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04-26 15:05:46
서복 영화 후기 - 인간의 꿈인 불로불사가 과연 좋은 것일까?
인간의 꿈인 불로불사가 과연 좋은 것일까?
- 서복 영화 후기
민기현은 1년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고 심한 두통 때문에 괴로워한다. 왜냐하면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기업이 그를 시한부 인생으로 죽지 않게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며 서복이라는 복제 인간을 소개한다. 서복이라는 복제인간은 불로불사이며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민기현은 수명 연장의 대가로 서복을 지켜야 하는 임무를 맡는다. 한편 서복의 불로불사능력을 훔쳐 가려는 테러범들이 나타나 현장을 덮친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 같지만 서복이 초능력을 사용해 테러범들을 막는다. 과연 이 둘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불로불사의 능력을 가진
서복을 지키려는 민기현의 투쟁!"
-하니엘의 머릿속-
불로불사읜 능력을 가진 서복에게 죽음이란 어떤 의미일까?
▶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면 괴로움도 사라질까?
서복은 자신이 줄기세포로 만들어진 복제인간이란 걸 인지하지만 불로불사라는 능력 때문에 죽음이란 어떤 건지 알고 싶어 한다. 죽음은 영화에서 언급한 것처럼 꿈 없는 잠을 영원히 자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서복은 자신의 존재의 의미와 인간다움을 원했고 무엇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도 있었다. 민기현에게는 그동안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괴로운 순간이 많았기에 죽음을 생각해 봤을 것이다. 서복은 민기현에게 자신이 왜 존재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고 민기현은 자신이 겪어왔던 불행한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인간의 꿈인 불로불사를 실현시킨다면 인간이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고 무조건 삶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행복과 불행을 같이 겪어간다. 죽음이후에는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죽음이란 게 없어진다면 영원함이 지속되고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지루함도 있지 않을까? 나 또한 죽음이 두렵다. 왜냐하면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설령 사후세계가 존재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죽음이후에 대해서는 아무도 답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인류가 만든 복제인간도 의식이 존재한다면 이 존재를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도 많다. 아마도 이 영화가 주는 메세지는 지금 이 순간이 괴로워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자신에게 고민하고 물어보라는 철학적인 의문을 남기는 영화인 것 같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두려움과 같다.
-하니엘의 영화 주관 평가-
* 본 콘텐츠는 블로거 하니엘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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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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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이와 이경의 눈부신 성장 로맨스
“우리는 마시고 내쉬는 숨 그 자체였다”
태생적인 갈색톤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로 놀림을 당해 온 평범한 고등학생 이경이 우연하게 날아온 축구공에 맞아 안경이 부러지며 축구선수 수이와의 첫 만남이 시작된다. 미안한 마음에 수이가 매일 같이 이경을 찾아 딸기우유를 건네며 둘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묘한 사랑의 감정을 키워 나간다. 시간은 흘러 고3의 여름, 둘은 서로가 함께하는 미래를 꿈꾸지만 수이는 부상으로 인해 더 이상 축구 선수의 꿈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이경은 평범한 대학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서울로 상경한 두 사람은 각자의 삶을 이어가며 사랑을 지속하지만 조금씩 어긋나고 뒤틀리는 관계에 이별을 맞이한다. 최은영 작가의 단편집 ‘내게 무해한 사람’에 수록된 동명 소설을 원작을 옮긴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그 여름은 수이와 이경이라는 두 여고생의 뜨거운 여름날에 시작된 반짝이는 청춘의 순간을 전한다. 조심스러우면서도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된 사춘기 소녀의 첫사랑과 뒤이어 따르는 성장이라는 주제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따라가며 관객들의 정서적 공감을 이끄는 형식으로 강렬하기보단 천천히 젖어드는 작은 떨림이 존재했다.
애초에 애니메이션이라는 정보만을 인식한 채 시사회에 간 거라 예상치 않은 퀴어(LGBT) 장르가 한국, 그것도 애니메이션 극장판으로 나왔다는 것에 조금 놀랐지만, 앞서 언급한 잔잔한 여운이 남는 매력적인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사랑이라는 주제가 인종, 성별과 관계없이 대중들의 공감을 일으킨다는 건 이미 해외의 여러 수작들로 증명된 바이고 특히 첫사랑은 늘 설렘과 두근거림을 상기시켜주지 않는가? 묘한 눈빛과 감정, 소소한 손길이 닿는 베스트셀러 바탕의 흥미로운 이야기는 이러한 강점들을 잘 살리고 일본 애니메이션이 떠오를 만큼 인물, 시골과 서울 등을 묘사한 한국 애니메이터들의 발전된 그림체는 학창 시절부터 20대 초반을 지나치는 시간을 담은 빛바랜 사진첩처럼 추억을 선사하며 말랑말랑한 분위기를 더욱 그럴싸하게 꾸며준다. 여기에 메인 테마곡 정우의 ‘그 여름’, 선우정아의 ‘도망가자’, 브론즈 with 미노이의 ‘HARU’ 등의 노래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두 사람의 상황과 이어지는 감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며 섬세한 작화만큼이나 감성적 터치로 관객에게 여운을 남긴다.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그 여름은 그렇게 성장과 첫사랑이라는 감정을 두 소녀의 풋풋한 감정을 시작으로 20대의 이별까지 그린다. 시종일관 담담한 기조는 격렬한 감정의 파고보다 한 방울로 시작된 호숫가의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온다. 누군가에게 평범했을지도 모르고, 혹자에게는 특별했을지도 모를 추억을 떠올려보라는 듯 말이다. 깔끔하고 담백한 연출과 누군가의 마음을 훔쳐본 듯한 스토리는 매력적이지만, 슬픔을 억누르고 상대방의 행복을 빌며 애써 웃음 짓는 이별의 순간도,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만큼 중요한 것이기에 60분가량의 짧은 분량에서 후반부 이별을 맞이하는 두 사람을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여 비싸진 티켓값에 관객이 선뜻 선택할지 의문이 남는다. 멋지게 표현된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으테니 말이다.
