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11-11 16:21:13
SF 풍년이 될 2023년
트랜스포머&스타트렉
지난 10일 (현지 시간), 파라마운트사가 다가올 영화 <트랜스포머>와 <스타 트렉>의 개봉 연기를 발표하였습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SF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프리퀄로 제작된 <트랜스포머: 라이즈 오브 더 비스트> (Transformers: Rise of the Beasts)은 본래 2022년 6월 24일 개봉될 예정이었는데요. 아쉽게도, <트랜스포머> 속편의 개봉일은 현재 2023년 6월 9일로 약 1년 연기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제목조차 미정인 <스타 트렉> 속편의 개봉일 역시 2023년 6월 9일에서 2023년 12월 22일로 연기되었는데요.
이로써, <트랜스포머>의 다음 장을 열 리부트작은 정체불명의 소니-마블 블록버스터 영화와 같은 날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트랜스포머>가 마블과 정면대결을 펼친다면, <스타 트렉>은 <스타워즈>의 새로운 시즌과 대결을 펼칠 예정이라고 합니다. <스타워즈>의 새 시리즈는 <원더우먼 1984>의 감독으로도 유명한 '패티 젠킨스'로 낙점되었는데요. 이변이 없는 한, 2023년 크리스마스 시즌 극장가는 '스타'들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트랜스포머>의 속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진 바가 많지 않은데요. <트랜스포머: 라이즈 오브 더 비스트>의 감독은 <크리드 2>의 감독이었던 '스티븐 카플 주니어'이며, <인 더 하이츠>의 안소니 라모스와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도미니크 피시백'이 주연을 맡았다고 합니다. 영화는 1994년을 배경으로 한다는 사실 이외에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있는데요. 파라마운트사에 큰 성공을 안겨주었던 흥행 시리즈인 만큼, 차기작 역시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2007년 개봉한 시리즈 제 1편은 '샤이아 라보프'가 주연을 맡아 시리즈의 창대한 시작을 열었으며, 최근 헤일리 스타인펠드가 주연을 맡은 리부트작 <범블비>(2018) 역시 평론가 사이에서 호평을 받으며, 시리즈가 건재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더불어, SF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스타 트렉>의 속편은 제목조차 알려져있지 않은데요. 감독과 출연 배우는 물론이며, 내용조차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영화가 과연 <스타 트렉>의 새 길을 열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파라마운트사의 대표 시리즈의 귀환을 기다려보며
그때까지 영화로운 나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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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자세히 알려드립니다!
?Rabbitgumi 입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개봉한 지 한 주가 지났습니다.
여전히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고 있는데요.
최근 마블 영화들의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죠.
이번 닥터 스트레인지는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마블 영화에요.
완다의 서사가 꽤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어, 시리즈인 완다비전의 내용을 알고 가야 캐릭터 이해가 될 것 같아요.
여러가지 영화에 대한 느낌을 전달 드립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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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오어 티 영화 후기 / 중국영화 맞아?! / 대만 로코인줄 ㅎㅎ / “스물” 느낌의 유쾌한 코믹 드라마
영화직관하는남자 영직남의 "커피 오어 티" 후기입니다.
엔드크레딧과 함께 윈난의 아름다운 풍경과 흥겨운 OST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중국영화, #코미디, #드라마, #팽욱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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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경성크리처> 예고편
1945년 봄 모든 의심의 끝, 옹성병원 그곳에 인간과 괴물이 있었다 《경성크리처》 파트1 12월 22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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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유와 울림이 있는 영화 <땅에 쓰는 시>
<땅에 쓰는 시>는 83세의 나이로 현역 조경가 정영선 님의 삶과 일상을 담은 다큐 영화다. 할아버지 과수원에서 사과 꽃 흩날리는 모습을 보고 자란 그녀는 학창 시절 남다른 글 솜씨로 모두가 시인이 되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꽃과 자연에 대한 타고난 감수성으로 펜으로 시(詩)를 쓰는 대신 흙과 나무, 풀과 꽃들로 땅에 시를 쓰는 삶을 살아왔다.
정영선 님은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를 보고도 감탄하며 그들과 대화를 즐긴다. ‘잘 잤니?’라고 묻고, 집을 나설 때는 ‘잘 다녀올게.’하고 인사한다. 그녀가 정원을 조성할 때 마음에 두는 말이 있다. 삼국사기를 지은 김부식이 백제의 건축을 두고 이야기한 검이불루(檢而不陋)와 조선의 창업을 도운 정도전이 경복궁을 가리켜 말한 화이불치(華而不侈)다. 소박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말이다. 이조 백자로 연상되는 한국의 미적 감각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정영선 조경가의 손을 거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정원 모습은 눈을 뗄 수 없는 벅참을 가져다준다.
선유도 공원
영화는 어린아이가 뛰어노는 선유도공원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겸재 정선은 선유도에서 아름다운 한강의 풍경을 그렸다고 한다. 정영선 님은 폐정수장이 방치된 선유도를 생태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폐허의 흔적 위에 녹색의 생명력을 더하여 찾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안식을 주는 공간이 되었다.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
정영선 님은 여의도 샛강을 메워 대형 주차장과 축구장 시설을 만들겠다는 한강관리사업소의 계획을 듣고 기겁을 했다. 김수영의 시, ‘풀’을 읊으며 멋진 생태공원을 만들고자 관계자를 설득했다. 그렇게 서울 한복판에서 화초와 물고기, 철새가 사는 야생의 자연을 온몸의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생태공원이 탄생했다.
서울아산병원 신관 정원
병원은 기본적으로 콘크리트 건물이다. 환자는 물론 의료진에게도 삭막한 분위기다. 병원은 마음이 힘든 사람이 오는 곳인데 이런 환경에서 어찌 위로를 받을 수 있겠는가. 환자가 나와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쉴 수 있고, 병실에 누운 환자들이 창 너머로 계절의 변화와 생명력을 느낄 수 있고, 그리고 간호하는 가족들이 소리 내어 울거나 쉴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병원에 그럴만한 공간이 어디 있겠는가. 정영선 조경가는 과감히 병원 지하주차장 위에 거대한 인공 숲을 조성하여 힘든 사람들을 품으며 위로하는 정원을 만들었다.
