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듣는 것만으로 수천 마일이 떨어진 대륙 반대편에 있는 두 사람을 이어주는 희망적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아내와 사별한 뒤 실의 빠져있는 아버지 샘을 위로하려는 아들 조나의 발칙한 사연으로 시작된 운명의 장난은 매일 밤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고, 진심이 담긴 그의 행복한 추억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애니의 마음을 강타해 공감 어린 눈물을 흘리게 하며 결혼을 앞둔 약혼자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누군가에게는 낭만이고 운명이라 여겨지는 순간이지만 다른 누군가에는 이별과 상처가 되는 순간이 교차하며 현실적인 선택을 강요받아도 이상하지 않지만, 해리와 샐리가 서로에 대해 고민한 많은 시간만큼 여기에서도 우연을 가장해 마주치는 세 번의 장면들로 에프론은 운명은 존재한다고 말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연이 반복되면 운명이라고 믿어야 한다는 하나의 암묵적인 룰 같은 장치는 마지막 엠파이어 빌딩에서 서로를 알아보는 눈빛으로 감독의 확신에 찬 답변으로 보인다.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는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을 바라보는 방식은 실제 마주하지 않기에 오롯이 배우들이 홀로 표현하는 감정선에 집중한 채 과거 50~60년대 로맨스 드라마처럼 다가오기도 하지만, 간접적인 소통으로 인한 아날로그적 감성이 애틋함을 더한다. 라디오라는 청각적인 요소를 통해 사연을 주고받고 편지로 마음을 전하고, 지금은 찾을 수 없는 느리고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 낭만적이었던 과거의 향수들이 불현듯 찾아온 운명이 보내는 신호를 믿고 싶은 마음과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운명의 사랑에 대한 답변을 나타내는 듯하다. 1990년 ‘볼케이노’에서 이미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을 보고 캐스팅한 것이겠느냐는 궁금증이 생길 만큼, 서로에 대한 감정의 확신을 설득력 있게 전하는 연기는 마법과 같은 사랑을 향한 90년대를 관통하는 낭만을 짙게 한다. 셀린 디온과 클리브 그리핀이 듀엣으로 부른 ‘When I Fall In Love’, 태미 와이넷의 ‘Stand By Your Man’ 또한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감독의 따뜻하면서도 달콤한 감성 한 스푼을 더해준다.
③ 1998년 <유브 갓 메일>
전작에서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의 애틋함에 안타까웠던 것인지 두 사람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한 컷에 담아 1998년 ‘유브 갓 메일’(You've Got Mail)로 찾아온다. 지금 시대에 유행하는 독립서점처럼 보이는 길모퉁이 서점과 웹서핑 초기 시절의 이메일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서로의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빚어지는 사랑스러운 상황들로 러닝타임을 채운다. 문학과 뉴욕을 사랑하는 공통점을 가진 뉴요커 조와 캐슬린이 우연히 채팅룸에서 만나 친분을 쌓지만, 현실에서는 앙숙인 대형 체인 서점 폭스 북스의 사장과 길모퉁이 서점의 사장으로 빚어지는 갈등이 사랑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담는다. 동생 델리아와 함께 집필한 이번 작품에서 자매의 문학적 소양 차이를 두 캐릭터에 녹여낸 듯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비롯해 조지 버나드 쇼의 ‘캠벨 여사와의 서신 교환’, 영화 대부 등 자신들의 취향을 드러내는 문화적 언급을 통해 완전히 다른 성향과 성격임을 남녀 주인공에게 부여한다. 어머니가 물려주신 추억과 낭만을 간직한 작지만 예쁜 서점을 지키려는 감성적인 캐슬린과 따뜻한 마음에도 전형적인 비즈니스 마인드에 차갑게 비치는 조의 설정은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의 쫄깃한 밀당을 더욱 마음 졸이게 한다.
