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4-06-01 23:53:17
사랑 안에서 다르지 않으므로
영화 <너와 나> 리뷰
SYNOPSIS.
“오늘은 너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오후, 세미는 이상한 꿈에서 깨어나 하은에게로 향한다. 오랫동안 눌러왔던 마음을 오늘은 반드시 전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넘쳐흐르는 마음과 달리 자꾸만 어긋나는 두 사람. 서툰 오해와 상처를 뒤로하고, 세미는 하은에게 진심을 고백할 수 있을까?
POINT.
✔️ 배우로서도 뛰어나지만 감독으로도 이미 많은 기대를 받고 있던 조현철 감독의 첫 장편
✔️ 세월호를 '논하는' 영화가 아니라 '느끼게 하는' 영화. 마음 앓게 하는 영화.
✔️ 각본과 연출이 매우 섬세합니다. 여고생의 삶을 이토록 여고생답게 표현한 작품도 흔치 않은 듯해요.
✔️ 필터를 뽀얗게 쓴 화면 위로 흐르는 오혁의 음악. (너무 좋은데 음원 왜 안 내주세요?)

누군가의 사랑이 깃든 자리는 언제나 은은한 빛이 난다. 아주 많은 관객을 만나지 못했어도 애정을 가득 받은 영화들 또한 그렇다. 볼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상영 시기를 놓쳐 못 보았던 이 영화를 결국 보게 된 건, 세월호에 관한 다큐를 보고 이야기 나누는 자리에서 누군가가 보인 진득한 애정 때문이었다. 너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서술이 너무 어렵다. 딱 떨어지는 문장과 내 마음을 가장 적절히 표현할 단어를 고르기가 매우 어려워 "하..." 혹은 "너무 좋아요." 따위의 말이나 하게 된다. 누군가에게서 익숙한 표정과 문장을 본 날,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자려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거나 눈물이 나기도 했다. 내가 왜 이러지. <러브레터>를 처음 봤던 17살 이후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눈물이 난 적은 많아도, 보고 나서도 그 감정이 너무 얼얼하게 내 안에 남아 계속 울게 되다니. 이 영화의 어떤 부분이 마치 내상 같았다. 간접 경험만으로도 이렇게 아픈데 이 마음으로 10년을 살았다니, 살고 있다니. 그 주간 내내 세월호 관련된 영화를 두세 편 보았는데, 나중에는 약간 몸살 기운마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영화를 다시 보는 건 그러므로, 자학이 아닐까. 너무 좋았지만 다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그래도 다시 보고 싶었다.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두 번째 영화관에 들어섰을 때, 마침내 안심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세월호를 정면으로 품고 있고, 그렇기에 아프지 않을 방법이 없지만, 그래도 이 아픔을 뒤덮는 넉넉한 사랑을 함께 품고 있다. 그래서 아프지만 아름답다. 이래도 저래도 아플 거라면 아름답게 아프고 말겠다.

꿈과 현실이 뽀얗게 엉킨 자리
언급했듯 이 영화는 세월호의 존재감을 숨기지 않는다. 영문 자막 버전으로 영화를 보면 아예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까만 화면 위로 텍스트를 띄워 세월호 사건을 설명한다. 그리고 2014년 4월의 어느 봄날, 이라는 말과 함께 영화가 시작된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날. 다리를 다쳐서 수학여행을 갈 수 없는 하은(김시은)과, 이상한 꿈을 꾸고 나서 불안한 마음에 하은을 찾아가 수학여행을 같이 가자고 하는 세미(박혜수)의 하루를 담은 영화다. 한동안 수학여행이라는 단어 자체에 움찔하던 사회에서 살아온 우리로서는, 이 수학여행의 비극을 피부로 알고 있고, 그렇기에 두 아이의 뽀얀 하루를 따라가는 기분이 매우 기묘하다.
그래서일까. 두 아이의 뽀얀 하루는 현실인 듯 꿈인 듯 아룽아룽거린다. 시계와 거울이 유난히 많고 곳곳에 나비가 붙어 있고 필터가 2000년대 일본 영화처럼 뽀얀... 그 자리에서 너무나 현실적인 여고생의 모습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꿈과 현실의 경계가 아득하게 흐려진다. 어쩜 이 모든 게 거대한 꿈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할 때쯤, 죽음 너머 아득한 미래에서 보기엔 이 현실도 꿈같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예컨대 언젠가 내가 죽은 후에 지금 이 시간을 누군가 영상으로 재생해 보여준다면, 꿈처럼 보이겠지.

내일을 모르고 오늘을 사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여기, 관객의 자리가 그 아득한 미래다. 내일을 알아버린 자들이 내일 너머에서 보고 있기에 모든 순간은 더 영롱하게 빛난다. 물에 빠지면 누구 먼저 구할 거냐는 흔한 질문도 그렇지만, 모든 말이 사무친다. 왜 죽는 걸까 하는 질문에 대수롭지 않게 빵을 우걱우걱 먹으며 "정답!"을 외치고는 '늙고 병들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늙지도 병들지도 않은 아이들은 왜 죽음을 건너가야 했을까. 흉 지면 안되니까 물 닿으면 안 된다고 그렇게 신신당부하셨는데 물에 닿아 버려서, 흉 지지 않게 아껴주고만 싶었던 손에 물이 닿아 버려서 어쩌지.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파 견딜 수 없다.
실제로 이 영화 속에서 꿈과 현실은 원을 그리듯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된다. 이 영화는 그렇게 우리를 세월호 안으로 데려다 놓는다. 그날 떠난 건 너만도 나만도 아니고 우리였음을, 너와 나였음을 깨닫게 한다.

