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0-17 14:31:09
가을 제철 시詩시詩한 영화 8선
여러분 마음 속에 안착할 영화 속 '시詩'는?

가을만큼 책 읽기 좋은 계절이 또 있을까요?
제철을 맞아 시詩시詩한 영화 8선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 모두가 사랑해 마지않는 시인 윤동주와 친우 송몽규의 이야기를 담은 <동주>
- 칠레의 전설적인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전기 영화 <네루다>
- 대표적인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의 사랑을 다룬 <브라이트 스타>
- 첫 시집을 준비하는 시인 진아의 이야기 <한강에게>
- 생전 단 7편의 시를 출간했지만, 사후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 에밀리 디킨슨의 전기 영화 <조용한 열정>
- 재능 없는 마흔 살의 시인,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아내, 파도처럼 휘청이는 소년 세 사람을 다룬 <시인의 사랑>
- 故 윤정희 배우의 유작이자 난생처음 시를 쓰게 된 ‘미자’의 이야기 <시>
- 버스를 운전하며 틈틈이 시를 쓰는 패터슨의 이야기 <패터슨>
영화 속 ‘시’가 여러분의 마음에 안착하기를 바래봅니다.
혹, 여러분만이 간직하고 싶은 시가 있다면 댓글로 나누어주세요 !

줄거리
이름도, 언어도, 꿈도, 모든 것이 허락되지 않았던 일제강점기. 한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갑내기 사촌지간 동주와 몽규. 시인을 꿈꾸는 청년 동주에게 신념을 위해 거침없이 행동하는 청년 몽규는 가장 가까운 벗이면서도, 넘기 힘든 산처럼 느껴진다. 창씨개명을 강요하는 혼란스러운 나라를 떠나 일본 유학 길에 오른 두 사람. 일본으로 건너간 뒤 몽규는 더욱 독립 운동에 매진하게 되고, 절망적인 순간에도 시를 쓰며 시대의 비극을 아파하던 동주와의 갈등은 점점 깊어진다. 어둠의 시대, 평생을 함께 한 친구이자 영원한 라이벌이었던 윤동주와 송몽규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줄거리
권력에 저항한 정치인이자 민중을 대변하는 칠레의 전설적인 시인 ‘네루다’. 공개적으로 정부를 비난한 그를 잡아오라는 대통령의 명령을 받은 비밀경찰 ‘오스카’는 도피를 위해 아내 ‘델리아’와 함께 은둔생활을 하는 ‘네루다’의 흔적을 밤낮 없이 쫓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은둔생활이 길어질수록 ‘네루다’는 세계적 영웅이 되어가고, 그를 잡아야만 하는 ‘오스카’조차 그가 남긴 책 속 문장들에 매료되고 마는데…

줄거리
1818년 영국 런던, 23살의 시인 존과 패션을 공부하고 있는 옆집 소녀 페니의 비밀스러운 사랑이 싹튼다. 처음에 존은 페니를 철부지 말괄량이로만 여겼고 페니도 시를 비롯한 문학은 진부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의 인연은 우연히 존의 동생으로 인해 시작된다.

줄거리
첫 시집을 준비하는 시인 ‘진아’. 오랜 연인 ‘길우’의 뜻밖의 사고 후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대학교에서 시 수업을 하고, 친구를 만나며 괜찮은 것 같지만 추억과 일상을 헤매며 써지지 않는 시를 붙잡고 있다.
“괜찮냐고 묻지 말아 줘…”
“자꾸 괜찮냐고 물어보니까. 안 괜찮은데 괜찮다고 말 해야되잖아”

줄거리
19세기 미국 매사추세츠,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모든 것이 선택이 아닌 결정되어진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의무이던 시대. 독립적이고 자기주관이 뚜렷한 에밀리는 획일적인 교육과 억압이 만연한 기숙학교를 나와 가족들과 함께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유일한 삶의 행복이자 위로가 되는 시(詩)를 쓰면서 평온하게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사랑하던 사람들과의 이별을 경험하며 혼자만의 고독에 깊이 빠지게 되는데…

줄거리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마흔 살의 시인은 시를 쓰는 재능도, 먹고 살 돈도, 심지어 정자마저도 없다. 그리고 시인의 곁에는 무능한 남편을 구박하면서도 세상에서 그를 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 팍팍한 현실에서도 진짜 시를 쓰는 일이 뭘까 매일 고민하는 시인, 그리고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아내 앞에 어느 날 파도처럼 위태로운 소년이 나타나고, 시인은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는데... 그 사람 생각이 자꾸만 나서요.