“열여덟 여름에 처음 만났다”
갈색 눈동자를 가진 평범한 학생 '이경' 여름의 햇살을 닮은 고교 축구선수 '수이' 열여덟 살의 여름, 예기치 못한 사랑에 빠진 '이경'과 '수이'는 함께하는 미래를 그리며 스무 살을 맞이한다. 대학에 진학한 '이경'과 달리 '수이'는 바로 사회에 뛰어들고, 낯선 행복과 사소한 오해 속에서 둘은 새로운 계절을 마주하게 된다.
예고편│Trailer
원제: The Summer│감독: 한지원│원작: 최은영 작가의 동명 단편 소설
출연진: 윤아영, 송하림 외 多
장르: 애니메이션, 드라마, 멜로/로맨스│상영 시간: 61분
국가: 대한민국│등급: 12세 관람가
제작: (주)레드독컬처하우스│배급: 판씨네마(주)
평점: 평론가 7.0
개봉일: 2023년 6월 7일
한 줄 평 : 비로소 깨닫는 첫 사랑이 남긴 계절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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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인터뷰] 노래는 한밤의 불빛처럼 달려, <마이 웨이> 티에리 테스톤 감독 인터뷰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송’에서 빠지지 않는 노래,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My Way)’가 클로드 프랑수아라는 프랑스 가수의 ‘습관처럼(Comme d’habitude)’라는 샹송이었다는 사실은 알음알음 알려져 있다. 그러나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자신감을 투영해 ‘마이 웨이’를 불렀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노래 한 곡의 여정을 따라간 동명의 이 영화는 단순히 노래를 넘어 더 넓은 의미와 시대를 우리에게 전해왔다. 리자 아주엘로스 감독과 공동 연출하여, 이 풍성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가져다 준 티에리 테스톤 감독을 만나 보았다.
<마이 웨이>가 이번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아시아 최초로 상영되는데요. 지금 기분이 어떠신지요?
한국에 꼭 와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 오게 되었어요. 그것도 영화를 소개하러 온 자리라니 너무 감동적이고,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더욱 기쁜 기회 같습니다.
어떻게 이 영화를 작업하게 되셨는지 들려주세요.
프로듀서가 <마이 웨이> 노래 이야기를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사실 저는 이 노래를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이 노래에 관한 이야기에 끌렸습니다. 특히나 흥미로운 지점은, 누가 리메이크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노래가 된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프랭크 시나트라가 불렀을 때에는 백인 남성이 은퇴를 고민하는 순간의 매력적이고 감상적인 노랫말인데, 니나 시몬이 부르면 70년대 미국에서 흑인 여성 아티스트로서 그가 해온 투쟁이 가사에서 느껴집니다. 심지어 음악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현장이나 블라디미르 푸틴의 정적이 장례식 때 이 곡을 연주해 달라고 요청한 것처럼 이 노래는 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누구의 소유도 되지 않고, 리메이크될 때마다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노래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저는 마치 노래가 사람인 것처럼, 이 영화를 <마이 웨이>라는 노래의 전기 영화로 만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내레이션은 노래의 시점에서 쓴 것입니다. 노래가 화자 역할을 하는 거죠.
노래의 관점에서 쓴 내레이션을 미국 배우 제인 폰다가 맡았습니다. 어떻게 제인 폰다를 캐스팅하게 되셨는지, 캐스팅 과정의 에피소드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제인 폰다의 인생 또한 사회운동가이자 페미니스트로서의 측면이 강하죠. 제인 폰다의 목소리가 실리면서 이 영화에 페미니즘적 가치가 부여되었습니다. 사실 이 노래는 그동안 남성 위주 리메이크 역사를 갖고 있었거든요. 스트롱맨으로 평가받는 정치인들이 즐겨 부른 곡으로 유명해지기도 했고요. 이 작품을 통해 여성 특히 제인 폰다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되살려냄으로써, 이 노래의 소유를 뒤집는 의미가 있습니다.
노래 역할로 어떤 목소리가 어울릴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어요. 프랑스어 버전에서는 노래 역할을 맡은 배우가 일찍 정해져 그 목소리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영어 버전에서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미국 쪽 제작자가 전화를 해서, “지금 우리 사무실 옆방에 제인 폰다가 와 있는데, 제인 폰다는 내레이터로 어떨 것 같냐”고 물어 왔습니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제안을 듣는 순간 너무나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작자가 단박에 옆 사무실로 가서 제인 폰다에게 부탁을 했죠. 제인 폰다는 전설적인 대배우지만 마음이 매우 열려 있는 사람입니다. 즉각 승낙을 받고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어 다음 월요일에 바로 녹음을 했습니다. 6-7시간씩 녹음하는 강행군이었는데, 힘들다는 기색 하나도 없이 말끔하게 진행해 주었습니다. 제인 폰다라는 대배우와 함께할 수 있어 무척 행복한 기억입니다.
영화 속에 <마이 웨이>에 관한 이야기가 정말 많이 담겼는데요. 최근 프랑스 올림픽 폐막식에서도 이 노래가 불렸고,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작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에서도 이 노래가 주요 소재로 등장합니다. 혹시 이 영화에 실리지 않은 이야기 중, 편집 과정에 담지 못했지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저희가 찾아보니 녹음된 앨범으로 남아있는 <마이 웨이>만 4,500개 버전이 있었습니다. 그것만 170시간 정도의 분량이 되더라고요. 전 세계의 영상인데 저작권 문제도 있고 여러 이유로 사용이 어려운 것도 있었어요. 그리고 똑 같은 노래를 여러 언어 버전으로 이어 붙이면 관객 입장에서는 같은 노래를 너무 많이 듣게 되다 보니 그 중 일부를 골라내야 했습니다. 또 이 영화의 다른 편집 버전도 준비하고 있는데, 거기 들어갈 이야기들도 흥미롭지만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겠네요. 그리고 올림픽 폐막식에 이 노래가 불린 일은 저희 영화 소개를 앞두고 너무 좋은 타이밍이라 꼭 선물처럼 느껴졌어요. 파리 올림픽이 끝나고 다음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으로 넘어가는 상황이니, 실제로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넘어간 이 노래만큼 적합한 선택이 없었죠. 사실 옛날 노래다 보니 1년 전까지만 해도 “이 영화가 되겠어?”라고 묻는 사람이 많았는데, 올림픽 덕분에 화제성을 얻게 된 거죠.
