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dong2022-01-02 21:06:14
말 안되는 소리 같은데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이 없는 영화
<돈 룩 업>, 스포일러 없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몇 안 되는 여러분, 혹시 최근에 웃었던 적이 언제인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은 2022년 1월 2일이다. '올해 처음으로 언제 웃었어요?'나 '혹시 어제 웃은 적 있나요?'라고 물으면 답을 못할 수도 있다. 그만큼 웃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애인이 있거나 자제분들이 있는 집안이라면 쉽겠지만 나 같은 솔로남들에겐 웃기란 더더욱 어렵다. 생각해보면 공포영화를 보고 무섭다고 느끼는 것도 어렵지 않나? 비단 작년에 봤던 <랑종>의 경우 나는 극장에서 뛰어나오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무서웠다. 근데 누구는 안 무서웠다고 말하는 걸 보니 감정은 이렇게 사람마다 가지각색이다. 이건 당연하게도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까 필연적이다. 또 인간사에 당연하게 통하는 공식이란 없잖아? 무조건 웃기고 무섭고 이런 건 웃음의 신이 와도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분노와 공감은 가지각색으로 다양하기 마련이다. 이 말은 사람마다 관심 있는 사회문제가 다를 수밖에 없단 것을 의미한다. 나 역시 관심 있는 사회이슈가 있겠지? 만약 내가 일하는 곳의 환경을 반영해서 '치매 환자분들과 가족들의 처우를 더 낫게 개선해준다'라고 한다던가 '사회복무요원 월급 인상과 복무기간을 단축해준다'면 내 표가 올해 대선에 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렇게 누군가의 목소리가 사회로 반영되는 과정이란 가지각색이라 당연히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근데 가끔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는 가치관에 의해 일상을 사는 게 아니라 하루가 일상에 잡아먹히도록 놔두는 것 같다. 가령 정치인들이 하는 심한 욕설이나 막말, 위선들을 보면 그런 기분이 들지 않는가.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돼?' 같은 뭐 그런 것들 말이지. 이런 안타까움은 단적으로 우리나라에만 나타나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저 멀리 있는 미국에서도 정치현실에 사고방식이 잡아먹힌 사람이 있는 것 같으니. 짱짱한 배우들과 아담 맥케이라는 나름 굵직한 감독이 이 미국 사회에 대해 할 말이 있는 것 같다. 뇌 비우고 볼 수 있는 코미디를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추천하는 작품이다.
1. 무엇에 대한 작품인가요?
서두에서 쓴 바와 같이 '미국 사회에 대한 풍자'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미국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다. 그 전의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에피소드를 아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얼굴 빨개진 게 상수가 돼서 망언을 늘어놓았다는 기사가 하나, 둘이었나? 그의 어록들 중에 나에게 기억에 남는 것은 코로나19를 무시하고 백신 접종도 안 하다 전염병에 걸렸다는 일화다. 자기만 병에 걸리면 뭐 크게 피해가 없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이걸 나라 전체의 의사결정에 반영해 미국의 경제산업에 참사를 일으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영화는 (내 기준에) 코로나19와 유사해 보이는 재앙을 보여준다. 운석이 지구에 떨어져 우리가 사는 이 터전이 파괴될 수도 있음을 예견하는 랜디와 케이트. 그러나 이 둘은 백악관과 방송계의 헛스윙 때문에 경고를 전하는데 여러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 영화는 이때 '어떻게 어려움에 부딪히게 되는가?'와 '이때 만난 사람들이란 어떤 종자들인가?'를 보여준다. 이 인물을 보고 이게 말이 되나? 싶은 분도 있을 것 같다. 근데 머지 않아서 머릿속에 한 생각이 들 것이다. 이런 비슷한 사람들이 이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단순히 위에서 비슷해 보이는 재앙을 대처하는 두 대통령을 대비시킨 것은 아니다. 이렇게 바보같은 정치인을 지지하며 취하는 스탠스는 무엇인지, 모난 이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틱톡과 인스타그램이 쥐고 흔드는 쇼츠 문화가 낳는 단점은 무엇인지 지적한다.
2. 배우들의 연기 합은 어떤가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조나 힐, 케이트 블란쳇, 티모시 살라메, 메릴 스트립까지 할리우드의 국밥 같은 배우들이 나온다. 얼굴만 봐도 든든해지는 배우진들이 모여 잘 짜인 코미디 한 편을 만들어냈다.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미남 배우'하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떠오르지 않나? 그는 이번에 살짝 다른 역을 맡았다고 생각한다.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나 <캐치 미 이프 유 캔>같이 대놓고 방탕한 캐릭터가 아닌 소심한 과학자 역할을 맡았다. 얼굴이 그냥 딱 봐도 조각미남인 사람이라 처음에야 살짝 엥? 이런 역도 하나? 싶었지만 꽤나 잘 맞는다. 그리고 이런 소심한 캐릭터가 후반부의 어떤 결정에 영향이 가는데, '이 사람은 이렇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라고 납득이 갈 정도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뭐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음은 제니퍼 로렌스다. 돌아이 연기 권위자답게 그녀 다운 역을 잘 소화해낸다. 또 다른 배우 케이트 블란쳇 역시 말할 필요도 없다. 아빠한테 서운한 게 많은 신(토르 : 라그나로크), 레즈비언 로맨스(캐롤), 사회성 떨어지는 건축가(어디 갔어, 버나뎃) 등등 다양한 역을 맡았던 것을 많은 분들이 기억할 것이다. 근데 나는 이런 역할에 비해 '섹시한 뉴스 진행자'는 좀 덜 개성 있다고 생각했다. 굳이 이 배우가 들어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긴 했지만 뭐 연기를 잘했으니 미스캐스팅이라고 보기 어렵겠지. 이 외에도 메릴 스트립 역시 베테랑답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대통령 연기를 잘 해냈다. 근데 이런 기라성 같은 배우들 만큼이나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준 배우가 있다. 나는 이 것을 조나 힐로 꼽고 싶다. 점점 장면이 쌓이고 러닝타임이 지나가면서 얼굴만 봐도 웃기는 과정을 여러분도 겪게 될 것이다. 별 대화 안 하는데 그냥 웃긴다. 이 조나 힐의 퍼포먼스를 보는 것으로 영화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3. 이해하는 게 어렵지는 않나요?
이게 어떻게 설명해야 맞냐면, 대사의 양이 많다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줄거리는 어렵지 않은데 말이 많아서 이해능력이 떨어지는 나 같은 분들은 상황을 받아들이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 문제가 아니라면 극이 어렵다거나 그러진 않을 것이다. 또 우리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모바일 환경에서만 이 작품을 볼 수 있지 않나? 재생 바가 왔다 갔다 하니 모바일 환경에서 보는 것도 그렇게 썩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4. 보기 전에 알고 가야 할 지식이 있나요?
사실 있지만 내가 서두에 써버렸다(ㅋㅋ). 미국 영화이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해서 알면 좋을 것이다. 그 외적인 건 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어떤 층이 지지했는가? 에 대한 이야기다. 흔히 미국의 백인 남성이 그에게 표를 줬다는 말이 많다. 트럼프가 당선되기 이전, 다문화 사회를 표방했던 미국에 불만이 많았던 미국 국민들은 백인 중심으로 사회를 재건하겠다!라고 말한 그에게 표를 줬다. 이런 투표의 작동과정이 영화 내부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반면에 난 단순히 이 공화층 지지자들만 비판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성이 날아오는 걸 세상에 알리고 백악관이 어떤 태도를 견지하려고 하는데, 이 관계자들이 '특정한 논리'를 내세워서 반대한다. 난 '특정한 논리'가 민주당 지지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몇 정치인들에게도 적용되는 풍자라고 생각한다. 이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그냥 네이버 들어가서 시사 뉴스 몇 개 보고 가면 될 것 같다. 그럼 알 것이다. 감독이 사회의 어떤 모습을 공격하고 싶었는지를. 아, 이 외에 알고 가야 할 사실이 있다. 이 영화에 크리스 에반스 나온다. 한번 찾아보시길.
5.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어 여행이고 나발이고 발이 묶인 요즘이다. 백신이 보급화되서 해치웠나? 싶었지만 오미크론이 확산되며 전염병 문제가 점점 더 심해진다는 말이 들려온다. 이에 따라 각국의 정부의 리더십이 비판대에 올랐다. 영화는 이 지도자들의 위선을 웃음으로 삼는 작품 아닌가? 당연히 이 사회에 할 말이 많은 분들이라면 속이 엄청 시원할 것이다. 이게 나쁜 것도 아니고 충분히 그들의 주장이 일리 있기 때문에 이들은 그야말로 사이다를 느끼게 될 것이다. 다른 지점이라면 역시 그냥 뇌 뺀 코미디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그냥 재미있다.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러운데 그 안에 코미디도 담겨있고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도 있는 그런 작품이라는 뜻이다. 이때 후자, 그러니까 사회비판적인 메시지가 살짝 우선순위가 덜해 보여서 그렇지 영화는 오락성의 측면에서 좋은 기능을 한다. 넷플릭스에서 할 거 없을 때 보기에 좋은 작품이란 뜻이다. 아, 티모시 살라메 좋아하는 분들 많지 않나? 팬들은 이 영화 보면서 만족할 수 있을 듯.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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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정우, 김남길 주연 범죄 스릴러 "브로큰" / 동생이 살해된 밤의 비밀 / 적절한 액션과 반전이 살아있는 결말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브로큰"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따로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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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신세경, 왜 서촌으로 갔을까 (with 아름다움)
Ott 앱인 Seezn 오리지널 영화인 어나더 레코드가 공개되었어요.
다큐멘터리인 이번 영화는 배우 신세경의 고민과 함께
조용하고 아름다운 서촌의 모습이 담겨 있어요.
서촌의 사람들과 대화하는 모습도 볼 수 있죠.
마치 그들 옆에 앉아서 같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체 리뷰를 봐주세요!!
제 Rabbitgumi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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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마법에 걸린 사랑2> 공식 예고편
동화 속 삶을 빌었는데 모든 게 완전히 어긋났어...?!? 동화 속 프린세스의 현실 살아가기 프로젝트는 계속 됩니다!✨❤✨ 에이미 아담스, 패트릭 뎀시 주연! 디즈니+ 오리지널 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 2]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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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아우터뱅크스 2> 티저 예고편
다시 빠져든다. 금괴는 우리가 접수한다! 《아우터뱅크스》 시즌 2 올여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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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첫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임효겸
봉준호 감독이 극찬한 스릴러 영화 <잠>과 프랑스 젊은거장 #미아한센러브 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신작<어느 멋진 아침>까지 9월 첫째주 개봉예정작 같이 알아보실까요?
잠
Sleep
ⓒ 네이버영화
개요: 미스터리 | 한국 | 94분
감독: 유재선
출연: 정유미, 이선균
개봉: 2023.09.06.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 어느 날, 잠들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 현수. 깨어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현수는 잠들면 가족들을 해칠까 두려움을 느끼고 수진은 매일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 때문에 잠들지 못한다.
CINE PICK!
봉준호 감독은 “정말 독특하고 새로운 공포영화, 새로운 괴물 신인 감독의 탄생이다”라며 잠을 극찬했습니다. 제 76회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메인 경쟁 섹션에 초청된 영화입니다.
어느 멋진 아침
One Fine Morning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프랑스 | 113분
감독: 미아 한센-러브
출연: 레아세이두, 멜빌 푸포 등
개봉: 2023.09.06.
배급: 찬란
시놉시스
여덟 살 난 딸, 투병 중인 아버지와 파리의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산드라는 어느 날 오랜 친구 클레망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일과 가족, 사랑 사이에서 삶은 계속되고 때로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하지만 아침은 여느 때와 같이 찬란하게 찾아온다.
CINE PICK!
