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5-05 18:35:06
[JIFF 데일리] 단편영화의 맛
전주국제영화제 온라인 상영 단편 3편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남긴 것이 하나 있다면, 극장에서 누군가와 부대끼지 않는 영화제도 가능하다는 확인이다. 완전히 축제 분위기를 되찾은 전주국제영화제지만, 주요 단편들은 온라인 상영을 열어두었다. 전주에서 돌아온 후 여운과 함께 즐길 수도 있고, 전주에 가기 전 예열하는 느낌으로 즐길 수도 있으며, 전주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수도 있다.
단편영화는 단편영화만의 맛이 있다. 온라인 상영으로 본 단편에 짧은 리뷰를 남겨 본다.

<나는 피아노를 버렸다> / 박건 감독
피아노와 꿈에 대해 속삭이는 목소리에 이어, 피아노를 버리기 위해 낑낑대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압류 딱지 위로 붙인 스티커의 흔적만으로도 대강 유추가 가능한 상황 속에서, 주인공이 피아노를 버리느라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깨닫는다. 모든 것의 무게는 옆에 있을 때가 아니라, 버릴 때 알게 된다.
피아노를 버리고 도서관에서 일하는 주인공을, 카메라는 그의 삶처럼 불안불안 흔들리며 담는다. 주인공은 소리를 차단하고, 그 자리에 바코드 소리를 메우고, 현실과 타협하려 애쓰지만 그럴수록 버릴 수 없는 마음은 선명해진다. 피아노를 버리는 행위와, 결코 버릴 수 없는 어떤 마음들이 대조되어 빛난다.
다만 아쉬운 점은 꿈과 현실을 다룬 영화치고 '현실'이 너무 모호했다는 점이다. 꿈을 포기한 주인공이 일하는 곳이 도서관이라는 점에서. 정숙을 강요하는 자리에 키보드 커버조차 깔려 있지 않다는 점에서. 보통 도서관의 일자리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 점을 생각할 때 더더욱. 차라리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다면 이해가 되었을 만큼, 꿈을 포기한 주인공이 밟고 선 책도 누군가에겐 너무 꿈에 가까운 물질이어서.
그래도 꿈과 현실의 대비 그리고 음악과 침묵의 대조가 매력적이다.

<매달리기> / 박지인 감독
이 영화를 고른 이유는 딱 하나. 감독의 전작 <전학생>을 정말 좋아한다. 박수연 배우가 표현하는 인물의, 세상에서 유리된 듯한 상황에서 짓는 아슬아슬 불안한 미소가 인상 깊었고, 그에게 푸근한 얼굴로 인사하며 미소 짓는 이주영 배우의 얼굴은 또 왜 그렇게 안심이 되었던지. 그들의 출신을 생각할 때, 박지인 감독이 애정을 갖고 담는 인물이라면 앞으로도 궁금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는 자립 준비 아동이다. '보호 종료' 이후 자립을 준비해야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그동안 워낙 사각지대에 놓였던 만큼 최근 국내 아동보호 관련하여 부쩍 화제가 되었던 단어이기도 하다. 영화 속 아이들도 불안하게 흩날리지만, 그 흩날리는 기분 속에서도 끝내 생에 매달리기를 계속한다.
짧은 러닝타임에도 깊게 스민다. 눈물 짓고, 조용히 웃고, 그러면서도 뒷모습을 응시하는 인물들의 감정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박지인 감독의 다음도 기대된다. 어디든 가서 보겠어.

<늦은 산책> / 손지환,김병규 감독
이건 온라인이 아니라 극장에서 봤어야 했는데... 여백이 많은 영화라서, 온전히 극장에서 그 공기에 휩싸여 보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하지만 이렇게 온라인으로 보아도, 아름다운 영화였다. 스틸 사진처럼 펼쳐지는 이미지, 울려 퍼지는 트로이메라이.
어긋나다, 라는 단어를 ㅇㅓㄱㅡㅅㄴㅏㄷㅏ라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펼쳐내어 보여주는 기분이었다. 대단한 사건 없이도 어긋나는 것들이 있다. 차라리 소리칠 수 있는 계기라도 있다면 편안할 텐데. 이런 느리고 진득한 어긋남이 더 답답하고 힘들지. 다 그대로일 수가 없다. "그걸 내가 일찍 알았다면 달라졌을까? 모르겠어."라는 대사가 어긋난다는 단어의 본질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긋난다는 건 그런 것이다.