이 영화에는 굉장히 많은 아티스트가 등장하고, 부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노래가 되는 것 같아요. 감독님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시는 건 어떤 버전인가요?
프랭크 시나트라 버전을 제일 좋아해요. 시나트라가 이 노래를 선택한 당시 그의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았어요. 마피아에 연루되었다는 루머가 들끓고, 비틀즈나 롤링 스톤즈가 등장하면서 프랭크 시나트라 같은 가수들의 노래는 한물 간 장르 취급을 받았죠. 결정적으로 배우 아바 가드너와의 사랑이 끝나 깊은 슬픔과 실패감에 빠집니다. 사실 이 영화를 만든 이유 중에서는 아바 가드너의 이야기를 꼭 담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어요. 프랭크 시나트라와 아바 가드너의 사랑 이야기가 제 마음에 그만큼 오래 남았습니다. 물론 니나 시몬, 섹스 피스톨즈처럼 전형적이지 않은 느낌으로 부르는 것도 좋고, 이 영화에 나온 벤 하퍼(Ben Harper)와 클라라 루시아니(Clara Luciani)의 노래도 제 눈앞에서 펼쳐져 유난히 좋았습니다. 결국 다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되겠네요.
벤 하퍼와 클라라 루시아니 두 아티스트가 <마이 웨이>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영화에서 다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매우 아름답고 흡입력 있었습니다. 수많은 뮤지션 중 이 두 사람을 선택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클라라 루시아니는 프랑스에서 지금 가장 인기 있는 아티스트입니다. 그런데 11살에 이미 키가 176cm까지 자라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해, 슬프고 우울한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합니다. 지금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모습과 힘들었던 성장기를 생각할 때, 그가 <마이 웨이>를 부르는 자체가 너무나 아름다운 일이죠. 치열하게 싸워 왔고 지금은 충분히 자신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클라라의 삶 자체가 노래와 많이 닮았습니다.
벤 하퍼는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이기도 하지만, 본인이 프랭크 시나트라의 열성 팬입니다. 모르는 노래가 없고, 시나트라와 똑 같은 반지를 끼고 다니기도 해요. <마이 웨이>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는 소문을 듣고 저희한테 연락을 먼저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본인의 의지로 참여하게 된 경우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마이 웨이>라는 노래에 대해 또 하나의 기억을 가져가실 관객 분들을 위해 한 말씀 남겨 주세요.
2년 반 전에 이 영화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 노래 얘기를 지금 하는 게 맞아?” 하는 우려의 시선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미 사라지기 시작한 노래를 되살려내려 애쓴다고 보는 사람이 많았죠. 다시 말해 젊은 사람들이 더 이상 듣지 않는 옛날 노래가 되어 간다는 거겠죠. 사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프랭크 시나트라도 잘 모르죠. 프랭크 시나트라를 비롯한 훌륭한 아티스트에 대해서도 보여주고, 이 노래와, 이 노래가 담긴 한 세대의 문화를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시고 나면, <마이 웨이> 노래를 검색해 보시고, 전세계에서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악기를 가지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노래할 만큼 많이 공유된 음악이라는 걸 함께 알아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노래 한 곡의 풍성한 이야기를 들으며 시작한 자리였는데, 한 세대의 문화가 다음 세대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애틋한 마음까지 받았다. 페퍼톤스의 노래 가사처럼 “노래는 한밤의 불빛처럼 달려” 또 여기에 이른다. “수많은 날들이 흘러도 잊을 수가 없던 뒷모습” 같은 <마이 웨이>를, “서툰 첫 인사로 다시 만나기를 또 빛나기를 눈부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들어 본다. 이 마음이야말로 음악의 힘, 영화의 힘일 것이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정유선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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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새>, 그래도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
두 번째로 보는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긴 여운이 남은 영화였다. 처음 보기 시작할 때는 ‘러닝타임이 꽤 길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계속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다’라는 생각이 들고,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나오면 ‘벌써 끝나 버렸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품이다. 장면 하나하나를 모두 눈에 담고 싶을 만큼 편안한 색감을 띄는 것이 이 영화를 보고, 또 보게 하는 매력인 것 같다.
전반적으로 잔잔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영화를 보다 보니 어딘가 ‘소란스럽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14살 소녀 은희가 마주한 거대한 세계 속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사건들 때문인 것 같다. 인상 깊었던 장면을 이야기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은희가 친구 지숙에게 자신을 때리는 오빠 때문에 자살하는 상상을 얘기하는 장면이다.
- 내가 자살을 하는 거야. 오빠 새끼가 괴롭혀서 힘들다고 유서 남기고.
- 죽고 나서 하루만 유령으로 있는 거야. 그 새끼 막 울고 아빠한테 혼나. 그럼 난 그걸 천장에서 내려다보는 상상을 한다.
- 그러면 난 막 상상만 해도 후련해.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이런 상상을 해야 하는 은희의 모습에 탄식이 저절로 났다. 그리고 지숙의 대답인 “다들 우리한테 미안해하긴 할까?”라는 말을 듣고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 갑자기 내 뒤통수를 때린 것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게 아직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현실이었다. 어린 아이들에게 진심을 담아 미안해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어른들이 너무 많다. 아직도 우리의 주변에는 마땅히 받아야 할 사과를 받지 못하고 눈앞의 현실에 낙담하고 있을 아이들이 많다. 앞으로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바꿔 나가야 할 과제이다.
은희가 우연히 발견한 엄마를 애타게 부르지만, 엄마는 전혀 듣지 못하고 그런 엄마를 은희가 그저 바라보는 장면이다. 아마 이때 엄마는 돌아가신 외삼촌, 즉 엄마의 오빠를 생각하고 있던 것 같다. 그리워하고 있던 것 같다.
금방이라도 닿을 것 같은데 닿지 않는 사람이 있다. 지금 당장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다시는 그 사람을 직접 만날 수 없음을 깨달았을 때의 기분은 참 이상하다. 감정이 무뎌져서 당장 눈물이 펑펑 날 정도로 슬프진 않은데 그냥 좀 마음이 이상하다.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가만히 그 사람을 생각하다 보면 주위의 소리가 차단되며 멍-해지기도 한다. 잠시 정적에 휩싸인다. 이 장면에서 은희의 엄마가 딱 그 상황이지 않았을까.