그 안에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두 고등학생의 사랑과 성장 이야기이기도 한데, 보는 내내 어떻게 십 대 여고생의 사고체계와 관계 방식은 물론 말투와 머리 묶는 방식까지도 저렇게 현실성 있게 구현했는지 감탄했다. 뭐 나도 십 대 여고생이었던 시절에서 많이 멀어져 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시절에 느꼈던 감정의 모양이나 양상은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현실감 있게 그려낸 여고생 캐릭터들을 통해, '너와 나'는 그 비극 안에 놓인 것이 숫자나 사건이기 이전에 사람이었음을 실감하게 한다.
부풀어 오른 풍선처럼 마음은 두둥실 떠오르는데, 그 마음을 건네는 일은 너무나 어렵고, 그 서툰 모습에 스스로 괴로워질 때도 있고... 내 감정조차 이리저리 탁구공처럼 튀는 나이. 그 느낌이 무엇인지 너무 알겠어서, 기쁨도 괴로움도 양극단으로 치닫는 첫사랑의 타격을 마음 어딘가 깊이 기억하고 있어서, 세미와 하은은 내게 남이 아니었다.
같은 이유로 나는 세미가 노래방에서 <체념>을 부르는 장면이 너무나 슬퍼, 그 장면부터 펑펑 울기 시작한다. "널 보내는 게 널 떠나보내는 게 아직은 익숙하지가 않"다면서도, "그래 더 이상 묻지 않을게 내 곁을 떠나고 싶다면 돌아보지 말고 떠나가" 하고 노래하는 그 장면이... 어떻게 보면 우스울 만큼 진지한 그 장면이 나는 너무 슬펐다. 사랑하면 원래 모든 사랑 노래가 자기 이야기가 된다지만... 혼자서 좋아하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이별하고 웃었다 울었다 하는 그 풋풋한 사랑. 더 알고 싶고, 더 가까이 있고 싶고, 더 받고 싶어서, 솔직하지도 돌아서지도 못하는 마음. 게다가 "다신 사랑 같은 거 하지 않을래 내 마지막 사랑은 돌아선 너에게 주고 싶어서"라는 가사가 이들의 내일과 묘하게 겹치면서 더욱 슬퍼지고 만다.

<체념> 장면에서 울었다는 말을 들은 주변인들은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내 두 번째 눈물 버튼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 모두의 눈물 버튼이다. 바로 세미와 하은이가 진식이를 따라간 컨테이너 박스에서, 진식이 아니 똘똘이 주인(정해연)이 울면서 강아지를 부르는 장면. 하은이는 보지 못하고 세미는 본 그 컨테이너 박스 안, 말간 눈으로 고개를 갸우뚱하는 강아지들이, 엄마랑 같이 집에 가자고 우는 목소리가, 어떤 배와 겹쳐서 누구라도 울지 않을 수 없는 장면 말이다.
세월호의 이미지는 이 영화 속에서 여러 차례 변주된다. 우리는 이 영화에서 바다도 배도 보지 않았지만, 느낄 수 있다. 그날의 처참했던 기억을, 어떤 아이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죽어 누워 있음을 처참하게 깨달았던 그 시기를.

사랑한다는 말 하나로 일깨워지는
그 괴로운 상처를 이 영화는 넉넉한 사랑으로 뒤덮는다. 사랑한다는 말 하나로 일깨워지는 작고 소중한 순간들. 언젠가 하나하나 다 사무치게 될 줄 아직 모르기에 더 영롱하게 빛나는 순간들 위로, 그 모든 순간들을 깨뜨린 비극 위로, 사랑이 속살거리며 내려앉는다.
아픔은 쉬이 위로되지 않을 것이다. 상처는 쉬이 낫지 않는다. 올 4월은 세월호 이후 10주기라는 기억할 만한 해였음에도, 곧 있을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 방송은 취소되었고, 10주기를 기하여 나온 다큐멘터리들은 정작 몇 년 전의 다큐멘터리들보다도 상영시간표 찾기가 힘들었다. 누구를 탓할 수는 없지만, 개봉 시기에 맞추어 특정 감독의 기획전을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고, 티겟 파워가 있는 다른 중요한 행사들도 있었겠지만, 관객 입장 또 시민 입장에서 몇날며칠 상영시간표를 뒤적거리면서 일정을 가늠해 보다 한숨 쉴 만큼 속상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때 만난 이 영화는 사랑한다는 말로, 모든 아픔은 아니더라도 어떤 아픔은 확실히 녹여냈다.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싶지 않아서 어느 순간부터 조금은 외면했던 이야기들을, 이제는 다시 마주할 것이다. 그 배에 있던 것은 숫자가 아닌 사람이므로. 그 사람 각자는 사랑한다는 말에 감싸인 귀한 존재들이므로. 아주 먼 미래에서 보기엔 지금 나의 현실 또한 꿈처럼 아득할 것이므로. 너와 나는, 사랑 안에서 다르지 않으므로.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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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지상낙원을 찾는 어리석은 인간의 기대에 대하여
한 인도인 커플이 지상 낙원 스리랑카를 여행한다. 그러던 중 숙소에 들이닥친 도둑에 의해 핸드폰과 노트북을 잃어버린다. 그 길로 커플은 스리랑카 경찰을 찾아가는데 스리랑카 경찰은 게으름을 피우기 일쑤다. 기름이 모자라서 못간다는둥 이 경찰 생각보다 강적이다. 이에 케사브는 위력을 행사하며 소위 갑질을 시전한다. 그의 갑질에 겁먹은 경찰이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같긴 한데, 어째 억울한 사람들만 죽어나가는 것 같다. 이들의 여행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1. 지상낙원에서 지옥을 맛본 커플
케사브의 행동은 여러모로 분노를 유발한다. 여행을 와서도 일을 놓지 못하는 워커홀릭인 그는 핸드폰을 잃어버리자 절망하고 예민해지며 소위 진상이 된다. 경찰이 사건을 적당히 뭉개는 걸 보자, 인도 정부에 그를 고발할 것이라는 둥 고압적으로 나가기도 하고 직원들을 끊임없이 의심하기도 한다.