다만 아름답기에 더더욱, 서사와 사건의 과도한 여백이 아쉬웠다. 시작부터 유난히 힘이 없던 두 사람의 대사를 보며, 무엇이 남자를 저렇게 만들었는지, 두 사람 사이엔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아니 애초에 두 사람은 어떤 인물들인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뭔데, 왜 관객한테도 비밀인데. 모든 인물이 꼭 홍상수 영화 속 인물들처럼 말할 필요는 없다. 여백이 조금만 더 칠해졌더라면, 그래서 두 사람의 맞잡은 손에 좀더 공감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온라인 상영]
온피프엔: https://onfifn.com/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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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공간
SYNOPSIS.
안정된 주거 환경을 꿈꾸던 레즈비언 커플 선우와 희서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작은 아파트를 마련한다. 하지만 선우가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고 다리까지 다치게 되면서 전적으로 희서가 대출금과 이자를 떠안게 되자, 둘 사이는 삐걱대기 시작한다. 집에서 쉬게 된 선우는 일자리를 찾지만 쉽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악취로 두 사람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PROGRAM NOTE.
한 동성 커플의 갈등이 한국 사회의 구조 안에서 발현되는 과정을 담은 <럭키, 아파트>는 한국 퀴어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작품이며, 소수자를 대하는 우리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뛰어난 사회 드라마다. 제약회사 직원인 희서와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직장을 잃은 선우는 9년 차 동성 커플이다. 객관적으로 경제적 차이가 나는 상황이지만 서로 크게 티를 내진 않는다. 하지만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면서, 아파트 구매 자금 대부분을 부담한 희서와 기여도가 거의 전무한 선우 사이 갈등은 점차 커지기 시작한다. 아래층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는 커플의 간극을 더욱 키운다. 냄새의 근원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선우가 아파트 가격 하락의 주범으로 찍히며 동 대표 등 주민들과 갈등을 겪는 반면, 직장에서 겪는 성차별로 스트레스를 받는 희서는 커플 관계가 주변에 알려질까 두려워하며 선우의 행동을 비판하고 둘의 관계는 악화일로에 처한다. <럭키, 아파트>의 또 다른 미덕은 갈등과 배제라는 이야기 속에 사랑과 연대라는 희망의 싹을 집어넣는 점이다. 아래층에 살던 할머니의 사진을 갖고 싶어 하는 친구분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 무단침입까지 감행하는 선우는 “왜 그랬냐”는 희서의 질문에 “남 일 같지 않아서”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감동적인 대사는 아름다운 마지막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태원>(2016), <시국페미>(2017), <우리는 매일매일>(2019) 같은 여성주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강유가람 감독은 첫 극영화에서도 놀라운 역량을 보여준다. (문석)
몇 년 전 <이태원>을 보고 받았던 충격이 생생하다. 나로서는 도저히 알 수도 들여다볼 수도 없는 세상의 이야기를, 이토록 섬세하게 연출하여 가져다 주는 영화라니. 강유가람 감독의 이름을 그렇게 알았고, 그 후 다큐멘터리 작품만 만나다가, 첫 극영화 연출작이라고 해서 고민 없이 선택했다. 그리고 역시나 이번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다.
공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영화는 희서와 선우가 나란히 앉아 있는 푸른빛 자동차에서 시작하여, 이내 푸른빛 침구와 소파가 놓인 두 사람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부동산 문제는 한국 사회의 머리 아픈 과제이자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기회여서 도무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 보이고, 이 영화 속에도 집값을 우려하는 사람들이나 대출이자에 한숨 짓는 희서를 통해 그런 문제의 면면이 드러난다.
그러나 이 영화 속 아파트에서 내게 가장 먼저, 가장 깊이 각인된 것은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집안일에 필요한 도구들은 정갈하고 생활감 있는 위치에 표현되고, 운동 기구도 깔끔히 놓여 있으며, 설거지하는 선우 뒤로 걸려 있는 와인잔 같은 것들은 두 사람이 각자의 삶과 함께하는 삶, 일과 관계의 낭만까지 허투루 하는 구석 하나 없이 열심히 사는 사람들임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집은 사는 사람을 드러내니까.