영지가 다툰 이후로 사이가 서먹해진 은희와 지숙에게 ‘잘린 손가락’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이다.
- 잘린 손가락 바라보면서 소주 한 잔 마시는 밤
덜걱덜걱 기계 소리 귓가에 남아 하늘 바라보았네
잘린 손가락 묻고 오던 밤, 시린 눈물 흘리던 밤
피 묻은 작업복에 지나간 내 청춘, 이리도 서럽구나
하루하루 지쳐진 내 몸 쓴 소주에 달래며
고향 두고 떠나오던 날 어머니 생각하며
술에 취해 터벅, 손 묻은 산을 헤매고 다녔다오
터벅터벅 찬 소주에 취해 헤매어 다녔다오
영지의 정적인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조용히 영지의 목소리를 듣고, 눈빛을 바라보고, 가사를 곱씹어보면 괜히 울적해진다. 노래를 다 부른 영지는 은희와 지숙을 보며 햇살같이 웃는다.
이 장면의 영지는 정말 ‘새벽’ 같다.
‘선생님은 자기가 싫어진 적이 있으세요?’라는 은희의 물음에 대한 영지의 대답이다.
나도 내가 좋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사람들도 누구나 나 자신이 싫게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다. 이 장면을 접하기 전까지의 나는 내가 싫어질 때 자책하곤 했다. 나를 싫어하는 그 감정을 외면하려고만 했다. 하지만 내가 마냥 자랑스럽게 느껴지고, 나 자신이 좋을 때도 있듯이 내가 싫어질 때도 있는 법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저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이다.
오빠에게 맞고 지낸 은희에게 앞으로 맞지 말고, 가만히 있지 말라는 말을 건네는 영지의 모습이다.
어떻게든 맞서 싸우라는 사람, 맞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님을 상기시켜주는 사람,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사람, 내가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워주는 사람.
‘가만히 있지 마’라는 말을 실제로 해주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운 것 같다. 나조차도 이런 말을 선뜻 해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런 용기가 있다는 점에서 영지는 참 좋은 사람 같다.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어느 날 알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어.
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께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
‘그래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는 하루를 겪어도, 어제까지만 해도 함께 웃던 사람이 떠나도, 친한 사람과 사이가 잠깐 틀어져도, 내게 위로가 되어주던 사람의 다정한 말을 더 이상 들을 수 없어도, ‘그래도’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
나쁜 일을 겪으면 신기하게도 기쁜 일이 다가온다. 어떤 인연을 놓치면 놀랍게도 또 다른 좋은 인연이 찾아온다.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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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위도우, 가족의 의미를 깨닫다
진정한 가족은 그 각각의 관계들을 만들어가면서 생성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태어나면서 자신의 가족이 결정된다고 생각하고 오랜 시간 동안 현재까지 그렇게 생각해 왔다. 실제로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생물학적 부모와 강하게 이어져 있다. 부모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이 주는 우유를 마시고 그들의 품에서 잠이 든다. 아이가 태어나 바로 말을 할 수 없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부모와 아이는 강하게 연결되어, 그 관계는 꽤 오랜 시간 지속된다. 그렇게 지속되는 관계는 쉽게 끊어질 수 없다. 아이가 성인이 되어도 그 관계는 삶의 많은 순간에 영향을 준다. 그들은 태어나서 바로 이어지는 관계지만 그들의 관계가 오랜 시간 이어질 수 있는 것은 그들 각자의 대화와 노력 때문일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 원래의 생물학적 부모와 떨어진 아이들이 있다. 부모에게 버림받았거나 사고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고아원에서 자라면서 성인이 되거나, 기회가 있다면 제3자에게 입양을 가기도 한다. 고아원에서 자라든, 아니면 입양을 가서 생활을 하든, 그 모든 관계는 결국 다시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는 관계다. 그들을 신뢰해야 할지, 그들에게 여러 부분에서 의지해도 될지를 결정하는 데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한 번 관계가 끊긴 경험을 한 아이들은 그 마음을 다시 열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들이 성인이 되어 만나게 되는 관계들에서도 그런 경향은 그대로 반영된다. 만약 오랜 시간 후 그 관계가 이어졌다면 그들 또한 자신만의 가족을 만들어 낸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연결된 관계가 아닐지라도 그들 사이에서는 신뢰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게 강한 신뢰로 이어진 관계도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으며 최근에는 그런 생각이 확대되면서 가족의 의미가 확대되고 있다.
새로운 의미의 가족 이야기를 담은 영화 <블랙 위도우>
영화 <블랙 위도우>의 이야기도 최근 확대된 의미를 가지는 가족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마블 유니버스 영화에서 블랙 위도우로 등장했던 나타샤(스칼렛 요한슨)는 그동안 주변부의 인물이나 관계가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나타샤는 초기에 굉장히 차가운 스파이의 이미지로 등장했고 다양한 모습의 역할로 변장할 수 있고 뛰어난 전투능력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였다. 그는 늘 혼자였고, 조금은 외로워 보였다. 그나마 어벤저스에 속한 다른 영웅들과 신뢰를 형성하여 세상을 구하는 여러 임무들을 하기 바빴다.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와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사이 시점에서 전개되는 <블랙 위도우>는 나타샤 캐릭터가 등장하는 마지막 영화이자 그의 과거 삶에서 가장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과 관련된 이야기다.