이런 그의 예민함은 경찰로 하여금 보여주기식 수사를 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억울한 사망자를 만들어내 안그래도 먹고 살기 힘든 스리랑카인들의 폭동을 만들어낸다.
그와 대조되는 아내, 암리사는 특히 사슴에 꽂히기도 하며 스리랑카의 전설과 자연에 관심이 많다. 그녀는 자신의 성공이 날아갈 위기에 처한 케사브의 예민함이 억울한 사람들을 향하는데도 뻔뻔한 케사브의 이기적인 행보를 보며 여러번 정떨어져하는 모습을 보인다.
케사브에게 스리랑카라는 지상낙원은 성공을 날려버린 곳으로, 암리사에게는 남편의 이기심을 확인하며 각기 다른 이유의 지옥이 되었다.
2. 지상낙원과는 너무 먼 스리랑카의 현실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스리랑카인들이 기름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기름도 부족하니 전기도 부족하고 뭐 하나 있는 게 없다. 경찰도 보면 시민들을 지키기보다는 시민 위에 군림하고 있으니 폭동들이 난무하고 테러가 난무한다.
한 관광객의 위력 행사로 공권력이 시민들의 편이 되지 않는 것만 봐도 그 사회의 참상은 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지나온 역사에도 비슷한 모습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물품조차도 제대로 수급되지 않는 사회에서의 국민들의 고통이 그저 즐기려고 온 관광객의 모습과 대비되며 시타와 라마 전설이 어쩌고저쩌고가 무슨 소용일까 싶었다. 그와중에 자연풍경은 참 아름답고 평화로워서 그들의 참상과 비교되어 더욱 안타끼움을 자아낸다.
3. 전설은 각자만의 버전이 있다.
이 영화의 인상적인 지점이 있다면 영화에 주요한 소재로 쓰인 라마야나 전설의 해석이다. 스리랑카 안에서도 전설에 대한 해석이 다 다르게 퍼져있다. 한 전설을 두고, 어떤 사람은 세기의 러브스토리로 묘사하고, 한 사랑은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린 작품으로 묘사한다. 다 자기가 보고 싶은대로 보는 것이다. 혹은 가장 잘 팔릴 버전으로 왜곡하기도 한다. 다 각자만의 관점대로 해석하고 퍼트린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진리는 결국 없는 것 같다. 종교인들의 숨과도 같은 성경조차도 이리 다양한 해석본이 있으니 진리라는 것은 어쩌면 없을지도 모르겠다. 당신만의 진리만 있을 뿐.
총평
영화를 보고있자면, 그리고 지상낙원에는 선인들만 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지상낙원에 살던 아담과 이브 사이에도 뱀이 등장했던 것처럼 어디에나 케사브나 경찰 같은 기회주의자들은 있다. 그러니 완벽한 선인들만 사는 천국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야 공존하면서 살 수 있다. 공존은 나와 다른 사람까지 사랑하지 않아도 그저 그런 인간도 있다고 인정하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본다.
그리고 지상 낙원은 없다는 것을 다시금 인정하게 된다. 완벽한 지상낙원은 없기에, 그래서 전설 속에서나 그런 곳들이 존재한다는 것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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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때우기 좋은 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 가족끼리 보기는 금물
가문의 영광: 리턴즈
23.09.21 개봉
코미디, 15세 관람가
한국, 99분
감독: 정태원, 정용기
출연: 윤현민, 유라, 탁재훈 등
너무나 유명한 코미디 영화 시리즈인 가문의 영광!
11년 만에 시즌6 , '가문의 영광: 리턴즈'로 돌아왔는데요
시사회 때부터 평이 너무너무 안 좋았고
현재 네이버 평점도 6점대로 떨어졌는데 ㅋㅋ
전 네영카에서 나눔 받아 공짜로 봐서 그런지
재미없지만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싶었어요
당연히! 15,000원 주고 볼 만한 영화는 아닙니다
넷플릭스 같은 데 뜨면 시간 때우기용으로 볼 만한 영화랄까요?
그도 그럴것이 촬영 기간이 올해 7~8월이더라구요?
추석 연휴를 노리고 급하게 제작한 영화 같은데
딱 그 정도 퀄리티가... 눈에 보이는 영화였습니다
아! 노파심에 미리 말씀 드리는 건데
추석 연휴 때 가족이랑 볼 만한 영화 절대 못 됩니다,,,
애초에 스토리부터가
진경과 대서의 원나잇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렇고 그런 단어가 나와서...
특히 애들 데리고 가지 마세요 절대절대절대로
전설의 가문이 돌아왔다!
가문의 영광은 결혼?! 사생결단 결혼성사 대작전이 펼쳐진다!
돈과 권력을 쥐고 있는 전설의 장씨 가문!
가문의 수장 ‘홍회장’에게 골칫거리가 딱 하나 있는데,
비혼주의를 선언한 막내딸 ‘진경’이다.
어느 날 ‘진경’은 처음 본 남자 ‘대서’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장씨 가문은
일등 사윗감의 조건을 두루 갖춘 ‘대서’와 ‘진경’을 결혼시키기 위해
온갖 음모를 꾸미기 시작하는데…
장씨 가문에게 던져진 지상 최대의 과제!
세기의 결혼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 줄거리
줄거리 요약은 이제야 봤는데......
