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yun2024-12-19 11:42:04
만두 맛집인데 뒷맛이 이상해요
영화 '대가족' 리뷰
어디선가 먹어본 익숙한 만둣국 맛이다. 조금 더 음미하다 보면 새로운 무언가가 추가돼 신선함도 있다. 그런데 계속 곱씹다 보면 이상한 맛도 같이 느껴진다. 이것저것 많은 요소들을 '가족'이라는 만두피로 몽땅 담아내 영화로 빚어서다. 양우석 감독의 신작 '대가족'에 대한 간략 평이다.
'대가족'은 스님이 된 아들 함문석(이승기) 때문에 대가 끊긴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 함무옥(김윤석)에게 세상 본 적 없던 귀여운 손주들이 찾아오면서 생각지도 못한 기막힌 동거 생활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변호인'과 '강철비' 시리즈 등 휴머니즘 성격이 강하고 묵직한 소재를 담은 작품을 선보여왔던 양우석 감독은 '대가족'을 통해 코미디 드라마 장르에 문을 두드렸다. 초반에 코미디, 후반에는 휴먼 드라마를 배치해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주는 2000년대 초중반 유행했던 한국적인 휴먼 코미디 콘셉트로 구성했다.
과거 한 사건을 계기로 서먹하게 지내는 무옥-문석 부자 앞에 짠한 아이들 민국(김시우)-민서(윤채나) 남매가 짠하고 나타난다. 문석의 생물학적 자식이라고 밝히자, 행복을 되찾은 아버지와 당황을 감추지 못한 아들 극과 극 반응을 보인다. 비슷한 장르와 스토리라인으로 흥행했던 영화 '과속스캔들'이나 일일 드라마에서 볼법한 전개다.

다소 뻔해 보이는 스토리라인에 신선함을 곁들여 줄 킥 하나를 집어넣었는데, 바로 민국-민서 남매의 '출생의 비밀'. 알고 보니 함문석이 대학 시절 하게 된 정자기증으로 탄생한 아이들인 것. 심지어 함문석의 정자를 통해 이 세상으로 나온 아이들이 400명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단숨에 '정자왕'으로 등극해 웃음을 유발한다. '대가족'은 이 황당무계한 사연을 코미디에 녹여내면서 관객들의 웃음을 저격한다.
정자기증을 무기 삼아 영화는 문석의 생물학적 자녀 찾기를 비롯해 함씨 부자간 이야기, 주변인들과의 관계 등 엉킨 실타래들을 천천히 풀어간다. 그러면서 양우석 감독은 후반부에 '가족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저출산 문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가족에 대한 정의, 대안 가족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준다. 영화 제목인 '대가족'의 '대'가 큰 대(大)가 아닌 대할 대(對)를 쓰는 것이고, 영화 영어 제목을 'About Family'로 작명한 것 또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다만, 화법이 장벽이다. 화두를 담고 있는 이야기인 만큼 세련되게 풀어내야 하는데 투박하고, 후반부에는 너무 교훈적인 느낌이 강하다. 한 예로, 함문석과 큰스님(이순재)이 가족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순간이나 보는 이들에 따라 교조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정자기증을 활용한 코미디로 에너지를 올렸더니, 올드한 감성을 담은 신파로 맥을 끊는다. 지나친 플래시백과 구구절절한 사연까지 2000년에 개봉한 영화들의 단점을 그대로 답습하니 빚은 만두의 뒷맛이 개운치 못하다.
후반부 구성과 연출이 호불호 갈리긴 하나, 배우들의 역량만큼은 인정할 부분이다. '한국판 스크루지 영감' 함무옥을 연기한 김윤석은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을 주며 웃음을 전한다. 동시에 자타공인 인정받은 연기력으로 핏줄에 집착하는 남자가 변해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또한 김성령, 박수영은 '대가족'에서 뻔한 맛을 진하고 깊은 맛으로 우려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민국-민서 남매로 분한 아역배우 김시우, 윤채나는 힐링과 에너지를 불어넣는 치트키다.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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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무료한 목요일에 활기를 더해줄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한눈에 정리해 드릴게요 :)
그럼, 4월 둘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해리 포터> 드라마화 논의 중
ⓒ 네이버 영화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해리 포터>가 영화에 이어 드라마 제작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드라마는 동명 원작 소설 시리즈와 동일하게 총 7시즌으로 제작된다고 합니다. 또한, 미국과 파리를 배경으로 펼쳐질 것으로 예고하며 많은 팬의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원작 소설 작가 조앤 롤링은 이에 대해 "해리 포터는 영국의 재산이고, 그 뿌리에 충실해야 한다"며 반박하였다고 합니다.