줄거리
한강을 끼고 있는 경기도의 어느 작은 도시, 낡은 서민 아파트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손자와 함께 살아가는 미자. 그녀는 꽃 장식 모자부터 화사한 의상까지 치장하는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도 많은 엉뚱한 캐릭터다 미자는 어느 날 동네 문화원에서 우연히 '시' 강좌를 수강하게 되며 난생 처음으로 시를 쓰게 된다. 시상을 찾기 위해 그 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을 주시하며 아름다움을 찾으려 하는 미자. 지금까지 봐왔던 모든 것들이 마치 처음 보는 것 같아 소녀처럼 설레 인다. 그러나, 그녀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찾아오면서 세상이 자신의 생각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줄거리
미국 뉴저지 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의 이름은 ‘패터슨’이다.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 패터슨은 일을 마치면 아내와 저녁을 먹고 애완견 산책 겸 동네 바에 들러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일상의 기록들을 틈틈이 비밀 노트에 시로 써내려 간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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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으로 파리를 느끼다
사랑으로 파리를 느끼다
‘화려함 속에 가려진 외로운 도시, 파리 13구. 낭만을 잃었다 생각한 그곳에서 불현듯 사랑을 만났다. 사랑을 원하는 에밀리, 사랑을 두려운 노라, 사랑이 값비싼 앰버 스위트, 사랑을 몰랐던 카미유. 흔들리고 불안했던 그 사랑이, 우리는 전부라 생각했다. 여전히 사랑을 믿는 도시 <파리, 13구>’
영화 <파리, 13구>는 파리 13구역에 살고 있는 4명의 인물을 통해 불안정한 삶과 사랑을 보여준다. 룸메이트를 구하는 도중 카미유를 만나게 된 에밀리, 파티에서 성인 방송을 운영하던 앰버로 오해를 받다가 실제로 앰버와 가까운 사이가 된 노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각기 다른 사랑을 하는 네 사람의 모습은 파리의 13구역 안에서 어딘가 서로 닮아 있는 듯하다.
파리 13구는 파리의 20개 행정구역 중 하나로, 유럽에서 가장 큰 아시아 타운이 있는 곳이다.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이곳은 우리가 알던 파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고층 빌딩과 아시안 식당들이 많고 사람들은 바삐 움직인다. 영화는 기존의 매체에서 등장하던 파리의 로맨틱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완전히 배제하고 색 또한 삭제하여 관객들이 인물들의 감정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절제된 도시의 느낌과 배경을 통해 우리는 영화에서 파리 청춘들의 사랑, 자유, 방황, 불안정한 삶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부분은 바로 음악이다. 이 영화는 비교적 음악을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음악이 등장하는 순간 그 존재감은 엄청나다. 특히 내용이 전환될 때마다 등장하는 빠른 속도의 일렉트로닉한 사운드는 영화의 잔잔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상당히 이질적인 느낌을 풍긴다. 겉보기에는 마냥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그 내면은 무척이나 복잡하고 불안한 청춘들의 이면을 음악으로 대변한 것 같아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랑의 시작과 끝은 어디일까? 잘 모르겠다.
돌고 돌아온 이들의 사랑은 결국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까? 그것 또한 알 수 없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기에 삶은 불안하고 아름다우며 찬란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삶의 주인으로서 열심히 방황하며 각자의 방향으로 영원히 헤맬 것이다. 영화 <파리,13구>와 함께.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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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왜 역사를 배워야 되는가
< 메이제주데이, 강희진 >
우리나라는 참 많은 역사적 사건이 있었고 그 역사적 사건들 중 많은 이들이 희생당한 전례를 갖고 있다.