영화 초반에는 나타샤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보인다. 여동생 엘레나(플로렌스 퓨)와 엄마 멜리나(레이첼 와이즈), 아빠 레드 가디언(데이비드 하버)이 평범한 가족의 모습으로 오하이오에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나온다. 무언가 알고 있는 듯한 나타샤의 조금은 무표정한 얼굴을 제외하고는 그저 행복해 보이는 한 가족의 모습이다. 사실은 첩보 활동을 위한 위장 가족이었던 이들은 아주 어렸던 엘레나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은 그것이 단순한 임무였고 언젠가 끝날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가족의 역할에서 행복해 보인다. 실제로 그 첩보 활동의 마지막 날에 엄마 멜리나는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 싫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 3년이라는 시간은 나타샤와 옐레나가 한참 성장하던 시기였다. 실제로 생물학적 부모의 존재와는 거리가 있었던 그들에게 그 시기는 입양 후에 만들어진 가족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들은 부모를 선택하지 않았고 부모 역할을 하는 두 사람도 아이들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들 각자가 느끼기에 그 시간은 좋은 시간이었다. 영화는 오하이오의 첩보 활동이 끝나는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게 되는데, 영화 초반에 보여지는 나타샤와 옐레나의 유년기 시절은 그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가지고 있는 자신들의 기질과 관계를 만들어낸 시기다. 또한 그 시기 이 가족의 구성원들 사이에 어떤 신뢰가 만들어졌지만 그것이 깨지는 시점 또한 첩보 활동이 끝나는 시기와 동일하다. 가짜 가족이 깨지는 그 사건을 보고 나면, 그동안 마블 시리즈에 등장한 나타샤가 왜 그렇게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고 늘 혼자 힘든 짊을 지고 가려고 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깨져버린 어벤저스, 신뢰하지 못하는 가족
나타샤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시기는 어벤저스 멤버들 간의 사이가 좋지 못할 때이고, 정부의 추적을 피해 도망 다니던 시기다. 성인이 된 이후 나타샤가 가장 크게 마음을 열고 신뢰를 했던 사람들이 바로 어벤저스 멤버들일 것이다. 그래서 믿음이 깨진 상황에 처한 나타샤의 표정은 시종일관 어둡고 외로워 보인다. 또한 가장 신뢰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자신을 추적하고 배신했다는 생각에 자신의 주변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 시기에 그가 다시 만나게 되는 동생 옐레나는 이미 신뢰가 깨져버린 과거 가족의 일원이다. 이 두 인물이 영화 속에서 처음 만나서 가장 먼저 하는 건 서로에 대한 경계와 적대적인 전투다. 이 장면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오해와 불신 그리고 상대에 대한 원망이 담겨있다. 칼을 뽑아 휘두르고 목을 조르며 한참을 다투던 그들은 이내 그 잔인한 행위를 멈추고 대화를 시작한다.
나타샤는 자신의 생물학적인 부모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3년간 보냈던 가짜 부모인 멜리나와 레드 가디언에 대해서는 기억한다. 그 3년간의 좋은 기억 때문인지 그들이 자신들을 이용하고 버렸다는 배신감에 가득 차 있다. 반면 옐레나는 부모를 비롯해 나타샤까지 미워한다. 옐레나에게 나타샤는 그저 자신을 버리고 간 언니일 뿐이다. 영화는 네 가족의 관계가 변화되는 과정을 공들여 묘사한다. 그들이 어색하게 처음 대화를 나누는 과정은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가족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의 출발점이다. 나타샤와 옐리나가 다시 만났을 때 상대를 경계하며 원망을 담았던 것처럼 레드 가디언과 멜리나를 차례로 만나는 장면에서도 이들의 얼굴에는 경계심과 원망이 담겼다. 또 한편으로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과거의 따뜻한 기억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대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영화 후반부 엄마와 아빠, 나타샤와 옐레나가 다시 한 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는 장면은 영화가 감정적으로 공들여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들은 모두 마음속에 과거에 대한 응어리를 가지고 있고 그것이 차갑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표출되는데 그들이 가짜 가족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가족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비록 나타샤는 시종일관 거리를 두고 차갑게 대하려 하지만 엄마와 아빠가 가진 진심을 느끼는 여러 짧은 순간들에 시종일관 흔들리는 모습이 화면에 비친다. 시종일관 터프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옐레나도 마찬가지다. 그 식탁에 앉은 이후 옐레나는 말이 없어지고 심지어 눈물이 맺히기도 한다. 그렇게 오랜만에 한 자리에 앉게 된 그들의 머릿속에는 가짜 가족생활을 했던 3년의 따뜻한 기억이 천천히 마음을 사로잡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 장면은 영화에서 던지고자 하는 영화의 주제를 명징하게 드러낸 부분이고, 그런 의미에서 가족이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아마도 그 자리에서 그들은 진정으로 서로를 위하는 가족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는지 모른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닫는 나타샤
영화에는 레드룸이라는 집단이 등장한다. 어린 소녀들을 납치하거나 고아인 아이들을 데려와 스파이로 만들 수 있는 아이들을 추려내고 그들의 자궁과 난소를 드러내고 훈련시킨다. 그리고 정신을 조정해 자신이 원하는 일들을 하게 만든다. 그들을 구원하려 하는 건 나타샤와 옐레나고 그들 역시 레드룸의 피해자다. 즉 이미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다른 피해자들을 타인의 추악한 욕망 속에서 구하는 이야기가 담겼다. 나타샤와 옐레나에게 그들은 일종의 유사 자매, 즉 가족의 일원으로 볼 수도 있다. 모두 여성으로 이루어진 위도우들은 나타샤의 손에 의해 해방되는데 결국 나타샤가 가족의 의미를 깨닫고 넓은 의미에서 가족이라고 볼 수 있는 위도우들을 해방함으로써 그 모든 사람들에게 가족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블랙 위도우>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볼 수 있으며 특히 가족과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나타샤가 다시 그 믿음을 되살리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간의 마블 영화들을 보아왔던 관객들은 이미 나타샤의 마지막이 어떤 모습인지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그가 가진 과거를 궁금해하게 되는데 그의 과거까지 다 보고 난 관객들은 나타샤의 마지막 모습이 좀 더 뭉클하게 다가올 것이다. 나타샤에겐 과거의 가족도 유사 가족이고 어벤저스 멤버들도 일종의 가족이다. 나타샤는 과거의 가족을 다시 만나며 나타샤는 그 유사 가족이 진짜 가족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무언가 답을 찾게 된 것 같다. 가족이라는 의미가 점점 넓어지고 있는 현대인만큼 이 영화에서 나타샤의 마지막 선택은 그가 결국 그 유사 가족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로 선택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편, 그것이 바로 현재의 사회 흐름이라는 것을 영화가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부다페스트 장갑차 추격신이나 높은 고공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은 마블 영화답게 박진감 넘치게 구성되어 있다. 태스크 마스터와 나타샤가 벌이는 격투 액션과 옐레나가 보여주는 격투 액션은 사실감 있게 담겨있어 긴장감을 높인다. 그래서 영화 <본 시리즈>나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아쉬운 점은 나타샤가 잘하는 타격 액션이 많이 활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태스크 마스터의 특성과 나타샤나 직접 격투하는 장면의 비중이 적고, 그 외에 나타샤가 보여주는 격투 액션이 많이 없어 아쉽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액션 장면은 극장에서 볼만한 큰 스케일을 보여준다.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의 멋진 퇴장