디즈니 <모아나> 실사화로 제작
ⓒ 네이버 영화디즈니에서 영상을 통해 2016년에 개봉된 애니메이션 <모아나> 실사 영화 제작 확정 소식을 알렸습니다. 영상 속에는 애니메이션 <모아나> 속 '마우이' 역을 맡았던 드웨인 존슨이 등장하였고, "자신의 문화와 민족의 이야기를 담아낸 디즈니와 파트너들의 노력과 헌신에 감사를 전한다"고 말하였습니다. 제작진과 출연진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히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잭 블랙, <스쿨 오브 락> 리유니언 예고
ⓒ 네이버 영화배우 잭 블랙은 인터뷰에서 <스쿨 오브 락> 20주년을 기념하여 리유니언 계획이 있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잭 블랙은 "내가 <스쿨 오브 락>을 촬영했을 당시 아이들은 10대였고, 지금은 모두 30대가 되었다. <스쿨 오브 락>의 모든 멤버를 만날 수 있길 바란다"며 만남에 대한 기대를 보였습니다. 또한, 잭 블랙은 이번 만남에서는 SNS를 100% 활용하여 사진과 영상을 올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마리끌레르 영화제, 배우 특별전 라인업
ⓒ 샘컴퍼니, 매니지먼트mmm, 씨제스 스튜디오올해 마리끌레르 영화제에서는 배우 배두나, 박정민, 전여빈, 유태오가 직접 선택한 작품을 상영하고, GV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배우 배두나는 <고양이를 부탁해> <공기인형> <코리아>를 상영하고, 그중 <공기인형>으로 GV를 진행합니다. 배우 박정민은 <반장선거> <앰부배깅> <세상의 끝> <유령(신촌좀비만화)>를 모아 단편전을 열 예정입니다. 배우 전여빈은 <죄 많은 소녀>를 상영 후 GV에 참석해 이야기 나눌 예정이며, 배우 유태오는 감독 데뷔작인 <로그 인 벨지움>를 상영하여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자리를 가질 예정입니다.
배우 특별전 외에도 다양한 GV 행사가 예정되어 있으며, 구체적인 상영 일정과 GV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영화제 소식은 마리끌레르 웹사이트와 SNS에서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류승완 감독 신작 <밀수>, 7월 26일 개봉
ⓒ 네이버 영화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가 7월 26일 개봉을 확정 지었습니다.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밀수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 범죄 활극입니다. 배우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하였습니다.
<베테랑> <베를린> <모가디슈>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다큐 <풀카운트>, 4월 26일 공개
ⓒ 디즈니+
<풀카운트>는 대한민국 최초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참여하여 치열한 승부의 세계와 시즌 비하인드를 담은 스포츠 다큐멘터리입니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최초로 프로야구 전체 구단이 참여하여 주목받고 있습니다. <풀카운트>는 단순히 경기 현장 기록이 아닌, 치열한 시즌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구단 선수와 감독뿐만 아니라 구단주, 전략분석관, 응원단장, 열혈 팬 등 다양한 시선과 라커룸, 더그아웃 등 경기장 밖의 이야기는 야구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진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풀카운트>는 4월 26일 디즈니+를 통해 공개될 예정입니다.
CGV,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기념 특별전 개최
ⓒ 네이버 영화
워너브러더스는 1923년 4월에 창립해 올해 10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CGV에서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을 기념해 SF 영화 4편을 선정해 재상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선정된 4편의 영화는 바로 <레디 플레이어 원>, <인셉션>, <블레이드 러너: 더 파이널 컷>,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입니다. 특히 <블레이드 러너: 더 파이널 컷>은 리들리 스콧 감독이 추구했던 의도를 담은 최종 편집 버전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것으로 씨네랩이 들려드리는 오늘의 씨네뉴스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느덧 일주일에 반절이 지나갔네요. 곧 주말이 다가오니 조금만 더 힘내서 시간을 보내봅시다!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HIZY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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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지켜온 침묵을 벗어나게 해 준 것
숲 속
밖으로 나오기 싫었다. 분명히 자기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던 코오트. 그냥 무시할까 싶었지만 소녀는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한다. 점점 더 굽어지는 허리. 집 안에 들어가도 숨고 싶은 기분이다. 침대 밑 공간으로 들어가는 코오트. 유달리 말이 없는 소녀 코오트에게 가족이란 족쇄 같은 존재다. 사실 이 집에 엄청난 경사가 있다. 바로 코오트의 동생이 생긴다는 점이다. 그래도 코오트는 영 기쁘지 않다. 어두운 낯빛. 가족 안에서 유달리 겉돌던 코오트. 학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코오트의 곁엔 아무도 없었다. 친구들에게 뭔가를 빌려 뭔가를 마시고 싶었던 코오트. 음료수 마시려고 책상에 놨다. 남자 애들이 그 찰나도 허락하지 않았다. 책상을 퍽 치고 지나간 아이들. 잔에 동동 띄어놓은 음료수가 모두 옷으로 튀었다. 화가 난 코오트. 하지만 아무 말도 못 했다. 코오트에게 침묵은 익숙했으니까.
