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별2021-12-14 09:58:35
기술력은 증명했으나 감동은 이어가지 못하다
실사 영화 <라이온 킹> 리뷰
애니메이션을 정말 재밌게 봤기에 실사화된 작품 역시 기대하고 봤었던 영화 <라이온 킹>. 하지만 실사화된 작품에서는 그 묘미를 잘 살리지 못해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실사화를 해서 되는 작품이 있고, 아닌 작품이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라이온 킹> 시놉시스
새로운 세상, 너의 시대가 올 것이다!
어린 사자 ‘심바’는 프라이드 랜드의 왕인 아버지 ‘무파사’를 야심과 욕망이 가득한 삼촌 ‘스카’의 음모로 잃고 왕국에서도 쫓겨난다.
기억해라! 네가 누군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던 ‘심바’는 의욕 충만한 친구들 ‘품바’와 ‘티몬’의 도움으로 희망을 되찾는다. 어느 날 우연히 옛 친구 ‘날라’를 만난 ‘심바’는 과거를 마주할 용기를 얻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 위대하고도 험난한 도전을 떠나게 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라이온 킹>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
실사화 하나는 정말 끝내줬던 작품
영화를 보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던 디즈니의 CG. 우리의 기술력이 여기까지 발전했다!!를 대놓고 보여준 작품이었다. 정말 그럴만했다. 사자의 수염 하나, 새의 깃털 하나, 지나가는 벌레 하나, 정말 실제의 모습과 다름없이 있는 그대로 똑같이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약간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이 2시간 가량의 영상을 랜더링 돌리는데 얼마나 걸렸을까? 정말 대단하다 하는 경외심을 느낄 정도였다.
그런데 실사화를 해서 독이되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정말 안타까웠던 점은 그 대상이 잘못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라이온킹을 실사화 하다보니 동물들의 표정이 다 사라져버린 것이다. 라이온킹의 매력은 등장하는 동물들의 익살스러운 표정연기다. 하지만 실사화가 된 사자와 다른 동물들에게 인간의 표정을 대입하기에는 힘들었을 것이다. 왜냐면 실사화라는 개념은 실제 있는 동물과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표정을 넣어버린다면 그것은 실사화와 맞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점이 안타까웠다. 그냥 입이 움직이면 대사가 흘러나오고 표정이 없다보니 딱히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않아서 답답하고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또 실사화를 기가막히게 잘해서 감탄을 하게 되고,,, 좋았다가 실망했다가 오락가락했던 작품이었다.
넘버의 가치를 담지 못하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넘버였다. 그 유명하다는 Circle of Life를 살리지 못할 줄은 몰랐다. 애니메이션 속 Circle of Life는 굉장히 짜릿했는데 실사로 보니까 그 감정이 덜해지는 바람에 보는 내내 당황스러웠다. 더불어 비욘세가 불렀다고 해서 엄청 기대했던 넘버 역시,,, 극 속에 녹아들었다기 보다는 순간적으로 콘서트장으로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이것은 영화인가,, 콘서트장인가..? 이렇게 튀어도 되는 것인가..? 혼란했다.
애니메이션의 감동을 따라잡을 수 없었던 영화 <라이온킹>. 디즈니의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실사화의 안 좋은 예로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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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비판 영화 추천 '다음 소희' (feat.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자살사건)
다음 소희
23.02.08 개봉
드라마, 15세 관람가
한국, 138분
감독: 정주리
출연: 김시은, 배두나 등
칸 영화제 국제피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된 '다음 소희'!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자살사건을 소재로 하였대요
영화관 개봉했을 때부터 너무 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넷플릭스에 떠서 보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실화를 기반으로 하는 것들은,
특히나 이런 가슴 아픈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것들은
재미있다 재미없다 평가하기도 망설여지더라고요
영화를 영화로만 평가해야 하는데도 괜히 마음이 약해져서 ㅠㅠ
냉정하게 말해 보자면 평타는 친 것 같습니다
실화를 소재로 삼는 작품들은 어느 정도 픽션을 가미해서
재미있게 만들거나, 더 슬프고 화나게 만들던데
'다음 소희'는 딱 이야기 자체를 보여 준 느낌이었거든요
담담하고 우악스럽지 않은 영화입니다
이제 사무직 여직원이다?"
춤을 좋아하는 씩씩한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
졸업을 앞두고 현장실습을 나가게 되면서 점차 변하기 시작한다
"막을 수 있었잖아 근데 왜 보고만 있었냐고"
오랜만에 복직한 형사 유진
사건을 조사하던 중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그 자취를 쫓는다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언젠가 마주쳤던 두 사람의 이야기
우리는 모두 그 애를 만난 적이 있다
영화 <다음 소희> 줄거리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자살사건 먼저 설명 드리자면
2017년 1월 특성화고 졸업을 앞두고 있었던 학생이
인터넷, 휴대전화 계약 해지를 방어하는 'SAVE팀'에서
현장 실습생으로 일하며
우울증과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는데요
현장실습 표준 협약서에 적힌 근무 시간 7시간도 지켜지지 않고
160만 5천 원이라는 월급도 지켜지지 않았대요
게다가 할당된 고객 객응대 횟수를 못 채웠다는 이유로
야근하는 일이 잦았다고 합니다
그 결과 근무 4개월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고요
다음 소희의 줄거리도 이와 똑같습니다
추가한 게 있다면 소희가 춤을 좋아한다는 것 정도죠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춤이었던 거 같아요
춤을 추다가 형사인 유진을 만나게 된 거기도 하고요
다만 소희만 유진이 춤추는 걸 지켜봤고
유진은 소희에게 관심이 1도 없던 캐릭터였기 때문에
소희의 사망에 분개하는 게 개연성에 맞나? 싶긴 했어요
유진이 세상에 관심 없는 자신을 자책했기 때문이라면
또 말이 되긴 하지만요?
저는 이런 영화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차별받는 사람이 너무 많고
또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고
유일한 대기업 취업자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그만두지도 못하게 하고......
집은 가난해서 소희가 그만둘 수 있는 상황도 아녔고요
그렇다면 소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가 있나요?
(영화 내에선) 오로지 유진뿐이었습니다
유진 역시 너무 늦게 알아 버려서 타이밍을 놓쳤지만
소희의 남자 친구인 태준에게는 자신이 힘이 되어 주죠
어른이 아이에게 꼭 보호자가 돼야 한단 건 아닙니다
그저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눈길 한 번 주는 것만으로도
아픔이 있는 사람들에겐 큰 힘이 될 수가 있잖아요
그리고 그 시작은......