왜 기껏 정해 놓은 로그라인을 따르지 않은 것인지 궁금하네요
저대로만 진행했어도 평점 7점 정도는 땄을 것 같은데요
비혼주의를 선언한 막내딸 진경을 결혼시키기 위한 대작전?
-> 진경이 비혼주의라는 건 캐릭터들 대화 중에 등장하지
처음부터 그녀는 비혼주의! 절대 연애, 결혼에 관심이 없음!
이라고 못을 박아 놓진 않아요...
애초에 첫 씬부터가 클럽 가서 남자가 주는 술 마시는 건데,,
대서와 진경을 결혼시키기 위한 장씨 가문의 음모?
-> 그게 에필로그 가서야 겨우 나와요
전 정말 이런 음모였던 줄 모르고 오 생각 외로 반전도 있네 했는데
그걸 줄거리에 이미 오픈해 놓다니...... 무슨 생각이지
어쩐지 왜 장씨 가문이 자꾸 대서에게 집착하나 했네요
리뷰 쓸 때야 그 비밀이 밝혀지다니 최악...... ㅋㅋ
'가문의 영광: 리턴즈'를 한 줄 평으로 남겨 보자면
<가문의 영광> 시리즈로 누렸던 영광을
꽁으로 또 먹고 싶어 리턴즈 한 영화 같다는 거예요
심지어 가문의 영광에서 활약하던 기본 캐릭터들도 안 나오고
윤현민, 유라 님이 주인공 격으로 흘러가는 거라서
걍 다른 영화 같아요
등장하는 캐릭터 많은데 제대로 정리되지도 않았고
스토리는 어딜 향해 가는 건지 정립되지 않았고
나름 웃겨 보겠다고 만든 몸개그도 생각보다 안 웃겨서 실망했어요
무엇보다 주인공 캐릭터에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건데요
대서는 진경과 원나잇(실은 아니지만 보이기론 그렇게 보이니까)을
한 것을 여자 친구 유진에게 바로 들켜요
그런데 유진 역시 남자 돈 빼먹는 여자라서
남자 친구인 대서의 원나잇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입니다
후반부로 가서는 유진이 다른 남자와 있는 걸 대서가 보는데
처음엔 뒤에만 숨어 있다가 (대사 칠 타이밍 기다렸다가)
"니가 왜 여기 있어?" 라며 되도 않는 모습을 보여요
감독님이 상황 정리하는 법을 모른다는 게 눈에 보이죠
호감 가는 캐릭터로 만들 거였으면
남자 주인공인 대서가 무조건 여자 친구가 없어야 하고
혹시 있더라도 찌질+댕청한 너드남 콘셉트,
그리고 여자 친구인 유진을 많이 사랑하며
유진은 뒤로 몰래 바람을 피우는 나쁜 여자였어야 해요
걍 여기 아메리칸 그잡채임,,,,,, 서로 꺼리는 게 없어요
이렇게 혹평을 했음에도 웃긴 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단 거예요
진짜 이해가 안 가는데...... ㅋㅋ
영화 시간 자체가 짧아서 그런가
이제 30분 지났을까 하고 시계를 봤는데
20분 남았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 진짜 웃김
암튼...... A부터 Z까지 잘 만든 구석은 없지만
혹시 특전 준다면 영화관 가서 봤겠지만...
그것도 아니라서,, 걍 아무도 안 볼 것 같다는
그런 후기입니다
*스토리: 1/5점
*연출: 1/5점
*영상미: 1/5점
*OST: 1/5점
*연기: 3/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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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망으로 가득찬 '랑종' , 2021 나홍진 감독작품
영화 '곡성'에 관한 리뷰는 블로그에는 없지만, 제임스 완의 컨저링 유니버스만큼 좋아하는 나홍진 감독의 프로덕션이자, 슬프고 잔혹한 태국 영화 '셔터'를 만든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한 영화 '랑종'이 개봉 초읽기에 들어간 연휴. 원래는 친구와 고요하고 평화로운 산책을 할 계획이었으나, 포스터를 보자 말할 수 없는 이끌림에 만나기로 한 친구에게 다급히 양해를 구해본다.
'나 오늘 정말 보고싶은 영화가 있는데, 같이 봐줄래? 근데 공포 영화야...'
장르는 공포 영화가 맞다. 공포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관에서 같이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드물어서 거의 혼자 보는 편인데, 사실 이 영화는 혼자 보기에는 좀 자신이 없었다. 그만큼 기대도 커서였을까. '곡성'을 영화관에서 세 번이나 본, 감독의 미끼를 제대로 물어버린 유약한 나로선 글쎄. 그냥 거부할 수가 없었다. '랑종'은 랑송~이라는 발음이 더 가까운 태국어로, '무당'을 말한다. 영어 제목은 'the medium', 그러니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 주고 악령이 씌인 것을 해결해 주는 '영매'의 직역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포스터를 보니 'every faith will be challenged'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역시, 영화의 스포성이 느껴지는 강렬한 글귀다.