아버지에게로 향한 코오트. 차에 탔다. 누군가를 태우는 코오트의 아버지. 어머니는 아니다. 젊은 여자였다. 이 사람이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더라도 아버지의 내연녀라는 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들리는 건 ‘경마 책 좀 읽으면 안 돼?’라는 말이다. 여전히 어두운 조명이 드는 집 안.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던 도중 부모님의 대화 소리를 우연히 듣게 된다. 바로 코오트의 동생이 나오기 전까지 주인공이 친척 집에 머무르기로 한 것이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집 하나. 중년의 여자가 환한 표정으로 코오트를 반긴다. 그 순간, 메말랐던 코오트의 삶에 화사한 빛이 내려온다.
밝거나 어두운 집
영화에서 시각적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부분은 조명이었다. 글쓴이는 집의 대비를 어떻게 줬는가? 가 가장 먼저 들어왔다. 도입부. 코오트가 처해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어두운 집. 가난한 집안이라는 경제적인 세팅이 있지만 한낮에 어두울리는 없다. 이야기에서 코오트의 원래 집이 언제 들어가는지를 중심으로 본다면 이 연출은 의도적이라고 볼 수 있다. 어두운데 사람에 물건에 화면에 온갖 것이 다 들어가니 안 그래도 갑갑한 기분이 더 한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이 집에서 빛이 향하는 방향에 대해서 써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사촌 에블린에 집에 도착했을 때의 장면이다. 주인공이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층계를 올라간다. 빛이 들어가는 방향은 환하지만 그 아랫부분은 어둡다. 이 색채 대비는 사실상 코오트의 내면세계와 대비된다고도 볼 수 있다. 새로운 공간에 왔기 때문에 빛이 들었지만 아버지가 퇴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둡다. 또 다른 연출요소로는 ‘속박’을 어떻게 형상화했는가?라는 점이다. 이는 이야기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놓여있다. 왠지 모르게 자유로워지는 느낌에 임팩트를 준 연출 역량이 돋보인다. 이렇게 영화는 소담한 작품처럼 보이지만 꼼꼼하고 섬세하게 미장센에 힘을 줬다.
섬세하고 꼼꼼하게
영화에서 강점으로 뽑을 수 있는 부분은 화법이다. 영화는 디테일한 부분을 잘 살려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글쓴이는 이 근거로 코오트의 캐릭터 세팅을 꼽고 싶다. 말이 없다는 것. 그동안 코오트 가족이 주인공을 기죽게 키웠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런 설정이 유효하다. 이 속성은 주인공의 어떤 특징과 이어질까? 사회성과도 이어진다. 이 인물은 이야기를 전개하며 부족할 수밖에 없는 부분을 영화 내내 노출한다. 이 부족한 사회성에 관한 인물들의 리액션이 아주 흥미롭다. 또 부족한 소통방식으로 인해 에블린 가족에게 다가가는 방식이 어떻게 대비되는지를 봐도 역시 흥미롭다. 단순히 기능적으로만 딱 갔다 붙여 놓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가족 설정 역시 이에 대한 리얼리티를 살리는 방식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말이 없다는 것. 왜 말이 없을까? ‘어떤 것’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반대로 주인공을 향한 어떤 종류의 말은 많다. 이런 요소들을 종합해서 인물을 입체적으로 구성한 것은 주인공에게 결여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말과 ‘어떤 것’이 동격에 놓이는 연출에 유심히 집중하신다면 감상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또 소소하게 살리는 요소들이 아주 흥미로웠다. 바로 말과 소의 대비다. 당연히 코오트가 시골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농장 묘사가 들어가기에 어렵지 않다. 그러나 어떤 것은 도박을 묘사하는 방식이 되고 다른 것은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기능하게 한다는 점이 대비된다. 이는 후반부에서 비슷하게 대비된다. 두 가족의 입장? 후반부에 드러난다. 이 가족이 처해있는 상황이 반대가 되는 것이다. 극 중에서 물을 활용한 방식도 마찬가지다. 가장 결정적인 대비는 엔딩에서 드러나는데 이 부분까지 집중한 채로 보신다면 영화의 연출이 얼마나 꼼꼼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상영관 좀 늘려줘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야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다. 이 부분은 역시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작동한다. 이 장면을 위해 등장인물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짜여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정확히 의/식/주의 요소를 영화에서 다 품고 있다. 우선 옷의 관점. 이 옷에 관한 연출은 이야기에서 핵심으로 작동하고 강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생략하기로 한다.