마지막으로 나타샤를 연기한 배우 스칼렛 요한슨은 그 모습 자체가 블랙 위도우가 되었다. 이미 오랜 시간 동안 한 캐릭터로 활약해 온 그의 연기는 향후의 활약이 볼 수 없다는 점을 더욱 아쉽게 만든다. 그가 고공에서 착지할 때 보여주는 포즈는 옐레나에게 항상 놀림당하지만 블랙 위도우의 대표적인 액션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또한 그 포즈를 그대로 따라 하는 옐레나의 모습은 그가 언니 나타샤를 이어 블랙 위도우가 될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직 누가 나타샤를 이어 블랙위도우를 할지 확정된 것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누가 해당 역할을 이어갈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아찔한 십대>로 2004년 데뷔한 케이트 쇼트랜드 감독은 <로어>, <베를린 신드롬> 같은 영화를 찍어왔던 감독인데, 이번 <블랙 위도우>를 연출하면서 마블 영화 중 최초로 단독 여성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나타샤와 관련된 유사 가족들로부터 진심을 끌어내는 감정적인 연출도 잘 들어가 있으며, 액션 연출도 박진감 넘치게 들어가 있어 향후 다른 마블 영화의 연출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나타샤의 마지막 모습을 아주 멋지게 마무리했기 때문에 많은 관객들이 만족할 만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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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위도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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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멸당하지 않고 나로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
가스라이팅이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서 그 사람이 스스로 자기 사신을 의심하게 만드는 현상을 말한다.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는 영화 '가스등'에서 유래한 말인데 주인공인 폴라는 안톤과 사랑에 빠져 자신의 전공인 성악마저 포기하며 안톤과 결혼한 이후 고향에 돌아와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영화를 보면서 폴라가 사랑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했다는 점이 가장 먼저 눈길이 갔는데 이후 이어지는 안톤의 가스라이팅은 물론이고 사사건건 폴라를 간섭하며 외출조차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갑갑함을 느끼기도 했고 평등해야 하는 부부관계 특히,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결혼생활이 온전히 건강하지 않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안톤이 폴라를 가스라이팅 하는 과정에서 폴라를 자꾸만 물건을 잃어버리는 사람, 건망증이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게끔 만들어 영화 후반부에 가서는 폴라가 직접 경험한 사실 조차 상상이라고 의심하게 만든다. 안톤의 끊임없는 가스라이팅은 결국 폴라를 괴롭게 만들었고 특히 이런 과정이 세뇌라고 느껴질만큼 불쾌감이 들었다.
가스라이팅은 피해자가 자각하기 어렵다는 점과 신뢰를 기반으로 이어진 관계에서 가해자가 피해자를 조종하기 때문에 피해자는 상대방이 나를 배려하거나 걱정한다는 이유에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그 상황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도 특징이라고 특징이라고 할 수 있던 것 같았다. 안톤은 사랑과 걱정이라는 명목 하에 폴라를 사람 자체로 인정하지 않는데 우리의 많은 일상을 보면 쉽게 가스라이팅에 노출 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닐까? 반문하게 되었다.
과거에 나는 가정폭력이라는 것이 폭력, 감금, 구타, 밥을 굶기는 행위 등 그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고 노출시키는 행위만 해당되는 줄 알았는데 해당 영화를 통해 또 가스라이팅이라는 개념을 통해 말 한마디가 사람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만드는지 알게 되었고 이것은 곧 폭언이며 가정폭력의 범주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유년시절은 주변의 환경에 물들기 쉽고 이는 곧 미래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말 하나, 단어 하나 신중하게 선택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통해 사랑이라는 명분아래에 이루어지는 폭력 또한 용납될 수 없으며 이것을 사랑이라고 불러서도 안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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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뽑은 올해 탑 10 영화
그렇게 한 해가 갔다. 올 한 해 좋은 작품들이 정말 많았다. 코로나19라는 환경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품을 낸 감독과 배우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근데 아쉬운 건 우리나라의 개봉 작품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구체적인 근거 있냐?라고 물으면 할 말이 없긴 한데, 뭔가 체감상 그런 느낌이다. 내년에는 코로나19가 종식되어 개봉이 연기되거나 촬영이 중단 된 작품들이 많이들 상영되길 바란다. 기준은 전적으로 내 생각이며, 많은 이들이 이 작품들을 봤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쓴다.
10. <세 자매> / 이승원
문소리-김선영 배우가 청룡영화상 주조연상을 수상한 영화다. 난 문소리 배우하면 생각나는 되게 전형적으로 연기하는 이미지가 있다. 똑순인데 씩씩하게 사는 허당 역할이 머릿속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느낌? <메기>와 <하하하> <여배우는 오늘도>같은 작품들이 되게 한 갈래같이 느껴졌다. 근데 이 영화에서는 되게 문소리 식 연기를 한 것 같으면서도 속은 곪을대로 곪은 중년 여성의 내면을 완벽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겉으로 드러낼 순 없지만 마음 한 구석에 있는 트라우마를 종교로 귀결 낼 수 없는 인물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는데, 분출하는 분노와 어머니로서의 역할 괴리를 모두 살리는 괴력을 보여준다.. 이에 못지 않은 카리스마는 김선영 배우였는데, 엄마 연기 달인 다운 면모가 있다. 딸래미한테도 핍박받고, 남편한테도 쿠사리먹고, 온 세상이 함부러 대하는 소심한 어머니상을 손짓 하나 표정 하나로 구현하는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자매인 장윤주 배우의 연기나 현봉식 배우의 연기도 다 좋았지만 이 둘의 연기 앙상블을 보는 것 만으로도 나는 코미디로서, 또 드라마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단점도 있다. 후반부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 읭? 스러운 선택지를 고른다는 점이나 전체적인 설정이 좀 과하다는 점은 아쉽긴 한데 보는데 큰 무리는 없을듯. 마음 속의 억눌린 무언가가 있는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 왓챠에 있음.