콜센터 직원에게 막말하지 않는 것부터 아닐까요
받을 때 안녕하세요~ 끊을 때 감사합니다~ 하는 것만으로도
그 분들껜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고 하더라고요
다음 소희가 생기지 않도록
관심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하는데
이게 딱!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김시은 님 보니하니 오디션 때부터 봤었는데 ㅋㅋㅋ
이렇게 연기 뛰어난 배우로 성장하셨을 줄은 몰랐어요!
배두나 님 연기력은 당빠 믿고 보는 거였는데
소희 역 김시은 님이 다 이끌어 주신 영화 아닌가 싶습니다
*줄거리: 4/5점
*연출: 2/5점
*영상미: 1/5점
*OST: 1/5점
*연기: 4/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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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을 깨뜨린 시스템에 대한 분노, 마녀
우리가 사는 일상은 그저 무심하게 지나간다. 큰 사건이 없다면 그 일상에 고마움을 느끼기는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특별히 불행한 일이 있거나, 본인이 아파 그런 일상을 누리기 어려울 때 그제야 그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 어쩌면 삶을 살아간다는 건, 그렇게 무심히 스치듯 지나가는 매일매일의 일상이 모아져 만들어지는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하루하루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주변에 소중한 사람도 생기고, 같이 무언갈 공유하는 기쁨도 알게 된다. 그런 기쁨들이 더욱 일상을 소중하게 만들기도 한다.
2018년에 개봉했던 <마녀>는 주인공 자윤(김다미)이 일상을 보내는 모습들이 영화 초반에 담겼었다. 어린 시절 기억을 잃은 자윤이지만 그를 보호해주는 양부모가 있고, 그의 단짝 친구도 그와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 일상에 참여하고 있는 자윤의 모습은 행복해 보이고 평온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을 깨뜨리는 어떤 집단 시스템에 대항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게 되고, 그것이 그가 누리던 일상을 망가뜨려버리고 만다. 그렇게나 지키고 싶어 했던 그 일상을 자윤은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되었다.
<마녀> 세계관을 이어가는 두 번째 영화
<마녀 파트2>는 1편의 세계관을 그대로 이어가는 영화다. 대신 자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는 다른 소녀(신시아)를 등장시켜 조금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 영화 속 소녀는 어떤 실험실에서 탈출해 제주도 어딘가에서 방황하게 된다. 그는 피를 뒤집어쓴 채로 돌아다니다 우연히 탄 차에서 경희(박은빈)를 괴롭히던 깡패들과 만난다. 그리고 경희를 괴롭히는 깡패들은 자신의 초능력으로 응징한다. 그렇게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 소녀가 일상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영화를 끌고 가고 있다.
<마녀> 시리즈에서 일상은 중요하다. 자윤과 소녀 모두 어린 시절의 평범한 일상을 보낸 적이 없다. 그래서 그것을 경험한 자윤은 그것을 깨버린 시스템과 전쟁을 벌이게 된 것이고, 2편이 등장하는 소녀는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그 평범한 일상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경희를 만나고 그의 동생 대길(성유빈)을 만나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소녀에게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진다. 밥을 먹고 마트를 가고, 잠을 자고 산책을 하는 아주 평범한 그 일상을 처음 경험해보는 소녀의 표정에는 호기심과 환희가 가득하다.
영화 속 소녀가 처음 일상을 경험하는 모습은 어린아이가 처음 경험할 때 보이는 반응 자체다. 그것을 보고 도와주는 경희와 대길은 평범한 보통 사람으로서 어쩌면 어색해할 소녀에게 최선의 환경과 도움을 준다. 그리고 그렇게 소녀에게 다가간 일상은 곧 자신이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순간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마녀 파트2>에서도 일상은 주인공의 마음을 결정하게 하는 강력한 요인이 된다. 거대한 시스템에서 벗어나 경험한 자유와 감정은 자신이 가진 힘을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
소녀의 일상을 빼앗아 초능력을 만드는 시스템
<마녀 파트2>에는 백총괄(조민수)가 등장한다. 1편의 닥터 백(조민수)의 쌍둥이인데 그는 수많은 초능력자를 만들어낸 시스템을 이끄는 그야말로 총괄이다. 그가 만든 시스템은 아이를 도구로 활용하여 시스템의 힘을 극대화시킨다. 아이들의 일상을 빼앗아 초능력의 극대화를 시킨 그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영화에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아이들의 진정한 행복과 삶을 존중하는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영화의 액션은 1편의 타격 액션에서 염력을 쓰는 초능력 액션으로 조금 형태가 바뀌었다. 그리고 더 많은 능력자들을 등장시키면서 조금 볼거리를 다양화했다는 느낌도 든다. 영화는 주인공 소녀에게 일상을 선물한 뒤, 그 선물을 빼앗으면서 벌어지는 액션을 폭발적으로 담았다. 기본적으로 그 형태는 바뀌었지만 1편의 이야기 구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1편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능력자들은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고 소녀를 잡으려 한다. 하지만 그들이 주인공 소녀를 이기기는 역부족이다. 그 능력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영화가 보여주는 액션에 맥이 빠지는 느낌도 있다.
영화에는 소녀를 추적하는 시스템의 특수요원 조현(서은수)과 장(이종석)을 비롯해 깡패 두목 용두(진구)가 등장하고, 중국에서 온 초능력자들도 등장해 이들을 한 장소로 모이게 만든다. 인물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능력을 가진 인물들의 액션 대결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만큼 이야기가 늘어진다는 느낌도 준다. 너무 많은 인물들이 한 곳에 엉키면서 액션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각자가 가진 정확한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소비되고 만다.