프랑스의 젊은 거장으로 주목받는 미아 한센 러브는 “가장 직접적으로 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며 아버지의 존재를 영화로 남겨 기억하고 싶어 만들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일주일간 친구
One Week Friends
ⓒ 네이버영화
개요: 멜로/로맨스 | 중국 | 106분
감독: 임효겸
출연: 조금맥, 린이, 심월, 왕가휘 등
개봉: 2023.09.06.
배급: (주)올랄라스토리
시놉시스
일주일마다 친구에 대한 기억을 잃는 전학생 ‘린샹즈’ 병 때문에 자발적 아싸가 돼버린 그녀에게 성화 재수학원 최고 인싸 3인방 ‘쉬유수’, ‘송샤오난’, ‘장우'가 다가온다. 세 사람은 샹즈의 단 하나뿐인 ‘일주일간 친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샹즈는 그들과의 추억을 일기장에 채워 나가기 시작한다
CINE PICK!
중국의 라이징스타 ‘린이’가 주연을 맡은 영화 <일주일간 친구>에서 학교 최고 ‘핵인싸’ 쉬유수 역을 맡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첫눈에 반한 전학생 린샹즈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장난기 가득한 매력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오즈의 마법사
The Wizard Of Oz
ⓒ 네이버영화
개요: 가족, 판타지, 모험, 뮤지컬 | 미국 | 112분
감독: 빅터 플레밍
출연: 주디 갈랜드, 프랭크 모건, 레이 볼거, 버트 리르 등
재개봉: 2023.09.06.
배급: ㈜마운틴픽쳐스
시놉시스
회오리 바람에 휩쓸려 오즈의 나라로 내던져진 도로시는 집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는 것임을 알고 그를 찾아 긴 여정이 시작된다 . 그러나 도로시 일행을 방해하기 위해 뒤쫓아오는 서쪽 나라 마녀의 검은 그림자.
CINE PICK!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던 277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환상적인 화면과 촬영기술을 선보였습니다.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에 휩쓸려가는 동안 창 밖에 나타난 하늘을 나는 자전거 장면은 훗날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E.T>의 테마와 이미지에 그대로 반영되는 등 후대 판타지 영화에 미친 영향은 헤아릴 수 없이 큽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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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장들이 좋아하는 의외의 영화 8선
작가주의 거장도 상업영화 좋아한다.
호불호가 있는 영화임에도 당당히 좋아한다고 말하는 자신감과 논리.
여러분도 알려진 명작외에 특별히 애착가는 영화가 있나요?
맨 인 블랙 3 | 폴 토마스 앤더슨
" <맨 인 블랙 3> 봤어요? 그건 좋았어요... 시간 여행 이야기가 눈물 나더라고요. 제가 그런 것에 환장하거든요"
<맨 인 블랙 3> 줄거리
알 수 없는 사건으로 현실이 뒤바뀌고 외계인의 공격으로 위험에 빠진 지구. 게다가 MIB 소속 베테랑 요원 ‘케이’는 하룻밤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진다.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유일한 사람은 ‘케이’뿐인데… 사라진 파트너를 찾고 그동안 감춰졌던 우주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제이’요원은 과거로 위험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 곳에서 심하게 젊은(?) ‘케이’와 마주하게 된다. 이제 이 둘은 24시간 안에 우주의 비밀을 풀고 현재로 돌아와야만 하는 MIB 사상 최고의 미션에 도전하게 되는데!
알프레드 히치콕 | 벤지
"아버지는 비평가나 본인의 만족을 위해서 영화를 만든것이 아니라 관객과 오락을 위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히치콕의 딸 패트리샤는 아버지가 가장 좋아한 영화가 강아지가 주인공인 영화 <벤지>라고 덧붙였습니다.
<벤지> 줄거리
유명한 금괴에 관한 첫 번째 영화. 벤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들를 때마다 음식과 관심을 주는 수많은 마을 사람들의 가슴속에 그의 길을 걸어온 길 잃은 사람이다. 특히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한 쌍의 아이들이 부모님의 뜻에 반하여 그와 함께 놀고 먹이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납치되자 부모와 경찰은 이들을 찾지 못하고 있다. 벤지만이 그들을 추적할 수 있지만, 그가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까? 만약 그가 그 날을 살릴 수 있다면, 그는 그가 갈망하던 영구적인 집을 찾을지도 모른다.
마틴 스콜세지 | 엑소시스트 2
"저는 가톨릭의 죄책감을 가졌기 때문에 <엑소시스트> 1편을 좋아했고, 또 무서워 했습니다.
하지만 <엑소시스트 2>는 1편을 능가했습니다"
<엑소시스트 2> 줄거리
17세가 된 소녀 리건은 자신도 모르게 이상한 힘을 발휘하는 일들을 하게 된다. 추기경의 부탁을 받고 필립 라몬트 신부가 리건의 집으로 온다. 리건은 정신과 의사인 터스킨 박사의 정밀검사를 받는데 모든 것을 과학적으로만 처리하고 악령을 믿지 않는 박사와 신부는 의견 차이를 일으킨다. 리건을 치료하다 죽은 메린 신부의 행적을 조사한 라몬트 신부는 리건에게 분명히 악령이 깃들어 있다고 확신하나, 더스킨 박사는 신부가 악마에 미쳤다며 믿으려하지 않는데..
크리스토퍼 놀란 | 맥그루버
"제가 <맥그루버>의 팬인 것이 들통났는데, 그 영화는 저를 완전히 미치게 한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앤 헤서웨이는 놀란이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촬영하는 내내 <맥그루버>의 대사를 자주 언급했다고 말했다.
<맥그루버> 정보
미국 NBC-TV 인기 코미디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서 ‘맥가이버’를 패러디하여 2007년 1월부터 새롭게 등장시킨 동명 캐릭터를 대형 스크린에 그려낸 코미디물.
니콜라스 윈딩 레픈 | 개같은 내 인생
"나는 아주 어렸을 때 어머니와 함께 이 영화를 봤어요. 행복해서 울었던 영화는 <멋진 인생> 말고는 이 영화가 유일합니다."
<개같은 내 인생> 줄거리
열두 살 소년 잉마르는 하루도 사고를 치지 않는 날이 없다. 병세가 나날이 악화되는 엄마가 쉴 수 있도록 잉마르는 외삼촌이 사는 시골 마을로 보내지고, 사랑하는 개 시칸과도 헤어져 힘든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잉마르는 러시아 우주선에 태워져 먼 우주로 보내진 강아지 라이카보다는 자신의 처지가 낫다고 위안하며 철학적 사색에 잠기곤 한다. 순박하고 정이 많은 외삼촌과 새로 사귄 마을 친구들, 엉뚱한 괴짜 이웃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던 잉마르는 축구와 권투를 좋아하는 소녀 사가와 친해지면서 점차 웃음을 되찾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잉마르에게 엄마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는데...
스탠리 큐브릭 | 덩크슛
<덩크슛>은 실제로 스탠리 큐브릭이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작품으로 알려짐.
<덩크슛> 줄거리
시드니는 항상 거리의 코트에서 살며 내기 농구를 즐긴다. 어느날 경기를 하는 도중 백인인 빌리가 나타난다. 마피아들에 빚을 지고 여자 친구와 도망치는 떠돌이다. 시드니는 빌리와 내기를 한다. 당연히 사람들은 시드니에게 돈을 건다. 결과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빌리의 승리. 시드니는 거리 코트를 휩쓸기 위해 빌리에게 파트너가 될 것을 제의한다. 둘은 그때부터 허슬러가 된다. 승승장구하며 둘은 거리 코트를 하나씩 점령해 간다. 그렇게 해서 둘은 도박농구로 친구가 된다. 그러던 어느날 다른 패거리와의 시합이 벌어진다. 시드니는 전에 없던 무기력함을 보이고 둘은 예상치 못한 패배를 맛본다. 시드니가 다른 패와 짜고 사기를 친 것이다. 둘은 싸운다. 더욱 절친한 농구 도박사로 다시 의기투합한 둘은 5000달러의 상금이 걸린 거리 농구 챔피언쉽에 나가게 된다.
테렌스 맬릭 | 쥬랜더
테렌스 맬릭은 <쥬렌더>에 푹 빠져 재관람하고, 친구들에게 대사를 흉내내며 <쥬랜더>를 포함시킨 영화제를 주최할 정도의 열성 팬으로 알려져 있다.
<쥬랜더> 줄거리
세계 패션 산업이 날로 번창하던 어느 날, 말레이시아 수상이 미성년자의 노동 착취를 뿌리 뽑겠다고 천명하자 패션계는 발칵 뒤집어진다. 자사 물건을 대부분 임금이 산 외국에서 제작해 온 디자이너와 패션계의 거물들은 이제껏 그래왔듯이 방해인물을 제거하기로 합의한다. 필요한 것은 이들의 도구가 되어줄 멍청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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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호> 도전적인 밑그림을 덮은 무미건조한 채색
2092년, 지구의 환경오염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설리반(리처드 아미티지)이 우주 위성궤도에 만든 새로운 보금자리 UTS로 향한다. 그러나 UTS에 정착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한정적인 관계로 돈이 부족한 많은 이들은 지구에 그대로 남거나 우주를 떠돌며 힘겹게 살아간다.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인 ‘태호’(송중기), ‘장선장’(김태리), ‘타이거 박’(진선규), ‘업동이’(유해진)도 가족과 동료들을 잃은 파란만장했던 과거는 뒤로 한 채 돈 되는 일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며 살아간다. 어느 날, ‘승리호’는 사고 우주정에서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박예린)’를 발견하고, 그녀와 관련된 음모를 깨달은 뒤 새로운 모험에 나선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승리호>는 보는 재미가 확실하다. 우주선 내부나 우주 도시의 거리, 클럽, 도박장, 우주선 수리장처럼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낸 세트 미술은 미래의 세계관에 자연히 빠져들게 만든다. <스타워즈>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비교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은 우주선들의 추격전과 액션은 <신과 함께> 이후 한국의 CG 기술력이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방증처럼 보인다. 전작인 탐정 홍길동처럼 본래 만화와 현실을 오가는 과장된 영상미를 보여주던 조성희 감독이기에 UTS의 마을이나 설리반의 사무실처럼 CG가 살짝 어색한 장면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비주얼 측면의 성과는 영화가 극장에 걸리지 못한 현실이 야속할 정도다.
하지만 시각 효과를 잠시 제쳐둔 채 "<승리호>가 최초의 한국형 스페이스 오페라로서 성공적인가?"라고 묻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절반의 성공, 혹은 절반의 실패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승리호>는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를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데는 성공했다. 다만 그 재해석을 보여줄 때 할리우드의 기존 문법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문제를 노출한다.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 영화는 우주에서 펼쳐지는 모험과 전쟁을 주요 소재로 삼는다. 사실 영화 장르로서 스페이스 오페라는 국내에서 인기가 없다. 가장 흥행에 성공한 작품인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320만 관객을 간신히 넘겼고, 그 이후 시리즈는 100만 명을 넘기지 못했다. MCU에 속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도 270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으며 <스타트렉> 시리즈도 100만을 간신히 넘는다. 이처럼 스페이스 오페라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특히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가 할리우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서부극의 전통을 이어받은, 미국적인 영화의 대명사로 볼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실제로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용어는 1941년 SF 작가이자 평론가인 윌슨 티거가 최초로 사용했는데, 이는 서부극을 뜻하는 호스 오페라(horse opera)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의미였다.
서부극을 구성하는 이른바 '미국적' 토대는 두 가지로 파악할 수 있다. 하나는 개인주의이며 다른 하나는 개척주의 혹은 팽창주의다. 우선 서부극의 주인공은 대게 독선적이고 개인적인 반-영웅이다. 기존의 규범과 규율에 복종하기보다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행해 사람들을 구하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스타워즈>의 주인공들은 이 전통을 그대로 계승한다. 루크 스카이워커, 아나킨 스카이워커, 한 솔로, 레이 등은 하나 같이 선대의 가르침, 제다이의 규율을 무시하고 자신의 직감이나 판단을 쫓는 경우가 많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팀원들도 스타로드가 순간적인 충동으로 타노스를 때린 것처럼 개인적인 돌발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스타트렉>의 커크 선장도 마찬가지다.