식과 주에 관한 부분이다. 먹는 것. 초반부 카이트에게 동생이 생긴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에서 가족들이 뭔가 먹고 있다. 여기서 어두운 조명 탓에 뭐 먹는지 구분이 잘 안 되는 듯한 느낌이 있다. 초중반부를 넘어서 보면 숀이 카이트에게 주는 것들이 화면비에 비해 두드러지게 촬영한 부분이 이에 대한 예시다. 촬영으로 카이트의 내면 묘사를 구성한 것이다. 다음은 집에 대한 부분이다. 영화에서 카이트는 어떤 일을 벌인다. 당황하는 에블린. 이 사건에 대해 잘 생각해 본다면 역시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어떤 집에서는 이런 행동을 벌이지만 자기 집에서는 침대 밑에 숨는다. 심지어 자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한 대비가 되는 셈이다.
이렇게 의식주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펼쳤는가? 주인공의 위치로 인한 대비(집)도 있었지만 이 부분은 전적으로 카메라의 방향과 관련이 있다. 주인공은 말이 없다. 왜 말이 없을까? 자기를 둘러싼 폭력은 잦지만 반대측면에서 부족했던 뭔가가 있기 때문이었다. 말이 없으면 어떻게 주인공의 심리를 보여주지? 주인공의 시점 쇼트다. 주인공이 어느 것을 바라보는가. 주인공의 표정은 어떤 형태인가.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주인공은 어떤 모습인가. 친절하게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것보다 코오트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 것이다. 이는 각자가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와도 관련이 있다. 왜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전달이 이뤄지는가?를 보여준 이 영화가 수작으로 뽑힐 만한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 장면이 주는 감동은 이렇게 우리가 그 감정에 동참할 수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상영관이 터무니 없이 부족한 작품이지만 마석도의 주먹 한 방에 묻히기엔 아쉬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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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극' 하면 음악이 먼저 떠오르는 이유
아이돌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의 노래 'UNFORGIVEN'을 아시나요? 이 노래는 유명한 서부 영화 음악을 샘플링하여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자세히 들어보면 노랫말과 비트 아래에 익숙한 멜로디가 깔려 있음을 눈치챌 수 있죠. 강렬한 휘파람 소리로 시작하는 원곡은 한 번 들으면 모두가 알만한 영화 <석양의 무법자>의 영화음악입니다.
원곡을 만든 이탈리아의 음악가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는 설령 영화는 알지 못해도 모두 한 번쯤 들어보았을 영화음악을 셀 수 없이 많이 만들어 내며, '영화음악의 창시자'라고 칭송받은 위대한 음악가입니다. 그리고 영화에 숨결을 불어 넣는 음악을 만들었던 그가, 이제 영화가 되었습니다.
"오, 이 음악은!", "앗, 이건?"하며 놀라는 사이에 15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마치 15분처럼 훌쩍 흐릅니다. 영화를 사랑한다면, 영화음악을 사랑한다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입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의 돌비 프리미어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는 2023년 7월 5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The Glance of Music, Ennio
의사를 꿈꾸던 어린 엔니오 모리꼬네는 트럼펫 연주자였던 아버지의 권유로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트럼펫을 연주하며 순수음악을 만들다가 우연히 영화음악의 세계에 발을 들였죠. 탄탄한 음악적 재능과 노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전을 거침없이 시도한 그는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영화음악가로 거듭났습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에는 감미롭고 아름다운 선율도 많지만, 소음으로 들릴 법한 음향도 자주 등장하는데요. 당시는 신경에 거슬리는 음향을 음악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엔니오 모리꼬네는 뛰어난 음악성으로 고정관념을 뒤집는 매력적인 음악을 만들어 냈죠. 그야말로 천재적인 음악가인 셈입니다. 의사를 꿈꿨던 엔니오 모리꼬네를 음악의 길로 인도한 그의 아버지의 선구안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위대한 음악가 한 명을 만나지 못할 뻔했습니다.