그렇다면, 곡성 2탄 격인 '랑종'은 어떤 영화일까? 우선, 다 보고 나서 든 생각은, 나홍진 감독의 연출과 반종 감독의 촬영은 참 스마트하다. 무대가 태국의 이산이라는 곳으로 옮겨졌지만, 동남 아시아 특유의 스산하고 어두운 느낌과 함께, 한국이 무대였던 '곡성'과 별반 다르지 않을 인간의 욕망들, 가족간의 비밀, 그리고 삐뚤어지리만치 간절한 모성애를 그리고 있다. 영화의 구성은 '블레어 위치'와 '파라노말 액티비티', 그리고 일본 영화 '온다'를 적절히 섞은 것 같은 포맷이지만 - 이 영화의 구성 운운하는 것 자체가 스포일 수 있다!- 그것들을 불식 시키는 "힘"은 내림 무당을 하는 Nim의 싸와니 우툼바라는 배우와, 그녀의 조카 역인 Ming의 나릴야 쿤몽콘켓이라는 배우 (심지어 첫 스크린 데뷔작이라고 한다)의 열연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이왕 이렇게 밝힌 거 시원하게 써 보자. 자려고 누웠다가 다시 뭐에 이끌리듯 일어나서 이렇게 기억을 몇 자 남기는 이유는 영화가 강렬해서였다. 곡성이 그랬듯 랑종도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소름이 돋는다. 이미 내 머릿 속에는 한 번 더 영화를 보러 가야지하는 계획이 세워져 있다. 나는 어쨌든 감독의 미끼를 제대로 물었다. 영화는 페이크 다큐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이것이 영화 - 허구의 이야기- 라는 것을 아는 것이 최고의 반전인 듯 하다. 그만큼 모든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러웠고, 정말로 동남아 발리 깊은 산중, 혹은 태국의 사원 같은 곳에서 본 듯한 사람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리라. 동남아는 일본만큼이나 많은 사물에 깃든 신을 모시는 듯 하다.
발리가 신들의 섬이라고 불리우는 이유는 그만큼 많은 신들이 있고, 발에 채일 만큼 많은 신밥 - 제물- 과 꽃이 길마다 널브러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에 피어나는 물안개는 아름다웠지만, 숲이 우거진 곳들은 한 낮에도 스산했고 밤의 리조트는 더할나위 없이 괴괴했으니. 랑종의 무대가 된 태국의 북동부라는 '이산'도 아마, 그러한 분위기의 동네가 아니었을까. 그런 스산함이 마치 스크린으로 나와 번지는 듯 했다. 영화관 안에서는 그런 풍경에서 번진 잉크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았다.
Nim은 원래 언니 Noi가 받으려고 했던 신을 대신 받는 운명에 놓였었다. 그녀가 모시는 신인 바얀은 여성만 허락하여 몸을 싣는 신이며 사람들을 굽어살펴 준다고 나온다. 바얀의 실체는 오로지 세습무인 Nim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고,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 할머니, 그리고 그 위로 올라가는 무당들을 위시한 의식을 통하여 세상에 그 영향력을 미친다. '믿는 자에게 보이고 느껴지는 신'. 감독은 이렇게 첫번째 물음을 던진다. '무엇을 믿고 있는지?'에 대해. 그리고 그 믿음이 견고한지에 대해.
Noi라는 여성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녀는 세습무가 아닌 여성으로서의 삶을 강렬히 원했기에, 정해진 운명을 거슬러 결혼을 했고 슬하에 딸과 아들을 두었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아들에 뒤를 이어 남편도 사망하고, 그의 장례식장에서 여러 불가사의한 일들의 시초가 발견된다. Nim과 Noi의 위로는 Manit이라고 하는 오빠가 있으며 그에게는 또한 갓 태어난 아들 Pong이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Ming은 바로 그 Noi의 남겨진 외동딸이며, Nim과 Manit의 조카인 셈이 된다. 장례식장에서 술을 마시고 도박(화투와 같은)을 하는 것을 보니,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실소가 드는 것도 잠시, Ming이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언행을 높인다. 삼촌에게 성적으로 나를 원하는 거 아니냐는 암시를 주고 있다. 그러나 그날 밤, Nim이 본 것은, 망자를 응시하는 자다 깬 조카의 모습이었다.
다큐 형식을 빌린 인터뷰가 계속 될 수록, 무당으로서의 운명을 받아들인 Nim과, 거부하여 카톨릭으로 살아가는 Noi/ Ming의 모습이 대조된다. 어딘가 모르게 조금씩 삐뚤어져 가는 Ming, 화를 참지 못하고,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며 웃고, 멍하니 있다가 다시금 괜찮아지는 일도 잠시, 회사에 출근한 그녀의 하혈이 시작된다. Noi는 그런 모습이 반복되는 딸을 보고, 자신이 신을 받으려다 거부했던 때를 생각하며, 그녀의 상황이 악화되기 전 신내림을 받자고 한다. 물론 엄마가 생각했던 신은 좋은 신, 동생의 몸에 깃들어 있던, 바얀이라는 신이었다. 하지만 한 순간이라도, 조금만이라도, Nim의 이야기를 듣고 행동을 했더라면, 딸은 먼 길을 가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녀의 모성애는 견고하다 못해, 딸의 모든 상황을 자신이 책임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에, 참을 수 없이 답답함이 느껴졌다. 왜 하혈일까? 왜 성적인 것에 집착하는 모습을 Ming 에게서 보여줄까 ? 여성의 자궁은 아이를 생산하는 곳이다. 그곳을 마구잡이로 사용하고 상처받게 하는 건, 대를 끊어 가족의 씨를 말려버리겠다는 보이지 않는 '것'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빙의되기 전 Ming의 꿈 이야기는 무서웠다. 빨간 옷을 입고 피칠갑을 한 사내가 든 칼, 그 아래로 나뒹구는 사람의 머리들이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인터뷰는 복선에 불과했다. '무당이 되는 것에 관심 없다'며 철없는 또래의 모습을 부각시킨 초반의 대사도 뒤에 가서는 복선이 되고 말았다. 결국 '그것'은 도래하고야 말았다. 권선징악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너무나도 잔혹한 방식으로.
다시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악령에게 잠식당한 Ming의 영혼은 Mac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갈망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열연은 아름다운 여배우로서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것 같이 그로테스크했다.
... 약 한 시간 정도의 시각, 청각적 혼란이 지나가고 난 후...