또한 서부를 개척하고, 혼돈과 질서가 없다고 여겨진 땅을 문명화하는 이야기를 보여줬던 서부극은 흔히 미국인의 정신이라고 표현되는 서부로의 개척주의, 팽창주의가 영화에 투영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스페이스 오페라는 말이 우주선으로, 미국 서부의 평야나 사막이 우주와 행성들로, 미국의 원주민을 외계인으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 1960년대에 케네디 대통령이 '뉴 프런티어(new fronier)'를 외치며 미국 서부를 전 세계, 심지어 달로 확장시킨 것처럼 동시대에 제작된 <스타트렉>에서도 미국(U.S.)을 상징하는 U.S.S. 엔터프라이즈 호는 우주 각지를 탐험한다. 이러한 미국 중심의 개척주의, 팽창주의의 전통은 <스타워즈>나 <스타트렉>에서 백인, 흑인, 황인 가리지 않고, 또한 지구인과 외계인을 가리지 않고 전부 영어를 사용하는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식민지의 피지배자로 근현대 시기를 보냈던 한국인에게 본질적으로 미국의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는 그다지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닐 수밖에 없다.
이는 한국형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를 만들려는 시도가 단순히 화면에 태극기를 보여주거나 '승리호'라는 우주선 이름을 한글로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미국적 기반에 토대를 두지 않는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승리호>는 이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 우선 미국 중심의 개척주의, 팽창주의에서 탈피한 세계관을 선보인다. 주인공들이 기본적으로 통역기를 사용하며 한국어, 프랑스어, 영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나이지리아 피진어 등에 이르는 다양한 언어가 등장하는 것이 단적인 예시다. 그 외에도 미국의 개척, 팽창주의에 대한 반기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주인공들이 우주 쓰레기 처리선을 타고 다니는 장면, 거대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부유층만 사는 우주도시와 황폐화된 지구를 오가는 초반부 장면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단에 다다른 풍경에 대한 상상화를 그려내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질서의 폐해를 비판한다.
이는 생태주의적 접근과도 궤를 같이 한다. 서부 개척을 화성 개척과 등치시키며, 자연을 개발하고 소비한 뒤 새로운 개발 대상을 찾아 나서는 세태를 비판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 성장을 상징하는 63 빌딩이 미세먼지로 뒤덮인 가운데 더 높은 빌딩들이 서 있는 서울을 보여주는 오프닝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는 영화의 주된 갈등이 도로시를 죽이려는 설리반과 지키려는 승리호의 대립에서 비롯되는 가운데, 이 갈등이 지구를 파괴하고 화성으로 이주하는 설리반과 지구들 되살리기 위해 나무를 심는 주인공들의 대조를 이루는 선택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유다. 또한 어린아이로 등장하는 도로시 캐릭터 자체가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을 담은 존재이기 때문에 태호가 과거에 딸을 잃은 기억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전개는 나름의 설득력을 갖추기도 한다.
한편 <승리호>는 연대와 협력의 메시지를 강조하며 개인주의적인 영웅 서사를 거부한다. 실제로 빌런과 승리호 일행이 대면하는 구도는 언제나 일 대 다의 구도 속에서 이루어진다. 설리반이 승리호 내부로 들어와 그들을 직접 제압하는 장면이나, 카밀라가 우주 공장 내부에서 승리호 일행과 격투를 벌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초반부만 해도 서로가 서로에게 비난을 퍼붓던 서로 다른 국적의 우주 쓰레기선 승무원들, 서로 믿지 못하던 검은 여우단과 승리호 선원들이 힘을 모아 설리반의 음모를 막는 데서도 영화가 중점을 둔 대목을 눈치챌 수 있다. 이때 상술한 통역기는 연대와 협력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영화적 장치다. 따라서 <승리호>의 세계관, 큰 그림, 밑그림은 분명 기존에 볼 수 있었던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들과는 차별화된 한국형 스페이스 오페라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문제는 <승리호>가 기존의 할리우드 문법을 사용해 세계관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특히 <승리호>의 장면들을 디테일하게 뜯어보면 기시감을 피할 수는 없다. 액션의 경우, 업동이가 우주선을 오가며 파괴하는 장면에서는 <토르: 라그나로크>, 행성을 파괴할 수 있는 무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무기 안에 잠입하는 전개는 <스타워즈>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우주 쓰레기 혹은 운석 지대와 같은 장애물 지대로 들어가는 것 역시 수십 년간 애용된 클리셰다. 미래의 우주를 그려낸 디테일한 설정도 마찬가지다. UTS의 설정이나 모양새는 <엘리시움>의 설정이나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에서 등장한 스카리프 행성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 "매끈하고 날렵한 할리우드 영화의 우주선"과 다르다는 일각의 평가 역시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전투기의 만듦새를 고려하면 설득력이 없다.
캐릭터의 설정과 관계도 마찬가지다. 능글맞은 파일럿, 강력한 여전사, 신체적 능력과 별개로 순박한 인물, 유머와 위기 탈출을 책임지는 인간이 아닌 존재라는 조합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한다. 이는 전작에서 보인 배우들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차용한 것이기도 하다. 제각각 다른 과거를 지닌 이들이 승리호라는 우주선에서 하나의 가족으로 묶이고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보듬아 준다는 전개 또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와 일치한다. 주인공 일행을 매번 위기에 빠뜨리는 여성 서브 악역의 존재, 인간성을 말살한 소년병을 양성해 UTS 기동대로 활용했다는 설정은 <스타워즈> 시퀄 시리즈 속 스톰트루퍼를 연상시킨다. 결국 미장센이나 디테일한 연출의 측면에서 사실적인 영상을 구현한 기술력과 별개로 뭔가 독창적이나 새로운 것을 보여줬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작법을 빌린 것과 별개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대목들도 있다. 무엇보다도 악의 축으로 그려지는 설리반의 서사가 부족한 결과 순이를 지키는 이와 대 죽이려는 이의 가시적인 대립 이면의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는다. 그의 혈관이 갑자기 부풀고 감정이 폭주하는 것, 로봇처럼 검사를 받는 모습 등 스치듯 지나가는 묘사만으로 인간을 혐오하고 지구를 파괴하려고 하는 그의 동기가 충분히 제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사실 장선장이나 태호가 설리반과 함께 일했다는 과거사를 보여줄 경우 그들의 철학적 대립이나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비판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악역에 대한 묘사가 부족한 것은 아쉬움이 짙다. 그 외에도 도로시가 극 중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활용되는 것과 같은 편의적인 전개가 종종 눈에 띈다.
물론 한국 영화 시장에서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가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익숙한 전개, 캐릭터, 볼거리를 선택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다. 240억 원의 제작비와 580만 명가량의 손익분기점은 메이저 배급사가 아닌 '메리 크리스마스'의 입장에서 실패를 무릅쓰기 어려운 부담이기 때문이다. 다만 세부적인 장면 구도, 연출 등에서 흥행을 위해 자신의 가능성을 지레짐작해서 제한한 듯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장르적인 측면에서 차별화된 재해석을 선보였고, 수준 높은 볼거리도 제공했으며, 주제의식과 메시지도 사회 현실을 적절히 반영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승리호>가 거둔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는 그 기쁨과 즐거움 못지않게 큰 아쉬움과 미련을 남긴다.
A(Acceptable, 무난함)
최초의 시도가 주는 뿌듯함과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지 못한 안타까움의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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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키 카즈아키의 '지옥의 화원'
본 글은 씨네랩을 통한 시사회 관람 후 리뷰를 요청받아 쓴 글입니다.
포스터만 보고 눈을 돌리는 영화들이 있다. <외계+인>도 포스터만 보고 보지 않으려고 했다. 워낙 제작비가 높은 한국 영화여서 어쩔 수 없이 봤지만 여하간 이런 유의 포스터들은 영화를 보지 않는다. 2시간이라는 시간은 한정적이고 난 2시간을 버리고 싶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화를 고르는 기준이 낮아졌다. 아니, 변했다. 어쩔 수 없는 변화이지만 제작이 되는 영화들은 그 자체로 배울 점이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런 영화들 중에서도 가리기는 한다. <지옥의 화원>의 경우 시사회 관람 요청이 왔을 때 무시하려고 했지만 영화제에서 선택받은 사실과 몇몇 평들이 나쁘지 않아서 보기로 결정했다.
난 여자들의 액션을 좋아하지 않는다. <킬빌>이나 <원티드>같은 영화들도 있기는 하지만 여자들의 액션 자체가 믿어지지 않는다. 특히나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맨손 액션은 더더욱 믿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그녀들의 액션뿐만 아니라 그녀들의 대사 또한 믿어지지 않는다. 대표적으로는 한국 영화 <차이나타운>이 그러하다. 더 나아가서 아무런 통찰도 없이 젠더 체인지만 하는 영화들은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젠더만 바꾸었을 뿐인데 신선하다거나 좋다고 하는 평은 믿지 않는다. 젠더만 바꿔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저 허탈한 웃음만 나올 뿐이다.
이렇게 서론을 적었을 때 <지옥의 화원>은 뭔가 다른 요소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옥의 화원>은 젠더 체인지는 실패했고, 영화적인 완성도는 나름 선방한 쪽이다. 이 영화의 기발한 점은 여직원들의 세계다. 시치미 뚝 떼고 진행하는 여직원들의 세계는 우리가 질리도록 많이 본 고등학생들의 일진 세계다. 고등학생들의 일진 영화는 영화 자체가 그들의 세계라면 <지옥의 화원>은 여직원들의 세계는 영화 속에서 분리된 세계다. 그러니까 영화 속 안에 여직원들의 세계와 그 밖의 세계가 따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직원들의 세계에는 남성들이 존재할 수 없다. 혹은 들러리로 존재한다. 그렇기에 이 영화 엔딩에 불만을 가진 관객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 세계 설정은 감독의 한계다. 그리고 이 한계는 부수적인 문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나오코의 액션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고정관념의 한계일 수도 있으나 <아저씨>의 원빈은 믿어진다. <킬빌>의 우마 서먼도 믿어진다. 그러나 나오코의 액션은 믿어지지 않는다. 그건 아마도 나가노 메이의 가녀린 신체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애니메이션 <드래곤볼>의 손오공은 믿지 않는가. 여기에는 고정관념이 작동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여하간 믿어지지 않는다. 그건 몹씬에서 보이는 엑스트라마저도 허공에 발길질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배우들의 움직임이 허술한 탓일 수도 있다. 이 불신을 잠재우는 것은 자기 반영적 요소와 편집, 그리고 캐릭터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놀랐던 것은 영화의 관심이 액션보다는 나오코의 일반인 세계에 있다는 것이다. 여자들의 액션이 이루어질 때면 항상 컷투로 화면이 바뀐다. 그런 뒤에 싸움의 결과가 보인다. 이런 방식으로 싸움이 편집되고 우리는 싸움을 보지 못한다. 여기에 나오코의 내레이션이 더해진다. 란이 등장할 때와 나오코가 납치될 때, 그리고 납치되었을 때 그녀의 내레이션은 이 영화의 중심 뼈대에 붙어있다. 주인공과 조연. 이 영화의 캐릭터와 중심 뼈대는 주인공과 조연에 있다. 클리셰를 깔아놓고 클리셰를 비트는 방식의 내레이션으로 영화는 자기 반영적 요소를 내비친다. 이 패러디에는 컨벤션과 클리셰가 골고루 섞이면서 나오코의 비밀이 드러난다. 이 순간 우리는 그동안 많이 봐왔던 컨벤션이지만 다시 한번 웅장함을 느끼게 된다. 그와 동시에 논리적으로 이 설정이 납득되지 않아서 당황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는 그전에 컨벤션이 아닌 클리세로 지겨운 대사들을 남발(란이 혼자서 나오코를 구하러 가면서 하는 말)하고 동시에 그 클리세를 패러디로 전환(란의 음료수를 언급)하며 이 영화의 톤이 오글거림과 자조섞인 웃음에 있다는 것을 통과한다. 이 통과와 나오코의 웅장함은 조연과 주인공의 대비처럼 그려진다. 웅장함의 논리적인 설정은 역시 시미치 뚝 떼고 지나간다. DNA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하지만 영화 자체가 그런 논리적인 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 않냐고 이야기하듯.