엔니오 모리꼬네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도전과 개성을 꼽을 수 있을 만큼, 엔니오 모리꼬네는 오리지널리티가 뛰어난 음악가였습니다. 그러나 영화음악가로서 그는 감독에 따라, 영화에 따라 음악의 색을 바꿀 줄 아는 카멜레온 같은 음악가이기도 했죠.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에는 생전 그와 함께 작업했던 유명한 영화감독들이 줄지어 등장해 각각의 케미스트리를 뽐내는데요. 서부극, 치정, 스릴러, 로맨스까지 각양각색 장르의 향연 속에서도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한결같이 그 영화의 한 끗이 되어줍니다. 그래서인지 그와 함께 작업한 영화계 인사들은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에 출연해 하나같이 엔니오 모리꼬네가 만든 음악을 흥얼거리며 행복한 표정을 짓습니다. 영화를 완성하는 한 끗을 찾았는데, 저라도 기쁘지 않을 수 없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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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그 장면에 어울리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온전한 주제를 가진 음악을 만들어 냈던 엔니오 모리꼬네. 폭력적인 장면에 강렬한 음악을 더하기보다는 완전히 다른 관점의 음악을 갖다 붙이는 식이었습니다. 영화가 단순한 시청각 자료를 넘어 관객의 마음을 파고드는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그의 음악이 촉매제가 되어준 셈이죠. 장면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능력은 영화음악가로서 엔니오 모리꼬네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는 엔니오 모리꼬네와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 음악이 삽입된 영화를 번갈아 보여주며 그의 음악 인생을 톺아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요. 삽입된 자료들이 단순한 ‘영상’이 아니라 하나의 ‘영화’로 느껴졌던 건 단연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 덕분이었습니다. 과연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 없이 그 모든 영화가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마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못할 겁니다. 그의 음악이 빠진 영화는 말 그대로 푸티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게 돼버리니까요. 서부극 세대가 아닌 저도 '서부극' 하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과 함께 말을 타며 총을 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지곤 했던 이유, 그것이 바로 영화음악의 힘이었습니다.
이제껏 영화를 감상하면서 영화음악을 너무 등한시한 건 아닌가 많이 반성했습니다. 영화의 3요소는 분명 내러티브, 영상, 그리고 음향인데 말이에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는 영화에서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1960년대만 해도 질 낮은 음악이라고 평가받던 영화음악을 이러한 경지로 끌어올린 것 역시 엔니오 모리꼬네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가 얼마나 대단한 업적을 남겼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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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는 음악과 함께 흘러가는 한 사람의 인생사를 그리는 작품입니다. 누군가의 인생만큼 재미있는 이야기가 또 어디 있을까요? 세상에는 특별하지 않은 인생은 없기에 인생을 고스란히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는 특별한 영화적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그 자체로 참 재밌게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삶을 관전하면서 양가적인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는 누가 뭐래도 천재였습니다. 피아노를 두드리지 않고도 책상에 앉아 종이와 연필만으로 머릿속 악상을 음악으로 그려 낼 줄 아는 사람이었죠. '저런 사람이 바로 천재구나. 나는 절대 천재가 될 수 없겠다.' 범주는 다르지만, 창작을 하는 사람으로서 허탈함이 밀려왔습니다.
그러나 엔니오 모리꼬네의 삶에는 배울 점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정규 앨범이 덜 팔린다고 좌절하기보다는 오히려 음악적 아이디어를 실험할 좋은 기회로 여기는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매일 같은 일상에서도 새로운 음악적 영감을 발굴해 내는 창의적인 음악인이었고, 영화음악도 곡 자체로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마인드로 음악을 만드는 자긍심 있는 영화음악가이기도 했죠. 태생적인 한계에서 비롯된 허탈함을 허물어 버리는 위대한 창작가를 향한 존경심이 피어올랐습니다. '재능', '천재'라는 단어가 오히려 그를 가두는 족쇄처럼 느껴졌다면, 그가 얼마나 위대한 인물이었는지 짐작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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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모리꼬네가 음악 속에 녹여낸 주제들은 서두에서 소개했듯이 오늘날에도 수많은 음악가가 그들만의 버전으로 재창조하고 있습니다. 극 중에는 그의 음악을 두고 "Reference constantly"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정말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창작자로서 받을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요?
많은 사람이 베토벤, 모차르트에 견주는 희대의 천재라고 칭송하는데도 신인 감독들과 작업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는 진정한 '마에스트로', 엔니오 모리꼬네. 영화를 보는 동안 경험했던 전율의 순간들을 다시 경험하기 위해, 이번 주엔 나 홀로 '엔니오 모리꼬네 영화 주간'을 가져봐야겠습니다.