러닝타임 2시간 남짓의 영화를 본 후 정영선 조경가의 손길이 닿은 곳의 탐방리스트를 적어본다. 선유도 공원, 여의도샛강 생태공원, 서울아산병원 신관 정원, 폐철도선을 활용한 경의선숲길, 용인 호암미술관 희원, 남양주시 다산생태공원, 설화수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 아모레퍼시픽 용산 사옥, 크리스천 디올 성수 스토어, 제주 오설록 이니스프리...... 시집을 읽는 마음으로 한국의 미를 담은 정원들을 하나씩 찾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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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둘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매주 월요일 오후 1시, 씨네픽과 함께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와 관객 스코어를 알아보는 시간이 돌아 왔습니다. 오늘은 10월 8일 부터 10일까지의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와 스코어를 알아보도록 할게요!
씨네픽은 영화 박스오피스 예측 어플인만큼 유저들이 직접 개봉 영화의 박스오피스와 스코어를 예측하실 수 있습니다. 씨네픽을 통해 재미는 물론, 상금도 함께 받아가시기 바랍니다.
▼▼자세한 이벤트 내용은 아래를 클릭해주세요▼▼
그럼 10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시작하겠습니다. GOGO~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007 노 타임 투 다이> 2021.9.29 개봉 (개봉 2주차)
주말 관객수 – 212,818명 (10월 8일 ~10일)
누적 관객수 – 981,231명
좌석 판매율 – 10.1%
다니엘 크레이그, 라미 말렉 주연, 6년 만에 전 세계 국내 최초 개봉한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저번 주에 이어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면서 98만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했습니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관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감독 캐리 후쿠나가)는 지난 주말(8~10일 기준)에 21만 2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요. 개봉 첫 주 주말 관객 수(38만 명)에 비하여 다소 줄어든 수치입니다. 이번 주는 거뜬히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가 10월 13일 수요일 개봉 예정인 관계로 앞으로의 박스오피스 1,2위 순위의 변동이 예상됩니다.
2위. 보이스 / 2021.09.15 (개봉 4주차)
주말 관객수 – 84,998명
누적 관객수 – 1,270,416명
좌석 판매율 – 10.6%
2위는 변요한 김무열 주연의 범죄액션 영화 '보이스'가 차지했습니다. '보이스'(감독 김선 김곡)는 같은 기간 8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누적 관객 수 127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여전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3위. 기적 / 2021.09.15 개봉 (개봉 4주차)
주말 관객수 – 42,636명
누적 관객수 – 610,008명
좌석 판매율 – 9.7%
3위는 박정민 임윤아 주연의 힐링영화 '기적'이 계속해서 3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기적'은 지난 주말 4만 2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누적 관객 수는 61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씨네픽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씨네픽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에 참여해주신 참가자 중의 정답자는 총 73명입니다.
이는 참가자 전체 중 21.6%에 해당하며, 정답을 맞추신 모든 분들께 우승자 상금 20만원의 혜택이 주어졌습니다.
모든 참가자분들과 정답자분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씨네픽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비율]
▶씨네픽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에 참가한 사용자 중 무려 86%의 유저 분들이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박스 오피스 순위 1위로 예측한 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4위.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 / 2021.09.15개봉 (개봉 4주차)
주말 관객수 – 12,986명
누적 관객수 – 171,393명
좌석 판매율 – 13.5%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대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앞질러 박스 오피스 4위를 차지했습니다. 무려 지난 주에 비해 2계단 상승했는데요. 관객 수는 1만 2천 여명, 누적 관객 수는17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한글날 연휴를 맞아 많은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예상됩니다.
5위. 용과 주근깨 공주 / 2021.09.29 개봉 (개봉 2주차)
주말 관객수 – 12,100명
누적 관객수 – 47,804명
좌석 판매율 – 10.0%
지난 주와 동일하게 5위는 호소다 마모루의 신작 애니메이션 ’용과 주근깨 공주‘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과 같이 나란히 4,5위에 올랐는데요.
앞으로 애니메이션 강세가 계속 이어질지 궁금해지네요. :)
[북미 박스오피스 소식]
10월 8일 북미 개봉한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개봉 첫 날 북미에서만 $56,007,372 (한화 약 669억)을 벌어들이며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했습니다. 지난 주말(8일~10일)까지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박스오피스 1위는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차지했으며, 누적매출액은 $56,077, 372(한화 약 669억)입니다.
같은 날 기준 북미 박스오피스 2위는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입니다.
주말 박스오피스 매출액은 $32,000,000(한화 약 383억)을 기록했으며, 누적 매출액 $141,665,616(한화 약 1694억)을 기록했습니다.
뒤를 이어 <아담스 패밀리 시즌2>가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했으며 전 주 대비 매출액은 약 42% 감소했으며, 누적매출은 $31,140,891(한화 372억)입니다.
4위와 5위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그리고 <더 매니 세인츠 오브 뉴어크>가 차지했습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주말 매출액 $4,200,000(약 50억)을 기록했으며 누적매출액 $212,456,765(약 2,540 억)을 기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더 매니 세인츠 오브 뉴어크>는 주말매출액 $1,450,000(약 17억), 누적매출액 $7,407,052(약 88억)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007 노 타임 투 다이>와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박스오피스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할리우드 대작 영화들이 개봉예정인 만큼 앞으로의 추이가 정말 기대가 되는데요.
그럼 다음 주도 씨네픽은 재미나고 알찬 박스오피스 소식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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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사랑이 머무는 순간, 도르래가 움직인다" 영화 <곤돌라> 관람 후기
[JIFF 데일리] '사랑이 머무는 순간, 도르래가 움직인다'
영화 <곤돌라> 관람 후기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곤돌라>
제목 : 곤돌라(Gondola)
감독 : 바이트 헬머
러닝타임 : 85분
관람 등급 : 전체 관람가
시놉시스 : 케이블카는 산골과 계곡의 마을을 연결한다. 케이블카 승무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이바. 두 개의 케이블카 중 하나가 올라가면 다른 한 대가 내려가고... 케이블카는 중간에서 만나기 마련이다. 다른 케이블카에 타고 있는 승무원의 이름은 니노. 이바와 니노는 30분마다 지나가면서 서로를 만나고 어느날, 그들은 합심하여 상사에게 맞서기로 한다.
곤돌라(Gondola). 케이블카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번 영화를 기점으로 정확한 의미를 확인했습니다. 단어는 총 세 가지 의미를 지칭하고 있었습니다. 1.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작은 보트 2. 비행선이나 기구 따위에 달린 바퀴 3. 고층 건물의 옥상에 설치하여 짐을 올리는 시설. 영화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깊은 산 속과 계곡 주변의 마을 사람들을 이어주는 2, 3번의 뜻을 가진 곤돌라를 보여줍니다. 두 주인공과 동내 꼬마 아이들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담으며 마지막으로 4번째 ‘사랑을 실어 나르는 관계’라는 의미까지 추가합니다.