이 영화의 장점은 중심 뼈대가 흔들리지 않고 유지되면서 그와 같은 DNA를 가진 설정들이 예쁘게 붙어있다는 것이다. 주인공과 조연의 관계는 결국 여직원의 세계와 일반 여직원의 세계로 나누어진다. 일반 여직원의 세계에서 동료들과 커피도 마시고 쇼핑도 하고 싶은 나오코. 여직원의 세계에서 지상 최강의 여직원이 되고 싶은 란. 둘은 서로 크로스 된다. 이 설정 자체가 영화 초반의 교차편집으로 일반 여직원의 세계와 여직원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도 역시 중심 뼈대로 모인다. 우리는 주인공 나오코가 일반 여직원의 세계에서 여직원의 세계로 넘어왔을 때 자연스럽게 기대를 하게 된다. 마치 <크로우즈 제로>나 만화 <짱>같은 이야기에서 주인공의 숨겨진 힘이 드러날 때의 웅장함을 말이다. 이건 컨벤션이다. 하지만 다른 이야기에서는 이 컨벤션을 이용하고 끝나지만 이 영화에서는 이 컨벤션 자체가 주는 쾌감과 캐릭터가 주는 쾌감이 공존한다. 주인공은 끝내 일반 여직원의 세계에 머무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녀는 일반 여직원의 세계에서는 완패한다.
이 패배가 이 영화가 달려온 지점이다. 관객들이 만족할 만한 것들을 다 던져줬다. 물론 그것이 훌륭하다거나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나오코의 첫 액션신이나 클라이맥스는 전부 이 장르에서 느낄 수 있는 쾌감의 최대치를 선사한다. 물론 믿기지 않는다는 문제는 위에서 언급했다. 얇디얇은 손목으로 땅바닥도 부수는 건 좀 심하지 않나.. 여하간 이런 쾌감은 오랜만에 느껴본다. 이 쾌감의 최대 장점은, 이런 쾌감의 종류는 이제 올드하다는 느낌을 동반한다는 것인데, 올드함 없이 병맛과 버무린 쾌감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난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지점은 나오코의 패배다. 영화 속 주인공이 겸허하게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과 동시에 그들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세계에 대해 아쉬움을 내뱉거나 아니면 자신의 운명을 수긍하고 긍정하는 쪽으로 영화가 달려나간다. 하지만 <지옥의 화원>은 그 운명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과 동시에 패배의 쓴맛을 그린다. 이 패배는 주인공이 운명을 받아들이는 쾌감과 동시에 웃음을 선사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의 쓸쓸한 넘버 투 히어로 란의 행복을 빌게 만드는 엔딩이다. 그래서 난 이 엔딩을 긍정한다. 여기에 OL 물에 고춧가루를 뿌렸다거나 헤테로를 뿌렸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애초부터 이 OL 물의 주인공은 평범한 여직원을 꿈꿔왔던 것이니 말이다.
이런 장르의 영화는 비평이 아무 소용이 없는 종류이다. 이 병맛스러움을 긍정한다면 이 영화를 사랑스럽게 받아들일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그저 그런 싸구려 영화로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 같은 사람도 이 영화의 매력을 느꼈다는 것이다. 팝콘을 먹으면서 친구들과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당신이 씨네필이어도.
2022년 12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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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당신이 영화 ‘트루먼쇼’의 주인공이라면?
어느 날 당신의 삶이 가짜처럼 느껴진다면,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를 들어 마른하늘에서 갑자기 조명이 떨어지거나 만화 영화처럼 폭우가 당신의 움직임을 따라서 내린다. 수십 년 전 죽는 모습을 목격한 아버지가 멀쩡하게 살아서 돌아오고, 평범한 사람들이 돌변해서 아버지를 납치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출근길에 틀어 둔 라디오에서 당신의 현재 상황을 그대로 중계한다. 사람들이 모두 당신을 지켜보고, 거기에 맞춰 행동한다는 기분이 든다. 심지어 배우자까지도 의심스럽다. 만약에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진실과 해결책을 찾을까? 아님 상황을 모르는 척 안정된 삶을 이어가야 할까?
위에 적은 모든 예시는 영화 ‘트루먼쇼’의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짐 캐리)’가 겪은 일이다. ‘트루먼쇼’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태어날 때부터 모든 순간이 리얼리티쇼로 방영된 남자가 점차 진실을 알게 되는 상황을 다룬다. 1998년 개봉했으며, ‘죽은 시인의 사회’로 유명한 피터 위어 감독의 작품이다. 작품에 대한 호평과 흥행에 힘입어 199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트루먼쇼’에서 능청스러운 연기로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 ‘짐 캐리’는 1999년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한 편의 리얼리티 쇼처럼 출연진의 이름과 배우와 PD의 인터뷰로 시작한다. 이후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의 일상과 시청자의 모습이 번갈아 가며 등장한다. 쇼에서 트루먼을 제외한 모든 부분은 연기와 설정이다. 자신을 중심으로 의심스러운 사건이 이어지자 ‘트루먼’은 그가 살고 있는 헤이븐 섬을 떠나기 위해 발버둥 친다. 헤이븐 섬은 거대한 인공 스튜디오로 시간과 기후가 임의로 조정된다. 하늘에서 떨어진 조명은 밤하늘의 별을 대신하는 역할이었다. 헤이븐 섬은 잘 관리되어 있지만, 해와 달이 한꺼번에 떠있는 등 기묘한 공간이다.
다른 곳으로 떠나려는 ‘트루먼’의 노력은 번번이 막힌다. 약 5천대의 카메라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그가 떠날 수 없도록 PD ’ 크리스토프(에드 해리스)’는 온갖 방법을 이용한다. 쇼에 큰 집착을 보이는 PD는 달 모양의 방송국에서 전지전능한 신처럼 ‘트루먼’을 살핀다. 자신의 사생활은 극도로 노출을 꺼리지만, 트루먼이라는 개인의 삶을 공유하는 일이 다수의 시청자에게 위안을 준다고 믿는다. 어렸을 때, 아버지와 바다에서 보트를 타다가 겪은 사고도 PD가 ‘트루먼’을 막으려고 고의로 만든 상황이다. 그런 방식은 어른이 된 지금까지 이어진다. 그가 비행기 표를 구매하러 방문한 여행사 벽엔 비행기 사고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버스가 갑자기 고장 나거나 교통체증으로 옴짝달싹할 수 없게 만든다.
PD의 지시에 따라 ‘트루먼’에게 직접적으로 행동하는 건 배우들이다. 부모님, 가장 친한 친구, 아내, 이웃 가릴 것 없이 상황에 맞춰 연기한다. 그들은 쇼가 진짜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직업적으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7살부터 함께 한 친구 ’ 말론(노아 에머리히)’은 ‘트루먼’이 진실에서 멀어지고 의심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인물이다. 그는 ‘트루먼쇼’가 위기의 순간에 처할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맡는다. 규칙처럼 간접광고를 위해 6개 묶음 맥주를 들고 ‘트루먼’을 찾아온다. 영화에서 재밌다고 생각한 배경은 ‘말론’과 ‘트루먼’이 아지트로 사용하는 장소이다. 어두운 밤에 그들은 끊어진 다리 위에서 장난 삼아 골프를 치거나 위태롭게 다리 끝에 걸터앉는다. 거짓말로 얼룩진 그들의 관계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다리와 닮았다.
쇼에서 큰 비중을 가진 또 다른 인물은 ‘트루먼’의 아내 '메릴 버뱅크(로나 리니)’다. 그녀는 영화 속 대사와 행동으로 짐작컨대, ‘트루먼’을 사랑하기보다 쇼에 출연하며 얻게 될 명성에 관심이 있는 듯하다. 주로 트루먼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며 회피하기 일쑤이고, 광고를 처리하기 위해 맥락에 맞지 않는 엉뚱한 소리를 자주 한다. 트루먼에게 가족의 안정과 평화라는 명목으로 떠나려는 '안전한 집으로 가요' 라며 붙잡는다.
한편으로 ‘트루먼’이 세상에 대한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결혼식 사진에서 그녀는 검지와 중지를 꼬고 있다. 미국에서 손가락을 꼬는 동작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행운을 빌어주거나 현재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장면에서는 후자로 사용되었다. ‘트루먼’은 아내의 손가락을 보며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리고 가장 가까워야 할 사람들이 거짓을 말할 때, 상처는 얼마나 클까? 배신감과 타인을 향한 불신이 밀려들지 않았을까?
불행 중 다행으로, ‘트루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진실을 말하려는 사람이 TV 밖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쇼의 단역배우로 출연했던 ‘실비아(나타샤 맥켈혼)'는 우연히 ‘트루먼’과 마주치고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두 사람은 감시를 피해 함께 짧은 시간을 보내지만, 곧 방송 관계자에게 ‘실비아’가 붙잡혀 이별한다. 이후에도 서로를 잊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실비아’는 트루먼쇼 반대운동을 하고 그의 자유를 응원한다.
‘트루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지만, 그를 지켜보는 시청자도 영화에서 등장한다. 인기 있는 프로그램인 만큼 전 세계 곳곳에서 방영되고 나이, 국적, 성별을 불문하고 열정적인 팬도 있다. 마치 드라마를 보듯 ‘아내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둥 ‘트루먼’의 삶에 한 마디씩 보태고 행동 하나하나에 함께 울고 웃는다. ‘트루먼’을 촬영하는 장면에서 감독은 숨어서 지켜보는 구도와 카메라의 검은 테두리가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사용했다. 중반부를 넘어갈수록 더 자주 등장하는데, 관객이 '트루먼쇼'의 시청자 입장이 되도록 유도한다. ‘트루먼쇼’는 인물마다 개성과 존재감이 뚜렷해서 행동이나 역할을 해석하는 즐거움이 있다.
1998년 영화 ‘트루먼쇼’이 개봉 당시부터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영화 속 비현실적인 상황이 우리의 현실과 닮아서’가 아닐까? ‘트루먼’이 ‘헤이븐섬’을 떠나지 못하게 막는 모습에서 안정적인 삶을 이유로 도전을 말리는 주변 사람들이 떠오른다. 관계가 가까운 사람일수록 실패로 끝날 거라 걱정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말린다. 때론 함께한 세월을 언급하며 ‘너는 내가 가장 잘 안다.’는 식의 말을 꺼내기도 한다.
그리고 ‘트루먼쇼’에서 충격적이라고 회자되는 장면 중 하나는 시청자가 프로그램의 결말과 동시에 무표정한 얼굴로 다른 곳은 뭐하냐고 물으며 채널을 돌리는 부분이다. 시청자를 삶에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타인의 시선이라고 해석한다면, 열렬히 응원하거나 인생의 조언을 건네던 사람들도 생각보다 우리에게 무관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헤이븐 섬’을 탈출하려는 ‘트루먼’에게 PD는 리얼리티 쇼라는 진실을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바깥세상은 위험하지만, 쇼의 주인공으로 살면 안전하다고 설득한다.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은 유명인이 될 거라고 설탕 발린 말로 회유한다. 결국 ‘트루먼’은 거짓이 판치지만 안정적인 삶과 자유롭지만 위험한 세계라는 선택에 놓인다. 만약에 당신이 ‘트루먼’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선택 후 펼쳐질 미래는 어차피 미리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트루먼'은 자신의 상징과 같은 대사로 관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In case I don’t see you, Good afternoon. Good evening, Goo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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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한 욕망의 자리는 없다
SYNOPSIS.