익명에 숨긴 채 서로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의 행동과 매번 울리는 ‘You've Got Mail!’의 알림은 그들이 이미 서로를 알고 미워하지만 깨닫지 못했다는 상황을 재미있게 만드는 장치가 되고, 결말에 이르러 서로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로 전환된다. 서로 간의 진정성 있는 대화들이 쌓여 그들이 마주한 혼란을 극복하고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는 감독의 운명론적 이야기는 컴퓨터를 켰을 때 설렘과 즐거움을 주었던 ‘You've Got Mail’ 알림음과 ‘당신이길 바랐어요’라는 마지막 한마디를 통해 다시 한번 감수성을 폭발시킨다. 소소한 일상, 누구나 해보는 고민들, 사람들 간의 따뜻한 대화들이 담긴 섬세한 묘사들은 서로의 생각과 마음이 통한다는 말이 그저 우스갯소리처럼 여겨질지 모르는 지금에는 이해할 수 없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 중간에 놓인 감독만의 감성을 품는다. 늦게 데뷔해 단숨에 최전성기에 오른 감독으로서 뉴욕을 향한 자신의 진심 어린 사랑을 가장 뉴욕다운 풍경으로 담아낸 실력, 할리우드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한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의 더할 나위 없는 호흡, 꿈같은 사랑이 전하는 특유의 안락함은 이 작품을 최고는 아니더라도 명작으로 기억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운명과 뉴욕을 사랑한 뉴요커
우리가 사랑한 노라 에프론의 필모그래피에는 공통적으로 뉴욕이 배경에 꼭 들어간다는 것 외에도 몇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는데, 첫째로 운명을 믿는 마음을 담아낸다. 조금 지나간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일명 ‘자만추’라는 정해진 소개팅이나 맞선이 아닌 남녀 주인공 모두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한 연애를 추구한다. 지고지순한 순애보 끝에 다다른 일방적인 구애가 아닌 N, S로 분리된 자석의 양극처럼 서로에 대한 강렬한 이끌림을 말한다. 오랜 친구 사이에서도,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서도 일어날 수 있는 남녀의 스파크를 캐치해 ‘저럴 수도 있겠다’라는 운명적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믿게 만든다. 여기서 우리는 운명을 믿고 무작정 기다리는 여주인공이 아니라 자신의 성공과 스스로 사랑을 쟁취할 수 있는 주체적인 여성상을 내세우는 또 다른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시나리오 데뷔작 ‘실크우드’에서는 진실과 권리를 되찾으려는 노조 대표를, ‘제2의 연인’에서는 자신이 경험한 사랑과 결혼에 대한 상처를 빗대어 현실을 딛고 일어서는 커리어 우먼을, 첫 연출 데뷔작 ‘행복찾기’(1992)에서는 판타지 속 백마 탄 왕자님의 등장을 기다리던 공주가 아닌 세상과 타협하기보단 자신에 대한 믿음과 꿈을 향해 나아가는 주인공으로 인해 변화되는 상황과 이에 얽힌 운명적 상대를 그린다. 보수적인 90년대의 분위기에서 억압되었던 여성의 지위와 사회적 행동의 제약을 깨부수며 신여성의 사랑이라는 새로운 시대상을 담아낸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던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그녀가 만든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았던 맥 라이언의 등장이다. 초창기 두 작품의 시나리오로 연달아 만난 메릴 스트립도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한 ‘제2의 연인’에서 주요한 전환점이 되었고, 앞서 언급한 ‘행복찾기’에서 싱글맘 코미디언을 연기한 줄리 카브너 역시 큰 전환점을 만들지만, 노라 에프론이란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연달아 흥행한 세 작품의 여주인공을 맡아 완벽한 페르소나로 거듭나며 배우와 감독으로서 두 사람 모두가 인생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 시절 맥 라이언은 지금도 정석이라 불리는 숏단발컷을 유행시켰고 헐렁한 오버사이즈의 놈코어 룩으로 편안함과 러블리함, 커리어 우먼의 세련미를 동시에 추구하며 시대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오죽했으면 ‘맥 라이언이 노라 에프론을 만났을 때’라는 제목 패러디가 생겼을 만큼 그저 귀엽기만 했던 한 여배우를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로 만들며 로맨틱 코미디의 황금시대를 스스로 열었다. 지금의 애인이 진정한 사랑일까라는 고민을 늘 품는 주인공에 어울리는 왠지 모를 나약함과 몽상적인 상상이 어색하지 않은 귀여움은 많은 이들을 판타지에만 존재할 것 같은 운명으로 초대했고 감독이 원하는 사랑은 인생이고, 인생은 판타지라는 꿈을 이루어낸 것이다.
