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1-12-19 23:55:48
겨울만 되면 생각날, 이터널 션샤인.
아무리 기억을 지워도 사랑과 추억을 지울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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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달링 오 마이 달링 클레멘타인"
어떻게든 지우려고 했던 기억이 부메랑처럼 날아와 사랑으로 그들을 더 꽁꽁 묶어 놓는다.
괴로웠든 행복했든 그것마저 사랑이 였음을 시간이 지날수록 서글픔이 밀려옵니다.
그런 행동을 지켜본 조엘은 지도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지만 역부족이죠.
클레멘타인도 조엘처럼 기억을 잃지 않기 위해 지도를 벗어나려 했을까요?
클레멘타인이 머리색을 여러번 바꾸고 마침내 파란머리로 물들었을때조차 사랑에 다시 빠지게 된 건 여전히 그들이 사랑한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장 뜨악스러웠던 장면은 기억을 지우는 사람들로 하여금 나타나는 비윤리적인 행태 였습니다.
의뢰인의 속옷을 훔치고 그 물건으로 그와 가까워져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행동들은 '세상에 믿을사람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는데요. 과연 온전한 기억삭제는 가능한걸까 하는 의문이 남더라고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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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 2편 - 유럽
안녕하세요. 할리우드 영화의 숲, 할리포레스트입니다.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 그 두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은 유럽으로 떠날 차례군요.
잠시 여러분이 평소에 생각하고 있는 '유럽'의 이미지를 한번 떠올려 보고 출발해볼까요? 그러면 그 모습이 영화 속에 어떻게 비슷하거나 혹은 다른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겁니다.
*포스팅 순서는 개봉순입니다.
*이미지의 출처는 NAVER, GOOGLE입니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지극히 제 주관으로 선정한 지역들입니다.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
2편-유럽
<스타워즈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2002)
① 스페인 세비야
<스타워즈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2002)
흔히 스페인하면 떠오르는 '투우'와 '플라멩코 춤'의 본고장 '세비야'. 스페인 남쪽 안달루시아 지방에 위치한 이 대도시는 이슬람 양식의 스페인 궁전 '알카사르 왕궁', 이슬람 사원을 뜯어고쳐 만든 '세비야 대성당'등 기독교문화-이슬람문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융화된 지역입니다. 덕분에 누가 봐도 참 이국적인 곳이죠. 이러한 독특한 양식은 계속해서 전해져서 1929년 박람회장으로 지어진 '스페인 광장'에서 절정을 이루게 되는데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 속 아나킨과 파드메의 애정행각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정말 이토록 아름답고도 비극적인 로맨스에 잘 어울리는 장소는 없을걸요?
스페인 세비야
<라따뚜이>(2007)
② 프랑스 파리
<라따뚜이>(2007)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으로 불릴 만큼 전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지로 손꼽히는 빛의 도시 '파리'.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 속 모든 예술가들이 꿈꾸고, 때로는 총격전이 오가며, 지구 전체에 재난이 찾아올 땐 빠지지 않고 파괴되는 등 우리는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매우 자주 접할 수 있는데요. 1년에도 몇 번씩 영화에서 만나게 되는 파리지만, 그중 가장 '파리'스러운 영화는 <라따뚜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수많은 프랑스 요리에 파묻힌 한 생쥐의 인생은 출신 때문에 한계를 짓는 오늘날의 현대인들에게 누구나 꿈을 성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하죠. 전 이 영화를 보고 은은한 파리 풍경 속 에펠탑 배경의 저녁 식사를 꿈꾸게 되었답니다.
프랑스 파리
<프로메테우스>(2012)
③ 아이슬란드 바트나이외쿠틀
<프로메테우스>(2012)
아이슬란드는 다채로운 자연 풍경 덕분에 수많은 영화 제작이 이루어지는 매우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 촬영지입니다. SF-공포영화 <에이리언> 시리즈의 프리퀄인 <프로메테우스>(2012) 또한 영화 장면 곳곳이 '아이슬란드'에서 제작되었죠. 특히 제일 인상 깊은 오프닝 장면은 아이슬란드는 물론 유럽에서 제일 큰 빙하 '바트나이외쿠틀 빙하' 한가운데 위치한 유럽에서 가장 웅장한 폭포인 '데티포스 폭포'에서 촬영되었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이 폭포 위에서는 외계 종족 '엔지니어'가 자신의 몸을 희생하며 지구에 생명의 씨앗을 뿌리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처음 볼 때는 장엄한 장면이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깨닫는 순간 그건 정말 무서운 행동이랍니다.