더 나은 당신을 꿈꿔본 적 있는가?
한때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명예의 거리까지 입성한 대스타였지만, 지금은 TV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 전락한 엘리자베스(데미 무어). 50살이 되던 날, 프로듀서 하비(데니스 퀘이드)에게서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다. 돌아가던 길에 차 사고로 병원에 실려간 엘리자베스는 매력적인 남성 간호사로부터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권유 받는다. 한 번의 주사로 “젊고 아름답고 완벽한” 수(마가렛 퀄리)가 탄생하는데... 단 한 가지 규칙,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지킬 것. 각각 7일간의 완벽한 밸런스를 유지한다면 무엇이 잘못되겠는가?
‘기억하라, 당신은 하나다!’
POINT.
✔️ 청소년 관람불가 다양성 영화가 50만 관객을 동원한 사례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후 최초라고.
✔️ 이 미친 흥행은 이 영화가 '잘 만든 영화' 이상의 무엇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영화가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당신은 그 말을 듣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궁금해요. 고어한 장면이 있음에도 저는 이 영화를 자꾸 슬프게 되돌아보게 되는데, 여기에는 이 영화 바깥 우리 사회의 이야기들이 깔려 있어 그렇습니다. 저에게는 이 영화가 끝나지 않네요.
✔️ <에.에.올>의 양자경에 이어, 이 영화를 통해 데미 무어 또한 배우로서의 능력을 빛내 보이는 동시에, 그걸 폄하해 온 사람들에게 멋진 한 마디를 남겼습니다.
✔️ 그러나 배우와 메시지만 주목 받아서는 안된다 싶을 만큼... 편집과 연출도 좋았어요.
내면세계와 외부 세계 사이의 암묵적 갈등을 내포하고 있는 이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욕구에 관한 이야기다. 시험해본 적 없는 새로운 자유가 주어질 때 함께 솟아나는 불안에 관한 이야기이고, 여자가 성별과 여성성에 관한 깊고 견고하게 뿌리박힌 오래된 규칙들을 시험할 때 솟아나는 죄책감에 관한 이야기다. 자아와 문화의 충돌에 관한 이야기이며, 여전히 여성의 권력에 대해 심히 양가적 태도를 취한 세계, 욕구와 수치심을 똑같은 정도로 불러일으키고야 마는 세계 안에서 여성의 욕망을 속박하고 있는 고삐가 덜컥 풀어졌을 때 생기는 일에 관한 이야기다. 갈수록 더 시각에 치중하고 상업성이 짙어지는 세계, 여성의 형태가 무자비할 정도로 외현화되는 세계, 여성의 욕망에 관한 관념이 너무나 협소한 틀 안에 갇혀 있는 세계에서 한 여성이 자신의 몸과 자신의 욕망에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관한 이야기다. 전통적인 심리 구조와 사회구조가 얼마나 오래도록 멀쩡히 버티고 서 있을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이고, 여전히 소녀들에게 자기부정의 씨앗이 뿌려지고 권장되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이며, 40년에 걸친 법적·사회적 변화가 진정한 대안적 변화를 아직 일구어내지 못한 까닭에 우리가 행위 주체성과 주도권을 지니고 있다는 느낌이나, 자신의 욕구는 건전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만족시켜도 될 타당성과 자격을 지니고 있다는 확신이 부재한다는 이야기다.
캐럴라인 냅 에세이 <욕구들: 여성은 왜 원하는가>의 문장들이다. 2003년 출간된 책이지만, 마치 <서브스턴스>를 보고 쓴 감상평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문장들이다. 즉 이 문제는 수십 년 지나도록 변하지 않았으며, 엘리자베스의 에어로빅에서 수의 쇼로 넘어갈 때 느껴지는 것처럼 "갈수록 점점 더 시각에 치중하고 상업성이 짙어지는" 동시에 "여성의 형태가 무자비할 정도로 외현화되"고 있다. <서브스턴스>가 영화관을 나서도 끝나지 않는 이야기인 이유다.
우리가 지독한 외모 지상주의의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은 이제 당연스럽게 여겨지는 명제지만, 그 정도는 모두에게 같지 않다. 나이와 성별에 따라 다른 잣대가 드리워지는 이 세상에서, 여성 노화에 대한 거부감은 사실 신체 기능 상실이나 죽음에 대한 공포 이전에 사회적인 어떤 것을 상실하게 되는 상황에 대한 공포에 가깝다. 그리고 후자는 결코 전자에 비해 작지 않다.
이 영화의 초입에서 엘리자베스(데미 무어)는 두 가지를 다 경험하는데, (1) 자동차 사고로 병원에 가는 상황 (2) 진행해 왔던 에어로빅 쇼를 "더이상 젊고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그만두게 된 상황 중 관객의 뇌리에 더 강렬하게 남는 것은 두 번째 상황 쪽이다. 물론 스토리상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지만, 만일 엘리자베스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고 그 부고 소식을 인터넷 뉴스 연예면에서 접했다고 해도 대중이 재생산하는 쪽은 두 번째 이야기였을 것이다.
이런 사회적 기반 위에 등장했기에 <서브스턴스>는 몸을 둘로 나누는 비현실적 현상을 담은 영화임에도 더없이 현실적 현상을 담은 영화로 기억될 영화가 되었다.
여성의 욕망: 내 욕망과 사회의 욕망 구분하기
영화 속 상황처럼 극단적인 상황을 접하지는 않지만, "기왕이면" 좀더 예쁘고 좀더 젊어 보이면 좋다는 정도의 생각은 절대 다수의 여성이 할 것이다. 남성들이 기초 청결에서 약간만 나아간 수준으로 외모를 챙겨도 그루밍족이니 뭐니 하는 기사가 쏟아지지만, 외모를 위한 여성들의 노력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취급되다 못해, 그 트랙 바깥에 서겠다는 사람들에게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다느니 뭐라느니 하는 비난으로 이어진다.
문장으로 쓰면 당연한 소리 같지만 사회에서 이 사실을 매일매일 느끼는 사람을 많지 않다. 이 메시지는 대놓고 트랙 바깥에 선 사람이 아니라면, 비난이 아니라 격려의 형태로 비틀어 전달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더 예쁘고 좋잖아. 이렇게 하면 더 건강하기도 할걸? 착하기까지 할걸? 각종 미덕을 뒤섞어 쏟아놓는 말들 안에서, 여성은 사회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처럼 받아들이기 쉽다.
엘리자베스는 "젊고 예쁘지 않다"는 (더 늙은) 하비의 입에서 나온 말로 후려치기 당하며 일자리를 잃었다. 그리고 하비의 욕망과 판단은 곧 엘리자베스의 욕망과 판단으로 내려앉는다. 복도를 가득 메운 엘리자베스의 사진은 "젊고 예뻤던" 시절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가 착실히 쌓아온 커리어라고 볼 수도 있는데, 하비 뿐 아니라 엘리자베스 본인조차 자신을 내공이 어마어마한 진행자로 바라보지 않는다. 과거의 자신을 비추어 보며 자신을 멸시하는 엘리자베스의 시선은 사회에서 그에게 실어 올린 것이다. 동시에 엘리자베스는 오랜 기간 "자신을 잘 돌보라"며 여성들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해 온 사람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어딘가에서 시작된 사회적 욕망은 여성의 안에서 여성과 동일시되고, 남성이 말할 때보다 더 효과적으로 확대 재생산된다.
그러나 그 욕망이 시작된 지점, 하비의 입에서 여성은 새우와 과연 얼마나 다른 대접을 받고 있는가. 하비가 쩝쩝거리며 뜯어 먹는 새우 장면이 불쾌한 이유는 단순히 위생적인 거부감을 주기 때문만이 아니다. 철저하게 타자화되어 있는 살덩어리의 자리가, 하비가 여성에게 부여하는 자리라서 더욱 그렇다. 이러한 구조에서 생존하기 위해 많은 여성들이 정작 스스로의 욕망에는 둔감해지고, 사회적 욕망에 스스로를 체화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세상에는 각종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 신경이 몰려 있어 잘못 건드리면 위험해질 수 있는 턱을, 심장만큼 중요하다는 종아리 근육을... 미용이라는 정갈한 단어에 담은 사회적 욕망을 사유로 찢고 째고 주사를 놓으며 상처 낸다. 사람 몸이 레고로 만들어진 것도 아닌데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는, 어디 살을 파내서 어디 다른 데 갖다 붙이라는 그로테스크한 광고가 영화관 가득 쩌렁쩌렁 울린다. 몸이 이물질로 인식해 면역 반응이 일어날 보형물을 몸에 집어넣는다.
이 모든 신체 학대 행위는 "노력"이라는 말로 포장된다. 더 예뻐지기 위한 노력. 자기 관리. 그리고 엘리자베스와 수로 찢어진 두 개의 신체,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이 말해준다. 그동안 우리가 자기 관리라고, 미용, 노력이라고 불러온 것들의 상당수가 자기 학대였음을. 그리고 사회의 욕망을 이미 체득한 우리는, 누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스스로 괴롭히는 법을 이미 가장 잘 알고 있다.
사회의 욕망: 그거 그렇게 대단한 건가요?
그렇다면 우리가 시나브로 체득하고 있는 사회의 욕망은 과연 우리의 신체와 정신 건강을 다 갉아먹을 가치가 있는 것인가. 그 대답은 새우를 씹는 하비에게서 들을 수 있다.
하비가 엘리자베스를 해고하고 새로운 얼굴을 찾겠다는 결정을 하기까지, 과연 얼마나 '업무적인' 과정과 고민이 있었을까? 시청률, 독자 의견, 인터넷 반응... 숫자 하나라도 보았을까? 숫자 이면의 흐름을 읽으려는 노력이 있었을까? 아닐 것 같다. 그러니까 '무엇이 끝났느냐'는 엘리자베스의 질문에 답도 못하는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자신만만하게 확신에 찬 사람처럼 움직인다. 말초적인 자극에만 의존하는 그의 방식이 결과적으로 먹히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때도 먹혔고, 섹슈얼한 느낌을 전면에 내세운 수의 쇼에서도 시청률로 돌아왔다. 하비 같은 인간이 많으니 하비 같은 인간이 주먹구구 방식으로 먹고 살면서도, 최소한의 예의조차 갖추지 않는 개저씨 직장인이 되는 것이다.
에어로빅을 하는데 꼭 수영복 같은 전신 타이즈를 입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전신 타이즈 아래로 쭉 뻗은 엘리자베스의 허벅지를 보며 여성들은 또 한번 사회적 욕망을 잘 체득한 결과물을 모범사례처럼 학습한다. 만일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타이즈 아닌 옷을 입어 보자 했다면, 수많은 여성들이 타이즈를 비호했을 것이다. 자세가 잘 보여야 좋은 자세를 취할 수 있다든지 하고 타이즈의 효용성을 강조하면서. 비슷한 일은 오늘날의 운동과 레깅스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일어난다. 그리고 그런 날들의 결과, 이제 신체를 더 부분적으로 클로즈업하고 효과를 더 많이 넣은 수의 쇼가 등장한다. 뽀얗게 필터를 씌운 쇼 안에서 반짝거리는 수의 신체는 마치... 뽀샤시한 생닭에 스프링클을 뿌려 놓은 느낌이 든다. 최소한 인간의 신체다운 느낌마저 줄어들고 있다.