빨라진 액션 하지만 기시감이 들게 하는 이야기
1편과 마찬가지로 2편에도 좋은 배우들이 많이 출연한다. 소녀 역을 맡은 신시아 배우는 1편의 김다미 배우와 마찬가지로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이야기에 완전히 녹아들어 천진난만하거나,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다음 출연할 영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경희 역의 박은빈 배우나 대길 역의 성유빈 배우도 그들이 잘할 수 있는 캐릭터로 편안한 모습을 보여준다. 깡패 두목 용두 역을 맡은 진구 배우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지질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 시선을 끈다. 그리고 이전에 강한 역을 맡지 않았던 서은수 배우는 이번에 액션 비중이 높은 특수요원 역할을 맡아 실감 나는 액션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은 1편에 이어 2편에도 비슷한 이야기 구조와 인물 구도를 통해 조금은 반복적인 이야기를 보여준다. 액션의 밀도를 키우고 다채로운 장면들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편의 반복처럼 느껴져 기시감이 들게 한다. 하지만 1편에서 김다미 배우를 발굴한 것처럼 신시아 배우를 새롭게 주연으로 발탁하여 영화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영화 <마녀 파트2>는 3편으로 가는 가교 역할을 하는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박훈정 감독이 이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까지 연출할 예정이다. 2편까지는 아주 새롭다고 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슈퍼히어로 시리즈로서 3편에서 맺어질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진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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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bitgumi의 영화이야기 유료 뉴스레터에도 영화 <마녀>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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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근차근 새로운 블랙팬서의 등장을 설득해낸다
엄청나게 힘든 순간에도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가 있다. 특히나 주변 가족들이 하나둘씩 병에 걸리거나 사고로 목숨을 잃는 경우, 남은 가족들의 상실감은 엄청나다. 그렇게 아주 가깝게 마음을 주고받던 사람들이 하나 둘 없어진다면 많은 시간을 애도와 마음 정리해 보내더라도 그 상실감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자신을 떠나 더 이상 볼 수 없는 그 사람이 하려던 꿈이나 목표를 대신 이뤄줄 수도 있고 그가 했던 일들을 기억하면서 그 트라우마를 멀리 쳐내려는 시도는 그 상실감을 벗어나려는 최소한의 몸부림이다. 아마도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최대의 상실감이 가족의 죽음일 것이다.
영화 <블랙팬서 : 와칸다 포에버>는 죽은 가족의 상실감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블랙팬서> 1편에서 블랙팬서였던 티찰라(채드윅 보스만)는 영화 속에서 병으로 유명을 달리한 것으로 나온다. 실제 그 역할을 맡았던 배우 채드윅 보스만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더 이상 이 역할을 맡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영화에서도 동일하게 사망처리되었다. 영화 초반에는 1편의 주인공이었던 티찰라의 장례로 시작된다. 티찰라의 어머니인 라몬다(안젤라 바셋)을 중심으로 티찰라의 동생 슈리(레티티아 라이트)가 주도적으로 참석하는 장례식은 국장으로 치러지게 되고 아주 성대하게 영웅 블랙팬서의 죽음을 기린다.
블랙팬서 티찰라의 장례식으로 시작하는 영화
사실 <블랙팬서 : 와칸다 포에버>는 1편의 동어 반복이 될 수도 있었다. 1편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진정한 블랙팬서라는 영웅으로 탄생하는 이야기고 그 영웅의 사명감을 깨닫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1편의 실제 주인공인 티찰라가 죽었다는 것으로 출발하는 영화는 누가 다음 블랙팬서가 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과 어떤 방식으로 다시 블랙팬서가 등장할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영화의 극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티찰라라는 인물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굉장히 고결하고 훌륭한 리더로 그려졌었기 때문에 그다음 블랙팬서를 맡을 인물이 받는 부담감은 무척 크다. 그 모든 부담감을 가지고 출발한 영화는 그 부담감에 억눌리지 않고 차근차근 자신이 하고자 하는 영웅 블랙팬서의 이야기를 다시 시작해나간다.
영화 속 세계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와칸다라는 국가가 드러난 지 얼마 안 되었고 와칸다가 가지고 있는 금속물질인 비브라늄은 온 세계가 탐내는 물질이 되었다. 영화의 초반에도 드러나지만 국제회의에서 여러 나라들은 비브라늄을 세계와 나누라는 요청을 하지만 실제로 몇몇 나라들은 뒤에서 비브라늄을 얻기 위해 특수 부대를 이용하기도 했다. 그렇게 겉과 속이 다른 세계의 모습이 영화 초반에 그려진다. 또한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기술을 이용해 바다 깊숙이 묻혀있는 비브라늄을 찾기 위해 애쓰는 모습도 보인다.
그런 집착은 바닷속 깊은 곳에 있던 숨겨진 국가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만든다. 그 국가는 탈로칸이고 물속에서 살 수 있는 몸을 가진 존재들이 거주한다. 그리고 그들도 비브라늄을 바탕으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무기를 만들어왔다. 탈로칸을 이끄는 리더 네이머(테노치 우에르타 메히아)는 세계가 그를 위협한다고 느끼고 세계와 전쟁을 하려고 한다.
혼란스러운 세계 그리고 새로운 위협의 등장
이 복잡한 세계의 문제에 직면한 와칸다의 지도부, 특히 라몬다는 최대한 평화적인 방식으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네이머의 계략과 공격적인 전략에 의해 위험에 빠지게 된다. 그 안에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슈리는 미국의 젊은 기술자 리리(도미니크 손)를 구하러 갔다가 탈로칸의 위협을 맞이한다.
이번 <블랙팬서 : 와칸다 포에버>는 상실감과 두려움을 같이 다루고 있다. 슈리는 가족을 잃었다는 상실감으로 삶의 의지를 많이 잃어버린 상태다. 상실감에 빠져있는 그가 맞이하는 건 세계가 자신들의 공간을 망가뜨릴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네이머다. 영화에서 네이머가 등장하는 초반만 하더라도 그가 가진 감정이 분노인 것 같지만 그가 더 파괴적이고 강력하게 행동하는 건 자신의 세계가 망가질 것에 대한 두려움의 감정이 더 크다.
비밀 국가인 와칸다와 탈로칸이라는 국가도 비슷한 구석이 많다. 인류와는 접촉하지 않는 은둔형 국가들이고 그들만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지만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연히 세계와 연결되면서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고 큰 결정을 해야 하는 것도 비슷하다. 그래서 이번 영화를 이끌어간다고 할 수 있는 슈리와 네이머는 자신들이 느끼는 상실감과 두려움을 서로 이해하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세계와 접근하려 애쓴다. 그 접근방식의 차이는 결국 와칸다와 탈로칸의 전쟁이라는 엄청난 비극과 가까워지게 만든다.