아이슬란드 바트나이외쿠틀
<몬스터 호텔>(2013)
④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몬스터 호텔>(2013)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흡혈귀 '드라큘라'는 19세기 말 소설로 처음 등장했으며, 100년이 지난 지금은 루마니아의 상징이자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명성에 걸맞게 아직도 그는 수많은 대중매체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유쾌하게 풀어낸 <몬스터 호텔>에서는 철부지 딸을 키우는 근심 많은 아빠로 재미있게 표현되고 있죠. 영화 속 '몬스터 호텔'의 모티브는 루마니아 중부지방의 '트란실바니아'에는 '브란성'이라는 곳입니다. 이곳이 얼핏 보면 평범한 유럽풍 성같이 보일지도 모르나 이곳은 바로 소설 속 드라큘라가 살았던 곳이거든요. 비록 소설이진 하지만 왠지 이곳은 밤에 가기 무서울 거 같습니다.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겨울왕국>(2014)
⑤ 노르웨이 송노피오라네
<겨울왕국>(2014)
노래 'Let it go'로 너무나 유명한 <겨울왕국>(2014). 역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애니메이션 흥행 1위 자리에 오른 이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은 '송네피오라네'지방을 포함한 노르웨이 전역을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 송네피오라네의 빙하가 산을 깎은 자리에 해수면의 상승으로 만들어진 좁고 긴 만 '송네 피오르'는 길이 200Km, 깊이 1300m에 달하는 거대한 비경이죠. 지금도 전 세계에서 송네 피오르를 보기 위하여 인구 1000명도 안 되는 '플롬'마을행 열차에 매년 수십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들이 탑승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겨울에 간다면 진정한 '겨울왕국'을 느낄 수 있으며, 운이 좋다면 오로라도 볼 수 있다고 하네요.
노르웨이 송노피오라네
<나의 산티아고>(2016)
⑥ 스페인 순례자의 길
<나의 산티아고>(2016)
스페인 북서쪽에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라는 성당이 있습니다. 이 성당은 '순례자의 길'이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성지 순례길의 종착지이기도 하죠. 순례자의 길은 여러 코스가 있으나 제일 유명한 '프랑스 길'은 프랑스 국경도시 '생장 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하며 총 길이는 무려 800km에 달합니다. 순례자의 길을 걷는 관광객은 저마다 각기 다른 사연과 이유가 있으며, 이는 순례자의 길을 소재로 하는 영화 <나의 산티아고>(2016)에 잘 반영되어 있죠. 현재는 연간 20만 명이나 되는 순례자들이 이 길을 걷고 있으며, 한국인 순례자들도 꾸준히 늘고 있답니다. 제가 아마 이 길을 걷게 된다면 인생을 한 번쯤 되돌아볼 때 걷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스페인 순례자의 길
<인페르노>(2016)
⑦ 이탈리아 피렌체
<인페르노>(2016)
음모론의 대명사로 불리는 <다빈치 코드> 3부작의 마지막 3편 <인페르노>. '단테의 신곡'과 '맬서스 트랩'을 주제로 다루는 이 영화는 이탈리아는 물론 세계 최고의 예술도시 '피렌체' 곳곳을 배경으로 합니다. 피렌체는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라파엘로, 다빈치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모여있어서, 아무 방향으로 걸어도 사방에 예술작품들이 줄이어 있는 모습을 자랑하는데요. 예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면 피렌체를 한 달이 넘게 돌아다녀도 제대로 다 못 볼 정도라고 하는 말이 과언이 아니랍니다. 영화 속에서의 주인공 로버트 랭던은 정신없이 보물찾기를 하지만, 관객들 입장에선 영화 감상에 덤으로 박물관 관람을 추가도 하는 셈이네요.