또한, 고전 로맨스에 대한 적절하고 탁월한 활용은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카사블랑카’와 우디 앨런의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는 ‘러브 어페어’(An Affair To Remember)를 효과적으로 배치했으며, ‘유브 갓 메일’에서는 에른스트 루비치의 ‘모퉁이 가게’ 리메이크를 시도했다. 그러면서도 과거 일반적인 로맨스 장르에서 보이는 허영심에 비친 비현실적인 요소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짜이지만 있을법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펼쳐낸다. 첫 작품 ‘실크우드’에서는 기자였던 과거 시절처럼 냉정하게 사건을 파고들었고, 이혼 문제를 다룬 ‘제2의 연인’에서는 사회적인 시선과 문제에 대해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솔직히 토로한다.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인 공통분모를 찾아내 프레임을 씌우고 언제나 자신을 반영시킨 캐릭터를 통해 희망적 판타지의 결론을 통해 웃음과 설렘을 선사한 것이다. 남녀의 성격묘사에서 서로를 공격해 무너뜨리지 않는 선을 유지하면서도 행복한 사랑의 결말을 어색하지 않게 이끌어내는 묘미는 이러한 경험적 요인들이 작용해 관객이 수용할 수 있는 심리적인 부분을 파고든다. 그리고 감독에 이르러 공통적으로 내세운 운명이라는 주제에 대해 두 주인공의 만남에 마법 같은 느낌을 부여해 대중을 만족시키는 전형적이면서도 재미있고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라는 클래식 할리우드의 느낌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성했다.
로맨틱 코미디의 별은 영원히 반짝인다
어쩌면 로맨틱 코미디의 전성기는 지났어도 한참 지났을 요즘이다. 주인공 커플들이 재미를 선사하려고 온갖 멜랑꼴리한 말과 행동을 하더라도 대중들은 그들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애틋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브리짓 존스의 일기’,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 ‘로맨틱 홀리데이’, ‘500일의 썸머’, ‘비포 선라이즈’, ‘노트북’, ‘이터널 선샤인’과 같은 좋은 작품들도 많았지만, 정확히 로맨틱 코미디로 한정 지었을 때 2000년대 중반 이후 큰 성과가 없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라스트 크리스마스’ 등이 다시 불길을 살리려 하지만, 지금 영화 업계에서 슈퍼히어로물이나 액션 영화 등 속편, 스핀오프, 리부트라는 명명하에 흥행하면 좋다는 식으로 찍어내는 제작사의 방식도 현실적 어려움을 더한다. 궁극적으로 볼만한 작품이 아니면 극장에 가지 않을 정도로 삭막해진 현실과 DM으로 고백과 이별을 전하는 세대들에게 있어 과거 로맨틱하고 희망적이며 사랑스러운 운명의 만남으로 관객의 애간장을 태우며 감정을 이입시켰던 전형적인 로맨스 방식은 이제 꿈에나 나올 법한 일이라 자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들이 옛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날로그 감성과 레트로라는 문화를 이끌며 다양해진 OTT 서비스를 통해 고전 멜로/로맨스와 로맨틱 코미디를 접하며 변화하고 있다. 이 점에서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그걸 전문용어로 개멋 부린다 그러지. 좀 더 고급진 말로는 낭만이라 그러고. 난 믿고 있어’라는 명대사처럼 시대가 변하며 뻔한 로맨스라 여겨지는 지금에도 많은 사람이 찾아보는 영화 목록에서 늘 빠지지 않고 저장되며 로맨스 하면 TOP 10에 꼽히는 건 희망적이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 등으로 대표되는 그녀의 로맨스를 보면서 주인공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첫사랑처럼 다가온 운명의 두근거림과 가슴 뛰는 순간들을 경험하며 타고난 이야기꾼의 감성을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시대적 분위기와 세대의 취향은 시시각각 바뀌어 갈지 몰라도 최소한 낭만은 계속 이어지고, 여전히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판타지와 또 다른 노라 에프론의 등장을 희망하며 사라지지 않을 로맨틱 코미디의 별을 기억하게 할 것이다. 언제고 다시 시작될지 모를 로맨틱 코미디의 전성기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제가 좋아하는 감독에 대해 칼럼식으로 써봤습니다.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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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가디슈」예고편 1초 단위 분석 그리고 소말리아 내전 핵심요약ㅣ모가디슈 예고편ㅣ모가디슈 김윤석 조인성ㅣ모가디슈 1차 예고편ㅣ소말리아 해적 아덴만ㅣ