감독은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질문을 한다. '믿음은 정말 있는 것인가?'에 대하여. 내가 믿고 있는 어떤 절대자의 힘에 대해, 운명에 대해, 믿는 만큼 사람은 강해지는 것 같다. 믿는 만큼 사람은 때로, 우매해지는 것 같다. 영화를 관통하는 정서는 피비린내 나는 모성애, 그리고 신가물, 나만은 피해가고 싶은 영매라는 운명에 맞서는 인간의 세속적인 욕망들. 알 수 없는 죄책감과 불안감으로 인해 빠져든 카톨릭 교회의 형광색 십자가가 어지러워 보였다.
인간의 믿음 뒤에 숨겨진 추악한 것들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가끔 그것들을 보지 않고, 인정하지도 않으려 한다. 직면해 보면 별 거 아닌 거일 수도 있는데. 나에게는 이 영화가 공포라기 보다는 슬픔에 가까웠다. 가족 사이의 타부에 대하여, 인간의 운명에 대하여, 슬프게 가라앉는 물안개마냥 돌 날아오듯이 질문이 던져지니까. 시각적으로 신선하게 놀라우니까. 촬영 감독들은 리얼리티를 위해 시나리오가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을 했다고 한다. 관객의 입장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사실감은 바로 거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며칠 내로 한 번 더 보러 가야지. 그럼 또 다른 것들이 보이고 이 글도 조금 더 다듬을 수 있겠지. 백중이 있는 음력 칠월 첫날에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길거리에서 갈곳 없는 영혼들을 달래주려 종이 돈을 태우고 향을 피우는 사람들이 조금 남달라 보였던 동남아에서의 오늘. 영화관에서 보고 싶었던 영화를 친구와 손 꼭 붙잡고 볼 수 있어서 행복했던 날. 첨부할 사진은 많은데 일단 먼저 글부터 올려보는 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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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괴적 격투를 바라보게 만드는 두 괴수
어린 시절부터 인간 이외의 존재들이 나오는 영화나 시리즈물을 좋아했다. 외계인, 좀비, 공룡 그리고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들은 한 편으론 무서웠지만 눈을 감으면서도 자꾸 보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특히 괴물이 나오는 괴수물은 특촬물과 연결이 되어 있는데 <후레쉬맨> 시리즈를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보면서 악당 괴수와 싸우는 로봇의 활약에 꽤나 집중해서 봤던 기억이 있다. 거대한 괴수가 등장했을 때, 저걸 이길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혹여 우리 편이 지면 어쩌나 걱정하며 봤다.
괴수물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잘 짜인 이야기라기보다는 육중한 몸을 통해서 전달되는 타격감과 약간의 공포심일 것이다. 괴수가 높은 건물들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그것을 막기 위해 출동한 다른 괴수 혹은 로봇이 대결을 벌이면 그 일대는 초토화된다. 이것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 할지라도 그것들을 보며 통쾌함을 느꼈고 결국 괴수가 제압당하는 모습에 안심했다.
애초에 <고질라> 영화 시리즈가 탄생하게 된 계기 자체도 그런 것을 보려는 관객들의 욕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1998년에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만든 고질라는 논외로 하고 2014년에 나온 <고질라>는 규모를 키우고 진정한 괴수영화로 접근하여 만든 영화였다. 여기에 인간들의 서사를 억지로 연결하여 넣으려고 하면서 러닝타임은 길어졌고 액션 장면은 줄었다. 그래도 고질라가 등장하여 벌어지는 액션과 리액션은 어릴 적 느꼈던 공포심과 통쾌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뭔가 크고 심각한 것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어느 정도 먹히는 결과물이었다.
그래서인지 <고질라:킹 오브 몬스터>에서 기모라 같은 다른 괴수들을 등장시켰고 그들이 도심 한복판에서 격투를 벌일 때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여전히 인간들의 서사는 지지부진했고 흥행이 생각보다 덜 되었지만 시리즈의 3편이 관객들에게 공개되었다. <고질라vs.콩>에는 기존의 문제점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인간의 서사는 괴수들의 대결에 맞추어 구성되었고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 하지만 킹콩이 등장하면서 감정적인 공감을 할 수 있는 서사가 보강되었다.
킹콩 역시 두 편의 이전 시리즈가 있다. 완전히 이어진다고 할 수는 없지만 킹콩이 살던 스컬 아일랜드가 존재한다는 점만은 같다. 그리고 킹콩은 인간과 어떤 방식으로든 교류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여자를 보호하고 눈 맞춤을 하기도 한다. 이건 고질라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고질라는 절대적인 존재로 인간과 소통을 전혀 하지 못한다. 고질라는 지구를 지키려는 것뿐, 인간의 안위는 사실 관심이 없다.