그런데 그 공간에 자꾸 퍼지는 냄새가 있다. 쓰레기를 비우고 박박 문질러 닦고 락스를 부어 봐도 사라지지 않는 냄새. 문제를 올곧게 직면하며 정공법으로 해결하려는 선우와, 적당한 불편함을 삼키면서 피할 수 있는 갈등은 최대한 피해 가려는 희서의 방법은 냄새를 두고도 계속 부딪게 된다. 시작부터 두 사람의 갈등은 진작 지나간 일, 이미 어쩔 수 없는 일들을 논하고 있고, 우리 모두 가까운 사람과 싸워 봐서 잘 알듯 그건 필연적으로 '탓'이 된다. 쌓이는 쓰레기를 내어 버리고 바닥을 박박 문대어 닦듯, 좋지 않은 감정도 주기적으로 그래 주어야 하는데, 두 사람에겐 그럴 여유가 없다.
자격: 더 필요한 자에게 더 문턱이 높은
아파트는 한국 사회에서 공간인 동시에 거의 어떤 정체성의 일부처럼 기능하고 있다. 어느 동네 산다는 것으로도 모자라 어느 아파트에 산다는 것을 꼬리표로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 중 일부는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를 심어주는 '부적절한' 입주자를 걸러내고 싶어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임대주택이 단지 내에 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차별하면서, 차별이 아니라 차이라고 말한다든지. 이들에게 아파트는 자본으로 거래한 재화보다는 오히려 봉건시대의 성직이나 성기사직처럼 거의 부여받은 자격에 가깝다.
주거지의 위치나 입지뿐 아니라, 주거지를 획득하기 위한 과정 또한 마찬가지로 자격을 요한다. 고공행진이라는 말을 쓰기도 머쓱할 정도의 매매 비용으로 인해, 노동소득만으로 매매할 준비가 되는 사람이 거의 없이 사회에서, 빚도 재산으로 인지하는 이 사회에서, 대출 또한 일정한 자격을 필요로 한다.
사실 고정비를 줄일 필요성이 더 절실한 이들에게 이 문턱은 더 높다. 빈곤은 단순히 돈의 많고 적음 혹은 그 돈을 획득하기 위한 개인의 노력 정도로만 얄팍하게 재구성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에도, 이 사회의 천민 자본주의는 너무 쉽게 문턱 아래 있는 사람을 업신여긴다. 게다가 빈곤 문제만 엮여 있지도 않다. 번듯한 직장에서 돈 잘 버는 희서는 물론, 대출 자격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선우도 배우자의 존재를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어 이 문턱 앞에서 더욱 불리하다.
당연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은행이 공짜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니니, 일정한 자격이 필요하고 좋은 아파트 사는 게 잘못도 아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악의조차 없이, 타인에 의해 존재가 흐릿해지는 경험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모인 이 영화 속 인물 다수가 그렇다. 명백한 성차별 혹은 업무상 클라이언트라는 이유로 갑을 관계처럼 대우하는 의사 앞에서 표정을 마음껏 굳히기도 어려운 희서, 배우자가 있냐는 질문에 말문이 막혀야 하는 사람들.
가진 자가 나쁘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에서 숱하게 부정당하는 순간들을 마주했던 인물이지만, 모르는 척 개인정보 유출이라도 해달라는 선우까지도 타인의 존재를 흐릿하게 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사회 전체가 거대한 아파트처럼, 서열화되고 파편화되고 서로를 볼 수 없는 이 사회에서는, 우리 모두 알게 모르게 타인의 존재를 흐릿하게 만드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다만 유독 중첩되어 그런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도 떠오르게 만든다. 꼭 동성애 커플만 해당되는 이야기도 아니기 때문에 질문은 자연스레 확장된다. 원가족과 연결되어 있지 않거나(혹은 그렇지 못하거나), 원가족이 찬성하지 않는 결혼으로 새 가정을 이루어 인정받지 못했거나, 1인 가정을 이루어가는 사람... 이 모두가 사후 장례나 청소조차 이루어지기 어려운 얄팍한 세상을 밟고 살아야 한다니. 최대한 모두를 촘촘히 보호할 망을 짜야 하는 것이 아닌가? 자격을 부여받은 사람들만 보호하는 법으로 남겨두기엔, 그 자격 부여받지 못하거나 걷어차고 나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세상이니까. 1인 가구가 갈수록 증가하고, 가족의 형태와 개념과 사회적 합의가 많이 변해 가는데, 언제까지 저출생 염불만 외고 있을 것인가. 이런 고민들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
사랑: 남는 건 그저 소중하게 빛나는 마음뿐
사회의 자장에서 매우 투박하게 다뤄지며 변죽만 울리는 이 문제들을 영화는 섬세하게 담아낸다. 그리고 이 문제와, 그 안에서 심화되어 가는 인물들 간의 갈등이 뒤엉키며 영화는 점점 심란하게 흘러간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사람을 피로하게 혹은 절망하게 하지 않는다. 시의적절하게 작고 소소하게 기웃거리는 희망은 마지막에 뽀얀 빛을 발한다.