? '모가디슈(2021 여름)' 예고편 1초 단위 분석
그리고 영화의 배경인 '소말리아 내전' 역사 소개- 모가디슈 영화정보
장르: 드라마, 액션
감독: 류승완
각본: 류승완
제작: 강혜정
출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김소진, 정만식, 구교환, 김재화, 박경혜 외
촬영: 최영환
조명: 이재혁
편집
미술
음악
의상
주제곡
촬영 기간: 2019년 11월 ~ 2020년 2월
제작사: 대한민국 외유내강, 덱스터 스튜디오, 필름케이
배급사: 대한민국 국기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대한민국 국기 2021년 7월
화면비
상영 시간: 121분
제작비: 240억 원
- 시놉시스
내전으로 고립된 낯선 도시, 모가디슈
지금부터 우리의 목표는 오로지 생존이다!대한민국이 UN가입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시기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는 일촉즉발의 내전이 일어난다.
통신마저 끊긴 그 곳에 고립된 대한민국 대사관의 직원과 가족들은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북한 대사관의 일행들이 도움을 요청하며 문을 두드리는데…목표는 하나, 모가디슈에서 탈출해야 한다!
- 캐릭터
대한민국 대사관
한신성 대사 (김윤석 분)
강대진 참사관 (조인성 분)
김명희 (김소진 분)
공수철 서기관 (정만식 분)
조수진 대사관 사무원 (김재화 분)
박지은 대사관 막내 사무원 (박경혜 분)
북한 대사관
림용수 대사 (허준호 분)
태준기 참사관 (구교환 분)
2021년 개봉예정인 대한민국의 영화. 류승완 감독의 11번째 연출작.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인해 고립되어 버린 남북대사관 공관원들이 목숨을 걸고 함께 탈출했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영화 제목이 캐스팅 과정에서는 '탈출' 이라는 가제로 알려졌으나, 이후 '모가디슈'로 확정되었다.
2020년 여름 성수기 개봉작품으로 준비중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개봉이 1년 가까이 지연되었다.
영화의 배경은 소말리아 모가디슈지만 현재까지도 위험이 발발한 지역인지라 실제 촬영은 모로코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모가디슈 #모가디슈_예고편 #모가디슈_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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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일럿> 메인 예고편
JUST WATCH IT! 파하하하 웃음 준비 완료✈ [파일럿] 메인 예고편 공개! 7월 31일 극장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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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빙 <더 라임하우스 골렘> 예고편
잔인함과 극악무도의 끝, '골렘'이 런던에 나타났다
1880년 런던의 빈민가 라임하우스에서 세상을 발칵 뒤집은 끔찍한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언론사들이 이 사건의 반인륜적인 잔인함과 극악무도함에 대해 '골렘'의 소행이라고 연일 기사를 쏟아내는 가운데, 사건을 맡게 된 '킬데어' 경위(빌 나이)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극작가 '존 크리'가 사건과 연관이 있음을 직감하고 '골렘'의 흔적을 추적하며 점차 베일에 감춰진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 지는데...
살육과 욕망의 무대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