기억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보다도 더 큰 힘과 의의를 갖는다. 이들의 기억과 증언은 시간이 지나도 현쟁, 미래에 존재할 것이며 사라지지 않고 보다 더 그 의미를 생생하게 간직할 수 있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역사 교육을 받은 이들이라면 4·3 사건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시험 위주의 수업과 교과서에서는 그 내용을 자세히 다루지는 않지만 짧게나마 이 사건이 존재한다는 것은 결론적으로 우리가 이 사건을 기억하고 있어야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건 당시 어린이였던, 그리고 지금은 생존하고 있는 70-80대의 생존자들에게 찾아가 그 이야기를 묻고 그들 개인의 경험을 말함으로써 우리는 함께 그 일을 기억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이러한 기억과 증언이 역사 교육의 의의이자 앞으로 한국에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생각해볼 만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꾸준히 배우고 기억해야 우리는 그 아픈 기억들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다.
이 글을 쓰면서 단순히 안타깝고 마음이 아픈 일이라고 읽힐까봐 걱정이 되지만 생존자들의 증언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고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될지를 꾸준히 생각해보고 싶다.
끝으로 도민들의 생생한 사투리로 제주방언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지방에서 자란 이들이 서울과 같은 수도권으로 상경했을 때 공식적인 자리가 아님에도 표준어를 쓰기를 강요당하며 자신의 말을 잃는 것 같은 안타까움이 있었다. 말이 갖는 아름다움이 꾸준히 보존되고 그 자체로 존중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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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돌아오지 마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계나가 한국에 영영 돌아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다. 좋은 남자 만나서 아이 낳고 사는 게 행복인 곳에 돌아오지 마. 그리고 커다란 해일이 덮쳐올 때, 영화가 자유로운 비극으로 끝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비극 때문에 한국에 돌아오지만 담담히 이야기를 전하고 다시 떠난다.
20대 중반, 인천에서 강남으로 매일 마을버스와 지하철에 몸을 싣고 통근하는 계나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 이 회사는 뭘 하는 곳인지,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5일 치의 관료제에서 살아남으면 주말에는 7년간 사귄 남자친구와의 결혼 압박이 기다리고 있다. 어느 모로 보나 이렇게 흘러가는 삶이 계나의 행복이 아닌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래서 계나는 떠나기로 한다. 대체 뭣 하러 직장 때려치우고 뉴질랜드까지 가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한국이 싫어서,’ ‘비전이 없어서’ 라는 말로 모든 답을 일축한다.
계나의 목표는 무엇일까. 도피성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 그녀에게 뚜렷한 목표는 없다. 그저 한국의 지독한 추위가 싫어서, 인천부터 강남을 오가는 출퇴근길이 싫어서 계나는 남반구에 도착해 대학 생활과 아르바이트부터 다시 시작한다. 그럼에도 쏟아지는 노을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계나의 얼굴에는 서울 지하철 2호선 환승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평안이 깃들어 있다. 그리고 그 순간 관객은 깨닫게 된다. 계나는 더 좋은 집도, 직업도, 남자도 아닌 바로 그런 순간을 위해서 한국을 떠난 것이라는 걸. 이 도피성 워홀은 원대한 목표를 좇는 것이 아니라 삶을 조금이라도 더 즐겨 보려는 노력이다.
한편 <한국이 싫어서>는 원작 소설에 적혀 있었을 속마음, 불안정 같은 정서를 표현하는 데에 영화 매체의 특징을 자유자재로 활용했다. 뉴질랜드에서의 생활과 한국에서의 삶을 점프해 가면서 마치 둘 모두가 꿈인 것 같은 순간을 만들어낼 때마다, 꼭 계나에게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하는 다짐이 들리는 것 같다. 회의감이 들 때마다 왜 여기 왔는지 떠올려 보는 것이다. 나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결정들을 남자친구는 속 편하게 잘도 들먹였지, 하고. 그래서 이 작품은 한국 사회를 고발하는 코미디, 드라마에서 정체되지 않고 동시대 관객에게 손을 내미는 이야기가 된다. 고아성 배우가 연기하는 보통의 얼굴, 뜻밖의 비극과 ‘그래도 한번 해 볼까’ 하는 작은 희망, 영화 언어를 통해 오가는 장소들을 경유해 <한국이 싫어서>는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그러니 한국이나 뉴질랜드나 똑같아,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지. 하고 팔짱 낀 채 스크린을 쳐다보지 말자. 그래봤자 꾸벅꾸벅 졸면서도 아이엘츠를 들이파고 있는 계나들을 막을 수 없다. 나열할 수조차 없는 수많은 이유로, 한국이 싫어서, 한국이 너무 싫어서…
* 본 리뷰는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은 시사회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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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뜻 보이는 허술함도 코미디로 커버 친 <오케이 마담>
바닷길 선발대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 중 해당 프로그램의 구성원들이 박성웅 배우가 출연한 영화 <오케이 마담>을 함께 모여서 보고 있었다. 그런데 필자가 팬인 김남길이 카메오로 나온다기에, 영화 출연시간을 다 합해봤자 2분이 채 되지 않는 김남길을 보기 위해 2시간 짜리 영화를 보았지만 정말 재미있게 본 작품이었다.