생각해 보면 무수하게 쏟아졌던, 각종 연예인 이름 뒤에 '후덕'하다는 단어를 붙여 기사를 내던 시절의 연예면을 그냥 둔 결과, 이제 연예기사와 댓글들은 여자 연예인의 신체를 부위 별로 품평한다. 허리나 다리를 언급하던 옛날 기사들도 역겹기 그지없었으나, 승모근이 어쩌고 중안부가 어쩌고 하는 내용을 보면 정말 인간을 고깃덩이로 보고 있나 싶어 할 말이 없어진다. 더 끔찍한 것은 그런 시선이 내게 체화되고, 승모근과 중안부의 차이를 인지하는 능력이 이전보다 좋아졌다는 점이다. 하비의 쇼는 계속되고 있다. 자기 자신은 화장실에서도 꽤나 시간이 걸리는 주제에, 25세 이상 여성의 가임 능력을 따지고 있는 찌질하고 나약한 남성성이, 어린 여성의 반짝거리는 재능을 내세워 '성공'을 얻어가는 쇼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이브 문건이 떠오른다.)
내 안에 체화된 사회적 욕망을, 그 욕망이 얼마나 하잘것없는 것에서 시작된 것인지를 깨닫는 것은 여성으로서 즐거운 경험이 아니다. 깨닫는다고 해서 당장 내가 머리 깎고 절로 들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밀가루와 물이 뒤섞여 반죽이 된 것처럼, 나는 여성의 몸을 품평하는 사회적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로 나 자신을 바라볼 수가 없다. 살이 찌면 빼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마음에 안 드는 신체 부위가 있다. 여기서 온전히 초연할 수 있는 사람 몇이나 될까. 그래서 엘리자베스의 선택이 때로는 한심하고 답답해도, 그를 미워할 수 없다. 슬플 뿐이었다.
혹자는 엘리자베스가 "여전히 아름다움"을 들어 그를 한심해 한다. 그러나 이는 엘리자베스와 똑같은 사고 방식이다. 아름다움의 잣대 자체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결국 시간 문제일 뿐이다. 거울을 봤을 때 조금 더 주름이 없었거나 조금 더 마음에 드는 옷을 입었거나 새 립스틱을 발랐다면 엘리자베스가 당당하게 프레드와의 약속에 나갈 수 있었을까? 거울을 보지 않았어야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엘리자베스가 한심하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엘리자베스에게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지 않기는 어려운 일이다. 특히 여성이라면.
나의 욕망: 완전한 자리는 없겠지만
그러면 어쩌라고요. 매일매일 소리도 없이 확대 재생산되는, 여성의 몸에 대한 시선은 별것도 아닌 지점에서 시작된 주제에 끔찍하게 증폭되다 못해 내 안에서도 울려퍼지는데. 엘리자베스가 능멸의 말을 듣고 이리저리 밀쳐지고 끝내 터져 나갈 때, 하비 같은 인간들은 피를 좀 뒤집어쓴 외에는 무사했다. 슬프지만 현실에서 숱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부분 단위로 품평 당하는 자리에 세워진 수 같은 여자들이 부족한 면면을 이유 삼아 욕을 바가지로 먹을 때 뒤에서 새우나 씹고 이나 쑤시며 무사한 배를 두드리는 이들의 시선이 너무 많은 것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 나의 욕망이 오롯이 홀로 서는 것이 과연 가능한 걸까? 캐럴라인 냅의 문장들을 더 들어보자.
그래서 이대로 충분한가? 상태가 비교적 괜찮은 날, 더없이 괜찮은 날 나에게 그렇게 묻는다면 나는 내게 주어진 축복을 하나하나 꼽아볼 것이고, 힘들게 얻어낸 친밀한 관계들에 대해, 두려움을 상대로 한 작은 승리들에 관해, 친구들과 개와 숲과 일에 관해 말할 테지만, 그래도 완전한 확신을 갖고 대답하지는 못할 것이다. 완전히 확신하는 답, 최종적인 휴식의 장소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침내 모든 욕구를 이해하고 충족하는 일, 가장 높은 봉우리에 도달하는 일이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흡족함의 순간들, 별안간 몸과 마음과 정신이 나란히 연결되는 순간들이 있고, 마치 우주가 보낸 선물처럼 기대하지 않고 있을 때 찾아오는, 내가 잘 먹여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들이 있다. 이런 순간들은 더없이 소박하게 포장되어 도착한다. 내 개가 보내는 사랑의 시선으로, 친구와 나누는 농담으로, 여기서 느끼는 애정의 불씨, 저기서 느끼는 이해로. 그 순간들은 내가 막 노를 젓기 시작할 때 수면을 비추는 아침 햇빛 속에서, 완벽한 한 끼 식사, 완벽한 한 문장, 어떤 손길, 어떤 눈빛 속에서 온다. 마침내 이 삶에서 얻는 가장 좋은 것일지도 모를 순간들이 있다. 섬광처럼 스치는 만족감, 얼핏얼핏 희미하게 반짝이는 희망의 빛과 맛, 파이처럼 깊이 음미하며 완전히 누려야 할, 금세 지나가는 순간들이.
엘리자베스가 이런 문장들로 이야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몸과 마음과 정신이 나란히 연결되"어서, "애정의 불씨"와 "이해" 안에서 이따금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면.
엘리자베스의 이야기는 오늘도 현실에서 울려퍼지고 있고, <서브스턴스> 약물은 액티베이터 약병에 담겨 있지만 않을 뿐, 숱한 광고물과 방송과 알고리즘 곳곳에서 우리에게 내리꽂힌다. 좀처럼 필사를 하지 않는 편이지만, 오늘은 캐럴라인 냅의 문장을 종이에 사각사각 적어 보면서 천천히 음미해야겠다.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지만, 만족스러울 수는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면서. 아무튼 나를 돌보고 사랑하는 법은 평생 배워야 할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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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정우, 김남길 주연 범죄 스릴러 "브로큰" / 동생이 살해된 밤의 비밀 / 적절한 액션과 반전이 살아있는 결말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브로큰"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따로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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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신세경, 왜 서촌으로 갔을까 (with 아름다움)
Ott 앱인 Seezn 오리지널 영화인 어나더 레코드가 공개되었어요.
다큐멘터리인 이번 영화는 배우 신세경의 고민과 함께
조용하고 아름다운 서촌의 모습이 담겨 있어요.
서촌의 사람들과 대화하는 모습도 볼 수 있죠.
마치 그들 옆에 앉아서 같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체 리뷰를 봐주세요!!
제 Rabbitgumi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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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마법에 걸린 사랑2> 공식 예고편
동화 속 삶을 빌었는데 모든 게 완전히 어긋났어...?!? 동화 속 프린세스의 현실 살아가기 프로젝트는 계속 됩니다!✨❤✨ 에이미 아담스, 패트릭 뎀시 주연! 디즈니+ 오리지널 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 2]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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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아우터뱅크스 2> 티저 예고편
다시 빠져든다. 금괴는 우리가 접수한다! 《아우터뱅크스》 시즌 2 올여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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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첫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임효겸
봉준호 감독이 극찬한 스릴러 영화 <잠>과 프랑스 젊은거장 #미아한센러브 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신작<어느 멋진 아침>까지 9월 첫째주 개봉예정작 같이 알아보실까요?
잠
Sleep
ⓒ 네이버영화
개요: 미스터리 | 한국 | 94분
감독: 유재선
출연: 정유미, 이선균
개봉: 2023.09.06.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 어느 날, 잠들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 현수. 깨어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현수는 잠들면 가족들을 해칠까 두려움을 느끼고 수진은 매일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 때문에 잠들지 못한다.
CINE PICK!
봉준호 감독은 “정말 독특하고 새로운 공포영화, 새로운 괴물 신인 감독의 탄생이다”라며 잠을 극찬했습니다. 제 76회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메인 경쟁 섹션에 초청된 영화입니다.
어느 멋진 아침
One Fine Morning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프랑스 | 113분
감독: 미아 한센-러브
출연: 레아세이두, 멜빌 푸포 등
개봉: 2023.09.06.
배급: 찬란
시놉시스
여덟 살 난 딸, 투병 중인 아버지와 파리의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산드라는 어느 날 오랜 친구 클레망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일과 가족, 사랑 사이에서 삶은 계속되고 때로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하지만 아침은 여느 때와 같이 찬란하게 찾아온다.
CINE PICK!
프랑스의 젊은 거장으로 주목받는 미아 한센 러브는 “가장 직접적으로 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며 아버지의 존재를 영화로 남겨 기억하고 싶어 만들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일주일간 친구
One Week Friends
ⓒ 네이버영화
개요: 멜로/로맨스 | 중국 | 106분
감독: 임효겸
출연: 조금맥, 린이, 심월, 왕가휘 등
개봉: 2023.09.06.
배급: (주)올랄라스토리
시놉시스
일주일마다 친구에 대한 기억을 잃는 전학생 ‘린샹즈’ 병 때문에 자발적 아싸가 돼버린 그녀에게 성화 재수학원 최고 인싸 3인방 ‘쉬유수’, ‘송샤오난’, ‘장우'가 다가온다. 세 사람은 샹즈의 단 하나뿐인 ‘일주일간 친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샹즈는 그들과의 추억을 일기장에 채워 나가기 시작한다
CINE PICK!
중국의 라이징스타 ‘린이’가 주연을 맡은 영화 <일주일간 친구>에서 학교 최고 ‘핵인싸’ 쉬유수 역을 맡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첫눈에 반한 전학생 린샹즈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장난기 가득한 매력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오즈의 마법사
The Wizard Of Oz
ⓒ 네이버영화
개요: 가족, 판타지, 모험, 뮤지컬 | 미국 | 112분
감독: 빅터 플레밍
출연: 주디 갈랜드, 프랭크 모건, 레이 볼거, 버트 리르 등
재개봉: 2023.09.06.
배급: ㈜마운틴픽쳐스
시놉시스
회오리 바람에 휩쓸려 오즈의 나라로 내던져진 도로시는 집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는 것임을 알고 그를 찾아 긴 여정이 시작된다 . 그러나 도로시 일행을 방해하기 위해 뒤쫓아오는 서쪽 나라 마녀의 검은 그림자.
CINE PICK!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던 277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환상적인 화면과 촬영기술을 선보였습니다.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에 휩쓸려가는 동안 창 밖에 나타난 하늘을 나는 자전거 장면은 훗날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E.T>의 테마와 이미지에 그대로 반영되는 등 후대 판타지 영화에 미친 영향은 헤아릴 수 없이 큽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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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장들이 좋아하는 의외의 영화 8선
작가주의 거장도 상업영화 좋아한다.
호불호가 있는 영화임에도 당당히 좋아한다고 말하는 자신감과 논리.
여러분도 알려진 명작외에 특별히 애착가는 영화가 있나요?
맨 인 블랙 3 | 폴 토마스 앤더슨
" <맨 인 블랙 3> 봤어요? 그건 좋았어요... 시간 여행 이야기가 눈물 나더라고요. 제가 그런 것에 환장하거든요"
<맨 인 블랙 3> 줄거리
알 수 없는 사건으로 현실이 뒤바뀌고 외계인의 공격으로 위험에 빠진 지구. 게다가 MIB 소속 베테랑 요원 ‘케이’는 하룻밤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진다.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유일한 사람은 ‘케이’뿐인데… 사라진 파트너를 찾고 그동안 감춰졌던 우주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제이’요원은 과거로 위험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 곳에서 심하게 젊은(?) ‘케이’와 마주하게 된다. 이제 이 둘은 24시간 안에 우주의 비밀을 풀고 현재로 돌아와야만 하는 MIB 사상 최고의 미션에 도전하게 되는데!
알프레드 히치콕 | 벤지
"아버지는 비평가나 본인의 만족을 위해서 영화를 만든것이 아니라 관객과 오락을 위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히치콕의 딸 패트리샤는 아버지가 가장 좋아한 영화가 강아지가 주인공인 영화 <벤지>라고 덧붙였습니다.