아무도 이 영화에서 법과 제도를 들어엎는 식의 해결을 기대하지는 않겠지만 (이 영화의 국적이 인도였다 해도, 요즘 인도 영화도 그 정도는 안 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사랑과 희망의 이름을 빌려 우리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마음을 가득 안겨준다.
희망이나 연대는 아주 거대한 단어 같지만 이 영화는 아주 사소한 순간에서 그것들을 보게 한다. 거드는 말 한 마디, 지키는 말 한 마디, 공감의 감탄 하나. 사소한 이웃의 대화. 그런 말이 놓인 자리라면 거기야말로 럭키, 가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랑. 언젠가는 우리 모두 죽고 스러져 결국 낡은 사진으로만 남을, 그러나 그 사진이 낡아가도록 바라보는 마음. 다친 데를 감싸 주며 사는 게 결국 사랑일 것이다.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말과 법도에 지치고 밀려 스스로 손톱을 뜯을 때, 손톱을 뜯은 사람을 타박하는 게 아니라 그 손톱을 뜯게 된 과정이 결국 타의에 의한 상처임을 함께 아파하며 감싸 주는 것.
상처는 언젠가 낫는다. 부상도 그렇다. 다만 남는 건 그저 사랑이다.
2024. 05. 02. 21:30 CGV전주고사 3관 (상영코드 157)
2024. 05. 04. 13:30 CGV전주고사 3관 (상영코드 323)
2024. 05. 09. 20:30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상영코드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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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드]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2 / American Horror Story Season2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2 / American Horror Story Seas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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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와 수녀들이 운영하는 정신병원에 대한 이야기.
/ 대략적인 줄거리 /
연쇄 살인마인 블러디 페이스라는 오해를 받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 키트워커.
그리고 키트워커를 취재하기 위해 몰래 병원에 잠입한 기자 라나.
그러나 병원 관계자들에게 들키고 만다.
결국 그녀도 여기에 입원하게 되고, 입원하면서 이 병원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만행들에대하여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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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는 크게 네가지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연쇄 살인마 블러디 페이스
2. 젊은 수녀의 몸속에 들어간 악마 (엑소시즘)
3. 아던 박사의 끔찍한 실험
4. 외계인
이 많은 내용들이 13화에 다 들어가 있다.
심지어 떡밥회수도 제대로 했다.
(외계인 빼고,,,)
너무 많은 이야기가 얽혀있어서 자칫하면 중구난방일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정말 잘 만든 드라마다.
1. 블러디 페이스
여성들의 피부를 산 채로 벗겨내는 무시무시한 연쇄 살인마, 블러디 페이스.
키트워커는 블러디 페이스라는 오해를 받아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키트는 본인이 블러디 페이스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정신병원을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2. 젊은 수녀의 몸속에 들어간 악마
악마가 들어간 십대소년에게 엑소시즘을 하던 중 이 젊은 수녀의 몸속에 악마가 들어가게 된다.
이후, 몸 속에 들어간 악마의 조종에 따라 수녀는 병원의 비밀을 감추고 본인에게
유리한대로 병원을 운영해 나간다.
3. 아던 박사의 끔찍한 실험
정신병원에서 의사일을 하고 있는 아던 박사.
그는 병원사람들 몰래 본인만의 실험을 하고 있다.
4. 외계인
키트는 자신이 부인을 죽인게 아닌 외계인의 소행이라고 밝힌다.
그러나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그러다 그레이스도 비슷한 일을 겪게 된다,,
키트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정신병원에 파견된 스레드슨 박사.
그도 이 병원의 실체를 알게 되고, 병원의 실체를 외부에 알리기 위해
기자인 라나를 돕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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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보다 재밌다. 그리고 중간중간 반전들이 꽤 놀랍다.
외계인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아서 답답하다.
굳이 넣었어야하는 내용인가 싶다.
가장 인상 깊은 씬이 2개 있다.
1. 네임 게임
시즌2 10화에 나오는 장면.
모든 사람들이 최고의 장면이라고 꼽는 씬이다.