<고질라vs.콩>에서도 이것은 큰 차이가 있다. 고질라의 특성을 이해하는 고질라 시리즈와 연결된 인물인 메디슨(밀리 바비 브라운)과 마크(카일 챈들러)는 고질라를 보호하고 이해하지만 교류는 전혀 없다. 그래서 이 인물들의 서사는 괴수들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들의 노력은 서사에도 별 영향을 줄 수가 없다. 각본을 구성하면서 최대한 영향을 주려는 노력이 보이지만 그게 결말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킹콩과 교류하는 지아(카일리 허틀), 네이선(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아일린(레베카 홀)의 서사는 전체 영화의 결말부에 큰 영향을 준다. 지아는 킹콩과 수화로 간단한 대화가 가능하다. 그래서 그는 킹콩을 설득하고 행동을 이끌어 뭔가를 만들 여지가 있다. 결말부 전투에서도 이 인간들의 노력이 결과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킹콩에 좀 더 정이 가게 구성되어 있기도 하다. 마치 가족처럼 느껴지는 킹콩의 모습은 이 영화가 고질라의 시리즈라기보다는 킹콩의 세 번째 영화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렇게 킹콩의 서사에 감정적인 부분이 추가되면서 영화의 서사는 조금은 나아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좋은 액션 장면, CG와 만나 좀 더 흥미롭게 영화를 보게 만든다. 격투 장면은 크게 해양에서 벌어지는 격투와 홍콩에서 벌어지는 장면으로 나눌 수 있는데, 밝은 낮에 촬영한 장면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더 선명하게 액션 장면을 볼 수 있다. 이전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타격감이 더 좋게 느껴진다. 홍콩 전투에서 기계 괴수인 메카 고질라가 등장하여 세 괴수가 싸움을 벌이는 장면도 꽤 만족스럽다. 여러 모로 <고질라>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어린 아이들의 컨텐츠 정도로 소비되었던 괴수 영화가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는 건, 이것에 대한 소비층이 어느정도 존재한다는 의미다. 과거에 이런 괴수들을 보며 성장했던 많은 어른들은 좀 더 진지하게 이런 영화를 소비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번 <고질라vs.콩>이 고질라 시리즈의 마지막 장일지 모르지만 다른 형태의 괴수 영화는 또 제작되어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고질라vs.콩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sZtWShcSP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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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토반>으로 보는 1995년 vs 2020년 세대 공감 직장 생활!
1995년 을지로,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는 말단 세 친구가 힘을 합쳐 회사 비리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그들의 우정과 연대 속 뿌듯한 성장을 공감과 재미, 감동으로 그려낸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배우들의 기대 이상의 만점 케미로 호평을 자아내고 있다.
일주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꾸준한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통해 1995년을 살아간 직장인과, 2020년을 살고 있는 직장인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찐" 직장 생활을 탐구해보자.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직장 생활!
입사 8년차 말단 사원인 세 친구가 거대 기업에 맞서 싸워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90년대 그 시절에 볼 수 있었던 회사 생활을 리얼하게 담아내 1995년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는 뜨거운 공감을, 2020년 현실 청춘들에게는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삼진그룹’의 말단 사원 세 친구, 자영(고아성), 유나(이솜), 보람(박혜수)은 회사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일단 뭉친다. 자신들만의 아지트인 옥상에 올라가 과자를 먹으며 함께 수다를 떨기도 하고, 퇴근 후에는 회사 근처 호프집에서 치킨을 먹고 맥주를 마시며 회사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푼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속 세 친구의 스트레스 극복 방법은 2020년 직장인들에게도 현실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믿고 의지하는 친구, 동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것이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직장 스트레스 해소 방법 중 하나다.
그땐 그랬지~! 이젠 볼 수 없는 직장 생활!
한편, 2020년에는 볼 수 없었던 1995년 회사 생활의 모습도 눈길을 끈다. 먼저, 1995년에는 실내에서 흡연이 가능했다. 사무실이나 회의실 테이블 위에 담배와 재떨이가 필수품처럼 비치되어 있었던 90년대를 그대로 재현해낸 ‘삼진그룹’ 사무실은 실내에서 흡연이 가능했던 시대적 분위기를 살려냈다. 마케팅부 회의 중 담배를 피우는 반은경(배해선) 부장과 페놀 유출 사건으로 ‘삼진그룹’을 취조하는 검사(김태훈) 등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현재의 우리에게 꽤 낯설다. 담배의 유해성과 간접흡연의 심각성이 커지면서 2012년부터 공중이용시설의 흡연이 전면 금지되어, 지금은 보지 못하는 풍경이 되었다.
두 번째로 90년대에는 팀원들의 커피를 타는 일을 누군가 전담하는 것이 당연했다. ‘삼진그룹’ 말단 사원들은 상사와 팀원들의 취향에 맞게 알아서 탁탁 커피를 타는 일이 출근해서 아침에 하는 중요한 업무이다. 유니폼을 입은, 전 부서의 말단 직원들이 탕비실에 모여 커피, 설탕, 프림을 비율에 맞게 타는 모습은 1995년 직장 생활을 경험한 관객들에게 격한 공감을 모으고 있다. 특히, 자영이 각자의 취향에 맞게 커피 10잔을 12초 만에 타내는 신기록 보유자인 만큼 얼마나 많은 커피를 탔을지 짐작하게 한다. 오늘날 점심 식사 후 카페에서 커피를 사 마시고, 캡슐 커피나 믹스 커피를 취향별로 각자 알아서 마시는 요즘 상식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불과 20여 년 전의 회사 풍경과 문화다.
세번째, 90년대 말단 사원들은 상사의 지시라면 뭐든 해내야만 했다. ‘삼진그룹’ 말단 사원들은 구두닦이 배달, 담배 심부름, 재떨이 비우기, 짐 옮기기 등 회사 내 온갖 잡무를 도맡아 한다. 전날 야근하며 부원들이 먹었던 야식을 치우고, 담배까지 사서 책상 위에 놓는 말단 사원들은 언젠가 진짜 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며 버틴다. 직급과 무관하게 누군가의 서포트를 넘어, 각자의 고유한 업무를 하는 현실 청춘들과는 다른 낯선 모습을 보인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서로 달라 더 눈에 띄는 개성과 매력. 그리고 탄탄한 연기력으로 뭉친 고아성, 이솜, 박혜수가 입사 8년차 말단 사원들이자 회사와 맞짱 뜨는 세 친구로 분해 전 세대, 남녀노소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N차 관람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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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음악 비트 속에 담긴 모녀의 이야기
전자음악 비트 속에 담긴 모녀의 이야기
영화 <둠둠> 리뷰
감독] 정원희
출연 ] 김용지, 윤유선, 박종환, 김진엽
시놉시스 ] 자신에게 집착하는 엄마 때문에 전부였던 음악을 놓아버린 DJ이나. 길을 걷다 우연히 들려온 비트에 디제잉을 다시 하기로 결심하고 베를린에 갈 수 있는 오디션에 참가한다.