<벤지> 줄거리
유명한 금괴에 관한 첫 번째 영화. 벤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들를 때마다 음식과 관심을 주는 수많은 마을 사람들의 가슴속에 그의 길을 걸어온 길 잃은 사람이다. 특히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한 쌍의 아이들이 부모님의 뜻에 반하여 그와 함께 놀고 먹이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납치되자 부모와 경찰은 이들을 찾지 못하고 있다. 벤지만이 그들을 추적할 수 있지만, 그가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까? 만약 그가 그 날을 살릴 수 있다면, 그는 그가 갈망하던 영구적인 집을 찾을지도 모른다.
마틴 스콜세지 | 엑소시스트 2
"저는 가톨릭의 죄책감을 가졌기 때문에 <엑소시스트> 1편을 좋아했고, 또 무서워 했습니다.
하지만 <엑소시스트 2>는 1편을 능가했습니다"
<엑소시스트 2> 줄거리
17세가 된 소녀 리건은 자신도 모르게 이상한 힘을 발휘하는 일들을 하게 된다. 추기경의 부탁을 받고 필립 라몬트 신부가 리건의 집으로 온다. 리건은 정신과 의사인 터스킨 박사의 정밀검사를 받는데 모든 것을 과학적으로만 처리하고 악령을 믿지 않는 박사와 신부는 의견 차이를 일으킨다. 리건을 치료하다 죽은 메린 신부의 행적을 조사한 라몬트 신부는 리건에게 분명히 악령이 깃들어 있다고 확신하나, 더스킨 박사는 신부가 악마에 미쳤다며 믿으려하지 않는데..
크리스토퍼 놀란 | 맥그루버
"제가 <맥그루버>의 팬인 것이 들통났는데, 그 영화는 저를 완전히 미치게 한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앤 헤서웨이는 놀란이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촬영하는 내내 <맥그루버>의 대사를 자주 언급했다고 말했다.
<맥그루버> 정보
미국 NBC-TV 인기 코미디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서 ‘맥가이버’를 패러디하여 2007년 1월부터 새롭게 등장시킨 동명 캐릭터를 대형 스크린에 그려낸 코미디물.
니콜라스 윈딩 레픈 | 개같은 내 인생
"나는 아주 어렸을 때 어머니와 함께 이 영화를 봤어요. 행복해서 울었던 영화는 <멋진 인생> 말고는 이 영화가 유일합니다."
<개같은 내 인생> 줄거리
열두 살 소년 잉마르는 하루도 사고를 치지 않는 날이 없다. 병세가 나날이 악화되는 엄마가 쉴 수 있도록 잉마르는 외삼촌이 사는 시골 마을로 보내지고, 사랑하는 개 시칸과도 헤어져 힘든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잉마르는 러시아 우주선에 태워져 먼 우주로 보내진 강아지 라이카보다는 자신의 처지가 낫다고 위안하며 철학적 사색에 잠기곤 한다. 순박하고 정이 많은 외삼촌과 새로 사귄 마을 친구들, 엉뚱한 괴짜 이웃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던 잉마르는 축구와 권투를 좋아하는 소녀 사가와 친해지면서 점차 웃음을 되찾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잉마르에게 엄마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는데...
스탠리 큐브릭 | 덩크슛
<덩크슛>은 실제로 스탠리 큐브릭이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작품으로 알려짐.
<덩크슛> 줄거리
시드니는 항상 거리의 코트에서 살며 내기 농구를 즐긴다. 어느날 경기를 하는 도중 백인인 빌리가 나타난다. 마피아들에 빚을 지고 여자 친구와 도망치는 떠돌이다. 시드니는 빌리와 내기를 한다. 당연히 사람들은 시드니에게 돈을 건다. 결과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빌리의 승리. 시드니는 거리 코트를 휩쓸기 위해 빌리에게 파트너가 될 것을 제의한다. 둘은 그때부터 허슬러가 된다. 승승장구하며 둘은 거리 코트를 하나씩 점령해 간다. 그렇게 해서 둘은 도박농구로 친구가 된다. 그러던 어느날 다른 패거리와의 시합이 벌어진다. 시드니는 전에 없던 무기력함을 보이고 둘은 예상치 못한 패배를 맛본다. 시드니가 다른 패와 짜고 사기를 친 것이다. 둘은 싸운다. 더욱 절친한 농구 도박사로 다시 의기투합한 둘은 5000달러의 상금이 걸린 거리 농구 챔피언쉽에 나가게 된다.
테렌스 맬릭 | 쥬랜더
테렌스 맬릭은 <쥬렌더>에 푹 빠져 재관람하고, 친구들에게 대사를 흉내내며 <쥬랜더>를 포함시킨 영화제를 주최할 정도의 열성 팬으로 알려져 있다.
<쥬랜더> 줄거리
세계 패션 산업이 날로 번창하던 어느 날, 말레이시아 수상이 미성년자의 노동 착취를 뿌리 뽑겠다고 천명하자 패션계는 발칵 뒤집어진다. 자사 물건을 대부분 임금이 산 외국에서 제작해 온 디자이너와 패션계의 거물들은 이제껏 그래왔듯이 방해인물을 제거하기로 합의한다. 필요한 것은 이들의 도구가 되어줄 멍청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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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호> 도전적인 밑그림을 덮은 무미건조한 채색
2092년, 지구의 환경오염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설리반(리처드 아미티지)이 우주 위성궤도에 만든 새로운 보금자리 UTS로 향한다. 그러나 UTS에 정착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한정적인 관계로 돈이 부족한 많은 이들은 지구에 그대로 남거나 우주를 떠돌며 힘겹게 살아간다.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인 ‘태호’(송중기), ‘장선장’(김태리), ‘타이거 박’(진선규), ‘업동이’(유해진)도 가족과 동료들을 잃은 파란만장했던 과거는 뒤로 한 채 돈 되는 일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며 살아간다. 어느 날, ‘승리호’는 사고 우주정에서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박예린)’를 발견하고, 그녀와 관련된 음모를 깨달은 뒤 새로운 모험에 나선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승리호>는 보는 재미가 확실하다. 우주선 내부나 우주 도시의 거리, 클럽, 도박장, 우주선 수리장처럼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낸 세트 미술은 미래의 세계관에 자연히 빠져들게 만든다. <스타워즈>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비교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은 우주선들의 추격전과 액션은 <신과 함께> 이후 한국의 CG 기술력이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방증처럼 보인다. 전작인 탐정 홍길동처럼 본래 만화와 현실을 오가는 과장된 영상미를 보여주던 조성희 감독이기에 UTS의 마을이나 설리반의 사무실처럼 CG가 살짝 어색한 장면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비주얼 측면의 성과는 영화가 극장에 걸리지 못한 현실이 야속할 정도다.
하지만 시각 효과를 잠시 제쳐둔 채 "<승리호>가 최초의 한국형 스페이스 오페라로서 성공적인가?"라고 묻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절반의 성공, 혹은 절반의 실패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승리호>는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를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데는 성공했다. 다만 그 재해석을 보여줄 때 할리우드의 기존 문법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문제를 노출한다.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 영화는 우주에서 펼쳐지는 모험과 전쟁을 주요 소재로 삼는다. 사실 영화 장르로서 스페이스 오페라는 국내에서 인기가 없다. 가장 흥행에 성공한 작품인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320만 관객을 간신히 넘겼고, 그 이후 시리즈는 100만 명을 넘기지 못했다. MCU에 속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도 270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으며 <스타트렉> 시리즈도 100만을 간신히 넘는다. 이처럼 스페이스 오페라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특히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가 할리우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서부극의 전통을 이어받은, 미국적인 영화의 대명사로 볼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실제로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용어는 1941년 SF 작가이자 평론가인 윌슨 티거가 최초로 사용했는데, 이는 서부극을 뜻하는 호스 오페라(horse opera)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의미였다.
서부극을 구성하는 이른바 '미국적' 토대는 두 가지로 파악할 수 있다. 하나는 개인주의이며 다른 하나는 개척주의 혹은 팽창주의다. 우선 서부극의 주인공은 대게 독선적이고 개인적인 반-영웅이다. 기존의 규범과 규율에 복종하기보다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행해 사람들을 구하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스타워즈>의 주인공들은 이 전통을 그대로 계승한다. 루크 스카이워커, 아나킨 스카이워커, 한 솔로, 레이 등은 하나 같이 선대의 가르침, 제다이의 규율을 무시하고 자신의 직감이나 판단을 쫓는 경우가 많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팀원들도 스타로드가 순간적인 충동으로 타노스를 때린 것처럼 개인적인 돌발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스타트렉>의 커크 선장도 마찬가지다.
또한 서부를 개척하고, 혼돈과 질서가 없다고 여겨진 땅을 문명화하는 이야기를 보여줬던 서부극은 흔히 미국인의 정신이라고 표현되는 서부로의 개척주의, 팽창주의가 영화에 투영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스페이스 오페라는 말이 우주선으로, 미국 서부의 평야나 사막이 우주와 행성들로, 미국의 원주민을 외계인으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 1960년대에 케네디 대통령이 '뉴 프런티어(new fronier)'를 외치며 미국 서부를 전 세계, 심지어 달로 확장시킨 것처럼 동시대에 제작된 <스타트렉>에서도 미국(U.S.)을 상징하는 U.S.S. 엔터프라이즈 호는 우주 각지를 탐험한다. 이러한 미국 중심의 개척주의, 팽창주의의 전통은 <스타워즈>나 <스타트렉>에서 백인, 흑인, 황인 가리지 않고, 또한 지구인과 외계인을 가리지 않고 전부 영어를 사용하는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식민지의 피지배자로 근현대 시기를 보냈던 한국인에게 본질적으로 미국의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는 그다지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닐 수밖에 없다.
이는 한국형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를 만들려는 시도가 단순히 화면에 태극기를 보여주거나 '승리호'라는 우주선 이름을 한글로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미국적 기반에 토대를 두지 않는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승리호>는 이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 우선 미국 중심의 개척주의, 팽창주의에서 탈피한 세계관을 선보인다. 주인공들이 기본적으로 통역기를 사용하며 한국어, 프랑스어, 영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나이지리아 피진어 등에 이르는 다양한 언어가 등장하는 것이 단적인 예시다. 그 외에도 미국의 개척, 팽창주의에 대한 반기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주인공들이 우주 쓰레기 처리선을 타고 다니는 장면, 거대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부유층만 사는 우주도시와 황폐화된 지구를 오가는 초반부 장면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단에 다다른 풍경에 대한 상상화를 그려내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질서의 폐해를 비판한다.
이는 생태주의적 접근과도 궤를 같이 한다. 서부 개척을 화성 개척과 등치시키며, 자연을 개발하고 소비한 뒤 새로운 개발 대상을 찾아 나서는 세태를 비판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 성장을 상징하는 63 빌딩이 미세먼지로 뒤덮인 가운데 더 높은 빌딩들이 서 있는 서울을 보여주는 오프닝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는 영화의 주된 갈등이 도로시를 죽이려는 설리반과 지키려는 승리호의 대립에서 비롯되는 가운데, 이 갈등이 지구를 파괴하고 화성으로 이주하는 설리반과 지구들 되살리기 위해 나무를 심는 주인공들의 대조를 이루는 선택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유다. 또한 어린아이로 등장하는 도로시 캐릭터 자체가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을 담은 존재이기 때문에 태호가 과거에 딸을 잃은 기억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전개는 나름의 설득력을 갖추기도 한다.