9. <랑종> / 반종 피산다나쿤
개인적으로 <티탄> 만큼이나 문제작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난 진짜 극장 뛰쳐나오고 싶을 정도로 무서웠는데 반해 몇몇 분들은 재미 없었다고 하니 그 선명한 호불호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페이크다큐라는 장르적인 허점이나 굳이..? 싶은 부분까지 만든건 몰입을 깨는 요소가 맞다고는 생각하나 님 역 배우의 중후반까지 끌고가는 카리스마나 촬영한 장소, 태국 특유의 스산한 분위기가 나홍진식 염세주의의 글로벌화(?)를 이끌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간략하게 더 이야기 하고 싶은 부분은 우리가 영화를 볼 때, 흔한 패턴이 반복되는 것을 클리셰라고 한다. 그 클리셰라고 하는 게 ‘아 또 이 짓거리 하네 뻔하네 ㅋㅋ’ 싶으면 흥미가 떨어지지만 어떤 영화에서는 그게 좋은 쪽으로 발휘가 되곤 하는데, 난 랑종이 그 예라고 생각한다. 정말 여기까지 갈 것인가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며 운명이 주는 두려움과 공포를 잘 표현한 호러영화다. 아시아 공포영화 수작을 찾는 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넷플릭스에 있음.
8. <바쿠라우> / 클로버 멘돈사 필로, 줄리아노 도르넬레스
브라질 영화임. 한 정치인이 있다. 이 사람은 시장직에 도전하는 사람이다. 근데 또 이 인물은 반지성주의자라 책도 지식도 전부 부정한다. 이 인물이 한 마을의 지지를 얻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자, 바쿠라우라는 이 가상의 도시에 보복하고자 하는 내용을 플롯으로 담았다. 올 해 개봉했던 <레 미레자블>의 광기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내내 폭주하다 결국 파국으로 가는 영화였다. 나는 이 <레미레자블> 영화의 에너지가 ‘빨리 달린다’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바쿠라우>는 살짝 다르다. 광기에 씌인 채로 달린다. 자기 앞을 가로막는게 있으면 그걸 다 부숴가며 달리는 느낌인 것이다. 이렇게 현재 브라질이 처해있는 원주민과 개발자들간의 갈등을 이 폭발적인 에너지로 비틀어 영화화 한 작품이다. 슬래셔 호러나 스릴러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 네이버에 있다.
7. <루카> / 에린코 카라로사
난 항상 왕따였던 것 같다. 부모님에게도 내 공감을 오롯이 받지 못했기도 하고. 부족한 사회성 탓에 난 항상 모난 돌이었어서 세상에게 딱 미움 받기 좋은 사람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물론 그런 이유가 있다고 해서 미움을 당연히 받아서는 안되는게 맞고, 왕따의 아픔이 있는 이들에게 모든 축복을 비는 건 여전하지만 난 아픔에서 나아가기 보다 내가 세상을 먼저 따돌리던 쪽에 가깝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 특별한 사람이 되어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도 외로워서 그랬던 거지. 이런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건 정말 중요하다. 그 누구에게 든든한 어깨가 될 수도 있고 푸근한 품이 될수도 있다. 이 <루카>는 든든한 품같은 이야기다. 꿈을 위해 도전하고, 실패하고 그 사이에서 세상에게 손가락질 받더라도 따뜻하게 품는 인생이란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보여주는 듯한 영화다. 디즈니플러스에 있음.
6.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 존 왓츠
블랙 위도우 - 샹치 - 이터널스로 올해 좀 심심했던 마블이 힘 좀 준 작품이다. 12월 15일 개봉 이후 스포가 사골국같이 우려졌을 것 같아 굳이 더 이야기를 쓰진 않아도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톰과 파이기가 아카데미 의식을 하지 않아도 MCU가 극장에서 준 전율과 감동을 믿는다. 그건 어디에서도 비교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이 작품은 그에 걸맞는 훌륭한 3부작 마무리다. 현재 상영관에 걸려있다.
5. <꽃다발같은 사랑을 했다> / 도이 노부히로
사람은 누구와 사랑에 빠질수도 있고 또 헤어질수도 있다. 그건 당연한 것. 근데 그것만큼이나 피할 수 없는게
있는거 같다. 사랑했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사람이라면 겪을 성장통과도 같은 뭐 그런 것이다. 이 <꽃다발같은 사랑을 했다>는 인간이기 때문에 겪어야 할, 또 겪을 수 밖에 없는 감정과 과정을 그린다. 누구 하나 잘못한 것 없이 사랑에 빠져 아름답게 불태운 지나간 시간에 대해 감사함을 표현하는 영화인 셈이다. 보내기 싫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품에서 떠날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그게 누군가의 심각하게 상처를 준 일(데이트폭행, 바람 등)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이별이었다면 가끔은 그들에게 고마워할 수도 있지 않을까. ‘향기롭게 시드는 연인들을 위해’라는, 박평식 평론가의 평가가 생각나네. 올 해 나온 로맨스코미디 영화중 단연 최고다. 네이버에 있음.
4. <노매드랜드> / 클로이 자오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영화는 영화같은 일이 일어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거 같다.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라던가, 예전에 썸타던 여자가 1년만에 유학 돌아와서 사귄다는가 하는 이야기는 현실에서 만나기 어려운 것 같다. 이별이라고 하는게 그렇게 쉬운게 아니지 않나. 몇몇의 바람과는 반대로 이별과 재회는 항상 따라오는 것이 아니다. 이 <노매드랜드>는 이 이별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플롯이 영화같지 않은 하루로 가득찼다. 근데 영화는 불가능에 가까운 바람을 이야기한다. 이별, 참 어렵다. 보낸다는 건 그 사람과 행복했던 시간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람을 성장하게 한다. 근데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야 말로 진짜 이별의 가치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보내지 않았기에 사실 헤어진 사람과 다시 만날 수 있다. 영원한 안녕이란 없으니까. 네이버에 있다.