블랙팬서를 이어받은 누군가가 슈트를 입고 활약하는 모습은 영화의 후반부에만 등장한다. 영화의 제목이 <블랙팬서>이지만 관객이 설득되고 받아들일 때까지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 과정을 차근차근 밟고 올라간다. 사실 2세대 블랙팬서가 누군지도 이미 공개가 되어 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마블 팬들이 정말 그가 블랙팬서에 어울리는지에 대해 많은 논쟁을 벌였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새로운 블랙팬서의 각성과 활약은 어느 정도 마블 팬들을 설득할 수 있다. 그만큼 새로운 블랙팬서가 왜 영웅이 되어야 하는지를 잘 설득하는 이야기로 구성이 되었다.
차근차근 새로운 블랙팬서의 등장을 설득하는 이야기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은 긴 러닝 타임이다. 161분이라는 러닝타임은 다소 길게 느껴진다. 새로운 블랙팬서를 등장시키기 위해 세계의 혼란과 와칸다의 위기, 그리고 새로운 위협의 등장을 한꺼번에 설명하면서 중간중간에 너무 자세한 설명조의 이야기들이 포함되게 되었다. 이런 부분은 영화 중반부를 다소 지루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1세대 블랙팬서인 티찰라를 명예롭게 보내고, 2세대 블랙팬서를 꽤 멋지게 등장시켰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등장하는 블랙팬서는 나쁘지 않은 모습으로 활약한다. 여기에 리리 라는 새로운 캐릭터는 향후 마블에서 아이언 하트라는 새로운 영웅으로 활약하게 된다. 그러니까 과거의 영웅을 제대로 떠나보내면서 새로운 영웅을 등장시켜 다음 마블 페이즈의 이야기들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번 <블랙팬서 : 와칸다 포에버>는 마블 페이즈 4의 마지막 이야기다. 사실 이번 페이즈 4에도 마블의 많은 영화와 시리즈가 있었지만 과거처럼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많은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했지만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이야기도 뚜렷하게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새로운 블랙팬서의 모습은 관객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마블 시리즈는 내년 2월 페이즈 5의 첫 작품 <앤트맨 : 퀀텀마니아>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향후 새로운 블랙팬서의 활약도 기대된다. 이번 <블랙팬서 : 와칸다 포에버>의 쿠키는 1개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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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마지막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주말은 건강히 잘 보내셨나요?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한 해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고, 2022년에는 더 행복하고 건강한 일들만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2022년에도 저희 씨네픽도 더 많이 관심가져주시고
저희는 유익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보답하기 위해 노력할게요! :)
그럼 2022년 1월 첫째 주 월요일,
오늘의 콘텐츠는 2021년의 마지막 주말 박스오피스였던 12월 31일, 1월 1일, 1월 2일의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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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어느 덧 개봉 3주차에 접어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흥행 독주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저번 주에 이어 변동없이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주말동안 (12월 31일~ 1월 2일) 관객 수 70만 566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현재 607만 4308명입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그야말로 기록의 기록을 넘어서고 있는데요. 팬데믹 이후 최다 관객 수를 기록했고,
또한 최단 속도로 관객 수를 동원하고 있습니다. 무려 19일 만에 600만명을 돌파했고,
이전 최다 흥행작이었던 <모가디슈>(361만명)의 관객 수와 비교해서 약 2배 많은 흥행 기록입니다.
현재 극장가는 다시 1월 3일부터 영업제한이 오후 9시 입장으로 완화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흥행 질주는 계속 진행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지난 주와 동일한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입니다.
주말동안 (12월 31일~1월 2일) 주말 관객 수 20만 8556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77만 6399명입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흥행 독주 속에서도 실관람객들의 호평에 힘입어 꾸준히 관객 수를 동원하고 있습니다.
2022년 상반기 기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해피 뉴 이어>의 개봉에도 흔들리지 않고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는데요.
앞으로 극장가의 영업제한이 완화된만큼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함께 흥행을 계속해서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3위. <해피 뉴 이어>(▲37)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지난 12월 29일 개봉한 티빙(TVING)오리지널의 <해피 뉴 이어>입니다.
주말동안 (12월 31일~1월 2일) 주말 관객 수 11만 3709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18만 6215명입니다.
한국영화 박스오피스는 1위를 차지했으며, 전체 박스오피스 3위에 해당하는데요.
아무래도 OTT플랫폼인 티빙과 동시에 개봉하는 조건의 핸디캡이 있어서 아쉬운 결과를 낳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 제목처럼 신년을 맞아 가족, 연인들이 함께 즐겨볼 수 있는 영화로 앞으로 인기를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화 <해피 뉴 이어>는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호텔 '엠로스'를 찾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인연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특히 한지민, 이동욱, 강하늘, 윤아, 원진아, 이진욱 등 국내의 탑배우들이 출연하여 화제가 된 작품입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81회 예측 이벤트는 12월 마지막 주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유저분들이 예측해주신 영화< 해피 뉴 이어> 의 12월 31일, 1월 1일, 1월 2일의 관객 수 스코어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해피 뉴 이어>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50%, 여성 50%로 동일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네요!
(아무래도 연인끼리 보기 좋은 영화라서 그렇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연령대 별로는 20대 비율이 40%, 다음으로는 30대가 35%를 차지하고 있네요.
▶ 그럼 실제 <해피 뉴 이어>의 주 관람연령대를 차지하고 있는 20/30대 씨네픽 참가자분들의
제81회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해피 뉴 이어> 박스오피스 예측 참여 비율은 어땠을까요?
▶ 위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의 참가자 수치 또한 실제 관람객의 성별/연령별 추이 통계와 비슷한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대 - 38%, 30대 - 37% / 남성 - 55%, 여성 - 49%)
▶ 12월 31일 ~ 1월 2일의 <해피 뉴 이어>의 실제 주말 관객 스코어는 113,709명입니다.
한편, 제 81회 씨네픽 <해피 뉴 이어> 주말 관객 스코어 예측 이벤트 참가자들 중 정답에 가장 근접한 성별/연령은30대 여성으로 평균 118,286명에 가깝습니다.
(오차범위 +4,577)
이는 여성 참가자 중의 15%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또한 제81회 씨네픽 이벤트 <헤피 뉴 이어> 주말 관객 스코어 예측 이벤트 정답자는 112,500명으로 오차 1,209명입니다.
제 81회 예측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모든 참가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상금을 받으신 정답자분에게도 축하의 인사드립니다!