Summary
전 세계가 사랑하는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 그가 직접 들려주는 명작 탄생 비하인드. 그리고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이야기하는 그에 대한 모든 것. (출처: 씨네21)
Cast
감독: 쥬세페 토르나토레
출연: 엔니오 모리꼬네, 클린트 이스트우드, 쿠엔틴 타란티노, 한스 짐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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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여왕으로써의 무거운 책임감을 다큐멘터리로 풀어내다!
영국의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는 영국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논란의 중심인물이기도 했다. 대중매체에 공개되는 영국 여왕 가문의 모습은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다가가기 어렵고 엘리자베스 2세 역시 성격이 까칠하다. 하지만 영국 여왕인 만큼 무거운 책임감은 항상 따라왔다. 영국의 여러 고위 관료들이나 중요 인물에게 훈장을 서사하고(이 훈장들은 몇 년이 지나면 사라진다) 그녀가 쓴 왕관 역시도 그만큼 많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영 연방 국가들의 수장으로써 순방을 다녀오면서 많은 업적도 이뤄냈다.
특히 이 다큐멘터리에서 돋보이는 건 대한민국의 글로벌 대기업인 삼성전자의 회장인 이건희와 만나고 여러 반도체 시설들을 순방했는데 영국 뉴스에도 보도되었다. 이게 바로 삼성전자의 저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2세의 자식들이 스캔들에 휘말리고 사건의 주목 인물이 되면서 엘리자베스 2세의 삶의 고단함이 스멀스멀 다가오기 시작한다. 또한 영국 왕실 가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평생 먹고 노는 사람들이라며 부정적인 대답도 내놓았는데 버킹엄 궁전도 화재로 대부분을 잃었고 영국 국민들에게 밉상이 되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2세는 자신의 아들도 공군에 보내고 자신도 전장에서 영국 군들을 보조하는 역할을 했는데 엘리자베스 2세의 공이 컸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영국 왕실 가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영국인들에게 신뢰가 잃어가고 부조리의 대상으로 지목되었다. 영국의 코미디언들은 영국 왕실 상황을 패러디하며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고 파시즘이나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하는 단체 운동에 의해 비판의 대상도 되었다. 여기서 고난은 끝이 나지 않는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영국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가 온갖 사치를 누리면서도 어떤 국민들에게는 부정적으로 인식된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그저 영국 왕실 가문으로써 대중매체에 공개되어 파파라치들에게 타깃이 되었던 불쌍한 이들이지만 한편으로는 고급스러운 호화 궁전에 살면서 모든 걸 누린 사람들이다. 엘리자베스 2세의 일대기를 챕터식으로 나뉘면서 관객들에게 영국 왕실의 숨은 이야기들을 과감하게 풀어낸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나왔지만 영화 곳곳에 나오는 영국 여왕을 찬양하는 팝 음악과 더불어 영국 여왕에게 몰려든 영국인들을 벌집에 모여든 꿀벌들로 묘사하고 영국 여왕의 포스와 영국 국민들에게 말하는 메세지 하나하나가 크게 다가왔다.
엘리자베스 2세의 다사다난한 일대기를 다큐멘터리로 풀어내고 풍자하기도 하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써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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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에 귀를 막고 복수에 홀리다
복수는 나의 것
청각장애가 있지만 성실하고 착한 공장 근로자인 류(신하균)는 아픈 누나에게 자신의 신장을 이식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류의 혈액형은 누나와 다른 B형이었고, 다른 기증자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류는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받는다.
때마침 장기 기증자가 나타나 수술비 천만원만 있으면 누나를 살릴 수 있게 되었으나 류는 장기밀매 업자들에게 속아 한순간에 전재산과 신장까지 빼앗기고 만다. 스스로를 '혁명적 무정부주의자'라 칭하는 류의 연인 영미(배두나)는 류에게 '착한 유괴'를 하자고 권한다. 이들은 동진(송강호)의 딸 유선을 유괴하고 2600만 원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들의 착한 유괴는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죽음과 복수의 거센 물살 앞에서 이들의 운명은 속절없이 휘말리고 만다.
복수에 잡아먹히다
완벽한 복수는 가능한 것일까? 내 딸을 죽인 놈, 내 장기를 빼간 놈, 내 애인을 죽인 놈, 우리 리더를 죽인 놈.... 복수할 대상은 언제나 있다. 복수의 성공은 곧 또 다른 복수의 시작이 되어 끝없이 이어진다. 흔히 목표를 달성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구체적인 개인을 향한 날카로운 복수는 이따금 성공적으로 수행된다.