2. 엔딩씬
마지막에 주드 수녀가 "내가 악마를 보면, 악마도 나를 본다." 라고 라나에게 말한다. 그리고 라나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는데, 이 장면이 라나의 욕망을 제대로 표현 한 장면인 것 같다.
주드 수녀, 젊은 수녀, 신부, 아던 박사 모두 자신들만의 욕망을 위해 악마같은 행동들을 해온 것이고, 이를 취재하기 위해 고군분투 했던 라나 또한 처음에는 결국 블러디 페이스인 키트를 취재하기 위한 욕망에 휩싸여 이 곳에 온 것이며, 여태껏 라나가 해왔던 기자일에 대한 욕망 또한 누군가에게는 악마처럼 느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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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스포일러를 안하기 위해서 글이 약간 중구난방으로 적혀진 것 같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결론은 재밌다는거니까 안보신 분들은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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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감정의 파노라마
정말 마음이 아팠던 순간을 만나면 누구나 울음을 터뜨린다. 마음껏 눈물을 흘리면서 그 슬픔을 온몸으로 느낀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면 마음속에 있는 무거움과 압박이 조금 해소된 느낌을 가지게 된다. 매 순간이 기쁨으로 가득 차있다면 물론 행복하겠지만, 실제 인생에선 기쁨을 느낄 시간보단 아픔과 슬픔을 느끼는 시간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 슬픔의 감정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 영화가 바로 <인사이드 아웃> 1편이다.
2015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기쁨, 슬픔, 까칠, 분노, 소심이라는 감정들이 11살 라일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무척 흥미롭게 보여줬다. 디즈니의 픽사는 한 사람의 머릿속에 감정들과 기억을 처리하는 공간을 진짜 존재하는 것처럼 그럴듯하게 창조해 냈다. 기쁨을 담당하는 조이가 조종간을 잡으면 라일리도 기쁨을 느끼고, 분노를 담당하는 버럭이가 조종간을 잡으면 화를 낸다. 실제 라일리가 느끼는 상황에 따라 감정이 변화하는 모습을 무척 자연스럽고 이해하기 쉽게 화면으로 담아냈다.
[첫 번째 감정] 불안
이번 <인사이드 아웃2>는 사춘기가 된 라일리의 감정들을 다룬다. 더 확장된 감정에 어찌해야 할지를 알지 못하는 라일리의 모습과 감정들을 보여준다. 특히나 불안은 라일리의 행동을 흔드는 가장 큰 감정이다. 라일리는 새로운 학교와 친구들, 그리고 학업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불안은 라일리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불안으로 인해 라일리는 자주 예민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영화는 라일리가 시험 성적에 대한 불안으로 밤잠을 설치고, 친구 관계에 대한 걱정으로 식사도 제대로 못 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는 사춘기 청소년들이 겪는 공감할 만한 상황이다.
영화는 라일리의 불안이 어떻게 그녀의 성격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세심하게 그려낸다. 불안한 감정에 휩싸인 라일리는 종종 자기 자신을 의심하고, 작은 실수에도 크게 자책한다. 이러한 모습은 불안이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두 번째 감정] 당황, 따분, 부럽
불안만 있는 건 아니다. 불안이 주로 영향을 주긴 하지만 중간중간 당황이나 부끄러움을 느끼는 포인트도 늘어난다. 라일리가 학교에서 발표를 하다 실수를 하거나,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말을 더듬는 순간들이 그 예이다. 특히나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줄 알고 반응했다가 실수하는 장면은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상황이다.
따분함을 느껴 누군가를 비꼬거나 무시하는 감정도 자주 찾아온다. 라일리는 수업 중에 딴짓을 하거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들은 청소년들의 전형적인 태도로, 영화는 이를 통해 라일리의 감정 변화를 더욱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부러움도 청소년기에 많이 나오는 감정이다. 라일리는 반에서 인기 많은 친구나, 학업 성적이 우수한 친구들을 부러워한다. 이는 사춘기 시절 많은 이들이 겪는 감정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을 비교하면서 생기는 부러움이 자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준다.
[세 번째 감정] 자아 형성
영화 초반 자아의 모습은 하얀색이거나, 빨간색이다. 단색으로 이루어질 거라 생각했던 자아는 영화 후반에는 다채로운 색깔로 변화한다. 상황에 따라 색깔이 이리저리 변화되며, 이는 다양한 감정들이 섞여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을 상징한다.
자아 형성의 과정을 사회심리학적 이론과 연결해 보면, 이는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이론과 관련이 깊다. 에릭슨에 따르면, 사춘기 시기는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라일리는 영화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며 자신의 자아를 찾아간다. 이는 에릭슨의 이론이 제시하는 자아 정체성 확립 과정과 일맥상통한다.