다음 주에는 더 재밌고 유익한 제 82회 씨네픽 이벤트(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위. <매트릭스: 리저렉션>(▼1)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지난 주에 이어 순위가 한 계단 하락한 <매트릭스: 리저렉션>입니다.
같은 기간(31~1월 2일)동안 주말 관객 수 1만 8094명을 동원했으며, 충 누적 관객 수는 20만 2905명입니다.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실관람객 평은 다소 아쉽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왔고 기대했던 SF레전드 작품이지만, 반가운만큼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다소 난해하기도 하고 어렵다는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
과연 국내의 박스오피스에서 얼마만큼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5위. <엔칸토: 마법의 세계>(▼1)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엔칸토: 마법의 세계>입니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주말 관객 수 8987명을 기록, 총 누적 관객 수는 62만 6631명을 기록했습니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무려 지난 11월 24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작품입니다. 개봉한 지 한달이 훌쩍 지난 시점과
국내외 대작들 속에서 애니메이션이라는 제한된 장르라는 점으로 이렇게 오랫동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점이 놀라운데요!
그만큼 영화의 호평과 꾸준히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의 방문이 시너지를 일으키지 않았나 싶습니다.
주말 박스오피스 5위까지 하락했는데, 아무래도 다음 박스오피스 5위는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국내 박스오피스와 더불어 <Spider-man: No Way Home>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12월31일~1월 2일) $52,700,000 (한화 약 627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총 누적 매출액은 $609,892,000 (한화 약 7,625억)을 기록했습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기록은 2019년 작의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후 약 2년 만에 6억 달러를 돌파한 첫 번째 작품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뿐만 아니라 역대 북미 흥행 TOP에 10위로 진입하였습니다.
북미 매출과 전 세계 흥행 매출을 더하면 13억 6889만 달러 (한화 1조 6,308억)의 매출액을 기록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10> (2021년 12월 31일 ~ 2022년 1월 2일)
1.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5200만 달러 (누적 6억 898만 달러)
2. <싱2게더> 1960만 달러 (누적 8968만 달러)
3.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450만 달러 (누적 1951만 달러)
4. <아메리칸 언더독> 407만 달러 (누적 1500만 달러)
5. <매트릭스: 리저렉션> 383만 달러 (누적 3090만 달러)
6.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210만 달러 (누적 2956만 달러)
7.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 143만 달러 (누적 1억 2339만 달러)
8. <리커리쉬 피자> 124만 달러 (누적 633만 달러)
9. <저널 포 조던> 117만 달러 (누적 474만 달러)
10. <엔칸토: 마법의 세계> 105만 달러 (누적 9131만 달러)
이것으로 12월 마지막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및
제 81회 씨네픽 주말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분석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더욱 더 유익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여러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
안녕~!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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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소금같은 ISTJ를 위한 짠내 폭발 영화 추천
작년 한 해를 강타했던 MBTI 성격 유형 검사 당연히 해보셨겠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몇 번을 해봐도 항상 같은 결과만 나오는 기본 유형 검사 대신 언제부턴가 MBTI 테스트는 다양한 주제로 변형되어 공유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혹시! MBTI 유형 중 유독 한국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유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MBTI 유형 중, 전 세계 인구의 약 11.6%를 차지하는 이 유형을 한국에서는 다섯 명 중 한 명 꼴로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유형 비율 1위! 한국 인구의 약 15%를 차지한다는 청렴결백한 논리주의자 유형은 바로, ISTJ 입니다! 내향적이고 현실적이며, 증명된 사실에 의한 판단을 하며, 계획과 절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ISTJ는 보수적인 '마이웨이' 형으로, 세상의 소금 같은 존재라고 하는데요.
한 주 동안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느라 그리고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하느라 고생한 ISTJ 인들을 위해, 그리고 주말 동안 집에서 다음 주를 살아갈 힘을 채워갈 내향인들을 위해! 씨네픽이 추천 영화와 함께 찾아왔습니다!
잇츠 CINE PICK!가타카 (1997)<가타카>
Gattaca, 1997
SF, 드라마, 스릴러 | 미국 | 106분 | 15세 관람가
감독 : 앤드류 니콜출연 : 에단 호크, 우마 서먼, 주드 로
몸 속의 모든 원소도 행성의 일부라고 한다.
가타카의 주인공 빈센트는 자연이 섭리에 의해 태어난 인간이다. 반면 그의 동생 안톤은 유전자의 선택으로 태어났다. 빈센트는 약하고 병에 잘 걸리며 유전자적 열성인 근시이다. 빈센트의 꿈은 우주 비행이지만 그러한 약체 때문에 우주탐사팀을 보내는 회사인 가타카에서 청소부로 밖에 취직할 수 없다.
그러던 중 빈센트는 DNA 중개인을 통해 교통사고로 불구가 된 수영선수이자 유전학적으로 우성인 제롬 모로우를 소개받고 그의 유전인자를 돈으로 사게 된다. 그리하여 제롬의 유전인자로 가타카에 엘리트 사원으로 취직한 빈센트는 거기서 미모의 여성 아일린과 사랑에 빠지는데...
씨네 pick : 믿거나 말거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평균 1위 유형이자 선생님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생 유형이라는 ISTJ는 철저한 '규칙' 속에 살아가는 블루빛 테크놀로지의 세계, 가타카에서도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유형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1977)<스타워즈: 새로운 희망>
Star Wars, 1977
SF, 가족, 어드벤처 | 미국 | 120분 | 전체 관람가
감독 : 조지 루카스출연 : 마크 해밀, 캐리 피셔, 해리슨 포드
May the Force be with you
평화롭던 은하계에서 타킨총독이 왕정에 저항하여 제국을 일으킨다. 타킨은 우주정거장인 '죽음의 별'을 완성하고 은하계의 작은 나라들을 점령하고자 한다.
그 정보를 입수한 반란군은 레아 공주를 보내 '죽음의 별' 설계도를 입수하려고 하지만 공주는 타킨에게 잡힌다. 대신 공주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제다이 기사 케노비에게 로봇을 보낸다.
'죽음의 별' 설계도를 가진 로봇은 탈출에 성공하여 루크에게 발견되고 결국 케노비에게 전해진다. 케노비는 루크에게 제다이가 평화를 지키는 기사라는 것과 루크가 제다이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소년 루크를 설득하여 공주가 부탁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그 과정에서 '펠콘'호의 선장 솔로를 만나고 그와 함께 목숨을 건 모험이 시작된다. 여행중 '죽음의 별' 자력 때문에 펠콘 호는 그곳으로 끌려들어간다. 그리고 '죽음의 별'에 공주가 잡혀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루크와 솔로는 공주를 구하여 탈출한다.