영화의 시작은 누군가의 죽음과 주인공의 등장으로 시작합니다. 케이블카로 관을 옮긴다는 점과 관 위에 직원 옷을 올려두었다는 점 등 정황상 곤돌라 직원의 죽음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케이블카와 관이 함께 지나가며 마을 주민들이 애도하는 장면이 영화 가장 초반에 만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곤돌라에 관을 실어 나르는 장면마저 기예르모 델 토르 감독님의 서늘한 동화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장례식을 영화 초반부에 배치한 점과 케이블카의 흐름에 따라 이어지는 시선은 블랙 코미디와 비유로 가득한 영화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죠. 결과적으로 곤돌라의 공석은 새로운 주인공이 ‘직원복이 맞아서’ 차지하게 됩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가벼운 이유로 시작한 것이죠.
상영이 시작하고 가장 먼저 놀란 점은 ‘무성 영화’라는 점입니다. 오래전 고딕한 영화가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인간의 목소리를 담을 수 없었던 것과 달랐습니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대사가 없었고, 문장으로 이루어진 설명이 없다 보니 처음부터 관객은 화면에서 얻을 수 있는 시각 정보를 얻기 위해 빠르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구어체가 사라진 세상에서는 배우의 눈짓, 미세한 표정 변화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여기에 마찬가지로 창작자의 감성이 묻은 강렬한 효과음과 감미로운 음악이 찾아옵니다. ‘무성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웨스 앤더슨 감독의 아름다운 색감과 황금비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팀 버튼 감독의 빅피쉬 같은 독창적인 상상력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관람을 추천합니다.
이후 두 세가지 시퀀스가 이어집니다. 대부분 곤돌라 직원인 두 여인의 타오르기 시작하는 사랑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특히 상차행, 하차행 케이블카가 마주치는 순간을 재밌게 묘사하는 점은 미셸 공드리 감독의 ‘무드 인디고’가 생각났습니다. 언젠가 비행기에 올라탄 승무원이 되고 싶은 주인공은 케이블카를 비행기, 버스, 증기선 모양으로 꾸미죠. 일련의 사건으로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증오가 쌓인 상태에서는 케이블카는 곧 전차로 변신해 혈투의 현장이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이 깊어지면 곤돌라는 신혼행 웨딩카로 변하죠. 곤돌라는 두 주인공과 마을 사람들의 감정을 빗대는 장치이자 소통을 이어주는 연결점으로 묘사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곤돌라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상상력을 극한까지 긁어 모았고, 그것을 아날로그 감성이 듬뿍 담긴 시선으로 제작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감독하신 ‘바이트 헬머’ 감독님은 1999년 영화 ‘투발루’로 데뷔해 ‘브라이 이야기’, ‘우리친구 피들스틱스’ 등 전체적으로 동화적인 포근한 감성이 담긴 영화에 집중하고 계십니다. 시네퀘스트 영화제 코미디부문 최우수 장편영화상, 스웨덴 판타스틱영화제 관객상을, 바에른 영화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이력을 가진 분이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영화는 어른 동화처럼 따뜻하지만 아찔한 시선을 갖고 있습니다. 영화가 동화 같은 이유는 총 세가지입니다. 첫번째는 ‘필름 카메라 감성 같은 색감 선정’입니다. 푸르름이 사방에 깔린 산골 마을에서 원색 계열의 옷들은 초록색과 극명하게 대비하며 시각적으로 만족감을 주었습니다. 유럽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지역의 고산 지역에서 추억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면 분명 관람을 추천합니다.
두번째는 ‘사랑은 곤돌라를 타고’라는 점입니다. 영화는 내내 사랑하는 서로가 보내고 받고, 당기고 밀어주는 요소로 가득했습니다. 특히 곤돌라 직원으로서 상대와 많이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보여줍니다. 일정 간격으로 서로 번갈아 체스를 두며 상대를 약 올리기도, 승차장에 선물을 올려두고 반응을 살피기도 합니다. 간질거리는 애정 표현은 악의 없는 순수함으로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위적이지 않은 간접적인 소리’입니다. 대사가 없는 영화기에 시각적인 부분과 효과음이 매우 크게 작동합니다. 발걸음 소리, 곤돌라가 움직이는 기계음 소리 등 일상보다 몇 배는 확대한 효과음처럼 들렸습니다. 특히 유리잔 위를 물 묻은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피어나는 우주를 담은 것 같은 소리 등 구어체가 전할 수 없는 부분을 영화는 청각적인 대체재로 가득하게 만들었죠. 다회차 상영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눈을 감고 영화를 관람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작품 중 손에 꼽고 싶은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두 여성의 사랑을 거칠지 않고 부드러운 초여름 날씨처럼 표현했다는 점, 중력을 거스르고 마찰을 줄이는 도르래를 사랑과 관계로 표현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무주산골영화제에서 또 만나길 희망할 정도였습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극한으로 달려가는 두 여인의 감정선에 집중했다면, 이번 <곤돌라>는 동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사랑이 어떻게 곤돌라로 이어지는지를 중점으로 두었다고 생각합니다. 필름, LP, 투박한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관람하시길 추천합니다.
2024.05.03 CGV전주고사 2관(202)
2024.05.05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410)
2024.05.10 메가박스 전주객사 6관(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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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無言)이 보여주는 감정의 하모니
*씨네랩 크리에이터 활동의 일환으로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두 곤돌라는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달려간다. 가까워지더라도 결코 만날 수 없는 평행선 위에서 그들이 교차하는 순간, 오묘한 마음이 서로의 곤돌라에 탑승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시작부터 끝까지 대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의 단발적인 환호 소리나 곤돌라의 기계음, 그리고 음악을 제외하고선 음성을 통해 이뤄지는 감정 전달은 결코 없다. 그러니 그들은 전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직접 몸을 부딪혀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소년은 소녀에게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 폐자전거의 바퀴를 분해해 서로의 창문에 고정한 뒤, 바구니 속에 케이크를 담아 건네준다. 그러나 소녀의 냉혹한 평가에 그는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이처럼 마을 사람들은 행동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휠체어를 끌지만 곤돌라에 타고 싶은 한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탑승장에 방문한다. 매번 문전 박대를 당해도 그는 굴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그는 곤돌라에 매달려 마을을 실컷 구경할 수 있게 된다.