이탈리아 피렌체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2017)
⑧ 아일랜드 먼스턴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2017)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변신 로봇 시리즈 '트랜스포머'. 이 시리즈의 5편인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2017)는 아일랜드 기반의 켈트족 신화 '아서왕 전설'을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아서왕과 그의 기사들은 깎아진 듯한 절벽에서 머리가 3개 달린 기계용과 함께 힘을 합쳐 적을 몰아내죠. 여기서 이 절경의 배경이 된 곳은 아일랜드 남서쪽 '먼스턴' 지방에 위치한 '모허'절벽입니다. 시원하게 탁 트인 모허 절벽은 아일랜드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며, 그동안 수많은 뮤직비디오와 영화의 배경으로 사용된 바 있습니다. 비록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의 평가가 종합적으론 형편없긴 하지만 이 배경 하나는 정말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아일랜드 먼스턴
<아토믹 블론드>(2017)
⑨ 독일 베를린
<아토믹 블론드>(2017)
남한-북한, 월남-월맹, 동독-서독... 분단국가들은 미국-소련의 대립인 냉전시대를 잘 표현하는 수많은 영화들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특히 동베를린-서베를린으로 도시가 통으로 나뉘어 있던 '베를린'은 독특한 지형 덕분에 할리우드에서 첩보영화의 숱한 소재가 되었죠. <아토믹 블론드>는 소련 붕괴 직전 베를린에서 스파이끼리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네온사인 분위기의 현실적이면서도 잔혹한 당시 냉전시대를 잘 엿볼 수 있습니다. 비록 작중에서 나온 '체크 포인트 찰리'-'베를린 장벽' 등의 장소는 대부분 헐렸지만, 아직도 역사유적을 위해 남겨놓은 일부분의 지역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답니다.
독일 베를린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은 3편 '아프리카'로 이어집니다.
-할리우드 영화의 숲, 할리포레스트-
▼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 3편 아프리카
https://blog.naver.com/hollyforest/221346157916
* 본 콘텐츠는 블로거 할리 포레스트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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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넷 / TENET
/ 감상평 /
주인공이 왜 그 역할을 맡게 되었는지, 어쩌다 저 일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오페라일에 어쩌다 참여하게 되었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영화 초반에 긴 설명없이 휘리릭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조금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그들이 임무에 투입되는 것을 보아야 했고, 이러한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를 감상하다보니 꽤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래도 앞서 말했다시피 2시간 동안 이어진 놀란식 주입식 교육을 통해 인버전에 대하여 어느정도 이해가 된 상태에서 30분정도되는 마지막 임무 씬을 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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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나서 이런 스토리를 생각해 낸 놀란감독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어렵게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가 인버전이라는 어려운 이론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가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줄 아는 시공간 마술사라는 것은 이미 잘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메멘토,인셉션,덩케르크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렇게 까지 어려운 방식으로 시공간을 표현한 적은 없었는데, 이런 방식을 택하면서까지 그가 이러한 시공간왜곡을 보여준 의도가 너무 궁금하다.
역시 또 봐야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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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30분 정도 흐르면 지나갔던 그 전 씬들과 지금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씬들이 겹쳐지기 시작하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놀랍다.
흔한 총격전 혹은 격투씬이라고 여겨진 장면들이 사실은 이미 계획되어진 일들이라는 것,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들을 깨닫게 될 때 이 영화의 진가를 발견하게 된다.
내가 가장 소름돋은 부분은 캣이 요트에서 바다로 다이빙하는 씬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부러워 했던 자유로운 여성이 사실 미래의 본인이었다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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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스토리도 놀라웠지만 사실 난 연출에 놀랐다.
뒤로감기 편집 하나하나 다 어떻게 했나 싶고,
영상을 뒤집으면 어떻게 찍힐지 계산하고,
전에 찍은 씬과 똑같이 찍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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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넷을 다 본 후 서치를 하면서 알게 된 흥미로운 주장이있다.
바로, 닐이 캣의 아들인 맥스일 것 이라는 주장이었다.
그에 대한 근거
1. 맥스의 나이는 10살정도로 되어보이는데 미래의 기술로는 20대 중반정도(닐이 자신이 물리학 석사라고 말한 부분을 통해 유추가능) 되어보이는 닐이 자신의 과거 (10살 맥스시절) 로 충분히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_ 근데 사실 나는 이게 왜 근거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2. 이 영화에서 캣은 계속해서 자신의 아들인 맥스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근데, 정작 맥스는 영화에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다.
영화에서는 쓸데없는 장면이나 대사가 나오는 일이 거의 없다. 특히 놀란의 영화라면 그럴일이 절대 없다. 그런데 영화에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맥스에 대한 언급이 정말 잦다. 캣이라는 캐릭터가 모성애로 가득찬 캐릭터로 보일 정도로.