케노비는 악한이 된 다스 베이더와 결투 중에 죽지만 그 영혼은 루크 곁에 남아 길을 인도해주는데...
씨네 pick : 젊은 꼰대라고도 불리는 ISTJ는 논리적이고, 현실적이지만 동시에 보수적이며 과거의 관습에 순응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불확실한 미래보다 확실한 과거를 더 좋아할 것 같은 ISTJ에게 20세기 최고의 명작이자 가장 유명한 <스타워즈>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006)<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The Devil Wears Prada, 2006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09분 | 12세 관람가
감독 : 데이비드 프랭클출연 : 메릴 스트립, 앤 해서웨이, 에밀리 블런트
I love my job, I love my job...
최고의 패션 매거진 '런웨이'에 기적 같이 입사했지만 '앤드리아'에겐 이 화려한 세게가 그저 낯설기만 하다. 원래의 꿈인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딱 1년만 버티기로 결심하지만 악마 같은 보스, '런웨이' 편집장 '미란다'와 일하는 것은 정말 지옥 같은데..!!
24시간 울려대는 휴대폰, 남자친구 생일도 챙기지 못할 정도의 풀 야근, 심지어 그녀의 쌍둥이 방학 숙제까지! 꿈과는 점점 멀어지고.. 잡일 전문 쭈구리 비서가 된 '앤드리아'
오늘도 '미란다'의 칼 같은 질타와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에 고군분투하는 '앤드리아' 과연, 전쟁 같은 이곳에서 버틸 수 있을까?
씨네 pick : 젊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때의 부푼 꿈이 지옥철에 시달리며 사그라들고, 상사의 불합리한 요구를 감내하면서 파스스 재가 되어가도 절대 그 현실에 적응하며 감내해나갈 ISTJ를 위해! 공감지수 100% 통쾌함을 안겨줄 영화 한 편을 추천합니다. 꿈은 사라지지 않는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견디다 보면 언젠가 노력이 결실을 맺는 날이 찾아올 것이니,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한 그대에게 이 영화를 바칩니다.
한 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해내는 당신
이번 한 주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당신!
오늘만큼은 씨네픽이 특별히 준비한 MBTI 테스트와 함께 영화로운 하루 어떠신가요?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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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어떻게 살다 갈 것인가
왜 우리는 살면서 잔인한 기억을 한 번쯤 겪게 될까요? 월요일에 들었던 질문이 머릿속을 떠돌았다. 금새 나는 한 가지의 끔찍한 순간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번 주의 내가 그 시간에 고통받았냐? 아니다. 지금의 나는 19과 20에 겪은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다. 너무 멀리 돌아왔다는 생각을 한 300번째 한 후, 내가 겪었던 고통은 과연 무엇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사실 별 것 아니다. 별 것 아니었다는 결론에 달한 것이 나의 트라우마 극복의 전부다. 이겨냈기 때문에 이런 말을 머릿속에 새기는 것일 거다. 근데 이것과 별개로 내가 무언가에 휘둘려 살았던 기억은 나의 행동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대체 왜 그랬지. 이 트라우마가 만든 창피한 경험은 역설적이게도 그 사건과 아무 상관이 없다. 난 누군가를 생각하는 법 자체를 몰랐다. 사랑받는 법도 주는 것도 몰랐기 때문에 방황했던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내가 미쳤지. 미쳐도 단단히 미쳤지. 바보 같은 순간이 머릿속에 스쳐가는 오늘이다. 그때의 시간은 어리다는 말로 전부 수식할 수 없으니 오늘 밤도 이불을 뻥뻥 차게 생겼다.
다행인 점은 있다. 내가 미쳤지 싶었던 때에서 얻은 건 있으니 말이다. 이 얻은 것은 두 가지다. 사랑받는 인생은 무엇이고, 그걸 주는 삶이란 또 어떤 것인가? 에 관한 것이다. 이건 살면서 굉장히 중요했다. 내 정신연령이 죽을 때까지 10대에 머무를 순 없잖아? 세상의 모든 애정이 이성 간의 사랑과 그것이 아닌 무언가로 나뉜다면 삶이 퍽퍽해질 것이다. 물론 선을 넘는 건 나 역시 부담스럽겠지만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보내는 따뜻한 무언가를 잘 보듬으려고 한다. 살다 보니 정말 사랑이 전부였다. 내가 무언가를 위해 노력할 때는 보통 내가 좋아하는 타인에게 더 당당해지기 위함이었다. 또 언제는 그가 한 말 한마디가 내 동기부여의 전부가 되기도 했다. 이런 시간들을 보내고 나니 이성 간의 무언가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누구에게 진심인 편이 된다는 건 굉장히 어렵다는 걸 알았다. 진정성은 사소한 것에서 왔었다. 내가 지키는 소소한 것에서 섬세함이 생기고 그 사람의 말에 설득력이 만들어진다. 그러면 상대방은 보통 '이 사람이 진정성을 갖고 행동하는구나'라고 느껴 나를 좋아해 준다. 보통 그런 지레짐작은 맞는 말이다. 난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기 때문이다. 진정성이 없이 나 스스로의 이미지를 속이는 것처럼 행동하는 건 싫다. 진실된 사람이라는 말에 유달리 집착했던 나는 앞과 뒤가 다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 태도에는 단점이 있다. 마음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짝사랑을 심하게 한다는 게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에 취해있으면 그 사람에게 맞춰진다. 그러면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어 진다. 사랑받기 위해서다. 정서적인 무언가를 받기 위해 계속해서 어떤 행동들을 하는 것이다. 언젠가 끝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러다가 크게 다칠 거라는 걸 알면서도 점점 뒤가 없어진다. 모 아니면 도인 내 방식이 가끔 질린다. 그렇다고 해서 이 마음을 막을 수 있느냐. 글쎄. 아마 아닐 것이다. 지극히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나는 진정성을 위해 내 언어로만 행동하고 말한다. 그리고 두려워한다. 이 사람이 언젠가 날 떠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날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떠나간 후의 기분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것이다. 잃고 나서 난 이런 것들을 배웠다고 자위하는 건 이제 질렸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 무서운 게 많아지는 셈이다. 차라리 누군가를 아껴주지 않는다면 다칠 일도 없을 텐데. 난 오늘도 일어나지 않은 일을 무서워한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필연을 운명에 빗댄 영화다. 내가 영화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이유에는 인생에 대한 절묘한 비유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영화는 좀 심각하게 극단적이다. 아버지에게 알맞은 애정을 받지 못한 채로 자란 마츠코. 시크한 아버지가 웃음을 주지 않은 것에 마음이 답답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마츠코는 일찍 취업에 성공해 선생님이 된다.