승무원들은 조금 더 재밌는 방법을 사용한다. 비행기 승무원으로 분장하기도 하고, 찰리 채플린이 되어 세상 단 하나뿐인 개그맨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서로를 향한 걷잡을 수 없는 마음처럼, 곤돌라는 비행기가 되고, 자동차가 되고, 배가 되고, 우주선이 되어 서로에게 달려간다. 과한 설정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슬랩스틱 코미디 형식의 이 장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실없는 웃음이 터지게 만들어 그들의 사랑에 빠져들게 만든다.
세심한 감정은 음악으로 표현된다. 바이올린의 선율에 맞춰 트럼펫이 자연스레 녹아드는 그들의 하모니는 말이 없어도 사랑이란 감정을 확실히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을 사람들이 두 승무원을 위해 준비한 이벤트 시간, 곤돌라에 탑승한 둘은 정제된 음악이 아니라 각종 생활 도구의 어색한 마찰음을 듣게 된다. 그러나 오히려 이 지점에서 마을 사람들의 진심이 느껴진다. 완벽한 소통이 아닌 미완성의 표현으로 우리는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영화가 끝난 뒤엔 사람들의 말소리가 되려 어색하게 들린다. 그리고 잠시 동안 입을 열지 않고 세상의 소음에 더 귀 기울여보고 싶어진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따뜻한 포옹을 해주고 싶어지는 영화, <곤돌라> 후기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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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 나이트> ★★ 초속 5mm
<그린 나이트>
21세기 들어 서서히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영화계(특히 할리우드)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위기를 타개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널리 팔린 마블-DC 코믹스 기반의 히어로 영화를 만들고, 이미 나와있는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로 리메이크하기도 하며, 오랜 설화와 신화에서 소재를 잔뜩 가져다 쓰기도 하죠. 아무렴 잘 닦아놓은 길을 걸어가는 게 머리를 짜내 새로운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써서 황무지를 헤쳐나가는 거보다 평가+흥행적으로 훨씬 안정적일 테니까요.
▲ '원탁의 기사'를 소재로 하는 수많은 영화들
그런 의미에서 영국의 전설 '원탁의 기사'는 쉴 새 없이 우려먹어도 뽑아낼게 많은 매우 훌륭한 기출 답안이 되고 있습니다. 이 작품 소재로 한 영화만 1년에 최소 1-2편씩 극장에서 매년 개봉하고 있으니 사골도 이런 훌륭한 사골이 없죠.
대충 최근 개봉작 생각나는 것만 해도 <킹 아서: 제왕의 검>(2015),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2017), <왕이 될 아이>(2019), <레드 슈즈>(2019)... 등등 넘쳐나니까요.
▲ 이번엔 A24가 이 전설을 각색했습니다
이번에는 예술영화 전문 제작사 'A24'가 또 이 원탁의 기사 이야기로 <그린 나이트>를 만들어 왔습니다. 정확히는 원탁의 기사 중 '아서 왕'의 친척이자 오른팔인 기사 '가웨인'의 이야기를 들고 말이죠.
참고로 영화는 개봉 이전에 '씨네랩' 초청으로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참석하여 보고 왔습니다. 관계자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 아서왕의 오른팔 '가웨인'의 이야기 <그린 나이트>
<그린 나이트>의 시놉시스
중세 시대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 만찬을 즐기고 있는 원탁의 기사들 앞에 나타난 녹색 기사 '그린 나이트'(랄프 이네슨)가 나타나서 자신의 목을 내리치면 명예를 얻을 수 있지만, 1년 후 똑같이 목을 대야 한다는 게임을 제안합니다. 아무도 함부로 나서지 못하고 있을 때, 아서왕의 조카 '가웨인'(데브 파텔)이 이에 응하고 그는 손수 목을 칩니다.
그렇게 1년 후, 그는 연인 '에셀'(알리시아 비칸데르) 등 소중한 사람을 등지고 명예를 위해 녹색 기사를 향한 아주 먼 길을 떠나게 되는데...
▲ 녹색 기사를 향한 여정을 담은 <그린 나이트>
★주의★
'영화의 주제와 특징'부분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스포 당하기 싫으신 분들은
'영화를 보고...'부분까지
쭉 넘어가 주시길...<그린 나이트>의 주제와 특징
'중세 기사문학'하면 영웅이 되려는 기사가 모험을 나서서 종국에 영광을 얻고 돌아오는 시나리오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보통은 여기서 괴물이랑 싸우는 처절한 액션+가는 동안 만나는 여자와의 스쳐 지나가는 사랑 등을 이야기하기 마련이죠.영화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린 나이트>는 사실상 이 구도를 그대로 따라가는 로드무비거든요.
▲ 로드무비 스타일을 따르는 <그린 나이트>
여기서 우리는 이 영화의 제작사 'A24'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A24가 과거에 만든 영화들
할리우드에서 '서치라이트 픽처스'와 함께 예술영화 제작사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A24는 <엑스 마키나>(2015), <플로리다 프로젝트>(2018), <레이디버드>(2018), <미드소마>(2019) 등등 개성 넘치는 수많은 작품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쯤 되면 슬슬 감이 오시겠지만 이 영화는 상업성과 거리가 매우 멀다는 걸 짐작하실 수 있겠죠?
▲ 영화는 상업성과 거리가 매우 매우 멉니다.
영화는 내용은 지극히 단순합니다. 원탁의 기사 중 'Sir Gawain and the Green Knight(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라는 1500년대 장편 시의 스토리를 차분히 따라가죠.
그런데 녹색 기사의 목을 내리치는 순간부터 가웨인의 목을 치는 순간까지의 로드무비 모험극은 흔히 우리가 봐왔던 <반지의 제왕>이나 <왕좌의 게임>시리즈와는 결이 많이 다릅니다... 아니다. 하나도 같은 점이 없다고 봐도 무리가 없죠.
▲ 우리가 주로 보는 판타지 영화와 결이 달라도 너무나 다른 <그린 나이트>
기껏 성수까지 뿌려준 방패는 10분 만에 써보지도 못하고 두 동강 나고, 모험을 나선 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가웨인은 칼이나 도끼를 단 한 번도 똑바로 휘두르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액션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도 없고, 당당함과 자신감이 넘쳐야 할 기사의 얼굴에는 근심과 서러움 만이 가득합니다.
계속 보다 보면 작중내내 가웨인 입가에 제대로 된 미소란 찾아볼 수 없는 데다, 날강도들에게 물건을 다 털리거나 독버섯 먹고 죽기 직전까지 가는 등... 이게 무슨 기사인가 싶은 생각까지 들게 됩니다.
처음엔 왜 이렇게 영화가 전개되는 건가 당황스러웠는데, 생각을 좀 해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더군요.