이 과정을 통해 라일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점점 더 명확히 하게 된다. 이는 청소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아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영화는 이러한 자아 형성의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내며, 라일리가 성장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담아낸다.
결론적으로 1편의 신선함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훌륭한 픽사의 감정 세계와 감정의 작용 방식을 영상으로 무척이나 쉽고 감동적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라일리의 감정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 이 영화는, 사춘기를 겪는 모든 이들에게 큰 위로와 공감을 줄 것이다.
또한, 이 영화는 감정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다양한 감정들이 조화를 이루며 우리의 자아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사이드 아웃2>는, 감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왓챠]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https://www.notion.so/Rabbitgumi-s-links-abbcc49e7c484d2aa727b6f4ccdb9e03?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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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나 2>가 국내 누적 관객 수 100만, 북미 누적 수익 2억 달러를 가뿐히 돌파하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여전한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반기 최대 기대작이었던 <위키드>가 북미에서와는 달리 국내 개봉 성적은 누적 관객 수 65만 명에 그쳐, 과연 <모아나 2>가 얼어붙은 국내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걱정과 기대를 모았는데요. 그런 기우를 싹 지우듯 <모아나 2>는 국내 개봉 첫날부터 20만 명의 관객을 불러들였습니다. 개봉 닷새 만에 누적 관객 수 136만여 명을 돌파하며 아쉬웠던 전 편의 성적(231만 명)을 뛰어넘는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개봉 2주 차를 맞은 <위키드> 역시 119만 명을 기록하며 2위를, <히든페이스>가 72만 명의 관객으로 3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두 영화 모두 입소문으로 꾸준한 관객 유입이 예상됩니다.
한편, 북미는 추수감사절을 맞아 많은 관객이 극장가를 찾아 4억 2천만 달러의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습니다.
<모아나 2>는 개봉 이후 2억 2,1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추수감사절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이는 2019년 <겨울왕국 2>(1억 2,500만 달러)와 2013년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1억 900만 달러)가 세운 기록을 압도적으로 뛰어넘은 수치라고 합니다.
<모아나 2>로 인해 2위로 밀려난 <위키드> 역시 연휴 기간 1억 1,800만 달러를 추가하며 성공을 이어갔습니다. 현재까지 북미에서 2억 6,200만 달러, 전 세계적으로는 3억 5,900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최종적으로 북미에서 4억 5천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미 누적 수익 1억 1,200만 달러에 이른 <글래디에이터 Ⅱ> 역시 한 계단 내려와 3위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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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네트에게 오은영 박사님이 보인다.
분명히 다작 감독은 아니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 1984>, <나쁜 피, 1987>, <퐁네프의 연인들, 1991>, <폴라 X, 1999>, <홀리 모터스, 2012>, 그리고 <아네트, 2021>. <아네트>는 <홀리 모터스> 이후 9년 만에 '프랑스 천재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카락스 감독의 복귀작이며, 2021년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였다. 2020년 칸 영화제는 코로나19로 열리지 않았고, 2019년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은 마침 본 브런치에 있어 잠깐 소개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https://brunch.co.kr/@ppeeppae/3
작가주의 경향이 짙은 영화는 감독 그 자체가 된다. 그동안의 작품을 보면 자신에 대한 질문에서 사랑으로 넘어가 <아네트>에서 본격적으로 딸의 존재를 둘러싼 질문을 늘어놓는 것처럼 보인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 위태로운 요트 위에서 추는 왈츠는 전쟁 같은 부부싸움을 수려하게 그린다. 이 장면은 <아네트> 포스터의 대표 이미지로 실렸다. <라라랜드, 2015>에서 미아와 셉이 함께 추던 왈츠와는 차원이 다르다. 카락스 감독은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감독으로서의 삶, 한 여인을 사랑한 남자로서의 삶, 특별한 재능을 가진 딸을 육아하는 아버지로서의 삶 사이에서 무수한 고민을 하였고, 그것에 대한 답을 <아네트>로 작성하여 세상에 내놓았다. 그러나 답을 쉽게 공개하면 재미가 없을지 모르니 생각하고 또 생각하도록 몇 가지 장치를 마련하였다.