영화 [오케이 마담] 시놉시스
극강의 쫄깃함으로 빠른 완판을 기록하는 꽈배기 맛집 사장 '미영'은 컴퓨터 수리 전문가 '석환'의 남다른 외조로 하와이 여행에 당첨되고, 난생 처음 해외 여행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비밀 요원을 쫓는 테러리스트들도 같은 비행기에 오르고 꿈만 같았던 여행은 아수라장이 된다. 난데없는 비행기 납치 사건의 유일한 해결사가 되어버린 부부. 평범했던 과거는 접어두고, 숨겨왔던 내공을 펼치며 인질이 된 승객을 구하기 시작한다.
현실성 없는 허술함이 포인트인 작품
솔직히 말하면 영화 [오케이 마담]은 영화 자체가 웰메이드 작품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허술한 부분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허술함이 영화의 장르인 코미디와 결합하면서 영화의 몰입도를 방해하거나 분위기를 와장창 깨트리기보다는 코믹한 부분을 더욱 강조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피식피식 어이없어서 웃고, 그래그래~ 하면서 넘어가게 되었다.
비행기 문이 뚫렸는데 그 뚫림 상태로 하와이까지 아주 무사 착륙을 하다든지, 하와이의 바닷가 장면이 누가 봐도 CG인 것이 티가 나서 제작비로 이렇게 웃음을 선사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엄정화의 액션 소화력과 연기력
필자는 사실 엄정화가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엄정화가 나오는 작품을 챙겨 보는 편이 아니었고, 엄정화라는 이미지가 필자에게는 아직까지 가수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에 연기를 잘한다고 여겨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망가지는 연기를 잘하다니..! 정말 억척스러운 연기와 그 속에서 느껴지는 사랑스러움. 그리고 액션 연기를 할 때의 카리스마와 딸을 생각하는 모성애까지 오케이 마담에서 웬만한 감정 연기는 다 선보인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감정 연기에 있어서 과장된 느낌은 없고, 코믹스러운 와중에도 그 감정선이 다 연결되고 부담스럽지 않아서 엄정화가 정말 배우구나, 연기를 잘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배역에 물드는 그런 배우구나 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김남길은 1분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재밌었다..!
사실 영화 [오케이 마담]은 김남길 때문에 본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작품이다. 김남길은 비행 공포증으로 인해 신경 안정제를 다량으로 섭취하고 비행기 하이재킹 상황에서 아주 꿀수면에 취한다.
비행 내내 어딜 끌려가도 맞아도 정신을 차리지를 못한다. 그렇게 상황이 일단락 되고, 하와이에 와서야 정신을 차린 김남길은 핸드폰에 와있는 대량의 문자와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고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다. 비행기에 타고 있었던 국정원 요원이 바로 김남길이었기 때문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아무 쓸모가 없었던 국정원 요원에 대한 풍자가 너무나도 잘 이뤄졌던 장면이었다. 끌까지 국정원 요원에 대한 언급이 없다가 마지막 스크롤이 올라갈 때 쿠키 영상처럼 김남길의 상황이 등장해서 마지막 반전 코믹 요소를 선사한다. 이처럼 영화 [오케이 마담]은 마지막 코믹 요소까지 잘 갖춘 작품이었다.