▲ 일부로 주인공 심리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수많은 장치들
서양권 교도소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Dead Man Walking"
감옥의 사형수가 전기의자로 걸어갈 때 하는 말이죠.
마찬가지로 작중 인형극으로 수없이 언급되듯이 가웨인은 영웅이 되러 가는 게 아니라 죽으러 가는 게 너무나 명확하니까 고의적으로 이런 심리 상황을 영화로 진득하게 표현한 게 아닐까 싶더군요.
▲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는 너무 느~립니다
사람은 죽기 직전에 주마등(파노라마)처럼 인생이 스쳐 지나간다고 합니다. 그만큼 시간이 왜곡돼서 흘러간다고 하죠. 이를 반영했듯이 영화의 흐름은 아~~~주~~~느~~~리~~~게 전개됩니다. 마치 작중에 수없이 보여진 녹색 식물이 자라듯, 초속 5mm 정도로 천천히 전개되죠.
영화는 대충 잔가지 다 치고 썰 풀면 5분 안에 설명할 내용을 러닝타임으로 130분으로 늘렸고, 덕분에 감독 '데이빗 로워리'가 이걸 의도했든 안 했든 엄청나게 영화는 길게 늘어집니다.
▲ 일반적인 대중의 시선으로는 좋은 평가 주기 어렵네요.
늘어진 수준이 얼마나 지나치면 최소한 원작인 원탁의 기사 내용을 아는 사람이나 이런 영화에 익숙한 평론가라면 가웨인에 감정을 이입하면서 꽤 좋게 볼 수 있겠으나, 그런 기본 배경이 없는 일반인들은 '이게 뭐야?'하면서 황당해 할 정도입니다.
저도 웬만하면 예술영화 특성상 긍정적으로 봐주려고 했는데 이건 정도가 심해도 좀 많이 심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졸린 영화 만들어 놓고 예술영화라고 주장하는 상황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 여러모로 기법이 훌륭하긴 한데...
그나마 중간중간 적절히 패닝(Panning)-롤링(Rolling) 등을 활용한 여러 가지 훌륭한 촬영기법과 끊임없이 현란한 색채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한껏 살린 건 정말 좋았습니다. 이 점 덕분에 데브 파텔의 연기력이 더 부각되는 면이 있는 건 덤이고요.
그러나 이런 장점까지 종합해도 일반적인 관객들에게 합격점 맞기는 쉽지 않을 거 같네요.
▲ 종합적으로 잘 만들었으나 재밌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린 나이트>를 보고..
<그린 나이트>는 분명 잘 만든 영화입니다. 중세 시대 전설인 가웨인의 심리 변화를 중심으로 아주 천천히 전개된 영화는 연기, 촬영, 연출의 의도성 면에선 충분히 박수받을만합니다.
하지만 '잘 만든 영화'랑 '재밌는 영화'는 완전히 별개죠. 이건 흔히 볼 수 있는 재밌는 판타지 영화를 생각하면 제대로 뒤통수 맞을 수준입니다.
▲ 평가 꽤나 심각하게 나뉠 거 같네요.
이거 호불호 좀 심각하게 갈릴 거 같은데, 전 불호에 더 가깝습니다. 아직 제 뇌 속 평가 기준은 비평가보단 관람객과 일반 대중들에 더 가까우니까요.
게다가 영화가 다 끝날 때쯤(여우가 갑자기 말하는 시점)에 앞쪽에서 고개를 옆으로 숙인 채 졸고 있던 아저씨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면, 개인적으로 <그린 나이트>를 섣불리 주위 사람에게 추천하기는 어려울 거 같습니다.
"당신은 기사가 아니에요"
<그린 나이트>
★★
초속 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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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마음 속 숨겨둔 비밀의 언덕
우리 모두는 저마다 어릴 적의 비밀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지금보다 더 욕망에 충실했고 그렇기에 결핍이 많았던 유년기의 많은 거짓말들과 비밀들. 다시 돌아보면 부끄럽기도, 씁쓸하기도, 또는 소중하기도 한 아득한 기억들을 스스로 마주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성장을 경험한다. 영화 <비밀의 언덕>은 이렇듯 나 자신만이 아는 비밀스러운 성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명은은 또래보다 섬세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다. 한참 동안 공들여 고른 선물의 리본 색깔 하나에도 온 신경을 기울이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어 하며, 같은 반 아이들이 보지 못하는 곳을 세심히 들여다보는 모습을 우리는 영화의 초반에서부터 발견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명은은 인정받고자 하고, 누구보다 잘하고자 하는 욕망이 큰 아이이기도 하다. 선생님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싶고, 다른 아이들보다 잘하고 싶으며, 무엇보다 부모님의 인정을 받고 싶어한다. 이런 명은이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가장 숨기고 싶은 것은 바로 가족이다. 게으르고 무능력한 아버지와 억척스러운 어머니의 존재는 명은을 자꾸만 작아지게 만든다.
명은이 가진 섬세한 관찰력과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은 이내 결핍과 질투를 만들어낸다. 이를 동력으로 명은은 자신이 떠올리는 이상적인 모습의 ‘가짜 가족’을 만들어 내고, ‘진짜 가족’의 존재는 점점 지워낸다. 아버지는 성실한 회사원, 어머니는 다정한 가정주부임을 친구들에게 증명하기 위해 거짓말과 위조까지 서슴지 않으며 위태로운 거짓의 삶을 이어나간다.
한편 명은이 글을 쓰는 동력 역시도 섬세한 감수성과 인정욕에서부터 비롯된다. 결핍과 질투를 힘으로 써 내려간 명은의 글이 글쓰기 대회에서 수상할수록, 명은의 마음속에서 ‘진짜 명은’과 ‘가짜 명은’의 위치는 전복된다. 그러나 어느 날 전학생 ‘혜진’이 전학 오면서, 가짜 명은의 일상은 균열을 맞는다. 자신과는 달리 말하기 부끄러운 이야기를 의연하게 내뱉는 혜진을 보며 명은은 혼란스러워 한다. 그리고 이내 명은은 ‘솔직하게 쓰면 된다’는 혜진의 말을 따라 처음으로 자신의 진심을 담은 글을 써 시에서 개최하는 대회에 출품하고 대상을 수상하게 되지만, 자신의 진심이 세상에 공개되면 가족이 상처받게 될 것과 비밀이 모두 알려지게 될 것이 두려웠던 명은은 결국 대상 수상을 포기한다. 돌려받은 원고지를 소중하게 품에 안고, 흙과 풀 사이 조심스럽게 비밀을 묻는 명은. 우리는 모두 그 아이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렇기에 우리는 명은의 거짓말들을 마냥 비난할 수 없고, 그 속에서 상처받았을 아이의 마음을 짐작하며 마음 아파한다.