영화 <아네트, 2021> 포스터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감독>
스탠딩 코미디 쇼를 하는 헨리와 오페라에서 노래를 하는 안은 결혼 하여 부부가 되었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셀럽으로 사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가십거리가 되어 대중에게 소비된다. 헨리는 코미디로 대중을 '죽여주고', 안은 극 중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대중 대신 '죽어준다'. 대중은 날카로운 것 같다가도 때로는 한없이 우매하게 느껴지는 존재이다. 그들의 코드를 알아채는 것은 쉬운 것 같기도 하고,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결혼을 하고 난 후 자신의 직업에 대한 질문은 더욱 깊이를 더해가고, 꺼내고 싶지 않은 심연과 마주하기도 한다. 미래를 약속한 동반자는 나도 모르는 새 나를 옥죄는 경쟁자가 되어버린다.
바나나를 즐겨먹는 '신의 유인원' 헨리는 '킹콩', 사과를 즐겨먹는 '인간' 안은 '앤'을 닮았다. 헨리는 무대 위에 올라 대중에게 즐거움을 제공하지만, 분노조절이 잘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안은 소프라노라서 높은음으로 소리를 잘 낸다. 1930년대 초기 미국 영화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들은 전통적인 셀럽이었다.
라라랜드에 사랑과 전쟁을 더하면
<한 여인을 사랑한 남자>
헨리는 안을 사랑해서 결혼했고, 딸 아네트를 낳았다. 그러나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질수록 그 불똥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내 안에게 튀어버린다. 지극히 못난 행동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방법으로 자신의 불안을 달래고 있다. 금이 간 부부 사이를 붙여보고자 세 식구는 요트 여행을 떠나지만, 술에 취한 헨리는 강제로 안을 붙들고 왈츠를 추다가 바닷물 속으로 영영 잃어버리고 만다.
헨리와 안 사이에는 한 남자가 있다. 이 남자는 안이 노래를 부를 때 무대 아래에서 피아노 반주를 했었다. 늘꿈에 그리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된 날 그는 이루지 못한 사랑인 안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실례한다고 하면서 독백과 지휘를 반복하는 이 장면은 영화의 백미로 꼽고 싶다. 사실 삼각관계의 완성은 서브 남자 주인공의 매력 발산이 아니겠는가.
헨리와 안 사이에 나의 무대를 갈망하는 지휘자가 있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딸을 육아하는 아버지>
셀럽의 2세는 태어날 때부터 피곤하다. 탯줄을 자르는 순간부터 콘텐츠가 되어 대중에게 소비되기 때문이다. 아네트는 어머니를 잃었지만, 엄마의 재능을 물려받아 노래를 잘 부른다. 헨리는 망가져버린 자신의 꿈을 밀어 두고, 아네트를 데리고 다니며 전 세계를 누빈다. 아버지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고 있던 아네트는 마지막에 아버지와 정면으로 맞서며 '아버지를 사랑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슬픈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자신은 온전하게 사랑을 받기보다는 그저 착취당했다고 고백한다.
영화의 처음과 끝에 카락스 감독과 그의 딸 나스탸가 직접 등장한다. 공교롭게 나스탸의 어머니도 돌아가셨다. 영화의 처음에는 이제 영화가 시작한다고 알리며 조용히 집중하라고 공지하고, 영화의 마지막에는 영화가 재미있었다면 소문을 내달라고 당부한다. 카락스에게 천재 감독이라는 수식어는 허용됐지만, 흥행 감독이라는 수식어는 붙여지지 못했다. <아네트>는 카락스 감독의 첫 영어 영화로 아마존 스튜디오가 배급을 맡아 감독의 전작보다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영화와 현실의 경계 허물기는 <아네트>가 카락스 감독의 것임을 드러내며 선명한 도장을 찍는다.
레오스 까락스 감독과 그의 딸 나스탸
아네트에게 오은영 박사님이 보인다. 아버지와 맞선 후 인형은 죽고, 사람이 다시 태어났다. 혹시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사람이 아닌 인형처럼 대하지 않았는지, 그동안 아이를 착취하지는 않았는지 질문해보자. 그리고 온전한 사랑을 주겠노라 다시 한번 다짐하며 꼭 안아주자. 우리는 서로 너무 많이 사랑하니까. We love each other so much.