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다. 교사로서의 일과 도중, 마츠코가 재직하던 중학교 제자가 누군가의 돈을 훔치는 사건이 벌어진다. 마츠코는 이 사건으로 인해 억울하게 학교를 떠나게 되고 작가 지망생인 남자와 동거를 하게 된다.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지도 못했고 믿었던 학교에서까지 배신당한 마츠코. 이번에는 정말 날 사랑해주는 곳을 찾은 것 같았다. 근데 그건 잠깐 뿐이었다. 다자이 오사무의 재림이라는 말과 함께 미래가 밝았던 첫 번째 남자 친구는 예술가의 지나친 우울함 때문인지 자살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두 번째 남자 친구는 첫 번째 남자 친구에게 열등감이 가득했던 인물이었다. 마츠코를 얻음으로써 이 열등감을 해소하려 했었다는 이유로 결별을 선언한다. 자기 내적의 무언가 때문에 마츠코를 이용한 것이다. 연이은 이별 후 직장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마츠코. 새로운 일터는 마사지방이었다. 업계 톱으로 잘 나갔던 그녀지만 이내 회사가 무너지게 되고 다시 위기에 봉착한다. 이 시기에 원래 살던 집으로 들어가 아버지의 일기를 읽고 '마츠코 연락 없음'이란 글을 읽게 된다. 아버지의 애정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다시 홀로 집을 나와 독립을 시작하고 세 번째 남자 오노 데라를 만나게 된다. 이 남자의 정체는 사기꾼이었다. 후에 마츠코를 배신하자 결국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네 번째 남자를 만나 삶을 살던 도중 경찰에 잡혀가게 된다. 8년형을 선고받고 만기출소로 나온 마츠코. 다른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 남자는 교사 시절 도둑 누명을 쓰게 만든 제자였다. 제자 류와의 사랑에 빠지는 데는 성공하지만 정작 끝은 좋지 못했다. 범죄자가 되어 감옥에 갔다 온 후 마츠코를 돌보기를커녕 주먹 한대 쳐버리고 류는 도망친다. 결국 버림받게 되는 마츠코. 히키코모리처럼 집에서 은둔하며 TV만 보다가 우연히 본 아이돌에게 빠지게 된다. 하는 거라곤 그 아이돌에게 편지 보내는 것 빼곤 아무것도 없던 마츠코. 감옥 동기가 재기할 수 있을 거라며 건넨 명함에 행복 회로를 돌리다 후반부에 허무하게 객사하게 된다. 그게 영화의 끝이다.
이 영화는 많이 비극적이다. 선생님이란 좋은 직업으로 시작해서 결과적으로 누구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한 여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과할 정도로 사랑을 찾는다. 2021년의 우리가 보기엔 '굳이 저럴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다. 영화의 주인공이 보여준 행보와 같은 질문을 우리의 삶에 던질 수 있다. 과연 사랑이 그렇게나 중요할까? 주인공의 자존심까지 다 팔아가며 받고 싶을 만큼 관심과 애정이 우리 삶에서 중요할까? 정말 중요한 질문은 이거 말고 하나 더 있다. 그거 받는다고 해서 우리 삶이 극적으로 나아진다는 보장이 있는가? 어차피 누군가는 어떤 인물의 삶에서 떠나갈 수밖에 없다. 겉보기엔 오해로 멀어지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누군가는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당연하다. 모든 영화에는 엔딩이 있는 것처럼 우리는 필연적인 끝을 향해 달려갈 수밖에 없다. 불륜이든 풋풋한 첫사랑이든 우리는 끝이 어떤 결말로 이뤄질지 뻔히 아는데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 연인이 아니고 친구관계이거나 형이나 누나로 불려지는 사이여도 마찬가지다. 단 한 가지의 예외라도 허용되지 않는다. 우리는 마지막을 향하고 있다.
잘 알면서도 우리는 운명을 잊어버리며 살아간다. 우리 주변의 누군가를 생각해보자.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단지 섹슈얼한 무언가가 아니라 존경과 우정, 공감의 의미여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 감정이야 말로 우리 인생의 전부다. 내가 느끼기엔 -내 기준- 이성 간의 사랑보다 이 감사함의 표시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어려울 때 도와준 형들이 멋있다고 생각해서 난 게이가 아닌 것처럼 세상은 다양한 감정들로 이뤄져 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때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존경이라는 말이 식상해질 때 누군가에 대해 '내가 어떤 존재가 되어봐야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순수한 동기부여는 이런 것들이다. 나를 믿어주는 존재가 있다면, 내가 무슨 짓을 하든 내 모습을 사랑해줄 인간이 있다면 그제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가족이 소중한 이유가 이거 아닐까? 거의 대다수에게 가족이란 어떤 일을 겪어도 내 편인 존재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 가족들에게 잘하는 것일 테지. 나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근데 난 이기적 이게도 이들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사랑받고 싶다. 가족이 주는 무언가는 항상 고마운데. 나는 그 외에서도 쓸모를 찾고 싶다. 난 개 같던 20대의 일상 속에서도 끊임없이 누군가를 찾았던 것 같다. 그 뭐 같던 순간에서 제일 찌질한건 나였단 걸 깨달은 후에도 다른 뭔가를 찾았던 것 같다. 이런 인간관계의 결말? 항상 같았다. 난 정말 나밖에 모른다. 친해지는 걸 못해 별것 아닌 것에도 이상한 사람 취급당했던 기억이 생생하고, 또 정신상태가 무너져 있을 때 본능적으로 사랑을 갈구하던 모습이 선하기 때문이다. 알고 있다.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은 나란 걸. 남 탓 열심히 해도 어차피 원인은 나에게도 있다. 정말 타인이 100% 잘못해서 무언가 발생한 경우가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그 경우가 절대다수라고 하면 그건 추한 남 탓이 될 것이다. 과연 나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인가.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외부에서 우리의 쓸모를 증명받고자 한다. 우리 엄마나 아빠만 해도 자기 직업에 진심인 사람이다. 심지어 아빠는 방송에도 여러 번 나왔고 몇 박사들의 책에도 참여한 바 있다. 단순히 엄마 아빠가 돈을 벌기 위해서 이런 걸 하는 건 아닐 것 같다. 대학생 때 보이는 학생회, 대외활동 뭐 이런 것들도 그 예시다. 무언가를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회 활동과 여의도 중앙정치는 사실 (물리적으로만) 거리가 멀고, 대외활동과 같이 외부의 일은 끝이 다 정해져 있다. 해단식 하면 자주 못 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활동을 한다고 해서 취업문이 활짝 열리지는 않는다. 이렇게 시시하고 재미없게도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정해져 있는 결말로 향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 이 모든 걸 벌였고 또 넘어지며 좌절한다. 같은 행동을 두 번 세 번 반복하게 되고 비슷한 순간을 마주한다. 씨발. 왜 나는 이거밖에 안 되는 인간이지. 나의 출생만으로도 세상에게 사과할 이유가 생기는 것 같다. 아무도 모르게 잠수 타다 죽을 때가 되면 내 머리를 방망이로 쳐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세상을 떠나고 싶다.