3. 닐은 캣이 부상당했을 때 그녀를 처음 마주하는데,
닐이 캣을 쳐다보는 눈빛이 애틋하다.
_ 진짜 그렇다. 나는 보면서 뭐 둘이 러브라인 생기는거 아니야? 라고 생각했을정도로
4. 닐의 머리색과 눈동자색은 맥스의 것과 동일하다.
5. 이 영화의 내용은 캣&닐의 모자관계와 닐&주인공의 우정관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내가 간략하게 적어 놓아서 그렇지 그 근거가 진짜 꽤 괜찮았다.
( 궁금한 사람들은 한 번 찾아보시는걸 추천)
만약 진짜 닐이 캣의 아들이라면 닐이 이 임무들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캣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들에 대한 개연성이 조금 더 탄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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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ET은 거꾸로 뒤집어도 TENET 이다.
마치 그들이 과거로 돌아가는 회전문처럼.
N을 기준으로 ET로 똑같다.
이 또한 과연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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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겨진 이와 떠난 이, 누구도 떠나지 못한 그 곳.
혼란스러운 영화 속 발견할 수 있는 어떤 만남은 모두가 떠나는 이 공간에서 벌어진다. 만남이라는 표현은 분명 반가운 것임에도 이들에게 있어서 이 만남은 사건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신분이 있어야만 통과할 수 있는 시대에서 만난 어떤 이들의 만남은 필연적이지만 그들은 그 사실을 알 수 없다. 그들에게 허용된 평화가 얼마 남지 않은 곳에서 남겨진 자와 떠난 자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장식될 것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나치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어 여러 사람들이 섞여 들어오고 나치의 점령이 점점 가까워지는 탓에 평화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절망감이 프랑스 전역에서 동시에 피어오르고 있었고 당연하게도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로 인해 경비는 삼엄해진다. 그렇게 경비가 삼엄한 이곳에서 그림자처럼 몸을 숨기고 있던 게오로그가 부탁받은 편지를 전달하려 하지만 그는 이 곳에 없었다. 정착을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곳, 마르세유에서 만난 어떤 여인은 스쳐 가듯 계속 마주친다. 시야만큼 가까워지는 마음의 거리는 그와의 만남을 바라며 제 것이 아닌 것에 점점 욕심이 나기 시작한다. 교차하듯 우연한 만남의 연속으로 필연을 증명하듯 남겨진 이와 떠난 이가 선명해진다. 누군가를 구분하지 않고 펼쳐지는 어떤 비극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왠지 모를 희망이 피어오르기에 더욱 무섭게 느껴지고 영화에 스치듯 지나갔던 “불행한 사람에게 타인의 행복은 달갑지 않았다.”라는 말로 공감되지 않았던 수많은 순간들이 나를 부끄럽게 한다. 작가 바이델의 가방에 들어있는 두 통의 편지와 게오로그가 전달하지 못한 두 통의 편지는 전혀 다른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 편지가 전달되었다면?‘ 하는 생각은 이따금 찾아오는 혼란과 흘러가는 시간의 찰나 속에서 펼쳐지는 슬픔 섞인 희망이 동시에 찾아온다. 두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사라졌기에 존재할 수 있다는 희망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를 찾아오며 어떤 질문을 불러온다. “누가 먼저 상대를 잊을까요? 떠난 사람일까요 남겨진 사람일까요” 영화의 전체를 관통하며 왠지 모를 무기력함을 넘어서 놓치고 있었던 어떤 의미를 생각해보게끔 한다. “남겨진 사람은 상대를 못 잊는다”라는 말을 남긴 채 남겨진 이와 떠난 이만이 남아있었다. 남겨진 사람은 떠난 사람이 되기도 하고 동시에 떠난 사람은 남겨진 사람이 되기도 하는 이런 모순 속에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을 잊지 못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그 당시 유럽의 차별적인 모습이 현재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기 위함인지 영화 속은 현대적인 배경이지만 이야기는 나치 집권 당시의 배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이질적이면서도 그렇지 않은 모습이다. 과거의 모습이 현대의 배경에서 펼쳐지고 연극 같은 설정이 관객과 영화의 거리를 멀게 하면서 영화의 깊이는 한없이 깊어진다. 어디서 어떤 이야기가 튀어나올지 모를 긴장감 때문에 영화가 끝나도 끝난 것 같지 않다. 환상 같은 이 이야기는 영화에 표현되었던 감정이 혹여 거짓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듦과 동시에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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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코 | 의도는 좋았던 '마블 스포트라이트'의 시작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메리카 원주민 촉토 부족 보호구역 마을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청각 장애인 '마야 로페즈/에코'(알라콰 콕스). 하지만 그녀는 쇼핑을 가던 중 교통사고에 휘말리고, 다리 한쪽과 엄마를 잃는다. 이에 마야의 외할머니 '출라'(탄투 카디널)는 갱단에서 일하던 마야 아빠 '윌리엄'(잔 매클라넌)을 비난하고, 윌리엄은 마야를 데리고 뉴욕으로 떠난다.