* 해당 리뷰는 씨네 랩(CINE LAB) 크리에이터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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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거기까지
요즘의 마블은 앞선 비전을 제시할 때보다 그들이 세운 과거의 영광을 반추할 때 빛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그랬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그랬으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도 그랬다. 데드풀은 현재를 살아갈 때 가장 빛난다. 데드풀이 생사가 오가는 액션 상황에서 그런 농담들을 뱉는 것은 그가 현재에 충실한 인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가 뱉어내는 농담이 바로 지금, 그 상황에 충분한 재미를 제공한다면 그 농담이 여태까지의, 그리고 앞으로의 설정에 미칠 영향에 상관없이 그냥 뱉어내는 것이다. 사실 그래서 데드풀 시리즈는(물론 이 영화 이전까지 두 편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한 번도 발전을 보여주거나 매너리즘을 타파한 적이 없다. 그것은 데드풀 시리즈의 태생적 한계이다. 그리고 데드풀도 거기에 별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을 것이다.
<데드풀과 울버린>에는 다양한 맥락들이 관여되어 있다. 디즈니가 20세기폭스를 인수합병하며 폭스의 히어로들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편입되었고, 폭스의 히어로 영화들 중에는 엑스맨 시리즈만 있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잊혔거나 망한 영화들도 많았으며 이러한 상황에 유용하기 그지없는 마블의 멀티버스 전략은 이미 실패만을 거듭했고, 뿐만 아니라 디즈니의 폭스 인수합병 과정에서 수많은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은 일도 있었기에 디즈니는 폭스와 그들의 여태까지의 작업에 대한 충분한 존중을 보여주어야 했다... 등등. 이 영화를 둘러싼 이러한 복잡한 영화 외적 맥락들을 고려할 때 <데드풀과 울버린>의 대답은 꽤 슬기로운 대답이다. 이 영화엔 엑스맨 시리즈 최악의 작품이라 평가받는 <엑스맨3> 속 뮤턴트들이 대거 등장하며, 그야말로 '실패한' 히어로들인 갬빗과 엘렉트라, 이제는 잊힌 히어로인 웨슬리 스나입스의 블레이드와 같은 캐릭터들이 마침내 제대로 된 엔딩을 맞이한다. 말하자면 <데드풀과 울버린>은 실패한 영웅담에 대한 헌사인 동시에 여태까지의 폭스의 히어로 영화에 대한 존중인 것이다. 이 영화는 실패한 영웅담에 대한 헌사라는 주제의식의 연장선으로 마블의 실패한 멀티버스 사가에 대한 자조까지 다룬다. 데드풀의 입으로 그것을 직접 언급하기도 하고, 후반부 데드풀과 울버린이 수많은 데드풀들을 피 튀기며 해치우는 장면은 멀티버스 설정에 대한 자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데드풀과 울버린>의 이러한 발걸음은 이 영화에 주어진 일종의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영리하고, 마블 팬들이 가장 가려워했던 곳을 긁어주었다는 점에서 유쾌하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이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사실 바라볼 생각이 없다. 그것은 이 영화가 지닌 (결국 데드풀 시리즈라는)태생적 한계이다. 이 영화가 디즈니의 폭스 인수를 둘러싼 복잡한 맥락들을 창의적으로 오락에 이용하고, 멀티버스 프로젝트를 툭 까놓고 자조한 것은 철저히 농담의 방식을 통한 것이다.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인다면 곤란하다. <데드풀과 울버린>이라는 선언을 끝으로 마블은 앞으로의 멀티버스 사가를 완전히 엎어버릴 수 있을까? 물론 마블이 이후의 방향성을 바꾸는 과정 속에서 필모그래피상의 위치를 고려할 때 <데드풀과 울버린>이 상징적인 분기점으로 남을 순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데드풀과 울버린>이 어떤 대안을 제시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 '<데드풀과 울버린>은 마블의 구세주인가?'라는 질문은 별로 중요한 질문이 아니다. 데드풀은 그 말 자체를 농담으로 소비하기 때문이다. <데드풀과 울버린>의 재미는 여전히 과거의 순간에 골몰하는 마블과 역시 현재의 쾌락에 몰두하는 데드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둘 중 미래를 보는 쪽은 없다. 조금 신선해질 뻔했던 <데드풀과 울버린>은 거기서 멈춘다. 물론 데드풀은 별로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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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질라 VS. 콩 영화 후기 / 몬스터 세계의 통합 / 새로운 몬스터버스의 탄생 / 고질라와 콩의 역대급 맞짱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고질라 VS. 콩”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있을법한데, 쿠키영상이 없더라구요~#고질라, #콩, #몬스터버스, #블록버스터, #액션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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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ㄷㄷㄷㄷ 이 영화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습니다. [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 아포칼립스z 종말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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