3. <당신얼굴 앞에서> / 홍상수
이동진 평론가의 말처럼 홍상수는 영화에서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을 싫어하던 사람같다. 그래서 인간의 본성을 비꼬는 작품이 많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두가 아는 그 사건 이후 홍상수는 자기의 심리상태를 은연중에 투영한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혼자’라는 제목을 통해 모든게 끝나고 나서의 자기와 김민희 배우의 모습을, <강변호텔>은 삶의 동기부여가 사라진 인물의 욕망 발현을, <풀잎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작을 소망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 세 작품 다 ‘한 사건이 있고 나서 느낄 수 있거나 경험하고 있는 순간’ 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시간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것 같다. 이 <당신얼굴 앞에서>는 이런 태도에서 벗어나 자기혐오가 아닌 순수한 얼굴로 세상을 바라보려 하는, 그런 시도를 그렸다고 생각한다. 이제 홍상수는 더이상 무언가가 끝나고 난 다음이 아니라 얼굴에 보이는 것을 바라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인간의 찌질함을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단적으로 보이는 상황에게 신뢰를 주려고 하는게 아닐까. 묘한 위로감에 감사했던 영화다. 네이버에 있다.
2. 소울 / 피트 닥터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난 사실 세상에게 할 말이 없다. 내 동기부여의 본질을 깨달았거든. '정공'이라 사람들을 욕하는 미친 세상에서 군 문제도 공익으로 빼고 1인분 하는 것도, 토익 900점도, 수많은 경험치와 내 능력도 다 사실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였다. 사랑을 주는 법도 받는것도 몰라서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멀어지는게 두려운게 요즘의 나다. 그 덕에 나한테 일어난 일도 아닌데 내 주위의 누군가에게 무례한 어떤 이를 미워하다가 오바하는게 맞는거 같아 실제로 표현하기엔 소심해지고, 어려운 현실에서 잘 개척해냈다는 확신은 있지만 왠지 인스타 좋아요 개수부터 사람들에게 비호감만 사는 것 같다는 느낌에 헤어나오질 못했던 것 같다. 소울은 이런 회의감에 대한 영화다. 과연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무언가를 얻었다고 했을 때, 미래가 달라질까? 내가 친구가 많아진다고 또 돈이 많아진다고 행복해질까? 아닐수도 있다. 사실 중요한 건 그 다음의 순간이다. 정말 삶에서 중요한 건 그런 상황에서도 무언가를 나눌 수 있다는 작은 순간들이 아닐 지. 삶의 동기부여를 잃은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 보다 색다른 접근법을 가졌다고 확신한다. 디즈니 플러스에 있음.
1. <드라이브 마이 카> / 하마구치 류스케
이해. 난 그 사람을 이해 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나는 나를 이해하는 사람일까? 확신 할 수 없다. 나는 사실 이제서야 내가 원하는지 깨달은 사람인 듯 하다. 그리고 사실은 알고 있는 것 같다. 이 공허함은 영원히 치유될 수 없다는걸. 난 이제까지 헛걸음을 했다는 걸. 그리고 그게 인생의 전부인 것 같다. 늘 외롭고. 뭘 원하든 그걸 가져다주지 않고. 또 이게 당연한 사실인데 이것을 이해할 수 없어 또 방황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위에 인간이 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고 본질적인 무언가를 꺼냄으로서 치유받는 것이 아닐까.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구멍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 3시간동안의 운전길을 통해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러닝타임이 끝나고 나서 들었던 애매묘호한 기분은 말로 형언할 수 없다. 올해의 영화.
번외
<해피 투게더> / 왕가위
코시국으로 인해 극장가 재개봉 메타가 불었고, 왕가위 특별전이 열리면서 다시 상영관에 걸린 작품. 헤어짐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과연 중요한게 무엇일까? 새로운 걸 얻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내가 나일 수 있는 것들만 찾아 다른 길을 떠나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 해에는 온 몸을 부딫히며 사랑해야지. 어떤 순간이든 행복한 채로 기억에 남을 수 있게끔. 올해 재개봉 한 작품들 중에서 가장 좋았으며 내 인생영화이기도 하다.
올해의 배우 : 베네딕트 컴버배치
올해 4편의 영화에 주인공으로 나왔다. 이게 사람이냐 소냐? <파워 오브 도그>로 아마 아카데미에 한발 더 다가갔다고 생각한다.
올해의 감독 : 하마구치 류스케
<스파이의 아내>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의 각본을 담당함. 대체 뭘 먹고 살아야 이런 작품들을 만드는 것일까? 단 3편만으로도 포스트 고레에다 히로카츠, 아니 '하마구치 류스케'가 유력하니 그 클래스가 어마어마하다. 시간 나는 분들은 이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정주행 해도 꽤나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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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영화 후기 / 최민식이 다했나? / 감동이 살아있음 / 바흐의 무반주 첼로 연주곡 / 파이송이 뭐지?
영화직관하는남자 영직남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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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의 첫 아시안 영화, 샹치가 걱정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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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
2021. 04. 21 영상입니다.
유튜브 채널 구독하기: https://www.youtube.com/channel/UC6jj...
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https://www.epidemicsound.com/
00:00 샹치 예고편 공개
00:43 익숙한 그림과 냄새들
02:24 다양한 성공&실패 예시들
04:18 기대와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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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레미니센스> 1분 예고편
해수면의 상승으로 도시의 절반이 바다에 잠긴 가까운 미래.
과학자 닉은 과거의 기억 일부를 선택해 다시 체험할 수 있는 기억 탱크를 개발한다.
좋았던 시절을 잊지 못해 닉을 찾는 고객들 중 하나인 메이는 닉과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어느 날 메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닉은 기억을 추적한 끝에 메이에 대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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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우주전쟁 시즌 2> 메인 예고편
인류를 몰살한 그들이 나타났다, 인간과 똑같은 모습으로! ⠀ H. G. 웰스 소설 〈우주전쟁〉 원작 상반기 화제의 SF드라마 〈우주전쟁〉 시즌 1의 후속작? ⠀ SF 생존 스릴러 〈우주전쟁〉 시즌2, 지금 왓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