뉴욕에서 따돌림을 당하며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는 마야.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아빠를 따라간 체육관에서 '킹핀'(빈센트 도노프리오)을 만난다. 마야는 자기를 아껴주는 킹핀을 삼촌처럼 따르고, 아빠가 살해당하자 킹핀의 권유로 그의 갱단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호크아이'(제레미 레너)와의 만남 이후 그녀는 아버지의 죽음과 자기 과거에 얽힌 진실을 깨닫고, 항상 배후에 있었던 킹핀에게 복수의 칼날을 겨눈다.
마블 스포트라이트의 시작
디즈니+ 드라마 <에코>의 공개를 앞두고 마블 스튜디오는 새로운 레이블 '마블 스포트라이트(Marvel Spotlight)'를 론칭한다고 발표했다. 스트리밍 부문 사장 브래드 윈더바움은 '마블 스포트라이트'를 "사전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 다양한 스토리를 제공하는 작품들이 있는 레이블"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MCU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변화로 보인다. 최근 MCU는 초창기와는 달리 세계관 연계에 집중한 나머지 캐릭터 각각의 매력을 부각하는 데 실패했다. <더 마블스>만 해도 캡틴 마블, 모니카 램보, 미즈 마블의 개별 서사와 팀의 결성 과정 모두 미흡하다는 평을 받았다.
즉, '마블 스포트라이트'의 출범은 초심을 찾는 시도다. 한 캐릭터에 오롯이 집중한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기존 드라마와 달리 <에코>의 에피소드 5편을 동시에 공개한 이유라 할 수도 있다. 다만 <에코>가 '마블 스포트라이트'의 시작을 제대로 알렸는지는 의문이다. <에코>는 팬들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이질적인 드라마이기 때문. 그 중심에는 드라마의 지향점과 어긋난 마케팅 전략이 있다.
에코가 적임자인 이유
물론 '마블 스포트라이트'의 정체성을 보여줄 1번 타자로서 에코는 부족함이 없다. <호크아이>에서 모습을 비췄지만, 비중 있는 조연에 불과했기에 아직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 차별화된 개성도 명확하다. 그녀는 청각장애인이면서도 호크아이나 킹핀에 대적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물이니까.
또 그녀는 나날이 거대해지는 멀티버스 사가의 세계관에서 자칫 가려지기 쉬운 인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에코는 MCU 세계관을 풍부하게 만들겠다는 의도에 들어맞는다. 지구에서 현실적인 스케일로 활약하는 소소한 히어로들의 활약을 최근 MCU에서는 보기 어렵기 때문.
이에 더해 기존 팬들의 관심을 끌 포인트도 있었다. 그녀가 비록 중심 캐릭터는 아닐지언정, 여러 주역과 관계를 맺고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 <호크아이>에서 에코와 접점이 있는 것으로 묘사된 킹핀이 현재 제작 중인 디즈니+ 드라마 <데어데블: 본 어게인>에 출연 예정이듯이.
착실한 '에코'소개서
<에코>는 목표에 걸맞은 이야기를 착실하게 채워 넣었다. 우선 에코의 특징을 잘 살렸다. 그녀는 다양성 코드를 살리기에 가장 적합한 캐릭터다. 여성이고, 청각장애인이며, 아메리카 원주민이기 때문. 아직도 백인 남성으로 가득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슈퍼 히어로 장르에서 파격적인 캐릭터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는 대사 연출에서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난다. 에코는 모든 대사를 수어로 처리하고, 상대역도 대사를 말할 때 수어를 같이 사용한다. 덕분에 <에코>의 감상 경험은 다른 영화나 드라마와는 사뭇 다르다. 잠깐만 눈을 화면에서 떼도 내용을 놓칠 수밖에 없다. 이는 호불호가 나뉘는 이유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청각 장애인의 일상 속 불편함을 주류 미디어에 메타적으로 반영한 대목처럼 보이기도 한다.