가까운 존재의 불가해한 죽음 앞에서 인간은 언제나 책임을 물을 누군가를 찾는다. 상실감의 자리에 가득 찬 분노는 외부를 향해 뻗어나가고, 복수만이 소중한 이의 죽음을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반응처럼 여겨진다. 그렇게 복수는 한 사람의 인생을 건 목표가 된다. 이 맹목적인 목표는 자신의 발밑이 온통 피투성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뛰어들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복수는 스스로 정한 길처럼 보이지만 실은 피할 수 없는 비극적인 운명과도 같다.
감독은 누나의 죽음을 마주한 류의 울부짖는 얼굴은 화면 밖으로 보내고 TV 애니메이션 화면으로 대신한다. 물에 빠져 숨을 헐떡이는 '너부리'의 모습은 류의 최후와 닮아있다. 손으로 얼굴을 장난스레 찌르던 것이 반복되다 마침내 누군가 물에 빠지는 결말의 애니메이션은 사실 영화 <복수는 나의 것>과 같은 이야기다.
류는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은 장기밀매 업자들을 몰살한다. 동진은 딸 유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류를 죽이고자 한다. 이들은 복수할 대상을 찾고 죽이기를 반복한다. 영화 속 복수는 성공의 연속이다. 다만 그 성공을 기뻐할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복수는 나의 것>은 복수에게 잡아 먹히는 인간들의 이야기다.
“백 프로, 확실히”
<복수는 나의 것>에서 삶은 돈과 끊임없이 교환된다. 누나의 수술비, 유선이의 몸값, 굶어 죽은 팽기사의 가족. 이들의 삶은 돈 때문에 위기에 처했으나 복수할 길이 없다. 세상의 부조리, 계급 체계, 시스템의 맹점과 같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대상을 향한 복수는 성공하기 어렵다.
영미는 '혁명적 무정부주의자 동맹'의 리더로 "미군 축출, 재벌해체"를 외치는 인물이다. 영미는 "백 프로. 확실히" 사과하는 동시에 동진의 죽음을 장담한다. 영미의 예언은 보란 듯이 실현된다. '무산계급의 이름으로 사형을 언도한다'는 판결문은 결국 유산계급인 동진의 가슴에 꽂힌다. '나한테 왜 이러느냐'는 동진의 물음과 자신의 가슴에 꽂힌 판결문을 읽으려 애쓰는 모습은 우습기까지 하다. 우리는 사실 자신의 심장에 칼을 꽂는 게 누구인지조차 모른다.
고통을 듣지 못하는 사회
박찬욱 감독은 고통과 폭력의 행위보다 이어지는 반응에 주목한다. 그 반응은 인물의 감정과 태도이기도 하고 물리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예컨대 칼로 배를 긋는 행위와는 거리를 두고, 배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가까이 보여주는 식이다. 카메라는 시신을 부검하는 모습 대신 동진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다. 동진의 태도는 유선이와 다른 이를 확실히 구분한다. 고통과 죽음의 무게는 누구에게 닿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우리는 사실 가까운 이의 고통에도 귀 기울이지 못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는 귀를 막고 살아간다. 청각장애인인 류는 누나를 아끼지만 누나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소리쳐도 듣지 못한다. 옆집의 남자들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성적 만족감을 채우는데 쓸 뿐이다. 고함소리, 성행위를 나누는 소리, 라디오 소리 모든 소리가 들리지만 이들은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우리는 류와 무엇이 다를까. 고통을 듣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고만 하는 태도는 우리 모두를 외롭게 만들었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코두codu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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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아'들의 조우, 사랑, 일탈
*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리뷰입니다.
* 스포일러가 있으니 관람하지 않으신 분은 읽으실 때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포스터]
[감독]
니콜레트 크레비츠
[출연]
소피 로이스, 우도 키어, 밀란 헤름스
[시놉시스]
한동안 연기 활동을 하지 않은 배우 아나, 골칫덩이로 여겨지는 고아 아드리안. 서로를 만나게 된 두 사람은 함께 저녁을 먹고, 거리를 거닐며 담배를 나눠 피우는 사이로 발전한다. <와일드 Wild>(2016)로 사랑의 범위를 확장하는 시도를 했던 니콜레트 크레비츠 감독의 신작이다.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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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때때로 일탈을 꿈꾼다. 삶이 메마를 때, 더 이상 흐르지 않을 때. 그 옛날 세차게 흐르던 강이던 시절을 그리워하면서. <아에이오우: 사랑의 빠른 철자법>의 주인공 '아나' 역시 그러한 일탈을 꿈꾼다. 남편과 사별한 그에게 삶의 낙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직장에서는 '나이에 비해서는 매력적이나 그럼에도 한물 간 퇴물'로 취급 받고 사회는 그를 도움이 필요한 노부인으로 바라본다. 그의 젊음은 시들었고 그는 더더욱 위축되어 간다.