작품성과 개연성이 잘 갖춰지진 않은 작품이지만 주말에 킬링타임용으로 피식피식 웃으며 보기 좋았던 코미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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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 너머 세계 속으로… 스웨덴] 한 여름의 힐링
스웨덴의 하지 축제 ‘미드소마’는 본래 가족과 이웃이 함께 모여 여름의 한가운데를 축하하는 밝고 따뜻한 축제다. 해가 가장 길고, 햇살이 풍성한 시기에 들판에 모여 춤을 추고, 꽃을 엮고, 음식을 나누는 모습은 스웨덴 하면 떠오르는 평화롭고 여유로운 이미지와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아리 애스터 감독의 영화 <미드소마>는 이런 실제 축제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비튼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 속, 오히려 그 안에서 벌어지는 기이하고 잔혹한 일들은 우리가 기대했던 북유럽의 정서와 충돌하며 강한 불편함을 만들어낸다. 환상처럼 맑은 풍경 안에서 무너져가는 인물들의 심리와, 그들이 목격하는 상식 밖의 의식들은 다양한 묘사와 메타포와 함께 묘한 긴장감을 더한다.
영화의 시작은 대니에게 닥친 끔찍한 비극으로 열린다. 여동생이 부모님의 방에 가스관을 연결해 부모님을 살해하고, 스스로도 가스를 흡입해 생을 마감한 것이다. 대니는 한순간에 가족 전체를 잃는다. 세상에 단 하나의 의지도, 이해자도 없는 상황. 그녀는 본능처럼 남자친구 크리스티안에게 매달리지만, 그는 이미 관계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고,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그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기댈 곳조차 없는 대니는 고립감 속에 갇혀 점점 더 외로워진다. 죽은 가족들의 환영은 그녀를 끊임없이 따라다니고, 마음은 늘 눈물로 가득 차 있다. 작은 자극에도 울음이 터질 듯한, 그런 상태로 대니는 간신히 일상을 버텨낸다.
그때, 크리스티안의 친구 펠레가 자신의 고향에서 열리는 축제, ‘미드소마’에 그들을 초대한다. 대니도 덜컥 따라나서게 된다. 그리고 도착한 그곳은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계, 그들만의 규칙과 전통이 지배하는 마을이었다. 이곳은 이성이나 합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공간이다. 일정 나이가 되면 공동체를 위해 스스로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지고, 때로는 제물을 바친다. 개인의 생명보다 공동체의 지속이 우선되는 사회. 개인이라는 주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저 하나의 톱니처럼 기능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놀랍게도, 대니는 이 기이한 마을에 점점 스며든다. 일행 중 유일하게 ‘선택’받으며, 마을의 축제의 여왕 ‘메이퀸’으로 추앙받는다. 처음엔 당황하고 두려워했지만, 그녀는 서서히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더 이상 버틸 힘이 없기 때문이다. 현실 세계로 돌아가 봐야 또 상처받고 외면당할 뿐이라면, 차라리 이 낯선 공동체 안에서 위안을 찾고 싶어졌던 건 아닐까.
그녀는 결국, 충격적인 장면을 통해 크리스티안에 대한 감정과 그간 쌓였던 울분을 폭발시킨다. 그리고 그 순간, 마을 사람들은 대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함께 울부짖는다. 그 울음은 그녀의 고통에 대한 진정한 공감이었을까? 아니면 단지 의식의 일부였을까?
<미드소마>에서 당혹스럽고, 기괴했던 장면이었다. 그 광경을 보며 “이래서 사람들이 사이비에 빠지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울음은 나에게 공허하게 느껴졌고, 진심이 담긴 공감이라기보단, 형식적인 흉내 같았다.
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대니는 어쩌면 그런 울음조차 내심 받고 싶었던 건 아닐까. 세상 밖에서조차 남자친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했던 대니. 그런 그녀에게는 ‘함께 울어주는 사람들’이 그저 형식일지언정 큰 위로였을 수 있다. 적어도 누군가는 나의 고통을 ‘보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일까?
난 대니의 마지막 웃음이 이상하리만치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영화 초반부터 대니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지, 얼마나 이해받고 싶었을지를 따라가다 보니, 그녀가 그토록 갈망하던 위로와 소속감을 이 낯선 공동체 안에서 얻게 되었다는 사실이 기묘하게도 받아들이게 되었다.