촉토 부족의 일원으로 에코를 설정한 점도 눈에 띈다. 특히 촉토 부족이 지하에서 태어나 지상으로 올라왔다는 전설을 에코라는 히어로의 정체성과 연결시킨 대목이 인상적이다. 그 덕분에 <호크아이> 속 조연은 차별화된 서사를 만들 수 있다. 어릴 적 촉토 부족 마을을 떠난 킹핀의 후견 하에서 지낸 에코. 킹핀의 악행과 음모를 깨달은 그녀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킹핀의 파트너가 될지, 아니면 자기 부족에게 돌아갈지.
이는 아메리카 원주민 사회의 문제점도 간접적으로 지적한다. 아메리카 원주민 사회는 위기에 처해 있다. 젊은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대도시로 떠나다 보니 정치권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인프라도 부족해지면서 원주민 마을과 보호구역이 슬럼화되기 때문.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할지, 아니면 주류 사회에 동화될지 선택해야 하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고뇌가 <에코>에 담겨 있는 셈이다. 출연진 다수를 아메리카 원주민으로 캐스팅하고,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 감독을 고용한 제작진의 노력이 빛을 발한다.
오래간만에 맛보는 MCU다운 액션
그뿐만이 아니다. <에코>는 MCU 드라마 최초로 TV-MA(19세 관람가) 등급을 받을 정도로 액션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그래서인지 <에코>는 디즈니+에서 공개된 MCU 드라마가 공유한 단점도 피했다. MCU 드라마는 그간 액션 연출이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스토리 전개, 캐릭터 구축 면에서 호평받은 <완다비전>, <로키>, <문나이트>, <호크아이> 등도 이 지적을 못 피했다.
<에코>는 다르다. 과장 보태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를 연상시키는 현실적이고 육체적인 액션을 선보인다. 예를 들어 스케이트장에서 갱들이 대치하는 장면에서 총에 맞아 피가 튀기는 장면을 굳이 가리지 않으며 생생함과 잔인함을 살렸다. 다른 육박전이나 기차 액션 시퀀스에서도 합을 맞추기보다는 보다 날 것의 액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데 성공했다.
특색도 있다. 귀가 안 들리는 캐릭터의 특성을 액션 연출에 반영했다. 드라마는 액션씬이 펼쳐지기 직전에 배경 음악을 일부러 제거한다. 음향도 가능한 작게 볼륨을 낮춘다. 마치 청각장애인이 소리를 듣는 것처럼. 그러다가 액션씬이 시작되는 순간 비명소리, 타격음 소리, 뼈가 부러지는 소리, 배경 음악을 일제히 터뜨린다. 마지막 화에 등장하는 클라이맥스가 대표적이다.
이는 짧은 찰나에 긴장감을 극도로 고조시켜서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탁월하다. 액션은 일종의 폭발이다. 지속적으로 커지던 감정골의 불씨가 특정 계기로 불타오르는 순간, 감정은 액션으로 표출된다. 전쟁이 정치의 연장선이듯, 액션은 스토리와 감정의 연장선이다. <에코>는 그 순간에 한 템포를 쉬어가면서 폭발의 임팩트를 최대한 누리려 한다.
포장지를 잘못 쌌다
하지만 <에코>의 특색 있는 지향점과 준수한 완성도는 정당한 평가를 받기 어려워 보인다. 마케팅을 통해 만들어진 드라마의 이미지와 본편 내용 사이에 간극이 크기 때문. 캐릭터의 독립적인 서사에 집중한다는 '마블 스포트라이트'의 취지가 무색하게 포스터와 예고편은 다른 작품과의 연계를 더 기대하게 만든다. 그 결과 예상을 많이 벗어난 본편 내용과 퀄리티는 당혹감과 실망감을 키운다.