아나의 꿈은 한 어린 소매치기, '아드리안'과의 조우에서부터 실제가 되었다. 어수룩하게 가방을 훔쳐 달아나던 아드리안을 처음 보았을 때, 아나는 무언가 형용키 어려운 싱그러움을 느낀다. 그는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될 수도 있었을 테지만, 운명은 지독하게도 그 두 사람을 이어주었고, 두 사람은 어느 복지국 재활 프로그램에서 재회했다.
'아'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은 서로에게 어떠한 동질감을 느낀다. 과잉행동장애로 말을 더듬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그는 아나와 마찬가지로 이 사회의 '아웃사이더'다. 부모 자식뻘의 나이 차가 나면서도 두 사람이 서로에게 강렬하게 이끌리게 된 것은 어쩌면 이러한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드리안은 온몸으로 아나를 원하노라 표현한다. 매일 같이 그를 찾아가고, 남의 물건을 훔쳐서라도 그를 위한 선물을 마련한다. 그리고 아나는 소외된 소년인 아드리안에게 어른으로서가 아니라, 동등한 사람으로서, 같은 눈높이에서 조언한다. 그는 말한다. 잘 안되면 어떠냐고, 네가 잘하는 다른 걸 해보라고. 각자의 방식으로 고여만 있던 서로의 삶을 흐르게 한 것이다. 새로운 세계로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영화에서는 '아'는 막을 수 없는 소리, 항상 뻗어나가는 소리이다.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모르던 것을 깨달을 때, 감탄할 때, 오르가슴을 느낄 때... ... 그 모든 순간, 가장 먼저 내뱉는 소리가 바로 '아'라는 것이다. 아나와 아드리안, '아'로 이름이 시작하는 두 사람은 어쩌면 서로에게 이러한 '처음' 혹은 '깨달음'을 선사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비록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방식일지언정, 서로에게는 각별하다. 그들은 그토록 꿈꾸던 일탈이라는 과업을 완수했으므로.
사회적 관습에 익숙해진 우리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나이든 여자와 도벽이 있는 소년의 결합은 그다지 도덕적이지 않아 보인다. 그들은 숱하게 위법을 저지르고, 그로 말미암아 형사에게 쫒기기까지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 나름대로의 해피엔딩을 맞이하면서.
소위 말하는 '유교걸(유교 사상에 찌든 여자)'인 필자로서는 이들의 일탈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 모든 부도덕함을 기꺼이 무릅쓰고 마침내 서로에게로 가 닿는다. 어째서일까?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기존의 고루하고 메마른 일상에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서는 아니었을까? 혹은 우리가 꿈꾸는 어떤 판타지를 스크린 너머에서 재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 영화의 해석은 관객이 생각하기에 달려있겠지만.
'아에이오우-사랑의 빠른 철자법', 22.08.26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08/25(목) - 09/01(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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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맨, 넷플릭스에서 보기 아까운 액션 영화
?Rabbitgumi 입니다!
마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감독인 루소 형제가 마블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죠.
이번에는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그레이맨이라는 영화로 돌아옵니다.
라이언 고슬링과 크리스 에반스가 출연하고 있는 액션영화인데요,
꽤 스케일이 큰 액션 영화여서 극장에서 선 공개 되었어요.
넷플릭스가 엄청난 금액인 2억 달러를 투자한 영화죠!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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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발신제한 후기 / 조우진 원톱 / 부산을 배경으로 펼치는 추격전 / 로드무비 / 한국에도 폭발물 처리반이?! / 김창주 감독님 데뷔작 축하합니다!!!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발신제한”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스릴러, #드라마, #로드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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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십개월의 미래> 30초 예고편
만성 숙취를 의심하던 미래는 자신이 임신 10주라는 사실을 알고 당황한다.
아무 예고 없이 찾아온 변수 앞에서 갈팡질팡하는 사이,
가족과 연인, 국가는 각기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미래의 십개월은 빠른 속도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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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렌필드> 티저 예고편
갑중갑 드라큘라의 직속비서 #렌필드 ?♂ 4월, 그의 눈물겨운 종신 계약 탈출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