극 중에서 명은이 쓴 글에는 “가족은 무엇일까요? 저에게 가족은 물음표에요.”라는 문장이 있다. 그러나 명은에게 가족이 물음표라면, 가족들에게도 명은은 물음표다. 섬세하고 예민한 명은을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무감한 가족들은 아이의 결핍과 상처를 짐작은 할 수 있을지언정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명은 역시 이들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명은은 ‘나’라는 경계 밖의 세상에 대한 불가해를 무릅쓰고 그럼에도 타인을 헤아려보고자 하는 마음과, 비겁한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려는 용기 속에서 성장한다.
영화 속 명은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마음 어딘가에 존재하는, 유년 시절의 비밀을 묻어두었던 부끄러운 언덕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시절 작은 비밀 하나에 마음 졸였던 어린 자신의 등을 다정히 쓰다듬어 주듯 따뜻한 마음으로 명은의 비밀을 지켜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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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자세히 알려드립니다!
?Rabbitgumi 입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개봉한 지 한 주가 지났습니다.
여전히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고 있는데요.
최근 마블 영화들의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죠.
이번 닥터 스트레인지는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마블 영화에요.
완다의 서사가 꽤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어, 시리즈인 완다비전의 내용을 알고 가야 캐릭터 이해가 될 것 같아요.
여러가지 영화에 대한 느낌을 전달 드립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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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오어 티 영화 후기 / 중국영화 맞아?! / 대만 로코인줄 ㅎㅎ / “스물” 느낌의 유쾌한 코믹 드라마
영화직관하는남자 영직남의 "커피 오어 티" 후기입니다.
엔드크레딧과 함께 윈난의 아름다운 풍경과 흥겨운 OST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중국영화, #코미디, #드라마, #팽욱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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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경성크리처> 예고편
1945년 봄 모든 의심의 끝, 옹성병원 그곳에 인간과 괴물이 있었다 《경성크리처》 파트1 12월 22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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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유와 울림이 있는 영화 <땅에 쓰는 시>
<땅에 쓰는 시>는 83세의 나이로 현역 조경가 정영선 님의 삶과 일상을 담은 다큐 영화다. 할아버지 과수원에서 사과 꽃 흩날리는 모습을 보고 자란 그녀는 학창 시절 남다른 글 솜씨로 모두가 시인이 되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꽃과 자연에 대한 타고난 감수성으로 펜으로 시(詩)를 쓰는 대신 흙과 나무, 풀과 꽃들로 땅에 시를 쓰는 삶을 살아왔다.
정영선 님은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를 보고도 감탄하며 그들과 대화를 즐긴다. ‘잘 잤니?’라고 묻고, 집을 나설 때는 ‘잘 다녀올게.’하고 인사한다. 그녀가 정원을 조성할 때 마음에 두는 말이 있다. 삼국사기를 지은 김부식이 백제의 건축을 두고 이야기한 검이불루(檢而不陋)와 조선의 창업을 도운 정도전이 경복궁을 가리켜 말한 화이불치(華而不侈)다. 소박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말이다. 이조 백자로 연상되는 한국의 미적 감각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정영선 조경가의 손을 거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정원 모습은 눈을 뗄 수 없는 벅참을 가져다준다.
선유도 공원
영화는 어린아이가 뛰어노는 선유도공원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겸재 정선은 선유도에서 아름다운 한강의 풍경을 그렸다고 한다. 정영선 님은 폐정수장이 방치된 선유도를 생태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폐허의 흔적 위에 녹색의 생명력을 더하여 찾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안식을 주는 공간이 되었다.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
정영선 님은 여의도 샛강을 메워 대형 주차장과 축구장 시설을 만들겠다는 한강관리사업소의 계획을 듣고 기겁을 했다. 김수영의 시, ‘풀’을 읊으며 멋진 생태공원을 만들고자 관계자를 설득했다. 그렇게 서울 한복판에서 화초와 물고기, 철새가 사는 야생의 자연을 온몸의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생태공원이 탄생했다.
서울아산병원 신관 정원
병원은 기본적으로 콘크리트 건물이다. 환자는 물론 의료진에게도 삭막한 분위기다. 병원은 마음이 힘든 사람이 오는 곳인데 이런 환경에서 어찌 위로를 받을 수 있겠는가. 환자가 나와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쉴 수 있고, 병실에 누운 환자들이 창 너머로 계절의 변화와 생명력을 느낄 수 있고, 그리고 간호하는 가족들이 소리 내어 울거나 쉴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병원에 그럴만한 공간이 어디 있겠는가. 정영선 조경가는 과감히 병원 지하주차장 위에 거대한 인공 숲을 조성하여 힘든 사람들을 품으며 위로하는 정원을 만들었다.
러닝타임 2시간 남짓의 영화를 본 후 정영선 조경가의 손길이 닿은 곳의 탐방리스트를 적어본다. 선유도 공원, 여의도샛강 생태공원, 서울아산병원 신관 정원, 폐철도선을 활용한 경의선숲길, 용인 호암미술관 희원, 남양주시 다산생태공원, 설화수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 아모레퍼시픽 용산 사옥, 크리스천 디올 성수 스토어, 제주 오설록 이니스프리...... 시집을 읽는 마음으로 한국의 미를 담은 정원들을 하나씩 찾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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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둘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매주 월요일 오후 1시, 씨네픽과 함께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와 관객 스코어를 알아보는 시간이 돌아 왔습니다. 오늘은 10월 8일 부터 10일까지의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와 스코어를 알아보도록 할게요!
씨네픽은 영화 박스오피스 예측 어플인만큼 유저들이 직접 개봉 영화의 박스오피스와 스코어를 예측하실 수 있습니다. 씨네픽을 통해 재미는 물론, 상금도 함께 받아가시기 바랍니다.
▼▼자세한 이벤트 내용은 아래를 클릭해주세요▼▼
그럼 10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시작하겠습니다. GOGO~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007 노 타임 투 다이> 2021.9.29 개봉 (개봉 2주차)
주말 관객수 – 212,818명 (10월 8일 ~10일)
누적 관객수 – 981,231명
좌석 판매율 – 10.1%
다니엘 크레이그, 라미 말렉 주연, 6년 만에 전 세계 국내 최초 개봉한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저번 주에 이어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면서 98만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했습니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관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감독 캐리 후쿠나가)는 지난 주말(8~10일 기준)에 21만 2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요. 개봉 첫 주 주말 관객 수(38만 명)에 비하여 다소 줄어든 수치입니다. 이번 주는 거뜬히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가 10월 13일 수요일 개봉 예정인 관계로 앞으로의 박스오피스 1,2위 순위의 변동이 예상됩니다.