포스터만 봐도 그렇다. 에코보다도 악역인 킹핀의 모습이 더 크다. 예고편에서는 데어데블이 모습을 비추기도 한다. 현재 제작 중인 <데어데블: 본 어게인>에 킹핀이 메인 빌런으로 등장할 예정이라는 점, 데어데블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변호사 쉬헐크>에 이미 출연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에코>를 일종의 중간다리로 간주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본편에서는 MCU 작품과의 연계성을 거의 찾을 수 없다. 새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호크아이> 속 에코의 분량을 일부 가져온 게 전부다. 마지막 보너스 영상 정도를 제외하면 킹핀도 본인만의 서사를 많이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에코의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된다. 예고편에서 모습을 비춘 데어데블은 말 그대로 카메오다. 즉, <에코>는 예고편이나 포스터를 보고 기대한 이야기와는 분명 다르다.
이는 예상 못한 부작용을 유발한다. 제작진의 노력, 중요도, 의의와는 별개로 촉토 부족 관련 플롯은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지 못한다. 에코가 촉토 부족이라는 사실이 <호크아이>에서 드러난 바 없다. 코믹스 팬이 아닌 이상에야 촉토 부족의 등장이 급작스러운 이유다. 결국 촉토 부족 분량에 비해 에코보다 친숙한 킹핀이 등장한 대목이 더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이처럼 <에코>는 기대에 따라 만족도가 극과 극으로 나뉠 작품이다. 앞으로의 스토리나 캐릭터와 관련된 암시나 힌트 같은 MCU와의 연계성을 기대했다면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반면에 드라마와 영화가 긴밀히 연계되는 현재 MCU에 지쳤다면 오히려 흥미로울 수 있다. 주인공 한 명의 매력에 집중하고, 다른 작품과의 연계는 쿠키 영상에 맡긴 초창기 MCU로 돌아가려는 마블 스포트라이트의 의지가 만족스러울 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에코>가 점점 식어가는 MCU 팬들의 애정을 전부 되살릴 만한 드라마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고로 마블 스포트라이트와 MCU의 미래는 아직, 그리고 여전히 불확실해 보인다.
Poor 형편없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는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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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의 씨앗이 자라 복수의 열매를 맺다
조지 밀러 감독의 말마따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액션에 특화되어 있다면, 9년 만에 선보이는 후속작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이하 '퓨리오사')는 서사에 더욱 힘을 줬다. 그리고 왜 퓨리오사의 과거사를 택했는지도 납득됐다.
'퓨리오사'는 문명 붕괴 45년 후, 황폐해진 세상에 무참히 던져진 퓨리오사(안야 테일러-조이 분)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신의 인생 전부를 걸고 떠나는 거대한 여정을 그린다. 풍요가 가득한 녹색의 땅에서 희망의 씨앗으로 자란 어린 퓨리오사가 한쪽 팔을 잃고 시타델 소속 중무장 트레일러인 '전투 트럭(워 리그)'의 조종사가 되는 과정을 총 다섯 장으로 풀어낸다.
영화는 퓨리오사가 겪는 고통과 슬픔, 빼앗긴 행복과 희망의 서사를 빈틈없이 쌓아가고, 이 과정에서 조지 밀러 감독은 그 어떤 장면도 허투루 소비되거나 낭비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매드 맥스', 퓨리오사 팬들 입장에선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퓨리오사의 이야기에 집중했지만, '매드맥스' 시리즈의 전매특허인 모래사막 속 카체이싱 장면 역시 이번에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황량한 모래 위에서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폭풍을 뚫고 벌어지는 오토바이와 자동차, 트럭 추격전은 긴장감과 박진감을 조성한다. 특히 퓨리오사 일행을 공격하기 위해 패러글라이딩을 띄우는 등 공중전까지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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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오사로 분한 안야 테일러 조이는 전작에서 퓨리오사 역으로 강렬한 아우라를 발산했던 샤를리즈 테론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개다가 이번 영화 설정상 대사가 거의 없어 쉽지 않았음에도 퓨리오사의 내면을 눈빛만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후반으로 가면서 그는 영화 속 대사처럼 '묵시록의 다섯 번째 기사(암흑의 천사)' 그 자체로 완성시켰다.
퓨리오사 못지않게 반갑고(?) 진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가 있었으니 전작의 최종 빌런인 임모탄 조(러치 험). 전편에 비해 지도자로서의 카리스마와 결단력, 독단적이고 강인한 면모가 더욱 부각됐다. 중반부터 퓨리오사와 호흡을 맞추며 그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잭(톰 버크) 또한 이목을 집중시킨다.