물론 그 방식이 잔혹하고 기괴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현실에서조차 아무도 그녀의 고통을 진심으로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기에, 마을 사람들의 '함께 울어주는 행위'만으로도 대니에게는 그토록 간절한 공감이었을지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밝고, 하얗고, 꽃으로 가득찬 아름다운 영화의 비주얼은 그런 심리적 불안을 더 돋보이게 만든다. 잔혹한 장면들과 기괴한 의식들이 가득하지만, 끝없이 펼쳐진 초원, 화사한 햇살, 평화롭기까지 한 풍경. 마치 동화 속 마을 배경의 만남으로 공포영화로서 독특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오히려 대낮에 대놓고 보여지길 강조하고, 강요하기 때문에 <미드소마>만의묘하고 강렬한 분위기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대니의 선택과 웃음이 완전한 해방인지, 혹은 또 다른 형태의 억압인지에 대해선 쉽게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공감받고 싶었던 순간들, 이해받지 못해 외로웠던 시간들, 그리고 어딘가에라도 속하고 싶었던 간절함.
<미드소마>는 그 모든 감정들을 환하게 빛나는 한낮의 태양 아래, 너무도 또렷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더 무섭고, 그래서 더 슬프다.
* 북유럽의 여름과 예쁜 꽃들로 가득찬 행복한 축제를 느끼고 싶다면 <미드소마>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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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세에 기대려고 한 결과
미시간의 한 대학에서 수학하고 있는 일개 대학원생 케이트는 세상을 뒤집을 새로운 발견을 한다. 그 발견으로 세상은 뒤집히다 못해 파괴될 것이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저 멀리에서 날아오고 있는, 보이지도 않는 혜성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관심만 없으면 괜찮은데, 케이트와 그녀의 발견을 지지하는 랜들까지 사이코로 몰아가고, 성적으로 희화화하기도 한다. 세상이 멸망할만큼의 강력한 혜성이 날아오고 있다는데, 사람들은 이런 소식을 그저 지식인의 유난으로 치부하고, 가십으로 소비할 뿐더러 다음 대선 뉴스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심지어 현 대통령인 올리언까지 이 뉴스를 자신의 지지율에 이용할 생각만 한다. 세상이 멸망한다는데, 이 과학적 팩트를 정치선전에 사용하겠다는 윗대가리들이나 그 선전에 이용당하고 있는 국민들이나 참 여러모로 가관이다. 과연 케이트와 랜들은 이 역경을 뚫고, 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을까? 아니 이들의 말을 진지하게 듣게 만들 수나 있을까?
1. 언론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곱씹게 하는 신랄한 블랙코미디
나는 제작자가 아니지만 감독, 제작자는 혜성이라는 소재는 그저 거들 뿐이고, 이면적으로는 사회를 비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영화는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전개가 되는데, 코미디의 대상이 되었던 소재는 정치, 언론이었다. 감독은 미국의 토크쇼의 앵커들이 케이트의 발견에 대해 보도할 때, 보였던 "참을 수 없는 가벼운" 모습을 묘사함으로써 언론은 사실을 보도하는 집단이 아니라 사실을 "시선을 사로잡도록 편집"을 한 후에 내보내는 집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듯 보인다. 결국 언론은 가치중립적인 사실, 팩트를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게 가공해서 내보내는 곳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보수 지지층인지, 진보 지지층인지에 따라서, 또는 젊은 사람인지 노년층인지에 따라 다르게 가공한다. 예상컨대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언론은 뉴스를 오락적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는 채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섹시한 여성 아나운서 그리고 유머러스한 남자 아나운서의 티키타카를 주 무기였던 프로그램에 케이트와 랜들이 전달하고자 했던 위기 경보는 프로그램 특성상 맞지 않았다. 재밌으려고 본 프로그램에서 세상이 멸망한다는 소식을 듣는데, 누가 진지하게 들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슬픈 아이러니 상황에서 다시 곱씹게 되는 건 언론은 더이상 엔터테인먼트가 가미되지 않으면, 주목받을 수 없는, 그저 가벼운 매체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시청률이 중요한 언론사는 사람들의 주목을 살 수 없으면 생존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지만 진실을 알리려고 동동대는 케이트와 랜들을 보고 있자니, 참 야속한 현실이 아닐 수 없었다. 미국의 옐로우 저널리즘을 보면서 우리 나라의 언론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통감하며, 동질감마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올리언의 역할이 참 얄미웠다. 트럼프가 모티프라던데, 정치 선전에 심혈을 기울이는 정치인 캐릭터를 보고 있자니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결국 이 영화에서 가져갈 메시지적 포인트는 결국 두 과학자의 확신의 찬 외침은 정치인들의 확신의 찬 연설 듣는 것과 다르지 않고,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선동으로만 보였다는 것이다. 더 이상 무엇이 진실인지 구분지을 수 없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메시지만이 명확했을 뿐이었다.