2위. 보이스 / 2021.09.15 (개봉 4주차)
주말 관객수 – 84,998명
누적 관객수 – 1,270,416명
좌석 판매율 – 10.6%
2위는 변요한 김무열 주연의 범죄액션 영화 '보이스'가 차지했습니다. '보이스'(감독 김선 김곡)는 같은 기간 8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누적 관객 수 127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여전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3위. 기적 / 2021.09.15 개봉 (개봉 4주차)
주말 관객수 – 42,636명
누적 관객수 – 610,008명
좌석 판매율 – 9.7%
3위는 박정민 임윤아 주연의 힐링영화 '기적'이 계속해서 3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기적'은 지난 주말 4만 2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누적 관객 수는 61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씨네픽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씨네픽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에 참여해주신 참가자 중의 정답자는 총 73명입니다.
이는 참가자 전체 중 21.6%에 해당하며, 정답을 맞추신 모든 분들께 우승자 상금 20만원의 혜택이 주어졌습니다.
모든 참가자분들과 정답자분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씨네픽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비율]
▶씨네픽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에 참가한 사용자 중 무려 86%의 유저 분들이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박스 오피스 순위 1위로 예측한 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4위.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 / 2021.09.15개봉 (개봉 4주차)
주말 관객수 – 12,986명
누적 관객수 – 171,393명
좌석 판매율 – 13.5%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대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앞질러 박스 오피스 4위를 차지했습니다. 무려 지난 주에 비해 2계단 상승했는데요. 관객 수는 1만 2천 여명, 누적 관객 수는17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한글날 연휴를 맞아 많은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예상됩니다.
5위. 용과 주근깨 공주 / 2021.09.29 개봉 (개봉 2주차)
주말 관객수 – 12,100명
누적 관객수 – 47,804명
좌석 판매율 – 10.0%
지난 주와 동일하게 5위는 호소다 마모루의 신작 애니메이션 ’용과 주근깨 공주‘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과 같이 나란히 4,5위에 올랐는데요.
앞으로 애니메이션 강세가 계속 이어질지 궁금해지네요. :)
[북미 박스오피스 소식]
10월 8일 북미 개봉한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개봉 첫 날 북미에서만 $56,007,372 (한화 약 669억)을 벌어들이며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했습니다. 지난 주말(8일~10일)까지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박스오피스 1위는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차지했으며, 누적매출액은 $56,077, 372(한화 약 669억)입니다.
같은 날 기준 북미 박스오피스 2위는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입니다.
주말 박스오피스 매출액은 $32,000,000(한화 약 383억)을 기록했으며, 누적 매출액 $141,665,616(한화 약 1694억)을 기록했습니다.
뒤를 이어 <아담스 패밀리 시즌2>가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했으며 전 주 대비 매출액은 약 42% 감소했으며, 누적매출은 $31,140,891(한화 372억)입니다.
4위와 5위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그리고 <더 매니 세인츠 오브 뉴어크>가 차지했습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주말 매출액 $4,200,000(약 50억)을 기록했으며 누적매출액 $212,456,765(약 2,540 억)을 기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더 매니 세인츠 오브 뉴어크>는 주말매출액 $1,450,000(약 17억), 누적매출액 $7,407,052(약 88억)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007 노 타임 투 다이>와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박스오피스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할리우드 대작 영화들이 개봉예정인 만큼 앞으로의 추이가 정말 기대가 되는데요.
그럼 다음 주도 씨네픽은 재미나고 알찬 박스오피스 소식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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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사랑이 머무는 순간, 도르래가 움직인다" 영화 <곤돌라> 관람 후기
[JIFF 데일리] '사랑이 머무는 순간, 도르래가 움직인다'
영화 <곤돌라> 관람 후기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곤돌라>
제목 : 곤돌라(Gondola)
감독 : 바이트 헬머
러닝타임 : 85분
관람 등급 : 전체 관람가
시놉시스 : 케이블카는 산골과 계곡의 마을을 연결한다. 케이블카 승무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이바. 두 개의 케이블카 중 하나가 올라가면 다른 한 대가 내려가고... 케이블카는 중간에서 만나기 마련이다. 다른 케이블카에 타고 있는 승무원의 이름은 니노. 이바와 니노는 30분마다 지나가면서 서로를 만나고 어느날, 그들은 합심하여 상사에게 맞서기로 한다.
곤돌라(Gondola). 케이블카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번 영화를 기점으로 정확한 의미를 확인했습니다. 단어는 총 세 가지 의미를 지칭하고 있었습니다. 1.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작은 보트 2. 비행선이나 기구 따위에 달린 바퀴 3. 고층 건물의 옥상에 설치하여 짐을 올리는 시설. 영화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깊은 산 속과 계곡 주변의 마을 사람들을 이어주는 2, 3번의 뜻을 가진 곤돌라를 보여줍니다. 두 주인공과 동내 꼬마 아이들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담으며 마지막으로 4번째 ‘사랑을 실어 나르는 관계’라는 의미까지 추가합니다.
영화의 시작은 누군가의 죽음과 주인공의 등장으로 시작합니다. 케이블카로 관을 옮긴다는 점과 관 위에 직원 옷을 올려두었다는 점 등 정황상 곤돌라 직원의 죽음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케이블카와 관이 함께 지나가며 마을 주민들이 애도하는 장면이 영화 가장 초반에 만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곤돌라에 관을 실어 나르는 장면마저 기예르모 델 토르 감독님의 서늘한 동화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장례식을 영화 초반부에 배치한 점과 케이블카의 흐름에 따라 이어지는 시선은 블랙 코미디와 비유로 가득한 영화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죠. 결과적으로 곤돌라의 공석은 새로운 주인공이 ‘직원복이 맞아서’ 차지하게 됩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가벼운 이유로 시작한 것이죠.