본편 메인 빌런이며 퓨리오사의 삶에 큰 변곡점 역할을 한 디멘투스(크리스 헴스워스) 캐릭터는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양면적이고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메인 빌런이라고 하기엔 뭔가 무게감이 약하다. 후반부에 디멘투스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 '복수는 종착점이 없는 행위'라는 것을 일깨워주긴 하나 스케일이 큰 액션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김이 샐 수도 있다.
영화 러닝타임상 생략되긴 했으나, 디멘투스의 바이크 군단 대 임모탄 조가 이끄는 시타델의 40일간 황무지 전투가 대사로 넘어간 점도 아쉬웠다. 이외 '퓨리오사'에서 적나라하게 그리는 '야만의 시대'가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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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매한 풍자, 개운치 않은 비행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말도 안 되는 설정이 통할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은 없다. 2024년에 '여장남자' 설정이 더 이상 새롭지도 않고, 잘해도 본전이라는 것도 모두 인지하고 있다. 대놓고 밀어붙이니까 어느 정도 통하는 것 같긴 하다만, 풍자가 애매해서 영 개운치 않다.
영화 '파일럿'은 잘 나가던 비행기 조종사 한정우(조정석)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며 실직하자, 여동생 한정미(한선화)로 위장해 항공사에 재취업한 뒤 벌어지는 일을 코믹하게 그렸다. 스웨덴 영화 '콕핏'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조정석의 여장'을 전면적으로 앞세운 만큼, '파일럿'은 조정석의, 조정석에 의한, 조정석을 위한 영화라고 표현해도 무방하다. 식상한 여장남자 콘셉트도 지켜보게 만들고, 이를 특유의 코미디 감각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전달한다. 허술한 설정과 비호감인 캐릭터가 미워 보이지 않는 건 전부 조정석 때문이다. 이미 '헤드윅'을 통해 여장남자 연기에 능통한 그가 맛깔나게 살리자,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도 자연스레 동화된다.
조정석의 원맨쇼를 지원사격하는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특히 한정우의 동생이자 '진짜 한정미' 역의 한선화, 한정우를 각성시키는 파일럿 윤슬기 역의 이주명, 한정우의 엄마 김안자로 분한 오민애의 연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정석이 말아주는 코미디는 취향, 나이, 성별과 무관하여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하지만 100% 흡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어디에 초점을 뒀는지 모를 만큼, 산만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여장을 감행하면서까지 취업하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한정우의 고충에 몰입하려고 하면, 갑자기 가장으로서 소홀했던 지난날의 반성으로 옮겨간다. 그러다 자식들을 모두 키운 뒤 칠순의 나이에 자기의 삶을 즐기는 어머니 김안자의 이야기가 부각된다.
관객들이 흐린 눈으로 '영화적 허용'으로 받아들이기엔 개연성이 너무 널뛰기하듯 뒤죽박죽이다. 허술하게 위조한 한정미의 이력서로 부기장에 합격했다는 설정이나, 뛰어난 미모 때문에 어느 누구도 한정미의 정체를 의심하지 않는 모습은 공감하기 어렵다. 그중 한정우의 후배인 서현석(신승호)이 한정미를 알아보지 못하고 되려 한눈에 반한다는 설정은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더 큰 문제는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어 했던 '젠더 이슈'와 '성 인지 감수성 표현'이다. 한정우의 '꽃다발' 발언부터 서현석의 "힘든 일은 남자가 해야 한다" 발언, 내부고발로 곤란한 상황에 빠진 윤슬기 등 여장남자 설정을 통해 실제로 여성들이 겪는 고충을 그려내고자 하는 의도는 알겠으나, 깊이감 없이 가벼운 유머 속에 담아내는 데에만 급급해 보였다.
결국 풍자가 애매해지니, 관객들을 태우고 이륙한 '파일럿'의 코믹 비행이 그리 개운치 못했다. 박스오피스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고 있긴 하나, 주변인들에게 추천할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YES"라는 말이 쉽게 나오진 않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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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와일드 : 야수들의 전쟁> 티저 예고편
"우리,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냐?" 가장 쎈 한 놈☝?만 살아남는 한국형 액션 누아르의 Classic? [더 와일드: 야수들의 전쟁] 티저 예고편 전격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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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TV+ <테헤란 시즌2> 공식 예고편
액션 가득한 '테헤란' - Tehran의 새 시즌에 글렌 클로즈가 합류해 니브 술탄, 샤운 토웁과 함께 열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