근데 우리 거의 대부분은 이 미련을 잊어버린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엔 다를 것이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걸 부정한다는 게 아니라 이제 그런 필연이 중요해지지 않아 진다는 뜻이다. 왜? 그게 행복하기 때문이다. 자주 못 보는 사람이더라도, 애초에 표현하면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도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사람들을 위해 산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기약하며 말이다. <중경삼림>과 <노매드 랜드>를 봤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난 항상 이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다. 아름다웠던 순간을 다시 돌이키는 것만큼 인생에서 즐거운 건 없다. 토익 공부를 해도, 유럽에 가도, 사고 싶었던걸 사도 항상 무언갈 상상하고 있었다. 현실은 아니었다. 어떤 선택지를 골라서 내 결과 중 아무것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난 지금과 크게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마음 한편으론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자. 영원한 건 없다. 뭔 선택지를 골라도 나는 아팠을 것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사랑받을 줄 몰랐고 하는 것도 서툴렀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간단하다. 영원히 혼자 사는 것이다. 그럼 외롭기만 하지 사람에게 상처 받는 일은 없어 좋을 것이다.
이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이 당연한 정답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건넨다. 과연 그게 맞아?라고 말이다. 아니다. 당연히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한심한 순간을 반복한다. 나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홍상수나 윤종신을 좋아하는 이유 역시 우리 인생에서 이것에 공감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차피 끝이 정해져 있는 생인데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갈 것인가. 우리는 실패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미워하는 경향이 있다. 퍼주지 말걸. 비극적인 사건에 놓인 우리를 위로하기보단 학대한다. 영화는 이런 우리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넨다. 극도로 비극적인 인물 설정? 현실적이지 않은 게 맞다. 근데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우리는 이것에 공감한다. 상처 투성이에 그 아무도 찾지 않는 모습이야 말로 우리의 현실이다. 사람에게 상처 받아 사과받으면 그게 다 없던 일이 되나? 또 그 사람들이 사과를 과연 몇 번이나 했나? 또, 뮤지컬을 중심으로 영화를 전개한 이유? 비비드한 색감? 우리에게 이 마츠코의 삶을 비극이라고 재단할 권리가 있을까? 그 때 만큼은 행복했을텐데. '왜 굳이 3자 주인공이 나왔는가'나 '뮤지컬+색감배치'의 이유는 우리의 인생을 대변한다. 우리는 원래 이 모양 이 꼴로 살 수밖에 없다. 근데 이런 영화와 현실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베풀면서 살아야 한다. 왜? 인간의 가치는 무얼 받느냐가 아니라 무얼 주느냐에 따라 달려있기 때문이다. 비록 비극적인 사건이 연이어 겹쳐 좌절하는 삶일지라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극단적인 비극을 보여준다. 근데 어떻게 전개하나? 도 중요하다. 바로 주인공을 따로 설정해 그 인물로 하여금 마츠코의 일대기를 좇게 만든 것이다. 이럼 뭐가 되냐? 어느 정도 객관화가 된다. 극한의 비극적인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면 마츠코가 어떤 인물인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너무 타인의존적인 측면도 있었던 건 맞지만 당연히 좋은 부분도 많이 볼 것이다. 이 사람은 누군가를 품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 원인이 사랑의 결핍이더라도 괜찮다. 마음의 구멍 한 구석을 인정하게 되는 것도 다 좋으니까, 무서워서 숨지는 말자. 그게 우리가 인생을 사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한동안 병의 마수에 빠져 방황하고 나서 얻은 결론도 이와 비슷하다. 어차피 결론이 똑같다면 한 번쯤 또 한 명에게 모든 사랑을 다 가져다주어도 괜찮지 않을까. 나 자신이 인기가 없더라도 누군가의 인생이 옳다는 증명이 된다면 그 나름대로 성공한 삶일 것이다. 난 나에게 이 말을 해준 사람의 이 문장을 이루기 위해 그 20대를 보내왔고, 한 번도 진정성이 없었던 적 없었으며 나름대로 행복했다. 그래서 난 내가 한 말에 당당하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이 혐오스럽게 느껴지더라도 한 번쯤은 필연에 부딪히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게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겪는 난제를 돌파하는 방식일 것이다. 영원한건 없다 하더라도 그 순간 만큼은 나를 믿고 앞으로 나아가자. 마음이 괴롭다면 병원에라도 꼭 가자. 그것이야 말로 구멍이 난 사람에게 좋은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400% 확신한다. 우리는 알고 있다. 모름지기 이 영화가 말해주는 바와 같이, 인간의 가치는 무얼 받느냐가 아니라 뭘 해주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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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불호는 있어도 실패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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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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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티저 예고편
한 여름, 뉴욕이 얼어붙었다! 공포로 얼어버린 세상을 구하라! ?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4월 극장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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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질> 1차 예고편
배우 황정민 '인질'이 되다!
평소와 똑같던 어느 새벽,
서울 한복판에서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대한민국 톱배우 '황정민'이 납치되는데...
관객들을 사로잡을 리얼리티 액션스릴러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