한편 <승리호>는 연대와 협력의 메시지를 강조하며 개인주의적인 영웅 서사를 거부한다. 실제로 빌런과 승리호 일행이 대면하는 구도는 언제나 일 대 다의 구도 속에서 이루어진다. 설리반이 승리호 내부로 들어와 그들을 직접 제압하는 장면이나, 카밀라가 우주 공장 내부에서 승리호 일행과 격투를 벌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초반부만 해도 서로가 서로에게 비난을 퍼붓던 서로 다른 국적의 우주 쓰레기선 승무원들, 서로 믿지 못하던 검은 여우단과 승리호 선원들이 힘을 모아 설리반의 음모를 막는 데서도 영화가 중점을 둔 대목을 눈치챌 수 있다. 이때 상술한 통역기는 연대와 협력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영화적 장치다. 따라서 <승리호>의 세계관, 큰 그림, 밑그림은 분명 기존에 볼 수 있었던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들과는 차별화된 한국형 스페이스 오페라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문제는 <승리호>가 기존의 할리우드 문법을 사용해 세계관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특히 <승리호>의 장면들을 디테일하게 뜯어보면 기시감을 피할 수는 없다. 액션의 경우, 업동이가 우주선을 오가며 파괴하는 장면에서는 <토르: 라그나로크>, 행성을 파괴할 수 있는 무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무기 안에 잠입하는 전개는 <스타워즈>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우주 쓰레기 혹은 운석 지대와 같은 장애물 지대로 들어가는 것 역시 수십 년간 애용된 클리셰다. 미래의 우주를 그려낸 디테일한 설정도 마찬가지다. UTS의 설정이나 모양새는 <엘리시움>의 설정이나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에서 등장한 스카리프 행성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 "매끈하고 날렵한 할리우드 영화의 우주선"과 다르다는 일각의 평가 역시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전투기의 만듦새를 고려하면 설득력이 없다.
캐릭터의 설정과 관계도 마찬가지다. 능글맞은 파일럿, 강력한 여전사, 신체적 능력과 별개로 순박한 인물, 유머와 위기 탈출을 책임지는 인간이 아닌 존재라는 조합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한다. 이는 전작에서 보인 배우들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차용한 것이기도 하다. 제각각 다른 과거를 지닌 이들이 승리호라는 우주선에서 하나의 가족으로 묶이고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보듬아 준다는 전개 또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와 일치한다. 주인공 일행을 매번 위기에 빠뜨리는 여성 서브 악역의 존재, 인간성을 말살한 소년병을 양성해 UTS 기동대로 활용했다는 설정은 <스타워즈> 시퀄 시리즈 속 스톰트루퍼를 연상시킨다. 결국 미장센이나 디테일한 연출의 측면에서 사실적인 영상을 구현한 기술력과 별개로 뭔가 독창적이나 새로운 것을 보여줬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작법을 빌린 것과 별개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대목들도 있다. 무엇보다도 악의 축으로 그려지는 설리반의 서사가 부족한 결과 순이를 지키는 이와 대 죽이려는 이의 가시적인 대립 이면의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는다. 그의 혈관이 갑자기 부풀고 감정이 폭주하는 것, 로봇처럼 검사를 받는 모습 등 스치듯 지나가는 묘사만으로 인간을 혐오하고 지구를 파괴하려고 하는 그의 동기가 충분히 제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사실 장선장이나 태호가 설리반과 함께 일했다는 과거사를 보여줄 경우 그들의 철학적 대립이나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비판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악역에 대한 묘사가 부족한 것은 아쉬움이 짙다. 그 외에도 도로시가 극 중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활용되는 것과 같은 편의적인 전개가 종종 눈에 띈다.
물론 한국 영화 시장에서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가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익숙한 전개, 캐릭터, 볼거리를 선택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다. 240억 원의 제작비와 580만 명가량의 손익분기점은 메이저 배급사가 아닌 '메리 크리스마스'의 입장에서 실패를 무릅쓰기 어려운 부담이기 때문이다. 다만 세부적인 장면 구도, 연출 등에서 흥행을 위해 자신의 가능성을 지레짐작해서 제한한 듯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장르적인 측면에서 차별화된 재해석을 선보였고, 수준 높은 볼거리도 제공했으며, 주제의식과 메시지도 사회 현실을 적절히 반영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승리호>가 거둔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는 그 기쁨과 즐거움 못지않게 큰 아쉬움과 미련을 남긴다.
A(Acceptable, 무난함)
최초의 시도가 주는 뿌듯함과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지 못한 안타까움의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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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키 카즈아키의 '지옥의 화원'
본 글은 씨네랩을 통한 시사회 관람 후 리뷰를 요청받아 쓴 글입니다.
포스터만 보고 눈을 돌리는 영화들이 있다. <외계+인>도 포스터만 보고 보지 않으려고 했다. 워낙 제작비가 높은 한국 영화여서 어쩔 수 없이 봤지만 여하간 이런 유의 포스터들은 영화를 보지 않는다. 2시간이라는 시간은 한정적이고 난 2시간을 버리고 싶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화를 고르는 기준이 낮아졌다. 아니, 변했다. 어쩔 수 없는 변화이지만 제작이 되는 영화들은 그 자체로 배울 점이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런 영화들 중에서도 가리기는 한다. <지옥의 화원>의 경우 시사회 관람 요청이 왔을 때 무시하려고 했지만 영화제에서 선택받은 사실과 몇몇 평들이 나쁘지 않아서 보기로 결정했다.
난 여자들의 액션을 좋아하지 않는다. <킬빌>이나 <원티드>같은 영화들도 있기는 하지만 여자들의 액션 자체가 믿어지지 않는다. 특히나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맨손 액션은 더더욱 믿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그녀들의 액션뿐만 아니라 그녀들의 대사 또한 믿어지지 않는다. 대표적으로는 한국 영화 <차이나타운>이 그러하다. 더 나아가서 아무런 통찰도 없이 젠더 체인지만 하는 영화들은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젠더만 바꾸었을 뿐인데 신선하다거나 좋다고 하는 평은 믿지 않는다. 젠더만 바꿔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저 허탈한 웃음만 나올 뿐이다.
이렇게 서론을 적었을 때 <지옥의 화원>은 뭔가 다른 요소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옥의 화원>은 젠더 체인지는 실패했고, 영화적인 완성도는 나름 선방한 쪽이다. 이 영화의 기발한 점은 여직원들의 세계다. 시치미 뚝 떼고 진행하는 여직원들의 세계는 우리가 질리도록 많이 본 고등학생들의 일진 세계다. 고등학생들의 일진 영화는 영화 자체가 그들의 세계라면 <지옥의 화원>은 여직원들의 세계는 영화 속에서 분리된 세계다. 그러니까 영화 속 안에 여직원들의 세계와 그 밖의 세계가 따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직원들의 세계에는 남성들이 존재할 수 없다. 혹은 들러리로 존재한다. 그렇기에 이 영화 엔딩에 불만을 가진 관객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 세계 설정은 감독의 한계다. 그리고 이 한계는 부수적인 문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나오코의 액션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고정관념의 한계일 수도 있으나 <아저씨>의 원빈은 믿어진다. <킬빌>의 우마 서먼도 믿어진다. 그러나 나오코의 액션은 믿어지지 않는다. 그건 아마도 나가노 메이의 가녀린 신체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애니메이션 <드래곤볼>의 손오공은 믿지 않는가. 여기에는 고정관념이 작동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여하간 믿어지지 않는다. 그건 몹씬에서 보이는 엑스트라마저도 허공에 발길질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배우들의 움직임이 허술한 탓일 수도 있다. 이 불신을 잠재우는 것은 자기 반영적 요소와 편집, 그리고 캐릭터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놀랐던 것은 영화의 관심이 액션보다는 나오코의 일반인 세계에 있다는 것이다. 여자들의 액션이 이루어질 때면 항상 컷투로 화면이 바뀐다. 그런 뒤에 싸움의 결과가 보인다. 이런 방식으로 싸움이 편집되고 우리는 싸움을 보지 못한다. 여기에 나오코의 내레이션이 더해진다. 란이 등장할 때와 나오코가 납치될 때, 그리고 납치되었을 때 그녀의 내레이션은 이 영화의 중심 뼈대에 붙어있다. 주인공과 조연. 이 영화의 캐릭터와 중심 뼈대는 주인공과 조연에 있다. 클리셰를 깔아놓고 클리셰를 비트는 방식의 내레이션으로 영화는 자기 반영적 요소를 내비친다. 이 패러디에는 컨벤션과 클리셰가 골고루 섞이면서 나오코의 비밀이 드러난다. 이 순간 우리는 그동안 많이 봐왔던 컨벤션이지만 다시 한번 웅장함을 느끼게 된다. 그와 동시에 논리적으로 이 설정이 납득되지 않아서 당황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는 그전에 컨벤션이 아닌 클리세로 지겨운 대사들을 남발(란이 혼자서 나오코를 구하러 가면서 하는 말)하고 동시에 그 클리세를 패러디로 전환(란의 음료수를 언급)하며 이 영화의 톤이 오글거림과 자조섞인 웃음에 있다는 것을 통과한다. 이 통과와 나오코의 웅장함은 조연과 주인공의 대비처럼 그려진다. 웅장함의 논리적인 설정은 역시 시미치 뚝 떼고 지나간다. DNA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하지만 영화 자체가 그런 논리적인 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 않냐고 이야기하듯.
이 영화의 장점은 중심 뼈대가 흔들리지 않고 유지되면서 그와 같은 DNA를 가진 설정들이 예쁘게 붙어있다는 것이다. 주인공과 조연의 관계는 결국 여직원의 세계와 일반 여직원의 세계로 나누어진다. 일반 여직원의 세계에서 동료들과 커피도 마시고 쇼핑도 하고 싶은 나오코. 여직원의 세계에서 지상 최강의 여직원이 되고 싶은 란. 둘은 서로 크로스 된다. 이 설정 자체가 영화 초반의 교차편집으로 일반 여직원의 세계와 여직원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도 역시 중심 뼈대로 모인다. 우리는 주인공 나오코가 일반 여직원의 세계에서 여직원의 세계로 넘어왔을 때 자연스럽게 기대를 하게 된다. 마치 <크로우즈 제로>나 만화 <짱>같은 이야기에서 주인공의 숨겨진 힘이 드러날 때의 웅장함을 말이다. 이건 컨벤션이다. 하지만 다른 이야기에서는 이 컨벤션을 이용하고 끝나지만 이 영화에서는 이 컨벤션 자체가 주는 쾌감과 캐릭터가 주는 쾌감이 공존한다. 주인공은 끝내 일반 여직원의 세계에 머무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녀는 일반 여직원의 세계에서는 완패한다.
이 패배가 이 영화가 달려온 지점이다. 관객들이 만족할 만한 것들을 다 던져줬다. 물론 그것이 훌륭하다거나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나오코의 첫 액션신이나 클라이맥스는 전부 이 장르에서 느낄 수 있는 쾌감의 최대치를 선사한다. 물론 믿기지 않는다는 문제는 위에서 언급했다. 얇디얇은 손목으로 땅바닥도 부수는 건 좀 심하지 않나.. 여하간 이런 쾌감은 오랜만에 느껴본다. 이 쾌감의 최대 장점은, 이런 쾌감의 종류는 이제 올드하다는 느낌을 동반한다는 것인데, 올드함 없이 병맛과 버무린 쾌감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난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지점은 나오코의 패배다. 영화 속 주인공이 겸허하게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과 동시에 그들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세계에 대해 아쉬움을 내뱉거나 아니면 자신의 운명을 수긍하고 긍정하는 쪽으로 영화가 달려나간다. 하지만 <지옥의 화원>은 그 운명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과 동시에 패배의 쓴맛을 그린다. 이 패배는 주인공이 운명을 받아들이는 쾌감과 동시에 웃음을 선사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의 쓸쓸한 넘버 투 히어로 란의 행복을 빌게 만드는 엔딩이다. 그래서 난 이 엔딩을 긍정한다. 여기에 OL 물에 고춧가루를 뿌렸다거나 헤테로를 뿌렸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애초부터 이 OL 물의 주인공은 평범한 여직원을 꿈꿔왔던 것이니 말이다.
이런 장르의 영화는 비평이 아무 소용이 없는 종류이다. 이 병맛스러움을 긍정한다면 이 영화를 사랑스럽게 받아들일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그저 그런 싸구려 영화로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 같은 사람도 이 영화의 매력을 느꼈다는 것이다. 팝콘을 먹으면서 친구들과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당신이 씨네필이어도.
2022년 12월 07일.