2. 배우들의 유명세에 너무 의지해 버린 나머지 개연성을 챙기지 못한 플롯
보고 있자니, 이 영화는 혜성으로 인해 세상이 종말하는 플롯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감독은 하나의 이슈가 터졌을 때, 세상이 종말하든 말든 그에 대해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하며, 소통이 불가한 현 상황을 풍자하고 싶었던 것 뿐이었던 듯하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그런 화두를 던지고 싶었던 거라면, 왜 굳이 혜성이라는 소재를 사용했어야 하는 걸까. 영화를 보면서도 개연성에 대한 의문은 계속 들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혜성이 날라온다고 하면, 응당 기대되는 인물들의 반응, 예를 들어, 분위기가 심각해지며, 이 난관을 헤쳐나가야 할 드림팀을 꾸린다든지 하는 플롯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이 정보를 믿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져 이 두 과학자들이 조롱을 당한다. 이런 내용은 새롭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보면 볼수록 읭?스러운 부분도 넘쳐났다. 감독은 상식을 뛰어넘는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서 웃음을 유발하고 싶었던 것인지, 불편한 감정을 유발하고 싶었던 것인지 의도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다가 실패한 느낌이었다. 비판도 하고 싶고, 웃음도 주고 싶은 감독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만 둘 다 잡으려다 개연성을 놓친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캐스팅 하나는 정말 기깔나게 잘 했다. 주연급 배우들은 말할 것도 없고, 카메오로 티모시 샬라메, 아리아나 그란데가 나오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유명 배우들이 역할과 상황에 모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느냐라고 한다면, 단연코 아니었다고 말할 것이다. 이들의 연기력이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아무래도 블랙코미디인만큼 그들의 연기가 오버스러웠기 때문인지 그들의 정극 연기가 익숙해져 있는 나로서는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정극 연기자들의 코미디 연기가 어색했기 때문인지, 내가 그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문제였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더 필요한 부분이다.
3. 총평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팬이라면, 한 번 정도는 킬링타임용으로 보면 좋을 듯하다.
삶의 활력을 더해줄 가벼운 코미디 장르를 찾고 계신다면, 이거 말고, 차라리 브루클린 나인나인을 추천한다.
돈룩업에 대한 리뷰를 쓰다가 브루클린 나인나인을 추천하는 꼴이라니, 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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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팬서의 죽음 이후 과연 매력적인 영웅이 탄생했을까
?Rabbitgumi 입니다!
채드윅 보스만의 죽음으로 영화 블랙팬서에도 변화가 필요하게 되었어요.
1편에서 겨우 세팅이 되었는데, 다시 2편에서 재세팅이 필요한 상황이죠.
이번에 2편이 개봉을 하게 되었는데 이번 영화가 마블 페이즈4의 마지막 영화에요.
그래서 더욱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던 영화였죠.
마블 페이즈4가 스파이더맨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고만고만 했거든요.
이번에 개봉한 블랙팬서도 아주 좋다고 하긴 어려워요.
하지만 나쁘지 않은 영화인건 분명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체 리뷰를 참고해주세요!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영상에서 알려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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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춘기를 탁월하게 표현하는 인사이드 아웃2 속 감정 🌟 #인사이드아웃2 #픽사 #영화리뷰
안녕하세요! 레빗구미입니다!
🐰✨ 오늘은 픽사 스튜디오의 신작 '인사이드 아웃2'에 담긴 세 가지 감정을 알려드립니다. 🎥🍿
엄청난 흥행 속도를 보여주고 있죠. 1편에 이어 2편도 공감가는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
사춘기 소녀 라일리의 감정이 풍부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요.
저와 함께 영화 속에 담긴 감정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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