상영이 시작하고 가장 먼저 놀란 점은 ‘무성 영화’라는 점입니다. 오래전 고딕한 영화가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인간의 목소리를 담을 수 없었던 것과 달랐습니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대사가 없었고, 문장으로 이루어진 설명이 없다 보니 처음부터 관객은 화면에서 얻을 수 있는 시각 정보를 얻기 위해 빠르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구어체가 사라진 세상에서는 배우의 눈짓, 미세한 표정 변화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여기에 마찬가지로 창작자의 감성이 묻은 강렬한 효과음과 감미로운 음악이 찾아옵니다. ‘무성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웨스 앤더슨 감독의 아름다운 색감과 황금비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팀 버튼 감독의 빅피쉬 같은 독창적인 상상력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관람을 추천합니다.
이후 두 세가지 시퀀스가 이어집니다. 대부분 곤돌라 직원인 두 여인의 타오르기 시작하는 사랑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특히 상차행, 하차행 케이블카가 마주치는 순간을 재밌게 묘사하는 점은 미셸 공드리 감독의 ‘무드 인디고’가 생각났습니다. 언젠가 비행기에 올라탄 승무원이 되고 싶은 주인공은 케이블카를 비행기, 버스, 증기선 모양으로 꾸미죠. 일련의 사건으로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증오가 쌓인 상태에서는 케이블카는 곧 전차로 변신해 혈투의 현장이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이 깊어지면 곤돌라는 신혼행 웨딩카로 변하죠. 곤돌라는 두 주인공과 마을 사람들의 감정을 빗대는 장치이자 소통을 이어주는 연결점으로 묘사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곤돌라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상상력을 극한까지 긁어 모았고, 그것을 아날로그 감성이 듬뿍 담긴 시선으로 제작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감독하신 ‘바이트 헬머’ 감독님은 1999년 영화 ‘투발루’로 데뷔해 ‘브라이 이야기’, ‘우리친구 피들스틱스’ 등 전체적으로 동화적인 포근한 감성이 담긴 영화에 집중하고 계십니다. 시네퀘스트 영화제 코미디부문 최우수 장편영화상, 스웨덴 판타스틱영화제 관객상을, 바에른 영화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이력을 가진 분이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영화는 어른 동화처럼 따뜻하지만 아찔한 시선을 갖고 있습니다. 영화가 동화 같은 이유는 총 세가지입니다. 첫번째는 ‘필름 카메라 감성 같은 색감 선정’입니다. 푸르름이 사방에 깔린 산골 마을에서 원색 계열의 옷들은 초록색과 극명하게 대비하며 시각적으로 만족감을 주었습니다. 유럽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지역의 고산 지역에서 추억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면 분명 관람을 추천합니다.
두번째는 ‘사랑은 곤돌라를 타고’라는 점입니다. 영화는 내내 사랑하는 서로가 보내고 받고, 당기고 밀어주는 요소로 가득했습니다. 특히 곤돌라 직원으로서 상대와 많이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보여줍니다. 일정 간격으로 서로 번갈아 체스를 두며 상대를 약 올리기도, 승차장에 선물을 올려두고 반응을 살피기도 합니다. 간질거리는 애정 표현은 악의 없는 순수함으로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위적이지 않은 간접적인 소리’입니다. 대사가 없는 영화기에 시각적인 부분과 효과음이 매우 크게 작동합니다. 발걸음 소리, 곤돌라가 움직이는 기계음 소리 등 일상보다 몇 배는 확대한 효과음처럼 들렸습니다. 특히 유리잔 위를 물 묻은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피어나는 우주를 담은 것 같은 소리 등 구어체가 전할 수 없는 부분을 영화는 청각적인 대체재로 가득하게 만들었죠. 다회차 상영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눈을 감고 영화를 관람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작품 중 손에 꼽고 싶은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두 여성의 사랑을 거칠지 않고 부드러운 초여름 날씨처럼 표현했다는 점, 중력을 거스르고 마찰을 줄이는 도르래를 사랑과 관계로 표현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무주산골영화제에서 또 만나길 희망할 정도였습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극한으로 달려가는 두 여인의 감정선에 집중했다면, 이번 <곤돌라>는 동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사랑이 어떻게 곤돌라로 이어지는지를 중점으로 두었다고 생각합니다. 필름, LP, 투박한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관람하시길 추천합니다.
2024.05.03 CGV전주고사 2관(202)
2024.05.05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410)
2024.05.10 메가박스 전주객사 6관(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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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無言)이 보여주는 감정의 하모니
*씨네랩 크리에이터 활동의 일환으로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두 곤돌라는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달려간다. 가까워지더라도 결코 만날 수 없는 평행선 위에서 그들이 교차하는 순간, 오묘한 마음이 서로의 곤돌라에 탑승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시작부터 끝까지 대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의 단발적인 환호 소리나 곤돌라의 기계음, 그리고 음악을 제외하고선 음성을 통해 이뤄지는 감정 전달은 결코 없다. 그러니 그들은 전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직접 몸을 부딪혀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소년은 소녀에게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 폐자전거의 바퀴를 분해해 서로의 창문에 고정한 뒤, 바구니 속에 케이크를 담아 건네준다. 그러나 소녀의 냉혹한 평가에 그는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이처럼 마을 사람들은 행동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휠체어를 끌지만 곤돌라에 타고 싶은 한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탑승장에 방문한다. 매번 문전 박대를 당해도 그는 굴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그는 곤돌라에 매달려 마을을 실컷 구경할 수 있게 된다.
승무원들은 조금 더 재밌는 방법을 사용한다. 비행기 승무원으로 분장하기도 하고, 찰리 채플린이 되어 세상 단 하나뿐인 개그맨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서로를 향한 걷잡을 수 없는 마음처럼, 곤돌라는 비행기가 되고, 자동차가 되고, 배가 되고, 우주선이 되어 서로에게 달려간다. 과한 설정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슬랩스틱 코미디 형식의 이 장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실없는 웃음이 터지게 만들어 그들의 사랑에 빠져들게 만든다.
세심한 감정은 음악으로 표현된다. 바이올린의 선율에 맞춰 트럼펫이 자연스레 녹아드는 그들의 하모니는 말이 없어도 사랑이란 감정을 확실히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을 사람들이 두 승무원을 위해 준비한 이벤트 시간, 곤돌라에 탑승한 둘은 정제된 음악이 아니라 각종 생활 도구의 어색한 마찰음을 듣게 된다. 그러나 오히려 이 지점에서 마을 사람들의 진심이 느껴진다. 완벽한 소통이 아닌 미완성의 표현으로 우리는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영화가 끝난 뒤엔 사람들의 말소리가 되려 어색하게 들린다. 그리고 잠시 동안 입을 열지 않고 세상의 소음에 더 귀 기울여보고 싶어진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따뜻한 포옹을 해주고 싶어지는 영화, <곤돌라> 후기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