제 26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에 공식 초청되어 관객들과 먼저 만났던 영화 <둠둠>. 세계 영화제를 휩쓴 단편 <벨빌> 정원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 이번 9월 15일에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어 그 전에 시사회를 다녀왔다.
패션소품으로 인아의 목표를 표현하다
영화 둠둠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엄마의 바람대로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며 생활하는 이나와 자신의 꿈을 쫓아 DJ를 하는 이나. 엄마의 집착으로 인해 DJ에서 촉망받던 이나는 자신의 꿈을 져버리고 평범하게 콜센터 직원이 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미혼모였던 이나는 자신의 딸과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지만 아이가 있다는 것을 회사에 말하지 않은 것을 결국 들키게 되고, 재계약 연장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그 길로 회사를 박차고 나온다. 그러던 중 집 근처에서 DJ 공연을 보게 되고, 잊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다. 이나는 회사에 다니면서 정장플랫 신발을 항상 신고 다닌다. 그런 이나가 엄마와 함께 언덕을 올라가는 장면에서 "엄마 나 발 아파"라고 하면서 엄마가 신던 슬리퍼와 플랫슈즈를 바꿔 신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마 이 장면이 이나가 더이상 자신에게 맞지 않는 회사원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의 세계로 향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딱딱한 회사생활을 상징하는 플랫슈즈와 가죽가방 대신 이나는 이제 편한 운동화와 백팩을 메고 집을 나선다. 즉, 자신이 편하고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을 이렇게 패션 소품들을 활용해 암시하고 있어서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도망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DJ와 음악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인아는 회사를 그만두고 허름한 DJ바에서 디제잉을 다시 할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인아의 상황은 인아에게 행복감을 충분히 느낄 시간을 주지 않는다. 인아의 딸을 잠시 맡아서 키워주던 아주머니는 귀농을 결정하면서 더이상 인아의 딸을 돌보기 힘든 상황이 되었고, 입양처를 알아보기 시작한다. 인아 엄마의 불안증세는 날이 갈수록 더욱 심해지면서 하루에도 수십번씩 인아에게 전화를 하고, 오지도 않은 재난 상황에 대비하며 집 지하에 방공호와 같은 시설을 만들기에 이른다. 그 과정에서 인아는 절친이 인아의 노래를 자신이 만든 것이라고 말하며 외국 공연에서 사용했다는 말을 듣고 배신감에 휩싸인다. 음악을 다시 시작한 행복을 만끽할 새도 없이 인아에게는 계속 안좋은 상황이 들이닥친다.
상황이 안좋아질수록 인아의 신경은 오로지 베를린 컴피티션에 쏠린다. 이 대회에서 1등을 하면 베를린으로 가 새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맹목적으로 이 대회에 1등을 하기 위해 몰두하다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깨닫는다. 그동안 디제잉을 하며 행복했던 자신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인아는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도망치는 수단으로써 음악을 택했고, 그 기회가 베를린 컴피티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진정한 화해의 시작영화 둠둠은 이렇게 현실에서 도망치려는 인아의 혼란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엄마의 사고로 인해 정리가 된다. 그토록 엄마의 집착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했지만 자신 역시 엄마를 너무나도 걱정하고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엄마 역시 마음만큼은 세상에 단 둘밖에 남지 않았기에 더욱 지키고 싶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엄마와의 관계가 재정립되지 않는 이상 베를린에 가더라도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인아는 과거 엄마가 불러줬던 노래를 녹음해서 자신의 디제잉에 녹이고, 이 음악을 통해 반목하던 모녀는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한다. 어찌보면 굉장히 클리셰적이긴 했지만 현대적인 디제잉 속에서 그 클리셰는 나름 새롭게 다가올 수 있었다.
영화 둠둠은 시작과 끝이 모두 전화를 받지 않는 장면이다. 시작에서는 전화하는 인물이 엄마라고 뜨지만 끝에서는 발신인이 누구인지 표현하지 않는다.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한 영화의 말미에서 인아에게 전화를 건 인물은 누구였을까?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이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건네면서 여운있게 마무리된 작품이었다.그간 영화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디제잉이라는 요소를 너무나도 감각적으로 잘 풀어낸 영화 <둠둠>. 전자음악의 비트 속에서 한 모녀가 어떻게 화해를 해 나가는지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를 담어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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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나병의 영화정보 #4? ⠀ ?네 번째 주제? ⠀ ?외국 배우 내한이 궁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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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네트> 티저 예고편
예술가들의 도시 LA, 오페라 가수 `안(마리옹 꼬띠아르)`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아담 드라이버)`는 첫눈에 서로에게 이끌린다.
함께 인생을 노래하는 두 사람에게 무대는 계속되지만, 그곳엔 빛과 어둠이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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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피넛 버터 팔콘> 메인 예고편
레슬러가 되고 싶은 잭은 보호소를 탈출해 과거로부터 도망쳐 나온 어부 타일러의 배에 숨어 들게 된다.
예상치 못한 만남이었지만 타일러는 레슬러 ‘피넛 버터 팔콘’이 되고 싶은 잭을 동생처럼 보살피며
레슬링 학교가 있는 ‘에이든’으로 향한다. 이 여정에 잭을 찾아나선 보호소 직원 엘리너가 합류하고
거리에서 잠을 자고 뗏목으로 강을 건너는 거친 여행이지만, 셋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희망을 피워간다.
하지만 타일러가 도망쳐온 과거는 다시 그들의 앞을 막아서고 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